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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43) 김장혁
2022년 09월 23일 07시 47분  조회:1222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3
 
              53. 자수


     보이지 않는 그물이 하늘을 스치면서 별의별 구름과 도깨비들을 다 걸여낸다. 그러나 그물 두새로 몇몇 미꾸라지들이 솔솔 빠져나간다. 저승사자 퉁방울눈에 서린 고민에서 자수의 미련이 튕겨나온다. 저승사자는 입귀로 기다림과 미련을 련이어 뱉어 수사망에 심어놓고 고기가 걸려들기를 길목을 지키며 고이 기다린다.
      최혜영 국장은 사무상에 이마를 고이고 앉아 걀죽한 얼굴을 찡그리며 고민의 수렁에 빠졌다. 그녀는 수사일군들을 사처에 파견해 나영과 정호를 추격하다가 놓치고 만 것으로 해 잠도 잘 오지도 않았다. 그녀의 찌프린 이마에 실주름살이 더 늘어갔다. 량미간에도 흰머리 드문드문 보였다.
       그녀는 사무상을 꽝 치며 이를 뻑 갈았다. 봉이 눈섭 아래 세귀쌍까풀눈에서 무서운 빛이 발산했다.
        (나영과 정호 핸드폰은 몽땅 다른 사람이 주어 쓰고 있지 않는가. 못된 년놈들, 너무 얕잡아 봤어. 흥!)
실로 나영과 정호는 국내에서 꼬리도 보이잖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최혜영 국장은 정호가 이다지도 반정탐능력이 강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성호는 정탐능력이 강하기로 “사인정탐가”, “정의용사”로소문났잖은가.)
그러나 정호는 성호보다 반정탐능력이 더 강했다.
(참 무서운 놈이야. 어쩜 우리 핸드폰 위치로 추적할 거 같으니. 핸드폰을 역리용해 우리 수사일군들의 시선을 따돌렸어?)
       사 후 공항파출소와 최혜영 국장은 감시카메라를 추적해 “김성수”와 “허가인”이 바로 최정호와 나영이라고 확인했던 것이다.
       “교활한 놈, 공안국 방호복까지 입고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어?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어. 흥!”
박동묵 국장은 최혜영 국장한테 인터폴을 가동하자고도 했다. 어떻게 말하면 그는 정호와 6촌매형이라는데서 대의멸친을 보여줘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인터폴까지 가동할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정호는 살인범도 아니고 중대경제범죄자도 아닙니다. 위에서도 인터폴에까지 상정하라고 비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박동묵 국장은 의아해 최국장을 쳐다보았다.
“그럼 정호와 나영을 놔둔단 말입니까?”
최혜영 국장은 사무실을 한참 뚜벅뚜벅 왔다갔다 거닐다가 뚝 멈춰섰다.
“나영은 5만원 밖에 탐오하지 않았습니다. 왜 정호를 따라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죄행을 낱낱히 탄백하고 장전을 바치면 징역형도 경하게 판결받을 수도 있는데요.”
“글쎄 말입니다.”
최혜영 국장은 사무상에 돌아가 의자에 앉아 정색했다.
“정호 아들과 나영의 남편을 찾아가 나영을 보고 자수하게 설득해보랍시다.”
박동묵 국장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일본까지 달아난 자들이 자수하겠습니까?”
최국장은 박국장의 심드렁한 표정을 치켜보면서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10프로 가능성만 있어도 노력해봅시다. 황차 그들은 가짜려권을 가지고 일본에 나가지 않았습니까? 자유관광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래잖아  불법체류입니다. 일본에서 더 배길 수 있겠습니까?”
박국장은 의연히 도리머리를 저었다.
“정호 옆에 일본통 황선희박사가 있잖습니까? 또 무슨 수를 댈지 누가 압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일본 경찰서 쪽에 다른 도경으로 정호 체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해봅시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정호와 나영의 식구들과 자수를 설복하게 하는 일도 늦추지 맙시다.”
“예. 알았습니다.”
“나영의 남편 철석과 친구 박지영한테는 박국장이 경찰을 배치하십시오.”
“예. 박지영한텐 녀경을 보내죠.”
“예. 녀경이면 녀성들의 고통도 알고 접근하기 쉽죠.”
최혜영 국장은 창문 밖을 멀리 응시하다가 박국장을 마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호와 나영보다도 오정룡을 시급히 나포해야 합니다. 그는 망아산 중대형사사건 중심혐의자입니다.”
최국장은 세귀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지금 오정룡의 단서 있습니까?”
박국장도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전번에 성호한테 얻어맞고 도망친 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혹시나 해 로씨야로 통한 해관들까지 수사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오정룡, 그 날강도를 하루라도 나포하지 못하면 백성들의 생명재산에 아주 큰 위험을 주게 됩니다. 하루속히 나포해야 합니다.”
박동묵 국장은 네모진 얼굴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예. 꼭 나포하겠습니다.”
최혜영 국장은 박국장을 쏘아보면서 명을 내렸다.
“누가 정호와 나영의 미국행 비자를 수속해줬는가 수사하십시오. 그자도 엄벌해야 합니다.”
“예”
박동묵 국장이 떠나간 후 최혜영 국장은 성호한테 전화했다.
“오빠, 지금 어데 있는가요?”
“딸 집에 있소. 무슨 일 있소?”
“전화받기 괜찮은가요?”
“말하오.”
“그게 뭐요? 숱한 사람이 멀쩡하게 정호를 놓치다니?”
“정호 그렇게 교활할줄은 몰랐소. 속담에 사람 열이 도적놈 하나 막지 못한다고 하잖소?”
“오빠, 미안한 부탁 한가지 하기오.”
“뭔데?”
“지금 나영과 정호는 확실히 일본에 달아났어요. 군철이 방호복이랑 얻어준 거 같아요. 군철인 정호를 엄호해 도망치게 하잖았고 뭔가요? 군철도 엄정한 처벌 피할 순 없죠.”
최혜영 국장은 봉이 눈섭이 이마에 철싸닥 올라가 붙을 지경이다.
“오빠, 군철을 한번 찾아가 설복해보세요. 정호를 보고 자수하게. 좋기는 군철한테서 정호 일본 주소도 알아내세요.”
“아들이 애비를 잡아먹자 하겠소?”
혜영은 핸드폰을 들고 언성을 낮췄다.
“오빠,  정호는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니잖고 뭔가요? 숱한 다른 범죄자들의 죄행도 적발했으니깐. 죄가 많이 삭감됐어요. 이제 불의지재까지 바치면 형벌이 훨씬 줄어들 수 있어요. 자수하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출로죠.”
“알았다. 그런데 군철이 말을 듣겠는지 모르겠다. 금방 애비로 받아들인 거 같은데 애비를 팔아먹자고 할가? 내 하나하구 알아보니 군철도 애비를 닮아 그리 호락호락할 거 같잖소. 애비보다 더 교활하고 반정탐능력이 더 강한 거 같소. 청화대학 수석인재 아니고 뭐요? 연구생학생회 회장도 한 적이 있다오. 그러나 한번 부딪혀보지.”
“수고하겠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돌아오세요.”
“오정룡은 나포했소?”
“아직은. 오빠, 그 일에선 손을 떼세요.”
최혜형 국장은 전화를 덜컥 놓고 의자에 기대앉으면서 눈을 스르르 감았다.
 
한편 하나는 아버지 옆에서 전화 소리를 엿듣고 야단쳤다.
“아빠, 어째 딸의 밥통을 깨버리자고 이럽니까? 아빠 경찰입니까? 검사입니까? 왜 하필 군철오빠네 아빠를 잡는데 삐칩니까?”
“삐치지 말라.”
하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성호 두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
“아빠, 부탁입니다. 군철오빠네 일에 작작 삐치세요. 전번에 그러잖아도 군철오빠 날 불러다놓고 야단쳤습니다.”
성호는 신을 껴신으려다가 말고 홱 돌아섰다.
“뭐라고?”
하나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아빠한테 자기 정황이랑 알려줬는가고 따집디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내 어디 허망 날려가 꽂힐지 모릅니다. 군철오빠 우리 회사 부총경리 됐습니다. 2인자지만 기실 회사 1호 실세입니다. 본사에도 그의 뿌리가 얼기설기 깊이 박혀서 박총경리도 그를 어쩌지 못합니다. 진짜 우리 회사 초패왕입니다. 군철오빠를 잘못 건그렸다간 이 딸이 썩뚝 잘려요.”
그제야 성호는 심각성을 느꼈다.
“너 자릴 옮겼느냐?”
하나는 울상을 지었다.
“박총경리 비서로 들어갔습니다.”
“너무 좋아서?
“좋다니오? 그 음충한 눈길만 봐도 몸서리치는데도.”
“그러지 말라. 박총경리를 잘 모시기만 하면 벼슬길이 활짝 열릴지 아냐?”
“아빠!”
하나는 울상이 돼 몸부림까지 쳤다.
“어쩜 그런 말 다 해요? 그래 딸이 잘못될가 봐 근심되지도 않아요?”
“네만 똑똑하게 놀면 감히?! 네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해.”
하나는 쏘파에 다가와 아빠와 나란히 앉으며 두 손을 잡고 하소연했다.
“윤선도 내 박총경리 비서로 들어간 걸 좋아하지 않습디다. 어쩌면 좋겠는지 모르겠어요.”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눈확에 잔주름이 확 느는 것이 눈에 띠였다.
“그럴테지. 어느 남자 자기 사랑하는 녀자 그런 자리에 들어간 걸 좋아하겠느냐?”
그는 딸의 머리를 어루쓸어주면서 뒷말을 이었다.
“그래, 총경리 비서면 직급과 로임은 어떻게 되니?”
“과장급에 년금 30만원이래요. 말로는 장차 잘하면 팀장급으로 승급시키고 년금 50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했어요.”
“그래?”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박총경리 2년 후면 훌 가버리겠는데. 경쟁이 심한데다가 본사의 제발규정이 있는데 박총경리 2년 임기 내에 팀장으로 승급시킬 수 있겠습니까?”
“군철인 얼마냐?”
“부총경리 아마 년금이 백만원도 훨씬 넘을 거예요.”
“참 좋구나. 너네 년령층이 고향에서야 언제 그렇게 벌겠니? 한 20년 벌어도 백만원 벌가?”
“돈은 돈이구. 윤선일 보기 민망해요. 자꾸 다른 자리에 옮기라고 해요.”
“윤선도 차차 리해하겠지.’
성호는 하나 손을 잡아주면서 일깨워주었다.
“너무 그 회사에 얽매우지 말라. 미국 하버드대 졸업생이 어데 가서 고만한 일자리를 못 찾겠니?”
“아빠, 몰라요. 이젠 30대 중반이기에 우리 이젠 다른 기업에 가려고 해도 잘 안 받아요. 전번에 미국 회사에 서류를 넣어보았어요. 건데 우리 직급과 대우 요구 높다고 받지도 않았어요. 우린 또 지금보다 대우 낮은덴 가지 않으려고 하죠. 이 시내에 미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숱한 회사 있어요. 일본 회사에선 미국 류학생보다도 일본 류학생을 선호해요. 회사 옮긴다는게 쉽지 않아요. 조선족은 그래도 한국 회사 젤 좋아요.”
“잘릴가봐 너무 근심하지 말라. 돈만 돈이라고 하지 말고 자기 인격을 지키면서 살아야 해. 알만해?”
“박총경리 노는 꼬락사니 눈에 거슬릴 때 많습니다. 그저 꾹 참고 견딜뿐입니다.”
“이제 비서로 간지 며칠이라구 그래.”
“자주 회식에 불리워 가서 총경리 루추한 꼬락서니를 한두번만 본게 아닙니다.”
“얘, 한국인들이 원래 그래. 넌 꼭 자기 인격을 직켜야 한다. 한국인들이 우리 조선족들을 너무 깔보고 괴롭히는 거 진짜… 살자면 별 수 없어. 낮은 문턱에 머리를 숙이면 머리 덜 터져.”
총명령리한 하나는 아빠 말을 제꺽 알아들었다.
“아빠를 봐라. 국영광고회사 총경리도 다 훌 버리고 개체로 광고회사를 차리잖았느냐? 자유로워서 너무나 좋다.”
그러나 성호는 “남의 밑에서 벌벌 기지 않고 자유롭고.” 하고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괜히 하나가 비서를 훌 그만두고 고향이라도 돌아오면 어쩌겠는가.
그는 화제를 돌렸다.
“얘야, 언제 결혼하니?”
하나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결혼해 뭐 해요? 아빠하구 엄마 보세요. 아빠는 중국에, 엄마는 이젠 미국에 간지도 20년이 거의 되잖는가요? 어디 부부 같습니까? 그저 명의상 부부지. 사실 남남이나 다름 없잖아요?’”
“그러게 너넨 빨리 결혼해. 엄마하구 아빠처럼 갈라지지 말고 잘 살아라. 나도 이젠 예순고개에 오르니 손자를 안아보고 싶구나.”
“조급해 말아요. 내나 윤선이나 다 고험을 겪어야 해요.”
“야, 미국 류학 때부터 10년이나 지내보내고서두 아직도 더 고험해야 하니?”
하나는 정색했다.
“아빠, 내 박총경리 비서로 들어가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요?”
“넌 인격을 꼭 지켜라. 윤선은 널 믿어야지.”
하나는 아빠 두손을 꼭 잡았다.
“아빤 절대 군철 오빠나 건드리지 마세요. 그럼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다. 나도 군철을 어찌자는게 아니구. 그를 설복해 정호를 자수하게 권고하자는게야. 그게 군철의 아빠를 구하는 길이야.”
“그래도 그렇지. 아빠 무슨 경찰입니까?”
“아니야. 정호와 친구니깐. 선의로 자수하라고 권고하자는게야. 지금처럼 상가집 개 신세로 쫓겨다닐게 있니? 자수하고 몇해 감옥살이하다가 나와서 자유롭게 사는게 낫지.”
그래도 하나는 극구 말렸다.
“알았다. 절대 네 전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게.”
“손을 떼라는데도.”
“그래, 그래. 알았다.”
그러나 하나가 부랴부랴 출근한지 얼마 안돼 그는 군철을 찾아갔다.
대문 앞에서는 진붉은 오성붉은기와 하얀 태극기가 나란히 휘날리고 있었다.
성호는 회사 대문에 다가가서 당직실 당직과 찾아온 사연을 말했다.
"리부총경리께서 들어오시랍니다.”
군철이 그를 들여놓을줄은 진짜 천만뜻밖이였다.
3층 부총경리실에 노크하고 들어가자 군철이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마중했다.
“삼촌, 어떻게 돼 왔습니까? 어서 여기 앉으십시오.”
그는 성호 두 손을 잡더니 푹신푹신한 쏘파에 모시고 갔다.
하나 대신 경희가 커피잔과 차잔을 받쳐들고 오더니 차탁 위에 올려놓았다. 경희는 하나 대신 군철의 녀비서로 됐다.
“맛있게 드십시오.”
경희는 성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커피잔을 들어 후후 불며 마시면서 부총경리실을 둘러보았다.
90평방도 더 되게 널다란 사무실 좀 높은 단상에는 커다란 보스사무상이 놓여있고 회전의자에 군철이 번대머리를 손으로 짚고 틀스레 앉아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용건이 뭣이기에 여기까지 찾아왔습니까?”
군철의 눈길이 금방 마중할 때와는 달리 곱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하나를 비서자리에서 내보낸 걸 잘한 일이라고 느꼈다.
(이젠 내놓고 날 수사하러 왔군. 흥! 배은망덕한 놈. 하나한테 진작 경고했건만. 쳇, 할대로 해봐. 누가 이기는가? 누가 밑지는가?)
성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호 지금 일본 어데 있소?”
군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모릅니다. 재간 있으면 직접 조사해보십시오. 경찰들이 붙잡아오랍디까? 앞잡이질 작작 하십시오.”
“얘, 그런게 아니다.”
“픽-“
옆에서 보던 경희가 입귀를 비쭉거렸다.
(별게 다 우리 총경리님을 보고 야, 자 해? 흥!)
“경희, 자리를 내주겠소?”
“네- 총경리님.”
경희는 나가면서도 성호한테 눈을 핼끔 흘겼다.
군철은 성호한테 다가오면서 대성질호했다.
“내게서 최정호선생 정황 알아내려니 하지도 맙소. 길러준 개 발뒤축을 문다고. 얼마나 배은망덕한 개들입니까?”
“얘, 아니, 리총경리, 욕하지 말고 내 말 들어보오.”
군철은 우멍눈을 부라리기까지 했다.
“정호선생 말이면 하지도 말고 가십시오. 바쁜 사람 좀 붙잡지 말구.”
“아니, 리총경리, 정호를 좀 자수하라고 권고하면 어떻소?”
“자수?”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군철은 번대머리를 홰홰 저으면서 딱 잡아뗐다.
“그가 어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련계방식도 없습니다.’
“리총경리, 곰곰히 생각해보오. 정호는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니오. 내 친구로서 정호한테 권고하지만. 자수하는게 상책이오.”
그러나 군철의 실눈이 돼버린 우멍눈에서는 의심하는 빛이 번쩍였다.
(친구? 아빠를 잡아먹자면서도. 흥!)
군철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꿀꺽 삼켰다.
성호는 번대머리 그런 음침한 표정을 다 읽으면서도 계속 했다.
“검찰원 반탐오회뢰국 최혜영 국장이 보증하던데. 자수하구 불의지재를 다 바치면 감형될 수 있답데. 정호는 숱한 범죄자들을 적발한 것만 해도 훨씬 감형될 수 있다오. 지금처럼 상가집 개처럼 이국 타향에 가서까지 쫓겨다니면서 살게 있소?”
(쳇,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나 해라.)
그러나 군철도 아버지를 보고 자수하라고 한 적이 있지 않는가.
군철은 우멍눈을 슬며시 감고 한참이나 베아링처럼 궁리를 돌렸다.
이윽고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수하는게 맞습니다. 이제 련락이 닿으면 자수하라고 권고해보지오.”
성호는 쏘파에서 일어났다.
“잘 생각했소. 난 딱친구 정호가 구렁텅이에 점점 더 깊이 빠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소. 오해하지 마오.”
“녀비서!”
“네-“
경희가 바삐 달려들어왔다.
“운전수를 부르오. 이분을 잘 모셔가라 하오.”
“네- 곧 련락하죠.”
군철은 성호를 대문 밖까지 바래였다.
대문 앞에는 보마찌프가 대기하고 있었다.
군철은 보마찌프가 떠나가는 뒤에 대고 코방귀를 “흥!” 하고 뀌였다. 그의 우멍눈에는 무서운 빛이 서렸다.
그는 엘레베터를 타고 사무실에 올라가면서도 이를 옥물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네놈새끼 아빠를 팔아먹기만 해봐라. 하나 살아남을 거 같애?)
아이고, 이걸 어쩌나?
지금 시에미 역정에 개배때기를 찰 예산이 아닌가?
저쪽 총경리 비서실 창문에 하나의 근심스런 얼굴이 엿보인다.
아득바득하는 생존의 허리에 곰팡이가 코웃음치며 들어앉는데 서슬푸른 빛이 살며시 문 열고 어디를 찌르면 피 날가고 기웃거리며 음흉한 눈깔을 떼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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