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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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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28) 김장혁
2022년 07월 24일 12시 31분  조회:124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3권

            38.
山口太郎 교수

       춘희는 문걸과 작별한 후 도요다찌프를 타고 도꾜에 돌아와 울창한 열대나무가 우거진 별장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유유히 들어갔다.
      그녀는 지하주차장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아파트로 올라가면서 피곤해 엘레베이터에 머리를 가볍게 기댔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가 금방 널바닥재를 깐 복도에 들어섰을 때였다.
     집 안에서 웬 처녀애 목소리가 들렸다.
      “목욕 다 했어요.”
     “구석구석 깨끗이 닦았어? 오래잖으면 행사해야겠는데.”
    “예, 말끔히 씻었어요?”
    “뭐야?”
춘희는자기 귀를 의심하며 주춤 멈춰섰다.
그녀는 출입문께로 살금살금 발끝걸음으로 다가가며 귀를 도사렸다.
(마낀가? 아니야? 마끼 목소리 같잖아. 그럼 웬 녀자를 끌어들였어? …)
그녀는 의심이 부쩍 들었다.
(내 없는 사이 외간 녀자를 집에까지 끌어들였어? 어젠 외간녀자를 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감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성욕이 강한 다이로 충분히 그럴 수도 있어. )
그러나 집 안에서는 귀에 익은 마끼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겠는가.
“아빠, 보꾸하나, 얘, 가시(과자) 먹으려고 해요.”
다이로의 다급한 목소리.
“안돼. 먹지마.”
(뭐? ‘보꾸하나’? 조선어로 ‘복화’ 아닌가? 언제 저런 애를 들여왔어? 새로 받아들인 제자인가? 그럼 그렇겠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마끼 있는데 외간 녀자를 끌어들여?)
춘희는 다이로를 의심한 걸 뉘우치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똑똑똑.
그녀는  노크하고 집 문을 뗐다.
“가에리마시다(다녀왔습니다.)”
다이로는 네모번듯한 얼굴에 미소지었다.
“가에다까(돌아왔나)? 다노시꾸 아소비마시다까(즐겁게 놀았습니까)?”
“네. 덕분에. 문걸선생도 최고접대 받았다고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다이로는 헤벌쭉 웃었다.
“문걸센세이는 춘희 박사의 절친인데유.”
“절친은 무슨 절친? 구급환자일뿐인데요.”
“이이에(아니), 이제 우리 집에 청해다 최고접대해야지. 허허허.”
춘희는 의아해했다.
“오늘 대접한 뇨탸이모리보다도 더 고급료리 있는가요?”
다이로교수는 살진 유들유들한 무턱을 쳐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있구 말구. 긴상은 아무래도 중국 시골병원에 가 있다나니 새로운 료리 모를 수도 있지. 이제 어느 날 눈이 확 뜨이게 견식 넓히게 될 거야.”
“곤방와(안녕하세요)?”
“곤방와?”
춘희가 인사를 받으면서 여겨보니 마끼와 나이 비슷해 보이는 처녀애가 금방 젖은 머리카락을 드리우며 샤와실에서 나오면서 깎듯이 구십도 경례로 인사하는 것이였다.
아마 금방 샤와를 한 것 같았다.
“나마에와(이름은)?”
“하이, 보꾸하나 또 이이마쓰, 하지메데 도조 요로씨꾸.(네. 보꾸하나라고 부릅니다. 처음 뵙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이(예.) 보꾸하나와 죠센진 나마에요우가시라(보꾸가와는 조선인 이름 같은데요.)”
보꾸가와는 류창한 조선어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요. 저는 중국 조선족인데요.”
춘희는 저으기 놀라 조선말로 말을 받았다.
“그래요?”
마끼가 옆에서 끼여들었다.
“얘 이름은 복화인데요. 우리 고향의 한 시내 친구인데요. 나와 한 중학교 한 학년에  다닌 동창생이예요.”
춘희는 복화 손을 잡고 친절히 말했다.
“오- 그래? 이국 타향에서 서로 자매처럼 잘 지내라.”
“예. 반년 전에 제가 아버지께 소개해서 우리 집에 뎌려왔어요.”
“오- 그래? 잘했다.”
그제야 춘희는 의혹이 좀 풀렸다.
차탁에 과자가 놓여 있는 것이 피뜩 보였다.
(혹시 복화가 과자 먹는다고 마끼가 새된 소릴 치진 않았겠지?)
다이로가 다가와 과자봉지를 쥐더니 복화를 돌아보았다.
“넌 이걸 먹어선 안돼. 과일만 계속 먹어야 돼.”
그러자 복화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젠 여섯달이나 과일만 먹어서 질려요. 쌀 한알 먹지도 못해 과자라도 먹고 싶은데요.”
다이로는 퉁방울눈을 부릅뜨고 고함쳤다.
“건 안돼, 절대 안돼!”
뒤이어 그는 과자봉지를 들고 휑 객실을 나가더니 쓰레키통에 훌 처넣었다.
춘희는 못 본 척하고 침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객실에 나왔다. 그새 복화는 젖은 머리를 닦고 객실에 나왔다.
춘희는 복화를 보고 쏘파를 가리키면서 옆에 와 앉으라고 했다. 찬찬히 보니 별로 어데서 본 것 같았다.
순간 춘희는 깜짝 놀랐다.
점심에 오사까 교타이모리 스시관에서 스시상에 올랐던 라체미녀 아니겠는가.
복화는 눈치챘는지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춘희는 복화의 잔등을 다독여주면서 물었다.
“일본에는 언제 왔어?”
복화는 천천히 머리를 무겁게 들었다.
“온지 3년 밖에 안돼요.”
“그래? 혼자 일본에 왔어?”
“아니죠. 어머니와 남동생 함께 왔어요.”
다이로는 복화한테 꼬치꼬치 캐묻는 춘희를 못마땅한 눈길로 흘겨보고는 자기 서재로 훌 들어가버렸다.
춘희는 복화를 보고 “엄마는 어데 계시느냐?” 하고 다잡아물었다.
순간 복화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부모 다 세상떴어요.”
“그래? 참 안됐구나. 괜히 물었구나.”
춘희는 괜히 복화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런데 오히려 복화가 눈물도 흘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아마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눈물이 다 말라붙은 것 같았다.
“엄마는 우리 오누이를 데리고 일본 와서 공부시키느라고 별의별 고생을 다 했어요. 목욕탕이랑 카레점이랑 돌아다니면서 일해서 우리 공부뒤바라지를 했지요. 그런데 아빠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받은 후 너무 상심한데다가 그만 페암에 걸려 사망했어요.”
복화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면서 울컥했다.
사실, 복화 아빠 리승호는 리성호의 친조카였다. 그는 친삼촌 성호와 동갑이다. 승호는 최혜영 국장과 대학교 시절에 련인 사이였다. 승호는 대학교에 오기 전에 벌써 중학교 동창생인 허경옥의 정조를 짓밟고서도 선후하여 대학동기 최헤영과  홍희 정조를 짓밟았다.
그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게 된 최혜영은 경옥과 홍희를 대신해 복수하려고 작심했다.
    어느날 밤에 최혜영(당시 은영임)은 학교 뒤산 소나무숲 속에서 승호를 불러내 섹스를 하고나서 그걸 닦아주는 척하면서 면도칼로 귀두를 썩 베버렸다.
      그때 강도 셋이나 덮쳐들어 승호를 제압해 바줄로 소나무에 비끌어매놓고 그 앞에서 짐승들처럼 혜영을 륜간하였다.
       그후 승호는 녀동생 선금의 중매로 친구 선희를 속이고 결혼해 복화와 광문을 낳았다.
       승호는 친삼촌 성호의 양보를 받아 한 신문사 광고과 과장, 광고공사 부총경리를 하게 되였다. 그런데 계속 “열집 사위”로 돼 숱한 아가씨들을 재끼다가 그만 에이즈병에 걸렸다.
         그러자 선희는 머리를 들고 고향에서 살 수 없어 복화와 광문을 데리고 일본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승호가 에이즈병으로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선희는 모진  정신타격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밤낮 뛰여다니면서 일했기에 과로로 인해 암병에 걸려 이국 타향에서 치료도 제재로 받지 못하고 한많은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복화는 낮에는 학교에 가고 밤이면 자정까지 엄마가 일하던 카레점에서 알바를 하였다. 그러다가 그녀는 우연하게 카레점에서 다이로교수와 가은이를 만나게 되였다. 그때 마끼가 아빠한테 말해 복화를 집에 데려왔다. 그런데 마끼는 아빠가 복화를 보고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오르게 한 일은 깜깜부지였다.
      춘희는 복화가 너무 불쌍해 품에 끌어 안아주었다. 보나마나 복화는 생존하기 위해 부득불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오른 것 같았다.  몸을 팔지도 않고 짧은 시간에 두툼한 목돈을 벌 수 있었다. 처녀로서 어데 가서 몸을 팔기보다는 아주 "숙녀다운"  고급돈벌이라고 여겼다. 어진간해서는 교타이모리 스시상에도 오를 기회 없었다.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오르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구비돼야 했다.
     우선 숫처녀야야 하고, 다음 인물체격이 뛰여나야 했다. 다음 슈퍼미녀여야 했다. 그 다음 피부가 깨끗하고 백지장처럼 새하얘야 했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조건이 구비돼야 했다. 그런데 복화는 다이로교수의 심사조건에 부합됐던 것이다. 보통 일본 숫처녀를 선호했지만 다이로교수는 문걸이 조선인이라는 것을 감안한데다가 복화에게 생활비를 마련해주려고 그 조건만은 하향해 수용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일본에 류학가거나 돈벌이를 간 취약자계층에게서 흔히 있는 일이다.
     어떤 남학생들은 시간은 없고 취직하기도 힘들어 피를 팔았다. 또 두툼한 목돈을 보고 초상집에 가서 사체를 층집에서 메내려오는 일도 해 학비를 마련했다. 
     춘희는 마끼를 보고 조선말로 물었다.
     “너 혹시 복화 과자를 먹는다고 새된 소릴 친게 아니냐?”
      “그래요.”
     “왜?”
마끼는 다이로가 서재에 들어간 것을 보고 말했다.
“아빠가 복화를 보고 과일만 먹으라고 했어요. 과자나 밥을 먹어선 안된다고 했어요.”
춘희는 의혹이 더 커졌다.
“왜?”
“잘 몰라요. 아빤 그저 복화 영양부족이라면서 과일만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춘희는 점점 더 의아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사람이 밥을 먹잖고 과일로 편식해 어떻게 산다니?”
마끼는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아빤 반년 동안 우리 집에 와서 밥도 안 먹고 과자도 안 먹고 과일만 먹으면 생활비를 많이 준대요.”
“그래? 세상에 그렇게 좋은 알바도 있대?”
복화와 진희(마끼)는 서로 마주 보며 새물새물 웃었다.
(다이로가 혹시?)
똑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곤방와(안녕하세요?"
"이럇샤이마쓰까(계십니까)?이샤데스네(의사입니다).”
다이로가 부랴부랴 달려나가 문을 열어주며 인사했다.
“ 도조 하잇데고자이마세요(어서 들어오세요).”
새하얀 방호복을 입은 남녀의사 넷이나 우르르 들어섰다.
“복꾸하나(복화), 고이(오라).”
춘희는 의아해 쏘파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지금 뭐 하는가요?”
다이로는 헤벌쭉 웃으며 두팔을 벌리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미국 류학 출신인 그는 제법 서양사람처럼 행동하군 했다.
“복화영양부족이 심하오. 혼자 알바 해서 온전히 먹고 살았겠소? 건강검진해 잘 치료해야겠어.”
“네- 감사해요. 복화는 부모 없는 불쌍한 앤데요. 많이 관심해주세요. 도조 요로씨꾸고자이마쓰(잘 부탁드려요. ”
다이로는 복화 침실로 들어가면서 선선히 대답했다.
“좋아. 근심하지 마. 딸처럼 도와주지.”
춘희는 머리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춘희는 속궁리했다.
(복화를 퍽 관심하는군. 건강챙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녀는 의사들을 둘러보면서 피뜩 번개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복화를 야마구찌 다이로교수의 양딸로 삼으면 어떨까?)
의사들은 복화를 데리고 복화가 림시 든 침실로 우르르 들어갔다.
춘희는 객실에서 텔레비죤을 보는 마끼를 보더니 쏘파에 앉아 계속 속궁리를 돌렸다.
(복화를 양딸로 삼으라면 다이로교수는 좋아할 거야. 자식 하나도 없으니깐. 그런데 복화한테 남동생이 있다잖는가. 남동생은 어쩌지? 아예, 걔도 양아들로 삼으라고 할까?)
그러나 마끼를 돌아보자 생각이 인차 바뀌였다.
(아니야, 안돼. 그럼 장차 다이로교수 유산을 3분 해야 되잖는가?)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내가 칠순이 다 된 다이로와 연을 끊지 못하는 것도 진희 때문 아닌가. 다이로 재산을 보고 가은이마저 일본 놈 성을 타고 일본 이름까지 달아서 일본에 귀화시키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춘희는 쏘파에 자세를 바로잡으며 앉으면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난 첫 혼인에 실패하고 이젠 졸혼이야. 인생이 망가질대로 다 망가져버렸어. 내 고생하는 건 괜찮아. 그러나 마끼(진희)만은 고생시키지 말고 남 못잖게 살게 해야 해.)
춘희는 뇨타이모리 스시관에서 짐승 같던 다이로 모습이 피뜩 떠올랐다. 저가락으로 스시를 집어 복화 하신에 마구 저어내 냄새를 맡으면서 게걸스레 먹어대던 다이로,
(다이로가 복화를 양딸로 삼아도 가만놔두겠는가.)
춘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자칫 불쌍한 복화를 해칠 수도 있어. 진짜 라체로 돈을 벌기보다도 복화 전도를 더 해칠 수도 있어.)
춘희는 여러 모로 고려해도 복화를 도우려다가 해칠 것만 같았다. 진희를 생각해서라도 집에 끌어들이지 말고 집 바깥에서 다른 방도로 도와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한편 의시들은 침실에 들어가 복화 전신을 꼼꼼히 검사하기 시작했다.
“후꾸오 누레데 꾸다싸이(옷을 벗으세요.)”
복화는 부끄러워 돌아서서 옷을 한겹, 한겹 벗었다. 남의사가 복화를 침대에 반듯이 눕혀 놓고 비디오촬영기로 복화의 우유빛 몸을 촬영했다.
찰칵찰칵.
복화는 남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이를 옥물고 라체를 드러내야 하는 수치감을 참아야만 했다.
한 남의사는 복화의 백지장 같은 새하얀 피부를 꼼꼼히 매만지면서 살피더니 엄지를 내둘렀다.
“o-k! Good(좋아)!)”
한 녀의사가 복화를 보고 입을 벌리게 하고 입 안에 PCR면봉을 넣어 휘젓더니 타액을 채취해 실험관에 챙겨넣었다.
녀의사가 복화 팔을 쥐여 이리저리 살피기도 하고 청진기를 들고 가슴으로부터 배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청진하기도 하였다.
“다이죠부데쓰(괜찮아요)!”
그러자 다이로교수는 엄지를 척 내들었다.
녀의사는 복화를 보고 다리를 벌리라고 했다.
복화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다리를 오무리더니 이리곰실 저리곰실 탈았다.
“하즈까시이데스네(부끄러운데요.)
다이로교수가 복화를 조선말로 설득했다.
“반년에 500만엔 버는데. 뭘 꾸물거려? 마끼 엄마 박사라도 일본에서 500만 벌자면 쉽잖아. 너 언제 사창가에 가봐. 몸을 팔아도 3만엔 밖에 벌지 못해. 그것도 보스한테 주고나면 고작 1만 오천엔 밖에 벌지 못해.”
다이로 교수는 상냥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의사들이 그저 처녀막이 온전한가 검사하는 거야. 그저 병을 보인다 치고 눈을 질끈 감고 넘어가. 자. 어서.”
복화는 의아해했다.
복화는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눈을 살며시 감으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다이로교수는 점잖게 훌 나가버렸다.
의사가  현미경을 들고 세심히 관찰했다.
의사는 또 복화 손등 정맥에 주사바늘을 꽂고 피를 시험관에 받아냈다.
의사는 나와서 다이로교수를 보고 말했다. 
"별 이상은 없습니다. 이제 성병이 있는가 화험해볼게요.”
다이로 교수는 제자벌 의사들이였지만 허리까지 굽히면서 인사했다.
“도모 아링아도(너무 고맙소). 도조 요로씨꾸(잘 부탁드리오).”
남의사가 말했다.
“소변과 대변도 받아가야 되겠습니다.”
“알았네.”
다이로교수는 침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변기 붙은 특제의자를 가리켰다.
“복화, 저기 앉아 먼저 소변과 대변을 봐라.”
복화는 의사들 앞이라 부끄러웠지만 별수 없이 특제의자에 앉아 소변과 대변을 보았다. 뒤에서 녀의사가 바삐 실험병을 들이대 대소변을 받아냈다.
녀의사는 더러워하기는커녕 대변을 받은 실험병에 코를 대고 냄새까지 흡흡 맡아보는 것이였다.
“니오이가 다이죠부데쓰네(냄새가 괜찮아요).”
복화는 더러워 상까지 징그리면서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었다.
“됐습니다. 이제 병원에 돌아가 대소변을 화험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녀의사는 다이로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이었다.
“건강상태도 좋고 대변 색갈도 좋습니다. 십중팔구는 대변이 영양가 높을 것 같습니다.”
다이로는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감사합니다. 반년 동안이나 이 시각을 기다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들은 검사를 마치자 복화 침실에서 우르르 나왔다.
춘희와 진희도 일어나 곱게 인사했다.
“도모 아링아도 고자이마쓰.(감사합니다.).”
진희도 손을 저으며 인사했다.
“빠이, 빠이!”
의사들도 답례하고 총총히 가버렸다.
한참 후에도 복화는 다시 객실에 나오지 않았다. 아마 부끄러워 그러겠지.
춘희와 진희는 복화한테 더 찾아가지 않고 각자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
다이로 교수는 칠순 고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이와는 달리 정력이 아주 왕성했다. 그는 춘희를 보자 벌떡 일어나 마주 나가더니 춘희를 와락 안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가만! 좀 기다려요. 몸을 씻고 올게요.”
“그래? 서두르라고. 난 반년 동안이나 녀자 어떻게 생긴 걸 모르고 지냈어.”
춘희는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픽 코웃음쳤다.
(누가 곧이듣겠어? 아마 내 고향에 날아간 날 밤부터 굴레벗은 말처럼 기생거리 사창가에 뛰여갔을 거야.)
춘희는 바꿔 입을 잠옷을 벗겨들고 샤와실로 들어갔다.
다이로는 오늘 밤에는 웬 일인지. 춘희를 보고 어느 색갈의 잠옷을 입으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해 서산에서 돋지 않는가?)
춘희는 샤와실에 들어가 샤와기로 온 몸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서 피씩 웃었다.
(내 어디 세살짜리 앤가? 누굴 속이려고. 변태 같은 령감쟁이.)
춘희는 샤와를 하면서 다이로에 대한 이왕지사를 떠올렸다.
 
춘희는 처음부터 다이로교수 재산을 넘보고 다이로교수 집에 들어선 건 아니였다. 또 처음부터 다이로교수를 무턱대고 염오한 것도 아니였다.
처음 일본에 류학 왔을 때만 해도 그녀는 다이로교수를 아주 존경하고 믿고 따랐다.
춘희는 분망히 공부하면서 카레점에서 밤중까지 아라바이트까지 하다나니 온전히 먹지 못해 영양결핍에 위병과 페병에까지 걸려 입원치료를 받게 되였다. 그때 담당의사이자 그녀의 지도교수인 다이로교수는 춘희를 동정하면서 정성들여 치료해주고 여러 모로 살뜰히 보살폈다. 심지어 치료비마저 다 대주었다. 다이로교수 덕분에 춘희는 인차 건강을 회복하고 대학교에 가서 인차 공부할 수 있게 되였다.
      여름방학에 춘희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남편이 바람 피우다가 성병에 걸린 것을 발견하고 리혼하고 말았던 것이다.
      춘희는 일본에 돌아가  공부하면서 더 없는 고독감을 느꼈다. 물론 함께 일본에 류학온 황선희가 친언니처럼 서로 의지했지만 리혼후유증으로 인한 고독증은 말릴 수 없었다. 그녀는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었다.
     그때 다이로교수가 그녀 마음의 대문을 슬그머니 두드렸다. 다이로교수는 그녀의 학비까지 다 대주려고 했다.
     “알바를 하면서 어떻게 공부하겠는가? 또 중병에 걸리면 어쩌자고?”
    그 문안소리, 그 가벼운 노크소리에 그녀는 저도 몰래 스르르 마음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음의 대문을 빠끔히 열고 말았다.
다이로는 생물실험실에서 춘희를 꼭 끌어안았다.
춘희는 감동돼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다이로 품 속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다이로의 손이 부지부식간에 가슴에 스르르 들어와 살갑게 애무하는 것도 다 잊어버렸다…
      (그때만 해도 다이로는 오빠 같고 아버지 같았지.)
      그후 다이로는 애도 낳지 못하는 늙은 본댁과 리혼하고 춘희를 본격적으로 집에 데려갔다.
결혼 초기에는 그래도 20여세 차나는 세대 차이를 훌쩍 뛰여넘어 아기자기하게 지냈다. 다이로는 젊은 안해를 맞은 기쁨에서였을까. 춘희를 아주 살갑게 굴었다. 심지어 가은이마저 딸로 삼겠다면서 일본에 데려와 함께 살자고 했다. 그때 춘희는 다이로교수한테 얼마나 감복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감동도 얼마 가지 못했다. 날이 감에 따라 다이로는 대남자주의를 부리기 시작했다. 쩍하면 춘희와 떽떽거리고 신경질을  썼다.
      설상가상으로 칠순고개를 바라보는 다이로는 생물학자여서 그런지, 미국과 중국의 수입제정력제를 많이 써서 그런지 나이와는 달리 정력이 아주 왕성했다. 그는 얼핏 보면 50대 같아 보였다. 그는 한주일에도 대여섯번씩 춘희를 깔고 들어앉았다. 그러나 그는 날이 감에 따라 자기가 점점 시들어가는 감이 들었다.
     다이로는 침대에서 그게 잘 되지 않자 점점 변태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춘희를 보고 침대 앞에서 본댁이 입던 열몇벌이나 되는 잠옷을 갈아입으면서  일본 춤을 추게 하는가 하면, 라체모델 표현까지 하라고 억지로 요구했다. 보나마마 다이로는 젊어서 본댁과 침실에서 놀던 추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춘희도 다이로교수를 될수록 조화롭게 만족을 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다이로는 항상 불만족해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네 대륙 녀성들은 일본 녀성들에 비해 엄청 차해. 일본 녀성들은 집에서 가무를 돌보면서도 남편이 퇴근해 오면 가방을 받아 걸고 옷과 신까지 다 벗겨주지. 침대에서는 어떻게 하나 남편을 만족시키려고 무등 신경을 쓰지. 샤와를 하고 열서너가지 잠옷을 골라 입으면서 어떻게 하면 남편의 피로를 풀어들이고 성욕을 만족시켜주겠는가고 애쓰지. 그러나 너넨 어떤가? 그저 침대에 올라와 옷을 훌 벗고 의무적으롤 몸을 들이대면 그만이지. 완전히 기계적이지. 아양도 좀 간드러지게 떨고 지랄발광 다 해야는데. 이건, 어우, 쯧쯧쯧, 맛도 없어.”
       다이로는 두덜거리더니 나중에  춘희를 보고 별의별 저급적인 변태로 탈바꿈 했다. 
    “야메데 나(그만두지 않겠어요)?! 난 사람이지 짐승 아닌데요!”
“으하하하, 이래야 새 자극받지.”
다이로는 자극을 받으려고 섹스비디오를 사다가 돌려보면서 날마다 밤이면 침대 위에서 천방백계로 새 수작을 해댔다.
그것도 모자라 쩍하면 사창가로 달려가 기생들과 한바탕 놀아대군 했다. 심지어 춘희가 보는데서 황선희한테 지분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춘희는 아무 것도 못본 척했다.
(좋아하겠으면 해라지. 날 시끄럽게 굴지 않았으면 돼. 진짜 신물이 날대로 나.)
다이로는 각양 각색 녀성들의 매력을 단념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춘희 앞에서는 달콤한 소리만 골라했다.
“우리 만남과 사랑은 우연한 사랑이였지만 필연적인 것이였네. 이것은 운명이기도 하지. 난 그대를 세상에서 제일 부유하고 지적인 부인, 아니, 젤 아름다운 부인으로 만들테야.”
춘희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다이로를 응시했다.
춘희는 가은이 앞날을 위해 그저 한쪽 눈을 감고 한쪽 눈을 뜨고 억지로 살아나갔다. 다이로한테 신물이 날대로 난 그녀는 더 배기지 못하고 마끼(가은)를  일본에 남겨둔 채 고향에 훌 돌아가 병원에서 일했던 것이다.
그때 춘희는 진짜 다이로 교수의 가정에서 훌  졸혼하고 나홀로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몰랐다.
그녀는  여유시간에 문걸과 함께 사교무나 추고 등산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랐다.
춘희는 항상 혼자 중얼거렸다.
(고향에서 다빈치를 안고 살아도 다이로하구 살기만 낫지.)
문걸은 혈변을 보고 쓰러져 춘희네 병원 구급실에 입원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춘희 생활권에 우연하게 들어섰다.
그녀는 의사의 직업적인 인도주의 리념으로 사선에서 헤매는 문걸을 자기 피마저 수혈해 구해냈다. 그런데 운명희 조화라고나 할가. 그녀는 문걸과 함께 눈덮인 야산에 등산하러 갔다가 협곡 눈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사선에 헤매게 되면서 춘희는 그만 문걸한테 사랑을 고백하고 말지 않았겠는가.
이번에도 다이로 집에 오기 싫은 것도 사랑하는 본댁을 잃고 정신타격을 받은 문걸의 정신건강에 조금이라도 위안되겠는지 해 오기 싫은 일본행을 결심했던 것이다. 또 문걸을 보고 일본에서의 자기 과거 생활형편을 알게 하려는 것도 있었다...
 
춘희가 샤와을 다하고 잠옷을 입고 나오자 다이로교수는 그녀 아래 위를 찬찬히 바라볼뿐이였다. 반년만에 만났으면 이전 같으면 샤와실에서 나오기 바쁘게 침대에서 뛰여내려와 춘희를 안아 침대에 내동댕이쳤을 것이다. 그러나 침실에 갓 들어섰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다이로는 입맛을 쩝쩝 다실뿐이였다.
춘희는 지껄이지 않으니 오히려 좋았다. 그녀는 잠옷바람에 주춤 멈춰섰다.
“라체무나 추게나.”
춘희는 잠옷을 슬슬 벗으며 몸을 이리저리 탈며 섹시한 자태를 취하면서 백지장 같은 몸을 스리살살 놀리기 시작하였다.
다이로는 연분홍전등불빛 아래서 퉁방울눈을 가슴츠레 뜨고 바라보았다. 춘희가 아무리 섹시하게 몸놀림을 해도 어쩐지 사창가 가부기 기생들의 발 밑에도 가지 못했다.
이젠 어진간해 다이로교수에게 자극을 주지 못했다.
“에이, 그만, 그만! 곤하겠는데. 침대에 올라와.”
춘희는 침대에 기여올라가면서 종알거렸다.
“또 기계적으로 들이댄다고 하진 않겠지요?”
“아니야. 오늘 새 프로 있어. 우리 일본에선 고대로부터 이런 프로로 놀았지.”
다이로는 말을 마치자 침대머리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비닐바줄?! )
 “당신 뭐 하자는 건가요?”
“가만 있어 봐. 얼마나 자극적인가 맞 봐!”
다이로는 춘희를 짐승처럼 깔고 들어앉아 비닐바줄로 손을 뒤로 묶고  검은 띠로 눈도 동졌다.
춘희는 더럭 겁났다.
“지금 뭘 합니까?”
“널 바줄로 묶어놓고 강간하면서 새 자극을 반자는 거야. ㅇㅎㅎㅎ.”
“애들 있는데 작작 연극 놀아요.”
춘희는 하루 밤이 삼추 같았다.
그녀는 온 몸을 바르르 떨며 속으로 오열했다.
(못 살아, 번태하구 하루도 더 못 살아, 오- 언제 이 밤이 다 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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