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changhe 블로그홈 | 로그인
김장혁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졸혼 제3권 (44) 김장혁
2022년 09월 29일 11시 47분  조회:147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제3
                     
                           졸혼

                   
               54.
충고



       도꾜만의 바다바람이 수심에 찬 얼굴에, 고민에 붐비는 가슴에 스며든다.
       유람선 배머리에 문걸과 춘희가 란간을 잡고 나란히 서서 해변가 경치를 흠상한다.
       수만갈래 금침, 은침이 바다를 찌르며 스며들었다가 뛰놀며 자맥질한다.
       유람선 선미에서 복잡한 심리갈등이 하얀 물보라를 튕기면서 꼬리친다.
       춘희는 문걸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도꾜만에 바람 쏘이러 나왔다. 문걸의 자유관광 날자가 아득바득 다가왔다.
문걸은 정작 일본에 춘희를 남겨두고 떠나려니 아쉬운 나머지 착잡한 생각에 잠기군 했다.
춘희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른다. 그는 춘희 얼굴 측면을 곁눈질하면서 말해야 하는지 저울질하다가 무거운 입을 뗐다.
“춘희,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예산이오?”
춘희는 침울한 표정으로 문걸을 돌아보면서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래요.”
“무엇 때문이오?”
“야마구찌 마끼를 혼자 두고 가지 못하겠어요.”
“그럼 마끼도 데리고 가면 안되오?”
춘희는 외까풀눈을 흘기기까지 했다.
“천만에 말씀.”
문걸도 외까풀눈으로 똑바로 마주 보았다.
“왜? 그래 가은이마저 완전히 야마구찌 가족으로 만들 예산이오?”
춘희는 잔주름이 늘어가는 외까풀눈을 살며시 내리감았다.
“가은이만은 저처럼 살게 할 수 없어요.”
문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 답답하오. 저네 모녀간은 왜 일본에 이리 집착하는지 모르겠소. 저는 박사 아니고 뭐요? 고향 병원에서도 몇만원씩 벌겠는데…”
춘희는 선두에 사람들이 몰려오자 복잡해 선미쪽으로 걸어갔다.
문걸은 뒤따라가며 뒷말을 이었다.
“가은이도 야마구찌 다이로 교수 양딸로 있으면 행복할 거 같지 않소.”
춘희는 홱 돌아서면서 홰를 썼다.
“고양이 방정을 작작 떠세요. 가은인 친아빠도 없으나 다름없어요. 그 앤 다이로교수 품에서 자라나나 다름 없어요. 마끼는 다이로교수 양딸로 있어야 돼요.”
문걸도 언성을 높였다.
“딱 야마구찌 일가 일원으로 돼야 장차 전도를 개척할 수 있단 말이오?”
춘희는 선미 이쪽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언성을 낮추었다.
“전 다이로교수 신세를 많이 졌어요. 다이로교수를 배신하고 훌 가버릴 수 없어요.”
문걸은 코웃음쳤다.
“그래 야마구찌 다이로교수를 진정으로 사랑하오?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 그래오?”
문걸은 “어째 고향으로 훌 돌아가지 않소? 다이로교수 재산 때문이 아니오?” 하고 물으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꿀꺽 삼켜버렸다.
선미에서 새하얀 갈등이 파도로 둔갑해 쏜살같이 쏟아져 나간다.
사품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춘희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진정 다이로교수를 사랑하는가?)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다이로교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 다이로교수 감사해 감은할뿐이다.  다이로교수는 내 박사도사이고 젤 어려울 때 친 아빠처럼 도와준 은인이야. 나는 그를 존경할뿐 결코  사랑하진 않아. 그의 박식함을 존경하고 그의 은정에 감은하고 감격했을뿐이다.)
그러나 춘희는 문걸 앞에서 그런 내심의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믿는 사이라고 해도 그런 험담을 할 수 없었다.
“저는 다이로교수를 마음 속으로부터 사랑해요. 그이는 일본에서 보기 드문 훌륭한 교수입니다. 민족기시가 험한 섬나라 오랑캐들과는 달리 아주 착하고 동정심이 많은 분입니다.”
춘희는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제가 조선인이라고 업신여기지 않았어요. 저를 정성을 다해 아빠처럼 도와주고 이끌어준 등대와도 같은 분입니다. 바람잦은 바다가의 부두와도 같은 분입니다. 그에게 기대면 아주 믿음직하고 편했습니다. 그는 저의 구명은인입니다. 저는 그를 절대 배신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한데 저으기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다 다이로교수에 대한 지나친 평가에 지나지 않았다. 또 어디까지나 복잡한 내심의 갈등과 고민을 가리려고 내든 방패에 불과했다.
문걸은 춘희 말을 듣고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내 보건대, 춘희박사하구 다이로교수는 스승과 제자 관계라고 보오. 아빠와 같은 은인과 딸 같은 제자 관계뿐인 거 같소. 절대 사랑하는 관계인 거 같잖소. 다이로교수는 아마 춘희를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소. 다만 애도 못낫는 본댁과 갈라지고 제처럼 젊은 녀자를 관심하는 척하면서 나꿔채 애나 낳으려고 했을뿐인지도 모르오. 지금 애도 낳아주지 않은 저를 이전처럼 사랑한다고 보오?”
“그만 합시다. 이젠 다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춘희는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돌아섰다.
갈매기들이 고민의 덮개를 물고 수면을 스치며 파란 하늘과 퍼런 바다 사이를 헤가른다.
사색의 끈은 은인 관심과 방조 사랑도 분명하게 갈라놓으며 쓰라린 고민의 서정시 꼬리를 파도 밑에 감춰 매놓는다.
풀고 풀어도 끝이 없는 실망의 삼검불이 하얀 물바래로 바다 물에 부서지며 만갈래 파문을 파다히 일으킨다.
춘희는 사실 다이로교수와 함께 하루 밤을 지내는 것이 삼추와도 같았다. 다이로교수한테서 밤이면 밤마다 성학대를 당하고 “강간”당하는 것에 신물이 날 지경이였다. 그러나 딸애한테 다이로교수 유산을 물려받게 하려고 억지로 참으면서 물앉아 있었다.
(난 딸애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 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어. 하나 밖에 없는 딸애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딸애를 데리고 훌 고향으로 돌아가기오. 나와 함께 참사랑을 향수하면서 재미나게 살면 어떻소?”
문걸의 도전적인 말에 춘희는 몸서리를 쳤다.
“아니, 이러지 마세요. 저는 딸애 전도를 중도에서 망가뜨리고 고향에 돌아갈 순 없어요. 마끼는 아직 졸업하지도 못했어요. 그는 다이로교수 제자이자 양딸인데요. 저는 마끼가 다이로교수 심목 중에 나나한테 밀리는 걸 가만놔둘 순 없어요.”
“왜? 더는 나를 속이고 저를 속이지 마오.”
문걸은 춘희 손을 잡으면서 애원에 찬 눈길로 그녀를 마주 바라보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았단 말이오? 그래, 이전에 등산하러 가서 지하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맺은 참사랑이 다 거짓이였단 말이오?”
춘희는 연신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땐 협곡 눈구덩이에 빠져 당장 죽는 걸로 알고 그만…”
춘희는 뒷말을 인차 잇지 못햇다.
“리선생님은 행복지수가 높은 분입니다. 제가 항상 존경하는 화가입니다. 마음씨도 착하고 안해한테 잘해준 남편이죠.”
“그럼 왜 돌아가지 못하오? 충고하오. 이제라도 늦지 않았소. 고향으로 돌아가기오. 그게 우리 삶의 터전이오. 일본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우리 조선족들이 살 곳은 아닌 것 같소.”
춘희는 진정이 넘치는 눈길로 문걸을 돌아보았다.
“저는 아직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어요.”
“언제까지 그 소리오?”
“물론 제가 혼자 행복하게 살려면 딸이고 뭐고 다 버리고 여길 훌 떠나가면 다죠. 그러나 저는 지금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널리 량해하세요.”
문걸은 피뜩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번에 다이로교수가 훌 죽었더라면 모든게 끝났겠는데…”
륜선이 종착항구에 도착해 서서히 부두에 다가갔다.
손님들이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걸의 일본 자유관광도 모든 일정을 마친 셈이였다.
륜선에서 내리자 춘희는 문걸을 돌아다보면서 물었다.
“일본 관광 인상이 어때요?”
문걸은 도꾜만을 휘 돌아보면서 대답했다.
“참 인상 깊소. 덕분에 일본 자연경치 잘 구경했소. 그보다도 춘희박사 처지를 잘 알게 돼 관광가치 있소.”
그것은 춘희가 문걸을 일본에 관광하러 데리고 온 목적이기도 했다.
춘희는 문걸을 피끗 곁눈질해보며 속으로 물었다.
(이젠 제가 다이로교수와 어떻게 사는가를 다 보았겠지요? 그래도 날 사랑하는가요?)
춘희는 문걸과 함께 택시를 타고 해변가 해물관으로 달려갔다.
갈매기들이 누렇게 번지면서 타오르는 저녁노을 맞받아 누렇게 물드는 바다를 날아예면서 자유의 기발을 펄럭인다.
백사장이 가슴을 열고 새하얀 물바래를 받았다가도 다시 만날 약속과 미련을 심어주고는 활 놓아준다.
     해변가 해물관은 마치 선경과도 같았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햐얀 돛배가 푸르른 파도를 헤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린다. 신사숙녀들이 백사장에 들어누워 백지장 같은 몸을 드러내고 짙어가는 락조에 해볓쪼임을 즐긴다.
    춘희는 문걸과 마주 앉아 메뉴노트를 들고 해물을 골라 시켰다.
    “간단히 먹기오.”
‘마지막만찬일 수도 있겠는데요. 맛있는 해물을 대접해드려야죠.”
“마지막이라니? 참.”
문걸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춘희는 새물새물 웃었다.
“걱정 마세요. 여기 일 잘 정리되면 고향으로 돌아가겠어요.”
“엉?! 진짜?!”
문걸은 자기 귀를 의심할 지경으로 놀랐다. 언성이 어찌나 높았는지 건너 상의 손님들마저 문걸을 돌아보았다.
문걸은 머리를 숙이며 나직이 물었다.
“그래, 진짜 고향에 돌아오겠소?”
춘희는 쌔무룩이 웃음지어 보였다.
“그럼요. 제가 일본을 좋아서 못 떠나는가 해요? 아무리 부유하게 살아도 누가 민족기시와 학대를 받으면서 일본에서 살자고 하겠어요?”
문걸은 머리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소. 가은이 학업을 마치면 돌아오려는 거요?”
춘희는 메뉴책을 놓으면서 정색했다.
“마음이 제대로 정리되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어요.”
춘희는 다이로교수가 이젠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아냈다.
다이로교수는 춘희한테 아들을 낳아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여 그는 본댁 모모에와 협의리혼을 하였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춘희는 애를 하나도 낳아주지 않았다. 다이로교수와 사는 것이 피곤해 구실을 대고 고향으로 돌아가 거의 1년 넘게 피신해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이젠 확실히 그젯날 감격과 사랑이 메말라가고 있었다. 다이로교수도 춘희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뚜렷하게 식어갔다.
(다이로교수의 마음은 나나한테 가 있어. 그는 딱 옛날에 날 관심하던 것처럼 나나를 관심하고 있잖은가. 새파란 나나를 채서 애도 낳으려는거겠지. 다이로는 세상에 못해 본 짓이 없어. 다만 자기 애를 낳아 뒤를 잇게 하려는게 최종목적이야. 그 념원 밖에 남지 않았어.)
문걸도 다이로교수의 그런 내심번화를 다 간파해냈다. 그는 춘희 내심도 다 읽은듯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였다.
“나는 이제껏 춘희를 아주 순박하고 량심적이고 베풀줄 아는 박사로만 알았소. 그런데 지금 보면 저도 그리 순박하진 못하오.”
춘희는 피씩 웃었다.
“무엇 때문인가요?”
“제 생각해보오. 저는 분명 다이로교수를 사랑하지 않고 있소. 그에게서 마음이 떠날대로 떠났다고 보오.”
춘희는 맥주잔을 들어 권하려다가 내려놓았다.
“아닌데요. 오해했어요. 저는 다이로교수 사랑을 흠뻑 받은 녀자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요. 다이로교수의 사랑이 없었더라면 난 일본 류학초기에 벌써 병도 온전히 치료하지 못하고 죽었을 거예요. 다이로교수가 아니였으면 저는 석사, 박사 공부는 커녕 진작 고향으로 돌아갔어야 했을 겁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춘희는 이쑤시개로 소라 살을 쏙쏙 뽑아 문걸의 앞 사라에 놓아주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그는 저의 학비와 생활비를 다 대주었는데요.”
문걸은 왕게 다리를 쑥 뽑아 춘희 앞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
“그거야 다이로교수가 저를 쟁취하자고 들인 노력이지. 지금 다이로교수는 나나한테 딱 춘희한테 하던대로 잘 해주고 있잖소?”
“호- 그래요. 마끼한테도 딱 저한테 하던대로 하죠. 그게 근심스러워요.”
문걸은 저가락을 놓으면서 정색해 춘희를 마주 바라보면서 말했다.
“춘희는 확실히 다이로교수 동정과 관심을 많이 받았고 신세도 많이 졌소. 지만 결코 사랑하지 않고 있소. 오히려 증오할 수도 있소. 그저 아빠 같은 은인과 딸 같은 제자관계일뿐이라고 보오.”
춘희는 눈을 곱게 흘겼다.
“아니죠. 리선생님, 사랑은 동정과 관심으로부터 전변될 수도 있지요. 저와 리선생님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선생님의 말대로라면 저와 리선생님 관계는 그저 의사와 환자 관계 아닌가요?”
“아니, 단지 그런 관계 아니지. 나의 몸 속에는 김박사 뜨거운 사랑의 피가 흐르고 있소. 저는 구명은인이오. 그뿐이 아니오…”
춘희는 손사래를 쳤다.
“그만 합시다.”
문걸은 뒷말을 이었다.
“친구기에 충고하오. 다이로교수 유산을 노리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 참된 사랑을 누리기오. 자칫 다이로교수도 해치고 자기도 해칠 수 있소. 나나하구 작작 경쟁하오. 오누이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살겟다고 모지름 쓰는게 얼마나 불쌍하오? 나나 오누이를 놔주오. 잘못하면 나나하구 마끼도 해칠 수 있소.”
춘희는 대뜸 걀죽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진짜 너무 합니다. 저를 뭐로 아는가요? 마끼보다 나나를 더 동정하는 거 같군요.”
“나나 오누이는 내 친구 승호의 아들딸들이오. 걔들은 어려서 부모 잃고  일본에서 살겠다고 아글타글하잖소? 얼마나 불쌍하오? 춘희박사는 베푸는 인생을 살지 않고 뭐요? 오누이를 돕는 셈치고 말머리를 돌리오. 지금대로 계속 나가면 아주 위험하오.”
춘희는 억이 막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충고 감사합니다. 그러나 나나가 우리 모녀를 다이로교수네 집에서 밀어내는 거  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돼요.”
“한심하오. 어째 다이로교수한테 그렇게 집착하오. 진짜 돈이란게 얼마나 무섭소?”
문걸은 이렇게 뒷말을 잇고 싶었다.
“어쩜 다이로교수 유산에 이다지도 눈이 어둬워졌소?”
그러나 그는 간신히 그만 두었다.
춘희는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저는 두번이나 혼인에 실패했어요. 이젠 재혼 말이 나와도 신물이 날 지경인데요. 리선생님은 저를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없어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새 출발을 하는게 좋을 거 같아요. 사람의 마음은 요사하니깐요. 사랑은 요술쟁이니깐요."
문걸은 억이 막혀 멍해 춘희 눈귀의 잔주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는 한참 후에야 간신이 이렇게 물었다.
"그래 새파란 나이에 홀로 살 예산이오?"
"그럴 수도 있죠. 이젠 진짜 다이로교수와 졸혼하고 혼자 조용히 나홀로만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지금 졸혼은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류행돼요. 새로운 혼인풍속도인데요. 서로 피곤하지 않고 자유로워서 좋을 거 같아요."
문걸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래 다이로교수와 리혼은 하지 않고 졸혼계약서라도 쓰겠다는 거요."
춘희는 문걸의 말에 개의치도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
"네. 그게 다이로교수나 저에게나 다 좋은 상책인 거 같아요. 리혼을 두번씩이나 했다는 말도 듣지 않고. 다이로교수는 마음대로 더 젊은 녀자를데리고 살아보고. 저도 다이로교수의 성학대를 벗어나 조용히 제 삶을 살면서 자유를 누릴 수 있잖겠어요. 이젠 진짜 사는게 피곤해요."
문걸은 휴지로 입을 닦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댔소. 그런데  점차 사람은 마음맞는 남녀가 함께 사는게 옳다고 생각하게 되오."
춘히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예요. 지금 일본의 3분의 1이나 되는 녀성들이 성랭담증에 걸리나 다름없다고 해요. 그들은 남자가 필요없다고 해요."
"그럼 성적욕구는 어떻게 해결한다오?"
춘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녀자들의 해결방법은 아주 많아요. 녀자들은 딱 신체접촉할 필요없어요. 남자들과 따뜻한 말을 주고 받아도 일정하게 성적 만족을 얻을 수도 있어요." 
"지금처럼?"
춘희는 희쭉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문걸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러자 춘희는 쌔무룩이 웃더니 고개를 더 숙였다.
"창피하지만요. 또 남자들이 필요없이 자위로라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요. 녀자들을 웃지 마세요. 리선생님도 아사꼬한테서 성적욕구를 위안받지 않는가요?"
춘희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춘희는 옆상 손님들의 눈치를 핼끔 곁눈질해보더니 맥주잔을 들고 화제를 돌렸다.
“오늘 왜 아사꼬를 데리고 오지 않았어요?”
문걸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말도 마오. 어찌나 끼어드는지. 스위치를 꺼서 호텔 침대에 훌 눕혀놓고 나왔소.”
“호호호.”
춘희는 입을 싸쥐고 웃었다.
“어째 그 고운 로봇미녀를 그렇게 홀대해요?”
“이젠 귀찮소.”
그러자 춘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문걸한테 다가앉으며 언성을 낮춰 말했다.
“이번에 귀국할 때 미녀로봇을 두고 가겠어요?”
문걸은 쥐였던 왕게 다리를 접시에 놓으며 춘희를 마주 바라보며 물었다. 눈귀에 잔주름이 확 끼였다.
“어째? 저도 돌아가지 않으면서. 흥, 아사꼬마저 없으면 내 적적해 어떻게 사오?”
춘희는 목소리를 낮춰 정색하며 말했다.
“제가 요긴하게 쓸 일이 있어 그래요.”
“뭣에 쓰려고?”
춘희는주위를 둘러보더니 신비한 눈길로 문걸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문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뭐라고 종알거렸다.
그러자 문걸은 싱글벙글 웃으며 엄지를 척 내들었다.
“참 묘수로군. 허허허.”
춘희 얼굴에 수심의 그림자가 잠시나마 사라지고 한가닥의 희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 한잔 들지요. 일본 관광을 즐겁게 마무리지은 걸 축하해요.”
문걸도 잔을 들었다.
“이번 관광 때문에 수고 많았소. 어떻게 하나 여기 일을 잘 마무리하고 고향에 돌아오기를 바라오.”
그들은 맥주잔을 딩둥댕 마주치고 씨원히 들이마셨다.
순간이나마 즐거움이 사교무를 추며 고민의 삼검불을 불태워버린다.
일루의 희망의 꿈이 마차에 앉아 콧노래 부르며 낮잠을 잔다.
    해물관 커다란 유리창문 너머 락조 비낀 해변가 백사장이 입을 헤벌리고 거세찬 파도의 키스를 받을 준비를 서두른다.
    검푸른 파도가 살진 고민의 가슴을 집어삼키더니 하얀 물보라 치마를 들고 아우성치며 신비한 이벤트의 꼬리로 처절썩 다독여주고 서서히 물러간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5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85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9) 김장혁 2022-10-14 0 1370
284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8) 김장혁 2022-10-11 0 1457
283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7) 김장혁 2022-10-10 0 1309
282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6) 김장혁 2022-10-07 0 1759
281 대하소설 졸혼 제4권 (45) 김장혁 2022-10-04 0 1389
280 대하소설 졸혼 제3권 (44) 김장혁 2022-09-29 0 1479
279 대하소설 졸혼 제3권 (43) 김장혁 2022-09-23 0 1229
278 대하소설 졸혼 제3권 (42) 김장혁 2022-09-21 0 1386
277 대하소설 졸혼 제3권 (41) 김장혁 2022-09-13 0 1639
276 대하소설 졸혼 제3권 (40) 김장혁 2022-09-11 0 1388
275 대하장편소설 졸혼 제3권 (39) 김장혁 2022-09-04 0 1453
274 대하소설 졸혼 제3권 (38) 김장혁 2022-08-31 0 1997
273 대하소설 졸혼 제3권 (37) 김장혁 2022-08-29 0 1667
272 대하소설 졸혼 제3권 (36) 김장혁 2022-08-27 2 1601
271 대하소설 졸혼 제3권 (35) 김장혁 2022-08-26 1 1434
270 대하소설 졸혼 제3권 (34) 김장혁 2022-08-21 0 1225
269 대하소설 졸혼 제3권(33) 김장혁 2022-08-15 0 1203
268 대하소설 졸혼(32) 김장혁 2022-08-11 0 1383
267 대하소설 졸혼(31) 김장혁 2022-08-10 0 1076
266 대하소설 졸혼(30) 김장혁 2022-08-01 0 1135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