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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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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년 12월 26일 21시 20분  조회:1577  추천:0  작성자: 강려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같은 이야기
 
 
                                                             세자르 바예호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을 모르지요
여쟀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 데… 그러나 빛이
폐병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자학과 절망의 종착점에서 피어난 해탈의 시학
―하이퍼시 구조론을 중심으로
 
이 선(시인)
 
 
1. 서론
세자르 바예호Ce'sar Vallejo(1892-1938)의 시 세계는 내용면에서는 <자학과 절망의 종착점에서 피어난 해탈의 시학>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시의 표현구조는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하이퍼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자르 바예호는 현대 초현실주의 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시는 모더니즘 시와 초현실주의 시로 문예사조를 갈라놓는다. 바예호의 시가 현대 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하이퍼시>의 어떤 조건을 내포하고 있는지, 하이퍼시의 구조론에 입각하여 작품을 분석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시의 형식인 외형을 살펴보자. 본 논문 2장에서는 표현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하이퍼시의 기본요소인 ‘링크- 리좀 - 무의미 시- 환타지 영상시(이미지의 결합)-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 ’에 초점을 맞추어 시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둘째, 시의 내용을 중심으로 3장과 4장에서‘자학과 절망- 해탈의 시학’으로 분류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자학과 절망을‘해탈의 시학’으로 승화시켜 독자를 매료시킨 바예호의 하이퍼시의 특징을 분석하는 일은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필자가 바예호의 시를 하이퍼시 구조로 분류하는 것은 학계 최초의 학문적 고찰임을 밝혀 둔다.
 
2. 하이퍼시
하이퍼시는 ‘링크’와 ‘리좀’기능이 시의 단절과 결합, 연결을 실행하고 있다. 모든 행과 연은 제목과 소통되지만, 종속적이지 않다. 독립적이며 자립적이다.
필자는 바예호의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인‘하이퍼시’구조를 <링크- 리좀- 환타지 영상시- 무의미 시-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으로 명명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링크
링크(link)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하이퍼시의 링크 기능은, 각 행과 연의 자립성과 독립성을 실현한다. 하이퍼시의 링크 기능이 바예호의 시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연과 연의 이질적 결합’‘제목과 내용’이 분리된다. ‘링크’의 기능은 ‘연결’이다. 그러나 내용이 제목에 제한을 받거나 구속받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 다른 내용’이가능하다. 각 연은 독립적이며 자립적이다.
위의 시 1-7연의 각 연들은 제목 「같은 이야기」와 연결되어 링크된다. 그러나 이미지들은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 제목과 독립적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이미지 덩어리들의 합성이다. 그 이미지들은 ‘낯설게하기’를 실현하며, 새로운 감각적 미의식을 시에 준다.
1-7연의 각행은 자립적이며 독립적이다. 각 행들은 앞문장을 뒷문장이 지배하지 않는다. 각행도 ‘이질적 단어와 단어의 합성으로 각 행은 독립적이다. 단어, 행, 연은 삭제와 삽입을 하여도 시의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자립적이다. 아래 3연과 5연의 시를 살펴보자.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3연)//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5연)//
 
위의 시「같은 이야기」 3연과 5연은 제목과 링크되어 연결된다. 그러나 1, 2, 4연과 6, 7연을 모두 빼거나 넣어도 시의 구조가 유지된다. 그 이유는 각 연들이 링크되나, 각 연들은 독립적이며 자립적이기 때문이다. 링크 기능은 ‘낯설게하기’를 실현한다.
2) 리좀
리좀(Rhyzome)은 그물망처럼 얽혀, 확장되는 기능이다. 리좀은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시에 제공한다. 리좀은 확산적 기능이다.
리좀은‘이질성, 다양성, 무의미적 단절’을 실현하는 하이퍼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이퍼시의 리좀 기능은‘중첩 이미지’로 실현된다. ‘리좀’의 기능은 거미줄처럼, 그물망처럼 러너로 퍼져나가 확산적 기능을 한다. 다음 시 「삶의 발견」일부를 읽어보자.
한번도, 지금 아니고는 한 번도 삶이 없었습니다. 한 번도 지금 아니고는 한 번도 사람이 지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한 번도 지금 아니고는 한번도 집이나, 거리, 대기, 수평선이 있은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친구 빼리에가 오면 난 그 사람을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우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사실 내가 언제 내 친구 빼리에를 알았던 걸까요? 오늘 처음 우리가 아는 날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 친구에게 가라고, 가서 다시 돌아오라고, 그리고 나를 보러 들어오라고 말할 것입니다. 나를 한번도 본 일이 없는 것처럼, 말하자면 처음처럼. 우리가 산 세월은 얼마나 짧은 겁니까! 내가 태어난 것은 갓 지금입니다. 내 나이를 셀 단위가 없습니다. 지금 금방 태어났거든요! 아직 삶을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여러분, 나는 지금 너무 작아서 하루가 내 안에 들어오지도 못했어요.
됐어요! 삶이 시방 나의 모든 죽음을 정통으로 꿰뚫었습니다.
―「삶의 발견」3, 5,7연
 
「삶의 발견」은 리좀 기능을 활용한 하이퍼시다. 한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를 자꾸 덧붙인다. 각각의 다른 단상과 의견을 계속 끼워 넣는다. 삽입하고 점점 부풀려져서 한권의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생성된다. 리좀 기능을 사용하여 그물망처럼 여러 이야기를 촘촘하게 실로 짜놓은 듯 구성하고 있다. 리좀은 구성력이며 내용과 표현을 결정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무의식적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자동기술기법’으로 쓰고 있다. 요즈음 현대 시인들이 막 시작한 시창작 기법을 바예호는 백년 전에 이미 실험한 것이다.
리좀은 나뭇가지가 각각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과 같다. 시의 기둥에 뿌리가 내리고, 시의 기둥에서 가지가 뻗어나간다. 그 가지에서 줄기가 나온다. 잎이 피고, 꽃이 핀다. 허공엔 새가 날아다니고, 비가 오고, 나비가 와서 앉는다. 구름이 흘러가다 발을 멈추고 머물기도 한다. 바람이 열매를 떨어뜨리기도 할 것이다.
 
3) 무의미 시
하이퍼시의 ‘무의미 시’는‘열린 문장’이다. 시의 내용을 한정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 독자에게 지시적이거나 명령적이지 않다. 무의미 시는 불확정적이며 무제한적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아래 시에서 하이퍼시의 ‘무의미 시’의 요소를 살펴보자.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위의 밑줄 친 4연 3-5행을 눈여겨 살펴보자.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라는 표현은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표현이다. ‘초현실주의 하이퍼시’는 굳이 의미적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무의미 시’라고 보면 된다.
굳이 해석하려는 독자나 평자가 있다면, 1월에 어떤 단어를 대입하여도 제한받지 않는다. ‘나무, 장미, 도자기, 애인’ 어떤 다른 단어로도 치환이 가능하다. ‘현재와 미래, 과거’라는 시제를 넣어도 시가 성립된다. ‘무의미 시’는 하이퍼시의 특징이다. 어떤 행과 연을 삭제하거나 삽입할 수 있다.
 
4) 환타지 영상시― 이미지의 결합
하이퍼시는 ‘환타지 기법’과 ‘영상 기법’을 결합하고 있다. 현대인은 ‘환타지’한 영상과학의 시대, 빛의 파노라마 세계에 살고 있다. 바예호의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비디오쇼와 빛의 쇼가 합성되는 광전자 시대다. 멀티비젼은 초현실주의의 특징이다. TV도 한 화면에서 여러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각각의 다른 요소와 단위의 덩어리들이 합하여 개별적, 선별적 전체를 만든다. 다음 「한 사내가 빵을 어깨에 메고…」전문을 소개한다.
한 사내가 빵을 어깨에 메고 간다 좀 있다가 나의 조정에 대해 시를 써볼까? 다른 사내가 앉아 긁는다. 겨드랑이에서 이를 꺼내 죽인다. 무슨 용기로 정신분석학에 대해 말하지? 다른 사내가 손에 몽둥이를 들고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의사한테 소크라테스에 대해 말해볼까? 절뚝발이가 한 어린애의 팔에 의지해 간다 나중에 앙드레 브르통 책을 읽을까? 다른 사내가 추워서 떨고, 기침하더니 피를 뱉는다. 심오한 '나'라는 존재를 결코 암시할 수 없는 걸까? 다른 사내가 진흙탕에서 뼈다귀와 과일껍질을 뒤진다. 그 다음에 영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쓰지?
 
 
샤갈의 그림처럼 바예호의 시는 이미지의 작은 알갱이들이 결합하여 이미지 덩어리를 만든다. 과거와 미래가 현재라는 한 화폭 위에 낯선 이미지 덩어리로 펼쳐져 있다. 그 낯선 이미지들은 환타지 영상을 만든다.
위의 시는 새로운 형식의 시다. 각 연마다 끝행에 물음표를 넣고 있다. 평서문과 의문문이 첫연부터 끝연까지 똑같은 형식으로 반복된다. 어긋나는 낯선 질문은 낯선 이미지다. 그 질문이 시에 극적 상황을 만든다. 초현실주의 기법의 하이퍼시다. 동문서답, 선문답 같은 질문과 대답이다. 그러나 그 질문은 작가의 마음속에 늘 자리잡고 있던, 진정성을 가진 의문이다.
새로운 시창작 기법은 환타지하다. 대답과 질문을 반복하고 있지만, 반어적으로 하고 있다. 역설적이다. 남자 앞에 나타난 새 여자처럼.
위의 시는 마지막 연, 끝행부터 거꾸로 서술하여도 시가 된다. 무의미적 나열형식의 시다. 바예호는 시는 표현주의를 추구하며, 언농일 뿐이라는 것, 심각한 물음도 심각하게 풀지 않고 가볍게 터치하듯, 음악적으로 ‘보여주기’ 하고 있다. 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기라는 작가 나름의 메시지다. 실험정신으로 쓴 하이퍼시다.
 
위의 시는 필자의 시 「소금꽃을 꺾다」와 하이퍼시 시창작 기법이 비슷하여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래에 필자의 졸필, 시문학 문예지에 발표된 논문을 소개한다.
필자는 지난주 전에는(2017년 9월 28일, 오후 5시- 국회 시낭송회 날) 단연코 바예호의 시를 만난 적이 없다. 어느 지방 국회의원이 바예호 시인의 「같은 이야기」를 낭송하는 것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 몇 명의 시인들에게 다음날부터 전화로 「같은 이야기」를 낭송해 주며, 서러움에 함께 숨죽여 울었다.
그의 매력의 빠져서, 17편의 시를 타자를 쳤다. 갑자기 바예호 시인으로 인하여 필자는 페루에 대하여 급 호감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페루의 자연, 페루의 기후, 페루의 역사, 페루의 전통의상, 페루의 음식, 아 잉카문명… 아즈텍 문명> 이제 페루는 당장 알고 싶고, 여행가고 싶은 나라 1순위가 되었다. 단지 바예호를 더 이해하기 위하여.
 
아래 필자의 졸시「소금꽃을 꺾다」전문을 소개한다.
 
   모래고양이 발톱과 사막의 낙타 발자국은 푸른색인가요, 신이여
그래, 새끼낙타를 삼켜버린 밤도 푸른색이지
 어미낙타 눈동자가 점점 줄무늬하이애나를 닮아가요
 괜찮아 곧 나이를 먹을 테니까,
 뱀의 푸른 눈이 살아 있어요
  그래 파푸아뉴기니로 날아가는 8천 피트 상공에서도 살아 있더구나
  모래고양이가 파 놓은 토굴에 숨어
  새끼를 낳는 도마뱀 빨간 엉덩이를 보았지?
  오늘을 부정하면서, 벌써 내일을 초대한 거니?
  이 거리에서 입양에 대하여 말하는 건 금기어예요
  그 아이들은 곧 자기의 성이나 이름을 버리게 될 거다
  11세 초등학생이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어요
   신이여, 날기를 거부한 새가 새벽 공원에는 많아요
  밤새 도둑고양이를 피해 잠을 설쳤나보다
  그래 삭제할 게 많은 서울거리는 참 부지런하구나
  경계경보를 울릴까요, 지금?
 땅! 총을 쏘기 전에 선을 넘으면 아웃이라고
  필자의 졸시는 하이퍼시의 몽타주‘환타지 영상시’기법을 장치한 시다. 현대문명 속의 부조리한 상황을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였다. 젝슨 플록의 페인팅 기법처럼, 한 공간에 마구‘불안’한 현재를 뭉쳐서 던진다.
 위의 시는 ‘신’과 ‘인간’의 ‘질문과 대답’ 형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하이퍼시는 상투어와 일상적 문장을 거부한다. 그 대화는 혼돈스럽고, 낯설며, 단절적이다. 미성숙한 초등학생이 낳은 아기는 곧 외국으로 입양되어‘알렉스’나‘미미’로 자랄 것이다.
위의 시는 제목에서 ‘낯설게하기’를 실현하고 있다. ‘소금’은 잎도 줄기도 없는 몸통만 있는 사물이다. ‘소금’과 ‘꽃’을 합성한 ‘소금꽃’도 꽃만 있지 줄기나 뿌리가 없다. 꽃받침도 없다. ‘소금꽃을 꺾다’라고 행위를 강조한 제목에 주목하여 보자. 제목이 아이러닉하며 역설적이다. 소금꽃은 꺾을 그‘무엇’이 없다. 
필자는 환타지 기법의 환경고발, 사회고발 부조리 시를 여러 편 발표하였다. 하이퍼시는 철학과 사유가 없는 말장난 시라는 비난을 극복하려 한 시도다. <낙타- 파푸아뉴기니 상공의 뱀- 모래고양이- 도마뱀- 화장실에서 낳은 아기- 도둑고양이와 공원>까지 시의 중심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적으로 이동한다. 필자가 백년 뒤 한국에서 죽은 페루 시인 바예호에게 순간이동하여 만나듯이. 환타지 영상시는 장면이동이 가능한 한편의 시극이다. 환타지 드라마다.
5) 상상력의 공간이동, 상상력의 시간이동
바예호의 시에, 젊은이와 시인들이 탐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지금 시대에 딱 맞는 표현, 딱 맞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바예호의 시는 SNS가 친구인 시대, 단절의 시대, 고독의 시대에 적화된 시다. 쇼셜미디어적 감각이 있다.
바예호의 시는 방안에 앉아서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공간에서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상상력의 공간이동’을 하는 시대에 알맞은 하이퍼시다.
모든 시는 거의 다 현재형으로 쓰고 있지만, 내용은 과거인 경우가 많다.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시에 현장감과 실감을 주기 위해서다.
다음 시 5연에서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위의 5연의 시의 중심어는 <캄캄한 관--> 나의 시 --> 사막의 스핑크스 --> 해묵은 바람 --> 울음>이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을 시에 적용하였다. 그 기능은 시의 깊이와 감각적 미의식을 더하고 있다. 정적이며 한정적인 시의 답답함을 해소해 준다. 시에 운동감을 준다.‘상상력의 공간이동- 상상력의 시간이동’은 ‘초현실주의적 하이퍼시’를 창조하였다.
 
3. 자학과 절망
본 논문 2장에서는 ‘초현실주의 하이퍼시’의 표현기법을 위주로 하이퍼시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본 논문 3장과 4장은 시의 내용 측면에서 시를 분석하여 보고자 한다.
위에 제시한 시작품 「같은 이야기」 를 살펴보자.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1, 2, 4, 7연)
위의 시‘1, 2, 4, 7연’을 살펴보자. 화자인 시인은 자신의 탄생을 아파한다. 신이 아픈 날 만든 미완성 제품이라고 자학한다. 4연에서는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라며 거듭 항변한다.
신이 아픈 날 만든‘나’는 모든‘인간’을 대표한다. 신이 아픈 날 제조된 인간이라는 제품은 불완전하고 조악스러울 것. 그 모양새나 쓰임새도 미숙하며, 고장이 잦고 어설플 것. 이미 슬픔과 불행이 예견된 현재다.
다음 시 「아가페」일부를 살펴보자.
 
그 누구도 오늘 나에게 물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이 오후에 그 아무것도 내게 청하지 않았습니다.(1연)// 찬란한 빛의 행렬 아래에서/ 단 한 송이 묘지의 꽃마저 보지 못했습니다./ 주님!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음을 용서해주세요.(2연)// 그 아무도 오늘 제게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오후에 나는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습니다.(7연)//
 
위의 시는 죽음과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한 하루는 죽은 하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과 삶이 딱 붙어서 같이 살고 있다.
그는 가난과 병마, 11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어머니와 형이 일찍 사망하여 전 생애 동안, 분리불안을 겪었다. 러시아, 영국, 파리 등 해외로 떠돈 이유도 정체성의 상실감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는 자학과 절망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음 시는 「하얀 돌 위에 검은 돌」전문이다.
소나기 오는 날 난 파리에서 죽으리, 그 어느날에 대한 기억이 내겐 벌써 생생하다. 난 파리에서 죽으리-아직 바쁘진 않지만- 어쩌면 어느 가을, 목요일, 오늘같은. 목요일일 것, 왜냐하면 오늘, 목요일, 지금 이 시들을 산문으로 베끼고 있는 순간, 내 상박골이 쑤시기 시작하고, 한번도 오늘같이, 이 많은 길을 걸어오며, 정말 혼자라는 생각을 다시 한 일 없다. 세자르 바예호가 죽었다, 그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모두들, 그는 아무에게 아무 짓도 안 하는데; 그를 몽둥이로 거세게 때렸다, 거세게 또한 밧줄로; 이 목요일들 그리고 고독과 비의 길들......
 
1936년에 발표한 「하얀 돌 위에 검은 돌」의‘소나기 오는 날 난 파리에서 죽으리(1연 1행 참조)’라는 예언처럼. 2년 뒤인 1938년 ‘세자르 바예호가 죽었다’(같은 시 3연 1행 참조). 정말 ‘파리’에서.
형이상학적 이상주의자인 바예호는 마르크시즘에 심취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시를 발표하다가 1919년 첫 시집 「검은 전령」을 발표했다. 1920년 방화범으로 몰려 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1922년 그의 두 번째 시집 「트릴세」를 발간했다.
바예호의 시는 자학과 절망, 추락의 종착점을 향하여 점프한다. 시는 정신이 아픈 거다. 시를 쓰는 정신의 도구인 시인도 영혼이 아프다. 그렇다, 세자르 바예호는 한 몸에 두 개의 모순된 피를 가지고 태어났다. 인디오와 메스티소의 혼혈아로 태어나, 평생 한 몸에 두 문명의 DNA가 갈등한다. 억압된 불안과 절망은 그의 시를 예민하고, 깊고, 강하게 했다.
4. 해탈의 시학
본 장은 시의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의 기능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배설’ 즉 ‘카타르시스’라고 하였다. 시인의 ‘나르시시즘’과 ‘감상주의’는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세자르 바예호의 시는 반전이 있다. 죽음과 절망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독자에게 미치는 결과는 시원한‘해탈의 미학’과 카타르시스다. 필자가 본 논문에서 바예호의 시적 논제를‘자학과 절망의 종착점에서 피어난 해탈의 시학’이라 명명한 이유다. 아래 시행을 살펴보자.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2연 1-2행)’/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4연 4-6행)’
 
‘모두들 아는 데… 그러나 빛이/ 폐병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6연)
 
위의 시 6연은 빛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빛의 상징은 밝음, 선함, 신을 지칭한다. 빛은 사물인 빛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의 빛을 중의적으로 함의하고 있다. ‘아픈 신’의 부연 설명이다.
인디오의 후예인 바예호가 섬기는 페루의 신은 ‘태양신’이다. 지금 그 태양신이 아프다. ‘폐병환자, 곱사등이’로 묘사되어 있다. 외세침략과 전란, 이데올로기의 혼란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겪은 페루. 황금이 많다고 소문나서 에스파냐의 침략을 받은 페루. 과연 폐병쟁이, 곱사등이 신은 페루를 구원할 수 있을까? 바예호의 고독을 구원해 줄까? 신의 역할은 남의 일에 관여하여 구해주는 해결사다. 프롤레타리아였던 바예호는 신을 부정한다.
그의 시는 선과 악의 개념이 모호하다. 빛은 선이며, 어둠은 악이라는 원시적 개념을 부정한다. 위의 시는 ‘빛은 통통’하고, 어둠은 ‘비실거린다’는 발상을 버렸다. 빛이 상징하는 ‘상승 이미지’를 ‘하강이미지’로 바꾸었다. 어둠과 ‘악’을 오히려 통통한 상승이미지로 격상시켰다.
 
다음 시를 읽어보자.
 
지금 나는 이유 없이 아픕니다. 나의 아픔은 너무나 깊은 것이어서 원인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그 원인이 되다 그만둔 그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요? 아무것도 그 원인이 아닙니다만 어느 것도 원인이 아닌 것 또한 없습니다. 왜 이 아픔은 저절로 생겨난 걸까요? 내 아픔은 북녘바람의 것이며 동시에 남녘바람의 것이기도 합니다. 마치 이상야릇한 새들이 바람을 품어 낳는 중성의 알이라고나 할까요? 내 연인이 죽었다 해도, 이 아픔은 똑같을 것입니다. 목을 잘랐다 해도 역시 똑같은 아픔을 느꼈을 것입니다. 삶이 다른 형태로 진행되었다 해도, 역시 이 아픔은 똑같았을 것입니다. 오늘 나는 위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저 단지 괴로울 따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필연적으로 아버지나 아들이 되어야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의 이 고통은 아버지도 아들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밤이 되기에는 등이 부족하고, 새벽이 되기에는 가슴이 남아돕니다. 그리고, 어두운 방에 두면 빛나지 않을 것이고, 밝은 방에 두면 그림자가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지간에 오늘 나는 괴롭습니다. 오늘은 그저 괴로울 뿐입니다.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2연, 4연
 
가을비 내리는 날 바예호의 시를 읽어보라, 그 시의 울림이 깊게 아프다. 그의 시는 너무 아파서 아름답다. 당신의 심연에서 피어난 꽃처럼, 시의 구절들이 내 안에 침잠한다. 내 몸처럼.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는 반어적이다. 아이러니하다. 제목이 「절망에 대하여 말씀드리지요」라고 들린다. 그러나 깊이 음미하여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깊은 사유와 철학의 힘이다. 작가는 존재론적 고독을 직관으로 깨우친 것이다. 슬픔에 탐닉하다보면, 슬픔을 모두 쏟아내어 울어보라, 정신과 몸이 맑아진다. 눈물은 카타르시스다. 슬픈 시도 슬픈 영화나 슬픈 노래처럼 정화작용을 한다.
‘3포 시대’의 한국 젊은이들과 감성이 예민한 시인집단이 바예호의 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망의 나락의 정점을 찍으면 집착을 버리게 된다. 승려가 느끼는 해탈의 경지다. 바예호의 시는‘절망과 추락의 종착점에서 피어나는 해탈의 시학’이다. 슬픔의 미학, 절망의 미학이 주는 카타르시스다. 집착을 버리면 영적, 정서적, 육적 평안을 얻는다. 완전한 자유다. 바예호의 시가 보여주는 새 패러다임이다.
 
다음 시를 읽어보자.
 
문이란 문은 모두 두드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안부를 묻고 싶다, 그리고
소리없이 울고 있는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고
모두에게 갓 구운 빵 조각을 주고 싶다.
한 줄기 강력한 빛이
십자가에 박힌 못을 빼내어
거룩한 두 손이
부자들이 포도밭에서 먹을 것을 꺼내오면 좋으련만
 
이 차가운 시간, 땅이
인간의 먼지로 변하는 서글픈 시간,
문이란 문은 모두 두드려,
누구에게든 용서를 빌고 싶다.
―「일용할 양식」1, 4연
 
바예호의 시는 위의 「일용할 양식」처럼, 갓 구은 빵 같은 시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손바닥이다. 누구에게든 용서를 빌고 싶은 손이다.
내가 당신에게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그의 시는 구원과 해탈이다.
5. 결론
세자르 바예호의 시는 링크와 링크, 리좀으로 이루어진 ‘하이퍼시’다.‘환타지 영상시’는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하며 시에 운동감을 준다. 그의 시는 단절과 단절 사이, 질문이 있다. 반전과 반전 사이, 역설적 질문은 독자에게 황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세자르 바예호의 삶과 시는 드라마틱한 ‘극적 갈등구조’를 지니고 있다. 패망한 고대 잉카문명처럼, 마추픽추 돌담 언덕처럼. 그의 시는 가파르게 질주하며 점프한다. 슬픔을 녹여내어 해탈의 시학을 완성하고 있다.
황금에 눈이 먼 스페인에 학살당한 인디오―제1차 세계대전― 국경분쟁―내전―가난―이데올로기 전쟁- 페루의 역사와 함께 바예호 시인은 동시대적 고난을 아파 한다. 바예호는 시의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방화범으로 몰리며 외국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다 타국에서 죽는다. 그러나 그는 처절하게 열정을 가지고 시를 썼다. 그의 초현실주의 문학은, 남미 라틴문학을 세계화시켰다.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바예호의 시를, 한국의 하이퍼 시인인 필자가 <하이퍼시>로 분류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예사조에 올려놓고자 한다. 시문학을 중심으로 문덕수, 오남구, 심상운, 김규화 등 하이퍼시 동인들이 출범시킨 하이퍼시는, 현재 40 여명의 하이퍼시 동인들이 매년 시집을 내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하이퍼 시인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하이퍼시는 현재 평론가와 시인들의 조명을 받고 있다. 앞으로 평론가들이 서로 논쟁하며, 시창작 기법을 연구할 것이다. 정반합의 원리에 의하여, 하이퍼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로 문예사조에 족적을 남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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