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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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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2019년 07월 28일 21시 11분  조회:1410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다섯번째 노래(4)
 
 
 
(4) - 아니, 도대체 누가!---- 아니 도대체 누가 감히 여기서 내 검은 가슴께로 제 몸마디(體節)를 음모자처럼 끌고 오는가? 자네가 누구건, 이 별쭝맞은 피톤1), 어떤 핑계로 자네의 우스꽝스러운 출현을 변명하려는가? 자네를 괴롭히는 것은 막막한 회한인가? 이보게, 보아뱀, 자네의 야성적 위엄은 추측건대, 내가 그걸 범죄자들의 생김새와 견주더라도 그 비교에서 벗어나려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품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일세. 그 거품이 이는 희멀건 침은 내가 보기에 격노의 표지일쎄. 내 말을 듣게: 자네의 눈이 하늘의 광선을 빨아들이기는 요원하다는 것을 아는가? 내가 무언가 위로의 말을 베풀 수 있다고 자네의 시건방진 두뇌가 믿었다면, 그것은 관상학적 지식이 완전히 결여된 무지의 소치로만 가능한 일인 것을 잊지 말게. 잠시 동안, 물론 마음껏, 내가, 다른 사람도 그러듯이, 내 얼굴이라고 부를 권리가 있는 것 쪽으로 자네의 두 눈빛을 움직여보게나! 그게 얼마나 눈물에 젖어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자네가 오해한 것이지. 이 바질릭2) 자네는 저 가련한 분량의 위안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네. 내 근본적인 무력함이, 내 선의의 수많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 자네한테서 거두어버렸으니. 오! 어떤 힘이 표현 가능한 문장을 빌려 숙명적으로 자네를 패망으로 몰아갔는가? 내 한번 발꿈치를 찍어 자네 삼각형 머리의 뒤로 젖혀지는 곡선을 붉게 물드는 잔디에 처박아, 사바나의 풀과 짓이겨진 자의 살덩이로 이름 모를 반죽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그대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런 추론에 내가 익숙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네.
 
- 내게서 멀리 어서 빨리 사라지게. 창백한 얼굴을 가진 이 죄덩어리야! 공포 유발의 아슬아슬한 신기루가 바로 자네의 유형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 무례한 의혹을 쓸어버리게,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고발하여, 파충류잡이 사식조(蛇食鳥)의 판단에 따라 반드시 증명될 항의를 자네에게 던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야. 상상력의 어떤 괴이한 착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가! 도대체 자네는 내가 카오스로부터 삶 하나를 떠오르게 하는 은사(恩賜)로 자네에게 베풀어주었던 막중한 봉사들이며, 자네 쪽에서도, 죽을 때까지 내 깃발을 떠나지 않고 내게 충성하겠다던 영원히 잊지 못할 그 맹세를 상기하지 않는 것인가? 자네가 아이였을 때(자네의 지성은 그때가 전성기였지), 자네는 맨 먼저 피레네산의 영양과도 같은 속력으로 언덕에 기어올라 그 작은 손을 흔들어 태어나는 새벽의 영롱한 빛살에 인사를 했지. 자네 목소리의 음조는 다이아몬든 빛을 뿜는 진주들처럼 자네의 낭랑한 후두에서 솟아올라서 그 집단적 개성을 긴 예배 찬송가의 비브라토 집합체로 녹여내곤 했지. 이제 자네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인내심을 진창에 더럽혀진 누더기처럼, 발밑에 내던지는구먼. 감사하는 마음은 제 뿌리가 늪의 밑바닥처럼 메말라가는 것을 보았건만, 그 대신에 야망이 형언하기도 괴로운 비율로 성장하는군. 내 말에 귀를 기울리는 녀석은 어떤 녀석인가. 자기 자신의 허약함을 남용하면서 이리도 자신만만하다니?
 
- 그리고 자네는 누구지. 이 뻔뻔한 실체 자네는? 아니지!--- 아니지!--- 나는 틀리지 않아. 자네가 다양한 변신의 힘을 빌리더라도 항상 자네의 뱀 대가리가 내 눈 앞에서 영원한 불의와 잔인한 지배의 등대처럼 번쩍거릴 거야! 그는 명령의 고삐를 쥐고 싶어했으나 그는 지배할 줄을 몰라! 그는 창조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어했으며, 성공했다. 그는 저 혼자 우주의 군주임을 증명하고 싶어했는데, 그가 틀린 것이바로 그 점이지. 오, 가련한 존재야! 자네는 저 불평과 음모에 귀기울리려고 지금 이 시간까지 기다렸는가? 지구의 표면에서 동시에 올라와 그 사나운 날개로 자네의 찢어지기 쉬운 고막의 나비 모양 테두리를 싹둑 잘라갈 저 소리들에,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네. 내 팔이, 자네의 숨결 때문에 독기 뿜는 먼지 속에 자네를 자빠뜨린 다음 자네의 내장에서 그 해로운 생명을 뽑아버리고, 뒤틀리지 않은 곳 없는 시야를 경악으로 습격하고, 말도 못하는 그 혀를 그의 입천장에 못박아놓는 이 퍼덕거리는 살덩이와 비교되어야 할 것은, 누구라도 내정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오직 노화로 쓰러진 떡갈나무의 썩은 둥치밖에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줄, 그날이! 어떤 연민의 생각이 자네 모습 앞에 나를 붙잡아놓는가! 내 자네에게 말하거니와, 자네가 차라리 내 앞에서 물러나서, 헤아릴 수도 없는 그 치욕을 갓 태어난 아이의 핏속에 씻으러 가게. 자네의 습성이 어떤 것인지 보라고. 그게 자네한테 어울리는 거지. 가게--- 줄곧 앞으로 걸어가게. 자네한테 방랑의 형을 선고하네. 자네한테 홀로 가족도 없이 살 것을 선고하네. 끊임없이 길을 가게. 자네의 두다리가 자네를 지탱해주길 마침내 거부하도록. 사막의 모래벌판을 가로지르게. 세계의 종말이 허무 속에 별들을 삼킬 때까지. 자네가 호랑이 소굴 근처라도 지나가게 되면, 놈은 서둘러 달아날 걸세. 이상적인 패덕의 좌대 위에 높이 올라앉은 저 자신이 성격을, 마치 거울에 비춰보듯, 보지 않으려고. 그러나 강압적인 피로가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덮여 있는 내 궁전의 포석 앞에어 자네 발걸음을 멈추라고 명령할 때는 누더기가 된 자네의 샌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관의 우아함을 차례차례 발끝으로 넘게. 이건 쓸데없는 충고가 아니냐. 자네는 옛 성채의 토대를 따라 뻗은 납빛 지하묘지에 잠든 내 젊은 아내와 어린 나이의 내 아들을 자칫 깨울 수도 있으니까. 자네가 미리 조심하지 않으면, 그들이 지하에서 소리를 내질러 자네를 하얗게 질리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자네의 완고한 의자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았을 때, 그들은 권력이라는 게 무섭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 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작별인사는 나에게 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주었지). 자네의 섭리가 그 정도로 냉혹하게 나타나리라고는! 그거야 어떻든, 에메랄드 장식판이 둘린, 그러나 문장(紋章)들의 빛이 바랜, 내 선조들의 영예로운 조상(彫像)들이 쉬고 있는, 이 버려지고 적막한 홀을 재빨리 건너가게. 그 대리석 상들은 자네에게 화가 나 있지. 그들의 흐릿한 시선을 피하게. 이게 바로 그들의 유일하고 마지막인 후손의 혀가 자네에게 베푸는 충고일세. 그들의 팔이 어떻게 도발적인 방어자세로 들어올려 있는지. 그들의 머리가 얼마나 뜨겁게 뒤로 젖혀져 있는지 살펴보게. 분명코 그들은 자네가 네게 저지른 악행을 눈치챗으니, 이 조각된 돌덩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얼어붙은 좌대의 손닿는 곳을 지나간다면, 복수가 자네를 기다리지.자네의 방어가 내게 무언가 반박하라고 요구한다면, 말하게. 지금 울기에는 너무 늦었네. 호기가 왔을 때, 더 적절한 순간에 울었어야지. 마침내 자네의 눈이 뜨였다면, 자네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하게. 잘 가게! 나는 절벽의 미풍을 들이마시러 가겠네. 내 허파들이 반쯤 숨이 막혀 자네보다 더 침착하고 더 고결한 광경을 보고 싶다고 거대한 목소리로 욕하지 않는가!
 
 
 
1) 피톤은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출생을 저지하려다 실패하고, 그의 손에 살해된 뱀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왕뱀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뱀을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2) 그리스 신화에서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괴물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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