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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베르 시모음
2017년 08월 20일 17시 12분  조회:2644  추천:0  작성자: 강려
프레베르
1900~1977
뇌이쉬르센 출생. 파리에서 자랐으며, 1930년까지는  초현실주의 작가 그룹에 속하는 시인으로서 활약하였는데,1925~29년에 초현실주의 작가 로베르 데스노스, 이브  탕기, 루이 아라공, 앙드레 브르통 등과  활동을 같이  하  면서 오랜 전통의 구전시를 초현실주의 풍의 '노래시'라  는 형식으로 만들어서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그 관심을 영화로 돌려 《악마는 밤에 온다》 《말  석 관람객들》 등의 명작 시나리오를 썼다. 초기의 시에는 쉬르레알리슴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샹송풍의 후기 작  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우열(愚劣)과 불안의 시대에 대항  하는 통렬한 풍자와 소박한 인간애가 평이하고 친근감 있는 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파롤 Paroles》  (1948) 《스펙터클》  (1951)  등은 그와 같은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대표작이다. J.  코스마가 작곡한 샹송 《낙  엽》의 작사자  이기도 하다.
 
주요저서:《파롤 Paroles》《스펙터클》
 
쟈크프레베르 시모음
 
고양이와 새 /쟈크프레베르 

온 마을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상처 입은 새의 노래를 듣네 
마을에 한 마리뿐인 새 
마을에 한 마리 뿐인 고양이 
고양이가 새를 반이나 먹어 치워 버렸다네 
새는 노래를 그치고 
고양이는 가르랑거리지도 
콧등을 핥지도 않는다네 
마을 사람들은 새에게 
훌륭한 장례식을 치르고 
고양이도 초대받아 
지푸라기 작은 관 뒤를 따라가네 
죽은 새가 누워 있는 관을 멘 
작은 소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모르네 
고양이가 소녀에게 말했네 
이런 일로 네가 그토록 가슴 아플 줄 알았다면 
새를 통째로 다 먹어 치워 버릴 걸 
그런 다음 얘기해 줄 걸 
새가 훨훨 날아가는 걸 봤다고 
세상 끝까지 훨훨 날아가더라고 
너무도 먼 그곳으로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러면 네 슬픔도 덜어줄 수 있었을 걸 
그저 섭섭하고 아쉽기만 했을 걸 

어떤 일이든 반쪽만 하다 그만두면 안된다니깐 
 
나는 이런 사람 / 쟈크 프레베르 


나는 이런 사람 
이렇게 태어났지 
웃고 싶으면 
큰 소리로 웃고 
날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다르다 해도 
그게 어디 내 탓인가 

나는 이런 사람 
이렇게 태어났지 
하지만 넌 더 이상 무엇을 바라나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태어났지 
내 발뒤꿈치가 아주 높이 솟았다 해도 
내 가슴이 너무도 거칠다 해도 
내 두 눈이 이다지 퀭하다 해도 
네가 그걸 어쩌겠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이런 사람 
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좋은 걸 
네가 그걸 어쩌겠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인데 
그래 난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누군가 날 사랑했었지 
어린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오직 사랑밖에는 할 줄 모르듯이 
서로 사랑하고 사랑하듯이... 
왜 내게 묻는 거지 

난 너를 즐겁게 하려고 
이렇게 있고 
바뀔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아름다운 계절 / 쟈크 프레베르
 
 
빈 속에 길 일고 얼어붙은 채
외롭게 무일푼의
열여섯 살 소녀가
꼼짝않고 서 있는
콩코르드 광장
정오 팔월 십오일
 
너를 위해 내사랑아 / 쟈크 프레베르
 
나는 새 시장에 가보았지
그래 나는 새를 샀지
너를 위해
내 사랑아
나는 꽃시장에 가보았지
그래 나는 꽃을 샀지
너를 위해
내 사랑아
나는 고철 시장에 가보았지
그래 나는 쇠사슬을 샀지
무거운 쇠사슬을
너를 위해
내 사랑아
그리고 나는 노예 시장에 가보았지
그래 나는 너를 찾아 헤맸지만
너를 찾지 못했지
내 사랑아
 
하느님 아버지 1) / 쟈크 프레베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거기 그냥 계시옵소서
그러면 우리도 땅위에 남아 있으리다
땅은 때때로 이토록 아름다우니
뉴욕의 신비도 있고
파리의 신비도 있어
삼위일체의 신비에 못지 아니하니
우르크2)의 작은 운하며
중국의 거대한 만리장성이며
모를레의 강이며
캉브레의 박하 사탕3)도 있고
태평양과
튈르리 공원의 두 분수도,
귀여운 아이들과 못된 신민도
세상의 모든 신기한 것들과 함께
여기 그냥
땅위에 널려 있어,
그토록 제가 신기한 존재란 점이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지만
옷 벗은 처녀가 감히 제 몸 못 보이듯
저의 그 신기함을 알지도 못하고
이 세상에 흔한 끔찍한 불행은
그의 용병들과
그의 고문자들과
이 세상 나으리들로 그득하고
나으리들은 그들의 신부, 그들의 배신자. 그들의 용병들과 더불어 그득하고4)
사철도 있고
해(年)도 있고
어어쁜 처녀들도 늙은 병신들도 있고
대포의 무쇠 강철 속에서 썩어가는 가난의 지푸라기도 있습니다. 5)
 
 
1) <우리들의 아버지>와 직역할 수 있는 이 라틴어 제목은 < 주기도문>을 뜻한다.
2) 우르크 운하 프랑스의 우르크  강은 마마른느 강와 합류하도록 되어 있으나
     80Km에 달하는 아름다운 우르크 운하와 연결되어 센 강과도 만난다.
3) 프랑스의 강 이름인 모를레와 지명인 캉브레는 말운의 효과를 위하여 선택된 듯.
    물론 시인이 사랑하는 가난한 고향 브르타뉴에 있는 모를레 강은 개인적인 애착과
    무관하지 않다. 캉브레의 박하 사탕은 동시에 못난이의 바보짓이라는 뜻도 겸하고
    있다.
4) 나으리maitres, 신부pretre, 배신자traitre 그리고 용병reitre은 다 같이 마지막 음절
    이 같고, 실제로 프레베르에 있어서는 세상의 소박한 인간 본연의 행복을 파괴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시인의 반기독교적인 태도, 즉 자연인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5) 반전주의자인 프레베르는 전쟁 무기의 차고 단단한 질감과, 자연물이며 부서지기 쉽고
    인간적인 지푸라기(농사꾼, 가난한 사람들)의 감각을 대비시키고 있다.
 
 
센가 / 쟈크 프레베르
 
 
저녁 열시 반 센 가街
어느 길모퉁이에
한 남자가 비틀거린다----
모자를 쓰고
바바리 코트를 입은
한 젊은 남자가
어떤 여자가가 그를 흔든다----
그녀가 그를 흔들며
그에게 말을 한다
그는 머리를 흔든다
그의 모자는 뒤집혀 씌어져 있고
여자의  모자는 뒤로 넘어지려 한다
그들은 둘 다 몹시 창백하다
남자는 분명 가버리고 싶어한다----
사라져버리고---- 죽어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자는 미치도록 살고 싶다
그의 목소리
그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안 들을 수가 없다
그것은 탄식----
명령----
절규----
목소리는 그토록 욕망에 차고
또한 슬프고
또한 생명에 넘치니----
겨울 묘지의 묘석 위에서
떨고 있는 병든 갓난아기----
어느 생명의 외침 문틈에 끼인 손가락----
하나의 노래
하나의 문절文節
쉬임없이
대답도 없이----
되풀이되고----
남자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의 눈이 돌아간다
그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두 팔로 몸짓을 하고
말이 되살아나고
센 가 길모퉁이에서
여자는 계속한다
지칠 줄도 모르고----
불안한 그의 질문을 계속한다
치료할 길 없는 상처
피에르 사실을 말해 봐----
어리석고 거창한 질문
피에르는 무엇을 대답할지 모른다
그는 정신이 없다
피에르란 이름의 청년은----
그는 웃음을 지으며 건네주고 싶다
그는 거듭 말한다
이것 봐 진정해 정신이 돌았어
그러나 제대로 말한 것 같지 않다
저의 입이 어찌하여 웃음으로 뒤틀렸는지
그는 보지 못한다
그는 알 수가 없다
숨이 막힌다
세상이 그의 위에 내려앉아
목을 조인다
그는 저의 맹서에 사로잡인 포로----
빚을 갚으라고 조른다----
그의 앞에는----
계산하는 기계----
연애 편지를 쓰는 기계
괴로워하는 기계가
그를 붙잡는다----
그에게 매달린다----
피에르 사실을 말해 봐.
 
열등생 / 쟈크 프레베르
 
그는 머리로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게는 그렇다고 하고
그는 선생에게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선생이 질문을 한다
별의별 질문을 한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트린다
그는 모두를 지워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교사의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우등생 아이들의 야유도 모른다는 듯
모든 색깔의 분필을 들고
불행의 흑판에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귀향 / 쟈크 프레베르
 
 
어느 브르통1)이 온작 못된 짓을 다한 후
고향에 돌아왔다네
그는 두아른네 공장 앞을 거닐었지
그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고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
그는 몹시도 슬펐지.
크레프2)를 먹으러 크레프집에 들어갔지
그러나 먹을 수가 없었지
그 무언가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았지
그는 값을 내고
밖으로 나왔지
담배불을 붙였지
그러나 피울 수가 없었지.
무엇인가
그 무엇인가 안 좋은 것이
그 무엇인가 머릿속에 들어 있어
점점 더 슬펐지
문득 생각이 떠올랐지.
어렸을 때 누군가 말했었지
<너는 단두대에서 끝장을 볼 게야>
그래서 여러 해 동안
그는 감히 어떤 일도 못해봤지
길도 못 건너고
바다로 떠나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전혀 아무것도 못했지.
그는 생각났지.
모든 예언을 한 것은 그레지야르 아저씨였지
누구에게나 재수 없던 그레지야르 아저씨 그 못된 치였지!
그래 브르통은 생각했지
보지라르 가街3)에서 일하는 여동생을,
전쟁에서 죽은 형을,
그가 본 모든 것을 생각했지
그가 한 모든 것을.
슬픔이 가슴을 조여
다시 한번 담뱃불을 붙여보려 했지
그러나 피우고 싶은 생각이 안 나
그래 그레지야르 아저씨에게 가 볼 결심.
그는 찾아가서
문을 열었지
아저씨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나
그는 아저씨를 알아봤지
그래 그에게 말했지
<안녕하슈 그레지야르 아저씨>
그리곤 그의 목을 비틀었지
그래 그는 캥페르4)의 단두대에서 끝장을 보았지
두 다스의 크레프를 먹은 뒤에
담배 한 가치를 피우고 난 뒤에
 
 
1)브르통; 이 말은 프랑스의 브르타뉴 출신의사람을 칭하는 말. 16세기
       이후에야 프랑스와 합병된 이 지방은 수도권에서 소외되어 가난하
       고 풍토와 습속이 특이하다. 시인은 고향인 이 지방에 유별난 애착
       을 갖는 것 같다. 이 시는 물론 신문의 일반 기사와 같은 특유한 분
       위기를 담고 있다.
2)크레프; 밀가루와 달걀 노른자위를 섞어 부티는 일종의 전. 설탕, 치즈,
       럼주 등을 치고 말아서 먹는 간식의 일종이다.
3)보지라르 가: 파리의 제6구에 있는 좁고 기나긴 거리 이름으로 시인이  
       소년 시절을 보낸 서민가
4)캥페르; 브르타뉴의 도시명 <크레프>로 이름난 곳.
 
나의 집에 / 쟈크 프레베르
 
나의 집에 당신은 오시겠습니다
사실 이건 나의 집도 아니랍니다
누구의 집인지 나도 모릅니다
어느 날 나는 그냥 들어왔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하얀 벽에 붉은 고추들이 걸려 있을 뿐
나는 오랫동안 이집에 있었지만
아무도 찾는 이 없었지만
언제나 언제나
나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말해 이렇다 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침이면 때때로
짐승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온 힘을 다하여
당나귀처럼 짖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 발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발이란 것은 참으로 영리한 것이어서
당신이 멀리멀리 가고 싶을 때에는
당신을 멀리멀리 데려다주고
당신이 나가고 싶지 않으실 때는
그 곁에 남아서 친구해 준답니다
 
음악이 있으면 춤을 춥니다
발 없이 춤추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이처럼 바보 같은 말을 하려면
때로는 사람들처럼 바보같이 되어야겠지요
그들의 발처럼 바보 같고 팽송처럼
명랑해야 되겠지요
팽송은 사실 명랑하지도 않답니다
제가 즐거울 때 팽송은 그냥 즐거워할 따름.
제가 슬플 때 팽송은 슬프고, 혹은 즐겁지도
슬프지도 아니하고
팽송이 도대체 뭘 알기나 한답니까
사실 그놈은 진짜 그런 이름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 새를 그렇게 불렀을 뿐
팽송 팽송 팽송 팽송
 
이름이란 그토록 이상한 것이지요
마르탱 위고 빅토르는 이름1)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이름
왜 저렇게가 아니고 이렇게 부르지요
한 때의 보나파르트가 사막을 지나갑니다
황제의 이름은 낙타라고 불립니다2)
그에겐 금고마金庫馬와 경마 서랍이 있답니다3)
저 멀리 세 개의 이름뿐인 한 남자
이름은 탱탕통일 뿐4) 거창한 존함 따윈 없습니다
조금 더 멀리는 또 그 누군가 아무거나.
훨씬 더 멀리는 아무거나
그런데 이 모두가 어쨌다는 것입니까
 
내 집에 너는 찾아오리라5)
나는 다른 생각도 하지만 그 생각뿐
그리고 네가 내 집에 들어올 땐
너는 옷을 모두 벗고
하얀 벽에 걸린 붉은 고추와 같은
네 붉은 입술로 다 벗고 가만히 서 있으리라
그리고 너는 누우리라 나는 네 곁에 누우리라
그렇지
내 집도 아닌 나의 집에 너는 오리라
 
 
1)유명한 이름 중의 하나로 선택해 본 프랑스의 대시인 빅토르 위고 거기다가
  가장 흔한 이름 마르탱을 붙여본 것.
2)문맥 속에서 보통명사인 낙타떼를 대문자로 쓰고 고유명사인 보나파르트를
  소문자로 써서 위치를 고의로 바꾸어놓았다.
3)복합명사인 경마용 말과 금고 겸용 서랍의 반씩을 교체시켜 뜻 없는 어휘를
   고의로 만들어본 것.
4)탱탕통은 거창한 이름과 뜻 없는 소리를 대비시키기 위하여 지어낸 의성어류
  의 말.
5)제 1연의 경칭 <당신>이 나의 집(문명이 비어버린 집)의 세례를 통하여 친숙한
  <너>로 변신한다. 모든 의례적 절차를 벗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꿈에 도달
  한다.
 
느긋하고 푸짐한 아침 / 쟈크 프레베르
 
끔찍해
스테인리스 카운터에 삶은 달걀을 깨는1)
그 나직한 소리는 끔찍해
배고픈 사내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달걀 깨는 소리는 끔찍해
아침 여섯 시
백화점 유리창에 비쳐 보이는
배고픈 사내의 낯짝도 끔찍해
먼짓빛 그 낯짝도 끔찍해
포탱 상점2)의 진열장 유리 속에서
그가 바라보는 건 그러나 제 낯짝이 아니야
낯짝이야 아무렴 어때
그가 그리는 건
그가 상상하는 건 다른 낯짝
예컨데 송아지 낯짝
식초 소스로 양념한
송아지 낯짝
아니면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그 무슨 낯짝
그래서 그는 달콤하게 턱을 움직이지
달콤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이를 갈지
세상이 그의 머리를 삶아 먹어도
세상을 어쩔 수야 없으니까
그는  하나 둘 셋 손꼽아 보네
하나 둘 셋
못 먹고 굶은 지 사흘째
이럴 수가 없다고
사흘째 되뇌어도 소용이 없네
이럴 수가 있는 걸
사흘 낮
사흘 밤
굶고 지내걸 이럴 수가 있는걸
저 진열장 뒤에는
저 햄통들 저 술병들 저 통조림들
죽은 생선은 깡통이 보호하고
깡통들은 진열장이 보호하고
진열장은 순경이 보호하고
순경은 공포심을 보호하지
여섯 마리 불쌍한 정어리를 위해
바리케이트도 많아라 ---
좀 떨어진 곳에는 카페
크림 친 커피와 따뜻한 반달빵3)
사내는 비틀거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안개 끼는 이름들
안개 끼는 이름들
먹고 싶은 정어리
삶은 달걀 크림 친 커피
럼을 탄 커피
크림 친 커피
크림 친 커피
피를 탄 크림 친 커피!----
동네에서 아주 존경받던 한 사내가
백주 대낮에  칼을 맞았네
뜨내기 살인자가
2프랑을 강도질했네
술은 탄 커피 한 잔에
칠십 상팀
버터 바른 빵 두 개
그리고 팁으로 이십오 상팀
끔찍해
스테인레스 카운터에 삶을 달걀을 깨는
그 나직한 소리는
끔찍해
배고픈 사내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그 소리는 끔찍해
 
1) 프랑스 서민들은 흔히 동네 카페의 스테인리스(사실은 주석) 카운터 앞에 서서
    카페 주인이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 식사하기를 좋아한다. 아침
    식사는 주로 버터 바른 빵과 크림 탄 커피, 그리고 삶은 달걀(그 달걀을 카운터
    바닥에 대고 깬다)
 
2) 프랑스에서 한때 많이 볼 수 있었던 식료품 체인 스토어.
 
3) 아침 식사에 즐겨 먹는 빵인 크루아상.
 
가정적1)  / 쟈크 프레베르
 
어머니는 뜨게질을 한다
아들은 전쟁을 한다
어머니는 그게 아주 당연하다 여긴다
그럼 아버지는 무엇을 할까?
아버지는 사업을 한다
그의 아내는 뜨게질을 한다
그의 아들은 전쟁을 한다
그는 사업을 한다
그는 그게 아주 당연하다 여긴다 아버지는
그런데 아들 그 아들은
그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아무렇게도 전혀 아무렇게도 생각지 않는다 아들은,
그의 어머니는 뜨게질을, 그의 아버지는 사업을,
그는 전쟁을 한다
전쟁을 끝내면
제 아버지와 사업을 하겠지
전쟁은 계속하고 어머니는 뜨게질을 계속하고
아버지도 계속하여 사업을 한다
아들은 전사하여 이제 계속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덤으로 간다
그들은 이게 모두 당연하다 여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생을 뜨게질로 삶을 계속하고, 사업으로 전쟁을
전쟁으로 사업을 전쟁으로 뜨게질을
사업으로 사업과 사업을
무덤으로 삶을 계속한다.
 
1) 반전적인 시. 가정의 판에 박히고 무반성한 생활. 그 생활이 연장되어
    사회 국가 단위에 이르면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휘한 것인지도  모르는
    전쟁에 참여해 죽임을 당하고도 그것을 습관 속에 수용하는, 한편 참담
    하면서 한편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의 <가정적>이라는 삶을 애정과 비판
    의 눈으로 시인은 묘사한다.
 
이 사랑 / 쟈크 프레베르
 
이 사랑은
이토록 사납고
이토록 연약하고
이토록 부드럽고
이토록 절망한
이 사랑은
대낮같이 아름답고
날씨처럼 나쁜 사랑은,
날씨가 나쁠 때
이토록 진실한 사랑은
이토록 아름다운 이 사랑은
이토록 행복하고
이토록 즐겁고
또 이토록 덧없어
어둠 속 어린애처럼 두려움에 떨지만
한밤에도 태연한 어른처럼 자신 있는
이 사랑은
다른 이들을 겁나게 하던
그들의 입을 열게 하던
그들을 질리게 하던 이 사랑은
우리가 그네들을 못 지키고 있었기에
염탐당한 이 사랑은
우리가 그를 추적하고 해(害)하고 짓밟고 죽이고
부정하고 잊어버렸기 때문에
쫒기고 상처받고 짓밟히고 살해되고
부정되고 잊혀진 이 사랑은
아직 이토록 생생하고
이토록 볕에 쪼인
송두리째 이 사랑은
이것은 너의 것
이것은 나의 것
언제나 언제나 새로웠던 그것
한번도 변함없던 사랑
초록같이 진정하고
새처럼 애처롭고
여름처럼 따뜻하고 생명에 차
우리는 둘이 다
가고 올 수 있으며
우리는 잊을 수 있고
우리는 다시 잠들 수 있고
잠 깨고 고통받고 늙을 수 있고
다시 잠들고
죽음을 꿈꾸고
정신 들며 미소 짓고 웃음 터뜨리고
다시 젊어질 수 있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여기 고스란히
멍텅구리처럼 고집 세고
욕망처럼 피 끓고
기억처럼 잔인하고
회한처럼 어리석고
회상처럼 부드럽고
대리석처럼 차디차고
대낮처럼 아름답고
어린애처럼 연약하며
웃음 지으며 우리를 바라본다
아무 말 없이도 우리에게 말한다
나는 몸을 떨며 귀를 기울인다
그래 나는 외친다
너를 위해 외친다
나를 위해 외친다
네게 애원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서로 사랑하는 모두를 위해
서로 사랑하였던 모두를 위해
그래 나는 외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내가 모르는 다른 모두를 위해
거기 있거라
지금 있는 거기 있거라
옛날에 있던 그 자리에
거기 있거라
움직이지 마라
사랑받는 우리는
너를 잊어버렸지만
너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
우리에겐 땅위에 오직 너 뿐
우리들 차디차게 변하도록 버리지 마라
항상 더욱 더 먼 곳에서도
그리고 그 어디에서든
우리에게 생명의 기별을 다오
훨씬 더 훗날 어느 숲 기슭에서
기억의 숲속에서
문득 솟아나거라
우리에게 손 내밀고
우리를 구원하여라.
 
아침 식사 / 쟈크 프레베르
 
그이는 잔에
커피를 담았지
그이는 커피잔에
우유를 넣었지
그이는 우유 탄 커피에
설탕을 탔지
그이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지
그이는 커피를 마셨지
그리고 그이는 잔을 내려놓았지
내겐 아무 말 없이
그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
그이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지
그이는 재털이에
재를 털었지
내겐 아무 말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그이는 일어났지
그이는 머리에
모자를 썼지
그이는 비옷을 입었지
비가 오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이는
빗속으로 가버렸지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그래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지
 
위대한 사람 1)/ 쟈크 프레베르
 
내가 그를 만났던
돌 깎는  사람 집에서
그는 후세를 위하여
제 몸의 치수를 재고 있었다.
 
1) 앞의 <바른 길>이 담고 있는 단단한 것, 모가 난 것, 굳어버린 것의
    이미지가 위대한 사람이 현재의 삶보다 후세의 유명에 더 관심 갖
    는 끝에 생각하게 되는 동상의 <돌> 이미지와 결부된다. 유연성이
    사라진 자들에 대한 풍자.
 
멋진 가문 / 쟈크 프레베르
 
루이 1세
루이 2 세
루이 3세
루이 4세
루이 5세
루이 6세
루이 7세
루이 8세
루이 9세
루이 10세(세칭 고집쟁이)
루이 11세
루이 12세
루이 13세
루이 14세
루이 15세
루이 16세
루이 17세
루이 18세
그리고는 끝-----
도대체 어찌된 사람들이 스물까지도 다 셀 줄 모르게 생겨먹었을까?
 
국립 미술 학교 1)/ 쟈크 프레베르
 
밀짚 바구니 속에서
아버지는 종이뭉치를 골라냈지
그리고는 궁금한 애들 앞에서
깔대기 속에 그걸 집어넣었지
그러나 오색의 커다란 일본꽃이
솟아나왔지
즉흥의 연꽃
신기하여 아이들은
입 다물고 말 없었네
그 아이들 추억 속엔
저희들을 위하여
문득 핀 이 꽃은
저희 앞에
그 순간에 피어난 이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겠네.
 
1) 예술 창조의 신비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종이뭉치와 동양적 신비의
  꽃(일본꽃)의 탄생이라는 알레고리를 통하여 표현됨으로써 현실 속에 기
  적과 같은 꿈을 창조한다.
 
깨어진 거울 / 쟈크 프레베르
 
항상 노래하던 키 작은 남자
내 머릿속에서 춤추던 키 작은 남자
청춘의 키 작은 남자가
구두 끈을 터뜨렸네
축제의 침묵 속에서
축제의 폐허 속에서
내 그대 행복한 목소리를 들었네
찢어지고 연악하고
순진하고 비통한
그대 목소리가
먼 곳에서 찾아와 날 부르는 소리를
내 가슴에 손을 얹으니
그대 별빛 어린 웃음의 일곱 조각 난 거울이
피에 젖어 흔들리네
 
자유 지역 / 쟈크 프레베르
 
  군모를 새장에 벗어 담고
  새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외출했더니
  그래 이젠 경례도 안하긴가? 하고
  지휘관이 물었다.
  아뇨
  경례는 이제 안 합니다 하고
  새가 대답했다.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경례를 하는 건 줄 았았는데
  하고 지휘관이 말했다.
  괜잖습니다 누구나 잘못 생각할 수 있는 법이지요
하고
  새가 말했다.
 
불어 작문 / 쟈크 프레베르
 
아주 젊었을 때 나폴레옹은 말라깽이
포병 장교였네
나중에 그는 황제가 되었네
그러자 그는 배가 나오고
많은 남의 나라를 삼켰네
그가 죽던 날 그는 아직
배가 나왔지만
그는 더 작아졌다네.
 
일식* / 쟈크 프레베르
 
태양왕이라 불리던 루이 14세는
구멍난 의자에 앉는 수가 많아
치세의 말기
어둡던 어느 날 밤
태양왕은 침상에서 일어나
당신의 의자에 가서 앉더니
사라져버렸다네
 
* <멋진 가문>과 함께 독재 왕권 루이 왕조를 풍자한 시
  태양 같은 왕이  몰락하는 말로와 의자 모양의 단두대로
비유된 처형의  비극을 야유한 희극적인 시이다.
 
옥지기의 노래 / 쟈크 프레베르
 
피 묻은 열쇠를 들고
멋쟁이 옥지기여 어디를 가나,
아직 시간이 남았다면
내 사랑하는 여자를
풀어주러 가지.
내 가장 은밀한 욕망 속에
내 가장 속 깊은 번민 속에.
미래의 거짓말 속에
맹세의 어리석음 속에
내가 가두어둔 그 여자를.
나는 풀어주겠네
그 여자가 자유를 얻도록,
나를 잊어버리는 자유일지라도,
떠나가 버릴 자유
되돌아올 자유
그래서 다시 나를 사랑하는 자유,
혹 다른 이가 마음에 들면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도록,
혹 나는 외로이 남고
그 여자 멀리 떠나가 버린들
나는 오직 간직하리
나는 항상 간직하리
내 생명이 다하도록
내 두 손 오목한 곳에
사랑이 지은 그의 두 젖가슴의
부드러움을.
 
첫날 / 쟈크 프레베르
 
장 속에 하얀 홑이불
침대 속에 붉은 홑이불
어머니 뱃속에 어린 아기
고통 속에 그의 어머니
복도에 아버지
집 속에 복도
마을 속에 집
어둠 속에 마을
외침 속에 죽음
그리고 삶 속에 어린 아기.
 
메시지 / 쟈크 프레베르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닫은 문
누군가 앉은 의자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눈가 연 문
누군가 아직 달리고 있는 길
누군가 건너지르는 숲
누군가 몸을 던지는 강물
누군가 죽은 병원.
 
꽃집에서 / 쟈크 프레베르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러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꽃들이 떨어진다
돈은 굴러가도
꽃들은 부서져도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란 그토록 많아.
 
일요일 / 쟈크 프레베르
 
고블랭 가街 겹겹이 늘어선 가로수 사이
대리석상 하나가 내 길을 가리킨다
오늘은 일요일 극장은 만원
새들은 나뭇가지 위에서 인간들을 바라본다
석상은 내게 입맞춤하지만 아무도 안 본다
우리에겐 손가락질하는 눈먼 아이뿐.
 
공원 / 쟈크 프레베르
 
우주 속의 별
지구 속의
파리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겨울 햇빛 속 어느 아침
네가 내게 입맞춘
내가 네게 입맞춘
그 영원의 한순간을
다 말하려면
모자라리라
수백만 년 또 수백만 년도.
 
꽃다발 / 쟈크 프레베르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작은 아씨여
갓 꺾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처녀여
시든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고운 여인이여
떨어지는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늙은 여인이여
즉어가는 꽃을 들고
 
승리자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바르바라 / 쟈크 프레베르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그날 브레스트에는 끝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지
너는 웃음 지으며
활짝 피고 유열에 차
빗속에 비에 젖어 걷고 있었지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브레스트에는 끝없이 비가 내리고
나는 너를 시암 가에서 마주쳤지
너는 웃고 있었지
나도 같이 웃었지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내가 알지 못했던 너는
나를 알지 못했지만,
기억하는가
그날을 그러나 기억하는가
잊지 마라
어느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한 남자를
그는 너의 이름을 불렀다
바르바라
그래 너는 빗속으로 그에게 달려갔지
비에 젖어 유열에 차고 활짝 피어서,
그래 너는 그의 품에 안기었지,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내가 너에게 반말을 한다고
서운해 말아라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너라고 부른다
내가 그들을 오직 한 번 보았다 해도
나는 서로 사랑하는 모든 애인들을
너라고 부른다
내가 비록 그들을 알지 못한다 해도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잊지 마라
그 얌전하고 행복했던 비를
너의 행복한 얼굴 위에.
행복한 그 도시 위에 내리던 비를
바다 위에
해군 기지 위에
웨상의 배 위에 내리던 비를
오 바르바라
전쟁은 얼마나 바보짓이냐
무쇠의 이 빗줄기 속에서
피의 강철의 불비 속에서
이제 너는 어찌되었느냐
두 팔로 너를 사랑스레 가슴에 껴안던
그 사람은,
그는 죽었느냐 사라졌느냐 아직 살아 있느냐,
오 바르바라
지금도 브레스트에는
옛날처럼 끝없이 비가 내리지만
그러나 이제는 옛 같지 않고 모두가 부서졌다
기막히고 참담한 죽음의 바다
피의 강철의 무쇠의 폭풍조차 아니로다
다만 개처럼 쓰러지는 구름일 뿐
브레스트의 빗줄기 따라
사라지는 개들
브레스트에서 멀리멀리 떠나가
죽어 썩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개떼들처럼.
 
바른 길 * / 쟈크 프레베르
 
발을 옮겨놓는 곳마다
해마다
이마가 좁은 늙은이들이
콘크리트의 몸짓으로
어린애들에게 길을 가리키고 있다.
 
* 반자유 교육을 풍자한  시. 자유와 삶이 저해하는 굳어버린
 정신(똑바른 길, 즉 비인간적 규범의 길, 늙은이들, 콘크리트)
 이 속박하는 여리고 때묻지 않은 정신.
 
난 본래 이런걸 뭐 / 쟈크 프레베르
 
난 본래 이런걸 뭐
난 본래 이렇게 생긴걸 뭐
웃고 싶을 땐
그럼 깔깔대며 웃지
나를 사랑하는 그이를 난 사랑해
그때마다 사랑하는 그이가
같은 이가 아닌 게 내 잘못인가 뭐
난 본래 이럴걸 뭐
난 본래 이렇게 생긴걸 뭐
그 이상 어떻게 해
날보고 어쩌라고
 
나만 보면 좋다는걸
그러니 바꿀 수도 없는 일
내 발굽은 너무 높고
내 허리는 너무 늘씬
젖가슴은 너무너무 단단하고
두 눈은 뚜렷해
아니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난 본래 이런걸 뭐
나만 보면 좋다는 걸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나에게 생긴 일
누군가 나를 사랑해 버린 거야
서로 사랑하는 아이들이
그냥 그렇게 사랑할 줄 알듯이
사랑할 줄 사랑할 줄 알듯이---
왜 자꾸만 묻는 거야
나만 보면 좋다는걸
그러니 바꿀 수도 없는 일.
 
말馬 이야기 / 쟈크 프레베르
 
여보세요 벗님네들 내 하소연 들어보소
내 살아온 이야기 좀 귀담아 들어보소
부모 없는 고아가 하는 말이오
딱하고 시시한 넋두리라오
이러이러----1)                                                    1) 말을 앞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모는 소리
어떤 장군이 어느 날
아니 어느 밤이던가
하여튼 어떤 장군이
거느린 말 두 필이 죽었다오
그 말 두 필은 사실은
이러이러----
삶이란 쓰디쓴 것
그 두 필은 불쌍한 우리 아버지
그리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였는데
침대 밑에 숨어 있었다오
장군의 침대 밑에
남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
후방에 숨어 있던 장군의.
장군은 말도 많아
밤이면 혼자서 말했다오
대개는 딱하고 시시한 넋두리를, 2)                          2) 넋두리라고 번역한(ennui)는 본래 권태. 따분함을 뜻함.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이러이러----
어느 날 밤에 따분해서 죽었다오
내겐 가정 생활이 애저녁에 거덜나서
잠자리 탁자에서 뛰어나와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다오
모두가 다 빛나고 모두가 다 번쩍이는
대도시를 향하여 도망쳤다오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해 보니 사비 앙파로
미안해요 말의 말이거든요
어느 날 아침 나막신을 신고 파리에 도착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를 좀 만나자고 면회 신청했다가
콧잔등에
몽둥이 세례
전쟁중이라
전쟁이 계속중이라
나는 눈가리개로 눈 가린 채
바야흐로 징집되고 말았다오
전쟁중이라
전쟁이 계속중이라
물가는 올랐고
먹을 것은 귀해졌고
귀하면 귀할수록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이빨을 지근지근
나를 피프테크라더군                                           
난 그게 영언 줄 알았죠
이러이러----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날 쓰다듬는 모든 사람들은
내 죽기만 기다렸죠
날 잡아먹으려고.
어느 날 밤 마구간에서
자고 있던 어느 날 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오
나도 아는 목소리가
늙은 사령관과 더불어
유령처럼 돌아오는 늙은 장군의.
그들은 내가 자는 줄 알았던지
그들은 나직나직 말을 했는데.
맹물에 쌀 넣고 끓인 죽은 지긋지긋해
짐승 고기 좀 먹어봤으면
이놈 먹는 귀리 속에
축음기 바늘을 섞어 주면 될 터인데
그 말을 듣자 내 몸속 피는
목마가 돌듯 한바퀴 핑그르 돌아
나는 마구간을 뛰쳐나와
숲속으로 도망쳤소.
 
이제 전쟁은 끝났고
늙은 장군은 죽었네
제 침대 속에서 죽었네
그래도 나는 살았으니 그게 제일 중요해
그럼 안녕히
안녕히 주무시고
맛있게 드시죠 나의 장군님.
 
 
 
가을 /쟈크 프레베르
 
오솔길 한가운데 쓰러지는 말 한 마리
그 위에 떨어지는 잎새들
우리들의 사랑이 떤다
그리고 태양도.
 
시집 <꽃집에서  김화영 옮김> 전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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