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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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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8) 김장혁
2022년 11월 07일 10시 38분  조회:150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
 
        68. 마끼 모녀
 

며칠 후 다이로교수는 천천히 머리를 쳐들었다.
“나나, 갈테면 가라. 네년이 없으면 내 꿈을 실현하지 못할 거 같애.”
순간 그의 눈 앞에는 춘희 모녀가 나나 대신 떠올랐다. 거미줄 같은 미련이 얼굴을 스치며 감겨들었다.
“모녀간이 위험해도 별수 없지. 애를 낳아만 주기만 한다면야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
다이로교수는 일루의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춘희를 보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춘희 모녀는 돈 밖에 모르는 년들이야. 위험해. 춘희는 이젠 애도 못 낳으니깐. 필요없어.)
“어째 점심 전에 돌아왔어요? 가방을 인주세요.”
춘희가 살갑게 굴수록 메스꺼웠다.
“관둬!”
다이로교수는 가방을 주지도 않고 손수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그는 불시에 몸을 홱 돌리더니 춘희를 손가락질하며 꽥 소리쳤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춘희는 울상이 돼 물었다.
“왜? 내쫗아요?”
다이로는 이젠 속일 필요없었다.
“똑똑히 말해주마. 우리 결혼은 모두 가짜였어. 결혼동록도 가짜였어.”
춘희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왜 10여년 동안 날 기편했어? 아유, 분해라. 이제껏 속히워 살았잖아.”
춘희는 눈물, 콧물 흘리면서 따지고 들었다.
다이로는 철면피하게 속내를 다 드러냈다.
“난 네 배를 빌어 애를 낳으려고 그랬어. 당장 나갓!”
그때 마끼가 들어섰다.
“왜 이래요? 불쌍한 엄마를 욕보이지 마세요. 애를 낳는 일은 저하고 토론하면 안돼요?”
마끼는 다시는 어머니를 다이로한테 학대당하지 않게 구하고 싶었다. 그녀는 막무가내로 기이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려고 굳게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다이로는 억지로 네모낯에 미소를 지으며 친절을 보였다.
“그래. 우리 둘이 토론하면 되지. 여기 쏘파에 와 앉아라.”
      다이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쏘파에 거만하게 앉아 아사꼬와 마끼를 오라고 손짓해 불렀다. 그는 미녀로봇 아사꼬가 춘희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너네 모자간이 서로 앞다퉈 애를 낳아주겠다고 했잖았어? 실언한 건 아니겠지?”
마끼와 아사꼬는 서로 쳐다보면서 쌔무룩이 웃었다.
     원래 춘희는 마끼가 애를 낳겠다고 하자 딸의 전도를 망칠가 봐 자기가 애를 낳아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반대로 마끼는 심청처럼 자기를 희생해 어머니를 고통의 심연에서 구해내려고  다이로한테 애를 낳아주겠다고 나섰다. 
아사꼬가 먼저 능청을 떨었다.
“교수님, 생각해보세요. 제가 안해니깐요. 당신 애를 낳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요? 저 새파란 양딸을 보고 애를 낳아달라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다이로교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 그러나 10여년 동안이나 넌 이 핑게 저 핑게 애를 낳아주지 않았잖아. 이젠 나이 들어 애를 낳기도  힘들잖어?”
마끼도 고집을 부렸다.
“그래요. 그러니깐요. 아예 제가 애를 낳아줄게요. 우리 오늘 결판을 냅시다.”
다이로는 기뻐 어쩔줄 몰랐다.
“맞어. 당장 계약서를 쓰자. 애를 낳아주면 내 모든 재산을 몽땅 마끼한테 넘겨주겠어.”
그러나 마끼는 기뻐하기는 고사하고 이런 말을 했다.
“그까짓 계약서 한장을 달랑 쥐고 누가 애를 낳아주겠어요?”
다이로는 마끼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래 어쩌겠단 말이냐? 무슨 요구 있으면 다 말해라. 애만 낳아주면 다 해줄게.”
그런데 마끼한테서 세상 한심한 요구가 튕겨나올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계약서에 이렇게 쓰면 어때요?"
"뭘?"
다이로교수는 퉁방울눈으로 마끼 입을 쳐다보며 서슴없이 말했다.
"요구 있으면 다 말해라. 다 들어주마."
"마끼가 다이로교수의 애를 낳아주기만 하면 애가 탄생한 날로 다이로교수의 모든 재산을 몽땅 마끼한테 넘겨준다. 먼저  계약금으로 5천만엔을  마끼한테 준다.”
마끼는 다이로를 핼끔 쳐다보면서 종알거렸다.
“이렇게 하면 어때요?”
“그래, 몽땅 줄게. 조만간에 몽땅 네 거 될텐데. 왜 그렇게 성급하게 5천만원이나 선전으로 받으려고 하니?”
다이로는 부쩍 의심이 생겼다.
(네년도 나나처럼 선전이나 받아가지고 훌 날아나면 어떡하지? 또 닭 쫓던 개 신세 되지 않을가?)
그러나 마끼도 자기 속셈이 있었다.
(유산이야 몇십년 후에 차례질지 누가 알아? 저 령감태기 꿋꿋한 거 봐. 인차 죽지 않을 령감태기야. 언제까지 저 령감이 죽기를 기다려? 먼저 선전을 챙겨야지.)
마끼는 다이로교수의 의심을 사지 않고 긴장한 분위기를 걷어버리려고 해쭉해쭉 웃으며 다가들었다.
“아빠, 보세요. 아빠는 어머니를 10여년이나 데리고 살고서도 지금 와서 결혼도 하지 않았고 가짜였다고 하잖아요? 엄마를 다 파 먹은 김치독처럼 훌 버리잖았는가요?”
마끼는 다이로의 팔을 끼고 흔들면서 정색해 약사발을 올렸다.
“저의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어떻게 신용도 없는 아빠 유서나 각서 한장을 달랑 쥐고 애를 낳아주겠어요? 어느 바보 숫처녀가 새파란 청춘을 다 바쳐 애까지 낳아주겠는가요?”
다이로는 통쾌하게 대답했다.
“알았다, 알았어. 다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미지그레하게 뒤를 달았다.
“그런데 불시에 5천만엔 현금을 어디가 얻어오겠니? 한 2천만엔 먼저 주면 어때?”
그러나 마끼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못하겠으면 그만 두세요!”
“시간을 좀 달라. 돈 얻어다 줄게.”
“일주일 시간 줄게요.”
“그래. 알았어. 당장 계약서를 쓰자.”
다이로교수는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흥!)
아사꼬는 마끼를 손가락질하며 말릴 상 했다. 마끼는 아사꼬한테 외까풀눈을 찔끔해보였다.
다이로교수는 지필을 갖추고 돋보기를 찾느라고 그런 눈치를 채지도 못했다. ㅋㅋㅋ.
다이로교수는 차탁 위에 두터운 메모지를 펴놓고 퉁퉁한 네모머리를 숙이고 살진 손을 놀려 계약서를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계약서
 
      야마구찌 마끼는 야마구찌 다이로의 애를 낳아주기로 한다. 마끼가 다이로교수 애를 낳는 날로 다이로교수의 모든 재산을 몽땅 마끼한테 넘겨준다.
     먼저  일주일 내로 계약금으로 5천만엔을 마끼한테 준다.
 
                                    야마구찌 다이로
                                    야마구찌 마끼
                                           2022112.
 
       모녀간은 둘 다 계약서 두개에 척척 서명했다.
       “먼저 일주일 내에 5천만엔 계약금 가져다 주세요.”
마끼는 계약서를 한부 챙겨 핸드빽에 걷어넣으면서 말했다.
“그래. 최선을 다하마.”
다이로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네 카드를 가져오너라. 당장 3천만엔 입금해주마.”
“네.”
마끼는 핸드빽에서 카드를 꺼내 주었다.
      아사꼬는 마끼를 극구 말렸다.
“얘, 돈이 그리 중하냐? 아빠 애를 낳고 어떻게 이 세상에서 머리를 들고 살아? 인격을 팔면서 살겠느냐?”
그러나 마끼는 얼굴 표정이 아주 밝았다.
“인격, 인격! 또 그 소린가요? 고까짓 개도 먹지 않는 인격 때문에 거지처럼 살겠어요? 애를 하나 훌 낳아주고 한뉘 평생 귀부인처럼 사는게 낫지요.”
다이로는 카드를 받아 가방에 넣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는 그 길로 은행에 찾아가 마끼 카드에 3천만엔을 입금했다.
그는 동생  마사지방에 가서 이찌로한테서 돈을 꾸고 광문한테서 세집 값도 받아냈다. 그러나  불시에 동생도 돈이 그렇게 많지 못해 천만엔을 겨우 내놓았다.
      순간, 다이로교수 뇌리에 며칠 전에 집에 찾아온 황선희가 피뜩 떠올랐다. 황선희는 입국할 때 공항에 차압된 정호의 금은보화와 딸라를 찾아달라고 부탁러 찾아와 정호와 나영의 려권까지 두고 갔던 것이다.
(그래, 그 딸라를 찾아다가 마끼한테 주고 애를 낳아야지.)
다이로는  집에 가서 마끼한테 저금카드를 주었다.
"5천만원인가요?"
"아니, 4천만원이야. 이제 3, 4천만원 더 얻어다 줄게."
마끼는 카드를 받아 챙기면서 혀를 홀랑 내밀었더.
다이로교수는 지하주차장에 가서 운전수에게 당부했다.
“공항으로 몰게.”
운전수는 의아해하면서도 핸들을 돌렸다.
다이로교수는 공항 도착하자마자 한자리 하는 외조카를 찾아가 황선희가 준 차압증명서와 려권 몇개를 건네주었다. 한 식경 후 외조카가 배낭 몇개를 찾아내 들고 왔다.
다이로는 딸라 한 묶음을 외조카한테 건네주었다.
“이걸로 수고한 분들을 다독여라.”
“네. 외삼촌.”
외조카는 딸라뭉치를 받아쥐고 허리 굽혀 꼽싹 인사했다.
다이로교수는 인차 차를 타고 집으로 달려왔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기뻐 야단쳤다.
“마끼야, 어서 받아라!”
마끼가 마중나가자 다이로교수는 묵직한 가방을 건네 주었다. 지지벌개진 네모 얼굴에 퉁사발눈과 함박만한 입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끼한테 묵직한 가방을 내밀었다.
“이건?”
마끼는 가방을 열어보며 의아해했다.
“딸라! 이 금은장신구는?”
“몽땅 네 거야! 이젠 넌 내 안해야!”
다이로는 아사꼬가 있건 말건 창피한줄도 모르고 마끼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마끼는 발버둥질치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러지 마세요. 아직 카드를 확인하지 못했는데요.”
“4천만원 입금했어. 4만 딸라에 금은보화 한가방이면 안되니?”
“그래도 확인해야죠.”
“맞아. 확인도 하지 않고는 절대 몸을 줄 수 없지.”
아사꼬는 다이로교수를 뜯어말렸다. 그 틈에 마끼는 금은보화와 딸라가 든 가방을 들고 미꾸라지처럼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끼야, 어디로 가?”
“카드 확인하러 갑니다. 아빠, 기다려! 빠이, 빠이!”
다이로는 마끼를 놓지자 좀 불안했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들!”
그는 마끼를 따라나가며 욕지거리했다.
“가만, 저 년 돈 가지고 도망가면 어쩌지?”
가뭇없이 사라지던 나나가 피뜩 떠오르지 않겠는가.
다이로는 뒤따라 쫓아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사꼬가 앞을 가로 막아서지 않겠는가.
“물러나지 못해? 저리 피껴!”
그는 아사꼬를 활 떠밀었다.
“이 자식, 아녀자라고 업신여겨?”
“더러운 죠센진(조선인), 물러가지 못해?!”
다이로는 평소만큼 여기고 주먹을 휘둘러 한매 쳤다.
“뭐라고? 조선 인을 깔보겠어?”
      저게 뭔가?
아사꼬가 손을 쳐들어 다이로 손을 막으며 틀어쥐지 않겠어? 이전 같으면 그저 무릎을 꿇고 맞아댔는데. 천만뜻밖!
“앗!”
다이로는 아사꼬 손이 쇠집게 같은 감을 느꼈다. 그는 비틀린 손목이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다.
그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아사꼬 팔을 뒤로 비틀었다. 그런데 아무리 몇바퀴 비틀어도 아사꼬는 아파하기는 고사하고 희쭉 웃는 것이였다.
이건 웬 일인가?
다이로는 신궤에 세워놓은 길다란 쇠구두솔로 춘희 팔을 내리 탁 쳤다.
쟁강!
쇠 부딪치는 소리!
"뭐야?"
아사꼬 팔에서 쇠부치 부딪치는 소리 나지 않았는가.
저걸 봐라.
아사꼬 그 약한 팔에서 어데서 그런 힘이 생겼을가!
그녀는 다이로의 손을 홱 잡아챘다. 다이로는 앞으로 끌려가며  허망 머리로 벽을 떠받고 꼬꾸라졌다.
다이로가 버둥거리는데 저게 뭐야?
아사꼬는 두 손으로 다이로를 건뜻 들어 창문 밖으로  휙- 내던졌다.
다이로는 바깥에 나가 겨주머니처럼 쿵 처박혔다.
“앗!”
다이로도 춘희 괴력에 깜짝 놀랐다.
“어디 혼쌀나 봐!”
아사꼬가 창문으로 씽- 날아나갔다.
(저년 저게 날개 돋아났나? 날아나와?)
다이로는 기겁했다.
아사꼬는 다이로를 왼손으로 건뜻 들어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리더니 담장 밖으로 훌 내던졌다.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사실 이 시각 진짜 춘희는 중국 고향에 있었다.  그녀는 문걸의 질책을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되였던 것이다.
(이젠 다이로교수와 하루라도 더 함께 동거할 필요가 없어.)
     귀국하기 전에 그녀는 문걸과 짜고 들어 미녀로봇 아사꼬를 자기 분신으로 분장시켜 남겨놓았던 것이다. 아사꼬를 보고 자기 대신  다이로교수를 달래는 한편 마끼를 보호하라고 했던 것이다.
아사꼬는 처음에는 납득되지 않았지만 주인 문걸의 앞날을 생각해 수긍하고 말았다. 그녀는 춘희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젠 자기는 필경 계속 문걸의 안해 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사꼬의 동의를 거쳐 춘희와 문걸은 일본 유명 로봇회사에 찾아가 거액을 주고 아사꼬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춘희 얼굴을 그린 얼굴 가죽을 씌워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다이로 눈에는 아사꼬가 딱 춘희 같아 보였다.
      로봇회사에서는 다이로와 춘희 모든 생활정보 세부까지 아사꼬 전자두뇌 기억장치에  주입해넣었던 것이다. 춘희는 핸드폰으로 수시로 아사꼬한테 언행지령을 내려 지휘하였다. 아사꼬가 어찌나 춘희 역을 잘 놀았던지 다이로는 이제껏 가짜 춘희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아사꼬한테 또 손을 댄 바람에 아사꼬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그만  원형을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고향 집에서 문걸과 춘희는 갑자기 벌어진 사태를 발견하고 무릎을 탕탕 치며 야단쳤다.
“저걸 어쩌나?”
“아사꼬 절대 그러지 마! 다이로교수한테 잘못을 빌고 그의 애를 낳아주겠다고 하라고. 그러잖으면 10여년 동안이나 머리 숙이고 성노예로 산 내 헛고생하게 돼.”
아사꼬는 무선전으로 메시지를 받고 머리를 숙이며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주인님.”
아사꼬는 대문을 열고 담장 밖에 나갔다. 그때까지 다이로는 상을 찡그리며 죽는다고 신음소리를 냈다.
“교수님, 미안해요. 우리 중국 조선족을 너무 업신여기니까. 너무 지나쳤나 봐요. 널리 량해하세요.”
아사꼬는 다이로를 훌 안아 일으켰다.
“어디 상한덴 없는가요? 병원에 갈가요?”
다이로는 아사꼬 손을 탁 쳐버렸다.
(이상하게 춘희 손이 너무 매워!
“필요없어. 내 눈 앞에서 꺼져! 더로운 죠센진(조선인)!”
아사꼬는 다이로를 훌 둘쳐업고 대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두덜거렸다.
“조선인을 작작 괴롭히라니깐. 어쩌래? 지붕에 훌 줴뿌리라느냐?”
다이로는 잔등에 업혀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아니야! 제발 그러지 마. 오늘 어데서 도깨비 장물을 처먹었어? 무슨 힘이 그리 센가?”
아사꼬는 제법 빈정거렸다.
“흥! 이 춘희가 남편이라고 이때까지 참았지. 이젠 작작 까불어! 어느 똥무지에 날려가 처박힐지도 몰라. 알만해?”
“아이고, 하루도 함께 못 살아. 내 기구한 팔자야!”
“젊고 이쁜 녀편네 만난 건 모르고 작작 신세 타령을 해! 그래도 우리 모녀니깐. 아들 낳아주지. 안 그래요? ㅎㅎㅎ.”
“마끼가 도망가지 않았어?”
“아니야. 그 앤 꼭 교수님 애를 낳아줄 거예요. 제가 10여년 동안이나 애를 낳아주지 못한 걸 대신 낳아 줄겁니다. 우리 모녀간은 교수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고 대를 이어 당신 애를 낳아줄 걸요. ㅋㅋㅋ.”
다이로는 아직도 아파 상을 찡그리며 겨우 말을 뱉어냈다.
“애를 낳아주겠다니께. 참는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그들이 노는 꼬락서니를 보고 코웃음쳤다.
다이로교수는 목욕재계까지 하고 량도길일을 택해 애를 만들려고 마끼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 기다리고 기다려도 마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로는 시기당한 것 같아 불안해났다.
 일주일만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빠, 근심하지 말아요. 아빠의 애는 지금 잘 자라고 있어요. 속을 태우지 말아요. 우리 모녀간은 아빠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고 애를 꼭 잘 길러 아빠한테 안겨줄래요. 뽀뽀. ㅎㅎㅎ.
 
다이로는 황급히 메시지를 날렸다.
 
      마끼야, 우리 둘이 그걸 하지도 않고 애가 어데 생겨?  어서 돌아오라. 네가 돌아오잖으면 난 죽을 거 같아. 제발 내 마지막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 내 꿈이 수포로 돌아가는 날이면 죽어버릴 거야.
 
     마끼의 메시지가 또 날아왔다.
 
     계약서를 펼쳐보세요. 난 아빠 애를 낳아주겠다고 했지. 딱 어떻게 낳는다는 건 없잖아요? 딱 그거 해서 애를 낳아준다는 건 더욱 없어요. 인륜에도 맞지 않고. 아빠 명예도 땅바닥에 떨어지는 걸 더 볼 수 없어요.
 
     다이로와 마끼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받았다.
 
    건 그렇다고 쳐도 어찌 내 애라고 담보할 수 있느냐?
 
      아빠, DNA를 검사해보면 알 수 있다는데도. 아빤 왜 생물학자 답잖게 말씀해요? 딱 딸이 아빠와 그래야 애를 가질 수 있는가요? 아빤 나나하고도 섹스해서 애를 가질 수 없으니깐. 실험관 애라도 낳아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던가요?
 
    그래. 지금 실험관애를 낳아주겠단 말이냐?
 
     그래요. 저는 배은망덕하는 나나와는 달라요. 아빠 은혜를 꼭 갚을 거예요. 아빠 정자는 새파란 숫처녀 싱싱한 란자와 이미 실험관에서  체외수정해서 수정란이 돼 잘 자라고 있어요. 혈통이 그리 중요한가요? 아빠 혈통중시론을 존중해 진짜 아빠 정자 수정란이나깐요. 아빠 애죠. 근심하지 말아요. 이담  DNA검사를 해서 아빠 애라는 것이 증명되면 아빠 절대 계약을 어기지 말아요. 저한테 유산을 꼭 몽땅 넘겨줘야 해요.  제가 이제 몇해 아빠 원격수업을 받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장차 박사증도 내주고. ㅎㅎㅎ.

     박사공부 하지도 않고 어떻게 박사증을 내줘?

    아빠, 아빠 자꾸 애 말을 하니깐요. 한가지 생물학적건의를 드리겠는데요.  지난 세기 말부터 유럽에서 생물복제기술이 나타나지 않았는가요? 아빠는 생물복제기술로 아빠 유전자를 분해해 아빠의 애를 복제해낼 수도 있잖고 뭡니까?

    생물복제기술? 쳇, 생물복제기술로 아직 인간을 복제해낸 전례는 없어. 어느 천년에 내 애를 복제해내갰느냐? 내 눈 감기 전에 될 일이겠느냐?

    아빠는 여생에 다른 시시한 생물과학을 연구하지 말고 복제기술로 아빠 애를 복제해내는 연구나 하세요. 제가 도와 주지요. 우리 부녀간이 대를 이어 연구한다면 꼭 아빠 애를 복제해낼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아빠 DNA를 채취해 랭동고에 잘 보관해두세요. 언제 인간복제기술에 성공하면 그때 랭동고에서 아빠 DNA를 꺼내 복제하면 복제아기가 태여날 수 있잖아요? 그럼 아빠는 첨단생물과학을 연구하기도 하고 자기 애도 만들어낼 수 있죠.  일거량득이 아니겠어요? 보세요, 제가 생물학 박사 자격이 없는가요?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이 아니야. 너 지금 어데 있느냐? 어서 돌아오라.

     제가 어디 있든간에 좌우간 제가 박사연구생 원격수업을 받을테니깐요. 저를 박사연구생에 등록해주세요. 제가 아빠 애를 낳아주든지 만든지 애만 안아다 주면요. 저한테 꼭 박사증을 내주고 유산도 몽땅 넘겨주세요. 계약서가 있으니깐요. 절대 어기지 마세요. 부녀간이 법정에 서는 일이 없게 하세요.  남들이 알면 뭐라겠는가요?
 

    알았다. 건데 내 정자를 네가 어데서 가져갔단 말이냐?
 
     어머니가 진작 실험관에 받아뒀지요. ㅋㅋㅋ.
 
다이로는 아사꼬인줄도 모르고 춘희인가 해 힐끔 곁눈질하면서 속으로 욕했다.
(돈 밖에 모르는  못된 모녀간, 진작 음모를 꾸몄구나.)
 
      그 애 지금 네 뱃속에 있느냐? 그 수정란을 가져오라. 태아 때부터 내 직접 영양관리와 태아교육을 잘 하면서 세상 둘도 없는 천재로 키워야겠다.
 
      수정한지 보름도 안됐으니깐요.  무슨 물건이라고 가지고 다녀요? 장차 애를 낳은지 백날만 되면 꼭 아빠 품에 안겨줄게요. 근심하지 말아요. 애 엄마도 부모니깐요. 애를 잘 보살필 거예요. 절 잠시 찾지 말아요? 빠이, 빠이!
 
     너 지금 중국에 들어갔잖았느냐?
      도대체 어디 있느냐?
 
     다이로가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회답도 없었다. 아예 마끼의  핸드폰은 꺼져버렸다. 나중에는 마끼의 핸드폰 번호마저 지구상에서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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