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이상한 존-ODD JOHN스테풀튼 작 -박 홍 근 역
2021년 09월 19일 21시 38분  조회:617  추천:0  작성자: 강려
이상한 존-ODD JOHN스테풀튼 작 -박 홍 근 역
 
◇ 편집 위원 ◇
아동문학가 이 원수 / 박 홍근
문학박사 최 인학
이학박사 김 희규
공학박사 양 옥룡
 
■ 책 머리에
 
아마 이 소설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로 갈라져 제각기 사용하는 말도 다릅니다. 그러나 모두 같은 인류입니다.
인간은 이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 변합니다.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슈퍼맨(초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에스퍼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태어난다고 이 소설의 작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이미 태어나서 여러분의 옆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차 례>
 
■ 존과 나···················· 4
■ 무서운 소년················· 12
■ 존과 손위의 사람들·············· 19
■ 발 명···················· 24
■ 사 업···················· 31
■ 젊은 인류학자················ 36
■ 산 속에서·················· 42
■ 황야의 존·················· 49
■ 같은 무리·················· 57
■ 재크리느··················· 70
■ 아드란···················· 76
■ 누크 궁거와 로우··············· 80
■ 스키드 호의 처녀 항해············ 87
■ 조 난 선··················· 92
■ 새로운 천지를 찾아서············· 99
■ 에스퍼 섬·················· 108
■ 끝의 시작·················· 115
■ 에스퍼 섬의 최후·············· 128
 
작품 해설··················· 130
 
■ 존과 나
 
내가 존의 전기를 쓸 작정이라고 했더니 그는 웃었다.
"아니 아니, 인간인 당신이 나에 대해서 쓰겠다고?"
존이 인간이라고 할 때, 그것은 '바보' 라는 것을 뜻할 때가 많다.
"그러나 고양이라도 왕을 볼 수는 있는 거야."
하고 내가 말하자, 그는 소리 없이 웃고 나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러나 고양이가 진짜 왕을 알 수 있을까요? 고양이인 당신이 나를 알고 있느냐 말이요."
이것이 소년 존이 어른인 나에게 대해서 말하는 입버릇이었다.
그러나 존이 말하는 것은 옳다. 그가 이끌고 있는 소년 소녀들에 의해, 세계의 6개국 큰 나라가 휘둘림을 받은 사실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존과 같은 무리가 아직도 살아 있을지도 모르리라는 추측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우선 존이 태어난 후의 이야기부터 해 나가기로 한다.
그의 아버지는 토마스 웨인라이트라고 하는 영국인의 의사였는데 그 선조는 아마도 스페인과 모로코 인의 피가 섞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존의 어머니는 스웨덴 인의 피를 받고 있으며, 핀란드 인의 피도 조금은 들어 있었다.
그 두 사람 사이에 4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두 여자 아이에 두 남자 아이였는데, 맨 막내의 남자 아이가 존이다.
존은 태어났을 때부터 매우 다른 데가 있었다. 나는 첫눈에 어쩐지 몸서리가 쳐졌던 것이다. 고깃덩어리가 퍼득퍼득 움직이기만 하는 괴물 같았으며, 웬일인지 식물같이도 생각되기도 했다.
1년쯤 지났을 때, 겨우 존은 갓 태어난 보통 아이와 비슷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서 비로소 눈을 떴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잠자고 있던 풀이나 나무가, 봄이 되어 갑자기 싱싱해지기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어머, 저 큰 눈!"
하고 존의 누나들은 떠들썩했다.
그러나 나는 단지 큰 것뿐이 아니라, 어쩐지 무서운 눈이라고 생각했다. 동굴과도 같이 밑바닥을 알 수 없는 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팍스는 그를 '이상한 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깜박 잊고 있었는데, 존의 아버지 토마스는 아내를 팍스라고 불렀다.
"아무튼 정말 상냥해서 말야. 평화의 여신 팍스라고 별명을 지은 거야."
아버지가 그렇게 부르므로, 존의 누나들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팍스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아버지를 '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닥이라는 것은 의사를 말하는 것이다.
존의 눈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으며, 모든 것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몸집 이외의 것들은 매우 발달이 늦어서 병신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그가 4살이 되었을 때, 나는 그 집 앞을 지나서 역으로 가기 때문에, 그때마다 거의 매일 아침 존을 만났던 것이다.
그는 뜰에서 유모차에 앉아, 손발을 마구 움직이며 무엇인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소리는 아기들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누가 보아도 4살짜리 아이로는 믿어지지 않았다. 태어난 지 반년 정도의 아기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발육 불량한 어린이가 갑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화요일, 그는 여느 때처럼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자, 팍스의 말을 확실히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몹시 느리기는 했지만, 아주 정확하게 지껄이는 것이었다.
"난 밀크가 먹고 싶어."
팍스는 깜짝 놀랐다.
"어머나, 존이 말을 했어요!"
두 누나도 놀랐다.
그런데 그 날 오후가 되자, 존은 그다지 상대를 해 주지 않는 손님을 보고 정확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돌아가요. 나는 당신이 별로 좋지 않아요."
이와 같은 문법적으로 올바른 말은, 보통 아이들 같으면 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는 것이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존은 아주 좋아하는 토마스와 팍스, 두 누나를 상대로 하여 말공부를 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화요일에는 이미 그는 7살의 형보다 더 말을 잘하는 것 같았다.
말할 수 있게 된 9개월 후, 누군가가 존에게 어린이용의 주판을 주었다. 그러자 그는 말없이 그것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주판을 내던지고 벌렁 누워버렸다.
"왜 그래, 존? 벌써 싫증이 났니?"
하고 팍스가 물었으나, 존은 대답하지 않았다. 좀 걱정이 된 팍스는 조용히 흔들어 보았지만, 그래도 존은 대답하지 않았다.
"존!"
놀란 목소리로 팍스가 외치자, 그때서야 비로소 존은 대답했다.
"조용해 주셔요, 팍스. 저는 숫자 때문에 바빠요."
그러더니 잠시 후 존은 이렇게 물었다.
"팍스, 12 다음은 뭐라고 하나요?"
어머니는 30까지 세어갔다. 그 때, 존은 이상한 말을 했던 것이다.
"팍스, 어머니는 이 장난감과도 같이 바보군요."
"왜 그렇지, 존?"
어머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존은 곧 그것을 증명하려고 했으나, 그것에 사용할 말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팍스에게 여러 가지를 물은 다음, 왜 그런 말을 했는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수를 셀 때는 10진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말로 할 때는 12진법과 혼동되어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영어에서는 10을 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10과 1이라고 하지 않고. 일레븐, 그 다음은 10과 2라고 하지 않고 투웰브라는, 10진법이 되지 않는 말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존, 누구나 생각할 때는 10진법으로 생각해요.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그래 1다스라고 세는 방법도 있구나. 왜일까?"
그러자 존은 곧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이라는 건 모두 바보이기 때문이어요."
꼬집어 말해서 이때부터 '이상한 존'은 인간은 모두 어리석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이윽고 존은 5살이 되었는데, 몸집은 여전히 아기 그대로였다. 걷지도 기지도 못했다. 그리고 몇 달 동안은 숫자와 우주의 신비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발의 발달이 늦어진 것이다.
존은 언젠가 기하 문제를 생각하다가 나에게 이러한 것을 물었던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하나의 직선 위를 끝없이 걷는다면, 맨 처음 곳에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걸어야 할까요?"
우리들은 웃음을 터뜨렸으며, 팍스는 책망하는 투로,
"이상한 존!"
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비웃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쪽이었던 것이다.
토마스 웨인라이트가 우선 그것을 깨닫고, 대학 교수를 모셔 오라고 말했다.
팍스는 반대했지만, 토마스는 열심이어서 마침내 어느 날 수학 교수가 찾아왔다. 그 교수는 존에 대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나, 점차로 열중하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사람의 학자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그들이 존에게 하고 있는 말은, 팍스 등에게는 전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때, 그들은 '상대성 원리에 있어서의 공간의 비뚤어짐'이라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 무서운 소년
 
이 신동이 문자를 기억하는 것도, 물론 놀랄 정도로 빨랐다. 존은 팍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자기는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짚어 가면서 당장에 기억했던 것이다. 그리고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다.
6살이 되자, 비로소 존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걷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몸의 균형을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시험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물론 당장에는 걷지 못했다.
1주일이 지나자, 존은 간신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방 끝에서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너무나도 기뻐서 와! 소리를 내고 울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7살이 되었을 때, 존은 마치 토끼처럼 뛰어다니고, 다람쥐처럼 나무에 올라가는 등 대단한 개구쟁이가 되어버렸다.
그 무렵, 옆집에 살고 있던 중학생인 스테판이 하루는 뜰에서 잔디 깎는 기계를 뜯어놓고 다시 맞추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존은 울타리로 기어올라가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옆에 다가가서, 중학생에게서 부품을 받아 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잔디 깎는 기계를 조립해 버렸다.
"너에게는 무리야. 내가 시간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어."
하고 존이 말하자, 부끄럽고 화가 난 스테판은 갑자기 일어서서 존을 때렸다. 그리고는 들어올려 울타리 밖으로 내던졌다.
존은 허리를 주무르면서 일어나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스테판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런 난폭한 짓을 했니?"
스테판은 한 마디의 대꾸도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존이 멍하고 서 있었을 때, 마침 아버지의 얘기소리가 들려왔으므로 달려가서 물었다.
"저 좀 보셔요, 닥! 만약에 아버지께서 고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해 봐요.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사람이 와서 말없이 고쳤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하겠어요?"
토마스는 아주 바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사실대로 말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화를 내면서 그를 때려눕힐 거야."
"왜 그래요? 그건 어리석다고 생각돼요."
닥은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대답했다.
"사실은 네 말이 맞아.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이치에 따라서 일을 올바르게 판단한다고만 할 수 없으니 말야. 상대방의 남자가 나를 깔보는 태도를 취하면 아빠는 어쩌면 그를 때리고 싶어질 거야."
"알았습니다, 닥. 저는 스테판처럼 힘이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하며 존은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는 두터운 의학 책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걸 모조리 읽으면, 곧 힘이 강해지는 방법을 알 수 있나요?"
닥은 웃었다.
"그렇게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다."
그 후의 존은 두 가지 일에 열중했다. 즉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사나이가 되어야겠다는 것과,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고 하는 일이었다.
날이 갈수록 그의 성격은 달라져 갔으며, 주위의 아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인간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존에게 물어 보자."
"존은 알고 있을 거야. 머리가 비상하고, 마음도 좋은 놈이야."
아이들은 모둔 이렇게 말했고,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였다.
"존은 참으로 좋은 아이가 됐어요. 그전과는 아주 달라졌어요."
이제 옆집 스테판마저도,
"정말 존은 좋아졌어. 내가 때려 준 것이 아마 좋은 약이 됐을지도 몰라."
하고 칭찬했다.
그 무렵, 존은 생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융단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주방에 신문지를 가득 깔아놓은 위에서 쥐를 해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수학처럼 곧 졸업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 존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것도 3주일밖에 계속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었다.
"존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특별한 교육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리하여 팍스 자신이 가르치게 되었는데, 실은 가르친 것이 아니라 존이 배우는 흉내를 낸 것뿐이었다.
그 해 가을, 존이 열심히 읽은 것은 유도에 관한 책과 모험 소설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또 싸움에 강해지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어느 날, 나와 토마스는 서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당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서 밖으로 나가 보았더니, 옆집 스테판이 존을 뒤쫓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곧 스테판은 조그만 존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것도 존이 일부러 붙잡혀 준 모양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어느 새에 존이 스테판을 깔아 눕히고, 팔을 등에서 비틀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는 존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존의 얼굴은 마치 어른처럼 보였으며, 어쩐지 무서웠기 때문이다.
"일어나요, 스테판. 미안해."
그러나 스테판은 정신을 잃고 있었다.
2, 3일이 지났을 때 우리는 스테판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빴어요. 지금 그것을 똑똑히 알았습니다. 아무튼 그가 친절하게 해 주었는데 내가 때렸으니까요."
이렇게 존은 모든 아이들과 싸움을 했지만 모두들 한결같이 자기가 나쁘다고 말했으며, 다른 사람도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 존과 손위의 사람들
 
그런 일이 있은 후, 스테판과 존은 그전처럼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지만 어쩐지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스테판이 겁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싸움에 져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아무튼 존은 보통 아이가 아니니까 말야."
내가 이렇게 위로를 하자, 스테판은 대들 듯이 말했다.
"그래요……. 나는 어쩐지 주인을 물어뜯었기 때문에 매를 맞는 개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나쁘다고요……."
존이 8살과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몸은 5살이나 6살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굉장한 양의 책을 읽어 갔다.
그것이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 할지라도 2시간 이상 걸리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대개의 책은 2,3분 읽기만 해도 가치가 없는 책이라는 것을 알고 방구석에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존은 점점 달라져 갔지만, 좋아하는 일은 역시 어린이다운 짓이었다.
며칠이 걸려서 전기로 움직이는 보트를 만들기도 하고, H.O. 케지의 전기 기관차를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마당 가득히 그 선로가 이어지고 터널, 육교, 유리 지붕의 정거장 등 참으로 훌륭한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또한 모형 비행기를 만들기 시작하여, 대회에서 몇 번이나 우승하기도 했다.
그 후, 그가 열중한 것은 진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일이었다.
조그맣기는 했지만, 실제로 바다를 달릴 수 있는 카누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는 돛과 작은 오토바이의 엔진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카누로 포구를 돌아다니며, 바닷새를 몇 시간에 걸쳐 조사했던 것이다.
그는 매일 아침, 책을 넣은 상자와 먹을 것을 자전거에 싣고 해안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해수욕복으로 갈아입고 책을 읽거나 헤엄을 치기도 하고, 물가를 걸어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때로는 해안에서 2, 3킬로미터 나간 바다 가운데에 카누를 띄우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무렵의 존은 9살이 다 되어 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두 가지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아침의 일이다. 나는 의학 책을 한 권 빌리려고, 토마스 웨인라이트의 집으로 갔다. 아마 11시쯤 되었을 것이다. 마침 팍스가 존을 침대에서 쫓아낸 후였다. 그 즈음의 존은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으므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매우 늦었던 모양이다.
"옷을 갈아입기 전에 어서 아침부터 먹어요. 빨리 치워야겠다, 존."
팍스는 나에게도 차를 대접해 주었으므로, 아침식사가 놓여져 있는 식탁에 앉았다. 곧 잠옷을 걸친 채 존이 왔다. 존이 아침밥을 먹기 시작하자 팍스는 이렇게 말했다.
"마틸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했어요……, 마그네이트 씨의 마당에서 오늘 아침 순경이 미쳐버렸답니다."
존은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그러다가 존이 버터를 쥐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가슴이 섬뜩했다. 그 손목 뒤쪽에 흙이 묻어 있었는데, 아주 대단한 상처가 나 있었던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그런 것쯤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존의 동작이 어쩐지 이상했다. 그 상처를 얼른 보고 나서, 나를 훔쳐보았던 것이다.
몇 주일 동안, 마을은 그 이상한 사건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 무렵, 마을에는 괴상한 도둑이 나타나,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하여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순경은 화단에 앉아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으며, 그 집에서는 다이아몬드와 목걸이를 도둑맞았었다.
괴상한 도둑은 창문과 물받이를 타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방안으로 침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곳을 통해서 빠져나온 것을 알았다.
몇 사람이 붙잡혀 조사를 받았으나, 도둑은 끝내 붙잡히지 않았다. 미쳐버린 순경은 낫지를 않았는데, 그때부터 괴상한 도둑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잠잠해졌다.
그 범인이 바로 존이었던 것이다.
무척 지나서, 존은 그때의 일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그때의 나는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 다른지는 알지 못했지요."
"그럼 지금은 알고 있니?"
"네. 그때의 나는 환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무도 정말로 살아 있는 인간처럼 생각되지 않았어요. 너희들은 찔러봤자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로 말이어요."
"그래서 그 순경을 미치게 했나?"
"아니, 나는 모든 것을 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나는 집집에서 몰래 훔쳐내어 온 것을 외국항로 선원에게 팔아 치웠지요. 붙잡히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죠. 그리고 그 날 밤 이층에서 내려오려고 했을 때, 그 순경에게 발견된 거여요…… 이봐, 끝내 발견됐어 하고."
"네가 친하게 지낸 순경이었을 텐데?"
"그렇지요, 그는 나와 친했어요. 발견되었을 순간 나는 이렇게 느꼈어요. 이 세상에 있는 몇 십 억의 인간과 나는 전혀 다른 생물이라고 말이어요. 나는 할 일이 있으며, 그것을 위해서는 붙잡힐 수는 없다고……. 나는 손을 헛잡은 것처럼 하여 그의 위에 떨어졌지요. 그리고 나를 붙잡은 그놈을 지켜보았어요."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물었다.
"그때, 너에게는 이미 사람을 미치게 하는 힘이 있었던가?"
"아니, 나는 그놈의 기억력만을 없애려고 필사적으로 최면술을 걸었지요. 그런데 그에게 내가 범인이라는 기억을 지워버릴 수는 있었으나, 그는 정신까지 돌아버렸어요."
"또 한 가지 의문이 있어. 지문을 가지고도 못 잡은 것 같은데?"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지요. 또한 가짜 지문을 고무로 만들어, 그것을 이리 저리 찍어놓고 왔으니까요."
 
■ 발 명
 
물론 그러한 사실은 퍽 후에야 안 일이다.
그 사건이 있은 지 한 달 가량 되었을 때, 존은 집안에 있는 사다리에 매우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식모 마사가 일하는데 귀찮게 따라다니기도 하고, 팍스가 방안을 정리하는 모습이나 재봉질을 눈 여겨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참견을 했다.
"이봐요,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아요?"
마사는 참견을 할 때마다 못들은 척했고, 기분에 따라서는 할 수 없이 받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팍스는 언제나 존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존, 엄마가 하는 방법으로도 잘 될 수 있어요. 방해를 안 했음 좋겠어."
하고 화를 내는 일도 있었지만, 언제나 존이 개량한 방법을 거의 사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존은 조금씩 조금씩 집의 일에 연구를 했던 모양이다. 예를 들면 선반의 위치를 손이 닿는 곳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목욕실을 개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수술실도 개량하려고 했으며, 기구의 소독이나 약품을 두는 데도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었지만, 얼마 안 되어 그 일은 단념하고 말았다.
"닥은 자신의 방법대로 어떻게 해 나가고 싶단다."
라고 말하고, 팍스도 말렸다.
그런 집의 일을 생각하는 일도 존은 한 달쯤에서 그만두고, 또 하루 종일 밖에서 살게 되었다. 그것도 바닷가에서 책을 읽고 있은 모양이다.
존의 나이 10살도 끝날 겨울이 다 갈 무렵, 진눈깨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존은 나에게 산책을 하자고 권했다.
"싫어, 이런 날에."
하고 거절했으나, 그는 나를 재촉했다.
"그러지 말고 가요. 참 재미있어요. 나의 작업장을 보여주고 싶단 말이어요."
나는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갔다. 내 비옷은 비를 맞고 흠뻑 젖어 있었다.
비를 빨아들인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윽고 들장미에 덮여 있는 언덕배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존은 무릎을 구부려 엎드리더니 네 발로 숲 사이를 올라갔다. 내가 뒤따라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들장미에 걸려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존이 되돌아와서 칼로 끊어주었다.
그로부터 10미터 정도 나아갔을 때, 좁은 빈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겨우 일어서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네 작업장이냐?"
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을 치켜들어 봐요."
하며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언덕의 한가운데쯤에 버려진 듯한 녹슨 철판이 놓여져 있었다.
나는 철판을 들려고 하다가, 그만 손가락을 베고 말았다.
"이거 들 수가 없잖아. 할 수 있으면 네가 직접 하면 어 때?"
"물론 당신은 할 수 없어요. 아니 누구도 말이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 철판 밑에 손을 넣더니 녹슨 쇠줄을 풀었다. 그러자 철판이 움직이며 뚜껑처럼 열렸다.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주위에는 큰돌이 깔려 있었다.
존은 회중전등을 비추며 천장이 낮은 굴속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 뒤를 조심스레 따라갔다.
거기가 바로 존의 작업장이었다.
안은 시멘트로 발라져 있고, 천장에는 널빤지를 붙여 놓았다.
존은 램프에 불을 켜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깥 공기를 끌어들여 탄산가스를 내보내기 위한 통풍 장치가 되어 있으므로 걱정은 없어요 그리고 바닥의 것은 배수관이어요."
그의 말대로 작은 구멍이 12개 뚫어져 있다. 벽에는 여러 개의 선반을 만들어, 여러 가지 물건을 올려놓았다.
존은 그 중의 하나를 집어서 나에게 주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 만든 거여요. 현재 세계에서 제일 완전한 털실 감는 기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음, 잘 만들어져 있는 것 같구나, 그런데 넌 이걸 어떻게 할 작정이냐?"
"뭐라고요? 당신은 바보군요. 특허를 얻어 권리를 파는 거지요."
그는 큰 가죽 자루를 내놓고 말했다.
"이것은 떼고 붙일 수 있는 주머니지요. 옷을 갈아입을 때, 주머니의 물건을 꺼내서 옮기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나는 매우 흥미를 느끼며 놀라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추위를 잊어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겨울에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몹시 추울 텐데."
"그렇지 않아요. 이것으로 당장에 따스하게 되지요."
하고 존은 방 주위에 있는 파이프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작은 스토브가 있었으며, 그 연기가 방안을 돌면서 밖으로 나가게 되어 있었다.
"커피를 마실까요?"
존은 스토브에 불을 지피고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물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대부분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존의 이름으로 특허를 받지 않을 뿐이었다.
주전자의 물이 끓기 시작하자, 존은 커피를 넣고 팍스가 만든 과자를 내놓았다. 커피를 마시고 과자를 먹기도 하면서, 나는 어떻게 하여 도구를 얻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두 산 거죠. 돈이 조금 있으니까 말이어요. 그러나 더 돈을 만들어 보겠어요."
"그건 그렇고, 이런 동굴을 발견하다니 운이 좋은데."
라고 말하자, 존은 웃었다.
"발견했다고요? 내가 만들었어요. 곡괭이, 삽, 거기에 백합처럼 된 나의 손을 사용해서 말이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비스킷을 쥐려고 내민 그의 손은 사실 아주 거칠어져 있었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몹시 고생스러운 작업이었어요. 그러나 그 덕분으로 근육은 튼튼해 졌지요."
이렇게 말하는 존은,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도대체 저 선반 같은 것은 어떻게 운반했어?"
"물론 바다로 했지요."
"설마 저 조그만 카누는 아니겠지?"
"포구 맞은편에 있는 항구에 보냈지요. 거기에는 나를 위해 일해 주는 녀석이 있어요. 녀석의 약점을 잡고 있기 때문에 뭐든지 해 주는 거죠. 그러나 해안에서 여기까지 운반하는 데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아무리 부분품으로 나누어도 말이어요."
석유 스토브로 다소 몸이 따스해지자, 존은 이제부터 앞으로 내가 거들어 줄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계획에 힘껏 도울 것을 약속하고 말았다.
"이것은 모두 특허를 얻어서 그 권리를 제작자에게 파는 거여요. 그런데 나 같은 아이를 관리나 실업가들은 상대를 안 해 줄 거여요. 그래서 당신이 필요하단 말이어요. 당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 거죠. 발명자의 이름은 가짜 이름을 쓰기로 해요. 아무튼 어린이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알려 주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존, 나는 당장에 속아넘어간단 말야. 그런 일은 전혀 모르니까 말야."
"괜찮아요. 그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모두 가르쳐 주겠어요. 그리고 좀 틀려도 좋아요."
"그럼, 계약서를 만드는 것이 좋겠군. 그렇지 않으면 너와 나 사이의?"
"좋아요. 돈이 들어오게 되면, 당신이 가지고 싶을 만큼 가지면 돼요. 나는 당신이 가지는 것보다 더 많이는 안 가질 테니까요.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 사 업
 
나는 그 후 여러 공장을 돌아보며, 가끔 함께 여행도 했다. 나는 존에 대해서,
(나의 어린 친구로서 공장 안을 보는 것을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아이.)
라고 소개했다.
우리들은 작은 물건이지만 훌륭한 발명품을 계속 세상에 내놓았고, 그때마다 은행의 예금은 점점 늘어갔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작업장을 지으려고 했으나, 존은 동굴 그대로가 좋다고 주장했다.
"왜 그래?"
하고 물으면, 그는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했다.
"예금은 그대로 두는 거여요. 주식을 사서 천 배로 늘게 하겠어요."
"존,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돼. 주식이라는 것은 이론만으로 벌 수 있는 세계가 아니야. 운이 거의 전부야."
"그럼 반은 영국의 전기 공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해요."
나는 또 불평했다.
"존, 왜 주식을 사서 벌려고 하는 거야. 너는 자기 자신을 미래인으로 자처하고, 지금의 인류에 비해서 슈퍼맨(초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돈벌이를 하고 싶으냐?"
"알았어요, 훌륭한 아저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때부터 존은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때, 알 만해?"
"이 세상에서는 돈을 가진 자가 권력을 쥐는 모양이어요. 그래서 큰돈을 벌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요."
하고 존은 말했다.
그러나 큰돈을 벌어 그 후에 어떻게 쓰겠다는데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다.
곧 우리는 주식을 사기 시작했는데, 6개월이 지났을 때 꽤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존은 그대로 계속하다가는 이때까지 모은 돈까지 날려버리고 만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그는 주식을 사는 것은 단념했지만, 곧 어떤 사업에 나머지 돈을 모조리 투자할 것을 결심했다. 존의 친구라는 사나이가 비밀 정보를 알려 주어, 절대로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두라고 권했으나, 존은 절대로 그 사나이를 신용하고 있었으므로 할 수 없이 나머지 돈을 그 사업이라는 것에 털어 넣었다.
그 후의 일은 말할 것도 없이 돈은 곧 날아갔고, 존의 친구라는 녀석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였다. 존은 매일같이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는 런던에 있는 어느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공원이나 다리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런던에 있는 거물 은행가와 접촉할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로 하여금 흥미를 불려 일으키고, 그러는 사이에 은행가들의 생각을 알아낸 것이다.
한 가지 예로서 다음과 같은 편지가 날아들어, 닥과 팍스는 깜짝 놀랐다. 그밖에도 그러한 편지가 잇달아 날아들었지만.
 
줄이옵고.
당신 아드님의 자전거가 어제 저녁 나의 차와 충돌하여, 미안하게도 아드님의 자전거 여행도 어제 저녁으로 끝났습니다. 잘못은 어디까지나 내 쪽에 있으며, 상처는 입지 않았으나 자전거는 회복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늦었으므로 나의 집에 머물게 한 바, 아드님의 경제 문제에 대한 정열에는 참으로 놀랐습니다. 정말 훌륭한 아드님을 가지신데 대해서 축하드립니다. 오늘 10시 26분발의 기차에 타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총총
 
그 편지에는 사인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6개월 가량 존은 그러한 모험을 계속하면서 많은 참고서를 읽었으며, 그 후에 또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잘 되어 나가 꽤 모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때까지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많은 발명과 투자의 성공으로 존은 점점 많은 재산을 모았다. 그리고 그 돈을 모조리 나의 이름으로 예금을 해 놓았다.
여러분들께서는 이상하게 생각될지도 모르나, 그런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모들에게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어쩌다가 크게 벌었다는 정도로만 어물어물해 버렸고, 존 형제의 교육비를 내 주기도 하며, 가끔 외국에 데리고 가기도 하여 부모로부터 고마운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하는 데 나는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존은 팍스들과 함께 내게 감사하기도 하고 나를 '은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 젊은 인류학자
 
14세에서 17세까지의 존은 그 때까지보다도 더 인간이라는 것을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보면, 그는 어떤 장관 부인이 진에 들어가려고 할 때 문 앞에서 병자가 되어 보였다.
그는 체온이나 맥박 등을 자유로이 변경시킬 수 있었다.
아무튼 그는 장관 부인에 의해서 집안으로 운반된다. 장관 자신이 의사를 부르는 전화를 건다. 그리고 의사가 올쯤에는 아주 좋아지고 있다.
"이 아이의 부모를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여기 있는 것이 좋겠어요."
하고 의사는 말한다. 존은 자기의 부모는 저녁때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울부짖는다.
"그럼 저녁때가 되면 차로 보내 주겠다."
이리하여 존은 장관 부부에게 동정을 받게 되고, 동시에 이쪽에서 재미있게 해 줌으로써 저녁때가 되었을 무렵에는 또 와 달라고 초청까지 받는 것이었다.
그는 유명한 천문학자와도 교제를 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의 철학 교수와도 교제하게 되었다.
철학 교수와 만날 때에는 머리털의 색깔을 바꾸고, 검은 안경을 쓰고, 런던 사투리가 강한 소년이 되어 나타났다. 그것은 천문학자와 철학자에게 나타나는 소년은 전혀 딴 사람으로 생각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철학자와 가까이하려고 보낸 편지는 일부러 글자를 서투르고 틀리게 썼는데, 아무튼 철학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만은 사실이다.
 
저의 아빠는 내가, 정말 하느님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시시하게 만들었어요 라고 하자, 나를 때렸어요. 나는 어른이 어린이를 때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쓰고 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빠는 네가 그렇게 말한 것쯤은 알고 있다면서 또 나를 때렸어요.
나는 사람을 때릴 수는 있어도, 매를 맞는 쪽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지요. 그러자 아빠는 말대꾸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나는 다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것과 올바르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빠는 그것은 하느님의 뜻에 배반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뵙고, 마음은 왜 그러한 움직임을 하는 것인가, 그걸 배우고 싶습니다.
 
미리 앞에서 말해둘 것이었는데 깜박 잊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젊은 교수가 편지의 주소를 자기 아파트의 주소를 사용해도 좋다고 존에게 허락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천문학자는 자주 오는 '또 하나의 매우 머리가 좋은 소년' 존을 철학자와 만나게 하려고 했으며, 철학자는 자주 나타나는 '또 하나의 천재'를 천문학자와 만나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한 일이 실현될 수는 없었다.
존이 교제하는 상대는 물론 학자만이 아니었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어부와 친하게 되어, 며칠 동안이나 바다에서 지냈다. 그리고 후에는 범선의 선장과도 친구가 되어, 배로 긴 여행까지 하게 되었다. 그것은 혼자서라도 배를 다룰 수 있게 되기 위해서였다.
존의 인간 연구는 유럽 대륙으로 확대되어 갔다. 나는 존을 데리고 프랑스, 도이칠란트,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를 여행했다.
이 외국 여행에서 존은 깜짝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새로운 외국어를 터득했던 것이다. 전혀 모르는 말을 배울 때, 존은 문법과 사전을 들쳐보며 레코드를 2,3장 듣기만 해도 그 나라의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존은 한동안 외국에 가 있으면서도, 어쩌면 자기 나라의 말을 잊어버릴 아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1주일만 되어도 그 나라의 사람처럼 지껄일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달 계속된 후, 존은 갑자기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친하게 교제해 온 사람과도 만나지 않았으며, 가족들과도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자기보다 훨씬 뒤떨어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던 거다.
어느 날, 팍스는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었다.
"어젯밤, 존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가보았더니, 존이 소리를 죽여 가며 울고 있지 않겠어요."
"왜 그러는지 존이 말했습니까?"
"네, 아주 쓸쓸했다는 거여요."
그러한 일이 몇 주일이나 계속되었을까, 존은 마침내 집을 나가고 말았다.
팍스 등은 그가 2, 3주일 동안 정도는 집을 비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코틀랜드에서 엽서가 날아 들어왔다. 엽서에는,
 
「산 속에서 놀고 있어요. 그러니까 좀 오랫동안 집에 돌아갈 수 없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씌어져 있었다.
한 달 가량 지나 우리들이 존을 걱정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친구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맥웨스트라는 사나이가, 스코틀랜드의 북쪽 어느 산 속에서 이상한 야생의 소년과 만났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와 같이, 그 소년을 보았다는 두 사람의 사나이에게 가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맥웨스트와 노턴이라고 하는 등산가였다.
 
■ 산 속에서
 
왠지 그 두 사람은 소년의 일에 대해서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술잔이 몇 차례 거듭되고, 나의 존에 대한 걱정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텐트를 치고, 그 근처의 산을 탐험하고 있었지요."
"그 산의 이름은?"
하고 내가 묻자, 두 사람 모두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약속이니까요. 아무튼 골짜기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의 소리 같기도 하고,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처럼도 들렸습니다."
"맥웨스트와 나는 곧 골짜기로 내려갔지요. 그러자 작은 폭포 옆에 알몸뚱이의 소년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우리를 보자마자 도망을 치더군요. 그리고는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꽤 오랫동안 그 소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우리들이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 갑자기 심한 눈보라가 휘몰아쳐 왔습니다. 서쪽도 동쪽도 분간할 수가 없었고, 온 몸은 흠뻑 젖고 말았지요."
"더욱 길을 잘못 들어, 절벽 사이를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될 곳까지 나아가고 말았지요. 마치 굴뚝과도 같이 곧 바로 서 있는 틈 사이를 내려갔을 때였습니다. 놀랍게도 아래로부터 진짜 연기가 올라왔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그 연기는 우리들이 내려가는 절벽 옆의 넓적한 바위 밑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간신히 그 바위 그늘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바위 뒤에서 불빛이 흐르고 있었으며, 큰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 속에 있는 것이 존이었다는 것을 잘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 속에 존이 있었지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노턴은 머리를 내저었다.
"아무튼 그 소년은 마른 풀을 깐 침대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모닥불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얼굴이 눈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소년은 웃통을 완전히 벗은 채로 였습니다. 또한 옆에는 사자의 가죽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모닥불 옆의 넓적한 돌 위에는 요리를 한 새가 아직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동굴의 입구까지 몰래 되돌아와서, 이번에는 큰 소리로 동굴 안에 누가 있느냐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꼼짝하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있을 뿐이었습니다. 요리한 새 옆에는 동물 뼈로 만든 칼이랑 가죽으로 만든 샌들과 신도 있었는데, 금속으로 만든 이른바 문명의 이기(편리한 기구)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가엾은 존! 왜 넌 자처하여 그런 고통을 겪는가.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맥웨스트는 살그머니 들어가서 소년의 발을 조용히 흔들었습니다."
"소년은 멍하니 우리들을 쳐다보았습니다. 무엇인가 곤란한 표정으로…… 그런데 갑자기 그 표정이 밝게 빛나더니, 얼른 손을 내밀어 뼈 칼을 쥐었습니다. 동물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눈은 몹시 크게 열렸습니다. 나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도로 화를 가라앉히고 마치 진귀한 동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길로 우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가 마치 동물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어요. 그러나 우리는 알몸뚱이의 소년을 이런 곳에 홀로 외톨박이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했지요. 무엇인가 도울 일은 없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소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라고. 몹시 여위어 있었어요. 몸에는 군데군데 상처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우리에게 먹을 것을 권하더군요. 그러나 그 넉넉지 못한 음식을 우리가 축낸다는 것은 도저히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렇게 물었지요. 무엇인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느냐고."
"그러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있다고 했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서 말하더군요."
"가족들까지도 포함되느냐고 묻자, 소년은 끄덕이었습니다. 만약에 신문이 나에 대해서 냄새를 맡으면, 나는 죽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나는, 아니 두 사람 다 같이 소년의 말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왠지는 잘 몰랐지만."
맥웨스트는 슬픈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말을 함으로써 약속을 깨뜨리고 만 셈이 되었습니다. 큰 일을 저질렀다고 후회가 됩니다. 소년과의 약속 정도라고 웃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머리를 강하게 저었다.
"아닙니다. 어찌 웃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나는 신문사에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노턴이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닙니다. 또 이야기하지 않은 일이 있어요. 말해요, 맥웨스트."
"자기가 말하면 어때요. 나는 싫은데."
그리고서 얼마 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윽고 노턴이 어색한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굉장한 것을 보았습니다. 소년은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더군요. 그리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하여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서 소년은 뼈와 가죽만이 남은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바위는 몇 백 톤은 될 겁니다. 자 잘 봐요, 그 위는 굉장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을 거여요, 라고."
"그래서요?"
"모두 함께 별을 봅시다 하고 소년은 말했습니다. 그리고서 손가락 끝으로 그 거대한 바위를 밀어 올렸습니다. 순간 사나운 눈보라가 들이치고, 머리 위에는 바람 한 점 없는 별이 떠 있는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거기에 연기가 바닥에서 솟아올라갔습니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소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위대하고, 신성하고, 행복한 듯한 그 얼굴을, 그리스도와 같은……"
"소년은 30초 가량까지 말없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더니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습니다. 잊지 말아 주셔요, 우리들이 함께 별을 우러러본 것을. 자, 당신들은 이제 돌아가는 것이 좋아요. 절벽에 내려가기 힘든 곳은 내가 내려드리겠어요 라고."
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조금 전부터 입을 다물고 있던 맥웨스트가 노턴을 쏘아보며 고함치듯 말했다.
"우리는 위대한 기적을 보았다. 그런데 약속을 깨뜨리고 말았어."
나는 맥웨스트가 두려워하는 것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존은 내가 알았다고 해도 별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문제는 다를 수도 있지요. 그리고 당신들이 본 기적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는 이상한 소년이어서, 기묘한 최면술을 걸 수 있으니까요."
두 사람의 등산가는 다소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마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두 번 다시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여름도 끝나갈 때, 팍스는 한 장의 엽서를 받았다. 그것에는,
 
내일 늦게 돌아가겠어요. 뜨거운 목욕물을 부탁합니다.
 
-- 존
 
라고 씌어져 있을 뿐이었다.
과연 존은 다음 날 늦게 돌아왔다. 그리고 휴가 동안에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 황야의 존
 
그는 진실로 혼자서 살아가는 것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산 속 정거장에서 기차를 내려, 거기서부터 황야를 걷기 시작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러서 동굴을 발견했다. 그 곳에 옷과 신발을 벗어 놓았는데, 후에 발견되지 않도록 숨겨두고서 알몸으로 다시 걸어갔다.
처음에는 대단한 고통이 계속되었다. 비도 내렸고 몹시 추워졌다. 먹을 것도 없었다. 물론 옷도 없었고, 칼이나 한 오라기의 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앞으로 불쑥 나온 바위 밑에서 모아 온 풀 더미 속에서 잤다.
다음날, 그는 개구리를 잡아서 뾰족한 돌로 발을 끊어버리고 날것대로 먹었다. 그리고서 민들레의 잎을 먹었다.
3일째 날이 되었을 때, 그는 굉장한 열 때문에 잠자는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대체 며칠이 지났는지 그는 알 수도 없었고, 물을 마시려고 했지만 개울물에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머리조차 이상해졌던 모양이어요. 팍스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한참 후에 팍스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정말로 죽는 줄로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24시간 가량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여요. 눈을 뜨고 보니 이미 날씨는 좋아지고 있었어요."
존은 그 근처를 기어다니며 개구리, 도마뱀, 달팽이, 풀 따위를 찾아 날것대로 먹었다.
개울가에서 햇볕을 쬐며, 물고기를 손에 두 마리 정도 잡았다.
그는 온종일 걸려, 마른 나무를 때려눕히고 돌로 불꽃을 일으켰다. 마침내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그 불로 그가 물고기를 요리하려고 할 때였다. 멀리서 한 사나이가 오고 있었다. 연기가 오르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존은 곧 불을 끄고, 황야의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존의 발은 오랫동안 훈련되어 있었으나, 걸어가는 동안 몹시 상처를 입었으므로 잘 걸을 수가 없었다.
그는 풀을 엮어 그 끈으로 신발을 만들었다. 그러나 곧 닳아버렸다. 며칠이나 여행을 계속한 끝에, 그는 산 속에서 그 동굴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동굴을 발견하고서 비로소 나는 마음이 놓였어요. 발은 피가 나고 있었고, 기침까지 겹치고, 설사마저 계속되고 있었어요. 나는 동굴 속에서 난로와 침대를 만들었지요. 하루는 아래쪽에 있는 새를 바라보고 있는데, 사슴 떼가 황야를 가로지르고 있었어요."
존은 그 날부터 사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슴의 가죽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사슴이란 큰 수확물에 대해 자기의 힘과 지혜를 시험해 보려고 한 것이다.
10일 가량 그는 새나 토끼를 잡으려고 한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한가한 시간에는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노력했으며 아울러 사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몇 번 실패한 끝에 그는 토끼를 붙잡았다. 도망치는 곳에 덫을 놓아 붙잡았는데, 큰돌을 가느다란 막대기에 올려놓고 도망치는 토끼가 그 막대기에 부딪히게 했던 것이다. 토끼는 돌에 깔려 죽었다. 그러나 고기의 대부분은 여우가 먹어치워 버렸다.
남은 가죽으로 존은 활줄, 신바닥, 끈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넓적다리뼈를 바위에 갈아서, 먹을 것을 요리하기 위한 작은 칼이나 활촉 등을 만들었다.
하루의 모든 시간은 사냥을 하거나 덫을 놓거나 요리를 하거나 뼈, 나무, 돌등으로 작은 도구를 만드는 데 보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몹시 지쳐서 그대로 풀 침대에 쓰러져 잤다.
"그러나 사슴을 붙잡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총이 없는 시대의 사냥꾼들이 모두 나에게 도전하는 것 같았어요. 나는 사슴의 습관을 알기 위하여 사슴 떼의 뒤를 쫓았지요. 어느 때는 사슴을 쫓고 있는 사냥꾼들의 뒤를 밟았는데, 그들이 그야말로 간단하게 사슴을 죽이는 것을 보고 그들을 경멸했어요……."
이윽고 존은 사슴 떼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놈을 골라서 붙잡으려고 결심했다. 바른 눈썹 옆에 크림 색깔의 점이 세 개, 왼쪽 눈썹 위에는 네 개가 있는 늠름한 뿔을 가진 8살의 큰사슴이었다.
어느 날, 존과 그 사슴은 황야의 언덕에서 마주쳤다. 사슴은 20보 가량 떨어져 3초 정도 지켜본 후, 뒤돌아 서서 태평스러운 걸음걸이로 달려갔다.
"나는 그 사슴에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어요. 가엾어서 말이어요. 이제 곧 죽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나도 그리 오래 살아 있지 못할 젓을 깨달았어요…… 청년 시대를 앞두고서 죽어 버린다고 말입니다."
그는 그 사슴을 죽이는 방법을 계속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단단한 나무로 만든 창을 쓰기로 했다.
그 사슴이 이따금 풀을 먹으러 오는 숲 속의 빈터 옆에 3미터 가량 높이의 바위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그는 이 바위 위에 숨었다.
마침 바람은 존의 냄새를 사슴이 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큰사슴은 3마리의 암사슴까지 거느리고 나타났다. 존은 그 큰사슴이 바위 아래에 오기를 몇 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슴은 웬 일인지 바위를 줄곧 피하기만 하여, 끝내 네 마리 모두 빈터에서 떠나버렸다.
그러나 마침내 4일째가 되었을 때, 사슴의 가슴을 푹 찔렀다.
사슴은 괴롭게 뿔을 흔들면서 존의 팔에 상처를 내고서 숨을 거두었다. 그러자 존은 태어나서 세 번째로 마음속으로부터 눈물을 홀리며 와락 울기 시작했다.
그러고서 3일 후, 그는 몇 가지 안 되는 도구로 사슴의 시체를 해체했다. 이 일은 사슴을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나 많은 고기와 귀중한 가죽과 뿔을 얻을 수 있었다. 뿔은 큰돌로 부수어, 바위에 갈아 칼이나 다른 도구를 만들었다.
"그 후의 일일 거야. 너의 기적을 본 두 사나이가 나타난 것은."
하고 말하자, 존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맞았어요. 그때 나는 모든 종류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깨닫기 시작했던 거여요. 그 한 가지가 텔레파시(정신 감응)이지요. 팍스에게 텔레파시로 말을 걸 수 있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말입니다. 팍스에게 물어 보면 알아요."
"그럼 나와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때때로 알았어요. 그러나 당신은 둔하니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끼지는 못해요. 그리고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었어요."
"타임머신을 만들었다고 말할 작정인가?"
"아니어요. 자기의 과거 일을 확실히 현재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텔레파시에 의해 나와 같은 인간이 세계에는 또 꽤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너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고?"
"그래요. 그 두 사람, 맥웨스트와 노턴이 나타났을 때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두 사람의 과거를 전부 알았어요. 그리고 두 사람의 장래도 알았어요. 그것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너는 두 사람에게 최면술을 걸었지?"
"아니, 실험한 거여요. 나는 두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그래서 나는 천장의 바위를 들고, 큰 눈보라를 멈출 것을 생각했지요. 나는 나에게 그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나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그런 나의 얼굴빛을 보고 알았던지 존은 말했다.
"정신이 돌고 있지는 않아요. 최면술은 걸지 않았어요."
나는 알았다. 존이 진실로 슈퍼맨(초인)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을.
그가 황야에서 몇 주일이나 괴로운 생활을 보낸 것은, 정신이 가지는 많은 불가사의한 힘을 발견하기 위해서였고, 더욱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 같은 무리
 
황야에서 돌아온 후, 존은 몇 주일 동안 주로 집 근처나 가까운 마을에서 지냈다.
그 전보다는 퍽 교제하기가 쉬웠으므로, 근처의 사람들은 긴 휴가를 취한 것이 저 '이상한 존'을 위해서는 아주 좋았다고 했다.
형인 톰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천재도 확실히 성장했구나."
닥도 기뻐하며 오랜 시간 존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존의 장래에 대해서도 상의했다.
닥은 그를 의사로 지망하기를 설득했으며, 존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렇게 할 것 같은 빛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팍스는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저 아이를 신용해서는 안 돼요, 닥. 당신을 놀려대고 있을 뿐이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존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서 겨울의 바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나는 지금 여기 있지만, 또 하나의 나는 멀리 가 있는 거여요."
다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나는 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발견했나?"
"그 전에 말했지요. 스코틀랜드의 산 속에서 내가 텔레파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조금 전에 몹시 놀랐어요. 음악의 주인이었어요."
"음악?"
존은 설명했다. 그 전부터 그는 피리 소리를 듣고 있었다. 여섯 손가락의 사나이가 어디에서 피리를 불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존스. 숲 옆을 버스가 지나갔다. 브라이튼으로 가는 버스였다. 그리고 그 버스가 멈춘 옆에 큰 건물이 있었는데, 거기에 피리를 부는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랐지?"
존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정신 병원이었어요."
그로부터 며칠 후, 그는 그 병원으로 가서 제임스 존스를 만난다. 병원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과 비슷합니다."
존스는 노인이었는데, 존처럼 머리가 크고 눈도 컸다. 대머리였으며, 말하는 일이 전혀 없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제임스 존스는 '이상한 존'의 눈을 지켜보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친구여!"
존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제임스 존스의 마음이 서서히 존의 마음속에 흘러 들어오는 것같이 느껴졌다. 존스는 몹시 천천히 말을 계속했다.
"너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놈들은 모두 미치광이다. 그러나 친절해서 나를 돌봐주고 있다…… 나는 바빠서 스스로의 일은 돌볼 수가 없다…… 바쁘다, 몹시 바쁘다……"
존은 천천히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것으로서 친구가 되었다.
그는 또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존 웨인라이트…… 자네는 나의 피리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
존스는 피리를 들고 다시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정한 음악이었다…… 영혼을 뒤흔드는 음악이었다.
'이상한 존'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동안, 나도 점차로 알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18년에 가까운 동안, 그는 '동물'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와 같은 '인간'을 발견한 것이다.
존은 말했다.
"그 후 몇 번인가 병원에 갔었지요. 그는 언제나 피리를 불어 주었어요. 그때마다 나의 머리는 그 전보다 더욱 밝아지고, 더욱 성장했어요…… 그러나 그런 존스도 역시 나을 수 없는 미치광이였어요…… 나는 우울했습니다. 나와 같은 무리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모두 미치광이일 것일까 라고."
"또 다른 사람도 발견했나?"
"네, 프랑스․이집트․중국․티벳…… 여러 곳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텔레파시로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내가 다음에 만난 것은 사우스 웨스트에 있는 농부의 아들이었어요. 심한 불구자로서 두 발은 아예 없었고, 두 손은 영원(도롱뇽과 비슷한 동물)과 같았으며 말도 못했어요."
"말을 하지 못했다고, 거기에 갔었나?"
"그래요. 그의 부모는 두 사람 다 머리가 하얀 노인이었어요. 그는 3살 정도밖에 안 되는 몸집이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았어요. 똑똑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므로 아기 같지는 않다고 하자, 아버지가 18살이라고 말했어요. 어머니는 미치광이 같은 웃음을 짓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지요. 그러나 녀석은 말없이 있더군요. 이제 그만두려고 생각했을 때, 굴조개가 크게 입을 벌렸어요."
"굴조개?"
"바다의 굴조개, 진주조개라고 하는 쪽이 좋을까요. 녀석은 큰 입을 벌리고…… 정신적으로 말이어요…… 나를 삼키려고 했어요. 새까만 밑바닥이 없는 늪이었어요. 말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는 그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계속 사람을 미워하는 것만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겼을 때, 그 미움을 부딪쳐 온 거여요."
나는 꾄지 소름이 끼치면서도 그 뒤를 재촉했다.
"그리고 어떻게 됐어?".
"나는 그 악마 같은 마음에 빨려 들어갈 듯했지요…… 그 후 어떻게 하여 도망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무튼 나는 그 집과는 떨어진 풀 위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뒹굴고 있었어요……"
그 사건이 일어난 후, 한동안 존은 몹시 실망하고 있었다. 자기와 같은 무리는 모두 미치광이뿐일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10일 가량 되었을 때, 존은 늙은 집시 여자를 발견했다. 그 여자는 미래의 일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밖에 5, 6명의 미치광이가 된 것 같은 무리가 정신 병원에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나이도 있었다. 그리고 계산기보다 더 빨리 계산을 하는 사나이도 있었다.
존은 맞아 쓰러져 가면서도 자기와 같은 에스퍼(초능력을 가진 사람)를 찾아내는 것은, 그에게 커다란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존은 그 동굴 공장에서 새로운 발명에 열중하고 있었다. 발전 축전지라고 하면 좋을지, 아무튼 공장 속은 시험관, 단지, 병, 코드, 미터, 돌멩이 등으로 가득했다.
그가 너무나 열중하기 때문에 나는 말했다.
"어린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구나. 발명 때문에 스코틀랜드의 일은 잊어버린 것 같군."
그러자 존은 딱 잘라서 말했다.
"아니, 아니어요. 이 장치는 나의 계획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어요. 이 시험이 끝나면 말해 주겠어요."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 그는 즐거운 듯,
"됐어!"
하고 외쳤다.
커피를 마시면서, 존은 그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에스퍼의 무리를 발견하여, 어디엔가 에스퍼의 신천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바다를 건너갈 요트와, 요트에 실을 작은 비행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돼요. 시간을 헛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물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비행기를 조종할 수는 없어, 존."
존은 머리를 끄덕였다.
"맞았어요. 그래서 나는 어제 비행기의 조종을 배웠어요."
그는 묘하게 젊은 조종사를 잘 구슬려서 비행기를 타고 조종법을 배웠던 모양이다.
"난다는 감각을 포착하면, 비행기의 조종 같은 것은 쉬운 거죠. 나는 두 번씩 이륙과 착륙도 했어요. 고등 비행도 좀 해 보았고요. 물론 연습해야 할 것이 또 많이 있기는 하지만요…… 요트와 비행기의 설계는 이미 시작하고 있지만, 그것이 모두 이 새로운 기계에 얹혀 있는 거여요. 내가 말하는 것을 믿어줄지 어떨지는 의문이지만, 나는 지금 핵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거여요."
"핵물리학?"
"그래요. 요트와 비행기를 원자력 엔진으로 움직일 작정이지요. 그것이 완성되면, 나와 같은 젊은 무리를 모아 태평양 어디엔가 식민지로 할 섬을 발견할 작정이어요."
그로부터 2개월 간 존은 요트와 비행기의 설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18세를 지나고 있었으나 보기에는 14, 15세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그가 기묘한 모양의 요트나 비행기의 모형을 만들어서 놀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존이 요트의 설계도라고 하면서 최후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이상한 모양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설계도에 의해서 모형을 만들었다. 경주용 보트와 구명 보트의 혼혈아로서, 돌팔매질 할 때 사용하는 납작한 돌 같은 모양이었다.
그것을 실물 크기로 하면, 작은 예인선만큼 되며 침대는 9개, 갑판에는 20명이 누울 수 있었다. 큰 식당도 있고, 운전은 단 한 사람으로 할 수가 있다.
그 모형에는 존이 진짜 배에 비치하려고 생각하는 원자력 엔진의 모형이 있었으며, 그는 해안에서 무선으로 조종했던 것이다.
여러분들은 그저 무심하게 생각해 버리실 지 모르지만, 그것은 모두가 원자력 엔진도, 무선 조종 모형 비행기도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1920년대의 마지막 때의 일인 것이다!
존은 그 모형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장난을 했다.
공원의 못에서는 그 배를 천천히 물오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게 하여, 물오리들을 당황하게 했다. 또 해안에서는 그 배를 멀리 바다 한복판에 띄워보내고, 친절한 요트 조종사에게 그 배를 붙잡아 달라고 부탁도 했다.
짓궂게도 그 요트의 조종사가 모형의 배를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면, 존은 그 배를 전속력으로 달려서 해안으로 돌아오게 했던 것이다.
존은 또 모형 비행기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은 절대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오토바이와 내 자동차를 이용하여 그러한 비행기를 산 속으로 운반하고, 강한 바람 속에서 시험 비행을 했던 것이다. 그들 모형 비행기의 성능은 참으로 놀랄 만한 것이었다.
존과 나는 쌍안경으로 그 뒤를 추적하며, 몇 시간 동안이나 즐겼다.
그는 이 '기계 새' 조종에 익숙해지자, 도요새랑 철까마귀를 잡는 데 사용했다. 현대의 매잡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통의 새들은 쫓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서둘러서 도망치곤 한다. 모형 비행기가 그렇게 뒤쫓고 있는데, 어느 때 한 마리의 까마귀는 오히려 달려들었다.
당황한 존이 속력을 내어 비켜날 사이도 없이 까마귀의 단단한 입 부리가 비단을 붙인 날개를 찢어 놓았다. 비행기는 흔들리면서 아래로 떨어져 내려왔다.
요트와 비행기를 정말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존이 겨우 19세가 되려고 할 때였다.
내가 그를 대신하여 조선업자나 비행기 제작자에게 주문을 낸 것은 물론이다.
나는 미치광이 백만장자라는 평판이 돌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넘겨준 설계도로서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으며, 나는 그들의 반대에 전혀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반대는, 비행기도 요트도 엔진이 차지한 장소가 몹시 좁다는 것이다.
그래서 엔진의 주문에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하여,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재크리느
 
존은 또 다시 텔레파시로 같은 무리를 찾기 시작했다.
혼자서 유럽 대륙을 돌아다니기에는 아직 너무나 젊었기 때문에, 존은 나에게 함께 파리로 가자고 부탁했다.
물론 나는 쾌히 승낙하고 둘이서 떠났는데, 파리로 가까이 갈수록 그는 몹시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의 호텔에 이르렀을 때, 존은 왠지 기운를 잃고 있었다.
"왜 그래, 존? 이때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잖아."
라고 말하자, 존은 부끄러운 듯이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파리에 오고 싶었던 것은 나와 같은 무리의 한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이어요. 그런데 그 사람, 그 여자는 내가 발견한 것을 별로 기뻐하지도 않는 모양이어요. 매우 나이가 많고 현명한 사람이죠."
존은 눈을 크게 뜨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당신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 여자를 찾고 있었어요. 그 여자는 지금 어느 까페에 있어요. 한참 동안은 그 곳에 있을 모양인데 자, 찾으러 가요."
나와 존은 함께 그 다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입구의 문을 열면서 바로 존은 흥분하며 속삭였다.
"여기에요. 여기를 그 여자는 지금 보고 있는 거에요."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알았다.
존은 그 늙은 여자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 여자의 눈으로 까페 안을 보았던 것이다. .
그는 까페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갔다.
"저기 그 여자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존의 목소리에는 놀란 생각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곳을 더듬어 보면, 가까운 테이블에 두 사람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으며, 젊은 여자이다. 또 한 사람의 여자는 이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었는데, 모형 지도처럼 주름살투성이다. 많은 나이를 먹고 있었다.
나는 실망했다. 그 여자는 성질이 날카롭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눈매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젊은 여자가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큰 눈은 존과 꼭 같았으며, 에스퍼의 그것이었다. 그 얼굴은 기쁨으로 환하게 빛나고, 일어서더니 존에게로 걸어왔다. 존도 일어섰다. 그 젊은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나, 나를 줄곧 찾고 있던 분이 당신이었군요!"
나는 놀랐다. 존이 말한 것은 몹시 나이가 많은 여자였을 텐데.
"이쪽으로 오시지 않겠어요?"
그 여자의 말을 따라서, 우리는 곧 그 테이블로 옮겨갔다.
그 젊은 여자는 재크리느라는 이름이었다. 나이 많은 여자는 보통의 노인이었는데, 어딘가 재크리느를 닮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모녀라고 나는 생각했다.
곧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내가 생각했던 모녀는 아니었다. 나는 전혀 틀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재크리느는 나에게는 전혀 알 수 없는 말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존은 놀란 듯했지만, 곧 웃고 나더니 같은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시간 반 가량 두 사람은 계속 이야기를 했고, 그동안 나는 아주 서투른 프랑스말로 늙은 부인과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늙은 부인은 어딘지 갈 데가 있다고 하면서 재크리느를 재촉했다. 두 사람이 나간 후, 한동안 존과 나는 그 테이블에 남아 있었다.
"존, 너희들이 지껄인 말은 대체 어느 나라의 말이냐?"
"영어지요."
존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영어였다고, 그 말이?"
"네. 그 여자는 늙은 부인이 듣는 것을 원치 않았던 거여요. 그래서 영어를 거꾸로 해서 이야기를 시작한 거죠, 나도 처음 일이었으나 쉬웠어요."
"자기 어머니에게도 들려주기 싫었다고, 왜 그랬을까?"
존은 곧 머리를 저었다.
"당신에게는 말해 두는 것이 좋겠어요. 그 몹시 늙은 쪽이 실은 그 여자의 딸이어요. 노인은 자기가 그 젊은 여자의 딸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지요."
"뭐, 뭐라고?"
"재크리느는 어떤 남자와 83년 전에 결혼했는데, 아이가 4살 때에 도망쳐 버렸지요. 그러다가 바로 3일 전에 그 여자는 그 늙은 부인을 만난 거여요. 그리고 그 사람이 자기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곧 친하게 되었는데, 그 늙은 부인에게 자기의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말했어요. 죽은 엄마의 사진이라고요. 이상할 정도로 할머니를 닮았다고요. 자기 엄마의 할머니와 어떻게 될 거라고요…… 이렇게 말이어요."
나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83년 전에 결혼했어? 대체 그 여자는 어느 때에 태어났는가 말야 17살에 결혼했다 해도 백살, 그 젊은 여자가!"
존은 웃고 나서 말했다.
"1765년에 태어난 모양이어요."
그 젊은 부인 재크리느는 괴로운 일생을 보낸 모양이다. 존과 같은 무리가 한 사람도 없는 세계에서, 언제나 외톨박이였던 것이다.
우리들이 까페로 간 그 다음날, 존은 재크리느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4일 후에야 돌아왔는데, 매우 여윈 데다가 전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로부터 오랫동안 존은 실망 상태에 있었는데, 겨우 기운을 되찾았을 때도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재크리느는 훌륭한 사람이지요. 그런데 너무 마음의 상처가 지나치게 커서 내가 도와 줄 수도 없어요. 그 여자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고요. 그 여자는 나에게 매우 친절하게 해 주었어요. 나와 같은 사람은 이때까지 만난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백년 전에 만났더라면 하고 말하면서, 나의 계획은 훌륭한 일이 될 거라고도 말했어요.."
"그럼, 너는 왜 그렇게 기운을 잃고 있었지?"
존은 우울한 얼굴로 대했다.
"그 여자의 마음은 나의 계획을 어린아이의 모험 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 아드란
 
존은 같은 무리를 계속 찾아 다녔고, 나는 그 여행에 함께 했다.
마르세이유에는 한 소녀, 모스크바에도 한 소녀, 헝가리에도 한 사람, 터키에도 젊은 사나이가 한 사람 있었다.
그리고 이집트에도 그와 같은 에스퍼가 있었다. 이것은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터키에서 우리는 알렉산드리아로 향했고, 거기서 포트사이드로 갔다. 여기서 몇 주일 동안 멍청하게 지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참으로 건달과 같은 매일이었다. 존도 헤엄을 치거나 보트를 타거나 하며, 거리를 빈둥거릴 뿐이었다.
포트사이드가 너무나 싫증이 났으므로, 나는 카이로에 가 보지 않겠느냐고 말해 보았다.
그러자 존은 이렇게 대꾸했다.
"가고 싶으면 혼자서 가 줘요. 그러나 나는 여기에 남겠어요, 바쁘니까!"
나는 혼자서 기차를 타고, 삼각주 지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카이로에 도착하기 전부터 커다란 피라미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호텔에 머물면서 구경을 계속했다. 포트사이드를 떠나서 20일쯤 지난 어느 날, 존으로부터 전보가 왔다. 거기에는 단지 '돌아오기를. 존'하고 씌어져 있을 뿐이었다.
나는 곧 짐을 꾸리고, 포트사이드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포트사이드에 도착했을 때, 존은 동양의 기선에다 트론까지 세 사람의 자리를 예약했다. 그 기선은 2, 3일 후 수에즈를 지나게 되어 있었다.
"새로운 같은 사람이 이집트에서 오고 있는 중이어요."
존의 대답은 몹시 이상한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드란이라는 이름인데…… 35년 전에 죽어 있었어요."
"죽어 있었어…… 그러면 그 아들이란 말인가?"
존은 나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아드란은 과거에 있던 장소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어요. 나는 처음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우리는 겨우 통신에 성공하고, 나는 아드란 시대의 이 거리를 보았어요. 지금 있는 운하 회사의 건물, 저 녹색의 돔(반구형으로 된 지붕)은 없었고, 배는 모두 작은 범선이었지요."
존은 과거를 알기 위한 디딤돌을 세우기 위하여 아드란을 알았다. 그리하여 아드란과 소년 시대를 지냈다는 영국인과 알게 되었다. 그는 포트사이드의 도시에서 선구상(배에 쓰는 기구를 취급하는 장사)을 하고 있는 찰리 로빈슨이라는 사나이였다.
존은 이 찰리 로빈슨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옛날 시대를 바라보고 아드란을 보았다. 아드란은 가난한 늙은 선원이었다. 미이라처럼 여윈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그 큰 머리 위에는 몹시 작은 터키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시대, 1896년에 아드란은 384세였다. 재크리느와 만나기 전이었다면, 아무리 '이상한 존'이라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존은 그것을 믿었던 것이다.
아드란은 1513년에 수단의 어느 마을에서 태어나, 처음 백년 가량은 그 마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후 나일강을 내려가서 카이로에 정착했다.
여기서 아드란은 유명한 마법사가 되었다. 그리고 17세기 동안은 이집트 왕을 뒤에서 움직이는 실력자가 되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하기 몇 해 전에, 아드란은 가짜로 자살한 것처럼 하여 죽은 것으로 해서 정치 생활에서 발을 빼버렸다.
그리하여 카이로에서 살면서 과거로 여행하는 실험을 계속했고, 그 후 알렉산드리아로 옮겨가서 옛날의 그리스를 조사했다.
19세기가 끝날 무렵, 아드란은 포트사이드에 옮겨가서, 앞으로의 문화를 연구하며 미래를 탐험할 수 없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드란은 미래로 나아가는 존, 자기와 같은 새로운 인류의 한 사람인 존을 발견하고, 그를 과거로 여행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 아드란은 존과 몇 년 동안이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것도 포트사이드에 존이 머물었던 몇 주일 동안에 말이다.
존이 마지막으로 그와 만났을 때, 아드란 노인은 강에서 나룻배의 사공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드란은 찰리 로빈슨 일가를 보트에 싣고 기슭에 닿자, 존에게 텔레파시로 이렇게 말한 모양이다.
"오늘밤이나 내일, 나는 죽을 것이다. 나는 알라신의 힘을 빌어 과거․현재․미래를 보아 왔다. 그리고 먼 미래를 보았더니 희미한 무서운 것 이외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이제 잠잘 것이다."
다음날, 찰리 등을 태운 보트의 나룻배 사공은 아드란 노인이 아니었다.
존과 아드란의 연락은 끊어졌다.
 
■ 누크 궁거와 로우
 
이미 여러분은 우리가 동양의 기선에 세 사람의 자리를 예약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존 두 사람, 세 사람 째인 누크 궁거는 그 배가 항구를 떠나기 3시간 전에 모습을 나타냈다.
"아드란 노인이 발견해 주었어요. 퍽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나와 만나게 해 준 거여요."
하고 존은 나에게 말했다.
누크 궁거는 에티오피아 근처의 밀림 속에서 태어난 소년이었다. 그는 존이 텔레파시로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고, 태어난 마을에서 포트사이드까지 스스로 길을 찾아내면서 왔던 것이다.
너무 늦어지므로, 나는 이젠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존은 반드시 온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트렁크를 닫으려고 할 순간, 가까스로 누크 궁거는 우리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나타났다. 그는 추하고 조그마한 검둥이였다.
나는 이런 녀석과 함께 지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었다. 나이는 8살쯤으로밖에 안 보였는데, 사실은 12살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이런 인간이 이 세상에 있다니?)
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검은 얼굴, 흑인이었으므로 머리칼은 곱슬곱슬 했으며, 그것도 불그스름했다. 오른쪽 눈은 크고 검었으나, 왼쪽 눈은 아주 작고 푸르렀다. 입을 언제나 비뚤어지게 하므로 그때마다 입술이 말려 올라서, 윗니가 3개, 아랫니가 1개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다른 이는 아직 나 있지도 않았다.
누크 궁거는 마구 틀리는 영어를 지껄이고 있었는데, 6주일이나 걸리면서 나일강을 내려오는 동안에 배운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후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들만큼 잘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우리는 그에게 예법을 가르쳤다. 옷을 벗고 식당에 가지 말 것, 사람들 앞에서는 콧구멍을 후비지 말 것, 손으로 코를 풀지 말 것 등.
누크 궁거는 14 년 동안이나 밀림 속에서만 살았다고 했는데, 기선의 엔진이 왜 움직이는가를 곧 알았으며, 기관장이 머리를 갸웃거릴 질문을 잇달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존은 화가 난 목소리로 이 도깨비 같은 소년에게 말했다.
"함부로 아무거나 묻고 다니지 말라고.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바다에 집어던질 테니까."
우리들이 웨인라이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존은 누크 궁거를 집안에 가두어 놓았다.
이윽고 밖에 내놓아도 좋을 때가 되었고, 누크 궁거는 이상할 만큼 기계류에 열중하여 오토바이 같은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뜯고 또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이집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또 한 사람의 에스퍼가 왔다. 존이 모스크바에서 발견한 여자 아이였다.
이 로우라고 하는 여자 아아는 아직 아이처럼 보였으나, 실은 17살이 되고 있었다. 그 소녀는 집을 뛰쳐나와 소련 배에서 안내양을 지내면서, 영국의 항구에 도착하여 거기서 웨인라이트의 집까지 왔던 것이다.
로우는 누크 궁거나 존보다는 보통의 사람다웠다. 그러나 머리는 컸으며, 눈도 특별히 컸다.
아시아 태생다운 얼굴 생김새,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눈 끝이 치켜져 올라가고, 코는 넓으며 납작한 것이 마치 원숭이의 코 같았다. 살갗은 누런 것이 고양이가 사람으로 된 느낌이었다.
"몹시 여위어 있으나 부드럽다. 바스러질 것 같은 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빌로드로 싼 강철이다." 하고 존은 말했다.
요트로 출발하기 전까지, 로우는 존의 누나 앤이 사용했던 방에서 지나며 의학 공부를 열심히 계속했다.
요트의 준비도 끝나고, 드디어 모험 여행으로 떠나려고 하는 날짜가 가까워지자 로우는 더욱 공부에 열중했다. 피로의 기색이 얼굴에 표가 나게 그려져 있으므로, 우리는 2, 3일 쉬라고 권했다. 그러나 로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어요. 배가 떠나기 전에 이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돼요. 그 후에 쉬겠어요."
"잠은 제대로 자야 할 것 아니냐?"
하고 묻자, 로우는 어물어물하려고 했지만 존이 다그치자 마지못해 대답했다.
"자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실은 벌써 몇 해 동안 자지 않고 있어요."
"왜 자지 않아?"
"어쩐지 시간이 아깝잖아요. 저는 침대에 들어가기는 해도 밤새 책을 읽고 있어요. 책을 읽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해요."
여기서 여러분에게 에스퍼들의 잠자는 시간에 대해서 알려드린다. 모두 보통 사람에 비해서 매우 짧다. 존을 예로 들면 하루에 4시간으로 충분했으며, 3일 동안 계속 자지 않아도 그야말로 끄떡없었다.
그런 말을 하고 나서 3일 후, 로우는 아침 식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팍스가 보러 갔더니, 로우는 깊이 잠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해요. 어디 아픈 것 같아요. 러시아말로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고 있어요."
우리들은 로우의 눈을 뜨게 하려고 흔들어 보고, 일으켜 보고, 물을 끼얹어 보기도 하고, 꼬집어보기도 하고, 이름을 불러 보기도 했지만 로우는 도무지 눈을 뜨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로우는 겨우 조용해졌다. 그러고 나더니 전연 움직이지도 않고, 1주일 동안이나 계속 잠을 잤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다시 그전대로 되었다.
 
■ 스키드 호의 처녀 항해
 
그들이 식민지를 만들기 위하여, 다른 에스퍼를 찾아 나설 날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존은 나는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타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아이들만 타고 있으면 수상하게 여길 거야.“
하고 말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25세 이상으로 얼굴을 변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완성된 요트는 스키드 호라고 이름을 짓고, 그 위에는 접어놓는 비행기도 실려 있었다.
닥은 어린이들만으로 항해를 해도 괜찮을지 걱정을 했지만, 팍스는 존을 굳게 신용하고 있었다.
요트의 시험 항해에는 나도 손님으로서 초대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이 악마 같은 배로 오랜 항해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단번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배의 너비는 넓어서 안정되어 있었으나, 깊이가 몹시 얕아서 큰 파도가 밀려오면 그대로 뒤집어졌다.
배 안에는 기계랑 침대 등 많은 짐을 실어, 몸을 제대로 옮기며 설 곳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몹시 배멀미를 했다. 누크 궁거도 마찬가지여서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크 궁거는 배멀미를 일으키는 신경을 자신이 조절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힘있게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뛰어내린 것까지는 좋았으나, 마침 그때 배가 기울여졌기 때문에…… 그대로 주방을 향해 날아 들어갔다.
시운전도 완전히 성공했다. 스키드 호가 전속력으로 달릴 때, 뱃머리를 위로 치켜들고 산과 같은 파도를 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행기도 바다에 띄워놓고 접은 것을 펼쳤다. 그리고 존, 로우, 누크 궁거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며 날려보았다. 놀랍게도 이 비행기는 수면에서 곧바로 위로 날아올라 갔던 것이다.
1주일 후, 스키드 호는 마침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들을 믿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출발하는 날이 되자, 팍스는 물론 몹시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존은 '소중한 엄마'라고 부르며 팍스를 껴안고 난 후, 곧 스키드 호에 올라탔다.
로우는 팍스의 두 손을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존이 좋아하는 소중한 엄마 안녕."
이 유별난 인사를 받고, 팍스는 로우의 볼에 입을 맞출 뿐이었다.
그 후, 존이 어떤 여행을 했는지는 존이 보낸 편지와, 항해에서 돌아온 후에 이야기 해 준 것으로 엮어본 것이다.
우선 스키드 호는 아프리카의 서해안에서 3 주일을 보냈는데, 같은 무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존은 이미 중국과 티벳에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무리가 있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으나, 다른 무리가 있는 곳은 희미하게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존은 사하라 사막 어딘가 오아시스에 에스퍼가 있다고 느끼고, 비행기로 깊이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도중에서 심한 모래바람을 만나, 엔진에 모래가 박혀 사막에 불시착을 한다.
"바람이 멎고 난 후 엔진을 소제하여 스키드 호로 되돌아왔어요. 그때까지도 아직 입안이 꺼칠꺼칠 했어요."
라고 존은 편지에 쓰고 있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하자, 세 사람은 스키드 호를 항구에 두고서 에스퍼가 발신하는 텔레파시를 따라 깊은 곳을 향했다. 그러나 존과 로우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누크 궁거는 2주일이 지나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존에게 텔레파시로 연락을 취하기는 했으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존은 드디어 텔레파시로 야단을 쳤다.
"시시하게 굴면 내버리고 갈 테다." 하고.
그러자 누크 궁거는 앞으로 이틀만 더 기다려 달라고 대답하고, 이틀이 지나자 같은 무리를 발견했다는 것과 구원을 청하는 소리가 울려왔다.
그리하여 존은 와 달라는 곳으로 비행기로 날아갔다. 그 동안에 로우는 스키드 호를 더반으로 돌렸다.
존이 토인 마을에 도착하여 이틀이 지났을 때, 누크 궁거가 겨우 그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으나, 반대로 얼굴은 기쁜 듯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등에 짊어지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풀더니 작은 검둥이 아기를 보여 주었다.
갓 낳은 듯한 아기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신음하듯 숨을 쉬었다.
누크 궁거는 텔레파시에 의해 밀림 속에 있는 한 여자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텔레파시는 그 여자가 아닌,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서 들려온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깜짝 놀랐어, 존. 굉장한 놈이야. 태어나기 전부터 텔레파시를 내보내고 있으니 말야!"
"그래서 이 아이의 엄마는 어떻게 된 거야?"
"죽었어요. 이 아이를 낳고 바로."
누크 궁거는 그 아기를 안고 도망쳐 온 것이다.
"그렇게 오래 걸린 여행 중에 아기에게 뭘 먹였지?"
하고 존이 묻자, 누크 궁거는 태평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어릴 때에는 영양의 젖을 짜서 마셨으니 여기 오는 동안 그렇게 한 거야."
그러나 이 유괴범 누크 궁거는 실망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존이 아기는 쓸모가 없으며, 일일이 보살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크 궁거는 그 아기가 세 사람 중의 누구보다도 우수한 에스퍼가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더반으로 향했다.
아마 여러분은 아기를 보살피는 일은 로우가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여자는 모른 척했다.
그러므로 누크 궁거가 이 아기를 어머니처럼 열심히 돌보아 주었다. 아기의 이름을 삼보라고 지어준 모양이다.
스키드 호는 봄베이로 향했다. 그리고 적도를 넘어선 곳에서 심한 폭풍우를 만났다. 이 폭풍우는 네 사람에게 대단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큰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것은 편지로 쓸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 조 난 선
 
그 폭풍우 속에서, 존은 플로우메 호라는 작은 영국의 배가 조난 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스키드 호는 그 배의 선원들이 2척의 보트에 옮겨 타기까지 그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런 다음, 스키드 호는 2척의 보트를 로프로 끌기 시작했다.
폭풍우 속에서 보트를 끄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었다. 순간 한 척의 보트가 파도에 밀려 스키드 호의 뒷갑판에 부딪쳤으므로, 밧줄을 잡고 있던 누크 궁거는 발에 상처를 입었고, 스키드 호의 끝머리가 물에 잠겨 가라앉을 것 같이 되었다.
부딪친 보트는 그만 바다에 떨어져 뒤집혀져 버렸다. 그리하여 타고 있던 사람들 중 2명만이 구조되었을 뿐, 나머지는 파도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한 척은 잘 끌려갔다.
이틀이 지나자, 겨우 날씨가 좋아졌다. 스키드 호와 한 척의 보트는 순조롭게 봄베이를 향하여 계속 달려 갔다.
그런데 스키드 호에 의해서 구조된 두 사람이 존 일행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큰 바다를, 세 아이와 흑인 아기가 잘 알 수도 없는 엔진을 단 기묘한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상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두 사람은 자기들을 구원해 준 세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한 다음, 반드시 조사가 있을 것이니 그때는 존 일행의 일을 자세히 말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세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 사람은 텔레파시로 상의하고, 그 결과 모두의 의견은 결정되었다.
존은 그 두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폭풍우가 잠잠해지자, 두 사람을 스키드호가 밧줄로 끌고 있는 보트로 옮겼다. 물론 그 보트에 타고 있는 모두의 기억도 지워버렸다. 그러고 난 다음, 존은 로프를 끊고 달려갔다.
조금 후에 나는 존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싫은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짓을 했어? 보트에 남겨둔 채 버리고 가다니, 죽었는지도 알 수 없잖아? 아무리 너희들이 우수한 신인류(新人類)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고도 좋을 수가 없지 않느냐 말야!"
존은 조용히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왜, 왜 그래?"
"나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어요. 그네들 인간은 인간을 위해서라고 맹수를 죽입니다. 살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동물을 죽여서 먹습니다. 자기들 계획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전쟁을 일으켜, 죄도 없는 어린이들을 몇 십만이나 곁들어 죽여버립니다…… 그것과 같은 거지요. 우리는 그 사나이들을 곁들이게 한 거여요. 틀림없이 죽었을 테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존들은 보통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리들 인간은 그들의 눈으로 보면 소나 돼지에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아무튼 네 사람은 봄베이에 도착했다. 그리고 존과 로우는 인디아 말과 티벳 말을 공부했다.
그런 후, 두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다. 누크 궁거는 삼보를 돌보아 주고 발을 치료하기 위하여 뒤에 남았다.
로우는 네팔인의 소년으로 변장하고, 인디아의 고원에서 비행기를 내렸다.
존은 히말라야산맥을 넘었다. 그 전부터 텔레파시로 몇 번이나 연락을 취해 온 중을 만나려고 티벳으로 달려갔다.
라가체라는 이름의 그 중은 40세가 되는 에스퍼였으나, 보기에는 갓 어른이 된 것 같은 사나이였다. 라가체는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텔레파시의 힘이 강해져 있었다.
그는 텔레파시로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에는 사람이 보는 것과 똑같이 읽을 수 있었다. 더욱 한꺼번에 몇 사람의 눈을 사용해서 볼 수도 있었다,
존은 라가체를 자기의 계획에 가담시킬 작정이었다.
그러나 라가체는 존을 격려해 주기는 하였지만, 자기는 식민지의 일원이 되려고는 하지 않았다.
"너의 말대로 우리들만의 세계를 언젠가는 누군가가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일이지만, 그리 서두를 것은 없다. 더욱이 나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텔레파시의 힘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하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식민지를 만들 때는 텔레파시를 사용하여 응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존이 있는 동안에 그가 알고 있는 모든 텔레파시와 에스퍼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능력을 가르쳐 주었다.
존은 1주일 동안 함께 지낸 후, 비행기를 타고 봄베이로 향했다. 그 도중 라가체는 이렇게 말해왔다.
"아시아 지방에 있는 젊은 에스퍼들을 찾아내어 훈련시켜 너를 돕게 하겠다." 라고.
로우로부터도 연락이 있었다. 그 여자는 우수한 같은 무리를 두 사람 발견하였다.
"두 사람 모두 나보다 나이가 아래이고 형제여요. 그러나 언니는 지금 몸이 좋지 않아서 그렇고, 동생 쪽도 아직 어린이라서 한동안 지금 있는 곳에서 살겠다고…… 그러나 후에 우리들 일에 참가할 모양이어요."
스키드 호는 남지나 해로 향했다.
광동에 도착한 존은 그 전부터 연락을 취하고 있던 씨엔 쿠오라는 중국 소년을 만났다. 그리고 라가체가 발견한 소년 2명과 소녀 2명을 발견하여 육지 깊이 들어갔다.
라가체는 티벳인의 소년 3명과 소녀 1명을 발견해서, 절에서 훈련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이윽고 또 한 사람의 같은 무리가 늘어났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중국인과 미국인의 혼혈아였다.
와신토냐 존크라는 이름의 이 아가씨도 라가체가 텔레파시로 발견한 것이었다. 스키드 호는 그 여자를 맞이하려고 태평양을 건너갔다.
그 여자는 모두로부터 와시로 불리게 되었다. 이 아가씨는 보통 인간과 하나도 다름이 없었으나, 굉장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 새로운 천지를 찾아서
 
존의 다음 할 일은 섬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그 섬은 세 가지의 조건에 맞을 것이 필요했다.
첫째로, 고요한 아열대성의 기후여야 할 것. 둘째로, 토지가 기름지며 물고기가 많아야 할 것. 셋째로, 기선이 다니는 항로에서 떨어져 있을 것 등이었다.
그 세 가지 중에서도 셋째 조건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세계에서 떨어져 있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스키드 호는 적도를 넘어, 남쪽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남태평양의 섬을 조사하며 돌아다녔다.
그들은 몇 주일 동안이나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마침내 뉴질랜드와 파나마, 거기에 뉴질랜드와 혼 곶을 맺는 두 개의 항로가 교차되는 데서 꽤 떨어진 곳, 그 곳에서 작은 섬을 발견했다.
이 섬이 발견된 것은, 아마 신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이 섬이 어느 해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과 80년쯤 전에 해저가 치솟아서 생긴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인이 조금 살고 있었다.
그 토인들은 섬에 상륙한 존 일행을 환영하며 먹을 것을 대접해 주었다.
그러자 존은 로우에게 춤을 추게 했다. 춤이 끝나자, 존은 토인의 말로 이렇게 외쳤다.
"우리들은 신이다. 우리들은 너희들의 섬을 갖고 싶다. 너희들은 우리들을 본 사실을 죄다 잊어버리고, 이 섬에서 나가는 것이 좋겠다."
그 말을 들은 토인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이들도 그대로 했다. 카누를 저어서, 어떤 사람은 헤엄을 쳐서 먼 섬을 향해 출발해 갔다. 그 중의 몇 사람이나 도착했을까?
존, 로우, 누크 궁거, 와시와 어린 삼보는 그 섬을 차지하고서 몇 주일 동안 그 섬에 있었다.
그러면서 라가체와 텔레파시로 연락하여, 훈련이 끝난 한 무리를 곧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군도 중 어느 섬에 보내면 스키드 호가 거기에 마중갈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섬으로 오기 전에, 스키드 호는 곧 영국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그것은 식민지를 만들기 위한 자재를 모으고, 유럽에 남아 있는 에스퍼의 같은 무리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내가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는 날의 3주일 전에, 스키드 호는 영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보고도 받지 않고 있었다.
나와 약혼자인 베르자는 물건을 사러 갔다. 그리고서 팔을 끼고 아파트로 돌아와 보니, 스키드호의 승조원들이 방에 앉아서 베르자를 위하여 마련한 사과며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나는 적이 놀라며 멈춰 섰고, 베르자의 몸이 굳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존은 난로 옆에 앉아 사과를 맛있게 먹고 있었으며, 로우는 그 열에서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고, 누크 궁거는 삼보의 위에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머리와 배가 크고, 손발은 아직 나무싹 같은 아기는 살피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와시만이 괴물과 같은 중에서 보통 인간답게 굴어 우리들을 안심하게 했다.
존은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어, 당신과 그리고 베르자…… 당신은 나를 미워할지는 모르나 방을 2, 3주일 동안 빌려 줘야겠어요."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결혼식이 이제 곧 급하단 말야."
"그 참 공교롭게 됐군요. 그러나 빌려 줘야겠어요."
존은 딱 잘라 말했으며, 놀랍게도 나 스스로도 결혼식을 두 달 연기한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베르자는 의자에 기운 없이 주저앉으며 작은 목소리로,
"좋아요."
라고 말했는데, 전혀 들리지 않는 듯한 힘없는 소리였다.
존은 명랑하게 말했다,
"이번 일만 끝나면, 이제 당신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수 주일 동안 우리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키드 호를 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비행기도 수리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도구며 기계라든지, 수도에 사용할 연관이나 전선 등을 샀으며, 섬에 운반하기 위하여 바르파라소에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목재는 남미에서, 먹을 것은 영국에서 보냈는데 그 모든 교섭을 내가 했던 것이다.
사들인 물건 중에는 많은 책도 있었다. 생물학, 열대에 있어서의 농업, 약학, 이론 물리, 천문학, 철학, 거기에 소설 등이었다.
스키드호가 다음 항해로서 출발할 날이 가까워지자, 유럽 사람의 같은 무리가 늘기 시작했다. 존은 우선 제리를 맞이하기 위하여 헝가리까지 갔던 것이다.
제리는 17세였는데, 작고 미운 아가씨였다. 이마와 뒷머리가 지나치게 발달되고, 소름이 끼치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입은 언청이였으며, 다리는 굽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의 소유자였으며, 보통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미터 떨어져서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든 맞추기 그림 퍼즐(수수께끼)도, 한 번 쓰윽 보아서 어떻게 조립하면 좋을지를 알았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장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제리 이외에 마리안느 라퐁이라는 프랑스 아가씨도 왔다. 이 아가씨는 제리와는 달리, 보통 사람과 전혀 다름없는 미인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 여자는 프랑스 문화의 산 사전이었다. 어떤 책의 어떤 곳도 암기하고 있었다.
지그리드라는 스웨덴에서 온 소녀도 있었다. 존은 그 여자를 빗장이라고 했다.
"왜냐고요? 지그리드는 아무리 헝클어진 마음의 소유자라도 머리칼에 빗질을 하는 것처럼 제정신으로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고 설명해 주었었다.
잇달아 에스퍼들이 몰려왔다. 웨인라이트 집은 마치 빈민굴같이 되어 버렸다.
케미라는, 존보다 나이 어린 핀란드인. 존보다 나이는 많으나, 즐겨 그가 말하는 것을 듣는 자빈이라는 터키인. 코카시아에서 온 가르키스.
이렇게 모인 10명의 젊은이와 한 아기를 태운 스키드 호는 1928년 8월, 드디어 항구를 떠났다.
스키드 호는 여러 섬으로 가서, 발파라소에도 몇 번이나 갔으며, 때로는 비행기도 사용했다. 그리고 짧은 편지가 때때로 나에게 왔다.
우선 다음과 같은 것을 알았다.
누크 궁거, 케미, 마리안느가 스키드 호를 타고 바르파라소와, 섬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운반하고 있는 일. 아시아의 같은 무리가 도착한 일. 폭풍우를 당해 임시로 지은 건물이 모조리 파괴된 일.
다음 편지로서 그 뒤의 자세한 것을 알았다.
고기를 잡기 위하여 그는 카누 6척을 만들었다. 지그리드가 신천옹 새를 길렀다. 얀 첸이 상어에게 죽음을 당했으며, 그것을 구하려고 하다가 케미가 심한 상처를 입었다. 삼보는 언제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직 혼자서는 앉지 못했다.
티벳에서 온 조모트레와 자핀이 훌륭한 음악을 만들었다. 제리가 급성 맹장염에 걸렸으나, 로우가 수술을 잘 했다.
마리안느와 씨엔 쿠오가 한동안 홀로 지내고 싶다고 하면서 섬 저쪽으로 갔다.
그들은 돌로 도서실과 집회장을 만들었다. 텔레파시를 더욱 잘 사용하고 조모트레와 랑커가 매일 신문에 나 있는 세상 중의 뉴스를 모두에게 전했다. 큰 지진이 일어나 섬 전체가 1미터 가량 가라앉았다. 섬이 바다속에 가라앉을 때를 대비하여, 언제라도 섬에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했다.
내가 그러한 일을 안 것은 편지에 의해서였다.
몇 달이 지나가고, 그리고 몇 해가 흘러갔다. 그렇게 세월이 감에 따라 존의 편지는 점점 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1932년의 봄, 존은 나에게 긴 전지를 보내 왔다. 그것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나를 섬으로 오게 하려는 것이었다.
 
「당신이 이 섬에 오기를 원해요. 기자로서 얼마든지 이 섬에 대한 기사를 써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 보통 인류를 위해서 말이오. 왜냐하면 얼마 머지않아 이 식민지가 없어진다고 생각되는 징조가 있기 때문이오.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는 미래의 에스퍼들과 보통 인류를 위하여 여기 기록을 남겨 두고 싶소. 에스퍼들을 위하여, 라가체가 기록하고 있어요. 그러나 인간을 위한 기록은 당신이 해 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 편지를 받은 날, 발파라소로 가는 배를 조사했다. 그리고 어느 날에 거기에 마중을 나와 달라는 편지를 그 곳의 우체국 앞으로 보냈다.
이 일을 베르자에게 말하자, 베르자는 몹시 놀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알았어요. 존에게 당신이 필요하다면 가 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그리고 나는 웨인라이트 집으로 갔다. 놀랍게도 내가 존으로부터 어떤 편지가 왔다는 것을 말하기도 전에 팍스가 먼저 말했다.
"알고 있어요…… 존은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 에스퍼 섬
 
내가 발파라소에 도착했을 때, 누크 궁거와 케미가 스키드 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청년은 4년 전에 비해 다소 성장해 있었다.
왠지 두 사람은 몹시 서두르며, 배를 얼른 떠나게 하려고 했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자, 누크 궁거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들은 섬과 친구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빨리 돌아가려고 하는 거지요."
섬에 가까워지자, 케미는 나침반을 보면서 말했다.
"변류기를 쓰고 있는데."
"어떤 기계지?"
하고 물으니까 케미가 설명했다.
"원하지 않는 배가 옆에 가까이 오면, 나침반을 마구 돌게 하여 섬에서 떠나게 하지요."
이윽고 수평선에 회색의 섬이 떠올랐다. 두 개의 산이 똑똑히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도 전혀 사람이 살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 않았다.
누크 궁거가 설명했다.
"바다에서 보이지 않도록 건물을 세운 것뿐이어요."
그 말대로 섬의 작은 항구로 들어가니, 나무 그늘에 서 있는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구 깊이 들어가니, 20채가 넘는 목조 건물이 똑똑히 보였다. 고개 위에 돌로 만든 큰 건물이 서 있었다.
목조의 집은 개인 주택이며, 돌로 지은 건물은 도서관과 집회장이었다. 돌로 지은 발전소도 있었으며, 주택에서 떨어진 곳에 실험실 등도 있었다.
배가 부두에 닿자, 에스퍼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체의 남녀들 속에서 존이 나타나며 갑판으로 뛰어올랐다.
존은 눈부실 만큼 의젓한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 위엄이 몸에 베어 있었고, 얼굴은 갈색으로 단단해 보였다. 온 몸이 납을 문질러 바른 떡갈나무 같았다. 그 머리칼은 새하얗게 되어 있었다.
나는 단념하고 있었다. 이 섬에 와서 끝장이라는, 음악회에 잘못 들어간 개처럼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섬의 주민들은 나를 환영해 주었고, 또 용기도 주었다. 그리고 내가 살 통나무 오두막을 한 채 주었다. 오두막의 주위는 베란다로 되어 있었다.
"침대는 베란다에 두어도 좋아요. 모기는 없으니까."
존은 안내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온 그 오두막이 참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단단해 보이는 가구가 있는가 하면, 멋진 그림이 거실과 침실에 걸려 있었다.
침대에는 내가 본 일이 없는 실로 짠 시트와 모포가 있었다. 전등도 있었고, 전기 난로까지 있었다.
작은 목욕실에는 더운물과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붙어 있었다. 깨끗한 물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발전할 때에 바닷물을 증류하므로 얼마든지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는 모양이다.
작은 전기 시계를 보며 존이 말한다.
"이제 곧 식사를 해요. 저 긴 건물이 식당이고, 그 옆이 주방이지요."
건물 앞은 테라스로 되어 있고, 거기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나는 존과 로우 사이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보지도 못했던 음식이 가득 놓여져 있었다.
열대 지방의 과일이랑 생선이, 나무나 조개로 만든 그릇에 담겨져 있었다.
그 날 오후, 존은 나를 데리고 그 섬을 돌았다.
우리는 우선 부두 옆에 있는 발전소로 갔다. 문밖에 어린 삼보가 매트에 누워 있었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삼보는 존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건넸다.
"잠깐 이야기하지 않겠어? 문제가 있어."
존은 계속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지금 바쁘단 말야."
발전소 안에서는 누크 궁거가 일하고 있었다. 그의 등은 땀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삽으로 진흙 같은 것을 화로에 퍼 넣고 있었다.
"진흙을 태우다니 편리하군."
하고 내가 웃으며 말하자, 누크 궁거도 따라 웃으며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존은 설명했다.
"여기 있는 진흙에서 어떤 원소를 뽑아내요. 약 백만 분의 일 정도밖에 없는…… 그렇다고 해서 여기 있는 진흙 전부에 있는 원소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면, 이 섬 전체가 날아가 버리지요. 뽑아 낸 원소를 밀폐한 용기에 축적해 두는 거여요."
그리고 다음 방으로 가서 기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누크 궁거가 그 원소를 저 기계에 넣고 최면술을 걸지요. 즉 그 원소를 잠들게 하는 거죠. 필요할 때에는 원소를 잠에서 깨워, 엔진에 굉장한 에너지를 보냄으로써 발전기를 움직이게 해요. 스키드 호나 비행기의 엔진에도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곳을 나오자, 우리들은 실험실로 향했다. 로우가 거기서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제리, 자빈, 쿠오 등이 많은 책을 조사하고 있었다.
이 섬에 있는 두 개의 산 사이에는 많은 식물이 무성하게 나 있었다. 열대에서 온대에 이르는 모든 식물이 망라되어 있었다. 산 위를 가리키면서 존이 말했다.
"이 섬에 관광객이 온다고 하면, 저기가 가장 매력 있는 곳일 거여요."
그 곳에는 이 섬이 태평양의 해저에서 솟아오르기 전 침몰한 배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목조선의 파편이며 용골. 그 속에는 토기의 파편이랑 인간의 뼈가 흩어져 있었다.
그 산의 꼭대기에는 만들다가 중지한 듯한 관측소가 있었다.
"완성시키지 않는 거야, 여기는?"
존은 끄덕였다.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아서죠……."
나는 섬과 에스퍼들을 관찰한 끝에, 그들의 성질이 보통 인간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보면, 나는 섬에 와서 얼마 후 메이라고 부르는 중국인 소녀의 최후를 보았다.
어느 날, 메이는 같은 무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샤힌과 함께 낚시질을 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여자의 행동이 이상했다. 갑자기 달려들어 할퀴기 시작했다. 보트는 뒤집어지고, 메이는 상어에게 습격 당했다. 샤힌은 칼을 들고 상어와 있는 힘을 다해 싸웠다.
샤힌은 크게 상처를 입은 메이를 육지로 옮기고, 3일 동안 조금도 쉬지 않고 그 여자를 간호했다.
그런 어느 날 아침, 내가 두 사람에게 아침 식사를 가지고 갔을 때 그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이 여자는 미쳐버렸어요. 나는 이 여자가 잠들면 죽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얼른 존을 데리고 왔다. 그러나 존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샤힌은 잘 알고 있어요."
그 날 오후, 샤힌은 메이의 시체를 항구 옆에 있는 바위 사이로 운반해 갔다. 그리고 조용히 그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가 이윽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존은 정신 동력을 사용하여, 그 여자의 육체의 원자를 몇 개 분해했다. 그러자 그 육체에 박혀있던 에너지가 해방되어, 그 시체는 눈부신 불길을 올리며 타버리고 말았다.
여기는 확실히 '괴물의 섬'이었다.
이 섬의 생활에서 가장 기묘한 일은, 서로의 말이 거의 텔레파시에 의해 행해지기 시작했으며, 보통 쓰는 말은 점차로 시들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던 점이다.
 
■ 끝의 시작
 
내가 섬에 도착하여 4개월 가량 되었을 때, 영국의 관측선이 이 섬을 발견했다.
존들은 그 배가 올 것을 이미 텔레파시로 알고 있었다.
바이킹 호라는 그 배는 곧장 섬을 향해 왔다. 선체는 하얗게 칠해져 있었고, 굴뚝은 노란 빛깔이었다.
그 배는 3킬로미터쯤에서 물깊이를 재고 닻을 내렸다. 그리고 곧 이어서 내려진 모터보트는 해안을 따라 달려, 바다에 가까운 모래사장을 발견했다.
거기서 한 사람의 사관과 세 사람의 부하가 상륙해서는 섬 안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들 네 사람은 근처를 돌아다닌 다음, 다시 모터보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발 밑에서 무엇인가 줍는 것이었다.
그 네 사람의 마음과 몸의 움직임을 조사하고 있던 존이 외쳤다.
"아, 발각 났다! 저놈들은 당신이 내버린 담배꽁초를 발견했다. 아주 새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며 존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발견되어야겠다. 너희들은 발견되어서는 안 되겠지."
하고 나는 해안을 향해 달려가며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나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깜짝 놀란 모양으로 눈을 둥그렇게 떴다. 숲에서 온 몸에 군데군데 상처를 입은 벌거숭이 사나이가 뛰어나갔기 때문이다.
나는 헐떡거리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지껄였다. 바로 얼마 전 이 섬 근처에서 배가 가라앉아 홀로 살아 남았던 것이라고. 그리곤 오늘 마지막 담배를 피웠던 것이라고…….
그러나 모터보트가 바이킹 호에 닿을 때까지 네 사람은 나를 신용하지 않았다. 머리를 깨끗이 깎고 있고, 수염도 길지 않았으며, 손톱도 깨끗하게 깎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장에게 세밀한 조사를 받고, 더 이상 감출 수가 없게 되었다. 마침내 사실대로 털어놓고 말았다.
물론 그들은 내가 정신이 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선장은 조사대를 이끌고 섬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드디어 항구를 발견하고, 그 곳을 향해 모터보트를 몰았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마을의 전부가 똑똑히 보였다. 이윽고 식민지의 에스퍼들은 알몸으로 선원들을 맞이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대체 이놈들은 뭐야!"
하고 바이킹호의 항해사가 외쳤다.
백인의 아가씨가 알몸뚱이로 있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우리들은 선장 등을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식사를 내놓았다. 식사에는 훌륭한 포도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존은 모든 것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선장에게 설명했다.
부두에서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선장은 말했다.
"이 섬에 대해서 자세히 정부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주민이 살고 있다는 것도……."
멀리 사라져 가는 보트를 배웅하고 있을 때, 몇 사람의 남녀는 즐거워했다. 왜냐 하면 선장 등의 일행은 최면술에 걸려 있으며, 배로 가기 전에 이 섬에서 일어난 일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배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단다.
하지만 존의 의견은 달랐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들을 파멸시키는 시작이 된다…… 배의 선원에게 최면술을 걸 수 있다면 잘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어떤 좋지 못한 소문이 퍼져, 인간들은 이 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라고.
그로부터 3개월 동안은 평화로운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생활이었다. 그들은 섬이 없어지기 전에 완성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더 중요한 일에 착수했던 것이다.
어느 날 밤, 텔레파시에 의해 감시를 하고 있던 차르구트가 보고했다.
바이킹호의 승조원이 어느 섬에 들렀을 때, 어떻게 해서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었는지 그 이유를 조사하기 위하여, 한 척의 영국 순양함이 이상한 섬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뉴스였다.
아니나 다를까 몇 주일 후, 그 순양함은 섬에 닿았고 존의 마중을 받았다.
상륙해 온 사령관의 목적은 이 섬을 영국의 영토로 하는 일이었다.
그 순양함은 다시 섬에서 떠났다. 그러자 존 등은 텔레파시로 승무원들의 마음을 뒤쫓고 있었다.
순양함의 승무원 중에는 섬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신병에 흡사한 것이 많았고, 2명이 자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대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모두가 그 섬에는 큰 위험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순양함이 영국에 되돌아갔을 때, 섬에 대한 소문은 형태를 바꾸어 퍼지기 시작했다.
외국의 신문은, '태평양에 위치한 영국의 섬에 이상한 어린이들의 식민지가 있다'라고 전했다.
각국의 정보 기관은 그 섬의 사실을 탐지하려고 했다.
영국 해군성은 조사를 계속하라고 지시한 순양함의 사령관이 거짓 보고를 했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소련은 그 식민지를 조사할 비밀 탐험대를 보내려고 했다.
영국 정부는 그 섬에 있는 주민 전부를 쫓아버리려고 했다. 그 때문에 두 번째로 순양함이 섬에 왔다.
이번 사령관은 섬사람들에게, 5시간 이내에 짐을 꾸릴 것이며 섬 밖으로 나갈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러한 명령이 실행될 수는 없었다.
사령관은 직접 무장한 수명의 일대를 이끌고 상륙해 왔다. 섬에 있는 모두는 곧 섬에서 떠나라고 명령하자, 존이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들은 살아서 이 섬을 떠나지는 않는다. 당신들의 손이 닿는 사람은 죽어버린다."
사령관은 웃었다. 두 사람의 수병은 옆에 있는 차르구트에게로 가까이 갔다. 그러자 이 티벳 사람은 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 수병의 손이 닿았을 때,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수병은 차르구트를 조사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징조라고는 전혀 없었다.
사령관이 명령을 되풀이하자, 존이 말했다.
"그만두어라! 너희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이제 그 사나이는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수병들은 망설였다. 그러나 사령관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명령을 따르라. 그 소녀부터 시작해라."
수병들은 지그리드에게로 가까이 갔다. 그 여자는 존을 뒤돌아보며 미소를 짓고 난 후, 사이가 좋은 가르키스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때, 수병의 한 사람이 그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순간 여자는 가르키스의 팔에 쓰러지면서 죽어버렸다.
사령관은 중얼거렸다.
"나는 해군과 상담하고 오겠어. 그 동안 여기 있어도 좋아."
하고 사령관과 부하는 순양함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존에게 물었다.
"왜 두 사람을 죽였어? 섬에서 떠나도 좋을 텐데 말야. 자기 나라로 가서 이제부터 일생을 보내면 좋지 않아!"
존은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설명을 할 수 없어요. 단지 우리들은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뿐이죠. 만약에 당신이 말하는 대로 당신들 인간의 세계로 되돌아간다면, 우리들은 일생 동안 감시나 학대를 받을 뿐이죠. 그런 생활은 살해되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어요."
두 번째의 순양함이 떠나간 후, 누크 궁거의 대 발명이 완성되었다.
그는 보통의 인류가 두 번 다시 이 섬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무기를 생각해 냈던 것이다.
그것은 원자가 파괴될 때 생기는 파괴 광선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60킬로미터 이내에서는 군함이든 비행기든 파괴할 수가 있었다.
섬에 있는 두 산꼭대기에 배치해 놓는다면, 수평선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전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방대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분품의 대부분을 미국 등의 나라에 비밀리에 주문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스키드 호나 비행기에 사용할 작은 것이라면 이 섬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섬에 있는 에스퍼의 한 사람은 반대했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일을 중지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욱이 우리들이 그들과 싸운다면 지구에 있는 전 인류를 적으로 삼게 되며, 우리들이 세계를 정복하기까지 평화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들은 젊다, 그리고 인생의 더욱 중요한 시기를 전쟁 때문에 보내게 되는 거다. 그와 같은 대학살을 행한 후에 우리들이 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훌륭한 생물이 되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쪽이 죽어야 하지 않을까?"
그 의견에 대해 모두 심각하게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무기를 만들 것인가 아닌가를……
그러나 결정하는 일은 하루 더 연기하기로 했다.
결정은 텔레파시로 행해졌는데, 몇 시간 동안이나 섬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회의가 끝난 다음, 모두는 그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몇 주일이 지나가는 동안에 에스퍼들은 텔레파시로 계속 세계를 조사했다.
두 번째의 순양함에서도 정신병 환자가 늘어나서 사령관은 또 파면되었다.
세계 중의 정보 기관이 이 섬의 비밀을 탐지하려고 애썼으며, 소련의 배는 이미 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붉은 깃발을 올린 소련의 배가 섬에 닿으면서 여자 선장이 상륙했다.
여자 선장은 아기인 삼보를 달래며 말했다.
"섬의 여러분을 소련은 환영합니다. 제발 소련으로 이주해 주십시오……."
그러자 안겨 있던 삼보가 러시아말로 말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놀라서 입을 벌린 채로 듣고 있었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의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차라리 죽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들 소련 선장 등의 일행도 최면술에 걸려 가지고 섬에서 떠났다. 그리고 소련에 돌아가자마자 정신 병원에 입원한 모양이다.
소련의 탐험대가 왔다가 간 사실은 곧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각국의 정부는 이 섬에 무엇인가 큰 비밀이 있다는 것을 믿고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드디어 각국의 연합함대를 이 섬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어느 날 6척의 군함이 섬의 바다에 나타났다. 곧 6척의 모터보트가 섬으로 왔다. 제각기 영국․프랑스․미국․네덜란드․독일․소련의 국기를 나부끼고 있었다.
그들의 대표인 영국 해군 사관이 존을 향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엇을 말했으면 좋을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이 그를 대신하여 말을 하려고 했으나, 그도 마찬가지였다.
"여러분, 시원한 음료수나 드시지 않겠어요? 테라스 쪽으로 갑시다."
존의 말을 따라 6개국 대표자들은 집회장으로 향했다. 테이블에는 포도주랑 음료수가 놓여져 있었다.
프랑스 사람이 그것에 손을 대려고 하자, 독일사람이 큰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 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독일 사람에게만은 최면술이 걸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존은 이 섬을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직하게 설명했지만, 그 독일 사람은 주장했다.
"우리들은 너희들 한 사람도 남김 없이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그들을 체포하라!"
독일 해군의 수병들이 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존은 똑똑히 말했다.
"기억해 두라. 너희들이 잡으려고 한다면, 이 섬의 모든 것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다는 것을!"
그러나 독일 사람은 존을 체포하려고 했다.
그러자 샤빈이 존을 감싸며 막아섰다. 그리하여 독일 사람의 손이 닿자마자 죽어버렸다.
놀란 6개국 대표들은 제각기 정부와 연락을 취할 때까지, 이 섬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고 곧 섬에서 떠나갔다.
 
■ 에스퍼 섬의 최후
 
에스퍼들의 최후가 점점 가까워왔다. 존은 나를 보고 말했다.
"이봐요, 이 이상 섬에 있으면 당신도 우리와 함께 죽게 될 것 같아요. 그러면 기록도 없어지고 말아요. 우리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지만, 당신들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드디어 헤어지는 날, 로우는 나에게 키스를 해주면서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당신들 인간이 모두 당신과 같다면 잘 되어 갔을 텐데. 우리들의 일을 쓸 때에 기억해 줘요. 우리들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존의 작별 인사는 이러했다.
"나의 전기를 쓸 때, 내가 당신을 몹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줘요."
그 후. 내가 들은 소문은 이러하다.
1933년 12월 15일, 각국 연합 함대는 또 그 섬에 나타나 섬의 주민을 모조리 죽이기 시작했다.
그때, 섬은 크게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뢰 같은 소리가 울리고, 섬은 점점 가라앉아 갔다. 무서운 큰 파도는 주위에 소용돌이치고, 이 세상의 종말이나 온 것처럼 무시무시했다.
팍스와 닥은 이미 존의 최후를 알고 있었다.
"존이 최후의 모습을 보여 주었어요…… 이제 죽을 때가 왔다고 존은 모두에게 말했어요. 모두는 손을 잡고 석조 건물로 향해 갔어요. 존은 로우의 손을 잡고 있었어요. 누크 궁거가 삼보를 안고, 발전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나서 곧 눈부신 빛이 반짝이고, 순간 존이 느낀 고통을 나도 느꼈어요…… 그리고 그 뒤는 아무 것도 없이 잿빛이 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이상한 존'의 전기의 끝이다. 그가 말한 대로 누구에게도 믿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소설 형식으로 써 보았다.
믿든 믿지 않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에 속한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한 것이지만.
작품 해설
 
올라프 스테풀튼에 대하여
 
여러분은 지구의 역사에 대해서 쓴 책을 어느 것인가 읽은 일이 있습니까?
아주 옛날, 바다 속에 작은 생명이 태어나 그것이 점점 진화되어 가서, 그 속에서 인간의 조상…… 원숭이에 비슷한 것이 나타났습니다.
그 원시인 속에서 잇달아 머리가 좋은 새로운 인류가 태어나고, 오늘날과 같은 인류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살아 있는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를 보면, 인류는 그다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업습니다.
확실히 제트기를 만들고,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고, 로켓을 만들고는 있으나 한쪽에서는 전쟁만 하여 서로 죽이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다음에 나타날 새로운 인류에 지구를 넘겨주었을 때, 진정한 평화가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 지구가 끝을 고할지도……
1886년 영국에 태어난 스테풀튼은 철학 박사의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제로부터의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베르느, 웰즈, 버로우즈의 공상 과학에 자극되어, 자기도 '최후로서 최초의 인간들' 이라는 공상 과학 소설을 1930년에 내고, 1935년에는 이 '이상한 존'을 냈습니다.
이렇게 하여 철학자 스테풀튼의 이름은 공상 과학 세계에서도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신이 있다는 것을 믿는 척하고 살아가겠다. 신이 없으면 나는 어리석은 동물에 지나지 않으며, 세계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라고.
 
이상한 존
스테풀튼 작․박 홍근 역
아이디어회관 과학문고
172p 19cm (SF세계명작5)
 
인 쇄      1975년 5월 1 일
발 행      1975년 5월 5일
삼 판      1978년 7월 5일
역 자      이 원 수
오프셋     장원 정판사
인 쇄      일 신 사
제 본      영지 제책사
발 행      아이디어 회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311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249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293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259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199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187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186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200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198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154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221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143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157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172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09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172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183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140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472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634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