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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외
2017년 05월 31일 20시 10분  조회:1098  추천:0  작성자: 강려

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한국]

 

개미
 
잔디밭 땅속에도 나라가 있습니다
모두가 까만 옷에 나라위해 일만 해도
절대로 데모가 없는 평화로운 개미국
 
거미
 
뒤란 쪽 추녀 끝에 그물을 걸어놓고
하늘을 헤엄치는 파리, 나비, 잠자리를
한 번에 다 잡겠다고 기다리는 거미님.
 
귀뚜라미
 
깊어가는 가을밤에 휘영청 달이 밝아
잠이 오지 않는데다 친구도 하나 없어
밤새워 노래부르지, 귀뚤귀뚤 귀뚜리.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기러기
 
기러기가 날아가요 나란히 줄맞추어
앞에서 기럭 하면 뒤에서도 기럭기럭
하늘길 멀고 멀지만 노래하며 갑니다.
 
나비
 
꽃만 찾아 다니다가 꽃을 닮은 나비들은
바람 타고 팔랑팔랑 꽃잎처럼 날아가다
꽃 지고 허전한 자리 제가 앉아 꽃이 된다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누에나방
 
뽕잎만을 먹으면서 배밀이로 기더니만
입으로 실을 뽑아 새하얀 고치 짓고
그 속에 몸을 숨기고 들어앉은 누에들
 
문도 없는 단간방에 며칠을 지내다가
스스로 집을 헐고 밖으로 나와서는
날개옷 활짝 펼치고 훨훨 날아갑니다.
 
달팽이
 
채소밭 상추 잎에 달팽이 한 마리가
동그란 자기 집을 통째로 짊어지고
어디로 이사를 하나 쉬지 않고 갑니다.
 
대벌레
 
벌레는 벌레이지 제가 무슨 나무라고
대나무 줄기에서 나무인 척 하고 있네
누구를 속이려 하나 대나무의 대벌레.
 
두루미
 
두루미 한 마리가 노을 속을 날아가네
모가지를 길게 빼고 발걸음을 서두르네
어둠이 짙어지면은 어디에서 쉴려나.
<’04년 대구아동문학회>
 

 
새매는 공중에서 한가롭게 맴돌지만
숲속의 들쥐들은 깜짝 놀라 달아나고
닭어리 병아리들도 엄마 품에 숨어요
 
모기
 
침으로 콕 찌르고 애앵 애앵! 달아나고,
창으로 콱 찌르고 왜앵 왜앵! 울고 가네
네가 왜 그 야단이냐? 찔린 것은 나인데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물자라
 
연못 마을 물자라네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가 저 혼자서 아기 업고 다니네요,
아기들 배고파 울면 젖은 누가 주나요.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바퀴벌레
 
얼굴도 새까맣고 손발도 새까매서,
징그럽고 더럽다고 미움받는 바퀴벌레,
다리에 바퀴를 달았나 빠르기도 합니다.
<’01년 ‘한국동시조’ 제12집>
 
부엉이
 
벼랑위 바위틈에 살고 있는 부엉이는
낮에는 꼼작 않고 집안에 있더니만
밤되니 놀러다니네 안경잡이 부엉이.
<’04년 대구아동문학회>
 
비이버
 
물을 너무 좋아해서 물에 사는 비이버는
나무로 둑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게 물속 집을 지어요.
<’04년 대구아동문학회>
 
사자
 
사자네 가족들이 하는 일을 보셨나요
엄마는 사냥가고 아빠는 잠만 자고
귀여운 아기사자는 저희끼리 놀아요.
 
소쩍새
 
솥이 작다 소쩍소쩍 소쩍새가 울고 있네
솔바람에 실려 오는 구슬픈 그 소리는
나까지 잠을 못 자고 밤을 새게 합니다.
 
쇠똥굴이
 
젖소들이 살고 있는 목장의 풀밭에서
쇠똥굴이 아기들이 소똥을 뭉칩니다
소들의 발에 밟히면 어쩌려고 저러나.
 
소금쟁이
 
물위를 땅위처럼 걸어가는 소금쟁이
우리가 학교에서 체육을 할 때처럼
친구를 등에 업고도 쏜살같이 달려요.
 
잠자리
 
메밀밭에 잠자리는 메밀색 옷을 입고
고추밭에 잠자리는 익은 고추 색깔이지
저마다 사는 곳 따라 몸 색깔이 달라요.
 
캥거루
 
어머니 캥거루가 아기를 낳았는데
업을 줄도 모르지만 안는 것도 알지 못해
배꼽에 주머니 달고 거기 넣고 다녀요.
<’04년 대구아동문학회>
 
코끼리
 
코가 너무 길다 해서 코끼리라 부르는가
이빨도 길고 큰데 이끼리라 하면 어때
두 귀도 방석만 하니 귀끼리도 되겠네
 
타조
 
날지도 못 하면서 날개는 왜 가졌니
덩치는 커다란게 왜 그렇게 겁이 많니
아기가 놀자고 해도 달아나는 겁쟁이
 
파리
 
두 손을 싹싹 빌며 조금만 먹자해요
두 발을 싹싹 빌며 마실 것 좀 달래요
그러다 살충제 맞고 쓰러지는 파리들
<’01. 한국동시조 제12집>
 
갈매기
 
새하얀 고운 날개 갈매기가 없고 보면
머나먼 바닷길이 얼마나 지겨울까
갈매기 네가 있어서 파도마저 정겹다
 
뱃길을 앞서가는 갈매기가 아니라면
아득한 수평선이 얼마나 막막할까
갈매기 네가 있어서 바닷길이 즐겁다
 
개미와 새우
 
하늘은 가이없이 멀고도 높은데도
개미는 그 하늘이 낮다고 생각하나
땅속을 파고들어가 몸을 낮춰 삽니다.
 
바다는 끝도 없이 넓고도 깊다는데
새우는 그 바다가 좁다고 생각하나
언제나 작은 허리를 꼬부리고 삽니다.
 
거북이
 
세상구경 하고 싶어 땅으로 나왔지만
등딱지가 무거워서 걷기가 힘들겠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무슨 구경 하겠나
 
네가 살던 고향으로 서둘러 돌아가라
바다까지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멀다
해지고 날이 저물면 어쩌려고 그러나
 
까치
 
마당 앞 팽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까치
아침마다 나만 보면 제 이름을 불러줘요
자기가 까치란 것을 알려주려 하나 봐
 
흰 저고리 까만 조끼 단정한 차림으로
꼬랑지를 흔들면서 제 이름을 말해줘요
우리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줄 아나 봐
 
까치네 오두막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네 오두막집
바람이 오고가며 자꾸만 흔드니까
가만히 앉아있어도 흔들흔들 좋겠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네 초가삼간
하늘이 가까워서 아기별이 놀러오니
등불을 켜지 않아도 초롱초롱 밝겠다.
 
까치집
 
나뭇가지 물어다가 벽을 쌓고 지붕 덮고
엄마까치 아빠까치 부지런히 집을 짓네
두 부부 새살림 차릴 조그마한 오두막
 
아빠는 방 한쪽에 침대를 들여놓고
엄마는 깃털 모아 이부자리 마련하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레 꾸미네.
<’10.「현대문예」통권 57호>
 
따개비
 
하늘과 마주닿은 수평선을 멀리 두고
파도가 비질하여 씻어주는 갯바위에
따개비 오두막들이 올망졸망 있어요
들고나는 뱃고동에 잠이 들고 잠을 깨는
단간방 작은 집은 울도 담도 없지만은
끝없이 넓은 바다를 뜰로 하고 살아요
<’10. 동시조문학 26호>
 
매미
 
조용한 시골에는 매미들도 조용하지
소리가 작더라도 모두가 잘 들으니
정답게 속삭이듯이 미음미음 울어요
 
시끄러운 도시에는 매미들도 시끄럽지
큰 소리가 아니면은 아무도 못 들으니
목청껏 악을 쓰면서 매암매암 울어요.
 
메뚜기
 
벼논에 메뚜기는 벼를 닮은 벼메뚜기
노릇노릇 물이 들며 벼이삭이 익어가면
파랗던 벼메뚜기도 노란몸이 되지요
 
콩밭에 메뚜기는 콩을 닮은 콩메뚜기
콩꼬투리 알이 들어 통통하게 굵어가면
조그만 콩메뚜기도 토실토실 살쪄요.
 
반딧불이
 
손톱만한 초승달도 서산으로 넘어가고
초가집 추녀 끝에 참새도 잠든 시간
깜박이 등불 하나가 동구 밖을 나서네
 
집나간 아들 생각 밤이면 더 간절해
혹시나 하는 마음 반딧불로 살아나서
밤길을 밝히고 있네. 반딧불이 초롱불.
 
버들붕어
 
하느님 궁궐 안에 한 그루 버드나무
어느 날 그 잎들이 바람에 휘날려서
우수수 땅을 향해서 떨어지게 됐대요
 
버들잎이 흙에 닿아 썩을 것을 걱정해서
하느님이 비로 쓸어 냇물에 넣었는데
그것이 모두 살아서 버들붕어 됐대요
 
소라게
 
소라껍질 단간 집에 주인이 바뀌었네
누구가 이사왔나. 전세냐 사글세냐
외짝문 살며시 열고 내다보는 소라게
 
끝없이 넓은 갯벌 아무데나 살 것이지
집이 무슨 봇짐이냐? 통째로 끌고 가게
단간집 좁은 방에서 혼자 사는 소라게

매미 / 김양수

숨죽여 살금살금 
나무에 다가가서 

한 손을 쭈욱 뻗어 
잽싸게 덮쳤는데 

손 안에 남아 있는 건 
매암매암 울음뿐. 


메아리 / 서 재 환 

산 속에는 '야호!'라는 아이가 숨어 사나 봐.
그래서 사람들은 산에만 올라서면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야호! 야호! 부르나 봐.

'야호'는 무슨 일로 얼굴을 숨겨 두고
'야호!'라고 소리치면 목소리만 나타나서
그 목청 골 안 가득히 쩌렁쩌렁 우는 걸까.
---------------------
새싹/김 창 현

파아란 새싹들이 땅 속 뚫고 나오면

밟혀도 일어서는 푸른 꿈 간직하고
달콤한 봄비 마시며 어린이처럼 자라요.
-----------------
다람쥐/김 창 현

알밤만 한아름씩 대궐만큼 쌓아 놓고
달구랑 쓰구랑 쓰구랑 달구랑
올해도 햇밤 맛자랑 새벽까지 떠들어요.
.........................
시계는/ 김 용 희 

아무리 먼 길이라도 황소를 닮은 걸음.
밤새워 째각째각 느긋한 되새김질.
아침해 띄우는 걸 좀 봐. 힘만은 무척 세지.
---------------
낮달/김용희

달인가 하고 보면 흰 구름 조각이었죠.
하얀 달은 구름 속에 살짝꿍 숨어 다녀요.
온종일 심심하다며 숨바꼭질하겠대요.
------------
저녁노을/김용희

서산 마을이 다투어 하얀 쌀밥 짓다가
구름을 숯불덩이로 화끈 달궈 놓았어요.
하늘이 너무 뜨거워 해를 덜컥 떨어뜨렸죠
-------------------
밤 구름/김용희

달 가는 길을 구름이 징검다리 놓았어요.
폴짝폴짝 건너뛰며 재미 삼아 밤길 가라고
구름이 아파할까 봐 달님 살짝 밟고 가요.
------------------
김치/ 김 몽 선 

숨죽은 배추 속살 빨간 고추 매콤한 맛
엄마 손 닿고 나면 침 고이는 저녁 밥상
김치가 휘돌아간 자리 빈 그릇만 얌전하다.
--------------------
운동회/ 김 몽 선 

들뜬 마음 푸른 하늘 만국기로 걸어놓고
힘찬 응원 등에 업고 바람 갈라 내달으면
결승선 아득한 흰 줄 내 가슴에 와 안긴다.
--------------------
방울토마토/ 진 복 희 

도톰한 방울토마토 한 입에 넣고
굴리다가 아작 깨물면 싱그럽게 터지는 폭죽
단숨에 목젖을 적시는 새콤한 방울 폭죽
-----------------
채송화/진 복 희 

오종종 모여 앉아 무슨 생각을 엮는 걸까.
그 누가 숨어 설레는 해맑은 입김일까.
샛노랑 노랑 하양 빨강 온통 보조개밭이네.
......................................

할머니-홍시 / 진 복 희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드시는 것
잇몸으로 호물호물 잘도 잘도 잡수신다
먼 발치 바라만 보아도 군침 도는 가을 한때.
-----------------
고추 말리는 날/신 현 배 

우리 집 앞마당이 빨간 고추로 덮였다.
눈이 따끔 코가 간질 연방 터지는 재채기

바람도 견디다 못해
주춤주춤 물러난다.


구급차

신 현 배 

풍뎅이 한 마리가
방 안에 뛰어든 듯
구급차 한 대가
거리를 휘젓는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차들도 귀가 멍멍.

녹십자 마크를
한눈에 알아본 듯
사거리 신호등이
빨간불을 더디 켠다.
구급차 숨가쁜 목숨에
파란불이 켜진다.



우산

신 현 배 

햇빛을 베개 삼아
잠만 자던 헌 우산이

후드득 빗소리에
반가워 눈을 뜬다.

오늘은 철이 손 잡고
학원에 가겠구나.

기지개를 활짝 켜고
거리로 나선 우산이

목말 탄 아이처럼
우쭐우쭐 길을 간다.

접었다 펼친 마음이
무지개를 그린다.




태풍

신 현 배 

실바람도 태풍 되면
씨름꾼이 되나 보다

아름드리 나무쯤
딴죽 걸어 넘어뜨리고

덩치 큰 힘센 바다를
번쩍 들어올린다.
----------

노 루


김 양 수


흰눈 위 아기노루
먼 산을 바라본다

엄마를 새겨보는
해맑은 눈동자

또르륵 이슬 같은 그리움
새봄이 뽑아낸다.


개나리


김 상 형


앞산 양지쪽의
갓 피어난 개나리가

노오란 오운 빛으로
새 봄을 즐기면서

호호호
웃는 소리가
마을까지 들리네.


엄마의 손


김 사 균


이마를 짚어주면
두통이 금세 낫고

배꼽을 쓸어주면
배앓이가 멎는 약손

엄마의
커다란 손은
우리들의 병원이다.


봄 편지


김 몽 선


지난 흰눈 덮고 꼭꼭 숨어 기다리던
모란 가지 그 끝에는 바알갛게 꽃망울이
날마다 더 큰 몸짓으로 봄을 일러주고 있다.

언 바람 온몸으로 받아 내던 개나리도
실실이 풀린 기운 엄마 같은 환한 미소
반가운 봄소식 한 줌 한 겹 벗는 이 세상.


할머니 얼굴


경 철


밤 하늘 
멀리 멀리
아련한
저 별자리

무릎 위
앉아 듣던
구수한
이야기들,

어느새
나도 별 되어
외손녀를 안고 있다.


섬노을 바람빛


고 응 삼


푸른 섬 흰구름이
돌 가슴 귀를 열고

숱한 세월 일렁인 삶
못다 섬긴 사랑 노래

노을빛 
붉게 타는 섬은
아롱지는 무지개다.


겨울 종소리

박 필 상




겨울의 종소리는 
흰 눈으로 내립니다 

퍼얼펄 쏟아져서 
온 세상을 덮습니다 

땅위의 
온갖 어둠을 
새하얗게 씻습니다 




겨울의 종소리는 
눈부시게 푸릅니다 

햇살처럼 따스하게 
온 세상을 비춥니다 

가슴속 
온갖 그늘도 
새하얗게 지웁니다 


눈썹달 2 

윤 삼 현


사알짝 돋아난 막내 동생 젖니 같은 

흙 틈새 뚫고 나온 봄나물 새촉 같은 

가느단 

새 순 한 가닥 

하늘밭에 솟아났다. 


꽃 꿈

이 명 길


내가 만든 꽃밭에 
꽃씨 뿌렸다 
언제만 새싹이  
돋아날까 움틀까 
날마다 지켜보면 아직도 
추워설까 소식없네. 

가만히 생각하니 
꿈을 꾸는 게지 
파란 하늘 마주 설 
파란 꿈꾸고 
봄볕에 방실거려 놀 
빨간 노란 아기 꿈

봄바람

송 명 호


고양이 발걸음처럼
살금살금 온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처마 끝을 지날 때
똑똑
낙숫물을 밟고 가면서.

금잔디에 숨어서
숨바꼭질한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새싹들이 파릇파릇
알려 주는걸.

사르르
얼음 위로 미끄럼 친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풀리는 강물이
짝짜꿍 손뼉 치며
좋아라 하는데.


(7차 교육과정 4학년 1학기『읽기』 p.15 

엄마의 손

장 용 복 


엄마의 고운 손이 머리맡에 만져져서 

눈감고 아픈 듯이 꿍꿍꿍 앓아보니 

엄마는 걱정이 되어 살며시 안으시네 

우리 맛

정 표 년


참기름 간장 깨소금에 
흰쌀밥을 비벼봤나 

엄마가 떠 먹여주던 
그 사랑을 먹어 봤나 

소세지 햄 피자하고는 
아주 다른 우리 맛 


넷째 시간

서 벌


초침은 
달리는 말 
분침은 
달팽이 발. 

가는 건지 
마는 건지 
시침은 
부처님 손. 

손 얼른 
움직이셔야 
도시락 
먹을 텐데……. 


어머님의 젖꼭지

박 양 권


잎 지고 다 시들은 감자포기 뽑아들면 
뿌리 가득 올망졸망 매달린 감자알들 
한 줄기 젖줄을 빨며 탐스럽게 자랐네 

한 조각 씨감자가 땅 속에서 썩으며 
감자알 키워놓고 뿌리 끝에 매달린 
까맣게 썩은 씨감자 어머님의 젖꼭지 

목 련

신 현 배


꽃샘바람보다 먼저 
눈을 뜬 망울들이 

겨우내 끼고 있던 
벙어리 장갑 벗고 

다 같이 가위바위보 
하얀 손을 내민다


솔방울

신 현 득


구슬을 갖고 싶은 어린 아기 소나무 

손끝에 한두 개씩 솔방울을 들었네. 

동그란 솔방울들은 소나무의 노리개. 



새벽 숲에서

김 영 수


선잠 깬 어린 새들이 칭얼칭얼 우는 소리 

-아가 왜 그래? 찌찌 줄까? 맘마 줄까? 

애타는 엄마새들이 달래며 우짖는 소리 

느티나무 이사 가던 날

손 상 철


먼 곳의 산들이 와 손잡고 잘 가란다 

계곡물 산을 내려와 잘 가라 마당에서 울고 

동구 밖 느티나무는 노을 붉게 손 흔든다 

입학식

추 창 호


까치가 뱉어놓은 
새파란 하늘 아래 

햇살 이름표로 
반짝이는 아이들 

발걸음 
종종거리며 
초록 꿈을 틔운다 

나무는 나무는

김 호 길


나무는 나무는  
땅이 엄마인가 봐 
엄마 품에 새록새록 
안겨 잠든 아가처럼 
뿌리를 땅의 가슴에 
깊이깊이 내리나봐. 
    
나무는 나무는  
하늘이 아빠인가 봐 
아빠 손잡고 나선  
아장아장 아가처럼 
가지를 하늘에 올려 
손 흔들고 있는가봐. 


물총새

조 주 환


쫑쫑 물 쫑쫑
조약돌에 떨군 울음이

소금쟁이 살여울에
물무늬로 가 앉다가

풋잠 든
아가의 눈에
방울방울 벙근다.


소금쟁이

허 일


소록소록 실비 끝에
동그라미 송송송송

개구쟁이 소금쟁이
불신 신고 쏘다니며

엄마가 부르는 소리
귓등으로 듣는다.


가을 하늘

조 규 영


가을 
하늘은 
독수리도
탐이 나서

먼 산
위에서
뱅 뱅
맴을 돌며

며칠 째
파란 하늘을 
도려낸다
자꾸만.


들길 산길

진 복 희


들길을 가면 나는
한 송이 작은 들꽃.

눈여겨 주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들길.

가다가 풀섶에 앉아 듣는
싱그러운 풀잎 얘기.

산길을 가면 나는
한 자락 푸른 산바람.

굽굽이 오솔길 따라
마냥 걸어가는 내 생각.

새소리 바람 소리 어디쯤
숨어 있을 내 소리.



요리 갔다 조리 갔다

전 의 홍


깎을까, 깎지 말까
더부룩히 자란 머리.

사지 말까, 살까
신나게 쏠 고 고무총.

절러렁
동전 다섯이
이발소를 지나서.......

살까, 사지 말까
장독 다칠 조 고무총.

깎지 말까, 깎을까
소풍 하루 앞둔 머리.

쥐었다
동전을 꼬옥,
가게 앞을 지나며

어머니

김 종 상


때 절은 이불 속
아기는 잠이 들고

졸음 맺는 등잔불
밤도 깊어 으슥한데

세월을 돌리시듯이
물레 잣는 어머니

의상대 해돋이

조 종 현


천지 개벽이야!
눈이 번쩍 뜨인다.

불덩이가 솟는구나.
가슴이 용솟음친다.

여보게,
저것 좀 보아!
후끈하지 않은가.


받아 든 엽서

정 완 영


네가 보낸 한 장 엽서는
네가 보낸 한 장 바다.

꽃게 같은 이야기들이
곰실곰실 기어 나온다.

썰물에 나갔던 바다가
밀물 타고 들어온다.


봉숭아

김 상 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도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은,
지금은 꿈 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산길에서

이 호 우


진달래 사태진 골에
돌 돌 돌, 물 흐르는 소리.

제법 귀를 쫑긋
듣고 섰던 노루란 놈,

열적게 껑청 뛰달아
봄이 깜짝 놀란다.


나도 같이 시를 쓴다


이 은 상


아득한 바다 위에 갈매기 두엇 날아 돈다.

너훌너훌 시를 쓴다. 모르는 나라 글자다.

널따란 하늘 복판에 나도 같이 시를 쓴다.





이 병 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귀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산딸기

이 태 극


골짝 바위 서리에
빨가장이 여문 딸기

까마귀 먹게 두고
산이 좋아 사는 것을

아이들 종종쳐 뛰며
숲을 헤쳐 덤비네.


봄 산 

장 순 하


가지에선 새싹들이
눈 비벼 깜박이고
땅 속에선 벌레들이
기지개를 길게 켠다.
봄 산은 간지럼쟁이,
까르르르 몸을 꼰다.


딸기밭

박 경 용


높은 산 메아리도
꼬리만이 잦아들고,
강의 먼 노랫가락도
끝자락만 닿아오는
딸기밭
꼬맹이 풀섶에
잔조로운 불씨들.

뜨겁게 머무르는
태양의 가쁜 숨결
째한 한낮을 질러
은밀히 다녀가는
바람도 난쟁이 바람
어디 어디?
저기 저기!

개구쟁이 아랫동생
킥킥대는 웃음이랑
새큼한 여린 맛의
막냇동생 웃음이랑
함께 와
열려서 익네,
설레이는 내 눈길도.


구 두

유 성 규


도툼한 사연이다, 시집 간 누나 마음.
볼에다 비벼대고 바둑이도 불러 놓고
속갈피 비집고 보니 내 구두가 한 켤레.

내 마음 들머리에 달이 둥실 오른다.
추석날 성묘길에서 구두타령 했더니,
누나는 그날의 응석을 가슴 아파했던 게다

채송화 밭에서

이 상 범


다섯 식구가 모여
다섯 가지 보람을 가꾸면

색동인 양 오색 무지개
비 개면 오를 거다.

꽃 지운 자리엔 오소소
다섯 식구 꿈의 씨앗.


민들레 꽃씨

윤 현 조



우리는 낙하산 형제
하늘 높이 날아라

풍선처럼 손오공처럼
춤을 추며 날아라

온 식구
소풍가는 날
바람도 함께 가요.


일학년

임 금 자


1


'여러분은 몇 학년' '우리들은 일학년'
'천재들만 모였구나' 선생님 말씀에
종합장
별 세 개까지 반짝반짝 웃는다.


2

새 가방 메고서 으스대고 싶었는데
학교가 코앞이라 아파트 한번 돌고
또 안녕 경비 아저씨 오냐오냐 두 번 웃고.


3

가족수 세던 날 식구 셋이 많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내 동생까지 여섯 식구
제일로 내가 부자야 두 어깨가 춤을 춘다.




정 순 량


해를 밀어 올리는
동해(東海)는 힘이 세다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무엇이 끌고 가나

서해(西海)는 해를 삼키고
붉은 피를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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