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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6)
2019년 07월 06일 14시 38분  조회:1760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6)
 
 
두번째 노래(12)
 
(12) 내가 어린 시절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어보라, 음경이 빨간 인간들아. "내가 이제 막 깨어났는데도 내 생각은 여전히 마비되어 있다. 아침마다 나는 내 머릿속에 어떤 무거운 것이 들어 있음을 느낀다. 밤에 휴식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잠들기라도 하면, 무서운 꿈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낮에는, 내 생각이 기이한 명상에 빠져 피로한데, 내 두 눈은 하염없이 허공을 헤매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없다. 도대체 언제 자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자연은 제 권리를 주장하려고 안달한다. 내가 자연을 경멸하기에 그 자연이 내 얼굴을 창백하게 하고, 열병의 가혹한 불길로 내 두 눈을 이글거리게 한다. 그런데, 나는 내 정신을 고갈시켜가며 끊임없이 사색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바라지 않을지라도, 그와 관련된 내 감정은 이 비탈을 향해 물리칠 수 없는 기세로 나를 끌고 간다. 나는 다른 아이들도 나와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들은 더욱더 창백하고, 그들의 눈썹은 어른들의, 우리 형들의 눈썹처럼 찌푸려져 있다. 오, 우주의 창조주여, 나는 오늘 아침, 그대에게 내 어린 기도의 향을 잊지 않고 피워올릴 것이다. 가끔 나는 그것을 잊는다도, 요즘은 보통 때보다 더 행복한 느낌이 들고, 내 가슴이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꽃피고, 내가 훨씬 더 편안하게 들판의 향기로운 대기를 들이마신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반면에,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그대에게 매일 찬양의 노래를 바친다는 고통스러운 하루, 힘들게 말을 지어내야 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권태가 따라붙는 그 의무를 이행할 때는,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것을 얘기한다는 것이 논리적이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는 생각에 하루의 남은 시간 내내 슬프고 화가 나서, 거대한 고독이 들어설 만한 후미진 자리를 찾곤 한다. 내가 고독에게 내 마음의 어떤 이상한 상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고독은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싶고 숭배하고 싶지만, 그대는 너무 강력하고, 내 찬송가에는 얼마큼 두려움이 들어 있다. 그대가 그대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파괴하거나 창조할 수 있다면, 나의 미약한 기도는 그대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며, 그대가 마음 내킬 때마다 콜레라를 내보내 도시들을 힙쓸게 하거나, 죽음을 내보내 인생의 메시지를 구별하지 않고 아무나 그 발톱으로 채어가게 한다면, 나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친구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증오가 내 사리판단의 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대의 증오이니, 그것은 어떤 변덕스러운 명령에 따라 그대의 마음에서 솟아나와 안데스산맥의 콘도르의 날개폭만큼이나 거대해 질 수 있다. 그대의 애매한 심심풀이 장난은 내 능력 밖에 있으며, 아마도 내가 그 첫번째 희생이 될 것이다. 그대는 전능한 자이며, 나는 이 칭호에 대해 그대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직 그대만이 이 칭호를 지닐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욕망은 그 결과가 불길하건 행복하건 그대 자신밖에는 다른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은 그대의 노예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노예가 될 수 있는 처지에서, 그대의 사파이어색 잔인한 튜닉과 나란히 서서 걷는 것이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대가 자신의 지고한 행적을 검토하려 자신의 내면으로 내려갈 때, 그대의 가장 충실한 친구도 항상 그대에게 복종해온 이 불행한 인류에게 지난날에 저질렀던 어떤 불의의 망령이 복수심에 찬 등골이 움직이지 않는 척추를, 그대 앞에 일으켜세운다면, 그대의 험상궂은 눈이 뒤늦은 회한으로 겁에 질린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도 사실이며, 그때 머리카락이 곤두선 그대가 호랑이처럼 잔인할 그 상상력의 이해할 수 없는 작동을 허무의 가시덤불에 영원히 묶어두겠노라는 비통한 것이 아니라면 우수꽝스러운 것일 결심을 스스로 진지하게 다지려고 마음먹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나는 또한 불변의 인내심이 그대의 영원한 항심의 꺾쇠를 그대의 뼈 속에 완강한 뇌수처럼 고정시키지는 않았으며, 따라서 그대가 상당히 자주 그대와 더불어 과오의 검은 문둥병으로 뒤덮인 그대의 사고를 음산한 저주의 불길한 호수 속에 다시금 빠뜨리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런 저주가 생각 없이 저질러진 것이라고(그렇다고 그 저주가 치명적인 독액을 덜 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싶고, 한 몸으로 결합된 악과 선이, 어떤 눈먼 힘의 비밀스러운 마력에 힘입어, 괴저에 걸린 그대의 당당한 가슴으로부터 바위산의 급류처럼 맹렬하게 솟아올라 흩어진다고 믿고 싶지만, 얼마큼의 아주 미미한 잘못 때문에, 그대의 불결한 이빨이 진노로 덜그럭거리고, 시간의 이끼에 뒤덮인 그대의 장엄한 얼굴이 타오르르는 석탄처럼 붉어지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자주 보아온 탓에, 저 순진한 가설이 적힌 도로 푯말 앞에서 더 오래는 멈춰 설 수가 없었다. 날마다 두 손을 모으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그대를 향해 나의 겸손한 기도의 억양을 드높이겠지만, 그대의 섭리가 나를 생각지 말기를 내 그대에게 간청하노니, 땅 밑으로 기어가는 벌레처럼 나를 체쳐두라. 그대는 알아두라, 나로서는 그대가 나를 감시하고 나의 양심에 냉소하는 메스를 들이댄다는 것을 아느니보다 차라리 적도의 파도가 그 거품 이는 가슴에 품어 이 해역의 한가운데로 끌어오는, 알지 못할 미개한 섬의 해양식물에서 욕심껏 자양을 얻는 편이 더 나으리라. 내 생각의 전체가 이제 그대에게 낱낱이 밝혀졌으니, 내 생각에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간직된 이 양식(良識)을 그대의 신중함이 선선히 칭찬해주리라고 나는 기대한다. 내가 그대와 더불어 유지해야 하는 얼마큼 내밀한 관계양식을 토대로 이루어진 이런 유보사항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내가 선에 대한 사랑에 자극되어 선량(善良)을 구하듯, 새벽이 여명의 비단 주름 속에서 빛을 구하며 푸르스름하게 솟아오르는 그 순간부터, 내 입은 하루의 어느 때를 막론하고, 그대의 허영심이 인간 하나하나에게 혹독하게 요구하는 거짓의 홍수를, 마치 인위적으로 숨을 내뿜듯, 내뿜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연령이 많지는 않지만, 선량이란 단지 소리나는 음절들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것이 벌써 느껴진다. 어디에서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성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틈새를 너무 많이 내준다. 더 능란하게 그걸 감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면 내가 속은 것일 수도 있고, 그대가 고의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그대는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잘고 있는 터. 인간들이란 것들은 그대를 모방하는 일에 자기들의 영예를 거는데, 그것은 거룩한 선량이 저들의 사나운 눈에 제 성막(聖幕)이 들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그대의 지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할지라도, 나는 불편부당한 비평가로서만 그것을 말한다. 내가 과오에 빠져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내가 그대에게 갖는 증오, 애지중지하는 처녀처럼 사랑으로 품고 있는 그 증오를 나는 그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것을 눈에 숨기고, 그대 앞에서는 오직 그대의 불결한 행위를 감시할 의무를 진, 엄격한 검열관의 태도를 지키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자칫했다간 그대 편에서 이 증오와의 모든 능동적 교섭를 그칠 것이며, 증오를 눈감아주어, 그대의 간을 갉아먹는 이 게걸스러운 빈대를 완전히 박살내버릴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대에게 몽상과 애정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세계와 거기에 담긴 일체를 창조한 것은 그대다. 그대는 완전무결하다. 어떤 미덕도 그대에게 결여되지 않았다. 그대는 아주 전능하고,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온 우주가 시간시간마다 그대에게 끝없는 찬가를 바칠지어다! 새들은 들판에서 날아오르며 그대를 축송한다. 별들은 그대 것이고---- 아멘!" 이런 첫모습 뒤에,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그대들은 놀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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