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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너가 바로 나로구나 / 정대구
2018년 12월 25일 15시 32분  조회:907  추천:0  작성자: 강려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정대구
 
 
 
 저 예쁜 여인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수작을 걸며 오솔길을 걷고
있는 숫기 좋은 너가 바로 나로구나
 그날 저녁 노래방에 가서 밤새도록 수십 곡씩이나 목이 터져라 줄
기차게 불러대던 너가 바로 나로구나
 탱고면 탱고 왈츠면 왈츠 고전무용이면 고전무용 막춤이면 막춤
못추는 춤이 없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어느 회식 모임에 나가 품위 있게 음식을 들며 능란한 화술로 좌중
을 휘어잡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저것 좀 봐 또 저것 좀 봐 모두가 어울려 확 풀어져 거침없이 노는
데도 역시 멋진 너가 바로 나로구나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 돌아와도 마누라의 푸근한 품에 따듯이 안
기는 대접을 받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금 나에게는 없는 너 내가 부러워하는
너의 못난 짝퉁 나가 바로 나로구나
 
 
 
 
 
<이선의 시 읽기>
 
 
 
  정대구는 인간군상의 여러 행동패턴을 7연의 시로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왜곡된 성격유형들을 일곱 가지 행동유형으로 분류하여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는 ‘7연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논다’를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여 보자. 한 가지는 역설과 아이러니로 분류하여 ‘사회 고발시’와 ‘시인 고발시’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7연을 순기능적으로 해석하여, ‘논다’를 재조명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먼저 역기능적 측면인 ‘시인 고발시’적인 측면과 ‘사회 고발시’로서의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 연애질에 능한 사람
  둘째, 노래를 잘하며 신변잡기에 능한 사람
  셋째, 춤에 능한 사람
  넷째, 능란한 외교와 화술로 인기몰이를 하는 사람
  다섯째, 바닥까지 인품을 내려놓고 저질로 노는 사람
  여섯째, 밖에서 술과 향락으로 타락한 생활을 하는데, 아내는 모르거나 눈감아 주는 경우
  일곱째, 생각만 앞서고 행동은 못하는 짝퉁인생인 나
 
  사회적 왜곡 행동들이 아이러니 기법과 역설기법으로 나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변잡기와 외교적 재능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사회적 성공과 명예, 부, 지위를 얻는 방편으로 역할이 크다. 또한 ‘시의 본질과 원리’에는 집중하지 않고, 시단 정치나 자리에 연연하며 ‘시’보다는 ‘위치’에 능한 시인도 있다.
  심각하고, 정직하고, 정확한 사람은 진지하지 않거나 진정성이 없는 위와 같은 행위들을 싫어한다. 인격과 지식, 역사를 바꾸는 일도 아닌 신변잡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판단과 비판은 유보하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나 성공과 자리에 대한 부러움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옷을 벗겨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화법으로 재해석한다면 다음 말일 것.
 
  첫째, ‘시’라는 본업에는 집중하지 않고 ‘연애질’에 열 올리는 시인.
  둘째, ‘시’에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를 ‘노래방’에서 노는 일에 다 쓰는 시인.
  셋째, 모든 춤을 섭렵한 날라리과 분위기 메이커 시인 야유.
  넷째, 진정성이나 정신세계를 버리고, 허세와 인기몰이에 연연하는 시인.
  다섯째, 품위를 잃고, 완전 무장해제하여 저질로 노는 시인.
  여섯째, 밖에서는 술과 향락으로 살면서, 시치미 떼는 시인.
  일곱째, 타락할 용기도 없는, 생각만으로 행동하는 짝퉁 시인.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위의 일곱 가지 행동유형은 ‘순기능적 측면’을 가지며 레크리에이션 재창조적 기능이 있다. 신변잡기나 노래, 춤, 화술은 재능으로 인정받으며 능력으로 부각된다.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다. 
  시는 숨어서 쓰는 일기처럼 솔직한 고백록이다. 위의 시에서 고백하듯 그런 재능은 화자인 시인에게는 없다. 그 부분이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화자가 지금까지 거부한 행동유형들이 ‘나는 바보같이 놀지도 못하고 살았구나’ 라는 후회의 고백일 수도 있다. 뒤늦게 ‘놀이와 놀기’에 대한 강렬한 자극을 원할 수도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논다’를 ‘인간학’으로 접근하여 철학적 깨달음을 얻은 재해석 시로 해석하여 보자.
  역사는 클레오파트라와 로마병사와의 연애질에서 시작되었다. 여자의 미모와 사내의 힘의 대결구도다. 동서고금에 미인을 싫어하는 영웅은 없다. 억압된 것은 지나치면 언제라도 분출된다. 연령별로 ‘놀이’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사춘기’나 ‘사추기’에 왜곡으로 나타난다. ‘논다’는 명제는 그 만큼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며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한 뒤 늦바람을 피우는 것.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던 교수들이 중년이나 노년에 딸 같이 어린 여대생에게 성희롱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 검사나 판사가 늦게 술과 향락을 배우는 일. 최근 여고생에게 바바리맨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제주도 검사장. 제 때 놀지 못하여 병이 된 사회적 왜곡현상이다.  
  위의 왜곡된 ‘일곱 가지 행동유형’들은 사회적 성공 뒤에 허탈함을 메우기 위한 행동유형으로 해석된다. ‘부러움’이 지나쳐 부정적 ‘모방행동’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놀이’와 ‘예술’의 기능을 한 번에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시를 쓰며 놀기’이다. 시는 ‘상상력’이라는 그물을 가지고 있다. 그 ‘상상력’이라는 그물로 극대화된 무대를 흰 종이 위에 맘껏 펼쳐 놓는다. ‘상상력’은 예술성의 근원이다. ‘상상력’은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 우주공간을 지배한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재능이나 개성적인 성격이 부러운 경우가 있다. 내가 하기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행동들을 남은 잘도 하며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행동은 생각보다 우위에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 영화처럼 그려보는 상상일 뿐. 하고 싶지만 억압하고, 가지고 싶지만 갖지 못하고 억압된 것은 ‘술’과 ‘꿈’으로 획득되듯이.
 
  레크리에이션의 힘을 다시 회복하는 ‘순 기능적 측면’과 ‘논다’로 창조적 에너지를 허비하는 ‘역기능적 측면’이 위의 정대구의 시에는 함께 공존한다. 그것이 정대구 시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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