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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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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함박꽃 김장혁
2021년 12월 25일 10시 33분  조회:942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동화
                                                 
                함박꽃

                                 
                                 김장혁



    어느날 바다가 외딴 어민가에서 소녀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들렸어요.
    칠성이 이 마을을 지나가다가 소녀의 울음소리를 따라 찾아가보니 한 소녀가 어머니한테 안겨 섧게 울고 있지 않겠어요.
칠성이 다가가서 사연을 물었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이런 기막힌 사연을 말했어요. 이제 래일면 귀여운 딸을 가마에  앉혀 마을 북망산에 있는 산신당 신령에게 바칠 차례가 됐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산신당 신령한테 가져간 딸애들이 살아돌아온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어요.
“왜 딸애를 산신당에 메가는가요?”
“3년에 한번씩 산신당에 이 마을에서 제일 고운 딸애를 바쳐야 이 마을이 태평무사하다고 하오.”
“오- 그런 일이였구만요.”
칠성은 량미간을 쪼프렸어요.
“근심하지 말아요. 내 구해줄테니깐요.”
그는 모녀한테 이리이리 하자고 했어요.
모녀간은 칠성의 말을 듣고 눈물을 닦더니 머리를 끄덕였어요.
이튿날 마을 사람들은 가마를 메고 이 집에 찾아와 곱게 차려입은 딸을 가마에 실어 허기영차허기영차 하며 산신당에 메갔어요.
그들은 산신당에 딸을 가마에서 부리워놓고 주먹만큼한 자물쇠까지 덜컥 채워놓았어요.
그런데 산신당 안에 들어간 건 이 집 딸이 아니라 칠성이였지요.
밤이 깊어가자 바깥에서 음산한 바람이 불어치면서 기와장이 마구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칠성은 비수를 뽑아 들고 천정을 쏘아보았어요.
어둠 속에서 기와장이 번져지는 소리와 함께 뭔가 육중한 놈이 기둥을 타고 스르르 기여내려왔어요.
“허허. 또 예쁜 아가씨를 잡아먹게 됐군. 쩝쩝쩝.”
그 놈은 혀까지 쩝쩝 다셨어요.
“이크!”
칠성은 어둠 속을 헤집고 찬찬히 그 놈을 여겨보았어요.
아니, 그 얼룩덜룩한 놈은 네발 가진 커다란 황룡이 아니겠어요.
호랑이에게 물리워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고 칠성은 도정신해 그 놈이 슬슬 기여오기를 기다렸어요.
그 놈이 대문짝 같은 아가리를 쩍 벌리는 순간, 칠성은 시퍼런 비수로 아가리 밑을 푹푹 찔르고 가로 세로 마구 베버렸어요.
그 놈 황룡은 목에 칼을 맞고도 몸뚱이로 똬리를 틀면서 칠성의 몸을 숨이 막히게 조였어요. 그 바람에 칠성은 그만 정신을 잃고 까무러치고 말았지요.
사흩날 이른 아침, 마을 사람들은 산신당의 신령한테서 딸애가 살아 남았는가고 자물쇠를 열고 들여다보았어요.
아니, 저게 뭔가요?
산신당에 네발 가진 커다란 황룡이 피못에 쓰러져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황룡이 튼 똬리 속에 낯 모를 소년이 까무러친 채 누워 있지 않겠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이제껏 모신 신령이라는 놈이 황룡이였다는 것을 알고 잘못을 깨닫게 됐어요.
그들은 마을의 철천지 원쑤 황룡을 잡은 영웅 칠성을 흔들어깨워 가마에 모시고 마을로 돌아왔어요.
칠성은 모녀의 부름과 울음 소리에 점심 때에야 간신히 깨났어요.
어머니는 딸애를 구한 칠성을 구명은인이라고 자기 집에서 함께 살자고 했어요.
그러나 칠성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황룡을 잡았다고 시름놓을 순 없어요. 이제 먼 바다에서 흑룡이 자기 짝을 잃었다고 원쑤 갚으러 올 겁니다. 그 놈마저 잡아치워야 이 마을에서 무사히 살 수 있어요.”
말을 마치자 칠성은 비수를 품고 흑룡을 잡으러 먼바다로 떠나려고 하였어요.
그때 소녀는 고방에 들어가 박씨를 하나 꺼내 칠성에게 주었어요.
“오빠, 이 박씨를 가지고 가요. 저의 성은 함씨이고 이름은 박꽃이예요. 이 박씨를 보면 저를 본 거나 같은데요. 이 박씨가 꼭 도움을 줄 거예요. 오빠, 꼭 살아서 돌아와 우리 모녀와 함께 살자요.”
칠성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고마워.”
뒤이어 그는 허리춤에서 칠성비수를 꺼내 박꽃에게 주었어요.
“이 비수를 보면 내가 살았는가 죽었는가 알 수 있어. 내가 살았으면 비수가 반짝반짝 빛나고 내가 죽었으면 비수가 시꺼멓게 빛이 죽어.”
박꽃은 칠성비수를 받아쥐고 마을 뒤산 꼭대기로 올라가 멀어져가는 칠성을 바래였어요. 칠성비수를 보니 서슬푸른 칼날에서 빛이 반짝이였어요. 그러자 박꽃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였어요.
한편 칠성은 흑룡을 찾아 쪽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갔어요.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구름 속에서 시꺼만 흑룡이 나타났어요.
“죄꼬만 놈아, 감히 내 안해 황룡을 죽여?! 오늘 원쑤를 갚겠다.”
흑룡이 휙 날아지나가면서 네발로 쪽배를 건뜩 들어 파도치는 바다에 꽝 메쳤어요.
순간 쪽배는 산산히 부서지고 칠성은 깊은 파도 속에 종적을 감췄어요.
그때 뒤산 산꼭대기에서 비수를 뚫어지게 보던 박꽃은 절망에 빠졌어요. 비수가 빛을 잃고 시꺼멓게 번지지 않았겠어요.
“박씨를 써요. 오빠!”
그러나 칠성비수는 의연히 시꺼먼 채 반짝반짝 빛나지 못하였어요.
박꽃은 빛 잃은 칠성비수를 매만지다가 먼 바다를 보고 중얼거렸어요.
“오빠가 돌아오지 못하면 내 혼자 어떻게 살겠어요.”
박꽃은 가슴에 칠성비수를 푹 찔렀어요. 그의 하얀 저고리에서는 빨간 피가 즐벅이 슴배여나왔어요.
한편 흑룡에게 당해 바다물에 갈아앉던 칠성은 갑자기 “박씨를 써요. 오빠!” 하는 박꽃의 소리가 귀전을 때렸어요.
정신을 바짝 차린 칠성은 호주머니에서 박씨를 꺼냈어요. 순간 박씨가 글쎄 쭉쭉 늘어나 커다란 쪽배로 되지 않겠어요.
칠성은 제꺽 그 박씨쪽배에 올라 탔어요.
흑룡은 칠성을 바다물에 처박아 원쑤를 갚았다고 생각하고 교만하게 바다물에서 흐느적흐느적 물장구를 치면서 장난치고 있었어요.
칠성은 쪽배를 저어 흑룡의 뒤로 접근해갔어요. 그는 흑룡이 대가리를 물 우에 내밀며 돌아서려는 순간 비수로 눈깔을 푹 찔렀어요.
“앗!”
흑룡이 눈통을 싸쥐고 땔땔 구을었어요. 바다물방이 허연 눈사태처럼 무너지면서 사처로 튕겼어요. 그때 칠성은 흑룡을 가로타고 앉아 련속 흑룡의 목에 칼질했어요.
흑룡은 바다물에서 마구 요동치며 먼 바다로 달아나려고 했어요. 칠성이 비수로 흑룡의 배때기에 칼을 대고 쭉 그으면서 밑으로 빠져나갔어요. 흑룡의 배때기가 쩍 갈라지면서 더러운 밸이 뻘건 피와 함께 바다물에 흘러내렸어요.
흑룡을 잡은 칠성은 박꽃이 기다릴 것 같아 박씨쪽배에 올라 부랴부랴 바다가로 저어갔어요.
그가 마을 뒤산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였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박꽃은 가슴에 비수를 박은 채 피못 속에 쓰러져 있지 않겠어요.
“박꽃아! 이게 웬 일이냐?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흑흑, 이게 무슨 짓이냐?”
칠성은 박꽃이 없이 혼자 살기 싫었어요. 절망에 빠진 칠성은 박꽃을 부르며 비수로 목숨을 끊었어요.
딸과 칠성을 찾아헤매던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은 마을 뒤산 꼭대기에서 피못 속에 쓰러져 있는 그들 둘을 찾아냈어요. 그들은 칠성과 박꽃을 뒤산 양지바른 둔덕에 묻어주었어요.
        이듬해 봄부터 그들의 무덤에서 그들의 피를 머금은 듯한 꽃이, 이파리가 큼직큼직한 연분홍 꽃이 피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칠성과 박꽃의 혼이 그들의 피를 머금고 그 고운 꽃으로 피여났다고 하면서 그 꽃의 이름을 함박꽃이라고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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