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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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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2) 김장혁
2022년 10월 24일 10시 12분  조회:139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
4
 
                    62. 총경리 소설가안해

 
      북방에는 거위털 같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산야에 흰 이불을 덮어주었다. 산과 들은 참말로 은빛세계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강남에는 산과 들에 아직도 록음이 짙고 갖가지 아름다운 화초들이 한창 피여나 유람하기 좋은 계절이였다.
      상해 포동공항 국제선 출구.
      군철은 애리싸, 리나, 경희, 하나, 은희, 윤선 등을 데리고 박총경리 안해 마중을 나왔다.
하나랑 군철 부총경리가 리나와 애리싸, 지어 윤선까지 데리고 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기실 군철은 박총경리 안해 마중하러 올 인원선정에 무척 신경을 썼다.
그는 이번 기회에 박총경리와 가정적으로 형제 우정을 돈독히 하려고 본댁 리나와 애인 애리싸마저 다 데리고 왔던 것이다. 물론 리나와 애리싸는 어색한 관계지만 리나도 그리 꽉 막힌 녀자는  아니여서 리해해주었다. 애리싸는 더 말할 것 없이 개방된 서양녀자라는데서 리나를 데리고 와도 괜찮았다.
박총경리 평소 말에 의하면 그의 안해 김미라씨는, 한국인들이 다 그렇다싶이 서양, 특히 미국 경제와 문화를 선호했다. 그리하여 군철은 이번에 금발미녀 애리씨를 내세우기로 했다.
윤선을 데리고 온데는 다른 원인이 있었다. 김미라씨는 경주 김씨인데다가 소설가였다. 온 회사에 30여명 조선족 가운데서 시라도 좀 쓰고 문학을 즐기는 이는 윤선과 하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윤선은 경주 김씨였다. 그는 사모님과는 종친관계이기에 거리를 팍 줄이고 단통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이쁘고 새파란 경희나 하나, 은희를 데리고 오면 원래 의심이 많은 김미라녀사가 질투할가봐 근심됐다.
그러나 박총경리가 열렬히 마중하는 기분을 돋구려는지 기어이 자기 비서들을 데리고 가겠다는데 무슨 수가 있겠는가.
리나는 동료들을 보긴 좀 부끄러웠지만 흔쾌히 마중대오에 가담했다. 그녀는 내심으로 군철의 부름을 기쁘게 생각했다. 부지중 자기가 군철의 안해 자리를 막 되찾게 되는 기분이였다. 그러나 애리싸도 온 것을 보고 못내 속이 알알했다. 그러나 그녀는 극력 참으며 겉으로는 애리싸를 질투하지 않는 척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기까지 했다.
리나, 하나, 경희, 은희, 애리싸 등은 각기 색다른 생화묶음과 꽃따발, 화환을 들고 대기했다. 꺽다리 윤선은 두손으로 환영 패쪽을 들고 오리무리 속의 거위처럼 목을 빼들고 국제선 출구를 눈이 시리게 바라보았다.
“저기 나오네!”
박총경리 말에 모두 일제히 출구 쪽에 눈길을 돌렸다.
꽃을 꽂은 하얀 중절모를 삐딱하게 쓴 녀성이 어깨 넘어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자그마한 트렁크를 끌고 핸드빽을 팔에 끼고 패션모델처럼 손님들 속에서 사뿐사뿐 걸어나왔다. 50대가 아니라 40대 초반 미녀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오면서 긴 미색외투만은 상해 더운 날씨에 좀  탐탐해보이고 더워보였다.
“사모님, 환영해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윤선의 뒤로 아가씨들이 일제히 열렬히 소리치며 생화묶음과 꽃다발을 흔들면서 마주 나갔다. 그녀들은 활짝 꽃핀 얼굴로 마중하며 허리굽혀 깎듯이 인사하였다.
숱한 손님들은 무슨 귀부인이 나왔는가고 눈이 휘둥그래  호기심에 찬 눈길을 미라씨한테 모았다.
미라씨는 주춤 멈춰섰다. 그녀는 놀란 눈길로 꽃묶음을 안겨주는 아가씨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뒤에서 스적스적 마주 걸어오는 남편을 보고서야 영문을 알고 활짝 웃음꽃을 꽃피웠다.
“미라씨, 편안히 왔지? 상해 그대를 반겨요.”
박총경리는 진짜 반갑게 안해를 마중했다.
윤선은 눈치 빨라 제꺽 사모님 손에서 트렁크를 받아쥐였다.
박문 총경리는 그리운 격정을 울컥하며 안해를 와락 끌어안았다.
“O-K!”
애리싸는 엄지를 척 내두르며 핸드폰을 들어 그 감격적인 장면을 촬영했다.
하나는 생화를 박총경리 손에도 쥐여주었다.
경희는 사모님 목에 화환을 걸어드렸다.
“기념 사진을 찍어드리죠.”
군철은 박총경리와 사모님을 나란히 서게 했다.
“뽀뽀 하세요!”
찰칵!
“키스하세요. 박총경리님”
“그래?”
박문 총경리는 희죽이 웃으며 입을 미라싸의 얼굴에 가져갔다. 미라씨는 숱한 사람들 앞인지라 쑥스러운지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찰칵!
박총경리는 미라씨의 볼에 살짝 키스해주며 나직이 고백했다.
“사랑해요. 사랑하는 안해 미라씨.”
여기저기서 샷타를 눌렀다.
조명등이 번쩍번쩍.
박총경리 부부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였다. 진짜 결혼이나 다시 하는 듯한 신혼부부 기분에 휩싸였다. 가슴이 설레이고 하늘에 붕 뜨는 기분에 아랫배마저 찡해났다.
뒤이어 박총경리는 안해한테 군룡을 비롯해 마중 나온 일행을 일일이 소개했다.
미라씨는 입이 함박만해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짤막하게 연신 “감사해요. 리총경리.”, “뜨겁게 마중해줘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중국에도 동포들이 이렇게 많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네요.”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사모님은 높은 점수를 줄 것 같았다. 군철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공항 지하주차장에서 벌써 도요다표찌프와 초대형링컨하이야, 보마찌프까지  세대나 기다리고 있었다.
윤선은 벌써 링컨하이야 오른쪽 뒤문을 열고 허리를 굽히며 서 있었다.
박총경리는 군철의 주도면밀한 써비스에 개탄하며 링컨하이야에 안해와 함께 올라탔다.
그러자 군철이랑 뒤에 찌프에 주르르 올라탔다.
링컨하이야가 긴 몸을 스르르 미끌어져 나가자 보마찌프와 도요다찌프가 뒤따라 나갔다.
미리씨는 남편과 문안 몇마디 하고는 차창 밖으로 상해 포동의 불야성 경치를 구경하면서 연신 감탄했다.
링컨하이야는 부부의 하늘에 붕 뜬 기분과 설레임과 더불어 웃음꽃을 싣고 씽씽 날듯이 달리고 있었다.
링컨하이야는 하늘을 찌르며 수풀처럼 우뚝우뚝 솟은 마천루 속을 누비며 금모호텔 앞에 가 멈춰섰다.
“호수가에 아파트 탔다면서요? 우리 아파트에 안 가요?”
미라씨는 의아해 했다.
박문은 링컨하이야에서 내리며 으시댔다.
“리부총경리가 오늘 우리를 상해 마천루에서 신혼의 밤을 보내라고 해. ㅎㅎㅎ.”
“그래요? 리총경리 참 아량있게 배치했군요.”
호텔 해군정장을 한 직원이 링컨하이야를 마중 나와 허리 굽혔다.
박총경리는 미라씨 손을 쥐고 호텔로 들어갔다. 군철이네 일행은 호텔 앞에 늘어서서 허리 굽히며 연의했다.
“좋은 밤 되세요.”
박문 총경리 부부는 돌아서서 손을 저으며 화답했다.
“그래. 감사하이.”
호텔 직원이 트렁크를 끌고 엘레베이터에 들어가 번호 77층을 눌렀다.
엘레베이터는 박총경리 부부를 태우고 순식간에 77층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하나도 멀미 나거나 흔들리는 감각이 없었다.
“벌써 올라왔어.”
“그래. 7초에 올라왔어.”
“엘레베이터  참 선진이야.”
호텔 방에 들어가자 미라씨는 창문 카텐을 열고 황포강변 상해 불야성을 내다보았다.
     무수한 별들이 황포강물에 뛰여내려 목욕재계한다. 금잔디 은잔디 금빛 은빛을 반짝이며 자맥질을 하면서 재롱을 피운다.
화려한 륜선들이 환희에 들뜬 유람객들을 싣고 하얀 물갈퀴를 일구며 달리고 있었다.
하늘을 찌르며 수풀처럼 우뚝우뚝 솟아있는 마천루들을 내다보며 미라씨는 혀를 끌끌 찼다.
“여보, 세상이 넓은 줄을 이제야 알겠군요.”
박총경리는 안해가 좋아하는 기색을 살펴보며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그래? 그래서 내캉 진작 당신 중국에 오라고 했제이!”
“저 철탑 같은 건 뭔가요?”
“어느 거?”
“저 둥그런 거?”
“오- 동방명주야. 상해 동방티비방송국이 저게 있어. 철탑은 티비 발송탑이야. 이쪽에 건 금융중심마천루야.”
“오- 그래요? 상해가 이렇게 발전했을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하진 못했는데요.”
“그래. 이번에 상해, 소주, 항주, 남경, 북경 쭉 구경하라구.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다고. 미국보다 나아!”
“미국보다 낫다고?”
미라씨는 반신반의했다.
“하마 미국보다 더 발전했겠어? 미국 그래도 경제 1위 아닌가요?”
“상해는 아니야. 미국보다 더 발전했어. 뉴욕이 울고 가!”
“쌘프랜시스코보다는요?”
“쌘프랜시스코는 턱도 없어. 로스안젤레스도 상해에 오면 울고 갈 거야.”
“그래요?”
미라씨는 남편의 코를 쥐여 살짝 비틀어놓았다.
“당신 중국에 온지 고작 몇달 됐어? 벌써 빨갱이들한테 적화 됐잖아요?”
“적화고 뭐고 있나? 이건 사실이야. 중국은 살기 좋은 고장이야. 당신도 이제 돌아보면 눈이 뜨일 거야.”
“래일부터 돌아보지요.”
“그래.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잘 돌아보라고.”
“고마워요.”
박문은 미라씨를 와락 끌어안고 푹신푹신한 침대에 쓰러졌다.
황포강도 별과 키스하며 련정에 겨워 은은한 노래를 부르며  동으로 유유히 흐른다.
붕-
오색령롱한 불빛을 반짝이며 달리는 화려한 륜선의 기적소리 기분 좋게 부부 절주 빠른 야반원무곡에 반주해준다…
이튿날 군철은 박총경리 기분 좋은 기회를 빌어 노조(공회) 창립을 주문하려고 들었다.
그는 출근하자 곧추 옆에 있는 총경리실 문을 똑똑똑 노크하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하나가 비서석에서 오쭐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녀가 총경리실에 들어가 연통하자 이윽고 들어오라는 전갈이 나왔다.
군철이 총경리실에 들어가보니 박총경리는 이전과는 달리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맞았다.
그는 속으로 사모님이 고마웠다. 그녀가 상전의 기분을 180도로 전환시켜주어 진짜 절이라도 해드리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총경리님, 밤새 잘 보냈어요?”
“오- 그래. 오랜만에 고독하지 않게 잘 보냈네. 와이프 오니깐. 이제야 참 사는 맛 나네.”
박문 총경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나오며 군철의 손을 굳게  잡았다.
“리부총경리, 아니, 최부총경리, 고맙네. 안해를 관광하러 오게 하라는 제의 참 좋았어. 날 살려낼 것 같애.”
군철은 머리를 숙였다.
“아니, 이제 시작에 불과해요. 사모님을 꼭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박문은 쏘파에 손으로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자, 아우 앉게나. 우리 이젠 친형제처럼, 한 집 식구처럼 잘 보내자구.”
군철은 마다할 리 만무했다.
“네. 성님, 그래요. 우리 형제로 잘 보냅시다.”
그는 뒤이어 서류첩을 열어제겼다.
“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서 말하게. 아우 말이라면 다 동의야.”
군철은 정색했다.
“오늘 사모님 관광스케쥴을 이렇게 잡으면 어떻겠는지요? 먼저 황포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엊저녁에 내다보았을 야경을 낮에 다시 구경시키죠. 다음 소주로 갑시다. 소주 대표적인 고적지인 사자림, 호구 사탑을 구경시킵시다. 아마 이 세곳을 다 돌고나면 해가 질겁니다. 우린 금계호 호수가 동방의 문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지요. 저녁식사 후에 대운하에 가서 유람선을 타고 대운하 량안의 소주 야경을 구경하지요?”
박문은 사무상에 두 팔을 올려놓고 턱을 고이고 유심히 듣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한가지만은 참고하게나.”
군철은 필을 들며 박총경리 분부를 기다렸다.
“하루에 너무 많이 구경시키지 말게나. 힘든 것도 있겠지만 며칠 안돼 인차 구경 다하면 녀편네 한국으로 돌아갈라면 어쩌나?”
“네- 맞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요.”
군철은 행사지에 또박또박 적어넣고 궁리하더니 고쳐 말했다.
“그럼 오늘 오전엔 황포강을 구경시키고 오후에 소주 옛성에 가서 대운하만 구경시키면 어때요?”
“좋아, 그렇게 합세.”
박문 총경리는 흡족해했다.
국가 대통령 부인네 대접을 받고 입이 함박만해질 거야. ㅎㅎㅎ. 녀편네 관광비용은 회사 접대비로 대면 어떨가?”
“그러지 맙시다. 사모님 관광비용은 저의 사비로 대겠습니다.”
“그래서 되나? 아우한테 너무 부담시키는데.”
“형제간에 다른 말씀 마십시오. 우린 형제가 아닌가요?”
그 말에 박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군철의 속뽑이를 해보고 내심으로 탄복했다.
(이 빨갱이는 청렴한 간부군. 이런 청렴한 간부에 의거해야 회사도 살릴 수 있지.)
군철은 뒷말을 이었다.
“이제 오늘 저녁 제가 사모님의 관광 스찔을 파악한 후 래일 관광스케쥴은  다시 잡아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래. 아이구, 녀편네 때문에 최총경리 고생 많네.”
“사모님이 어쩌다 왔는데요. 잘 모셔드려야죠. 그래야 성님의 고독한 생활도 끝나죠.”
박문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미더운 눈길로 군철을 바라보았다.
“요즘 성님과 사모님을 저와 저의 본댁 리나와 애인 애리싸가 전담해 모시겠습니다.”
“아유, 온 집 안이 총출동하는구만. 이런 변이라구. 이 은혜 어떻게 다 갚을가?”
군철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 성님, 한 집안 식구끼리 다른 말 마세요.”
“그래, 우린 진짜 형제야.”
그때라고 군철은 중요한 용건을 척 박총경리 턱밑에 들이댔다. 그러나 입은 전과는 달리 아주 무거워지는 감을 느꼈다.
“형님, 한가지 용건 비준해주시겠나요?”
“뭔데?”
박문은 웃음을 거두고 대뜸 정색했다.
군철은 무거운 입을 겨우 뗐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요. 회사에 공회를 세우자요. 이건 공산당 조직도 아니고 우리 회사 직원들의 조직인데요.”
“공회? 또 그 노조 말인가?”
박문은 대뜸 길죽한 얼굴을 찡그리면서 눈섭꼬리가 쳐들렸다. 그는 군철을 치켜보며 물었다.
“공회 좋은 점 뭐지?”
군철도 정색하며 바로 앉았다.
“공회를 차리면 직원들을 박총경리 주위에 가족처럼 똘똘 뭉치게 묶어세울 수 있지요. 또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풍부히 해 생산적극성을 더 촉동할 수 있죠. 직원들을 진정 회사의 주인으로 만들어 내심으로부터 회사를 사랑하고 생산을 참답게 하게 조직할 수 있죠.”
“그만, 그만!”
박문 총경리는 손을 척 들었다.
“데모 같은 건 안하겠지?”
군철은 속으로 끝장이구나고 생각하면서 내심하게 설명했다.
“시위를 절대 하지 않습니다. 합리한 건의가 있으면 공회를 통해 회사에 제기하지요.”
박문 총경리는 좀 생각하더니 뜻밖에 이렇게 말했다.
“아우, 아니, 최부총경리, 당신 하는 일엔 전적으로 지지하네. 아우 좋다는데 이 우둔한 형이 반대할리 있나? 난 아우를 믿네. 아우가 공회 내오면 나쁜걸 좋다 하겠나? 데모 하지 않고 리윤을 더 올린다면야. 거 공회 세우는 걸 두 손 들어 대찬성이네.”
“형님!”
군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문 총경리한테 다가가 두 손을 꽉 잡았다.
“박총경리, 형님, 우리 회사 3천여명 직원들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아니, 이리 심각했나?”
박총경리는 의연희 정색했다.
“공회를 세우고 활동하자면 비용이 들잖는가? 얼마면 되겠나?”
군철은 박총경리를 쳐다보면서 입을 간신히 뗐다.
“인민페로 한 50만원 대줄 수 있겠습니까?”
박총경리는 손바닥으로 사무상을 탕 쳤다.
“고까짓걸! 해마다 인민페 백만원 내놓지.”
“감사합니다.”
“아우, 대담히 하라고! 공회 잘 꾸려서 리윤액을 더 올리면 백만원이겠나? 해마다 리윤을 몇십조(한화)도  올리는 우리 회사인데. 고만한 거야 못 대겠는가?”
군철은 너무나도 감격해 코마루마저 시큼해나고 눈물이 글썽해졌다.
박총경리는 안해가 왔을 때 군철이 친형수처럼 살갑게 대해주자 이데올로기와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뜨거운 손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하루 한시에 내린 결정이 아니였다. 박문에게는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 완고한 보수파가정 출신인 그는  빨갱이라면 치를 떨게 된 말 못할 력사적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차린 회사를 경영해나가자면 부득불 이데올로기 랭랭한 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랜 고심 끝에 그는 랭랭했던 마음의 협곡을 너머 손을 내밀어 군철의 손을 잡아주며 공회를 세우는 것을 끝내 비준하게 되였다.
“성님, 아래서 링컨하이야 대기하고 있어요.”
“그래?”
“먼저 사모님을 모시고 황포강구경부터 하지요.”
“그러지.”
군철은 박문 총경리를 모시고 총경리실을 나오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는 직원들을 위해 어깨에서 큰 바위돌을 내려놓은 듯한 감을 느꼈다.
     군철의 끈질긴 간난신고 끝에 끝내 S시 반도체전자유환회사 공회가 고고성을 올리게 되였다.
     이제부터 한국 대형회사에서 중국 로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리익이 공회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게 되였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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