궁바우는 활을 잘 쏘아 유명한 사냥군 세가 궁씨 가문에서 태여났지요. 보세요. 성마저 활이라는 궁씨 아닌가요.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는 수림 속에 사냥하러 갔다가 불행하게도 산중대왕 호랑이한테 물려 어린 궁바우를 남겨두고 너무나도 총망히 세상을 떠나갔어요.
그때부터 어머니는 아버지 원쑤를 갚으려고 날마다 어린 궁바우에게 사냥기술을 가르쳐주었지요.
어머니는 궁바우를 창문과 마주 앉혀놓고 차근차근 가르쳤어요.
“얘야, 저 창문살을 계속 봐라.”
궁바우는 의아해했어요.
“창문살을 봐서 뭘 해요? 빨리 활쏘기나 배워주세요.”
어머니는 내심하게 타일렀어요.
“얘야, 활을 잘 쏘려면 먼저 과녁부터 똑똑히 봐야 한다. 그래야 면바로 맞힐 수 있어. 잔말 말고 창문살을 오래오래 똑똑히 봐. 뭐가 보이는가?”
궁바우가 한참 창호지를 바른 창문살을 봐도 그게 그게였어요.
“그저 네모난 창문살이군요.”
궁바우는 기지개를 켜면서 “어머니, 지루해 못 보겠어요.” 하고 눈을 부비였어요.
어머니는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어. 창문살을 자세히 살펴봐라. 어떤가?” 하고 부탁했어요.
그제야 궁바우는 창문살을 찬찬히 뜯어보았어요.
“아, 창문살에 무늬가 갔군요.”
“그래, 무늬가 갔지.”
어머니는 궁바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부탁했어요.
“날마다 더 찬찬히 창문살을 봐라.”
그때부터 궁바우는 아침을 먹고 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날마다 한참씩이나 창문살을 살폈어요. 이젠 창문살이 기둥만큼이나 돼 보였고 창문살에 앉은 파리도 메돼지만큼 돼 똑똑히 보였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궁바우에게 날마다 활을 쏘는 재간을 배워주었어요. 궁바우는 오른손 식지가 활줄에 다슬어 피가 터져도 이를 옥물고 계속 활을 쏘고 또 쏘았어요.
어느날 어머니는 물동이를 이고 샘물터로 가면서 궁바우를 보고 부탁했어요.
“내가 물동이를 이고 올 터이니 활로 물동이에 얹은 바가지를 쏴라.”
궁바우는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아니, 그러다가 어머니를 쏘면 어떻게 해요.”
어머니 마음은 무거워졌어요.
“대담히 쏴라. 그런 용기하구 재간도 없이야 어떻게 아버지 원쑤를 갚으러 간다고 그러느냐? 너네 아버진 물동이 우의 바가지를 백발백중했어. 그래도 산중 대왕 호랑이를 잡지 못하고 목숨마저 잃었다.”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동이를 이더니 바가지를 쥐고 샘물터에 갔어요. 이윽고 진짜 물을 꼴똑 퍼담은 물동이에 바가지를 얹어 이고 이쪽으로 걸어왔어요.
“궁바우야, 어서 쏴라!”
궁바우는 활을 들어 묘준했지만 손이 부르르 떨려 쏠 수 없었어요. 어머니를 쏠가봐 겁났기 때문이죠.
“어서 쏴! 물동이 우의 바가지를 맞히지 못하면 영영 아버지 원쑤를 갚으러 가지 못할줄 알아라!”
궁바우는 마지못해 활을 들었어요. 그는 왼쪽 눈을 지긋이 감고 물동이 우에서 찰랑거리는 바가지를 뚫어지게 쏘아보았어요. 물동이 아래 웃는 어머니 상냥한 얼굴도 보였어요. 또 손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그렇게 떠는 새면 진작 호랑이한테 물려 죽겠다. 어머니를 보지 말고 바가지만 보고 쏴라!”
그제야 궁바우는 바가지만 뚫어지게 쏘아보았어요. 찰랑거리는 바가지가 물항아리만큼 보였어요. 바가지 주위에 나비가 하늘하늘 춤추며 날아예는 것도 보였어요. 궁바우는 이를 옥물었어요.
씽-
깍지를 떼자 화살이 날아가 어머니가 인 물동이 우에서 찰랑거리던 바가지를 꿰뚫어 박산냈어요.
물동이 물이 튕겨 어머니 얼굴과 몸에 물벼락을 안겼어요.
어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동이를 인채 다가오면서 여간 기뻐하지 않았어요.
“장하다! 우리 궁바우. 우리 가문에 또 명사수 탄생했구나.”
어머니는 물동이를 내려놓고 궁바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나서 어깨를 꼭 껴안고 의미심장하게 말했어요.
“얘, 궁바우야, 명심해라. 호랑이에게 물리워도 정신을 올똘하게 차리면 살 수 있다. 호랑이 꼬리는 놓치지 말아야 살아.”
“네, 어머니, 꼭 명심하겠어요.”
이튿날 궁바우는 활을 메고 아버지 원쑤를 갚으려고 산중 대왕 호랑이를 찾아 떠나게 됐어요.
어머니는 품 속에서 시퍼런 비수를 하나 꺼내 주었어요.
“얘야, 이건 아버지 남긴 비수야. 꼭 아버지 원쑤를 갚고 돌아오너라.”
“예, 어머니. 꼭 살아서 돌아와 어머니께 효성하면서 행복하게 살겠어요.”
궁바우는 말을 마치자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와 헤여져 산 속 수림으로 들어갔어요.
해가 꼴깍 넘어가자 여기저기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난생 처음 수림 속에 들어온 궁바우는 질겁했어요.
한참후 호랑이무리가 나타났어요. 호랑이들은 마을에 내려가 돼지며 염소며 망아지랑 물고 수림 속으로 돌아오고 있었어요.
처음 수림 속에서 그렇게 많은 호랑이를 보는 순간 궁바우는 질겁해 바들바들 떨기만 했어요.
그때 어머니 말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어요.
“얘야,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올똘하게 차리면 살 수 있어.”
그제야 정신을 바짝 차린 궁바우는 활을 꺼내 호랑이를 묘준해 한대 쏘았어요.
씽- 날아간 화살은 수림 속에서 얼른거리던 퍼러스름한 불똥에 꽂혔어요.
“아이구! 엄마!”
새끼호랑이가 아우성쳤어요.
산중 대왕 호랑이는 새끼호랑이 눈에 박힌 화살을 빼면서 중얼거렸어요.
“아니, 이 야심한 밤에 웬 놈이 활을 쏴?!”
산중 대왕 호랑이는 두리번거리더니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 활을 쏘려는 궁바우를 발견했어요.
“저 놈새낄 잡아오너라.”
“옛!”
새끼호랑이 두마리나 눈에 뻘건 불을 켜고 덮쳐왔어요.
궁바우는 얼른거리는 퍼런 불들을 겨눠 단번에 화살 두대나 쏘았어요.
“아이쿠!”
“눈이야!”
“엄마, 날 살려주오!”
“아니, 저 놈, 명사수로구나.”
산중 대왕 호랑이는 질겁해 굴로 도망쳐 들어가려고 했어요.
“호랑이 꼬리는 놓치지 말아야 살아.”
또 어머니 목소리가 울려퍼졌어요.
궁바우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산중 대왕 호랑이 꼬리를 꽉 잡고 뒤로 당겼어요. 산중 대왕 호랑이는 얼룩덜룩한 꼬리를 휘저으면서 굴 안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다 썼어요.
뒤에서는 숱한 호랑이 새끼들이 몰려 왔어요. 그러나 궁바우는 그 꼬리를 놓치면 죽을가봐 단단히 잡고 뒤로 뻗쳤어요. 어찌나 세게 뻗쳤는지 호랑이 꼬리 껍질이 쭉 뻣겨졌어요. 궁바우의 발이 흙 속으로 마구 빠져들어갈 지경이였어요.
산중 대왕 호랑이는 음흉하게 몸을 홱 돌려 대문짝 같은 아가리를 쩍 벌려 궁바우를 꿀꺽 삼켜버렸어요.
궁바우는 한참 시꺼먼 굴로 들어가더니 둥글넙쩍한 방 같은데 퉁 떨어졌어요.
구린내를 무릅쓰고 눈을 부비고 보니 이게 웬 일인가요?
아, 글쎄 호랑이 배 속에 들어가 갇힌 것이 아니겠어요.
호랑이 배 천정에는 뻘건 간이 디룽디룽 걸려 있었는가 하면, 가마뚜껑만한 심장이 풀떡풀떡 뛰고 있지 않겠어요.
궁바우는 배고픈지라 허리춤에서 어머니가 준 시퍼런 비수를 뽑아 먼저 커다란 령지초처럼 생긴 간을 썩뚝 베내 씹었어요. 쫄깃쫄깃한 것이 아주 맛있어요.
“아이구, 너희들이 무슨 놈의 독종을 잡아다 어미한테 먹였느냐? 간이 왜 이렇게 아프냐?”
작은 호랑이들은 속으로 코방귀를 뀌였어요.
‘흥! 혼자 돼지처럼 먹더니. 우릴 탓하긴.’
“아이구, 간이야!”
산중 대왕 호랑이는 간이 너무 아파 굴 밖에 뛰쳐나가 배를 끌어안고 땔땔 구을었어요.
그는 새끼들을 무섭게 쏘아보면서 고함쳤어요.
“얼른 가서 간에 좋은 약초를 캐 오너라! 아이구, 간이야!”
그러나 새끼들은 엉거주춤 멈춰선 채 두덜거렸어요.
“사냥군을 통채로 삼켜서 그런데. 어데 가서 불시에 약초를 캐온다고 그래요?”
“뭐라고 이놈들, 다 죽어봐라!”
산중 대왕 호랑이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올라 새끼호랑이들을 마구 물어죽였어요.
궁바우는 산중 대왕 호랑이 배속에서 이번에는 비수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도려냈어요.
산중 대왕 호랑이는 “앗!” 비명 한마디 지르더니 푹 쓰러져 죽고 말았지요.
궁바우는 비수로 호랑이 배를 가르고 또 가르고 나중에 머리부터 밖으로 쏙 빠져나왔어요.
어두운 수림 속에는 산중 대왕 호랑이한테 물려 죽은 숱한 새끼호랑이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어요.
아버지를 살해한 산중 대왕 호랑이는 씨뻘건 혀를 가로 물고 쓸러져 있었어요.
궁바우는 산중 대왕 호랑이를 쏘아보면서 중얼거렸어요.
“어머니, 어머니 말씀이 천만지당해요.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올똘하게 차리니 살아서’ 끝내 아버지 원쑤를 갚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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