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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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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심상운 시론

나의 시 나의 방법-자작시 해설/심상운
2019년 03월 01일 18시 46분  조회:213  추천:0  작성자: 강려
 나의 시 나의 방법-자작시 해설 / 심상운
 
 
  시의 언어는 고정관념과의 싸움에서 획득한 뜨겁고도 선연鮮姸한 빛깔의 언어이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감각과 생명을 얻은 시가 탄생한다. 이제까지 우리들에게 기억되는 좋은 시들은 모두 이러한 언어로 표현된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시대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이나 1930년대 미당 서정주의 <화사花蛇> 등을 읽어보면 그 언어의 싱싱한 기운이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은 바로 그 시에 담긴 시어가 뿜어내는 힘이 시대를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를 쓸 때 내가 제일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신선한 감각의 시어다. 
  
  “시의 표현은 언어를 수단으로 하여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소박한 생각도 시어의 신선한 감각과 생명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시인이면 누구나 하게 되는 정통적인 시의 일반론一般論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일반론이 안고 있는 방법론은 조금만 깊이 들어가서 방향을 바꾸면 “비대상非對象, 무의미無意味, 탈관념脫觀念, 초현실超現實” 등 여러 가지 현대적 기법들과 만나게 되는데, 이 기법들은 일상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시적 피안彼岸을 보여준다. 시작과정에서 그것들의 깊이를 헤아리고 응용하는 것은 시인의 정신과 시를 젊게 하는 일이 된다. 그러나 어떤 방법에 들어가든 그 중심中心에 자리잡고 있는 샤먼의 우주목宇宙木 같은 시인의 개성적인 시어가 좋은 시를 탄생시키는 근본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많은 시인들이 그러했듯이 언어와 관념을 안고 뒹굴며 밤잠을 설치는 운명을 감수甘受하는 것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들리게 하는 것으로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시작과정에서 시의 이미지image를 중시하였다.  이미지는 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의 의미를 싱싱하게 지속시켜주는 힘을 발휘하고, 이미지는 그 자체가 언어의 투명한 보석이 되어 자율적自律的인 독립된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언어의 한계를 스스로 돌파하고 무한히 넓혀준다. 그런데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나에게 고민이 되는 것은 이미지의 객관성과 주관적인 정서의 적절한 조화調和와 현실의 문제였다. 아무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영혼, 생명, 그리움, 신적神的인 존재 등 ―을 중시하여도 현실의 문제들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는 안 되는, 시인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현실의 문제들도 문제의 원형原形속으로 들어가서 이미지화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였다. 현실문제에 대한 시들은 첫 시집 「고향산천故鄕山川」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는 또 시각적視覺的인 이미지와 함께 들리지 않는 소리를 시속에 담아보려고 시도하였다. 이 소리는 시속에서 의미를 감각화感覺化 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시의 리듬을 돋구어주고 신명을 불러들이는 구실을 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세 편의 시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서 두 번째 시집「당신 또는 파란 풀잎」에서 골라 본 것이다. 
   
아직 개발開發되지 않은 
컴컴하고 습한 지역을 아시나요 
 
눈 내리는 날 우리 그곳으로 가요 
그곳에는 아직도 
고생대古生代의 신神들이 살고 있어 
이렇게 눈 내리는 날 저녁엔 
흰 수염 달린 떡갈나무가지 사이에 집을 짓고 
웅웅 벌떼처럼 날아다니며 
소리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인가人家와는 멀리 떨어져 
마을의 길은 이미 끊어지고 
컴컴하고 습한 진흙 벌만 계속되는 
미개발의 그 곳은 
하얗게 눈 내리는 겨울 저녁이면 
자연의 거대한 사원寺院 
 
하얀 잡목 넝쿨 사이사이 
얼굴 비비며 히히덕 히히덕 너풀춤 추는 
젊은 신神들의 환한 노래 소리가 들려요 
        
-------- <흰 수염 달린 떡갈나무 숲- 신神들의 마을> 전문 
 
 이 시의 제목을 처음에는 “신神들의 마을”이라고 했는데 너무 직선적인 것 같아서 <흰 수염 달린 떡갈나무 숲- 신神들의 마을>이라고 고쳤다. 그리고 시 전체의 이미지는 흰 색과 검은 색을 대조시켜 시의 그림이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하였다. 
 
 나는 이 시에서 생명의 고향이 어디에 있는가를 독자들에게 환기시키면서 개발開發이라는 인위人爲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컴컴한 잡목림雜木林속에서 벌어지는 생명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환희를 동적動的인 이미지로 그려보려고 하였다. <고생대古生代의 신神들이 살고 있어/이렇게 눈 내리는 날 저녁엔/흰 수염 달린 떡갈나무가지 사이에 집을 짓고/웅웅 벌떼처럼 날아다니며/소리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하얀 잡목 넝쿨 사이사이/얼굴 비비며 히히덕 히히덕 너풀춤 추는/젊은 신들의 환한 노래 소리가 들려요>라고 시의 앞뒤에 시청각視聽覺이 서로 한 데 어울린 동적인 이미지를 넣은 것은 생명의 움직임과 환희의 감정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그려보려는 의도였다. 
 
 이 시는 단순한 환경문제에 관한 시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생명이 지향하는 근원적인 삶의 모양을 환상적幻想的인 언어의 그림으로 그려보려고 하였다. 윤강원尹江遠 시인은 이 시에 대해 월평月評에서 <성스러운 것, 활달하고 자유로운 것. 평화스러우면서도 원형적原形的 생명감이 충만한 것에 대한 열망이 일종의 복귀의지의 꿈으로 나타나 있음을 보게 된다.>고 하였다. 그는 이 시를 깊이 이해하고 시에 담긴 의미를 높은 정신세계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나는 이 시에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원형적 생명의 기운을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변형시키기 위해 신神을 등장 시켰다. 이 신은 생명의 원형을 은유적隱喩的으로 표현한 것이다. 독자들은 원시적인 에니미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시류성時流性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의미와 미감美感을 가진 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각적인 이미지에 중점을 둔 시로 또 <수부水夫의  꿈>과 <벼랑 위의 꽃>을 들 수 있다. 
 
나는 언제나 
검은 꿈의 바다를 
떠도는 수부水夫 
한밤중 달의 은사시빛 
밧줄이 부서진 내 배의 
동체를 끌고 간다. 
나는 저 북해北海의 
빙산氷山 곁으로 가고 싶다. 
그것이 항해의 끝이 되어도 
설령 내가 영혼만으로 
떠돈다 할지라도 
사시사철 하얀 풀잎으로 덮인 
지구地球의 지붕 
나는 얼마나 황홀한 빛의 
침대 위에 누워 있을 것인가. 
그 곳에는 악惡도 선善도, 
오직 순수한 신神들의 소리만 살아 
고생대古生代의 바다가 아직도 파도 친다. 
아아, 나의 첫 항해는 
여기서 시작된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차디찬 꿈의 
빙산氷山을 지나 더 멀고 먼 
푸른 바다로 떠나가야 한다. 
내 시간時間의 바닥이 
환히 보이는 해변 
그 모래밭까지 
--<수부水夫의 꿈>전문 
 
 앞의 시 <흰 수염 달린 떡갈나무 숲- 신神들의 마을>이 외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데 반해 <수부水夫의 꿈>은 시인의 내면의식을 시각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시다. 두 편의 시에 공통점이 있다면 생명의 원적지原籍地를 찾는 의식의 흐름이다. 나는 이 시에서 내 존재의 고향을 찾아 항해하는 수부水夫가 되었다. "북해北海의 빙산氷山, 사시사철 하얀 풀잎으로 덮인 지구地球의 지붕, 황홀한 빛의 침대, 고생대古生代의 바다, 내 시간時間의 바닥이 환히 보이는 해변" 등은 내 의식을 객관화하여 드러내기 위한 은유의 언어이고 상상想像 속의 그림이다. 나는 불교의 선禪이 지향하는 세계를 아직 체험하지 못했지만 그 세계는 선善과 악惡, 죽음과 무無의 세계를 넘어선 푸른 바다와 같은 생명의 세계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최진연崔進淵 시인은 이 시의 앞부분 <나는 언제나/검은 꿈의 바다를/떠도는 수부水夫>를 인용하여 "검은 꿈의 바다"를 불교에서 말하는 고해苦海로 해석하고, “<시간의 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해변/그 모래밭>은 불자로서 그가 도달하기를 꿈꾸는 정토淨土라는 관념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이다.”라고 이 시의 내용을 불교의 구도 행위로 풀이하고 있다. 나는 그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어떤 고정된 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에서 <검은 꿈>의 의미를 절망적인 상황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꿈이든 꿈속에는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관념적觀念的이고 사색적思索的인 내용이 중심이 되는 시다. 나는 벽돌같이 딱딱한 관념을 부드럽고 신선한 상상의 언어로 포장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어는 관념어를 배제하고 구상어具象語를 사용했으며, 객관적인 이미지와 주관적인 정서를 조화시켜 독자들에게 친근감과 시적인 감흥感興을 주기 위해서 "나"를 시의 화자로 삼아 독백조獨白調의 어조로 시를 구성하였다. 
      
 
높은 산 벼랑 위 바위틈에 피어 있는 
속살까지 빨간 꽃들을 아시는가 
 
우리들이 산을 오르다 
잠시 바위 위에 앉아 땀을 들일 때 
그 꽃들 만나고 가는 바람이 
우리들 머리나 가슴을 향기롭게 스치고 지나가고 
그 때마다 하늘은 유난히 파란 가슴을 드러내곤 하였지 
 
높은 산 까마득한 벼랑 위 
바위틈에 뿌릴 박고 피어 있는 꽃 
 
햇볕 따뜻한 날이면 
누군가 그 꽃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있을 거 같다 
이 세상과는 영영 이별을 해버린 모습으로 
한평생 찾아 헤매던 사랑을 찾은 듯한 모습으로 
속살까지도 빨간 꽃 옆에서 파란 하늘을 이불 삼아 
그 곳이 먼 옛날 떠나온 제집인 양 누워 있을 거 같다 
----<벼랑 위의 꽃> 전문  
 
 이 시는 어느 봄날 산행 중에 떠오른 순간적인 생각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갈무리한 시다. 높은 산 벼랑 위 바위틈에 피어 있는 속살까지 빨간 꽃은 실제의 꽃도 될 수 있지만 상상 속의 꽃으로도 확대된다. 저 신라시대 수로부인水路夫人을 유혹했던 절벽 위의 철쭉꽃으로, 아니면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에서 피어있는 꽃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산행山行을 할 때 우리들의 가슴을 더 향기롭게 해주는 것은 그 상상 속의 꽃들을 만나고 가는 바람의 향기라고 차원을 높여보았다. 그리고 햇볕 따스한 봄날 그 꽃 옆에 누군가 잠을 자고 있으리라고 상상의 세계를 넓혀 보았다. 여기서 "누군가"는 영원한 생명 속에 잠들고 싶어 하는 내 존재의 본래적本來的인 모습일 수도 있고, 떠나온 낙원을 그리워하는 인간존재의 한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시속의 <속살까지도 빨간 꽃>은 영원한 생명의 고향을 상징象徵하는 꽃이 되는 것이다. 
 
 나는 시의 기능 중에서 이 세상의 허무虛無를 극복할 수 있는 기능을 가장 궁극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벼랑 위의 꽃>은 그런 면에서 내가 아끼는 시가 되었다. 나는 이 시에서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언어를 사용하였다. 그래서 시속의 빨간, 파란 등 색채언어色彩言語는 회화적인 효과를 높이고 또 의미를 상승시키는 구실을 하면서 미적 감각과 서정성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시의 표현은 언어를 수단으로 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의 속뜻을 짚어보면 시의 표현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이는 존재로 만드는 존재의 암시와 발견, 존재의 창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발견자요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기 때문이다. 
 
                             (월간 <시문학> 2003,년9월 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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