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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년 12월 19일 16시 10분  조회:1043  추천:0  작성자: 강려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어느 연둣빛 초봄의 오후
나는 꽃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랬더니 꽃잎 하나가 내려 와서는
내 왼 몸을 안아보고서는 가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입술이며 이마를 한없이 부비고 문지르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손톱 끝의 먼지를 닦아내고,
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을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있었다.
 
‘장자와 나비’의 비유를 재해석한
선시(禪詩)의 상상력과 환타지
이인선(시인, 평론가)
 
 
문덕수의 「인연설」은‘장자와 나비’의 비유를 재해석한 선시(禪詩)의 상상력과 환타지로 집약된 인생에 대한 해석적 시각의 시다.
선시의 특징과 상상력의 확장이 주는, 꿈속 같이 아름다운 환타지한 이미지의 정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꽃나무 밑에서 잠깐 낮잠을 자는 동안 꽃잎이 어루만져주는 세계는 인간이 꿈꾸는 파라다이스다.
여러분도 잠깐 눈을 감고 오수에 잠겨보기를 권유한다. 왜냐하면 위의 시는 아름다운 꿈속 여행이기 때문이다.
위의 시「인연설 」은 장자와 나비 내편 제2편의 이야기의 모티브를 주제로 시를 구상한 것이 아닐까 유추해본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스스로 즐겁게 느끼면서도 자기가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니 자신은 엄연한 장주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는 이야기는 『장자』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다.
장자와 나비는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넘나든다. 현대의 무의식 철학개념을 장자는 BC 300여 년 경 이미 마스터 하여 풍자시로 지었다.
그러나 문덕수의「인연설」은 장자의 나비를 뛰어넘는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철학과 유미주의를 만족시킨 작품이다. 위의 시는 14행으로 씌어진 서화처럼 짧고 아름다운 시다. 지하철역에 게재하기 좋은 내용이다. 지친 시민들에게 주는 위로의 문학이다. 또한 시낭송가들이 낭송하면 대중이 좋아할 감각적인 시다.
위의 시는 두 부분으로 내용이 나뉜다. 시의 상반부 1-10행‘어느 연둣빛 초봄의 오후/ 나는 꽃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랬더니 꽃잎 하나가 내려 와서는/ 내 왼 몸을 안아보고서는 가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입술이며 이마를 한없이 부비고 문지르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손톱 끝의 먼지를 닦아내고,/ 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을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는 아름다운 서정시다.
그러나 9-10행 ‘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을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의 내용과 이어지는 11-14행 하반부는 선시 형태를 하고 있다.
위의 시의 선시적 요소는‘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을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9-10행)/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있었다’ (11-14행) 부분이다.
장자의 나비처럼, 시적 화자인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꿈속인 듯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을 날아간다. 비현실적 환타지가 몽상적이다. 시를 시적이게 만드는 모든 장치를 숨겨 놓은 압권의 문장이다.
인생 일장춘몽이라는 대중가요의 가사도 장자의 시가 원본이지 않을까 필자는 유추해 본다.
필자는 위의 시를 <영상 드라마 시>라고 명명하여 본다. 시에 사건과 스토리가 있다. 1-2행은 영화의 전개 부분에 해당한다.‘어느 연둣빛 초봄의 오후/ 나는 꽃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나다니얼 호오손(Nathaniel Hawthorne)의 데이비드라는 소설이 상상된다.
여행을 떠난 미소년이 샘물가에서 낮잠이 든다. 자식이 없는 부자 부부가 지나간다. 깨어나면 아들을 삼고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하나 소년이 깊이 잠들어 있으므로 깨우지 않는다. 그 다음 도둑이 지나간다. 잠이 깨면 돈을 빼앗고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너무 곤히 잠들어 있으므로 소년을 깨우지 않는다. 그 다음 아름다운 처녀가 지나간다. 만약 그 미소년이 잠에서 깨어나면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너무 곤히 잠들어 있으므로 깨우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자기에게 닥칠세 가지 위기를 모른 채 여행을 계속한다.
위의 시 3-6행 ‘그랬더니 꽃잎 하나가 내려 와서는/ 내 왼 몸을 안아보고서는 가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입술이며 이마를 한없이 부비고 문지르고, /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손톱 끝의 먼지를 닦아내고,’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나다니얼 호오손의 소설보다 잠자는 동안에 펼쳐지는 자유로운 꽃잎의 희롱이 생의 단면처럼 아름답다. 허허로움이 선시적 형태미를 지니고 있다. 객체를 만져주는 대상이 꽃잎이다. 꽃잎이라는 사물은 생의 주인공으로 부각하여 으스대던 부정어를 여과시켜 준다. 전쟁, 불화, 시기, 질투, 불평등이 사라진 세계다.
위의 시 9-10행 ‘그리하여 어느덧 한세상을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부분은 드라마의 대단원에 해당한다.
11-14행은 위의 시의 주제부다.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 날아가고 있었다.’ 부분은 영화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필자는 이 부분을 소설의 <에필로그> 부분으로 분류한다.
문덕수는 마지막 완결부를 환타지로 처리하고 있다. 나비는 애벌레가 그렇게도 꿈꾸던 이상향의 세계다. 인생은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고, 꽃나무 밑에서 잠깐 잠들었다가 나비가 되어 긴 여행을 다시 떠나는 아름다운 여정으로 생을 미화하고 있다.
천상병과 문덕수 시의 관점 차이는 무엇일까? 천상병은 인생을 잠깐 소풍 온 것으로 보았다. 소풍의 시간은 하루의 개념이다. 문덕수의 인생관은 잠깐 낮잠을 잔다고 표현하고 있다. 1-2시간, 혹은 20-30분의 짧은 시간의 개념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잠깐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고 본 것이다.
위의 시의 시적 매력은 다음 구절이 압권이다. ‘꽃잎 하나가 내려와서 왼 몸을 안아보고 가고, 또 꽃잎 하나가 내려와서 입술, 이마를 부비고 문지르고, 한 잎이 내려와서 손끝 먼지를 닦아’낸다는 발상에 주목하여 보자.
시적 화자가 주인처럼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잘 때, 꽃잎은 마치 겸허한 젊은 남국 여인처럼 주인의 몸을 안아주고, 입술과 이마를 부비고, 손톱의 먼지를 닦아낸다.
꽃잎은 시적 화자의 세속의 때를 닦아주는 정화와 순수다. 또한 위로와 애무다. 고단하고 지친 인생의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지고지순의 선이다. 꽃잎은 신의 부드러운 손길 같다.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있었다.’는 대단원이지만 미완이다. 현대 유행하는 영화처럼 끝이 아닌 미완성으로 독자에게 상상력의 공간을 부여하고 있다. 쇼팽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영혼을 빗소리처럼 두드리는 여운이 길다.
필자도 이 시를 여러 번 읽다보니 시에 흠뻑 빠져든다. 애송하고 싶어진다.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싶어진다. 좋은 시가 주는 매혹적인 힘이다.
그 꿈길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사랑한 보들레르의 시, 박남수의 시, 까미유 끌로델의 조각작품, 프리다 칼로의 그림일 수도 있다. 또한 이사도라 덩컨의 춤, 광기어린 또스또예프키를 만나기 위한 꿈길이다.
시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요소는 무엇일까? 필자는 아름다운 상상력이 이끄는 감각적 미의식의 공간이라고 본다. 시를 향유하는 것은 산만하고 복잡한 현실을 떠난 여유다. 계산과 욕심 버리고 잠깐 쉬는 휴지다. 미완의 공백이다.
인생은 생로병사, 희로애락 슬픔과 실패 좌절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은 꿈과 같은 찰라의 순간이다. 문덕수 시는 독자를 흠뻑 적시는 위로의 문학이다. 경건한 아름다움이다. 꽃비로 정화된 독자는 새 힘을 얻어 또다시 노동 현장으로 향할 힘을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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