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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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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64) 김장혁
2022년 12월 14일 11시 40분  조회:180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74. 악몽
 

     며칠 후 녀인도에 태풍이 기승스레 불어쳤다. 대나무들이 마구 허리 부러지게 절벽에 맞절을 하며 아우성쳤다.
     비행기 아츠런 엔징소리가 동굴 밖 상공에서  배회하였다.
     꽝!
     갑자기 무서운 굉음이 울렸다.
     비행기가 바다에 처박혔는지 대나무밭에 날아내렸는지 알길이 없다.
    야만인들이 대창과 시퍼런 칼을 들고 동굴에서 고함치며 뛰여나갔다.
    몇몇 야만인들이 뛰여들어와 우두머리한테 뭐라고 지지벌거렸다.
    우두머리는 대나무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더니 번대머리와 미희 오빠를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황금보다 귀한 녀인도에서 우두머리는 번대머리와 미희 오빠를 보배처럼 여겼다. 그녀는  평소에 그들을 녀인도 여기저기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산보하군 했다. 물론 숱한 건장한 경호졸개들이 그들 둘을 꼼짝달싹 못하게 결박해가지고 뒤따랐다.
    연기 나는 곳에 가보니 비행기가 대나무 밭에 처박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야만인들은 불 속에 뛰여들어 먹거리를 들춰 내왔다. 살아남은 사람도 들어내왔다. 비행기에 탔던 남자들은 거의 다 죽었다. 목숨이 붙어 있지만 남자 구실도 못할 것 같으면 당장에서 시퍼런 가차없이 칼로 목을 쳤다. 먹거리나 축내기 때문이리라. 또 야만녀인들에게는 건장한 남자들을 너무 많이 녀인도에 남겼다간 위험으로 될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채 타지 않은 녀인들은 좋은 먹이감이여서 메다가 동굴 옆의 창고에 두었다.
번대머리가 살펴보니 그 속에는 경찰도 있지 않겠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산 녀자들 가운데 숯검댕이칠을 한 낯익은 얼굴이 보이지 않겠는가!
“아니, 저게 뭐야? 저승사자 아닌가!”
정호는 깜짝 놀라 고함쳤다.
그런데 최혜영 국장은 머리 파뿌리처럼 새하얀 로파 아니겠는가!
우두머리는 이상해 정호 번대머리와 최헤영 국장을 번갈아 보았다.
우두머리야만인은 경호졸개들 보고 뭐라고 지지벌거렸다.
경호졸개들은 최혜영 국장을 끌고 우두머리 앞에 왔다.
“아니, 최국장 어떻게 돼 여기까지 왔소?”
혜영도 깜짝 놀랐다.
“네놈, 여기 있었구나! 네놈을 붙잡으러 여기 와야 했는데. 참, 동남아로 가다가 태풍 만날줄은 몰랐구나!”
“다 죽게 돼 가지고도 날 붙잡을 궁리 계속하오?!”
“저승사자 직책이니깐. 음흉한 부패분자를 붙잡아가지 못한게 한이다.”
정호는 랭소했다.
“이 야만인도 법은 부패분자고 뭐고 관계없소. 남자 무기만 좋으면 왕대접받는단 말이오. 흥! 아무리 깨끗한  녀자라도 다 각을 뜯어 잡아먹소. 무슨 세상인지 알기나 하고 떠드오?”
우두머리는 우멍눈을 팬들거리며 최혜영 국장과 번대머리를 번갈아 보더니 뭐라고 꽥 고함쳤다.
야망인들이 우르르 덮쳐들어 최혜영 국장을 꿇어엎디게 하고 시퍼런 칼을 쳐들었다.
“정호! 날 살려주오! 오빠 제발 살려주세요.”
“잠간! 금방 오빠라 했어? 살기 위해선 너도 부패분자와 타협할 날이 있구나. ㅋㅋㅋ.”
번대머리가 선뜻이 나서서 손사래치며 말렸다.
우두머리는 눈치 빨랐다. 그녀는 번대머리를 손으로 살살 만지면서 어쩌다 우멍눈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여 손을 쳐들며 뭐라고 수하 야만인들을 제지시키고 다른 녀인을 손가락질했다.
야만인들은 다른 녀인을 칼로 목을 탁 쳤다.
    최혜영 국장은 야만인들이 피 뚝뚝 떨어지는 녀자 머리를 대창에 꿰들고 춤을 추는 것을 보고 화등잔 같은 눈을 딱 감아버렸다.
야만인들은 최혜영 국장과 몇몇 살아남은 녀인들을 끌고 몸채 동굴 옆의 작은 동굴에 처넣고 동굴 쇠살창문에 자물쇠를 철컥 잠갔다.
정호는 우두머리와 함께 작은 어둠침침한 동굴 쇠살창 속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동굴은 허리도 펴기 힘들 지경이였다.
“최국장, 죽게 된 사람은 다 마음이 착해진다던데. 구해준 은공을 잊지 마오. 여기서 나가면 날 좀 놔주오.”
최혜영 국장은 북데기에 앉아서 버들잎눈섭을 치켜세우면서  세귀눈으로 번대머리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여기서 살아나가면 네놈부터 백길 생지옥에 처넣겠다.”
번대머리는 억울한듯이 씨벌였다.
“내 무슨 죄를 졌다고 그렇게 원쑤 치부를 하오?”
최혜영 국장의 세귀눈에서 불찌가 툭툭 튕기고 있었다.
“흥! 아직도 네놈 죄를 몰라. 숱한 공금을 탐오하고 권력을 빌어 비법적으로 몇백만원 어치 재물을 긁어모으지 않았어? 전도 창창한 숱한 간부들을 부패분자로 만들었잖아? 숱한 녀자들의 정조를 유린하고 간음하지 않았는가?!”
번대머리는 능청을 떨었다.
“하늘에 사무치는 죄악을 졌구만! 그러나 우린 여기 녀인도에서 죽고 말 거요. 이젠 모든 죄가 사면이오. 모든 죄를 녀인도 무덤에 파묻어버리게 됐소. 최국장 목숨도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거 아오. 죽기 전에 말이라도 좀 곱게 하라구.”
번대머리는 꽁꽁 결박돼도 입만은 살아 있어 자꾸 지껄였다.
“우리 둘다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데 마지막으로 몇마디 물어보기오.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오?”
어둠침침한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코웃음소리.
“픽!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한테 무슨 졸혼이야? 결혼도 염오하는 독신녀가 바람둥이들의 졸혼을 좋아하겠는가? 네 따위 놈이야 졸혼하고 좋았겠지. 고삐를 끊은 들말처럼 달아다니면서 숱한 아가씨들을 차고 질탕하게 놀았잖아?”
번대머리는 최혜영 국장 과거 마음 속 상처에 일침을 가해 반격했다.
“그래, 머리 하얀 파파로파, 아니, 로처녀한테 미안하오. 최국장은 녀대생 시절에 강도들한테 륜간당해 시집 안가고 로처녀로 늙은 거 아닌가유? 그때부터 최국장은 변태, 괴태로 된 거야. 성질도 괴상하게 번져서 사람잡이에 눈이 새빨개서 미쳐 날뛰였단 말이야.”
“흥! 너 같은 부패분자와 무슨 말을 더 할 것도 없어! 시끄러워. 죽이겠으면 어서 죽여라.”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뼈속까지 새빨간 철두철미한 검사구만! 어째 너네 애비 숱해 얻어먹은 건 더 파지 않고 남과 잔혹하게 굴어? 저런 지독한 간부를 이런 녀인도에서 야만인들한테 죽게 하긴 너무나도 아쉽구나! 시집도 못 가본 최혜영 국장이 아쉽구나. 아니, 스케트를 타고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던 생기발랄한 은영 녀대생이 아깝구나.”
그런데 최혜영국장이 한다는 소리 더욱 한심했다.
“네놈을 잡으러 오다가 내 첫사랑 성호 오빠를 죽게 만든게 한이다.”
“뭐? 성호, 그 개새끼 또 날 잡으러 여기까지 왔어?”
번대머리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참 무서운 독종들이구나. 비행기 꽝 떨어져 죽길  싼통이야. 쌍통맹통, 꼬부랑통! 성호새끼, 배신자! 어쩜 친구를 잡아 감옥에 처넣자고 천애지각까지 다 쫓아왔어?”
우두머리야만녀인의 명에 따라 졸개들이 타다남은 웬 남자 다리를 베다 우등불에 굽고 있지 않겠는가!
번대머리가 대창에 꿴 시꺼멓게 탄 머리를 찬찬히 살펴보니 성호 머리 같아 보였다.
“그 놈새끼 맞구나. 껍질을 벗겨놔도 네놈새낄 알아볼 수 있어. 썩어져도 싸다, 싸.”
번대머리는 깨고소해 가래를 퉥 뱉았다.
“썩어져도 렬사증이라도 탈 예산이군.”
“헛소리 치지 말라.”
번대머리는 우멍눈으로 어둑시그레한 죄꼬만 동굴 안을 들여다보며 최혜영국장을 들으라고 지껄였다.
“보아하니, 너네 둘이 신혼려행을 하러 동남아로 가다가 여기 처박혔지? 나를 나포하러 가다가 공무로 순직했다고 해야 렬사증이라도 타지. 봐라. 검사도 아닌 성호가 왜 너와 함께 동남아로 날아왔어? 넌 국장인데 살인죄도 지지 않은 날 잡으러 직접 출국할 필요있는가? 숱한 검사를 두고 국장이 죄인 인도하러 직접 동남아로 왔다고? 세살짜리 애도 믿지 않아. 그러나 저러나 시집도 못간 년이 렬사로 순직하면 새끼도 없지 썩어지면 누가 무휼금을 타겠니? 흥!”
우두머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다. 그녀는 무슨 음모라도 꾸밀가봐 겁났는지 정호와 미희 오빠를 끌고 동굴로 들어갔다.
저쪽에 우등불에 사람 고기 타는 노린 냄새가 코를 찔러 견디기 힘들었다.
이윽고 태풍이 잦아들어 무인도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우두머리 명에 따라 정호와 미희 오빠, 그리고 최혜영 국장을 비롯한 비행기 사고 생존녀들이 우등불 앞에 끌려왔다.
우두머리 야만녀인이 우멍눈으로 무섭게 최혜영 국장을 쏘아보더니 앞에 꿇어앉혀라고 명했다. 그러나 최혜영 국장은 꿇어앉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번대머리가 황급히 소리쳤다.
    “최국장, 몇분이라도 더 살겠으면 어서 고분고분 무릎을 꿇소! 오빠 말을 좀 듣소.”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해라! 본 국장이 누구냐? 죽어도  저런 야만인 앞에 무릎 꿀지 않아! 네놈이나 녀인도에서 야만녀인들과 성자유 웨치면서 수캐질을 실컷 해라!”
그럴 수도 있었다. 두 팔을 결박하지만 않으면 녀인도 성문화는 그가 오매에도 꿈꾸던 성해방과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녀인도는 그가 꿈꾸던 자유세상일 수도 있었다.
   야만녀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대창으로 그녀의 종아리고 무릎이고 마구 찔러 꿇어앉혔다.
우두머리 야만녀인이 뭐라고 고함쳤다. 야만녀인들이 우등불에서 뿌지직뿌지직 타는 성호 다리 고기를 베여다가 최혜영국장의 입에 마구 쑤셔넣었다. 비명소리 처량하게 들린다.
그때 정호가 나서서 말렸다.
“잠간, 그러지 마세요.”
그러나 우두머리는 알아듣지 못했다.
“말이 통해야 어쩌지?”
번대머리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이윽고 그는 손마선질하면서 말렸다.
“꽥-!”
우두머리가 벌떡 일어나며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졸개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번대머리를 끌어내 바지를 훌렁 벗겼다. 어둑시그레한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 들렸다. 졸개들은 최혜영 국장의 치마도 벗겼다.
우두머리가 뭐라고 꽥 고함쳤다.
졸개들이 억지로 번대머리를 끌어다 최혜영 국장과 마주 세웠다. 손시늉을 봐서 강간하라고 호통치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럴 수 없어.”
정호는 뒤걸음질치면서 소리쳤다.
“최국장은 충주 최씨, 내 녀동생이야. 죽게 될 불쌍한 녀동생을 그럴 수 없어.”
우두머리는 졸개들을 시켜 대창으로 마구 찌르며 강간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번대머리는 무릎을 털썩 꿇고 두손을 싹싹 비볐다.
그때 최혜영 국장이 무슨 소리 했는지 아는가?
“최국장도 녀자예요. 다 죽게 됐는데요. 죽기 전에 날 두번째 녀자로 만들어주세요.”
“뭐라고?”
번대머리는 자귀 귀를 의심했다.
최혜영 국장은 눈물이 글썽한 퉁사바눈으로 우멍눈을 쳐다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뭘 해요? 오빠, 죽으면 세상이 다 끝나는데요? 어서, 죽기 전에 빨리. 30여년만에 나도 죽기전에 다시 녀자로 돼 봅시다. 오빠, 어서!”
번대머리는 최국장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당장 죽게 되니   로처녀도 남자를 원하는구나. 그렇게 시집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던 년, 그래, 이제야 허위를 벗어버리고 진실한 녀인으로 됐구나. 로처녀 시집 안 가겠다는 건 다 거짓말이지. 이 변강쇠 널 몇십년만에 진정한 녀자로 만들어주마.”
그때 우두머리가 뭐라고 꽥 고함쳤다.
졸개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시퍼런 칼로 최혜영 국장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변강쇠가 어쩔새 없이 최혜영 국장의 걀죽한 머리가 수박처럼 털렁 굴러 떨어진다.
“그만! 그만! 죽이지 말라는데도! 너무 처참해. 내 녀동생을 어찌?!”
“이놈 꿈을 꿔?”
“아니, 제발 살려 달라!”
“죽을 죄를 졌으면 죽어야지.”
“빈다고 죽이지 않을 거 같아?”
“깨나!”
(이게 무슨 소린가?)
번대머리가 우멍눈을 번쩍 떴다.
숱한 죄수복을 입은 죄수들이 둘러앉아 자기를 쌀쌀이 쏘아보고 있지 않겠는가!
“여긴 어디오?”
“감방입니다. 최국장.”
귀에 익는 목소리. 피뜩 보니 인사과장이 아니겠는가.
“좋은 꿈 꿨어? 누굴 살려달라고 그래?”
그제야 제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그래, 난 성호한테 붙잡혀 인터폴한테 끌려가 중국으로 인도됐지.)
정호는 그제야 번대머리를 쳐들고 사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차디찬 쇠살창 속이 아니겠는가.
 (아, 그럼 생지옥 같은 녀인도에서 야만인들한테 죽을 번한 것도 몽땅 악몽이란 말인가? 그 악마 같은 야만녀인 우무머리 생각만 해도 소름이 쪽 끼친다. 몽땅 악몽이라면 저승사자도 멀쩡히 살아 있겠구나. 악몽, 무서운 악몽이였구나.)
      번대머리는 둘러앉은 사람들 속에서 자기가 올려놓은 문화국 후임 국장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오청룡의 유들유들한 네모얼굴과 리굉팔의  말상도 보였다.
      “어떻게 돼 다 여기 들어왔어?”
“몰라서 묻습니까? 재무과장이랑 전람관 관장이랑 몽땅 들어왔습니다.”
번대머리는 자기가 검찰원 반탐오회뢰국 최혜영 국장한테 그들을 다 고발해놓고서도 능청스레 아닌 보살을 떨었다. 역은 새 방아간을 지나간다고 그는 너무 역게 놀면서 재무과장이랑 인사과장이랑 전람관 관장이랑 한국에 송금하라고 협박하다가 역으로 그들의 고발을 당했던 것이다. 결국 자기 감형받자고 서로 물고 뜯고 하다가 몽땅 철창 속에 갇히고 말았다.
다리 부러진 노루 한데 모인다더니 탐관들은 모두 감방에서 만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번대머리는 인사과장을 보고 한마디 했다.
“이젠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닐 일이 싹 다 없구만. 모텔과 먹거리를 근심할 필요도 없게 됐소. 좋은 벽돌집에서 해준 밥이나 먹고 좀 좋아서. 감방은 해외에서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기보다 퍽 좋을씨구.”
번대머리는 몇대 남지 않은 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하품을 길게 했다.
“하- 퍽 곤하구만. 푹 잡세. 허허허.”
그때 철창 밖에서 저승사자 최혜영 국장과 공안국 박국장이 주고 받는 목소리 들리는 상 싶었다.
번대머리는 자포자기하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굴며 또다시 꿈나라로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는 망아산 수림 속의 방공굴이 피뜩피뜩 나타났다. 그 수풀 속의 방공굴은 그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가서 놀던 블랙홀, 성해방과 성자유 블랙홀이 아닌가.
구풍이 불어치는가? 태풍이 불어치는가?
번대머리가 소용톨이치는 블랙홀에 마구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지른다. 소용돌이에 숱한 아가씨들이 휘말려들어간다. 그녀들은 블랙홀에서 헤여나오려고 아우성치며 허우적거린다. 아우성치는 영희 조개턱과 늘씬한 학의 다리도 보인다. 볼우물을 옴폭 파던 나영의 보름달얼굴도 보인다. 공포에 질린 나영의 새까만 포도쌍까풀눈도 보인다. 정희 반토막 난 머리도 데굴데굴 소용돌이치며 날려다닌다. 하영의 구슬픈 노래소리 귀전에 들린다. 순정의 짜증나는 잔소리 귀전에 들린다.
“사람 살려요!”
“영희!”
정호는 살려달라고 내민 숱한 손 속에서 영희 길다란 손을 골라 잡았다.
“최선생님!”
대머리는 영희 손을 잡아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이게 생시요? 저승이요?”
“몰라요! 저승 같은데요. 전 이미 한줄기 연기로 돼 염라전에 왔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돼 여기 들어왔어요? 어서 나가세요!”
영희는 대머리 손을 풀며 아우성쳤다.
“년놈들, 저승에 와서도 놀고 있어?! 이승에서도 통간하더니 개 똥을 먹는 버릇 고치겠니?”
(문걸의 목소리 아닌가!)
대머리는 영희 손을 활 놓았다.
“최선생님! 살려주세요!”
영희가 망아산 수림 속 방공굴 참사랑 블랙홀에 휘말려 들어가며 비명을 대머리를 향해 손을 휘젓는다!
“살려주세요!”
아니, 저게 뭔가! 순정, 정희, 하영, 나영이 손 저으며 아우성치지 않겠는가!
심지어 한국의 기생 미희와 일본 기생 사쿠라도 고함치지 않겠는가!
    겨울도 아닌데 저게 뭔가?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눈송이들이 날아내리는가? 아니, 숱한 연분홍치마자락이 흩날려내린다. 웬일인가? 소용돌이치는 블랙홀에 숱한 미녀들이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눈송이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지 않겠는가. 얼마나 자유로운 하늘인가? 
     황선희 박사가 복제기술로 숱한 아가씨들을 복제해 내려보내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아가씨들아, 변강쇠 간다!"
      번대머리는 두 팔을 벌리고 미친듯이 고함치며 달려갔다.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아가씨들을 받아안으려고  마주 덮쳐나갔다.
     황박사가 빈정거리는 소리 호랑이 고함소리처럼 블랙홀에 쩌렁쩌렁 울린다.
     "번대머리 색마야! 숫처녀 아니라고 날 나무리더니. 복제 숫처녀들한테도 미쳤구만. 참사랑 추구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정조관념이 그래?!" 
    한 아가씨가 빈정거리는 소리.
    “어쩜 그렇게 무맥해요? 사랑을 맺자마자 경찰에 붙잡혀요?” 
     색마는 우멍한 눈으로 미녀들을 쳐다보며 번대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절대 그럴 수 없어! 아무리 쇠사슬로 결박해 철창 속에 처박아둬도 자유를 절대 구속할 수 없어!”
   색마는 발돋음하며 쇠고랑이를 찬 두 손으로 하늘에서 날아내리는 아가씨들의 허벅다리를 붙잡으려고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아가씨들의 꼬리도 하나 만질 수 없었다.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누군가 쩌렁쩌렁 질책하는가?
      "그 놈 계집들 때문에 쫄딱 망해가지고 아직도 아가씨들 허벅다리 만지려고 해?!"
      번대머리는 몇오리 안되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하늘을 쳐다보면서 맞대구를 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난 아가씨들을 다룰테야! 심장이 뛰는 한 성자유를 위해 싸울 거야. 녀성들 성해방을 시키려고 박투할 테야!" 
  
    군철이 면회하자고 쇠살창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지 않는가.
    "아버지, 이젠 세상 도리도 없는 잡소리 작작 치고 푹 쉽소." 
    번대머리는 창살을 부여잡고 아들한테 간곡히 부탁했다.
     “군철아, 넌 애비처럼 살지 말라. 법을 지키고 차례지는 것만큼 가지고 살아라. 절대 애비처럼 주색에 빠지지 말라. 넌 당대표, 당위 서기 아니냐? 큰 일을 하려면 주색에 빠지면 안돼. 딱 참한 녀자를 후처로 삼고 애들을 잘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알만하느냐?”
     군철은 번대머리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다짐했다.
      “아버지, 아버진 커다란 반면거울입니다.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겁니다.”
번대머리는 아들이 사라지자 인차 색마로 되돌아갔다. 그의 뇌리에는 미녀군단을 이끌고 미국 로스안젤레스 해변가에서 맥주점에서 영희, 나영이, 정희, 하영과 맥주잔을 부딪치며 희희락락 즐기던 일이 떠올랐다. 모텔에서 그녀들과 즐기던 일들도 어슴프레 떠올랐다.
     문걸의 외까풀눈이 쇠살창 안을 기웃거린다.
     "사람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참사랑을 추구하는 것이 고상해. 두 심장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심장의 선률, 얼마나 아름답느냐?"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찡그리며 도리머리를 저었다.
    "또, 또. 참사랑 타령이냐? 넌 한뉘 평생 그저 참사랑타령만 하다나면 늙어 죽을 거야. 금욕주의자야, 너하곤 한 길로 갈 수 없어."
     “최국장, 날 살려주십시오.”
     나영의 비명소리 귀전에 들렸다.
     발길을 날려 흑인강도를 차넘기고 나영을 구원해 꼭 끌어안았다. 공포에 떠는 가녀린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위안해주었다.
“나영이, 울지 마. 네가 울면 가슴 속에 피 떨어진다. 우리 비록 철창 속에 자유를 구속당했지만 성해방과 성자유를 위한 혼이야 구속할 수 있겠느냐? 넌 아직 젊었어. 고까짓 5만원 탐오한게 무슨 죽을 죄냐? 탐오한 돈 5만원을 다 바친데다가 한국에서 날 물어먹었으니깐. 아마 감형돼 한 2년 감옥살이 하면 나갈 수 있을 거야. 하루 밤 부부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한가지 부탁하자.”
     “뭔데요?”
나영은 눈물이 글썽한 까만 포도쌍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이제 감옥에서 나가면 성자유와 성해방을 위해 한평생 싸워온 내 묘지에 꽃다발 하나만 올려달라. 내 얼마나 녀성들의 성 자유와 해방을 위해 변강쇠 무기를 들고 투사로 돼 몸 바쳐 싸웠느냐? 숱한 아가씨들의 이름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내 령전에 올려달라. 황금희, 황선희 박사, 순정, 영희, 정희, 나영, 하영, 미희, 사쿠라… 그들이 하나, 하나 다 떠나갔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그 아가씨들이 살아 숨쉬고 있어. 제발 부탁이다. 내하구 살을 섞은 그 숱한 아가씨들의 이름을 꽃다발에 새겨 올려달라. 아, 아까운 아가씨들을 두고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나겠느냐?”
     나영이 물었다.
    “그래, 총살당하는가요?”
     “총살은 몰라도 늙어 죽을 때까지 감옥살이를 면할 거 같잖아. 아, 아까운 아가씨들이여. 내 죽어도 혼이야 유령처럼 아가씨들 속으로 훨훨 날아다닐 거야. 바람결처럼 언제나 아가씨들 어데 가도 따라다닐 거야.”
나영은 피씩 웃었다.
     “음험한 음모가! 배신자! 위군자! 당신은 천번만번 죽어도 싸! 얼마나 많은 녀성들을 해치고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괴했는가! 영원히 생지옥에서 썩어져라!”
나영이 아가씨들을 대표해 저주해서 그런가!
저게 뭔가?
      하늘에서 숱한 올가미가 구렝이처럼 디룽디룽 내려와 감방 천정에 걸린다. 올가미가 목을 매 꽉 조인다. 저승사자 죽음을 재촉하는 북소리 둥둥 울린다. 철창 속에서 몸부림치며 버둑거릴수록 올가미가 목을 으스러지게 조인다.
     눈 앞에서 순정이, 영희, 나영이, 하영이 아우성친다. 그녀들의 비명소리 귀전을 우뢰처럼 때린다. 반토막이 된 정희 머리마저 데굴데굴 구을며 끊임없이 저주한다. 허병칠 부장도 번대머리 색마가 골고다 언덕을 넘어 교수형을 당하니 씨원해 저주하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염라전에는 싸늘한 귀신노래소리가 음산한 바람을 타고 울려퍼지며 메아리친다. 백골더미 속에서 쥐새끼들이 구멍이 펑 뚤린 눈구멍으로 기여들어가 가댁질하며 대골을 파먹는다. 쫙 벌린 백골 입에서 독사가 스르르 기여나와 혀를 날름거린다.
      하얀 비둘기 염라전에 날아와 쓰러진 자유 녀신의 제사를 지내며 꺼이꺼이 운다. 백골더미에서 음산한 귀신이 죽음의 노래를 무섭게 부른다. 때 묻은 자유의 헌 깃발이 공포에 떠는 백골더미 위에서 유령처럼 날아다니면서 가냘프게 휘날린다. 아가씨들의 브래지어 화장터에서 펄럭인다. 미친개들이 시체를 물어뜯고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굶주린 까마귀들이 까욱까욱  울며 배회한다. 
  락조로 뻘겋게 물든 바다는 사랑의 신, 자유의 신을 꿀꺽 삼키더니 게트름을 하며 낮잠을 청한다. 
  자유녀신 헤라가  희말라야 가파로운 둔덕에 황홀한 오로라 빛 뿌리며  사랑의 오아시스에 오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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