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마지막 본 얼굴 /함동선
2018년 12월 24일 20시 13분  조회:796  추천:0  작성자: 강려
마지막 본 얼굴
 
함동선
 
물방앗간 이엉 사이로
이가 시려 오는
새벽 달빛으로
피난길 떠나는 막동이 허리춤에
부적을 꿰매시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어떻게나 자세하시던지
마치 한 장의 지도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한 시오리 길이나
산과 들판과 또랑물따라
단숨에 나룻터까지 달렸는데
달은
산과 들판을 지나 또랑물에 먼저 와 있었다
어른이 된 후
그 부적은
땀에 젖어 다 떨어져 나갔지만
그 자리엔 어머니의 얼굴이 늘 보여
두 손으로 뜨면
달이 먼저
잘 있느냐 손짓을 한다
 
 
<이선의 시 읽기>
 
  황해도 연백 출생인 함동선 시인은, 월남한 후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써 왔다. 『꽃이 있던 자리』『눈 감으면 보이는 어머니』『고향은 멀리서 생각하는 것』『짧은 세월 긴 이야기』등 그의 여러 편의 시집에는 ‘어머니’와 ‘그리운 고향’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분단의 서러움을 몸으로 겪은 그의 시들은 진정성과 한이 서려 있다.
  함동선의 시의 특징은 ‘분단의 아픔을 객관화된 서정성으로 표현하여 파장과 울림이 크다. 위의 시도 함동선 시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본 얼굴」은 제목이 객관화되어 있다. 1-3연 ‘물방앗간 이엉 사이로/ 이가 시려 오는/ 새벽 달빛’은 황해도 연백의 차가운 날씨와 ‘새벽 달빛’을 치환하여 그림처럼 서늘한 풍경을 그린다. 또한 화자의 마음도 그와 같이 서늘함이 시를 읽는 이에게 전달된다. ‘이가 시려 오는 새벽 달빛’은 거짓이지만, 정서는 참이기 때문에 객관화가 성립된다.
  「마지막 본 얼굴」은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의 시를 4연으로 구분하여 보았다.  <1-3행 배경, 4-13행 사건, 14-16행 선행사건 그 후, 17-20행 현재 심경>으로 내용중심으로 나누어 보자. 1연은 고아하고 조용하고 차가운 심미적 이미지로 화자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2연은 급박한 사건들이 위기감을 조성한다. 3연은 위기를 넘긴 뒤의 고단한 심경을 진정성 있게 그리고 있다. 4연은 현재의 그리움을 담고 있다. 어머니가 살아 있다면 평생 막내아들의 안위를 걱정했을 것이다. 그 말은 “잘 있느냐” 4음절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들이 어머니에게 묻고 싶은 말도 같을 것이다. 50년 세월 동안 모자가 함께 살았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과 대답이 있었을 것인가? 그 짧은 물음 밖에 할 수 없는 절대상황의 진정성이 아프게 전달된다.
  아직도 분단의 아픔은 계속되고, 서러움을 가슴에 묻고 사는 이들의 한이 달빛을 차갑게 식히고 있다. 함동선의 시련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아픈 체험이지만, 그 아픔이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리움과 고독은 시의 화두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절절한 화두는 ‘이별’이다. 이 시는 머리로 쓴 시가 아니라 몸으로 쓴 시다. 함동선의 시는 분단의 아픔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분류되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4 푸른 호랑이 이야기 / 이경림 2018-12-25 0 738
73 봄의 완성 / 정용화 2018-12-25 0 805
72 백치시인 / 이영식 2018-12-25 0 765
71 나와 나 / 김남조 2018-12-25 0 817
70 옛날 영화 제목 같은 / 이 승 하 2018-12-25 0 823
69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 정 호 승 2018-12-25 0 762
68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황 학 주 2018-12-25 0 790
67 시간은 / 김 규 화 2018-12-25 0 709
66 꽃들 / 김 명 인 2018-12-25 0 732
65 두꺼비 육아법 ​ ​​​ / 김 석 환 2018-12-25 0 745
64 번지 점프 / 김기덕 2018-12-25 0 761
63 은빛 멸치 / 우 애 자 2018-12-25 0 807
62 봄소식 / 최창순 2018-12-25 0 732
61 나무 속을 들여다보다 / 김필영 2018-12-25 0 785
60 白南準 2 / 양준호 2018-12-24 0 811
59 폐선(廢船) / 차윤옥 2018-12-24 0 816
58 곤드레 / 정연석 2018-12-24 0 846
57 일곱 겹의 입술 / 정지우鄭誌友 2018-12-24 0 770
56 물렁한 추억 / 정 연 덕 2018-12-24 0 818
55 골목 / 권혁수 2018-12-24 0 742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