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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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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60) 김장혁
2022년 11월 22일 11시 40분  조회:139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
 
           70. 지하활동
 

     랭혹한 이데올로기 협곡이 너무나도 깊고 눈총질이 심해 최초에는 갱도를 파고 건너지 않으면 안되였다.
      날마다 그 협곡을 한자, 한자 메워 38선을 넘어 랭랭했던 두 손을 맞잡게 되였다.
      협곡에 놓인 징검다리는 결코 7월 7석 견우와 직녀 만나던 은하수는 아니였다.
      징검다리로 협곡에 판 동굴은 그렇게도 어둡고 지루하게도 깊을줄은 누구도 몰랐다.
      군철은 그 어둠침침한 동굴에 진정으로 층계를 놓으며 이를 악물고 한발작, 한발작 기여나와야만 했다.
회사 울안에 유치원을 차리자 직원들은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회사에서 우리 뒷근심을 알아봐준다니깐.”
“다 박총경리와 최부총경리 덕분이야.”
“공회는 진짜 우리 큰집이야.”
뒤따라 직원들의  생산열성도 전례없이 높아갔다.
어느날 박총경리는 군철을 사무실에 불렀다.
군철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녀비서 은희가 커피잔을 가져다 차탁에 놓았다.
박문 총경리는 커피잔을 들고 후후 불면서 군철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최초에는 젊은이 이마부터 벗어졌다고 재수없다고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이젠 그놈 번대머리 간단하지 않다고 감탄했다.
“아우 덕분에 안해를 붙들어두게 됐네. 아들딸도 다 소주에 데려왔네. 걔들을 소주대학 켐프리치대학과 리오대학 분원에 입학시키고나니 싹 시름놨네. 가정이 화목하니 이제야 살맛이 나. 밤이 무섭던 공포도 싹 다 사라졌네.”
군철은 우멍눈을 슴벅이며 희죽이 웃었다.
“다 사모님 명지한 선택 덕분이죠.”
     꽈르릉 꽝! 꽝!
    갑자기 바깥에서 겨울 소나기가 천지를 진동치고 번개까지 번쩍이였다. 뒤이어 때아닌 을씨년스러운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남방에는 겨울에 보슬비가 쏟아지는 일은 일상사였다. 그러나  매우기도 아닌 겨울에 겨울 소낙비가 쏟아지기는 진짜 뜻밖이였다.
     사무실 창 밖에서 실폭포가 줄줄이 쏟아졌다.
     박총경리는 길죽한 얼굴을 찡그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맨날 술이 처마시고 녀비서들과 지분거리던 주정뱅이 같잖았다.
군철의 눈에는 이제야 좀 점잖은 총경리 같아 보였다. 
박문 총경리는 금방까지 활짝 폈던 웃음꽃을 얼굴에서 거두고 대뜸 박바가지상을 기우뚱 기울였다.
“요즘 생산과 판매 난제와 회사 전도를 생각하니 잠도 잘 오지 않네.”
군철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귀담아 들었다.
박총경리는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지금 우리 회사 반도체 생산과 시장진출은 미국의 강압적인 롱단경제 통제를 받아 참 어렵게 됐네. 미국은 반도체 칩4동맹을 강조하면서 지금 한국 반도체생산까지  통제가 심해졌네.”
군철도 격분해 한마디 했다.
“미국은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지만 기실  경제민주를 파괴하고 날강도식 경제롱단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경제파쇼입니다!”
 박문 총경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미국은 첨단반도체기술이 중국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새 규격의 칩과 메모리 생산장비마저 우리 회사에 반입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네. 심지어 본사에 수출했던 미국 메모리 생산장비마저 일부 거둬가기까지 했네.”
군철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였다.
박총경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중국 반도체시장도 포화상태네. 우리 회사는 3분기에  3분의 1이나 되는 메모리생산기계를 멈추게 되지 않았는가. 정말 답답해. 큰 위기야, 위기. 나야 글쎄 한 2년 그럭저럭 삐치다가 귀국하면 다지. 허나 3천여명  직원들은 어쩌겠는가?”
그는 우쭐 일어나 회사 앞의 페허로 돼버린 한국의 한 가전회사 공장 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가전회사를 보라구. 한때 에어콘이랑 잘 팔려 잘 나갔잖아. 헌데 가전제품시장이 포화상태에 처하자 회사가 망했잖아. 회사는 베트남에 훌 가버리고 직원들은 허망 나앉게 됐잖아? 우리 회사도 이대로 나가면 오래잖아 가전회사처럼 될 거네.”
군철은 회사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박문 총경리는 기대에 찬 눈길로 군철을 마주보았다.
“지금 다행히 광주 핸드폰과 컴퓨터를 생산하는 공장들에서  급히 메모리를 수요하네. 그런데 메모리 필수 원자재 금이 다 떨어졌다네. 불시에 어데 가 그 많은 금을 얻어오겠는가?”
군철은 한참 궁리하다가 입을 무겁게 열었다.
“우선 원 금구입경로에 련계를 달고 행정적으로 직장마다 동원하고 노조를 통해 모금해보겠습니다.”
“노조 해낼만 할가?”
“일단 우리 공회를 믿어주세요.”
박총경리는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화제를 돌렸다.
“생산설비 기술개조 연구는 진척이 있는가요?”
“기술혁신연구본팀과 연구1팀은 제가 직접 맡고 새 규격 칩과 메모리 생산장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2팀은 김윤선이 팀장을 맡고 생산장비 자동화기술개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래잖아 결과가 나올 겁니다. ”
박총경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치면서 일어나 사무실에서 왔다갔다 거닐었다.
“연구비용도 더 대줄테니께. 꼭 해내라고.”
한참 후 군철은 총경리실을 나와 이전처럼 회사 독신숙사 헬스방에서 “지하당지부” 확대회의를 열었다.
본사에서 파견돼온 력임 한국인 총경리들과 부장,   팀장들은 이른바 “빨갱이”들이 회사에서 얼씬거리는 것마저 꺼려했다. 이런 형편에서 군철은 10여년 전에 한국인 관리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회사 당지부를 세운 후 서기를 직접 맡고 200여명 당원들을 조직해 지금까지  줄곧 “지하활동”을 견지해왔다.
군철은 당지부 위원들과 10여명 골간당원들을 둘러보면서 국내외 반도체시장 형세와 회사 위기를  렬거하고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회사는 우리 생명선입니다. 우리 회사 파산되는 날엔 국가 천억에 달하는 세금수입이 날아날 것입니다. 우리 3천여명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허망 나앉게 될 것입니다.”
당원들은 모두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군철은 기대에 찬 눈길로 당지부 조직위원 경희, 선전위원 은희 등을 쭉 둘러보면서 말했다.
“회사는 우리 큰집입니다. 회사 존망의 관건시각에 우리 당지부 위원들과 당원들은 앞장서 회사를 살려내야 합니다.”
모든 당원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군철은 윤선 팀장한테서 새 메모리생산장비 기술개조 진척을 알아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한 핸드폰공장에서 칩과 메모리 주문이 들어왔는데 주요생산원자재 금이 모자랍니다. 회사에서는 시장가격으로 직원들의 금장신구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당지부에서는 공회조직을 통해 직원들을 동원해  금모으기활동을 벌리기로 했습니다.”
군철은 당원골간들을 둘러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당의 취지는 인민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복무하는 것입니다. 우리 당원들은 금모으기활동에 솔선궐기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회의가 끝나자 당지부 위원들과 골간당원들은 모두  소속 분공회로 돌아가 층층히 동원하였다.
박문 총경리와 군철 부총경리는 부장, 팀장 이상 간부들이 참가한 행정회의를 열고 직원들을 동원해  금구입과 금모으기활동을 벌릴 것을 일일이 포치하였다.
군철은 사무실에 돌아가 이모 순정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모, 그간 잘 있었는가요? 문예공연팀을 데리고 인차 오십시오. 네. 일찌기 와서 상해랑 구경하면서 노십시오. 네, 이모는 자식 하나 없잖습니까? 제가 이모 아들로 돼 효성을 다해 잘 모시겠습니다.”
그는 주춤 멈췄다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이모, 한가지 무거운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우리 회사 지금 급히 금이 수요되는데요. 양아들을 돕는 셈 치고 이모 금장신구를 회사에 팔지 않겠습니까?”
순정은 핸드폰을 들고 한참 궁리하였다.
(군철은 애비와는 달리 효성이 있는 애야. 뭐나 진심이지. 달마다 고아원에 쓰라고 3만원씩이나 부쳤잖았는가. 말썽도 많은 금장신구를 보험궤에 무져놓으면 뭐래? 훌 팔아 군철도 돕고 경로원에 쓰면 일거량득이 아닌가?)
“군철아, 그렇게 하자.  전번에 부탁한 새로 모집한 유치원 선생님들과 천지예술단도 인차 데리고  갈게.”
“감사합니다. 양어머니, 그럼 래일 비행기로 예약하겠습니다.”
군철은 핸드폰을 끄고 엄지와 식지를 딱 튕겼다.
군철은 이모 덕분에 금장신구 10킬로그람이나 회사에 판매했다.
리나는 세집에서 군철이 끼여준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궁리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송림이 아빠, 전화 받기 괜찮지요? 네. 한가지 물어봅시다. 송림이 아빠 끼워준 결혼반지 회사에 판매해도 괜찮겠는지요?”
군철은 피씩 웃었다.
“제 생각엔 어떠오? 이전에 졸혼했다면서 애들까지 훌 버리고 나가더니? 그까짓 결혼반지를 다 건사할 필요있다고 보오?”
“차마 팔기 너무 그래서요. 애들 둘이나 둔 어머니여서 아빠하구 무겁게 묻는 건데요.”
“반지 그리 중요해? 우리 마음이 더 중요하지. 실패한 혼인 반지야 건사해둬 뭘 해? 소홀하게 졸혼하고 애들을 버리고 훌 나가버린 잘못을 뉘우치고 내 과거를 량해한다면야. 반지야 다시 사면 되는게지. 내 사업의 수요로 자주 술 마셨고 집에 늦어 들어갔지. 안 그래?”
리나도 그리 호락호락한 녀자는 아니였다. 그녀는 이를 옥물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네놈의 과거를 량해해? 픽, 당신은 잘못이 없는가? 한국 김총경리하구 공안국에 잡혀 갔을 때 잘 해 잡혀갔겠구만요. 당신이나 과거 잘못을 제대로 뉘우치세요. 아무리 애들이 불쌍하다고 해도 그저 눈감고 넘어갈 거 같아요? 당신의 진심을 바랄 뿐이예요. 그전엔 의연히 졸혼이라는 걸 아세요.”
리나는 “애비를 닮은데 없겠니?” 하고 욕하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자기 두 아들애도 장차 애비나 색마 같은 할애비 닮을가 봐 방정을 떨기 무서웠다.
대신 끊임없이 빈정거렸다.
“졸혼하니 얼마나 좋아요? 당신은 금발애인도 해보고. 추파를 보내는 숱한 녀비서로, 미인들로 얼마나 가슴 설레겠는가요? 아가씨들을 데리고 밤마다 마음껏 술놀이를 하고 노래방에 가서 안고 돌아가고. 흥!”
군철도 거칠게 나왔다.
“됐다, 됐어. 결혼반지도 다 팔아버려! 이전에 머리 싯허연 아버지 설거지까지 하면서 돕느라고 할 때 넌 뭐랬어? 어떻게나 잔소리를 했는지. 아빠 지금 설 쇠러 오라고 해도 오지 않겠다고 해.”
그러자 리나의 소리도 고울리 만무했다.
“아빠 많아 참 좋겠다. 감옥에 간 색마령감이  자랑거리겠구만.”
“계속 이따위로 놀려면 다시 결합하기 힘들어.”
“합하지 못하면 말라지. 아무리 당신 부총경리라고 내 무슨 빌면서 기여들겠구나. 어림도 없어! 흥!”
이튿날 리나는 단위에 나가  결혼반지까지 해서 금장신구 500그람을 몽땅 판매했다. 그 금장신구는 화가  문걸이 피땀으로 하나하나 장만한 아들 결혼혼수감이였다.
회사 3000여명 직원들은 몽땅 동원돼 사흘내에 도합 1680킬로그람이나 되는 금장신구를 모았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금장신구를 구매해 제때에 생산원자재 금을 충족히 장만했다. 회사에서는 인차 칩과 메모리를 생산해 핸드폰공장과 컴퓨터공장에 제때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그제야 박문 총경리는 길죽한 얼굴의 어두운 그림자를 군철을 불러놓고 입이 합박만해졌다.
“우리 직원들이 회사를 구해냈네.”
그때라고 군철은 한마디 동을 달았다.
“이게 다 우리 공회 조직의 힘입니다.”
박총경리는 군철 앞에 엄지를 척 내두르며 혀바닥이 다슬게 치하했다.
“그래, 그래. 공회 참 잘 세웠어.”
군철은 기뻐 어쩔줄 모르는 박총경리를 보고 이렇게 말할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번 활동은 기실 지하당지부에서 공회를 이끌어 직원들을 동원해 모금활동을 벌린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당조직 말하긴 이른 거 같아. 회사에 뭔가  좀 더 해놓고 말하자.)
그는 오래전부터 “지하당조직”을 회사의 정당한 당조직으로 만들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박총경리는 군철의 뛰여난 조직과 활동 능력에 혀를 끌끌 찼다.
군철은 퇴근한 후에도 밤늦게 객실에서 컴퓨터에 마주 앉아 윤선이 연구해낸 생산장비자동화기술개조방안을 재검토하군 했다.  
“커피를 좀 마시고 하세요.”
애리싸가 커피잔을 들고 와 그의 앞에 내밀었다.
“감사해.”
군철은 제꺽 컴퓨터를 꺼버리며 애리싸 눈치를 흘금 보았다.
“뭘 하는데? 날마다 밤중까지 컴퓨터에 마주 앉아 있는가요? 이젠 잡시다.”
군철은 커피잔을 받아쥐여 후후 불며 중얼거렸다.
“별 거 아니야. 이젠 자지.”
애리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금발머리를 뒤로 훌 넘기며 파란 눈으로 군철한테 정겨운 추파를 보냈다.
군철이 연분홍 네온등불빛을 빌어 바라보니 애리싸의 파란 눈에 이상한 빛이 번쩍이지 않겠는가.
순간 피뜩 박총경리 하던 경종이 귀전을 때렸다.
(우리 주위에 미국 경제간첩이 욱실거릴지도 몰라.)
군철은 애리싸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부랴부랴 컴퓨터의 “새 칩과 메모리 생산장비 설계방안”을 USP에 저장하고 몽땅 삭제해버렸다.
애리싸는 군철의 당황망조해 하는 모양을 보고 속으로 코웃음쳤다.
군철은 유판을 가방에 넣으면서 집에 와 일한 것을 못내 후회하였다.
그는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침대에서 전례없이 애리싸한테 살갑고 열렬하게 굴었다.
며칠 후 광주 로봇공장에서 메모리 새 자동화생산장비- 로봇과 자동화기계팔이 왔다.
그날 박총경리와 군철 부총경리, 한국인 부장과 팀장들이 새하얀 방호복을 입고 생산직장에 모였다.
메모리 생산을 유인조종으로부터 로보트자동조종하고 피대식 생산흐름선으로 혁신하는 장이 성황리에 열렸다.
  군철이 직접 자동화생산장비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숱한 로봇들이 사람을 대신해 생산장비를 조종해 칩과 메모리를 척척 생산해냈다.
박총경리는 메모리 완성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성공입니다!”
한국인 부장과 팀장들도 주먹을 불끈 쳐들며 환호했다.
박문 총경리는 군철과 윤선 등 기술개조연구팀 골간들을 일일이 굳게 손을 잡아주었다.
나중에 박문 총경리는 군철의 두 손을 다시 잡고 눈물이 글썽해 울먹였다.
“자네들이 회사를 살려냈어. 인민페 백만원도 쓰지 않고 기술혁신에 성공했네. 우리 회사에서는 인민페 9억  9천만원을 절약하고도  생산속도를 몇갑절 높이게 됐네. 리회장님은 꼭 우리 회사 기술혁신성과를 본사에도 도입해 자동화생산흐름선을 건설하고 묵직한 상금을 내릴 거네.”
군철은 그때라고 오래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말을 꺼냈다.
“박총경리님, 이게 다 우리 지하당조직 골간당원들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입니다. 우리 당조직을 믿으십시오.”
박문은 흠칫 놀라며 길죽한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흘러지나갔다.
“뭐라고? 지하당조직? 아니, 우리 회사에 언제부터 지하당조직이 다 활동했어?”
박문 총경리는 언제 입이 합박만해졌는가 싶었다.
랭랭한 이데올로기 몽둥이가 그의 머리를 탁 쳐놓았다. 머리가 된 방망이에 얻어맞은듯이 아찔해나며 눈앞에서 불찌가 탁탁 튀여 흩날렸다.
      순간 그의 입은 겨울철 청개구리 입처럼 꾹 담긴 채 얼굴표정마저 퍼런 바위돌처럼 랭랭하게 굳어졌다.
      한참 후에야 제정신을 차린 그는 미심해 윤선을 돌아보며 물었다.
“윤선도 빨갱이, 아니, 공산당원인가?”
윤선은 군철의 눈치를 흘끔 살폈다.
군철은 윤선을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제야 윤선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저도 신입당원입니다.”
박문 총경리는 하나랑 은희랑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럼 녀비서들도 몽땅 당원들인가?”
       하나랑 은희랑 경희랑 모두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요. 당지부 골간들입니다.”
박문은 악연실색했다.     
     사실, 하나랑 은희랑 경희랑 리나랑 모두 군철 서기가 직접 입당 소개인으로 돼 양성해 입당시킨 당원들이였다. 군철은 10여년 동안 지하당지부 서기로 돼 한국인 총경리나 부장, 팀장들의 몰래 지하활동을 하면서 회사에서 168명이나 되는 당원을 더 발전시켰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갓 온 박총경리가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박문 총경리는 너무나도 한심해 길죽한 박바가지상을 찡그리더니 자기 주위의 숱한 "빨갱이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등잔불 밑이 어둡다고 내 주위에 진짜 숱한 공산당원들이 지하활동을 했구만. 여직껏 내 혼자 깜깜했구만. 쯔쯔.”
      군철은 희죽이 웃으면서 해석했다.
      “박총경리님, 널리 량해해주세요. 사업의 수요에 의해 잠시 박총경리한테 신분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박총경리께서 언제 우리 당지부를 마음 속으로 받아들일 때면 꼭 제대로 알리려고 했습니다. 우리 회사 업무골간과 공회 간부들은 대부분 당원들입니다. 우리 당조직은 이번에 회사를 살려내고 기술혁신을 할 때 얼마나 조직적으로 큰 역할을 했습니까? 회사에서도 우리 당조직과 공회 조직의 강력한 힘을 믿고 회사를 경영해야 된다고 봅니다.”
박총경리는  군철이네를 둘러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최부총경리, 이젠 지하활동을 할 필요없네.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게나. 난 우리 회사 노조 같은 조직은 지지하네.”
그 자리에 있은 하나랑 윤선이랑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때라고 군철은 한가지 요구를 들이댔다.
“박총경리님, 회사에 활동실이 없어서 이제껏 공회와 당조직에서 독신숙사 활동실이거나 헬스방에서 활동했는데요. 회사에 활동실을 내줄 수 없습니까?”
박문 총경리는 량미간을 찌프렸다.
이윽고 그는 조용히 군철을 데리고 생산직장에서 나와  총경리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는 미더운 눈길로 군철을 바라보면서 정색했다.
 “이번 노조 공헌을 리회장님께 회보하고 상금과 비용을 청시하겠네. 회사에서 공회 사무실도 내주고 활동비용도 더 대줄 예산이네. 그러나 공회가 있으면 됐지. 당조직까지 회사에 들여올 필요는 없네.”
(고삐를 좀 늦추자. 이제 천천히 당조직을 제대로 리해하고 믿게 만들어야지.)
        리성은 아직도 강남의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에도 잔설이 남아 살을 어이고 있었다.
        랭랭한 리성도 공동한 리익의 잔등에 업혀 황홀한 꿈을 꾸며 날아가면서 날따라 잔설이 색바래지며 녹아내리고 권태에 차 게트림을 한다.
        이데올로기 협곡은 날따라 믿음으로 점점 차오르며  메워지고  점점 공간이 졻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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