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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잡아라 / 글쓴이 / 동시를 잡아라 [스크랩]
2018년 07월 11일 20시 26분  조회:1860  추천:0  작성자: 강려

동시를 잡아라
글쓴이

동시를 잡아라 


풀잎에 파란 색이 있듯이/ 풀에는/ 풀로 된 시가 숨었다.// 
도랑물에 졸졸졸/ 소리나듯/ 물 속에는/ 물로 된 시가 숨었다.// 
꽃 속에/ 향기론 냄새가 있듯/ 꽃에는/ 꽃으로 된 시가 숨었다.// 
아이들아/ 너희 눈으로/ 풀잎의 시를 찾아내어라.// 
너희 귀로/ 물속의 시를 소리 들어라.// 꽃 속의 시를/ 냄새 맡아라.// 
아이들아/ 들판을 달리며 나비를 잡듯/ 시를 잡아라. 
-신현득 「시를 잡아라」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설레요.// 
내가 어릴 때도 그랬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마찬가지예요./ 
쉰 살, 예순 살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을 거예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하루하루가/ 자연 속에서 늘 함께 있고 싶어요. 
-윌리엄 워즈워드 「무지개」 

1. 가까운 것들부터 관심을 갖자 
나를 처음 본 게 정확히 목요일이었는지 금요일이었는지, 그때 귀걸이를 했는지 안 했는지, 
내가 전화 걸 때 처음에 여보세요 하는지 죄송합니다만 그러는지, 
같이 걷던 한강 인도교의 철조 아치가 여섯 개인지 일곱 개인지, 그때 우리를 조용히 따르던 하늘의 달은 초승달인지 보름달인지, 
우리 동네 목욕탕 정기 휴일이 첫째 셋째 수요일인지 아니면 둘째 넷째 수요일인지, 
지난겨울에 내가 즐겨 끼던 장갑은 보라색인지 분홍색인지, 그게 벙어리장갑인지 손가락장갑인지, 
내 새끼손가락엔 매니큐어를 칠했는지 봉숭아물을 들였는지, 
커피는 설탕 두 스푼에 프림 한 스푼인지 설탕 하나에 프림 둘인지, 
동화 보물섬 해적 선장 애꾸눈 잭은 안대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만화 주인공 영심이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고깃집에서 내가 쌈을 먹을 때 쌈장을 바르고 고기를 얹는지 아니면 고기부터 얹고 쌈장을 바르는지……. 
-노영심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 

선생님이 시를 지어보라고/ 글 제목으로/ ‘정거장, 개구리……’를 냈다.// 
기차 정거장은 무슨 역,/ 자동차 정거장은 무슨 터미널․정류소/ 배 정거장은 무슨 항구 등/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일 것이고,// 
개구리는 으레껏 개골개골/ 이렇게 쓰리라고/ 선생님은 생각했지만,// 
제비 정거장은 전깃줄이고/ 갈매기 정거장은 고깃배라 쓰고,/ 해질녘에 개구리는/ 숙제해서/ 엄마의 칭찬 받으러/ 제 집으로 간다고 썼다.// 
선생님은 아이들보다/ 생각이 모자라서/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김상문 「시 공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이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바위 틈새 같은 데에/ 나뭇구멍 같은 데에//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허영자 「행복」 

2. 보거나 들은 것, 한 일을 그대로 써 보자 
우리 아버지는/ 신문 볼 때/ “신문 걸어와”/ 하고 말합니다.// 
담배 피울 때/ “담배, 혼자서/ 걸어와”/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가지러 갑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작품 「우리 아버지」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되돌아봐도,// 그 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박두진 「돌아오는 길」 

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불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았네그려! 
-고재종 「파안」 
엄마, 토끼가 아픈가 봐요./ 쪽지 시험은 100점 받았어?// 
아까부터 재채기를 해요./ 숙제는 했니?// 
당근도 안 먹어요./ 일기부터 써라. 
-김미혜 「말이 안 통해」 

사과 껍질/ 벗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피는/ 조금 나지만/ 겁은/ 더 난다.// 
울까/ 말까/ 피가 괸다// 울까/ 말까/ 울까/ 새빨간 핏방울!// 
그런데 그런데―// 울래도/ 집에는/ 아무도 없다.// 
―이종택 「울까 말까」 

그렇게 만날/ 친구랑 싸움이나 하고/ 약속도 안 지키는 너,/ 거기다 목소리는 커서/ 시끄럽기만 너,/ 도대체 커서 뭐가 될래?// 
걱정 마세요 엄마/ 저, 국회의원 될래요. 
-박혜선 「장래 희망」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아, 참 알이 굵기도 하다./ 아버지 주먹만이나 하구나.// 
올 같은 가물에/ 어쩌면 이런 감자가 됐을까?/ 할머니는 무슨 재주일까?// 
화롯불에 감자를 구우면/ 할머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 저녁 할머니는 무엇을 하고 계실까?/ 머리털이 허이언/ 우리 할머니.// 
할머니가 보내 주신 감자는/ 구워도 먹고 쪄도 먹고/ 간장에 조려/ 두고두고 밥반찬으로 하기도 했다. 
-장만영 「감자」 

참새는/ 혼자서 놀지 않는다/ 모여서 논다// 
전깃줄에도/ 여럿이/ 날아가 앉고/ 풀숲으로도/ 떼를 지어/ 몰려간다// 
누가 쫓아도/ 참새는/ 혼자서 피하지 않는다// 
친구들하고/ 같이/ 날아간다 
-안도현 「참새들」 

대구 대구 대구/ 아이구 시원테이.// 전주 저언주/ 거그 거그/ 어이 시원혀.// 
서어울 서울/ 그래그래/ 아이 시원해.// 
부산 부산 부산/ 거어 쫌 글거바라./ 부산은 옆구리니까/ 할아버지가 긁어요. 
-김하늘 「할아버지 등 긁기」 

아버지께서 집에 오시자/ 맨 처음 하시는 일이/ 양말을 벗어/ 목욕탕에 던지시는 일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일찍 집에 오신 아버지는/ 양말도 안 벗으시고/ 낮잠을 주무신다.// 
스르르 감으셨다 뜨셨다 하는/ 아버지의/ 힘없는 눈빛!// 
참/ 피곤하신 모습이다./ 이때, 파리 한 마리/ 아버지의 얼굴 위를 맴돈다.// 
나는 몇 번 손으로 쫓다가/ 살며시 방문을 열고/ 그 파리를 데리고/ 청마루로 나간다.// 
―이종택 「파리 한 마리」 

줄은/ 기러기 줄./ 아이들이 갑니다./ 저수지 말라버린 하얀 바닥을/ 콩 콩/ 새 길을 내며 갑니다.// 
―하마 오리는 가차와졌제?/ ―앙이다. 십리는 가차와졌다.// 
내도 마르고/ 들도 마르고/ 저수지 스무길도 말랐습니다.// 
―작두만한 잉어도 살았다는데/ ―멍석만한 자라도 살았다는데// 
오늘 넷째 시간 국어 공부는/ <금빛 들판>을 배웠습니다./ 책을 펴 놓고,/ 책을 펴 놓고,/ 한 사람도 읽지는 못 했습니다.// 
―돌이야, 와 손 안들었노?/ ―순이 너는 와 안들었노?// 
<지금,/ 들판은 한창 즐거운 때,/ 벼 이삭, 조 이삭, 수수 이삭/ 고개 무거워 일렁거리고/ 참새 쫓는 소리 노래만 같아요.>/ 선생님도 예까지 읽으시고는/ 말없이 그냥 나가셨습니다.// 
―우리 선생님 와 나가셨노?/ ―선생님도 목이 맨기라.// 
들도 마르고/ 내도 마르고/ 저수지 스무길도 말랐습니다.// 
―작두만한 잉어도 살았다는데/ ―멍석만한 자라도 살았다는데.// 
-이문석 「가뭄」 

어머니가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리면/ 어머니가 그것을 주워드신다/ 내가 식탁에서 수저를 떨어뜨리면/ 어머니가 다시 그것을 주워드신다/ 내가 부주의하게 떨어뜨린 수저의 개수만큼/ 허리를 굽히시는 어머니 
-이선영 「수저와 어머니」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 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김영승 「반성 100」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김종삼 「장편(掌篇)」 

강아지가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물고 간다./ 쏠 쏠 쏠/ 물고 간다. 
-이상교 「남긴 밥」 

벼룩을 눌러 죽이며/ 입으로는 말하네/ ‘나무아미타불!’ 
-이싸 하이쿠 

방금/ 손수레가/ 지나간 자리// 바퀴에 밟힌 들풀이/ 푸득푸득/ 구겨진 잎을 편다. 
-권영상 「들풀」 

엄만 옛날에/ 무엇이 되고 싶었나요?// 
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엄만, 지금이/ 너무 좋단다.// 
우리 예쁜/ 연이 엄마 됐으니까. 
-이혜영 「엄마의 대답」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하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임길택 「흔들리는 마음」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감꽃 피면 감꽃 냄새/ 밤꽃 피면 밤꽃 냄새/ 누가 누가 방귀 뀌었냐/ 방귀 냄새 
-김용택 「우리 교실」 

엄마는 아침밥 해먹고 설거지하고/ 방 청소하고 빨래해서 걸어두고/ 
마당에다가 고추 널고 또 고추 따러 간다/ 
얼굴이 발갛게 땀을 흘리며/ 하루 종일 고추를 딴다/ 
해 지면 집에 와서 고추 담고/ 저녁밥 해먹고 설거지하고/ 
고추를 방에다 부어놓고/ 고추를 가린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가리며/ 꾸벅꾸벅 존다/ 우리 엄마는 진짜 애쓴다 
-김용택 「엄마는 진짜 애쓴다」 

아버지 밥상 펴시면/ 어머니 밥 푸시고/ 아버지 밥상 치우면/ 어머니 설거지 하시고/ 
아버지 괭이 들고 나가시면/ 어머니 호미 들고 나가시고/ 아버지가 산밭에 옥수수 심자 하면/ 옥수수 심고// 
어머니가 골짝밭에 감자 심자 하면/ 감자 심고/ 
고무신 두 짝처럼/ 나란히 나가셨다가/ 나란히 들어오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서정홍 「고무신 두 짝처럼」 

어머니는/ 연속극 보다가도 울고/ 뉴스를 듣다가도 울고/ 책을 읽다가도 울고// 
가끔 말 안 듣고/ 속을 태우는/ 형과 나 때문에 울고// 
자주 술 마시고/ 큰소리치는/ 아버지 때문에 울고// 
어머니는/ 어머니 때문에 울지 않고/ 다른 사람들 때문에 웁니다. 
-서정홍 「어머니」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할아버지, 할아버지,/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니나니/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윤석중 「넉 점 반」 

내 생일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어요./ 내 동생에게 비밀이 하나 있었던 거예요./ 
동생은 그 비밀을 며칠이고 계속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비밀에 대해 물으면 자그맣게 노래를 부르며 딴청을 피울 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밤, 비가 왔어요./ 잠에서 깨어나 보니 동생이 울고 있는 거예요./ 
동생이 나에게 말하더군요./ 
“누나, 정원에 내가 설탕 두 덩어리를 심어 놓았거든./ 누나가 설탕을 끔찍이 좋아하니까./ 
누나 생일이 되면 설탕나무 한 그루가 자라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모두 녹아 없어졌을 거야.”/ 
아이 참, 예쁜 내 동생! 
-캐서린 맨스필드 「동생의 비밀」 

눈으로 먼지가 들어갔다./ 암만 비벼도 안 나온다.// 
뒷담에 기대섰더니/ 옆집 아저씨 하는 소리,/ “얘, 아빠한테 꾸중 들었니?”// 
큰길로 나왔더니/ 앞집 누나 하는 소리,/ “얘, 어떤놈이 때렸니?”// 
아무도 모르는 눈 속의 먼지/ 암만 비벼도 안 나온다. 
-사이조 야소 「먼지」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영감님을 만났네./ 
“어른 앞에서 뒷짐을 지다니/ 허, 그놈 버릇없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뒷집 애를 만났네./ 
“얘, 먹을 거냐/ 나 좀 다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삽살이를 만났네./ 
“뒤에 든 게 돌멩이지./ 달아나자 달아나.” 
-윤석중 「흙손」 

다 저녁 때 배고파서/ 고개 숙이고 오니까,/ 들판으로 나가던 언니가 보고/ 
“얘, 너 선생님께/ 걱정 들었구나.”// 
다 저녁 때 배고파서/ 고개 숙이고 오니까,/ 동네 샘 앞에서 누나가 보고/ 
“얘, 너 동무하고/ 쌈했구나.”// 
다 저녁 때 배고파서/ 고개 숙이고 오니까,/ 삽작문 밖에서 아버지가 보고/ 
“얘, 너 어디가/ 아픈가 보구나.”// 
다 저녁 때 배고파서/ 고개 숙이고 오니까,/ 붴에서 밥 짓던 어머니가 보고/ 
“얘, 너 몹시도/ 시장한가 보구나.” 
-권태응 「고개 숙이고 오니까」 

추운 날/ 대문 앞에 서 있으면요,// 
지나가던 아저씨가/ ―엄마를 기다리니? 발 시리겠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원 저런, 감기 걸리겠다. 집에 들어가거라.// 
지나가던 강아지가/ ―야단맞고 쫓겨났군, 안 됐다, 컹컹// 
대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내 마음/ 알지도 못하고…….// 
코를 잡고 뱅, 뱅 돌고 싶은 팽이가/ 내 주머니 속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이준관 「추운 날」 

3. 보거나 듣거나 한 일에 생각을 더해 보자 
덕수궁 뒷담 벽에/ 몇 개의 낙서 그림이 있다/ 아이와 손 두 개/ 나무 한 그루 또 아이 얼굴 하나/ 고궁의 담벽에 낙서하는 건/ 나쁜 일인 줄 알 텐데/ 얼마나 심심한 아이가/ 제 모습을 그리다 갔을까/ 이 봄이 오고 벌써 두 번째/ 이곳을 찾아온 내 맘속에 그려져 있다/ 일요일 덕수궁 뒤뜰에 혼자서/ 난 자꾸 그 아이와 친하고 싶다. 
-유경환 「일요일에 만나고 싶은 아이」 

<원조 떡볶이집> 앞을 지나면서/ 침이 꿀꺽!/ ‘떡볶이, 참 맛있겠다!’// 
<맛있는 빵집> 앞을 지나면서/ 침이 꿀꺽!/ ‘팥빵, 참 맛있겠다!’// 
<영주네 만두집> 앞을 지나면서/ 침이 꿀꺽!/ ‘통만두, 참 맛있겠다!’// 
학원 갔다 돌아오는 늦은 저녁 길/ 침이나 꿀꺽꿀꺽./ 이러다 내 인생,/ 다 끝나겠다! 
-이상교 「내 인생」 

바삭바삭/ 붕어빵// 매일/ 학교 담벼락 옆/ 붕어빵을 굽던 아저씨// 
감기라도 걸린 걸까?// 친구 옆에서/ 덤으로 얻어먹던 붕어빵// 
오늘은 꼭 하나/ 사 먹으려 했는데……. 
-최윤정 「붕어빵 아저씨 결석하다」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졌어.// 책가방 속에 따라온/ 너의 지우개. 
=최윤정 「짝」 

“한라산 한 갑 주세요.”// 
귀찮은 마음을/ 아버지 좋아하는 한라산으로/ 꾹꾹 누르며/ 집 앞에 도착하는 잠깐 사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제일 높은 산 이름/ 우리의 제일 오랜 산 이름/ 백두산,/ 왜 백두산 담배는 없을까?// 
이제 다섯 살/ 내 동생 새롬이/ 내게서 담배 심부름/ 물려받을 때쯤이면/ 서울에서/ 평양에서/ 이런 소리 들려올까?// 
“백두산 한 갑 주세요.”/ “통일 한 갑 주세요.” 
-남호섭 「담배 심부름」 

소가 혀를 내밀었다./ 아주 길었다./ 사람한테/ 소 같은 혀가 있다면/ 급식 먹을 때도/ 우스워서 우스워서/ 견딜 수 없을 게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작품 「소의 혀」 

날씨가 좋아 뜰에 나가니/ 개미가 있었다./ 호주머니에서 볼록렌즈를 꺼내어/ 개미한테 빛을 쬐었다./ 개미는 어디까지나 달아났다./ 왜 그럴까?/ 빛에다 손을 대니 뜨거웠다./ 미안 미안/ 난 몰랐단다.// 
―초등학교 3학년생 작품 「개미야, 미안하다」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3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정현종 「한 숟가락 흙 속에」 

와! 이제야/ 숙제 다 했네/ 일기 다 썼네/ 이젠 편안히/ 꿈나라로 갈 시간// 
오늘도 내 곁에서/ 힘들게 굴던/ + - × ÷ 수학책/ a b c d 영어책,// 
컴퓨터 게임 그만 해라/ 공부 좀 해라 하시던/ 아빠 엄마 말씀,/ 이젠 안녕!// 
더 이상 날 따라오지 마세요/ 꿈나라에서만은 싫어요/ 아셨죠!/ 그럼, 안녕! 
-권오삼 「이곳만은 안 돼요」 

체격 검사를 했다./ 내 몸무게가/ 6kg이나 불었다./ 일년 사이에// 
땅덩이 무게도/ 6kg 더 늘어났겠다.// 
새들이 알을 까서/ 식구들이 불어날 때/ 씨앗이 싹이 터서/ 큰 나무로 자랄 때// 
땅덩이도 그만큼/ 무게가 더해지겠지.// 
오늘은 비가 와서/ 시냇물이 불어나고/ 마을 앞 저수지도/ 가득히 채워졌다.// 
땅덩이 무게도/ 참 많이 늘어났겠다. 
-김종상 「땅덩이 무게」 

잔디 사이 씀바귀를/ 잡초라 하면/ 씀바귀는 잔디를 잡초라 하지/ 잔디도 풀이고 씀바귀도 풀인데/ 잔디는 밟지 말라 하고/ 씀바귀는 뽑아라 하시니/ 선생님도 참.// 
가을 햇살이/ 자박자박 밟고 다니게/ 바람도 심심하면/ 몰고 다니게/ 이른 새벽 안개비에 
낙엽이 곱게곱게 내렸는데/ 날마다 주워서 태우라고 하시니/ 선생님도 참.// 
교실에 뽑혀 온/ 들찔레 열매/ 산새랑 들풀이랑/ 친구가 그리워/ 밤마다 빨간 볼에 눈물짓는데/ 산자락에 가만 놔두지/ 선생님도 참.// 
-이정숙 「선생님도 참」 

엄마가 시장에 간 사이/ 동생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울리지 말고/ 잘 데리고 놀랬는데// 
이 말썽꾸러기/ 찾기만 해봐 가만 놔두나// 
어디로 갔는지/ 손바닥에 침을 뱉어 / 점을 쳐 보았다// 
침이/ 사방으로 튀는 걸 보니/ 온 동네 다 돌아다니나 보다. 
-신천희 「점치기」 

아직,/ 신호등은/ 빨간 불인데//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그냥/ 길을 건넌다.// 
“안 돼, 건너지 마!”/ 얘기해 줄/ 엄마도 없나 보다. 
-최윤정 「그 강아지는」 

유리접시의 물속에서/ 플라나리아 한 마리가 허리를 잘립니다./ 유유히 헤엄치다가/ 날카로운 면도날에 둘로 잘리니/ 바닥에 붙어 꼼짝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죽을 거라고 하고/ 머리가 있는 쪽만 살 거라고도 하고/ 둘 다 살 거라고도 했지만/ 나는 다시 붙을 거라고 했습니다.// 
며칠 후 과학실에 가보니/ 그놈들은 두 마리가 되어 꼬무락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놈들은 본디 한몸인 줄 모르는지/ 제각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생명력이냐고/ 선생님은 감탄하셨지만/ 그런 힘을 가지고도/ 잃어버린 반쪽을 찾을 생각도 않는/ 바보 같은 벌레라/ 개울 바닥 돌 밑에서/ 햇빛을 피해 살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서로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서 따로따로 꿈틀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고흥수 「플라나리아」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어 주실 때마다/ 할머니도/ 아―/ 아―/ 입을 크게 벌리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릴 때마다/ 할머니도/ 내 동생을 따라/ 입을 우물우물하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윤동재 「할머니 입」 

아이들은 나를/ ‘은영 세탁소’라고 부른다.// 
이젠 괜찮지만/ 그래 괜찮지만// 내 이름을 간판에 걸고/ 일해 오신 아버지처럼// 
나도 정말 남들을/ 깨끗하게 빨아 주고// 남들의 구겨진 곳/ 곧게 펴 주고 싶다.// 
아버지의 주름살을 제일 먼저/ 펴 드리고 싶다. 
-남호섭 「은영 세탁소」 

방문을 열면/ 닭들이 나란히 서서/ 나를 지켜본다.// 
울타리로 다가가면/ 쪼루루루 몰려나와서/ 고개를 갸웃거려// 
혹시 모이 줄까 하고// 
그런데 모이 안 주고/ 달걀만 꺼낼 올 땐/ 정말 미안하다. 
-김은영 「닭들에게 미안해」 

저기/ 포크레인 덜컹거리는/ 숲에는/ 
소쩍새 부엉이 비둘기 꿩 지빠귀 꾀꼬리 솔새 휘파람새 까치 까마귀 할미새 다람쥐 산토끼 들고양이 청설모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 꽃뱀 구렁이 족제비 멧돼지 산나리 원추리 둥글레 고사리 취 으아리 두릅 잔대 더덕 머루 다래 칡 잣 솔방울 두메부추 소나무 잣나무 옻나무 참나무 밤나무 엄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영지버섯 국수버섯 싸리버섯 밤나무버섯 독버섯 진달래 철쭉꽃 찔레꽃 제비꽃 할미꽃 조팝꽃 싸리꽃 산나리 물봉숭아 엉겅퀴 패랭이꽃 산도라지 달맞이꽃 솔이끼 돌멩이 바위 개미떼 벌 나비 개구리 옹달샘 골짜기 바람소리 물소리 가을단풍 겨울눈꽃 오솔길 

숲 하나에는/ 내가 아는 것만도 이렇게 많은데/ 너도 아는 것 동그라미 쳐가며 읽어보고/ 
내가 모르는 것도 써 주렴// 
숲 하나/ 이제 영영 사라지고 마는데/ 숲 하나에 있던 모든 것들/ 다만 이름이라도 남겨 놓아야 하지 않겠니. 
-김은영 「숲 하나」 

소설가 박범신 선배 말에 따르면/ 중국 연변 땅에 가면/ ‘첫날 이불’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혼수품 가게가 있다고 합니다/ 그 집의 분홍이불 한 채 같이 덮고 자면/ 누구나 착한 짐승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찬란한 날이 올 때까지는/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눈비 오듯 해야겠지요 
-안도현 「첫날 이불」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함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이면/ 밥 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복효근 「쟁반탑」 

체격 검사를 했다./ 내 몸무게/ 6kg이나 불었다./ 일 년 사이에./ 땅덩이 무게도/ 6kg 더 늘어났겠다.// 
새들이 알을 까서/ 식구들이 불어날 때/ 씨앗이 싹이 터서/ 큰 나무로 자라날 때// 
땅덩이도 그만큼/ 무게가 더해지겠지.// 
오늘은 비가 와서/ 시냇물이 불어나고/ 마을 앞 저수지도/ 가득히 채워졌다// 
땅덩이 무게도/ 참 많이 늘어났겠다. 
-김종상 「땅덩이 무게」 

엄마가 사 온/ 굴비 한 두름// 몸은 꽁꽁 묶여 있어도/ 입은 쩍쩍 벌리고 있다// 
고만고만한 게/ 분명 친구들이다// 그물에 걸린 그 때/ 바다 학교/ 음악 시간이었을까?// 
아니 그런데/ 넌 뭐야?/ 입 꼭 다물고 있는/ 너!// 
아, 친구들 다함께 노래 부를 때/ 넌 창 밖 내다보며/ 딴생각 하고 있었구나!// 
그러다 덜컥/ 그물에 걸렸구나! 
-한상순 「굴비」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띠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 「쉬!」 

4. 사물의 모습(전, 지금, 미래)과 본질을 보자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감자꽃」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하이쿠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도/ 숨어 있다// 
-최계락 「꽃씨」 

알 여섯 알/ 앵무새 둥지 속에/ 이마를 맞대고// 
여섯 알 새알에 귀 기울이면/ 꿈꾸는 즐거움으로 소란하다/ 늪과 고원을 높이 날, 뒷날.// 
그 꿈은 노래/ 소란스런 합창/ 알 속에 담긴 것. 
-칼 샌드버어그 「앵무새 알 여섯 개」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하이쿠 

노랑나비가 되어/ 꽃밭을 가로질러도/ 날,/ 징그럽다고 할까//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겨 주어/ 풍작이 들어도/ 날, 배추 몇 잎 갉아먹는다고/ 죽일까? 
-김원석 「배추벌레」 

연필은/ 산 그릴 때/ 쓱쓱 잘 그려요.// 연필은/ 새 그릴 때/ 쓱쓱 신이 나요.// 
연필은/ 나무가 엄마거든요./ 숲이 고향이거든요. 
-손동연 「연필이 신날 때」 

5. 나만의 별명을 붙여 주자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장 콕도 「귀」 

바다로 나가려고/ 몸살하는/ 바구니에 담아 놓은 꽃게들. 
-이정석 「어린이」 

봄비 오는/ 하늘은/ 물뿌리개지.// 땅 속의/ 씨앗만큼/ 꼭 그 수만큼,// 
갖가지/ 씨앗만큼/ 꼭 그 크기만큼,// 뚫린 물구멍./ 고른 물구멍.// 
―김용섭 「물뿌리개 하늘」 

바람은 물살/ 나뭇잎은 물고기// 
물살이 일자/ 물고기들이 파들파들/ 
엄마 나무에 매달려 파들파들/ 엄마한테서 떨어져 나가게 될까 봐, 파들파들 
-이상교 「바람 부는 날」 

한겨울/ 잎 다 떨어진 아기나무에/ 참새 여덟 마리가 앉았다.// 
한 마리가 뚝 떨어지더니/ 윗가지에 가 붙었다.// 
두 마리가/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한 마리는 땅에 떨어지고/ 한 마리는 꼭대기에 가 붙었다.// 
우르르/ 다 떨어지더니/ 나무 한 바퀴 돌아/ 아까보다 더 예쁘게 달렸다. 
-이복자 「참새 나무」 

으르렁 드르렁/ 드르르르 푸우―// 
아버지 콧속에서/ 사자 한 마리/ 울부짖고 있다.// 
생쥐처럼 살금살금/ 양말을 벗겨 드렸다. 
-김은영 「잠자는 사자」 

광릉 숲에 들어서면/ 푸른 갑옷을 두르고/ 팔도강산에서 모여든/ 어기찬 아저씨들을 만난다.// 
임꺽정의 팔뚝 같은 나무,/ 김정호의 다리 같은 나무,/ 활대 잡은 충무공처럼 훤칠한 나무.// 
임진왜란의 의병들이 튀어나오고/ 동학의 장정들이 걸어 나오고/ 솔잎 수염이 따끔따끔 침을 찌르던/ 청산리 싸움의 독립군들을 만난다.// 
바람을 맞으면 더 푸른 나무,/ 눈보라 휘몰아치면 더 곧게 서서/ 파리 부는 나무.// 
광릉 숲에 들어서면/ 웃자란 내 몸도/ 한 그루 옹이 박힌 나무가 된다. 
-서재환 「광릉 숲에서」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오빠의 일선 고지서/ 소총의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오빠 대신/ 무거워 주고 싶다.// 
시집 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뼈마디를 에는 섣달 어느 밤/ 엄마는 오빠 대신 추워 주고 싶다.// 
그런 맘은 모두/ 폭풍이 된다.// 
엄마라는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신현득 「엄마라는 나무」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 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줄을 선 글자들은/ 싱싱한 보리숲,/ 땀 젖은 흙 냄새/ 엄마 목소리. 
-김종상 「어머니」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 하나.//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 이준관 「별 하나」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 고/ 가/ 는// 봄의/ 디딤돌. 
-이준관 「나비」 

봄이/ 찍어 낸/ 우표랍니다.// 꽃에게만/ 붙이는/ 우표랍니다. 
-손동연 「나비」 

내 얼굴은/ 답안지// 엄마가 읽는/ 답안지// 
엄마!/ 오늘은 읽지 마세요// 터질지도 몰라요/ 내 울음보// 
읽었더라도/ 모른 척해 주세요. 
-유희윤 「시험 본 날」 

“금방 가야 할 걸/ 뭐 하러 내려왔니?”// 우리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유희윤 「봄눈」 

흰구름 건져 먹고/ 별 건져 먹고/ 새하얀 꽃이 된다./ 연꽃이 된다.// 
갈대숲에도 한 송이/ 조으는 듯 동동/ 바위그늘에도 한 송이/ 꿈꾸는 듯 동동// 
흰구름 건져 먹고/ 달 건져 먹고/ 떠다니는 꽃이 된다./ 연꽃이 된다. 
-이동운 「고니」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집으로 온다. 
-윤동주 「해바라기 얼굴」 

엄마, 깨진 무릎에 생긴/ 피딱지 좀 보세요./ 까맣고 단단한 것이 꼭/ 잘 여문 꽃씨 같아요./ 
한 번 만져 보세요./ 그 속에서 뭐가 꿈틀거리는지/ 자꾸 근질근질해요./ 
새 움이 트려나 봐요. 
-신형건 「봄날」 

마침표/ 아름다운 시작이다.// 
시든 꽃이 떨군/ 마침표/ 까만 씨앗/ 꽃이 태어난다.// 
돋보기로 모은/ 해님의 마침표/ 까만 점에서/ 다시 해님이 뜬다. 
-김숙분 「마침표」 

나무는/ 청진기// 새들이/ 귀에/ 꽂고/ 기관지가/ 나쁜// 지구의 숨결을 듣는다. 
-정운모 「나무」 

소말리아 아이들 다리는/ 겨울나무 가지./ 우리 반 친구 진철이, 용만이 다리는/ 여름나무 가지.// 
소말리아 아이들/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지만/ 우리 반 친구들/ 핫도그, 만두, 떡볶이 보이는 대로/ 다 사 먹고는/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군것질 꾹 참고 돌아온 나도/ 덩달아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많이 먹고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내 친구 닮을까봐/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서정홍 「윗몸일으키기」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가가/ 의자 몇 개 내놓은 거여 
-이정록 「의자」 

6. 재미있는 특징(모습, 행동, 소리 등)을 발견하자 
가갸 거겨/ 거겨고교/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한하운 「개구리」 

저런,/ 등에/ 혹이/ 두 개씩이나?// 사막을 터벅터벅/ 무겁겠다, 얘// 
아니야,/ 이건/ 내/ 도시락인걸!// 타박타박 사막이/ 즐겁단다, 얘// 
―손동연 「낙타」 

코끼리야 코끼리야/ 네 그림을 그리는데/ 코가 어찌나 긴지/ 금방 도화지 밖으로/ 달아나 버리지 뭐니// 
얼른/ 도르르 말아 줘// 
―손동연 「코끼리」 

코끼리는 무엇이든지 귀찮다./ 커다란 몸뚱이를 하고서/ 먹을 것을 가지러 가는 것이/ 귀찮아서/ 저리 긴 코로 잡는다.// 
―초등학교 2학년생 작품 「코끼리」 
소가/ 아기염소에게 그랬대요./ “쬐그만 게/ 건방지게 수염은?/ 또 그 뿔은 뭐람?”// 
그러자/ 아기염소가 뭐랬게요?/ “쳇,/ 아저씬 부끄럽지도 않아요?/ 그 덩치에 아직도 ‘엄마 엄마’하게?”// 
―손동연 「소와 염소」 

기린은/ 하루에/ 한 끼씩만 먹어도 될 거야// 
목/ 이/ 길/ 어/ 서// 
뱃속까지/ 가는 데도/ 하루가 다 걸릴 테니까// 
―손동연 「기린」 

7. 새로운 관계를 맺어 주자 
나무에서 물방울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나무가 말을 거는 것이다/ 나는 미소로 대답하며 지나간다// 
말을 거는 것들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물방울― 말은 처음이다/ 내 미소― 물방울도 처음이다 
-정현종 「물방울- 말」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서정주 「춘향유문」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별은/ 별자리/ 제자리를 지켜요.// 하루 내내,/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심심할 거예요./ 그러니 가끔씩/ 자리를 바꿔 주세요./ 우리 선생님처럼요.// 
그래야 별들도/ 새 친구를 만날 수 있잖아요./ 사귈 수 있잖아요./ 네, 하느님. 
-손동연「별도 가끔 자리를 바꾸면 얼마나 신날까」 

꽃게야, 꽃게야// 튼튼한 네 집게/ 잠깐만 빌려 줄래?// 
동전만 집어삼키는/ 인형뽑기통에서// 내 맘에 쏙 드는 인형 좀 뽑아 보게…… 
-이봉직 「꽃게야, 꽃게야」 

길을 가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다가가 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다.// 
잎들이 다 지고 하늘이 하나/ 빈 가지 끝에 걸려 떨고 있는/ 그런 가을날.//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내 어깨와/ 아기새의 그 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디든 걸어 보고 싶다./ 걸어 보고 싶다. 
- 이준관 「길을 가다」 

아직 머리에 뿔도 나지 않은 송아지에게/ 아이가 먹을 것을 한 주먹 쥐고/ 
어서 먹어, 어서 먹어, 하고/ 먹을 것을 준다.// 
아직 머리에 뿔도 나지 않은 송아지가/ 아이의 손바닥에 있는 것을 다 먹고 나서/ 
아이의 손바닥을 귀여운 혀로 간질이며/ 간지럽니?/ 이 간지럼밖에는 네게 줄 게 없구나./ 
그래도 괜찮니? 
-이준관 「그래도 괜찮니?」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산은/ 숲은 품고// 숲은/ 나무를 품고// 나무는/ 둥지를 품고// 둥지는/ 새를 품고// 
새는 새는// 노래로/ 온 산을 품고. 
-김용섭 「산」 

물이/ 산을 안고 돈다/ 산은 나무를 안고/ 나무는 새들을 안고// 
아빠 엄마는/ 나를 안고 간다/ 나는 풀꽃을 안고/ 풀꽃은 개미를 안고// 
우리는 모두가 서로서로 안고 산다. 
-이성자 「우리는 서로 안고 산다」 

8. ‘왜?’라는 의문에 ‘아하!’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주자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提草色多)/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별루년년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 
비 갠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정지상 「송인(送人)」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비록애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따에 났다니 
-성삼문(成三問)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首陽山)에 들었거니 
헌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 
물성(物性)이 굽은 줄 미워 펴보려고 캠이라 
-주의식(朱義植)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동안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함민복 「성선설」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겨울 양재천에 왜가리 한 마리/ 긴 외다리 담그고 서 있다// 
냇물이 다 얼면 왜가리 다리도/ 겨우내 갈대처럼 붙잡힐 것이다// 
어서 떠나라고 냇물이/ 말미를 주는 것이다// 
왜가리는 냇물이 다 얼지 말라고/ 밤새 외다리 담그고 서 있는 것이다 
-반칠환 「냇물이 얼지 않는 이유」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윤석중 「먼 길」 

종일 헤매어/ 지친 애버러지/ 떨어져 시든 꽃잎 위에 엎드리니/ 
내일 떨어질 꽃잎 하나가/ 보다 못해/ 미리 떨어져 이불 덮어주는/ 저녁답. 
-유안진 「자비로움」 

옆집 아이가/ 화경으로/ 개미를 쪼이고 있다.// ( ). 
-김영일 「( )」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 떼 날아와 따먹을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권태응 「땅감나무」 

비가/ 그렇게 내리고// 눈이/ 그렇게 내리고// 
또, 강물이/ 그렇게 흘러 들어가도// 
바다가/ 넘치지 않는 건// 

// 
-박병엽 「바다」 

넘어가는 해/ 잠깐 붙잡고,/ 노을이/ 아랫마을을/ 내려다본다.// 
새들/ 둥우리에 들었는지,/ 들짐승/ 제 집에 돌아갔는지,/ 잠자리/ 쉴 곳을 찾았는지,// 
산밭에서 수수가/ 머리를 끄덕여 줄 때까지/ 노을은/ 산마을에 머무르고 있다.// 
-황베드로 「노을」 

내가 복도에서 뛰는 건/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가벼운 걸음이/ 잰걸음이 되고/ 잰걸음으로 걷다 보면/ 복도 끝이 백 미터 결승선처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뛰다가도/ 멈추지 않는 건/ 차도처럼 반듯한 보도에/ 
좌측통행만 있고/ 신호등이 없기 때문이다 
-김은영 「복도에서 뛰는 이유」 

조그만 몸에/ 노오란 털옷을 입은 게/ 참 귀엽다.// 
병아리 엄마는/ 아기들 옷을/ 잘도 지어 입혔네.// 
파란 풀밭에 나가 놀 때/ 엄마 눈에 잘 띄라고/ 노란 옷을 지어 입혔나 봐.// 
길에 나서도/ 옷이 촌스럴까 봐// 그 귀여운 것들을/ 멀리서/ 꼬꼬꼬꼬/ 달음질시켜 본다. 
-엄기원 「병아리」 

비는 아프다./ 맨땅에 떨어질 때가/ 가장 아프다.// 
그렇다./ 맨땅에 풀이 돋는 것은/ 떨/ 어/ 지/ 는/ 비를/ 사뿐히 받아 주기 위해서다.// 
아픔에 떠는 / 비의 등을 가만히/ 받혀 주기 위해서다.// 
-이준관 「비」 

봄 하늘 구름은/ 빨리/ 봄비가 되고 싶다.// 
땅 속/ 촉촉이 젖어들고 싶다./ 바위 틈/ 촉촉이 스며들고 싶다.// 
흙 속/ 여기저기 묻힌/ 바윗돌 이 틈 저 틈 끼인/ 
지금 막 눈 뜰/ 이름 모르는/ 풀씨를 위해.// 
-이창건 「풀씨를 위해」 

꽃이/ 예쁘지 않는 일은 없다./ 열매가/ 소중하지 않는 일도 없다.// 
하나의 열매를 위하여/ 열 개의 꽃잎이 힘을 모으고/ 스무 개의 잎사귀들은/ 응원을 보내고// 
그런 다음에야/ 가을은 / 우리 눈에 보이면서/ 여물어 간다.// 
가을이/ 몸조심하는 것은/ 열매 때문이다./ 소중한 씨앗을 품었기 때문이다.// 
-정두리 「가을은」 

쌀을 뿌려 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 ) 
-이싸 하이쿠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마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싸 하이쿠 

하얀 페인트로 담벼락을 새로 칠했어./ 큼직하게 써놓은 ‘석이는 바보’를 지우고/ 
‘오줌싸개 승호’ 위에도 쓱쓱 문지르고/ 지저분한 낙서들을 신나게, 신나게 지우다가/ 
멈칫 멈추고 말았어./ 
담벼락 한 귀퉁이, 그 많은 낙서들 틈에/ 이런 낙서가 끼어 있었거든./ 


-신형건 「낙서」 

어제 저녁에 난/ 늦잠 자는/ 게으름뱅이 별들을/ 찾아다녔어.// 
고롱고롱 코고는/ 고 녀석들 몰래/ 옷에 달린 단추를/ 하나씩 떼어 왔지.// 
그랬더니 글쎄,/ 한밤중에야/ 부시시 깨어나던 녀석들이/ 오늘은/ 초저녁부터 반짝 눈을 뜨지 않겠어?// 
그리곤/ 자꾸 내 창가를/ 기웃거리지 뭐야!// 어떡할까?/ 돌려줄까? 말까? 
-신형건 「기웃거리는 까닭」 

엄마가 아기 손등을/ 잘근잘근 물었습니다/ “엄마, 내 손등을 왜 물어?”/ “응, 그건 엄마가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아기도 엄마 손등을’ 꽈-악 깨물었습니다/ “아야야! 아프게 물면 어떡하니?”/ “응, 그건 내가 엄마보다/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야.” 
- 김소운 「손등 물기」 

경주박물관 앞마당/ 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 있는 화단가/ 목 잘린 돌부처들 나란히 앉아/ 햇살에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 조르르 관광버스에서 내려/ 머리 없는 돌부처들한테 다가가/ 자기 머리를 얹어본다// 
소년 부처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씩은/ 부처가 되어보라고/ 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정호승 「소년 부처」 

겨울 산사에/ 자작나무라면 몰라도/ 작살나무라니/ 작살 모양으로/ 누구 도륙 낼 일 있나/ 비아냥거리다가/ 나무 이름 아래/ 뭐라 적힌 글씨를 읽고는/ 눈이 번쩍 떠졌다// 
열매는 둥글며/ 새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새가 먹기 좋은/ 둥근 열매가 되려고/ 바람결에 제 살을 다듬었을까?/ 산을 내려오다 말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안준철 「작살나무의 보시」 

9. 모든 사물은 살아있다고 생각하자. 의인화를 시키자 
― 통일이 됐다./ 나누어져 있기 싫어/ 통일이 됐다./ 
교실 귀퉁이에서/ 지구본이 돌면서 떠들어댄다.// 
그 소식을 듣고부터/ 필통 안 컴퍼스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뒷벽 그림 속의 꼬마들도/ 그 바람에/ 모두 튀어나와/ 떠들며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도무지 / 그림 속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제/ 우리 나라 지도를 다 그리고/ 신의주 가는 찻길을 그려 놓고,/ 
백두산까지 달리는 바람이/ 구름 밀고 가는 걸/ 내다보았다.// 
교실은/ 책상들까지/ 덜컹거리는 것이었다.// 
연필도/ 제가 필통을 열고/ 나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조용히 타이르는 것이었다.// 
― 이제부터 더 열심히/ 조약돌은 조약돌 노릇을 하고/ 소나무는 열심히/ 
산에 서서 푸르고/ 그럼 컴퍼스도/ 그만 필통 안 네 자리에/ 들어가거라. 
-신현득 「통일이 되는 날의 교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이 옷을 뒤집고/ 가려운 곳을 긁어 달라고/ 등을 굽힌다. 
-김은영 「바람과 나무」 

꽃 속에 있는/ 층층계를 딛고/ 뿌리들이 일하는/ 방에 가 보면// 
꽃나무가 가진/ 쬐그만/ 펌프./ 작아서/ 너무 작아서/ 얄미운 펌프.// 
꽃 속에 있는/ 층층계를 딛고/ 꽃씨들이 잠들고 있는/ 방에 가 보면// 
꽃씨들의 / 쬐그만 밥그릇./ 아, 꽃씨보다/ 작아서/작아서/ 간지러운 밥그릇. 
-오규원 「방」 

어둠이/ 커다란 어둠이// 꽃들을 재웠다고/ 큰소리치지만// 
꽃들은/ 자는 척/ 향기로 이야기 나누는 걸// 어둠은/ 고건 모르지요. 
-이화주 「고건 모르지요」 

목장에 갔더니/ 송아지가 물었단다./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마신 우리 엄마 젖이 몇 컵인 줄 아니?”/ 
송아지처럼 풀밭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내가 말했지./ “맞춰 봐. 네가 맞춰 봐.”// 
과수원에 갔더니/ 사과나무가 내게 물었단다./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먹은 내 열매가 몇 바구니인 줄 아니?”/ 
사과 향기 폴폴 나는 뺨을 내밀며/ 내가 말했지./ “맞춰 봐. 네가 맞춰 봐.” 
-이화주 「맞춰 봐」 

안경을 써야 할 거야./ 까마득한 옛날부터/ 너무 오랫동안/ 눈만 쓰고 계시니까 말야.// 
해종일 우주의 아이들을 바라보다/ 눈이 어두워졌을 거야./ 아이가 어른이 되고/ 새끼가 어미가 되고/ 새싹이 나무가 되고/ 시내가 강물이 되는 걸/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바라보다가/ 아마 눈이 어두워졌을 거야.// 
이어폰을 꽂아야 할 거야./ 까마득한 갓날부터/ 너무 오랫동안/ 귀만 쓰고 계시니까 말야.// 
해종일 우주의 소리만 듣다/ 귀가 어두워졌을 거야./ 재깔거리는 공장의 기계 소리/ 딱총 소리/ 천둥소리/ 태풍 부는 소리/ 기차 자동차 오토바이 소리/ 비행기 소리……/ 핵폭탄 터지는 소리에/ 귀가 멀었을 거야.// 
목발을 짚어야 할 거야./ 까마득한 갓날부터/ 너무 오랫동안/ 발만 쓰고 계시니까 말야.// 
해종일 아이의 꿈만 쫓다/ 발이 아플 거야./ 아닌 밤중에 담 넘는 도둑을 쫓다/ 핏빛 전쟁터를 걷다/ 검은 밤을 쫓다/ 혼자 여럿을 쫓다/ 아마 발이 부러졌을 거야.// 
우스워도 할 수 없지 뭐./ 온갖 보이는 거로부터/ 들리는 거로부터/ 느끼는 거로부터/ 하나밖에 없는/ 해님을 보호해야지. 
-김흥수 「해님」 

한낮,/ 해님이 눈을 크게 뜨고/ 뜨거운 입김 훅―// 살짝 바람이 딛는 순간,// 
오롱조롱 매달려 있던/ 봉숭아 꽃씨 형제들/ 톡/ 토독// 
나는 장독대/ 너는 우물가……// 누가 더 멀리 뛰나/ 내기한 거야.// 
지금은 모르지/ 내년 이맘때/ 꽃피면/ 알지. 
-한상순 「꽃씨들의 멀리뛰기」 

낡은 구두는/ 젖은 발이 안쓰럽습니다.// 젖은 발은/ 새는 구두가 안쓰럽습니다. 
-유희윤 「비 오는 날」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 「둘이는 똑같이」 

참새가 수수 모가지 위에 앉았습니다/ 아이고 무거워/ 내 고개 부러지겠다 참새야/ 
몇 알 따먹고/ 얼른 날아가거라 
-김용택 「참새와 수수 모가지」 

꽃 속에 있는/ 층층계를 딛고/ 뿌리들이 일하는/ 방에 가 보면// 
꽃나무가 가진/ 쬐그만/ 펌프./ 작아서/ 너무 작아서/ 얄미운 펌프.// 
꽃 속에 있는/ 층층계를 딛고/ 꽃씨들이 잠들고 있는/ 방에 가 보면// 
꽃씨들의/ 쬐그만 밥그릇./ 아, 꽃씨보다/ 작아서/ 작아서/ 간지러운 밥그릇. 
-오규원 「방」 

씨앗은/ 씨방에 넣어 보관하고/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바람은/ 잔디 위에 내려놓고/ 
밤에 볼 꿈은/ 새벽 2시쯤 놓아두고//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일이다.// 
가을은/ 가을 텃밭에 묻어 놓고/ 구름은 말려서/ 하늘 높이 올려놓고//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겨울이 오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몇 송이 코스모스를/ 계속 피게 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겨울이/ 섭섭하지 않도록// 
하루 한 걸음씩/ 하루 한 걸음씩만/ 마중 가는 일이다. 
-오규원 「씨앗은 씨방에 넣어 보관하고」 

사다리가 전봇대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하나밖에 없네.”/ 
전봇대도 사다리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두 갠데도 혼자 못 서지?”// 
사다리가 말을 바꿨어요./ “넌 대단해!/ 다리가 하난데도 혼자 서잖아.”/ 
전봇대도 고쳐 말했어요.?네가 더 대단해!/ 사람들을 높은 데로 이끌어 주잖아!“ 
-오은영 「고쳐 말했더니」 

오늘 새벽/ 장닭보다 먼저 일어나 들판을 걸었어//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났겠지/ 마음을 솔솔 부풀리고 있었지// 
아, 그 순간/ ―난 밤새 잠 한 숨도 안 잤다/ 돌돌돌 도랑물이 말을 걸며 지나가는 거야// 
그런데 그 도랑물을/ 들판이 벌컥벌컥 마시고 있잖아/ 
우리가 잠든 사이 도랑물이 들판에게/ 그런 착한 일 몰래 하고 있었다니……. 
-정갑숙 「도랑물이」 

해님은 날마다/ 출석을 그림자로 확인한다.// 
온 세상 모두가/ 일 학년 교실처럼 대답하다가는/ 지구의 귀가 터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키 큰 가로수는 길게/ 세 살배기 우리 아가는 짧게/ 육 학년 언니는 조금 길게/ 모두모두 그림자로 대답을 한다. 
-윤이현 「그림자로 대답하기」 

우리 할머니가/ 산 속 마을/ 작은 무덤집으로 이사 간다// 
산에 사는 짐승들/ 풀꽃들은 참 좋을 거다/ 할머니랑 함께 살 수 있어서/ 날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재미난 이야기 먹으며/ 무럭무럭 자리고/ 할머니의 자장가 들으며/ 토실토실 살찌고// 
정말로 좋을 거다/ 오늘부터/ 우리 할머니의 손자, 손녀가 될 수 있어서 
-이성자 「참 좋을 거다」 

여름 가뭄 때/ 물 한 통이라도 준 일 있니? 아―니요.// 
비바람 몰아칠 때/ 한 번이라도 지켜 준 일 있니?/ 아―니요.// 
그래도 가을 되니/ 가져가라고/ 예쁜 열매 아낌없이 떨어뜨리는// 
밤나무 대추나무 도토리나무……. 
-권오삼 「아낌없이 주는 나무」 

상수리나무 밑에서/ 상수리알 줍다가/ 꿀밤 많이 먹었다.// 
톡!/ (목마를 때 물 한 모금 안 준 것들이!)// 
톡!/ (벌레 물려 아플 때 약 한번 안 발라준 것들이!)// 
톡! 톡!/ (줍기나 하지 쿵! 쿵! 발길질까지 하다니!)// 
아빠랑 상수리알 줍다가/ 상수리나무에게/ 나 많이 혼났다. 
-서재환 「상수리알 줍다가」 

10. 큰 것을 작게, 작은 것을 크게 만들어 보자 
조그만 파리 눈에는/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크게 보일까?// 
장미 꽃봉오리는 비단 침상만해 보이겠지.// 뾰족한 가시는 창만해 보이겠지.// 
이슬 방울은 경대만하고/ 머리카락은 금빛 철사만하고/ 작고 작은 겨자씨는 불붙은 숯덩이만해 보이겠지.// 빵덩이는 높은 산으로,/ 꿀벌은 무서운 표범으로 보일까?/ 조금 집어 든 흰 소금은/ 목동들이 지켜 주는 흰 양떼처럼/ 환해 보이겠지.// 
-월테 데 라 메어 「파리」 

11. ‘~만약에’ 라는 가정을 해 보자 
내가 만일 사과라면/ 그리고 가지에 달려 있다면/ 나처럼 얌전하고 착한 아이 앞에/ 뚝 한 개 떨어져 주지.// 
착한 아이를 기쁘게 해 주지 않고/ 왜 맨날 가지에 달려 있나?// 
착한 아이가 오기만 하면/ “자, 어서 맛있게 먹어봐.”/ 하고 그 앞으로 데구루루 굴러가 주지. 
-베이야드 테라 「내가 사과라면」 

만약에/ 빗방울이/ 세모나 네모여 봐// 새싹이랑/ 풀잎이/ 얼마나 아프겠니? 
-손동연 「빗방울은 둥글다」 
만일에 제가/ 어머니의 귀여운 아들이 아니고/ 강아지라면,/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으려 할 때/“저리 비켜! 요놈의 강아지.”/ 하고 야단을 치고 내쫓으시겠어요?/ 그러시겠다면/ 저는 지금 당장 집을 나가 버리겠어요./ 아무리 불러 보세요, 돌아오나.// 
만일에 제가/ 어머니의 귀여운 아들이 아니고/ 앵무새라면,/ 날아가지 못하게 쇠사슬로 묶어 놓고/ 손가락으로 톡톡 치시면서/ “요놈의 새는 밤낮 쇠사슬만 물어뜯네.”/ 하고 흉을 보시겠어요?/ 그러시겠다면/ 저는 지금 당장 날아가 버리겠어요./ 숲 속으로 날아가 버리지 뭐./ 어머니 손에 다시는 안 잡힐 걸. 
-타고르 「동정」 

12. 호기심과 엉뚱한 생각, 상상한 것 등을 써 보자 
바다가 한데 모여/ 한 바다가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바다가 되겠지.// 
나무가 한데 모여/ 한 나무가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되겠지.// 
도끼가 한데 모여/ 한 도끼가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도끼가 되겠지.// 
사람이 한데 모여/ 한 사람이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사람이 되겠지.// 
큰 사람이 큰 도끼로 큰 나무를 베어서/ 큰 바다로 쓰러뜨린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물결이 출렁거리겠지. 
- 영국 「마더구스」에서 

서로 등을 돌린 채 보이지 않은 곳까지 달려갔다. 들꽃이 한들거리며 말을 걸어도 둘 다 말이 없었다. 
뿌앙― 기차가 숨을 헉헉 몰아쉬며 달려갔다. 기적소리 멀어질 때쯤 귓불을 스쳐가며 바람이 말했다. 어디 깊숙한 터널 속에서, 아니면 산모롱이 돌아갈 때쯤에 둘이 서로의 손을 꼬옥 잡았을 거라고. 그러고는 정다운 말 한마디 건넸을 거라고. 
은빛 등을 반짝이며 나란히 나란히 철길 두 줄 달려갔다. 향긋한 들꽃의 웃음과 함께. 
-신형건 「철길 두 줄」 

키가 작아진/ 내 동생/ 크레파스.// 작아진 키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흙담이 되고/ 아른아른/ 흙담벽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되었을 거여요.// 
풀잎이 되고/ 꽃잎이 되고/ 팔랑팔랑/ 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을 거여요.// 
장독대에 돋은/ 몇 오라기/ 머리카락이 되고/ 바다가 되고/ 닻을 내린/ 통통배가 되고.// 
그래요./ 또/ 무지개가 되고…….// 
키가 작아진/ 내 동생/ 크레파스.// 몽당/ 크레파스.// 
-손광세 「크레파스」 

내가/ 학교로 가는 아침/ 8시에는// 
히히덕거리며 친구들과/ 학교로 가는 아침/ 8시에는// 
이 세상 골목길마다/ 학교로 가는 어린이들로/ 꽉/ 차 있겠지.// 
태백산/ 작은 소릿길에도/ 제주도 한라산/ 풀밭길에도/ 
나와 같은 나의 친구들/ 형과 같은 형의 친구들.// 
몇 명이나 될까,/ 헤아릴 순 없지만/ 학교로 가는 우리 친구들.// 
8시 반에는/ 학교마다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마다/ 들어오신다.// 
“차렷, 경례”/ 아아,/ 이 세상 어린이는 일제히 일어서서/ 선생님께/ 경례를 드릴 테지. 
-박목월 「아침 8시 반」 

사슴아, 사슴아,/ 네 뿔엔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 네 뿔엔 언제 꽃이 피니? 
―강소천 「뿔」 

아기돼지가/ 엄마에게 물었답니다.//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 병아리는// 
소/ 말/ 개/ 닭의/ 아기 이름인데// 왜/ 나는 없어?// 
―손동연 「돼지」 

라디오 꼭지를 틀면/ 갇혀 있던 소리들이/ 우르르 와글와글/ 쏟아져 나오고.// 
수도꼭지를 틀면/ 갇혀 있던 물방울들이/ 쏴아 쏴르르/ 쏟아져 나오고.// 
바람의 꼭지는/ 누가 틀어 놓았기에/ 온종일 풀려/ 돌아다니는 걸까?// 
누가 열어 놓고/ 잠그지 않은 꼭지에서/ 비는 쉬지 않고/ 쏟아지는 걸까?// 
가볍고 상큼한 것 말고/ 지나쳐 넘치는/ 모든 것에/ 꼭지를 달아 주고 싶다.// 
필요할 때마다/ 열고 닫을 수 있는/ 조그만 꼭지를/ 달아 주고 싶다. 
-민현숙 「꼭지」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이문구 「산 너머 저쪽」 

새소리보다/ 고운 소릴 내는/ 악기가 되고 싶었어요./ 지팡이가 된 나무.// 
폭풍우에 조금씩 뒤틀리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번개가 스치고 갔을 땐/ 정신을 잃었지요./‘이젠 악기가 될 수 없구나.’// 
그래도 나무는/ 꿈을 버리지 못했어요./ ‘한 사람을 위한 소리라도 낼 거야.’// 
-똑 똑 똑/ 높낮이는 없지만/ 보지 못하는 한 사람을 위해/ 온몸으로 소리내는/ 지팡이가 됐어요.// 
-똑 똑 똑/ 고운 소리는 아니지만/ 나무는/ 앞 못 보는 사람의/ 눈이 되었어요. 
-이혜영 「악기가 되고 싶었던 나무」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따스함’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물 것 같다./ 
그 따스한 몸무게 아래엔/ 잠자는 풀벌레 풀벌레 풀벌레 ……/ 꿈꾸는 풀씨 풀씨 풀씨……/ 
제 몸을 갉아먹던 벌레까지도/ 포근히 감싸주는/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물에 달면/ 이번엔/ 
‘너그러움’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신형건 「가랑잎의 몸무게」 

우리 집에서 제일 야위신/ 우리 엄마./ 그러나/ 저울 위에 올라서면/ 바늘이 빙그르르/ 아빠의 눈금보다/ 더 돌아갈 거예요.// 
엄마의 마음 속엔/ 걱정의 무게가 있고/ 안타까움의 무게/ 너그러움의 무게/ 참고 견딤의 무게/ 그 잔잔한/ 사랑의 무게가 있으니까요.// 그래요./ 어쩌면/ 눈금이 모자랄지도 몰라요. 
-윤이현 「엄마의 몸무게」 
유리병 속의 사마귀가/ 어젯밤에/ 메뚜기의 배를 먹어 버렸다.// 
먹을 때 사마귀는 뭐라고 말했을까?/ “네 배를 한 입만 먹어야겠다./ 정말 미안하다.”/ 하고 사마귀말로 사과했을까?// 
메뚜기는 뭐라고 말했을까?/ “죽기는 싫어./ 내 배를 너에게 줄 수 없어.”/ 하고 메뚜기말로 말했을까?// 
-초등학교 5학년생 작품 「사마귀와 메뚜기 
」 
얄미운 생쥐가/ 하늘에도 사나 봐요.// 낮에는 숨었다가/ 밤만 되면 야금야금// 
둥근 달/ 다 갉아먹고/ 손톱만큼 남았어요. 
-서재환 「초승달」 

13. 고정관념에 똥침을 주자 
내가 얼룩말에게 물었다/ 너는 검정 바탕에 흰 줄무늬니?/ 흰 바탕에 검정 무늬니?/ 
얼룩말이 대답했다/ 너는 나쁜 버릇의 좋은 애니?/ 좋은 버릇도 있는 나쁜 애니? 
- 쉘 실버스타인「얼룩말의 줄무늬」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오든 광명을! 
-유하 「오징어」 

추위에 웅크리던 나뭇잎이/ 팔랑 떨어진다./ 기다렸다는 듯/ 바람이 그리고 모여든다./ 
“다치지 않게.”/ 저마다 손을 벌려/ 나뭇잎의 등을 받쳐 준다./ 그리고는/ 조심조심/ 내려서서// 
땅 위에 뉘인다. 
-권영상 「바람」 

‘훠어이!’/ 아기 참새/ 쫓는 척만 하고.// ‘네끼놈!’/ 아기 참새/ 겁준 척만 하고.// 
정말은……// 

// 
두/ 팔/ 벌렸다. 
-박정식 「허수아비」 

그토록 많은 삼림의 나무들이 땅에서 뿌리뽑혀/ 마구 쪼개지고/ 
으깨어져 생명을 잃고/ 윤전기에서 돌고 있다// 
그토록 많은 삼림의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종이 펄프를 만드느라고/ 
숲과 삼림의 벌목의 위험에 관한 이야기로 해마다 독자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수천 수만의 신문에 쓰이는 종이를 만드느라고 
-쟈크 프레베르 「그토록 많은 나무들이…」 

사람들은 참 웃겨/ 다리 하나 잡고/ 한 쪽 다리로만 싸우며/ 닭싸움이래/ 닭은 다리가 두 갠데/ 차라리 허수아비 싸움이라 하지// 
사람들은 참 웃겨/ ‘윷놀이’라 이름 붙이고/ ‘윷’ 나오는 거보다/ ‘모’ 나오면 좋아해/ 윷이 주인공인데/ 차라리 ‘모놀이’라 하지// 
너도 참 웃겨/ 오리싸움이면 어떻고/ 닭싸움이면 어때?/ ‘윷놀이’면 어떻고/ ‘모놀이’면 어때?/ 괜히 트집 잡고/ 너도 정말 웃겨 
-김미희 「참 웃겨」 

아무렇게나 버려진/ 밭 모퉁이에서도/ 쑥쑥 크는 가시나무.// 
그 가시나무/ 조그마한 그림자 속에 들어가면/ 땡볕을 막고 선/ 시원한 바람이 있다.// 
아무 짝에도 쓰잘 데 없는/ 가시나무가/ 뜨거운 햇볕을/ 가로막고 선다는 걸// 
가시나무 그림자 속에/ 들어가기 전엔/ 나는 몰랐다.// 
―권영상 「버려진 땅의 가시나무」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요./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약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요./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요. 
-쉘 실버스타인 「일찍 일어나는 새」 

감이 열면 감나무/ 밤이 열면 밤나무// 다래 열면 다래나무/ 머루 열면 머루나무// 
고욤 열면 고욤나무/ 개암 열면 개암나무// 오디 열면 오디나무/ 아니, 방귀 뽕나무. 
-김은영 「뽕나무」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을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 가를/ 어째서 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바다를 와서야 비로소 이제껏 헛돌았다는 것을 안다// 튜브 속에 거북한 바람을 품지 않고/ 고무 타는 냄새 없이도/ 질주할 수 있다니// 목선 양 겨드랑이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폐타이어,/ 지상에서 밀려난 게 외려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럿을 다치게 했던 기억을 뿌리치지 못하고/ 파도 속을 자맥질한다// 소금기에 절고 삭아서 어느 새 둥그래진 상처,/ 닳고닳은 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제 몸 깊이 충격을 받아들인다 
-손택수 「바다를 질주하는 폐타이어」 

까치 주려고 따지 않은 감 하나 있다?// 
혼자 남아 지나치게 익어가는 저 감을 까치를 우해 사람이/ 
남겨 놓았다고 말해서는 안 되지 땅이 제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감나무가 웃을 일 제 돈으로 사 심었으니 감나무가 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저 해가 웃을 일 그저 작대기가 닿지 않아 못 땄을 뿐 그렇지 않은데도 저 감을 사람이 차마 딸 수 없었다면 그것은 감나무에게 미안해서겠지 그러니까 저 감은 도둑이 주인에게 남긴 것이지// 
미안해서 차마 따지 못한 감 하나 있다! 
-이희중 「까치밥」 

미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고/ 중국에도 없고/ 러시아에도 없고/ 프랑스에도 없는,/ 
그런 밭이/ 우리 나라에 있대요./ 뭔지 아세요?// 
감자밭? 고구마밭? 옥수수밭?/ 참깨, 들깨, 보리, 밀, 고추, 담배밭?/ 
아니면 콩, 배추, 무, 포도밭?/ 아이구, 모르겠다. 뭐꼬?// 
휴전선 155마일 비무장 지대에 있다는,/ 세계에서 제일 간다는/ 2억9천7백6십만 평짜리/ 
지뢰밭이래요. 
-권오삼 「수수께끼」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천양희 「뒤편」 

눈 덮인 새벽/ 관음사 올라가는 길/ 얼음 녹은 여울물 속에/ 송사리 떼 분주한 몸짓/ 햇살 퍼지는 산골짝에 오늘은/ 꼬끼요오 수탉의 목청이 빠졌다/ 민박집 뒤뜰의 토종닭/ 모조리 백숙으로 고아먹고/ 부처님 앞에 지그시 합장하는/ 관광호텔 손님들. 
-김광규 「토종닭」 

제단에 돼지머리를 받치며 빈다/ 아무도 아무를 해치지 않는 세상 되게 하옵소서 
-반칠환 「어떤 기구(祈求)」 

친구야,/ 이름 때문에/ 놀림 당한 적 많았지?// 
아무리 고운 빛을 내도/ 개똥 개똥/ 개똥벌레.// 
말똥 쇠똥/ 뎅글뎅글 말아/ 아기 밥 주는 게 뭐가 나빠?/ 말똥구리, 쇠똥구리/ 웃기부터 하잖아.// 
사람이 먹을 음식 들쑤시는/ 집파리 보단/ 몇 배 착한 똥파리.// 
그래 그래/ 지저분한 이름 때문에/ 속상한 벌레들아/ 여기 모여라./ 똥방개 너도 왔구나.// 
그런데 문 밖에서/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넌……?!/ 벌레도 아닌 네가/ 얼마나 속상했으면. 
-박혜선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엄마’의 반대말은/ ‘아빠’래요./ 아녜요 아냐./ 아빤 엄마의/ 참 좋은 짝인걸요.// 
‘남’의 반대말은/ ‘북’이래요./ 아녜요 아냐./ 북은 남의/ 참 좋은 짝인걸요.// 
‘하늘’의 반대말은/ ‘땅’이래요./ 아녜요 아냐./ 땅은 하늘의/ 참 좋은 짝인걸요.// 
- 우리 가족,/ 우리 나라,/ 우리 별 지구……/ 자꾸자꾸 불어나는/ 참 좋은 짝인걸요. 
-손동연 「짝ㆍ1」 
모자야, 모자야/ 슬픈 모자야/ 군인 아저씨가 쓰면/ 그리 용감해 보이더니/ 
지하도 입구 계단에/ 뒤집어놓은 모자야/ 딸랑, 동전이 담기는/ 슬픈 모자야 
-안도현 「모자」 

새로 들어온 1학년 동생들을/ 힘 약하다고 얕잡아 봐선 안 돼요.// 
1년만/ 기다려 봐요.// 
언니들을 한 계단씩 위로/ 쑥 밀어 올리게 힘이 자랄 테니까요.// 
그땐 힘이 넘쳐서/ 맨 위에 있는 6학년 언니들/ 아마 학교 밖까지 떠밀려 나갈 걸요.// 
1학년 1년 동안은/ 힘이/ 열 배로 스무 배로/ 크거든요. 
-박정식 「힘이 열 배로 스무 배로」 

갈매기 한 떼가/ 어거적어기적/ 선창 바닥에 돌아다닌다.// 
미끈한 몸매 어디다 두고/ 피둥피둥한 날개/ 접지도 못할까!// 
나른한 햇살 받으며/ 무거운 몸 뒤뚱뒤뚱/ 쓰레기통 뒤지는 뚱보들// 
빵 쪼가리/ 과자 부스러기/ 달콤한 과일 맛에 푹 빠져서// 
사람들 속에서/ 사람인 양/ 똑같이 먹고 산다. 
-김기리 「사람 갈매기」 

별자리들을 보았어요.// 
독수리, 까마귀, 사자, 큰곰, 전갈, 토끼, 돌고래, 백조, 물고기……// 
한자리에 살아요/ 날짐승/ 들짐승/ 바다짐승까지// 
삼팔선 같은/ 은하수 띠 두르고 있어도/ 곰이 물괴를 잡아먹지 않고/ 독수리와 토끼가 함께 뛰고 놀아요.// 
밤하늘의/ 동물 친구들은. 
-이봉희 「밤하늘」 

14. 매혹적인 제목을 붙이자 
○ 고건 모르지요 ○ 바다는 한 숟갈씩 ○ 무릎 학교 
○ 쿵 쿵 쿵 쿵 ○ 신발 속에 사는 악어 ○ 콩, 너는 죽었다 
○ 처음 안 일 ○ 우리 집 콩쥐 ○ 붕어빵 아저씨 결석하다 
○ 지구는 코가 없다 ○ 텔레비전으 무죄 ○ 별, 돌려줘요! 












<동시 쓸 때 꼭 지켜야 할 점> 

1. 시심과 동심으로 사물을 보고, 생각하되, 착상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맞추자. 그러나 아이들에게 영합하려 말자. 

2. 주제와 교훈은 내 몸의 흉터처럼 숨겨라. 아이들은 설교를 싫어한다. 

3. 시각적 구상 표현을 하자. 아이들은 리얼리틱한 걸 좋아한다. 

4. 쉽게 쓰되 평범하지 않게, 재미있게 쓰되 비속하지 않게 쓰자. 

5. 상상력을 친구로 삼고 현실과의 조화를 꾀하자. 

6. 오늘의 새로움도 내일에는 낡음이 된다.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라. 

7. 불량품 방지를 위해 내일도 다듬고 모레도 다듬고 글피도 다듬어라. 

8. 말에도 아이엠에프가 적용된다. 동시의 언어도 마찬가지. 긴축! 

9. 생산품에도 실명제가 있다. 내 작품도 그와 같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 

10. 특색(개성) 있는 작품을 생산하자. 

11. 깨끗한 우리말로 쓰자.(이건 특별 준칙!) 

詩作을 위한 열 가지 방법/ 테드 휴즈 

1. 동물의 이름을 머리와 가슴속에 넣고 다녀라. 
(조류, 곤충류, 어패류, 동물들의 이름. 가령 종달새, 굴뚝새, 파리, 물거미, 소라고둥, 
바다사자, 고양이 등) 
2. 바람과 쉼 없이 마주하라. 
(동서남북 바람, 강바람, 산바람, 의인화한 바람까지도) 

3. 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라. 
(안개, 폭풍, 빗소리, 구름, 4계절의 풍경 등) 

4. 사람들의 이름을 항상 불러 보라. 
(옛 사람이든, 오늘 살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 

5. 무엇이든지 뒤집어서 생각하라. 
(발상의 전환을 위해. 가령 열정과 불의 상징인 태양을 달과 바꾸어서 생각한다든지, 또 그것을 냉랭함과 얼음의 상징으로 뒤집어 보는 것이 그 방법. 
그리고 정지된 나무가 걸어다닌다고 표현한다든지,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상식을 비상식으로, 구상을 추상으로 추상을 구상으로, 유기물을 무기물로 무기물을 유기물로 뒤집어서 생각하라.) 

6. 타인의 경험도 내 경험으로 이끌어 들여라. 
(어머니와 친구들의 경험, 혹은 성인이나 신화 속의 인물들의 경험이나 악마들이나 신들 의 경험까지도) 

7.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어떤 사물을 대할 때나, 어떤 생각을 할 때. 그리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적 현상을 접할 때. 이것이 시정신이며 작가정신이다.) 

8.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안 보이는 것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살아라. 
(이 우주 만물 그리고 지상 위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들은 다 눈과 귀, 입과 코가 달려 있 으며 뚫려 있다고 생각하라. 나뭇잎도 이목구비가 있고,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도 이목 구비가 있고, 여러분이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연필과 손수건에도 눈과 귀, 입과 코가 달 려 있는 사실을 생각하라. 우주 안에선 모든 것이 생명체이다) 
9. 문체와 문장에 겁을 먹지 마라. 
(하얀 백지 위에선 혹은 여러분 컴퓨터 모니터에 들어가선 몇 십 번을 되풀이해 자유자 재로 문장 훈련을 쌓아가라.) 

10. 고독을 줄기차게 벗 삼아라. 
(고독은 시와 소설의 창작에 있어서 최고의 창작 환경이다. 
물론 자신의 창작을 늘 가까이 읽어주며 충고해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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