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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해설 2 <물고기그림>/심상운
2019년 12월 19일 18시 37분  조회:144  추천:0  작성자: 강려
자작시 해설 2

물고기 그림 / 심상운

겨울 저녁, 물고기는 투명한 유리 공간 속에 혼자 떠 있다. 느릿느릿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그는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k읍으로 간다고 했다. 흰 눈이 검은 돌멩이 위로 나비처럼 날고 있다. 유리 밖으로 뛰쳐나갈 듯 위로 솟아오르던 물고기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는 공중에서 부서져 내리는 하얀 소리들을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함박눈이 내리는 그의 설경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보이지 않고 그의 걸걸한 목소리만 떠돌고 있다. 유월 아침에 나는 겨울 물고기 그림을 지우고 초여름 숲 속의 새를 넣었다. 그때 설경 속으로 떠나간 그가 나온다. 오전 10시 30분, 나는 푸른 공기 속을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있다.

하이퍼 시의 심리적 장면 변화의 기법을 보여주는 시

겨울저녁 투명한 유리 공간 속에 있는 물고기와 원주에서 기차를 타고 k읍으로 가는 그와 그의 설경 속으로 들어가는 나는 이 시의 캐릭터다. 그들은 문맥 상 어떤 필연적인 관계가 없이 독자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내’가 그의 설경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내’가 겨울 물고기 그림을 지우고 초여름 숲의 새를 넣었을 때, 그가 설경 속을 나오는 장면은 물고기와 그와 내가 서로 어떤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면 그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분명한 것은 그 관계가 현실적인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관계는 나의 심리적 현상이 만들어내는 관계 즉 마음의 관계(마음속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내 마음을 직관하면서 심리의 내면에 떠오르는 영상 이미지를 포착하여 한 편의 시에 담은 것이다. 그래서 집합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변화의 기법’은 인간의 내면의식을 포착하여 표현하는데도 하이퍼 시의 기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시는 가상세계를 표현한다는 것과 독자들은 시인이 보여주는 세계를 보면서 나름대로 추리하고 상상하는데 만족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지는 어떤 객관적 대상을 가질 필요가 없고, 또 반드시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질 필요도 없다고 본다. 엄격한 의미에서 ‘순수 이미지’란 객관적 대상도 없고, 개념으로 바꾸어 놓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는 이미지 그것만으로서 충분하고, 그 밖에 이미지가 지시하는 객관적 대상을 찾는 다든지, 이미지가 내포하는 철학적·인생론적 관념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미지를 불순케 하는 심리적 과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는 이미지 그 자체가 하나의 실재이다.”(문덕수 「내면세계의 미학」)라는 말에 동감한다.그리고 그 말은 “오랫동안 철학이 이미지의 세계를 하나의 비실재로 바라보고 개념적 사유를 통해 이미지의 환각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 프랑스의 철학자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이미지의 세계를 또 하나의 현실로 바라보고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우리 영혼의 능력에 주목한다. 이미지는 인간의 영혼이 세계와 교감하는 순간에 탄생하며 아름다움 역시 그 순간에 빛을 발한다. 시가 포착하는 지점 역시 그 순간이며 그 순간을 향유하는 것은 행복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김융희 「바슐라르의 이미지의 시학」)는 말과 이음동의(異音同義)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시의 중심 포인트는 물고기 그림을 지우고 초여름 숲 속의 새를 넣는 행위와 그 행위에 의해서 설경으로 떠나간 그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것은 하이퍼 시의 장면 변화의 기법을 시에다가 끌어들인 것으로 그 기법이 시인의 내면적 심리현상을 표현하는데도 효과적인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자들은 논리적인 인과의 법칙에서 잠시 벗어나 시인이 보여주는 장면(이미지)을 보고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추리해보고 느껴보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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