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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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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38) 김장혁
2022년 08월 31일 11시 42분  조회:200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3
 
           48. 라이벌

 
      나나(복화)는 거의 날마다 대학교 수업만 끝나면 병원 구급실에 찾아와 다이로교수의 병치료 뒤시중을 들었다.
      본댁 모모에와 후처 춘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들은 륜번으로 번을 들면서 밤낮 다이로교수 옆을 지켰다.
      모모에는 기시하는 눈길로 춘희를 째려보면서 나직이 도도거렸다.
      “네따위가 다 다이로교수의 안해느라고 으시대느냐? 세상이 진짜 우습게 돌아간다.”
춘희는 처음에는 못들은 척 했다.
그러나 모모에는 점점 자못 도전적으로 나왔다. 일본 대화민족 대부분  인내성이 아주 강했고 내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 다이로교수가 사망하게 될 거 같자 모모에는 모든 인내를 걷어장지고 표독스러운 내심을 드러냈다. 아마 춘희와의 악연을 끝장내려고 들려는 잡도리 같아 보였다.
“다이로교수 옷을 씻으면서 뭔가 꺼내지 않았어?”
춘희는 언젠가는 한판 붙어봐야 할게 아닌가고 이번에는 그저 침묵만 지키지 않았다.
“뭘 말인가요?”
모모에는 춘희를 흘겨보면서 따지고 들었다.
“전번에 네가 다이로교소님 옷을 씻자고 가지고 가지 않았어? ”
춘희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랬지요. 그런데 아무 것도 없던데요.”
“모르쇠를 댈 작정이냐?”
그때 나나가 들어섰다. 그녀는 구급실의 팽팽한 분위기를 대뜸 눈치채고  나가려고 했다. 본댁과 후처가 말다툼하는데 서 있을 멋이 없었다.
“얘, 여기 오너라.”
모모에가 나나에게 눈을 흘기며 손짓했다.
“예-“
나나는 찍소리 못하고 모모에 앞에 가서 허리 굽히며 깎듯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사모님? 아직도 날 사모님으로 아는 애도 있구나.”
모모에는 나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우유빛얼굴이라던가, 청순한 미목이 꽤나 예쁜 처녀애 아닌가.
(얼마든지 다이로교수 혼을 빼먹을만한 미녀구나.)
모모에는 질투의 불찌가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쏘아보며 물었다.
“넌 누구냐? 왜 날마다 여기 드나들어?”
나나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인 채 목 안에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나나라고 부르는데요. 다이로교수의 제자입니다.”
“흥! 그럴듯한 미녀제자 많기도 많구나.”
모모에는 눈을 흘기며 나나와 춘희를 둘러보았다. 분명 나나를 빗대 춘희까지 껴들어 비웃는 것이였다.
“다이로는 좋겠다. 이렇게 예쁜 미녀제자들이 많아서. 조선 녀학생들 엉덩이에 뭐 엿가락이라도 붙었어? 미친 령감쟁이.”
“뭐, 뭐라고?”
이게 뭔가?
갑자기 다이로교수가 입을 열지 않았겠는가?
“교수님!”
춘희가 다가앉으며 다이로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 어서 일어나십시오.”
나나도 소리치며 다가가 다이로 손을 잡았다.
“더러운 손 치웟!”
모모에는 나나와 춘희 손을 탁 쳐버리며 고함쳤다.
“싹 다 꺼졋! 두번 다시 다이로교수 언저리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가만 놔두는가. 흥!”
춘희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무슨 자격으로 저를 보고 이래요?”
“무슨 자격? 난 디이롭교수 본댁이야. 알려주지. 내야 말로 다이로교수의 합법적인 안해야.”
다이로교수는 점차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였다.
“시끄러워. 작작 떠들어. 에헴.”
다이로교수는 어느결에 자기절로 산소호흡기를 떼내고 말참견까지 했다.
“목이 말라.”
“네. 곧 가져올게요.”
나나가 보온병의 따뜻한 물을 컵에 부어 들고 다가왔다.
모모에는 물컵을 빼앗으며 두덜거렸다.
“우둔한 년아, 죽어가던 사람이 어떻게 컵채로 마신다고 그래?”
그녀는 다이로교수 머리를 좀 들어 자기 무릎에 올려놓고 물을 한술, 한술 떠 입에 부어넣었다.
춘희는 모모에가 확실히 다이로교수의 사랑을 받을만큼 아름답고 정겨운  녀자라고 머리를 끄덕였다.
모모에는 다이로교수 상반신을 품에 안고 어린애를 내려다보는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다이로교수님, 당신 진짜 태양신을 만나러 가는줄 알았어요. 제가 얼마나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는지 아세요? 교수님 훌 떠나가면 전 어떻게 살아요?”
그녀는 넉두리를 하더니 머리 들고 춘희와 나나를 둘러보았다.
“당신 얘들 앞에 명확히 말해주세요, 내가 누군가를.”
다이로는 맥없이 눈을 뜨고 모모에를 올려다보았다. 그젯날 그렇게 아름답던 귀부인이 이젠 귀밑머리 희슥희슥하고 눈귀에 잔주름이 얼기설기 간 로파로 되지 않았겠는가.
“당, 당신, 내 사, 사랑하던 본, 본댁이지.”
모모에는 그 말에 감동돼 다이로교수를 와락 끌어안고 대성통곡쳤다.
“아유, 여보. 당신, 저도 사랑해요.”
다이로교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모모에는 춘희와 나나 앞에서 본댁의 “우세”를 과시하려는 상 싶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한 건 당신도 알죠?”
다이로교수는 맥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당신한테 애 하나 낳아주지 못해 전 한평생 죄송해요. 당신 젊은 녀자 얻어서 아들딸을 보라고 제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리혼을 제기했댔지요. 춘희가 들어선 걸 보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쓰라렸는지 알았는가요?”
다이로교수는 춘희를 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모모에는 표독스런 눈길로 춘희를 흘겨보며 도도거렸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저 춘희 애는 낳지 않고 제 딸만 데려다 제 노릇만 하잖았어요?”
모모에의 넉두리와 원망은 끝이 없었다.
“그래도 날 아직도 잊지 않아 다행이군요. 요년들이 당신 혼을 다 파먹었는가 했는데요.”
모모에는 다이로를 안고 한참 넉두리를 하더니 또 짐짓 물었다.
“로실히 말해요. 얘들은 당신한텐 어떤 존재인가요?”
다이로교수는 아주 맥없는 눈길로 나나와 춘희를 둘러보았다.
나나와 춘희는 기대에 찬 눈길로 다이로교수 입을 들여다보았다.
“몰, 몰라서 물어? 다 사, 사랑하는 제자들이지.”
다이로교수의 말은 아주 분명했다.
모모에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기대에 찬 눈길로 다이로를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그저 제자관계죠?”
그런데 다이로교수는 아주 흥분돼 도리머리를 젓기까지 했다.
“아니야. 춘희 후, 후처. 나나 내 미, 미래야.”
“뭐라고?”
모모에나 춘희나 다 눈이 휘둥그래 나나를 돌아보았다.
나나도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바깥으로 달아나기까지 했다.
모모에는 억이 막혀 다이로를 침대에 훌 내려놓고 물러났다.
다이로교수는 또다시 혼미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모모에는 한식경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모모에는 눈을 감은 다이로를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분명 잠꼬대를 했어. 제 정신이면 그런 잡소리를 하겠어?”
다이로는 두 눈을 꼭 감고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그때 간호원이 나나와 함께 들어섰다.
간호원은 다이로교수 맥박도 짚어보고 눈시울을 번지고 동공도 들여다보더니  모모에와 춘희를 돌아보고 부탁했다.
“너무 오래 떠들지 말아요. 환자는 조용히 푹 쉬여야 합니다.”
“다이로교수 언제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가요?”
“건강상태가 아주 빨리 회복되고 있습니다. 한주일 지나면 일어설 거 같습니다.”
“네-“
모모에는 아주 기뻐했다.
“독약을 먹었는데 살아나다니오? 참 기적이군요.”
간호원은 다이로교수한테 산소호흡기를 다시 달아주면서 정색했다.
“다이로교수는 근본 독약을 먹지 않았어요.”
“네?”
그 말에 모두 놀랐다.
“그럼 뭘 먹었는가요?”
모모에가 묻자 간호원의 대답은 귀를 의심케 했다.
“수면제를 과다복용했을뿐입니다.”
“네?”
모모에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다이로교수 왜 죽자고 하겠어요? 이렇게 훌륭한 미녀제자들을 수태 두고, 절대 죽을 수 없죠.”
“허허허. 모두 연극을 잘 노는구만.”
갑자기 다이로교수가 산소호흡기를 떼내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에헴, 잘 잤구나. 이젠 깨날 때도 된 거 같구만. 그간 얼마나 연극을 잘 구경했는지 모르겠어.”
다이로교수는 이상한 눈길로 춘희를 쏘아보는 것이였다.
“내 유서를 어쨌어?”
“유서라니오?”
“모르쇠를 댈 테냐? 내 웃옷호주머니에 넣었던 봉투를 어쨌어? 네가 그 옷 빨러 가져가지 않았어?”
(어마나, 령감쟁이, 수면제를 먹고 죽은 척하면서 연극을 놀았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죽은체 하다니? 능구렁이령감태기!)
나나는 꿈인지 생신지 너무 놀라 두 손을 맞잡고 다이로교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실, 다이로교수는 수면제를 먹고 안락사를 하러 후지산 사망림에 간 척하면서 춘희와 나나를 떠보려고 들었던 것이다. 유서를 남겨서 자기 고통으로 얽힌 내심도 토로하고 죽은 자기를 둘러싸고 세 녀자가 어떻게 나오는가 구경하려고 들었다. 하여 그는 사망림에서 춘희와 문걸한테 업혀 나와 병원에 실려와서도 정신잃은 척하면서  라이벌로 돼 싸우는 세 녀자의 연극도 다 보았던 것이다. 그는 내심으로 결단을 내릴 때 됐다고 생각했다.
다이로교수는 침대에 훌훌 털고 일어나 바로앉으면서 정색했다.
“나나와 할 말이 있으니깐. 다들 나가게.”
“네? 나도?”
“그래.”
모모에는 어이없다는듯이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녀는 나나를 손가락질하면서 도도거렸다.
“쟤 뭐라고 남기는데 난 나가라는가요?”
“그래. 싹 다 빨리 나가. 씨그럽다. 흥!”
춘희는 좋다고 훌 나가버렸다.
모모에는 손수건으로 눈물흘 훔치며 나가며 도도거렸다.
“당신 너무해요. 저 계집애와 무슨 은밀한 얘기하려고 저까지 내쫓는가요? 흐흐흑, 흑, 흑.”
“시끄럽다니깐! 어서 나가지 못해?!”
다이로교수는 퉁방울눈을 모모에한테 흘기까지 했다. 이그러진 입귀가 코수염에  올라가 찰싹 붙을 지경이였다.
춘희는 이제야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다이로교수가 이제껏 자기를 그렇게 동정하고 아끼고 사랑한 것은 본댁을 아까운대로 밀어내고 자식을 보려는 일념뿐이였어. 그러나 내 피임약을 너무 오래동안 먹어 임신하지 못하게 되자 본댁처럼 날 밀어내고 나나를 새 후처로 들여앉히려는게 아니고 뭔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춘희는 허무한 나머지 일종 모욕감을 느꼈다. 이제껏 성학대와 성폭행을 이를 옥물고 참으며 쌓아온 닭알무지가 한꺼번에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을 느꼈다.
아니, 허위에 찬 사랑산이 끝없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감을 느꼈다.
춘희는 눈앞이 아찔해나며 캄캄해났다. 그녀는 벽을 짚고 간신히 한걸음한걸음 화장실로 들어갔다.
모모에는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면서 시에미 역정에 개 배때기를 찼다.
“봐라. 십여년 전에 넌 내 발등 밟았잖았니? 꼴 좋게 됐구나. 너도 이젠 내 꼴 됐잖았나? 이제 나나가 네 발등을 밟을 거야. 내 받은 고통 너도 받아봐라.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호호호.”
춘희는 화장실 변기에 열물을 왝왝 토하기까지 했다.
한참후에야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에서 간신히 나왔다.
복도에서 금방 구급실에서 나오는 나나와 딱 마주쳤다.
“얘, 복화야, 잠간 할 말이 있다.”
“그래요? 이젠 촌스럽게 자꾸 복화라고 부르지 말고 나나라고 불러요. ”
다이로교수가 뭐라고 쑤근거렸는지 복화는 아주 당당한 기색이였다.
춘희는 나나를 데리고 병원 마당에 나갔다.
춘희는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놓인 장의자에 가서 나나와 마주 앉았다.
“얘, 우린 다 한 고향에서 온 조선족이야. 마끼하고는 또 중학교 때부터 동기 아니고 뭐냐?”
나나는 머리를 숙이고 눈길을 발끝에 떨어뜨렸다.
“거야 그렇죠.”
춘희는 발가우리해진 나나 얼굴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우린 이국 타향에서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해.”
“네. 거야 그렇죠.”
“너네 오누이 부모도 없이 이국타향에서 살자고 아득바득하며 고생하는 걸 보고 나도 마음이 쓰리다. 너네 세집값을 얼마간이라도 대줄게.”
“필요없어요. 제가 얼마든지 제절로 낼 수 있어요. 마음만은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나는 완곡하게 사양했다.
“다이로교수 너하구 뭐라더니? 나하구 솔직히 말해라. 그래야 나도 널 도울 방책을 세우지.”
나나는 대수롭잖게 말했다.
“래일부터 자기 아파트에 들어와 함께 살자고 합디다. 제발 제 근심하지도 마세요.”
춘희는 기다리던 것이 끝내 왔구나하면서도 저도 몰래 발끈 성을 냈다.
“뭐라고? 그래 후처로라도 삼겠다더니?”
나나는 머리를 번쩍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더 말씀드릴 순 없어요.”
“난 널 딸처럼 생각해. 새파란 나이에 왜 그렇게 살려고 하니?”
“남이야 어떻게 살든 마끼 엄마하구 무슨 상관인가요?”
춘희는 제 딸의 앞날을 생각해서라도 나나를 막아야 했다.
“어쩜 새파란 나이에 그래?”
“뭘 말인가요?”
춘희는 칼을 빼든바 하고는 피를 봐야 했다.
“그게 뭐냐? 아무리 살기 바빠도 어찌 라체로 교타이모리 스시상에 다 오르니? 다이로교수한테 네 똥까지 다 팔아먹니? 네 엉덩이에 무슨 꿀이라도 묻었니? 부끄럽지도 않니?”
나나는 낯색이 푸르등등해나며 성을 냈다.
“내가 어떻게 살든 마끼 엄마하구 무슨 상관인가요?”
춘희는 얼리고 닥치고 하려고 언성을 좀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글쎄, 너네 오누이 부모도 없이 이국 타향에서 의지가지 없이 사는 건 나도 불쌍하다. 널 생각해 말하는데. 자기 령혼을 다 팔면서 돈을 버는 건 아니잖니?”
나나는 코웃음쳤다.
“내가 령혼을 다 팔았다구요? 쳇, 별 소릴 다. 그럼, 마끼 어머니는?”
“내 어쨌단 말이냐?”
“마끼 어머니는 다이로교수를 진짜 사랑해 함께 삽니까?”
“그래. 난 다이로교수를 사랑한다.”
“픽!”
나나는 또 코웃음쳤다.
“다이로교수 재산을 탐낸 건 아니고?”
“무슨 소리냐?”
“사랑하면 고향에 돌아가 반년씩이나 돌아오지도 않았겠습니까? 그저 부부 허울을 쓰고 장차 다이로교수 유산이나 마끼한테 넘겨주려는게지.”
“뭐라고?”
춘희는 억이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어째, 심장 딱 찔렸죠?”
나나는 깨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비양거렸다.
“그게 다 변상적인 성매매 아니고 뭡니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재산을 탐내 부부 시늉하는게.”
“얘, 점점 못하는 소리 없구나.”
“내 모르는가 하는가요? 다이로교수 나한테 춘희박사 별의별 흉을 다 했습니다. ㅋㅋ. 김박사 얼마나 허위적인가요?”
“뭐라고? 다이로교수 뭐라고 했기에?”
나나는 쓴 입을 쩝쩝 다셨다.
“입이 더러워질가봐 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밤에 침대에서 어쨌다는 거. ㅎㅎ.”
나나는 해쭉 웃어보이기까지 하며 기를 톡톡 채웠다.
춘희는 혹을 떼러 왔다가 혹을 붙힌 격.
(얘를 너무 어리게 봤구나.)
나나는 점점 도고해 춘희한테 내놓고 반격의 대포를 쏘아댔다.
“더 듣고 싶슴까? 마끼 엄마나 내나 뭐 다를게 있는가요? 다 잘 살아보려고 이러고 있잖은가요? 마끼 엄마는 변상적인 장기 성매매를 하고 난 색을 팔고. 그러나 난 몸까진 팔지 않았는데요. 그저 쫄딱 벗고 교타이모리 스시상이나 대변보는 변기에 올라가 색과 똥만 팔았지. 마끼 엄마처럼 울며 불면서 침대에서 갖은 릉욕을 참으면서 성학대나 성폭력은 당하진 않았는데요. 그게 재산을 탐내 안해 허울을 쓴 기생이지 뭔가요?”
찰싹!
춘희는 더는 참을래야 참을 수 없어 한대 찰싹 갈겼다.
나나는 벌떡 일어나며 얼얼해나는 얼굴을 매만지면서 춘희를 쏘아보았다.
“왜 때려요? 말로 못 이기니 손을 대는가요? 이제 한대만 쳐봐라. 내 가만 놔두는가?”
춘희는 손을 쳐들었다가 내리웠다. 그녀는 나나를 손가락질하면서 호통쳤다.
“이 개쌍년아!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는가 봐라. 발만 들여놓는 날엔 종아리를 분질러 놓지 않는가.”
그러나 나나는 겁을 먹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춘희를 경고했다.
“김박사, 당신도 본댁을 밀어내고 마님질 하지 않았는가요? 저도 선배님께서 잘 본받아야죠. 흐흐.”
나나는 기를 톡톡 채우면서 비양거렸다.
“김박사, 좀 명지하게 노세요. 당장 쫓겨나게 된 신세에. 누굴 위협하는가요? 이제 내게 애걸복걸해도 모르겠는데.”
“뭐라고?”
“김박사는 이젠 늙었어요. 나하고 될 거 같아요? ㅉㅉㅉ. 어디 두고 보세요. 흥!”
나나는 “마끼면 몰라도.” 하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나나는 콧방귀까지 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씨엉씨엉 가버렸다.
춘희는 무릎을 꺾으며 풀썩 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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