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합성 인간-베리야에프 작 -이 인석 역
2021년 09월 20일 17시 22분  조회:483  추천:0  작성자: 강려
합성 인간-베리야에프 - 인석
 
 
< >
대면··············· 3
열리지 않는 마개의 비밀······· 11
머리와의 대화············ 16
실험실의 새로운 손님········ 24
빌케의 명안············· 30
케룬의 실험············· 35
시체 안치소의 ·········· 40
합성 인간·············· 47
괴상한 미녀············· 53
케룬 교수의 희생자········· 61
라비노 정신 병원·········· 68
악마의 음악············· 71
미쳐버린 사람들··········· 77
삶과 죽음·············· 83
················ 88
빌케의 비극············· 93
강적 나타나다············ 99
케룬 교수의 전대미문의 발견··· 102
·············· 108
최후의 회견············ 109
 
작품 해설············· 115
 
대면
 
지난날 그것도 훨씬 전에 죽은 사람이 살아있다는, 더욱이 동체는 없이 머리만이 살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면 아무도 참말로 여기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로랑은 그것을, 믿을 없는 사실을 자기 눈으로 직접 것이다. 그것도 번화한 파리의 한복판에서 말이다. , 로랑은 학교 선생님의 소개장을 가지고 케룬 교수에게 취직을 부탁하러 갔던 것이다. 케룬은 소개장을 읽고 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여의사로군요. 그건 다행한 일입니다. 마침 연구실에서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던 참인데. 좋아요. 일해 보시도록 해요."
말을 듣고 로랑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토록 취직할 곳을 찾아다녔지만, 파리 안에서는 학교를 졸업한 햇병아리 여의사를 줄만한 데라고는 아무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앓아 누워 계신 어머니를 제대로 보살펴 드릴 수가 있게 되었구나 하고, 로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당신의 신경은 강하겠지요? 혹시 가족 가운데 정신병이나 알코올 중독자는 없겠지요?"
하고 케룬이 물었다.
"아뇨, 없어요."
"그럼 좋아요. 그러나 가지 조건이 있어요. 당신은 비밀을 지킬 있는지요? 나의 실험실에서 일을 결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할 있나요? 아니, 그렇게 두려워할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내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겠고, 절대로 당신께 폐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로랑은 말을 듣자 다소 불안했지만, 범죄하고는 관계가 없다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하겠어요. 비밀을 지키겠다고요."
그러자 케룬은 벨을 울려 흑인 하인을 불러서는 이렇게 일렀다.
", 로랑 양을 안내해서 실험실 안을 보여드리지."
로랑은 존을 따라 옆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있는 속에는 금속제의 기구들이 있었으며, 테이블 위에는 유리제의 기구들인 가득 진열되어 밝은 전등 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한가운데는 해부대가 놓여 있었다. 로랑이 해부대 옆에 있는 유리 상자를 들여다보았을 때였다. 로랑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발짝 뒤로 물러섰다. 유리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의 심장이 팔딱팔딱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장에는 굵은 파이프가 달려 있었으며, 유리 상자 밖에 있는 플라스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로랑을 놀라게 것은 머리였다. 금속으로 4 개의 발이 달린 유리판 위에 있는 머리의 동맥과 정맥에는 관이 연결되어, 그것이 각각 쌍이 되어 유리판을 뚫고 옆에 있는 플라스크에 연결되어 있다.
목에는 그것보다도 굵은 관으로 실린더하고 연결되어 있다.
실린더나 플라스크에는 압력계며 온도계 , 그밖에도 로랑에게는 무엇에 쓰이는지조차 없는 기구들이 장치되어 있었다.
죽은 사람의 머리? 아니, 죽은 사람의 머리가 아니다. 머리는 틀림없이 살아 있으니까, 깜박깜박 눈을 떴다 감았다 했던 거다.
로랑은 몸이 오싹해서 부들부들 떨었다. 문득 로랑은 머리를 틀림없이 어디선가 기억이 났다. 그렇다! 머리는 얼마 전에 급환으로 세상을 떠난 유명한 외과 의사 도우엘 박사의 머리임에 틀림없다. 박사는 시체에서 떼어낸 심장이나 밖의 기관들을 소생시키는 실험을 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대학자였다.
박사의 머리는 생전과는 판이하게 모습이 변해있었다. 눈은 움푹 패이고 볼은 살이 빠졌으며, 피부는 미라처럼 누렇게 변해 있었다. 이따금 박사의 강연을 들으러 다닌 로랑이 잘못 보았을 리는 만무하다. 박사의 머리가 어째서 이런 실험실에, 그것도 살아서 말이다!
그때 마침, 머리가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입술을 조금 움직였다. 로랑은 너무나 격심한 공포에 ! 하고 외치며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 존이 재빨리 로랑의 몸을 안듯이 붙들었다. 그리고는 케룬의 서재 쪽으로 데리고 나왔다. 로랑은 무서움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케룬에게 물었다.
" 머리는 혹시.."
"도우엘 박사의 머리가 아니냐는 말씀이시군. 맞아요, 머리는 내가 소생시킨 박사의 머리랍니다."
" 그런 무서운 일을 하시는 거여요?
"그렇지 않아요. 절대로 무서운 일도 나쁜 일도 아니고 말고. 나와 박사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박사께서는 도중에 지병인 천식의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혼자서 연구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어요. 박사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자기의 시체를 연구를 위해 달라고 유언하셨습니다. 박사께서는 일생을 과학을 위하여 몸을 바쳐오셨기 때문에, 죽은 뒤에까지도 자기의 몸을 학문을 위해 바치리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유언하셨을 겁니다. 그러므로 나는 유언에 따라 박사의 유체를 실험 재료로 해서, 박사의 머리를 소생시킨 것입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박사의 머리밖에 소생시킬 없었지만, 아무튼 이건 과학의 승리입니다."
"무서운 일이군요. 무서운 범죄입니다."
"아니, 범죄라니? 죽음에서 해방시켜 목숨을 다시 소생시키는 일은, 우리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바라온 꿈이었단 말이오. 나는 그것을 이룩해 냈습니다. 인류는 나에게 감사를 표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아직 실험은 완전히 끝난 아니지요, 완전한 것으로 해서 학계에 발표할 때까지는 절대로 비밀로 두지 않으면 된단 말이오. 당신도 학문을 위해 비밀을 지켜 줘야겠어요. 만일에 약속을 어긴다면 당신에게 이로울 것은 없을 거요."
하고 케룬은 위협하듯 말했다. 로랑은 선뜻 약속해 버린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만일 케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범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모처럼 얻게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지금의 경우 로랑에게 있어서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없다.
"그럼, 내일 아침 9시에 출근하도록 해요."
이렇게 말하며, 케룬은 로랑을 전송했다. 로랑은 그날 무서운 꿈을 꾸었다. 물끄러미 로랑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박사의 머리가 갑자기 유리 테이블에서 올라오더니, 로랑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로랑은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머리는 바로 뒤에서 달려드는데 마침 그때, 어디선지 모르게 매의 모양을 케룬이 박사 머리에 달려들어 서로 맞붙었다. 로랑은 틈에 겨우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건 박사의 머리가 뒤따라 뛰어드는가 하면, 뒤를 모양의 케룬이 따라온다. 로랑은 차례차례 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하지만 문은 끝없이 계속되고, 박사의 머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목에서 씩씩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귀밑까지 따라왔다.
"로랑, 그래? 몹시 괴로운 모양이구나."
라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로랑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그러나 아직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로랑은 내일부터 자기가 나가야 실험실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과연 무서운 일에 자기의 신경이 얼마나 견뎌낼 있을는지, 어쩌면 얼마 가서 미쳐버리지나 않을는지 하고 불안하기 이를 없었다.
 
 

열리지 않는 마개의 비밀
 
다음 날부터 로랑은 케룬의 실험실에 다니게 되었다. 머리는 먼저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 머리는 로랑이 방안에 들어오는 기척을 알아차리면 눈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로랑은 이제 어제와 같은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머리에게 인사를 했다. 머리도 그것에 대답하듯 눈인사를 보냈다. 머리는 말을 없는 모양이다. 박사의 머리는 코에 체온계가 꽂혀 있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체온기를 뽑아 체온을 조사한다. 목의 동맥과 정맥에 이어져 있는 플라스크에는 머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필요한 영양제와 산소가 들어 있는 액체가 있으므로, 플라스크에도 온도계며 압력계가 부착되어 있다. 머리의 체온에 맞추어 플라스크 속의 액체 온도나 압력을 조절하는 것이, 주로 로랑이 하는 일이었다. 로랑의 일은 낮뿐이고, 밤은 존이 대신 기계 당번을 했다. 첫날에 케룬은 로랑에게 기계를 취급하는 방법을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머리의 목과 이어진 실린더의 취급 방법만은 설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 실린더의 마개는 결코 열어선 돼요. 이것을 열면 머리는 당장 죽어버리니까."
아무튼 로랑이 새로운 일거리를 얻은 2주일이 지났다. 로랑은 이미 기분 나쁜 머리하고도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금은 친밀감까지 가지게 되었다. 머리 쪽에서도 로랑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아침마다 로랑이 실험실에 들어가면, 다소 미소를 지으며 인사 표시로 눈을 깜박거렸다. 머리는 여전히 말은 못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머리와 로랑간에는 사람만이 통하는 '' 형성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머리는 "그렇습니다." 라는 대신에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아닙니다." 라고 때는 눈을 위로 보였다. "안녕하셔요?" 하고 로랑이 물으면, 머리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그것은, "고맙습니다. 아주 건강합니다." 라는 뜻인 것이다. 이제 로랑은 실험실에 나가는 것이 즐겁기까지 했다. 로랑의 일은 일자로 정해져 있었다. 아침 실험실에 들어서면 우선 민첩하게 기계들을 조사하고, 다음은 머리의 체온을 재어 일기에 기록한다. 그리고 나면 알코올에 적신 해면으로 머리의 얼굴이나 , 눈과 코를 깨끗이 씻고 빗으로 머리카락을 곱게 빗겨 준다. 로랑의 부드러운 손이 닿으면 박사의 머리는 아주 기분이 좋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이렇듯 날마다 머리의 시중을 들고 있는 동안에, 어느 사이엔가 로랑은 머리에 대해서 마치 불구의 자식을 불쌍히 여기고 두둔하는 어머니와 같은 심정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아침 일과가 끝나면 로랑은 박사의 머리와 독서를 시작한다. 우선 로랑은 새로 나온 의학 잡지나 의학에 관한 책들을 안고 와서 머리에게 보여 준다. 머리는 일일이 그것을 눈으로 보고, 읽고 싶은 논문이 있으면 신호를 한다. 로랑은 박사의 머리가 읽고 싶다는 잡지나 책을 받침대 위에 기대 놓고, 머리의 움직임에 주의하면서 책장을 넘기며 읽게 한다. 머리는 다만 책을 읽는 것뿐이 아니고, 중요한 사항이 있는 곳이면 붉은 선을 그을 것을 로랑에게 부탁했다. 로랑은 연필로 확인하면서 머리가 원하는 대로 붉은 선을 쳐주었다. 로랑에게는 박사의 머리가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일을 하는지 수가 없었다. 아마 머리는 아무 일도 없기 때문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읽거나, 옛날의 하던 습관대로 중요한 곳에 밑줄을 긋거나 하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 로랑은 자기 집에서 의학 잡지를 읽고 있던 케룬 교수의 새로운 논문을 발견했다. 논문에는 다른 학자들의 논문도 많이 인용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가 도우엘 박사에게 부탁을 받아 자기가 붉은 줄을 곳뿐이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일일까? 케룬은 박사의 머리가 연구한 것을 자기 이름으로 잡지에 발표하고 있다. 이런 비겁한 일도 있을까 하고 로랑은 화가 치밀었다. 다음날, 로랑은 실험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머리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즐겨 논문에 붉은 줄을 긋고 계십니다만, 그것은 무엇 때문이죠? 케룬 교수는 그것을 이용해서 자기 이름으로 논문을 쓰고 있어요. 그걸 선생님께서는 알고 계시는지요.?"
물론 로랑은 머리가 말을 없으니까 대답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케룬의 비겁한 행위가 얄미워 로랑은 이렇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박사의 머리는 갑자기 슬픈 표정으로 되면서, 심각한 눈초리로 로랑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서 머리는 눈을 실린더의 마개를 향해 크게 위쪽으로 치떴다. 머리의 표정에 따라 박사의 생각을 대개 있게 로랑이다. 그것을 보자 머리가 마개를 열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음을 알았다.
" 돼요, 박사님. 그걸 열면 선생님께서는 돌아가시게 돼요."
하고 로랑은 외쳤다. 그러자 박사의 머리는 마치 머리를 흔들 듯이 얼굴의 근육을 씰룩거리며 입술을 자꾸만 움직였다. 그것은, <아니, 나는 죽지 않아요. 그러니 마개를 열어 줘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는 머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로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로랑은 필시 여기에는 무슨 까닭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케룬은 믿을 없는 인간이다. 어쩌면 마개를 열어도 박사의 머리는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로랑은 결심하고 실린더의 마개를 비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머리의 목에서 씨익 하는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 , ,"
라는, 고장난 축음기 같은 목쉰 듯한 떨리는 목소리가 끊길 것처럼 들려왔다.
 
머리와의 대화
 
역시 케룬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실린더 속에는 압축된 공기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실린더의 마개가 열림으로써 박사의 머리는 이제 말을 있게 되었다. 실린더 속의 공기가 목을 통하여 머리의 성대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사의 머리는 이미 보통 사람과 같은 목소리는 없게 되어 있었다. 목덜미의 신경이 끊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히 듯한 떨리고 억눌린 같은 목소리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거기에 주위의 근육이나 성대도 망가져 있어서, 머리가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공기가 씨익 씨익 하는 소리를 내며 목에서 새나갔다.
"로랑 , 언제나 친절히 대해 주어서 고맙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케룬 군이 실린더의 마개를 막아버렸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었소."
하고 도우엘 박사의 머리는 말했다. 로랑은 머리가 말하게 사실에 놀라기에 앞서, 박사에게 물어 보고 싶었던 일이 너무나 많았으므로 서둘러 이렇게 말했다.
"아뇨, 인사는 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선생님, 케룬이란 사람은 나쁜 사람이군요, 도대체 분은 선생님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케룬 군은 나의 조수였다오. 나는 죽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내어 그것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오. 실험은 진행되었소. 개의 머리를 소생시키는 일에도 성공을 거두고, 이제 사람의 머리를 소생시키는 실험에 착수하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자신이 보는 바와 같이 유리 테이블 위에서 머리만으로 살아 있는 신세가 버렸다오."
"그건 어떻게 영문인가요? 케룬 씨는 박사님이 급환으로 돌아가셨다더군요. 그리고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박사님 자신의 시체를 실험용으로 달라고 유언하셨다고 그랬어요. 그게 사실인가요?"
"글쎄, 참말이라고도 있고, 거짓말이라고도 있겠지. 나는 항상 지병인 천식으로 고생을 했소. 그러나 천식의 발작 때문에 정신을 잃은 일은 아직 번도 없었소. 그런데 그때는 마침 케룬 군이 옆에 있었어요. 그는 내가 발작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서 내게 약을 먹여 주었지요. 그리고서 나는 정신이 희미해졌지. 내가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나는 머리뿐이 되어서, 유리 테이블 위에 있었으며 옆에 케룬 군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뭐가 뭔지 수가 없다오. 내가 정말로 천식이 발작해서 죽은 것인지, 아니면 케룬 군이 약의 분량을 틀려서인지, 흑은 일부러 틀리게 해서 때문에 죽은 건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수가 없어요. 그런데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나의 논문 말이오. 나는 죽기 조금 전에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을 작성하고 그걸 인쇄에 돌리려고 케룬 군에게 맡겼지요. 논문에는 인간의 머리를 되살려내는 실험 방법이 자세히 씌어 있었지요. 케룬 군은 훌륭한 학자이고, 또한 뛰어난 의사이기도 해요. 그러나 매우 공명심이 강한 사나이지요. 언제나 무엇인가 연구 결과를 발표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한 케룬 군이 나의 세상을 깜짝 놀라게 실험의 논문을 손에 넣게 되었을 , 순간적으로 실험을 자기의 이름으로 발표하고 싶었었는지.... 아니,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이지 확실한 것은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나는 내가 죽거든 몸을 학문을 위해 써달라고는 했지만, 이렇듯 머리를 다시 소생시켜 달라고는 유언한 일은 없어요."
"그러한데 어째서 박사님께서는 케룬을 도와 새로운 논문을 쓰게 하시나요?"
박사의 머리는 말을 듣자, 슬픈 듯이 로랑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케룬 군은 나의 뒤를 이어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는 유능한 학자이긴 하지만, 아직 자기 혼자의 힘으로 실험을 완성시킬 수는 없어요. 그래서 그는 비참한 나의 머리에게 가르쳐 주십사 하며 온답니다. 나는 일생을 과학만을 위해 몸바쳐 사람입니다. 사람의 머리를 다시 소생시키는 일은 나의 학자로서의 마지막 목적이었단 말이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목적만은 완성시키고 싶소.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 일도 자신이 수가 없지요. 실험을 하는 일도, 어려운 수술을 하는 일도 모든 것이 말이오. 그래서 내게는 케룬 군이 필요한 거요. 나는 로랑 양이 돌아가 버리고 나면, 여기서 케룬 군과 같이 실험을 하고 있소. 말하자면 내게 케룬 군이 필요하듯이 케룬군도 역시 내가 필요한 거요. 그가 머리만의 나를 살려 것도 때문이오."
"선생님은 정말 불쌍하신 분이군요."
"나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불쌍하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도 정신이 들어 머리만 절단된 유리판 위에 놓여 있는 것을 알았을 , 죽어 버릴 까도 생각해 봤어요. 그러나 내게는 자살조차 수가 없다오. 사람들이 있는 일을 나는 무엇하나 없단 말이오.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는 이렇듯 머리만 잘린 인간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이해할 없을 거요."
박사의 머리는 눈을 감고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생각해 눈을 들어 이렇게 말했다.
"로랑 , 내게는 당신과 나이가 비슷한 아들이 있소. 지금은 영국에 살고 있는데, 아들을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견디겠소. 허나 만약 아들이 이렇게 비참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변한 나를 본다면 얼마나 슬퍼하고 통탄하겠소."
"선생님은 케룬에게서 이런 몹쓸 일을 당하시면서 어째서 그를 용서하시는 건가요?"
" 나에게 무슨 일을 있단 말이오. 지금의 나에게 있는 일이 있다면,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일이 아니면, 입술을 움직이는 일뿐인걸."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은 케룬보다 강하십니다. 나쁜 남자를 위해 논문이나 실험 지도를 그만두시면 되잖아요."
"나도 그만둘까 하고 번이나 생각해 봤소. 하지만 실험은 내게 있어서 목숨보다 소중한 일이라오. 그래서 어떻게든 케룬을 도와 실험을 성공시켜야 하는 거요."
"저는 참을 수가 없어요. 저는 남자를 법에 고발하겠어요."
"아가씨가 화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오. 따라서 케룬을 고발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지요. 그러나 지금은 상태로 눈감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실험이 성공할 때까지는 모든 것을 비밀로 두지 않으면 되오."
마침 그때, 다음 방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흔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랑은 황급히 실린더의 마개를 비틀었다. 박사의 머리의 목소리는 끊어지고, 입으로 씨익 하고 공기가 새는 소리가 났다.
 
실험실의 새로운 손님
 
케룬은 실험실로 들어서자, 의심스러운 로랑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로랑 ? 안색이 몹시 나쁜데 ......"
로랑은 하마터면, " 살인마!"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디 맥을 짚어 볼까요. 오오, 맥이 고르지 못하군 그래. 몹시 신경이 흥분된 모양이지. 하긴 그렇기도 하겠지, 일은 신경이 약한 사람에게는 힘드는 일이지. 하지만 나는 아가씨가 열심히 일해 줘서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의 월급을 지금 당장 2배로 올려 주기로 하지요."
케룬의 갑작스런 말에 로랑은 그저 어안이 벙벙해서 다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케룬은 무엇인가 대단히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으로 싱글벙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아가씨가 하는 일도 바빠질 거요. 드디어 실험을 발표하기로 했다오. 이미 신문에서도 아주 떠들어대고 있으니까.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를 공개한다고 하니까, 세상은 온통 야단법석이오."
"박사의 머리를 공개하실 셈인가요?"
" 천만에, 박사의 머리라니. 시체에서 잘라 머리지. 시체는 아마 내일쯤 여기에 운반되어 거요. 그래서 박사의 머리를 다음 방으로 옮기고, 그밖에 이것저것 준비를 두지 않으면 되겠소,"
"대체 그건 누구의 시체인가요?"
"글쎄, 그건 나도 없소. 다만 확실한 것은 오늘은 아직 시체가 아닌 아주 건강하고 원기 발랄한 살아 있는 인간이란 말이오."
말을 듣곤 로랑은 너무나 무서워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저 케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습을 보자 케룬은 우스워 참겠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 그렇게 놀랄 없어요. 파리에는 교통사고나 밖의 사고로 죽어간, 신원을 없는 시체만을 안치해 두는 시체 안치소라는 있지 않소. 거기에 시체를 하나 부탁해 두었어요. 대도시에서는 매일매일 , 아니 명이라는 사람이 자동차에 치거나 공장 사고 등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아침까지도 팔팔하게 살아 있던 사람이 저녁이면 자동차에 치거나, 밖의 사고로 죽으리라고 누가 보장을 하겠소. 그래서 시체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내게는 신선한 시체가 필요한 거요. 죽은 시간 이내에 여기로 운반되지 않으면 되오."
로랑은 케룬이 무서웠다. 정말 무서운 인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무서운 인간일 줄은 몰랐다. (언젠가 나는 반드시 케룬을 고발하리라.) 하고 로랑은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다. 다음날, 참말로 실험실 해부대 위에는 시체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것은 아직 젊은 여자의 시체였다. 얼굴은 곱게 화장을 채로 였으며, 눈은 놀란 듯이 크게 뜨고 있었다.
" 밖에도 아직 시체는 많았지만, 머리를 부딪쳐서 뇌를 상했거나 독약을 먹고 죽은 시체뿐이어서 찾느라고 무척 애를 먹었지요. 그러다가 겨우 하나 마음에 드는 찾아 왔어요. 이건 카페의 댄서였던 여자요. 손님들끼리 서로 싸움이 벌어져 권총을 잘못 맞고 죽은 거라오. 탄환이 심장을 꿰뚫었지요."
이렇게 말한 다음, 케룬은 익숙한 솜씨로 단번에 여자의 머리를 동체에서 댕강 잘라냈다. 그리고는 동체는 밖으로 운반해 보내고, 머리는 유리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혈관이며 목구멍에 관을 연결시켰다.
", 모두 됐어. 이젠 전부의 마개를 열기만 하면 머리는 다시 소생하는 거요. 로랑 , 플라스크의 마개와 실린더의 마개를 전부 열어요."
하고는 잠시 로랑 쪽을 보면서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 실린더 속에 들어 있는 독물이 아니오. 머리가 말을 있도록 하는 공기가 들어 있는 거요. , 시원하게 마개를 열어 줘요."
로랑은 전부의 마개를 옅었다. 최초에는 여자의 얼굴에 붉은 빛이 돌았다. 그리고 눈꺼풀이 약간 보일 움직였다.
"피가 돌기 시작했군. 성공이다."
여자의 눈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쪽으로 향했다.
"정신이 들었군. 좀더 공기를 세게 해요?"
로랑이 실린더의 마개를 활짝 열어제치자 목구멍에서 씨익 하는 소리가 났다
"어머, 여기가 어디죠?"
하고 불쑥 여자의 머리가 알아들을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여기는 병원이라오, 아가씨."
라고 케룬이 대답했다. 여자의 머리는 눈을 움직여 사방을 둘러보더니 눈이 아래쪽으로 갔을 ,
"! 몸뚱이가 없어요! 발도 손도 없어!" 하고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래요 아가씨. 당신은 머리만이 살아 있는 거요."
"어쩌면 이런 무참한 짓을 한단 말예요? 몸뚱이가 없이 살아갈 없단 말예요. 이런 꼴로는 춤도 없단 말야. 어서 몸뚱이를 돌려 줘요. 강도, 살인자!"
"아가씨, 침착해요. 당신은 권총에 맞아 죽었던 거요. 그걸 내가 과학의 힘으로 소생시켜준 거요. 당신은 감사해야 마땅하다오. 하긴 머리만을 소생시킨 것은 안됐지만 말이요."
"싫어요, 싫단 말예요. 머리만 살아 있음 해요. 이게 무슨 꼴이어요. 아무라도 좋으니까 여자의 몸뚱이라도 붙여 줘요. 선생님은 아까 과학의 힘으로 저를 살려냈다고 하셨죠. 과학으로 그렇게 있다면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갖다 붙일 수는 없나요?"
" 있을지도 모르지. 글쎄, 얌전히 하고 있으라니까. 머지않아 멋진 동체를 골라다가 붙여줄 테니까."
이렇게 말하고 나서, 케룬은 로랑에게 눈짓을 하고 실린더의 마개를 막게 했다. 그리하여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여자의 입을 봉해버렸다.
"로랑 , 당신의 일이 이제부터 바빠지겠군."
하고 케룬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빌케의 명안
 
케룬이 로랑의 일이 바빠지겠다고 말은 사실이었다. 머리를 다시 살려 받은 여자의 이름은 빌케라고 했다. 여자의 머리는 박사의 머리와는 달리, 유리 테이블 위에서 얌전하게 하고 있지 않았다. 박사는 학자이니까 육체가 완벽하게 있었을 때도, 책을 읽거나 무엇을 생각하거나 하는 일이 생활의 전부였다. 박사는 지금은 머리 뿐으로 버렸지만, 여전히 두뇌를 써서 과학 연구를 하고 있으므로 어쩌면 예전과 같은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박사는 생각보다는 별로 심심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빌케는 그렇지가 않았다. 카페의 댄서였던 빌케는 다리를 들고뛰고 떠들썩하며 춤을 추는 일이 직업이었기 때문에, 육체가 없이 살아 있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여자는 심심해서 소리로 떠들어대거나, 아니면 갑자기 우울해져 시무룩해지곤 했다. 케룬은 빌케의 머리가 심심한 나머지 아주 약해져서 공개할 없게 될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빌케가 심심해하지 않도록 이것저것 신경을 썼다. 로랑은 빌케를 위해서 영화 기사가 되어 실험실 안에서 영화를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빌케도 재미있게 보고 있었지만 싫증이 나서 ,
"다른 여자들이 고운 옷을 입고, 즐겁게 걸어가고 있는 따위는 보기도 싫어."
하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라디오도 그리 오래는 계속되지 못했다. 음악을 들으면,
"아아, 나도 춤을 추고 싶어. 아주 춤의 명수였단 말야. 얼마나 멋지게 추었는데. 그런데 이게 뭐람."
하며 아주 슬프게 울어대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랑은 빌케를 위해 새롭고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차례로 이것저것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거기에다 빌케는 제멋 대로였으며, 매우 멋을 부렸다. 아침에 로랑이 실험실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빌케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로랑 , 미안하지만 거울 빌려 줘요."
그래서 로랑이 거울을 보여 주면,
"미안하지만 머리 빗겨 없을까요? 아무 일도 없지 않수. 그러니 얼굴에 크림도 발라 주고, 입술 연지도 발라 줘요."
하는 식이다. 그날도 아침부터 빌케의 머리는 로랑을 붙들고,
"저어, 부탁이 있는데 긁어 줘요. 가려워서 죽겠단 말야. 좀더 오른쪽으로, 좀더 세게, 아니 조금 위쪽, 아이 안타까와."
그러고 있을 , 케룬이 마침 지나치다가 명랑하게 인사말을 걸었다.
"오오 아가씨, 안녕하시오?"
그러자 빌케는 기다리고 있은 듯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 선생님. 그런데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언젠가 내게 사람의 동체를 붙여주시겠다고 말씀했잖아요. 저는 하루 발리 새로운 동체를 달고 춤추고 싶단 말이어요. 그러니 선생님, 어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몸을 찾아다가 붙여 주셔요."
"그래, 그러지요. 하지만 여자의 동체가 아니면 되는 거지. 남자의 몸이라도 괜찮을 텐데......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제 여자가 아닌, 코밑에는 수염이 돋고 턱에도 수염이 테고 목소리까지 변해버릴텐데, 그럼 좋지 않을는지."
"싫어요, 싫어요. 저는 절대로 여자가 아니면 싫어요."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주지. 어디 열심히 젊고 아름다운 미인의 몸집을 찾아다 주지."
"어머, 선생님 감사해요. 선생님이라면 틀림없이 머리에 동체를 달아 주실 있을 거여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그렇고말고. 정도의 일은 내게 있어선 아무 것도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서 케룬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멋진 생각이군. 사람의 시체에서 사람의 인간을 만들어낸다! 이건 도우엘 박사도 생각 못한 훌륭한 명안이야. 죽은 인간의 머리를 살려낸 것도, 실험을 성공시킨 것도 도우엘 박사였지. 그러니까 가령 실험을 이름으로 발표한다고 해도 그건 내게 있어서 진정한 명예는 못돼. 그러나 죽은 사람의 머리하고 동체를 각각 맞붙여서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것이며, 그것을 자기 손으로 성공시킬 수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게 있어서 진정한 명예가 되는 거다. 실험으로 인해서 단번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학자가 것임에 틀림없다. ) 그리고서 케룬은, '좋아, 어떤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 테다!, 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케룬의 실험
 
케룬은 자신 만만하게, "그런 나에게 문제도 되는 일이야." 라고 했지만 천만의 말씀, 그것은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실험이었다. 케룬으로서는 도저히 해결할 없는 문제가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실험을 자기 혼자 힘으로 성공시키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도우엘 박사의 머리 힘을 빌리지 않으면 되었다. 케룬은 마침내 박사의 머리 앞에서 자기의 새로운 실험에 대해 설명하고 아무쪼록 힘을 빌려 주십사고 머리를 숙여 부탁했다. 박사는 케룬의 설명을 듣자, 실험에 대해서 케룬보다 흥미를 나타냈다. 박사의 열성은 케룬 이상이었다. 박사는 매일 케룬에게 실험에 대한 도움의 말을 해주었으며 지도를 계속했다. 케룬이 전연 생각지도 못한 중대한 문제를 생각해 내는가 하면, 크게 틀린 것을 발견해서는 주의를 주곤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드디어 동물 실험으로 들어갔다. 2마리의 개의 머리와 동체를 이어 붙이는 실험이다. 실험을 실제로 것은 물론 케룬이었지만, 그는 실패만 거듭하여 개를 여러 마리 죽였으므로 그때마다 박사의 머리에게 몹시 꾸중을 들었다. 그러나 마침내 어느 . 케룬은 머리는 검고 동체는 마리의 개를 끌고 의기 양양해서 박사의 머리가 있는 방에 나타났다.
"박사님, 어떻습니까? 이걸 보십시오. 이건 검은 개의 머리와 개의 동체를 이어 붙인 합성 개입니다. 훌륭히 살아 있죠. 실험은 대성공입니다."
하고 자랑을 했다. 개는 박사의 머리를 보자, 갑자기 털을 곤두세우고 몹시 짖어대면서 박사 머리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괴상한 것을 보고 놀란 모양이다.
"케룬 , 개를 걷게 보게나."
하고 박사가 말했다.
케룬은 개를 데리고 박사의 머리 주위를 두세 돌았다. 개의 걷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도우엘 박사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케룬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 개는 뒷다리를 질질 끄는군. 처음부터 다리를 절었던가?"
"아뇨,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수술할 시간이 걸려, 심장의 활동과 호흡을 너무 길게 멈추어서 그렇군. 그래서 개는 신경 계통이 잘못 되어 다리를 저는 거야. 앞으로는 좀더 세심히 주의를 하지 않으면 . 빌케양의 수술에 실패해서 여자를 절름발이로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게."
말을 듣고 케룬은 몹시 못마땅했다. 도우엘 박사가 머리뿐인 지금도 옛날처럼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꾸짖듯이 용서 없이 꾸중하기 때문이다. , 제까짓 것이! 공기 구멍의 마개를 조금만 비틀면 펑크 타이어처럼 김이 빠져 숨통이 끊어질 것이라고 마음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케룬은 참고 그와는 정반대로 박사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로 지도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개를 끌고 방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케룬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개를 끌고 휘파람까지 불며, 빌케의 머리가 있는 실험실로 들어갔다.
"아가씨, 안녕하시오? 드디어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날이 왔소. 나는 마침내 실험에 성공했단 말이오. 개를 봐요. 개도 당신처럼 동체는 없이 머리뿐이었소. , 보다시피 틀림없이 완전한 마리의 개의 모습이 되어 살아 있지요. 더욱이 이렇게 건강하게 말이오."
하고 케룬은 빌케에게 개를 자랑하면서 말했다. 말을 듣고 빌케는 볼이 잔뜩 부어 가지고,
"저는 개가 아니란 말이어요. 선생님, 그런 따위만 상대하지 말고 빨리 나를 소생시켜 주셔요."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너무 서둘건 없어요. 적당한 시체, 아니 마땅한 육체가 발견되기만 하면 아가씨를 옛날처럼 손발을 갖춘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그러니까 아가씨는 하느님께 아무쪼록 하루 빨리 멋진 미인이 죽어서 당신을 위해 훌륭한 육체를 남겨놓고 가도록 기도나 드리고 있어요."
"아이, 무서워라! 육체를 얻기 위해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하나 죽어야 하다니.... 그러나 선생님, 그건 물론 죽은 사람의 육체죠. 만일 사람이 찾아와 자기 동체를 돌려달라면 어쩌나요?"
" 사람이라니, 누구 말인가? 죽은 사람 말이지, 그렇다면 걱정 없어. 이미 죽은 사람은 육체가 없으니까 여기까지 걸어올 리가 만무해. 마음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몹시 바쁜 몸이야. 지금부터 시체 안치소에 당신 육체를 찾으러 가야 하니까."
그러면서 케룬은 바쁜 듯이 방을 나갔다. 그날 , 케룬은 검은 안경을 끼고 모자는 깊이 눌러쓰고 외투 깃을 세우고서, 마치 괴상한 도둑 같은 모양을 하고 집을 나섰다.
 
시체 안치소의
 
시체 안치소란 교통 사고나 밖의 사고로 죽은, 신원을 없는 시체를 가족이 찾아올 때까지 맡아 두는 곳을 말한다. 시체들은 넓은 방안 가득히 나란히 열을 지은 대리석 침대 위에 벌거벗긴 채로 뉘이고, 위를 시트로 덮어놓았다. 시체 안치소의 방안은 어둡고 침침하며, 높은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희미한 불빛으로 시체들 위를 비치고 있다. 마치 묘지처럼 으스스하고 기분 나쁘다. 케룬은 벌써부터 길게 이은 시체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이따금 시트를 들쳐서 시체를 들여다보곤 했다. 그는 실험용 시체를 언제나 여기서 구했다. 시체는 3 동안만 여기 놓아두고, 동안에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공동묘지나 병원 해부실로 옮겨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3일이나 지난 시체는 이미 썩기 시작해서 케룬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시체 안치소의 직원에게 돈을 집어주고 시체하고
 오래 시체의 날짜를 바꿔치기 해서 아직 죽은지 얼마 되는 시체를 손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케룬은 시체에 특별 주문이 있었다. 얼굴은 어떻든, 신체에 상처가 없고 특별히 뛰어난 훌륭한 육체를 가진 시체라야 했다. 그런데 시체 안치소의 시체들은 대개는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들은 거의가 자동차를 가지고 있을 만한 부자가 아니라, 육체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육체가 부드럽고 미끈하지가 못하다. 억세고 거칠어서 빌케가 바라는 같은 멋진 육체의 소유자는 별로 없다. 그러므로 케룬이 아무리 눈이 벌개서 찾아도 쉽게 만족할 만한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는 동안에 아주 밤중이 되고 말았단. 케룬은 시계를 보며,
"오늘은 글렀군. 단념해야겠다."
하고 중얼거리며 천천히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뜻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다. 파리 근방에서 열차의 충돌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명이라는 사람이 죽고, 다친 사람은 명이나 되었다. 시체 안치소에는 줄을 이어 새로운 시체가 운반되어 왔다. 대리석 침대는 금방 차버렸고, 콘크리트 바닥에 직접 눕혀놓은 시체들도 많았다. 케룬은 눈이 번쩍 띄어.
"이건 대성황이군. 마치 시체 전람회 같다."
하고 몹시 기뻐하며, 주저 없이 시체들 사이를 누비며 하나하나 조사하고 다녔다. 그러나 원래 열차의 충돌 사고라서 어느 시체나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멋진 육체도 개는 있었지만, 아깝게도 팔이 부러졌거나 발이 잘렸거나 해서 소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시체가 눈을 끌었다. 그것은 아름답고 젊은 여자의 시체였다. 상류 계급의 여자인 훌륭한 옷을 입은 시체에는 상처가 없었다. 머리를 부딪혀서 죽은 모양이다. 케룬은 시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내 시체의 목둘레를 재어 보았다. 36센티다.
"됐어, 빌케의 목둘레하고 같군."
하고 케룬은 돌연 시체의 목에서 값진 목걸이를 벗기고, 그것을 옆에 있던 시체 운반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여보게, 시체를 전처럼 운반해 놓아요."
인부들은 묵묵히 시체를 들것에 올려놓고 시트를 덮어 씌웠다. 그리고 낡은 시체의 하나인 카드로 바꿔 달고서는 밖으로 운반해 냈다. 시체는 자동차로 케룬의 집에 운반되어 왔다. 수술 준비는 이미 완전히 되어 있었다. 시체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케룬은 로랑과 존의 도움을 받으며 재빨리 시체의 목을 잘라냈다. 머리는 존이 헝겊으로 싸서 어디론가 운반해갔다. 케룬은 다시 한번 시체를 세밀히 조사해 보았다. 오른쪽 밑에 조그만 상처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대수로운 일이 없을 테지 하면서 약으로 상처를 지져놓았다.
"그렇군. 빌케 양에게 시체를 보여 주기로 하자."
하고 커튼을 열어 빌케에게 시체가 보이게 주었다.
", 어떻소 ? 멋진 육체는 마음에 드시겠지."
그러자 빌케는 없는 시체를 보고 너무나 무서워서 눈을 있는 대로 뜨고 소리질렀다.
"싫어요, 싫단 말이어요. 이렇게 끔찍한 짓인 줄은 몰랐어요. 안할래요, 그만둬요. 살인마!"
"로랑 , 마개를 비틀어 빌케의 입을 틀어막아 버려요."
"그런데 빌케 양이 저렇게 싫어하는데 수술을 해도 괜찮을까요?"
하고 로랑은 케룬에게 물어보았다.
" 마당에 와서 무슨 소리야. 로랑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으면 돼요."
하면서 케룬은 수술을 시작했다. 그것은 참으로 무섭고도 복잡한 수술이었다. 머리와 동체를 이어 붙이는 수술이라 해도 단지 그뿐이 아니다. 머리와 동체의 혈관이며 신경, 그리고 숨관을 하나도 빠짐없이 빈틈없게 이어 붙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케룬은 어렵고도 복잡한 수술을 훌륭히 해치웠다. 그것은 직접 눈으로 기적을 보는 같았다. 마음속으로 케룬을 증오하고 있는 로랑조차 그만 감탄해 버렸을 정도였다. 수술은 시간만에 끝났다. 케룬은 한숨을 돌리고 로랑에게 ,
", 이젠 심장을 움직여서 피를 돌게 하기만 하면 빌케는 살아나는 거야. 그러나 이건 비밀이니까 누구에게도 보일 없어. 나중의 일은 혼자서 테니까 로랑은 그만 쉬어요."
하면서 로랑을 옆방으로 물러가게 했다. 로랑이 케룬에게 불려간 것은 그로부터 1시간쯤 지나서였다. 빌케의 목에는 붕대가 감겨지고, 위로 깁스가 되어 있었다.
"맥박을 세어 봐요."
로랑은 살며시 빌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이건 놀라운 일이었다. 조금 전만 해도 차디찬 시체의 손이던 것이 지금은 따뜻한 온기를 느낄 있으며, 약하기는 하나 맥박이 뛰고 있지 않은가.
"빌케는 숨도 쉬고 있어. 거울을 얼굴에 갖다대어 보라구. 그것 , 거울이 흐렸지. 그러나 정신이 들려면 며칠 걸릴 테니까 그때까지는 절대로 안정시켜야 . 그러니 로랑은 오늘부터는 우리 집에서 묵으면서 빌케를 돌봐 줘야겠어."
"만약 부탁을 거절한다면 어떡하시겠어요?"
"거절한다면 도우엘 박사의 머리를 약물로 녹여버릴 뿐이지. 로랑이 아무리 고발해 봐도 이미 증거물이 없거든. 도우엘 박사 머리와 말을 했지 ? 아니 숨겨도 별수 없어. 존이 죄다 엿듣고 있으니까. 너는 비밀을 알고 있고, 고발하려고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를 집으로 돌려보낼 없단 말야."
이렇게 말하고 케룬은 방에서 나가버렸다.
"케룬은 어쩌면 이렇게도 무서운 인간일까?
로랑은 그만 몸서리가 쳐졌다.
 
합성 인간
 
빌케가 '되살아난 ' 그로부터 3일째 되는 오후 4시경이었다. 창문을 통하여 들어온 햇빛이 빌케의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빌케는 조금 눈을 뜨고 빛이 들어오고 있는 창문 쪽을 보았다. 정신이 것이다. 빌케는 눈동자를 움직여 로랑의 얼굴을 이상한 바라보고 나서, 눈을 돌려 아래쪽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육체가 있었던 것이다 ! 지금까지 머리뿐이었던 자기에게 틀림없이 동체도 팔도 다리도 모두 붙어 있다. 빌케는 기쁜 듯이 방긋 웃었다.
"아직 말을 해선 돼요. 조용히 자고 있어요. 얌전히 자고 있을수록 빨리 일어날 있어요."
하고 옆에서 로랑이 주의를 주었다. 빌케의 목에 감겼던 붕대와 깁스를 떼버린 것은 그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기분이 어때 ? 어디 자기 같은 기분이 들어요? 발가락을 움직여 봐요."
라고 케룬이 말했다. 빌케는 열심히 발가락을 움직여 보려고 했다. 그러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직 신경 계통의 활동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래요. 계속 열심히 발가락 운동을 해요."
그리하여 빌케는 매일 시간씩 발가락 운동을 계속했다. 드디어 그러던 어느 , 빌케의 왼쪽 엄지발가락이 움직였던 것이다. 죽었던 인간이 진짜 되살아나고, 마침내 움직이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부터서 빌케는 순조롭게 회복이 되어 갔다. 발가락뿐만 아니라 손과 발도 움직일 있게 되었고, 이윽고는 말도 있게 되었다. 빌케가 자유롭게 걸어다니게 되자 케룬은 빌케를 도우엘 박사에게 보이기 위해 데리고 갔다. 빌케는 화장을 하고 새로 맞춘 회색 옷을 입고, 케룬과 팔짱을 박사의 머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케룬 , 장하네. 자네의 수술은 훌륭히 성공했어."
도우엘 박사는 진심으로 케룬을 칭찬하고 축복했다. 케룬은 득의 양양해서 빌케를 데리고 자기 서재로 돌아왔다. 빌케는 케룬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서 말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하지만 저는 돈도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아서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진 것이라는 없으니 어떡하죠?
"그런 걱정은 해도 ."
"아이, 좋아라. 그럼 선생님, 이젠 저를 집에 보내 주시는 거죠."
"뭣이, 돌아간다고?"
", 퇴원시켜 주셔요. 저는 이제부터 제가 있던 카페로 돌아가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테여요."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케룬 쪽이다. 그처럼 고생을 해서 빌케를 되살린 것은 다름이 아니다. 실험을 학계에 발표해서 세계적인 대학자가 되고 싶어서였는데 .
"그건 . 당신은 아직 여기 있으면서 나의 감독을 받아야 . 언제 퇴원 시켜주는 것은 내가 알아서 일이야."
하고 케룬은 화가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듣자 빌케는 볼이 부어 가지고 후닥닥 이층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날, 빌케는 10시가 되도록 일어나서 나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케룬은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 보았다. , 방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창문께로 달려가서 아래를 보니, 시트와 수건을 찢어서 이어 만든 줄이 걸려 있었으며, 밑의 화단이 엉망으로 밟혀 있었다.
"아차, 놓쳐버렸구나,"
케룬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분해했다. 중요한 공개 학술 보고회를 위한 '실물 견본' 도망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뿐인가, 만일 빌케가 여기서 일을 퍼뜨린다면 그야말로 돌이킬 없는 큰일이 벌어지리라.
"빌케에게 박사의 머리를 보여준 실수였어",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다. 그렇다고 경찰에 빌케를 찾아달라고 처지도 된다. 그래서 케룬은 사립 탐정에게 빌케를 수색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립의 명탐정은 수색에 나섰다. 그리하여 어렵지 않게 쉽사리 찾아냈다. 빌케가 그날 회색 옷을 입고 케룬 집의 높은 담을 넘어 택시를 잡아타고 전에 일하고 있던 카페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빌케가, 틀림없이 죽어버린 빌케가 다시 카페에 모습을 나타냈을 , 그의 친구들이나 손님들은 기절해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빌케는 사실대로 얘기하지는 않았다. 시체 안치소에 운반되었지만,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을 알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그리하여 거기서 오래 치료를 받은 끝에 돌아온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빌케는 사실이 알려지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체의 여자 가족들이 달려와서 육체를 돌려내라고 야단을 칠는지도 모르겠고, 케룬이 자기를 다시 끌어가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많은 손님들에게 완쾌 축하의 갈채를 받은 빌케는 그날 밤으로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붉은 머리의 안나라는 여자 친구와 친구와 남편인 금고 뚫기의 명수인 존이라는 사나이 셋이었다. 사립 탐정이 조사해서 알아낸 바로는 거기까지 뿐이었으며, 뒤의 빌케의 행동은 전혀 수가 없었다.
 
괴상한 미녀
 
여기는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해변가. 바다 가까이 있는 어느 호텔에 사람의 청년이 머물고 있었다. 사람은 에셔 도우엘이라는 대학생으로서, 최근 병으로 세상을 떠난 도우엘 박사의 외아들이다. 사람은 아르망 라아레라는 젊은 화가. 라아레도 바로 얼마 전에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잃어버렸다. 유명한 여배우였던 동생 안젤리카가 파리의 열차 사고 행방 불명이 되어, 아직까지 생사조차도 수가 없다. 사람은 각기 아버지를 여읜 슬픔과 동생을 잃어버린 슬픔을 달래기 위하여 경치가 좋은 해안을 찾아왔던 것이다. 라아레는 해변가에 와서도, 밤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화려한 장소로 찾아가서 쓸쓸함을 달래었다. 날도 라아레는 초저녁부터 기차를 타고 몬테카를로로 달려갔다. 그가 호텔에 돌아온 것은 다음날 오전 4시가 되어서였다. 방안으로 뛰어든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고 몹시 흥분해 있었다. 라아레는 억지로 에셔를 일으키고는 이렇게 말했다.
"에셔, 세상에 이런 이상한 일도 있을까? 나는 오늘 안젤리카를 봤어."
", 그럼 동생이 살아 있단 말인가?"
"아니, 그게 이상하단 말야. 여자의 얼굴은 내게 전혀 기억이 없는데, 여자의 몸집은 분명히 동생이란 말야."
"잘못 것일 테지. 아마 같이 닳은 여자일거야."
"아니야, 화가야. 눈이 틀릴 리가 없어. 그리고 나는 번이나 동생을 모델로 왔기 때문에 알고 있단 말야, 틀림없어. 더욱 이상한 것은 여자의 목소리야. 여자는 일행인 붉은 머리의 여자와 인상이 나쁜 사나이와 함께 카페에 있었는데 노래를 불렀어.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버렸다네. 왜냐구? 여자가 높은음으로 노래를 부를 때는 좋은 목소리가 아닌데, 낮은음으로 부르면 아주 멋있는 음성이 . 그런데 그게 안젤리카의 목소리 그대로란 말야. 나는 마치 여자의 목에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생각되어 견디었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아직도 많아. 여자는 회색의 옷을 어깨를 들어내고 입고 있었는데 어깨에 점이 있어. 우리 안젤리카도 바로 그곳에 점이 있었거든. 그리고 안젤리카는 팔을 이렇게 올릴 아주 고상한 동작을 쓰는 버릇이 있었는데, 여자도 그대로의 동작을 하더군. 틀림없이 그건 우리 안젤리카야."
"하지만 자네는 여자의 얼굴은 전혀 모르는 얼굴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하는 거지. 여자는 폭이 4센티 되는 보석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는데, 내게는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수술한 흔적을 감추려고 일부러 같이만 생각되."
"하하 라아레, 목걸이 위쪽은 자네간 알지 못하는 여자의 얼굴이고, 아래는 자네 동생의 몸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싶단 말이지. 말하자면 합성인간이라 말인가. 그런 엉뚱한 일은 지금의 의학으로는 수가 없어요. 아니, 잠깐만......"
하면서 에셔는 도중에서 무엇인가 생각이 떠오르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아버지인 도우엘 박사의 일을 생각해 것이다. 에셔는 언젠가 자기의 아버지가 행한 절단한 개의 머리를 되살려내는 실험에 입회한 일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죽은 사람의 머리를 되살려내는 일도 머지않아 있다. 그리고 나는 장차 죽은 사람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 이런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버지라면 죽은 사람의 머리와 몸을 이어 붙여 다시 되살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이미 세상에 계시는 것이다. 그러나 잠깐만, 아버지에게는 훌륭한 조수들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어느 조수인가가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받아서 합성 인간을 만들어낸 것이나 아닐까 ?
"내게도 마음에 걸리는 데가 있어. 자네는 여자에게 접근하며 좀더 자세히 알아보게."
그러자 라아레는 말에 기운을 얻고서 그대로 했다. 뒤로 끈기 있게 몬테카를로에 다니며 수수께끼 같은 회색 옷의 여자와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 라아레는 에셔와 함께 여자에게 부탁해서 바다로 요트놀이를 갔다. 요트가 바다로 나아갔을 , 이상 참을 없게 라아레가 여자 옆으로 다가가서,
" 목걸이 멋집니다. 잠깐만 보여 줘요."
하면서 번개같이 목걸이를 잡아챘다. 여자의 목에는 돌려 장미 빛의 흉터 자국이 있었다.
" 상처는 어떻게 거요?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
여자는 바로 빌케였다. 빌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채셔와 라아레는 놀라 급히 간호를 했다. 빌케는 정신이 들자, 사람 앞에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말했다.
"제발 저를 죽이지 말아 주셔요. 몸을 뺏지 말아 주셔요. 저는 아무 죄도 없단 말이어요.
그러면서 모든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저는 이런 무서운 수술은 그만둬 달라고 사정했어요. 그런데 케룬 선생님이 억지로 수술을 해버린 거여요."
"뭣이, 케룬?"
하고 에셔는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아버지에게 케룬이 조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그렇다면 역시 케룬이 아버지의 연구를 빼앗아 합성 인간을 만들어낸 것임에 틀림없다.
"빌케 , 당신은 아까 케룬의 집에서 남자의 머리를 보았다고 했지요. 그건 사람이 아닙디까?"
하며 에셔는 장의 사진을 꺼내서 빌케에게 보여 주었다.

"맞아요, 이분이 틀림없어요."
하고 빌케는 대답했다. 말을 들은 에셔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비실비실 쓰러지며 기절해 버렸다. 이번에는 라아레와 빌케가 놀라서 에셔를 간호했다. 에셔는 이윽고 정신이 들자 이렇게 말했다.
"라아레, 이건 보통 범죄가 아냐. 케룬은 우리 아버지가 죽었다고 속이고, 몰래 아버지의 머리를 소생시켜 그걸 이용해서 뭔가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빌케 양에게는 아무 죄도 없는 알았소. 빌케 , 아무쪼록 우리와 힘을 합해서 아버지의 머리를 빼내는 일에 협력해 주시오"
"좋아요. 기꺼이 도와 드리겠어요. 대신 당신들께서 몸뚱이를 달라고는 하시겠죠."
그러자 라아레가 처음으로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당신이 우리의 일을 지켜만 준다면 그런 일은 없을 거요. , 지금부터 파리의 우리 집으로 가서, 케룬의 비밀을 세상에 폭로시킬 계획을 세웁시다."
 
케룬 교수의 희생자
 
파리에 도착하자, 라아레는 빌케를 자기 집의 제일 좋은 방에서 거처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날부터 빌케의 발이 몹시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다. 케룬은 빌케에게 얼마동안 얌전히 있을 것이며, 절대로 춤을 추거나 하면 된다고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빌케는 케룬의 집을 빠져나가자 곧장 카페로 가서 춤을 추었고, 남프랑스의 해안에서는 라아레에게 이끌려 테니스를 치곤 했다. 빌케는 육체를 받고 다시 살아났을 때부터 오른쪽 발바닥에 약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발바닥의 조그만 상처부터 시작한 아픔이 점점 번져서 더욱 세게 아픈 것이다. 그래서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몸을 가눌 수도 없을 만큼 중태가 되어, 빌케는 진종일 침대에 드러누워 신음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라아레는 몹시 놀라서 의사를 부르곤, 옆에 붙어서 간호했다. 라아레에게 있어서 빌케는 동생 안젤리카의 재생이었다. 빌케가 괴로워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없어, 라아레는 정성을 다해서 간호했다. 빌케는 그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다. 빌케는 세상에 태어나서 오늘까지 남에게서 이처럼 친절한 대우를 받은 일이 없다. 마치 라아레가 자기의 친오빠처럼 생각되었다. 빌케의 얼굴은 점점 변했다. 빌케는 사실은 이미 서른 살에 가까운 카페의 댄서인데도, 얼굴의 주름살도 어느 없어지고 얼굴빛도 아주 젊고 싱싱하게 되었다. 그것은 빌케의 새로운 육신, 안젤리카의 젊은 육체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안젤리카는 이제 겨우 20살이 되었을 뿐이었다. 안젤리카의 속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빌케의 머리에 영향을 주어, 그녀를 젊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마저 소녀처럼 깨끗하고 상냥하게 만들은 것이었다. 한편 라아레가 빌케를 간호하느라고 시간을 뺏기고 있을 동안, 에셔는 케룬의 비밀을 탐지하기 위해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케룬의 비밀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로랑을 만나야 한다.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라고 생각한 에셔는 로랑을 찾았다. 로랑의 집은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로랑은 이미 케룬 교수 댁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집에도 없어요."
하며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오른 로랑의 어머니는 말했던 것이다.
"뭐라고요, 어디 갔나요?"
"병원이어요. 정신 병원에 들어갔답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로랑은, '일이 바빠서 당분간 교수 댁에서 머물게 되었으니 걱정하지 마셔요.'라는 편지를
 보낸 ,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걱정이 돼서 차례나 케룬의 연구실로 찾아가 보았지만, 끝내 로랑을 만나게 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케룬에게서,
로랑양은 관계로 매우 신경이 날카롭게 되었으므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습니다.
라는 편지가 날아왔다. 깜짝 놀란 어머니는 파리 교외에 있는 라비노 정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병원에서는 규칙이라면서 일체 면회를 시켜 주지 않았다. 늙고 병든 어머니는 어찌할 줄을 몰라, 그저 딸의 건강만을 생각하며 매일 울면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말을 들은 에셔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케룬이란 자는 도저히 용서할 없는 잔인한 놈이오. 로랑 양이 그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감금시킨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로랑 양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는데, 이젠 오히려, 우리들이 로랑 양을 구하러 가야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크게 잡수시고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로랑 양을 구해 가지고 테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에셔는 날듯이 라아레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거기서도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큰일 났어. 그녀가 도망쳤다."
하며 라아레는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 누가 도망쳤다고?"
"바로 빌케 양이 도망가 버렸단 말야,"
" 도망쳤는지 차근차근히 얘기해 ."
"빌케양은 아침부터 발이 몹시 아프다고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기에 의사를 불렀지. 발이 보라색으로 퉁퉁 부어, 의사는 입원시키고 수술을 받으라고 했어."
"그렇다면 입원시켰으면 좋았을걸."
"그런데 빌케 양이 죽어도 병원에는 가겠다는 거야. 병원에 가면 목의 흉터를 보고, 자기 정체가 탄로 테니까 싫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되어 도망갔나?"
"내가 겨우 빌케 양을 설득시켜 놓고, 병원에 가서 입원 수속을 하는 동안이었어. 빌케양은 집안 사람들에게, 내가 병원에서 오란다는 거짓말로 감쪽같이 속이고 자동차로 도망가 버렸대. , 이런 편지를 놓고 말야."
하며 장의 편지를 에셔에게 건네주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라아레 , 아무쪼록 저를 용서해 주셔요. 제가 나쁜 거여요. 제가 케룬 선생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죄를 받은 거여요. 저는 지금부터 케룬 선생의 연구실로 가겠어요. 케룬 선생님은 나를 되살려낸 정도의 명의사시니까 틀림없이 발을 고쳐 있을 거여요. 그러니 제발 저를 찾지 말아 주셔요. 하루 속히 나아서 다시 있도록 빌겠어요.
 
전지를 읽고 에셔의 얼굴이 변했다.
"역시 케룬에게 돌아간 거로군. 그렇다면 이건 큰일인데. 빌케 양이 우리의 일을 얘기하면, 케룬은 틀림없이 우리의 복수가 두려워서 아버지의 머리나 빌케 양을 약물로 없애버릴 거야. 틀림없어."
"아니, 빌케양은 절대로 얘기하지 않을 거야. 요트께서도 그렇게 굳게 맹세했고, 무엇보다 나를 친오빠처럼 따르고 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해 보세. 빌케 양이 도망쳐버린 지금, 별수 없이 더욱 로랑양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네. 어떻게든 빨리 로랑 양을 구출하고 싶지만, 라비노 병원은 대단히 경계가 심하다니까 섣불리 손을 없어. 만약 실수해서 우리들의 일을 적이 알게 되면, 그야말로 후회해 봐도 돌이킬 없는 큰일이야. 그러니까 일은 아무튼 우리 이외의 사람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지. 이런 모험적인 일에는 안성맞춤인 사나이가 있어."
"그게 누군데?"
" 친구인 샤우프 군이야."
 
라비노 정신 병원
 
쾌남아, 이름은 샤프, 나이는 23. 모든 운동의 챔피언이며, 모험적인 일이라면 세끼 밥보다도 좋다는 사나이다. 샤프는 라아레에게서 사건의 전모를 듣고, 로랑을 구출해 내는 일을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3 후에는 반드시 로랑을 구출해 오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용감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3일은커녕, 샤프는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이 옷은 너덜너덜, 몸에는 할퀸 상처투성이가 되어 풀이 죽어 돌아왔다.
"도저히 되겠어. 거긴 병원이 아니라 감옥이야."
라고 말하면서, 샤프는 라아레들에게 그의 1 모험에 대해 이렇게 보고했다. 용감하게 나서서 라비노 정신 병원으로 뚫고 들어가려던 그는, 병원은 그만두고라도 문안에도 들여놓지 못했던 것이다. 병원 주위는 마치 성벽처럼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정문에는 보기에도 무섭고 험상궂게 생긴 문지기가 버티고 서서 누구도 문안에는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 병원을 출입하는 상인조차도 밖에서 일을 끝내고, 안에는 일체 들여보내지 않는다. 샤프는 밤이 되기를 기다려서 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마리의 맹견이 물고 늘어 졌다. 놀란 샤프는 서둘러 돌담을 기어올라 밖으로 뛰어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손에 방망이를 장정들이 맹견과 함께 쫓아왔다. 샤프는 걸음아 살려라 하고 달리기 선수인 실력을 발휘해서 정신없이 뛰었다. 그러다가 마침 옆을 달리고 있던 차에 뛰어올라 간신히 도망쳐 것이었다. 만일 샤프가 육상 선수의 실력이 없었다면 이마도 맹견에게 물려죽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소득 없이는 돌아오진 않았지. 나는 라비노 병원 옆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병원에 대해 이것저것 듣고 왔어. 병원의 원장인 라비노라는 사나이는 아주 악인이라는 거야. 병원에는 진짜 정신병자 외에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많이 수감되어 있다는 거야. 남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악인들이 자기에게 방해되는 사람을 억지로 미친 듯이 만들어, 병원에 돈을 많이 내고 입원시키러 온다는 거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개는 전과자며, 원장하고 한패가 되어 병원의 비밀을 지키고 있다는 거야. 아무튼 라비노는 환자를 부탁하는 사람으로부터 많은 돈을 가로채고 있어. 돈으로 경찰에 뇌물을 바치니까 경찰도 병원의 부정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다는 거다."
"지금 샤프 군이 얘기는 정말일세. 나도 이것저것 병원 일을 물었지만, 병원에는 보통 방법으로는 도저히 들어갈 없는 같애. 이거 어떡하면 좋겠나?"
하고 에셔도 머리를 싸안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 있다!"
 
악마의 음악
 
옷은 라비노 정신 병원의 로랑이 있는 병실이다. 회색의 벽에 회색 침대, 그리고 회색의 모포. 모두가 회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로랑은 뜰이 바라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해서 내가 여기로 오게 되었을까? 빌케가 도망친 , 로랑과 케룬은 몹시 말다툼을 했다. 그때 케룬은 보통 때와는 달리 부드럽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로랑 , 당신은 처음으로 곳에 찼을 , 여기서보고 들은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요?"
", 그때는 그렇게 말씀드렸지요.
"그러면 여기서 약속을 다시 되풀이 약속해 주시오. 그렇게 하면 나는 당신을 집으로 돌려보내겠소. 당신은 결코 거짓말을 없는 사람이니까, 나는 당신의 약속을 신용합니다."
"싫습니다. 당신은 나를 속였어요. 나는 이렇게 무서운 비밀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알았다면 그런 약속은 하지 않았을 거여요."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를 나가면 나를 고발할 작정인가요?"
"물론이죠. 그럴 거여요."
그렇게 말하고, 로랑은 돌아서서 재빨리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그날 , 로랑은 발소리를 죽이며 몰래 들어온 케룬으로부터 마취를 당하고, 무서운 병원으로 끌려왔던 것이다. 라비노 정신 병원에는 처음부터 미쳐서 들어오는 광인은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외의 사람들은 곳에 억지로 끌려온 정상적인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억울한 일을 호소할 길도 없었으며, 병원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었다. 만일 반항을 하는 날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정말로 미쳐 버리던가, 아니면 일부러 미친 척하여 목숨을 이어가는 도리밖에 길이 없었다. 더욱이 병원은 정상적인 사람조차도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장치가 되어 있었다. 방안이 온통 회색인 것도 때문이었다. 복도를 지나면 양쪽의 철창을 통해 진짜 미치광이와 가짜 광인들이 짐승처럼 울부짖고 소리지르는 고함 소리, 히히 히히 하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온종일 들려온다. 대개의 사람은 그런 소리를 듣기만 해도 정신이 이상해진다. 또한 병원의 뜰처럼 기분 나쁜 곳도 세상에 드물 것이다. 어디서 모아 왔는지는 모르지만 검은 잎의 나무만 심어 놓았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게 되면 마치 유령이 손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 기분이 나쁜 것은 안의 화단이다. 일부러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검은 나비 꽃만을 심고 주위를 카밀레 꽃으로 불길한 리본처럼 둘러쳤다. 뜰을 산책하면 어느 누구라도 기분이 으스스 해지고 만다. 정상적인 사람을 미치광이로 만드는 병원 특유의 뛰어난 수법으로서 '악마의 음악'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세상에서는 도저히 있을 없는 기분 나쁜 괴상한 음악이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첼로를 켜는 듯한 부드러운 멜로디로 시작되었다가, 점차로 미친 듯이 높은 바이올린의 소리처럼 광기 서린 멜로디로 변하는가 하면, 돌연 사람이 우는 같은 음으로 변한다. 기분 나쁜 음악이 어디선지 모르게 온종일 들려오기 때문에, 그것이 아주 머리 속에 배어버려서 나중에는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같아 밖으로 도망쳐 나와도 뒤따라 들려온다. 음악에 시달려서 미친 사람도 많이 있다. 원장인 라비노도 또한 정상적인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명수였다. 라비노는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을 아주 알고 있었다. 그는 환자의 경력이나 성질을 세밀하게 조사해서, 사람의 약점을 잡아 여러 가지의 함정을 만들어서는 그로 하여금 양심의 가책에 견디도록 해서, 마침내는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로랑의 '약점'이란 그가 정직한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라비노는 로랑이 결코 거짓말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매일 그녀를 방문하고는 여러 가지 교묘한 수단을 써서 그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로랑이 그의 교묘한 수단에 걸려들어 실수로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것 ,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당신은 아주 정직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거짓말쟁이지. 악인이야." 하고 공격을 했다. 로랑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으므로, 그런 공격에도 끄떡 않고 참고 있었다. 그러나 로랑은 이미 케룬의 연구실에서의 무서운 경험으로 인해서,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위에 병원에서 악마의 음악으로, 또한 라비노에게 밤낮으로 시달림을 받아 의지가 강한 로랑의 신경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로랑은 지금 얼굴은 핏기가 없이 창백하고 몸은 여윌 대로 여위어서, 기력 약해져 이때까지 번이나, " 미칠 것만 같다. 이젠 되겠다."하고 극한에 달한 일도 있다.
 
미쳐버린 사람들
 
라비노 정신 병원의 환자들은 죄수처럼 산책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하루 종일 회색 방에 박혀 있는 환자에게 산책을 있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겠는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기 안을 산책하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도 미치광이가 아닌 보통 사람이 있을 텐데 하고 둘러보아도, 어느 쪽이 진짜이고 어느 편이 가짜인지 로랑은 도무지 수가 없다. 그러나 얼마만큼 지나자, 진짜 미치광이는 로랑 같은 새로운 환자와 마주쳐도 전혀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제정신인 사람은 새로운 환자를 자세히 본다는 것을 알았다. 로랑은 키가 크고 턱에 수염이 있는 노인을 만났던 일이 있었다. 노인은 로랑에게 다가오자 불쑥 이렇게 말했다.
"나는 벌써 20 동안이나 뜰의 오솔길을 거닐고 있지. 아니 어쩌면 2천년이었는지도 몰라. 아무튼 여기선 달력이란 것이 없으니까. 아가씨도 길을 20 동안이나 오락가락하게 같군."
그리고 나서 노인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아가씨는 나를 미치광이로 생각하나? 일부러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하고 있는 것뿐이지. 어떻든 여기서는 미친놈만이 권리가 있으니 말일세."
그리고는 갑자기 소리로,
"나는 나폴레옹님이시다."
라고 외치며 멀어져 갔다. 뒷모습을 간호인이 한참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곳에서의 간호인은 의심스러운 환자를 감시하는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랑은 젊은 남자 환자에게 붙들렸던 일이 있다. 환자는 수학 공식 같은 것을 줄줄 외어 나가다가 갑자기 화가 듯이, "어이, 얘기를 곧이듣고 있는 거야?" 하고 고함지르며, 로랑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로랑은 깜짝 놀라 사나이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간호인은 그것을 보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미루어 생각건대, 환자는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없는 진짜 미치광이였던 모양이다. 오늘도 로랑은 우울한 기분으로 혼자 생각에 잠겨서, 뜰의 오솔길을 거닐고 있었다. 로랑의 신경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다만 의지의 힘만으로 버티어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자살할 궁리마저 하게 되었다. 로랑은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광인이 그의 앞에 막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 없는 것을 있는 자는 복이 있을 지어다."
라고 광인은 돌연 뜻도 모를 소리를 외쳐댔다. 로랑은 흠칫 놀라 상대편 얼굴을 보았다. 그는 품위 있는 얼굴 모습이었고, 키가 크긴 잘생긴 청년이었다. 다른 환자처럼 회색 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입원한 얼마 되지 않는지 수염이 아직 자라 있지 않았었다. 로랑에게는 청년의 얼굴이 어디서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젊은 광인은 바싹 로랑 옆에 다가서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로랑 양이죠. 나는 당신 어머니에게서 당신 사진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나는 도우엘 박사의 아들 에셔입니다. 미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일부러 미친 척하고 들어온 겁니다. 오늘 ,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으십시오."
이때, 감시인 사람이 그쪽으로 다가왔다. 에셔는 돌연 달려가서 옆에 있던 할머니 환자의 주위를 춤을 추며 빙빙 돌다가, 아주 춤에 지친 듯이 힘없이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미치광이 연기가 아주 그럴 듯했으므로, 그가 진짜 미치광이인지 아니면 미친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인지 로랑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에셔가 도우엘 박사의 아들이란 것만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사람의 얼굴이 닳은 것이 증거이다. 에셔가 박사의 아들이라면 로랑을 구출하러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므로 에셔가 이야기한 것은 사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로랑은 갑자기 기운이 솟아올랐다. 에셔는 반드시 오늘 나를 구출하러 것이 분명하다. 나는 구출되는 것이다! 로랑은 아주 기분이 명랑해져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라비노에게 일을 눈치채게 해서는 된다. 라비노는 사람의 마음속을 알아내는 명수이다. 그러니 기쁜 얼굴이라도 한다면 당장에 알아차리고 것이다. 그래서 로랑은 언제나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고 병원 쪽으로 되돌아갔다. 로랑은 마음속에서 오늘 하룻밤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악마의 음악'이나 라비노의 시달림에도 참고 견디어, 정신이 도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단단히 가져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삶과 죽음
 
로랑에게 있어서 그것은 라비노 정신 병원에서 지낸 수많은 밤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럽고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 밤이었다. 로랑은 옷을 입은 채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방안에는 5 와트의 전등이 밤새 켜진 그대로 있어서, 당직 간호원이 때때로 문에 달린 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볼 수가 있게 되어 있다. 로랑은 어느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로랑은 번쩍 눈을 뜨고 침대를 빠져 살며시 문께로 다가갔다. 밖에는 에셔가 있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방금 당직 간호원이 순시를 끝낸 참이오. 틈에 도망칩시다."
사람은 살금살금 복도를 빠져 나와 현관으로 나왔다. 안은 캄캄했다. 그러나 돌담 주위에는 일정한 간격마다 전등불이 줄줄이 켜져 있었다. 사람이 간신히 돌담 옆에까지 왔을 , 뚜벅뚜벅 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은 얼른 풀섶 사이로 몸을 엎드렸다. 경비원이 사람의 옆을 지나갔다. 경비원의 모습이 멀어 지자, 사람은 일어나서 돌담 밑으로 갔다.
", 내가 도와드릴 테니까 당신이 먼저 돌담을 넘어가요. 밖에는 우리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라고 말하며, 에셔는 로랑을 안아서 돌담 위로 기어오르게 했다. , 경비원이 전등불에 비친 로랑의 모습을 발견했다. 경비원이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병원 안의 전등이 모조리 켜지면서, 주위는 대낮같이 밝아졌다. 저쪽에서도 이쪽에서도 경비원들이 개와 함께 달려왔다.
" 걱정은 말고 어서 뛰어내려요."
에셔는 명령하듯 외쳤다. 로랑은 훌쩍 돌담 밖으로 몸을 날렸다. 뒤따라서 에셔도 돌담을 기어오르려고 했다. 순간, 경비원이 달려들어 에셔를 끌어내렸다. 동시에 많은 경비원들이 달려와서 에셔의 위를 덮쳤다. 돌담 밖에서 자동차의 엔진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걱정은 말고 빨리 출발해 . 전속력으로!"
라고 에셔는 경비원들과 격투를 벌이면서 소리로 외쳤다. 자동차는 , 그것에 대답하고 이윽고 멀어져 갔다.
" 손을 놓아라. 나는 발로 걸어가 주겠다. 그러니까 손들을 놓으란 말야."

에셔는 저항을 그치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그를 둘러싸고 붙들다시피 하고서는 병원 쪽으로 끌고 갔다. 출입구에는 라비노가 담배를 피우며 버티고 서있었다.
"그놈을 묶어서 격리실에 처넣어 .
하고 그는 명령했다. 에셔를 집어넣은 곳은 난폭한 환자를 가두어 두는 창문도 없는 조그만 방이었다. 뒤따라 라비노가 들어왔다. 그는 경비원들을 물리치고 나서, 눈알을 굴리면서 에셔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주 대단한 배짱이군. 그렇지만 속지 않아. 네놈이 듀발리란 이름으로 우리 병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수상한 녀석이라고 점을 찍고 눈여겨보고 있었지.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목적으로 따위 일을 저질렀지? 누구에게 부탁 받았어? 본명을 대어 ."
"에셔 도우엘이다. 도우엘 박사의 아들이다."
"뭣이, 도우엘 박사의 아들이라고?"
라비노는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더니, 찰칵 하고 문에 열쇠를 채워버렸다. 에셔는 방에 혼자 남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불안해하거나 걱정이 되지 않았다. 반드시 친구들이 구출하러 것을 튼튼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는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손목을 요리조리 움직여서 묶인 새끼줄을 조금씩 늦추려고 했다. 손목의 새끼줄이 조금 늦추어졌을 , 불쑥 문이 열리며 경비원들이 뛰어들었다. 문구멍 사이로 경비원들은 감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비원들은 새끼줄을 다시 매어 놓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방에는 창문도 없고 전등불은 켜진 채였기 때문에, 아침이 되었는지 어쩐지 도무지 길이 없었다. 그러자 에셔는 몹시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다. 아무도 물도 갖다 주지 않고, 식사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라비노는 에셔를 굶겨 죽일 심보란 말인가. 에셔는 자기도 모르게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강한 찌는 듯한 냄새에 에셔는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까 눈이 따끔따끔 아프다. 무슨 냄새인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디선지 씨익 하는 가스가 새는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에셔는 몸에 물을 끼얹는 오싹했다.
"가스다!"
아무리 배짱이 든든한 에셔도 침착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새끼줄을 잡아 끊어버리려고 몸부림치기도 하고, 방바닥 위를 데굴데굴 굴러보기도 했다. 냄새는 더욱 강해지고 숨이 칵칵 막혀 온다. 그러다가 정신이 희미해져서, 에셔는 어딘지 모를 깊은 곳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라아레가 막대한 입원비를 지불하고 광인이라고 속이고서 에셔를 라비노 정신 병원에 들여보낸 계획은, 절반은 성공해서 로랑을 구출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에셔가 적의 포로가 되는 것은 최초의 계획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그를 구출해 내는 계획을 서둘러 세우지 않으면 되었다. 그래서 로랑을 일단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병원으로 되돌아가서 에셔를 구출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처럼 경계가 심한 병원에 라아레와, 샤프 사람만으로 쳐들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승산이 서지 않았다. 경찰도 라비노에게 매수되었을지도 모르므로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은 머리를 짜내고 짜내서 다시 기발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사람은 각각 분담해서, 경찰관의 제복과 가짜 경찰 수첩을 손에 넣었다. 완전히 경찰관으로 변장한 라아레와 샤프는 당당하게 라비노 정신 병원의 정문으로 자동차를 몰았다. 수위에게, "경찰서에서 위생 검사를 왔다." 하고 가슴을 펴고 들어갔다. 현관문에도 역시 수위가 있었다. 라아레가 경찰 수첩을 보이면서, "중대한 용건으로 원장을 면회하고 싶으니 연락토록." 라고 명령을 했다. 그러나 나타난 것은 푸시라고 하는 뚱뚱보인 라비노의 조수였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지금 중환자의 치료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면회할 없습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제가 상대해 드리지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라아레와 샤프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지금은 1초가 급한 때다. 에셔의 생사조차 위태로운 이때, 따위 인간을 상대로 해서 시간을 수는 없다. 샤프는 갑자기 튼튼한 주먹으로 푸시를 자리에 때려눕히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라아레는 전에 적이 있었으므로 원장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세 좋게 문을 열고 원장실로 뛰어들었다. 라비노는 경찰 모습의 사람을 보자, 예의 눈알을 부라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들은 무슨 용건으로 남의 방에 마구 들어오는 거요."
이렇게 마당에 무슨 말이 소용 있으랴 싶어, 라아레와 샤프는 재빨리 허리의 권총을 빼들었다. 양쪽에서 라비노의 머리통에 총구를 바짝 갖다댔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조금 전에 샤프의 일격으로 때려눕혔던 푸시가 돌연 뒤로부터 뛰어들어, 샤프의 손에 권총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그러자 용기를 얻은 라비노가 라아레의 권총을 손에 매달렸다. 난투극이 벌어졌다. 소동을 듣고 많은 경비원과 간호원이 달려왔다. 그러나 라아레들의 경찰복 모습을 보자 모두 멈칫하고 서버렸다. 사이에 샤프가 발끝으로 권총을 끌어당겨 재빨리 주워들었다.
"이놈들은 가짜 경찰관이다. 빨리 잡아랏!"
간호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한 샤프가 순간 권총을 발사했다. 간호원의 명이 ! 하고 비명을 지르며, 피가 흐르는 어깨를 잡고 비틀거렸다. 그것을 보고 나머지 패들이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 무기를 가져오지 못해!"
라비노는 이마에 총구도 아랑곳없이 고함쳤다. 명의 간호원들이 후닥닥 달려갔다. 무기를 가지러 것이다. 사태는 더욱더 험악해져 간다. 머뭇거리고 있을 수가 없다. 샤프는 순간 라비노의 손을 비틀었다. 힘이 대단한 샤프가 있는 힘을 다해 비틀었으니, 아픔은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라비노는 숨이 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아이쿠, 죽는다. 놓아라. 도대체 너희들은 무슨 용건이냐?"
"에셔 도우엘이 어디 있지? 어서 곳으로 안내해라."
하고 라아레가 소리 쳤다.
"역시 그랬었구나. 어쩐지 네놈 얼굴이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아이구 아파, 제발 비틀지 마라. 내가 안내할 테니까."
이제 라비노는 정신까지 희미해져 갔다. 샤프가 손독을 약간 풀어 주자, 라비노는 비틀거리며 사람을 에셔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라아레와 샤프는 방안으로 뛰어들자 ! 하고 외쳤다. 에셔는 칭칭 묶여서 정신을 잃은 쓰러져 있었으며, 방안에는 가득히 염산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샤프는 갑자기 라비노를 자리에 때려눕히고, 라아레와 함께 에셔를 맞들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에셔를 자동차에 실어 올리고, 뒤따라오는 간호원들에게 , 위협사격을 가하면서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빌케의 비극
 
케룬은 뜻밖에 빌케가 돌아오자, 노여워하기에 앞서 아주 기뻐했다. 그러나 빌케는 아파서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끙끙 신음하는 그를 존이 안아서 간신히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선생님, 미안해요. 발이 이렇게 돼서 걸을 수가 없게 됐어요."
" 말을 듣지 않아서 벌을 받은 거야."
하며 케룬은 빌케의 외투를 벗기고, 침대 위에 눕혀주었다.
", 발을 보자구."
"저어, 춤을 추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밑에 흉터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아픈데도 계속 춤을 추었는가?"
"아뇨, 춤을 추면 아파서 추지 못했어요. 대신 테니스를 쳤어요. 테니스는 근사해요."
케룬은 빌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발을 살펴보았다. 그런 케룬의 얼굴은 점점 흐려 왔다.
빌케의 발은 무릎까지 검푸르게 부어 있었던 것이다.
"열은 있는지?"
"엊저녁부터 나기 시작했어요."
"그랬었군, 나빠진 모양인데. 빌케는 테니스를 했다고 했는데, 상대는 누구였지?"
"라아레라는 그냥 친구인 청년이어요."
" 사람에게 나의 일이나 하나의 머리에 대해서 얘기를 했나?"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해요. 창피하잖아요. 그런 말을 하면 저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할 거여요."
말을 듣고 케룬은 적이 안심했다.
"선생님, 발은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잘라버려야 할지도 몰라."
"발을 자른다고요? 발을, 저를 병신으로 만들 작정이셔요?"
케룬도 그토록 고생을 해서 소생시킨 육체를 병신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병신이 되면, 그의 공개 강연회의 효과도 떨어지리라. 가능한 발은 자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은 거의 없을 것만 같다.
"너무 걱정할 없어. 아무튼 내일까지 경과를 보기로 하지."
오후 9 무렵부터 빌케의 열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헛소리까지 한다. 빌케는 무서운 꿈을 꾸고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비명소리에 눈을 빌케는, 자기의 맥을 재고 있는 케룬을 보았다. 케룬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발을 자를 수밖에 없어."
"언제 자르죠?"
"지금 , 시간도 늦출 없어. 빨리 하지 않으면 몸에 독이 퍼져버린다."
"자르지 마셔요. 자르는 싫어요."
"그럼 죽어버린다. 죽어도 좋은가?"
"살고 싶어요. 살고 싶단 말이어요. 그리하여 다시 라아레 씨를 만나 보고 싶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저를 병신으로 만들려고 해요. 제게서 모든 것을 뺏으려고 해요. 나쁜 사람이어요. 무서운 사람이란 말이어요. 살려 주셔요 선생님, 저를 살려 줘요!"
빌케는 다시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동안에 케룬은 옆방으로 들어가 수술 준비를 했다. 정각 오전 2시에 빌케는 수술대 위에 놓여졌다. 빌케는 케룬을 지긋이 쳐다보며, 모기 소리 마냥 가냘픈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용서하셔요, 살려 주셔요."
그러자 존이 얼른 마취용 마스크를 빌케에게 덮어 씌웠다. 빌케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빌케는 아까 수술한 생각이 들어, 후닥닥 놀라며 머리를 들고 다리 쪽을 보았다. 그만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다리는 무릎 조금 위에서부터 절단되어, 붕대에 칭칭 감겨 있었다. 수술 , 빌케의 기분은 나아졌으나 열은 내리지 않았다. 케룬은 그것을 걱정해서 거의 시간마다 다리의 상태를 보러 왔다. 다리는 자꾸 나빠질 뿐이었다. 절단해 버린 위까지 발갛게 부어 올랐다. 좀더 절단했어야 하는 것을, 절단이 부족했던 것이다. 저녁때부터 열이 심해져서, 마침내 46도가 되었다. 빌케의 몸에 독이 퍼진 것이 틀림없었다. 케룬은 각오했다. 이렇게 바에는 신체보다는 어떻게든 머리만이라도 살려야겠다고. 빌케는 다시 수술대 위에 올려놓아졌다. 의식이 없어진 빌케의 목에, 먼젓번 수술의 상처 자리보다 약간 위쪽에 케룬의 메스가 꽂혔다. 이리하여 빌케는 새로운 자신의 젊은 육체로부터 떨어져 나갔으며, 그와 함께 모든 기쁨도 희망도 절단되어 버렸던 것이다.
 
강적 나타나다
 
다음날 아침, 다시 동체를 잘라버린 빌케의 머리는 다시 먼젓번의 유리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케룬은 독에 더러워진 피를 깨끗이 씻어내고, 다음 36도로 따뜻하게 신선하고 건강한 피를 부어 넣었다. 그러자 빌케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그리고 나서 분이 지나자 반짝 눈을 떴다. 빌케는 케룬의 얼굴을 이상한 바라보고 있다가, 흘낏 아래쪽으로 눈이 가자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버리고 말았다.
" 몸이 없어져 버렸네!".
라는, 공기가 새나가는 같은 목소리로 가냘프게 중얼거리고는 눈에 가득히 눈물이 고였다. 성대를 먼저보다 위로 잘라냈기 때문에, 빌케는 이제는 치익치익 하는 소리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울지 말아요. 이것도 말을 듣지 않은 죄야. 그렇지만 이젠 먼저보다 멋진 육체를 테니까, 얼마 동안만 참고 기다리면 ."
라고 하면서 케룬은 빌케의 곁을 떠났다. 그때, 통의 속달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라비노 원장에게서 편지다. 케룬은 서둘러 편지를 뜯었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고, 마침내는 비틀거렸다. 편지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도우엘 박사의 아들인 에셔가 미친 사람으로 가장해서 병원으로 들어와 로랑을 훔쳐냄. 생각건대 에셔의 일당은 케룬의 복수를 모의하고 있음이 분명함.
 
도우엘 박사의 아들! 그것은 케룬에게 있어 생각지도 않은 강적의 출현이었다. 필경 에셔는 로랑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틀림없이 자기를 고발하던가, 아니면 세상에 일을 발표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빌케의 머리를 한시바삐 학회에 공개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인간의 머리를 소생시킨다는 엄청난 사실의 공개 강연을 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버리면 되는 거다. 그러면 에셔 같은 무명의 청년이 뭐라고 하든 세상은 상대를 하지 않을 거다, 라고 케룬은 생각했다. 그는 학회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공개 강연을 열고 싶다고 신청했다. 그리고 모든 신문사에도 전화해서 기자 회견을 하겠다고 통지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은 되었으니, 이제 남은 문제는 박사의 머리를 없애버리는 일뿐이다. 그러나 박사의 머리는 이제부터도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다. 없애는 것은 아무 때라도 있지만,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박사의 머리라는 것을 없게 두면 된다. 케룬은 이렇게 생각하고, 실험실에서 '파라핀'이라고 쐬어 있는 병을 들고서는 박사의 머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케룬 교수의 전대미문의 발견
 
다음날 파리의 신문에는, [케룬 교수의 전대미문의 발견]이라는 커다란 활자의 제목이 붙은 기사가 일제히 발표되었다. 기사에는 드디어 내일 , 케룬 교수의 연구 보고가 있을 것이고, 그와 동시에 머리만 살아 있는 여자가 공개될 것이라고 쐬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케룬 교수의 논문이 실려 있었다. 신문 기사는 파리의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고, 케룬 교수의 이름은 일약 유명해졌다. 드디어 그날이 되자, 케룬은 아침부터 매우 분주했다. 빌케의 머리를 조사하고, 안전하게 회장까지 운반할 준비도 하며, 빌케의 얼굴에 화장까지 주지 않으면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케룬은 빌케를 보고 말했다.
", 오늘 너는 파리의 훌륭한 분들 앞에서 인사를 드려야 된다. 거기서 너는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 그때,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면 못써."
"선생님, 부탁이어요. 저를 많은 사람들 앞에만은 내놓지 말아 주셔요. 이런 꼴로 너무하잖아요."
하고 빌케는 빌었다. 그러나 케룬은 들은 척도 않고 오후 7시에 출발했다. 회장은 이미 대만원이었다. 아래층 좌석은 대부분 백발이나 대머리의 늙은 학자들로 가득 찼다. 그래서 마치 학술 회합다웠으나, 2층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줄줄이 앉아서 음악회 같은 광경이었다. 신문 기자와 사진 기자도 많이 연단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후 8 정각에 케룬은 연단 위에 나타났다. 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박수로 환영했다. 뉴스 사진 기자가 찰칵, 찰칵하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케룬의 보고 연설은 실로 훌륭한 것이었다. 그는 죽은 인간을 되살리는 얼마나 고생이 막심했는가를 열을 올리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도우엘 박사에 관한 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설은 대성공이었다. 박수 소리 때문에 도중에 번이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보고 연설이 끝나자, 케룬은 연단 오른쪽에 세워 놓았던 칸막이를 치웠다. 회장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금속다리가 달린 높은 유리 테이블 위에, 여자의 머리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케룬은 빌케를 향하여,
"아가씨, 안녕 하셔요?"
하고 물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빌케의 얌전한 대답이었다. 목소리는 씨익씨익 하는 타이어의 공기가 빠지는 같았지만, 그래도 머리뿐인 인간이 말을 것을 듣고, 사람들은 놀람을 금치 못하며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케룬은 의기 양양했다. 완전히 승리자가 기분에 도취되어, 에셔의 일도 로랑의 일도 모두 잊어버렸다. 뒤로 학회를 대표해서, 백발의 늙은 교수가 연단에 올라가 축사를 했다. 교수는 케룬의 성공을 최대로 칭찬하여,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과학의 승리입니다. 인간은 마침내 죽음을 이겨냈습니다. 인류는 마땅히 케룬 교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으면 압니다."
하며 감격해 했다. 바로 그때, 앞자리에 모자로 얼굴을 가리듯이 쓰고 앉아 있던 여자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연단으로 뛰어올랐다. 여자는 늙은 교수를 연단에서 밀어내고, 대신 자기가 테이블 앞에 서서 케룬을 손가락질하며,
" 사나이는 도둑놈입니다. 도우엘 박사의 연구를 훔친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나이는 또한 살인자입니다. 도우엘 박사를 독살했습니다. 사나이는 도우엘 박사의 머리를 소생시켜, 억지로 박사에게 연구를 계속시키고 결과를 가로챘던 것입니다. 나는 박사에게서, 아니 자세히 말하면 박사님의 머리에게서 모든 사실을 들었습니다. 박사님의 머리는 지금도 아직 케룬의 어디엔가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하고 외쳤다. 회장 안은 금방 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에셔 등은 신문에서 케룬의 공개 강연 기사를 읽고, 회장으로 들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죄를 폭로하려고 결심했다. 그래서 에셔, 라아레, 샤프, 로랑 4명은 각기 변장을 하고, 회장의 가장 앞좌석에 앉아서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로랑은 케룬이 신이 나서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번이나 연단으로 뛰어올라 그의 죄를 폭로시키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적당한 순간이 오기를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때는 왔다. 교수가 케룬을 최대로 칭찬하자 케룬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를 , 갑자기 연단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케룬은 로랑을 보자 얼굴 색이 변했다.
"마침내 나타났군."
하며 그는 이런 정도로 놀랄 사나이가 아닌 , 정신을 가다듬고 장내 정리원 쪽을 향해 고함쳤다.
" 여자를 밖으로 끌어내요. 당신들은 여자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소."
그러자 정리원들은 사람들을 헤치고 로랑 옆으로 달려갔다. 그와 동시에 에셔, 라아레, 샤프 사람이 후닥닥 연단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정리원을 밀치고 로랑을 감싸듯이 하며 재빨리 비상구로 빠져나갔다. 회장은 더욱 소란해졌다. 케룬은 황급히 테이블 앞으로 나가 사과 인사를 했다.
" 로랑이라는 여자애는 조수였습니다만 처음부터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리의 경향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제가 재생시킨 빌케의 머리와 한동안 같이 있더니 마침내 정신 이상이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빌케의 머리를 기분 나쁜 표정으로 흘낏흘낏 보며, 사람 사람 빠져나갔다. 이윽고 회장 안은 비었다. 빌케의 머리는 소동으로 놀란 모양이다. 얼굴은 새파래지고, 갑자기 나이를 먹은 것처럼 야위어 보였다.
 
최후의 회견
 
케룬 교수가 가택 수색을 받은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예심 판사가 사복경찰을 사람 데리고, 입회인으로서 로랑, 에셔, 라아레 ,샤프의 4 명도 함께 갔다. 케룬은 배짱 좋게도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하며 그는 실험실로 안내하면서, 로랑을 같은 독기 서린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실험실 안에는 빌케의 머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빌케의 머리는 아주 야위어져서 마치 미라처럼 흙빛이 되어 있었다. 빌케는 라아레를 보자 그리운 듯이 가는 미소를 띠었다.
"아아, 빌케 "
하고 라아레는 외쳤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빌케의 모습에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행은 옆방으로 들어갔다. 곳에는 사나이의 머리가 유리 테이블 위에 있었다. 머리를 박박 밀고 퉁퉁 부어오른 듯한 코를 , 나이가 남자의 머리였다. 그것은 검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것도 빌케와 마찬가지로 실험용 머리입니다.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게 했지요. 밖에는 아무 것도 보여 드릴 없습니다."
하고 케룬은 비웃듯이 말했다. 일행은 지하실, 다락방까지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다시 남자의 머리가 있는 방으로 되돌아왔다. 이때, 로랑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싶더니, 머리의 목에다 공기를 보내주는 실린더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마개를 뽑고 머리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러자 머리의 입술에서 씨익 씨익 하는 공기가 새나가는 듯한 소리가 다음,
"앞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나는 귀에 마개를 해서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라고 머리가 말을 했다
로랑은 재빨리 머리의 귀를 틀어막은 솜을 빼내고,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나는 본디 도우엘 박사였습니다."
"뭐라고요, 역시 선생님이셨군요. 하지만 어떻게 이런 얼굴로......
"케룬 군이 나를 이런 꼴로 만들어 버렸지요. 코에다 파라핀을 넣고 말이오. 케룬 군은 내게서 모든 것을 뺏아버렸어. 나와 몸은 물론 얼굴마저도....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뇌뿐이지. 그러나 뇌도 아무 소용이 없게 돼버려. 왜냐고?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오늘 안으로 죽지 않으면 케룬 군이 나를 죽여주겠다고 했으니까. 로랑 , 안경을 벗겨줘요, 케룬 군은 내가 없게 이런 색안경까지 쓰게 주었지. 안경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로랑은 얼른 안경을 벗겨 주었다.
"오오, 로랑 양이었군. 아가씨를 만나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하고 박사의 머리는 기쁜 듯이 말했다. 그리고 옆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있는 에셔를 보자,
"오오 에셔야! 너도 거기 있었구나."
하고 부르짖었다.
"아버지, 불쌍하신 아버지!"
에셔는 흙빛 얼굴의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이젠 됐다. 너를 만나 보게 돼서 아무 한도 없다. 내게 묻고 싶은 일이 있으면 로랑에게 물어 보아라. 모든 것을 로랑 양에게 말해두었으니까."
그러고 박사의 머리는 기운을 다한 ,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임종이십니다."
하고 로랑이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이윽고 먼저 말을 것은 예심판사였다.
"케룬교수, 조사할 일이 있으니 같이 가실까요?"
라고 말하고, 케룬을 재촉해서 일행보다 앞서서 방을 나갔다. 마침 무렵, 빌케도 숨을 거두었다. 넓고 차가운 실험실 안에, 혼자 남겨진 빌케의 야윌 대로 야윈 머리는, 생기를 잃어버린 눈에서 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것이다.
 
<>
 
작품 해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과학
 
도우엘 박사는 인간의 심장이라든가 같은 기관의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절단한 개의 머리를 소생시키는 동물 실험에 성공하여, 마침내 인간의 머리를 되살려내는 실험에 착수하려고 병사하고 말았다. 라는 데서부터 소설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도우엘 박사는 무엇 때문에 그러한 실험을 했을까요? 도우엘 박사는 외과 의사입니다. 의사는 병이나 상처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거나 더욱 나아가서 인간의 생명을 보다 길게 연장시키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정복해서 인간을 죽음의 공포에서부터 해방시켜 주는 일은, 의학의 가장 꿈이라고도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죽음'이라는 것의 원인을 철저히 연구하여 그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나아가서는 어떤 원인으로 죽은 인간의 기관을 되살려내어 인간을 본디의 신체로 되돌려보내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도우엘 박사는 의학의 번째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세상에도 드문 이상한 실험을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의 의학으로는 도저히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비과학적인 이야기일까요? 아니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는 과학적인 뒷받침이 있는 것입니다. 태너토우르키라고 하는 별로 듣지도 못한 과학이 있습니다. 이것은 죽음 자체를 연구하고 원인을 찾아내서 죽음을 예방하고, 더욱 목숨을 되살려내는 길을 연구하는 과학인 것입니다. 태너토우르키는 아주 최근에 태어난 과학이지만, 역사는 오래된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은 도우엘 박사가 행한 실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17세기에 파토마 대학에서 살아 있는 개를 죽여서, 다시 되살리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 동물을 되살려내는 방법이 조직적으로 연구하게 것은 1874년경부터입니다. 시기에 심장을 마찰해서 동물을 소생시키거나, 클로로포름으로 동물을 죽여 놓고 다시 되살려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19세기말에 프랑스의 브라운 세칼이라는 학자가, 절단한 개의 머리를 소생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브라운 세칼은 개의 머리를 동체에서 절단하고 나서, 수분 후에 개의 뇌에 새로운 혈액을 주입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개의 머리는 귀를 약간 움직이거나 눈을 깜박거리며, 눈동자가 빛에 대해서 반응을 나타내는 개가 머리만으로 소생한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후에도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죽음' 싸우는 방법에 대한 학문은 차츰 진보해 왔습니다. 그리고 1913 년에는 아도레프라는 학자가 지식을 이용해서, 실제로 다량 출혈이나 중독으로 죽은 개를 되살려내는 일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아도레프는 이미 심장의 활동이 멎은 개의 동맥에 심장 쪽을( 혈액 순환과는 반대 방향)향해 아드레날린을 더한 혈액, 또는 링게르액이라는 대용 혈액을 주입해서 죽은 개를 소생시켰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오랜 세월 동안 믿은 학자들이 실험을 쌓아올려서 얻은 지식은, 2 세계대전 매우 빛을 보았습니다. 덕택에 많은 군인들이 '죽음' 세계에서 다시 되살아날 수가 있었습니다. 태너토우르키라는 새로운 과학은 이렇게 해서 많은 학자들의 노력에 의하여 생겨나고, 현재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태너토우르키라는 명칭이 정식으로 사용되게 것은 1961년부터라는 것입니다. ) 도우엘 박사가 어째서 그런 기분이 언짢은 실험을 했는가,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태너토우르키가 발달된 현재도 아직 인간의 머리를 절단해서 다시 소생시켰다는 예는 없으며, 또한 합성 인간을 만드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로서는 소설은 가공 소설이지만, 이제까지의 여러 가지 실험의 예에 따라 앞으로 그러한 일도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신중하게 생각해 문제가 있습니다. 도우엘 박사는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실험을 하고 있었지만, 케룬 교수는 자기의 이익과 명예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박사의 연구를 이용해서 무서운 발명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파멸시켜 버렸던 것입니다. 인류를 위한 어떤 학문이나 발명도 그것이 악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 악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면, 그것은 인류에게 불행을 안겨 주는 악마의 발명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베리야에프는 합성 인간이란 소설을 통해 그러한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아무쪼록 베리야에프가 호소하는 뜻을 깊이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합성 인간
베리야에프 / 인석
 
아이디어회관 과학문고
172p 19cm (SF 3)
 
      1975 5 1
      1975 5 5
      이인석
      명림 정판사
오프셋     장원 정판사
      일신사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314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250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294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259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199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188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186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200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199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154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222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145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157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172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09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172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183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141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472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634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