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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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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년 12월 19일 16시 30분  조회:1212  추천:0  작성자: 강려
흔들의자
 
 
김인숙
 
   
아무 생각 없이
흔들리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래전 보았던 편백나무 숲속 그 아련한 술렁임처럼
고래의 허밍을 들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 그리고
젖은 바이올린의 고요한 선율을
귓속에 담고
 
곁을 내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진동에 몸을 맡긴 채
소식 없는 소식을 기다리며
가끔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는 버스에 손을 흔들었다
흔들리는 나뭇잎이 너무 많아서
금세 파동 속에 묻혀버렸지만
 
탄력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곁이란 그런 것,
흔들리고 싶을 때 맘껏 흔들릴 수 있도록
몸속에
풍향계를 심어주는 것
 
안락하고 편안한 양수(羊水)의 출렁임 속에
만삭인 여자가 앉아 있다

  흔들림 속에서 찾는 자유와 일탈이 주는 정서치유 효과
            이인선(시인, 평론가)

 ‘흔들리다’와 ‘흔든다’ 사이에 끼인 자유와 억압을 더듬어본다. 온몸으로 전해오는 차가움과 가벼움을 체감해 본다.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흔들리지 않는 당신이 그녀를 품을 수 있을까?
  사랑의 출발은 흔들림에서 시작된다.
  아무 생각없이 사랑이 불현듯이 우연처럼 찾아들고 당신은 열병을 앓는다. 그러나 위의 시 1연처럼 ‘아무 생각 없이 흔들리고 싶은 때가 있다. 당신도 그녀도.
  인간들은 그것에 ‘일탈을 꿈꾸다’라는 제목을 붙인다. 일탈은 죄가 아니다. 그것은 법적 구속을 받을 정도로 남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자해를 할 정도의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흔들리다’라는 행위는 정서에 자유를 선물한다.
  흔들리며 나무가 태양광선을 흡수하여 엽록소를 만들 듯이, 무수히 많은 서정시의 숲을 돌아다니다가 필자는 김인숙의 「흔들의자」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필자도 때로 흔들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분석이라는 평론의 틀에서 벗어나서 온몸으로 숲의 흔들림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단어 분석, 문장 분석, 작가 분석, 시대 분석, 이미지 분석의 건조하고 낡은 구조를 벗어나서 새로운 산소를 호흡하고, 일탈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을 갖고 싶은 거다. 필자는 일을 하면서 즐기고 싶은 두 가지 욕심과 본능이 늘 꿈틀댄다.
 드라마와 노래, 미술작업, 무용, 시, 소설, 수필은 흔들리고 싶은 본능에 충실한 예술행위다. 그녀가 끊임없이 당신을 옥죄고 흔들 듯이, 또 당신이 그녀를 끊임없이 옥죄고 흔들 듯이 인간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예술행위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대상을 향하여 흔들지 않고, 객체인 무생물을 대상으로 흔들어댄다. 사물과 사건, 무생물을 생물로 치환하여 객관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흔든다. 파격미가 심하여 전위예술로 치닫기도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할 정도로 극심하게 정서가 왜곡되도록 흔드는 예술을 싫어한다.
  김인숙은 어떤 일탈을 꿈꾸는가?
  또한 일탈을 어떻게 실행하였는지 그 과정을 더듬어 보자.  2연의 중심어는 <편백나무 숲- 고래의 허밍- 낯선 여행- 바이올린의 선율>이다.  일상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고요한 일탈이다. 여유로운 자유라고 이름 하여도 좋다. ‘내가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다. 
  그러나 3연은 조금 더 진폭이 크다. 상상력의 공간이 넓고 깊어진다.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는 버스에 손을 흔들었다’라는 문장에 집중하여 보자. 죽은 남편, 애인, 또는 어머니가 대상일 수 있다. 그 대상들은 다시 만날 수 없기에 절실히 그립다. 김인숙의 흔들리는 문장에서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흔들리지 않고 꼿꼿한 나무들은 강풍에 부러질 것이다. 자신의 영역과 역할을 지켜내기 위하여 나무들은 나뭇잎을 흔든다. 바람에 몸을 모두 맡기고 흔들린다. 그대도 나도. 당신도 나도 흔들리고 흔든다.
  흔들림의 강도가 강하여 쓰나미가 되어 다른 사람을 불행의 늪으로 내몰기도 한다. 소설적 구도다. 자신이 시궁창에 쳐박혀 부러지기도 한다. 시적 구조다. 소설가는 가해자가 되어 적극적인 행위의 주체가 되어 혁명가를 꿈꾼다. 그러나 시인은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어 소극적 방어를 하며 아파한다.
 김인숙의 위의 시를 ‘흔들림 속에서 찾는 자유와 일탈이 주는 정서치유 효과’라고 명명하여 보자.
 행위예술은 흔들림에서 찾는 자유와 일탈이다. 행위 예술가가 왜곡이 심할수록 전위예술을 한다. 그것은 유년기의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부모가 유전으로 물려준 상처를 시인들은 시를 쓰면서 스스로 자가 정서치료를 한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시를 쓴다. 그러나 딱히 대상이 있는 그리움은 아니다. 필자도 죽은 시인, 소설 속의 죽은 주인공 남자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애통해 한 적이 많다. 예술은 참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일탈이다.
 무한대의 자유가 보장된 예술은 극심한 사회적 폐악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억압이 계속되어 긴장이 계속되면, 반대급부적으로 적의감이 쌓여서 파괴본능과 폭력성이 증폭된다. 청소년들에게 시를 읽게 하면 긴장이 풀린다.
 시에서 사랑을 빼어버리면, 긴장미가 없는 드라마처럼 지루하다.
 4연은 드디어 일탈의 대상을 찾는다. 흔들리는 자아를 잡아줄 멘토를 만난 것이다. 그것은 정서적인 대상인 예술일 수도 있다. 또는 육체적인 대상인 애인일 수도 있다.  ‘몸속에 풍향계를 심어주는 것’은 그 대상이 불타는 육체적 사랑일 수도 있고, 정신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플라토닉 러브일 수도 있다.
  5연은 드디어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생산을 시작한다. 일탈은 예술을 만들고, 예술은 인간의 긴장감을 풀어주어 생산성을 높여준다. 자유가 주는 광활한 상상력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의 끝은 자유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다.  그 자유가 예술이다.
 ‘안락하고 편안한 양수(羊水)의 출렁임 속에/ 만삭인 여자가 앉아 있다’라는 문장의 주체인 여자는 어머니다. 어머니는 생산의 주체다. 예술로 승화된 생산력이다. 예술행위는 이처럼 생산을 지향한다. 작은 일탈과 자유는 큰 범죄를 예방한다.
  김인숙의 시는 점층적 구도를 가지고, 점점 일탈의 종류와 범위가 확대된다. 필자가 심심한 서정시 평론을 거부하는 이유다. 생각할 거리, 쓸 거리, 탐닉하고 즐길 거리를 주는 시는 좋은 시다. 평자와 독자를 지루하게 몸을 비틀게 하는 시는 좋은 시가 아니다.
  필자가 <힐링 문학산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평론을 쓰면서 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독자를 힐링시켜 주는 시다. 문학사에 남을 위대한 작품이나 어려운 작품보다 쉽고 정이 가는 느낌 있는 시를 선정하고자 한다. 시의 참맛을 느끼도록 자연스럽게 독자를 유도해 주고자 한다. 오늘 김인숙의 시를 읽으며 1단계에서 5단계까지 힐링을 업그레이드하기 바란다.

이인선 평론가 약력
 

필명 이선. 월간『시문학』등단.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평론 등단.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한국문화예술공연협회 회장, 양천문화원, 광진문화원, 성동구민대학 시창작반 지도교수. 양평 시와 도자기 힐링캠프 대표.
완도전국시낭송대회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문학분야 유공 표창장, 한국현대시작품상, 푸른시학상 수상. 한국문학비평학회 문학비평상 수상. 평론 엔지오신문 2년 연재 100편, 한국문학신문 연재, 웹진시인광장, 가온문학, 시문학, 한국인문학 등 150여 편 발표.
시집: 이선 첫 퍼포먼스 시집『빨간 손바닥의자』, 이선 두 번째 시집 『갈라파고스Galápagos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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