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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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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24) 김장혁
2022년 07월 06일 14시 06분  조회:119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34. 고발

      경찰차가 경적을 요란히 울리며 시내 복판에서 쏜살같이 검찰원으로 달려갔다.
      정호는 쇠고랑이를 차고 압송돼가면서도 우멍눈을 감고 번개같이 속궁리를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목에 걸린 올가미를 벗어버릴가?)
     어느 결에 검찰원 지하주차장에 경찰차가 들어섰다.
     정호는 경찰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둑시그레한 지하주차장에서 번대머리를 스치는 찬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돼,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살아나가기 위해선 모든 수를 다 써야지.)
     늙은 너구리는 법망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못된 궁리가 피뜩피뜩 떠올랐다.
지하심문실 철문이 육중한 드르릉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마치 염라전의 저승사자가 잡아먹자고 아가리를 쩍 벌리는 상 싶었다.
정호는 지하심문실에 들어서면서 머리를 숙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두 법경이 양쪽에서 정호 양팔을 붙잡고 어둑컴컴한 지하심문실 복판에 놓인 쪽걸상에 끌고 가서 앉혔다.
어둠 속에서 가벼운 발걸음소리가 귀를 쑤셨다.
탁!
누군가 사무상에 노트를 놓는 소리 귀청을 때렸다.
불시에 코 앞에 놓은 조명등이 켜지면서 정호 번대머리를 따갑게 비추었다.
“성명?!”
녀검사 목소리 아닌가!
그러나 녀검사 모습은 껌껌한 어둠에 가리워져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귀에 익은 목소린데. 최혜영? 저승사자!)
“왜 대답 안해?”
정호는 강한 조명등 불빛에 우멍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대답했다.
“내 이름 알면서 묻소?”
“묻는 말이나 대답해. 성명?”
정호는 별 수 없어 대답하기 시작했다.
“최정호.”
“년령?”
“58세.”
“직업?”
“문화국 1급순시원.”
“최정호, 어째 여기 련행됐는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펀펀해가지고서도, 뭐? 급병에 걸린 체 하면 체포를 연기할 것 같은가?”
정호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난 급성뇌막염에 걸려 머리 빠개지는 것 같소. 오늘 순정이 차린 경로복지원 개업식에도 억지로 참가했소. 난 한평생 아껴 먹으면서 남긴 돈을 몽땅 경로복지원에 후원했소. 의지가지 없는 로인들과 고아들을 돕는 자선복지사업을 했소. 날 어째 잡았는지 도저히 리해 안됩니다.”
“닥쳣!”
녀검사는 사무상을 탁 쳤다.
“꾀병을 작작 부리라구. 복지사업을 하는 척하면 범죄자를 체포하지 않을 거 같은가? 자기 죄행을 낱낱히 탄백하지 못하겠는가?!”
“최국장, 무슨 죄 있다고 이럽니까?”
“아직도 자기 죄를 모르는가? 내 말해야 되겠는가?”
정호는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번대머리에 돋은 땀을 쓱 닦으며 조명등 건너 상대를 보려고 하다가 눈이 시려 우멍눈을 내리깔았다.
“정말 억울합니다. 쵱국장 검찰사업도 돕고 자기 잘못도 반성했는데요. 내 잘못이라면 탐욕스러운 녀편네하구 수하 간부들을 잘 관리하지 못한 것 밖에 없습니다.”
“거짓말! 똑똑이 들으라구. 보마차에 감췄던 돈과 금은보화 어쨌는가?”
늙은 너구리는 능청을 떨었다.
“아니, 무슨 소리오? 전번에도 말했지만 보마차에 근본 그런게 없었습니다. 금시초문입니다.”
“닥쳣! 당신과 순정 통화 록음이 다 여기 있어.”
“아니, 이건!”
 어둑컴컴한 지하심문실에 록음기에서 자기와 순정이 나눈 대화가 흘러나오지 않겠는가.
 
      순정이, 참 날래구만. 집도 팔고 보마차도 팔아먹고. 핸드폰으로 말하기 불편하니까. 여기 공원 정자 아래 오오. 양. 누가 도청이라도 하면 어쩌오?
네- 알았어요. 곧 갈게요.
 
록음기 뚝 꺼진다.
“어떤가?”
“참, 특무정치군요. 남의 사생활까지 도청했군. ㅉㅉㅉ.”
 “또 록음 듣겠는가?”
 
       “순정이, 최국장을 딱 물고 늘어지란 말이오. 그럼 최국장, 그 저승사자년인들 우릴 어쩌겠소? ㅎㅎㅎ. 금고 안에 건 몽땅 최시장이 저네 부친한테 가져다 준게라고 물고 늘어지란 말이오.”
      “어찌 그렇게야? 그럼 한뉘 청렴하게 산 아빠 수뢰죄를 뒤집어쓸게 아닌가요?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아니, 살아남겠으면 내 말대로 해. 최시장을 물고 늘어져야 최국장도 우릴 어쩌지 못하고 금은보화를 실어오지 않는가 보오. 허허허.”
“그럼 최선생님 부탁대로 하죠. 선생님은 아주 음험한 정객인데요. 나쁜 사람입니다.”
“뭐? 선생님? 언제부터 선생님이라고 불러? 우린 필경 30년 동안 함께 산 조강지처 아니오?”
“조강지처? 픽, 숱한 아가씨들을 안고 돌면서도 조강지처? 흥! 변강쇠, 색마! 당신은 스승으로도 나쁜 선생님이야.”

 
록음기 소리 툭 끊겼다.
(아니, 저건 명도다방에서 순정과 한 말이 아닌가? 저게 어떻게 저승사자년한테 들어갔어?)
피뜩 눈웃음을 살살 웃으면서 꼬리를 살래살래 차던 불여우가 떠올랐다.
(정희, 그년, 저런 짓을 했어?)
사실 정희는 검찰원 최혜영 국장을 찾아와 보마차 안의 금은보화 행방을 다 고발하고 자기를 선처해달라고 애걸했던 것이다. 최혜영 국장은 정희를 보고 광고회사 돈을 횡령해 한국에 도망친 죄행을 탄백하게 한 후 죄를 뉘우치는 표현이 좋기에 잠시 내보냈던 것이다. 최국장은 정희를 내보낼 때 정호를 면밀히 감시하고 일단 일이 있으면 보고하라고 포치했다.
오늘도 정호가 음악다방 연회청 사교무판에 나타났다는 것도 정희가 고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검사들은 정호를 아주 손쉽게 음악술집에서 체포했던 것이다.
(끝내 그년한테 물렸구나.)
정호는 속으로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앞에서는 눈웃음을 새물새물 지으면서 꼬리를 살래살래 젓다가도 뒤에선 뒤잔등에 시퍼런 비수를 박는 년이구나. 어디 제 명에 썩어지는가 봐라.)
“최정호, 우린 단서를 딱 쥐고 있어. 어서 탄백하라.”
“뭘 말입니까?”
“보마차에 치워뒀던 금응보화와 현금을 어쨌는가?”
정호는 번대머리에 송골송골 돋은 땀을 뚝뚝 찍으면서 우멍눈을 띠룩 굴리다가 슬며시 감았다.
(이놈들 금은보화를 정룡한테서 찾은 거 아는 같잖구나. 오청룡이나 정룡이 고발했을까? 아니야, 그 놈들 언감?)
“정호, 탄백하라. 자는가?”
“예? 최국장, 참 답답하오.”
“누가 최국장인가?”
남검사 목소리 아닌가!
“보마차에 치웠던 금은보화 어쨌는가?”
정호는 우멍눈을 뜨지도 않고 능청을 떨었다.
“보마차를 순정이 팔아먹었는데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난 거기에 금은보화라는 걸 둔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순정과 그런 토론했어?”
“무슨 토론했단 말입니까? 순정을 데려다 조사해보시오. 우리 부부는 그런 금은보화 본 적도 없습니다. 명도다방에 와서 조용히 말하자고 했는데 무슨 죕니까?”
“닥쳣! 보마차에 금은보화 없었으면 순정이 금은보화 찾으면 자기한테 달라고 했겠는가.”
“순정이 말 기억나지 않습니다. 건 순정한테 물어보십시오.”
“최정호, 또 우리 단서를 대야 승인하겠는가?”
이번에는 귀에 익은 녀검사의  목소리 아닌가.
“당신은 리성호, 리종수, 최범송을 데리고 오정룡을 찾아가 협박해 금은보화를 찾아가지 않았는가?”
“뭐라고?”
정호는 벌떡 일어나며 눈을 번쩍 떴다.
“앉앗!”
법경이 량쪽에서 정호의 어깨를 꽉 눌러 걸상에 물앉혔다.
“금은보화를 어디에 감췄는가? 탄백햇!”
정호는 쪽걸상에 물앉아 머리를 푹 숙였다.
(성호랑 날 팔아먹었구나. 종수한텐 만원을 줬으니깐 물어먹지 않았을게구. 필경 성호새끼야. 어쩐다?)
한참 후 정호는 번대머리를 천천히 들었다.
“오정룡한테서 찾은 액세서리하구 현금은 경로복지원을 건설하는데 쓰라고 순정한테 부조했습니다. 나머지는 몽땅 정희를 주었습니다. 어찌나 돈을 달라고 징징거리는지.”
“몽땅 줬는가?”
“예. 의지가지 없는 로인들과 어린이들을 돕는 성스럽고 착한 자선복지사업에 다 기부했습니다. 황차 나는 순정과 리혼했기에 순정의 모든 재산과 털끝만한 관계도 없습니다.”
“쳇, 도마뱀처럼 멋드러지게 꼬리를 잘라버리고 도망치는구만.”
남검사의 말에 뒤이어 최혜영 국장의 야무진 목소리가 들렸다.
“최정호, 아닌 보살 떨지 마시오. 당신은 문제 많습니다. 래원이 불명확한 숱한 불의지재, 불정당한 남녀관계. 어떤가? 보마차나 숱한 아파트와 별장, 정희한테 다방을 차리라고 준 돈…진짜 법원에서 무기징역에 언도해도 과할게 없습니다.”
그 말 마디마다 비수로 돼 정호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선처를 받겠으면 자기 죄행을 낱낱이 탄백하라. 먼저 보마차 안에 감춰뒀던 현금 50만원과 금은보화를 어디에 뒀는가? 불의지재 래력까지 낱낱이 탄백하라.”
정호는 자기 목에 올가미가 꽉 조여오는 감을 느꼈다.
그는 속으로 번개같이 속궁리를 굴렸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올가미를 벗어버려야 해. 살아남을 탈출구를 찾아야지.)
그는 번대머리를 천천히 들었다.
“물을 좀 주십시오. 목이 말라 어디 견디겠습니까?”
남검사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탄백하고 다리를 쭉 펴고 자게나.”
법경이 물컵을 가져다주었다.
정호는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물컵을 받아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어, 시원하다. 한가지 요구 있습니다.”
그는 물컵을 법경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어덯께 이 조명등을 끄면 안됩니까?”
남검사가 사무상을 꽝 치며 호통쳤다.
“여기 어디 당신 순시원 사무실인가 하는가?”
“가만,”
최혜영 국장이 남검사와 뭐라고 나직이 말하는 상 싶었다.
조명등이 꺼지고 천정의 일광등이 켜졌다. 복판에 확실히 저승사자 같은 최혜영 국장이 퉁사발 같은 세귀눈을 부릅뜨고 자기를 쏘아보고 있었고 량옆에는 자기를 체포할 때 왔던 남녀검사가 앉아 있었다.
“어서 탄백하시오. 불의지재를 어디에 감췄습니까?”
최혜영 국장이 독살스런 눈길로 쏘아보며 바투 들이댔다.
“불의지재 래력을 탄백하시오.”
정호는 더는 뻐길 수 없었다.
“최국장님, 좌우를 물려주십시오. 말하기 불편합니다.”
“괜찮습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심문비밀을 지킵니다.”
“내 이 사건은 최국장과 관계되기 때문에 최국장은 나를 심문할 자격이 없습니다.”
최혜영 국장은 눈 한번 깜짝하지도 않고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최국장은 이 사건수사를 회피해야 합니다.”
“무엇 때문인가?”
정호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는 머리를 건뜩 쳐들고 최혜영 국장을 쳐다보았다.
“몽땅 사실대로 말하지. 어험. 세상은 둥글둥글합니다. 이전에 최혜영 국장의 아버지는 내 당 상급이였습니다. 너무 날 핍박하지 마십시오. 때문에 최국장이 이 사건에서 회피해야 법을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단 말입니다.”
최혜영 국장은 정호를 쏘아보면서 똑똑히 말했다.
“정호, 당신의 부패사건과 내 아버지가 무슨 관계 있습니까?”
“말하기 불편합니다. 이제 기회 되면 말하겠습니다.”
최혜영 국장은 대뜸 정호의 말귀를 알아차렸다. 그가 옆의 검사와 뭐라고 나직이 주고 받더니 이번에는 남검사가 계속 심문했다.
“모든 걸 구애받지 말고 사실대로 탄백하라. 이제부터 모든 건 법적 책임을 진다는 걸 기억하오.”
정호는 최혜영 국장을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정의용사입니다. 두려울게 없습니다. 전번에 우리 국 산하 전람관 부관장 겸 재무과장 나영이 탐오한 죄행을 심계국 조국장한테 신고해 사출하게 했습니다.”
남검사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남의 죄행을 고발하는 것도 죄행을 뉘우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자기 죄행부터 탄백하오.”
정호는 고의로 계속 동문서답하는 식으로 남을 고발했다.
“오청룡 국장한테 숱한 문제 있습니다.”
“자기 문제를 탄백하라는데 또…”
남검사가 신경질을 쓰자 최혜영 국장이 팔굽으로 남검사 팔을 툭툭 쳤다.
남검사가 눈치채고 최정호 고발하는 것을 묵인했다.
정호가 힐끔 쳐다보니 녀검사가 자기 말을 따라 적고 있었다. 그는 열이 후끈 올라 오청룡을 고발했다.
“오청룡은 근본 정신병에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똥이랑 처먹으면서 정신병환자인 척 하면서 보석받았습니다. 그는 감옥의 법의를 매수해 정신병자로 진단서를 떼게 했습니다.”
“당신도 오청룡이 보석받게 수고 많았더구만.”
“아니, 무슨 왕청 같은 소릴. 또 있습니다.”
“뭔가?”
남검사는 시끄러워했다.
“오청룡은 동생 오정룡한테 내 보마차를 사라고 돈을 대줬습니다. 맨 로임으로야 오청룡한테 어데서 백여만원이나 되는 돈이 날데 있겠습니까? 꼭 불의지재라고 생각됩니다.”
정호는 숱한 범죄자를 고발하는 것으로 얼마간이라도 선처를 받으려고 서둘렀다.
“좋습니다. 또 있습니까?”
“예.”
정호는 입을 연 바 하고는 다 고발해버리기로 작심했다.
“정희는 광고회사 숱한 돈을 탐오하고 광고비까지 빼가지고 한국으로 도망쳤잖습니까. 귀국 후에도 명도다방에 잠복해 있으면서 지금도 숱한 사람을 협박해 불의지재를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남검사가 물었다.
“불의지재를 긁어모았다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말해보십시오.”
정호는 녀검사가 적는 것을 보고 사기나서 고발에 열을 올렸다.
“정희는 가무단의 전도 창창한 20대 부단장 림하영을 협박해 돈을 짜낸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적어도 10만원 내놓지 않으면 대학교 때 미인계를 써서 학생총회 부회장 되고 조직문제를 해결한 추문을 폭로하겠다고 했답디다.”
“건 누구한테서 들었습니까?”
“림하영한테서 들었습니다.”
“거짓말.”
“?”
남검사는 코방귀를 뀌였다.
“최국장이 정희한테 임하영을 협박하라고 하영의 추문까지 제공해주지 않았습니까?”
“아니, 건…”
“우린 다 장악하고 있습니다. 최국장은 얼마나 음험합니까? 자기 수하를 협박하라고 뒤통수를 치고 여기 와선 그들을 고발하고. 참.”
최혜영 국장이 옆에서 팔굽으로 또 툭툭 쳤다.
그러자 남검사는 실수했음을 느끼고 계속 심문했다.
“최정호, 또 적발할 것이 있습니까?”
“예. 정희는 YB대학 허병칠 학생부장을 협박해 돈 60만원을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최혜영 국장과 남검사가 놀란 눈길을 마주 치는 것을 정호는 똑똑히 우멍눈으로 곁눈질해보았다.
(잘코사니야. 정희, 이년, 네년도 무사하진 못할 거야.)
최혜영 국장은 녀검사가 다 잘 적었는가고 심문기록부를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그래, 허병칠 부장이 어쨌다고 정희가 협박한단 말입니까? 또 얼마나 협박했는가? 똑똑히 말하세요.”
정호는 최혜영 국장을 쳐다보면서 고발했다.
“정희가 림단장과 짜고들어 각각 5만원씩 협박해 가졌답디다.”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똑똑히 압니까?”
“허병칠 부장한테서 들었습니다. 사실 허병칠 부장은 저의 제자입니다. 어느 하루 그가 정희한테 협박당하고 너무 당황해 저를 찾아와 하소연합디다.”
검사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정호는 정희를 고발해놓고서도 허병칠한테서 70만원이나 얻어먹자고 한 일이 뒤 켕겼다. 하여 허병칠의 죄행을 고발하려다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정호가 물컵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켜는데 최혜영 국장이 세귀눈으로 독살스레 쏘아보면서 심문했다.
“최정호, 또 적발할게 있는가?”
“이제 생각나는대로 적발하겠소.”
최혜영 국장은 자세를 바로잡아 앉으면서 심문했다.
“최정호, 이젠 자기 죄행을 탄백하오.”
“뭘 말입니까?”
“시치미를 딸 텐가? 순정이네 본가집 금고에서 나진 현금 50만원과 숱한 금은액세서리 래원을 탄백하오.”
“네?”
정호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건 순정 건데. 나하구 무슨 상관 있습니까? 우린 리혼한 관계인데.”
“당신은 전번에 체포될 때 순정이네 집에서 밥까지 먹고 한창 금은액세서리를 가방에 넣다가 체포되지 않았습니까?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고서야 어찌 금고를 열어제낄 수 있단 말입니까? 공동재산이 아닙니까? 불의지재 래원을 밝히시오.  순정이 로임으로 어떻게 그 많은 액세서리를 산단 말입니까?”
정호는 참다 못해 입을 열었다.
“금고의 비밀을 그리 알고 싶습니까? 우린 리혼한 사이인데 왜 이다지도 나하구 순정을 한 뀀에 꿰들려고 합니까?”
    탕!
최혜영 국장은 사무상을 치며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
“거짓말 작작 햇!”
그녀는 정호를 손가락질하면서 까밝혔다.
“진짜 리혼했는가? 어디 또 들어볼가?!”
 
녀검사가 록음기를 눌렀다.
 
“조강지처라니? 우린 리혼증까지 내지 않았는가요?”
“건 가짜리혼증이야. 우리 둘이 리혼했다구 해야 당신 그 숱한 금은액세서리를 당신 거로 만들지.”
“가짜리혼이라니? 법적 리혼증을 냈으면 리혼이지.”
“당신은 영원히 내 조강지처요. 잠시 수사를 회피하려고 갈라 살 뿐이지.”
“가짜리혼이든 진짜리혼이든 내 마음 속에 리혼인데요. 내 마음 속에는 당신 없어요.”
“그럼 스승과 제자로 남아도 안되겠소?”
“당신은 스승으로서도 좋은 스승 아닙니다. 아니, 아주 나쁜 스승입니다.”

 
“이만하면 당신 순정과 가짜리혼했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궤변할텐가?”
정호는 우멍눈을 감고 한참 속궁리를 굴렸다.
한참 후에야 그는 우멍한 눈을 슬며시 떴다.
“똑똑히 들어보십시오. 나는 한사코 가짜리혼이라고 하는데. 순정은 진짜 리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느 말을 믿어야 합니까? 민정국에서 내준 리혼증도 법적으로 무효입니까?”
최혜영 국장은 더 할 말이 없었는지 화제를 돌려 심문했다.
“이젠 자기 죄행을 탄백하시오.”
정호는 난색해했다.
“아까 말씀드렸는데. 저의 사건은 최혜영 국장 일가와 관계되기 때문에 최국장은 회피하길 바랍니다. 이건 집법일군으로서 최저한도로 지켜야 할 법규칙 아닙니까?”
그러나 최혜영 국장은 개의치도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저의 일가와 관계됐는지 구애받지 말고 말하십시오. 진짜 제가 관계되면 이 사건 수사에서 회피하겠습니다.”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야 생각납니다.”
검사들의 눈길이 일제히 정호한테 쏠렸다.
“인터넷광고회사 리성호 말인데요. 리성호 총경리는 불법술광고를 한 죄가 있습니다. 리굉팔은 숱한 광고비를 바치지 않고 오청룡을 데리고 다니면서 유흥주점이나 마사지방, 노래방에 다니면서 향락을 누렸습니다. 광고회사 공금을 람용하고 탕진했습니다…”
최혜영 국장이 듣다못해 또 사무상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드렸다.
“또 동문서답인가? 나하구 관계된다는 사실부터 말해보십시오.”
최정호는 난감해했다.
“그래도 어찌 차마 최국장을 말 듣게 하겠습니까? 저는 이제껏 최국장 검사사업을 도와 숱한 걸 적발하지 않았습니까?”
“어서 말하십시오. 뭐 큰 일 있는 것처럼 놀지 말고.”
최정호는 뒤로 물러설 자리 없었다.
“그럼 좋습니다. 내 적발했다고 절대 보복하지 마십시오.”
“허튼 소리 치지 말고 빨리 탄백하지 못할가?!”
최혜영 국장의 세귀눈이 이마쪽으로 더 이글어져 올라가 붙는다.
정호는 마른 침을 꼴깍 넘기더니 입을 무겁게 열었다.
“순정한테서 들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이건 몽땅 사실입니다. 최국장은 벗어멜 궁리도 하지 마십시오. 순정의 부모 집 금고 안의 금은액세서리는 몽땅 최 국장의 아버지, 최시장이 내 가시아버지한테 생전에 가져온 선물입니다. 이래서 내 이 사건수사에서 최국장은 회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허튼 소리!”
남검사가 반박했다.
“당신은 순정과 짜고들어 당신의 불의지재 래원을 최시장한테 덮어씌워 죄책에서 벗어나려고 했소. 우리 수사일군들이 뭐 세살짜리 애들인가 하는가?”
정호는 독사처럼 우멍눈에 음흉한 빛이 어렸다.
“검사들도 문제요. 내 지금 중대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왜 수사도 해보지 않고 덮어놓고 최국장 부친이 준 선물이 아니라고 단정합니까? 분명 검사들끼리 상전을 싸고 도는게 아닌가? 엉?!”
그때 최혜영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심문실에서 나가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저의 부친을 적발한 이상 내 이제부터 회피하겠습니다. 아는대로 적발하십시오. 만약 내 부친이 확실히 준 것이라면 내 부친도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정호는 깨고소해 최혜영 국장을 노려보았다.
“흥!”
그는 심문실에서 나가는 혜영 국장의 가녀린 뒤잔등을 보면서 어깨 축 처진 것 같아 어깨 으쓱해졌다.
“계속 말하십시오. 남을 무함하면 무함죄를 더 지게 된다는 걸 아십시오.”
“지금 고발인을 협박하는 거요?”
“말해보십시오.”
남검사와 녀검사는 태연했다.
정호는 허리를 펴고 바로 앉더니 포문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실례 들어 적발하겠습니다. 순정이네 부모 남긴 금고에 은띠가 있습니다. 피뜩 봐도 몇만원 할 거 같습디다. 순정이 자랑하던데 그 은띠는  최시장이 부시장으로부터 시장으로 제발되려고 당시 순정의 부친이 시당위 서기 겸 지위 상무위원 할 때 선물한 것입니다.”
“닥쳣!”
“또 당신 뭐랬는가 들어봐야 알겠는가?”
녀검사는 록음기를 재차 틀었다.
 
“순정이, 아버지 금고 안의 금은보화를 몽땅 최국장 아버지 준게라고 하오. 죽은 최시장이 뭐라고 변명할 수 있겠소? 그래야 최국장 입을 틀어막지. 그럼 최국장이 이제 압수해간 금은보화를 되실어오지 않는가 보오.”
“호호호. 당신 진짜 로련한 정객이군요.  참 음험하군요.”
“또 한가지. 본가집 금고 재물 몽땅 가시아버지 물려준게라고 하오.”
“아니, 그럼 세상 청렴한 아버지 명예 땅바닥에 떨어질게 아닌가요?”
“얘, 생각해 봐. 안 그러면 내 죽고 너도 죽어. 죽은 아버지 게라면 죽은 사람을 어쩌겠느냐?”
“난 그 불의지재하구 아무 관계없는데 겁날게 뭔가? 긁어들인 당신 감옥이나 가겠지. 흥!”
“우린 한 배를 탄 부부야. 내 긁어들였으면 넌 금고에 받아 챙겨넣은 죄 면할 거 같아? 돈도 다 네가 쏘핑해서 올리감고 내리감고 했잖아?”
“아이고, 우리 아빠 불쌍해. 불효한 우리 땜에 황천에서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잖아?”
“아빠도 구천에서 자식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고만한 희생은 달갑게 할 거야? 그래 부모로서 자식 감옥 가는 걸 보자 하겠느냐?”
“아빠, 이 불효녀를 용서해주세요. 아이고, 불쌍한 우리 아빠- 흐흐흑, 흐흑,”
“울지마. 귀여운 순정아, 내 숱한 녀자들 친해도 재물은 그래도 조강지처한테 물려주잖니?”
“픽, 당신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이젠 믿을 거 같습니까? 나쁜 선생님. ㅎㅎㅎ.”
 
“어떤가? 당신 부부 얼마나 음험한가?”
“우리 부부는 원래 서로 믿지 않기에 거짓말을 잘 합니다.”
정호는 개의치 않고 한입 더 물어먹었다.
“최국장 아버지 선물 준 건, 이건 다 사실입니다. 은띠를 순정의 아버지한테 가져다주고 시장으로 제발된 것도 사실입니다.”
“닥치지 못해? 이걸 보라. 뭔가?”
녀검사가 령수증뭉치를 뒤지더니 한장 꺼내 법경한테 주었다.
법경이 그 령수증을 가져다 정호 앞에 쳐들어보였다.
그것은 그들 부부가 운남 서쌍판납 태족마을에 갔을 때 은띠를 산 령수증이였다.
령수증을 뗀 시간은 2017년 6월 15일 아닌가.
“당신도 부인하지 않겠지? 이건 순정의 본가집 금고에서 들춰낸 거요. 금고에선 은띠 말고도 숱한 액세서리 산 령수증이 무더기로 발견됐소. 당신도 최시장은 2013년도에 사망했다는 걸 알겠지? 죽은 사람이 4년 후인 2017년도에 운남 서쌍판납에 가서 은띠를 사서 선물했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최시장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시장을 했는데… 년도 차가 얼만가? 거짓말을 해도 좀 년대나 시간을 고려하고 비슷하게 하라구. 흥!”
검사는 정호를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전번에 당신 그러루하게 최시장을 무함하기에 령수증에 남긴 전화번호로 운남 태족마을에 련계해 문의했소. 태족마을에 가서 당신네 부부가 어찌나 숱한 액세서리를 샀는지 태족아줌마는 아직도 당신이 은띠를 사서 안해한테 준 사실도 기억하더군. 그래도 최시장을 무함하겠는가?”
정호는 우멍눈을 끔쩍하더니 궤변을 부렸다.
“아차, 깜짝 했군. 최국장이 그때 검찰원에 들어가려고 내 가시아버지한테 선물한 액세서리도 있습니다.”
녀감사가 심문기록부에 뭔가 적어넣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액세서리입니까?”
“룡이 새겨진 은컵입니다.”
“가격은 얼마나 됩니까?”
“적어도 만원 밑은 됩니다.”
녀검사가 또 령수증을 뒤졌다.
“이겁니까?”
정호는 아연실색했다.
령수증엔 또 전화번호가 박혀 있지 않겠는가.
“이 번호에 전화해 확인할가? 계속 최국장을 무함하겠는가?”
정호는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아무리 고발하고 물어뜯고 해도 올가미를 벗어멜래야  벗어멜 수 없지 않는가.)
오히려 올가미는 점점 더 조여지고  스스로 판 함정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갔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설 정호가 아니였다.
“글쎄 은띠와 은컵은 최시장이 내 가시아버지께 선물한 건 분명합니다. 또 한가지는 나와 순정은 리혼한 사이입니다. 순정이네 본가집 금고에서 뭐가 나왔던 지간에 나하구 무슨 상관입니까? 순정이 아버지 어데서 얻어먹었지 난 알지도 못합니다. 오히려 순정을 보고 본가집 아버지 어데서 얻어먹은 선물인지 사실대로 탄백하라고 권고했을뿐입니다. 진짜 억울합니다.”
남검사가 우쭐 일어나 심문실에서 나갔다.
정호는 녀검사를 흘끔 쳐다보면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금고의 현금 50만원에 금은액세서리를 순정이 몽땅 경로복지원과 음악술집에 처넣었는데. 흥! 내게 무슨 죄 있다고 이다지도 억울하게 들볶는가? 돈은 누가 쓰고 죄는 누가 지는가? 참 법이 불공평하단 말이야.”
녀검사는 계속 따라 기록했다.
심문실 철문이 드르릉 열리더니 최혜영 국장이 들어섰다. 아까보다는 아주 온화한 눈길로 정호를 내려다보는 것이였다.
“최정호, 모든 의문 풀렸습니까? 다신 나와 저의 아빠를 무함하지 마십시오.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남을 물면 무함죄까지 더 해진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어디 증거 같은 증거를 대야지. 뭡니까?”
그녀는 남녀검사와 함께 밖으로 나가 한참 수사책략을 검토하고 다시 들어왔다.
“최정호, 당신 자기 죄행을 초보적으로 탄백했고 다른 자들의 죄행도 적발해  표현이 좋았습니다. 우리 수사에 협조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혜영 국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정호를 쓸어보면서 말했다.
“아직도 당신은 많은 죄행을 탄백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곰곰히 생각하고 검찰원에 스스로 찾아와 탄백하십시오.”
정호는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래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 석방합니까?”
녀검사가 기록부를 들고 말했다.
“네. 즉시 석방합니다. 거처를 대십시오.”
“명도다방. 난 아직도 정희네 명도다방에 얹혀 삽니다.”
“그래요?”
최혜영 국장과 남녀검사는 서로 눈길을 주고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놈, 별장에 뭔가 숨겨뒀는 모양이구나.)
검사들은 오전에 정호가 오디차에 나영을 싣고 부랴부랴 망아산 기슭의 별장으로 달려간 것을 진작 드론 위치추적기로 파악했었다. 검사들은 진작 순정의 오디차와 최정호의 보마차에도 위치추적기와 도청기를 장착해놓았던 것이다. 검사들은 모든 걸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했다. 그들은 법망을 널리 쳐놓고 보마차에 감춰뒀던 금은보화를 어디에 옮겨 감췄는가를 알아내려고 고의로 정호를 잠시 석방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바치십시오.”
남검사가 열쇠로 쇠고랑이를 열어주었다. 정호는 난감해하면서도 항상 쓰던 핸드폰을 꺼내주었다.
“아니, 이걸 주고 난 어떻게 삽니까?”
남검사가 다가섰다.
“이쪽 것도 내놓으십시오.”
“뭘?”
남검사가 웃호주머니를 가리켰다.
“신분증을 쓰지 않고 올린 핸드폰.”
“아, 깜빡이야.”
정호는 다 내줬다.
“시계도 압순가요?”
“아니. 시계는 그만 두세요.”
검사들은 기실 시계가 신분증도 쓰지 않고 번호를 올린 핸드폰이자 위챗, 메신저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짐짓 모르는 척하면서 빈 틈을 내주었다.
“됐습니다. 이젠 나가십시오. 죄행 생각나면 꼭 찾아오십시오.”
“네, 네. 알았습니다.”
정호는 번대머리에 돋은 식은 땀을 뚝뚝 찍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심문실에서 비틀비틀 걸어나왔다. 속으로는 오만가지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수작이야? 당장 천길 감옥에 처넣을 상 하더니. 흥.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내놔? 최국장 입을 틀어막는다는게 헛총질만 하지 않았는가. 헛참, 혹시 최국장은 자기를 물어먹어도 보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자는게 아닐가? 자비를 베푸는 척하면서. 흥, 궁량이 아주 넓은 국장이야. 무서운 저승사자년이야.)
순간 음험한 정호는 최국장을 골려주고 싶어났다.
“잠간, 최국장 조용히 봅시다.”
“그래요? 무슨 적발할게 있는가요?”
최국장은 정호를 데리고 심문실이 아니라 이번에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무슨 탄백할게 있는지 어서 말하세요.”
정호도 우멍눈에 가는 웃음기를 담았다.
“최국장, 내사 리혼한 사람이라 숱한 녀자들과 놀든 말든 무슨 상관이오? 자유련애하는데 무슨 범죄라도 했소?”
최혜영은 가소로웠다.
“최정호라는 국장 이렇게 저질아일줄은 몰랐소. 어쩜 남을 물어먹어도 그렇게 얼토당토않은 짓거리를 해요?”
정호도 내놓고 말했다.
“나도 최국장이 이렇게까지 못될줄은 몰랐소. 돈이나 금은보화나 몽땅 순정이 다 챙겨가졌소. 왜 순정과 하나도 죄를 따지지 않고 나하구 이러오?”
최혜영 국장은 아주 분명히 립장을 밝혔다.
“순정의 죄는 꼭 물을 거요. 잠시 수사책략을 고려해 놔줬을 뿐이오. 우린 어떤 범죄자도 법망에서 하나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럼 난 죄 없다고 놔주는게 아니오?”
“회개표현이 좋다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주는 거요. 언제든 죄목이 드러나면 다시 체포할 거요.”
정호는 최혜영 국장을 쏘아보면서 빈정거렸다.
“진짜 사람잡이에 이골이 튼 저승사자구만.”
“남을 모욕하지 마오.”
“최국장, 최국장 인생이 참 안타깝소. 사람잡이만 하지 말고 이제라도 로처녀로 늙지 말고 시집이나 가오.”
최혜영 국장은 우쭐 일어났다.
“이런 롱지거리를 하겠으면 더 할 말이 없소.”
정호는 최혜영의 잔등에 대고 또 빈정거렸다.
“정 남자 없으면 나하구 결혼하기오. 난 리혼한 홀아비오. 그 나이 로처녀면 나 같은 변강쇠 생겨도 땡이지. 난 아직도 모든게 녹쓸지 않았소. 퍼러 싱싱한 로총각이오. 히히히.”
순간 최혜영이 문 밖으로 나가려다가 홱 돌아섰다.
정호는 또 횡설수설 지껄였다.
 “아차, 우린 같은 충주 최씨군. 그러잫으면…”
찰싹!
최혜영 국장은 정호의 귀쌈을 호되게 갈겼다.
“짐승 같은 놈, 난 전문 너 같은 부패분자들을 붙잡아 천길지옥에 처넣는 모야차야! 그게 내 인생 락이야. 다시 지껄여 봐라. 뼈다귀도 추리지 못하지 않는가!”
정호는 얼얼해나는 박대가리를 매만지면서 이를 갈며 검찰원 회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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