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2)
2019년 07월 06일 14시 27분  조회:848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2)
 
 
두번째 노래(8)
 
(8) 한 여자가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울림 좋고 선율 고운 음을 내보낼 때, 이 인간 해조(諧調)를 들으며 내 눈은 드러나지 않는 불길로 가득차 고통스러운 불티를 내던지는데, 내 귀에서는 집중포격을 알리는 경종이 울리는 것만 같다. 인간에게 속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 깊은 혐오는 어디에서 올 수 있는가? 화음이 악기의 줄에서 날아오르면, 대기의 탄력 있는 파동 너머로 장단 맞춰서 사라지는 이 낭랑한 음을 들으며 나는 쾌감을 느낀다. 그 지각능력이 내 청각에 전해주는 것은 오직 신경과 사고를 녹여낼 것 같은 부드러움의 인상뿐이다. 형언할 수 없는 졸음이, 대낮의 햇빛을 여과하는 베일처럼, 내 감각의 생생한 기운과 내 상상력의 강인한 힘을 마법의 양귀비로 둘러싼다. 내가 귀먹음의 품에 안겨 태어났다고들 말하지 않는가! 내 유년기 초기에, 나는 다른 사람이 내게 하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 지독한 고역을 치르고, 어른들이 내게 말을 가르치기에 성공했지만, 나는 누가 종이 위에 써놓은 것을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내 나름대로 사고의 가닥을 전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불길한 날, 나는 아름답고 순결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저마다 완전무결한 이 소년의 지성과 선량함에 감탄하였다. 영혼이 제 왕자를 놓아둔 그 맑은 용모를 응시하며, 많은 양심들이 얼굴을 붉히곤 했다. 오직 숭배하는 마음을 품고서만 그에게 다가갔던 것은 그의 눈에서 천사의 시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니다. 그 소년기의 행복한 장미는, 모든 어머니들이 열광하여 입을 맞추는 그의 겸허하고 고결한 이마 위에서, 기발한 화환을 엮어가며, 영원히 꽃피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도 남았다. 우주가 그 무심하면서도 성가신 친구들로 무수하게 별을 박은 궁륭을 지녔다곤 해도, 어쩌면 내가 꿈꾸어왔던 가장 장대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지상 여행의 가파른 오솔길을 발로 밟느라고 지치고,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삶의 어두운 지하묘지를 누비느라고 지친 나머지, 창공의 오목한 곳을 향해, 푸르스름한 달무리가 넓게 둘러싸인 내 우울한 두 눈을 천천히 들어올려, 감히 하늘의 신비를 꿰뚫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도 어린 내가!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없던 나는 질겁한 눈꺼풀을 더 높이, 더욱더 높이 들어 올리다가 마침내 인간의 배설물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왕좌 하나를 볼 수 있었고, 그 위에는 빨지 않은 병상의 시트로 지은 수의에 덮힌 육체가, 스스로 창조주라고 자처하는 그 자가, 바보처럼 오만하게, 군림하고 있지 않았겠는가! 그는 죽은 인간의 썩은 몸뚱이를 손에 쥐고, 그것을 눈에서 코로 코에서 입으로 번갈아 옮겨가고 있었으니, 일단 입으로 옮겨가면 그가 그것을 무엇을 했는지는 짐작이 간다. 그의 두 발은 끓는 피의 광대한 늪에 잠겨 있고, 그 늪의 표면에서는, 요강의 내용물을 뚫고 나온 촌충들처럼, 두세 개 신중한 머리들이 갑자기 솟았다가 이내 화살처럼 재빠르게 가라앉곤 했다. 고삐를 걷어차는 발길질이 바로 다른 환경의 공기를 마시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저 규율위반의 널리 알려진 보상이었더라! 아무튼 이 사람들은 물고기가 아니었던 것! 기껏해야 양서류인 그들은 이 불결한 액체 속에서 수면을 들락날락 헤엄치고 있었던 것!--- 마침내 창조주가, 손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게 되면, 그 갈퀴발톱의 처음 두 개를 집게처럼 벌려 또 한 명 잠수자의 목을 움켜쥐고, 맛있는 소스, 그 불그스름한 개흙 밖으로 끌어내어 공중으로 들어올릴 때까지! 그놈에게 한 짓을 그는 다른 놈에게도 하였다. 그는 우선 그놈의 머리를, 두 팔과 두 다리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뚱이를 집어삼켜,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뼈까지 바수어 먹어치웠던 것이다. 제 영원의 남은 시간까지, 그렇게 계속, 이따금 그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너희를 창조했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을 내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 너희는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내가 너희들의 잘못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희를 괴롭히는 것은 나의 쾌락을 위해서다." 그러고는 제 잔혹한 식사를 다시 시작하여, 아래턱을 움직였고, 그에 따라 골수가 잔뜩 묻어 있는 그의 턱수염을 움직이였다. 오, 독자여, 이 마지막 세부 묘사는 입에 침이 고이게 하지 않는가? 그렇게도 맛있는, 아주 싱싱한, 물고기가 있는 호수에서 십오 분 전에 갓 낚은 그런 골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지가 마비되고 목에 맨 가운데, 나는 이 광경을 얼마 동안 응시하였다. 세 번, 너무 강한 감정에 복받친 사람처럼, 나는 넘어져 뒤집힐 뻔했으며, 세 번, 나는 용케 발걸음을 다시 추슬렀다. 나의 몸에서 움직이지 않는 심금은 한 가닥도 없었으며, 나는 화산의 일부 용암이 진동하듯 떨고 있었다. 끝내, 억눌린 나의 가슴이 생명을 이어줄 공기를 충분히 빠르게 내쉴 수 없었으므로, 내 입술은 반쯤 열렸고, 나는 그 사이로 비명을---- 그렇듯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으며----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리더라! 내 귀에 채워진 자물쇠가 갑작스럽게 풀리고, 나로부터 먼 곳에서 힘차게 밀려온 한덩어리 울림 높은 대기의 충격으로 고막이 툭툭거리며 열렸던바, 자연이 가둬놓았던 기관 속에 새로운 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내게서 다섯번째 감각이 살아났던 것! 그러나 이러한 발견으로 내가 어떤 기쁨을 찾을 수 있었던가? 이후, 인간의 소리가 내 귀에 닿을 때마다 거대한 불의에 대한 연민으로 빚어진 고통의 감정도 어김없이 따라왔다. 누군가 내게 말을 하면,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친구들 저 너머에서 어느 날 내가 보았던 그 광경이었고, 짓눌린 내 감정을 번역하는 맹렬한 절규였으니, 그 음색은 내 동류들의 음색과 다르지 않더라! 나는 그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줏빛의 그 흉측한 바다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에 가해진 형벌들이 껍질 벗겨진 코끼리들처럼 울부짖으며 내 얼굴 앞으로 지나가며 그 불타는 날개로 내 머리칼을 검게 태워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훗날, 내가 인류를 더 많이 알았을 때, 이 연민의 감정에 저 못된 호랑이 어머니를 향한 강렬한 분노가 더해졌다. 그 냉혹한 자식들은 악을 저주하면서도 악을 행할 줄밖에 모른다. 거짓말의 뻔뻔함이여! 그들이 자기들에게서 악은 예외적 상태에만 있을 뿐이라고 말을 하다니! --- 이제, 그것은 오래전에 끝난 일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 오, 그대여, 그대가 누구든지 간에, 내 곁에 있을 때, 그대의 성대가 어떤 음성도 내보내지 않기를. 그대의 굳어버린 후두가 나이팅게일을 능가하려고 애쓰지 말길. 그리하여 그대도 언어의 도움을 얻어 내게 그대의 마음을 추호라도 알리려 하지 말라. 겸허하게 포개놓고, 그대의 눈꺼풀을 아래로 내려보내라. 네 그대에게 말한바, 나에게 저 지고의 진실을 알려준 그 비전을 보게 된 이래로, 적잖은 악몽이 밤낮으로 내 목덜미를 탐욕스럽게 빨아대었으니, 그 끔찍한 지옥의 시간에 내가 느꼈던 고통들을, 그 기억으로 쉬지않고 나를 추격하는 고통들을, 비록 생각으로나마, 다시금 되살릴 용기를 얻게 된다. 오! 그대가 차가운 선악의 꼭대기에서 눈사태가 밀려오는 소리를 메마른 사막에서 암사자가 제 새끼들을 잃고 비탄하는 소리를, 태풍이 제 생애를 끝마치는 소리를, 그리고 광포한 문어가 헤엄치는 사람들과 조난자들에게 승리하였다고 바다의 파도에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때, 그대는 말하라. 그 장엄한 목소리들이 인간의 냉소보다 더 아름답지 않으냐고!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1 동시에 또는 끝없이 다 말하기 / 황현산 2019-09-19 0 1683
6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끝) 2019-09-19 0 1401
5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9) 2019-09-19 0 1355
5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8) 2019-09-19 0 1306
5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2019-09-19 0 1453
5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2019-09-19 0 1481
5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2019-09-19 0 1305
5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2019-09-19 0 1288
5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2019-09-19 0 1332
5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2) 2019-09-19 0 1433
5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2019-09-19 0 1245
5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2019-07-28 0 1612
4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2019-07-28 0 1591
4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2019-07-28 0 1535
4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2019-07-28 0 1529
4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2019-07-28 0 1515
4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2019-07-28 0 1365
4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2019-07-28 0 1375
4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2019-07-12 0 1316
4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2) 2019-07-12 0 1373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