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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36) 김장혁
2022년 08월 27일 10시 45분  조회:1604  추천:2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3권
                  김장혁



     46. 모험 쇼


       성호가 금무호텔 커피숍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끝내 나영이나 정호나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별빛이 반짝이는 밤만 깊어갔다.
      그때 초조한 정적을 깨뜨리며 핸드폰이 울렸다.
      최혜영 국장한테서 온 전화였다.
     “오빠, 나영이 핸드폰 지금 북경행 렬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어요. 정호 핸드폰은 광주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미 렬차 승무경찰들한테 추적협조를 부탁했습니다.”
성호는 놀랐다.
“그럼 나영과 정호가 고속렬차를 타고 북경과 광주로 나뉘여 도망친단 말이오? 실명제를 하는데 그런 바보 짓 할까?”
“글쎄요. 이제 붙잡으면 알게 되겠죠. 교활한 정호가 이번에도 또 우리 시선을 따돌리자고 궤변을 부리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이제 출국하는가 공항 출입국검사소를    지킬 수 밖에 없군요.”
성호는 답답해났다.
“최국장, 어째 당지 공안국에 협조수사를 단단히 청탁하지 못해? 경찰을 좀 더 풀어 온 시내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써캐 훑듯하면 정호과 나영이 숨을 곳 있겠니?”
“오빠, 량해해요. 정호나 나영보다도 지금 엄청 중대한 살인, 강탈, 공개수배범도 수두룩한데 언제 5만원 밖에 해먹지 못한 나영 같은 부패분자를 붙잡자고 숱한 경찰을 동원할 수 있겠어요? 당지 경찰들도 지금 전력을 다해 정호와 나영을 추적하고 있소. 오빠는 이젠 공항 주변을 감시해주세요. 오래잖으면 황선희와 정호가 미국으로 출국할 시간 되니깐요.” 
     북경행 고속렬차가 밤을 헤가르며 북으로 달리고 있었다.
     렬차 승무경찰들은 S시 공안국에서 위챗으로 보내온 정호와 나영이 공개수배령에 박힌 사진을 복사해 들고 렬차바곤마다 샅샅이 참빗질해나갔다.
한식경이나 마지막바곤까지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정호와 나영이 비슷한 그림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령 같은 의문의 나영이 핸드폰마저 꺼졌다.
    사실, 군철은 담대하게 모험적인 쇼를 획책하고 연출해나가고 있었다.
    그는 애리싸 오빠 마이클을 보고 공안국에 로출된 나영의 핸드폰을 가지고 렬차 타고 북경으로 떠나가라고 시켰던 것이다.
마이클은 정호가 시킨대로 북경행 고속렬차에 올라 일여덟 정가정을 지나간 후 잠간 나영의 핸드폰을 켜고 정호와 통화한 위챗에 정호가 써준 문자를 복제해 날렸다.
 
최국장, 난 당신과 헤여질래요. 이젠 더 찾지 말아요.
 
마이클은 메시지를 보내고는 인차 핸드폰을 꺼버렸다.
렬차 승무경찰도 용빼는 수 없었다. 북경역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리 렬차바곤마다 내리훑고 올리훑어 봐도 나영이나 정호 비슷한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교활한 마이클은 북경역에서 내려 택시에 앉아 시내로 들어가면서 정호 시킨대로 또 나영의 핸드폰을 켰다. 그러나 위챗 메시지도 날리지 않고 누구와 통화하지도 않았다. 고의로 나영의 핸드폰 위치를 로출시켜 수사일군들의 시선을 북경에로 따돌리려는 수작이였다.
한참 후 수사일군들이 낚시에 걸렸겠다 싶을 때 교활한 마이클은 핸드폰을 꺼버렸다. 그의 종적을 찾을 길이 없게 됐다.
한편 군철은 이러나 저러나 정호가 친아버지이란 걸 안 후부터 별 수 없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간 후부터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더욱 느끼게 되였다. 더구나 리혼한 후 아들애 둘을 고생스레 키우면서부터 점점 아버지와 아들 관계란 무엇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되였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칡넝쿨처럼 얼기설기 뒤엉킨 관계, 뗄래야 뗄 수 없는 혈연관계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안겨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버지란 존재 얼마나 귀중한 존재, 산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가슴 아프게 느꼈다.
군철은 리화를 떠볼 겸 또 한가지 일을 부탁했다.
하여 리화는 애를 봐서라도 복혼하려고 군철이 시킨대로 꼬리를 밟힌 정호 핸드폰을 휴대하고 광주행 고속렬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서너역 지나간 후 렬차 화장실에 들어가 정호 핸드폰을 켜고 메시지 하나 보냈다.
 
나영이, 이젠 안녕히! 다신 찾지 말라. 빠이, 빠이!
 
리화는 렬차가 다음 역에 이르자 핸드폰을 켠 채 화장실 창턱에 올려 놓고 화장실에서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렬차에서 내려버렸다.
렬차가 떠나자 화장실에 다른 남성손님이 들어갔다. 그는 창턱에 놓인 번쩍번쩍 빛나는 핸드폰을 보자 제꺽 핸드폰을 꺼버린 후 호주머니에 주어넣었다.
그는 광주 역에서 내리자 그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쳐보았다. 고급핸드폰 모든 기능이 아주 정상적이 아니겠는가.
그는 새 핸드폰을 주었다고 입이 함박만해졌다.
최혜영 국장은 제7과 감시실에서 보내온 보고를 들었다.
“광주행 고속렬차에서 정호 핸드폰으로 위챗메시지를 전송. 지금 이 핸드폰은 광주 시내 사처로 움직이며 숱한 전화를 치고 있음.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혜영 국장은 코웃음쳤다.
“이건 정호와 나영이 친 연막탄일 수도 있어. 전번에도 정호는 허병칠한테 핸드폰을 줘 로씨야로 도망치는 가상을 꾸며 우리 시선을 따돌리지 않았던가. 교활한 놈, 이번에도 그 간사한 계책이 통할 거 같은가? 흥.”
최혜영 국장은 코웃음치며 여기저기 수사지시를 내렸다.
며칠 후 정호와 황선히 미국 출국 시간이 됐다.
그때 마이클은 또다시 사처로 이동하면서 시간마다 나영의 핸드폰을 한 5분씩 켰다 죽였다 했다. 수사일군들의 시선을 공항 아닌 북경으로 분산시키려고 들었다.
한편 S시 공항, 수사일군들과 정호는 공항에 커다란 법망을 치고 황선희와 정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성호는 국제항선 입구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영이 진짜 정호와 혜여져 북경 쪽으로 도망친 건가? 정호는 오늘 나영이 아니라 황선희와 함께 미국으로 갈 예정이 아닌가?)
성호는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어. 바보 아닌 이상 어찌 실명이 박힌 려권을 가지고 황선희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타자고 공항에 오겠는가?)
미국행 비행기 검표시간이 다가왔다.
성호와 수사일군들은 더욱 긴장한 눈길로 손님들을 하나, 하나 참빗질했다.
공항의 커다란 전자벽시계는 긴장하게 1분, 2분… 1초, 2초… 흘러지나갔다.
미국 뉴욕행 비행기 리륙을 반시간 앞뒀을 때였다.
공항 아나운서가 중, 영 두가지 언어로 안내방송을 하기 시작하였다.
“손님 여러분, 미국 뉴욕행 비행기 등기검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할 손님들은 26호 등기처로 가서 탑승하시길 바랍니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고. 국제선 입구에 진짜 황선희 박사 같아보이는 녀성이 사위를 둘러보면서 나타났다.
성호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다시끼더니 자리에서 우쭐 일어났다. 수사일군들도 성호가 보낸 암시를 받고 황선희 주위에 둘러섰다.
그들은 이제 정호가 나타나기를 기다릴뿐.
이윽고 정호가 진짜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겠는가.
성호는 코웃음쳤다.
(네놈이 선글라스를 낀들 누굴 속여? 흥! 껍질을 벗겨놔도 내 눈은 못 속여.)
정호는 입구에 들어서 여기저기 사위를 둘러보았다.
(에크, 저게 성호 아닌가! 사인정탐가, 저놈이 어떻게 귀신처럼 여기 나타났어?)
성호를 보자 그는 심장이 덜컥 물앉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인차 랭정성을 회복하며 트렁크를 끌고 천천히 황선희한테로 다가갔다.
(미친 놈! 환장했어.)
성호는 정호한테 스적스적 다가갔다.
수사일군들도 황선희와 정호를 물샘틈없이 에워싸며 조여들었다.
“정호, 자수해라. 넌 이미 포위됐어. 친구로서 충고한다. 자수해라.”
성호는 고함치며 정호한테 뛰여가다가 주춤 멈춰섰다.
(어째 정호 같잖아.)
정호는 근본 성호 말을 못 들은 척하지 않겠는가.
정호가 찬찬히 뜯어보니 우멍눈이나 이마의 김이나 다 비슷한데. 키가 더 훤칠해보이고 젋어보였다. 
“꼼짝 말엇!”
정호와 황선희는 와들짝 놀랐다.
숱한 수사일군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정호와 황선희를 에워싸고 나포했다.
“왜 이럽니까?”
수사일군들은 체포장을 내들었다.
“부패분자 최정호를 법에 의해 나포한다.”
성호도 다가가 말했다.
"정호, 이제라도 자수해라. 넌 죽을 죄는 지지 않았잖아?"
“하하하.”
최정호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배터지게 웃었다.
“성호삼촌, 뭐? 최정호? 똑똑히  보십시오, 내가 누군가.”
성호는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거시까지 했다.
(아니, 저 놈, 저게. 정호 아들놈 아닌가.)
사실 군철은 정호 시킨대로 정호인 척 꾸미고 공항에 와서 황선희박사를 만나 수사일군들 반응을 떠보려 했던 것이다.
그는 자기 안위를 무릅쓰고 아버지를 엄호하려고 수사일군들의 법망을 시탐하는 연극을 놀며 모험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이제껏 하지 못한 아들의 의무를,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에 대한 효성을 하려고 들었다.
수사일군들과 성호는 너무나도 허황하고 어처구니없어 서로 마주 보며 정호와 황선희를 번갈아보았다.
성호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선글라스를 벗기고 아무리 뜯어봐도 확실히 정호가 아니였다.
“아닙니다.”
“누굽니까?”
“정호 아들 군철입니다.”
성호가 죽 설명하자 수사일군들은 어언이 벙벙해졌다.
“공항파출소로 가자!”
수사일군들은 군철과 황선희 잔등을 떠밀었다.
군철은 몸을 마구 탈며 생떼질을 썼다.
“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마구 붙잡습니까?”
수사일군들은 정호와 황선희를 파출소에 련행해 심문하기 시작했다.
황선희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우쭐 자라에서 일어나 야단쳤다.
“항의합니다. 왜 무죄한 사람 앞을 막습니까? 난, 검표하러 가야겠습니다.”
“안돼, 당신 조사받아야 해.”
“비행기 놓치면 책임지겠습니까?”
“당신도 도주범 최정호 출국에 도우미역할을 한 혐의가 있어.”
황선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항의했다.
“도우미? 허튼 소리. 무함하지 말라고.”
수사일군은 퉁방울눈을 부라렸다.
“무함? 쳇, 최정호한테 미국행 비행기표 누가 떼주었어? 그래도 생떼질 쓰겠는가?”
이쪽에서 수사일군들이 군철과 황선희와 싱갱이질 할 때였다.
오사까행 비행기 출입국검사구에서 양복 위에 방호복차림의 한 사내가 배낭을 메고 검사일군 앞에 다가갔다.
      그는 군철과 황선희가 성호와 수사일군들의 시선을 확 끌어가는 틈에 건강마를 검사맞히고 서서히 출입국검사소에 다가갔다.
검사일군은 신분증과 려권을 대조해 상세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김성수?”
“네.”
정호는 가슴이 띠끔했다. 심장이 벌컥벌컥 높뛰며 터질 것만 같았다.
“방호복 모자와 선글라스 벗으시우.”
“네, 네. 깜빡이야.”
정호는 심장이 밖으로 튀여나올 것만 같았다.
(가짜 려권 탄로났는가?)
그러나 마음 한쪽구석으로 든든했다.
(비짜까지 맡은 려권인데 문제 생기겠는가? 가짜려권이란게 탄로났으면 진작 비자까지 떨어지기나 했겠어?)
그는 헤벌쭉 웃어보이며 선글라스를 제꺽 벗어쥐였다.
그런데 검사일군이 려권과 정호 얼굴을 자꾸 대조해보며 상을 찡그리지 않겠는가.
"어째 려권에는 번대머린데  아니지?"
"예. 번대머리 보기 구차해 가발을 썼습네다."
그는 가발을 슬쩍 벗어보이고는 인차 되썼다.
"음.이마에 기미 있는데 왜 없습니까?"
 "네. 보기 싫어 미용수술해버렸습니다."
"음-"
정호가 거금을 들여 만든 가짜신분증과 려권은 기적적으로 신기하게도 전자의기검사도 무난히 통과됐다.
검사일군은 우멍눈을 유심히 쏘아보며 물었다.
“김성수.”
“네.”
“무슨 사업하는가요?”
“일본과 무역을 좀 합니다.”
“무슨 품목?”
“전자제품.”
“혼자 가는가?”
“네? 네, 네.”
정호는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이쪽을 주시하는 나영을 힐끔 되돌아보며 그녀가 꼬리로 될가 봐 잘라버렸다.
뒤에서 나영은 까만 포도쌍까풀눈을 흘겼다.
검사일군은 정호 려권에 도장을 꽝 찍었다.
“감사힙니다.”
정호는 한숨을 후 내쉬며 려권을 받아쥐고 나영을 뒤돌아보고 헤쭉 웃어보이며 안전검사입구로 다가갔다.
"잠간 서시오!"
(뭐야?)
출입국검사소 검사일군이 일어서서 되오라고 다급히 손짓했다.
정호는 간이 콩알만해졌다.
그는 방호복 모자를 쓴 채  억지로 태연자약한체하면서 스적스적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검사일군은 그의 아래위를 훑어보면서 물었다.
"당신 공안국 사람인가?"
"아니,"
"왜 공안국 글자가 잔등에 박힌 방호복을 입었어? 사기치는게 아닌가?"
그제야 사연을 알고 정호는 희죽이 웃으며 방호복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불시에 방호복이 없어서 공안국에서 일하는 친구 방호복을 빌어 입었습니다."
"오- 그래?"
검사일군은 머리를 끄덕였다.
"가 보십시오."
정호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안전검사구로 유유히 떠나갔다.
뒤이어 나영도 생각 밖으로 아주 순조롭게 출입국검사구를 순조롭게 빠져나왔다. 검사일군은 더는 나영의 의료일군 글자가 잔등에 박힌 방호복을 문제로 삼지 않았다.
(살았다. 살었어.)
나영은 속이 한줌만해 하다가 한숨을 호 내쉬며 정호를 따라갔다.
그런데 안전검사구에서 사달이 생겼다.
정호 배낭이 짐검사의기를 흘러나가다가 그만 빨간 불이 켜졌다.
"손님, 여기 오세요."
검사일군이 손짓했다.
정호와 나영은 심장이 덜컥 멈춰 서는 것 같았다.
정호는 가까스로 진정하면서 굳은 표정을 펴려고 억지로 헤벌쭉 웃으며 다가갔다.
"배낭에  무슨 금은보화와 딸라 이리 많습니까?  몽땅 꺼내시오."
정호는 미리 준비한 말을 주어댔다.
"선물인데요. 일본 전자회사 노하라 회장한테 줄 금은액세서립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많잖습니까? 규정상 이리 많이 휴대하지 못합니다. 갑시다."
정호는 끌려가면서도 나영을 보고 먼저 가라고 눈치하고나서 검사일군에게 마지막수를 썼다.
"당신들 령도를 보기오."
"령도를 봐도 그렇지. 내가 바로 여기 책임자오."
검사소 외딴 사무실에 들어가자 검사일군은 핸드폰을 꺼냈다.
정호는 황급히 검사일군의 팔소매를 붙잡고 사정했다.
그는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배낭에서 주옥목걸이와 옥팔찌를 한쌍 꺼내주었다.
"좀 푸른 등 켜주세요."
"흥. 날 뭘로 보고 이래? 숱한 딸라랑 못 가지고 나가."
(이 탐욕스런 놈, 딸라 욕심났구나.)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딸라 두 묶음을 꺼내주었다.
검사일군은 제꺽 받아넣더니 씨무룩이 웃었다.
"다신 이러지 마십시오."
그자는 머리 숙이면서 경례까지 했다.
"잘 다녀가십시오,"
"감사하오."
정호는 그 자의 어깨를 툭툭 쳐주기까지 하고 나왔다.
그는 모든 검사를 마치고 일본행 비행기 등기처에까지 다가갔다.
한편 이쪽에서 황선희는 필경 무죄이기에 파출소에서 놓여나왔다.
그러나 군철은 계속 심문당했다. 
군철은 수사일군들과 걸고 들면서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그는 아버지를 엄호하려고 고의로 거짓말을 수태 둘러대면서 시간을 끌었다.
“내 무슨 죽을 죄를 졌습니까? 그저 미국에 한번 가고 싶어 그랬을뿐인데.”
수사일군은 사무상을 꽝 쳤다.
“넌 정호 이름을 도용해 미국으로 출국하려고 했어. 이게 그래 엄중한 죄 아닌가? 미친 놈, 흥!”
군철은 적반하장 격으로 생떼질을 썼다.
“내 뉴욕행 비행기 놓치면 책임지겠는가?”
이때 공항 파출소 문 밖에서 애리싸 금발머리가 피뜩 얼른거렸다.
“군철씨, 괜찮아요. 다음번에 제가 비자를 수속해주면 함께 미국 가요.”
“그래도 그렇지. 비행기 놓치게 생겼잖아?”
“NO, NO!”
이때 창 밖에서는 미국행 비행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미국행 비행기를 놓친 황선희는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황급히 오사까행 비행기 검사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황선희는 부랴부랴 비행기에 올라 정호 옆에 다가갔다.
황선희를 본 정호는 환성을 질렀다.
"황박사! 끝내 성공했구만." 
황선희는 보름달 같은 얼굴에 만면춘풍이 흘렀다.
"당신 끝내 벗어났구만.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게 됐구만. 축하해. 사랑해. 변강쇠야."
정호는 량 옆에 황선희와 냐영을 나란히 껴안고 푸르른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나영은 얼굴이 홍당무우로 돼 환선희를 건너다보고 쌔무룩이 웃었다. 황선희도 머리를 끄덕였다. 
정호는 비행기에 앉아 일본 오사까로 날아가면서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모험에  감동됐다. 또 애인 황선희의 진심어린 도움도 속으로 못내 고마웠다.
그는 비행기 차창 밖으로 발 아래 뭉게뭉게 떠올라 뒤로 밀려가는 구름을 내다보면서 속으로 부르짖었다.
(어허, 좋구 좋다. 끝내 떠나가는구나. 자유세상으로 떠나가게 됐구나. 자유 만세!)
나영은 정호 어깨에 머리를 스르르 가져다댔다.황선희도 정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황선희와 나영은 자유세상으로 향한 하늘 길에서 의기투합해 허물없이 정호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음을 표출하며 날아갔다.
정호는 황선희 둥기배와 나영의 날씬한 허리를 감싸안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린 끝내 자유세상으로 가게 됐어.”
“네. 이젠 살 것만 같아요. 뒤도 돌아보기 싫어요. 그저 영원히 이렇게 최국장 품에…”
정호가 나영의 허리를 살짝 꼬집어주었다.
“아니, 저 김사장 품에 안겨 영원히 잠들고 싶어요.”
“곤하면 한잠 푹 자라.”
“네. 피곤이 탁 풀려요.”
정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황선희는 정호 얼굴에 얼굴을 부비면서 중얼거렸다.
"며칠이라도 변강쇠와 살면 원이 없겠어요."
"그래? 그럼 실컷 살아보지. 뭐."
옆에 앉은 50대 녀성은 아마 처음에는 정호와 황선희가 부처간이고 나영을 딸로 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 셋이 점점 노는 꼬락서니를 흘끔흘끔 곁눈질하더니 눈이 떼꾼해 혀를 홀랑 내밀었다.
정호와 황선희, 나영은 옆사람이야 뭐라든 말든 셋이 찰떡처럼 찰싹 녹아붙어 꺼리낌없이 말을 주고 받았다.
이윽고 그들 셋은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몰려왔다. 
그들은 눈을 스르르 감고 푸르른 자유의 꿈을 꾸며 오사까공항 상공에 날아갈 때까지 조용히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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