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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본느프와 詩選 『살라망드르가 사는 곳』(열음사, 1987)
2019년 07월 12일 20시 57분  조회:1774  추천:0  작성자: 강려
이브 본느프와 詩選 『살라망드르가 사는 곳』(열음사, 1987)
 
 
극장
 
1
나는 보았다 그대가 테라스 위를 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대가 바람과 싸우는 것을,
추위가 그대의 입술 위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대사 부서져 즐거이 死者가 되고자 하는 것을,
번갯불이 훤한 유리창을 그대의 피로 얼룩지게 할 때 오오 번갯불보다 더욱 아름답게.
 
 
4
나는 잠을 깬다, 비가 온다. 바람이 그대에게 스며든다, 두우브여, 내 곁에서 잠자는 송진내나는 광야. 나는 테라스 위, 죽음의 구멍 속에 있다. 무성한 이파리들 속에 큰 개들이 떨고 있다.
 
문 위에, 문득, 그대가 스치는 팔이, 여러 세기를 통해 나를 바친다. 나는 잉걸불의 마을, 순간마다 나는 그대가 태어나는 것을 본다, 두우브여.
 
순간마다 죽는 것을.
 
6
어떠한 창백함이 그대를 때리는가, 지하의 강이여, 어떠한 동맥이 그대 속에서 끊어졌는가, 어디에서 메아리가 그대의 추락을 울려퍼지게 하는가?
 
그대가 문득 쳐드는 팔이 벌려져, 불타오른다. 그대의 얼굴이 떨어진다. 깊어가는 어떠한 안개가 내게서 그대의 눈길을 빼앗아가는가? 그림자의 느슨한 낭떠러지, 죽음의 경계선.
 
말없는 팔들이 그대를 반긴다, 다른 강변의 나무들이.
 
7
이파리들 속에서 확실치 않은 상처에 시달리는 사람,
하지만 길을 잃은 발자취의 피에 사로잡혀,
그러고도 여전히 살 수 있는 공범자.
 
나는 보았다, 싸움 끝에 모래에 파묻혀
그대가 침묵과 물의 경계선에서 망설이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 별들이 더러혀진 입
그대의 밤 속에서 밤샘하는 것의 두려움을, 외침으로써 깨뜨리는 것을.
 
오오 싸늘한 대기 속에서 갑자기 바위와도 같이
석탄의 아름다운 몸짓을 일으키며.
 
13
오늘 저녁 대지 위에서 밝게 비춰진 그대의 얼굴,
그러나 나는 그대의 눈이 썩어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얼굴이라는 말은 더 이상 뜻을 갖지 않는다.
 
선회하는 독수리의 밝게 비춰진 내부의 바다,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이다.
나는 그대를 차디찬 채로 소유한다, 이미지들이 더 이상 뿌리박지 못하는 깊이에서.
 
 
 
 
나무에게
 
그녀의 통로 위에서 모습을 감춘 그대들,
그대들은 그녀 뒤에서 그대들의 길을 닫아버렸다
두우브가 죽었을지라도 無가 아닌 채
여전히 빛을 비친다는 비정한 보증인들.
 
섬유질의 물질인 딱딱한 그대들
죽은 자들의 배[船] 안에서 입을 다물어
그녀가 굶주림과 추위와 침묵의 하찮음을 위해
몸을 던졌을 때, 내 가까이 있는 나무들이여.
 
나는 듣는다, 그대들을 통해서
개들과 형태없는 뱃사공들과
그녀가 어떤 대화를 시도할 것인가를.
그리고 나는 그대들에게 속한다
많은 밤을 통해, 이 모든 흐름에도 구애받지 않는 그녀의 걸음에 의해서.
 
그대들이 가지 위에 내리치는 세찬 우뢰,
그 우뢰가 한여름에 불타오르게 하는 축제는
그대들의 엄숙함을 매개로 하여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내 운명에 맺어주는 것임을 뜻한다.
 
무엇을 붙잡는다는 말인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본다는 말인가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원한다는 말인가 죽는 것이 아니라면,
말하는 것, 찢겨지는 것이 아니라면?
 
내 가까이 있는 말이여
무엇을 찾는다는 말인가 그대의 침묵이 아니라면,
어떤 어렴풋한 빛을
깊이 묻혀진 그대의 의식이 아니라면,
 
근원과 밤 위에
물질로서 던져진 말이여.
 
 
 
 
 
 
 
단 하나의 증인
 
6
진흙투성이 더러운 겨울에, 두우브여, 나는 떠올리고 있었다,
그대 숲의 나지막한 빛나는 얼굴을.
모든 것이 해체되고, 모든 것이 멀어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되돌아올 길도 없이 웃으며 그대를 다시 보았다,
풍성한 계절의 저녁에, 그대는 머리카락으로
창백한 얼굴의 빛남을 감추었다.
 
나는 사라져가는 그대를 다시 보았다.
가을이 나뭇잎새에 강풍소리를 내며 스산해질 때
그대는 숲의 경지에서 불처럼 나타났다.
 
오오 더욱 까맣게 거칠어진 그대! 마침내 나는 죽은 그대를 보았다,
허무가 떠받치고 있는 달랠길 없는 번갯불
이내 꺼지는 캄캄한 집의 유리창
 
 
 
 
 
참다운 이름
 
나는 이름 붙일 것이다, 그대가 있었던 그 城을 사막이라고
그 목소리를 밤이라고, 그대의 얼굴을 不在라고
그리고 그대가 불모의 땅에 쓰러지게 될 때
나는 이름 붙일 것이다, 그대를 데려간 번갯불을 허무라고
 
죽음으 그대가 사랑했던 나라. 그러나 나는 간다,
영원히 그대의 어두운 길을 통해서.
나는 부순다, 그대의 욕망, 그대의 형태, 그대의 기억을
나는 연민의 정을 품지 않는 그대의 敵
 
나는 그대를 싸움이라고 이름 붙일 것이다,
나는 그대에 대해서 싸움의 자유를 가질 것이다,
또한 나는 가질 것이다, 내 손에 그대의 어두운 꿰뚫어진 얼굴을,
내 마음 속에 천둥치는 비바람 훤히 비치는 그런 나라를.
 
 
 
 
 
불사조
 
새는 우리들 머리 앞으로 날아갈 것이다,
피의 어깨가 새를 위해 치켜 세워질 것이다.
새는 즐거워서 날개를 접을 것이다,
그대가 새에게 내맡긴 몸, 그 나무 꼭대기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멀어져가는, 새는 오래 노래할 것이다.
그림자가 그 외침의 경계를 지워버릴 것이다.
나뭇가지마다에 새긴 죽음을 거부하며
새는 감히 밤의 봉우리를 넘어서 날아갈 것이다.
 
 
 
 
 
참다운 몸
 
입이 다물어지고, 얼굴이 씻겨지고
몸이 깨끗해져, 그 빛나는 운명
언어의 땅에 매장되어,
가장 나지막한 결혼이 완료되었다.
 
우리들은 살벌했고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내 얼굴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는 스러졌다.
그 눈이 감겨져, 이제 나는 두우브를 죽은 채로 간직한다,
나와 함께 자아의 격렬함 속에 갇힌 채로.
 
그리하여 그대의 존재에서 올라오는 차거움이 아무리 클지라도
우리들 친밀함의 결빙이 아무리 타오를 듯 할지라도
두우브여, 나는 그대 속에서 말한다, 그리고 그대를 껴안는다
안다는 행위와 명명한다는 행위 속에서.
 
 
 
 
 
詩法
 
첫 나뭇가지들로부터 분리된 얼굴
나지막한 하늘 아래 온통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미
 
어느 난로에다 그대 얼굴의 불을 지를 수 있을까,
오오 머리를 아래로 떨군 채로 붙잡힌 메나드*여?
 
* 메나드(Ménade) 는 酒神 Bachus의 무녀
 
 
 
 
 
 
 
두우브는 말한다
 
1
때때로 그대는 말했다, 새벽에 헤매며
캄캄한 길 위에서,
나는 돌의 최면 상태를 나누어 가졌으며
나는 돌처럼 눈멀었었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와 나의 코메디는
죽은 행위를 밝히고 말았다.
 
나는 여름을 바랬었다,
나의 눈물을 말리기 위한 광포한 여름을,
그런데 추위가 닥쳐와 내 사지에서 심해져
나는 깨어나 괴로워했다.
 
2
오오 운명적인 계절이여,
오오 칼날처럼 벌거벗은 땅이여!
나는 여름을 바랬었다
누가 낡은 피 속에서 이 쇠를 끊었는가?
 
참으로 나는 행복했었다
그 죽어가는 순간에
눈은 멍하니, 나의 손은 영원한 비의 불결함에
벌려져 있었다
 
나는 외쳤다, 나는 얼굴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왜 미워하는가, 왜 우는가, 나는 살아 있었고,
그 깊은 여름 대낮은 나를 안심시켜 주었는데.
 
3
우리가 드러나 있는 이 존재의 표면 위에서
유한성이라는 바람만이 부는
이 메마름 위에서
말은 꺼져다오
 
한 그루 포도나무처럼
선 채로 타오르던 가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소재를
비추며
정상에서 구르는 최고의 가수.
 
그대가 나를 만나는 나지막한 방에서
말을 꺼져다오,
외침의 아궁이는 닫혀다오
발갛게 물드는 우리들의 말로 해서.
 
내 죽음 때문에 추위가 일어나 의미를 띠게 해 다오.
 
 
 
 
오렌지 밭
 
그리하여 우리들은 걸어갈 것이다, 끝없는 하늘의 폐허 위를,
목적지가 멀리서 나타날 것이다,
생생한 빛속의 운명과 같이.
 
오랫동안 찾아헤맸던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우리들 앞에 살라망드르의 땅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 돌을 보라고, 그대는 말할 것이다 :
이 돌은 죽음의 현존을 지니고 있다.
우리들의 몸짓 아래 타고 있는 돌이야말로 은은한 램프,
그리하여 우리들은 걷는다, 램프에 비치어.
 
 
 
 
 
싸움터
 
1
패배한 슬픔의 기사가 여기 있다
그가 샘물을 지켜주었기에, 나는 깨어난다
그것은 나무들 덕택이다
물소리 속에 계속 이어지는 꿈.
 
그는 말이 없다. 그의 얼굴은 온갖 샘물과
절벽을 쏘다니다, 내가 찾아낸 죽은 형제의 얼굴.
정복당한 밤의 얼굴, 찢어진 어깨의 새벽에
고개 수그린 얼굴.
 
그는 말이 없다. 패비한 자가 싸움이 끝난 뒤
변명할 만한 말로써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처참한 얼굴을 땅바닥에 떨군다
죽는다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외침, 참다운 휴식이다.
 
2
하지만 그는 운다, 깊은 샘물가에서
죽은 자의 다알리아꽃처럼
과연 그는 피어날 수 있을까?
우리들에까지 죽음 세계의 소리를 내지르는
11월의 흐릿한 물의 앞뜰에서.
 
내게 책임이 있는 날, 내가 다시 정복한 그날의
참담한 새벽에 기대어,
나는 영원히 매장된 내 비밀스런 악마의
영원한 존재가 흐느끼는 것을 들은 듯하다.
 
오 내 힘의 기슭이여! 그대는 다시 나타나리라
나를 이끌어간 날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있게 해다오
그림자여, 그대들은 이제 더 이상 없다. 그림자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밤 속에서 그리고 밤을 통하여 그렇게 되리라.
 
 
 
 
 
살라망다르가 사는 곳
 
놀란 살라망드르는 꼼짝하지 않고
죽음을 가장한다.
이것이야말로 돌 속으로 나아가는 의식의 첫걸음.
가장 순수한 신화.
정신 자체인 커다란 불, 가로 질러가는 커다란 불.
 
살라망드르는 유리창의 빛 속,
벽 한가운데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그의 심장이 영원히 고동치는 것을.
 
오오 나의 공범자여, 나의 思考여,
모든 순수한 것의 알레고리여,
이렇듯 자신의 침묵 속에서
오직 하나의 즐거움의 힘을 억제하는 것을, 내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꼼짝하지 않는 몸 전체로
하늘의 별들과 어울리는 것을,
자신의 승리 시간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는 것을, 내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여름
 
불이 우리들 대낮에 붙어다니다 대낮을 완성시켜가고 있었다,
쇠가 더욱 회색빛으로 물드는 새벽마다 시간을 상처내고 있었다,
바람이 우리들 방의 지붕 위에서 죽음과 부딪치고 있었다,
추위가 우리들 마음을 에워싸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아름다운 여름, 빛바랜, 파괴하는, 캄캄한 여름이었다,
그대는 여름 비의 부드러움을 사랑했었다
또한 그대는 그 회색빛 날개를 떨리는 별장에서
여름을 지배하는 죽음을 사랑했었다.
 
그 해 그대는 거의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돌, 바람, 물, 그리고 나뭇잎으로
그대의 눈앞에 다가오는 언제나 까만 하나의 기호를.
 
그리하여 쟁기날은 벌써 경작하기 쉬운 대지를 파헤쳤다,
그리고 그대의 오만함은 사랑했다 그 새로운 빛을,
여름의 대지 위에서 두려워하는 도취를.
 
 
 
 
 
램프가 낮게 타고 있었다
 
램프가 낮게 타고 있었다,
그대를 향해 회색 얼굴을 기울이고,
나무들의 공간에서, 상처 입은 죽음을 지닌 새처럼
그것은 떨고 있었다.
-재투성이 바다의 항구에 겉도는 기름은
마지막 날빛으로 빨갛게 물들 것인가,
물거품 헤치고 해안에 닿으려는 배는
마침내 낮의 빛속에 나타날 것인가?
 
여기서 돌은 홀로이며 광막한 회색빛 영혼,
그대는 낮이 오지 않는데도 걷고 있었다.
 
 
 
 
철교
 
내가 어린 시절에 거닐곤 했던
길다란 거리 끝에는 언제나 기름의 늪이,
캄캄한 하늘 아래 묵직한 죽음의 長方形이 있었다.
 
詩가 다른 물로부터
스스로의 물을 분리시킨 이후,
어떤 아름다움도, 어떤 새깔도 그 늪을 간직하지 못한다,
늪은 쇠와 밤을 위해 괴로워한다.
 
늪은
죽은 물가의 기다란 슬픔을 기르고 있는데,
보다 몽상적인 저쪽 기슭으로 걸쳐 있는 철교는
그의 유일한 기억이며 오직 하나의 참다운 사랑이다.
 
 
 
 
 
미완성이 절정이다
 
파괴하고, 파괴하고, 파괴해야만 했다.
구원은 그 댓가로써만 이루어졌다.
 
대리석 속에 떠오르는 벌거벗은 얼굴을 파괴할 것,
모든 형태 모든 아름다움을 파괴할 것.
 
완성이란 입구이므로 완성을 사랑할 것,
하지만 알게 되면 곧 그것을 부정할 것, 죽게 되면 곧 그것을 잊어버릴 것,
 
미완성이 절정이다.
 
 
 
 
 
불의 연약성
 
불이 붙었다, 불은 나뭇가지의 숙명,
그것은 나뭇가지의 조약돌처럼 차가운 마음을 스치려고 한다,
모든 태어난 사물의 항구에 찾아든 불.
물길의 기슭에서 그것은 쉬게 될 것이다.
 
불은 타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알리라, 순수한 열망 속에서,
벌거벗은 땅의 공간이 불 밑에서 나타나리라는 것을,
죽음의 별이 우리들의 길을 비춰주리라는 것을.
 
불은 사그라져버릴 것이다. 그림자 짙게 드러운 개여울은
그 발걸음 아래, 잠시 반짝거릴 것이다.
이데아도 그것이 사용하는 물질을 넘어서
구원할 수 없는 시간을 포기하리라.
 
 
 
 
 
골짜기
 
돌 무더기 속에
한 자루의 劍이 꽂혀 있었다.
손잡이는 녹슬어 있었다, 고대의 쇠가
회색빛 돌의 옆구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대는 두 손으로 不在를 붙잡아야 했고
밤의 광맥에서 어슴프레한 불꽃을 빼앗아야 했음을 알았다.
몇 마디 말이 돌의 피 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것들을 아는 길과 죽는 길을 말하고 있었다.
 
不在의 골짜기에 들어가, 멀어져가라,
항구인 것은 조약돌뿐인 여기.
한 마리의 새의 노래가
새로운 강변에서 그대에게 그것을 가리켜줄 것이다.
 
 
 
 
 
여기, 언제나 여기
 
여기, 밝은 곳. 이것은 더 이상 새벽이 아니다,
이것은 이미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욕망을 지닌 대낮.
그대의 꿈 속에서 노래의 신기루 가운데 남아 있는 건
다가오고야 말 돌의 이 반짝임뿐.
 
여기, 그리고 저녁 무렵까지. 그림자의 장미는
벽 위에서 돌고 있으리라. 시간의 장미는
소리도 없이 꽃잎을 떨어뜨리리라. 밝은 鋪石 바닥은
대낮에 넋을 빼앗긴 이것들의 발걸음을 제멋대로 이끌어가리라.
 
여기, 언제나 여기. 돌에 돌을 쌓아
추억에 의해서 말해진 나라를 세웠다.
이제 막 떨어지는 다순한 과일의 소리가
더 한층 그대 속에서 치유되어가는 시간을 열광시킬 것인지.
 
 
 
 
폐허의 새
 
폐허의 새는 죽음에서 멀어진다,
새는 햇빛 비치는 회색 돌 속에 둥우리를 짓는다,
새는 온갖 고통, 온갖 기억을 뛰어넘는다,
새는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영원 속에서 내일이 무엇인지를.
 
 
 
 
 
하나의 소리
 
불이 타들어오는데
그대는 나를 위해 무슨 집을 지어주고자 하는 것인가,
무슨 검을 글자를 써주고자 하는 것인가?
 
오랫동안 나는 그대의 記號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대는 나를 온갖 밀도로서 옭아매었다.
 
하지만 이제 한없는 밤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나는 검은 말을 타고 그대에게서 도망칠 것이다.
 
 
 
 
 
또 하나의 소리
 
모든 것이 멈출 때
머리칼을 흔들거나 <불사조>의 재를 뿌리면서
그대는 무슨 몸짓을 시도하려 하는가,
그리하여 존재의 자정이 책상을 바치는 것은 언제인가?
 
모든 것이 침묵을 지킬 때
그대의 검은 입술 위에서 그대는 어떤 기호를,
어떤 가난한 언어를 지키려고 하는가,
아궁이에 불이 꺼져버릴 때 마지막 불씨를 지키려 하는가?
 
나는 그대 속에서 살아가리라,
그리고 나는 그대 속에서 모든 빛을 꺼내리라,
모든 化肉, 모든 암초, 모든 법을.
 
그리하여 내가 그대를 끌어올린 허무 속에다
나는 번갯불의 길을 열리라,
아니면 아직껏 소리친 적이 없는 가장 커다란 외침을.
 
 
 
 
 
하나의 돌
 
그는 바랐다. 아무것도 아지 못한 채
그는 사라졌다, 아무것도 갖지 않은 채.
나무, 연기,
바람과 실망의 모든 실이
그가 사는 거처였다.
한없이
그는 껴안았다 자신의 죽음만을.
 
 
 
 
 
죽은 자들의 장소
 
죽은 자들의 장소는 어디인가,
죽은 자들은 우리들처럼 길을 걷는가,
그들은 말을 하는가, 그들의 말은 우리보다 진실한가,
그들은 나뭇잎의 魂인가, 나뭇잎보다 더 높은 나뭇잎의 혼인가?
 
불사조는 그들을 위해 하나의 성을 세웠는가,
그들을 위해 하나의 책상을 만들었는가?
어떠 나무의 불더미 속에서 울부짖는 어떤 새의 외침소리가
죽은 자들이 모두 밀어닥치는 공간인가?
 
아마도 그들은 송악의 이파리 속에 누워 있는 것이리라,
그들의 일그러진 말[言語]의 이파리는
밤이 찾아오는 항구, 찢겨진 말의 이파리의 항구이리라.
 
 
 
 
 
새벽의 땅에서
 
눈물의 딸, 새벽이여, 다시 일으켜 세우라 방을
그 회색빛 사물의 평화 속에,
그리고 그 질서 속에 마음을 숱한 밤이
시들어, 사라져 버리기를 이 빛에게 요구했었다,
우리들은 죽은 얼굴 곁에서 밤샘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램프의 o는
항구에 들어갈 것인가,
여기 책상 위 재가 된 불꽃은
딴 곳의 다른 광명 속에서 커다랗게 타오를 것인가?
새벽이여, 일어나라, 그늘 없는 얼굴을 쳐들어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색칠하라.
 
 
 
 
 
베네란다
 
오오, 쪼개진 빵 속이 이 무슨 불빛인가, 희미해진
별빛 속에 이 무슨 순수한 새벽인가!
나는 돌들 사이로 햇빛 비쳐드는 것을 바라본다,
그 밝음 속에 그대 혼자서 검은 빛을 두르고 있다.
 
 
 
 
 
또 다른 죽음의 강변
 
1
피닉스가 되는 것에서 자유로와진 새는
죽기 위해 나무에 홀로 머물러 있다.
새는 상처의 밤으로 몸을 감싸고
자신의 심장을 찌를 劍을 느끼지 않는다.
 
램프 속에서 기름이 낡아지고 시커멓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잃어버린 그토록 많은 길처럼,
새는 나무의 물질에 천천히 돌아온다.
 
어느 날인가 새는 그렇게 되리라,
어느 날인가 새는 분명 죽은 동물,
피가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갈라진 목을 지닌 부재가 되리라.
 
풀숲 속에서 모든 진실의 깊이를 찾아낸
새는 풀숲에 떨어지리라.
피의 맛은 그 강변을 물결로 부딪칠 것이다.
 
2
새는 깊은 비참으로 해체되리라,
새는 거짓말하기를 바라지 않는 목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부심과 타고난 성격으로
새는 오직 허무, 죽은 자들의 노래일 수밖에 없으리라.
 
새는 늙어가리라. 벌거벗은 엄한 모습을 지닌 나라는
그 목소리의 또 하나의 비탈이 되리라.
파도가 치지 않는 끌어올려진 배는
그리하여 마멸된 모래바람에 시커멓게 되리라.
 
새는 침묵을 지키리라. 죽음은 그리 장중하지 않다.
새는 존재의 무익성 속에서
쇠에 날개를 찢기운 그림자의 몇 발자욱을 만드리라.
 
새는 장중한 빛 속에서 죽어가리라.
그것은 또 하나의 어두운 세계 속에 세워 놓은
더 한층 행복한 빛의 이름으로 말해질 수 있으리라.
 
램프, 잠자는 사람들
 
 
1
내려가는 계단을 아예 내려가려고 하지 않았다.
나중에사 나는 알아차렸다, 죽음 속을 내려가는 길이 있는
이 땅이 또그대 없이는 잠들 수가 없었다, 그대 없이는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바랐다 내 열병의 베갯머리에
그대가 존재하지 않기를. 그대가 밤보다도 더 어두운 존재이기를.
그리하여 무용한 세계 속에서 내가 소리 높이 말했을 때
너무도 광막한 잠의 길 위에서 나는 그대를 붙잡았다.
 
내 속에서 짓누르는 神,
그것은 내가 떠도는 기름으로 빛나게 했던 강기슭,
그대는 알고 있었다 밤이면 밤마다 줄곧 괴롭히는 내 심연의 발걸음을,
밤이면 밤마다 찾아오는 나의 새벽, 이룰 수 없는 사랑을.
 
2
-나는 그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숱한 돌의 골짜기여
나는 듣고 있었다 그대의 묵직한 휴식의 소리를,
나는 보고 있었다 그대를 가리는 그림자 속에 아주 나지막이
잠의 거품이 허옇게 이는 슬픈 장소를.
 
나는 그대가 꿈꾸는 것을 듣고 있었다. 오오 단조로운 둔한 자여,
때때로 보이지 않는 바위에 부서져
얼마나 멀리 그대 목소리는 사라져갈 것인가!
그 목소리의 그림자 속에 가냘프게 속삭이는 기다림의 격류를 밀어헤치면서
 
저쪽, 울긋불긋한 꽃빛깔의 뜰 가운데,
방자한 공작 한 마리 죽음의 빛으로 자라고 있다.
하지만 그대,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꿈틀거리는 나의 불꽃뿐,
그대는 유연한 말의 밤에 살고 있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미완성 儀式의 놀람과 서두름분
그대는 책상 꼭대기에서 어둠을 나눠갖는다,
오오 유일하게 빛나는 것이여, 그대의 손은 얼마나 벌거벗었는가!
 
 
 
 
 
 
하나의 돌
 
그대의 다리, 매우 짙은 밤,
맺어진, 몹시도 검은 그대의 가슴,
나는 눈을 잃어버렸는가?
돌보다도 싸늘한 이 어두컴컴한 속에서
끔직스런 내 눈의 신경을 잃어버렸는가?
오오 내 사랑이여.
 
빛의 한가운데서 나는 없애버린다
처음에는 가스로 하여 벗겨진 내 머리를,
그리고 나선 여러 나라와 함께 내 이름을,
단 하나 똑바른 내 손만이 끈질기게 남는다.
 
행렬의 선두에서 나는 쓰러졌다
神도 없고, 들을 수 있는 목소리도 없고, 죄도 없이,
울부짖는 삼위일체의 짐승으로서.
 
 
 
 
 
 
하나의 돌
 
떨어져라, 하지만 얼굴 위에, 부드러운 비여.
꺼져가라, 하지만 서서히, 몹시도 가난한 샬레이유*여
 
*샬레이유(chaleil)는 호야가 없는 고풍스런 옛날 램프의 일종.
 
 
 
 
 
 
쟝과 쟌느
 
그대는 황폐해진 나지막한 이 집의
이름을 묻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나라에 있는 쟝과 쟌느.
 
널따란 바람이 지나갈 때
노래 부르는 자도 나타나는 자도 없는 문지방.
 
그것은 쟝과 쟌느. 그들의 회색 얼굴에서
낮의 회반죽이 떨어져, 나는 다시 본다
지나간 옛 여름날의 유리창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멀리서 아주 뚜렷이 빛나는, 그림자의 딸 聖櫃를.
 
오늘 이 저녁, 우리들은 불을 지피리라
커다란 방에.
우리들은 떠나가리라,
우리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그 불을 살려두리라.
 
 
 
 
 
 
하나의 소리
 
우리들은 늙어가고 있었다, 그는 나뭇잎 나는 샘물,
그는 약간의 햇빛, 나는 심연
그는 죽음, 나는 삶의 지혜.
 
나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이 조종하는 기색 없이 웃는 牧神의 얼굴을
그림자 속에서 우리들에게 내미는 것을,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자를 실어오는 바람이 일어서는 것을.
 
어두컴컴한 샘물에서 죽는다는 것은
송악이 마시는 바닥 없는 물을 뒤흔드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영원한 꿈 속에 서 있었다.
 
 
 
 
나무, 램프
 
나무가 나무 속에서 늙어가는 여름이다.
새가 새의 노래를 넘어서 달아난다.
옷의 붉은 빛깔이, 저 멀리 하늘에서
고대적인 고통의 수레를 빛나게 하다가 산산이 흩뜨려 버린다.
 
오오 들고 다니는 램프의 불꽃처럼
연약한 나라여,
세계의 수액 속 잠은 가깝고
헤어진 영혼의 고동소리는 단순하다
 
그대는 또한 사랑한다 램프 빛이
날빛 속에서 생기를 잃어 꿈꾸는 순간을.
그대는 또 알고 있다 그대 마음의 어둠이 치유되고,
배가 강 기슭에 닿아 가라앉아 버리는 것을.
 
 
 
 
 
미르트(桃金孃)
 
때때로 나는 그대를 흙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그대의 입술에서, 뜨거운 돌 속에서 솟아나올 때의
샘물의 고뇌를 마셨다. 그리하여 여름은
행복한 돌과 물 사니는 자를 힘차게 지배했다.
 
때때로 나는 미르트에 대해 그대에게 말했다.
나는 온종이 그대 몸짓의 굴대를 불태웠다.
그것은 베스타 무녀의 빛의 간결하고 위대한 불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대를 그대의 밝은 머리카락 속에서 만들어냈다.
 
위대한 여름 내내 우리의 꿈을 말라붙게 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녹슬게 하고, 우리의 몸을 자라게 하고,
우리의 쇠를 망가뜨리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때때로 침대는 선회하고 있었다 앞바다에 닿아가는
자유로운 한 척의 배처럼.
 
* 미르트(myrte)란 도금양과(桃金孃科)에 속하는 식물의 이름.
 
 
 
 
 
하나의 돌
 
하나의 불이 우리들 앞을 지나간다.
나는 순간마다 그대의 목덜미, 그대의 얼굴을 알아본다.
그 다음은 불꽃만을,
불더미만을, 죽은 자들의 울부짖음만을.
 
석양의 빛 속에서
그대를 불꽃으로부터 떼어놓은 재,
오오 현존이여,
그대의 은밀한 궁륭 아래서 우리들은 맞아들인다
어두운 축제를 위해.
 
 
 
 
 
변화된 빛
 
우리들은 서로 똑같은 빛 속에서 더 이상 보고 있지 않다,
우리들은 똑같은 눈, 똑같은 손을 더 이상 지니고 있지 않다.
죽은 자들 사이에서, 나무는 보다 더 가까이 있고,
샘물 소리는 보다 더 생생하며, 우리들의 발걸음은 보다 더 신중하다.
 
지금 여지 있지 않는 신이여, 우리들 어깨 위에 그대 손을 얹으라,
그대 再臨의 힘으로 우리들 몸을 지으라,
우리들 영혼에 이 별들, 이 나무들, 이 새들의 울음소리,
이 그림자들, 이 날빛들을 섞어라.
 
과일이 째지듯 우리들 속에 그대 스스로를 버리라
그대 속에 우리들을 사라지게 하라. 우리들에게 밝혀라
오직 단순할 뿐인 것의 신비로운 의미를,
사랑 없는 말 속에 불도 없이 떨어졌던 것의 신비로운 의미를.
 
 
 
 
 
고뇌와 욕망의 대화
 
1
때때로 나는 나 이상의
어떤 희생적인 얼굴을 상상해 본다,
그 얼굴의 빛은 마치 갈아엎은 밭의 흙과 같다.
입술과 눈은 웃음을 짓고,
이마는 음울하다, 바다 소리는 지루하고 둔중하다.
나는 얼굴에게 ‘내 힘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얼굴의 빛이 더욱 환해진다.
그 얼굴은 어슴프레한 박명의 싸움의 나라를,
굽이굽이 돌아 비옥한 땅을 확실이 보장해주는 강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이러한 시간과 괴로움이 필요했던 것에 놀란다.
왜냐하면 과일들이 벌써 나무 속에서 군림하고 있었으며,
또한 해가 이미 저녁의 나라를 빛나게 하고 있었기에.
나는 내가 거기서 살 수 있는 높은 지대를 바라보고 있다,
또 하나의 딱딱한 손을 붙잡고 있는 이 손,
미완의 가을 노고의 짐을 들어올리고 있는 이 부재의 호흡
 
2
그리고 나는 부재의 여인 꼬레를 생각한다,
그녀는 자기 손에 꽃들의 반짝이는 검은 심장을 치켜들어,
그 검은색을 마시면서, 빛과 그림자의 목장에서,
끝내 밝혀지지 않는 여인으로서 쓰러졌다.
 
나는 이 오류, 이 죽음을 이해한다.
백합과 쟈스민은 우리들 지방으 산물이다.
그렇게 깊지 않은, 맑고 푸른 물의 강기슭은
세계의 중심의 그림자를 떨게 하고 있다······
그렇다, 꺾어라. 꽃을 꺾는 잘못이 우리에겐 허용되어 있으니까.
영혼 전체가 단순한 말의 둘레에 몸을 구부리고 있고,
그리자이유 그림은 무르익은 과일 속에서 사라져간다.
 
싸움의 말의 쇠는
되돌아올길 없는 행복스런 물질 속에서 스러진다.
 
* 회색의 농담만으로 그리는 화법에 의한 그림 또는 장식유리창을 가리킴.
 
3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오래된 말 속에 깃들어 있는 찬란함.
생생한 물이라는 무기가 밝혀준,
행복스런 바다와 같은 머나먼 우리들 모든 생명의
단락
 
우리들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이미지 같은 것은.
저기, 저 나무만으로 우리에겐 충분하다,
빛으로 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된 저 나무.
겨우 몸을 입기 시작한 神의 겨우 불러주기 시작한 이름밖에 알지 못하는 저 나무.
 
아주 가까이서 <유일자>가 타고 있는 드높은 나라.
 
단순한 시간이 슬픔도 없이 손으로 대고 있는 벽의 초벌바름, 손이 그것을 재고 있다.
 
4
그리고 그대,
그대야말로 나의 자랑,
오오 逆光의 위치에서 떠나, 더욱 사랑받던 여인이여
내게 더 이상 낯선 여인이 아닌 그대여
나는 알고 있다, 우리들은 똑같은 어두운 뜨락에서 자라고 있음을.
우리들은 나무 밑에서 똑같은 어려운 물을 마셨다.
똑같은 천사가 가혹하게 그대를 위협했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발걸음은 똑같아진다.
잊어버리기 쉬운 어린시절의 나무딸기를 떠나서
똑같은 불순한 저주를 떠나서.
 
5
저녁
지상에는 작별이 빛아 아직 남아
폭풍우의 손, 증여의 손을 벌리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 손바닥은 우리들의 장소, 괴로움과 희망의 장소다.
빛이 죽음의 장소를 구원하기 위한 희생자이며
분명 멀리 떨어져 있는 검은 신에게 복종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오후는 자줏빛이었고 단순한 描線이었다.
상상은 우리들 쪽으로 맑으 은빛 미소의 얼굴을 향한 채
거울 속에서 깨어졌다.
그래서 우리들은 조금 늙어버렸다.
행복이 부재의 가지에 열매를 익어가게 하고 있었다.
내 순수한 물이여, 그건 보다 가까운 나라인가?
쓸데 없는 말 속으로 그대가 나아가는 길
그것은 영원히 그대의 사는 거처가 있는 강변 위
<멀리서> 음악을 연주하고, <저녁 무렵에>풀어져 가는 길일까?
 
6
오오 그대 흙의 날개, 그림자으 날개로 우리들을 깨우라,
대지처럼 웅대한 천사여, 그리고 지금 어떤 시작을 찾아서
우리들을 데려가라, 죽은 대지와 똑같은 곳으로.
오래된 과일은 겨우 다스러져니 우리들의 굶주림이며 갈증이어라.
불은 우리들의 불이어라. 기다림은 다가오는 운명, 이 시간,
이 머무름 속에서 변한다.
 
쇠, 절대의 밀이며
우리들의 몸짓, 우리들의 저주,
우리들의 손이 쉬는 사이에 싹트는 밀이여
가까운 별들의 운행처럼,
마음씩 착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시간의 황금을 따버린 씨앗으로 떨어진 말이여.
 
여기, 우리들이 가는 곳
우리들이 보편적 말을 배운 곳.
 
활짝 마음을 열어라, 우리들에게 말하라, 부수어라,
불타는 왕관이여, 투명한 고동이여,
태양의 마음을 지난 琥珀이여.
 
 
 
 
 
틴토레트의 피에타*
 
괴로움이
햇빛 쪼이는 이 검은 쇠창살 속에서
이다지도 우아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또한 우아함이 이다지도 정신적인 요인이 됐던 적도 없었다.
석양의 쇠창살 위에 서 있는 이중의 불.
 
여기서는,
위대한 희망이 바로 화가였다.
오오 바라던 괴로움, 또는 그려진 이미지에 대해 이보다 더 진실한 것이 어디 있을까?
욕망은 이미지의 장막을 찢고
이미지는 핏기 없는 욕망에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
 
*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내려진 그리스도의 몸을 무릎 위에 안고 슬퍼하는 그림이나 조각상을 말함. 라틴어로 마테르 돌로로자(mater dolorosa)라고 함.
 
 
 
 
 
피, 시 音標
 
길고 긴 나날.
진정되지 않는 피가 피와 부딪친다.
헤엄치는 사람은 장님.
진홍빛 계단을 지나 그대 심장의 고동 속으로 내려간다.
 
목덜미가 팽팽히 당겨질 때
언제나 황량한 외침이 순수한 입을 때린다.
 
그리하여 여름은 늙어가다. 그리하여 죽음은
꿈틀거리는 불꽃의 행복을 둘러싼다.
그리고 우리들은 약간 잠든다. 시 음표가
붉은 천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울린다.
 
 
 
 
 
마음, 흐려지지 않는 물
 
그대는 즐거운가 아니면 슬픈가?
-내가 그것을 안 적이 있었던가,
되돌아올 길 없는 마음에는
아무것도 무거운 짐이 되는 게 없다는 것밖에는.
 
뜰과 그림자를
가로질러간 마음의
유리 상자 위에는
새의 발자욱이 하나도 없다.
 
나의 삶을 마셔버린
그대에의 걱정
하지만 나뭇잎 그늘 속에는
추억이 하나도 없다.
 
나는 단순한 시간
흐려지지 않는 물이다.
죽지 않고서
그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시의 작용
 
이 밤의 밖에서 시선은 샅샅이 파헤쳐졌다.
손은 꼼짝 못하게 되고 텅 비게 되었다.
열병은 누그러졌다. 마음에는 마음이라고 일러주었다.
혈관 속에 데몽이 있어, 외치면서 도망쳤다.
입 속에 음울한 피투성이 목소리가 있어, 씻겨지며
다시 불러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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