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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2019년 07월 28일 21시 19분  조회:271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다섯번째 노래(끝)
 
 
 
(7) "밤마다, 잠이 가장 높은 강도에 도달하는 시간에, 대형종 늙은 거미 한 마리가,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에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밀지요.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나 않는지 알려고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곤충의 형태를 둘러쓰고 있는 걸 볼 때, 만일 그 간나가 여러 차례의 빛나는 의인화로 문학의 보고를 넓혀주고 있다고 우기면, 그런 간나라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주둥이를 붙여주는 일 정도야 할 수 있지요.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의 침대를 향해 전진합니다. 놀랄 일이지요! 잠과 악몽을 물리치는 나는 그게 내 비단 침대의 흑단 다리를 따라 기어올을 때. 내 몸 전체가 마비되는 느낌이지요. 그게 여러 개의 다리로 내 목을 끌어안고 그 배로 내 피를 빤다고요. 아주 단순해요! 그 간나가 가장 훌륭한 원인이라는 말에 걸맞는 끈질김으로 똑같은 일을 수행한 이후로, 여러분들이 이름도 모르는 주홍빛 액체를 몇 리터나 마시지 않았던가! 내가 그 간나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그것이 내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부주의하여 그 간나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나? 그 새끼들을 빼앗았던가? 이 두 가정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어서 진지한 검토을 감당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라도 조롱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 입술에 미소를 떠올릴 가치조차 없습니다. 조심해라. 타란토의 검은 독거미야, 너희 행태가 반박할 수 없는 삼단노법을 핑계로 삼지 못하면, 어느 날 밤 나는 빈사의 의지로 안간힘을 다하여 소스라쳐 깨어 일어나, 내 사지를 부동의 속박 속에 묶어놓은 네 마력을 깨뜨리고, 너를 내 손가락뼈 사이에 집어넣어 한 덩어리 물렁한 물건처럼 짓이겨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네 발이 꽃피는 내 가슴 위로, 그리고 거기서부터 내 얼굴을 덮고 있는 피부까지 기어오르도록 내게 허락해주었고, 그래서 결국 너를 구속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 없다는 생각이 막연히 떠오른다. 오! 누가 내 헝클어진 기억을 풀어줄 것인가! 나는 내 남은 피를 그에게 주어 보상하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광란의 잔치에서 적어도 술잔 하나의 절반을 채울 만큼은 있다." 그는 말하며, 내리 옷을 벗는다. 그는 한 다리를 매트리스에 걸치고 다른 다리로는 사파이어 마루를 누르며 일어서려 하면서도, 수평자세로 길게 늘어져 있다. 그는 자기 적을 당당하게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매순긴 그는 똑같은 결심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결심은 줄곧 제 숙명적인 약속의 설명할 수 없는 이미지에 의해 무산되지 않을 것인가? 그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체념한다. 그에게 맹세는 신성한 것이 아닌가. 그는 비단의 주름 속에 장엄하게 감싸여, 자기 방 커튼의 금색 매듭장식을 얽어 묶는 일조차 없이, 제 긴 흑발의 물결치는 컬을 비로드 방석의 술장식에 올려놓고, 독거미가 제 두번째 보금자리 삼아 깃드는 게 습관이 된, 목의 널따란 상처를 손으로 더듬는데,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여실하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그와 함께 기대하시라!) 이날 밤 저 무한한 흡혈의 마지막 상연을 보리라는 것이나. 그의 유일한 소원은 형리가 그의 존재를 결단내주는 것, 곧 죽음이기 때문이며, 그는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 대형종 늙은 거미를 보시라. 그 간나는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의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민다. 우리는 이제 이야기 속에 있지 않다.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 않는지 알려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아아! 타란토의 독거미를 바라보는 자에 관해 말한다면, 우리는 이제 현실에 도달했으며, 문장마다 그 끝에느낌표를 찍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현실이 면제되는 것은 필경 아니다!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바야흐로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고독한 인간의 침대를 향해 전진한다. 잠시 간나가 멈춰 선다. 그러나 이 망설임의 순간은 짧다. 거미는 아직 고문을 멈출 시간이 아니며, 먼저 죄인에게 형벌이 종신형으로 결정된 그럴 듯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혼자 생각한다. 간나는 잠든 자의 귓등으로 기어올랐다. 만일 거미가 하게 될 말을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들은 저마다 정신의 주랑을 막고 있는 무관계한 잡일들을 치워버리고, 최소한 내가 여러분들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감사하게 여기고, 여러분들의 진정한 주목을 자극하기게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극적인 장면에 온몸으로 임석하시라. 내가 이야기하려는 사건들을 나 혼자만을 위해 간직하겠다고 고집하면 누가 막겠는가? "다시 일어나라, 지나간 날들의 사랑스러운 불꽃이여, 육탈한 해골이여, 정의의 손을 멈출 시간이 왔다. 우리는 너에게 네가 희망하는 설명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우리의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사지를 움직이진 말아라, 너는 오늘도 우리의 동물자기최면술 아래 놓여 있고, 뇌의 무기력상태는 계속된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엘스뇌르1)의 얼굴이 네 상상력에 어떤 인상을 심었는가? 너는 그를 잊었구나! 그리고 저 레지날은 그 열띤 거동으로 네 충실한 뇌에 어떤 흔적을 새겼는가? 커튼의 주름 속에 감춰진 그를 보라. 그의 입은 네 이마을 향해 기울었으나, 감히 너에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가 나보다 더 겁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네 젊은 날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여, 너를 기억의 길로 다시 데려가려 한다---" 오래전에 거미가 배를 여니, 거기서 두 소년이 푸른 옷을 입고, 저마다 손에 불타는 칼을 쥐고 튀어나와, 그때부터 잠의 성소를 지키려는 듯 침대 양쪽 옆에 자리를 잡았다. <너를 몹시 좋아해서 아직도 그치지 않고 너를 바라보고 있는 이 아이가 우리 둘 중에서 네가 처음 사랑을 바쳤던 아이다. 그러나 너는 성격이 거칠어서 그를 자주 괴롭혔다. 그로서는 자신에 대한 어떤 불평거리도 네게서 나오지 않게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했지. 천사라도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는 어느 날 그애에게 바닷가로 함께 수영하러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너희 둘은 마치 두 마리 백조처럼 깎아지른 절벽에서 동시에 솟구쳐올랐다. 뛰어난 잠수부들인 너희들은 머리 한가운데로 두 팔을 뻗어 두 손을 합하고 물 더미 속으로 미끄러졌다. 몇 분 동안 너희들은 두 조류 사이에서 헤엄쳤다. 너희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머리칼은 헝틀어지고 짠 액체로 번들거리면서. 그러나 어떤 신비가 물 밑에서 일어난 것일까. 긴 핏자국이 물결따라 나타났으니? 수면에서 떠올라서 너는 계속 헤엄을 쳤으며, 네 동료가 점점 더 힘이 빠지는 것을 보지 못한 척했다. 그는 급속하게 힘을 잃었으며, 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앞에 희미하게 그려진, 안개에 덮인 수평선을 향해 팔을 크게 휘저으며 나아갔다. 상처 입은 자는 비탄의 비명을 내지르고, 너는 듣지 못한 체했다. 레지날은 네 이름의 음절을 세 번 메아리쳤고, 너는 쾌락의 외침으로 세 번 응답했다. 그는 해안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너에게 다가가 네 어깨에 잠시 손을 얹으려고 네가 지나간 물이랑을 따라가려 애썼으나 헛일이었다. 그는 힘을 잃고 너는 힘이 점점 불어난다고 느끼면서, 이 보람 없는 추격은 한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너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절망하며, 그는 주님에게 짧은 기도를 올려 제 영혼을 맡기고, 가슴 속에서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배영을 할 때처럼 물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더는 기다리지 않기 위해 죽음이 오기를 기다렸다. 바로 그 순간에, 너의 힘찬 팔다리가 까마득하게 보이고, 줄곧 줄이 풀리는 측심연(測深鉛)처럼 재빠르게 멀어져갔다. 먼 바다에 그물을 치고 돌아오던 배 한 척이 이 해역을 지나갔다. 어부들이 레지날을 조난자로 여기고, 기진한 그를 구명보트로 끌어올렸다. 오른쪽 옆구기에 상처 하나가 있는 게 확인되었다. 이 노련한 선원들은 한결같이 어떤 암초의 끝이나 바윗 조각도 그렇게 미세하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깊은 구멍을 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장 날카로운 단검이 그럴 테지만, 날이 있는 무기만이 오직 그렇게 섬세한 상처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파도의 내장을 가르며 뛰어들었던 자초지종을 결코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이 비밀을 그는 오늘날까지 지켰다. 눈물이 지금 약간 핏기를 잃은 그의 두빰으로 흘러내려 너의 시트 위에 떨어진다. 추억이란 때때로 사실보다 더 가혹하지. 그러나 나는 동정 같은 것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너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이겠지 그 분노에 찬 눈을 눈구멍 속에서 굴리지 마라. 차라리 조용히 있어라. 너는 네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나는 내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 칼을 들어라, 레지날. 그리고 복수를 그렇게 쉽게 잊지 마라. 누가 알겠는가? 아마도 어느 날 복수가 너를 꾸짖으러 올 것이다.- 나중에 너는 회한을 품었으나 그게 오래갈 수는 없었다. 너는 또하나의 친구를 선택해서 그를 축복하고 영에롭게 함으로써 그 죗값을 치르기로 결심했다. 이 속죄 방법으로, 너는 과거의 오점을 지우고, 다른 자에게는 보여주지 못했던 연민을 두번째 희생물이 된 자에게 내리부었다. 헛된 희망, 성격은 하루이틀 사이에 변하는 것이 아니어서, 네 의지는 예전 그대로 남았다. 나, 엘스뇌르, 나는 너를 처음 보고, 그 순간부터 너를 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얼마 동안 서로 바라보았으며, 너는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내리깔았는데, 네 눈에서 초자연적인 불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느 어두운 밤의 도움으로 네가 어떤 별의 표면에서 우리에게까지 떨어진 것은 아닌지 혼자 묻곤 했다. 오늘은 속마음을 감출 필요가 없기에 고백하는 말이지만, 너는 인류라고 하는 멧돼지새끼들을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불꽃 튀는 후광이 네 이마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나는 너와 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마음이 달았다. 네 존재는 이 비범한 기품의 경이로운 새로움 앞에 감히 다가서지 못했으며, 어떤 악착스러운 공포가 나를 둘러싸고 떠돌았다. 왜 나는 양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근거 있는 예감, 내 망설임을 보고, 이번에는 네가 얼굴을 붉혔으며, 팔을 내밀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내 손을 네 손에 쥐여주었으며, 그 행동 후에 나는 내가 더 강해졌다고 느꼈으며, 그때부터 네 지성의 숨결이 내 안으로 넘어왔다. 머리칼를 바람에 날리며 산들바람의 입김을 들이마시며, 우리는 얼마 동안 유향나무, 제스민, 석류나무, 오렌지나무가 무성한 숲길을 질러 앞으로 걸어가며, 그 향기에 취했다. 멧돼지 한 마리가 전속력으로 달려 우리의 옷을 스치며 지나가다가 내가 너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눈물 한 방울이 그 눈에서 떨어졌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땅거미가 내릴 때 우리는 인구가 많은 어느 도시의 관문 앞에 도착했다. 돔들의 윤곽, 미나렛의 철탑들, 망루의 대리석 구(球)들이 어둠을 가로질러 하늘의 깊은 청색 위에 톱날 선을 팠다. 그러나 너는 우리가 피곤으로 짓이겨졌는데도 이곳에서 쉬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야행성 자칼들처럼 요새 성벽의 바깥 기슭을 따라갔다. 우리는 망보고 있는 초병들과 만나기를 피했으며, 반대편 성문을 통해, 이성적인, 비버들만큼 문명화된 저 동물들의 엄숙한 주거단지에서 멀리 벗어나기에 성공했다. 등불잡이 발광충의 선회비행, 마른 풀들의 바스락거림, 멀리서 들려오는 어떤 이리의 간헐적인 울부짖음이 들판을 가로질러 불확실한 우리의 어두운 발걸음과 동행한다. 너는 어떤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기에 인간들의 벌집을 피해야 했던가? 나는 이렇게 자문하며 무언지 모를 불안을 느꼈다. 게다가 내 두 다리는 너무 오래 길어지는 복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침내 짙은 숲 가장가리에 도착했는데, 얽히고설키며 지올라간 덩굴식물, 기생식물, 징그러운 가시가 박힌 선인장들이 무성해 나무들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다. 너는 어느 자작나무 앞에 멈춰 섰다. 너는 내게 무릎을 꿇고 앉아 죽음을 각오하라고 말했다. 그 땅에서 빠져나갈 시간으로 너는 내게 십오 분을 주었다. 우리가 긴 질주를 하는 동안, 내가 너를 관찰하지 않을 때, 나를 몰래 훔쳐보는 시선들, 내 눈에 밟혔던 박자도 움직임도 매끄럽지 못했던 어떤 거동들이 책 한 권의 열린 페이지들처럼 내 기억에 곧바로 펼쳐졌다. 의혹이 확인되었다. 너와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 허약한 나를 너는 폭풍이 사시나무 잎을 휩쓸듯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네 무릎 하나가 내 가슴을, 다른 하나가 촉촉한 풀밭을 짓누르는데, 네 손 하나가 내 두 팔을 비틀어 조이고, 다른 손 하나가 혁대에 달린 칼집에서 단검 한 자루를 뽑아드는 것이 보였다. 저항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자, 나는 눈을 감았다. 소떼들이 땅을 구르는 소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소떼는 목자의 몽둥이와 개들의 이빨에 쫓겨 기관차처럼 진격했다. 뜻하지 않은 구조가 다가오는 바람에 내 근육의 힘이 두 배로 늘어나자, 너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까봐 염려하며, 한꺼번에는 두 팔 한가운데 하나밖에 억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강철 칼날이 박힌 재빠른 동작으로 내 오른 팔목을 베는 데 그쳤다. 어김없이 잘린 그 도막이 땅에 떨어졌다. 너는 도망쳤고, 그 사이에 나는 고통으로 감각을 잃었다. 목자가 어떻게 나를 구조하러 왔는지도, 치료에 얼마만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네게 말하지 않겠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 배반이 내게 죽음을 추구하려는 욕망을 주었다는 것만 너는 알면 된다. 나는 전투에 뛰어들어 총탄에 가슴을 내밀었다. 나는 전장에서 영예를 얻었다. 내 이름은 불굴의 전사들조차 두려워 떨게 하였으니, 그만큼 내 철제 의수는 적진에 살육과 파괴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포탄이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터지고, 기지에서 뽑혀 날아간 기갑중대가 사망의 사이클론에 휘둘려 지푸라기처럼 소용돌이치던 어느 날, 한 기사가 담대한 거동으로 내 앞으로 전진하여 승리의 월계관을 다투었다. 양 진영의 병사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았다. 우리는 오래 싸웠으며, 몸은 어느 한 곳 성한 데 없이 상처를 입었고 투구가 깨어져나갔다. 양쪽 합의하에 우리는 전투를 멈추고, 휴식을 취한 다음 더 힘차게 다시 싸웠다. 적수에게 탄복하는 마음이 가득차서, 우리는 각자 면갑(面甲)을 들어올렸다. "엘스뇌르!---" "레지날!---". 이게 바로 헐떡거리는 우리의 목구멍이 동시에 발음한 단순한 말이었다. 레지날은 위로할 수 없는 슬픔으로 절망에 빠져서 나처럼 군인의 길에 들어섰으며, 총알이 비껴가며 그의 목숨을 살려두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만나다니! 그러나 네 이름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 그와 나, 우리 두 사람은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지만, 네가 주역이었던 처음 두 번의 맹세와는 물론 달랐지! 하늘에서 내려온 주님의 사자, 대천사가 우리 두 사람에게 단 한 마리의 거미로 둔갑해서, 밤마다 나타나 네 목의 피를 빨라고 지시했다. 높은 곳에서 내린 명령이 이 징벌의 절차를 끝낼 때까지. 지난 십 년 가까이. 우리는 네 잠자리에 찾아들었다. 오늘부터, 너는 우리의 괴롭힘에서 해방되었다. 네가 말하던 막연한 약속, 그것을 너는 우리에게 했던 것이 아니라, 너보다 더 강한 존재에게 했던 것이다. 너는 되돌릴 수 없는 이 신명(神命)에 복종하는 것이 더 이롭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했다. 일어나라, 말도로르! 지난 십 년 동안 너의 뇌척수 체계를 압박하던 동물자기최면술의 마력은 이제 사라진다> 그는 자기에게 명령이라도 떨어진 듯이 깨어 일어나, 두 천사의 자태가 팔을 얽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다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잠자리 밖으로 팔다리를 천천히 차례차례 끌어낸다. 얼어붙은 피부를 덥히려고 고딕 벽난로에서 다시 타오로는 잔불로 간다. 속옷 한 장이 그의 몸을 가리고 있다. 그는 마른 입천장을 축이려고 눈으로 크리스털 물병을 찾는다. 차의 덧문을 연다. 창틀에 몸을 기댄다. 그는 황홀한 원추형 빛다발을 제 가슴에 퍼붓는 달을 오래 바라본다. 그 빛다발에서는 어떤 지울 수 없는 고통의 은빛 원자들이 자벌레나방들처럼 파닥거린다. 그는 아침의 여명이 찾아와, 무대배경을 바꿈으로써, 뒤집힌 제 가슴에 하잘것없는 위로라도 안겨주기를 기다린다.
 
 
 
1) '엘스뇌르'는 비극 <햄릿>의 무대인 엘시노어 성을, 뒤에 나오는 '레지날'은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를 연상하게 한다.
 
다섯번째 노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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