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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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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홍문표 시창작 강의 노트

홍문표 시창작 강의 노트 4
2019년 10월 24일 20시 21분  조회:844  추천:0  작성자: 강려
시적 언술의 시간
홍문표
(1) 서사문학과 과거의 시간
① 완결의 형식
서사란 이미 일어났던 사건을 보고형식으로 쓰는 글이다. 문학에서는 소설, 수필 등이 대표적인데, 소설이 비록 허구적인, 즉 꾸며진 글이라도 인과성 있는 필연성의 사건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을 재구성하여 질서정연한 줄거리를 가진 완결된 형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서사(narration)적인 문학 양식은 과거 시제나 과거완료 시제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
② 김동인의 「감자」에서 ― 과거시제
사흘이 지났다.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 서방, 또 한 사람이 어떤 한방의사―왕 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갔다.
- 김동인의 「감자」에서
(2) 서정시와 현재의 시간
① 서정시의 현재성
그러나 서정시는 서사문학의 양식인 소설이나, 주인공의 행위를 중심으로 언술하는 서사시와는 달리 시인 자신의 현재 순간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실을 인과관계나 시간적인 순서에 의해서 서술하는 서사문학과 달리 현재의 시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는 사건이나 인물의 행위를 전달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건이나 인물의 인상이나 정서를 감각적 이미지를 통하여 ‘어떠하다’고 표현하는 것이지 ‘어떠했다’고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② 시의 허구적 현재
서정시가 현재의 시제를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시적 언술의 시간이 물리적으로 현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사실을 가상적으로 현재화한다는 데 그 특성이 있다. 말하자면 허구적 현재라는 말이다. 이는 과거의 사건이든 미래의 사건이든 모두 현재의 감정이나 인상인 것처럼 가장하는 시의 장치다.
주름의 집이 기우뚱 하수구 위로 기운다.
금방 쓰러져 캄캄한 하수구 맨홀 속으로
빨려들 것처럼 구부린다.
아주 주저앉는다.
집이, 오랜 세월 견뎌온 주름의 집이,
그리고는
차창에 스치는 붉은 꽃을 마구 토해낸다.
환한 대낮, 수많은 주름이 집을 의지한 채
길가에 비틀비틀 부지런히 방향을 찾고 있다.
- 유강희 「노인」
한 개의 원이
굴러간다.
천사의 버린 지환이다.
그 안팎으로 감기는 별빛과
꽃잎들…….
금빛, 수밀도만한
세 개의 원이
천 개의 원이
굴러간다.
- 문덕수 「원에 관한 소묘」에서
(3) 전달을 위한 의도적인 시간
물론 서정시는 현재를 원칙으로 하지만 어떤 사실을 의도적으로 전달, 호소하고자 할 때, 과거나 미래의 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목적시나 의지적인 시에서 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 「갈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며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윤동주 「참회록」
(4) 무시간의 시적 언술
① 무시간성의 문장
논설문이나 논증문은 시제가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어떤 인물의 행위나 개인적인 감정의 궤적을 기록하는 시간적 형식이 아니라 사실을 객관적으로 공간적으로 서술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인공이 끼여서는 자연이 아니다. 자연은 미추를 초월한, 미 이전의 세계다. 사람의 꾀에서 생겨나는 인공의 미가 여기서는 있을 수가 없다. 자연에는 오직 자연의 미가 있을 따름이다. 자연의 섭리에 입각한 만유존재 그 자체의미가 있을 뿐이다. 미추를 인식하기 이전, 미추의 세계를 완전 이탈한 미가 자연의 미다.
- 강원용 「한국의 미」에서
② 무시간성의 시
시간은 살아 있는 존재, 생명이 있고, 감정이 있고 존재의 행동이나 심리변화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문학에서 시간성이 요구된다는 것은 결국 생명 있는 존재를 언술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과학에서는 추상적인 공간성이 요구되기에 시간성이 배제된다. 그런데 시의 경우에도 극단적으로 시간성을 배제하여 시의 공간화, 시의 무시간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실험적인 시의 방법이나 철저히 사물을 객관화할 경우다.
數字의方位學
數學의力學
時間性(通俗事考에依한歷史性)
速度와座標와速度
- 이상 「3차각 설계도 선에 관한 각서 6」에서
하얀 창 앞에
마구 피어 오르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다.
바다 앞세
날리운 모닥불 같은 것으로
스스로 전율에 이어온
사랑
여기 아무도 반거(蟠居)할 수 없는
하나의 지역에서
가을의 음향을 거두는 것이다
- 임강빈 「코스모스」
 
 
시의 공간과 거리
홍문표
(1) 공간의식과 시적 상상력
① 시적 공간의 탄생
인간이란 지상에 던져진 공간적 존재다. 지상에 태어나 지상을 경험하고 그 공간의 질서를 발견하고 그러한 질서를 진리로 인식하며 그러한 공간적 경험들을 재구성하며 새로운 공간을 그려본다. 그것이 상상(imagination)이다. 이는 자연적 공간이 아니라 시인의 주관적 공간, 상상적 공간, 바로 시적 공간이 된다.
(ㄱ) 능수버들이 지키고 있는 낡은 우물가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조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
(ㄴ) 아주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흐르는 푸른 전설만 길어 올리시네.
- 김종한의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에서
(ㄱ) - 자연적 공간
(ㄴ) - 상상적 공간
② 상징과 은유의 공간
상상에 의한 가시적 공간을 시학에서는 이미지라고 말한다. 이미지란 시인의 실제 경험한 현실적 공간의 재구성인데 이러한 상상적 공간은 실제의 공간만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이나 정서 등 불가시의 세계도 대신 들어 내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를 상징이나 은유의 공간이라고 한다.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을 되돌아 올 뿐
- 박두진의 「도봉」에서
산 - 현실공간 + 상징공간
③ 시적 공간화의 의미
시가 현실공간에서 상상공간으로 확대 변형할 수 있음은 바로 현실에서 이상으로, 지상에서 천상으로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유한한 삶의 한계를 벗어나는 자유, 해방, 구원의 방식이기도 하다.
(2) 시적 공간과 심리적 거리
① 긴장의 관계와 심리적 거리
공간에 대한 의식은 내가 어떤 공간에 관심을 가질 경우, 또는 공간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경우인데 감동이란 결국 나와 대상과의 관계성에서 야기되는 심리현상이다. 따라서 나와 대상, 대상과 대상 사이의 공간적 거리, 심리적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미적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현대시에서 긴장의 문제는 충돌의 논리나 병치의 논리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만, 결국 이는 현실공간과 시적 공간 사이에 나타나는 대응관계에서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에서
어둠 + 새, 돌 꽃 = 병치, 충돌, 심리적 거리 조정
② 시적 대상과 거리
시인은 시적으로 사물을 보고 표현한다. 여기서 시적으로 본다는 것은 주관적인 순수한 심정에서 사물을 보고 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주관적인 표현일 경우 그 대상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 멀리서 볼 것인가, 가까이서 볼 것인가, 표면만 볼 것인가, 내면까지 볼 것인가 하는 거리의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서 이러한 거리의 문제란 결국 그 대상에 대한 내 감정의 개입을 어느 정도 함으로써 미적 표현이 성취될 것인가 하는 심적 거리를 말한다.
(1) 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을러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에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청자기!
- 박종화 「청자부」에서
(2) 바다는 강물의 발목을 잡고
강물은 청산의 겨드랑을 잡고
청산은 하늘의 목숨을 잡고
해적선 노예들의 족쇄처럼
화인 맞은 엉덩이의 문신처럼
나는 당신의 폭력이 되고
당신은 나의 눈물이 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
훠이훠이 날아가는 서역 구만리
- 자작시 「늘 푸른 강물이듯이 19」에서
③ 바람직한 시적 대상과 미적거리
미적거리- 시인과 작품과 독자 사이에 감동을 자아내는 미적 거리의 조건은 무엇일까. 칸트는 예술적인 미를 사심 없는(disinterested), 이해관계를 초월한 상태에서의 경험이라 했고, 벨로우(E. Bellough)는 육지의 안개와 바다에서 느끼는 짙은 안개와의 심리적 차이를 심리적 거리(psychicaldistance)의 효과라 했다.
객관적 상관물- 여기서 엘리어트(T.S. Eliot)가 지적한 것처럼 감정과 이성의 등가(等價)적 작품이 가장 적절하다고 한 말을 수긍할 수 있다. 감정과 이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행위는 바로 시인의 의도적인 작업이며 이를 조절하는 시적인 장치가 바로 시적 형식이며 시적 창조작업이다. 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나 여러 요소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구조(structure)로 보는 것, 무질서한 감정이나 사고를 미적으로 형식화(forming)하는 것은 모두가 적절한 거리 조정(distancing)작업이다.
이에 대하여 엘리어트는 “시는 정서로부터 해방이 아니고 정서로부터의 도피이며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정서로부터의 도피란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정서로부터 시는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일상적인 개성과 정서에서 벗어나 시적이고 미적인 정서와 개성을 창조해야 한다는 말로서 여기에는 대상과의 미적거리, 심리적 거리가 요구되며 그 구체적인 장치가 바로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이라고 하였다. 그는 예술적 형식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객관적 상관물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객관적 상관물이란 어떤 대상을 시적으로 표현할 때 그 대상에 대한 정서나 관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은유화 하거나 상징화한 특정한 이미지를 통하여 보다 새로운 정서와 개성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고 특정한 화자와 특정한 어조가 요구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허공에 매달린 외줄이
우리들 밥 멕이는 밥줄이요 밥줄.
줄광대 한평생 뼛골만 쑤셔
마디마디 삭아버린 삭신
죽어 송장 염도 못할 거요.
그냥 이대로 화장터에 불살라서
한줌 가루
고향으로 보내주면
쓰겄소 잉.
- 이성부 「줄광대 김씨」
④ 부족한 거리와 지나친 거리 조정
심리적 거리의 적절한 조정, 이것이 시인이 시를 창작하는데 있어서 고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였다. 너무 대상과의 거리를 가까이 한답시고 일상적인 감정을 직설적으로 노출하는 경우 부족한 거리조정(underdistancing)이 될 수 있고, 감정을 배제하고 관념만을 드러낼 욕심으로 무슨 정치적 구호를 내뱉을 때는 시적인 미학과 무관한 지나친 거리조정(overdistancing)이 될 것이다.
(1) 바람아,
오― 폭풍아 흑풍아
그 불꽃을
불어 날려라
쓸어 헤치라
몰아 무찔러라.
- 오상순 「허무혼의 선언」에서
(2) 산야에서 푸르른 새순들은 돋고
진달래는 선홍을 피어 타오르는데
쑥국새 하염없는 울음속에
우리들 4월의 혼은 잠들 수 없다.
지나간 25년의 세월 하루도 편할 날은 없었다.
코쟁이 쭉발이들 감놔라 대추놔라 호령하는 소리
이 땅의 똥개나 뀌고 힘깨난 쓴다는 자들
금방망이 도끼방망이 제멋대로 휘두르는 소리
이 통에 민주주의 계속 작살나는 소리
- 채광석 「산자여 답하라」에서
 
시의 화자와 어조
홍문표
(1) 시의 화자와 소설의 화자
① 문학의 허구와 화자
문학이란 시인이나 소설가 자신이 말하는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직접 언술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인물들을 내세워서 언술하는 간접화법을 쓰기도 한다. 다른 인물을 내세워 말하게 하기에 허구(fiction)라 하는데 이것도 상상이고 창작이다. 뿐만 아니라 청자도 임의로 설정하여 말을 듣도록 한다. 그래서 임의로 설정한 화자를 허구화된 화자, 또는 청자를 허구화된 청자라고 한다. 이는 소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도 그렇다. 여기에 시 창작과정에서 화자와 청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② 소설 화자와 시점
소설에서는 허구화된 인물의 이야기 방식을 화자의 시점(point of view)이라고 한다.
 사건의 내적 분석 사건의 외적 관찰
스토리 속의 등장인물로서의 화자 ① 주인공이 자신의이야기를 함 ② 부수적인 인물이주인공의 이야기를 함
스토리 속의 등장인물이 아닌 화자 ④ 분석적이고 전지적인 작가가 사상과 감정을 포함한 이야기를 함 ③ 작가가 관찰자로서 이야기를 함
이 도표에서 보듯이 소설에는 네 가지 유형의 서술 시점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사건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나’라는 주인공이 자신이 경험한 사실들을 서간체, 일기체, 수기, 신변소설, 심리소설 형식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이상의 「날개」나 김유정의 「봄봄」이 그런 경우다.
나는 우선 내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기에 착수하였으나 좁은 시야와 부족한 지식으로는 이것을 알아내기 힘이 든다. 나는 끝끝내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말려나보다.
- 이상 「날개」에서
둘째는 사건의 부수적인 인물인 ‘나’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셋째는 작가가 관찰자가 되어 등장인물을 모두 3인칭화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윤 초시네 증손녀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 황순원 「소나기」에서
인용한 문장에서는 작가가 소년과 소녀의 행동을 관찰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네 번째는 1인칭 ‘나’나 3인칭인 ‘그’를 고정적으로 하지 않고 외부적인 사건이나 내부적인 심리까지도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서술해 가는 전지적 작가의 서술이다. 이광수의 「무정」이 그 예에 속한다. 이처럼 소설에서는 크게 네 가지로 화자의 서술 시점을 구분하고 있다.
(2) 시의 화자와 청자
① 시의 화자와 청자
시의 경우도 작품 속에는 시적 화자가 있고 시적 청자가 있으며 이들 각각에는 드러난 화자 드러난 청자, 숨은 화자 숨은 청자가 있다.
시작품(text)
실제시인 → 시적화자 드러난 화자 → 드러난 청자숨은 화자 → 숨은 청자 시적청자 → 실제청자
② 드러난 화자와 드러난 청자
시의 언술을 보면 시 문장에 ‘나’라는 화자가 명시될 뿐만 아니라 나의 상대인 ‘너’나 ‘그’나 어떤 대상이 명시되어 독특한 대화의 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③ 드러난 화자와 숨은 청자
둘째로는 시 문장 속에 구체적으로 ‘나’라는 화자만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그 대상인 청자는 숨겨진 경우가 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끝없이 강물이 흐르네」
한결같은 망각 속에
나는 구태여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나는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좋다
시작도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무서운 것이 내게는 없다
누구에게 감사 받을 생각도 없이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뿐이다.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랄려고 한다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펼려고 한다
- 김윤성 「나무」
④ 숨은 화자와 드러나 청자
셋째로는 화자는 숨어 있고 청자만 드러난 경우가 있다. 이 때 청자는 물론 너라는 2인칭의 형식이 되겠지만 다른 사물을 2인칭화 하여 명령하거나 권고하거나 요청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1) 껍데기는 가라.
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에서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 김수영 「눈」에서
⑤ 숨은 화자와 숨은 청자
네 번째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시의 문 면에 시적 화자나 시적 청자가 모두 생략되어 버린, 숨은 화자와 숨은 청자의 시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말의 일상적 어법에서도 영어에 비하여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시에 있어서 언술의 주체인 화자나 청자를 숨기거나 생략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말의 어법의 관습이 아니라 가급적 화자의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사물의 인상을 객관화하려는 모더니즘적 기법에서 볼 수 있는 언술이다.
(1) 1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2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 김광균 「뎃상」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軍艦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물새는 죽은 다음에도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 김춘수 「처용단장」에서
(3) 시의 화자와 어조
시인이 시적 화자를 세울 경우, 필요에 따라 남자를 세울 수도, 여자를 세울 수도 있다. 또한 남자인 경우라도 어른이나 어린이, 도시인이나 농촌사람 등 무수히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세울 수 있으며 이들을 통하여 말을 할 때는 시적 화자의 개성과 시적 청자에 대한 관계상황에 따라 그 나타내는 태도나 목소리를 달리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의 어조(tone)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어조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시에서는 통일성, 리듬감, 정서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개나리 보고 싶어.
할머니
병아리떼 물어낸
개나리 보고 싶어,
봄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도 찾아낸
그 병아리는
닭장에서 나오지 않고
그림책 속에만 갇혀 있지.
할머니
봄비도 보고 싶어.
- 양왕용 「도회의 아이들 8」에서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 김소월 「가는 길」에서
 
시적 진술의 세 유형
홍문표
(1) 누구에게 말하는가
① 진술의 대상에 따른 언어의 기능
말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 즉 발신자가 있겠고, 그 말을 들어주거나 말에 따라 움직여 줄 수 있는 수신자, 즉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발신자인 내가 2인칭인 ‘너’에게 향해서 말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너’가 아닌 제3자적인 인물이나 사물에 향하여서도 말할 수 있다. 사실 연설문이나, 사랑의 편지 등은 듣는 청중이나 어떤 대상에게 무엇인가 요구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학술적인 문장이나 공공의 언어들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하기도 하며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그런데 문학, 특히 시의 경우는 2인칭인 ‘너’나 3인칭인 ‘그’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화자 자신의 심정을 넋두리처럼 말할 수도 있다. 혼자 중얼거리는 형식이다. 이렇게 스스로 중얼거리는 독백을 언어의 정서적 기능이라 하고 ‘너’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언어를 사역적 기능, 그리고 그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지시적 기능이라고 한다.
② 야콥슨의 소통 구조와 언술의 기능
야콥슨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러한 언술을 좀더 세분하여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는 제시물인 관련사항만 있을 것이 아니라 무의미 시처럼 전언 그 자체를 지향하는 시적 언어, ‘여보세요’, ‘네’ 등 접촉성을 나타내는 친교적 언어, 신호체계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메타언어가 있다고 하였다.
 지시적(referential)   
 ↕   
 시 적(poetic)   
    
정서적(emotive) ↕   능동적(coactive)
 ↕   
    
 친교적(phatic)   
 ↕   
 메타언어적(metalingual)   
  관련상황(context)  
  ↕  
  전 언(message)  
    
발신자(addresser)  ↕ 수신자(addressee) 
  ↕  
    
  접촉(contact)  
  ↕  
  신호체계(code)  
    
(2) 독백적 진술 ― 화자지향형
① 독백적 진술의 성격
독백적 진술은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형태다. 말하자면 1인칭 지향형이다. 이는 철저히 자아에 대한 자각이며 넓게는 인생에 대한 자각일 수 있다. 자각은 과거를 통한 현재의 자작이거나 현재를 통한 미래에의 소망일 수 있다. 따라서 회고적 독백과 기원적 독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 화자 지향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자기에 대한 이야기도 자아가 둘로 분리하여 하나의 자아가 다른 자아를 관찰자 입장에서 이야기할 경우에는 화제 지향형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화자 지향형이란 <나>의 주관적인 정서나 신념을 다루는 유형으로 제한해야 한다.
② 회고적 독백
어제 내가 본 건
그럼 뭐더라?
해변도 아니고
마을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교회도 아니고
교회의 첨탑은 더욱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그럼 뭐더라?
꿈이런가?
어제 내가 본 건
어제밤 내가
벚꽃이 비바람에 떨어지던
학교 뒤뜰에서 본 건
그럼 누가 본 건가?
- 이승훈 「어제 내가 본 건」에서
③ 기원적 독백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3) 권유적 진술 ― 청자지향형
① 권유적 진술의 성격
권유적 진술은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단수인 너(you)뿐만 아니라 복수인 너희(you)에게 적극 동조하기를 요청하는 진술형식이다. 따라서 2인칭인 청자지향형이다. 개화 계몽기의 많은 시가들을 보면 대부분 부국강병, 문명개화를 부르짖는다. 윤리도덕이나 이념적인 내용을 내세우는 경우도 권유적 진술을 한다. 특히 국가나 단체의 중요한 행사를 할 경우 행사의 성공적인 기원이나 참여자의 각성을 촉구하는 정치적 모임에도 권유적인 목소리가 강하다.
그런데 권유적 진술에는 화자가 청자보다 우위에서 강요하는 경우, 하위에서 애원, 찬양하는 경우가 있다. 선동시나 어용시가 그렇다.
② 화자가 우세한 경우 (명령적 권유)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에서
③ 화자와 청자가 대등한 경우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십 년 동안 누린 것
몇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 고은 「화살」에서
④ 청자가 우위에 있는 경우 (기원)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튀는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랍오니여
발톱과 손가락과 심장에 상채기 진
피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스스로 아물리리라 이 상처를 랍오니여
조롱의 짐승소리로 이제는 노래절벽에 거꾸러짐도 이제는 율동
당신의 불꽃만을 목구멍에 삼킨다면
피눈물이 화려한 고기비늘이 아니리라 랍오니여
발광이 황홀한 안식이 아니리라 랍오니여
- 박두진 「당신이 사랑 앞에」
(4) 해석적 진술 ― 화제지향형
① 해석적 진술의 성격
해석적 진술은 어떤 사물에 대하여 시인이 주관적으로 상상적으로 해석하고 이러한 해석을 제3자인 다중에게 설명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언술에는 문맥의 표면에 화자나 청자가 잠재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정서적 표현과 의미 부여를 억제하고, 카메라 렌즈로 사물을 비춰 보이듯 이미지화 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진 꽃밭이다.
맹진사 댁 청사초롱이다.
사월의 산언덕
포등한 등성이마다
너울 쓴 신부처럼
파닥이는 가슴이다.
두려움의 껍질들이
허물을 벗고
차마 부끄러워
마지막 정절에 혼절하는
잔인한 환성이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을 헐고
한 순간의 황홀을 위하여
아, 온몸을 투신하는
아리디 아린 눈물이다.
- 자작시 「꽃밭에서」
햇살은 모두
둑 밑에 내려와 있다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강 바람이
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시골 청년
자전거 바퀴 살에
햇살이 실려서
돌아간다
그 바퀴 살 사이로
투명한
얼마쯤 걸었을까
미루나무도 가고 있는지……
미루나무는 조금씩 작아져 갔다
- 한성기 「둑길․1」 전문
 
주제와 소재의 형상화
홍문표
(1) 시의 주제
① 산문의 주제
산문의 필수적 요소- 주제(主題)를 글자의 뜻으로 보면 문장의 중심이 되는 제목이라든지 핵심이 되는 과제라는 뜻인데 이는 산문의 필수적인 것, 말하고자하는 핵심이다. 사실 일반 학술 논문에서는 주제와 제목이 일치한다. 예를 들어 「3․1운동의 역사적 의미에 대하여 논함」이라든지 「춘향전의 근대성에 대한 연구」라는 등의 제목은 그대로 그 글의 중심 과제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에서 소설이나 희곡, 또는 수필의 경우 반드시 주제는 있어야 하지만 그 주제는 형상화되어야 한다.
소설론에서는 이를 이야기꾼과 작가, 말하기(telling)와 보여주기(showing), 스토리와 플롯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전자는 사건의 서술을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흥미있게 전달하기만 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사건의 서술을 인과관계에 의해 서술하면서 이야기 속에 어떤 주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② 소설의 대표적인 주제
포스터- 탄생, 밥, 잠자리, 죽음, 사랑
현대문학의 주제- 첫째로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의 대립을 볼 수 있다. 현대는 물질주의, 기계 만능, 폭력, 전쟁, 권력의 횡포 등 갖가지 비인간적인 것들이 우리의 인간성을 유린한다. 과거에는 선과 악의 갈등, 즉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으로 이분되었던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들의 대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들의 마찰이다.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보수와 진보, 과거의 가치관과 현대의 가치관의 대립 등은 결국 지나간 것들과 새 것들의 갈등이기도 하다.
셋째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도시적인 것과 농촌적인 것, 전통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 등의 대립이다.
넷째로 개성적인 삶과 상식적인 삶,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또는 한 개인에게 있어서 내면적인 심리적 갈등, 생의 근본 문제 등에서 오는 갈등이 있을 수가 있다.
③ 시의 주제에 대한 인식
관점에 따라 문학의 인식 차이- 모방론, 표현론, 효용론, 존재론
시와 산문의 장르적 차이- 소설은 주제를 드러내는 문학양식, 시는 사물에 대한 감정, 태도의 표현양식
사르트르- 시는 있음(being), 즉 존재의 문학이고 소설은 행동(doing), 즉 당위의 문학이다.
시는 둥근 과일처럼
만질 수 있고, 잠잠해야 한다.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다만 존재해야 한다.
- 매클리시의 「시법」
발레리- 시는 춤(dancing)이고 소설은 걷기(walking)이다. 소설은 주제의 보여줌(showing)에 중심적인 양식이고 시는 존재의 보여줌(showing)에 중심을 두는 양식이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내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 이상 「날개」에서
영산홍 꽃잎에는
산이 어리고
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 댁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산 넘어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 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 서정주 「영산홍」
(2) 주제의 형상화
시가 존재의 표현 양식이라 하지만 존재라는 말에는 물질적 존재 역사적 존재, 인간적 존재 등이 있어 정치적인 사상적인 문제를 주제로 할 수 있다. 문제는 물질적 존재든 역사적 존재든 시적인 미학으로 형상화되어야 한다.
미군이 없으면
삼팔선이 터지나요
삼팔선이 터지면
대창에 찔린 개구락지처럼
든든하던 부자들 배도 터지나요
- 김남주 「다 쓴 시」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 길
몸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 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 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까 밀냄새가 잊힐까
사뭇사뭇 못 잊을 것을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 길
몸팔러 간다.
- 김지하 「서울 길」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 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 정호승 「구두 닦는 소년」
햇살이
칼날 하나를 빼어
눈을 후려친다
하루가
팔딱 뛰어 일어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 사이에서
- 민용태 「청개구리 만세」
그대
물음표 투성이의
가슴을 가르고 들어가
생 빛 한 줄기
찾으려 했네
얼굴도 눈도 없이
허공만 숨어 사는
그대 몸 전체에서
거듭되는 어제를 지켜보며
동행할 빛을 잃었네
- 김초혜 「사랑 굿 11」에서
(3) 소재의 형상화
① 벽돌집
흙은 바로 벽돌이 되지 않는다. 흙을 뜨거운 불에 구워서 질적인 변화를 주어야 벽돌이 된다. 흙으로 직접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듯이 소재를 상상력의 용광로에 넣고 구운 다음 시라는 새로운 집에 알맞은 이미지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의 내부는 무척 은밀하다
깎아 놓은 붉은 과일과
갈아 놓은 시퍼런 칼이
깊이 간직되어 있으므로.
나의 내부는 항상 무섭다
가능한 모든 짐승의 발톱과
번뜩이는 눈을 담고
기막힌 싸움을 기다리고 있으므로
그러나,
나는 싸우지 않는다
더욱 더 무섭게 살아갈 것이다.
언제나
깎아 놓은 붉은 과일과
갈아 놓은 시퍼런 칼이 있으므로
나는 살아 있다. 분명, 살아 있다.
- 임승천 「나의 내부는」
② 살아있는 생명체
둘째로 소재는 살아서 행동하고 사고하고 감동해야 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동물로 태어나 독자적인 삶을 행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의 소재는 그것이 사물이든 관념이든 상관없이 새로운 생명과 영혼과 감정을 가지고 우리 앞에 다정히 다가와야 하는 것이다.
구름은 딸기밭에 가서 딸기를 몇 개 따먹고 아직 맛이 덜 들었군! 하는 얼굴을 한다.
구름은 흰 보자기를 펴더니, 양(羊)털 같기도 하고 무슨 헝겊쪽 같기도 한 그런 것들을 늘어놓고, 혼자서 히죽이 웃어 보기도 하고 혼자서 깔깔깔 웃어 보기도 하고
어디로 갈까? 냇물로 내려가서 목욕이나 하고 화장이나 할까 보다. 저 뭐라는 높다란 나무 위에 올라가서 휘파람이나 불까 보다…. 그러나 구름은 딸기를 몇 개 더 따먹고 이런 청명한 날엔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는 듯이, 아직 맛이 덜 들었군! 하는 얼굴을 한다.
- 김춘수 「구름」
③ 다양한 소재와 형상화
셋째로 시의 소재는 도시든 농촌이든 전통이든 통일이든 민중이든 부자든 가난이든 그 어느 것도 선택될 수 있다. 전통이나 자연을 소재로 해야만 참다운 시고 농민이나 노동자를 소재로 한 것은 불온한 것이 아니다. 어느 것을 소재로 하든 소재가 정서화되고 내면화되고 형상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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