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그리운 곡선 / 최종천
2018년 12월 25일 20시 53분  조회:1252  추천:0  작성자: 강려
그리운 곡선
 
 최종천
 
곡선의 애무를 받고 싶을 땐
욕조의 물속으로 들어간다
아주 옛날에 물은
곡선을 느꼈다 그 기억 본능
녹이 슨 배관을 따라 흐르는 동안
놓아버리고 이제 나의 몸을 만나리라
“이것이 나의 곡선이에요”
나는 담겨진 물만큼이나 
곡선을 그리워했던 건 사실이다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섹스를 하고 싶다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나는 욕조에 담겨진 물에 대하여 말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욕조의 강요로 섹스를 한다
사랑이라는 강박관념에 갇힌 성을…
당연하게도 우리들 대다수는
성이 없는 사랑보다는,
사랑이 없는 성을 원한다! 그것은 옳은 일이다.
성이 사랑을 낳았다.
이제 본론을 말해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성은 유일한 實在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허구이다, 특히 예술을 핑계삼아
성을 수식하거나 상징화하지 말자.
오늘 나는 헤어진 그녀를 생각 하다가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운다.
느껴보고 싶었던 그녀의 곡선이 나를 휘감는다
우리는 헤어졌지만 사랑은 영원하다
“사랑” 은 관념이기에 형태가 없다
실재가 아니다 영원하다
실재하게 하고 싶었던 그녀와의 사랑, 이라는 관념
바다에까지 흘러넘치는 나의 형태. 나의 실재
나의 孤獨! 
 
* 2012년 제5회 오장환 문학상 수상 시집『고양이의 마술』(실천문학사, 2011) 중에서
 
 
 
 
이선의 시 읽기
 
 
최종천의 시는 단순한 모티브에서 출발하여 끝까지 치고 들어가 철학적 관념을 이끌어낸다. 단순한 사실과 사물과 사건에서 출발하여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최종천의 시는 힘이 있다. 어느 작품도 그의 색깔이 선명하며 작품성이 고르다. 시인의 성격처럼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솔직당당하다. 단정적이고 결론적이며 시적 논리가 강하다. 그의 시를 읽으면 선명하고 개운하다. 
  
그의 시는 삼단논법이다. 부드럽게, 말랑말랑하게 접근하여, 점층적으로 점점 강렬한 펀치를 날리며 강직하게 결론을 맺는다. 그것이 시적 힘으로 나타난다. 위의 시「그리운 곡선」도 1단계-4단계까지 점층적 ‘기승전결’ 구조를 갖고 있다. 
  
1단계 - 여체와 사랑과 섹스 이야기로 부드러운 도입부. 교사가 수업시작하기 전에 하는 1-2분 동안의 주의집중 학습과 같다. 사랑얘기로 한껏 분위기를 업시킨다. 2단계 - ‘사랑의 강박관념’을 얘기하며 슬슬 논조를 펴기 시작한다. 3단계 - 본론으로 들어가서 ‘주의주장’을 강렬하게 논문 발표하듯 전개한다. 시인지 논문인지 헷갈린다. 4단계- 결론. 제목과 도입부, 상황을 다시 언급.고 서정적 자아를 내세워 고백적 결론.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마감.
 
위의 시에서 각 단계를 대입해 살펴보자.
  
1단계(기) - 욕조안 풍경(1-12행)
2단계(승) - 사랑학 이론 펴기 시작(13-17행)
3단계(전) - 본론 ‘이제 본론을 말해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성은 유일한 實在이다.’(18-21행)
 
4단계(결) - 결에 해당.  ‘욕조 물/ 그녀의 곡선/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기억/ 이별/ 사랑의 관념과 철학 도출/ 나의 고독’ 을 시적 논리로 다시 정서환기함. 부드러운 서정적 자아로 마무리.(22행- 마지막행)  최종천은 실천적 노동과 실존적 행동주의자다. 어느 시에서 ‘말을 줄이라’고 강요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가 시에서 말하면 꼭 그것이 옳은 것 같다. 최종천의 힘이며 능력이다. 
 
위의 시에서도 시인은 단순한 행위인 ’욕조에서 목욕을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진지하게 ’사랑학 개론‘을 전개한다. ’육체냐, 정신이냐‘ 논쟁으로까지 끌어올린다. 사물과 사실에서 출발하여 관념과 철학으로 독자를 힘있게 끌고간다. 
   
인간에게 성은 유일한 實在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허구이다, 특히 예술을 핑계삼아 성을 수식하거나 상징화하지 말자. 최종천이 위의 시에서 하고 싶은 결론은 ‘성은 사랑이다’ ‘성은 육체다’ 고로 ‘사랑은 물질이다’는 관념적 철학을 얘기하고 싶은 거다. 또한 ‘사랑도 관념이다’는 논쟁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맺어버린다. 
 
그런데 묘한 것은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그의 어투에 낯익어 길들은 것처럼, 독자는 그에게 설득당한다. 그의 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시가 그 사람이라면 최종천의 시는 최종천 자신이다. 한 줄로 말을 끝내버리는 ‘어, 아니’ 툭 전화를 끊는 것처럼 그의 시는 선명하고 직선적이며, 결정적이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4 보르헤스를 읽는 밤 / 김지헌 2018-12-24 0 738
53 나무의 장례 /권순자 2018-12-24 0 806
52 인생 / 한연순 2018-12-24 0 859
51 하릴없이 / 이기와 2018-12-24 0 891
50 꽃밭에서 / 최은하 2018-12-24 0 818
49 역학 / 신세훈 2018-12-24 0 765
48 무슨 색깔이 나올까 / 조병무 2018-12-24 0 752
47 마지막 본 얼굴 /함동선 2018-12-24 0 791
46 가을의 노래 / 이수화 2018-12-24 0 871
45 쉿 /최지하 2018-12-24 0 626
44 입맞춤 / 권 혁 모 2018-12-24 0 864
43 새벽강 / 강정화 2018-12-24 0 794
42 별 닦는 나무 / 공광규 2018-12-24 0 801
41 인간학 개론 4. -말 ․ 말 ․ 말 /이오장 2018-12-24 0 837
40 君子三樂* / 우 원 호 2018-12-24 0 789
39 분꽃들 / 최서진 2018-12-24 0 778
38 페르시안 인체신경총 / 김백겸 2018-12-24 0 650
37 플라스티네이션 4 -조용한 증인 / 김해빈 2018-12-24 0 695
36 장자론壯者論 / 차영한 2018-12-24 0 822
35 무성의 입술 / 위상진 2018-12-24 0 72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