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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3)
2019년 07월 06일 14시 30분  조회:719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3)
 
 
두번째 노래(9)
 
(9) 인간들이 제 비용으로 먹여 살리는 곤충이 하나 있다. 인간들은 놈에게 아무것도 빚진 것이 없지만, 놈을 두려워한다. 포도주를 좋아하지는 않으나 피를 좋아하는 이놈은 제 정당한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면, 어떤 은밀한 힘으로, 코끼리만큼 커져서, 인간들을 이삭처럼 짓밟아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놈을 얼마나 존경하고, 얼마나 개 같은 경애심으로 둘러싸고, 창조된 동물들보다 얼마나 더 높이 존중하여 떠받드는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놈에게 머리를 내주어 왕좌로 쓰게 하니, 놈은 위엄을 갖추어 머리칼 뿌리에 제 발톱을 건다. 나중에 놈이 살지고 연치가 높아지면, 옛날 백성들의 습속을 본받아, 노쇠를 느끼지 못하도록, 놈을 죽인다. 영웅에게 그렇듯이 놈에게 성대한 장례가 마련되어, 놈을 무덤 뚜껑으로 곧바로 인도할 관이 주요 시민들의 어깨 위에 얹혀 운반된다. 무덤 파는 인부가 그 명민한 삽으로 파헤치는 습한 땅 위에서, 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인생의 허무에 대해, 그리고 섭리의 설명할 길 없는 의지에 대해 다채로운 문장들이 조합되고 나면, 부지런히 살이 오른, 이제는 시체에 지나지 않는 이 존재 위에 영원히 대리석이 닫힌다. 군중은 흩어지고, 밤이 지체 없이 그 어둠으로 묘비의 벽을 덮는다.
그러나, 인간들이여, 놈을 잃어 고통스럽더라고 그대들의 슬픔을 달래시라, 보라, 놈의 무수한 가족이 전진하고 있으니, 이 가족을 놈이 그대들에게 너그럽게 베풀어놓은 것은 그 공격적인 조생아(早生兒)들의 존재를 통해 그대들의 절망을 덜 쓰라린 것으로 만들고, 그만큼 완화시키기 위해서였던바, 놈들은 훗날 주목할 만한 아름다움으로 장식되어, 멋진 이(虱), 거동도 슬기로운 괴물이 될 것이다. 놈은 제 어미 날개로 사랑스러운 서캐 여러 다스를 그대들의 머리칼에 슬게 했으니, 이 무서운 외래자들의 악착스러운 흡혈로 그 머리칼은 메마르고 말 것이다. 시기가 서둘러 다가와, 서캐들이 깨졌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 놈들은, 이 젊은 철학자들은, 그 덧없는 생명을 통하여, 지체 없이 자랄 것이다. 놈들은 매우 커져서 그 발톱과 흡관으로 그대들에게놈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대들은 알지 못한다, 왜 놈들이 두개골을 삼키지 않는지, 왜 놈들이 그 펌프로 피의 정수를 빨아올리는 데 만족하는지, 잠시 기다리라, 내가 그대들에게 설명하리라, 그것은 놈들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놈들의 턱뼈가 놈들의 무한한 소원과 비례하여 크다면, 골수, 눈의 망막, 척추, 그대들의 온몸이 그 턱뼈를 넘어가게 될 것임을 확인하시라. 마치 한 방울의 물처럼, 거리를 헤메는 젊은 거지의 머리 위에 작업중인 한 마리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시라. 내 말에 이해가 갈 것이다. 불행하게도 놈들은 작다. 이 긴 머리칼 속의 강도들은 놈들을 신병으로 뽑기에는 마땅치 않을 터인데, 키가 법정 신장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놈들은 넙적다리가 짧은 자들의 세계인 소인국 소속이며, 장님들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놈들을 무한 소인들로 분류한다. 한 마리 이에 대항하여 싸우는 향유고래에게 불행이 있을진저. 고래는 제 크기에도 불구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먹힐 것이다. 그 소식을 알리러 갈 꼬리도 남지 않을 것이다. 코끼리는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다. 이는 아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이런 위험한 시험을 해보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대들의 손이 털투성이건, 오직 뼈와 살로만 구성되었건, 조심하라, 그대들의 손에는 손가락이 있다. 손가락은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삐거덕 꺽일 것이다. 피부는 희한한 요술에 의해 사라진다. 이(虱)들은 자기들의 상상력이 꿈꾸는 것만큼의 악행을 저지를 능력이 없다. 그대들이 길을 가다가 한 마리 이를 만나거든 가던 길을 그냥 가라. 그 혀의 돌기를 핥지 말라. 어떤 재난이 그대에게 닥칠지 모른다. 재난이 닥쳤다. 무슨 상관이냐. 나는 놈이 그대에게 행한 대량의 악행에 이미 만족하고 있다. 오, 인간 족속이여, 다만 나는 놈이 그대에게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르길 바랄 뿐이다.
언제까지 그대는 이 신에게 바치는 낡아빠진 예배를 준수할 것인가. 그대의 기도에도, 속죄의 희생제의에서 그대가 바치는 후원공물에도 무관심한 이 신에게? 보라. 이 무서운 마니투1)는 꽃다발로 경건하게 장식한 그 재단 위에 그대가 쏟는 피와 골수의 큰 잔을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 이 세상이 생긴 이래 지진과 폭풍우가 끊임없이 난리를 치지 않는가. 그렇건만, 관찰할 가치가 있는 광경은 신이 무관심하면 할수록, 그대가 더욱더 그를 찬미한다는 것. 그가 감추고 있는 이런저런 속성을 그대가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대의 추론은 극도로 강한 힘만이 자신을 추종하는 종교의 신자들을 그토록 경멸할 수 있다는 의견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 때문에 여기에서는 도마뱀이, 저기에서는 몸 파는 여자가 신인 것처럼, 나라마다 가지가지 신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가 문제될 때는, 그 성스러운 이름을 듣자마자, 만방의 온갖 백성들이 한거번에 제 예종이 사슬에 입을 맞추며, 장엄한 전당 앞마당 위, 모양새도 추한 피 어린 우상의 받침대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타고난 포복의 본능에 복종하지 않고 반항의 낯빛을 하는 종족이 있다면, 가차없는 신의 복수로 사멸하여, 가을 나뭇잎처럼, 조만간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오, 눈동자가 말라 오그라든 이여, 강이 심해에 그 물매진 길을 넓혀가는 동안은, 별들이 제 궤도의 오솔길을 따라 맴도는 동안은, 말없는 공허에 지평선이 없는 동안은, 인류가 불길한 전쟁으로 제 허리를 찢어발기는 동안은, 신성한 정의가 이 이기주의의 지구 위에 그 징벌의 벼락을 내리치는 동안은, 인간이 제 창조주를 낮추보고, 이유가 없진 않으나, 경멸을 섞어 그를 비웃는 동안은, 너는 확실하게 우주에 군림할 것이고, 너의 왕조는 세기에서 세기로 그 고리를 넓힐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경례한다. 떠오르는 태양, 천상의 구원자, 그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적이여. 끊임없이 불결함에 말하라, 더러운 포옹으로 인간과 결합하라고, 먼지에도 써진 바 없는 갖은 맹세로, 영원토록 인간의 충실한 애인으로 남겠노라 서약하라고. 이 위대한 탕녀의 옷자락에, 그녀가 그대에게 빠짐없이 베풀었던 중요한 봉사를 기념하여, 때때로 입을 맞추라. 만일 그녀가 음탕한 젖가슴으로 인간을 유혹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너는, 이 합리적이고 일관된 결합의 산물인 너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오, 불결함의 아들이여! 너의 어머니에게 말하라. 그녀가 남자의 잠자리를 저버리고 고독한 길을 아무런 의지도 없이 홀로 걸어가면, 그 존재가 위태로우리라고. 아홉 달 동안 너를 그 향기로운 내벽에 품었던 그녀의 복부가, 그리도 귀엽고 그리도 조용하나 벌써 냉혹하고 사나운 제 연약한 열매에 뒤미쳐 다치게 될 위험을 생각하고 한순간이라도 동요하기를. 불결함이여, 여러 왕국의 여왕이여. 그대의 굶주린 자식놈의 근육이 느낄 수도 없이 서서히 증가하는 광경을 내 증오의 눈에서 떠나지 않게 해다오. 이 목적에 이르려면 남자의 허리에 더욱 바싹 붙어 있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그대는 알고 있다. 부끄러워 거리낄 것은 없으니, 그대 둘은 오래전에 결혼한 부부이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이 영광의 찬송가에 몇 마디를 덧붙이는 게 허락된다면, 사방 사십 리에 깊이 또한 그에 맞먹는 구덩이를 파게 했다고 말해야겠다. 여기 이들의 살아 있는 광상(鑛床)이 부정한 순결에 둘러싸여 누워 있다. 광상은 구덩이를 가득 채우고, 넓고 밀도 높은 혈맥을 이루어 사방팔방으로 뱀처럼 기어간다. 내가 이 인공 광상을 구축한 방법은 이러하다. 먼저 인간의 머리칼에서 암컷 이 한 마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내가 연속 사흘 밤을 그 물건과 동침하는 것을 보았으며, 나는 그것을 구덩이 속에 던졌다. 동일한 다른 경우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인간 수정이 이번에는 운명에 의해 받아들여져서, 며칠이 지난 후, 수천 괴물들이 물질로 빽빽한 고리를 이루어 우글거리며 빛 속에 태어났다. 이 흉측한 고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거대해지고 수은과 같은 액체의 성질을 확보하여, 여러 갈래로 가지를 쳤으며, 내가 이제 갓 태어난, 그 어머니 쪽에서는 죽기를 바라는 사생아나, 밤 동안에 클로로포름의 힘을 빌려 어느 소녀에게서 잘라낸 한쪽 팔을 먹이로 던져주지 않으면 그때마다, 그들은 서로서로 잡아먹음으로써(출생률이 사망률보다 높았다) 영양을 취했다. 인간에서 자양을 얻는 이의 세대들은 십오 년을 주기로 현저하게 감소되어, 완전 소멸의 머지않은 시기를 스스로 오류 없이 예고한다. 인간이 자신의 적보다 더 영리해서 그들을 무너뜨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힘을 증가시키는 지옥의 삽을 들고 이 무진장한 광상에서 산처럼 거대한 이의 덩어리들을 파낸 다음, 곡괭이질로 부셔서, 깊은 밤에 도시의 동맥에 옮겨놓는다. 거기에서 인간의 체온과 접촉하여, 그들 덩어리는 지하 광상의 구불구불한 갱도에서 저희들이 처음 형성되던 시기의 모습으로 용해되어, 자갈층에 하상을 파고, 시냇물을 이루어 해로운 정령들처럼 주거지로 퍼져간다. 집 지키는 개가 둔탁하게 짖는다. 알지 못하는 존재들의 군단이 벽의 미세한 구멍들을 뚫고, 수면의 머리맡에 공포를 실어오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대는 살아가는 동안에 적어도 한 번은 고통스럽고 길게 이어지는 이런 종류의 짖음을 들어본 적이 없지 않다. 개는 그 무력한 두 눈으로, 밤의 어둠을 꿰뚫어보려고 애쓰는데, 개의 뇌일 뿐인 그 뇌가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웅성거림이 개의 화를 돋우고 개는 자신이 속았다고 느낀다. 수수백만 적들이 이렇게 메뚜기 구름처럼 모든 도시를 덮친다. 그 십오 년이 앞에 있다. 놈들은 인간과 전쟁을 벌여 인간에게 쓰라린 상처를 입힐 것이다. 이 기간이 지난 뒤에, 나는 또다른 놈들을 보낼 것이다. 내가 그 살아있는 물질의 덩어리들을 분쇄할 때, 어느 조각은 다른 조각보다 밀도가 더 높을 수 있다. 그 원자들은 자신들의 응집체를 가르고 인간을 괴롭히러 가려고 맹렬하게 힘을 쓴다. 그러나 응집력은 그 단단함으로 저항한다. 원자들이 사력을 다한 경련으로 막대한 힘을 쏟아낸 나머지, 제 살아 있는 성분들을 분산하지 못한 돌덩이가 화약의 폭발력이라도 얻은 듯 하늘 꼭대기까지 자신을 쏘아올렸다가 다시 떨어져서 땅 밑으로 확실하게 파고든다. 가끔 몽상적인 농부는 운석 하나가 옥수수밭을 향해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고 공간을 수직으로 가르는 것을 본다. 그는 그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대는 이제 이 현상에 대한 명백하고도 간결한 설명을 파지했다.
해변이 모래알로 덮이듯, 대지가 이로 덮여 있다면, 인간 종족은 끔찍한 고통의 먹이가 되어 전멸할 것이다. 대단한 구경거리다! 나는 천사의 날개로 공중에 떠올라 움직이지 않고 그 사태를 관상할 것이다.
 
1) 마니투: 아메리칸인디언이 모시는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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