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살아 있는 화성인-로버트 실버버그 ROBERT SILVERBERG-김 항식 역
2021년 09월 20일 18시 52분  조회:441  추천:0  작성자: 강려
 살아 있는 화성인
LOST RACE OF MARS
 
로버트 실버버그 ROBERT SILVERBERG
김 항식 역
 
로버트 실버버그
1935년 미국 뉴욕태생. 18세의 학생 시절에 SF를 쓰기 시작하여 수백 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SF작품 "밤의 날개"로 "휴고상"을 받았다.
 
편집 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 박 홍근/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이학박사 김 희규
전교육감 김 성묵
 
 
 
<차 례>
 
원더풀 데이··················· 5
붉은 행성···················· 11
고양이와 헤어져서················ 19
고대인의 수수께끼················ 24
우주 축제···················· 35
화성식민지··················· 43
돈이 필요 없는 사회··············· 49
7년생과 6년생················· 56
세 눈 가진 거북················· 63
짓궂은 급우··················· 72
사막의 유적··················· 80
동굴의 미이라·················· 86
비밀의 상담·················· 104
어리석은 탐험 여행··············· 111
모래 태풍··················· 118
살아 있는 화성인················ 124
사라진 입구·················· 130
믿거나 말거나················· 139
장관의 노여움················· 149
미움 받는 체인버스 박사············ 154
두 번째의 방문················· 164
작은 영웅들·················· 170
어린이 대사·················· 179
 
로봇 76호의 발명
 
방황하는 로봇················· 186
현장에 급행·················· 192
잊어버린 장치················· 196
 
작품 해설··················· 203
 
등장 인물
 
로이 체인버스 : 생물학 박사.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화성 식민지에 파견 받게 되어 화성에서 화성 생물학을 연구한다.
짐 체인버스 : 체인버스 박사의 아들. 아버지의 화성 생물학 연구에 결정적인 계기를 가져다준다.
샤리 : 짐 체인버스의 누이동생. 오빠와 함께 최초의 화성 고대인을 발견하여 아버지의 연구 생활에 협조한다.
에셀 체인버스 :로이 체인버스 박사의 부인. 남편의 연구 생활에 깊은 이해와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마틴 휴버 : 6세 때에 화성으로 이주한 청년. 화성 식민지의 새로운 이주자를 도와주는 안내자.
프램 : 화성 식민지 장관, 화성 고대인을 발견한 짐과 샤리의 공을 높이 치하하여 짐과 샤리를 화성 고대인에게 보내는 대사로 임명해 준다.
파울러 돈 블루스 쥬디어 도미니크 등 : 친근감이라고는 없는 냉정한 화성 식민지 학교 아이들.
 
원더풀 데이
 
"너는 아빠와 엄마가 잊으셨다고 생각하니?"
짐 체인버스는 여동생인 샤리에게 속삭였다.
이제 곧 11살이 되는 샤리는 어깨를 움츠리고 빨간 머리카락이 덮인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빠와 엄마는 지금까지 잊으셨던 일이 한 번도 없었지. 그렇잖아?"
"이번이 처음이지. 지금부터 잊기 시작이야."
짐은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말하였다. 12살인 짐은 어른들이 때때로 중요한 일을 잊는다는 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짐의 부모들은 정말 '원더풀 데이'를 잊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크리스마스를 잊는 것과 같은 일이다.
벌써 8시다. 오래지 않아 잠자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깜짝 놀랄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채로 끝나버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잊고 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원더풀 데이'는 체인버스네 집만의 명절날이었다. 짐과 사리의 아버지 로이 체인버스 박사는 크리스마스가 1년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 것을 언제나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다음 크리스마스의 한가운데 날을 '원더풀 데이'로 정하고 서로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교환하여 즐겁게 지내기로 하였었다. 금년에는 6월 25일이 '원더풀 데이'가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2017년 6월 25일인 것이다. 그런데 낮 시간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짐과 샤리는 이미 자기들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짐은 아버지에게 드릴 자석으로 만든 커프스(소매끝동)단추와, 어머니에게 드릴 돈지갑의 크기로 접을 수 있는 양산을 샀다.
샤리는 아버지에게 드릴 새로운 서류철 파일(정리카드)을, 어머니에게는 수입품인 향수 한 병을 준비하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양친이 기뻐할 만한 선물을 결정하려고 몇 주일이나 걸려서 집안을 구석구석 몰래 살펴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습관으로 짐과 샤리는 불쑥 선물을 양친(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드릴 수가 없었다. 또 오늘이 '원더풀 데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생각나게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었다. 미리 알게 되어 깜짝 놀라는 것이 약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힌트를 주는 정도라면 좋지 않아?"
라고, 샤리가 말했으므로 짐은 이마에 주름살을 지으면서 주의를 주었다.
"바보 같은 소린 해서는 안 돼. 그것도 규칙 위반이 되는 거야."
"아빠와 엄마를 잊으신 그대로 두는 것도 규칙 위반이 되 는걸."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단 말야. 그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
짐은 비디오(텔레비전의 화면 신호를 다루는 장치나 신호) 세트의 곁으로 가서 스위치를 넣었다. 체인버스네 집에는 입체 화면이 비치는 최신식 비디오 세트가 있었다.
스크린(화면)엔 전자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녀가 나타났다. 그 노래 소리가 온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치퍼가 잠을 깨어 구석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스크린 앞에 앉았다.
치퍼는 검은빛과 횐 빛의 얼룩무늬 수코양이인데, 졸고 있기만 하다가 비디오를 켤 때마다 눈을 뜬다.
"치퍼는 비디오를 볼 줄 아는 거야."
라고 짐은 주장하였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갑자기 체인버스 박사가 방에 들어왔다. 박사는 매우 키가 큰 사람이었다. 그 후리후리한 몸, 부드럽게 웃는 얼굴,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짐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다. 샤리의 빨간 머리카락은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것이었다.
오늘밤의 체인버스 박사는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있지 않았다. 몹시 엄숙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비디오 세트를 힐끗 보면서 말하였다.
"너희들, 그런 건 숙제를 다하고 나서 보는 거냐? 우리 집의 규칙을 알고 있겠지."
"아빤 모르세요? 이런 학기는 앞으로 이틀이면 끝난다고 요. 그래서 숙제 같은 건 없어요."
"그렇던가, 내가 깜박 있고 있었군."
체임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수백만 킬로나 멀리 떨어진 곳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잊고 계시잖아. "
사리는 짐에게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집은 팔꿈치로 샤리를 쿡 찔렀다.
"그 일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니까!"
그 다음에 짐과 샤리는 비디오 세트의 스크린에 눈을 돌렸다. 노래가 끝나고 뉴스 해설자가 하루의 주요한 뉴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국회 의원 선거… 유엔 총회… 비디오 스타가 화성 식민지 방문에서 돌아오다…. 기상대가 태양의 열파(열의 파동)를 방지……."
두 사람의 귀에는 뉴스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짐과 샤리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다.
''원더풀 데이'를 잊다니 말이 되는가! 잊다니 말이 되는가!'
뉴스가 끝났을 때, 체인버스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비디오를 꺼 주지 않겠니? 엄마와 나는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샤리는 비디오 세트 곁으로 가서 스위치를 껐다. 치퍼는 실망한 듯이 천천히 방의 구석으로 돌아가서 또 잠을 자려는지 몸을 둥글게 구부렸다.
어머니가 방에 들어와서 아버지 옆에 앉았다. 두 사람 모두 몹시 긴장된 표정이었다. 샤리와 짐은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불안해하면서, 소파(안락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이 어떤 일이라도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인버스 박사는 말했다.
"나는 이것을 저녁 식사가 끝나기까지 너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 있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빨리 얘기해 주세요. 무슨 일이죠?"
짐은 더 참을 수 없어 재촉했다.
"나는 집을 떠나서 대단히 먼 곳까지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1년은 집에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이다."
짐과 샤리는 서로 눈짓을 했다. 아버지에게 무엇인가 나쁜 일이 생긴 것일까? 어려운 수술을 받게 된 것일까? 아니면 대학에서 새로운 강의를 맡게 되신 것일까 ?
체임버스 박사는 미국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 대학의 생물학 교수였다. 그것을 그만두고 먼 곳의 대학으로 가르치러 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꽤 중대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양친 모두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또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원더풀 데이'를 잊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죠, 아빠?"
샤리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에셀."
체인버스 박사는 자기 아내에게 물었다.
"애들에게 사실을 말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체인버스 부인은 어깨를 움츠리며 개운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언젠가는 말해 주어야 하잖아요. 로이, 도리어 지금 말해 버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 때 짐은 마른 입술을 빨면서 말했다.
"말씀해 주세요, 아빠. 저희들은 나쁜 소식이라도 놀라지 않고 들을 수 있으니까요."
비로소 체인버스 박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그렇다면 말해 주지 않을 수 없지. 너희들은 내가 전부터 계속해 오는 생물학의 연구를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화성의 식민지로부터 보내오는 보고를 조사하여 어떤 결론을 끌어내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이 이상 더 다른 사람의 보고를 이용하는 연구는 안 하련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화성으로 가서 1년 동안 거기서 실제로 연구하기로 한 거야."
응접실은 잠시 동안 침묵에 싸였다. 치퍼가 졸면서 목을 울려 코 고는 소리를 골골 내고 있는 것이 들릴 뿐이었다.
 
붉은 행성
 
잠시 후에 짐이 말하였다.
"정말 화성엘 가세요, 아빠? 그렇다면 참 좋으시겠네요"
그러나 샤리는 불만이었다.
"꼬박 1년이나 가서 계신다고요? 아빠가 안 계시면 저희들은 쓸쓸해요!"
"그렇지만 아빠는 편지를 보내 주실 거야. 화성 식민지의 우표를 많이 붙여서……."
짐은 오빠답게 샤리를 타일렀다.
"그렇겠군요. 1년 같은 건 그리 길지는 않죠. 아빠가 영원히 안 계시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샤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체인버스 박사가 웃기 시작하였다.
"얘들아,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는 안 돼! 내가 언제 화성에 혼자서 간다고 말했었나?"
"그렇지만… 아빠는 몹시도 심각한 표정이었거든요."
라고, 짐이 말하니, 샤리도 입을 삐쭉거렸다.
"저도 틀림없이 아빠가 혼자서……."
"나는 자신이 화성에 간다고 말했을 뿐인데……."
체인버스 박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맡을 계속하였다.
"자신이 간다고 하지만, 혼자서가 아니다. 모두 함께 가는 거다. 너희들도, 엄마도, 함께 가는 거야. 정부에서 가족이 전부 가도록 허가해 주었단다. 출발은 다음 주 내이다."
짐과 샤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여동생이 놀란 나머지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같을 것이라고 짐은 생략하였다. 놀라운 일에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이만큼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는 없다. 화성에서 1년을 지낸다니!
짐은 평소에 이것저것 공상에 잠겨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실현될 것 같지도 않은 꿈이 화성에 가는 일이었다. 화성에 가려면 돈이 꽤 많이 든다. 시간도 걸린다.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도 3주간이 걸리는 깃이다. 화성에는 도시가 하나 있다. 1991년에 건설된 것인데, 거대한 플라스틱 돔(둥근 지붕) 안에 3천 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
돔의 밖으로 나갈 때에는 누구나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안 된다. 화성의 공기는 인간이 호흡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이다.
짐도 사리도 화성에 대해서 사회과 시간에 배웠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리나, 실제로 화성에 간다고 하면, 좀더 공부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저희들은 아빠가 잊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8시가 지나도록 아빤 '원더풀 데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씀하시지 않았으니까요."
짐은 안심한 듯 말하였다.
"아껴서 남겨 두신 거야. 너무 큰 깜짝 선물이기 때문에, 너무 소중해서 밤까진 내놓으실 수가 없었던 거란다".
체인버스 부인이 설명하자, 박사가 덧붙였다.
"이것이 너희들에게 주는 아빠와 엄마가 준비한 단 하나뿐인 깜짝 선물이다. 그렇지만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을 준비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빠 얘기는 5년치 쯤의 깜짝 선물의 가치가 있어요."
짐은 아버지의 말을 받아서 말하였다. 이 때 샤리가 짐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가 잊고 있었어, 선물."
"아-참 그렇군……. 잠깐만 기다리세요."
짐도 샤리도 2충으로 달려 올라가서 비밀의 장소로부터 선물을 꺼내어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서류철의 파일, 커프스 단추, 양산, 향수, 이와 같은 물건은 화성 여행의 뉴스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지만, 양친은 조금 전의 짐과 샤리와 똑같이 깜짝 놀라 주었다.
양친은 하나씩 포장지를 풀어서 잘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돈지갑의 크기로 접은 양산을 폈을 때에는 모두 크게 웃었다.
체인버스 부인이 잠시 후에 중얼거렸다.
"이 가운데는 화성에 가지고 가고 싶지 않은 물건이 하나 있어요."
"알고 있어요, 엄마. 화성에서는 수천 년 동안이나 비가 내린 일이 없고, 앞으로도 내릴 것 같진 않죠. 그래도 엄마, 저와 샤리가 선물을 선택할 때 이렇게 갑자기 화성에 가게 되리라는 걸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하고, 미안해하는 짐을 박사는 위로하였다.
"염려 마라. 양산은 우리가 지구로 돌아온 후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화성에서 영원히 살려고 가는 것이 아니니까."
"단 1년이죠. 그리 오래 있는 것도 아니네요."
샤리가 들떠서 말하자, 짐은 머리를 흔들었다.
"만일 화성의 1년이면 그렇게 짧지는 않아요. 지구의 687 일이니까요."
"그렇다. 하지만 섭섭하게도 정부의 허가는 지구의 1년, 즉 24시간의 365일이란 말이다."
"저희들의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빠."
샤리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너희들은 화성 식민지의 학교에 매일 다니게 된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오면 지금보다 1년 위의 학교에 들어간다. 학교가 달라져도 같은 학년을 두 번 하는 일은 없게 될 테니까 안심해도 좋아."
라고, 체인버스 박사는 대답하였다.
방의 구석에서 고양이가 눈을 뜨고 앞발로 얼굴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아빠, 정부의 허가에는 고양이도 들어 있나요?"
"염려할 건 없다. 치퍼는 두고 가지 않으면 안 되지만, 우리가 없는 동안에는 로빈슨네 집에서 돌봐주기로 했다."
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정부는 고양이까지 가족의 하나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고양이 한 마리쯤, 크게 자리를 잡는 것도 아니잖아요?"
단념하지 못하는 샤리가 말하였다.
"너희들의 귀여운 치퍼는 몸무게가 7킬로나 나간다. 샤리, 아무 쓸모 없는 7킬로의 고양이를 화성까지 나르는데 운임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해 본다면 너는 깜짝 놀랄 거다. 그리고 고양이도 생물이기 때문에 화성에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고, 또 숨을 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화성 식민지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식량과 물을 만드는 데도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치퍼가 너희들에게는 아무리 소중해도 화성 식민지의 사람들은 귀중한 식량과 물을 고양이에게까지 나누어 주려고는 생각지 않는다."
체인버스 박사는 참을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짐은 치퍼의 귀 뒤를 손가락으로 긁어 주고 있었다. 그러자 치퍼는 한층 더 크게 목을 골골 울리면서 쌀쌀한 눈으로 짐을 쳐다보았다.
"보세요, 치퍼는 벌써 실망하고 있어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모양이에요, 아빠."
"만일, 치퍼가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만큼 영리한 고양이라도 마찬가지야, 짐. 역시 남아야 하니까."
"알고 있습니다."
짐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코양이의 숱이 많은 털을 쓰다듬으면서 달을 걸었다.
"안녕, 치퍼. 우린 1년만 지나면 돌아온다. 너는 우리가 없어서 쓸쓸하겠지. 우리도 네가 없으면 쓸쓸해. 그렇지만 할 수가 없단 말야, 치퍼."
"야옹!"
"너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겠지, 치퍼? 우리는 화성으로 가.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
"야옹!"
"이리 와, 네게 화성을 보여 줄 테니까."
고양이를 안고 짐은 홀을 지나서 현관의 포치(입구)로 나왔다. 샤리와 양친까지 함께 따라왔다.
짐은 잠시동안 별이 총총한 캄캄한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별 하나를 찾아냈다. 화성은 붉은 벽돌의 빛깔을 하고 있어서 다른 별들과는 똑똑히 구별되었다. 그것을 가리키면서 짐은 말하였다.
"저기를 봐, 치퍼 ! 저 빨간 별이다. 저것이 화성이다, 화성이야! 우린 저 별로 가는 거야."
"야옹!"
고양이는 슬픈 듯이 울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짐은 고양이를 땅에 내려놓고 속삭였다.
"미안해, 치퍼. 규칙은 규칙이니까."
모두집 안으로 돌아왔다. 짐에게는 아직도 아버지의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빠, 이처럼 커다란 깜짝 선물은 처음이에요. 아! 우린 모두 화성으로 간다."
 
 
고양이와 헤어져서
 
다음의 닷새 동안, 체인버스네 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체인버스 박사가 몇 주일 전에 화성청의 허가를 받은 다음부터 여행의 준비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조금씩 진행되어 왔다. 그리나 편지를 쓰거나, 월부 돈을 낸다던가, 짐을 꾸리거나 하는 작은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친척집의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고, 텔레비전 전화를 걸어 와서 화성 여행을 축하한 다음에 무사하기를 빌어 주기도 하였다.
신문 기자도 번갈아 찾아왔다. 체인버스 박사가 온 가족과 함께 화성으로 출발한다고 하는 어렴풋한 이야기에 대하여 어느 신문이나 무엇인가 기사를 싣고 싶어하였다.
기자들은 지긋지긋하도록 끈덕졌으나 신문의 기사는 짐과 샤리가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 마침 맞게 나왔으므로 도움이 되었다. 물론, 짐도 샤리도 화성에 가는 것을 급우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신문에 크게 난 기사를 읽기까지는 모두 정말로 믿어 주지 않았던 것이 다.
갑자기, 짐과 샤리는 학교 안에서 유명해졌다. 모두가 떠들썩하게 두 사람이 화성에 가는 것을 축하해 주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떠들어대는 것이 도리어 괴로웠으나, 말릴 수도 없었다.
짐을 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화성으로 가지고 가는 짐은 제한되어 있어서 아주 조금밖에는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규칙으로는 한 사람에게 32킬로의 가방 한 개였다. 그 중량 안에서 1넌 동안 지내는 데 필요한 물건을 갖춘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철에 따르는 옷들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화성 식민지의 돔 안의 인공 공기는 1년 내내 20도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봄철 옷으로 지낼 수가 있었다. 식민지의 사람들은 귀찮은 예복이나 나들이옷과 같은 것을 입는 일이 전혀 없었다.
우주선은 한 달에 한 번씩 화성으로 출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우편물과 머스터드(서양 요리에 쓰는 겨자)와 그레이프 프루트(모양은 여름 귤 같고 여름 귤보다 달며 서양 여러 나라에서 흔히 쓰임. 북미주 남부의 특산)와 조금만 사용해도 요리의 맛이 좋아지는 조미료 따위, 화성에서 만들 수 없는 식료품을 나르고 있었다. 또 그때그때 새로 화성 식민지로 이주하는 사람들과 여행자들을 태우고 가는 것이었다.
화성까지의 여행은 3주간이 걸린다. 최초의 무인 우주선은 화성까지 가는 데 아홉 달 가까이 걸렸던 것인데 그것은 1960년대의 일이었다. 그 때로부터 50년 이상이 지나간 지금은 우주선도 많이 발전했다. 강력한 엔진과 새로운 연료가 개발되어서 스피드가 빨라지고 놀랄 만큼 먼 거리를 날 수 있다.
출발 전날 밤, 짐과 샤리는 친구인 네드와 에드나가 있는 로빈슨 씨 댁으로 치퍼를 데리고 갔다. 네드와 에드나는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쌍둥이로서 학교에서는 짐과 같은 학년이었다. 이 두 사람은 다크시즈라는 이름의, 털이 북슬북슬 나 있는 페르시아 고양이와 주피터라는 이름의 시끄럽게 짖어 대는 개를 기르고 있었다.
'네드와 에드나는 동물을 기르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치퍼를 맡겨도 잘 보살펴 줄 것이다.'
짐과 샤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치퍼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다크시즈의 옆에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 주피터를 노려보면서 낮은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사이 좋게 지내 주었으면 좋으련만."
샤리는 걱정스럽게 말하였다.
"염려할 것 없어. 이틀쯤 지나면 완전히 친해질 테니 까."
네드가 말하니 에드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치퍼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맡겨 두어. 너희들 못지 않게 잘 보살펴 줄 테니까. 그렇지만…… 너희들과 함께 가지 못해서 치퍼가 가엾구나."
"나도 샤리도 섭섭해 못 견디겠어."
치퍼의 표정을 살피면서 짐은 한숨을 쉬었다.
"짐, 내일의 출발은 몇 시이니?"
하고, 네드는 물었다.
"우주선은 정오에 출발한다."
"무섭지 않니? 내가 우주 여행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무 서워서 못 견딜 것 같은데.""너는 여자이기 때문이지. 나라면 조금도 무섭지 않을 자신이 있다."
네드는 가슴을 내밀면서 말하였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짐은 속으로 웃었다. 짐은 우주 여행이 무서웠다. 그러나 이것을 네드와 에드나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샤리, 슬슬 가볼까. 오늘밤은 다른 날처럼 늦게 까지 놀 수 없잖아."
짐과 샤리는 치퍼에게 안녕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네드와 에드나로부터, 화성으로 갈 수 있다니 얼마나 행운이냐고, 부러워하는 말을 들으면서 로빈슨 씨 댁을 나왔다.
두 사람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서재에서는 체인버스 박사가 바쁘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정부와 대학의 사람들과 화성으로 가는 일로 마지막 타협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짐 꾸리는 일은 다 되어 있었다. 집안은 여름 휴가가 와서 피서지로 떠날 때와 같은 상태였다. 어느 것이나 말쑥하게 정리되고, 가구들에는 전부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일은 없었다.
내일의 출발을 기다릴 뿐이다.
짐과 샤리는 거실로 들어갔다. 거기서는 어머니가 리스트(목록․일람표)를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텔레비전 전화를 끊도록 전화국에 연락하고, 우유 배달도 끊도록 말하고, 전기도 끊는다. 이것으로 빠진 것은 없겠지."
어머니는 얼굴을 들자, 아이들이 거기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희들 돌아왔구나. 치퍼는 새 집이 마음에 들어 했니?"
"그렇지도 않지만, 차차로 익숙해지겠죠."
불안한 음성으로 샤리가 대답하였다. 짐도 기분이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치퍼를 남의 집에 데리고 가서 두고 오는 일 따위, 어쩐지 속인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래도 너는 치퍼에게 우리가 1년만 지나던 돌아온다고 말해 주었잖아. 너는 치퍼가 자기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안다고 뽐냈잖아!"
라고, 말하면서 어머니는 빙그레 웃었다.
"그건 그렇지만, 엄마……."
짐은 어깨를 움츠리고 슬그머니 딴 말을 꺼냈다.
"이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다니, 지루해 죽겠네."
"그래요, 우주선의 출발까지 몇 해나 걸릴 것 같이만 느껴져요."
옆에서 샤리가 한 마디 했다.
"그래도 실제로는 17시간만 지나면 우리는 우주 공간에 나가 있게 되거든."
짐은 두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이 우주 여행은 너희들의 아빠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에요. 성공하면 아빠는 세계적인 학자가 되시는 거야."
조용한 음성으로 체인버스 부인은 말하였다.
 
고대인의 수수께끼
 
"엄마, 우린 아직도 아빠가 화성으로 무엇을 연구하러 가시는지 물어보지 않았어요."
짐이 말하자, 샤리가 덧붙였다.
"참 그래요. 저도 아빠가 전부터 화성의 생물을 연구하고 계신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겠구나."
체인버스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아빠는 몇 해 전부터 벌써 이 여행을 계획하고 계셨단다. 그렇지만 계획이 잘 실현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는 특별한 연구 자금을 받으려고 정부와 대학에 교섭을 하셨단다. 정부에서도 대학에서도 처음에는 아빠를 1년간이나 화성에서 연구하시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 허가가 내리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 거예요. 너희들은 지금까지 화성에서는 토끼보다 큰 동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래요. 식민지의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작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박테리아와 같은 것뿐이었죠, 엄마."
짐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계속하여 설명했다.
"아빠는 공식으로는 물이 없는 혹성에서 생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화성 생물학의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서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화성으로 파견 받게 된 거란다. 그렇지만 아빠는 작은 생물보다도 화성의 사막에 살고 있는 큰 동물을 연구하실 계획이래요."
"화성의 사막에는 화성의 고대인이 아직도 숨어서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라고 샤리는 말하였다.
"그렇지만 누구나 본 사람은 없죠. 식민지의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고대인의 뼈와 도시의 폐허뿐이었죠. 지금부터 수천 년 전에 화성의 고대인은 전멸되었다고요."
학교에서 배운 데로 짐이 샤리의 말을 고쳐서 말하자, 체인버스 부인을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렇지도 않아요! 아빠는 사실은 살아 있는 화성의 고대인을 만나려고 생각하고 계셔요. 아빠는 고대인이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것을 증명하려면 살아 잇는 고대인을 꼭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만일 아빠가 이 일에 성공하신다면 화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여러 가지로 알려질 뿐만 아니라, 바싹 말라 있는 화성의 기후를 인간이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니?"
"어떻게 해서 바꾸죠?"
짐은 눈썹을 모았다. 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화성의 기후를 바꾼다는 이야기는 처음인 것이다.
"아빠는 훨씬 옛날에는 화성도 지금의 지구처럼 물이 많이 있는 행성이었다고 생각하고 계시단다. 화성의 고대인은 점점 변해 가는 화성의 건조한 기후에 맞추어서 사는 법도 고쳤던 모양이지만, 어떻게 고쳤는지는 모르는 거지. 만일 우리가 고대인을 만나면 고대인이 이야기해 주겠지. 그것이 아빠가 노리는 점이란다."
"만일 고대인을 발견할 수 없다면?"
샤리가 묻자, 체인버스 부인은 어깨를 움츠렸다.
"이번의 연구를 위해서 정부가 많은 돈을 내기 때문에 아빠로서도 새로운 대발견을 선물로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 못하면 과학부 장관이 책임 문제가 될지도 모른단다."
"그리고 이 다음에 아빠가 연구 보조금을 신청해도 과학부에서는 전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게 되겠죠. 그렇잖아요?"
짐은 앞질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 거지."
하고,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1년 동안이나 화성에 머무르기 때문에, 아빠는 꼭 고대인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나님! 아빠를 성공하게 해 주세요."
힘 주어서 샤리는 말하였다.
"모두 함께 기도해요. 그리고 너희들은 이제부터 자는 시간이니까 어서 자야한다."
어머니는 시계를 보면서 말하였다.
그날 밤은, 침대에 들어가는 시간이 다른 날보다 빨랐다. 그러나, 짐도 샤리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짐은 몇 번이나 몸을 뒤치면서 움직였다. 눈을 감고 있어도 마음이 깨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날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화성 식민지의 생활은 어떤 것일까? 아빠는 화성의 고대인을 만날 수 있을까?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마침내, 짐은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머리맡의 시계는 오전 1시가 지났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 가까이 걸어가서 짐은 한밤중의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빌로드의 검은 막을 친 것처럼 보이는 하늘에서 화성이 흐릿한 빨간빛을 내고 있었다. 갑자기 오싹하는 싸늘한 기운이 등뼈를 한순간 스쳐 갔다. 내일 이 시간에는 짐은 작은 금속의 통과 같은 우주선 속에 갇혀서, 저 붉은 행성을 향하여 암흑의 우주를 날고 있을 것이다.
문득, 짐은 사리의 방 칸막이 너머에서 누군가가 왔다갔다하는 소리를 들었다. 짐은 발소리가 안 나게 살금살금 칸막이로 가서 틈 사이로 저편을 엿보았다. 샤리였다. 샤리도 침대에서 빠져나와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한시가 지났다!"
짐이 속삭였다.
"알고 있어. 잠이 오지 않는걸."
"나도 그래. 내일의 일만 걱정이 되는구나."
"우리 다시 침대에 들어가자. 내일 우주 공항에서 잠이 들어 버릴지도 모르잖아."
"그것도 그렇구나".
짐은 헛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침대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이튿날 아직 일찍이, 잠을 깨우는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우주선의 출발은 정오이지만, 짐의 일행은 오전 9시까지 우주 공항에 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7시 반에 일어나지 않으면 시간에 맞게 갈 수 없는 것이다.
짐의 가족들은 딴 날과는 달리 서둘러 아침의 일과를 마쳤다. 그러나 아침 식사의 테이블 앞에 앉아서도 모두들 식욕이 없었다.
체인버스 부인은 짐이 베이컨 달걀을 절반이나 남겨도, 샤리가 아주 조금밖에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아도 잠자코 있었다.
롱아일랜드 우주 공항으로 향할 때에도 네 사람은 거의 말이 없었다. 짐의 집에서 우주 공항까지는 헬리캅(공중을 달리는 택시)으로 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헬리캅을 타는 곳은 짐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8시가 지나서 헬리캅은 네 사람을 태우고 날았다. 다행히 이 날의 하늘은 아침인데도 교통 러시가 대단하지 않았다.
15분 후에 헬리캅은 우주 공항의 발착 빌딩에 네 사람을 내려 주었다.
이 우주 공항은 12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아직도 미완성으로, 공사중인 시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이 때문에 우주선의 발착도 제한되어 있었다. 사흘에 한 번 달로 향하 는 것과, 한 달에 한 번 화성으로 향하는 정기편이 그 주요한 것이었다. 또 민간의 우주 관광 여행의 우주선이 한 달에 한 번 출발하고 있었다. 이것은 금성과 토성을 방문하는 것인데, 어느 편도 그 둘레를 돌면서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억만 장자가 아니면 참가할 수 없었다.모두 다 합하여 지금 형편으로는 매월 12대의 우주선이 우주 공항을 출발하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 출발의 횟수는 날이 갈수록 부쩍부쩍 늘어 갈 것이다. 이미 목성, 토성과 같은 타이탄, 가니메데, 칼리스토 등의 혹성에 화성의 것과 같은 식민지를 만들 계획을 진행하고 잇는 것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우주 시대를 열어 놓은 이후 이미 60년이 지났으나, 우주 여행은 아직도 유년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체인버스네 가족이 발착 빌딩에 들어가니, 화성여행의 손님들이 벌써 모여 있었다.
우주 여행국원의 제복을 입은 사나이가 미소지으면서 말하였다.
"여러분의 가방을 계량대에 올려놓아 주십시오. 무게를 달겠습니다."
네 개의 가방이 하나씩 계량대 위에 놓여졌다. 한 개의 무게가 32킬로 이내이니, 합계 1백 28킬로 이내의 무게가 아니면 우주선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어느 가방도 제한 중량에 거의 가까운 선에서 합격되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 네 분께서 함께 계량대에 올라서 주십시오."
제복의 사나이가 다시 말하였다.
"우리가요?"
체인버스 부인을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승객의 체중도 짐짝처럼 중량 제한이 있나요?"
"아닙니다. 이것은 중량 제한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머니. 우주선이 출발할 때 어느 정도의 중량을 싣고 있는가를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체인버스 박사 가족은 함께 계량대에 올라섰다. 가방에는 하나씩 꼬리표가 붙여져서 한 발 앞서 우주선 안으로 운반되어 들어갔다.
검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오전 9시 20분이 지나서였다.
9시 30분에 스피커로부터 어나운스(아나운서가 방송하는 것)가 흘러나왔다.
"화성 1호에 승선하실 손님들은 1번 출구로 향해 주십시오."
제복의 사나이가 승객들을 발착 빌딩으로부터 넓은 광장으로 인도하였다.
1번 출구를 통과할 때 짐과 샤리는 넓은 광장의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발사대를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우주선 화성 1호가 거대한 몸집을 쉬고 있었다. 아침 햇빛을 받고 번쩍번쩍 빛나는 머리 부분을 똑바로 위로 향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물고기처럼 보였다.
그 둘레에 기술자들이 떼지어 서서 마지막 점검을 계속하고 있었다. 모든 기계와 장치가 정상이 아니면 우주선은 출발이 허락되지 않는다.
승객들은 발사대의 엘리베이터로 우주선의 승강구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땅 위를 내려다보면, 눈이 가물거릴 만큼 높은 곳이었다. 짐과 샤리는 양친의 뒤를 따라 사이좋게 나란히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승무원은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 지금부터 3주간 지내게 될 작은 선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 다음 승객들은 모두 우주선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선실에 모여서 간단한 강습을 받게 되었다.
승객은 겨우 28명이었다. 체인버스 박사 가족 외에 새로운 화성 이주자가 20명, 화성 일주 관광 여행자가 2명, 기자가 2명이었다.
1시간에 걸쳐서 승무원들은 우주선의 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예를 들면 식사에 대한 것까지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오전 11시 30분에 승객들은 각자 자기 선실로 돌아가라는 어나운스가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좁기는 해도 훌륭한 선실로 돌아왔다.
머리 위의 스피커로부터 어나운스가 흘러나왔다.
"모두 안전 벨트를 걸어 주십시오."
안전 벨트와 쿠션(푹신푹신한 방석) 장치가 잘 되어 있는 좌석이 로켓 발사시의 쇼크로부터 몸을 지켜 주는 것이다.
초침을 읽는 소리가 5분마다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발사 20분 전… 15분 전… 10분 전… 5분 전…."
드디어 마지막 1분이 되고 조용한 음성이 계속 흘러나왔다.
"……5, 4, 3, 2, 1……발사 !"
짐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배를 힘껏 얻어맞은 것 같이 느꼈다. 그리고 좌석에 등이 세차게 밀려 부딪쳐갔다. 선실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무거운 머리를 억지로 왼쪽으로 돌려서 집은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암흑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우주선은 벌써 우주로 날아와 있었던 것이다. 진짜 우주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우주 축제
 
수분 후에 우주선은 엔진을 멈추었다. 갑자기 선 내가 조용해지고 로켓의 울림만이 전해져 왔다.
우주선은 탈출 속도에 도달하여 지구의 인력을 뿌리쳤다. 이제부터는 예정된 코스로 화성을 향하여 3주간 조용히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주 생활이 시작된 최초의 수일간은 굉장한 것이었다. 우주선의 옆 창문 밖은 무수한 밝은 빛의 점(별을 말함)과 점들로 수놓인 암흑의 세계였다.
벌써 지구는 아득한 저편으로 멀어져 가서 작은 녹색의 공이 되어 있었다. 아직은 어렴풋이 바다와 육지를 분간할 수 있었다.
달에는 분화구 모양의 지형과 큰 산들이 마치 곰보처럼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것도 점점 멀어지더니 이윽고 누런빛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은하는 지금 보석의 떼가 불타면서 흐르는 것처럼 아름답게 퍼져 있었다. 또 태양은 광채를 더하고, 그 행성들도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별을 바라보는 데 싫증이 나자 선 내의 탐험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른 6명의 아이들과 함께 우주선의 뒤쪽에 있는 로켓 엔진실과 우주선 앞쪽의 조종실에까지 들어가 보았다.
우주선에는 7, 8명의 승무원이 있었는데 모두 아이들에게는 친절하였다. 선장까지도 아이들의 질문에 즐겨 대답해 주었다.
3일째가 되자, 짐과 샤리는 우주선 내부의 구석구석을 모두 탐험해 버리고, 창문 밖의 별도 눈이 따갑도록 보아 버렸다.
두 사람은 휴게실에서 싫증나도록 게임을 즐겼다. 책들과 비디오 테이프를 많이 갖추고 있는 도서실이 있었는데, 거기서 독서와 텔레비전을 즐길 수도 있었다. 그것도 3, 4일이 지나자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우주 여행이라는 것인가! 심심해 죽겠는 걸."
짐은 한숨을 쉬면서 말하였다.
"마치 형무소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샤리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참으로 그러했다. 우주선은 길이가 60미터 되지만, 한번 이 구석에서 저 구석까지 보아 버리면 그 이상 볼 것이 없었다.
물론 창문 밖의 우주는 별이 아름답지만, 한 시간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한 걸 풀어주지는 못하였다.
우주선은 화성으로 향하는 코스를 무서운 스피드로 날고 있었지만, 선 내의 사람들에게는 선체가 우주를 그린 배경에 매달려 있어서 그 장소에 가만히 멎어 있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짐은 초기의 우주 개발자들이 7개월간이나 8개월간 좁고 답답한 우주선 내의 지루한 생활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서 우주 생활의 지루함을 깨뜨리는 날이 왔다. 그것은 미드포인트(중간점) 데이의 축제일이었다.
미드포인트 데이는 우주선이 지구의 인력과 화성의 인력이 서로 밸런스가 잘 잡힌 미드포인트를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우주 축제'의 날이다.
이 미드포인트를 통과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우주선은 지구로 도로 끌려가는 일이 없게 된다. 우주선이 미드포인트에 도착하려면, 지구를 떠날 때 초속 11.2킬로의 스피드를 내야 한다. 출발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우주선은 지구로 도로 끌려가고 만다.
승객 전원은 우주선이 방향을 바꾸는 동안 선실에 들어가 있도록 명령받았다. 엔진이 걸리고, 선체는 도로 1백 8십 도로 회전하여 지금까지 지구로 향하고 있던 뒤꼬리를 화성으로 향하였다. 그 다음에는 엔진이 꺼지고, 선체는 붉은 혹성을 향하여 끌리어 갔다.
벨이 울려 퍼졌다.
계속하여 어나운스가 흘러 나왔다.
"승객 여러분은 한 분도 빠짐 없이 휴게실로 나와 주십시오."
휴게실에는 우주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 비행의 신입생들에게 환영의 표시로 주는,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종의 거친 대우를 선배 격인 승무원들로부터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갑자기, 선실 안의 인공 중력이 없어졌다. 승객들은 곧 두둥실 공중에 떠올랐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자석 신발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떠오르지 않았다.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승무원들은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공중에 떠올라서 버둥거리고 있는 승객들의 발을 붙잡고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휴게실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향하여 밀어주는 것이었다. 가볍게 밀렸을 뿐인데, 승객들의 몸은 재미가 날 지경으로 공중을 날아간다. 어른과 아이들이 뒤섞여 소리를 지르면서 공중을 헤엄치는 모양은 볼만한 것이었다.
다시금 중력이 돌아와서 엉터리 소동은 끝났다. 유쾌한 '훈련'에 합격한 승객들은 '우주 비행사 펀치'라는 음료수와, 미드포인트를 통과하여 지구의 인력권을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카드를 받았다.
짐과 샤리는 '우주 비행사의 펀치'를 한 잔씩밖에는 받지 못했으나, 어른 승객 중에는 몇 잔이나 더 청해 마시고 정신없이 취하여 장난을 치기도 하고 떠들어대기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파티는 저녁때까지 계속되었다. 여행의 지루함을 잊게 하는 데에는 이것 이상의 것은 없었다.
화성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지금은 출발 수일 후의 지구만큼의 크기로 보였다. 그것은 지구처럼 청록색이 아니고, 전체가 흐린 적색으로 여기저기에 푸른 부분이 흩어져 있고, 북극과 남극에 횐 얼음의 모자를 씌운 커다란 원반이었다.
우주선이 더욱 가까이 가자, 붉은빛에도 여러 가지 차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어떤 부분은 선명한 적색, 어떤 부분은 황색에 가까운 갈색, 또 어떤 곳은 구리 빛이었다. 식물의 무성함을 나타내는 엷은 녹색의 지역은 사막의 빨간빛이 퍼져 있는 가운데에서 선명하게 두드려져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화성의 표면을 빠른 속도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데이모스와 포보스다."
짐은 샤리에게 속삭였다. 물론 사리도 알고 있었다.
둘 다 화성의 작은 달이다. 포보스는 직경이 15킬로밖에 안 된다. 데이모스는 더욱 작은 것이다. 이 두개의 달은 작은 곤충처럼 화성의 둘레를 돌고 있다.
포보스는 매일 두 번, 데이모스는 30 시간에 화성을 한바퀴 돈다. 우주 여행은 놀라움에 가득 찬 굉장한 것이었다. 한 마디 말로 사막이라고 하여도 장소에 따라서 조금씩 빛깔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유명한 운하도 보였다. 그것은 수천 킬로에 걸쳐서 뻗어 나가는 긴 선이었다.
어느 날, 짐과 샤리는 모래 태풍을 보았다. 그것은 붉은 사막 위에 세차게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황색 버섯 구름이었다.
20일째가 되는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나운스가 선실에 흘러 나왔다.
"이 우주선은 내일 화성에 착륙합니다."
마지막 날, 승객들은 우주복을 입는 법을 연습하느라고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인간이 화성의 대기 가운데에서 숨을 쉰다면 산소 부족 때문에 수분 내로 죽을 것이다. 그래서 식민지의 돔 이외의 장소에서는 반드시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우주복은 금속 섬유를 섞은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손과 발을 움직이기 쉽도록 관절 부분에는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잡혀져 있다. 헬멧(서양식 투구 모양의 모자)은 커서 쓰기가 쉬웠다.
산소 공급 장치는 등에 달려 있었다. 이것은 헬멧 내부에 산소를 자동적으로 보내어서, 호흡으로 더러워진 공기를 깨끗한 것으로 하여 다시 보내는 장치였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새로운 산소를 보급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우주복 내부의 온도, 무선 통신 장치, 헬멧 안의 산소 공급량 따위를 조절하는 단추는 가슴의 바깥쪽에 가지런히 달려 있었다.
음료수의 튜브는 헬멧의 안쪽에 있어서, 머리를 돌리면 입이 닿도록 되어 있었다. 우주복을 입으면 불편한 일도 많지만, 12시간 계속 입고 있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일은 없었다.
우주복의 크기는 대, 중, 소의 세 종류뿐이다. 몸길이 2미터의 남자까지 입을 수 있는데, 그 이상의 키다리는 '특대'를 주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는 몸길이 90센티로부터 150센티의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그 몸길이에 따라서 크기를 고칠 수가 있었다.
몸길이 90센티 이하의 아이들은 도움 밖으로 나가는 일이 별로 없으므로 우주복이 필요 없었다.
짐과 샤리는 어머니와 같이 '중'의 우주복을 받았다. 체인버스 박사는 '대'이었다. 승객들은 우주복을 입는 법, 벗는 법, 조작하는 법을 배우려고 몇 시간이나 연습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화성식민지
 
화성은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우주 공간 가득히 퍼졌다. 그것이 적색과 녹색의 거대한 공이 되어서 천천히 아래쪽으로 이동하였다.
우주선은 뒤꼬리를 화성으로 향하고 급한 각도로 내려갔다.
승객들은 다시금 좌석에 앉아서 몸에 안전 벨트를 걸었다. 우주선은 역분사(반대로 내뿜음)를 하면서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화성의 표면으로 가까이 내려갔다. 화성의 대기는 엷기 때문에 저항이 적으며, 승객들이 받는 짓눌리는 듯한 괴로움도 지구를 출발했을 때보다 훨씬 적었다. 그리고 땅에 닿을 때의 쇼크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엔진이 멈추고 우주선의 내부는 조용해졌다.
선장의 음성이 선실의 스피커로부터 흘러 나왔다.
"이 우주선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하였습니다. 승객 여러분, 안전 벨트를 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우주복을 입고 휴게실로 모여 주십시오."
짐은 우주선의 옆 창문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밖을 내다 봐요!"
우주선 밖은 온통 빨간 먼지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화성의 대지는 볼 수가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벽돌 빛깔의 황폐한 사막에는 말라비틀어진 작은 식물의 덩어리가 여기 저기 달라붙어 있었다.2년 전에,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미국의 서부를 여행했던 일이 있었다.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샤리가 말했다.
"화성은 애리조나의 사막과 같아요."
짐은 자신의 우주복 안에 들어가자 앞장서서 휴게실로 통하는 나사 모양의 계단을 올라갔다. 휴게실에는 승객의 절반이 벌써 나와 있었다.
선장이 말하고 있었다.
"화성 시간으로 정오 조금 지났습니다. 바깥 기온은 10도, 여러분의 우주복 안의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해 주십시오."승무원들은 휴게실을 돌면서, 승객들이 우주복을 옳게 입었는가 어떤가를 점검했다. 점검을 마친 승객은 차례차례로 승강구의 해치(반만 열리는 문)로 안내되었다. 해치의 가장자리로부터 접어서 겹쳐 두었던 사다리가 펼쳐져서 땅바닥에 닿아 있었다.
승무원 중 한 사람이 짐에게 말하였다.
"조심해서 내리십시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이지만, 사다리의 중간에서 땅바닥에 떨어진다면 꽤 아플 테니까요."
짐은 사다리의 양옆에 달린 금속 막대를 붙잡고 한 계단씩 조심하면서 내려와서 최후의 계단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우주복의 신발이 작은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짐은 둘레를 살펴보았다. 하늘은 보랏빛에 가까울 만큼 푸르게 맑아 있고,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러나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다. 우주복 겉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하다. 땅바닥의 모래가 움직이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네 대의 차가 우주선으로부터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멎어 있었다. 그 차들은 편편한 탄환 모양인데 금속의 장수풍뎅이처럼 보였다. 옳게 말하면, 앞쪽에는 트랙터(특수 자동차)의 무한 궤도를 가지고, 뒤쪽에는 견고한 차량이 가지는 하프 트랙(무한 궤도가 달린 탱크식 자동차)이었다.
그 가까이에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화성 식민지에서 마중 나온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승객들이 전부 내리자, 명부와 대조하여 우주선 내에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다음에 승객들은 하프 트랙이 늘어선 곳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짐과 샤리는 양친의 바로 앞을 나란히 걸어갔다.
중력이 지구의 38 퍼센트밖에 없기 때문에 걷기가 쉬웠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깡충깡충 뛰어오르는 것처럼 걷는 것을 승무원이 보고 주의를 주었다.
"에너지와 산소가 낭비되니까, 조용히 걸어 주십시오."
하프 트랙은 운전사 한 사람에 승객이 열 사람 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세 대의 하프 트랙이 승객을 태우고 또 한 대는 우주선으로 가까이 갔다. 우주선에 실은 짐을 식민지로 나르기 위해서이다.
하프 트랙의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무선으로 말을 시작했다.
"이 하프 트랙은 기밀식(밀폐되어 기체간 통하지 못하는 구조)으로 되어 있습니다마는, 지금은 기밀이 안 되어 있습니다. 내가 지시할 때까지 우주복과 헬멧을 벗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짐과 샤리는 헬멧을 벗을 생각 같은 것은 해 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할당된 좌석에 점잖게 앉았다.
하프 트랙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쿵쿵 하고 모래땅을 밟는 듯한 움직임이지만 속도는 제법 빠르다. 30분 후에 화성 식민지를 뒤덮은 거대한 플라스틱 돔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밝은 햇빛을 받고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하프 트랙은 돔의 둘레를 돌아서 출입구로 가까이 갔다. 돔 안에서 커다란 핸들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돔의 문이 열리면서 하프 트랙이 하나 들어가자, 곧 닫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앞에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리면서 하프 트랙은 식민지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와 같이 남은 하프 트랙도 하나씩 에어 라커(공기 저장소)를 지나서 식민지로 들어갔다. 하프 트랙이 멎었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내렸다. 운전사는 자기 헬멧을 벗고 나서 말했다.
"여러분도 헬멧을 벗어 주십시오."
승객들이 모두 헬멧을 벗자 운전사는 또 말하였다
"여기가 화성 식민지입니다. 우주복을 벗고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헬멧을 벗는 순간, 샤리가 외쳤다.
"공기 냄새가 나요? 지구의 공기와 꼭 같아요!"
"그렇지도 않아. 하지만, 우주선과 우주복의 공기보다는 훨씬 좋은데."
짐은 코를 벌름거리면서 말하였다.
머리 위에서 밝은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마치 봄처럼 따뜻하여 기분이 좋았다.
도움 자체는 투명하기 때문에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아무 것도 막힌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움 너머로 보는 바깥 경치는 무엇이나 실물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우주복을 벗은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서 있었다. 여기에 서류를 가진 키가 큰 식민지 사내가 와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여러분, 나는 새로운 이주자를 도와드리는 일을 맡은 딥 로저스입니다. 이주자 여러분은 나와 같이 가 주십시오. 여러분이 거처하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사나이는 20 명의 이름을 전부 불렀다. 새로운 이주자들은 그 사나이와 함께 하프 트랙을 타고 떠났다. 뒤에 남은 8명중의 4명이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었다. 또 2명은 화성 관광 여행을 온 부자 부부이고, 남은 2명은 식민지에 대한 잡지의 기사를 쓰기 위하여 온 기자들이었다.
건장한 회색 머리카락의 사나이가 체인버스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연구실과 주택은 지하 빌딩입니다. 체인버스 박사님. 저희들은 할 수 있는 대로 협력하겠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바빠서 당신의 연구처럼 실제로는 그리 소용이 안 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나눠 줄 수 없다는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마는……."
"물론입니다."
체인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덧붙여 말하였다.
"지구를 출발하기 전에 이미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와 함께 가실까요?"
 
 
돈이 필요 없는 사회
 
지구로부터 최초의 유인(사람이 탄)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한 것은 1970년이었다. 그로부터 20년간은 식민지를 만드는 준비 기간이었다.
먼저 화성의 적도 북쪽에 있는 장소가 선택되고, 거기에 플라스틱의 돔을 건설하기로 되었다. 여러 가지 도구와 산소 공급 장치 같은 것들은 20년간에 걸쳐서 지구로부터 조금씩 운반되었다. 그리고 1991년에 최초의 이주자가 보내어졌다.
처음 한동안은 이주자들은 기밀식 가설 오두막집에서 살았다. 그리나 정식 거주 구역의 건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오래지 않아서 2층 건물의 금속 빌딩이 몇 채나 잇달아서 출현하였다. 모두 보기보다는 튼튼하고 이용하기 편하도록 지어졌다.
화성 식민지의 길거리는 가로, 세로가 직각으로 정확하게 교차되도록 설계되고, 동서로 뻗은 큰길에는 지구의 도시 이름이 붙여지고, 남북으로 뻗은 큰길에는 지구의 나라 이름이 붙여졌다.
주택은 모두 긴급한 경우를 생각하여 기밀식으로 지어졌다. 이렇게 해두면, 운석(땅에 떨어지는 별똥들)이 돔을 파괴했을 때에도 죽는 사람이 적게 되는 것이다.
식민지의 넓이는 돔의 크기에 따라서 제한된다. 그래서 식민지는 밖으로 퍼져나가는 대신에 밑으로, 즉 땅 속으로 뻗어 내려갔다. 이미 빌딩은 지하 2층까지 완성되고, 지하 33미터의 지하 3층 공사 현장이 많은 엘리베이터로 지상과 연결되어 있다.
지상의 공공 시설은 거의 지하 1층으로 옮겨졌다. 식민지 사람의 대부분은 아직도 지상 빌딩에 살고 있지만, 새로운 이주자들은 지하에 살게 된다. 식민지 사람끼리 새로 결혼한 경우에도 역시 지하에 새로운 살림집을 정하게 되었다.
지상과 지하를 합하여 5층의 빌딩이 완성되면, 화성 식민지에는 4천 명이 살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부족하게 되었을 때에는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장소에 제 2의 화성 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그 계획은 꼭 실행되어야 할 일이었다. 가까운 장래에 지금 화성 식민지가 꽉 차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화성 이주 계획에 따라서 지구로부터 매년 300명 정도의 이주자가 이곳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지구 정부는 화성에 영주하는 이주자에게는 우주 여행의 운임을 면제해 주고 있었다. 영주를 결심하고 화성으로 왔던 사람이라도, 식민지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거나 싫증이 나거나 할 때에는, 30일 이내라면 무료로 지구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30일의 기간이 넘은 뒤에는 비싼 운임을 자기가 내어야 한다.
새로운 이주자 중에서 10명 중 1명은 화성에서 생활을 목격한 후에 영주를 단념하고 지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즐겨 화성에 머물렀다.
화성 식민지에서는 매년 지구로부터 오는 300명의 새로운 이주자들 외에도 식민지 사람 사이에 수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 인구가 불어났다.
정식 부부와 그 아이들만이 식민지 사람이 되는 것을 허가 받았다. 그리고 화성에서 난 아이들과 어린애 때 화성으로 온 사람은, 21세가 되어야 비로소 결혼할 자격을 인정받았다. 독신 남녀 전용의 방은 없었다.
식민지가 열렸을 때, 어린아이였던 식민지 사람들은 지금 2, 3명의 자녀를 가진 어버이가 되어 있었다. 인구는 예상을 넘어서 급속도로 늘어갔다. 식민지 전체가 벌집처럼 많은 아이들을 기르는 일에 바쁘게 되었다. 누구나가 다 열심히 일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식민지에서는 낭비가 허락되지 않았다. 더러워진 공기는 다시 깨끗하게 만들어서 사용되었다. 지하 빌딩을 건설하기 위하여 파낸 모래에서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산소와 금속을 뽑아 냈다.
야채류는 실내에서 인공 태양의 빛을 받으면서 자라났다. 물도 화학적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식민지에서 필요한 것은 전부 지구로부터 공급받았다. 커다란 기계를 우주선에 싣고 우주공간을 운반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식민지는 조금씩 자급 자족 준비를 해 나갔다. 그리고 지금에는 자기들의 하프 트랙과 에어 로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큰 것을 만들기 위하여 공장 설비를 갖추어 가고 있다. 지금부터 수십 년 이내에 화성 식민지는 지구의 원조 없이도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자기 힘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 살아갈 주택으로 지하빌딩의 1,2층이 할당되었다. 1층은 박사의 연구실이었다. 아래층에는 작은 방이 셋 있었다. 가구는 간단한 침대 넷과 몇 개의 의자뿐이었다. 부엌은 없었다. 식민지 사람들은 공영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표지에 '새로 오신 분들을 위하여'라고 인쇄된 수첩을 받았다. 거기에는 식민지 생활 규칙이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여기서는 지구의 계산법으로 14살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8시간은 일을 하게 되어 있었다. 10살부터 14살까지 아이들은 매일 3시간만 맡겨진 일을 하고, 10살이 못 되는 아이들은 일정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어른들의 일을 돕는 일이 있었다.
황폐한 행성의 개척에 골몰한 식민지에는 게으름뱅이가 살 집 따위는 없는 것이다.
학교의 의무 교육은 14살까지였다. 여기서 베스트에 합격한 사람만이 계속하여 대학 교육까지 받을 수가 있었다. 그 밖의 사람들은 학교를 떠나서 노동자가 되었다.
식민지 사람도, 지구로부터의 방문자도, 담배는 하루에 네 가치밖에는 피울 수 없도록 정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담배를 많이 피우면 공기가 지나치게 더러워져서 공기 정화 장치의 작용이 나쁘게 되기 때문이었다. 체인버스 박사 부부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네 가치라는 규칙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큰 식당에 모여서 함께 먹었다. 식료품은 팔고 있지 않았다. 식사 배급권과 교환하여 주는 것이다. 식권을 돈으로 살 수는 없었다. 힘드는 일을 하여 식권을 더 받는 길 밖에 없는 것이다. 방문자는 식권의 할당이 적지만, 자진하여 일을 지원하면 식권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식민지에는 비디오는 없으나, 지구로부터 보내오는 영화가 매일 상영되고 있었다. 매월 네 가지의 영화가 보내어져 오며, 매주 한 가지가 상영되었다.
또, 식민지의 연극 그룹이 매월 첫 번째 주간 주말에 연극을 공연하였다.
영화도 연극도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돈이 필요가 없었다. 누구나가 일하며, 누구나가 식권을 번다고 하는 제도에는 아무런 지장도 생기지 않았다.
그날 밤, 체인버스 박사 가족은 화성 식민지의 식사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가장 가까운 공영 식당은 체인버스네 집으로부터 몇 구역 떨어진 홍콩 거리와 벨기에 거리가 서로 교차되는 길모퉁이에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공영 식당 밖에는 사람들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행렬은 쓱쓱 앞으로 움직여 줄어들어서 곧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밝은 조명이 빛나고 있는 큰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은 카페테리아 방식이었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이 큰 쟁반을 들고 카운터 앞을 지나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요리를 받는 것이다. 벽에는 메뉴가 붙여져 있었다. 거기에는 로스트 비프, 브로일드 치킨, 베이컨 햄 따위의 고기 요리와, 포테이토, 아스파라거스, 콩, 당근 따위의 야채 요리가 쓰여져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쟁반에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를 담아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
짐은 서둘러서 로스트 비프를 한 조각 잘라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를 갸우뚱하였다.
"진짜 같은걸! 어떻게 만든 것일까?"
"진짜 같은 게 아니라 진짜란다."
체인버스 박사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아빠는 식민지의 사람들이 여기서 소와 돼지와 닭을 기른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대관절 어디서 기르고 있죠?"
"공장의 플라스크(유리로 만든 목이 긴 병) 안에서지."
아직도 웃으면서 체인버스 박사는 설명을 계속하였다.
"이곳 사람들은 조직 배양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아직도 조직이 살아 있는 동물의 살 작은 조각을 화학 배양액에 담가서 자극을 주어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살의 조직이 자라서 얼마든지 커진다. 이 덩어리를 식사시간이 올 때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요리하는 거야."
"야채도 같은가요?"
"아니, 야채는 여기서 재배하고 있다. 다만, 동물은 기르는 데 넒은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려운 일이거든."
라고, 체인버스 박사는 대답하였다.
고기의 맛은 대단히 좋았다. 야채도 지구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맛이 있었다.
그 날밤, 체인버스 박사 가족 네 사람은 일찍 침대에 들어갔다. 낮에 받은 수첩에 다음과 같은 것이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을 절약하기 위하여 전 거주 구역은 매일 밤 11시에 불을 끈다'
소등 시간이 왔을 때, 벌써 네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7년생과 6년생
 
이튿날 아침 식사는 지구에서 늘 먹어 오던 것뿐이었다.
'오렌지 주스, 토스트, 베이컨 에그, 그리고 밀크나 커피.'
이 메뉴를 보아서는 여기가 지구로부터 6천 수백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세계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침 식사 후에 짐과 샤리는 걸어서 학교에 갔다. 학교는 지하 빌딩 끝에 있었다. 두 사람은 먼저 교장실을 찾아가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자세한 주의를 밭았다. 그리고 짐은 7학년 학급에, 샤리는 6학년 학급에 편입되었다.
7학년의 교실에는 30명의 소년 소녀들이 있었다. 짐이 지구에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약 두 배의 인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교실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선생이 적기 때문이었다.
짐이 교실에 들어가자, 여자 선생님이 물었다.
"학생이 짐 체인버스입니까?"
"네, 선생님."
짐은 기운차게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젊고 또 대단한 미인이었다.
이 식민지에는 젊은 사람이 많다. 그것은 40세 이상의 사람이 식민지로 이주해 오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1991년에 이곳에 온 가장 오래 된 이주자도 지금 겨우 50대가 아니면 60대인 것이다.
"나는 카티아 부인입니다. 교실 옆에 책상이 있으니, 그 위에 있는 교과서와 함께 가지고 와요."
선생님은 짐에게 말하고 나서, 학생들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짐은 지금부터 1년간 우리들과 같이 공부합니다. 짐의 아버지는 이 식민지에서 연구하기 위하여 지구에서 오신 생물학자입니다."
짐은 자기 책상을 찾아내어 그 위에 놓여 있는 교과서를 펴 보았다. 어느 것이나 화성에서 만들어진 질이 나쁜 종이에 인쇄된 것이었다. 그러나 짐이 지구에 남겨 두고 온 교과서와 많이 틀리지 않는 것을 알고 마음을 놓았다.
영문법 교과서가 있었다. 역사 교과서도 있었다. 그러나 지리 교과서는 없었다. 그것도 그럴 만하다. 이곳에서는 지구의 지리를 배워도 그다지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는 지구의 것보다 쉬웠으나, 수학 교과서는 어려워 보였다. 지구에서 짐은 대수를 배우고 있었는데, 화성 식민지의 교과서에는 아직 배워 본 일이 없는 기하(도형의 성질 및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가 주로 되어 있었다. 이과(자연계의 사물 및 현상을 연구하는 학과)의 교과서도 지구의 것보다 어려워 보였다.
또 한 권, 표지에 '시민권'이라고 인쇄되어 있는 교과서가 있었다. 짐은 그것을 몇 장 넘겨보았다. 내용은 화성 식민지가 어떻게 통치되며, 어떤 목표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짐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마침 '시민권'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짐은 열심히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카티아 선생님은 말을 계속하였다.
"화성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치를 하며, 동시에 지구의 다스림을 받고 있습니다. 파울러, 이것을 설명해 주지 않겠습니까?"
얼굴이 볕에 검게 탄 키가 큰 소녀가 일어서서 말하였다.
"식민지 위원회가 화성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멤버(회원)는 매년 선거로 뽑게 되어 있습니다. 18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투표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식민지 운영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결정된 일은 지구의 국제 연합에서 임명된 사정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사정관의 임기는 5년입니다. 사정관이 위원회의 결정을 부인 할 때에는 위원회가 직접 지구의 국제 연합에 승인을 요청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하여 짐은 화성 식민지가 어떠한 곳인가를 잘 알게 되었다. 이곳은 누구나가 서로 도와서 힘드는 일을 하는 장소이다. 돈을 모은다거나, 즐겁게 지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거나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모두가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고 있었다.
'시민권'의 다음이 영문법의 수업이었다. 식민지가 출발 하였을 때, 이곳에서 쓰는 말은 하나만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영어가 선택된 것은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 다른 말을 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가장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영어밖에는 가르치지 않았다. 영어를 보다 더 잘 배우게 하기 위하여 다른 말은 희생이 되었다.
영문법의 다음으로 역사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짐은 클래스의 동료들과 함께 교실을 나왔다. 누구나 짐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친구가 되려고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짐은 복도에서 샤리와 만나 함께 식당에 들어갔다.
"공부 시간에 모르는 것은 없었니?"
짐은 샤리에게 물어 보았다.
"조금은. 하지만 따라갈 순 있다고 생각해. 그보다도 오빠는 반 친구로부터 푸대접을 받진 않았어?"
"그럼 너도 받은 모양이구나?"
"그래, 나는 모두에게 인사를 했는데도 아무도 인사를 안 하잖아."
두 사람 다, 식민지 사람들이 우호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새로 온 사람에게는 모두 차가운 태도를 취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점심 식사 후에, 수업이 두 시간 있었다. 오후 두 시에 학과가 끝나는 벨이 울렸다.
5학년생 이상의 학생은 모두 일하러 나가야 한다. 물론 중노동은 할 수 없었다. 10세부터 14세까지 아이들이 매일 3시간씩 하는 일은 심부름을 다니는 일과 같은 대단히 간단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어른들은 지하 3층에서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기 위하여 땅을 더욱 깊이 파 들어가는 중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학교를 나오면서 짐은 옆 책상의 소년과 친구가 되려는 생각에서 말을 걸어 보았다.
"나는 짐 체인버스인데, 로마 거리 옆의 코펜하겐 거리에 살고 있다. 네 이름은?"
"돈 브루스."
그 소년은 걸으면서 대답하였다. 짐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빨리 하면서 말을 계속하였다.
"너는 어디쯤 살고 있지? 할 수 있으면 오늘밤 만나고 싶은데. 나는 공부가 뒤떨어져 있는 것을 가르쳐 줄 친구가 필요해."
돈 브루스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짐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알겠니? 지구의 도련님. 나는 내 친구가 벌써 있단 말야. 누군가 함께 공부할 다른 사람을 찾아봐."
친근한 느낌이 조금도 없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너 같은 사람과 이야기해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단 말야. 내게는 일이 있기 때문이야, 지구의 도련님."
그렇게 말하고 돈은 뛰어갔다.
짐은 학교 앞에서 샤리를 만났다. 샤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식민지의 아이들은 왜 모두들 차갑고 사귀기 어려울까?"
"나는 같은 반의 사내애와 친구가 되려고 했지만, 그 애는 귀찮은 듯이 거절했단다."
"내게는 대답도 안 해 주잖아. 모두 내가 유령이라도 되는 듯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모른 체 하고 앞을 지나가잖아."
하고, 샤리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왜 그러는지 나는 알겠다. 그 애들은 모두가 화성에서 난 애들이다. 그런데 우린 지구에서 온 사람이고, 매일 일할 의무가 없거든. 우린 식민지 사람들이 만든 식량을 먹고 공기를 호흡하고 있으면서도 그 대신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이야."
"무엇인가 하라고 하면 나도 일할 텐데. 그렇지만 우린 거지처럼 받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 아빠가 화성에 대한 매우 소중한 연구를 하고 계시잖아."
"그 연구가 식민지의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거야. 식민지를 건설하거나 발전시키거나 하는 일에 직접 소용이 안 되는 일은 문제가 안 되지. 식민지의 사람들이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땅 속을 또 한 층 파내려 가서 새로운 주택을 만드는 일뿐이거든."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모두와 친해지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우린 비참한 1년을 보내게 될 거야."
샤리는 한숨을 쉬었다.
 
 
세 눈 가진 거북
 
짐과 샤리가 지하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집 앞에 트럭 하나가 멎어 있었다.
아래층에는 아무도 없었으므로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거기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구실의 비품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었다. 방금 트럭으로 운반되어 온 것이다.
비품은 현미경이 두 개, 표본 채집병 세트와 연구 작업에 필요한 탁자가 각각 하나, 속이 비어 있는 작은 철망 바구니가 세 개였다.
연구실은 여러 가지 도구와 장치가 복잡하게 진열되어 있던 지구의 연구실과 비교하면 쓸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화성의 연구실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는 어땠지? 이곳 수업 진행에 잘 맞출 수 있겠니?"
체인버스 박사는 물었다.
"문제없어요, 아빠. 저희들이 지구에서 배우던 것과 그다지 틀리지 않거든요."
짐은 대답하였다.
"너희들,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니?"
이번에는 어머니가 물었다.
짐과 샤리는 서로 눈치들만 보고 있다가 마침내 샤리가 말하였다.
"학교 일과를 배우기에 바빠서 친구를 사귈 틈이 조금도 없었어요. 그렇지만 내일은…."
전화의 벨이 샤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여보세요?"
체인버스 박사는 수화기를 들고 상대편 이야기를 듣고 있 다가,"하지만, 나는 그 원심 분리기가 꼭 필요하거든요. 결국은 말입니다.……알겠습니다. 새로 신청서를 내겠습니다."
초조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놓고 체인버스 박사는 연구실 가운데를 걸어다니면서 중얼거렸다.
"관청 사람들의 형식주의란 놈이!"
"왜 그러세요, 아빠?"
짐이 묻자, 체인버스 박사는 질렸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식민지 사람들의 협력 방법은, 조금이라도 자기네들이 희생이 될 때에는 일체 거절한다는 것이야. 나에게 현미경을 두 개 빌려 준 것은, 지금 마침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다른 실험 기재는 지금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빌려 줄 수가 없다고 알려 온 거야. 설비 없이 나는 어떻게 연구를 진행해야 된다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다."
"당신, 벌써부터 그렇게 걱정하실 건 없잖아요. 연구 기간은 만 1년이잖아요."
달래듯이 체인버스 부인이 말하였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설비를 손에 넣는 데 10개월이나 걸린다면 어떻게 되지? 그 때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까?"
"식민지 당국은 꼭 협력하게 되리라고 믿어요. 식민지 사람들도 차차로 당신의 연구가 식민지의 생황에 대단히 유익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 오겠죠."
"어떨까? 이곳 사람들에게 이해가 가는 것은 지금 곧 실제로 결과가 나타나는 일뿐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식민지의 사람들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아니야!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건설중인 세계에 살고 있어. 그래서 실제의 일을 첫째로 생각하고 꿈을 쫓는 것 같은 생물학의 연구에 귀중한 기재를 돌리기 싫어하는 거야. 하지만, 식민지 사람들이 눈앞의 일만을 생각지 않고 먼 장래를 내다본다면 과학이라는 것이 소위 '실제적인 일'과 똑같이 중요한 것이라고 깨달을 수 있을 거다. 만일 깨닫지 못한다면 언제까지 걸려도 완전히 지구의 손을 떠나서 자립하는 일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는 거지."
체인버스 박사는 자신의 기분을 가라앉히려는 것처럼 웃어 보였다.
"아무리 성을 내도 별 수 없는 일이다. 차차로 잘 되어가겠지. 자, 그러면 기재들을 정리해 볼까."
연구실 설비를 정리하여 배치하는 일에 네 사람이 꼬박 한 주일이 걸렸다. 짐과 샤리도 집에서는 양친의 일을 돕기에 바빴기 때문에, 학교의 일을 그다지 생각할 틈이 없었으나, 급우들의 태도는 차가워져 갈 뿐이었다.
겨우 한 달이나 두 달 전에 화성으로 왔을 뿐인 소년 소녀들까지도 짐과 샤리를 '지구인'이라고 부르며 눈을 흘기는 것이었다. 그것은 짐과 사리가 1년간의 화성 체제 기간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갈 때가 되어도 사라질 것 같지 않은 태도였다.
"친구를 만드는 일은 단념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짐과 샤리는 매일 공부가 끝나고 벨이 울리면, 양친의 일을 돕기 위하여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체인버스 박사는 연구 기재를 갖추기 위하여 식민지를 두루 뛰어다녔다. 여기서 시험관을 한 개, 저기서 분젠등(간단한 가열 장치)을 한 개, 이런 식으로 조금씩 모았다.
지구 정부는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에게 우주 여행 비용과 1년간의 화성 식민지 체재의 비용을 내주었으나, 화성의 생물학 연구실에서 필요한 기재까지는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체인버스 박사는 자신이 식민지 병원과 식민지 대학의 연구 센터에 나가서 까닭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기재를 빌려야 했다.
그리하여, 설비와 기재가 조금씩 갖추어지고, 연구실은 점점 연구실다운 모습이 되어갔다. 체인버스 박사는 식민지 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냈다.
'화성 야생 생물의 살아 있는 표본을 가져오시는 분에게는 특별 배급 식권을 드리겠습니다.'
이 때문에, 식민지 위원회는 체인버스 박사에게 특별 배급 식권을 발행해 주었다.
다음날, 여섯 사람의 식민지 사람이 사막에서 산채로 잡은 동물을 연구실로 가지고 왔다. 짐과 샤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화성의 작은 동물이 철망으로 만든 바구니와 유리로 막은 상자에 들어가 있었다. 그 중의 세 마리는 쥐 만한 크기였다. 북슬북슬한 붉은 털이 온 몸을 덮고 있고, 눈은 투명한 피막에 싸여 있었다. 그 피막은 모래 태풍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발달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턱 밑에는 모이와 물을 넣어 두는 커다란 자루가 있었다. 내 마리의 동물은 모래 거북의 일종이었다. 대체로, 체인버스 박사의 손바닥 정도의 크기인데, 그 갈색 등의 껍데기 속에 머리와 발을 움츠려서 몸을 보호하며, 또 모래 태풍을 막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처음 짐과 샤리가 보았을 때, 모레 거북은 커다란 돌멩이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그러나 몇 시간 후에, 모래 거북은 밖의 형편을 엿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기 머리와 팔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네 개의 발은 지구의 육지 거북과 거의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작은 머리를 보는 순간 짐과 샤리는 저도 모르게 표본 상자의 유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눈이 세 개다!"
"정말!"
두 개의 눈은 머리 양쪽에 달려 있었으나, 그 눈 사이에 세 번째의 눈이 있어서 위를 향하고 있었다.
"수천 만 년 전에, 지구의 도마뱀도 눈이 세 개였단다. 그러나 때가 흘러감에 따라서 가운데 있는 눈이 없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이 작은 거북은, 지금은 두 개의 눈만이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지 못했던 모양이지."
체인버스 박사가 설명하였다.
"한가운데의 눈은 위에서 달려드는 새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갑자기 샤리가 입을 열었다. 체인버스 박사는 빙그레 웃었다.
"대단히 좋은 생각이다, 샤리. 그렇지만 섭섭하게도 화성에는 새가 한 마리도 없다. 지금까지도 없었다고 생각된다. 공기가 없기 때문에 새의 날개를 떠받쳐서 공중에 뜨게 할 수가 없고, 새의 모이도 충분히 발견할 수가 없다. 그래서 화성에서는 생물이 새로 진화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의 이론으로는 말이다."
짐과 샤리는 마지막 상자를 보았다.
밑에 깔아 둔 빨간 사막의 모래 위에 편평하게 생긴 발이 열 개 달린 동물이 두 마리 있었다. 이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유리알 같은 두 개의 눈으로 지구의 소년 소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 몸은 매끄럽고 거의 투명했다. 앞쪽에 달린 한 쌍의 집게를 딱딱 소리를 내면서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었다.
"이것은 뭐죠?"
집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지금 화성에서 발견되는 생물 가운데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모래 거미야. 사실은 게나 전갈에 가까운 것이지만, 식민지의 사람들은 모래 거미라고 부르고 있다. 이놈들의 집게는 너희들의 손가락을 잘라 버릴 만큼 강하다. 이곳의 사람들이 사막에서 일할 때에는 반드시 두터운 장화를 신는 이유의 하나는 모래 거미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기분 나쁜 꼴을 하고 있군요."
샤리가 중얼거렸다.
"모래 거미 쪽도 우리들의 모습을 아름답다고는 생각지 않을 거다. 서로 같은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박사는 웃었다.
 
 
짓궂은 급우
 
짐은 세 개의 상자를 서로 비교해 보면서 말하였다.
"쥐, 거북, 모래 거미, 이 밖에 사막에는 어떤 생물이 있죠? 아빠."
"나는 이 동물들을 가져온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아직 이 밖에도 작은 쥐와 같은 것, 뱀, 게의 종류, 그리고 도마뱀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것들을 그 사람들이 붙잡아 오겠다고 했다."
"화성의 동물은 대개 몇 종류쯤 될까요?"
"아직도 수십 종류밖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화성의 대부분이 아직도 탐험되어 있지 않죠? 거기에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네 말이 옳다, 짐.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도 그 점이니. 아직도 탐험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는 더욱 중요한 생물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 화성의 고대인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물어 보신 일이 있나요?"
라고, 샤리는 물었다.
"물론 물어 보았지, 그러나 거이 모두 고대인은 멸종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 참으로 멸종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조금은 있었지만 말야."
"그 사람들은 초기의 이주자들이지. 식민지가 창설되었을 무렵에, 돔 바깥을 이상한 생물이 어정거리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렇지만 그 모습을 똑똑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서 지금 거의 모든 식민지 사람은 누군가의 장난이나, 혹은 잘못 본데서 고대인이 살아 있다는 공상이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체인버스 박사는 자세히 설명하였다.
"하지만, 아빠. 이상한 것을 본 사람은 한 사람뿐이 아니잖아요……."
짐이 고집하자, 체인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그것이 공상이라고 말한 것은 아냐, 짐. 지금은 식민지 사람들이 공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우리라도 그 이상한 생물을 볼 좋은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먼저 고대인의 유적을 조사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일요일에 여기서 가장 가까운 유적으로 우리들을 안내해 줄 식민지 사람을 찾아 주었단다."
"정말이에요? 아버지, 저희들도 데리고 가 주시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짐은 외쳤다.
"물론이지. 너희들도 고대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겠지? 그런 호기심이 나의 연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체인버스 박사는 말하면서 빙그레 웃는 것이었다.
이튿날 학교의 식당에서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일요일의 예정을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화성의 학교는 한 주일에 엿새 공부하는 제도로서 여름 방학도, 겨울 방학도, 또 봄방학도 없었으므로 언제나 일요일이 몹시 기다려졌다.
테드 나바라라고 하는 목이 쉰 소리를 내는 소년이 화성 태생 사람들의 특징인 분명하지 못한 발음으로 말하였다.
"나는 내일 공항으로 지구행 우주선이 출발하는 것을 보러 간단 말야."
"나는 지구에 계시는 할머님에게 우주 전화를 걸어. 해마다 할머님의 생신 날엔 걸고 있지. 할머님은 내일 80세가 되시지만 대단히 건강하셔."
그렇게 말한 것은 쥬디 도미니크였다.
"나는 아빠와 함께 화성의 고대인의 유적을 조사하러 간다."
짐이 입을 열었다. 말을 하면 모두 함께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선 가족 전부가 동굴 탐험을 떠난다."
"뭐라고? 탐험? 지금까지 동굴을 탐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12번쯤은 동굴에 갔다 왔단 말야."
테드는 비웃었다.
다른 소년들도 멸시하는 태도로 말을 꺼냈다.
"나도 그 이상은 갔었지."
"나는 그런 곳에 다시는 안 갈 거야. 먼지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동굴이란 말야. 일요일에 온 가족이 모두 함께 간다고 했지?"
짐은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모처럼 거만한 식민지 아이들의 높은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실패로 돌아가고 도리어 반격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짐은, '싸움은 최초의 일격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고 노여움을 가라앉히면서 말하였다.
"분명히, 유적 같은 건 너희들에게는 아무런 재미도 없는 낡아빠진 것일지 몰라도 내게는 그렇지 않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란 말야."
"그렇겠지. 지구에서 온 아이들은 우선 화성 경치를 보려고 정신없이 뛰어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되니까."
테드는 또 비웃었다.
"너도 나와 다름이 없을 텐데. 너는 지구에 가 본 일이 있니?"
"그걸 물어서 어쩔 테냐?"
"대답해 봐."
하고, 짐은 요구하였다.
"물론, 나는 지구 같은 곳엔 가 본 일이 없지. 화성에서 출생한 식민지 사람이니까."
테드는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테드, 네가 만일 지구로 간다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미국 뉴욕 시에 있는 고층 건물)이나, 그랜드 캐년(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세계적인 큰 계곡, 공원)이나, 그 밖의 경치를 보려고 뛰어다니게 되지 않을까? 나나 내 여동생은 그 어느 것이나 모두 다 보았기 때문에 아무런 흥미도 없지만, 너는…."
"흥, 나는 뛰어다니진 않을 거야. 큰 빌딩이 그처럼 재미있니? 바위가 모여 있는 곳이 무슨 재미가 있다는 거야?"
"너는 산이 어떤 것인지 모를 거다. 화성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라도 겨우 30미터 이하야. 너는 진짜 산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도 없을 거야!"
짐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편을 비웃는 말투가 되었다.
"야, 지구인."
다른 소년이 짐을 불렀다. 돈 블루스이었다.
"너는 왜 조용히 앉아서 식사를 하지 못하니 ? 왜 소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거야? 너는 화성에 무엇 하러 왔지? 식민지의 귀중한 식량과 공기를 낭비하러 왔니?"
"우린 아버지가 화성에서 소중한 과학 연구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족 전부가 오게 된 거다. 너희들도 다 알고 있 을 텐데!"
짐이 정색하고 대답하자, 돈은 토해내 듯 말하였다.
"소중한 과학 연구란 모래 거미나 사막 거북을 희롱하는 일이냐? 네 아빠는 더러운 사막의 동물에게서 무엇을 찾아내려고 하는 거냐? 그런 연구 따위로 네 사람의 노동을 면제시키고 여기서 1년간이나 살게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은 그다지 가치가 없는지도 모르지만……."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서, 짐은 한 마디 덧붙여서 말하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화성의 고대인을 발견하시기까지만 기다려 주면……."
"뭐라고?"
다른 아이들도 동시에 물었다.
특별히 쥬디 도미니크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너, 그 말 농담으로 하는 말 아니겠지?"
"농담이라니! 화성의 고대인은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 남아 있다. 너희들 식민지 사람들은 식민지의 건설에 바빠서 고대인을 찾을 틈이 없을 뿐이지. 그렇지만 우리 아버지는 화성인을 발견하려고 하시는 거야. 그리고 만약에 발견만 된다면……."
"화성의 고대인은 지금부터 1만 년에서 5천 년쯤 사이에 멸종되어 버린 거야, 알겠니?"
자신 만만하게 테드가 말하였다.
짐은 되풀이하였다.
"너희들은 사막을 1cm씩 세밀하게 구석구석 조사해 본 일이 있니? 식민지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몇 사람인가 돔 밖을 어정거리는 고대인을 보았다지 않아? 그리고……."
"잠깐……."
테드는 손을 들면서 짐의 말을 가로막고 말하였다.
"그런 이야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지어 낸 동화란 말야, 화성의 고대인은 훨씬 오래 전의 옛날에 멸종해 버린 거야."
"멸종되지 않았어! 우리 아빠는 꼭 화성의 고대인을 찾아내고야 말 거야!"
마침내 짐은 큰소리로 외쳤다.
"흥, 너는 화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너는 여기서 1주간 지냈을 뿐이야. 우린 거의 모두 나면서부터 여기서 살고 있단 말야. 그런데도 너는 우리에게 화성에 대해서 가르칠 셈이냐?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비웃음의 소리가 짐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금까지 잠자코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샤리는 깜짝 놀라서 테이블 아래로 짐의 발을 툭 찼다.
마침 그 때, 점심 시간의 끝과, 교실로 돌아가는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려 퍼졌다. 이것이 조금만 늦어졌다면 보기 흉한 주먹질의 장면이 벌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식당을 나오면서 짐은 사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입을 뗀 것이 잘못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잠자코 그냥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어."
"모두 오빠를 성나게 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거기 넘어가서는 안돼. 그 사람들은 우리보다 화성에 오래 살고 있기 때문에 자기네들 편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기다려 봐요. 보여 주고야 말 테니까. 우리가 옳았다는 걸 꼭 보여 주게 될 테니까요."
라고, 샤리는 속삭이는 것이었다.
 
 
사막의 유적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짐과 샤리는 양친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땅 위로 나와서 제4에어 로커(공기 저장고)로 향하였다. 거기서 짐네 일행은 고대인의 유적 조사에 관한 안내를 맡아 일하는 청년을 만났다. 몸이 여위고 키가 크며, 피부가 검은, 그 청년은 식민지 대학에서 기사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연령은 22, 3세쯤으로 보였다.
작은 화성 식민지의 대학에서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공과(공학에 관한 학문을 배우거나 연구하는 과정)이었다. 겨우 얼마 안 되는 나머지 학생이 법률을 배우고 있었으나, 그것도 다른 공부를 하면서 덤으로 한다는 형식이었다. 화성 식민지에 있는 단 하나의 재판소는 거의 활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를 직업으로 가지더라도 일이 그리 없는 것이다.
안내하는 청년은 마틴 휴버라는 이름이었다. 화성 태생의 순수한 식민지 사람은 아니고, 6새 때에 양친과 함께 이주해 왔다고 한다.
"여러분,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체인버스 부인, 점심 식사는 이 가방에 넣어 주십시오. 여러분의 우주복은 로커(서랍)에 들어 있습니다. 몸에 맞는 것을 입어 주십시오. 우리가 타고 갈 하프 트랙은 벌써 에어 로커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짐과 샤리는 '중'의 표시가 달린 우주복을 찾아내어 그 속에 몸을 넣었다. 마틴 휴버는 모두가 우주복을 옳게 입었는가 어떤가를 일일이 검사하고 나서 에어 로커를 여닫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였다.
안쪽으로부터 문이 얼렸다. 다섯 사람은 에어 로커로 들어가서, 바깥쪽의 문으로부터 사막으로 나왔다. 우주복의 무선 통신 장치를 사용하여 마틴이 말하였다.
"기온은 아직도 영하 4도입니다. 해가 뜨면 점점 따뜻해질 것입니다 마는, 지금은 온도 조절 장치로 우주복 안의 온도를 높여 주십시오. 그리고 저기를 보십시오. 하프 트랙은 저쪽에 있습니다."
하프 트랙은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을 화성 공항으로부터 식민지의 돔까지 운반했던 것과 꼭 같은 모양의 것이었다. 그러나 크기가 달랐다. 그 때의 것보다 훨씬 작았다. 그 때의 것은 11명을 태우는 것이었으나, 오늘의 것은 6명만 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는 꼭 같으며, 앞쪽에는 무한 궤도, 뒤쪽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이 때문에, 모래땅 위의 전진과 후퇴는 물론, 방향을 바꾸는 일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짐네 일행은 먼저 식료품을 차에 실었다. 어젯밤에 체인버스 부인이 공영 식당에 특별히 부탁하여 만들어 받은 샌드위치이다.
다섯 사람이 하프 트랙을 타자, 마틴이 모터 스위치를 넣었다. 갑자기 일어나는 모래 태풍을 염려하여 차의 내부는 완전히 닫혀져서 기밀(밀폐되어 기체가 통하지 못함)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 우주복을 입고 있는 다섯 사람은 이중으로 안전하였다.
가장 가까운 고대인의 동굴은 식민지로부터 16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마틴은 차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운전하였다.
사막에는 도로가 없으나, 세찬 바람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모래 언덕이 깎이어져서 골짜기가 메워지고 편평해져서, 차가 다니는 것을 가로막는 장해물은 없었다. 그래도 여기저기에 바위가 얼굴을 내밀고, 푸르고 붉고 초록빛 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빛깔의 둥근 돌이 여기저기 구르고 있었다. 어느 것이나 자연의 힘에 그슬려서 오랜 세월을 지나 온 것뿐이다. 때때로 거대한 절벽이 멀리 보였다.
모래땅의 이곳 저곳에 50센티에서 1미터쯤 되는 작은 화성의 나무가 서 있었다.
"저 나무는 수천 년의 나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래 위의 부분은 참으로 얼마 안 되지만, 뿌리는 지하 수십 미터까지 뻗어 있습니다. 모래 태풍으로부터 몸을 지키려면 그러한 생존 방식밖에는 딴 길이 없는 것입니다."
라고, 마틴은 말하였다.
식민지로부터 몇 킬로인가 떨어진 곳에 높이 15미터쯤 되는 작은 절벽이 있었다. 풍화작용(지구의 표면 및 그 부근의 암석이나 광물이 물․공기․온도 변화 등에 의하여 기계적 ․화학적으로 분해․붕괴되어 가는 복잡한 작용)으로 처음 보는 이상한 모양이 되어 있었다. 광대한 모래밭 한가운데 높이 드러난 바위가 번쩍번쩍 빛나면서, 그것이 운모(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광택 있는 광물의 한 가지)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빛깔도 역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체인버스 박사는 마틴에게 차를 멈추게 한 후 모래 위에 내리자, 사진을 몇 장인가 찍었다. 그리고 하프 트랙은 전진을 계속하였다.
몇 분 후에 차는 오른쪽으로 화성의 말라 버린 '바다'의 밑바닥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하였다. 그 근처는 분명히 땅이 낮았다. 수백만 년 전에는 아마도 물을 가득 담고 있었던 커다란 호수였을 것이다. 지금은 움푹하게 꺼진 땅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돌아가며 초록빛 식물이 무성하여, 호수이었던 옛날의 그림자를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저 움푹한 땅 밑에는 지하수가 있습니다. 물론 물이라고 해도 깊은 땅 속에 물기가 조금 스며 있는 정도입니다. 그 러나 그 물기가 지면을 축축하게 해서 식물이 자라는 저 둥근 허리띠 모양의 녹지대를 이루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틴이 설명하였다. 태양은 높이 솟아올라서 푸른 하늘에 흰빛을 띤 황색의 둥근 쟁반처럼 떠 있었다. 사막의 붉은 모래는 햇빛을 쬐자 누렇게 보였다. 모두가 꿈속의 광경처럼 시간이 멎고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생각되었다. 사막에는 움직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갑자기 마틴은 하프 트랙을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짐이 말하였다.
"동굴의 입구는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입구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있는 듯이 마틴은 말하였다.
카메라와 회중전등을 가지고 다섯 사람은 하프트랙을 내렸다. 마틴은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산으로 네 사람을 안내하였다. 상당히 가까이 갔을 때, 샤리가 물었다.
"저것이 입구일까요? 절벽 밑에 검게 보이는 곳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화성의 고대인은 모두 땅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땅 위에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수백만 년 동안에 그 폐허조차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고대인의 지하 동굴을 여섯 군데나 발견했습니다. 그 중에서 여기가 식민지에서 제일 가까운 동굴이고, 또 가장 흥미 있는 곳입니다."
라고, 마틴은 대답하였다.
다섯 사람은 동굴의 입구까지 가까스로 가 닿았다. 짐은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으나,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틴은 입구의 밑을 발로 더듬으면서 말하였다.
"바위를 깎은 계단이 아래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단히 좁은 계단이기 때문에 주의해서 걸어야 합니다."
 
 
동굴의 미이라
 
'정말 좁은 계단이다.'
짐은 문득 생각하였다.
'이런 작은 계단을 사용하고 있던 화성의 고대인은 몸길이가 60센티에서 90센티쯤밖에 안 되는 난쟁이였음에 틀림없다.'
마틴의 바로 뒤를 이어서, 짐은 좁은 계단을 한 계단씩 발로 더듬어 가면서 조심조심 내려갔다.
이윽고 동굴의 밑바닥에 닿자 마틴이 말하였다.
"지금 우리들은 지표로부터 13, 4미터 되는 곳에 있습니다. 이 동굴의 길이는 5백 미터쯤 됩니다. 통로의 친정은 2미터 가까이 됩니다마는, 군데군데 낮은 곳이 있기 때문에, 체인버스 박사와 나는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다섯 사람은 또 걷기 시작하였다. 회중전등의 빛이 동굴의 낡은 벽 위에서 유령처럼 흔들거렸다.
"벽은 어디나 반질반질해요. 곱게 갈아서 매끄럽게 만드는 데 수고가 많았겠어요."
샤리가 말하자, 마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인은 대단히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 최초의 거주 장소에 왔습니다."
그 장소에 마틴은 회중전등을 비쳤다. 동굴의 벽에 높이가 1, 2미터쯤 되는, 옆으로 뚫린 구멍이 열려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 네 사람은 한 사람씩 작은 입구로부터 옆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는 바위를 뚫고 작은 방이 만들어져 있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1.8미터 이하였으나, 침실로서 충분한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벽에는 무늬와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짐이 물었다.
"고대인의 그림입니다. 대부분의 그림은 이처럼 벗겨져 떨어지고 말았습니다마는, 아직도 처음의 모습을 제법 남기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모두 말라 있는 기후 덕택입니다."
마틴은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다섯 사람은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도 속이 텅 비어 있었으나, 벽화의 보존상태는 좋았다. 그 그림은 잎사귀가 무성한 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호수를 그린 것이었다.
"이것은 고대인의 화가들이 가장 즐겨했던 테마였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벽화의 거의 모두가 이런 종류의 그림입니다. 결국 이것은, 수백만 년 전에 화성이 풍부한 물과 기름진 땅을 많이 가진 젊은 행성이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안내를 맡은 만큼 마틴의 설명은 제법 능란한 것이었다.
체인버스 박사가 벽화의 사진을 찍고,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방에는 고대인의 미이라가 있었다. 적어도 1만 년 이상 전의 것으로 보였다.
그 방에는 안쪽에 누워 있는 미이라 셋 밖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미이라는 주름살 투성이로서 말라빠진 갈색의 물체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90센티쯤 되어 보이는데 몸의 세밀한 부분은 거의 알아 볼 수 없었다.
잠시 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미이라지만 화성의 고대인의 모습은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을 엄숙한 기분이 되게 한 것이다.
화성의 고대인들은, 지구인의 선조가 아직도 나무에서 나무로 뛰어 옮겨 다니고 있던 원숭이와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던 무렵에, 이미 문명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사막의 땅 밑 어두운 동굴에 미이라가 되어서 누워 있을 뿐인 것이다.
또 한 번, 체인버스 박사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또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방에는 도자기와 작은 조각과, 추상적인 조각의 파편들이 있었다. 그 벽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벽화가 수없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묘지의 음침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공기가 동굴 전체에 가득 차 있는 듯 느껴져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죽음의 고요함과 건조가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체인버스 박사 일행은 터널의 막다른 지점에 부딪쳐서, 거기서부터 지금 온 길을 되돌아갔다. 짐과 샤리는 피로를 느꼈다. 다행한 일로 화성의 중력(물체에 작용하는 인력)은 적었으므로 지구에는 느끼는 정도의 피로는 아니었다.
밝은 햇빛 아래 나오자 샤리를 말하였다.
"배가 고파요."
"나도. 지금 몇 시에요. 아빠?"
짐은 맞장구를 치면서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화성 시간의 손목 시계는 체인버스 박사의 집에 한 개밖에 없었다. 그것을 체인버스 박사가 우주복의 팔 위에 감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구에서 가져온 손목시계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것도 지구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므로, 화성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화성에 도착하였을 때, 박사가 식민지 정부에 부탁하여 화성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하나를 빌렸던 것이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의 하루보다 약 37분이 길다. 그래서 시계도 한 시간이 지구의 것보다 1분 조금 더 길고, 24시간이면 약 37분이 길어지게 되는 장치로 만들어져 있다.
"2시 조금 전이다. 점심 시간은 벌써 지나 있다."
체인버스 박사가 말하였다.
다섯 사람은 하프 트랙에 올랐다. 마틴은 문을 밀폐하고 나서, 좌석 아래쪽에 있는 탱크로부터 공기를 내어서 차안에 가득 채웠다.
짐 일행은 겨우 헬멧을 벗고 점심을 먹을 수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하프 트랙은 식민지로 향하였다.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고대인의 미이라를 보고 모두가 마음이 무거워져 있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짐이 말하였다.
"아빠는 아직도 화성인이 살아 남아 있다고 생각하세요?"
체인버스 박사는 어깨를 움츠리고 대답하였다.
"살아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는 없으니까. 이 행성의 땅 밑에는 고대인들의 동굴이 벌집처럼 많이 만들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고대인들이 땅 밑에서 공기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발견했다면 살아 남을 수 있는 거야."
"그렇지만 아빠. 어떻게 해서 땅 속에 숨어 있는 고대인들을 찾아내시려는 거죠?"
"식민지 정부는 지하 광맥(광물이 밀접하게 묻혀 있는 줄기) 탐지용의 레이더(전파 탐지기)를 장치한 헬리콥터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해 두었다. 헬리콥터로 사막 위의 하늘을 날면 레이더의 작용으로 안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하 동굴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식민지 정부는 헬리콥터를 좀처럼 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단 말야."
"왜 그러죠? 아빠, 연구에 꼭 필요한 것이잖아요."
샤리는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식민지 정부는 지금 준비중인 지하 광맥 탐지 계획에 헬리콥터를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거다. 그 사람들이 헬리콥터가 놀고 있기 때문에 빌려주어도 좋다고 생각할 때까지 기다려야 되겠지. 몇 달 후가 될는지 알 수 없지만."
"아빠, 식민지 정부의 사람들은 아빠를 여기저기로 못 가시게 하려는 거예요! 아빠의 연구를 못하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짐이 흥분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런 말해서는 안 되는 거야, 짐! 식민지의 사람들은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야. 우리가 식민지의 손님으로 이곳에 있는 이상은 식민지 사람들이 하는 일에 너무 불평을 말할 수 없는 거야."
체인버스 박사는 아들을 달랬다.
벌써 짐은 아무 것도 말하고 싶은 기분이 없어졌다. 그리고 문득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빨리 1년이 지나가야 할 텐데. 그래야 지구로 돌아 갈 수 있다.! 치퍼! 치퍼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화성에 온 후에 짐은 지구에 남겨 두고 온 수코양이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치퍼는 지구에서 쓸쓸한 생각에 잠겨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틀 후에 짐은 다시금 치퍼를 생각나게 하는 사건에 부딪쳤다. 그날 오후, 짐과 샤리는 연구실에서 아버지의 실험을 견학하였다. 박사는 사막 쥐의 신진 대사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 때, 지하 2층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제가 가보겠어요."
짐은 서둘러서 아래층에 내려갔다. 현관의 문을 여니, 키가 큰 사나이가 두 팔에 한 개씩의 상자를 안고 서 있었다. 어느 상자에도 공기 구멍이 몇 개나 뚫려 있었다.
"네 아버지 계시냐? 동물을 가지고 왔는데."
"위층의 연구실에 계십니다. 이리로 오시죠."
짐은 그 사나이를 안내하였다.
존 웹스터라는 이름의 사나이였다. 직업은 광산 기사로, 현재 돔 남쪽에 있는 지역에서 방사성 광물을 찾고 있다고 했다.
"우라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대신 이런 동물을 잡았습니다. 이놈들은 사막을 어정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16년간이나 이곳에 있었지만, 이런 동물은 본 일도 없는 걸요."
존은 왼쪽 상자를 열고 발을 버둥거리는 작은 동물을 잡아냈다.
"새끼 고양이!"
짐과 샤리는 통시에 외쳤다.
존은 또 하나의 상자를 얼었다. 거기에는 더욱 작은 새끼 고양이가 두 마리 들어 있었다.
연구실에는 비어 있는 유리 케이스가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체인버스 박사는 제일 작은 놈 두 마리를 함께 마지막 케이스에 넣었다. 그 동안에, 짐과 샤리는 남은 한 마리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는 아니었다. 분명히 치퍼가 생후 6개월이 된 때보다 크지는 않았으나, 완전히 자란 고양이의 침착함과, 반짝반짝 윤이 나는 털을 가지고 있었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몸 전체의 모양과, 그 온순하고 부드러운 태도가 고양이와 비슷하다는 것뿐이다.
이 동물에는 발톱이 없고, 그 둥근 발바닥은 사막을 걷는 데 꼭 알맞게 되이 있었다. 눈은 지구의 고양이보다 크고 투명한 눈꺼풀로 보호되고 있었다. 검고 북슬북슬한 털에 덮여 있는 몸은 홀쭉하였다.
처음 한동안은 몸부림을 치기도 하고, 난폭하게 날뛰던 화성 고양이도 어느덧 짐의 팔 위에서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온순해져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가 존 웹스터에게 식권을 주어서 돌려보낸 뒤에, 짐은 말하였다.
"아빠는 이 동물을 세 마리나 실험에 쓰실 거예요?"
"그렇게 할 생각이다. 나는 이 동물들의 신진대사를 시험하기도 하고 무엇을 먹는가를 조사도 하고 산소가 없어지던 어떻게 하는가 등등 여러 가지 실험을 하려 고 하는데, 뭔가 문제라도 있니?"
"세 마리 다 필요하세요? 아빠, 한 마리 남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샤리가 물었다.
체인버스 박사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윽고 싱긋 웃었다.
"좋아, 실험에 쓰는 것은 두 마리만으로 해 두자. 그렇지만 남은 한 마리도 조사는 해야 되겠어. 만일 그것이 사람에게 해가 없고 친해질 수 있는 동물이라면 너희들에게 주기로 하지."
짐과 샤리는 치퍼 대신으로 새까만 화성 고양이라도 기르고 싶었던 것이다.
화성 고양이가 정식으로 짐과 샤리의 것이 되기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다. 체인버스 박사는 이 작은 동물이 독이 있는 이빨을 감추어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또 그밖에 인간에게 해를 주는 점이 없는가 하고 완전히 조사를 하였기 때문이다.
때때로 전혀 해가 없어 보이는 동물이 의외로 무서운 독을 가지고 있는 일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화성 고양이는 아무런 독도 없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점이 없다는 인정을 받았다. 화성 고양이는 겉모양 그대로 아무런 해도 없었다. 짐과 샤리에게 주어도 마음놓을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화성 고양이는 걸음걸이가 이리저리 흔들거려 불안정하였다.
"산소에 취해 있군."
체인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실의 공기는 화성 고양이가 호흡하고 있던 화성의 대 기(천체의 표면을 둘러싼 기체)보다 산소가 10배나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갑자기 산소가 많은 공기를 마신 화성 고양이는 산소에 취해서 비틀거렸던 것이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산소에 취하는 일은 없게 된다.
체인버스 부인은 연구실로 올라와서 새로운 애완동물과 대면하였다.
"너희들은 이 고양이를 뭐라고 부를래?"
"아직 이름은 짓지 않은 걸요, 엄마."
짐이 대답하였다. 화성 고양이는 마루를 뛰어다니더니 발을 들어서 긁어 달라는 것처럼 배에 갖다 대었다. 아래쪽에 있는 털은 엷은 오렌지 빛이었다. 위쪽은 거의 검게 보일 만큼 진한 보랏빛이다.
"화성 고양이에게는 어떤 이름이 맞을까?"
샤리는 망설이고 있었다.
"우주에 관계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오비트(궤도)라든지, 폐리힐리언(태양계의 천체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위치)이 라든지 하는……."
이것에는 짐이 반대하였다.
"그건 바보 같은 이야기야. 이 작은 털북숭이 고양이를 페리힐리언 같은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니, 말도 안 돼. 나는 반대야."
"그럼, 치퍼는 어때?"
체인버스 부인이 물었다.
"안 돼요, 그렇게 할 순 없어요. 이 화성 고양이는 치퍼와 비슷한 점이 조금도 없잖아요. 치퍼는 뚱보에다가, 잠꾸러기, 게으름쟁이지만, 이편은 정반대예요."
이번에는 샤리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러자 짐이 말하였다.
"그렇다, '미튼'이 좋아요!"
"미튼?"
샤리가 되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낸 거지?"
체인버스 박사도 물었다.
"이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짐은 자랑스럽게 웃었다.
"먼저, 이 고양이의 발바닥은 둥글고 편평하거든요. 야구의 미튼(벙어리 장갑)같이 보이잖아요? 그리고, '마스 키튼'(화성 고양이)이라는 말을 줄여 봐요. '미튼'이 되잖아요."
샤리는 좀더 화성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으나, 누구도 꼭 맞는 이름을 생각해 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화성 고양이의 이름은 '미튼'으로 결정되었다.
그 날밤, 식민지의 신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존 웹스터로부터 사막에서 새로운 동물을 발견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으므로, 그 동물에 대하여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기자가 한 사람 찾아와서 화성 고양이의 사진을 찍고, 체인버스 박사의 이야기를 메모하였다.
이튿날 아침, 신문의 제 1면에는 화성 고양이의 이야기가 크게 나 있었다.

'화성 생물의 명부에 새로운 동물 이름이 하나 더 오르게 되었다. 광산 기사인 존 웹스터 박사는 식민지로부터 110킬로미터 남방 지역에서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왼편의 사진 참조)을 세 마리 발견하여 붙잡았다. 동물들은 화성의 사막에서 사는 생물을 연구하기 위하여 이곳에 와 있는 지구의 생물학자 로이 체인버스 박사의 연구실로 보내어졌다.
세 마리의 동물 중에서 두 마리는 지금 체인버스 박사가 연구실에서 관찰 연구중인데, 남은 한 마리는 체인버스 박사 댁의 아이들 짐(6세 반)과 샤리(6세)가 애완용으로 기르게 되었다.'
 
이 기사를 읽고 짐과 샤리는 깜짝 놀랬다. 자기들의 연령이 6세 반과 6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왔던 기자가 두 사람의 연령을 잘못 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타이프를 잘못 쳤는지도 모르잖아요."
하고, 샤리가 말했다.
"그럴까?"
짐은 머리를 가로 흔들면서 갑자기 웃었다.
"기다려요."
짐은 급히 한 장의 종이에 숫자를 써 가며 계산에 바빴다.
"역시 그렇군. 신문사에서는 우리들의 지구 연령을 화성의 연령으로 고친 거야. 화성의 1년은 지구의 687일이니까, 결국 지구의 1년의 1.88배가 된다.그래서 우리들의 나이를 1.88로 나누면 내가 6세 반, 네가 6세가 되는 거야."
"에이……, 윤년에 난 사람의 계산 같아요!"
샤리는 우습다는 듯이 말했다.
"화성의 계산법 대로라면, 아빠도 아직 20대예요. 엄마는 아직 10대고요. 두 분 다 기뻐하실 거예요."
신문의 기사는 학교에서도 주의를 끌었다. 짐과 샤리가 그날 아침 학교에 가자, 모든 아이들이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클래스메이트들은 화성 고양이에 대해서 묻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으나, 물을 수가 없어 지금까지 짐과 샤리에게 차갑게 대해 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차가운 공기를 깨뜨린 것은 테드 나바라였다. 점심시간에 테드는 일부러 짐의 옆에 앉아서 말을 걸었다.
"네가 신기한 애완동물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짐."
그 소리에서는 지금까지의 차가움과 짓궂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마는."
하고 짐은 식사를 계속하였다.
"만일 괜찮다면 오늘밤, 그 고양이를 잠깐 보러 가고 싶은데……. 나는 동물을 대단히 좋아하거든."
머뭇거리면서 테드는 말을 마쳤다.
"지구인이 기르고 있는 동물이라도 괜찮겠니?"
짐이 비꼬아 말하자, 테드는 얼굴을 붉혔다.
"지금까지의 일은 잊어 주지 않겠니? 우리가 잘못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네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친구가 되고 싶다는 거야?"
"오빠, 테드는 오빠와 말다툼을 하려는 것이 아니잖아. 오늘밤 집으로 초대해서 키튼을 보여 주면 안돼? "
샤리의 중재(화해시킴)로 짐은 겨우 감정이 풀려서 테드와 다른 아이들을 집에 초대하기로 하였다. 그 날밤, 테드 나바라와 돈 브루스 외에도 두 소년들이 새로운 동물을 보러 왔다. 네 사람은 털이 많은 동물을 둘러싸고, 쓰다듬기도 하고 간질이기도 하였다. 키튼은 지구의 고양이처럼 목을 골골 울리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런 근사한 애완동물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구나. 나는 사막의 거북을 기르고 있지만 그다지 재미가 없단 말야. 거북이란 놈, 한 곳에만 가만히 앉아서 날 쳐다볼 뿐이야. 내가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머리를 등의 껍데기 속으로 쑥 들이밀고 좀처럼 나오려고 하지 않거든."
돈은 짐과 샤리를 부러워하였다.
이윽고 테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짐, 너희들은 지구로 돌아갈 때 키튼을 데리고 갈 수는 없을 거야. 화성의 동물을 화성의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은 화성의 법률로 금지되어 있으니까. "
"그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 있는 1년 동안은 키튼과 즐겁게 지낼 테야. 지구로 돌아가면 다른 애완 동물이 있단 말야. 진짜 고양이거든."
짐은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조금 놀다가 소년들은 돌아갔다. 체인버스 박사와 체인버스 부인은, 마침내 짐과 샤리가 급우들과 사이가 좋아져서 집에 초대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짐은 기분이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샤리에게 말하였다.
"저 애들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쉽게 태도를 바꾸었잖아. 어제까지도 우리와 같이는 아무 것도 싫다고 하던 놈들이 오늘은 친구가 되고 싶단다. 이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는 일이야."
"무슨 까닭?"
"저 애들이 우리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까닭은 하나뿐이지. 우리가 지구로 돌아갈 때, 미튼을 물려받으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란 말야. 테드가 뭐라고 했니? 우리가 지구로 돌아갈 때의 일까지 미리 생각하고 있었잖아. 그렇지만 저 애들의 생각대로는 안 될걸. 지구로 돌아갈 때가 오면 나는 미튼을 사막으로 데리고 나가서 놓아줄 꺼야. 그렇게 하면, 미튼은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게 되는 거야!"
"그런걸 말해선 안 돼, 오빠. 저 사람들은 지금 정말로 친구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
"아니, 태도를 갑자기 바꾼 것이 이상하단 말야. 저들은 우리가 자기네 애들이 가지고 있는 애완 동물보다 썩 훌륭한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기하고 있는 거야."
"오빠는 싸움할 것처럼 야단이지만 좀 지나친 것 같아. 저 애들이 생각하고 있는 걸 정말 알고 있어?"
"물론 알고 있지."
짐이 양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샤리는 입을 다물었다.
 
 
비밀의 상담
 
다음 두 주간 사이에 짐의 생각이 옳은가, 샤리의 의견이 옳은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테드와 돈을 비롯하여 다른 급우들도 마음으로부터 우정을 나타내었다. 짐과 샤리는 벌써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사람의 쓸쓸함과 분노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급우의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자기들의 집에 초대하기도 하여 매일을 즐겁게 지냈다.
누군가가 체인버스 박사 댁에 왔을 때, 언제나 인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미튼이었다.
미튼은 참으로 잘 움직이는 고양이였다. 지구의 고양이보다도 훨씬 영리하여 여러 가지 재주를 곧 배워서 기억하였다. 일어서서 먹을 것을 조르기도 하고, 명령을 받으면 떼굴떼굴 굴러가기도 하고, 또 뒷발만으로 춤을 출 수도 있었다. 개라도 미튼 만큼 빨리 재주를 배울 수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식민지의 아이들을 짐과 샤리와 할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화성의 고대인의 이야기만 나오면 의견이 대립되는 것이었다.
"만일 고대인이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우리들과 가까이하고 싶어 할 거 아냐?"
라고, 돈 브루스가 주장하면,
"그렇지 않을는지도 모르지. 고대인들은 식민지 사람들과 가까이하려고 생각지 않을는지도 모르니까."
라고, 짐이 받아넘겼다.
그려나 논쟁은 언제나 결말이 나는 때가 없었다. 식민지의 아이들은 완고하게 고집을 부렸다.
"화성의 고대인은 멸종한지 오래다. 그걸 찾으려고 하는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야."
한편, 짐과 샤리는 진지하게 되풀이하였다.
"고대인은 반드시 어딘가에 살아 남아 있다. 머지 않아서 깜짝 놀랄 일이 밝혀진다."
그러면, 짐과 샤리의 생각은 어리석다고 모두에게 비웃음을 당하였다. 동시에 짐과 샤리는 아버지의 연구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였다.
체인버스 박사는 손에 넣은 실험 동물들을 조사하기 위하여, 2층의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리고 매주 몇 번인가 작은 모래 썰매차로 사막에 나가서 돔 밖의 생활 환경을 조사하고 있었다. 매일 몹시 바쁘게 보였다.
그리고 체인버스 박사의 얼굴에는 피로의 빛이 보였다.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지금 진행중인 일에 대해서 짐과 샤리에게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중대한 실마리가 되는 점이었다. 일이 잘 되어가고 있을 때면, 체인버스 박사는 언제나 짐과 샤리를 연구실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실험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일의 진행이 생각대로 안될 때에는 그 일에 대하여 아무 것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국 체인버스 박사는 성공의 기쁨만은 짐과 샤리에게도 나누어주고, 실패의 쓰라림은 자기 혼자의 가슴속에 감추어 두는 것이다.
"만일 식민지 정부가 아빠에게 레이더를 정비한 헬리콥터를 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짐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식민지의 사람들은 몇 달이나 기다리지 않으면 빌려 줄 수 없다고 아빠에게 말했다잖아."
샤리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중얼거렸다.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헬리콥터를 빌리기 전에 우리가 지구로 돌아가는 날이 오고 말 거야."
"식민지 정부의 사람들은 아빠가 앞으로 화성에 어느 정도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지?"
"모두 식민지 위원회가 정한 거야. 헬리콥터는 지도의 제작과 지하의 광물 자원 조사를 위해서 사용되는 거다. 앞으로 두 달은 여유가 없지. 식민지 정부는 아빠의 연구를 위해서 자기들의 계획을 중지하거나 줄이거나 하고 싶지 않은 거야."
"다른 레이더를 하프 트랙에 실을 순 없을까?"
샤리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했으므로 짐은 웃음이 나왔다.
"레이더는 매우 복잡하고 값이 비싼 장치야. 아무 데라도 몇 개씩이나 굴러다니는 흔한 물건이 아냐. 아빠도 달리 레이더가 있다면 벌써 손에 넣으셨을 거야."
"아빠는 화성의 고대인을 찾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인데, 연구실에서 거북이이나 쥐나 고양이를 상대로 실험만 하고 계셔야 하다니……."
"아빠는 화성의 고대인을 발견하기 위해서 이곳에 오시게 된 것이 아니란 말야. 아빠의 일은 화성의 사막에 생존하고 있는 생물과 그 구조를 연구하시는 일이란 말야."
"그야 그렇지만, 아빠가 참으로 연구하고 싶으신 것은 고대인에 대해서야."
"알고 있어."
짐은 손을 벌려서 미튼을 안아 올려 둥글고 짧은 귀를 쓰다듬었다. 사막의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 듯이 목을 울려 코고는 소리를 냈다.
"우리 둘이서 아빠의 일을 도와 드릴 수는 없을까……."
문득 짐이 중얼거렸다.
"있을 거야."
라고, 샤리가 말하였다.
"어떻게?"
"쉬!……."
옆방에 있는 양친이 듣고 있을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샤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우리 둘이 사막에 나가서 고대인을 찾는 거야."
"뭐라고? 너는 사막에 나가는 걸 교외에 전차로 소풍이라도 떠나는 셈치냐?"
짐은 깜짝 놀라서 눈을 깜빡거렸다.
"우리들은 작은 모래 썰매차를 빌릴 수 있잖아. 그거라면 운전도 어렵지 않을 거야. 사막을 하루 종일 타고 다니면서 절벽을 모조리 조사하면, 화성인이 많이 있는 동굴을 발견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거든. 적어도 그 가능성은 있단 말야."
"아빠는 우리가 마음대로 그런 일을 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아."
"물론, 아빠와 엄마에 치는 비밀로 해 둬야지. 이번 일요일에 친구들의 집에 놀러간다고 말하고 떠나면 들킬 염려는 없어."
그러나 짐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샤리, 그런 일을 해서 좋을지 어떨지 내게는 자신이 없는데……."
"그렇지만 아빠를 도와 드리기 위해서니까! 우리 둘이 정말 화성의 고대인을 발견했을 때의 일을 생각해 봐. 굉장하다고 생각 안 해? 만일 우리 둘이 정말 고대인을 발견하면, 테드 나바라와, 돈 브루스와, 그 밖의 친구들이 어떤 얼굴을 할 것 같아?"
"그렇지만, 샤리. 네 계획은 찬성 못하겠는데. 식민지의 사람들은 몇 십 년이나 이 근처의 사막을 탐험해 왔지만, 고대인을 발견한 일은 없잖아. 그런데 우리 둘이 단 하루 동안에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마도 고대인이 살고 있었던 것은 이 행성의 반대쪽인지도 몰라. 거기까지 우리 둘만이 간다는 것은 무리한 얘기야."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둘이 조사할 수 있는 곳은 이 근방의 지역뿐일지라도 난 꼭 해보고 싶어. 오빠, 아빠가 헬리콥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에 1년이 지나가 버릴지도 모르잖아. 적어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니까?"
샤리의 열심히 말하는 태도에 마음이 움직여져서 짐도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둘 다 새까맣게 볕에 타 버릴지 모르지만 해보자. 이 다음 일요일에는 결심하고 실행한다."
"미튼도 데리고 가. 이 고양이가 우리들에게 또 행운을 가져올지도 모르니까."
미튼의 덕택으로 짐과 샤리는 급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화성의 고대인을 찾는 일에도 도움이 되어 줄지 어떨지……?"
"미튼아, 부탁한다!"
짐은 화성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리석은 탐험 여행
 
모레 썰매를 빌리는 일은 짐과 샤리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체인버스 박사가 바쁠 때에는 짐이 아버지 대신 모래 썰매차를 빌리는 전화를 걸었던 일이 몇 번인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잘 되는가를 짐은 알고 있었다.
식민지에는 모레 썰매차가 많이 있어서 빌리는 것도 간단하였다. 짐은 일요일 아침 차량국에 전화를 걸었다.
"저는 체인버스 박사의 아들 짐 체인버스입니다. 오늘 아버지가 사막으로 조사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모래 썰매차를 빌리고 싶습니다."
"좋아요. 박사님의 출발은 몇 시입니까?"
"10시쯤입니다만. 차는 제가 가지러 가겠습니다."
짐은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10시 15분전에, 짐과 샤리는 급우 중 한사람의 집으로 놀러 간다고 양친에게 말하였다. 그 급우의 이름은, 짐과 샤리의 집으로 놀러 오는 일이 없는 친구 가운데에서 조심스럽게 골랐다.
마침 체인버스 박사는 연구실에서 실험 중이었고, 그 일을 도와주는 체인버스 부인도 매우 바빴다. 두 사람 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에 거의 주의를 하지 않았다. 짐과 샤리는 미튼을 데리고 집을 나오자, 땅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하였다.
모래 썰매차는 제4 에어록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짐은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서, 식민지의 사나이에게 말하였다.
"아버지는 5, 6분 늦어서 오십니다. 우리 먼저 우주복을 입고 이 차를 타고 돔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식민지의 사나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별로 짐의 말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짐과 샤리는 로커로 가까이 가서 '중'의 우주복을 꺼내어서 입고 헬멧을 썼다. 그리고 모래 썰매차를 탔다.
모래 썰매차는 덮개가 없는 썰매의 앞쪽에 조종석, 뒤쪽에는 제트 엔진을 달았을 뿐인 간단한 것이다.
운전도 어렵지 않다. 출발 단추를 누르면 전진한다. 방향은 핸들로 조종한다. 그리고 손으로 움직이는 브레이크로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멈추게도 한다.
아이들은 모래 썰매차의 운전이 허락되어 있지 않았으나, 짐과 샤리처럼 아버지를 기다리는 장소까지의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것은 허락되어 있었다.
짐은 운전석에 앉아서 자기가 어른이 되어서 중대한 책임을 진 듯한 기분으로 안전 벨트를 걸었다. 샤리는 옆자리에 앉아서 역시 안전 벨트를 걸고 무릎 위에 미튼을 안았다.
에어 로커 담당의 사나이들은 두 사람의 우주복을 점검하고 나서, 에어 로커의 문을 하나씩 열었다. 짐은 모래 썰매차를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에어 로커를 지나서 돔 밖에서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니, 돔 안에 있던 사나이들은 에어 로커를 떠나고 없었다.
"이제는 안심이다."
짐은 싱긋 웃었다.
"잘 될까? "
정작 일을 시작하게 되니 샤리는 마음이 떨려 왔다.
"탐험은 벌써 시작되었단 말야."
"그렇지만, 이 차가 도중에 고장이라도 나면 길을 잃는 일도 있을지 모르잖아."
"고장이 나면, 우주복의 통신 장치로 식민지에 연락을 취한다.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 이것 봐, 조종반에 나침반이 달려 있지? 지금부터 나아가는 코스를 잘 기억해 두면 돌아오는 길을 모르게 되는 일 같은 건 없을 거야."
"그럴까?"
하고, 고개는 끄덕였으나, 샤리는 아직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제 출발해요. 어디로 갈까?"
"남쪽이야. 미튼이 발견된 지역이지.'
짐은 출발 단추를 눌렀다. 모래 썰매차는 진동을 일으켜 흔들리면서 돔으로부터 천천히 떠나서, 점점 속도를 내었다.
모래 썰매차의 운전은 지구에서 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였다. 사막이 텅 비어 있어서, 다른 차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 위를 바로 달려가기 위하여 신경을 쓸 일도 없었다. 여기에는 길이라는 것이 없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끝없이 전개되는 평평한 사막이 펼쳐지고, 군데군데 바위가 얼굴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태양이 밝게 빛나고 꽤 더운 날이었다. 마침 여름의 계절이다. 화성의 여름은 지구의 반년 가까이 계속된다. 그 동안에 한낮의 기온은 15, 6도까지 오른다. 밤에는 사막에서 영하 20도쯤까지 내려간다.
이 지방은 열대이므로 진짜 겨울은 오지 않지만, 북극과 남극 근처에서는 기온이 종종 영하 7, 80도까지 내려가고, 한겨울에는 더욱 낮아진다.
조종반(기계를 마음대로 다루어 부릴 수 있는 장치)의 거리계가 식민지로부터 10킬로미터쯤 떨어졌음을 나타낸 곳에서 짐은 동굴을 찾는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짐은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의 유적이 거의 모두 절벽의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돌산이 눈에 띌 때마다 그 기슭을 돌아서 동굴의 입구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나갔다. 모래 썰매차는 식민지로부터 꽤 멀리까지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이 눈에 보이는 것은 꺼칠꺼칠한 모래와 여러 가지 토양의 바위, 기괴한 사막의 식물뿐이었다.
"돌아가는 편이 좋을지 몰라. 새로운 동굴을 찾는다는 따위의 생각은 어리석은 일이었어."
이런 말을 샤리가 꺼냈으므로 짐은 갑자기 돌아갈 생각이 났다.
"이 여행은 네가 먼저 하자고 말했잖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까 정오까지 가보고, 그 다음엔 돌아가기로 하자. 그렇게 하면 우리 집 점심 시간 까진 가 닿을 수 있으니까."
두 사람은 먹을 것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모래 썰매차는 덮개가 없었으므로 헬멧을 벗을 수가 없었다. 헬멧을 벗지 않으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짐은 차를 달렸다.
조금 지나서, 출발한 후 처음으로 생물을 보았다. 모래와 같은 빛깔의 사막 쥐였다. 그놈은 차 앞에서 한 번 뛰어오르더니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조금 지난 후에, 이번에는 모래 거북을 만났다. 사막을 느릿느릿하게 걷고 있던 거북은 모래 썰매차에 놀라서 머리를 움츠리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짐은 한순간 거북의 머리에 있는 세 개의 눈을 분간할 수 있었다.
그 후에, 움직이는 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미튼은 샤리의 무릎 위에서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커다란 눈을 멀뚱멀뚱 하고 있었다.
짐은 탐험이 싫어졌다. 햇빛을 반사하는 모래를 줄곧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아팠다. 모래 썰매차의 운전도 매우 피로해지는 것이었다.
11시 30분이 되었다. 두 사람은 벌써 1시간 30분 가까이 사막을 헤매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식민지는 60킬로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나도 단념했다. 이 이상 사막을 돌아다니는 것은 바보짓이야, 네가 이런 여행을 생각해 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그리고 나도 찬성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마침내 짐은 울상이 되어서 말했다.
"이걸 아빠가 아시면 크게 노하실 거야. 출발 전에는 근사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꼭 화성의 고대인이 동굴의 입구에 기를 세우거나, '우린 여기 있다'고 불러 주리라고 생각했어."
샤리도 자꾸만 뉘우쳐졌다.
"그럼 돌아갈까?"
"응"
짐은 모래 썰매차를 뒤로 돌렸다. 갑자기 샤리가 서쪽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저 커다란 구름 좀 봐!"
"이 사막에는 구름 같은 건 없을 텐데, 샤리. 이곳에는 구름을 만들만큼 수증기가 없거든."
"구름이란 말야, 구름이라니까. 저길 한번 보란 말야!"
샤리가 고집하므로 짐은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분명히 구름이 있었다. 게다가 큰 것이었다. 푸른 하늘의 배경막에 누런 페인트를 많이 흘린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화성에 구름이 낀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짐은 머리를 갸우뚱하였다.
"그렇지만 누런 구름에 대해서 들은 일은 있어."
갑자기 짐이 외쳤다.
"알았다, 샤리. 저것은 모래 태풍이다!"
 
 
모래 태풍
 
"어떻게 하면 좋을까? 태풍이 오기 전에 이 차로 도망갈 수는 없을까?"
샤리는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안 돼, 벌써 늦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태풍이 덮치면, 그놈이 다 지나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것 뿐이야!"
"이제 얼마쯤 있으면 여기까지 올까?"
"5, 6분쯤 되겠는걸."
그렇게 말하면서 짐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모래 태풍은 무서운 속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벌써 강한 돌풍이 모래 썰매창의 둘레에 불기 시작하고, 공중에 모래를 쓸어 올렸다. 이제 곧 미친 듯 날뛰는 태풍이 두 사람에게도 달려들어서 모래를 세차게 뿌려댈 것이다.
짐은 모래 썰매차를 멈추자 자기 좌석을 돌려서 옆에 있는 샤리의 좌석과 마주 앉도록 하였다. 차의 앞쪽에 있는 바람막이 창문 덮개와 우주복이 두 사람의 몸을 지켜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앉은 채로 서로의 몸에 손을 돌려서 꼭 껴안았다. 그 사이에 화성 고양이가 둥글게 움츠리고 숨을 수가 있었다.
"태풍이 우리들을 비켜서 지나갈는지도 모르지."
샤리는 아직도 태평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냐. 지금 우린 태풍의 한복판에 들어가 버릴 것만 같다."
두 사람의 우주복의 이어폰(귀에 대고 소리를 직접 듣는 장치)은 세차게 불고 있는 바람 소리를 붙잡았다. 바람에는 모래가 섞이고 태풍이 더욱 가까워졌음을 알려 주었다.
"온다!"
짐은 외쳤다.
공중에 불려 올라간 모래의 벽이 두 사람 위를 내리 덮였다. 굉장한 힘이었다. 바람과 모래가 정문 덮개에 불어닥치고 모래 썰매차를 흔들어 움직이게 하였다. 모래알이 두 사람의 우주복에 무서운 힘으로 부딪쳤다. 마치 작은 돌멩이가 한꺼번에 수천 개나 날아온 것 같은 힘이었다.
모래의 폭포가 창문 덮개로부터 두 사람의 우주복에 끊임없이 흘러 떨어졌다. 짐은 조금 머리를 들어보았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바다의 밑으로 가라앉은 것 같았다.
모래는 모래 썰매차의 전부를 뒤덮어서 두 사람의 우주복을 절반쯤 묻어 버렸다. 바람 때문에 차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차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에 창문 덮개는 소용이 없어지고, 바람과 모래가 점점 더 두 사람을 괴롭혔다.
미튼을 사이에 끼고 샤리를 꼭 껴안으면서 짐은 태풍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만일, 두 사람이 이대로 모래 밑에 6, 7미터나 묻히게 된다면? 만일 모래 썰매차가 부서진다면?'
그러나 그런 걱정은 이내 사라졌다. 태풍은 갑자기 덮쳐 왔다가 갑자기 멀리 사라져 간 것이다.
공기가 점점 맑아졌다. 바람도 자고, 멀리서 바람 소리가 씽씽 들려올 뿐이었다.
짐은 가만히 얼굴을 들었다. 황색의 구름은 이미 2킬로미터쯤 저편을 무서운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모래 썰매차는 1미터쯤 모래를 덮어쓰고 있었다. 플라스틱의 창문 덮개는 무수한 굳은 모래알을 맞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햐!"
하고, 짐은 외쳤다.
"5분만 더 태풍이 계속되었다면 귀까지 모래에 묻혔겠다."
짐의 헬멧은 잘게 긁힌 상처 투성이였으나, 튼튼한 플라스틱이었으므로 부서질 염려는 없었다.
짐과 사리는 모래 썰매차 안에 쌓인 모래를 두 손으로 헤치기 시작하였다. 미튼은 두 사람의 사이에서 기어 나와서 답답한 듯이 모래 먼지에 막힌 코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미튼을 샤리는 차의 옆에 내려놓았다.
"아, 이건!"
조종반에서 모래를 헤쳐 내면서 짐은 신음소리를 냈다.
조종반은 엉망이었다.
모래 태풍이 대부분의 계기를 망가뜨려 놓은 것이다. 방 향을 나타내는 컴퍼스도 부서져 있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길을 찾지?"
하고, 샤리가 물었다.
"안 돼. 우리들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가 없어. 모래 태풍은 이 모래 썰매차를 꽤 많이 굴러가게 했을 거야. 그래서 지금 있는 장소가 어디쯤인지 똑똑히 모른단 말이야. 다만, 태풍 전에 우리가 차를 멈춘 장소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해. 저길 봐, 가까이에 저런 절벽 같은 건 없었잖아. 이렇게 되면 할 수 없지. 무전으로 식민지에 구조를 부탁하는 길밖에 없지. 지금 우린 최악의 위험한 경우에 빠진 거야!"
짐은 우주복의 가슴에 달린 버튼을 눌러서 장거리 구조 신호를 보낼 준비를 하였다.
SOS가 가면, 구조대가 달려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식민지로서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구조대의 사람들은 지구의 조무래기들 때문에 사막으로 끌려나오는 데 대하여 세찬 분노를 느끼면서 달려올 것이 틀림없다. 짐은 그 모양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갑자기 샤리가 소리를 질렀다.
"짐! 미튼이 도망쳐 "
짐은 뒤를 돌아보았다.
모래 썰매차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있던 화성 고양이가 갑자기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고마운 일로, 화성 고양이의 거무스름한 몸이 오렌지 빛의 모래 위에서는 분간하기 쉬웠다. 이미 100미터나 저편의 낮은 언덕이 많은 곳을 향하여 미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나는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서둘러서 모래 썰매차로 돌아왔다. 모래 태풍으로 상처를 입고 또 소중한 애완 동물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좀더 속도를 낼 수는 없어?"
사리가 초조하여 외쳤다.
"이것이 전속력이야. 미튼이 가는 곳을 잘 보고 있어!"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미튼의 앞에는 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잡고야 말 테다!"
짐은 모래 썰매차를 마구 내몰았다. 미튼이 절벽 밑에까지 갔다. 그런데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저런! 어디로 갔을까?"
"땅 속의 구멍에 들어갔을 거야."
두 사람은 미튼이 사라진 장소의 근처에 모래 썰매차를 멈추었다. 절벽의 아래쪽에 직경이 1미터쯤 되는 구멍이 하나 뻐끔히 뚫려져 있었다. 전에 짐과 샤리가 양친과 함께 방문했던 화성 고대인 동굴 입구와 아주 비슷하였다.
모래 썰매차에서 뛰어내리자, 짐은 구멍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 뒤에 샤리가 따라갔다.
짐은 구멍을 들여다보면서 불렀다.
"미튼! 미튼!"
회중전등은 우주복의 벨트에 매달아져 있었다. 그것을 벗겨서 짐은 구멍 속을 비쳐 보았다.
빛 가운데 비스듬히 아래로 뻗어 내려간 계단이 보였다. 그리고 계단 아래에는 다리가 들인 생물이 한편 손에 미튼을 안고 서 있었다. 그것은 잿빛 피부를 가진 생물이었다. 키가 작은 데 비하면 머리가 지나치게 큰 인간이었다.
'살아 있는 화성의 고대인이다!'
짐은 너무 놀라서 회중전등을 떨어뜨릴 뻔하였다.
 
 
살아 있는 화성인
 
짐의 뒤에서 샤리도, "앗?" 하고 놀랐다.
살아 있는 화성의 고대인!
그것은 환상의 장난은 아니었다.
"내려 와요. 무서워 할 건 없어요."
"당신은 영어를 말 할 수 있습니까?"
짐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우리는 마음으로 말을 해요. 텔레파시(정신 감응)에는 말이 필요 없어요. 나는 당신 마음에 나의 생각을 직접 전하고 있는 거예요. 내려와 보세요. 우리는 당신들을 해치는 일은 안 할테니……."
화성인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였다. 그 부드러운 느낌의 말이 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마음에 울려왔다.
짐은 샤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작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짐의 발은 비틀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뜻밖의 일을 만나 어안이 벙벙하여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동굴의 바닥에 내려서서 두 사람은 작은 고대인을 내려다보았다. 화성의 고대인은 키가 75에서 90cm쯤의 사이였다. 그 모습은 작은 '흙의 혼령'처럼 보였다. 잿빛의 피부가 바삭바삭 마르고, 팔도 다리도 가늘고 약해 보였다.
둥글고 커다란 머리에는 털이 한 가락도 없고 너무 커서, 가는 목에서 굴러 떨어질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머리에는 두 개의 큰 눈, 작은 코, 그리고 작은 입이 있었다.
턱은 없었다. 그 때문에 얼굴 전체가 완전히 둥글었다. 귀도 없었다. 물론 텔레파시로 말을 하기 때문에 귀가 없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미튼은 화성인의 팔에 안겨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쓰다듬어 누르면서 화성인이 말하였다.
"우리의 동물을 잘 돌봐 주어서 참 고마워요."
"그 고양이는 당신의 것입니까?"
"그래요. 이 동물은 먼 옛날부터 우리들의 애완 동물이지요. 얼마 전에, 세 마리가 동굴로부터 사막으로 나가서 길을 잃어 버렸는데, 지금 그 중 한 마리가 돌아왔군요."
어두움에 눈이 익숙해짐에 따라서 짐과 샤리는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또 6, 7명의 화성인이 있었다. 모두 키가 작고 큰 눈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짐과 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짐과 샤리를 처음 맞았던 화성인이 미튼을 동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미튼은 짐과 사리에게로 달려와서 두 사람의 발에 몸을 비비적거렸다.
"이놈은 너희들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요. 너희들이 이놈을 귀여워 해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이 너희들을 우리들의 집으로 초대한 이유 에요. 너희들은 우리 화성인을 본 최초의 지구인이군요. 이리로 와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보고 싶겠지요?"
화성인은 텔레파시로 말을 걸었다.
짐과 샤리는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작은 화성인은 짐과 샤리를 동굴의 안으로 안내하였다. 통로의 천장은 짐과 샤리의 헬멧의 꼭대기로부터 10센티쯤 위에 있었다. 그러나, 헬멧과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여 두 사람 다 허리를 굽히고 걸었다.
동굴 내부의 구조는 짐과 샤리가 전날 방문하였던 고대의 동굴과 거의 비슷하였다. 그러나 넓은 통로로부터 갈라진 옆 구멍의 방에는 식물의 섬유로 만든 작은 침대와 그 밖의 가구들이 있었다.
벽화도 많이 눈에 띄었다. 몇 개는 매우 새롭게 반들반들 빛나고 있었다. 특히 그 하나에는 사막에서 솟아오른 식민지의 돔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극히 최근의 작품이었다. 벽의 꼭대기에는 반듯이 선반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 위에 잿빛의 식물이 무성해 있었다. 화성의 땅 위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다. 넓이가 큰 평평한 잎사귀는 희미한 황색의 빛을 내고 있었다. 이 빛이 동굴의 내부를 밝히고 있는 자연의 조명인 것이다.이윽고, 짐과 샤리는 빛뿐 아니라 공기도 물도, 식물로부터 공급되고 있음을 알았다. 두 사람은 잎이 두텁고 아래로 축 늘어진 잎사귀를 가진, 흰빛을 띠고 있는 식물을 보았다.
"이 식물은 우리가 토해 내는 탄산가스를 빨고, 그 대신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죠. 이런 식물들의 덕택으로 우리는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안내역을 맡은 화성인은 친절하게 설명을 계속하였다.
"옛날, 화성에도 우리가 땅 위에서 살 수 있을 만큼 공기가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은 수십만 년이나 전의 이야기지요. 지금의 우리는 짧은 시간이라면 땅위에 있을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이라면 무리인 것이에요."
세 사람은 다른 방에 들어갔다. 거기에도 신기한 식물이 또 있었다. 한복판의 굵은 줄기에서 로프(밧줄)와 같은 가는 줄기가 많이 나와 있어서, 그 끝은 모두 부풀어 있는 '꼬투리'로 되어 있었다. 크기는 샤리의 주먹 정도이었다.
화성인은 무릎을 꿇고, 가는 줄기 가운데 하나를 손에 잡고, 맨 끝의 꼬투리를 짰다. 그러자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 꼬투리를 얇은 입술에 대고. 화성인은 물을 빨아먹었다.
"이 식물은 뿌리가 동굴의 밑에 있는 지하수에까지 닿아 있어서, 물기를 빨아올려요. 그리고 남은 물기를 줄기의 끝에 있는 꼬투리에 모으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그 꼬투리를 부수고 물을 빨아먹으면, 곧 새로운 꼬투리가 생기기 시작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물을 지나치게 빨아먹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요. 물이 충분히 모이기 전에 빨면 식물 자체가 물 부족으로 말라죽고 말아요. 지금 내가 물을 빨아먹은 꼬투리는 또 물이 고이기까지 사흘이 걸려요."
"여러분은 목이 마르지 않습니까?'
하고, 샤리가 물었다.
"오랜 세월 동안에 우리의 몸은 이 행성의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변해져 왔어요. 지금은 물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몸이 되어 있지요. 사흘에 한 입 마실 뿐으로 충분하니까. 그렇지만, 이 식물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지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짐과 샤리는 화성의 고대인이 가엾어졌다. 전에, 이 화성신의 선조들은 땅 위에 굉장한 도시를 건설하여 커다란 빌딩에서 살며,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화성 문명의 꽃을 피웠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은 좁고 답답한 지하 동굴 속에 들어가서, 발광 식물의 어렴풋한 빛으로 보며, 식물에서 간신히 사흘에 한 번 한 모금의 물을 빨아서 겨우 겨우 살아간다.
그러나 화성인은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먹는 것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라고, 짐이 물었다.
"우리는 다른 식물로부터 먹을 것을 얻고 있어요. 물과 같이, 먹는 것도 대단히 조금밖에는 필요 없어요. 1주간 정도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은 거예요."
화성인은 텔레파시로 대답하였다.
"참 좋겠네요! 짐도 나도 아침밥을 먹고 2, 3시간이 지나면, 벌써 배가 고파 죽겠는 걸요!"
샤리는 부러운 듯이 말했다.
 
 
사라진 입구
 
세 사람은 동굴의 끝에까지 갔다. 그곳은 넓은 방으로 되어 있고, 수십 명의 화성인이 있었다. 모두 방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짐과 샤리를 힐끔 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안내역의 화성인과 나란히 앉았다.
네댓 마리의 화성 고양이가 방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미튼은 짐과 샤리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기분 좋게 몸을 쉬고 있었다.
"화성에 있는 지구인들은 모두 화성의 고대인이 훨씬 옛날에 죽어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지요?"
"알고 있지요. 우리는 멸종하였다고 생각되도록 행동해 왔으니까요."
"왜 그렇게 했습니까?"
이상스럽다는 듯이 샤리가 물었다.
화성인의 텔레파시가 피로한 노인의 음성처럼 가냘프고 약하게 전해져 왔다.
"우리는 낡은 종족, 너희들 지구인은 정력적이며 공격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인과 사귀고 싶지 않은 거야. 우리만으로 조용히 살고 싶은 거야."
"그렇지만, 식민지의 지구인은 당신네들을 해치거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짐이 말을 건네니, 화성인의 마음의 소리가 완고하게 되풀이되었다.
"우리는 지구인과 사귀고 싶지 않아. 우리는 지구인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구인을 신용할 수 없는 거야. 지구인은 매우 크고, 대단히 강하고, 또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이야."
"지구인이 그처럼 몹시 싫으신데 왜 우리를 이처럼 친절하게 대접해 주시는지요? 우리도 지구인이에요."
샤리가 묻자, 화성인은 마음의 소리로 곧 대답하였다.
"너희들 두 사람은, 우리가 잃어버린 동물에게 친절히 대해 주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어린아이들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지구인의 어른들이다. 우리의 평화를 깨뜨릴 위험이 있는 것은 식민지의 어른들이다."
"그렇지만 만일, 우리가 식민지로 돌아가서 당신네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어른을 이곳에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짐이 묻자, 화성인은 딱 잘라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곳에 올 수 없을 거다. 우리는 너희들의 마음을 읽고 우리를 배반하는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었다. 그렇지만, 너희들이 마음대로 이곳에 오고 싶다고 생각해도 절대로 올 수는 없을 거다."
"왜요?"
샤리는 화성인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번 이 동굴을 나가면 너희들은 두 번 다시 이 장소를 발견할 수 없을 거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너희들 지구인에게 발견되지 않고 오랫동안 숨어서 살 수 있었는지 알고 싶겠지? 그것은 우리가 정신의 힘을 써서 동굴의 입구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지 않는 한, 지구인의 눈에는 동굴의 입구가 보이지 않는 거다. 너희들이 그 동물을 뒤쫓아 왔을 때, 우리는 정신의 힘을 풀어서 동굴의 입구가 보이도록 한 것이다. 너희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다른 지구인을 데리고 이곳으로 다시 왔을 때에는 안 된다. 우리는 정신의 힘으로 입구를 보이지 않게 해 버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우리들은 당신네들이 싫어하는 일은 안 하겠습니다. 약속합니다. 당신네들은 우리를 특별히 이 동굴에 맞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짐이 말하였다. 그리고 샤리가 덧붙여서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기 있어서 는 시간을 똑똑히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쯤은 엄마와 아빠가 우리들 때문에 걱정하여 찾아다니시리라고 생각됩니다."
"응."
하고, 샤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짐은 화성인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의 모래 썰매차는 나침반이 부서져서 방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곳의 위치를 식민지에 연락하여 구조대를 부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구조대의 어른들이 이 동굴을 발견할지도…."
"너희들은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할 필요가 없다. 내가 너희들을 식민지까지 안내해 줄 테니까."
짐은 뛸 듯이 기뻤다. 식민지에 구조대를 요청하지 않으면, 식민지의 사람들은 짐과 샤리의 탐험을 성내지지도 않고 욕도 안 할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짐은 일어나서 미튼을 안아 올렸다.
"이 동물을 우리들이 기르도록 허락해 줄 수는 없겠습니까? 꼭 잘 돌봐서 훌륭히 기르겠습니다. 우리들은 식민지에 영주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1년이 지나면 지구로 돌아갑니다. 그 때에는 다시 이 동물을 사막에 놓아주어서 당신네들에게로 돌아가도록 하겠으니까요."
"이 동물은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것이다. 때때로 동굴에 들어오는 사막의 곤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그래서……."
화성인은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굴에는 이런 동물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한 마리쯤 주셔도 괜찮겠지요. 우리들은 이 미튼이 귀여워서 기르고 싶어 죽을 지경이랍니다."
짐은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어쨌든 좋아. 그 대신 귀여워 해 주어요. 이놈도 너희들과 함께 있는 것이 기쁜 모양이니. 그러면 출발해 볼까."
겨우, 화성인은 짐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다른 화성인들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로 짐과 샤리가 떠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지나온 통로를 다시 돌아서 입구로 향하였다. 미튼은 샤리의 팔에 안겨 있었다.
세 사람이 좁은 계단을 올라가서 땅 위에 나오니, 벌써 태양은 지평선 가까이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상한 화성인의 동굴에서 몇 시간이나 지나가 버린 모양이었다. 아마도 지금은 오후 3시가 아니면 4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짐도 샤리도 배가 몹시 고팠으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음식을 얻어먹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대여섯 걸음 걸은 곳에서 화성인이 말하였다.
"지금 너희들이 나온 입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찾아보아라."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고 어리둥절하였다. 어디나 모래에 덮여 있어서, 동굴의 입구 비슷한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분명히 이 곳에……."
짐은 자기 발자취를 더듬어서 되돌아가, 그 근방의 모래를 발로 차서 헤쳐 보았다. 그러나 입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정신의 힘을 얻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너희들은 정신의 힘으로 말미암은 환상의 그림자에 속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는 입구가 잘 보인다. 그렇지만 너희들은 아무리 입구를 찾으려고 애써도 절대로 찾아낼 수 없다."
화성인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짐은 머리를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마술 같은데! 지금 나왔을 뿐인 구멍이 없어지다니!"
모래 썰매차는 아까 세워 두었던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짐과 사리는 자기들의 좌석에 앉아서 안전 벨트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화성인은 미튼을 안고 뒷좌석에 앉았다.
화성인이 모래 썰매차가 나아갈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짐은 모래 썰매차를 출발시켰다. 누구도 아무 말이 없었다.
태양이 빠르기 지기 시작하였다. 짐과 샤리는 우주복 안의 온도를 올렸으나, 저녁때의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별이 깜박거리기 시작하였다. 머리 바로 위의 유달리 크고 밝은 별 하나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구다! 저것이 6천 4백만 킬로미터 저편의 지구란 말이다. "
짐은 우주의 광대하고 이상함에 두려움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의 대도시도, 큰 바다도, 깊은 밀림도, 6천 4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면 밤하늘에 떠 있는 작은 빛의 점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이윽고, 멀리 앞쪽에 식민지의 돔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른 모래 썰매차의 엔진 소리가 울려 왔다.
"이제는 우리들만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짐은 화성인에게 말하였다.
"식민지의 사람들이 너희들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저 사람들이게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만 실례하겠다. 잘 가요, 지구의 아이들. 아마도 또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안녕, 여러 가지로 고마왔습니다."
짐은 공손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벌써 없어졌어."
샤리가 일러주었다.
"없어졌어?"
흠칫 놀란 짐은 뒤를 돌아보았다. 뒷좌석에는 미튼이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있을 뿐이었다. 화성인의 모습은 그림자도 없었다.
"사라진 거야.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어. 이것도 정신의 힘이겠지."
벌써 샤리는 익숙해진 듯 그리 놀라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화성의 고대인은 샅아 남아 있었단 말야! 굉장한 사람들이었지! 저렇게 겁을 먹고 있지 않으면 더욱 좋을 텐데……."
짐이 섭섭해하자, 사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작고 부드러운 사람들이야. 무서운 정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구인을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모래 썰매차 하나가 짐과 샤리가 타고 있는 차의 옆으로 가까이 왔다. 운전사가 손을 들고 신호를 보내 왔다. 그것은 마틴 휴버였다.
"안녕 하세요!"
짐은 그를 우주복의 라디오 장치로 불러냈다.
"안녕! 너희들은 어디로 가 있었지? 식민지의 사람 절반이 너희들을 찾고 있는데!"
마틴의 소리에서는 비난의 태도가 엿보였다.
"지금 몇 시죠?"
"벌써 곧 6시가 된다. 너희들의 부모들은 미친 사람처럼 종일 너희들만 찾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짐과 샤리는 맥이 탁 풀리고 걱정이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마틴은 라디오로 식민지와 사막의 수색대 전원에게 짐과 샤리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2대의 모래 썰매차는 식민지로 향했다. 마틴의 차가 앞서 가고 짐과 샤리의 차가 뒤를 따랐다.
체인버스 박사는 부인과 함께 에어 로커가 있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사의 얼굴은 거무죽죽하게 변해 있고, 눈은 위로 치켜져 있었다. 이처럼 성낸 아버지를 짐도 사리도 아직 본 일이 없었다. 어머니는 성을 내는 것보다도 걱정하는 편이 더 컸던 모양으로 핏기 없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짐과 샤리는 서둘러서 우주복을 벗었다. 이 때, 다른 모레 썰매차들이 뒤를 이어서 돌아왔다. 분명히 대규모의 수색대가 두 사람을 찾기 위하여 사막으로 출동하고 있었음이 확실했다.
"아빠, 저희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맞춰 보세요. 저희들은요……."
짐은 열심히 지껄였다. 그것을 체인버스 박사의 음성이 무섭게 가로막았다.
"너희들이 발견한 것 따윈 어쨌든 좋아! 너는 왜 여동생을 데리고 아무에게도 말없이 사막으로 나갔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봐!"
"우린 낮부터 죽 계속해서 너희들을 찾고 있었단다. 누구에게 물어도 너희들을 못 보았다고 하지 않겠니……. 미칠 것만 같았다."
곧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로 어머니는 말하였다.
"저희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집은 고개를 숙였다.
"대관절 너희들은 어디로 갈 생각이었니?"
다시금 체인버스 박사가 소리쳤다.
"아빠, 저희들은 아빠의 연구를 도와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화성의 고대인들이 살고 있는 동굴을 찾으러 갔던 거예요. 그런데, 모래 태풍이 불어 와서……."
샤리의 말을 받아서 짐이 계속하였다.
"저희들은 모래 태풍을 만났던 거예요. 그리고 나침반도 시계도 망가져 버리고……."
"화성의 고대인을 찾으러 갔었다고?"
체인버스 박사는 되물었다. 식민지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이 웃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행방불명되었던 아이들이 아무 일 없이 돌아왔으므로, 이번에는 그 아이들이 양친으로부터 어떤 벌을 받는가를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요, 아빠. 저희들은 살아 있는 화성인을 발견했어요! 고대인들은 여기서 100킬로쯤 떨어진 동굴에 많이 있었어요. 잿빛에 키가 작은 사람들이었는데, 눈은 또 되게 크더군요. 미튼은 그 사람들이 기르고 있는 애완 동물이었죠. 그 사람들은 산소를 토해 내는 식물과, 물을 모으는 식물을……."
짐이 큰 소리로 말하면 말할수록, 모든 사람들은 우스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웃기만 하는 것이었다. 웃지 않는 사람은 성을 내고 있는 양친뿐이었다.
"짐 오빠가 말한 것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에요?"
샤리도 정색하여 외쳤다. 그러나 식민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킥킥 웃으면서 말하였다.
"화성의 고대인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이 다음에는 틀림없이 플루토늄(우라늄으로부터 핵 변화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초우라늄 원소의 하나)의 광산이라도 발견했다고 말하겠는데!"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만일 내 아들이 그런 이야기를 퍼뜨린다면 엉덩이가 부어오르도록 마구 패 주겠다. 화성인을 발견했다니 말도 안 된다!"
"정말 난 화성인을 발견했단 말이에요!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화성인은 텔레파시로 말을 하죠. 하지만, 대단히 겁이 많아서……."
짐은 쉰 목소리로 말을 계속하였다.
"이제 그만!"
체인버스 박사는 짐의 말을 가로막고 나서, 큰 소리로 또 말하였다.
"어떤 재미있는 말로 꾸며도 너희들의 탈선 행동이 나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곳은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장소가 아니야. 집으로 돌아가서 화성인의 이야긴가 뭔가를 천천히 들어보기로 하겠다."
짐과 샤리가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쫓겨서 앞장서 가는 것을 보고 식민지의 사람들은 또 킥킥 웃고 있었다. 오빠와 여동생은 잠자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빌딩의 복도 를 양친의 앞에 서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집안에 들어가자, 체인버스 박사는 조용히 말하였다.
"두 사람 다 잘 들어라. 나는 너희들에게 벌을 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너희들은 너무 먼 곳까지 갔었어."
"정말, 나는 걱정이 되어서 미칠 깃만 같았단다. 왜 그런 일을 했니?"
머리를 흔들면서 어머니는 부드럽게 물었다.
"아까 얘기했잖아요. 오빠와 나는 화성의 고대인을 발견하고 싶었던 거예요. 아빠를 위해서……."
라고, 샤리가 대답하였다.
"그리고, 샤리와 저는 발견했죠. 정말 화성인을……."
"그 얘기는 그만 해라? 이 이상 더 화성의 고대인에 대한 것은 듣고 싶지 않아! 너희들은 오늘 자신들이 어떤 소동을 일으켰는지 알고 있는 거냐? 수십 명이라는 사람들이 사막으로 너희들을 찾으러 나가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온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 거란 말이다. 나는 연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식민지 정부에게 이것저것 협력을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이번 사건으로 너희들이 규칙을 어기고 사막을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불량 소년과 불량 소녀로 인정된다면 나는 앞으로 원조를 더 부탁할 수 없게 되지 않겠니? 왜, 너희들이 이번과 같은 탈선 행동을 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엄마와 내가 너희들을 지나치게 자유롭게 길러온 것이 죄라면 죄겠지만……."
"아빠,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세요. 잠자코 사막으로 나간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아빠에게 꾸지람 듣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샤리와 저는 화성의 고대인을 발견했거든요. 제 '명예'를 걸고 맹세해요!"
짐은 조용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한순간, 방안에는 고요한 기운이 흘렀다. 평소부터 체인버스 박사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명예'라고 짐에게 가르쳐 오고 있었다.
'명예'를 걸고 라는 말은, 중대한 증언을 할 때뿐이다.
체인버스 박사는 조용한 소리로 말하였다.
"지금의 그 맹세를 도로 거두어라, 짐. 나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네가 자신의 나쁜 행동을 어떻게 해서든지 감추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야. 거짓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저는 거짓말 같은 건 안 해요, 아빠."
"그래요. 왜, 누구나 우리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샤리도 안타까운 듯이 말하였다.
체인버스 박사는 귀찮고 지친 표정으로 한편 손을 이마에 댔다.
"너희들이 거짓말을 할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좋아, 너희들을 신용하겠다. 너희들이 발견한 화성의 고대인에 대해서 얘기해 봐. 그러나 너희들이 지어 낸 이야기라면 용서하지 않을 테다."
"정말이라니까요, 아빠. 샤리와 저는 남쪽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모래 태풍을 만났어요. 태풍 때문에 모래 썰매차의 나침반과 다른 계기들이 부서졌어요. 그리고 미튼이 도망쳐서 모래 썰매차로 쫓아가니까, 미튼이 절벽 밑에 있는 구멍으로 안내해 주어서…."
여기까지 짐이 이야기했을 때, 샤리가 끼어 들었다.
"그 구멍이 동굴의 입구였어요. 오빠와 저는 구멍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랬더니 거기에 화성인이 있었어요. 커다란 머리와 커다란 눈을 가진 작은 인간이 우리들에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어요."
"화성인이 너희들에게 말을 했었니? 약간 믿어지지 않는데!"
체인버스 박사가 눈썹을 모았으므로 짐은 서둘러서 설명하였다.
"화성인은 텔레파시를 쓰고 있었죠, 아빠. 마음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샤리와 저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짐과 샤리는 번갈아서 동굴 방문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화성인들에게 식사와 물과 빛과 산소를 주는 굉장한 식물에 대한 이야기, 겁이 많은 화성인들이 식민지의 지구인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까닭, 동굴의 입구가 언제나 정신력의 환각적 작용으로 숨겨져 있는 사실 등,
서로 다투어가며 두 사람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돌아올 때에는 화성인의 한 사람이 식민지의 돔이 보이는 곳까지 길 안내를 해 주었죠. 하지만 수색대의 모래 썰매차가 나타나자, 곧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요."
하고, 짐이 말을 끝맺었다.
체인버스 박사는 말이 끝난 후에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산소를 토해 내는 식물을 길러서 땅 속 동굴에 공기를 채우면 약간의 식량과 물로 생활할 수 있다! 한 번 더 묻지만 이것은 절대로 너희들이 지어 낸 이야기는 아닐 테지?"
"물론이죠. 절대로 거짓말은 아니에요. 아빠."
"정말이에요, 절대로."
짐과 샤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좋아, 너희들을 믿기로 하겠다. 만일 자기 아들과 딸을 믿을 수 없다면 누구나 믿을 수 없을 것이 아니겠니? 그러면 이 이야기를 곧 프램 씨에게 보고하자."
"프램 씨라고요? 아빠, 식민지 장관인 프램 씨 말인가요?"
짐이 물었다.
"달리 프램 씨가 또 있는 걸 보기라도 했니 ? 프램 장관은 우리 가족이 식민지로 왔을 때부터 지적인 생명이 화성의 사막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나에게 계속 말해 오고 있다. 그래서 화성의 고대인 발견의 뉴스를 먼저 알려 주어서 놀라게 해주고 싶은 거야."
체인버스 박사는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여보세요. 프램 장관님입니까? 저는 로이 체인버스입니다. 네, 아이들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소동을 일으켜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관님,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장관님 댁을 방문하고 싶습니다마는, 아이들이 사막에서 놀라운 발견을 한 것입니다. 벌써 시간이 늦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마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네. 감사합니다. 지금 곧 방문하겠습니다."
 
 
장관의 노여움
 
15분 후에 짐과 샤리는 아버지와 함께 식민지 위원회 의장, 화성 식민지 정부 장관인 조지 프램 씨의 관저에 가 있었다.
프램 장관은 건장한 몸집의 사나이였다. 머리는 털이 다 빠진 대머리이며 눈이 날카롭고, 말하는 소리는 크고 당당하였다.
책상 너머로 프램 장관은 짐과 샤리를 쳐다보았다.
"이 아이들이 사막으로 관광 여행을 떠나서 오늘의 소동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이군."
불유쾌한 듯이 프램 장관은 말을 이었다.
"체인버스 박사, 나로서는 당신이 이 아이들에게 옳은 버릇을 가르치도록 부탁하고 싶군요. 이 식민지에는 허락 없이 사막으로 놀러 나가는 아이들은 한 사람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들이 식민지 아이들의 나쁜 본보기가 되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장관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체인버스 박사는 짐에게 말하였다.
"너와 샤리가 오늘 발견한 것을 프램 장관님께 말씀드려라."
"장관님, 저희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동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곳에는 화성의 고대인이 살아 남아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화성인들은…."
짐이 말을 시작하자 프램 장관은 체인버스 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박사, 설마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나를 이곳에 불러낸 것은 아니겠죠?"
"장관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참말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체인버스 박사는 부탁하는 것이었다.
짐과 샤리는 양친에게 했던 이야기를 한 번 더 되풀이하였다. 그 동안에 프램 장관은 코를 울리기도 하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면서 듣고 있었다. 이야기가 물과 산소를 만드는 식물에까지 이르렀을 때 프램 장관은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 정도로 해 두어요, 체인버스 박사. 당신의 아이들이 실로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나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꿈과 같은 동굴이나 작은 흙의 혼령의 이야기를 그대로 나에게 믿지 하려는 것은 무리예요!"
"장관님, 제 아들과 딸은 진실을 말한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라고 체인버스 박사는 말하였다. 그 음성에는 노여움이 서려 있었다.
"당신이 자기 아이들을 믿고 싶어하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체인버스 박사. 그러나 어쩐지 당신의 과학자로서의 명성까지, 어딘가에 살고 있는 화성의 고대인을 찾는 일에 걸려 있는 것 같군요."
이것은 프램 장관의 비꼬는 말이었다.
'화성의 고대인이 살아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다.'
라고 암시하는 말이었다. 또
'화성의 고대인을 찾는 일에는 협력할 수 없다.'
라고 돌려서 하는 거절의 말이었다.
벌컥 화가 치미는 자신을 누르고 체인버스 박사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인 원조를 부탁드리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오늘 제 아이들은 화성 식민지에는 지극히 중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장관님에게 알려 드리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당신들은 화성인이 많이 살고 있는 동굴을 발견했다고 말했지요. 만일 이것이 우리를 속이는 지나친 장난이라면 확실히 대발견이지요. 이렇게 합시다. 체인버스 박사. 내일 아침, 당신과 나와 당신의 아이들이 그 동굴까지 가보지 않겠소? 만일 그곳에 화성인들이 정말로 있다고 하면, 나는 깨끗하게 사과하겠소. 하지만 동굴이 발견되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될 테니 그리 아시오,"
"장관님, 우리는 그 동굴의 입구를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짐이 말하였다.
"왜, 찾아 낼 수 없니?"
"화성의 고대인은 지구인의 어른과는 사귀기 싫다고 말했습니다. 겁이 많아서 우리 지구인을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샤리가 보태어 설명하였다.
"동굴의 입구는 텔레파시와 정신의 힘으로 우리 지구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습니다. 화성인들이 누군가에게 보이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찾아 낼 수는 없습니다. 만일 저와, 짐 두 사람만으로 동굴이 있는 장소에 다시 가면 화성인들은 입구를 보이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장관님이나 아빠와 함께 가면 화성인들은 절대로 입구를 보이게 는 안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프램 장관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화성인들은 지구인의 어른과는 일체 사귀기 싫어한다고? 텔레파시로 자기네들을 숨기고 있다고? 체인버스 박사, 나는 꽤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 이상 더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을 수 없을 것 같군요."
"이것은 엉터리 같은 얘기가 아닙니다."
짐이 항의하였다.
"너는 잠자코 있어, 짐."
하고, 아들을 꾸짖고 나서 체인버스 박사는 프램 장관에게 말하였다.
"장관님, 나는 집과 샤리가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보증합니다. 다만 내 보증이 지금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만일 아이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아이들에게 그 증거를 제출하게 해요."
"그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샤리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프램 장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군. 확실히 있다고 증명할 수 없는 화성인은 이 세상에 없는 화성인과 같은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장관은 일어섰다.
"지금은 일요일 밤이 아닙니까, 체인버스 박사. 나는 일요일은 언제나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하고 있어요. 이젠 실례해도 괜찮겠소? 박사. 당신들이 지어 낸 얘기 때문에 나는 벌써 많은 시간을 쪼개 드렸다고 생각하는데요."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무허가 탐험 여행을 시키지 않도록 해 주시오. 아이들을 구조하는 데 귀중한 시간과 일손을 종종 낭비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공상도 적당하게 그 정도로 그치도록 잘 가르치는 편이 좋을 거요. 체인버스 박사. 자, 그러면 잘 가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장관님."
식민지 장관의 관저에서 나오자 짐은 외쳤다.
"아! 장관은 정말 성을 낸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말한 것을 믿는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아빠, 우린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하고, 샤리는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슬픈 기색으로 체인버스 박사는 대답하였다.
"오늘밤은 프램 장관의 시간을 다 빼앗아 버렸다. 이 다음에 지구 정부가 이곳에 연구원을 보내고 싶다고 말해와도 프램 장관은 좋은 대답을 안 하겠지. 그렇지만, 너희들의 이야기를 의심한 장관을 나는 비난할 수가 없구나."
"그러면 아빠도 저희들을 믿지 않으세요?"
라고, 짐이 물었다.
"물론 믿고 있지. 집에 돌아가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자."
체인버스 박사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미움 받는 체인버스 박사
 
'화성의 고대인 발견!'의 이야기는 곧 온 식민지에 퍼졌다.
이튿날 아침 학교에 간 짐과 샤리를 급우들은 킥킥거리는 웃음소리와 비웃음의 말로 맞이하였다.
"위대한 탐험가들이 오신다!"
먼저 테드 나바라가 빈정거리며 놀렸다.
"화성의 고대인은 데리고 오지 않았니?"
하고, 브루스는 물었다.
"너희들이 사막에서 발견한 녹색의 화성인에 대해서 좀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 수 없겠니?"
점잖은 척하는 얼굴로 말한 것은 쥬디 도미니크였다.
"화성인은 녹색이 아니고 회색이란 말야!"
짐은 성을 내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샤리가 팔꿈치로 짐의 몸을 살짝 찌르면서 속삭였다.
"상대를 해 주면 안 돼! 모두 우리를 약 올려서 성을 내게 하려는 것뿐이니까!"
그날은 수업이 대단히 길게 느껴졌다. 선생님들까지 짐과 사리를 이상한 눈으로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참으로 체인버스 박사네 집 아이들에게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하루였다.
그 날밤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 공영 식당에 갔을 때에도 같은 형편이었다. 박사의 가족을 보고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킥킥 웃기도 하고 수군수군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체인버스네 가족은 식사도 주택도 모두 관비고, 1년 동안 빈둥빈둥 놀면서 지낸다니 근사한 신분이지 뭐야."
"그런 관비의 낭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라는, 들어보란 듯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자, 짐네 식구들은 더 견딜 수가 없어서 저녁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식당을 뛰쳐나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체인버스 박사 가족은 가족 회의를 열었다. 일은 중대하였다.
체인버스 박사가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다. 너희들 두 사람 큰 발견을 하였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온 식민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알았다. 그뿐인가, 식민지 위원회에는 이 달 말에 우리 가족을 로켓에 태워서 지구로 돌려보내자는 의안까지 제출되어 있다. 내가 진행시키고 있는 연구 계획은 시시하기 때문에 식민지로서는 원조할 수가 없다는 의견인 거야."
"너무 지나친 데요, 아빠! 아빠의 연구 기간은 아직도 11개월 가까이 남아 있잖아요!"
하고, 짐은 외쳤다.
"그래.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간단하게 실현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마는, 식민지의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쫓아내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쓸 것이야. 지구 정부의 높은 양반들에게 우는소리로 호소 할 것도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나뿐 아니라 앞으로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화성에서 연구하려는 사람들까지 크게 불리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연구의 성과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못하면 이 편이 지게 된다."
"어떤 증명을 해요? 아빠."
"화성의 고대인이 참으로 사막에 살아 남아 있다는 증명이지."
"하지만 아빠, 화성인들은 지구인 어른과는 만나고싶어 하지 않아요. 자기들만으로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거든요. 만일, 우리가 만나리 가서 화성인들을 귀찮게 하면……."
짐이 말려도 체인버스 박사는 단념하지 않았다.
"화성인들을 괴롭히지는 않는다, 짐. 나는 화성인들과 조금 얘기를 하고 사진을 몇 장 찍고 싶을 뿐이다. 나는 혹독한 사막의 환경 가운데서 화성인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를 알고 싶은 거야. 화성인들이 동굴 가운데서 기르고 있는 식물의 표본도 조금은 필요하고……."
"그 정도라면 화성인들도 협력해 줄지도 모르죠. 샤리와 제가 아빠를 동굴이 있었던 장소로 안내하죠. 그렇지만 만일 화성인들이 우리들의 방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간의 낭비가 되겠죠."
"어쨌든 해 보자. 내일 아침, 세 사람이 사막으로 나가는 거다. 에셀, 당신도 함께 가보지 않겠소?"
박사가 묻자 체인버스 부인은 빙그레 웃었다.
"저는 집을 지키고 있기로 하죠. 가족이 모두 떠난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못됩니다. 만일 또 모래 태풍이라도 불어서 돌아오실 수 없게 되면 수색을 식민지 당국에 부탁할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모래 태풍은 걱정할 것 없어요. 마틴 휴버의 얘기로는 1주간 안에는 같은 장소에 모래 태풍이 두 번 오는 일이 좀처럼 없다고 하니까."
체인버스 박사는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학교는 어떻게 하죠?"
하고, 샤리는 걱정하였다.
"하루쯤 너희들이 없어도 학교는 괜찮아. 지금은 화성의 고대인을 한번 더 발견하는 편이 중요한 일이야. 만일 잘만 되면 너희들의 이름은 역사의 교과서에도 실리고, 앞으로 수백 년 후에까지 전해지게 되는 거야."
체인버스 박사의 말은 짐과 샤리에게 결심을 하게 하였다.
운이 좋으면 화성인들은 두 번째의 방문을 받아들여 줄 것이다. 만일 안 된다면,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은 더욱 더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이튿날 아침, 식사 후에 체인버스 박사는 식민지 정부의 차량 관리국에 전화를 걸어서 모래 썰매차를 한 대 보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수화기를 놓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차량 관리국의 사내는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구조 신호를 미리 발신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는구나."
에어 로커를 여닫는 사람들도 빈정거려 놀리는 태도로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짐도 샤리도, 체인버스 박사도 못 들은 척하고 재빨리 우주복을 입고는 모래 썰매차에 올라탔다.
체인버스 박사가 핸들을 잡고, 그 옆에는 짐이 앉았다. 샤리는 체인버스 박사의 카메라와 채집병을 들고 뒤에 앉았다.
세 사람은 이 여행에 미튼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미튼은 또 행운을 가져올지도 모르지만 만일 화성인들이 세 사람의 방문을 기뻐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기 때문이다.
밝고 상쾌한 여름의 아침이었다.
바람은 꽤 세차게 사막을 이리저리 휩쓸면서 불고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는 차를 남쪽으로 달렸다.
짐과 샤리는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을 찾으려고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그러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어제 왔던 곳과는 전연 다른 사막처럼 보였다.
'저 절벽은 어제 보았던 것이 아닐까? 저편의 키가 작은 식물의 덩어리는?'
짐과 샤리는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동굴에 가까워졌니?"
1시간이 지난 후에 체인버스 박사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아무리 보아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남쪽으로 가서 모래 태풍을 만났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화성의 고대인이 살고 있는 동굴은 낮은 절벽 아래 있었어요. 저기 마침 보이는 것 같은……."
짐은 동쪽 방향에 우뚝 솟아 있는 작은 바위산을 가리켰다.
"이 편 것이 비슷하잖아?"
샤리가 저쪽에 있는 다른 바위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 사람은 30분쯤 더 사막을 이리저리 헤맸다. 바위산과 절벽을 발견할 때마다 가까이 가서 조사해 보았으나 화성의 고대인이 살고 있는 동굴이 있는 것 같은 모양은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짐도 샤리도 체인버스 박사도 탐험을 계속할 기력을 잃고 말았다.
이 때, 어디선지 모르게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짐, 샤리, 너희들은 또 우리를 만나고 싶니? 그렇지만 너희들은 약속을 어겼다."
"아빠, 들리죠?"
짐은 박사에게 물었다.
"뭐가?"
체인버스 박사는 알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화성인이에요, 아빠! 화성인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샤리가 외쳤다.
짐은 아무 것도 없는 공중을 향하여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또 당신네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침부터 죽 당신네들의 동굴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 지구인의 어른을 데리고 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화성인의 마음의 소리가 가벼운 비난의 느낌과 함께 짐의 마음에 전해져 왔다.
"이분은 우리들의 아빠랍니다. 당신네들을 괴롭히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까?"
하고, 샤리가 물었다.
"짐, 샤리, 너희들은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냐?"
체인버스 박사는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화성인이 하는 말이 안 들리세요, 아빠?"
한 번 더 짐이 물었다.
"안 들리고 말고. 어른에게는 내 마음의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나는 어른의 마음과는 접촉하고 싶지 않다. 먼젓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너희들 어린 아이 들과만 사귀고 싶단 말이 야."
라고, 화성인이 대답하였다.
체인버스 박사는 머리를 흔들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뭔가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 것 아니니?"
"화성인은 텔레파시로 저희들에게 말을 해 오고 있는 거예요."
샤리가 설명하였다.
"들어주십시오."
짐은 보이지 않는 화성인을 향하여 말했다.
"우리는 당신네들을 괴롭히거나 귀찮게 해 드릴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우리 아빠는 당신네들의 생활 방법에 대 해서 두세 가지를 알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네들의 사진을 몇 장 찍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네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참말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네 아빠를 무서워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네 아빠는 우리들의 동굴을 방문할 수는 없다. 너와 샤리는 언제라도 환영하겠지만, 너희들만 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우리들의 규칙이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는 거다."
"절대로 안 됩니까?"
"안 된다."
화성인은 완고하게 되풀이하였다.
 
 
두 번째의 방문
 
짐은 일반적인 대화를 이상한 듯이 듣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빠, 화성인들은 저와 사리의 방문은 허락하지만 아빠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왜 안 된다는 거냐?"
"화성인들은 지구인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기고 싶진 않다고 해요."
"그렇지만 나는 너희들 두 사람만을 또 사막으로 나가게 하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린 아무도 화성인과 만날 수 없잖아요. 아빠가 함께 가시면 화성인의 동굴로 갈 수는 없는 거죠."
라고, 샤리가 말하였다.
잠시 생각하고 나서 체인버스 박사는 입을 열었다.
"만일, 너희들의 몸에 어떤 일이 생기면, 엄마는 나를 원망할 거다. 그리고 또 구조대를 출동시키지 않으면 안 되게 될 때, 프램 장관은 나의 연구를 곧 중단시킬지도 모른다."
"저희들이 여기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아빠."
라고, 짐은 말하였다.
"길을 잃게 되어도 식민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구조하러 올 필요는 없어요. 저희들은 무전으로 위치를 알릴 테니까, 아빠가 혼자서 마중 오시면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저희들은 길을 잃는 일 같은 일은 없을 거예요."
샤리도 열심히 설명하였다.
"알겠다. 기회를 살려 보자!"
겨우 체인버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거리기는 하였으나, 섭섭해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희들과 친해진 화성인이 마음이 달라져서 나의 방문을 허락해 주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
"안됩니다, 아빠."
몹시 미안한 표정으로 짐은 말하였다.
체인버스 박사는 머릿속이 좀 혼란해진 듯 머리를 자꾸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때때로 나는 내가 정신이 이상해지긴 않았는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동굴에 있는 화성인들이 너희들에게만 들리고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로 말한다니……. 만일 너희들이 다른 집 아이들이었다면, 단 1분이라도 그냥 있진 못했을 거다."
"그럼 아빠는 우리 둘이만 화성인의 동굴로 가게 해 주시겠어요?"
하고, 짐은 다짐하였다.
"응, 우선 식민지로 돌아가서 모래 썰매차의 연료를 보급 받는 것이 좋겠다. 그 다음에는 너희들만으로 화성인을 방문해라. 화성인들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사진을 찍어 오기 바란다. 화성인은 물론 그들이 사는 방과 벽화, 그리고 동굴의 식물을 잊지 않도록 부탁한다."
"맡겨 두세요, 아빠."
짐은 우주복의 가슴을 탕하고 쳤다.
모래 썰매차는 방향을 돌려서 식민지로 향하였다. 돔에 도착하였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이었다. 세 사람은 에어 로커의 밖에 모래 썰매차를 세워 두고 연료 보급을 맡은 식민지 사람에게 부탁하고 나서 돔으로 들어갔다.
체인버스 부인은 박사가 또 아이들만 사막 여행에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을 알고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놀랐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우물쭈물 반대하지는 않았다. 결혼한 지가 꽤 오래 되었으므로 박사가 하는 일에는 익숙해 있는 것이다. 체인버스 박사에게는 과학 연구가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짐과 샤리만의 사막여행도 모두가 떠드는 만큼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점심 식사가 끝나자 짐과 샤리는 다시 집을 나왔다. 체인버스 박사는 에어 로커 밖에까지 함께 나와 손을 흔들면서 아이들의 모래 썰매차를 전송하였다.
짐은 차를 남쪽으로 몰았다. 그리고 한 시간쯤 달리고 나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화성인 여러분, 제 소리가 들립니까?"
"들리고 말고, 우리의 텔레파시의 힘은 먼 곳까지 미친다."
소리 없는 대답이 짐과 샤리의 마음에 전해져 왔다.
"이번에는 우리들만 왔습니다. 동굴의 방문을 허락 해 주시겠습니까?"
"좋다."
화성인은 짐을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화성인의 지시에 따라서 짐은 악간 서쪽으로 15분 가량 차를 달렸다. 조금이라도 코스에서 벗어나면 텔레파시가 짐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윽고 앞쪽에 절벽이 나타났다. 그것은 짐과 샤리가 어제 본 것에 틀림이 없었다.
"차를 세워라, 절벽을 향해서 걸어라."
화성인이 명령하였다. 짐과 샤리는 차에서 내려 걷기 시 작하였다. 짐의 손에는 카메라가 꼭 쥐어져 있었다.
"왼쪽으로 가라."
화성인이 또 명령하였다.
시키는 대로 짐과 샤리는 왼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서 세 걸음 앞으로."
두 사람은 전진하였다.
"동굴의 입구가 전혀 안 보이잖아. 우리들의 걸음걸이가 잘못 돼 있는 거 아냐?"
하고, 샤리가 걱정하였다.
"그렇지 않아. 자, 봐!"
짐이 외쳤다.
두 사람의 눈앞에서 사막의 모래가 걷히기 시작하였다. 모래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땅이 마치 환상의 그림자처럼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 동굴의 입구가 갑자기 나타나 보였다.
"들어오십시오, 어린이들."
화성인의 마음의 소리가 전해져 왔다. 짐과 샤리는 좁은 계단을 조심하면서 내려갔다.
화성인들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친한 벗들을 환영하는 것과 같은 태도였다.
"우리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짐이 물었다.
"물론이지. 너희들의 마음은 무엇이든지 다 환하게 보이니까."
마음의 소리가 대답하였다.
"저어……, 사진을 좀 찍어도 괜찮겠습니까?"
샤리가 물었다.
"사진을 찍어서 너희들이 만족한다면 우리들의 사진을 찍어도 괜찮아요. 너희들만 온다면 이곳이 몇 번 와도, 또 사진을 아무리 많이 찍어도 좋아요. 우리들과 너희들은 친구이니까."
 
 
작은 영웅들
 
1시간 후에 짐과 샤리는 식민지로 향하여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심장은 흥분한 나머지 미어 터질 것만 같았다.
카메라에는 화성인의 동굴에서 찍은 12장의 컬러 입체 사진이 들어 있었다. 또 두 사람은 동굴의 식물 표본을 몇 개 얻어 가지고 있었다.
모래 썰매차의 뒤쪽에 발광 식물(제 몸에서 빛을 내는 기능을 가진 식물)이 한 포기, 물을 모으는 식물의 줄기가 한 포기(이 끝에는 아직 부서지지 않은 꼬투리가 달려 있었다), 공기를 만드는 식물의 가지가 몇 개 실려 있었다.
체인버스 박사는 에어 로커 밖에서 걱정이 되는 모양으로 왔다갔다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모래 썰매차가 가까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서 물었다.
"어찌 되었니? 화성인을 만났니?"
"화성인 편에서 저희들을 먼저 발견해 주었어요, 아빠."
라고, 짐이 대답하였다. 그리고 샤리가 이어서 자세한 보고를 하였다.
"화성인은 저의들을 동굴에 안내해 주었어요. 그리고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해 주고요. 또 동굴의 식물을 조금씩 나누어주었어요."
체인버스 박사는 카메라를 귀중한 다이아몬드나 루비처럼 받아 안았다.
"빨리 우주복을 벗어라! 이 필름을 현상하는 거다."
박사는 사진 현상실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마틴 휴버의 주선으로 대학의 사진 설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오후 5시, 컬러 입체 사진이 현상되었다. 아름다운 사진이었다. 동굴을 배경으로 한 화성인들의 모습이 천연색으로 훌륭하게 찍혀져 있었다.
"굉장하군!"
마틴이 암실에 들어와서 외쳤다.
"화성의 고대인은 아직도 살아 남아 있었군요. 짐과 샤리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물론이지,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 같은 건 해 본 일이 없어. 자네 전화는 어디 있지? 프램 장관과 얘기하고 싶은데."
체인버스 박사는 흥분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20분 후에 짐과 샤리는 아버지와 함께 다시 식민지 정부 관저에 가 있었다.
프램 장관은 12장의 컬러 사진을 커다란 손바닥 위에 놓고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1장씩 자세히 보고 나서 책상 위에 한 줄로 늘어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당황함과 기쁨이 뒤범벅이 되어서 떠오르고 있었다.
숨막히는 침묵이 5분쯤 계속된 후 프램 장관은 무거운 소리로 입을 열어 천천히 말하였다.
"이것이 가짜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본 일도 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가짜라고 할 수 있겠군."
"가짜는 아닙니다."
체인버스 박사는 조용히 대답하였다.
"그렇겠지요."
하고, 프램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저 황폐한 사막에 화성의 고대인의 문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절대로 믿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사진과 같은 증거를 보고는 안 믿을 수도 없겠지요. 어쨌든, 여러분께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소. 어젯밤에는 난폭한 말을 해서 참으로 미안하오."
"아닙니다. 우리는 증거도 없이 아이들의 꿈 이야기 같은 말을 장관님에게 믿게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증거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체인버스 박사는 힘있는 음성으로 말하였다.
"분명히 여러분은 화성의 고대인이 아직도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소. 그러나 나는, 우리 어른들은 자기 눈으로 실제의 화성인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섭섭하군요."
"아닙니다, 장관님. 어느 날에 가시는 우리 어른들도 화성인을 만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짐과 샤리가, 지구인의 어른들은 결코 화성인들을 해치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저 편에 납득시키면,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는 화성인들이 우리들 지구인을 신뢰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겠소."
프램 장관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또, 우리는 굉장한 식물을 손에 넣었습니다."
체인버스 박사는 책상 위로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짐과 샤리가 가지고 돌아온 식물의 표본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식물 하나로 어떤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사막에서 자랍니다. 햇빛도 물도 필요 없습니다. 모래에 포함된 산화철(공기를 끊고 밀폐하여 수산 제일철을 태울 때 생기는 흑색 가루)을 분해하여 산소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이것을 사막 전부에 심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는 곳마다 무성하고 대기 중에 산소를 방출하면, 우리는 지구와 같이 돔의 밖을 우주복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쪽의 식물도 굉장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물을 빨아올려서 꼬투리에 모아 두는 식물이랍니다! 이것을 사막에 많이 심으면 황폐한 사막이 옛날처럼 다시 풍성한 토지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프램 장관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었다.
이 뉴스는 이튿날 아침 전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발표되었다. 그리고 굉장한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의 드높은 기쁨의 소리가 소용돌이치는 것이었다.
짐과 샤리의 이름은 또다시 온 식민지에 널리 알려졌다.
무선통신으로 이 놀라운 뉴스가 지구로 보내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몇 개의 지구 신문 제 1면이 팩시밀리(전송 신문)로 되돌아왔다. 그 커다란 표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화성의 고대인, 사막에 생존! 남매 팀이 전멸 종족을 발견! 화성은 녹색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물학자가 연구 발표!'
짐과 샤리는 흥분의 연속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제까지 따돌림을 당하던 사람이 하룻밤이 밝으니 영웅이 되어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 주세요."
그 날밤 늦게 샤리는 이렇게 말해야 했다.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 지나서도 방문자와 전화가 계속되어 잠을 잘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영웅이라고 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두 번 다시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안 할 테야."
짐도 몹시 싫증을 내고 있었다.
"좀 참아라. 이 소동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도 아니니까. 너희들이 발견한 것은 대단히 중대한 것이란다. 모든 사람이 열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체인버스 박사는 충고하였다.
"아빠, 동굴에서 가져온 식물은 정말 화성을 도움으로 덮지 않고도 사람이 살 수 있게 할까요?"
샤리가 묻자, 체인버스 박사는 어깨를 움츠렸다.
"물론이다. 샤리. 하지만 그렇게 빨리는 안 된다. 먼저 우리는 화성인에게 부탁해서 식물의 종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너와 짐이 할 일이다. 그리고 사막에 널리 퍼지도록 식물을 기르면, 식물 한 그루 한 그루가 산소를 조금씩 방출하면, 화성의 공기는 인간이 호흡하는 데 적당한 것이 된다. 만일 화성인이 이 계획을 세워서 사막에 식물을 심었다면 동굴에서 살게 되진 않았을 거다."
"아빠, 저는 화성인들이 누구에게 쫓기는 일도 없이 자기들의 생각으로 동굴에서 사는 것을 택했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들은 화성의 사막에 식물을 심거나 땅을 갈거나 할 만한 체력이 없었거든요."
라고, 짐이 말하였다.
"나도 네 생각에 찬성이다. 집, 화성인은 늙고 약해진 종족이다. 사막을 녹지로 변화시키는 큰 계획에 달라붙을 말한 체력도 기력도 없다. 그래서, 화성의 대지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것은 우리들 지구인이 할 일이다."
이 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날밤의 50번째 전화이었다.
체인버스 박사가 전화를 받는 동안에 짐과 샤리는 지금 아버지가 하신 말을 생각하고있었다. 화성의 고대인들은 벌써 화성을 되살리는 기력도 야망도 없다.
그러나 지구인은 화성 동굴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이용하여 화성의 사막을 다시 살려내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우주복 없이 화성을 걸어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체인버스 박사가 웃는 얼굴로 전화통으로부터 돌아왔다.
"좋은 뉴스다. 프램 장관으로부터 왔다."
"장관님은 뭐라고 말했어요, 아빠?"
샤리는 마음이 급해져서 아버지를 재촉하였다.
"방금 프램 장관은 지구 정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나의 연구 기간이 무기한으로 되었다는 거야."
"무기한? 정말이에요? 로이."
체인버스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활짝 웃으면서 박사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무기한이야! 결국, 우린 우리 마음대로 언제까지라도 화성에 머물 수 있게 됐다. 지구로 돌아가는 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에셀, 당신은 앞으로 화성에 오래 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오?"
"말할 것도 없죠. 저는 언제나 당신이 일을 하시는 장소에 있을 생각이에요. 그것이 화성이라도요!"
체인버스부인의 대답에 박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짐과 샤리를 보았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최초의 예정대로 1년이 지나면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니? 하지만 그렇게 하면 화성 식민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일이 되는 거야."
짐은 싱긋 웃었다. 화성은 이 24시간 이내에 짐과 샤리에게 신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물론 저희들도 이곳에 머물겠습니다."
"그래요, 아빠. 물어 보실 것도 없어요."
하고, 샤리는 어른처럼 의젓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짐과 샤리는 서로 마주보았다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튼이 사리의 발 밑에서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있었다. 짐과 샤리는 화성의 고양이에게 눈을 돌렸다.
짐은 주저하면서 말하였다.
"아빠,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요."
"무엇인데?"
"그것이……."
짐은 망설이며 손을 내밀어 화성 고양이의 귀를 쓰다듬었다.
대신 샤리가 말하였다.
"치퍼 말이에요, 아빠."
"치퍼? 아! 그렇군. 나는 하마터면 그 고양이를 잊을 뻔했군."
체인버스 박사가 말하였다.
"샤리와 저는 치퍼를 잊을 수가 없어요, 아빠. 지금 저희들은 미튼이 마음에 들지만 치퍼를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치퍼는 저희들이 돌아오기를 몹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돌아가지 않게 되면……."
짐이 쓸쓸하게 말하였다.
"아빠, 한번 부탁해 보세요. 정부의 사람들은 치퍼를 우주선으로 특별히 보내 줄 수 없을까요? 치퍼와 미튼은 곧 친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치퍼는 벌써 할아버지가 다 되어서 중력이 적은 이곳이 지구보다 지내기가 좋을 거예요."
하고, 샤리도 부탁하는 것이었다.
체인버스 박사는 딱하다는 듯이 자기 머리를 북북 긁었다.
"정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탁해 보자. 그것으로 되겠지?"
"네, 아빠."
"고마와요, 아빠."
짐과 샤리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어린이 대사
 
다음날 모든 일이 잘 되어 갔다.
프램 장관은 몸소 체인버스박사의 집을 방문하여 일의 경과를 설명하였다.
"우리 식민지의 사람들은 모두 박사의 가족이 화성에 머물 결심을 해 주신 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체인버스 박사, 나는 박사를 위해서 특별한 지위를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박사는 일시적인 방문객이 아닙니다. 하지만 박사께서 원하지 않으시면, 이곳에 영주하는 식민지 사람도 아니니까. 결국, 박사는 원하시는 대로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연구 직원입니다."
"연구 직원, 좋은 말입니다."
"박사의 연구실에 대해서인데……. 지금까지 우리는 설비를 충분히 갖추어 드리지 못했습니다마는 앞으로는 달라질 것입니다. 만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화성에 있는 것이라면 무어든 곧 장만해 드리겠습니다. 화성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은 우리편에서 지구로부터 가져오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체인버스 박사는 밝은 음성으로 말하였다. 앞으로는 연구의 기재를 빌리기 위하여 자신이 뛰어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프램 장관은 짐과 샤리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너희들에 대해서 말하겠다. 너희들은 이 계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화성의 고대인에게 보내는 대사로 임명한다. 너희들이 할 일은 이 식민지를 대표하여 정기적으로 화성인을 방문하여 화성인들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또 화성인들이 식민지의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도록 힘을 쓰는 일이다. 또, 너희들은 화성인으로부터 공기와 물을 공급해 주는 식물의 종자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은 책임은 너희들이 잘 감당해 낼 수 있겠지 ?"
"네, 장관님!"
짐과 샤리는 함께 대답하였다.
그리자, 프램 장관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너희들의 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마련해 주겠다. 나는 이미 요구를 한 가지 받고 있다. 너희 아버지는 치퍼라는 이름의 커다란 흰빛과 검은빛의 얼룩 수코양이가 너희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셨다. 곧 나는 조사해 보았으나, 그런 것은 지금 화성에는 없다고 해서, 곧 지구로 주문했다. 치퍼는 다음 우주선으로 올 것이다."
"와아!"
짐은 환성을 지르며 뛰어올랐다.
"물론 너희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화성인의 방문은 학교의 공부가 끝난 후에 가야 한다. 그리고 사막으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위원회에 신고해 주기 바란다. 두 번 다시 허락 없이 사막을 여행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중요한 인물이고, 우리로서는 중요한 인물을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
프램 장관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또 체인버스 박사에게 얼굴을 돌렸다.
"박사,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이곳에 오신 것을 나는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식민지에 유익한 큰 일을 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식민지의 중요 멤버로서 활약을 계속해 주실 것을 기대해 마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장관님."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전면적인 협조를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의 입장도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박사의 용감한 아들딸이 화성의 고대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 주기까지는, 비현실적인 연구가 중대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뿐이오. 참으로 고맙소. 그러면 안녕히……."
프램 장관이 돌아갔을 때는 벌써 한밤중이었다. 그러나 짐과 샤리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온종일 흥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땅 위에 올라가 봐요. 밤하늘이 보고 싶어요."
짐이 말을 꺼냈다. 그래서 한 가족 네 사람은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로 땅 위에 나왔다. 모든 사람들은 이미 잠들어 있는 모양이다. 식민지 전체가 고요하였다.
네 사람은 투명한 돔 너머로 새까만 화성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바로 위에 작은 달 데이모스가 떠올라 있었다. 별은 모두가 찬란한 다이아몬드였다. 대기가 엷으므로 거의 깜빡 거리지 않는다.
지평선 가까이에 녹색의 점이 하나 보였다. 그것이 지구이었다. 그곳 어딘가에 뉴욕, 파리, 런던 같은 대도시, 그리고 그랜드 캐년, 피라미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대단히 먼 곳에 있다.
지금 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화성인이었다.
진에는 화성에도 고대인들이 건설한 많은 도시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이번에는 지구인의 도시가 화성 곳곳에 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짐과 샤리는 양친과 함께 잠시 지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구는 이제 내버려두어도 걱정될 것은 없다. 그러나 화성에는 지금부터 할 일이 많다. 화성은 체인버스 박사의 가족이 지금부터 자기들의 집을 새로 세울 장소이었다. 네 사람은 벌써 지구의 인간은 아닌 것 이 다.
이윽고 네 사람은 별을 보는 데 피로해졌다.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하여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매우 바쁜 날이 될 것이다. 내일 다음에 오는 내일도 바쁠 것이다.
화성이라는 우주의 신세계에서는 이제부터 당분간 바빠서 견딜 수 없는 날이 계속될 것이다.
 
<끝>
 
로봇 76호의 발명
ROBOT AL 76 GOES ASTRAY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방황하는 로봇
 
아메리카 로봇 제조 회사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큰 소동이었다.
어디에서 어떤 잘못이 일어났는지는 모르나 달로 보낼 예정이었던 1대의 로봇 AL 76호가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가격이 비싼 물건이라서 큰 소동이 벌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로봇이라는 것은 보통 물건과는 다르고, 자기 자신이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물건이라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로봇은 달에서 개척기를 운전하기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알맞게 이 로봇의 양전자 두뇌가 제작되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두뇌는 달에서 행동하기에 알맞게 되어 있었다.
자극이 강한 지구에서는, 그 두뇌가 돌아서 큰 괴수 한 마리를 들판에 제멋대로 던져두는 것처럼 위험하고, 도한 자기 멋대로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로봇 제조 회사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나고, 본사에서는 즉시로 각 주에 있는 지사로 명령을 내렸다.
"로봇을 빨리 발견해서 잡아라!"
그 무렵 AL 76호 로봇은 정말 방황하고 있었다. 이렇게 이상한 장소를 방황하는 것은 로봇의 프로그램에는 없는 일이었다. 첫째로 검어야 할 하늘이 푸른 것은 웬일일까? 더욱이 녹색의 반질반질한 것을 입고 있는 기둥이 꽉 들어 서 있으니, 이것은 지구말로 말하면 '숲'이라는 것일까? 이런 것은 달의 세계에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AL 76호는 방황하고 있는 동안 가끔 인간을 만났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반드시 입고 있어야 할 우주복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AL 76호를 보기만 하면 큰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나고 마는 것이었다. 어떤 사나이는 AL 76호를 항해서 총까지 한 발 쏘아 붙였다.
탄환은 AL 76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그 다음 순간 총을 가진 사나이도, AL 76호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AL 76호는 먼길을 아무 목적 없이 걸은 다음, 하나포트라는 시가에서 3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숲 속에 있는 파인 아저씨의 작은 오두막집에까지 다다랐다. 그 무렵 파인 아저씨는 왼손에 드라이버를 쥐고, 오른손엔 마도로스 파이프를 쥐고, 오두막 앞에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부서진 전기청소기를 놓고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파인 아저씨는 이 오두막에 있을 때에는 항상 천하태평이고 아주 즐거웠다. 파인 아저씨는 하나포트 시가에 자기 집이 있었으나, 거기에는 대단히 욕심꾸러기이고, 더욱이 하루 종일 잔소리만 하는 부인이 있었다. 그래서 파인 아저씨는 집을 나와 오두막집에서 살면서 취미와 실속이 있는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파인 아저씨의 취미는 아주 못쓰는 잡동사니 기계를 산 같이 모아 놓고 수리하기도 하고, 도한 기묘한 신제품을 조립하는 것이었다.
오두막 주위에 담 같이 쌓아 둔 못 쓰는 잡동사니 기계의 안에 있을 때에는 파인 아저씨는 정말로 행복했다. 예를 들면 현재 무릎 옆에 끼워 둔 부서진 전기청소기라도, 당분간 쓸 수 있도록 수리하면 얼마간의 수고비가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인 아저씨가 문득 얼굴을 들었을 때에 노래는 쑥 들어가 버리고 그 대신 눈알이 툭 튀어 나왔다.
그리고 미친 망아지처럼 달아나려는 생각에서 일어서려고 하였으나 두 다리가 덜덜 떨려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AL 76호 로봇은 파인 아저씨의 태도에 상관없이 바로 옆에 앉고 말았다.
"너 같은 사람들은 왜 달아나는가?"
상상외로 부드러운 말씨였으나, 겁을 집어먹고 있는 파인 아저씨는 입을 열지 못하고, 가슴 근처에 공기가 꽉 차 있어 골골 소리만 낼뿐이었다.
그래서 로봇은 그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중에는 나를 총으로 쏘는 사람도 있었다. 3센티만 더 들어갔으면 나는 파괴되었을 것이다."
"그 그래, 그 사람은 돈 사람이었겠지. 인간을 나쁘게 생각하지 마."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넌 왜 우주복을 입지 않고 있어?"
로봇은 엄하고 무섭게 보이는 금속제의 얼굴인데도 순한 소리를 내므로 파인 아저씨는 정신을 조금 차릴 수가 있었다.
"우주복 같은 것은 없다."
"없어? 그런데 왜 죽지 않지? 이상하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 코페르니쿠스 산은 어딘가? 월호 기지는 어딘가? 내가 운전할 개척기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니까."
파인 아저씨는 그제야 그 까닭을 알 수가 있었다.
'이 로봇은 달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인데, 지구에서 잘못 헤매고 있는 것이로군.'
하고, 파인 아저씨는 생각했다.
로봇은 대단히 비싼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가장 싼 것이라도 5만 달러가 넘는다. 그 중에는 몇 백만 달러가 되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됐다! 로봇회사에 알려주자. 사례로서 1할만 받아도 대단한 금액이 될 것이다.'
"로봇 군, 로봇 군, 너와 나는 친구가 되자. 마음놓고 여기에 있거라."
"안 돼! 그러고 있을 수가 없어. 나는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현장의 부장님이 곤란해진다."
로봇이 그렇게 말하니 파인 아저씨는 로봇을 속여보려고 했다.
"나는 너의 부장님을 잘 알고 있으니 내가 잘 얘기 해 주지. 그러니 로봇아, 내가 말한 대로하면 꾸지람은 듣지 않을 거야."
AL 76호는 본래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만들어졌었다. 그러나 달과는 다른, 머리 위생에 좋지 못한 지구의 이상한 환경이 그 양전자 두뇌의 움직임을 이상하게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로봇은 빈틈없는 질문을 했다.
"나의 부장의 이름은 뭐지?"
"응? 저……. 그것은 말이지, 정부의 비밀인 까닭에 말할 수 없다. 스파이가 우글우글하고 있으니까."
"왜 스파이가 있지?"
"으응, 저 그것은 나쁜 놈이 달의 개척 기지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로봇아, 너도 내가 나가도 좋다고 할 때까지 여기에 숨어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파인 아저씨의 거짓말은 뜻밖에 효과가 있었다.
"난 일을 하겠다. 일할 것을 줘."
하고, AL 76호는 말했다.
파인 아저씨는 마음을 놓았다.
"좋아, 어떻든 일하도록 해 주겠다."
그러자 로봇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 달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찾아보는 게 좋겠다. 옳지 ! 저기 부속품들이 많이 있으니 저것으로 개척기를 만들어 일을 하기로 하자."
로봇의 이 말을 듣고 파인 아저씨는 천천히 생각했다. 폐품의 재생은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개척기만은 자신이 없었다.
"나로서는 이것으로 개척기를 만들 자신이 없다. 혹시 젊다면 몰라도 늙은 나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그러자 AL 76호는,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만들겠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로봇은 머리가 돌았다고 해도 대단히 좋은 방향으로 돌아서, 천재 이상의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지구라는 환경이, 로봇을 제작한 과학자들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작용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AL 76호는,
"필요한 재료는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
하고 만족한 듯 말했다.
그러나 파인 아저씨는 서글프게 자기의 잡동사니를 관찰하였다. 그리고 비로소 자기의 보물 이렇게 쓸모 없는 것인가 라고, 평가하고 슬퍼졌다.
부서진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부속품, 문이 달아나고 없는 냉장고, 자동차의 붉게 녹슨 엔진, 납작해진 가스램프, 전선 부스러기 등, 고물상에서도 얼굴을 찡그릴 만한 물건들이었다.
"그래 갖추어져 있어."
파인 아저씨는 힘없이 대답했다.
 
현장에 급행
 
아메리카 로봇 제조 회사에 파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장거리 전화가 걸려 왔다. 회사의 총지배인 더프 씨는 머리의 혼란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었다.
아니 더욱 더 혼란이 심해질 뿐이었다. 지난 주일 AL 76호 로봇이 행방 불명된 이후, 하루 평균 14회나, 그것도 각기 다른 14주에서 로봇이 발견되었다는 통보가 날아 왔었다.
로봇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마는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달의 작업용 로봇은 원래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제작되어 있었지만, 지구의 다른 환경 안에서 양전자 두뇌가 틀린 작용을 한다 하여도, 흉포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러 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겁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한 지경에 파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로봇 발견의 통보가 온 것이다.
'이것은 정말일 것이다!'
라고, 총지배인 더프 씨는 생각했다. 장난으로 건 전화나 잘못 알고 건 전화 같지는 않았다. 왜냐 하면 로봇의 제조 상표를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AL 76호라는 번호를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프 씨는 너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사로이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 그리고 1분 30초 생각한 끝에 행동에 들어갔다.
한편 파인 아저씨는 일부러 전화를 해 주었는데 상대가 무뚝뚝했기 때문에 '아마 신용하지 않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메라로 로봇을 찍어 사진을 보낼 작정을 했다. 그리고 또 회사가 사례금의 현찰을 눈앞에 내놓지 않으면 로봇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한편 AL 76호는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파인 아저씨의 부스러기를 약 50미터 사방으로 늘어놓고 그 중심 장소에 진공관, 톱니바퀴, 철판, 동선 등 그 밖의 여러 가지 물건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파인 아저씨는 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하여 카메라를 들고 땅을 기어서 로봇에게 가까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시가에 사는 쿠퍼 씨가 파인을 찾아오고 있었다.
쿠퍼 씨는 자기 집의 전기 오븐이 고장이 나서 파인 아저씨에게 고칠 작정이었다. 오븐이 빵이 덜 구워져도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쿠퍼 씨는 태평스럽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쿠퍼 씨는 파인의 집 앞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놀랐다. 그리고 그는 학교의 육상 경기부의 코치가 탐낼 만한 굉장히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쿠퍼 씨는 보안관 사운더스 사무실에 뛰어들어가 벽에 부딪쳐 멈춰 설 때까지 숨도 크게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쿠퍼 씨는 조금이라도 빨리 사정을 말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겨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깨비…… 키는 2,3미터…… 파인의 오막살이…… 아…… 형편 무인…… 지경……."
쿠퍼 씨의 보고를 정리하면 대충 이러한 것이었다.
'키가 2미터에서 3미터쯤 되는 거대한 금속제 괴물이 파인의 오두막 옆에서 한바탕 날뛴 후에 쉬고 있다. 파인은 불쌍하게도 피투성이가 된 시체가 되어서 땅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목격자인 쿠퍼 씨도 역시 몸에 1센티미터 닿을 정도까지 괴물의 손이 뻗쳤었으나, 아차 할 순간 겨우 살아 나왔다.'
사운더스 보안관은 긴장했다.
"그놈은 로봇 회사에서 도망친 놈이다. 이미 수배중인,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이다. 총을 쏠 수 있는 사나이들을 모아야 되겠다. 그리고 파인 아저씨의 부인에게 가서 이 슬픈 뉴스를 될 수 있는 대로 놀라지 않게 차근차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심부름꾼이 파인의 부인에게 달려간지 얼마 안 되어 되돌아왔다. 보고에 의하면 부인은 곧 남편의 생명보험 증서를 꺼내더니, 그 보험 금액을 배액으로 하지 아니한 것은 파인의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옛날부터 내려오는 과부들의 습관으로 배를 쥐어짜는 듯한 긴 울음소리로 변해 버렸다고 한다.
한편 파인 아저씨는 자기가 죽어 버린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은 전혀 모르고 집안에서 나와 무엇인가 조립하고 있는 AL 76호와 이야기하려 잡동사니 기계 옆으로 갔다. 그러나 파인 아저씨는 그 때, 식민지 시대의 모습을 한 구식의 나팔총부터 보안관의 포터블 기관총에 이르기까지 각종의 무기를 준비한 사람들이 이 평화스러운 곳에 차츰차츰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로봇 회사의 총지배인 더프 씨를 선두로 6,7명의 로봇 기술자가 파인이라는 사람이 보았다는 로봇을 찾을 생각으로 시속 200마일의 속도로 고속 도로를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파인 아저씨는 이러한 일들을 까맣게 모르고 태평스럽게 AL 76호를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확실히 바라볼 가치가 있었다. 지금까지 파인 아저씨는 몇 번인가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장치를 이 잡동사니들로 만든 일이 있었다. 그러나 AL 76호는 그 이상의, 아니 파인의 제작품 같은 것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대단히 큰 기괴한 대 장치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파인 아저씨는 간이 덜컹 내려앉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그 대 장치의 주체가 되어 있는 것은 중고의 트랙터의 일부 같은 쇠이고, 그 녹슨 것에는 오래된 성의 벽에 붙은 담쟁이덩굴 같이 전선이 이리저리 배선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바퀴와 진공관과 그밖에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들어 붙어 있고, 꼭대기에는 불길한 새같이 타다 남은 나팔 같은 것이 삐죽 얹어져 있었다.
파인 아저씨는 나팔에 흥미를 느껴서 그 나팔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으나 참았다. 대단하지 않은 물건도 갑작스레 심한 폭발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봇아, 이건 뭐지?"
"개척기지 광선 이용이다."
"움직일 수 있나?"
"물론, 그러나 나머지 한 개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전등은 없는가?"
파인 아저씨가 집안에 있는 회중전등을 AL 76호에 넘겨주니,
"응, 이것으로써 완성이다. 시운전을 해 보겠다."
하고, 로봇은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 주게."
파인 아저씨는, 그것은 로봇의 공상적 개척 소꿉장난에 불과하지만, 아무래도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까운 숲의 모퉁이까지 물러서 로봇의 시운전을 쳐다보기로 하였다.
 
잊어버린 장치
 
보안관이 인솔한 농부들은 개척 시대 조상의 피을 되살려 오두막집으로 접근해 갔다. 그리고 오두막집을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왔을 때 보안관은 목이 콱 막혀서 세 번이나 침을 삼켰다.
"정지, 방아쇠를 잡고 있어라."
보안관은 나무 그늘 사이에서 잎을 관찰했다. 그 때 거대한 금속 괴물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괴물이 여태까지 보지도 못한 장치를 손으로 주무르고 있을 때였다.
보안관은 그쪽에만 마음을 집중했기 때문에 옆 나무 위에서 똑같이 로봇을 살피고 있는 파인 아저씨 모습은 보지 못했다.
사운더스 보안관은 빈터를 한 발자국 걸어나와 일제 사격의 명령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로봇 쪽이 한 순간 빠르게 금속 손가락으로 자신이 조립한 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확실한 것만을 대강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즉 다음 순간 이상한 장치가 활동을 개시한 것은 틀림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개의 수목과, 2채의 헛간과, 3마리의 소와, 옆 산의 4분의 3이 증발되고 말았다.
보안관은 잠시 동안 입을 벌리고 있었으나, 사격 명령은 커녕 그 외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무장부대들은 순식간에 혜성이 나는 것같이 빠른 속도로 현장에서 각기 사방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 때에 고속 도로를 달려와 현장에 다다르고 있던 더프 씨와 그 일행은 숲 속에서 도주 중인 부보안관과 맞부딪쳤다. 더프 씨가 물었다.
"파인이라는 사람의 집은 어딘가요?"
부보안관 키다리 재크가 대답했다.
"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똑바로 가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그의 모습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당사자인 파인 아저씨는 정신을 되찾고 보니 높은 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었다. 지상의 무장부대는 평면 방향으로 쫓기고 말았다, 나무의 파인 아저씨는 똑같은 힘이 수직으로 작용된 모양이었다.
하여간 땅에서 50미터나 올라가 있었다.
기어올라갔는지 바람에 퉁겨 올라갔는지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파인 아저씨는 나무 위에 있게 된 것을 알기보다는 다른 일에 마음이 걸리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로봇의 행위로 말미암아 그의 재산은 큰 손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 집 근처의 풍경과 지형까지도 아주 변해 버리고 만 것이다.
시가에서는 대단히 시끄럽고 귀찮은 문제로 삼을 것이다. 또 마누라는 재산에 대해서 무섭게 떠들어대면서 자기에게 달려들 것이다. 마누라의 책망을 들을 것을 생각하니 파인은 대단한 공포증을 느꼈다.
파인은 이 사건에 대해서 자기가 관련되어 있는 증거를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파인은 로봇을 향하여,
"로봇아, 모든 것이 너 때문이야! 그러한 장치는 즉시 두들겨 부셔 버려!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너도 모든 것을 깨끗하게 잊어버려라. 알겠니? 한 마디라도 이야기하면 안된다.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 그리고 개척기는 두들겨 부셔라! 즉시 실행하라."
하고 명령했다.
로봇은 원래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제작된 것이다. 그것이 로봇 제조에 대한 원칙이다. 그러므로 설사,
"인간을 해쳐라!"
라는, 명령을 받아도 두뇌가 망가지지 않은 로봇이라면 그러한 명령에는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명령이면 로봇은 어떠한 일이라도 이간의 명령에 따르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AL 76호는 힘들여 제작한 개척기를 미련도 없이 재빠르게 깨끗이 파괴하기 시작했다.
개척기가 거이 다 부셔졌을 무렵 더프의 일행이 도착했다.
"회사 일행이 왔구나!"
나무 위에 있던 파인 아저씨는 상금을 빨리 받으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그만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불쌍하게도 파인 아저씨는 미지의 세계로 영원히 가고 만 것이다.
 
로봇 기사 와어러트 박사는 총지배인 더프 씨에게 물었다.
"로봇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못 들었습니까?"
더프 씨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니, AL 76호는 모든 기억을 상실하고 말았는데, 틀림없이 누군가가, '잊어버려라!' 라고 명령한 것 같습니다."
"나는 기술자로서 이 부서진 부스러기가 산더미 같이 보이는 것이 원통스럽습니다. 보십시오. 산의 4분의 3을 한꺼번에 없애 버리고만 무서울 만한 성능의 개척기가 이 부스러기로써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요? 그러나 이 로봇에게 다시 제작시킬 수가 없게 되었군요. 이 에너지의 비밀을 우리들이 알 수 있다면 원자력 발견 이후 최대의 발견으로서 전 세계가 떠들썩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원자력을 발휘시키는 장치를 하는 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드니까요. 그러나 로봇이 우연히 만든 장치는 부스러기를 조립해서 만든 것뿐입니다. 그리고 자, 모두들 이걸 보십시오."
와이러트 박사는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앞으로 쑥 내밀어 보였다.
그것은 회중전등 용의 2개의 건전지였다.
AL 76호가 만든 새로운 에너지의 장치는 이제 말한 것과 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아무든 우리들이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들의 가까이에 있을 것은 틀림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여러분들은 이 일을 무엇에 비유하는 이야기, 또는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사실이 틀림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AL 76호 로봇은 현재 지나간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아마 이제는 기계로서의 끝장이 날 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끝>
 
 
 
 
작품 해설
 
화성의 고대인
 
"샅아 있는 화성인"은 미국 SF 작가 로버트 실버버그가 1960년에 발표한 소년 소녀를 위한 작품이다.
실버버그는 1935년 뉴욕에서 태어나 1956년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다. 학생 시절에 이미 문학에 열을 올려 18세 되던 해부터는 SF를 쓰기 시작했다.
실버버그는 수백 권의 저서와 소년 소녀를 위한 10권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성인용 SF "밤의 날개"라는 작품으로는 '휴고상'을 받았으며, 고고학 관계의 논픽션에도 힘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아 있는 화성인"은 12세 소년 짐과 11세 소녀 샤리가 21세기의 화성 식민지에 가서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두 소년 소녀는 어느 날 연구 중 괴로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화성 사막으로 탐험을 터 난다. 사막 탐험 도중 이들은 모래 태풍을 만나는 등 고생을 하다가 지하 동굴에서 화성의 고대인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수천 년 전에 전멸했다는 화성의 고대인을 화성 식민지 지하 동굴에서 만나게 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긴장한다.
그려나 이들 화성인은 지금까지 SF에 나오는 화성인처럼 사납거나 흉측하지 않고 짐과 샤리를 해치지도 않는다.
난쟁이같이 작으면서 귀엽고 또한 우습고 애교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화성인은 짐과 샤리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구인 아이들인 짐과 샤리를 좋아하면서도 지구인 어른은 만나기 싫어하는, 겁이 많은 화성인이다. 그리고 텔레파시(정신 감응)와 염동력(초자연적 능력을 가지는 힘)등의 굉장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기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평화주의자다.
이러한 화성인의 모습과 행동은 작품 속에서 환상적 느낌을 맛보게 하여 준다.
그런데 왜 SF에서는 화성인을 자주 등장시키는가? 그것은 화성이 지구형의 떠돌이별, 즉 지구와 닮은 형제별이어서 일 것이다.
화성인을 처음으로 작품 속에 등장시킨 사람은 영국의 SF작가 웰즈이다. 1897년 당시 화성의 은하설로 말썽이 많았던 것에 영향을 받아 지능 높은 화성인을 등장시킨 작품 "우주전쟁"을 그 해에 발표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큰 머리 부분에 손과 발의 촉수가 직접 달려 있는 이 화성인은 문어 형태의 화성인으로 불리는 괴물이었다.
이로 인하여 그 후의 SF작가들은 화성인을 흉측하고 괴물스러운 것으로만 그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버버그는 이 작품 속에 아주 귀엽고 애교 있는 화성인을 등장시키고 있다. 고대의 화성인은 지구인과 교제를 통해 우정을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과연 화성에는 생물이 있을까?
 
살아 있는 화성인
아이디어회관 과학 문고
224p.19cm (SF 세계 명작 31)
 
인 쇄      1978년 8월 20일
발 행      1978년 8월 30일
역 자      김 항 식
조 판      태광 문화사
제 판      명립 정판사
오프셋 인쇄 장원 정판사
제 본      삼정 인쇄소
제 본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316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253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294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261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201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189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186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200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199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154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222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146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157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172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09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172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183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141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472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634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