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생사를 가로탄 절벽
문걸은 등산을 갔다가 이상하게 잔등에 춘희를 업고 바위 틈에 손가락을 박으며 먹칠한 듯한 하늘에 눌려 있는 절벽을 아득바득 바라오르고 있었다.
꽈르릉 꽝! 꽝!
갑자기 불뱀이 절벽허리를 툭 치며 우뢰가 절벽을 들었다 놓았다. 광풍이 휙 휘몰아치며 춘희를 휘감아 절벽 아래로 내동댕이쳤다.
“춘희!”
“춘희!”
그때 춘희는 먹장구름 속에 휘말려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귀전에 춘희의 부드러운 대답소리가 똑똑히 들릴 뿐이다.
“어서 일어나세요. 춘희, 여기 있어요.”
“뭐지?”
문걸은 눈을 천천히 떴다. 눈에는 먹장구름은 어데로 사라지고 사위가 온통 새하얗게 안겨왔다. 흐리터분한 눈에 하얀 옷을 입은 걀죽한 얼굴이 자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끝내 깨났군요.”
문걸의 입술이 옴지작거렸다. 그러자 춘희의사가 그의 입가에 귀를 가져갔다.
“춘, 춘희는?”
“꿈을 꾸셨나 봐요.”
그제야 문걸은 안도의 숨을 후- 내쉬더니 또 눈을 감았다.
한참 후 문걸의 귀전에는 영희와 군철이 주고 받는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 핸드폰을 봐라. 춘희라는 녀자 누군데. 맨날 숱한 위쳇 대화를 했다. 앓는 사이는 좀 즘즉하더니 오늘부터 또 메시지를 보냈잖아.”
“뭐?”
군철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이런 구절이 떠 있지 않겠는가.
왜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 용기는 없어요. 힘내세요. 당신의 곁에는 항상 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빨리 일어나세요.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저와 함께 등산하자요. 이제 봄이 오면 장백산 원시림에 가서 미인송 밑에서 저한테 초상화를 그려주겠다 해놓고 잊으셨나요?
“호호호. 아주 죽자살자하는 사이 아니고 뭐냐? 어떤 년인지, 낯짝도 내밀지 않으면서 죽어가는 나그네를 아직도 유혹해? 아이, 참, 원.”
군철은 아버지 머리가에 핸드폰을 놔주고 어머니한테 눈을 흘겼다.
“엄마, 왜 항상 아버지를 의심합니까? 위쳇 메시지 온게 무슨 죄라고 의심하면서. 흥, 참. 엄마도 한심합니다. 어쩜 생명이 경각을 다투는 아버지를 앞에 놓고. 쯧쯧.”
그러건 말건 영희는 또 핸드폰을 주어들고 들여다보았다.
“이건 또 뭐냐? ‘서울 국제인체화전시회 요청서’? 에이구, 모두 정신 있니? 사람이 다 죽어가는데 문안은커녕 무슨 전시회?”
그 말에 숨을 죽이고 듣던 문걸은 저도 몰래 앓음소리를 냈다.
이쪽으로 발자욱소리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대장종양인지 뭔지 병리분석결과 나왔다더냐?”
“쉿- 아버지 듣겠습니다.”
발자욱소리들 한쪽 구석으로 멀어진다. 드디여 군철의 나직한 말소리 들린다.
“암이랍디다.”
“암이라고? 아이고, 이걸 어쩌냐?”
“왜 소리칩니까?”
“내 손주 셋이나 봐야는데. 누가 림종간호를 하겠느냐?”
“어머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버지 몇달이라도 더 사는게 그리 싫습니까? 어디 봅시다. 엄마라고 앓을 때 없겠습니까?”
“얘, 엄마 쓰러질 지경으로 밤낮 너네 오누이 애 셋이나 봐줬건만 어째 엄마 살편은 꼬물만치도 생각하지 않느냐? 아이고, 어떻게 살겠느냐?”
문걸은 똑똑히 다 들었다. 눈을 살며시 뜨고 살펴보니 다행히 춘희의사와 간병원은 없는 것 같았다.
순간 문걸은 천길나락으로 떨어져내려가는 감이 들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눈 앞이 캄캄해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아, 어떻게 돼 죽지 못하고 또 살아났을가. 저 듣기 싫은 소릴 듣자고 또 살아났어?)
문걸의 눈언저리에는 저도 몰래 쓰라린 눈물이 고였다가 주르르 흘러 볼을 타고 귀 밑으로 흘러내려갔다.
영희는 간병원이 들어오자 문걸의 핸드폰을 쳐들고 물었다.
“혹시 춘희라고 불러요?”
“아니예요. 전 만금이라고 불러요.”
“고향 어딘가요?”
“왕청 시골 농촌마을에서 살아요.”
“네, 간병비를 미리 후하게 줄테니깐요. 잘 부탁해요.”
“예, 알았습니다.”
영희는 나그네 핸드폰을 꾹꾹 눌러 위쳇으로 만금한테 송금했다.
군철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어머니, 어제 아빠가 짧은 생각하고 글쎄 링겔관을 끊어버려 출혈이 심했습니다. 급히 수혈해야는데 혈장이 없어서 혼났어요. 다행히 녀의사가 글쎄 자기 피를 뽑아 수혈했기에 아버지를 구해냈습니다.”
“뭐라고? 녀의사 참 대단하구나.”
그때 문 여닫는 소리가 나더니 춘희의사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렸다.
“환자의 안해인가요?”
“예, 그래요. 어제 수혈해줘 감사해요. 이건 감사빈데요. 받으세요.”
“아닙니다. 환자 생명을 구하는 건 우리 직책인데요. 사례비는 그만두세요.”
“아니, 그래도 어찌 은혜에 보답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이건 절대 받지 못합니다. 환자 정서가 온정될 때까지 환자를 명심해 잘 간호해주세요. 대장암이지만요. 레이자빛수술로 종양을 수술해 버리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어요. 기적적으로 완쾌될 수도 있어요. 수술하는데 동의되면 여기에 서명해요.”
“이제 수술해 뭘 하겠어요? 오히려 수술을 하면 인차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도 있던데요. 황차 자꾸 자해하는 사람을 고통스레 수술까지… 흐흑, 흑흑.”
(오, 춘희의사!)
문걸은 자기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영희가 울고 있어?)
드디여 그는 눈을 살며시 뜨고 병실을 두리번거렸다. 산소호흡기에 막혀 왼눈으로 밖에 살필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보였다. 영희가 문선에 기대 어깨를 들먹이고 있지 않겠는가.
(자꾸 갈라지자더니. 관건적인 시각엔 그래도 조강지처? 등산대 춘희는 왜 소식이 없을가?)
그는 무심결에 침대 우에 놓인 핸드폰에 눈길이 갔다. 주어들고 보니 놀랍게도 춘희가 위쳇으로 사진 몇장 보내지 않았겠는가.
미인송을 배경으로 찍은 춘희 사진, 그 사진은 장백산 원시림에 등산 가서 자기가 찍어준 사진이 아닌가. 꽃다지옷을 입힌 큼직한 커피색개를 안고 찍은 사진도 있었다. 개는 보선까지 신은 두발을 춘희 허벅다리에 올려놓고 퍼더버리고 앉아 혀를 한발이나 내밀고 춘희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날 따라 순박한 춘희 걀죽한 얼굴은 더 예뻐보였다. 커피색머리아래 예지로 빛나는 어글어글한 쌍까풀 눈, 상큼한 코…
(얼마나 순박하고 사랑스러운 녀인인가. 춘희한테 장백산 원시림에 가서 미인송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말빚을 지지 않았던가.)
춘희는 모델은 아니였다. 하지만 순박하고 예지로 빛나는 그 쌍까풀눈은 문걸의 혼을 몽땅 빼앗아다가 빠뜨리는 매력적인 눈이였다.
핸드폰에는 서울 인체화전시회 요청서도 들어와 있지 않겠는가.
순간 문걸은 삶의 의욕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의사의 피를 내 몸에서 헛되히 죽게 할 순 없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라도 서울 국제인체화전시회에 참가해야지.)
진짜 반전이 일어났다.
“간병원.”
만금은 황급히 침대 옆에 다가갔다.
“아버지!”
군철이 아버지를 부르며 다가갔다.
영희도 다가가 물었다.
“깨났군요. 무슨 분부가 있는가요?”
“의, 의사를.”
“네. 곧 불러오죠.”
영희가 침대머리 별을 누르자 춘희의사와 간호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춘희의사는 다가와 혈압부터 검사했다.
문걸은 나직이 말했다.
“의, 의사, 수, 수술 하, 합시다.”
“네, 알았어요. 레이자수술은 옛날 수술칼로 하는 수술과 달리 안전해요. 이제 건강정황을 봐가며 수술날자를 정하지요.”
드디여 간호원이 수술계약서를 들고 달려왔다.
문걸은 백지장 같은 손으로 간신히 수술계약서에 서명했다.
순간 그는 병실 창문에 비껴드는 해살마저 가슴에 비껴드는 한가닥의 희망의 빛으로 여겨졌다. 따사로운 해살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이제 저 해살을 몇번이나 볼 수 있을가?)
문걸은 막연한 생각에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영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해 쌍까풀눈이 다 데꾼해졌다. 몇번이고 죽겠다고 자해하던 남편이 며칠이라도 더 살겠다는 걸 말릴 수는 없었다.
순간 그녀는 자기와 함께 그림을 그려 팔려고 동분서주하며 버둑질하던 남편이 불쌍해났다. 하여 남편의 손을 잡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이윽고 그녀는 아들과 함께 천천히 남편의 속내복을 벗기고 따뜻한 물에 하신을 말끔히 닦아주었다. 부부는 하루 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필경 30여년이나 함께 살며 아들딸을 낳고 손주 셋이나 본 부부가 아닌가. 6. 명모델
영희는 흐리터분한 하늘에서 무너져내리는 함박눈을 밟으며 화실에 발길을 돌렸다.
그 화실은 그녀 부부의 꿈과 인생흔적이 살아숨쉬는 요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화실에서 한 야망의 화가와 녀무용수모델은 하나 또 하나의 현대무용의 조형예술과 미술로 예술의 극치를 창작해나갔다. 이 화실에서 열련으로 사랑의 혼을 달구었고 용암 같은 사랑의 결실- 오누이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영희는 화실 병풍 앞에 누운 하얀 침대에 편 하얀 침대보를 손으로 살살 어루쓸었다. 그 침대에서 베일에 가린 인체화를 마음껏 그리라고 그녀가, 처녀무용수가 20여년 해빛도 보이지 않던 청춘의 육체와 혼을 다 바치지 않았던가.
널다란 화실 복판에는 아직도 고급촬영기가 긴 렌즈를 빼들고 서 있었고 벽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도 민망한 미녀들의 라체화가 줄느런히 걸려 있었다.
실 한오리 걸치지 않고 침대 우에 모로 누워있는 처녀의 라체화, 강변에서 한쪽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물동이를 어깨우로 들어 우유빛 몸에 물을 끼얹는 처녀의 라체화, 백설처럼 하얀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면서 쏘파에 엎드려 있는 라체처녀…
미녀들의 라체화는 살아 움직이는 처녀들과 흡사해 보기도 끔찍했다. 영희는 침대에 누워 있는 쌍까풀 녀성의 몸에 눈길을 멈췄다.
문걸은 특별히 쌍까풀눈 녀성을 보기만 하면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넋을 잃고 뚫어지게 바라보군 하였다. 돈을 주든지 어떤 수를 쓰든지 쌍까풀눈 녀성을 이 화실에 끌어들여 라체화를 그리고야 말군 하였다.
영희가 정호와 순정의 소개로 문걸을 만난지 얼마 안됐을 때에도 그녀를 여기 데리고 왔었다.
문걸은 실눈을 가슴츠레 뜨고 영희를 바라보면서 두툼한 입술을 뗐다.
“그림 한장 그려줄가?”
영희는 수줍음을 타면서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아니, 전 모델도 아닌데요.”
문걸은 열변을 토했다.
“모델 이상인데요. 무대에서 독무를 추는 아름다운 모습은 여러번 보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깐. 더 예쁘오.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라던가, 상큼한 코라던가. 진짜 우리 조선민족의 전통적인 녀성미가 다분한 미녀요.”
“어마나, 기장밥을 해드려야겠네요.”
“기장밥은 뒀다 먹고 그림이나 그릴가?”
“고마워요.”
그날엔 화실의 한복을 입고 장고춤을 추는 영희의 예쁜 모습을 그렸다.
“아니, 진짜 재간 있는데요. 실물보다 퍽 곱게 그렸군요.”
영희의 말에 정호가 중얼거렸다.
“그림은 실물보다 못하오. 동무는 원래 무용수인데다가 개방형 성격이니까. 아무 모델을 서도 전통미에 섹시미가 돋보일 거 같소. 아니, 진선미가 빛발치오.”
잔뜩 춰주는 미사려구에 영희는 가슴이 설레였다.
문걸은 영희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열변을 토했다.
“무용과 미술은 다 예술이요. 우린 예술로 공통점이 많소. 내 하라는대로 모델로 서주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그림을 그릴 거 같소. 저는 세계 명모델로 될 진선미아가씨요. 저를 보는 순간 막 미술령감이 떠오르오.”
영희는 쑥스러워 인차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련애인지? 모델초빙인지? 모델과 화가의 만남인지? 원, 참.)
몇달 동안 열련을 하던 어느날 영희는 또 문걸의 요청에 의해 화실에서 만났다.
영희는 라체화들에 매혹돼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문걸은 가슴츠레한 실눈을 크게 뜨면서 한껏 열변을 토하기 시작하였다.
“미술도 지고무상의 예술이요. 무용예술을 사랑하는 영희는 리해하리라 믿소. 세계를 들썽하는 명모델아가씨로 떠오르자면 예술을 위한 희생정신이 필요하오.”
영희는 쑥스러워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이번엔 어떤 예술적인 구상을 했는가요? 시키는대로 할테니까요.”
용기를 얻은 문걸은 대담히 자기 착상을 내놓았다.
“요즘 아주 엉뚱하고 멋들어진 착상을 했소. 제목은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이요. 어떻소?”
“우-와- 참 멋진데요.”
“영희는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는 아름다운 장미꽃이오. 이 주제를 예술적인 극치로 승화시키려면 침대에 누운 옥기둥 같은 처녀의 몸에 타오르는 불길을 그려야 한단 말이요.”
“어마나!”
영희는 대뜸 두 손으로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가리였다.
“영희는 세계미스로, 명미녀모델로 떠오를 수 있소. 그 길이 어디 그리 쉬운가 하오? 예술을 위한 헌신정신이 필요하단 말이오.”
문걸은 영희의 팔을 끼고 병풍 앞에 놓인 침대로 걸어가면서 열변을 토했다.
문걸은 영희를 침대에 앉혀놓고 계속 세치 혀끝을 날름거렸다.
“영희, 큰 마음 먹소. 예술의 극치를 위해 헌신할 때 됐소.”
영희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더니 섬섬옥수로 침대보를 만지작거렸다.
“우린 남남이 아니고 련인이 아니고 뭐요? 뭘 주저하오?”
이윽고 영희는 머리를 천천히 들더니 용기를 내 “어떻게 하라는가요?” 하고 물었다.
“아, 아니, 이 조용한 화실에는 영희를 세계미스로 떠오르게 하려는 한 화가와 세계명모델로, 아니, 월드미스로 될 푸른 야망을 품은 영희 밖에 없단 말이요. 용기를 내오.”
영희는 인차 옷을 벗지 않았다.
“한가지 약속해요. 사진과 라체화를 본 지방에 팔거나 걸어선 안돼요.”
“그렇구말구. 남방이나 국외에 가지고 가서 세계명화전시회에 전시하려오.”
그제야 영희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며 끄덕였다.
문걸은 사기가 부쩍 올랐다.
“영희, 옷을 하나, 하나 벗소. 먼저 부동한 각도에서 촬영하겠소. 그 다음에 불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을 그리겠소.”
영희는 큰 마음을 먹고 문걸이 시키는대로 하얀 보를 편 침대에서 베일로 얼굴과 몸을 가리고 천천히 옷을 하나, 하나 벗으면서 멋진 포즈를 취하였다.
먼저 적삼을 벗고 하얀 우유빛 잔등을 내놓았다.
섬괌등이 번쩍!
그녀가 부래지어까지 풀어 네모상자 아래에 스르르 흘려내렸다.
번쩍!
영희는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면서 베일로 가리며 두 손으로 가슴을 안고 돌아앉지 않았다.
베일에 가린 얼굴을 반쯤 드러내며 돌아앉은 순간.
번쩍!
베일에 가린 새하얀 옥기둥 같은 미녀의 우유빛 몸매가 황홀하게 보일락말락하게 나타났다. 문걸은 넋을 잃고 촬영하는 것마저 잃은 채 가슴츠레 한 외까풀 실눈으로 멍해 그녀의 라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적잖은 라체모델을 상대하여 인체화를 그려왔다. 하지만 영희의 몸처럼 예술적으로 잘 다듬어진 매혹적인 처녀의 라체는 처음 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숨을 딱 죽인채 한참이나 실눈을 크게 뜨고 영희의 우유빛살결을 쳐다보고 또 보고 아래우로 훑어보고 또 보면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S라인곡선미가 연분홍 불빛에 빛나고 있었다.
문걸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조용한 화실 안이 터지게 한숨을 후- 몰아쉬였다.
영희가 머리를 모로 돌려 뒤돌아보자 그제야 제정신이 든 문걸은 번쩍, 번쩍 샷타를 눌렀다.
“영희, 돌아서서 두 손을 머리우로 들어올려 맞잡고 허벅다리는 좀 모로 타오. 옳소. 참 매력적이요. 그대로 한 반시간쯤 서 있어야 되겠소.”
뒤이어 문걸은 비디오촬영기 샷타를 눌러놓고 침대에 누은 영희한테 다가가 붓에 노란 칠과 빨간 칠을 묻혀서 하얀 우유빛허벅다리로부터 올리 세차게 타오르는 불길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영희는 부끄럽고 간지러워 허벅다리를 모아 배배 탈면서 두눈을 살풋이 내리감았다. 그러건 말건 문걸은 매우 빠른 솜씨로 그녀의 옥 같은 몸에 활활 타오르는 뻘건 불길을 그려냈다.
문걸은 청춘의 불길이 타오르는 그녀의 몸을 번쩍번쩍 촬영했다.
기실 그쯤 하면 모든 미술과 촬영은 끊난 셈이다. 그러나 문걸은 아닌 보살을 떨었다.
“참, 미흡한데 많은데. 어떻게 빠리세계명화전시회에 내놓는단 말인가?”
머리를 절레절레 젓던 그는 화실 구석에서 물동이를 들고 와서 건넸다.
“이 물동이로 어깨 넘어 물을 붓는 동작을 하오.”
무용수 영희는 인차 를 들어 어깨 넘어 물을 붓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문걸은 붓을 다시 잡고 영희의 알몸에 맑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빨간 불줄기가 타래쳐 오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문걸은 불시에 영희한테 덮치더니 침대 우에 깔아눕혔다…
한참 후에 문걸은 빨간 매화꽃이 꽃핀 침대보를 하늘공중에 높이 펼쳐들고 미친듯이 환성을 질렀다.
“세계명화 탄생! ‘불타오르는 사랑의 불길’! 사랑의 불꽃 세차게 타오른다!”
영희는 갑자기 당한 일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며 구슬피 흐느끼며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었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였다. 그녀는 거기까지는 사상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제 쑤어놓은 죽이 밥이 되랴. 그후 얼마 안돼 영희는 몸이 부러오는 감을 너꼈다. 그녀는 드디어 문걸한테 시집왔다. 아니, 화가네 집에 모델로 들어온 셈이라고나 할가.
여기까지 회상하자 영희의 흐릿한 눈 앞에 벽에 걸린 라체화들이 희미하게 안겨왔다. 침대 우에 모로 누운 처녀, 물동이로 어깨 넘어 알몸에 물을 끼얹는 처녀, 쏘파에 마구 엎드린 라체처녀… 그 속에는 자기도 들어 있었다. 다만 얼굴을 바꿨을뿐...
다른 처녀들도 모두 이 화실에 와서 자기처럼 라체모델이 되고 “예술을 위해 헌신”하였으리라고 생각되자 저으기 격분했다.
이제 만약 문걸이 되살아나면 또 어떤 예쁜 처녀가 색마의 눈에 걸려들어 이 화실에 와서 자기처럼 라체모델이 되고 간음당할지 누가 알랴!
영희의 눈에는 문걸이 더는 명화가 아니라 항상 가슴츠레한 실눈으로 음충하게 처녀들만 노려보는 색마로, 아니, 악마로 보였다. 이젠 그 가슴츠레한 외까풀눈만 봐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실물이 날 정도로 염오스러웠다.
영희는 정신없이 화실 문을 박차고 부랴부랴 도망쳤다.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피눈물의 새하얀 추억으로 마구 쏟아져내렸다. 7. 신비한 그녀
물론 춘희의사의 말에 의하면 수술도 잘 됐다고 하지만 언제 암세포가 퍼져 태평방에 건너갈지 모를 일이였다. 그러나 이상했다. 그럴수록 삶의 의욕이 더 강해졌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었다. 그리하여 문걸의 병세는 놀랍게 호전돼 두달도 안돼 퇴원까지 하였다.
문걸은 자기에게 차례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영희한테 더는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문걸은 아침 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정중히 말했다.
“리혼하기오.”
“네?”
영희는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 살려놓으니 리혼하겠다고? 이제 얼마나 살겠는지도 모를 형편인데. 계속 리혼하자고 해도 거절하더니 광기를 부리긴? 조강지처를 버리고 잘 될 거 같아?)
그러나 입으로는 부드러운 말을 했다.
“여보, 주책 있소? 늘그막에 무슨 리혼인가요?”
“안해는 영원히 남편의 안해이자 련인과 애인으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 최저한도로 늘그막까지 성동반자라도 해주면 내 어찌 조강지처와 리혼하러 가자고 하겠소?”
그러나 문걸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속으로 피눈물과 함께 삼키면서 영희를 끌고 민정국으로 갔다.
(웬 일일가? 그렇게 끈질기게 리혼하자던 영희가 오히려 반대해나서더니? 아마 다 죽어가는 남편을 혹독하게 리혼이란 쓰라린 고통을 맞보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가.)
그러나 문걸이 어찌나 조르는지 영희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지 못해 리혼서에 싸인하였다.
그들은 랭면집에 가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랭면 한그릇씩 눈물에 말아서 먹었다.
문걸은 영희의 어글어글하고 생기 넘치던 쌍까풀눈에 실망을 안겨줘 죄송하였다. 쌍까풀눈 눈귀에 잔주름이 늘고 귀밑에 흰 머리카락이 드리운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문걸은 랭면집 문을 나서자 흐리멍텅한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젠 진짜 졸혼이구만.”
(졸혼?)
영희는 이상해 멍해 쳐다보았다.
문걸은 영희를 돌아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결혼생활 영영 졸업했소. 모든 시름 활 놓고 제 갈길을 가기오. 저는 사교무교수와 재혼해 마작을 떵떵 놀고 춤이나 실컷 추며 즐겁게 사오.”
문걸은 외까풀눈귀에 랭소를 흘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쥉쥉 가버렸다.
영희는 상해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핸드폰을 들어 문걸한테 이런 메시지를 보내려고 썼다.
젊고 섹시한 미녀모델을 얻어 인체화도 마음껏 그리고 새 사랑도 실컷 맛보세요. 호랑이 같은 40대녀성이랑. ㅎㅎㅎ. 당신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리혼 뿐이겠어요? 뭐든 참고 감내할 수 있어요. 아이 셋을 가진 할망구가 사랑이 뭐고 재혼이 뭔가요? 걔들을 다 키우고 나면 죽을 날이 닥쳐오는게 황혼비극인데요…
그러나 그녀는 인차 도리머리를 저으며 지워버렸다.
기실 문걸도 복잡한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영희한테 더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리혼하지 못해 발광하는 영희 소원을 꺼주고 싶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강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문걸은 달랑 화실만 갖고 집에서 나왔다. 그 화실은 그가 미술대학생 시절부터 세를 맡은 것이였다. 그 화실은 그의 예술생명의 요람이나 다름없었다. 설령 육체 생명은 다한다 해도 화가로서의 예술생명은 자기 인체화예술작품과 함께 영생한다고 생각되였던 것이다.
그는 리혼하자 아주 홀가분한 감이 들었다. 이젠 가마를 긁듯이 아츠런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인체화를 그린다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몰랐다. 내심으로는 점점 새 세상이 열리는 감이 들었다.
원래 건축설계가 그의 주업이였고 그림그리기는 과외애호였지만 퇴직한 후에는 달랐다. 단위에서 건축설계 때문에 시끄럽게 찾지 않아 거의 날마다 화실에 붙박혀 자기 하고 싶은 그림그리기를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그는 먼저 어떻게 국제인체화전시회에 전시할 인체화를 어떻게 그릴가고 골몰하였다. 미녀모델들이 거진 출국한 형편에서 이전의 모델들을 두루 상상하며 새로운 착상을 해보았다. 이젠 외까풀눈을 가진 미녀모델들을 상상만 해도 권태감이 들었다. 하여 이젠 외까풀눈 미녀들을 그리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구상해도 좀처럼 령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건강상황 괜찮은가요? 갓 수술하고 나서 끼니를 대충 에따우지 마세요. 채랑 제때에 해 잡수세요. 묵은 채나 밥을 절대 잡숫지 말아요. 뜬 쌀도 잡숫지 마세요. 원래 위장이 좋지 않은데요. 또 염증이 올 수 있어요. 좋기는 가정보모를 두세요. 교수급설계사니깐요. 그만한 소비야 담당할 수 있겠지요.
춘희는 때때로 위쳇으로 문자병문안도 보내왔다.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어떻게 죄다 알지? 얼굴은 내밀지 않고 문자병문안만 자꾸 하다니. 참.)
문걸은 춘희 충고를 듣고 입원했을 때 간병원 만금을 가정보모로 썼다. 이제 얼마 살겠는지 모를 판에 편안히 살고 볼 판이였다. 만금이 어찌나 세간살이를 기름이 돌게 하는지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문걸이 식사할 때 슬며시 물어보았더니, 만금은 남편과 사별하고 애 둘이나 본가집 엄마한테 맡겨놓고 가정보모를 하러 왔다고 했다.
“몇짐 안되는 밭을 믿고서야 어떻게 살아요?”
“어째 출국하지 않았소?”
“무릎관절병이 심한 로모한테 애 둘이나 떼놓고 출국하기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이렇게 보모질하면 자주 찾아가 볼 수 있어 시름 좀 놓여요.”
(헤이, 모두 각골하게 사는구나.)
문걸은 쏘파에 앉아 외까풀눈을 가슴츠레 뜨고 손걸레로 구들을 닦으며 흔들어대는 만금의 펑퍼짐한 뒤태를 훔쳐보면서 불현듯 잠재욕구가 꿋꿋이 머리를 쳐드는 감을 느꼈다.
(고분고분 순종만 하는 저 만금을 데리고 살면 어떨가? 농촌녀자지만 순박하고 진정이지. 중요한 건 40대 중반 한창 나이여서 나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금은 보모비 받고 마지못해 순종할 뿐이야. 정작 정실부인으로 되면 어느 녀자 잔소리 없겠는가.)
어느 일요일, 급촉한 전화벨소리 울렸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춘희 전화였다.
“등산하러 가지 않겠어요?”
문걸은 창 밖을 피뜩 내다보았다.
“눈이 올 것 같구만.”
“그럼 노래방에나 갈가요?”
“글쎄, 별 일도 없는데. 그럼 이전에 갔던 노래방에 가기요.”
그들은 단둘이 노래방에서 만났다. 다시는 보고 죽을 것 같지 않던 춘희를 보는 순간 재생의 기쁨을 느꼈다.
빨간 등산복을 입은 춘희는 굽실굽실한 커피색머리를 버릇처럼 어깨 넘어 쓸어넘기며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으로 문걸의 아래우를 훑어보며 인사했다.
“아니, 이게 몇달만인가요? 몸은 괜찮은가요? 문안하러 가지 못해 미안해요.”
문걸은 춘희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다시 보기만 해도 기쁘오.”
문걸은 쏘파에 나란히 앉아 노래를 선택하면서 아무리 뜯어봐도 별로 김춘희의사 같은 감을 육감적으로 느꼈다. 목소리도 딱 춘희 목소리 같았다. 다만 쌍까풀눈만은 확실히 달랐다.
춘희는 이상해 “왜 그리 자꾸 쳐다만 봐요? 노래나 부르세요.” 하고 마이크를 건넸다.
“제 어째 딱 내 입원했던 병원의 담당의사 같아서 그러오.”
“어마나!”
춘희는 쌍까풀눈을 곱게 흘겼다.
“세상에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그래요. 자, 노래나 즐겁게 부릅시다.”
오색령롱한 불빛이 깜빡이며 돌아가고 은은한 음악이 흘렀다.
문걸은 춘희한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 이전에 장백산에 등산갔을 때 부른 노래 ‘찰랑찰랑’ 참 듣기 좋았소. 그 노래 부르오.”
“어마나, 그래요?”
춘희는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찰랑찰랑 찰랑 대네
잔에 담긴 위스키처럼
그 모습이 찰랑대네
사랑이란 한잔 술이런가
춘희가 마이크를 넘겨주자 문걸이 그 뒤를 불렀다.
오- 그대는 나를 취하게 하는 사람
가까이에서 이 마음을 자꾸 흔들었어
촉촉이 젖은 눈빛 하나로
이 마음을 적셔주었어
…
그들은 노래로 무언의 애틋한 감정을 주고 받았다. 즐거운 노래소리는 한곡 또 한곡 이어졌다. 세상 행복을 독차지한듯한 격정과 함께 안고 빙글빙글 돌아갔다. 모든 스트레스, 짜증, 잔소리, 고민이 산산히 부서져 훌훌 날려갔다.
그들은 마이크를 놓기 아쉬운대로 노래방에서 나왔다.
문걸은 숫구멍을 비추는 겨울 해를 쳐다보며 제의했다.
“랭면집에 가서 맥주나 마실가?”
춘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금방 퇴원했잖아요. 리선생님은 위장과 심장이 좋지 않기에 술이나 찬 음식을 드시지 말아야 해요. 오늘 병문안 삼아 제가 몽땅 책임질테니깐요. 하자는대로 해야 해요. 마사지하러 갑시다.”
“아니, 가게를 오래동안 비워둬서 되오?”
“일요일인데요. 괜찮아요.”
그리하여 그들 둘은 부근의 근사한 안마원으로 들어갔다.
연분홍전등불빛이 쏘파에 줄느런히 둘러앉은 이쁜 아가씨들을 비추었다.
그들은 샤와를 하고 단독마사지방에 들어가 마사지복을 갈아입고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이쁜 아가씨와 청수하게 생긴 총각이 들어와 그들의 머리부터 씨원하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눈을 스르르 감으니 모든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정호와 함께 마사지받을 때만은 달리 아주 편안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춘희와 함께 조용히 누워 새로운 생활의 운치를 만끽하고 싶었다.
아가씨와 총각이 마사지를 마치고 조용히 나가버리자 춘희는 문걸쪽으로 모로 돌아누우웠다.
“사람 한평생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그래요? 인생을 마음껏 즐기면서 삽시다.”
순간 하얀 마사지복을 입은 춘희는 어쩜 춘희의사를 똑 떼닮지 않았겠는가.
“왜 그렇게 빤히 쳐다만 보는가요?”
“전 날 구해준 춘희의사를 너무나 닮아서 그러오. 목소리도 똑 같단 말이요. 다만 그 녀의사는 다만 단발머리에 외까풀눈이여서 좀 다를 뿐이요.”
춘희는 그저 피씩 웃었다.
“여보세요. 자영업을 하는 춘희를 눕혀놓고 녀자의사를 자꾸 말해서야 되는가요?”
“그 의사는 내 구명은인이요. 이번에 다 죽은 나를 휄체어로 구급실에 밀고 달려갔고 자기 피까지 수혈해 날 구급했소. 치료비 선불금도 냈단 말이요. 이 세상에 그런 의사 몇이나 있소?”
춘희는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
“그거야 의사 천직이지요.”
문걸은 화제를 돌려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오늘 난 즐거웠는데. 그 집 남편 알면 야단나겠소.”
춘희는 호- 한숨을 쉬였다.
“미국에 가고 없어요. 우린 졸혼한지도 오래 돼요. 맨날 남편이느라고 틀을 차리고 주정이나 하는 그런 남편은 없기만도 못해요.”
문걸은 춘희도 말하기 어려운 일이 많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즐거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속도로 흘러 아주 잠간 사이란 감을 주었다.
그들은 해가 져서야 아쉬운대로 갈라졌다.
춘희는 택시에 문걸을 화실 앞에까지 모셔다주고서야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젠 얼굴에도 피색이 많이 도는군요.”
“덕분에 오늘 즐거웠소.”
“즐거우면 건강회복에 좋아요. 다시 만나자요.”
문걸은 어둠 속으로 미끌어져가는 택시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춘희의 배려에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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