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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e) 이미지의 생산적 활용/심상운
2019년 03월 02일 18시 09분  조회:933  추천:0  작성자: 강려
한국현대시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e) 이미지의 생산적 활용
                                                                       심 상 운
어떤 시든 시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현실의 모사(模寫)가 될 수밖에 없다. 현대시에서 관념을 배제한 사물시(事物詩)도 현실의 모사(simulacre)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것은 어떤 대상이라도 그 대상과 그 대상에 대한 인식과 표현에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추구하는 현대시는 대상의 내면을 투시하려고 하지만 주관이 개입된 감성적이고 객관적인 관점과 언어의 상징성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진실추구’라는 현대시의 명제이다. 진실 또는 진리가 무엇이냐는 문제는 형이상학(形而上學)의 세계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결국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ideal)와 연결되는 문제로서 신(神)이나 절대적 또는 영원한 존재 아래에 인간의 현실이 위치한다는 위계적(位階的) 사고(思考)에 머물게 되기가 쉽다. 
그래서 21세기 한국현대시의 현장에서 진실이니 진리니 하는 관념에서 탈출하여 이미지의 결합을 중심으로 ‘이미지의 다양성과 평등성과 독립성’을 통해 시의 예술성을 중요시하는 하이퍼 시(hyper poetry)의 시론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미지의 평등성과 독립성은 현실의 모사나 반영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거기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활달한 상상과 공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시에서 시뮬라크르의 이미지가 새롭게 생명력을 펼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예로 필자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아침 10시, 그녀는 파란 의자에 앉는다
앉아 있는 그녀를 하얀 구름이 휩싸고
빨간 버스가 그녀와 구름을 싣고 달린다
(TV 속에서는 굶주린 하이에나 두 마리가 뚝뚝
뻘건 피 떨어지는 누우 새끼의 허벅지를 입에 물고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고 있다)
그녀는 파란 의자 위에서 구름이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넣어 물고
무거운 가방을 든 검은 외투의 사내에게 손을 흔든다
사내도 그녀를 보고 웃으며 손짓한다
버스 안은 침묵들이 움직이고 있는 빈 악보 속 같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음표들이
투명한 물방울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녀는 그 방울들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터뜨린다
그럴 때마다 방울 속에서 나온 노란 알몸의 소리들이 
쪼로롱거리며 버스 안에서 뛰어놀다가 바람에 실려서
도시의 하늘로 줄지어 날아간다
도시를 빠져나온 빨간 버스는
돌고래들이 솟구치는 태평양 바다 위를 달린다
출렁이는 바닷물이 그녀를 덮친다
그때 그녀의 가슴 속에서 뛰쳐나온 물고기 한 마리가
은빛 지느러미를 퍼들거리며 튀어오른다
순간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2001년 9월 11일 아침,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빌딩
눈부신 유리창 속으로 날아 들어가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은빛 비행기
(그 은빛 비행기에는 검은 외투를 벗어버린
알몸의 사내가 타고 있었다고?)
아침 11시, 빨간 버스는 아마존 숲 위를 날아가고
그녀의 파란 의자는 더 반짝이기 시작한다
-심상운의「파란 의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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