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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2)
2019년 09월 19일 14시 07분  조회:1287  추천:0  작성자: 강려
 
여섯번째 노래(2)
 
 
 
(2)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옆에 열린 잉크병 하나와 풀기가 적은 종이 몇 장을 반드시 놓아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내가 틀렸다면, 저마다 내 말에 동의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투로, 어서 생산하고 싶은 일련의 교훈적인 시편들을 이 여섯번째 노래로부터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가차없는 유용성의 극적인 에피소드들이여!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동굴을 드나들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피난처로 삼는 가운데,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고 순환논법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독과 유리의 보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며, 좁아든 시야를 왜소한 관목과 가시덤불과 머루덩쿨 사이에 수동적으로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활동이 그 사악한 본능이라는 미노타우로스를 부양할 만한 어떤 양식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완전히 준비된 수많은 희생자들 중에서, 자신의 갖가지 정념이 만족할 만한 대상을 넉넉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인간들의 주거단지에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찰, 이 문명의 방패가 여러 해 전부터 끈질기게 자기를 찾고 있으며, 일개 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경찰과 밀정이 지속적으로 자기를 쫓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만큼 놀라자빠지게 하는 그의 재주가 성공의 관점에서 한 점 이론의 여지도 없는 계략과 가장 교묘한 궁리에서 나온 명령을 최고로 멋지게 따돌렸던 것이다. 그는 숙련된 눈으로도 알아보기 어렵게 형태를 바꾸는 특수능력이 있었다. 예술가로서 말을 한다면, 뛰어난 변장! 내가 도덕을 염두에 두고 볼 때는, 진짜로 허름한 인상의 차림새. 이 점에서 그는 거의 천재에 버금갔다. 그대는 파리의 하수구에서, 움직임이 기민한 한 마리 예쁜 귀뚜라미의 섬세함을 눈여겨본 적이 없는가? 그 사람밖에 없다. 말도로르였다! 꽃 피는 여러 수도들에 유독성 유체로 동물자기최면술을 걸어서, 적절한 자기감시가 불가능한 일종의 마비상태에 그 도시들을 몰아 넣는다. 그가 의심을 받지 않기에 그만큼 더 위험한 상태, 오늘은 마드리드에 있는대, 내일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을 것이며, 어제는 베이징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시적인 로캉볼1)의 활약이 지금 공포로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장소를 정확하게 단정한다는 것은 내 둔한 추론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이다. 이 강도는 어쩌면 이 나라에서 칠백 리 밖에 있으며, 어쩌면 그대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다. 인간을 모두 전멸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엄연히 법이 있다. 그러나 인간 개미들은 끈질기게 하나씩 하나씩 처치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내 탄생일 이후로, 우리 종족의 첫 조상들과 함께, 내 매복의 긴장 속에서 여전히 미숙한 상태로 살면서, 역사 저편에 자리잡은 태고의 시대 이후로, 정교한 변신을 통해서, 다양한 시대에, 정복과 살육으로 지구의 여러 나라를 휩쓸고, 시민들 한가운데 내전을 퍼뜨리면서, 나는 벌써 그 무수한 숫자를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치 모든 세대를 한 명씩 한 명씩 혹은 집단적으로 내 발꿈치로 밟아 짓이기지 않았던가? 빛나는 과거는 미래에 눈부신 약속을 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내 문장을 그러모으기 위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야만인들에게까지 거슬러올라가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소박하고 위엄 있는 신사들, 그들의 우아한 입은 문신을 한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고결하게 한다. 나는 이 별에 있는 어느 것도 가소롭지 않다는 것을 방금 입증했다. 웃기는, 그러나 아름다운 별, 어떤 사람들은 순진하다고 여길 (그토록 심오할 때도) 문제를 움켜잡아, 나는 어쩌면 불행하게도 거창하게 보이지는 않을 생각들을 해설하는 데 사용하리라! 바로 그것으로, 일상 대화의 경박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또한 거들먹거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진지하게--- 내가 말하려고 의도했던 것이 무엇인지 더는 알지 못하겠는데, 문장의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오리의 얼굴을 지닌 인간의 미소, 어리석게도 빈정대며 짓는 미소가 없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우선 코를 풀고 싶기 때문에 코를 풀겠으며, 그 다음에는 내 손의 강력한 도움을 받아, 손가락이 떨어뜨린 펜대를 다시 잡을 것이다. 파리의 카루젤 다리는 자루가 내지르는 것만 같은 가슴 찢는 비명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의연히 그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1) 피에르 퐁송 뒤 테라유(1829~1871)의 신문연재소설 <파리의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 난 악당이었으나 개과천선하고 변두리 사회에서 정의의 수호자로 활약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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