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희 뇌리에서 뭔가 번쩍 번개쳤다.
(다이로교수는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무슨 짓도 다 할 거야. 이제 아들을 보려고 나 대신 복화를 집에 끌어들일 수도 있어. 복화도 생존을 위해 그런 짓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춘희는 하나 밖에 없는 딸애를 돌아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복화는 진희한테 큰 위협으로 돼. 다이로와 복화한테 애가 있으면 장차 유산상속권쟁탈전이 시작될 거고. 나중에 야마구찌 다이로교수는 진희를 집에서 쫓아낼 거야. 안돼, 절대 안돼. 복화를 가만 놔둘 수 없어.)
춘희는 저 멀리 XXX조각상을 떠메고 멀어져가는 다이로교수와 복화를 보면서 이를 옥물었다.
다이로는 춘희를 보고 거의 십년 동안 아들애를 낳아달라고 닥달했다. 그러나 춘희는 애를 낳아야겠는데 임신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항상 다이로한테 콘돔을 끼웠다.
“아니, 부부간에 이거 뭐야? 내게 무슨 성병이나 있다고 이래?”
다이로교수는 성을 벌컥 냈다.
그는 감각이 말짼 건 둘째고 부부간에 얇은 콘돔으로 인해 두터운 장벽이 생길 수 있다고 두덜거렸다.
춘희는 하는 수 없이 콘돔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됐다.
그녀는 궁리 끝에 콘돔 대신 다이로교수 몰래 피임약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애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다이로교수는 춘희를 의심하면서도 용 빼는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애가 생기지 않는데야 별 수 있겠는가.
그러는 와중에 의과대학교 제자 복화가 시선에 들어섰다. 복화는 남동생을 데리고 공부는커녕 살기도 어려운 형편이였다. 그녀는 돈이 딸리자 자기 피를 팔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모델도 하면서 근근득식하고 있었다.
다이로교수는 마끼의 소개를 받아 알게 된 복화한테 돈이나 쥐여주면서 관심하는 척하면서 마음먹고 슬금슬금 접근하였다.
돈은 귀신을 보고 맷돌을 갈게 한다는 말이 있다. 고액의 삯전에 단맛을 본 복화는 처음에는 가부기처럼 다이로교수네 집에 와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알바를 했다. 나중에는 이른바 생물학교수 다이로의 인체 시험품으로도 됐고 이젠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제 복화는 더 한 짓도 할 수 있어.)
춘희 근심은 점점 더해갔다.
그녀는 무슨 정신에 문걸을 데리고 천황궁으로 가서 구경시켰는지 몰랐다. 그들은 천황궁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천황궁 앞 널다란 광장 먼 발치에서 해자 너머 천황궁으로 통한 다리만 구경할 수 있었다.
문걸은 일제시기 천황궁 앞 광장에서 천황과 위만주국 괴뢰황제 부의가 탄 마차에 폭탄을 던진 리봉창의사를 떠올리며 머리를 숙연히 숙였다.
그러나 춘희는 복화와 진희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문걸의 심정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날 저녁, 다이로교수는 문걸과 아사꼬를 자기 집에 청해 또 희한한 연회를 베풀었다.
문걸과 아사꼬는 춘희가 보낸 도요다찌프에 그간 짬짬히 그린 숱한 그림을 싣고 다이로교수네 집으로 향했다.
다이로교수네 별장 같은 아파트 정원에는 사꾸라꽃이 만발하고 등불히 휘황찬란하였다.
다이로교수와 춘희, 마끼가 화복차림 한 숱한 미녀들과 함께 정원에서 대기하다가 문걸과 아사꼬를 마중했다.
“반갑습니다. 화가 부부님,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다이로교수님. 환대해주셔서 참말 고맙습니다.”
문걸은 인사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다이로교수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다이로교수는 언제 낮에 보았던 저급적인 시위대장인가 싶게 점잖지 않겠는가.
문걸은 다이로교수 이중적인 몰골을 잘 새겨뒀다가 초상화를 희한하게 그리고 싶었다.
미녀들은 화복자락을 휘날리면서 은은한 “사꾸라” 곡에 맞춰 박수를 짝짝 치고 손을 위로 쳐들었다 내리웠다 하며 일본 춤을 췄다. 아사꼬도 미녀들 춤판에 끼여들어 제법 춤도 잘 추며 돌아갔다.
“자, 어서 연회청에 들어가죠.”
다이로교수 안내하에 문걸과 아사꼬는 으리으리한 연회청(기실 널다란 주방)에 들어섰다.
그때 운전수와 보모가 도요다찌프에 실어온 그림 몇폭을 들여왔다.
문걸이 우쭐 일어나면서 그림을 들어 다이로교수한테 올렸다.
“전번에 오사카 옛성에 갔다가 감촉받고 호텔에서 총망히 그린 그림입니다. 어수선한대로 교수님께서 기념으로 받아주십시오.”
다이로교수는 류창한 조선어로 반겼다.
“오- 참 귀중한 선물이군요.”
문걸은 그림을 하나, 하나 설명해주었다.
첫 그림은 오사카 옛성 꼭대기에 앉은 커다란 까마귀 그림이였다.
“일본 분들은 까마귀신을 믿는다고 해서 까마귀를 오사카 옛성에 모셨습니다.”
“오마이가. 진짜 창발성있는 화폭입니다. 일본 일부 사람들은 까마귀신을 좋아하죠. 그러나 난 태양신을 더 좋아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태양신을 뵈러 가야겠는데. 헛참.”
두번째 그림은 사꾸라꽃을 배경으로 까마귀와 백조가 오사까옛성 아래 해자를 배경으로 바레를 추는 장면을 그린 화폭이였다.
“백조는 까마귀를 검다고 비웃지만 까마귀는 백조를 겉은 희지만 속은 검다고 조롱하죠.”
문걸의 해설에 다이로교수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허허허. 선명한 대조로군. 기실 까마귀는 아주 효성스러운 샌데. 사람들이 몰라봐주지. 특히 당신들 조선인들이 까마귀를 모르고 나쁘고 불길한 새로 욕하지. ㅉㅉㅉ.”
“이 그림 보십시오.”
문걸은 다음 그림을 들어보였다.
소낙비 쏱아지는 날에 까마귀가 높은 사꾸라나무가지에 튼 둥지에서 날개로 털 하나 없는 어미를 날개로 덮어주고 물고기를 먹여주고, 그 상공에서 까마귀 효성에 탄복하며 나래치는 백조.
“그래, 바로 그거야. 까마귀는 엄마를 죽을 때까지 효성을 다해 모시는 효성스러운 새지. 참 잘 그렸소. 한편의 동화 같소.”
세번째 그림을 보다가 다이로교수는 상을 찡그렸다.
오사카 옛성 꼭대기에 올라앉은 까마귀한테로 얼룩덜룩한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면서 기여올라가고 있는 장면이였다. 진짜 긴 여운을 남겨주는 그림이였다.
“큰일났네. 까마귀한테 독사가 덤벼드는구만?”
다이로교수는 근심어린 눈길로 흘끔 문걸을 곁눈질했다.
숱한 미녀들도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량미간을 찌프렸다.
“별로 까마귀한테 상서롭지 못해 보이는데요.”
“글쎄 말이야.”
좌중은 각자 의론이 분분했다. 그러나 문걸은 한마디 대구도 하지 않고 목석처럼 묵묵히 앉아 듣기만 했다.
여운은 나름대로 관람객들에게 맡긴다는 말인가?
다이로교수는 박수까지 치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음악을 울려라!”
운전수가 대형음향기를 틀어놓았다. 일본 와까음악이 은은하게 흘렀다. 기분이 전환돼갔다.
“연회를 시작합시다.”
그러자 둥그런 료리상에는 일본식 산해진미료리가 상다리 부러지게 올랐다. 포도주에 위스키도 올랐다.
아릿다운 일본 미녀들이 술상을 돌아가면서 술잔에 와인을 찰찰 넘치게 따랐다. 야마구찌 다이로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권주사를 정중히 올렸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귀빈 리문걸 화가 부부를 위해 특별한 연회상을 준비했습니다. 자, 먼저 리문걸선생님 부부의 일본 관광 축하해 한잔 듭시다.”
문걸은 술잔을 들면서 다이로교수한테 재삼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특별한 연회상에는 일본에서는 최고료리라는 교타이모리 스시도 차리지 않았다. 다만 료리상 정면에 특별히 높다란 의자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캬-“
다이로교수는 술잔을 놓으면서 짙은 눈섭 아래 퉁방울눈을 굴리면서 문걸을 건너다 보았다.
“어때요? 일본 음식문화 괜찮은가요?”
“네- 아주 맛있습니다.”
다이로교수는 고마이구이를 한점 집어 문걸의 앞에 놓인 접시에 놓아주었다.
“우리 일본 사람들은 바다 물고기만 먹지 민물에서 난 물고기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시내물에 가보면 팔뚝만큼한 물고기들이 이굴거리죠. 진짜 냇물고기 늙어 죽을 지경입니다. 허허허.”
그는 문걸의 눈치를 힐끔 보면서 비아냥거리는 것만 같았다.
“리선생, 시간 있으면 물고기그물을 사가지고 시내물에 가보세요. 팔뚝만한 잉어 한마대는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흔해빠진 소릴 치긴? 흥!”
문걸은 이렇게 맞받아치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참고 말았다.
“낮에 제가 아끼하바라에서 시위행진했는데요.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네-“
문걸은 피뜩 춘희 눈치를 살폈다.
다이로교수가 휴지로 기름이 게지지 발린 입술을 닦으면서 횡설수설했다.
“동서방 성문화가 다르다지만 우리 일본은 활짝 개방된 동양 선진국가요. 이제 세상 모든 금욕주의자들도 우리 개성해방과 성자유를 리해할 날이 돌아올 겁니다. 나라나 민족이나 살리려면 모두 인류의 아버지인 XXX를 살려내야 합니다. 그게 시들고 죽으면 그 민족의 후대도 시들고 망하게 됩니다. 우리 동양사람들은 대부분 성을 속이고 안 그런 척 하지 않고 뭔가요? 사람이 어디 산 것처럼 삽니까? 사회와 가정 눈치나 보면서 성자유도 누리지 못하고 성욕을 꾹 참고 인생을 헛되게 랑비하지. 정욕을 참으면 병 나죠. 오래 못 살아요.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그래요?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짧디 짧은 인생에 그렇게 참으면서 피곤하게 살아요?”
춘희는 못 마땅한 눈길을 보냈다.
(진짜 짐승 론리! 저런 짐승하구 어떻게 살아? 흥!)
그러나 대남자주의가 횡행하는 일본 습관 때문에 그녀는 숱한 사람들 앞에서 다이로교수를 제지시킬 수는 없었다. 또 그래서는 절대 안되였다. 당장 집 밖에 쫓겨 나가게 될 건 뻔했다.
다이로교수는 문걸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관계없이 자기 관점을 토설했다.
“우린 이제 녀자 그걸 모형도 메고 시위행진 할 거요. 녀자들의 그걸 보호하지 않고서야 남자들의 그게 살아날 수 있소? 무슨 락이 있겠는가? 녀자들 없이야 후대 있을 수 있는가? 우린 모두 녀자 거기서 나오지 않았는가? 허허허. 녀자들의 자유를 보호해야죠. 녀자들이 활짝 개방돼야 우리 후대가 번성하지요. 허허허. 저명한 프로이더 성에 관한 학설이 아주 지당합니다. 모든 건 성으로부터 시작되고 성이야 말로 만가지 위업의 동력입니다. 성이 없으면 인류사회도 없습니다. 황차 식물마저 우리 동물의 위대한 성잠재의식을 답습해 음양이 있지 않습니까? 성해방과 성민주, 성자유, 성개성을 살려야 합니다.”
춘희는 속으로 다이로교수를 질책했다.
(당신은 입으로는 성자유와 성해방, 성민주를 보호하자고 부르짖지만요. 왜 내 성자유와 성민주는 보호하잖고 마구 짓밟습니까? 날 밤마다 “강간”하고 내 성자유를 짐승처럼 유린하면서도 뻔뻔스럽긴? 흥!)
그러나 다이로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일장 연설을 늘여놓았다.
“음양조화가 잘 안되면 세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구도 남과 북 량극이 있짆습니까? 남극과 북국이 호상 대립되면서도 함께 공존하면서 지구를 온당하게 돌아가게 합니다. 암컷과 숫컷, 이런 깊고 깊은 철리 어디 가서 듣겠습니까? 이건 의학과학입니다. 미신도 아닙니다. 음란물 절대 아닙니다.허허허. ”
문걸은 언제 정호한테서도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론리는 문걸과는 물과 기름처럼 근본 어울리지 않았다. 만약 정호와 다이로교수 만난다면 진짜 의기투합될 것만 같았다.
다이로교수는 좌중을 둘러보더니 말이 길어진 걸 눈치챘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뜻밖에도 주먹을 불끈 쥐여 휘두르며 목청이 터지게 구호까지 불렀다.
“성자유와 성해방 만세! 만만세!”
뒤이어 다이로교수는 손벽까지 짝짝짝 치며 소리쳐댔다.
“자, 반년 동안 준비한 최고료리를 올려라!”
“음악을 울려라!”
“춤도 춰라!”
미녀들이 술상 앞에서 음악에 맞춰 이쁘게 박수를 쨕쨕 치며 일본 춤을 추었다.
문걸은 호기심에 차 눈이 휘둥그래 여기저기 살폈다.
(도대체 무슨 료린가?)
그때 화복차람에 곱게 치장한 미녀가 의사 대여섯명의 부축을 받으면서 사뿐사뿐 술상에 다가왔다.
(아니, 저게 복화 아닌가!)
“자, 술상에 올려라!”
다이로교수의 명이 내렸다.
남녀의사들이 복화를 미리 술상 정면의 높은 걸상에 들어올려 앉혔다.
문걸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또 교타이모리 료린가?)
드디여 복화는 걸상에서 일어나더니 허리에 감은 화복 띠를 풀고 한겹, 한겹 벗어버렸다. 대신 베일에 싸인 백지장 같은 다리가 연분홍조명등 아래 어슴푸레 드러났다. 얊은 베일이 복화의 다리를 살짝 가려주고 있어 보일말락해 퍽 매력이 있었다.
광고사진사들이 급급히 샷타를 눌렀다.
문걸은 눈이 시릴 정도로 보기도 망측해 머리를 숙였다. 그는 미술가이기에 처녀들의 라체모델 많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숱한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료리상에서 미녀 반라체를 보기는 일본에 와서 딱 두번째였다.
그때 복화가 높은 의자에 앉았다. 우유빛허벅다리가 연분홍조명등 아래 유표하게 드러났다.
그때 다이로교수는 엉거주춤 일어나 컵을 하나 쥐고 복화한테로 다가갔다.
마끼는 보기도 민망해 술좌석에서 오쫄 일어나 연회청에서 나가버렸다.
다이로교수는 컵을 들고 복화 뒤에 들이댔다.
“나나, 화이팅!”
다이로교수의 지령에 따라 복화는 힘을 주었다.
싯누런 똥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다이로교수는 급히 컵으로 그 싯누런 똥을 받아냈다.
춘희는 대번에 상을 찡그렸다.
문걸과 아사꼬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함박만큼 벌어졌다.
“죳또 맛데(좀 기다려.)”
그러자 똥이 더 떨어지지 않았다. 보아하니 복화는 의사들한테서 전문 훈련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다이로교수는 또 의사한테서 컵 두개를 받아 연신 두컵에 복화 뒤에서 떨어지는 싯누런 똥을 받아냈다.
술상에는 구린내가 물씬 풍겼다.
그런데 다이로교수는 정신병자처럼 컵을 들어 코에 대고 냄새부터 흡흡 맡아댔다.
“오- 아주 향기롭군. 나나 똥이야 말로 세상에서 젤 영양가 높은 보약이지. 오케이!”
뒤이어 그는 똥을 훌훌 불더니 맛나게 먹어댔다.
그는 거의 한컵을 먹고나서 다른 두 컵을 들어 문걸과 아사꼬한테 내밀었다.
“리선생님, 이건 내 반년동안 숱한 돈을 팔아 준비한 일본 최고 보약입니다. 저 나나는 반년 동안 우리 집에 있으면서 영양관리를 잘 했는데요.”
그는 진심에 찬 눈길로 문걸을 건너다보았다.
“진짜 내가 개발한 장수약인데요. 자, 한컵씩 드시죠.”
문걸은 상을 찡그리면서 사양했다.
“아니, 아니, 이렇게 진귀한 보약을 뒀다가 교수님께서 혼자 드시고 건강장수하십시오.”
아사꼬도 비아냥거렸다.
“그래요. 돈도 많이 팔았다는데요. 아까운 보약을 다꾸상 논데 꾸다싸이(많이 마시세요).”
그런데 다이로교수는 이번에는 컵을 들고 복화한테 다가가 새 지령을 내렸다.
“나나, 오줌약을 좀 줄 수 있느냐?”
“하이(예).”
복화는 다이로교수가 내든 컵에 소변을 보았다.
다이로교수는 연신 컵을 들어 소변을 두 컵이나 더 받아냈다.
그는 누런 오줌 컵을 들고 술상에 다가와 문걸과 아사꼬한테 내밀었다.
“자, 저 백설처럼 결백한 나나 몸에서 흘러나온 귀중한 소염약이나 드십시오.”
문걸은 황급히 일어나며 손사래를 쳤다.
춘희는 보다못해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그래 귀빈을 보고 오줌똥을 먹으라는 겁니까?”
다이로교수는 퉁방울눈을 흘겼다.
“모르는 소리!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장수약이야.”
말을 마치자 다이로교수는 컵을 들어 단숨에 오줌을 쭉 굽냈다.
아사꼬는 입을 연바하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문걸의 난처한 국면을 풀어주었다.
“교수님, 우린 너무 곤해 먼저 실례하겠어요.”
문걸도 제꺽 맞장구를 치면서 일어났다.
“네, 네. 우리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춘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요. 제가 리선생님을 모셔다드리고 오죠.”
문걸은 자리를 뜨면서 다이로교수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진짜 괴짜로군. 저런 더러운 괴짜하구 어떻게 살겠어.)
부지중 문걸은 변태 같은 다이로교수한테 춘희를 맡겨두는 것이 옳은가하는 의문이 저도 몰래 고개를 쳐들었다.
이튿날 춘희는 문걸을 안내해 후지산 구경을 떠났다. 마끼는 전날 아빠가 해괴망측한 행동거지에 너무나도 창피해 후지산관광에 동참하지도 않았다.
춘희도 문걸을 보기는 창피했지만 별수 없어 문걸을 안내해 후지산으로 떠났다. 그녀는 도요다찌프에 앉아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지산은 도꾜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들은 도요다찌프를 타고 도꾜에서 서남쪽으로 한시간 좌우 밖에 달리지 않았는데 벌써 산꼭대기에 백설을 뒤집어쓴 후지산의 모습이 바라보였다.
“후지산은 도꾜에서 아주 가깝구만.”
문걸의 말에 춘희는 살풋이 내리 깔았던 눈을 떴다.
“그래요. 80킬로메터 밖에 안돼요. 해발 3776메터인데요. 일본에서 젤 높은 산봉우리죠.”
그녀는 후지산 기슭에 구불구불 빨려들어간 도로 량 옆의 수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수림이 바로 이전에 제가 말하던 후지산 사망림입니다.”
그제야 문걸은 수림을 그저 스쳐지나보낼 수 없었다.
“수림의 적송을 살펴봐요. 피끗피끗 빨간 댕기 보이죠?’
문걸이 내다보니 적송에 드문드문 빨간 댕기 보였다.
“저 빨간 댕기는 모두 이전에 자살하러 왔던 사람들이 자살 전에 매놓은 댕기입니다.”
춘희 설명을 들으면서 문걸은 피끗피끗 뒤로 사라지는 빨간 댕기를 그저 지나칠 수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괴짜 많아요.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요. 돈 많은 일부 괴짜 부호들은 세상 해보지 못한 걸 다 해보고 후지산에 와서 죽으려고 하죠. 그들은 일본에서 제일 높은 화산인 후지산에 와서 죽으면 하늘로 날아올라가 태양신을 뵙고 극락세계에 올라가게 된다고 여기죠.”
문걸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진짜 허무하구만.”
춘희는 걀죽한 얼굴에 허구푼 미소를 지었다.
“네. 창피한 일이지만요. 어제 봤지요.그들은 개성해방을 주장하고 자유와 인권, 무슨 민주를 떠들어대지요. 자기가 자유와 인권, 무슨 민주를 누리려고 타국이거나 남의 자유와 인권, 민주를 유린하는 것이 맞습니까? 저자들이 웨치는 자유와 민주, 인권, 개성해방은 모두 타국과 남을 짓밟고 유린하는 그런 독재적인 헛된 자유와 민주, 인권, 개성해방입니다.”
춘희가 내놓고 다이로교수를 비난하는 것에 문걸은 저으기 놀랐다.
“다이로교수는 생물학자지만요. 괴상하게 생물과학이나 성기나 다 남이 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연구하려고 들지요. 어디 유명한 생물학자 같은가요. 다이로교수는 해괴망측한 시위행진마저 꺼리낌없이 도꾜 중심가에서 하잖아요? 엊저녁 다이로교수가 연회장에서 한 짓을 제가 대신 사과드려요. 어쩜 해외에서 온 리선생님한테 똥을 다 대접한단 말인가요?”
문걸도 너무 했다하면서도 넓은 마음으로 량해했다.
“괜찮소. 그는 진짜 진심으로 저에게 최고대접을 하느라고 그런게 아니고 뭐요.”
“그래도 그렇지. 똥대접을 어찌 최고대접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문걸은 뭐나 좋게 생각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다이로교수는 자기 먹자고 준비했지. 딱 나를 대접하자고 준비한 건 아니잖소?”
문걸의 말에 춘희도 동감이 가긴 갔다.
“하긴 그래요. 그가 보약으로 먹으려고 반년 전부터 복화를 데려다가 영양조절해주면서 준비한 게 아니고 뭡니까? 절대 오해하진 말아요.”
춘희는 문걸이 널리 량해했지만 속으로는 미안했다.
도요다찌프는 산기슭의 사망림을 벗어나 후지산으로 굽이굽이 달려올라가고 있었다. 문걸이 차창 밖을 내다보니 산중턱으로 치달아올라갈 수록 화산재가 뒤덮인 민둥산이여서 볼 품 없었다.
춘희는 굳었던 얼굴 살을 좀 풀며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뒷말을 이었다.
“지금 똥을 먹는 일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상해요. 일본 부자들은 세상 하고 싶은 일을 다해보고 이젠 똥을 먹어보지 못한게 한인가 봐요. 일부 일본 부자들은 장수하려고 샘물 대신 오줌을 샘물병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마셔요. 말로는 오줌이 소염작용한다고 해요.”
문걸은 너무나도 억이 막혀 도리머리를 흔들면서도 계속 듣기만 했다.
“일부 부자들은 다이로교수처럼 몇백만엔이나 주고 숫처녀를 집에 데려다가 반년동안이나 과일을 먹이면서 영양조절을 한 후 똥을 받아 먹지요. 그 똥이 영양가 높다나요. 성기도 살굴 수 있구요.”
춘희는 창피한 것도 잊고 문걸이 알아라고 숨기지 않고 토설했다.
“다이로교수는 그게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숫처녀 똥이라도 처먹고 시들어가는 그걸 살구려고 들죠. 그래서 제자들과 함께 성기도 메고 시위행진을 하죠. 심지어 의과대학교 생물화학연구실에서도 전문 남녀생식기만 가지고 별의별 연구를 다하죠. 그래도 자기 건 잘 살려내지 못해 애나는 모양이죠. 그래서 괴짜 성변태로 돼버렸습니다…”
아사꼬가 듣다못해 한마디 톡 내쏘아붙였다.
“그런 변태하고 어떻게 살아요? 아예 리혼해버리고 우리 리선생님과 사세요.”
“무슨 허튼 소릴!”
문걸은 손으로 아사꼬 허벅다리를 툭 쳤다.
춘희는 그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문걸은 춘희 토설하는 하소연을 듣고서야 춘희가 다이로교수를 자꾸 피해 고향에 돌아가 사는 의문도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또 그녀가 가발을 쓰고 쌍겹눈을 해가지고 등산팀에 다니고 자기와 함께 사교무청에나 드나들면서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좀 리해돼갔다.
(헤이, 그런 변태하구 어떻게 살아?)
문걸은 춘희가 자기 앞에서 다이로교수의 험담을 하는 것에 다시한번 놀랐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인생이 불쌍했다. 그녀는 진짜 자기를 희생해 마끼를 다이로교수네 집에 딸로 남겨 앞날을 기약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도 짐작이 갔다.
도요다찌프가 후지산 산중턱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자오록한 안개가 휩싸여 눈앞에 주먹이 날아들어와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였다.
(하늘이 후지산을 보지 못하게 심술을 부리는구나.)
아사꼬는 자오록한 안개를 둘러보면서 또 뭐라고 말하려다가 문걸의 눈치를 할끔 쳐다보고는 입술만 다시였다.
“숨이 차게 달려왔는데요. 좀 쉬면서 돌아보지요.”
춘희 말에 모두 차에서 내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후지산 꼭대기 모습은 자오록한 안개 속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춘희는 그들을 데리고 “후지산”이란 글이 새겨진 바위돌 앞에 가서 기념사진이나 한장 찍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개가 사라질 거 같지 않아요. 후에 또 와서 후지산 꼭대기를 구경하지요. 등산로가 험한데요. 자칫 안개 점점 더 끼면 차도 내려가기도 힘들어요.”
문걸은 아쉬운대로 후지산 중턱에 있는 유람구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이나 싸놓고 도요다찌프에 올랐다.
도요다찌프는 험한 령길로 용케도 굽이굽이 내려왔다.
산기슭에 거의 이르자 안개가 옅어지면서 푸르른 적송이 어슴프레 보이기 시작하였다. 문걸은 사망림에 이르자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점점 안개가 걷히자 도요다찌프는 속도를 내 달리기 시작하였다.
빽-
갑자기 도요다찌프가 급정거했다.
“난데(어째)?”
춘희가 물었다.
“미마쇼. 슈닌노 찌프데스네(주인의 찌픈데요.)”
춘희도 앞에 세워놓은 도요다찌프를 보고 놀랐다.
“아. 소우데스네(그렇군요). 하야꾸(빨리)! 잇데 미마쇼(가서 봅시다)!”
문걸도 뒤따라 차에서 내리면서 저으기 근심했다.
(다이로교수가 사망림에 와서 뭘 해?)
춘희는 운전수와 함께 사망림에 들어가며 살피면서 먼저 다이로교수의 도요다찌프 운전수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늘 후지산에 다이로교수를 데리고 왔나요?”
“아니, 저 보고 오늘 쉬라고 했어요. 왜?”
“다이로교수 찌프 후지산 사망림 길에 서 있군요.”
“아니, 그럼. 제가 곧 갈게요.”
춘희는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다이로교수는 자살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성통곡하면서 수림에 대고 고함쳤다.
“다이로선생님!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제가 왔어요!”
그때 운전수가 고함쳤다.
“부인, 이걸 보세요.”
운전수는 한 적송에 매여 있는 빨간 댕기를 풀어냈다.
춘희가 다가가보니 분명 다이로교수 명함과 함께 유언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난 숫처녀 똥까지 다 먹어보았다. 이젠 죽어도 한이 없어. 죽는 걸 내놓고 이 세상에 자극받을만한게 하나도 없다. 난 안락사약을 먹고 죽는 걸 체험한 후 후지산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태양신을 뵙고 극락세계에 들어갈 거야. 야마구찌 다이로
“안돼! 다이로교수!”
춘희는 정작 다이로교수가 자살의 길을 선택하자 량심의 가책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변태가 언제 죽겠는가 고대했었다. 그럼 지긋지긋한 시달림도 끝나고 딸과 함께 다이로교수의 유산을 상속받아 홀가분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시각 그녀는 다이로교수한테 죄송했다.
그녀는 생전에 다이로교수에게서 받은 사랑과 은혜에 아무런 보답도 해주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녀는 울고 불며 사망림을 헤매면서 다이로교수를 찾았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꼭 주인님이 있을 겁니다.”
그들이 등산길에서 사망수림으로 한 백메터 들어갔을 때였다.
“부인! 저길 보십시오.”
모두들 일제히 운전수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다.
다이로교수가 글쎄 한 적송나무에 기대에 앉아 있었다.
“주인님을 찾았습니다!”
춘희랑 달려가보니 다이로교수는 눈을 살며시 감고 똑마치 적송나무에 기대 조용히 자는 것만 같았다.
“선생님!”
춘희는 달려나가 다이로교수를 붙안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그녀는 인차 다이로교수의 목동맥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빨리! 병원에 호송합시다!”
“하이(예)!”
운전수는 다급히 다이로교수를 업고 사망림을 벗어나갔다.
춘희는 뒤에서 업혀 가는 다이로교수의 인중을 눌러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문걸은 흐리멍텅한 구름이 감도는 비운의 후지산을 쳐다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교수가 어쩜 미신을 다 믿어? 후지산이 일본에서 젤 높다만, 후지산 사망림에 와서 자살하면 태양신을 볼 수 있다고 믿는가? 허허, 너무나도 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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