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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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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5)
2019년 07월 12일 20시 29분  조회:850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5)
 
 
 
 
 
세번째 노래(5)
 
 
 
(5) 악덕의 기장(旗章)인 붉은 등이 가로막대 끝에 매달려, 육중하고 벌레 먹은 문 위에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채찍을 맞으며 제 골조를 흔들고 있었다. 인간의 허벅지 냄새가 나는 더러운 회랑 하나가 안마당으로 나 있고, 제 날갯죽지보다 더 마른 수탉들과 암탉들이 그 마당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안마당의 울타리 노릇을 하며 서편에 서 있는 담장에는 서로 다른 출입구들이 인색하게 뚫려 쇠창살 쪽문으로 닫혀 있었다. 이끼가 그 안채를 덮고 있다. 아마도 한때 수도원이었을 안채는 지금 건물의 나머지 부분과 함께, 날마다 방문객들에게 약속한 금품의 대가로 질 내부를 보여주는 그 모든 여자들의 숙소로 쓰이고 있었다. 나는 허리띠처럼 파인 도랑의 흙탕물 속에 교각을 잠근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나는 들판에서 높이 솟은 그 겉면에서부터 노후로 기울어진 그 건물과 내부 구조의 가장 미세한 세부까지 음미했다. 이따금 쪽문의 쇠창살이 마치 쇠의 본성을 왜곡하는 어떤 손의 상향 추진력을 따르기나 하는 듯이 저절로 철커덕거리며 위로 올라가곤 했다. 한 사내가 반쯤 트인 그 출입구로 머리를 내보이더니, 비늘같은 석고가 떨어져 쌓이는 양 어깨를 내밀고, 이 고역스러운 몸뽑기 작업에서, 거미줄이 뒤덮인 몸뚱이를 뒤따르게 했다. 아직도 한쪽 다리가 철창의 비틀림에 얽혀 있는데, 땅을 무겁게 짓누르는 각종 오물 위에 제 손을 말굽처럼 올려놓으며, 제 본디 자세를 그는 이렇게 다시 찾아, 온 세대가 줄줄이 부침하는 것을 보아왔던 비눗물의 흔들거리는 물통으로 다가와 손을 적시고는, 뒤미처 가능한 한 가장 빨리 이 변두리 골목길에서 멀리 벗어나 시내 중심가로 맑은 공기를 마시러 갔다. 손님이 나가자, 발가벗은 한 여자가 같은 식으로 몸을 밖으로 옮기고는 같은 물통을 향해 갔다. 그때, 정액 냄새에 이끌린 수탉들과 암탉들이 안마당의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떼를 짓고 달려나와, 그녀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 몸뚱이 표면을 두엄처럼 짓밟으며 부풀어오른 질의 연한 음순을 피가 날 때까지 부리질로 찢어냈다. 수탉들과 암탉들은 포식한 목구멍으로 되돌아가 안마당의 풀을 파헤쳤다. 청결하게 된 여자는 다시 일어나, 악몽을 꾸고 깨어났을 때처럼, 상처에 뒤덮인 몸을 떨었다. 그녀는 다리를 씻으려고 가져온 걸레를 떨어뜨리고, 공동의 물통이 더는 필요 없어서, 소굴에서 나오던 식으로 다시 소굴로 돌아가 다음 번 단골손님을 기다렸다. 그 광경을 보고, 나도 그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내가 다리에서 내려서려는데, 한 교각의 윗돌장식에 히브리문자로 된 이런 명문(銘文)이 눈에 띄었다: "이 다리를 지나는 그대, 그곳에 들어가지 마시라. 거기는 범죄가 악덕과 동거한다. 어느 날, 운명의 문을 넘어간 젊은이를 그의 친구들이 기다렸으나 헛일이었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 잠시 후, 내가 쪽문 앞에 이르러 보니, 그 쇠창살에는 굳건한 빗장 몇 개가 단단하게 엇물려 있었다. 나는 이 여과기 너머로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빛을 줄이면서 금방 지평선으로 사라지려는 햇살의 덕택으로, 어두운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이윽고 분별할 수 있었다. 맨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원뿔을 하나하나 줄줄이 끼워 만든 금빛 몽둥이였다. 그 몽둥이가 움직였다! 방안에서 걸어다녔다! 그 진동이 어찌나 강한지 마룻바닥이 흔들렸다. 몽둥이는 그 양끝으로 벽에 큼직한 구멍을 파고 있었으니, 포위당한 도시의 성문을 들이박는 파성추(破城錐)를 보는 듯했다. 그 노력은 소용이 없었다. 벽은 각지게 자른 돌로 지어져서, 그놈이 벽면을 쳐댈 때마다, 그 강철 날이 구부러지면서 탄력 있는 공처럼 튕겨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몽둥이가 그렇다고 나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곧 그놈이 뱀장어처럼 쉽게 몸을 말았다가 다시 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키가 어른만큼 컸으나, 몸을 곧추세운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그놈은 그러려고 애썼으나. 쪽문의 창살 앞에 한쪽 끝을 드러내곤 했다. 놈은 격렬하게 튀어올랐다가 다시 바닥에 떨어지곤 해서, 장애물을 뚫을 수 없었다. 그놈을 더욱더 찬찬히 살피다보니, 그게 한 오라기 머리카락이 아닌가! 그놈은 자기를 감옥처럼 둘러싼 물질과 대판 싸움을 벌인 다음, 그 방안에 있는 침대로 가서 뿌리는 양탄자에 내려놓고 꼭대기는 침대머리에 걸치는 모양으로 기대 앉았다. 얼마간 침묵이 흐르고, 그동안 끊어졌다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놈이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다: "주인은 이 방에 나를 두고 잊어버렸어. 나를 찾으로 오지 않았지. 그는 내가 지금 기대앉은 이 침대에서 일어나, 그 향수 뿌린 머리를 빗으면서, 내가 그전에 바닥에 떨어진 건 생각지도 못했지. 그렇지만, 주인이 나를 주웠더라도, 나는 그 단순하고 당연한 행위가 놀랍다고 여기지는 않았을 거야. 한 여자의 팔에 안긴 뒤에, 이 답답한 방에 나를 버리다니. 그런데 어떤 여자지! 시트는 그들의 따뜻한 감촉으로 아직도 촉촉하고, 그 흐트러진 자락에 사랑하며 보낸 하룻밤의 흔적을 담고 있고----"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 자연 전체가 그 정결함에 싸여 잠들어 있는 동안, 그는 음탕하고 불결한 포옹에 싸여 타락한 여자와 짝짓기를 했지. 습관이 된 뻔뻔함으로 경멸을 받아 마땅한 빰, 물기가 시들어버린 그 뺨이 자신의 고결한 얼굴에 닿도록 내맡길 지경으로 그는 몸을 낮추었지. 주인은 얼굴을 붉히지 않았으나, 나는 주인 때문에 얼굴을 붉혔지. 주인은 그따위 하룻밤 아내와 함께 자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꼈을 것이 틀림없어. 여자는 필경 이 손님의 위엄 어린 풍채에 놀라 비할 데 없는 쾌락을 느끼고, 미친 듯이 그 목을 끌어안았지."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나는 그동안에, 육체의 쾌락으로 평시와 다른 그의 열기와 비례해서 더욱 수가 늘어가는 독종(毒腫)이 그 치명적인 독즙으로 내 모근을 휘감고, 그 흡관으로 내 생명의 모태 자양을 빨아들이는 것을 느꼈지. 그들이 무분별한 몸부림에 빠져 점점 무아지경이 될수록, 나는 내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지. 육욕이 광란의 절정에 이른 순간, 나는 내 모근이 총알에 상처를 입은 병사처럼 폭삭 무너지는 것을 알았지. 생명의 횃불이 내 안에서 꺼지자, 나는 그 저명한 머리에서 죽은 가지처럼 떨어져나왔어. 나는 바닥에 떨어졌지, 담력도 없이, 기력도 없이, 활기도 없이, 다만 내가 소속되었던 그이에 대한 깊은 연민과 함께, 다만 그의 의도적인 미망에 대한 영원한 고통과 함께!--- "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주인이 하다못해 그 혼으로 처녀의 순결한 젖가슴을 안기만 했더라도 여자가 한결 그에게 어울려 타락도 한결 줄어들었으련만. 숱한 남자들이 먼지투성이 발꿈치로 밟고 지나간 나머지 진흙에 덮인 그 이마에, 주인이 그 입술로 입을 맞추다니!---- 그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 콧구멍으로 저 습한 두 겨드랑이에 발산하는 냄새를 마시다니!--- 겨드랑이 막이 수치심으로 움찔하고, 콧구멍 편에서도 이 더러운 호흡에 반발하는 것을 보았지. 그러나 그도 여자도 겨드랑이의 엄숙한 경고에, 콧구멍의 침울하고 창백한 반발에 아무런 주의도 하지 않았더라고. 여자는 팔을 더 높이 쳐들었고, 그는 더 강한 기세로 자기 얼굴을 그 오목한 곳에 파묻더라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모독의 공범이 되고 말았어. 어쩔 수 없이 그 듣도 보도 못한 요분질의 목격자가 되어, 깊이를 모를 심연으로 가지가지 성질이 분리된 두 존재의 억지 결합을 구경하고 말았어. ---"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중인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그 여자의 냄새를 맡는 데도 물리자, 그는 그 근육을 한 점 한 점 떠내고 싶어했으나, 그게 여자였던 만큼, 너그럽게 봐주고, 그 대신 자기와 동성인 존재를 괴롭히기로 했던 거야. 주인은 그런 여자들 가운데 하나와 잠시 태평한 시간을 보내려고 찾아온 젊은이를 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 불러내 자기 눈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 와서 서라고 엄명을 내렸어. 나는 오래전부터 바닥에 누워 있었지. 타오르는 내 모근을 딛고 일어설 힘이 없어서,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는 말이야. 내가 아는 것은, 그 젊은이가 그의 손닿는 위치에 오자마자 그의 너덜거리는 살점들이 침대 발치에 떨어져 내 옆으로 굴러왔다는 거야. 그 살점들은 네 주인의 손톱이 청년의 두 어깨에서 자기들을 떼어냈다고 작은 소리로 말하더군. 젊은이는 자기보다 더 거대한 힘과 맞붙어 내내 싸움을 벌였던 그 몇 시간 끝에, 침대에서 일어나 장엄하게 물러났지. 그는 문자 그대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껍질이 벗겨져서, 뒤집힌 채 가죽을 끌고 방바닥의 타일을 가로질렀지. 그는 혼자 생각한 거야. 제 성격이 선심으로 가득하다고, 제 동류들도 자기처럼 착하다고 기꺼이 믿는다고, 그 때문에 자기를 가까이 부른 품위 있는 낯선 남자의 요청에 동의했던 것이라고, 그런데 결코, 정말로 결코, 한 망나니에게 고문을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이런 망나니에게. 라고 그는 잠시 쉬고 나서 덧붙였지. 마침내 그는 쪽문을 향해 나아갔고, 문은 살가죽이 벗겨진 이 몸뚱이를 보고 불쌍해서 땅바닥까지 갈라지더군. 외투로밖에는 쓸 수 없더라도, 여전히 쓸모가 있는 제 살가죽을 버리지 않고, 그는 이 우범지대에서 사라지려고 애썼지. 일단 방에서 멀어지고나니, 그가 입구의 문에 닿을 힘이 있는지 어쩐지 나는 볼 수 없었지만, 오! 수탉들과 암탉들이,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존경심을 품고, 피로 젖은 땅 위에 난 그 긴 핏자국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그때, 자신의 위엄과 명의(名義)를 더 많이 생각했어야 할 자는 피곤한 팔꿈치를 짚고 고통스럽게 다시 일어섰지. 홀로, 침울하게, 진저리를 내며, 흉한 모습으로!---- 그는 천천히 옷을 입었어. 수도원의 지하묘지에 수세기 전부터 파묻혀 있던 수녀들이, 이 끔찍한 밤에 동굴 위의 작은 방에서 서로 부딪치며 울리는 그 소음들에 소스라치며 깨어 일어나서, 손에 손을 잡고 그를 싸고돌며 죽음의 원무를 추더군. 그가 옛 광휘의 쪼가리들을 찾아 모으며, 침으로 손을 씻고는, 이내 그 손을 다시 머리칼로 훔치는 동안(하룻밤을 고스란히 악덕과 범죄로 보낸 뒤이니, 손을 전혀 씻지 않는 것보다는 침으로라도 씻는 편이 더 나았다). 수녀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비통한 기를 읊조렸는데, 그때 누군가가 무덤으로 내려갔지. 사실 그 젊은이는 신력의 손길이 자신에게 가한 그 고문을 이기고 살아날 수 없어서, 수녀들이 노래하는 동안 그의 단말마는 끝났지----" 나는 교각의 명문(銘文)을 떠올리고는, 종적이 사라진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사춘기 몽상가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 "담장은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갈라졌고, 수녀들은 자기 에메랄드 옷 속에 그때까지 감추고 있던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말없이 무덤의 덮개 아래 다시 눕더군. 그는 나를 여기 남겨두고 천상의 처소로 떠났지. 그건 옳지 않아. 다른 머리카락들은 그의 머리에 남아 있는데, 나는 이 음울한 방에, 굳어진 피와 마른 살점들이 넝마로 덮인 마룻바닥에 누워 있다니. 이 방은 그가 들어온 이후 저주를 받아, 아무도 들어오지 않건만, 나는 여기 갇힌 신세네. 그러니 끝장이 난 거지! 나는 이제 천사 군단이 밀집대형을 지어 행진하는 것도, 천체들이 화음의 정원에서 산책하는 것도 더는 볼 수 없으리. 그래, 좋다, 자---- 나는 체념으로 내 불행을 견딜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인간들에게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잊지 않고 말할 거야. 나는 인간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쓸모없는 옷가지처럼 벗어던져도 괜찮다고 말할 거야. 그들은 내 주인의 견본이니까. 나는 그들에게 죄악의 음경을 빨라고 권할 거야. 어떤 분이 벌써 그렇게 했으니까---- " 머리칼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물어보았다. 그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내 눈은 더욱 힘차게 쇠창살에 달라붙고!----그런데 바로 그때 천둥이 치고, 한줄기 인광(燐光)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엉겁결에 나도 모를 어떤 경고 본능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 쪽문에서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하나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그렇게 폴싹대지 마라! 입을 다물어라--- 입을 다물어라--- 누가 듣기라도 하면! 너를 다른 머리카락 사이에 다시 넣어주겠다만, 먼저 태양이 지평선에 잠기기를 기다려, 어둠이 네 발걸음을 숨길 수 있게 해야지--- 내가 너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네가 나가는 것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내가 입질에 오를 것이다! 오! 내가 그 순간 이후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네가 알기만 한다면! 하늘로 다시 돌아가니, 내 천사장들이 호기심으로 나를 둘러싸더구나. 그들은 내가 없어진 이유를 나에게 물으려 하지는 않았지. 그들은 감히 내게 시선을 들어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수수께끼를 캐내려고 애를 쓰며, 비록 이 신비의 내막을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내 기진한 얼굴에 멍청한 시선을 던지고는, 내 안에 심상찮은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에 걱정스러워하는 심정들을 아주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더구나. 그들은 고요한 눈물을 흘리며 울었으니, 내가 더는 옛날의 내가 아니며, 본디의 나보다 더 열등해졌다고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불길한 결심이 나로 하여금 하늘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상에 날아들어서는, 그들 자신의 마음속 깊이 경멸하는 덧없는 쾌락을 맛보게 하였는지 알고 싶어했을 터이다. 그들은 내 이마에 묻은 한 방울의 정액과 한 방울의 피를 눈여겨보더구나. 앞의 한 방울은 창녀의 볼기짝에서 튀어오른 것이 아니더냐! 뒤의 한 방울은 저 희생자의 혈관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니더냐! 추악한 낙인! 움직일 수 없는 장미문양! 내 천사장들은 허공의 덤불에 매달려, 어안이 벙벙한 여러 민족들 위에 떠돌고 있는 내 오팔 튜닉의 번쩍이는 잔해들을 찾아냈다. 그들이 튜닉을 다시 꿰맞추지 못해서, 나는 그들의 순결함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 있었으니, 저버린 미덕에 대한 기억할 만한 징벌이로다. 내 마른 주름을 따라 천천히 새어나오는 것은 정액방울과 핏방울이다. 윗입술에 이르러서 그 방울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며, 저항할 수 없는 목구멍에 자석처럼 이끌려, 내 입의 성소로 침입하는구나. 내 숨통을 막는구나. 이 완고한 두 방울이, 나는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전능한 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아니다. 나는 나한테 이렇게 소리치는 후회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너는 가련한 놈일 뿐이다!" 그렇게 폴싹대지 마라! 입을 다물어라--- 입을 다물어라---- 누가 듣기라도 하면! 너를 다른 머리카락들 사이에 다시 넣어주겠다만, 먼저 태양이 지평선에 잠기기를 기다려, 어둠이 네 발걸음을 숨길 수 있게 해야지---- 나는 저 거대한 원수 사탄이 그 구더기의 마비상태를 떨치고 나와 잡다하게 얽힌 그 골격의 뼈마디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꼿꼿이 서서, 의기양양하게, 숭고하게, 제 부대를 집합시켜 놓고 훈시를 하며, 내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는 듯이 나를 조롱거리로 삼는 걸 보지 않았겠느냐. 그놈이 지껄여대는 말인즉, 끊임없는 정탐이 마침내 성공해서 제 오만한 라이벌이, 현행범으로 붙잡혔는데, 에테르 층의 암초를 가로지른 긴 여행 끝에 인간의 탈을 쓴 방탕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고, 인류의 일원을 고문하여 죽게 할 지경으로 영락한 꼬락서니에 적잖이 놀랐다는 것이다. 놈이 지껄이는 말인즉, 내 교묘한 고문의 톱니바퀴에 박살이 난 그 젊은이가 천재적인 지성이 되어, 이 지상에서 찬양할 만한 시의 노래, 용기의 노래로 불운의 공격과 맞붙어 인간들을 위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놈이 지껄이는 말인즉, 그 매음굴-수도원의 수녀들이 이제 더는 잠을 만나지 못하고, 안마당에서 서성이며, 꼭두각시처럼 허우적거리며, 미나리제비와 라일락을 발로 짓밟으며, 분노로 미쳐가겠지만, 자기들의 뇌수에 그 병을 심어놓은 원인을 떠올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미치지는 못할 것이고--- (보라, 그녀들은 하얀 수의를 걸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서로 입을 열지 않는구나. 그녀들은 서로 손을 잡는구나. 그녀들의 머리채는 벗은 어깨 위에 헝클어진 채 떨어지고, 검은 꽃 한 다발이 가슴팍에 걸려 있다. 수녀들아, 너희들이 동굴로 돌아가라. 밤은 아직 완전히 도착하지 않아. 저녁 어스름일 뿐이다--- 오, 머리카락아, 너는 그걸 네 눈으로 보았다. 나는 사방팔방에서 내 타락의 사슬 푸른 감정으로 공격을 받는구나!) 놈이 지껄이는 말인즉, 저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것의 섭리라고 자부하는 창조주가 꼭 집어 말하기도 싫은 온갖 경박한 짓에 이끌려 별이 흩뿌려진 천계에 그런 구경거리를 내보였다는 것인데, 놈이 그렇게라도 말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모범으로 내세워 내 왕국의 광대한 영역에 미덕과 선의를 유지하는 둥근 궤도를 따라 도는 행성들에게 보고하러 가겠다는 제 의도를 명백하게 확약했기 때문이다. 놈이 지껄이는 말인즉, 자신이 이렇듯 고결한 적에게 품었던 높은 평가는 제 상상력에서 날아가버렸으며, 피와 정액이 섞여 세 겹으로 층을 지어 덮여 있는 내 얼굴에 침을 뱉어 제 가래침을 더럽히느니보다는, 비록 그게 흉악무도한 악행이 될지라도 젊은 처녀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는 편이 더 낫겠다는 것이다. 놈은 제가 악덕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덕과 염치에 의해서, 범죄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의에 의해서 나보다 더 우월하다고, 당당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놈은 내가 수 많은 과오를 저질렀으니 나를 사람짝에 묶어서, 뜨거운 잉걸불에 넣고 야금야금 태운 다음, 곧바로 바다에 던져야 한다고, 그것도 바다가 받아주겠다고 한다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스스로 정의롭다고 자부했던 이상, 바로 내가, 중대한 결과도 없는 가벼운 반항을 이유로 저를 영원한 형벌에 처했던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엄혹한 심판을 해야 할 것이고, 죄악을 짊어진 내 양심을 공평무사하게 심판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풀싹대지 마라! 입을 다물어라--- 입을 다물어라--- 누가 듣기라도 하면! 너를 머리카락들 사이에 다시 넣어주겠다만, 먼저 태양이 지평선에 잠기기를 기다려, 어둠이 네 발걸음을 숨길 수 있게 해야지> 그는 잠시 멈추었다. 나에게는 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이 필연적인 정지의 시간을 통해, 소용돌이치는 사이클론이 고래 일가를 들어올리듯이 감정의 물너울이 그의 가슴을 들어올렸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날 수치를 모르는 한 여인의 유방과의 쓰라린 접촉으로 더럽혀진, 거룩한 가슴이여! 망각의 한순간에, 방탕이라는 개에게, 성격의 허약함이라는 낙지에게, 사적인 비열함이라는 상어에게, 도덕의 결여라는 보아뱀에게, 우매함이라는 괴물 달팽이에게 넘겨진, 왕의 영혼이여! 머리카락과 그 주인은 오래 헤어졌다 만난 두 친구처럼 서로 꼬옥 껴안았다. 창조주는 제 재판정에 다시 출두한 피고인이 되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인간들이, 나에 대해 그렇게도 고상한 의견을 지니고 있었건만, 물질의 진흙탕 미로에서 벌어진 내 행실의 미망을, 내 샌들의 주저하는 발걸음을 알게 되면, 게다가 안개에 덮인 범죄가 음침한 촉수를 들고 시퍼렇게 변하며 으르릉대는 그 늪의 괸 물과 습기찬 등심초를 가로지른 내 어두운 행로의 방향을 알게 되면, 나를 어찌 생각할 것인가!--- 나는 내가 장래에 저들의 존경심을 다시 쟁취하려면 명예 회복에 많은 노력을 바쳐야만 한다고 이제 깨닫는다. 나는 위대한 전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약간의 모래로 창조했던 인간들보다 더 열등하고나! 저들에게 과감한 거짓말을 하라. 그리고 내가 하늘을 떠난 적이 없다고, 내 궁전의 대리석과 조각상과 모자이크 사이에, 왕자의 근심과 더불어, 항시 갇혀 있었다고 저들에게 말하라. 나는 인류의 하늘 같은 자식들 앞에 나타나,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초가에서 악을 몰아내라. 그리고 가정에 선한 외투를 들이거라. 제 동류의 하나에게 손을 내어, 그 가슴에 살인의 촌철로 죽음의 상처를 입히는 자는 내 긍휼의 효과를 바라지 말 것이며, 정의의 저울대를 두려워할지니라. 그는 제 슬픔을 감추려 숲으로 가겠으나, 나뭇잎들의 바스락거림이 숲속 빈터를 가로질러 그의 귀에 회한의 발라드를 노래하리라. 그리하여 그는 그 지역을 피해 달아날 것이니. 그의 엉덩이는 덤불과 활가시나무와 푸른 엉겅퀴에 찔리고, 그의 다급한 발걸음은 칡넝쿨의 질김과 전갈의 악착에 얽히리라. 그는 해변의 자갈밭으로 향할 것이나. 차오르는 밀물이 물보라를 치며 그에게 아슬아슬하게 접근하여 자기들도 그의 과거를 모르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것이니, 그는 제 눈먼 발걸음을 절벽 꼭대기로 서둘러 돌리련만, 그사이에 추분의 삼지창 바람이 만(灣)의 천연 동굴과 울림 높은 바위벽 밑 채석장으로 감겨들며, 팜파스의 어마어마한 물소떼처럼 고함을 내지르리라. 해안의 등대들이 그 빈정거리는 반사광으로 북쪽 끝까지 그를 쫓을 것이요. 해안 소택지의 도깨비불들이 그 타오르는 단순한 안개들이, 환상적인 춤을 추며 그 모공의 털을 곤두세우고 그 눈의 홍채를 초록색으로 물들이리라. 수치심이 너희 움막에서 즐거워하며, 너희 발의 그림자에 안주할지라. 이리하여 너희 자식들이 아름다워질 터이고, 제 부모들 앞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리라. 그렇지 아니하면, 허약하고, 도서관의 양피지처럼 오그라든 녀석들이, 반항에 이끌려, 저희들이 태어난 날과 저희 어미의 불결한 클리토리스에 반항하여 큰 걸음으로 나아가리라." 인간들이 어찌 이런 가혹한 율법에 복종하려 하겠느냐. 입법자 자신이 먼저 거기에 속박되기를 거부한다면?---그래서 내 부끄러움은 영원처럼 무한하구나!> 머리카락이 자기를 유폐했던 일에 대해 겸허하게 그를 용서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 주인이 신중하게, 경박하지 않게 행동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눈꺼풀을 비춰주던 창백한 마지막 햇살이 산의 협곡에서 물러났다. 그에게 몸을 돌리자, 나는 그가 수의처럼 접히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폴싹대지 마라! 입을 다물어라--- 입을 다물어라---- 누가 듣기라도 하면! 너를 다른 머리카락 사이에 다시 넣어주겠다. 그런데 이제 태양이 지평선에 잠들었으니, 파렴치한 늙은이와 다정한 머리카락, 너희 둘은 모두 창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기어가라. 그동한 밤이수도원 위에 제 그림자를 펼치고, 들판에 길게 찍힌 너희 은밀한 발자국을 덮는다--- 그때 이(虱)가 한 곶벼랑 뒤에서 갑자기 나오더니 발톱을 곧추세우며 나에게 말했다:"너는 그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나 나는 그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물러나 다리 위에 도착했다. 나는 원래의 명문을 지우고, 그걸 다음과 같은 말로 바꾸었다. "제 가슴속에 이런 비밀을 단검처럼 간직해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처음으로 저 무시무시한 성탑에 들어갔을 때, 목격했던 바를 결코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나는 이 글자들을 새기는 데 썼던 창칼을 다리난간 너머로 던지고, 유년시대에 머물러 있는 창조주의 성격에 대해 간략한 성찰을 하다보니, 그가 앞으로도, 오호라! 오랜 시간에 걸쳐, 때로는 잔혹한 행태로, 때로는 거대한 악덕에서 생겨난 궤양의 더러운 구경거리로, 인류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 틀림없기에(영원은 길다), 이런 존재를 적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취한 사람처럼 두 눈을 감고, 거리의 미궁을 가로질러, 슬픈 마음으로,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세번째 노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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