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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2019년 09월 19일 14시 12분  조회:1186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여섯번째 노래(2)
 
 
 
1
 
 
 
비비엔가의 상점들이 그 재물들을 경탄하는 눈들 앞에 펼쳐놓는다. 수많은 가스가로등으로 밝혀진. 마오가니 상자들과 금시계들의 진열장 너머로 눈부신 빛다발을 퍼뜨린다. 증권거래소의 시계가 여덟시를 쳤다. 늦지 않았다! 종을 치는 마지막 망치질이 들려오자마자, 이미 이름이 언급된 그 거리가 술렁이기 시작하며, 제 지반을 루아얄 광장으로부터 몽마르트 대로까지 뒤흔든다. 산책자들은 걸음을 재촉하고, 생각에 잠겨 제 집으로 피신한다. 한 여인이 기절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다. 아무도 그녀를 일으켜 세워 주지 않는다. 저마다 어서 그 근처에서 벗어나려고 서두른다 덧창들이 맹렬히 닫히고, 주민들은 자기네 지붕 아래에 처박힌다. 아시아 흑사병이 그 출현을 알린 것만 같다. 이렇게, 도시의 대부분이 밤의 제전의 환희 속에서 헤엄칠 준비를 하는 동안, 비비엔가는 갑자기 일종의 석화(石化)작용으로 얼어붙는다. 사랑하기를 그친 마음처럼, 거리는 자신의 생명이 꺼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윽고, 이 기이한 사건을 전하는 소식이 여러 다른 계층의 주민들에게 퍼지고, 침울한 침묵이 이 엄숙한 수도 위로 떠오른다. 가스등의 화구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랑을 파는 여자들은 무엇이 되었나? 아무것도 --- 고독과 어둠! 직선 방향으로 날아가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올빼미 하나가, 마들렌 성당 위를 지나, 트론 성문을 향해 비상하면서, 외친다. "불행이 준비되었다." 나의 펜이(나의 공범자 노릇을 하는 이 진정한 친구가) 방금 신비롭게 그려낸 이 장소에서, 만약 그대가 콜베르가가 비비엔가로 이어지는 쪽을 바라본다면, 이 두 길의 교차로 생겨난 모퉁이에서 한 인물이 그 실루엣을 드러내고, 가벼운 발걸음을 대로 쪽으로 옮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가까이, 이 행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다가가면, 우리는 유쾌한 놀라움을 느끼며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어리다! 멀리서는 사실 그를 성인(成人)으로 여겼을 테니까. 진지한 인물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일이라면, 살아온 날수의 총합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내가 능히 이마의 관상학적 주름에서 나이를 읽어낼 줄 아는바, 그늘 열여섯하고도 사 개월이다! 그는 아름답다. 맹금들의 발톱이 지닌 수축성처럼, 혹은 더 나아가서, 후두부터 연한 부분에 난 상처 속 근육운동의 불확실함처럼, 혹은 차라리, 저 영원한 쥐덪, 동물이 잡힐 때마다 언제나 다시 놓여지고, 그것 하나만으로 설치류들을 수없이 잡을 수 있으며, 지푸라기 밑에 숨겨놓아도 제 기능을 다하는 저 뒤덪처럼. 그리고 특히 해부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 머빈1), 이 금발의 영국의 아들이 선생의 집에서 검술 교습을 이제 마치고, 스콜틀랜드산 타탄체크 옷을 두르고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여덟시 반이며, 그는 자기 집에 아홉시에 도착하리라 생각한다. 미래를 안다고 확신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편의 크나큰 오만이다. 어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그의 길을 방해할 수는 없을까? 또 그런 상황은 지극히 빈도가 낮아서, 예외로 여겨야 마땅할까? 왜 그는 지금까지 누렸던 아무 걱정이 없다고 느낄, 다시 말해서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을 오히려 비정상적 사태로 여기지 않는가? 대체 무슨 권리로 자신이 무사히 거처까지 다다르기를 바라는가. 누군가를 몰래 그를 제 미래의 먹잇감 삼아 노리고 뒤따라가고 있는데도?( 내가 이제 막 끝마치려는 문장이 곧바로 따라붙게 되는 이 한정의문문들이라도 최소한 앞세우진 않는다면, 그것은 선정적인 작가라는 자기 직업에 대해 별로 아는바가 없다는 것이리라.) 그대라 알아본 인물은 오래전부터 그 개성의 압력으로 내 불행한 지성을 깨부순 상상의 주인공! 어떤 때는 말도로르는 머빈에게 다가가 그 소년의 모습을 제 기억에 새기는가 하면, 어떤 때는 몸을 뒤로 젖히고, 그 궤적의 제2기에 들어선 오스트레이리아 부메랑처럼, 또는 폭탄처럼 제가 왔던 길을 따라 물러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주저하며, 그러나 그의 양심은 그대가 잘못 추측한 것처럼 가장 배발생적(胚發生的) 감정의 징후조차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가 일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한에 짓눌렸던 것인가? 그러나 그는 새로운 집념으로 발걸음을 되짚어 돌아왔다. 머빈은 관자놀이의 동맥이 왜 힘차게 뛰는지 알지 못한 채, 그와 그대가 이유를 찾으려 하나 헛일인 공포에 사로잡혀 걸음을 재촉한다. 수수께끼를 풀려는 그의 열의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는 왜 뒤돌아보지 않는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텐데. 불안한 상황을 중지시킬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인간들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는가? 성문밖길을 배회하는 자가 샐러드 대접 하나 분량의 백포도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누더기가 된 작업복을 입고, 교외의 변두리를 가로지르다가, 경계석 구석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목도했던 여러 혁명들과 시대를 같이했던 근육질의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든 들판 위로 쏟아지는 달빛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면, 그는 굽어진 길로 꼬불꼬불 나아가며, 한 마리 안짱다리 개에게 신호를 보내고, 개는 서두른다. 고양잇과의 고결한 동물은 용감하게 적을 기다리며, 목숨을 비싸게 걸고 싸운다. 내일, 어느 넝마주이가 전기를 띤 가죽 한 장을 살 것이다. 녀석은 왜 달아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쉬운 일이었는데. 그러나 지금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이 사간에서, 머빈은 그 무지 탓에 위험에 더욱 깊이 얽힌다. 그에게는 정말이지 극도로 드물긴 하지만 얼마큼의 빛 같은 것이 있는데, 나는 그 빛을 가리는 모호함을 멈추지 않고 밝힐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현실을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예언자가 아니며, 나는 반대로 말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예언자의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대동맥 도로에 이르러,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푸아소니에르 대로와 본누벨 대로를 횡단한다. 그 지점에서, 포부르생드니가로 들어서서 스트라스부르 철도역을 뒤에 두고, 높은 정문 앞에 멈추었다가, 라파예트가의 중첩수직교차로에 도착한다. 이 대목에서 제1절을 마무리하라고 그대가 권유를 하니, 이번은 그대의 희망에 흔쾌히 따르겠다. 그대는 아시는가, 어느 편집증 환자2)의 손이 바위 밑에 숨겨둔 강철 고리를 생각할 때면, 물리칠 수 없는 선율이 내 머리카락을 타고 지나간다는 것을?
 
 
 
1) '머빈'의 로마자 철자 Mervyn을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메리뱅'이 된다. 머빈은 역사 소설가 월터 스콧의 소설 <가이 매너링>(1815)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2) 이 편집증 환자는 다른 쪽에서는 '아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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