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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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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2022년 03월 31일 16시 30분  조회:728  추천:0  작성자: 강려
 
허클베리핀의 모험-마크 트웨인[미국]/김병철 譯
 
마크 트웨인 (Samuel Langhorne Clemens) 소설가
생몰1835년 11월 30일 ~ 1910년 4월 21일
출생지미국
신체A형
데뷔1865년 단편집 '캘리베러스군의 명물 뛰어오르는 개구리'
경력모닝콜지 기자
제1장 모세와 부들을 찾아낸 이야기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어 본 일이 없는 사람은 나라는 사람을 알 길이 없겠지만 그런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마크 트웨인으로 이야기를 엿 늘이듯이 좀 늘여서 한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거짓말을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폴리 아주머니와 더글라스 과부댁과 그렇지, 메리 정도일 것이다.
폴리 아주머니 - 즉 톰의 폴리 아주머니 - 와 메리와 더글라스 과부댁에 관한 얘기는 '톰 소여의 모험'에 기록되어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얼마간 거짓말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그 책의 결말은 대개 이렇다. 톰과 나는 강도들이 동굴 속에 감춰 둔 돈을 찾아내어 그 덕택으로 우리들은 부자가 된 것이다 한 사람 몫이 6천 달러로, 고스란히 금화이다. 쌓아놓고 보니 상당한 높이의 돈이었다. 그래서 대처 판사가 그것을 맡아가지고 이자를 붙여서 남에게 놓아주어, 우리 수중에는 1년 내내 매일 1달러씩 글러들어와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할 바를 모를 정도의 돈이었다 더글라스 과부댁은 사뭇 나를 자기 아들로 생각하고는 나를 문명인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이 아주머니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어찌나 깔끔하고 품위있는 것을 생각하는지, 밤낮 집안에서만 날을 보낸다는 것은 갑갑해 죽을 지경이었으므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집을 도망치고 말았다. 다시 한번 그전에 입던 누더기옷과 빈 통으로 돌아와 나는 자유의 몸이 되고 만족하였다. 그러나 톰 소여는 나를 찾아내어, 자기는 강도단을 조직하는 중인데, 만일 내가 과부댁에 다시 돌아와 의젓하게 지낸다면 넣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과부댁은 이번 내가 저지른 일로 엉엉 울기까지 하며 불쌍한 길잃은 양새끼라고 부르고, 또 그밖에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이름으로 나를 불렀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과부댁은 또다시 나에게 새옷을 입혔고, 나는 구슬 같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이 조여드는 것 같은 기분 외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 낡은 버릇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과부댁은 저녁 식사 때가 되면 벨을 울렸고, 그러면 나는 1초도 어김없이 식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식탁으로 가서도 즉시 먹는 것이 아니라. 과부댁이 머리를 숙이고는 음식물에 관해서 뭐라고 중얼중얼대고 있는 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물이 어떻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음식이 하나하나 따로따로 되어 있을 뿐으로 그밖에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먹다 남은 찌꺼기를 넣은 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있어 말하자면 마룩의 교환이라고 할 만한 것이 이루어져 있어서 음식맛이 한결 좋아진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과부댁은 으레 책을 꺼내들고 모세와 부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가르쳐 주었고, 나는 나대로 또 그 사나이에 관한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알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 마나님은 무슨 바람이 불어 그만 모세가 훨씬 이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나는 죽은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으므로 그후부터는 일체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금세 나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고, 피우게 해달라고 과부댁에게 졸라보았지만 막무가내로 들어주지 않는다 흡연은 나쁜 일이며 깨끗하지 못하니까 앞으로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흔히 있는 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남에게는 심하게 군다. 이 마나님은 자기 친척도 아니고, 죽은 지 이미 오랜 모세에 관한 일을 이러쿵저러쿵 찧고 까불면서 좋은 점이 있는 것을 내가 하려고 하면 서슬이 시퍼렇게 펄쩍 뛴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연방 코담배를 피운다. 자기가 하는 일이니까 물론 이것은 상관없다는 투로. 이 과부댁의 언니되는 사람으로, 안경을 쓴 왜 몸집이 날씬한 올드 미스인 왓슨 아주머니가 그때 자기 동생과 마침 같이 살러 왔는데, 이번에는 이 사람이 또한 철자책을 가지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 마누라가 한 시간쯤 나를 제멋대로 공부를 시킨다고 졸라맨 다음에야 과부댁은 고삐를 늦춰 주었다 나는 이 이상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후 한 시간쯤은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심해서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왓슨 아주머니는 밤낮 나를 보기만 하면 한다는 소리가 '허클베리, 그렇게 늘어지는 게 아냐, 똑바로 앉아.' 이러는 것이다. '허클베리, 그렇게 하품을 하거나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니다. 왜 버르장머리있게 굴려고 하지 않느냐?' 그 다음에는 버룻없이 굴면 빠지고 만다는 지옥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해주어, 나는 거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 말대답으로 왓슨 아주머니는 그만 머리끝까지 화를 내었지만, 나로서는 별로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아무 데라도 좋으니 무작정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변화가 부러웠을 뿐으로 별로 어디라고 정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얘기하는 것은 심술궂기 때문이며, 자기는 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그런 말은 절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고, 천국에 갈 양으로 자기는 살고 있는 것이라고 왓슨 아주머니는 열을 내어 늘어놓았다.
나로서는 왓슨 아주머니가 가는 곳에 가보았자 별로 신통한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는 까닭으로 가지 않으리라고 작정했다. 그러나 입밖에 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성가신 일이 생길 것이 뻔했고, 또 그래 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니까. 그런데 일단 입을 연 왓슨 아주머니는 계속하여 천국 이야기를 낱낱이 늘어놓았다. 거기 간 사람은 하루종일 거문고를 가지고 노래를 부르며, 언제까지나 빙빙 도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신통한 일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입밖에 내놓고 그렇다고 하지는 않았다. 톰 소여도 거기 갈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으니까, 천만에 당치 않는 소리 말라고 딱 잡아떼었다. 어쨌든 잘된 일이었다. 톰과 나는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왓슨 아주머니는 계속 나를 못살게 굴었으며, 그 바람에 나는 갑갑증이 나고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다
얼마 후 검둥이들을 불러모아 놓고 기도를 올린 다음 모두들 잠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양초 토막 하나를 집어들고 이층 방으로 올라가서 그것을 테이블 위에다 놓았다. 창 곁 의자에 걸터앉아 신나는 생각을 해보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차라리 죽어 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나는 심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별은 반짝이고, 숲속의 나뭇잎들은 여간 처량하게 소리를 내고 있지 않고, 멀리서는 부엉이가 죽은 누구를 부르는 듯 호-호-하고 울고 있고, 소쩍새와 개는 임종의 자리에 있는 그 누구를 위해 울고 있고, 바람은 나에게 무슨 하소연을 하듯 속삭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었고, 나는 온몸이 오싹하며 떨렸다. 그때 먼 숲에서 들려온 것이, 마음속에 있는 무슨 하소연을 털어놓고 싶었으나 누구에게도 깨닫게 할 수 없는 유령이 무덤 속에서 조용히 쉬고 있을 수가 없어 밤마다 슬퍼서 그런 투로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소리였다. 나는 정말 누가 같이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풀이 죽어 무서워졌다 얼마 후 거미 한 마리가 내 어깨로 기어올라, 내가 그놈을 손톱으로 탁 튀기자 그만 촛불에 부딪쳐 눈 깜빡할 사이에 지글지글 타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무섭게 나쁜 전조로, 그 무슨 악운이 다가올 것을 누가 나에게 얘기해 주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찌나 무서웠던지 하마터면 입고 있던 옷을 떨어뜨릴 뻔했다 일어나 걸으면서 세 번 방향을 바꾸어 그때마다 십자를 긋고는 다음에 마녀를 접근시키지 않으려고 머리칼 몇 개를 실로 잡아매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길에서 주운 말편자를 문 위에 못으로 박아놓지 않고 그대로 올려놓았다가 잊어버리면 이 짓을 하는 것이다 거미를 죽였을 때 악운을 피하게 하는 데 이 짓이 소용에 닿을는지 어떨는지 누구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다(주운 말편자를 문 위에 걸어두면 행운이 온다는 것은 이 지방의 미신이다). 나는 벌벌 떨면서 다시 한번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 대 피워 보려고 파이프를 꺼냈다. 이때는 집안이 온통 죽은 듯이 고요해서 과부댁에게도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마을 저 먼 곳에 있는 시계가 땡 땡 땡 하고 열두번치는 소리를 듣고는, 그 다음엔 만사가 전보다도 훨씬 조용해졌다. 얼마 후에 나는 창 아래 나무 사이의 어둠 속에서 작은 나뭇가지 하나가 뚝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무엇이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바로 아래에서 '야옹!'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옳지, 줬다! 나는 되도록 낮은 목소리로 '야옹, 야옹!'하고 호응하고 불을 끄고는 창으로 해서 광 지붕으로 기어내려왔다 다음 땅 위로 미끄러져 내려 나무 사이로 기어 들어가니, 아니나다를까 톰 소여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2장 우리들 갱의 비밀 맹세
우리 둘은 과부댁 뜰의 저쪽 끝까지 나뭇가지에 머리를 긁히지 않도록 잔뜩 몸을 구부리고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부엌 옆을 지날 때 나는 그만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그 바람에 쿵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우리는 몸을 웅크리고는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짐'이라는 왓슨 아주머니의 몸집이 큰 검둥이가 부엌문 가에 앉아 있는 것이 그 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때문에 왜 똑똑히 보였다. 짐은 일어서서 잠시 목을 길게 뽑고는 귀를 기울이고 있더니 "거 누구?" 하고 외쳤다.
좀더 잠시 귀를 기울인 다음 그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내려오더니 우리들 한복판에 섰다 만지면 거의 손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세 사람이 이렇게 가깝게 있으면서 몇 분이고 몇 초고 시간이 흘러갔으리라. 내 발목에 가려운 데가 생겼지만 감히 긁을 수도 없었다 다음엔 귀가 가려워졌고, 양어깨 사이의 잔등이 가려워졌다. 가려운 데를 긁지 못하면 죽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그후 나는 몇 번이고 그런 경험을 했다. 훌륭한 사람과 함께 있게 되거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나, 졸리지도 않는데 자려고 하거나 - 즉 몸을 긁어서는 안 될 장소에 있으면 이건 어찌된 셈인지 온몸이 가려워졌다.
얼마 후에 짐이 "어이 누구야? 어디 있는 거야? 쯧 확실히 무슨 소리가 났는데. 옳지, 알았다. 이렇게 하면 될 거야 여기 주저앉아서 다시 한번 그 소릴 들을 때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을걸, 정말." 이러면서 짐은 나와 톰 사이의 땅바닥에 덥석 주저앉았다. 등을 나무에다 기대고 두 다리를 쭉 뻗는 바람에, 그 하나가 하마터면 내 한쪽 다리에 닿을 뻔했다 이번에는 코가 가려워졌다.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가려웠다. 그래도 차마 긁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뱃속이 가려워졌다. 다음에는 엉덩이가 가려워졌다. 가만히 앉아 있을 성싶지가 않았다. 이와 같은 딱한 상태가 계속된 것은 불과 6분인가 7분 동안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보다도 훨씬 오래 계속된 것만 같았다. 이제는 가려운 데가 열한 군데로 많아졌다. 이제는 1분 동안도 그 이상은 참을 수 가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악물고는 참아보리라 결심했다 마침 그때 짐의 숨결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코를 골기 시작했는데, 그 바람에 금세 내 가려운 데도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다.
톰이 입속으로 조그마한 소리를 내어 나에게 신호를 보내 왔으므로 우리 둘은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그 장소를 피했다. 10피트쯤 떨어졌을 때 톰은 내 귀에다 입을 갖다대고, 재미로 짐을 나무에다 묶어 놓자고 했다 하지만 그건 안돼, 짐 녀석 눈을 뜨고 떠들어 댈지도 몰라, 그러면 집안식구들이 내가 집안에 없는 걸 깨달을지도 모를 게 아니냐고 내가 반대했다 그러자 톰은 양초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부엌에 몰래 침입하여 몇 개 더 가지고 오자고 했다. 나는 톰이 그런 짓을 하지 말아 주었으면 싶었다. 짐이 눈을 뜨고 부엌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내가 우겨댔지만, 톰이 좌우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우겨대는 바람에 우리 둘은 부엌으로 침입하여 양초를 세 개 구했다. 톰은 그 대가로 5센트를 테이블 위에다 놓았다. 그 다음 우리는 밖으로 나와, 나는 도망치는 데 온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지만 톰은 짐이 있는 데까지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서 무슨 장난을 해주지 않으면 성이 풀리지 않는다며 막무가내였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방이 죽은 듯 고요하기만 하고 쓸쓸했으므로 왜 오랜 시간이 걸린 것만 같았다. 톰이 돌아오는 즉시 우리는 오솔길을 재촉해서 마당 울타리를 빙 돌아, 이내 집 저쪽 언덕의 가파른 꼭대기에 이르렀다. 톰은 짐의 머리에서 모자를 가만히 벗겨 그의 바로 머리 위 나뭇가지에 걸었는데, 그 바람에 짐은 약간 꿈틀하기 는 했지만 눈은 뜨지 않았다.
나중에 짐은 마녀들이 자기에게 마법을 걸어 혼을 빼앗고는, 미주리주 내로 온통 자기를 타고 다니다가 또다시 그 나무 아래로 도로 갖다 놓고는, 다른 사람이 그런 짓을 했는지를 보이기 위해서 모자를 나뭇가지에다 걸었노라고 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되풀이할 때에는, 마녀들은 자기 잔등에 올라타 자기를 뉴 올린즈까지 끌고 내려갔다고까지 과장해서 말했으며, 다음부터는 얘기가 진전될 때마다 점점 늘어가, 마침내는 마녀들에게 끌려 온 세계를 모두 빙빙 돌았으므로 그 바람에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온몸이 녹초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온 잔등이 안장 종기 투성이가 되었다고 했다. 짐은 이것을 자랑거리로, 나중에는 다른 검둥이들은 있으나 없으나 눈도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다. 짐의 얘기를 들으러 몇 마일이나 떨어진 먼 곳에서 오는 검둥이들도 있었으므로 짐은 이 지방의 어느 검둥이보다도 존경을 받았다. 낯선 검둥이들이 입을 헤에 벌리고 서서, 마치 짐이 그 무슨 경이의 존재라도 되는 듯이 아래 위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검둥이들은 부엌 난로 옆의 어둠 속에서 늘 마녀 얘기를 하는 것인데, 누가 입을 열고는 그런 것도 몰라서 어떻게 하느냐고 모두들 아는 척할 때마다 짐이 끼여들며, "흥, 자기가 마녀에 대해서 뭐 아는 게 있다구?" 하고 핀잔을 주면, 이제까지 신이 나서 지껄이고 있던 그 사나이도 그만 움찔하고는 뒷자리로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짐은 톰이 파둔 그 5센트짜리에다 실을 꿰어 늘 목에다 걸고는, 이것은 악마가 손수 자기에게 준 부적으로 이것만 있으면 어떤 환자라도 고칠 수 있고 또 무슨 말만 하기만 하면 마녀들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고 했지만, 그 5센트짜리에다 대고 악마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사랑으로 검둥이들이 모여들어 그 5 센트짜리를 한번 보기 위해서 소지품을 무엇이든지 짐에게 주었는데, 악마가 손으로 만져본 물건이라고 해서 아예 그것에 손을 대려고는 하지 않았다 악마를 만나고 마녀에게 끌려서 사방으로 돌아다녀 엉덩이에 잔뜩 뿔이 난 짐은 이제는 머슴으로는 거의 소용없게 되었다. 이야기가 바뀌어, 언덕 꼭대기에 이른 톰과 나는 마을에 등불이 서너개 깜빡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아마 환자가 있어서 켜놓은 등불이리라 또 머리 위에선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고, 마을 옆 저쪽 아래로는 몸이 떨릴 만큼 고요하고 웅대한 그 강이 있었다. 우리들은 언덕을 내려와 조 하퍼와 벤 로저스와 그밖의 두서너 명의 사내애들이 이제는 폐허가 되고 만 그 무두질 공장에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었다 다음 우리들은 스키프의 방색을 풀고는 3마일 반 하류의 언덕 중턱에 있는 큰 절벽까지 저어 간 다음 그곳에 상륙했다
우리들이 덤불 속으로 들어서자 톰은 전원에게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시킨 다음에 덤불 제일 우거진 곳 한복판에 있는. 동굴로 우리들을 안내했다. 그 다음 우리들은 초에 불을 켜 들고는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약 200야드쯤 기어들어가자 동굴은 앞이 탁 넓어졌다. 톰은 몇 개나 되는 통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살핀 끝에, 얼마 후에는 아무도 거기에 설마 무슨 구멍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암벽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우리들도 좁은 장소를 뚫고 방처럼 생긴 곳으로 나온 것인데, 그곳은 축축하고 땀이 서리고 추웠다. 거기서 우리들은 걸음을 멈췄다.
톰이 입을 열었다. "자, 우리들은 도적단을 조직하여 '톰 소여의 갱단'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입단하고 싶은 자는 맹세를 하고 피로 이름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가 그럴 생각으로 있었다. 톰은 미리 맹세를 써둔 종이를 꺼내서 읽었다. 그것은 누구나 단원은 이 단을 지켜야만 하며, 또 어떠한 비밀도 누설해서는 안 되며, 만일 단원 중의 누구에게 단원 아닌 누가 무슨 짓을 했을 경우에는, 그 자와 그 자의 가족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 은 단원은 그 명령을 완수해야만 하며 그 자들을 죽여서 가슴에다 이단의 표지인 십자가를 새겨넣기 까지 무엇을 먹어서도 안 되고 또 잠을 자서도 안 된다. 이 단에 속해 있지 않는 비단원은 이 표지를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만일 사용하는 날엔 피소될 것이며, 이 짓을 두 번 하면 피살된다. 그리고 만약 단원 중에서 비밀을 누설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그 자의 목을 토막토막 잘라 시체를 완전히 태워 재를 사방에다 뿌리고, 이름은 명부에서 피로 싹 지워 버리고, 단원들을 다시는 그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저주를 받게 되고, 영원히 그 이름은 망각되고 말 것이라는 벌을 받게 된다. 우리들은 그 모두가 이것은 참말로 훌륭한 맹세라고 칭찬하고는, 톰에게 네 혼자 짜낸 생각이냐고 물었다 톰은 그 중의 약간은 자기가 생각해 낸 것이지만, 그 나머지는 해적의 책인지 강도의 책에서 빼낸 것으로, 급이 높은 갱이라면 누구나 다 이러한 맹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밀을 누설한 단원의 가족도 죽여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누가 말을 하자, 톰은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고 하고는 연필로 써넣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벤 로저스가 말했다. "여기 허클 핀은 가족이 없잖아. 톰, 허클은 어쩔 셈이야?" "하지만 아버지가 있잖아?" 톰 소여가 대답했다. "그렇지, 있긴 하지만 요즘 어딜 찾아봐도 찾아낼 수 없단 말야. 그 전에는 무두질 공장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돼지와 함께 곧잘 자곤 했지만 최근 1년 동안은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거든."
모두 이 일을 의논하고는 나를 제외해 버리려고 했다. 어느 아이든 죽일 가족이나 누가 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애들에게 공평치 못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신통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들 있었다. 나는 거의 울음보가 터질 지경이었으나, 그때 얼핏 방법이 있는 것이 머리에 떠올라, 나는 왓슨 아주머니를 내놓기로 했다. "너희들 그 사람을 죽이면 되잖아 "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옳지 그 사람이면 돼. 그럼 문제없어. 허클은 입단할 수 있다" 그래서 전원이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서명할 피를 내었고, 나는 종이에다 내 이름을 써넣었다. "한데 말이야, 이 강도단의 사업안은 대체 뭐지?" 하고 벤 로저스가 물었다. "강도와 살인뿐이야." 톰이 대답했다. "그런데 뭣을 훔친다는 거야? 집인가 가축인가, 그렇잖으면...... "저런 병신! 가축이나 그런 걸 훔치는 건 강도가 아냐, 밤도둑이라는 거지" 톰도 지질 않는다. "우린 밤도둑이 아냐. 그런 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야. 우린 기마로 출몰하는 노상 강도란 말이다. 가면을 쓰고 역마차나 자가용 마차를 노상에서 세워 타고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는 시계와 돈을 빼앗는 거야." "언제나 사람들을 죽여야만 하나?" "그렇지, 그 말이 맞아.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딴 생각을 하는 선배도 있지만 대체로 죽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으로 돼 있어. 하기야 이 동굴까지 데리고 와서 몸값이 올 때까지 가둬 두는 사람들은 다르지만." "몸값? 그건 무슨 말이야?" "뭔지 몰라. 하지만 강도들이 하는 짓이야.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그러니까 물론 우리들도 하지 않으면 안 돼." "원지도 모르고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거냐?" "에이 귀찮아, 해야만 한다니까. 내 책에 나와 있다고 그랬잖아.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른 짓을 해서 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거야?" "옳지, 톰 소여, 그렇게 하는 건 매우 좋은 일이지만 우리들이 놈들을 어떻게 석방해 줘야 좋을지 그것도 모르고 대관절 어떻게 놈들을 석방한다는 거지? 내가 알고 싶은 점은 바로 그거야. 그래서 말이야, 너는 석방이 란 뭐라고 생각하냐 말이야?" "몰라. 그저 우리들이 석방될 때까지 놈들을 가둬 둔다고 하는 것은. 놈들이 죽을 때까지 놈들을 가둬 둔다고 하는 뜻일지도 모르지," "옳지. 이제 좀 알 것 같군. 자, 그럼 이제 됐어. 왜 좀더 빨리 그 말을 할 수 없었느냐 말이야. 사신에게 석방될 때까지 가둬 둔단 말이지, 그래도 그 작잔 여전히 귀찮을 거야. 뭐든 모두 먹어 버릴 테고, 늘 도망치려고만 할 게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벤 로저스. 감시인이 감시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만 하면 단번에 쏴 죽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도망칠 수 있다는 거야?" "감시인! 이건 큰일이군. 그럼 누가 놈들을 지키기 위해서 밤새도록 일어나 있으면서 조금도 자지 않는 일이 생기겠군 바보 수작 같은데. 그보다는 차라리 누가 곤봉을 가지고 있다가 놈들이 도착하는 즉시 석방하면 어떨까?" "어찌됐든 책에는 그렇게 써 있진 않아 그러니까 말이야, 이봐, 벤 로저스, 넌 일을 규칙대로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 요는 이거야. 너는 이런 책을 만든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이 옳은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너는 이런 사람들에게 뭘 가르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림도 없지. 안돼, 우리는 놈들을 규칙대로 석방하는 거야." "좋아. 난 괜찮아. 하지만 어쨌든 어리석은 수작 같애. 그건 그렇구 우리들은 여자도 죽이는 건가?" "아서라, 벤 로저스, 만일 내가 너처럼 무식쟁이라면 난 차라리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무식이나 면할 게 아냐. 여잘 죽이느냐고? 그런 얘기가 책에 나와 있는 걸 본 사람은 하나도 없어 여자들은 동굴로 데리고 와서 아침부터 밤까지 아주 위해 주기만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금세 네가 좋아지게 되어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은 아주 깨끗이 없어지는 거야." "응. 그래. 그게 규칙이라면 나도 반대는 하지 않지만 어쩐지 그다지 믿어지지 않아서 그래. 당장에 동굴이 여자와 석방되기를 기다리는 놈들로 가득 차버려 강도들을 가둬 둘 장소가 없어질 게 아냐 그래도 좋아, 하고픈 대로 맘대로 해. 난 아무 할 말도 없으니까.
이때 꼬마 토미 바만즈는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다른 애들이 깨우자 겁을 집어먹고는 울음보를 터뜨리며, 엄마 있는 집으로 갈 테야, 강도가 되는 건 싫어, 하며 울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른 애들이 모두 놀려주면서 '우지'라고 하였더니. 토미는 몹시 골을 내면서 이제 곧 집으로 가서 비밀을 전부 털어놓겠다고 대단한 기세였다. 그러자 톰은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토미에게 5센트를 주고는 모두 다같이 집으로 돌아가 다음주에 또 만나 누구의 것을 훔치고 누구누구를 죽이자고 했다. 벤 로저스는 공휴일 외에는 별로 나을 수가 없으니까, 다음 공휴일부터 곧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지만. 다른 애들이 그런 짓을 공휴일에하는 것은 나쁘다고 반대했으므로 그 일만큼은 합의가 되었다. 되도록 빨리 모여 날짜를 정하기로 모두가 찬성하고는, 톰 소여를 이 강도단의 수령으로, 조 하퍼를 부수령으로 뽑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날이 새기 바로 직전에 광의 지붕으로 기어올라, 창문으로 해서 슬쩍 방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새옷은 촛물과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나는 솜처럼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제3장 아라비아 사람을 복병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왓슨 아주머니로부터 옷 일로 해서 톡톡히 꾸중을 들었지만 과부댁은 나무라지도 않고 다만 촛물과 진흙을 깨끗이 털어 주었으며 자못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잠깐 동안은 점잖게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왓슨 아주머니는 나를 골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기도를 올렸지만 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일 기도를 올려라, 그러면 소원이 성취될 수 있다고 왓슨 아주머니는 말하였다. 그러나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나는 시험삼아 한번 해보았다. 언젠가 낚싯줄을 얻었으나 낚시가 없었다. 낚시가 없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 그래서 세 번인가 네 번 낚시를 주십사 하고 시험삼아 해보았지만 웬일인지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왓슨 아주머니에게 나를 위해서 한번 기도해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해 보았더니, 넌 바보로구나 하고 핀잔만 주었다. 왜 바보인지 그 까닭을 얘기해 주지 않아, 나는 아무리 해도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느날 숲속 깊숙이 들어가 앉아, 이 일에 관해서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기도의 덕택으로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간에 손안에 넣을 수 있다면 왜 교회의 집사 윈은 돼지로 해서 잃은 돈을 도로 찾지 못하는 것일까? 왜 과부댁은 도둑맞은 은제 코담뱃갑을 도로 찾지 못하는 것일까? 왜 왓슨 아주머니는 살이 찔 수 없는 것일까? 하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얼마 후에 나는 또다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아냐, 기도란 건 아무 소용도 없는 거라고, 과부댁한테 가서 이 얘길 했더니, 사람이 기도를 올려 손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정신적인 선물'이라고 했다. 이 얘긴 나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말이었지만 과부댁은 그 의미를 나에게 얘기해 주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늘 다른 사람들 일을 마음속에 두고, 절대로 자기 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왓슨 아주머니도 그 다른 사람들 중 하나인 것이 분명했다.
나는 숲속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지만 결국 다른 사람만이 덕을 보게 되고, 나는 밤낮 손해만 볼 것이 뻔한 일이니까 마침내 이 이상 걱정할 것 없이 그냥 내버려두자고 생각 했다. 때로 과부댁은 나를 방 한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군침이 흐를 정도의 말투로 '신의 섭리'에 관한 얘기를 했지만, 다음날이 되면 그것은 왓슨 아주머니의 손으로 해서 그만 깨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신의 섭리'가 둘 있어서, 건달도 과부댁이 말하는 신으로부터 는 구제될 가망이 있지만 왓슨 아주머니에게 걸리면 구제될 가망이라곤 전혀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본 끝에, 나는 만일 과부댁의 신이 나를 원한다면 그쪽 부하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무식하고 천하고 보잘것없는 나를 부하로 삼아서 그 신은 무슨 덕을 보자는 셈일까 하고 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빠는 근 1년 동안이나 얼씬도 하지 않았으므로 이건 나에겐 도리어 마음 편한 일이었다. 이 이상 또다시 만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술 취해 있지 않을 때에는 늘 나를 때려대어 못살게 굴었지만 난 나대로 아빠가 있을 때에는 대개 숲속으로 피해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이때 마을로부터 12마일쯤 상류 지점에서 아빠의 익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사람들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익사체의 주인공이 꼭 아빠만한 크기로 누더기 옷을 입고 있고, 머리칼은 보통 길이보다 훨씬 길더라는 점에서 만사가 갈데없이 아빠임에 틀림없는데, 얼굴을 전혀 분간할 수 없더라는 것은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었으므로 얼굴이 제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얼굴이 위를 향한 채 떠내려 오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체를 건져 강둑에다 묻어 버렸다. 그러나 무슨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나는 오랫동안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나는 물에 빠져 죽은 사나이는 얼굴을 위로 향한 채 떠있지 않고 엎드린 채 떠 있다는 예를 얼마든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것은 아빠가 아니라 남복을 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덜컥 걱정이 되었다. 아빠가 머지않아 꼭 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와주지 않으면 더 고마울 데가 없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우리들은 거의 한 달 동안 가끔 강도 장난을 하였지만, 그후에 나는 그만두고 말았다. 다른 애들도 모두 그만두고 말았다. 누구의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누굴 죽인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시늉만을 해보았을 뿐이다. 우리들은 숲속에서 뛰어나와 돼지를 모는 사나이와 야채를 시장으로 운반해 가는 짐마차 위에 앉아 있는 여자들을 습격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훔치지는 않았다. 톰 소여는 돼지를 '금은 덩어리' . 순무나 그밖의 야채를 '보석'이라고 불렀다. 그후 우리들은 동굴로 가서 자기가 무슨 짓을 했고, 몇 사람을 죽였고, 누구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가를 서로 지껄였지만, 나로서는 그런 게 무슨 소용에 닿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때 톰은 어떤 애 하나에게 횃불(통은 이것을 슬로건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단원을 소집하는 신호였다)을 들고 동네 안을 달리게 하여, 스파이로부터 비밀 뉴스가 들어왔다. 내일 아주 많은 수의 스페인 상인과 아라비아의 부자들이 코끼리 200두와 낙타 600두 1000마리 이상의 섬터노새(섬터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도시로 독립전쟁의 용사 토머스 섬터 장군의 묘가 있다)의 그 모두가 금강석을 산더미처럼 실은 것을 끌고 '동굴의 골짜기'에서 야영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호위병은 불과 400명밖에 안 되니까 우리들은 복병하여(라고 통은 그렇게 불렀다) 사람들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칼과 총을 손질하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톰은 어떤가 하면, 순무 마차 하나를 공격할 때에도 칼과 총을 모두 정성껏 손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야단야단이었다. 하기야 말이 총과 칼이지 그것은 흔해빠진 외와 빗자루에 지나지 않으니까 죽을 때까지 손질을 해본댔자 조금도 전보다 좋아질 턱이 없었다. 나는 우리들이 그렇게 많은 수의 스페인 사람과 아라비아 사람을 해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했지만 어쨌든 낙타와 코끼리만은 보고 싶었으므로 내일 토요일에는 복병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는 신호가 내리자 부리나케 우리들은 숲속을 빠져나와 언덕을 달려 내렸다. 그러나 스페인 사람도 아라비아 사람도 낙타도 코끼리도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것은 소풍 온 주일학교의 학생들뿐으로, 그것도 1학년 꼬마들이었다. 우리들은 그것을 때려부수고 애들을 구덩이 밖으로 내쫓고, 전리품은 도넛 몇 개와 잼이었으나, 그래도 벤 로저스는 헝겊으로 만든 인형을, 조 하퍼는 찬송가 책과 '트랙트'(종교와 도덕에 관한 잡지) 한 권을 얻었다 그때 선생이 침입하여 왔으므로 우리들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낱낱이 땅바닥에다 내던지고는 도망쳐 버렸다. 나는 금강석 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지 못했으므로 톰 소여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톰은 어쨌든 금강석이 산같이 있었고, 아라비아 사람도 코끼리도 그밖의 것도 모두 있었다고 우겨댔다. 그럼 우리들에게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이냐고 내가 물었더니, 톰은 네가 그렇게까지 무식하지 않고 '돈키호테'라는 책을 읽고만 있다면 그런 것쯤은 묻지 않아도 저절로 알고 있을 게 아니냐고 도리어 핀잔만 주었다. 모든 것이 다 마법의 조화라는 것이다. 병사도 몇 백명 있었고, 코끼리와 보물과 그밖의 여러 가지 물건도 있기는 있었지만 우리들에게는 마법사라는 적이 있어 그놈이 그저 앙갚음으로 만사를 주일학교 애들로 바꿔 놓았다고 톰은 설명했다 "응, 그래, 그렇다면 좋아 우리들이 할 일은 그 마법사의 토벌이다"라고 내가 했더니, 톰 소여는 "이 병신아!" 하고 또 핀잔이었다 "이봐, 임마, 마법사는 말이지 여간 많은 도깨비를 불러낼 수 있는게 아냐. 그러니까 순식간에 너 하나쯤은 콩가루로 할 수 있는 거야 놈들은 나무처럼 키가 크고, 몸뚱어린 교회만큼이나 돼 뭘 알아 " "그럼 우리도 그 도깨비를 우리 편에 넣으면 되잖아? 그럼 다른 놈들을 쳐부술 수 있을 게 아냐?" "임마, 무슨 수로 도깨비를 불러들이느냐 말이야?" "몰라. 그럼 그놈들은 어떻게 해서 불러낼까?" "뭘, 헌 양철 램프나 쇠 굴레를 문지르면 우당탕 천둥소리가 나고, 번갯불이 번쩍번쩍 거리고 연기가 자욱이 떠오르는 사이를 도깨비들이 순식간에 몰려오는 거야 그리고는 하라는 일은 원이든지 척척 하거든. 높은 탑을 뿌리에서부터 송두리째 뽑아 그걸로 주일학교 선생이나 그밖의 누구의 대가리를 후려치는 것 따위는 누워서 떡 먹기야" "그럼 도깨비를 그렇게 몰려오게 하는 건 누구야?" "결국 램프나 굴레를 문지르는 사람이지 뭐야. 도깨비들은 램프나 굴레를 문지르는 사람의 부하니까 그 사람이 하라는 말은 원이든지 척척 그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금강석으로 길이 40마일의 궁전을 짓고, 그 속에다 껌이니 뭐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잔뜩 채우고, 아내로 할 테니 중국에서 임금님 딸을 훔쳐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받으면 도깨비들은 그 분부대로 꼭 해야만 하고, 그것도 내일 아침 당장 해가 뜨기 전까지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뿐이 아냐. 도깨비들은 이 궁전을 미국 내 어디로든지 이쪽이 원하는 대로 가지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응 그래, 궁전을 자기 것으로 가지고 있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함부로 자기 몸을 쓰다니, 도깨비란 정말 바보 천치군 게다가 말이야. 만일 내가 도깨비의 하나라면 헌 양철 램프를 문질렀다고 해서 하고 있던 일을 내던지고 그 사나이 있는 데로 가기 전에 어딘지 아무 먼 곳으로 도망쳐 버릴 테야"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너 허클 핀. 그 사람이 문지르면 싫든 좋든 넌 할수없이 가야 하는 거야. 뭘 알아 " "뭣이! 나무처럼 키가 크고 몸집이 교회만한 내가 말이야? 그럼 좋아 난 가기로 할 테니. 그렇지만 난 꼭 그놈을 미국 내에서 제일 높은 나무꼭대기로 몰아 올려놓고 말 테니 두고 봐." "쯧! 소귀에 경 읽기구나 넌, 허클 핀 어찌된 셈이냐, 아무것도 모르는 것만 같으니, 이런 병신."
나는 이 일을 2,3일 생각해 본 결과 그 말에 무슨 참된 점이 있을까 시험해 보기로 했다 헌 양철 램프와 쇠 굴레를 얻어 가지고 숲속으로 들어가 몸에서 몹시 땀이 날 때까지 문지르고 또 문질러보았다. 궁전 을 지어서 그놈을 팔아 버릴 작정이었으나 헛수고여서, 도깨비는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수다가 전부 톰 소여가 지어낸 거짓말의 하나에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톰은 아라비아 사람과 코끼리에 관한 얘기를 믿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톰의 얘기에는 어딘지 주일학교 냄새가 풍기고만 있었다
제4장 털공의 신탁
석 달인가 넉 달이 지나고, 이제는 완전히 겨울이 되었다. 나는 대개 쉬지 않고 쭉 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철자를 읽는 젓과 쓰는 것을 초보 정도로는 할 수 있었고, 구구단도 칠 육은 35라고까지 외울 수 있게끔 되었지만 그 이상은 영원히 외워질 것 같지도 않았다. 어쨌든 나는 산수 같은 것에는 전혀 취미가 없다. 처음에 나는 학교가 몹시 싫었지만 그러는 동안에 이럭저럭 참게 되었다. 견딜 수 없이 싫어져서 학교를 까먹고는 다음날 몹시 얻어맞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쾌활해졌다 그래서 학교에 가면 갈수록 점점 편하게 되었다 또 과부댁의 처사에도 얼마간 만성이 되어 그것에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집안에서 살며 침대 위에서 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추위가 오기 전에는 가끔 몰래 집을 빠져나가 산에서 자기도 했는데, 이것은 나에게는 휴식이 되었다. 그전대로의 생활방식이 제일 마음에 들었지만 새로운 생활방법도 점점 마음에 들게 되었다 과부댁은 내가 아직 느리기는 하지만 하는 일이 착실해졌고 또 아주 마음에 들게 잘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내 일도 부끄럽지는 않게 되었다고 칭찬이다. 어느날 아침 식사 때, 나는 그만 소금병을 엎지르고 말았다. 재빨리 손을 뻗쳐 소금을 집어 왼쪽 어깨 너머로 던져 악운을 면하려고 한 것인데, 왓슨 아주머니가 어느새 나보다도 먼저 손을 뻗쳐 방해를 한 것이다. 그리고 하는 말이 "손을 치워, 허클베리, 밤낮 넌 이 야단이구나!" 과부댁은 나를 두둔해 주었지만 그걸로 악운이 막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나는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고, 몸이 덜덜 떨리는 것 같은 기분으로, 어디서 어떠한 액운이 닥쳐올지 모르겠다고 마음을 조리며 집을 나섰다. 악운을 막을 방법이 있기는 있지만 이것은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숫제 아무것도 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수심에 싸여 마음을 조리며 어슬렁어슬렁 이리저리 정처없이 걸어다닐 뿐이었다. 나는 앞뜰로 내려가 높은 판자 울타리의 통로에 만들어 놓은 층계를 넘었다. 땅 위에는 새 눈이 한 인치쯤 하얗게 쌓여 있어, 거기 누구의 것인지는 몰라도 사람의 발자국이 있었다. 발자국은 채석장 쪽에서 와서 잠시 층계 근처에서 머뭇거린 흔적이 보였고, 다음 마당 울타리를 따라 저쪽으로 가버린 흔적이 보였다. 이렇게 머뭇거리면서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은 참 이상하다.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우선 몸을 굽혀 발자국부터 조사해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으나 차차 알 수 있었다. 악마를 붙이지 않기 위해서 큰 못으로 만든 십자가가 왼쪽 구두 뒤꿈치에 붙어 있었다.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다리야 날 살려라고 언덕을 뛰어내렸다. 가끔 어깨 너머로 뒤를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대처 판사댁으로 달려갔다. 판사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웬일이냐. 얘야, 아주 숨이 막히겠구나. 이걸 받으러 온 건가?"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내 몫의 이자가 있습니까?" "있구말구. 반기분이 어제 막 들어왔는데. 150달러 이상이나 되지. 너에겐 큰 재산이다. 그러나 가지고 가면 써버릴 테니까, 나에게 투자 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저 6천 달러와 함께 " "아닙니다, 판사님, 나는 쓰고 싶진 않아요, 전혀 소용없어요. 그냥 판사님께 드리겠어요. 판사님께 드리고 싶어요, 6천 달러고 뭐고."
대처 판사는 다시 한번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하였다. 까닭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아니, 무슨 말이냐, 네 말은?" "제발 이것에 관해선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세요. 받아 주세요, 제발, 받아 주시겠죠?" "아니, 이건 수수께낀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제발 받아 주세요.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그러면 난 거짓말을 안 시켜도 됩니다. "
잠시 무슨 생각을 한 후에 판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아, 이젠 알 것 같구나. 넌 재산 전부를 나에게 팔고 싶단 말이지 주는 게 아니라 그쪽이 옳은 생각이야." 여기서 판사는 종이에다 무엇을 써서,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자, 이걸 봐라. 이처럼 매도증에 '대가로서'라고 써 있지? 그건 내가 너에게서 이걸 사고, 그 때문에 내가 너에게 지불을 했다고 하는 의미다 여기 자, 1달러가 있다. 자, 서류에다 서명을 하라구." 그래서 나는 서명을 하고는 떠났다. 왓슨 아주머니의 검둥이인 짐은 황소의 네번째 위통에서 나온 사람 주먹만한 털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가지고 곧잘 마법을 쓰곤 했다. 짐은 이 공 속에는 영혼이 있어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고 늘 큰소리 쳤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밤 짐에게로 가서, 눈 위에서 발자국을 발견했는데 아빠가 또다시 여기 나타난 게 분명하다고 넌지시 말해 보았다. 실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아빠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또는 여기 언제까지 있을 작정인지 그 여부였다. 짐은 털공을 꺼내 그것에다 대고 뭐라고 말하고는 높이 쳐들어 그것을 마루 위에다 떨어뜨렸다. 공은 푹 하고 떨어지며 한 인치쯤 굴렀을 뿐이었다 짐은 똑같은 짓을 또 한번 반복하고, 다시 또 한번 해본 것인데, 공은 여전히 아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짐은 마루에 무릎을 꿇고 귀를 공에다 갖다 대고는 열심히 무슨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짐은 공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내 말을 잘 듣던 이 공도 어쩌다가 돈을 주지 않으면 영 말을 듣지 않는 수가 있다고 짐이 불평이었다. 나는 짐에게 매끈매끈하게 닳아빠진 25센트짜리 가짜 은화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은이 닳아서 놋쇠 부분이 약간 보이므로 쓸 모가 없고, 비록 놋쇠 부분이 약간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주 매끈 매끈하여 촉감이 너무도 미끄러워서 어디로 가지고 가도 곧 탄로가 나고 마니까 영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판사가 준 1달러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 나는 이 돈은 상당히 좋지 못한 돈이지만 털공은 어쩌면 진짜와의 차이를 모르고서 아마 그것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짐은 그것의 냄새를 맡아보고, 깨물어보고, 비벼보고는 털공이 이것을 진짜로 생각하도록 자기가 어떻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생감자에 칼자국을 내어 25센트짜리 은화를 그 사이에 끼워 하룻밤만 두면 내일 아침엔 놋쇠가 보이지 않게 되고 매끈매끈한 촉감도 없어지게 되어, 털공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 사람들도 서슴지 않고 받아줄 것 이라고 짐은 자못 자신만만하다. 실은 나도 갑자기 그런 작용을 한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짐은 털공 아래에다 25센트짜리 은화를 놓고 무릎을 꿇고는 또다시 귀를 기울였다. 이번엔 털공이 아주 말을 잘 듣는다고 했다. 잘 되면 내 운수를 전부 가르쳐 줄 것만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털공은 짐에게 말하고, 짐은 또 그것을 나에게 전했다. "임자 아빤 말이야, 아직 뭘 해야 좋을지 모르고 있구먼. 어디로 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고 또 여기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 제일 좋은 방법은 가만히 아빠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거야. 가만 있자 아빠 주위를 천사 둘이 빙빙 돌고 있네. 하나는 횐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또 하나는 흑색이야. 횐놈은 아빠에게 잠시 옳은 일을 시키지만 그 다음 검은놈이 난데없이 홱 나타나서 모든 걸 파괴해 버리거든. 임자 아빠가 최후로 어느 놈의 손안에 들어가고 말지 아직 아무도 몰라. 하지만 임잔 문제없어. 이제부터 왜 고생도 하겠지만 꽤 재미도 볼거야. 부상을 당할 때도 있고, 몸이 아플 때도 있겠지만, 늘 먼저대로 회복하고말구. 임자 팔자엔 임자 주위를 딸 애 둘이 날고 있구먼. 하나는 쾌활한 편이고 또 하나는 우울한 편이야. 또 하나는 부자가 되고 다른 하나는 가난뱅이가 될 팔자야. 임자는 두번 장가들 팔잔데 처음엔 가난뱅이 여자와 결혼하고 나중엔 부자 여자와 결혼하게 될 거야 되도록 물을 멀리해야 되고 위험을 피하도록 해야 해. 그래야 후한이 없겠어. 살다가 교수형을 당할 팔자라고 사주팔자에 딱 그렇게 나와 있구먼." 그날 밤 양초에 불을 켜들고 이층 내 방으로 들어가니 아빠가, 틀림없는 아빠가 방안에 앉아 있었다.
제5장 아빠, 새생활을 시작하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 빙 돌아가서 보니 거기 아빠가 있었다. 나는 매만 맞고 있었으므로 아빠만 보면 겁이 났던 것이다. 이때도 겁을 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채 1분도 못 되어 그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인즉 아빠가 거기 있으리라고는 너무도 뜻밖의 일이었으므로, 말하자면 숨이 막힌다고 하는 최초의 충격이라고나 할까, 좌우간 그런 것이 일단 가라앉자 나는 걱정이 될 만큼 아빠가 무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는 나이가 50고개로, 얼굴도 그렇게 보였다 머리칼은 긴 것이 엉켜 기름기가 돌고, 그것이 아래로 흘러떨어져 있었고, 그 흘러내린 긴 머리칼 사이로 눈이 반짝이고 있어, 그는 마치 덩굴 뒤에 있는 것만 같았다. 눈에는 회색 부분이라곤 하나도 없이 그저 흑색 일색으로, 서로 엉킨 긴 구레나룻 수염도 마찬가지였다. 구레나룻 수염과 머리칼에 가려 있지 않는 얼굴 부분에는 핏기라곤 전혀 없이 그저 희고.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그러한 횐색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보는 사람의 몸을 스멀거리게 하는 횐색이었다. 두꺼비의 횐색, 생선 배때기의 흰색이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이라곤 그저 누더기뿐이었다 한쪽 발목을 다른 쪽 다리 무릎 위에다 올려놓고 있는데, 그 올려놓고 있는 쪽의 발에 신은 구두는 뻐끔히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사이로 삐죽이 밖으로 새어나온 발가락 둘을 그는 가끔 움직이고 있었다. 마루에 놓아 둔 모자는 다 낡은 까만 테가 늘어진 소프트로, 꼭대기가 뚜껑모양으로 푹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선 채로 아빠를 쳐다보고 있었고, 또 아빠는 의자를 약간 뒤로 젖히고 앉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초를 책상 위에다 놓았다. 그때 창이 열려 있는 것이 눈에 띄어 아빠는 광으로 해서 기어들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아래위를 훑어보고 있던 아빠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 이놈 봐라, 거북한 옷을 입고 있구나 제법. 이놈 바로 원님이라도 된 듯이 뻐기고 있구나." "그럴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죠." "네이놈, 건방지게 말대답이야 사뭇 내가 없는 동안에 패 많은 패물을 몸에다 붙이고 있구나 제법 네놈을 아주 없애 버리기 전에 이제 단단히 혼을 내어 정신을 차리게 해놓을 테니 두고 봐라 네이놈, 교육도 받고 있다더구나. 제법 쓰기도 읽기도 할 수 있다지? 네놈 애비보다도 위라고 생각하겠구나? 자. 어때 이 애빈 쓰지도 읽지도 못하니까 그럴밖에. 이놈 혼을 내줄 테니 두고 봐라. 대관절 뉘놈이 네놈에게 그런 터무니없는 수작에 손을 대도 좋다고 한 거야, 응? 누가 네놈에게 그런 수작을 해도 좋다고 그런 거야?" "과부댁이에요. 그 아주머니가 나에게 그랬어요." "과부댁이라고, 헤에! 그러면 대관절 또 그 마누라에게 되지도 않은 일에 손을 대도 괜찮다고 한 건 뉘놈이야?" "아무도 없어요." "옳지, 자, 그럼, 주제넘은 짓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걸 그 마누라에게 내가 가르쳐 줄 테니 두고 봐라 그리고 이봐, 이놈 넌 당장에 학교를 그만둬, 알았지? 자기 애비 앞에서 건방진 얼굴을 하고, 애비보다도 자기편이 위라고 말대답을 하게 아들을 길러내는 자식들을 내 그냥 둘 줄 알구. 다시 그 학교 문턱에라도 가봐라, 내 그냥 둘 줄 알구 네놈을, 알았지? 네 어민 죽을 때까지 읽을 줄도 쓸 줄도 알았다더냐? 집안에서 죽을 때까지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나도 마찬가지야. 한데 네놈은 이처럼 잔뜩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는 거지. 야 이놈 봐라, 난 그 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알았느냐? 야, 이놈아, 어디 뭘 좀 읽어 봐라."
나는 책을 집어들고는 워싱턴 장군과 전쟁에 관한 대목을 읽기 시작했다. 30초쯤 읽었을 때 아빠는 손을 뻗쳐 책을 홱 빼앗아 나꿔채더니 저쪽 담벽에다 힘껏 내던졌다. "응, 그래. 네놈은 읽을 줄 안다는 거지? 네놈이 그랬을 때 난 설마하고 코방귈 뀌었더니 이놈 봐라 맹랑하게. 이놈아, 이게 뉘 앞이라구 네놈이 큰소리야? 그게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응, 참을 수 없다. 내 가만 내버려둘 줄 알구. 이 아귀놈아! 학교 근처에서 붙잡히는 날엔 그냥 둘 줄 아느냐? 네놈은 그 동안에 예수쟁이 냄새까지 나게 되었구나. 아니, 이게 내가 낳은 자식이란 말이야." 아빠는 소 몇 마리와 소년 하나를 그린 청색과 황색의 조그마한 그림한 장을 집어들고서, "이건 또 뭐야?" 하고 물었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준 거 예요."
아빠는 그림을 북북 찢고 나서, "이것보다 더 좋은 걸 주마. 쇠가죽 채찍을 주마."
잠시 거기 앉아 뭐라고 중얼중얼 투덜대고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제법 네놈은 좋은 향길 풍기는 멋쟁이란 말이지, 응? 아따 이놈 봐라. 침대에다 이불에다 거울에다 마루에는 융단이 깔려 있고,네놈 팔자 늘어졌구나 한데 널 낳은 그 애비놈은 무두질 공장에서 돼지를 벗삼아 자야 할 팔자라니 이게 내가 낳은 새끼야. 네놈을 없애버리기 전에 네놈 그 주젤 꼭 꺾어 놓고야 말 테니 두고 봐라, 네놈 그 주제엔 정말 끝이 없구나. 이놈아 네놈은 부자가 됐다구? 헤에, 그건 어찌된 셈이냐 이놈아?" "그건 거짓말이 에요." "아니, 이놈이 아직도 입조심을 못하고 나로선 이제 참을 수 있는 데까진 참고 있으니까 또 건방진 소릴 지껄여 봐라. 그냥 두진 않을 테니 날 송장으로 알아, 이놈아 내가 마을로 와서 이틀 동안 들은 건 네놈이 부자가 됐다는 그 말뿐인데. 미시시피의 훨씬 아래에서도 그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왔지, 무슨 수로 온 줄 알아 내일 그 돈을 내놔, 필요해." "돈이 없어요." "돈이 없어. 이 거짓말쟁이농아. 대처 판사가 가지구 있다던데, 그건 네 거라던데. 그게 내가 필요하단 말이다." "돈이 다 무슨 돈이에요. 대처 판사님께 물어보면 알아요. 내 말과 똑같은 말을 할 테니" "좋다. 그럼 물어보자 내 꼭 내뱉게 하고야 말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 까닭을 캐볼테구 임마, 주머니에 얼마 가지고 있어 지금? 난 지금 돈이 꼭 필요하단 말이다." "1달러밖에 없어요. 한데 난 그걸로......" "그걸로 네놈이 뭘 하든 내 알 바가 뭐야. 어서 이리 못 내놔?" 아빠는 그 돈을 손안에 넣자, 깨물어 그 진위 여부를 시험해 보고는
마을로 가서 위스키를 산다고, 하루종일 이렇게 한 방울도 마시지 못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꼴이냐고 연방 투덜거렸다. 그러고 나서 창고 지붕으로 빠져 나갔는데, 금세 다시 머리를 안으로 쑥 들이밀더니 나를 주제넘은 놈이라느니, 애비보다도 위에 서 보겠다고 하는 놈이라느니 하고 계속 투덜거리며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젠 가버렸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있는데, 또다시 돌아와서 머리를 디밀고는, 학교일만은 조심해라, 학교를 그만두지 않으면 숨어 있다가 단단히 혼을 내 줄 테니 그리 알라고 다시 한번 공갈을 쳤다. 다음날 아빠는 만취가 되어 대처 판사한테 가서 판사를 위협하여 돈을 짜내려고 했으나 실패했으므로, 이번에는 법률에 호소하여 돈을 받겠다고 펄펄 뛰었다.
판사와 과부댁도 법률에 호소하기로 하여, 재판소가 나를 아빠에게 서 떼어 둘 중 하나가 내 후견인이 되도록 하려고 했지만, 재판관은 새로 부임해 온 신인으로 아빠의 소행을 잘 모르는지라 재판소로서는 되도록이면 이 사건에 개입하여 가족을 떼어 놓아서는 안 되며, 또 그 아버지에게서 아들을 떼어가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라고 했으므로 대처 판사와 과부댁은 이 사건에서 손을 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뻐서 날뛰었다 얼마만큼이라도 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온몸에 시커멓게 멍이 들 때까지 나를 쇠가죽 채찍으로 때리겠다고 협박을 했다. 나는 대처 판사에게서 3달러를 꾸었고, 아빠는 그것을 가지고 가서 만취가 되어 그 부근을 돌아다니며 허풍을 떠는 등, 욕설을 퍼붓는 등, 난장판을 친다는 등, 동네 안을 양은 냄비를 치고 돌아다니며 거의 한밤중까지 그 짓을 계속 했다. 결국 그 일로 감옥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다음날에는 재판소에 끌려나가 또다시 1주간의 콩밥 신세라는 판결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아빠는 조금도 유감이 없다고 큰소릴 하며, 난 아들놈의 지배자가 되었다. 아들놈은 내 것이니까 나중에는 혼을 내준다고 연방 큰소리만 쳤다.
감옥에서 나오자 새 재판장은 이 사나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하고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깨끗한 새옷을 입히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세 끼 꼬박꼬박 같이 시켰으며, 어쨌든 온정을 가지 고 그를 대우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재판장은 아빠에게 절주와 그밖의 일을 여러 가지로 타일렀고, 그때마다 아빠는 울음보를 터뜨리며 자기는 참 바보였다. 일생을 헛되이 보냈지만 이제부터는 개심하여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테니 제발 업신여기지 말아 달라고 눈물까지 줄줄 흘렸다. 이 말을 들은 재판장은 참 좋은 말을 했다 그 말로 자네를 가슴에 껴안아도 좋다고까지 하며 울음보를 터뜨 렸고, 부인도 또한 울음보를 터뜨렸다. 아빠는 자기는 지금까지 늘 남의 오해만을 받아 온 사나이였다고 했는데, 이 말에 재판장은 그 말을 믿는다고 했다. 아빠는 타락된 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동정이라고 했고, 재판장도 이에 맞장구를 치고는 두 사람은 같이 울었다. 잘때가 되자 아빠는 일어나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는 말했다. "이걸 보십쇼,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손을 붙잡고 악수를 해주십쇼. 이 손은 그 전에는 돼지 손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새생활로 돌아온 사람의 손으로, 그 전 생활을 되풀이할 것 같으면 차라리 죽고 말겠습니다. 이 말을 명심해 주십시오. 내가 이 말을 한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젠 이 손은 깨끗한 손이올시다 악수해 주십시오. 무서워 할 건 없습니다." 그래서 일동은 다같이 차례차례로 그 손에 악수를 하고는 울었다 재판장의 아내는 아빠 손에다 키스까지 했다. 다음에 아빠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 라기보다는 표를 한 것이다. 재판장은 이거야말로 기록에 남을 가장 신성한 시간이라고까지 했다. 다음에 집안식구들은 아빠를 손님용 침실인 방으로 안내했는데, 밤중 몇 시쯤인가 아주 목이 마른 아빠는 현관 지붕으로 기어나와 기둥을 미끄러져내려 새 저고리를 아주 독한 위스키병과 바꿔 가지고는 이층으로 기어올라 방으로 돌아와 혼자 잔뜩 재미를 본 것인데. 먼동이 트기 전에 아주 만취가 되어 또다시 방을 빠져 나오다가, 그만 현관에서 떨어져 왼팔을 두 군데나 분질러 해가 뜬 후 누가 그 꼴을 발견했을 때에는 조금만 그대로 더 두었더라면 얼어죽을 판이었다. 그리고 손님용 방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어찌나 방이 흩어져 있었던지 한참 찾아야만 겨우 발 디딜 곳을 찾아낼 정도로 형편이 아니었다. 재판장은 몹시 화를 내고는, 이런 녀석을 개조시키려면 엽총으로 쏘아 죽여서 다시 빚 어 만들밖에 딴 길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며 혀를 찼다.
제6장 아빠, 죽음의 천사와 격투하다
그런데 아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또다시 건들거리기 시작했고, 그 다음 대처 판사에게서 그 돈을 짜내기 위해서 법률에 호소하고, 또 나에게는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다고 맹렬히 공격했다. 두 번쯤 나를 붙잡아 매질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학교에 갔으며. 대개 아빠의 눈을 피하거나 도망을 치거나 했다. 전에는 그렇게까지 학교에 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빠를 곯려주는 것이 재미나서 도리어가고 싶어졌다. 그 소송사건은 참으로 지리한 일이어서 언제까지 가도 착수된 것같이 생각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가끔 아빠를 위해서 2달러인가 3달러를 판사에게서 꾸어 쇠가죽 채찍으로 얻어맞는 것을 면했다. 아빠는 돈이 손안에 들어올 때마다 만취가 되었고, 만취될 때마다 동네에서 대소동을 일으켰으며, 대소동을 일으킬 때마다 감옥 신세를 졌다. 아빠는 대만족이었다 이런 종류의 일이 참말로 그의 성미에는 맞는다는 것이었다. 아빠가 너무나도 과부댁 주위를 배회하게 되었으므로 마침내 과부댁은 그 부근을 배회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혼을 내주겠다고 위협을 했다. 이 말에 아빠는 펄쩍 뛰었다. 허클 핀의 아버지가 어떠한 사람인지 그 본때를 보여 줄 테니 두고 보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던 어느 봄날 감시를 하고 있다가 그만 나를 붙잡아 가지고 스키프에다 싣고는 3마일쯤 상류로 데리고 가, 거기서 일리노이 쪽의 강둑 나무가 우거진 곳을 향해 강을 건넜다 그곳에는 낡은 오두막 외에는 집이라 곤 한 채도 없었고, 그 오두막집까지도 그 집이 어디 있는지 미리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찾아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빠는 그곳에 이를 때까지 쭉 나를 감시하고 있었으므로 나에게는 도망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우리들은 그 낡은 오두막집에서 살았고, 밤이 되면 아빠는 반드시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는 그 열쇠를 머리 밑에다 넣고 잤다 아빠는 어디서 훔쳐온 것 같은 총을 한 자루 가지고 있어, 우리들은 낚시질을 하고 사냥을 하여 그것으로 살아나갔다. 가끔 아빠는 나를 방안에다 가둬 놓고 3마일 하류에 있는 나루터의 가게로 가서 물고기와 사냥에서 잡은 짐승들을 위스키와 바꿔 가지고 와서는 만취가 되어 얼큰한 기분에서 나를 때리곤 했다 얼마 후 내가 어디있는지를 알아낸 과부댁은 사람을 보내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아빠는 이 사나이를 총으로 쫓아 버렸다. 그후 나는 그곳에 순화되어 쇠가죽 채찍을 제외하고는 그곳이 좋아졌다. 하루종일 건들건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담배나 피우고 낚시질이나 하며, 책도 안 읽고 공부도 하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고 즐거운 일이었다. 두 달 이상이 되자, 내 옷은 누더기와 때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나로서는 손과 낯을 씻고, 음식은 접시에 담아서 먹고, 머리를 빗으로 빗어올리고, 취침과 기상은 꼭꼭 규칙대로 하고, 책을 읽느라 머리를 써야만 하고, 게다가 왓슨 아주머니가 1년 내내 바가지를 긁는 과부댁의 그 집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좋았었는지 이제 생각하니 통 모를 일이었다. 나는 이제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과부댁이 싫어했으므로 욕을 하는 것은 그만두고 있었으나, 아빠는 전혀 반대하는 기색도 없었으므로 또다시 그 욕하는 버룻이 붙었다. 대체로 그 숲은 퍽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아빠는 호두나무 채찍을 마구 아무렇게나 휘두르게 되어 나는 그것을 참아낼 재주가 없었다 온몸이 콩멍석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또 아빠는 나를 방에다 가둬 놓고는 집을 비우는 수가 많았다. 어떤 때에는 나를 가둬 놓은 채 사흘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는 때도 있었다. 이때만큼은 정말 적적했다. 아빠는 물에 빠져 죽었으므로 나는 이젠이 오두막집에서 빠져 나가기 아주 틀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무서워졌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곳을 도망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때껏 몇 번인가 이 오두막집에서 나가려 고는 했으나 도망칠 길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개가 드나들 만한 크기의 창도 없었다. 연통은 너무 좁아서 몸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빠는 아주 조심성이 많아서 집을 나갈 때에는 집안에다 칼이나 무엇을 남겨놓고 나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집안을 백번은 뒤 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거의 하루종일 이 짓을 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내는 데 이 짓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라곤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마침내 나는 어떤 물건을 발견했다 자루가 없는 녹슨 헌 톱으로, 지붕 서까래와 널빤지 사이에 꽃혀 있었다. 나는 이 톱에다 충분히 기름을 발라서 일에 착수했다. 테이블 뒤 구석받이에 있는 통 나무에 헌 말안장용 담요를 못으로 박아놓고서 바람이 틈에서 불어들어와 촛불을 끄지 못하도록 해놓은 것이 있었다. 나는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어가 담요를 쳐들고는 제일 밑 큰 통나무의 한 군데를 겨우 내몸이 빠져나갈 정도로 톱으로 켜기 시작했다. 옳지, 물론 이 일은 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지만 점점 끝이 가까워졌을 때 숲속에서 아빠의 총소리가 났다. 나는 일자리를 지워 버리고 담요를 내려 톱을 감추자 아빠가 들어왔다.
아빠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본성 그대로였다. 하는 말이 읍에 갔었는데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재판이 시작되기만 하면 소송에 이겨서 돈을 손안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재판을 오랫동안 열지 않은 채 그대로 내버려두는 방법이 있고, 대처 판사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마을 사람들은 나를 아빠에게서 떼어가지 고 후견인으로서 과부댁에게 맡기기 위한 재판도 있을 수 있고, 또 그러면 이번에는 과부댁이 이길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나도 왜 몸이 떨렸다. 왜 그런가 하면, 나는 다시 과부댁으로 끌려가서 여러 가지로 시달림을 받고 소위 문명화된다는 것은 딱 질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는 연방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거의 머리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일과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사람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어느 누구를 빼놓는 일이 없는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전부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맨 마지막으로 총정리격으로 욕설을 퍼부은 것인데, 그 중에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까지도 왜 들어가 있어, 그 사람들 차례가 오면 그놈 이름을 뭐했지 하며 계속해서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아빠는 과부댁이 나를 빼앗아가는 꼴을 보고 싶다고 장담을 했다. 잔뜩 감시를 하고 있다가 만일 그런 허튼 수작을 하려는 놈이 있으면 6,7마일 떨어진 곳에 네 몸을 가둬 둘 장소가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놈들이 녹초가 될 때까지 찾아도 네 놈을 무슨 수로 찾아낼까 보냐고 혼자 큰소리를 했다. 이 말에 나는 또다시 겁이 났지만 삽시에 그 마음이 가시고 말았다. 그런 결과가 될 때까지 어느 놈이 감히 아빠 곁에 있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나에게 스키프를 타고 가서 사온 물건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50파운드짜리 콘밀 한 부대, 베이컨 탄약 40갤런들이 위스키병, 충전용으로 헌책 한 권과 신문지 두 장, 견인용 밧줄이 그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짐들을 일단 강둑까지 나르고 나서 다시 스키프 있는 데까지 돌아가 선수에 걸터앉아 쉬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일을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도망칠 때에는 총과 낚싯줄을 가지고 숲속으로 도망치리라 결심했다. 한 곳에 오랫동안 있지 말고, 대개 밤에는 이 지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새를 쏘고, 고기를 낚아 먹으며, 아빠도 과부댁도 두번 다시 나를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으로 가버리리라 결심한 것이다. 아빠가 만취될 때까지 마시면 그날 밤 사이로 톱을 사용하여 구멍을 크게 뚫고는 도망치리라, 틀림없이 취할 테지. 나는 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으므로 아빠가 나에게 자고 있는 거냐 혹은 물에 빠져 죽은 거냐 하고 큰 소리를 질렀을 때까지 오랫동안 멍하니 넋을 잃고 스키프에 앉아 있었다.
내가 사온 물건들을 집에까지 운반하는 사이에 날이 어슬어슬 어두워졌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 아빠는 한두 잔 맛으로 마셔본 것이 그만 왜 흥이 나 그 바람에 또다시 욕설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마을에서 만취가 되어 밤새도록 시궁창 속에 구르고 있었으므로 그 꼴은 말이 아니었다. 그것을 아빠라고는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진창 투성이었다. 술이 돌기 시작하면 아빠는 거의 한사코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번 욕설은 다음과 같았다.
"이걸 정부라구 해! 흥, 그 꼴이 어떤지 잠깐만 보란 말이다. 남의 자식을 빼앗아가려는 법률이 있단 말이야, 세상에 - 남의 친자식, 수고를 할 대로 했고, 걱정을 할 대로 했고, 돈을 쓸 만큼 써서 길러낸 자식을 말이야. 그 사나이가 겨우 자식을 길러 한시름 덜게 되었고, 자식은 또 자식대로 일을 시작하여 애비를 위해서 무슨 짓을 하여 애빌 좀 편히 해주려고 할 바로 그때에 법률이 뻔뻔스럽게 나타나 그 사나이를 못살게 군다. 이게 정부란 말이야1 어디 그뿐인가. 법률은 그 늙은놈 대처 판사의 엉덩이를 떠받쳐가지고는 나를 내 재산에서 떼어 놓으려고 하는 데 한 구실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법률이 한다는 짓은 6천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인간을 붙잡아서 이런 꼴의 함정과 같은다 낡은 오두막집 속에다 처박아 넣고 돼지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옷으로 돌아다니게 한단 말이야. 제기랄, 이게 정부야 이런 꼴의 우라질 정부에선 인간은 권리를 가질 수 없어. 없구말구. 가끔 나는 이런 꼴의 나라에서 영원 무궁히 아주 깨끗이 나가 버리려 굉장한 생각을 한단 말이야 암 그렇구말구. 난 모든 놈에게 그렇게 말해 준 거야, 그 늙은 대처놈에게도 그 상판때기에다 맞대고 그렇게 쏘아붙여 준 거야. 내 말을 들은 놈이 한두 놈이 아니고, 놈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단 말이다. 전별 금으로 한 푼도 안 주더라도 이까짓 똥 같은 나라를 나가 두번 다시는 아예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이다. 내말은, 정말 그대로의 말을 한 거야. 난 이봐 내 모자 꼴을 좀 보란 말이다. 이게 모자라고 할 수 있다면. 어때, 뚜껑이 쑥 올라가 있고, 그 밖의 다른 부분은 내 턱 아래까지 축 늘어져 있어 전혀 모자 꼴이 아니라 마치 내 머리가 난로 연통을 이은 목에서 불쑥 나와 있는 짝이 아니냐 말이다. 이걸 좀 보란 말이야, 내 말은 이게 내가 쓰는 모자야. 권리 행사가 인정되어 그 돈이 내 수중에 들어올 수 있다면 이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될 이 나으리가 말이다. 암 그렇구말구 대단한 정부구말구, 대단하구말구 응, 좀 생각해 보란 말이다 오하이오 주에서온,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검둥이놈이 하나 있었는데 백인에 가까을 정도로 살색이 횐 튀기놈이야 게다가 이놈이 바로 아무도 본 일이 없을 만큼 횐 셔츠를 입고 있고, 아무도 본 일이 없을 만큼 번쩍거리는 모자를 쓰고 있는 게 아냐 온 동네 안을 뒤져 봐도 이놈만큼 훌륭한 옷을 입고 있는 놈은 없고, 금시계에다 금시계줄이니 대가리에다 은을 입힌 단장이니 하는 몸치장으로 주 내에서도 가장 무서운 백발의 부호라는 거야. 게다가 또 아, 이것 좀 봐, 이놈이 대학교수로 여러 나라 말을 지껄이며 모르는 것이 없다는 게야 더구나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뿐이 아냐 자기 고향인 오하이오 주에 있을 때엔 투표까지 할 수 있었다는 거야. 이 말에는 나도 정신이 멍해졌다니까 그만 이 나라가 대관절 어떻게 되려구 이러는 걸까 하고 난 생각한 거라니까 마침 선거일로, 투표장에 갈 수 없을 만큼 곤드레가 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나도 한 표를 던지러 갈 판이었는데, 그 검둥이에게 투표시키는 주가 이 미국 내에 있다는 소릴 듣고 난 그만뒀어, 그만두고말구. 두번 다시는 누가 투표할까 보냐고 내가 그래줬지. 내가 한 소린 바로 이거야. 사람들이 모두 내 말을 들었다 이따위 나라가 망하든 내 알 바가 뭐야. 난 살아 있는 한 투표 안해. 게다가 이것 좀 보란 말이야, 그 검둥이 녀석의 뻔뻔스러운 상판때긴. 내가 떼밀지 않는다면 길을 양보하려고도 하지 않거든. 왜 이 검둥이놈을 경매에 걸어서 팔지 않는 거야, 하고 거기 있는 작자들에게 물었지 내가 알고 싶은 건 바로 이거거든. 그랬더니 작자들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 주에 6개월동안 있지 않으면 팔 수가 없다나. 그리고 놈은 아직 그만큼 오래 있지 않았다는 거야 어때 만사가 다 이런 투라니까. 이 주에 6개월 동안 있지 않았다면 시민권을 가진 검둥일 팔 수 없다는 것이 정부라니까. 이런 주제에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것을 손수 자기 자신을 정부 정부 하고 떠들어대고, 정부인 척하고, 정부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리저리 싸질러다니며 도둑질을 일삼는 지긋지긋한 횐 셔츠 입은 시민권이 있는 검둥일 하나쯤 붙잡는데 꼬박 6개월 동안이나 수수방관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고서는 놈을 잡을 수가 없다는 거야 그리고...... 아빠는 자기의 늙은 빼빼 마른 다리가 어딜 향하고 있는지도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마구 기염을 올리고 있는 바람에 그만 베이컨 통에 부딪쳐 거꾸로 나자빠져 양쪽 정강이가 까지고 말았으므로, 욕설의 나머지 부분은 이 검둥이와 정부와 그 도중에 여기저기서 베이컨 통에도 던진다는 더할 나위 없이 과격한 욕설이 되고 말았다 아빠는 처음에는 한쪽 정강이를 붙잡고 다른 쪽 다리로, 다음에는 다른 쪽 정강이를 붙잡고 한쪽 다리로 방안을 뛰어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왼쪽 발을 뻗치더니 통을 힘껏 걷어찼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 생각이었다는 것은 구두 앞 축으로부터 발가락이 두 개 빠져나와 있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곁에서 듣는 사람의 머리칼을 일으켜 세우게 하리만큼 무서운 비명을 올리고는 그만 땅 위에 벌렁 나자빠져 데굴데굴 뒹굴며 발가락 끝을 움켜쥐고는 이제까지 보다도 더 지독한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 자신도 그런 말을 했다. 소베리 헤이건 영감의 한참나이 때의 욕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내 욕설에 비하면 그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큰소릴 쳤지만, 내 생각으로는 어쩌면 이건 허세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아빠는 술병을 들고 나와, 이 속에는 대취 2회분과 얼근할 정도의 만취 1회분에 충분한 위스키가 들어 있다며 우쭐거렸다. 이것이 아빠의 입버릇이었다. 나는 거의 한 시간 내에 아빠가 곤드레가 되어 버리리라고 판단하고는, 그렇게 되면 열쇠를 훔치거나 혹은 톱을 사용해서 밖으로 나가거나, 이 둘 중 하나를 하리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혼자 마시고 또 마셔 금세 담요 위에 쓰러지긴 했지만, 아직 나에게는 행운이 오지 않았다 어디가 불안한지 푹 잠을 이루지 못하고는 끙끙 앓고 있었다. 오랫동안 끙끙 앓는 소리를 하기도 하고, 신음하기도 하고, 손발을 꿈틀거리기도 했다. 이윽고 나는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졸음이 왔으므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는 그만 촛불을 켜둔 채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떠들어대는 비명소리에 나는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아빠가 마치 미친 사람 모양으로 이리저리 방안을 마구 뛰어 돌아다니면서 뱀이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두 다리 위로 기어오른다고 하고, 다음 껑충 뛰어오르고는 비명을 지르고, 한마리가 뺨에 달라붙었다고 야단이었지만 나에게는 뱀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빠는 "떼어 줘! 떼어 줘! 목에 붙었어!" 하고 외치면서 벌떡 일어나 방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저렇게 미쳐 날뛰는 사람을 난 본 적이 없다. 얼마 후 아주 녹초가 되어 버린 아빠는 숨을 헐떡거리며 그만 마루 위에 쓰러져, 아주 굉장히 빠른 기세로 몸을 이리저리 뒤치락거리면서 두 다리로 마구 여기저기를 걷어차고 비명을 지르며 악마가 붙어 있다고 하면서 두 손으로 허공을 때리기도 하고 움켜잡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만 녹초가 되어 잠시 끙끙거리면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더 조용해지고 마침내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게 되었다. 저쪽 먼 숲속에서 부엉이와 늑대 우는 소리가 들려와 무섭게 고요한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아빠는 한구석에 잠이 들어 있었다.
얼마 후에 갑자기 상반신을 일으키더니 머리를 한쪽으로 기우뚱하고는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지놈......거지놈......거지놈, 저건 죽은 놈이야, 거지놈......거지놈......거지놈, 날 붙잡으러 왔지만 내 갈 줄 알고. 아아 여기 왔구나! 나에게 손을 대면 안 돼. 손을 대지 말라니까1 손을 떼1 얼마나 차가운 손이냐, 놔. 아아, 불쌍한 날 내버려둬!" 그런 다음 아빠는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죽은 사람들에게 자기를 내버려두라고 애원하고, 담요로 몸을 싸고는 헌 송판 테이블 아래로 기어들어가더니 울기 시작했다. 나는 담요 사이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 후 담요에서 기어나와 벌떡 일어선 아빠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사납게 보였는데, 나를 알아보자 이번에는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접개 칼을 집어들고는 방안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이놈, 네놈은 죽음의 천사야, 죽여 버릴 테다 그러면 두번 다시는 여기 올 수 없을 게 아냐"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며, 천사가 아니라 그저 허클에 지나지 않는다고 애원을 했지만 아빠는 아주 높은 째지는 듯한 목소리로 웃고, 욕설을 퍼부으며, 거듭 내 뒤를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한번 몸을 홱 돌려 팔 아래로 빠져 나가려고 하다가 그만 아빠에게 옷자락을 붙잡히고 말아 나는 이젠 만사가 다 끝이로구나 하고 단념했지만, 번개처럼 재빨리 빠져 나와 목숨을 건졌다 아빠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문에 등을 대고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쉰 뒤에, 또다시 네 놈을 죽여 없애겠다고 야단이었다. 칼을 엉덩이 밑에 깔고 한잠 자고 나서 힘이 생기거든 판가름을 해버리겠다고 대단한 기세였다 이렇게 해서 아빠는 이내 잠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을 등으로 깐 헌 의자 있는데로 가까이 다가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도록 가만히 그 위에 올라서 총을 꺼내들었다. 화약이 재어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탄약 재는 쇠꼬치를 내리밀어보고는 총끝을 아빠 쪽으로 향해서 순무 통 위에다 놓고, 그 뒤에 앉아 아빠가 몸을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정말로 천천히 조용히 흘러갔다
제7장 아빠를 속여 도망치다
"일어나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눈을 뜨고 대체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벌써 해가 뜬 후로, 나는 포근히 잠을 잘 잤다 아빠는 내 바로 앞에 씁쓸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으나, 어디 몸이 아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총으로 뭘 한 거야" 하고 아빠는 물었다.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아빠는 전혀 알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나는 대답했다. "누가 들어오려고 하기에 그놈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왜 날 깨우지 않았지" "글쎄, 깨우려고 했지만 안 됐어요. 깨울 수가 없었어요." "음, 그래, 그럼 됐어. 거기 서서 온종일 잔소리만 말고, 어서 나가 조반용 고기나 낚싯줄에 걸렸나 보고 와, 나도 이제 곧 갈 테니." 아빠가 잠근 문을 열었으므로 나는 강둑으로 나갔다 몇 개의 큰 나뭇가지 또는 그것 비슷한 것과 나무껍질 부스러기가 떠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미시시피 강에 물이 불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 지금쯤 마을에 있다면 큰 재미를 볼 텐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유월의 증수 는 나에게 늘 행운을 가져다주곤 했다. 증수가 시작되면 땔나무가 될 목재와 통나무 덩어리, 게다가 그것도 때로는 몇십 개씩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이 떠내려와서 그것을 끌어당겨서 재목상과 제재소에 다 팔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한눈으로는 아빠를 경계하면서 또 한눈으로는 증수가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표류 물에 마음을 쓰면서 강둑을 따라 상류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러자 갑자기 카누가 나타났다. 길이 13.4피트 가량의 아름다운 카누는 오리 모양으로 가볍게 물위에 떠있었다 나는 옷을 입은 채로 개구리처럼 강둑에서 곧장 강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카누를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누가 바닥에 누워 있음에 틀림없으리라고 생각 한 것은 남을 놀려주기 위해서 곧잘 그런 장난을 하는 작자들이 흔히 있었기 때문으로, 누가 스카프를 저어서 카누 바로 앞까지 가면 성큼 일어나서 웃는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 은 틀림없이 표류된 카누로, 나는 그것에 올라타고는 둑을 향해 조용 히 젓기 시작했다. 10달러 가치는 있어 보이니까 아빠가 이걸 보면 기뻐할 테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둑에 이르고 보니 아빠가 보이 지 않았다 나는 덩굴과 버들가지로 완전히 덮여서 도랑처럼 된 개울 속에 카누를 저어 넣고 있는 동안에 내 머릿속에 딴 생각이 언뜻 떠올랐다 이놈을 꼭 감춰 두었다가 도망을 칠 시기가 오면 숲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그 대신 강을 한 50마일쯤 내려가 한 장소에 언제까지 야영하고 있으면 방랑 여행과 같이 고생을 할 일은 없으리라고 판단했다. 이곳은 비교적 오두막집에 가깝고 해서 나는 연방 아빠의 발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교묘하게 카누를 감추고 나서 강둑으로 올라가 버드나무 숲을 따라 빙 둘러보고 있을 때, 아빠가 오솔길을 약 간 내려간 곳에서 총으로 새를 겨누고 있었다. 그래서 아빠는 그때까지는 아무 것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빠가 가까이 왔을 때 나는 열심히 흘림 낚싯줄을 끌어당기는 시늉 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뭘 그리 꾸물거리고 있느냐고 약간 나를 나무랐지만 강에 빠져 그만 늦었노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내가 젖어 있는 것을 보고 틀림없이 무슨 말을 물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메기를 다섯 마리쯤 낚싯줄에서 끌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반이 끝난 후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된 우리들은 누워 피로를 풀기 위해서 한잠 자기로 한 것인데, 그때 나는 내가 도망을 친 후에 아빠나 과부댁이 내 뒤를 쫓지 않게끔 꾸며 놓으면, 그 편이 오히려 두 사람이 내가 없어진 것을 깨닫기 전에 운에 맡기고 멀리 도망쳐 버리리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다간 도중에서 붙잡힐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동안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그러나 금세 물 한잔을 또 마시기 위해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또 누가 이 근처로 와서 서성거리면 날 깨우는 거다. 알았지. 그놈은 필경 좋지 못한 배짱으로 여기 온 거야. 쯧, 그놈을 쏘아 죽였으면 좋았을 걸 그랬군. 요 다음엔 날 깨우는 거다. 알았지" 아빠는 다시 자리에 누워 또 잠이 들었다 이제 방금 아빠가 한 말을 듣고 나는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자, 아무도 내 뒤를 들으리라 고 생각하지 않을 방법을 쓸 수 있다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12시쯤 해서 우리들은 밖으로 나가 상류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강은 꽤 빨리 물이 늘어, 그 물살에 따라 표류목이 많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얼마 후에 통나무 뗏목의 일부-아홉 개를 한데 묶은 것이 떠내려왔다. 우리들은 스키프를 타고 나가 이것을 강둑 위로 끌어 올렸다. 그 다음 점심을 먹었다 아빠 이외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날 하루만은 온종일 강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좀더 무엇을 건지려고 하겠지 만 아빠가 하는 식은 그렇지가 않았다. 한번에 뗏목이 아홉 개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곧 마을로 가지고 가서 팔지 않으면 안 된다. 세 시 반경 아빠는 나를 방안에 가둬 놓고는 스키프를 타고 통나무를 끌고 마을을 향해 떠났다. 오늘밤은 돌아올 리가 없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빠가 이젠 왜 멀리 갔으리라고 생각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나 는 톱을 꺼내서 그 통나무를 또다시 썰기 시작했다. 아빠가 강기슭에 도착하기 전에 나는 구멍에서 빠져 나왔다. 아빠와 뗏목은 멀리 강 위 의 한 점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콘밀 부대를 들고, 카누를 감춰 둔 곳으로 가서는 덩굴과 작은 가지를 헤치고는 이것을 카누에 실었다. 다음에 베이컨 그 다음에 위 스키병 순서로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거기 있는 전량의 커피와 설탕 과 탄약도 카누에 가져다 실었다. 충전용 솜, 양동이. 바가지, 물주걱 과 양철 컵, 헌 톱과 담요 두 장, 프라이팬과 커피 주전자도 갖다 실었다 낚싯줄, 성냥, 그밖에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어 보이는 물건은 무엇이거나 모두 갖다 실었다. 오두막집을 텅 비게 할 셈이었다. 도끼도 탐이 났지만 나무광에 있는 그 한 자루뿐으로, 나는 그것을 그곳에다 남겨 두고 가는 까닭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총을 싣자 만사는 끝났다 구멍을 기어 나오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물건을 끌어내기도 하여 땅 위를 어지럽게 했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안으로 모래를 뿌려 평평하게 된 곳과 톱밥 위에다 덮고 되도록 교묘하게 먼저 모양대로 해놓았다. 그 다음에 통나무의 자른 부분을 먼저 장소에 끼우고, 빠지진 않도록 돌 두 개를 그 아래에다 고이고 하나는 걸쳐놓았다. 그곳이 쳐들려서 땅에 붙지 않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4,5피트나 떨어져서 보니 톱으로 켜진 것을 알지 못한다면 절대로 들킬 염려가 없을 뿐더러, 여 기는 오두막집 구석이어서 그런 데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가볼 사람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카누까지 온통 풀이 우거져 있으니까 발자국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 주위도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둑에 서서 저 앞까지 바다를 내다보았다. 만사는 안전. 그래서 총을 들고 숲속으로 조금 들어가 새를 찾고 있던 중 멧돼지가 한 마리 나왔다. 초원의 농장을 도망쳐 온 돼지는 이러한 강둑 저지대에서는 재빨리 야생 짐승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놈을 쏘아 집으로 가지고 왔다. 나는 도끼를 집어들고 문을 때려부셨다 그리고 산산조각으로 갈라놓았다 돼지를 안으로 날라다 테이블 옆에까지 끌고 가서 도끼로 목 을 때려박고는 피를 흘리도록 땅 위에다 내버려두었다. 내가 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밟아서 굳게 다져진 땅으로, 마루는 아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헌 부대를 꺼내다가 큰 돌을 잔뜩 주워다 넣고 이것을 돼지 가 있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숲속을 지나 강 있는 데까지 끌고 와 물속 에다 던졌더니, 그만 가라앉아 자취를 감추었다. 무엇이 땅 위로 끌려 왔다는 것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톰 소여가 여기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톰이 이런 일을 재미있어 하고. 또 꾀를 보태어 틀림없이 재미있게 일을 꾸몄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톰 소여만큼 신나게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맨 나중에 나는 머리칼을 움켜 뽑아 도끼에 흥건히 피를 묻혀 도끼 저쪽 날에다가 머리칼을 붙여서 방 한쪽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 다 음에 돼지를 쳐들어 피를 흘리지 않도록 윗도리 가슴팍에다 대고 방 저쪽 아래에 흥건히 피를 흘린 후에 강속에다 던져 버렸다. 이때 언뜻 딴 생각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카누가 있는 데까지 도로 가서 콘밀 부대와 그 헌 톱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부대를 늘 과두는 곳에다 놓고는 톱으로 그 밑바닥에다 구멍을 뚫었다. 톱으로 구멍을 뚫은 것 은 아빠는 음식을 만들 때에는 접개칼로 무엇이든 하는 까닭으로 방안에는 칼도 포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집 동쪽 풀밭과 버들숲 사이를 100야드쯤 부대를 들고, 폭이 5마일이고 온통 갈대가 우거진 계절에는 오리도 날아든다고 할 수 있는-얕은 호숫가로 갔다. 그 저쪽으로부터 수렁이라고 할까 개울이라고 할까 그러한 것이 흘러내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미시시피 강은 아닌 곳으로 몇 마일이나 흘러 내려갔다. 콘밀은 부대에서 흘러 이 호숫가까지 쭉 기다란 자국을 만들었다. 나는 아빠의 숯돌도 그곳에다 떨어뜨려. 무슨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 다음 콘밀이 홀러내리지 않도록 부대 찢어진 곳을 실로 잡아 묶고는 톱과 함께 카누 있는 데로 가지고 갔다 이제는 어둑어둑 어두워지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카누를 강둑 버드나무가 물 위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곳으로 돌려놓고는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버드나무 하나에다 밧줄을 매어놓은 후에 대강 식사를 하 고, 담배를 피우며 계획을 짜내기 위해서 카누 바닥에 드러누었다 사람들은 그 돌을 잔뜩 담은 부대 자국을 따라 강둑까지 가서 거기서 내 시체를 찾아 강바닥을 뒤질 테지. 그 다음 모두 콘밀 자국을 따라 호숫가까지 가서 나를 죽이고 물건을 훔쳐간 강도를 찾아 이리저리 호수로부터 흘러내리고 있는 개울을 따라 내려갈 테지 내 시체 외에는 강을 뒤질 리는 절대로 없으리라. 금세 그것에 싫증이 나서 그 이상 더 내 일에 마음을 쓰진 않을 테지. 옳지 나는 어디든지 내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다. 작슨 섬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나는 이 섬이라면 상당히 잘 알고 있고, 또 그 섬에는 아무도 올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또 나는 밤에는 읍으로 카누를 타고 가서 숨어 다니며 갖고 싶은 물건 을 수중에 넣을 수도 있다. 뭐니뭐니 해도 작슨 섬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나는 상당히 피로했으므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잠이 들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잠깐 동안은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 했다. 일어나 좀 겁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음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강폭은 몇 마일이나 되는 것처럼 보였다. 달빛이 어찌나 밝은지 나에게는 강둑으로부터 몇백 야드 저쪽을 꺼멓게 고요히 떠내려가고 있는 표류목을 셀 수가 있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고요하고, 느린 것처럼 보이고, 느린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을 알아 줄 테지-어떠한 말을 써야 좋을지 나는 모르겠다. 마음껏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 나서 이제라도 곧 밧줄을 풀고 떠나려 하고 있을 때 강물 저쪽으로부터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금세 알 수 있었다 고요한 밤에 노받이 속에서 움직이는 노가 삐걱거리는 그 둔한 규칙적인 소리였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가만히 내다보았더니 스키프가 떠있었다. 몇 사람이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와 바로 나와 병행된 위치에까지 왔을 때 오직 한 사람만이 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밤 돌아오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지만 어쩌면 그게 아빠일지도 모르겠다고 나 는 생각했다. 흐름에 밀려 내 바로 아래까지 떠내려온 것인데, 이내 흐름이 약한 수역으로 들어온 다음 힘있게 강둑으로 다가와, 총을 뻗치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지나갔다. 틀림없이 아빠였다 노를 젓는 품으로 봐서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나는 일각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음 순간에 나는 강둑의 그늘 속을 조용히 그러나 쾌속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2마일 반 내린 다음 4분지 1마일 이상 강 한복판으로 나간 것은. 나루터 옆을 지나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불러 세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표류목 사이로 들어가서 카누 밑바닥에 납작 드러누운 채 흐르는 대로 몸을 내맡겼다 드러누워서 푹 쉬며, 파이프를 피워 물고서 하늘 을 쳐다보고 있자니 구름 한 점도 없다. 달빛 아래 벌렁 자빠져 있으면 하늘은 여간 넓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때까지 이런 맛을 몰랐다. 더욱이 이런 밤에는 그 얼마나 소리가 멀리까지 물위를 전해 오는 것일까 나루터에서 사람들이 지껄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지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들을 수가 있었다. 어떤 사람 하나가 낮은 길어지고 밤은 짧아지는 계절이 되었다고 한 다. 다른 사나이가 이 말을 받아, 오늘밤은 짧은 밤은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반기를 들자, 두 사람은 껄껄 웃으며, 하나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는 두 사람은 또다시 웃어대었다. 다음 두 사람은 또 한 사나이를 깨워 가지고 이 얘길 하며 웃어댄 것인데, 이 사나이는 따라서 웃지는 않고 뭐라고 가시가 있는 말을 톡 쏘아붙이고는 난 내버려둬 하고 짜증을 부렸다. 맨 처음 사나이는 이 얘길 자기 마누라에게 하면 마누라 는 참 근사한 얘기라고 생각할 거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이런 것은 자 기가 젊었을 때 한 얘기에 비하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사나이는 이젠 거의 세 시쯤은 되었을 것이고, 이제까지 만도 일각여삼추 같은 느낌인데 날이 샐 때까지는 일주일이나 기다리는 것 같을 테니 이 갑갑증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탄식이었다 그후 지껄이는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이젠 무슨 말을 하는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고 중얼중얼 대는 소리와 가끔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만 같았다. 벌써 나는 나루터 한참 아래에 와 있었다. 일어나 보니 2마일 반쯤 하류에 나무가 우거진 마치 불을 켜지 않은 기선 만한 크기의 시꺼먼 작슨 섬이 강 한복판에 우뚝 서 있었다. 물이 불어서 강둑 머리의 모래언덕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섬에까지 이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흐름이 빨랐으므로 강둑 머리를 거센 속력으로 지나 흐름이 없는 수역으로 들어가서 일리노이 쪽에 면한 강둑에 상륙했다. 그전부터 알고 있는 둑의 깊은 포구에 카누를 저어 넣었다. 거기 들어가려면 버드나무가지를 헤쳐야 만 했는데, 매놓은 카누를 밖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섬 머리까지 걸어가 통나무 위에 걸터앉아, 큰 강과 표류목과 3마일 저쪽에 있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마을에는 등불이 셋인가 넷 깜박거리고 있었다. 괴물처럼 커다란 뗏목이 1마일쯤 상류지점에서 그 한가운데에다가 초롱을 놓은 채 떠내려오고 있었다. 느릿느릿 떠내려오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까 거의 내가 서 있는 장소와 병행의 위치에까지 왔을 때 사나이 하나가 "고물 노를 써 뱃머리를 우현으로 돌려"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이 사나이가 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똑똑히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늘이 약간 회색으로 흐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숲속으로 들어가 조반 전에 한잠 자기 위하여 드러누웠다
제8장 왓슨 아주머니의 짐을 구출하다
눈을 떴을 때 해는 벌써 여덟 시가 지났으리라고 판단이 들만큼 높이 솟아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일을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풀 속의 서늘한 그늘에 누워 있자 몸이 풀어지고,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만족한 기분이었다. 나는 나무 사이로 해서 해를 볼 수 있었지만, 부근 일대가 큰 나무들로 우거져 있어 그 안은 음산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를 뚫고 땅에 떨어지는 장소에는 반점을 이루고 있어, 그곳이 약간 흔들거려 포구에 카누를 저어 넣었다. 거기 들어가려면 버드나무가지를 헤쳐야 만 했는데, 매놓은 카누를 밖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리고 있는 것은 왼쪽에서 다소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였다. 다람쥐 두 마리가 큰 가지에 앉아서 나에게 자못 정답게 뭐라고 짹짹 재잘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주 몸이 나른하고 편해져서 일어나 아침밥을 만들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깜박 졸고 말았는데, 그때 상류에서 '씬' 하는 낮은 소리가 들려온 것만 같았다. 몸을 쳐들어 팔꿈치를 괴고 귀를 기울이자 이내 또 한 방 들려왔다. 얼른 뛰어 일어나 나뭇잎 구멍 있는 데로 가서 내다보니 상류 위쪽 나루터 근처의 물위에 연기가 몇 줄기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사람을 가득 태운 나룻배가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나는 이내 알 수 있었다 '꽝' 하고 하얀 연기가 나룻배 한쪽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내 시체를 물위에 떠오르게 하느라고 대포를 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뻔한 일이었다. 나는 꽤 시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기가 눈에 띌까봐 불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때문에 나는 거기 앉아서 대포 연기를 지켜보며 꽝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쪽 강은 폭이 1마일로, 여름 아침은 늘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좀 요기만 하면 그 사람들이 내 시 체를 찾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껏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사람들이 늘 빵덩어리 속에다 수은을 넣어서 물위에다 떠내려 버린다고 하는 것을 생각해 냈다 이렇게 하면 빵은 곧장 익사체 있는 데로 가서 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감시하고 있다가 빵덩어리가 나를 찾아서 넘실넘실 흘러 내려오면 한번 시험해 보리라 혼잣말을 했다. 어떠한 운수에 얻어걸릴 것인지 그걸 시험해 보리라고 생각하고는, 섬의 일리노이 쪽 끝으로 자리를 옮겨 보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큰 빵덩어리 두 개가 흘러 내려왔으므로 나는 긴 장대로 거의 그것을 건질 뻔했지만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빵은 멀리 떠내려가고 말았다 흐름이 둑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 운 장소에 내가 가 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나는 이 일을 너무 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또 한 개가 떠내려와 이번에는 건질 수가 있었다. 마개를 뽑고 조그만 수은덩어리를 흔들어 버리고 나는 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빵집에서 구운 빵' - 나으리들이 먹는 빵으로 흔히들 먹는 품질이 나쁜 옥수수 빵이 아니었다 나는 나뭇잎 사이의 좋은 장소를 알아내어 통나무에 걸터앉아 자못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빵을 씹으며 나룻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언뜻 무슨 생각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과부댁이나 목사 그 누 가 이 빵이 나를 찾아내도록 기도를 올린 것이니까 이처럼 내 뱃속에 들어가서 우선 그 효능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그 기도에는 무엇이 있다. 즉 과부댁이나 목사와 같은 사람이 기도를 올리면 그 기도에는 무엇이 있지만 내가 하면 아무 효능도 없고, 다만 적당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효험이 없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파이프에 불을 붙여 천천히 빨아들이면서 감시를 계속했다 나룻배는 흐름에 따라 둥실둥실 떠내려와 빵이 떠내려온 것처럼 섬 근처까지 올 것이 뻔한 일이니까 누가 타고 있는지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꽤 가까이 까지 왔을 때 나는 파이프를 입에서 떼고 빵을 건져 올린 장소로 가 조그마한 공지에 있는 통나무 뒤에 드러누웠다. 통나무가 가지로 된 그곳으로부터 내다볼 수 있었다. 얼마 후 나룻배는 판자만 걸치면 걸어서 상륙할 수 있을 거리에까지 떠내려왔다. 거의 전원이 배에 타고 있었다 아빠, 대처 판사, 판사의 딸 베키 대처, 조 하퍼, 톰 소여 폴리 아주머니, 톰의 동생 시드와 메 리. 그밖에도 많았다. 모두가 살인사건을 두고 얘기꽃을 피우고 있던 것인데, 선장이 끼여들며 말했다 "자, 잘들 보십쇼. 흐름은 여기서 제일 둑에 접근하니까 그 애는 둑 에 밀려올라 물가 덤불 아래에 엉켜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나로선 조금도 좋을 것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한덩어리가 되어 내 얼굴 바로 앞에 모여, 난간 너머로 몸을 불쑥 내밀고는 죽은 듯이 숨을 죽인 채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 나에게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똑똑 히 보였지만 그 사람들은 나를 볼 수가 없었다. 그때 선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기 비키시오" 그리고는 대포가 바로 내 앞에서 어찌나 은 소리를 내며 터졌던지 그 소동으로 귀는 들리지 않고 눈은 연기로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죽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탄알을 재서 한 일이라면 그 사람들은 찾고 있는 시체를 찾았을 것이리라. 하지만 하느님 덕택으로 나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는 움직이기 시작하여 섬 어깨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점점 멀어져 가면서 가끔 꽝꽝 하 는 소리가 들렸는데, 얼마 후 한 시간 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섬은 길이가 3마일쯤 되었다. 나는 그들이 섬 끝까지 가서 그만 단념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섬 끝을 돌자 이번에는 미주리 쪽 수로를 기력으로 달리면서 가끔 꽝꽝 하고 대포를 쏘았다. 나는 그쪽으로 섬을 횡단하고는 감시를 계속했다 섬 머리와 병행되는 지점에 오자 대포를 쏘는 것을 그만두고는 미주리 쪽 뒤에 이르러 모두들 뿔뿔이 헤어져 집으로 돌아갔다. 이젠 문제없구나 하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이 이상 나를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을 테지 카누에서 짐을 집어들고 우거진 숲속에다 멋진 캠프를 쳤다. 담요 두 장으로 텐트를 만들어 비가와도 젖지 않도록 그 아래에다 여러 가지 물건을 넣었다. 나는 메기 한 마리를 잡아 톱으로 아무렇게나 배를 갈라서 해가 질 무렵 야영 모닥불을 만들어 저녁밥을 먹었다. 그 다음 아침 식사용 고기를 낚기 위해서 흐름낚싯줄을 물속에다 넣어 두었다. 어두워지자 야영 모닥불 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자못 즐거웠지 만, 곧 그것도 심심해졌다. 강둑으로 가서 앉아 쏴쏴 흐르는 물소리를 듣기도 하고, 또 별과 흘러 내려오는 통나무와 뗏목의 수를 세기도 하 다가 그만 자기로 했다. 심심할 때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언제까지 심심한 채로 있을 수는 없고, 자면 곧 그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사흘 낮 사흘 밤이 지났다. 아무 변동도 없는 똑같은 날들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나는 섬을 빙 돌아 아래쪽으로 탐험의 길 을 떠났다. 나는 이 섬의 주인공으로, 말하자면 섬 전체가 내 것이니까 그 전체를 무엇이든 모두 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주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참 잘 익은 딸기가 얼마든지 있었고, 푸른 여름 딸기와 푸른 라즈베리를 발견해 냈고, 푸른 블랙베리는 이제 열매를 맺기 시작한 참이었다. 머지않아 이 모든 것이 곧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섬 끝에서부터 그리 멀다고 생각되지 않는 지점까지 깊은 숲속을 슬슬 걸어갔다. 총을 들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방어를 위한 것으로 아무것도 쏘지는 않고 집 근처에서 무슨 짐승을 죽일 작정이었다 이 때 나는 하마터면 큰 뱀을 밟을 뻔했지만 뱀은 풀과 꽃 사이를 스르륵 빠져나가 나는 놈을 쏘아 죽일 작정으로 뒤를 따랐다 있는 힘을 다해 그 뒤를 쫓았지만 갑자기 연기를 내고 있는 야영 모닥불의 재에 뛰어 들고 말았다. 깜짝 놀라 가슴이 뛰었다. 그 이상 무엇을 보려고 할 것도 없이 방아쇠를 내린 다음 되도록 빨리 발끝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에서 잠깐씩 걸음을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지만, 숨이 가빠서 다른 소리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또 잠시 도망을 치 다가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고, 또 도망치다가 귀를 기울이는 똑같은 짓을 몇 번씩 되풀이했다 나무 그루터기를 보고는 사람으로 잘못 보았고, 나뭇가지를 밟고서 부러지면 숨통이 둘로 갈라져 나에게는 그 절반의, 그것도 작은 쪽의 숨통밖엔 남아 있지 않는 것만 같았다. 캠프에 돌아왔을 때에는 헛기운마저 빠져 맥이 완전히 풀려 버렸지 만 어물어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그래서 아 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도록 살림 도구 전부를 또다시 카누에다 싣고, 불을 끄고 재를 그 근처에다 뿌려 작년의 헌 캠프처럼 보이도록 해놓 고는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 나는 2시간쯤 나무 위에 있었을까, 그 동안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아 무 소리도 듣지 못했건만 머릿속에서는 무수한 물건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무 위에 있을 수도 없고 해서 나는 나무에서 내려왔지만 우거진 숲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은 채 줄곧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먹을 것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딸기와 먹다 남은 아침밥뿐이었다 밤이 왔을 때 나는 왜 배가 고팠다 그래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 달이 뜨기 전에 살그머니 둑을 떠나 4분지 1마일쯤 카누를 저어 일리노이 쪽 둑에 상륙했다. 숲속으로 들어가 저녁밥 준비를 하고, 오늘밤은 여기서 보내리라고 결심을 했을 때, 저벅저벅 하고 말굽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되도록 빨리 모든 것을 카누 속에다 처넣고는 가만히 숲속으로 들어가서 무엇이 보이나 그것을 보려고 했다. 그리 멀리 가기도 전에 그 중 한 사람이, "마땅한 장소가 있으면 여기서 캠프를 치는 게 좋지 않을까 말들은 거의 녹초 가 되어 있어. 어디 좀 찾아보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 둑을 떠나 조용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예의 그곳에다 카누를 매놓고 오늘밤은 카누 안에서 자기로 했다. 나는 잠이 깊이 들지 못했다. 생각할 것이 너무도 많아서 암만해도 그리 잠이 잘 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뜰 때마다 누가 내 목덜미를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상태로 자도 몸에 이로울 것은 없었다. 얼마 후에 나는 이러한 꼴로는 도저히 살아나갈 수는 없다, 대관절 이 섬에 나와 같이 있는 놈이 누구일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내야만 하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결심을 하고 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노를 집어들고 한두 번 저어 둑을 떠난 후에 그늘 아래로 항로를 유지했다 달은 중천에 교교히 떠 있어 그늘 밖은 마치 대낮처럼 훤히 밝았다. 근 한 시간 동안이나 찾아다녔지 만 모든 것은 바위처럼 고요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때 나는 섬의 한끝 가까운 거 리에까지 와 있었다. 약하지만 소근거리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하였고 날이 거의 새었다고 해도 좋을 만한 시각이었다 나는 카누를 돌려 뱃머리를 둑에다 대고, 총을 들고 뛰어나가 숲 한끝에다 몸을 감췄다. 거기 있는 통나무에 걸터앉아 나뭇잎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달은 당직을 끝마쳤는지 어둠이 온통 강 위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나무 끝에 파릿한 줄무늬가 보이며, 나는 그것으로 아 침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총을 집어들고는 모르고 밟은 그 야영 모닥불이 있던 곳으로 1,2분 만큼씩 걸음을 멈추고는 서서 귀를 기울이면서 살금살금 접근해 갔다. 그러나 그 장소를 찾아낼 것 같지가 않았다. 얼마 후에 저 멀리 나무사이로 분명히 불이 반짝 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조심조심 그쪽으로 접근해 갔다 그것이 똑똑히 보일 만큼 접근해 가서 보니 웬 사나이 하 나가 땅 위에 누워 있었다.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두근거렸다. 이 사나이는 머리에다 담요를 쓰고 있었으며, 그 머리가 거의 불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 사나이로부터 약 6피트쯤 떨어진 우거진 덤 불 뒤에 앉아 두 눈을 놈에게서 잠시도 떼지 않았다 동쪽하늘이 희멀겋게 밝아왔다. 얼마 후에 놈은 꿈틀하더니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는 담요를 쳐들었다. 아니 그것은 왓슨 아주머니의 짐이 아닌가 나 는 정말로 기뻤다. 그래서 "어이 짐" 하고 뛰어나갔다. 짐은 일어나기가 무섭게 사나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다. 다음에 는 땅에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하고는 말했다. "내게 해를 끼쳐선 안 돼 제발. 난 도깨비에게도 해를 끼쳐 본 일이 없어. 난 언제나 죽은 사람이 좋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진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일은 다 했어. 임잔 다시 강으로 돌아가. 임자 있을 곳은 강이야. 늘 임자의 단짝이었던 이 늙은 짐에게 무슨 짓을 해선 안 돼 " 짐에게 내가 죽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나는 짐을 만나서 정말 기뻤다. 이젠 심심하지도 않다. 내가 어디 있는지 짐이 사람들에게 일러바치리라는 걱정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였지만, 짐은 거기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 자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이젠 틀림없이 아침이야. 아침밥을 짓기로 해야지 자, 모닥불을 잘 만들라구." "딸기나 그런 푸성귀로 요리를 만드는데 모닥불을 만들어서 무슨 소용이야. 그렇지만 임잔 총을 가지고 있겠다. 그렇지 그러니까 우린 딸기보다 훨씬 좋은 걸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딸기나 그런 푸성귀라고 그런 걸로 살아왔었단 말이야" "그밖에 먹을 것이 있어야지." "아니 뭐 이 섬에 온 지 얼마나 됐는데, 짐" "임자가 죽은 날 밤 온 거지 ." "뭐 그렇게 오랫동안." "그래 , 정 말이 야 " "그리고 그 쓰레기 같은 것밖에 먹을 것이 없었다는 거야" "그럼, 없구 말구......그밖에 뭣이 있어야지." "그렇다면 짐, 너는 거의 굶어 죽게 돼 있게, 어때" "난 말 한 마리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수다. 정말. 임잔 이 섬에 온지 얼마나 되우" "내가 죽은 그날부터 " "아니 뭐 그럼 임잔 뭘 먹고 살아온 거야 하지만 임자에겐 총이 있으니까. 그건 잘 됐어. 자, 그럼 뭘 잡아오라구. 내가 불을 지펴 놓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들은 카누를 매어 둔 곳으로 가서, 짐이 나무 사이의 풀이 난 공지에다 불을 지피고 있는 동안에 나는 콘밀과 베이컨과 커피와 커피 주전자와 프라이팬과 설탕과 양철 컵을 꺼내 가지고 왔다. 이걸 본 짐은 이게 모두 도깨비 조화냐고 깜짝 놀랐다. 나는 큼직한 메기 한 마리를 잡았다 짐은 그놈을 칼로 깨끗이 다듬어 프라이했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자 우리들은 풀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뜨끈한 놈 을 먹기 시작했다 거의 빈사상태에 이른 짐은 대단한 기세로 먹어치웠다. 얼마 후 왜 배가 차자 우리들은 먹기를 그만두고는 벌렁 나자빠져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얼마 후 짐이 입을 열었다. "근데 말유, 허클, 그 오두막집에서 죽은 게 임자가 아니라면 대관절 누구란 말유" 내가 자초지종을 모두 얘기했더니 짐은 그건 참 근사한. 일이라고 입 을 벌렸다. 톰 소여라 할지라도 그런 계획을 짜낼 수는 없을 거라고 감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입을 열어, "짐, 어떻게 여기 온 거야. 어떻게 해서 여기 오게 된 거지" 하고 물었다. 이 말에 짐은 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시 동안은 아무 말도 못하더니 한참만에, "아마 얘기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한다. "왜 그래, 짐" "뭐 까닭이 하나 둘이어야 말이지. 하지만 임자에게 얘기해도 날 밀고하진 않을 테지, 허클" "천만의 말씀" "음, 그럼 난 임잘 믿어, 허클 난‥‥‥난 말이야 도망친 거야." "짐 " "이봐, 밀고 안한다고 그랬지‥‥‥ 밀고 안하겠다고 한 말을 임잔 알고 있을 테지, 허클." "그야 그렇지 밀고 안한다구 했구말구 난 그 말을 실행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대로 해. 날 보잘것없는 노예 폐지론자라고 부르고, 고발 안한다고 해서 날 깔보고 싶은 놈들은 맘대로 깔보라지. 그것과 이건 아무 관계도 없어. 난 밀고도 안하고, 또 어쨌든 거기 돌아가진 않아. 그러니까 뭐든지 얘기해 봐." "음 그렇다면 이런 사정이야, 그 아씨 - 그 왓슨 아씨 말야 - 그게 늘 잠시도 빼놓지 않고 나에게 잔소리를 쏟아놓고, 또 나에게 심하게 굴기는 했지만 날 올린즈에 팔겠다고 한 말은 없었단 말야, 이날 이 때까지, 그러던 것이 요먼저 그 집에 노예 매매인이 온 것을 알게 되어 나는 버럭 걱정이 되었단 말야 그러던 차에 어느 날 밤 밤늦게 문 뒤로 살며시 가보았더니 문이 꼭 닫혀 있지 않았는데, 아씨가 과부댁에게 하는 말이, 날 올린즈에 팔기로 했는데 팔기는 싫지만 날 팔면 800달러를 받게 되어 이건 큰돈이니까 팔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하는 소릴 들었지. 과부댁은 아씨에게 날 팔지 않겠다고 하는 말을 하게 하려고 퍽 애를 썼지만 난 그 뒷말은 듣지 않았어. 난 들키지 않도록 밖으로 나오자 다리야 날 살려라고 언덕을 뛰어내려, 마을 상류의 둑 어디서 스키프를 홈치리라고 생각한 것인데, 아직도 자지 않고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강둑 근처의 허물어진 통장이 집에 숨어서 사람들이 모두 없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하룻밤을 그 속에서 보냈단 말야, 정말. 그 중 하나는 늘 거기 있더라니까 아침 6시경에 스키프가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고, 8신가 9시경이 되니까 앞을 지나가는 어느 스키프나 모두 임 자 아빠가 마을로 와 있는 동안 임자가 죽었다고 하는 얘길 했다고들 하더군. 그 뒤 스키프는 그 오두막집을 보러 가는 부인들과 나으리들로 만원이었다니까 글쎄. 때로 강을 건너기 전에 강둑에다 스키프를 대놓고 쉬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로 난 살인에 관한 얘길 전부 알게 되었단 말야. 난 말야, 허클, 임자가 죽었다고 해서 퍽 슬펐지만 이젠 슬프진 않구먼. 난 하루 종일 대패밥 아래에 누워 있었지 뭐야, 배는 고팠지만 무섭지는 않았어. 아씨와 과부댁은 조반 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내 야외 설교회에 가서 하루종일 거길 떠나지 않고, 두 마님은 날이 새기만 하면 내가 가축들을 밖으로 내놓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저녁때가 되어 사방이 어두워질 때 까진 내가 집에 없는 걸 알 까닭이 없으리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었단 말야. 또 다른 머슴들 도 주인이 집을 비우자마자 대번에 자기 세상이 왔다고 나자빠지니까 이 녀석들도 역시 내가 집에 없는 걸 알 까닭이 없을 거란 말야. 어두워지자 난 강가 길로 몰래 빠져 나와 한두 마일 가량 집이 없는 곳으로 갔단 말야. 이제부터 무엇을 하리라는 결심을 하고 있었어. 좀 들어봐. 만일 내가 걸어서 도망을 치려고 한다면 개가 뒤를 쫓을 게 아냐. 스키프를 훔쳐서 그걸로 저쪽 둑으로 가려고 한다면 스키프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는, 저쪽 둑의 어디서 내가 내렸는지를 깨닫고, 어디서부터 이 놈을 추격하기 시작하면 좋으리라는 걸 알 게 아냐. 그래서 난 뗏목을 타리라고 작정을 한 거야. 뗏목은 발자국을 남길 리 없으니까. 얼마 후섬머리 저쪽에서 등불이 하나 가물가물하며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여서 나는 강속으로 뛰어들어 통나무 하나를 붙잡고는 강 절반 이 상이나 헤엄을 쳐서 표류목 사이로 들어가 머리를 숙이고는 뗏목이 떠내려올 때까지, 말하자면 흐름에 거슬리면서 헤엄을 치고 있지 않았겠지. 다음 뗏목 고물로 헤엄쳐 가 거길 꽉 붙잡았단 말야. 그때 구름이 끼면서 잠시 꽤 어두워지더군. 그래서 슬쩍 뗏목 위로 기어올라 널빤지 위에 드러누었지 뭐야. 사공들은 모두 저쪽 등불이 있는 한가운데 에 모여들 있더군. 강물이 부쩍 늘어 그 속력이 여간이 아냐. 그래서 나는 아침 4시까지는 틀림없이 25마일 하류까지는 와 있으리라, 그러면 거기서 날이 새기 직전에 강속으로 슬쩍 들어가서 강둑으로 헤엄쳐 올라 일리노이 쪽 숲속으로 들어가리라고 생각한 거지 뭐야. 그런데 아 무슨 놈의 운이 그렇게도 딱 막히는지, 거진 섬머리에까지 뗏목이 흘러내렸을 때에 사공 하나가 등을 들고 고물 쪽으로 걸어오지 않겠어. 이거 가만히 있다간 큰일밖에 날 것이 없다고 덜컥 겁이 나길래. 나는 뗏목에서 슬쩍 내려 이 섬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하지 않았겠어. 아 무 데나 마음에 드는 장소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그렇게 될 수 있어야지, 둑이 아주 깎아 내린 듯한 절벽이더란 말야. 섬 끝에 가까운 곳으로 왔을 때 겨우 좋은 장소 하나가 눈에 띄더군. 나는 숲속으로 기어 들어가, 저렇게 등을 들고 사공이 이러 저리 돌아다닌다 면 두 번 다시는 뗏목에 절대로 손을 대지 않으리라 결심한 거야, 난 모 자 속에다 담뱃대와 쌈지와 성냥을 넣어 뒀더랬는데, 아 글쎄 요놈들 이 하나도 젖지 않은 걸보고 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럼 짐은 지금까지 고기도 빵도 먹은 일이 없다는 거야 그럼 왜 거북이라도 잡지 못했지" "원 참, 무슨 수로 그놈을 붙잡는다는 거야. 몰래 가서 잡을 순 없고, 그렇다고 해서 바위를 깨뜨려 부술 수도 없잖아. 밤중에 무슨 수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야. 게다가 낮에 강가에 가려고는 꿈도 꾸지 않았으니까. " "옳지, 그럴 법도 하군. 짐이 늘 숲속에 숨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건 당연한 일이지. 그럼 대포 쏘는 소리 들었어" "듣구말구 그 사람들이 임잘 찾고 있다는 걸 난 그 소리로 알았는데, 작자들이 여길 지나가는 것이 보이더군‥‥‥덤불 속에서 지켜보고 있자니까 " 어린 새가 몇 마리 날아와서는 1,2야드 빙 돌더니 내려앉았다 짐은 그걸 보고 비가 올 전조라고 했다. 병아리들이 이렇게 나는 것은 비가 올 전조인데, 어린 새가 이런 짓을 해도 역시 같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그놈을 몇 마리 잡겠다고 했더니 짐이 굳이 말린다. 그런 짓을 하다간 이쪽이 죽고 말 거라며 펄쩍 뛴다. 자기 아버지가 한 때 중병이었을 때 식구 중의 누가 새를 잡았는데, 짐의 할머니가 그걸 보고 이젠 아들이 죽는다고 한 것인데, 과연 그 말대로 짐의 부친은 세 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짐은 저녁 식사에 반찬거리로 쓸 물건의 수를 헤아려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은 악운이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가 진 후에 식사보를 털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 다음 또 짐은, 꿀벌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죽으면 다음날 아침해가 뜨기 전까지 그 얘길 꿀벌에게 하지 않으면 안 되며, 만일 그렇게 안 하면 벌은 모두 몸이 약해져 일도 안하고 죽어 버린다는 말도 했다 꿀벌은 바보는 쏘지도 않는다 고 짐은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몇 번이고 손수 이것을 시험해 보았지만 나를 쏘려고는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이런 얘기들을 들었지만 그 전부는 아니다. 짐은 모든 종류의 전조를 알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보기에 전조라는 것은 거의 모두가 악운을 알리는 것 같은데, 그 무슨 행운을 가져다주는 전조는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짐이 말했다 "극히 적지. 그것도 사람에게 도움이 되진 않아 행운이 올 때를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알고 싶어하는 거지 오지 않게 하고 싶다는 건가"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 "털이 많은 팔과 털이 많은 가슴은 부자가 될 전조야. 그런 전조는 좀 뭣에 도움이 되지. 먼 장래 일을 알 수 있으니까 그렇지, 임잔 처음엔 오랫동안 가난뱅이로 있을지도 모르지. 이 전조로 머지않아 부자가 된다는 걸 모르고 있다면 실망하여 그만 자살하고 말지도 모를 게 아냐 " "그럼 짐은 털 많은 팔과 털 많은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걸 질문이라고 해, 이게 보이지 않아, 임자에겐" "그럼 짐은 부잔가" "천만에, 하지만 난 한 번은 부자였는데 이제 다시 부자가 될 거야. 한때 나에게 14달러가 있었더랬는데 투기에 손을 대어 그만 홀딱 날리 고 말았다우 " "짐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또 그런 짓을 했담" "글쎄, 우선 주식에 손을 했다니까." "어떤 주식" "어떤 주식이냐고, 라이브 가축. 변하잖아, 소 말야. 난 10달러를 주고 암소를 한 마리 샀단 말야. 이젠 죽어도 가축에 돈을 거는 일은 안 해, 이 암소는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내 손바닥 위에서 그만 뻗었단 말 야, 제기랄. " "그러니까 결국 돈만 손해보았단 말이구먼" "천만에. 10달러를 고스란히 손해를 본 건 아니지. 그 중에서 약 9달러뿐이지. 껍질과 지방은 1달러 10센트에 팔았으니 까." "그럼 1달러 10센트 남은 셈이구먼, 그걸로 또 무슨 투기를 했나" "하구말구. 아 왜 저 부래디쉬 영감님네 왼발잡이 검둥일 알잖나 그 작자가 은행을 세운 거야. 1달러를 넣으면 그 해 말에 4달러를 탄다든 가, 뭐, 넣은 돈 외에, 그래서 검둥이들이 모두 돈을 턴 것인데 큰 돈 을 가진 작자가 어디 있어야지, 아 글쎄 큰돈을 가진 건 나 하나뿐이더라구. 그래서 4달러 이상을 내라고 하여 끝까지 버티지 않았겠어 만 일 그렇게 안 된다면 내가 손수 은행을 하나 시작하겠다고 막 버티었지. 그런데 이 검둥이가 나까지 장사를 시키지 않으려고 한 것은 물론 이고 은행을 둘이서 할 만한 장사거리는 못 된다고 하면서 내가 5달러를 내면 그 해 말에 가서 35달러를 내겠다는 게 아냐. 그래서 난 그대로 하잖았겠어. 그 35달러를 곧 투자하여 그걸로 한몫 단단히 볼 배짱이었지 불이라는 검둥이가 있어서 이 검둥이가 뗏목을 건진 것인데, 이 사실을 그 작잔 주인에게 알리지 않았단 말야. 난 이걸 불에게 외상으로 사서 그 해 연말이 되면 35달러를 주겠다고 큰소릴 쳤는데, 그날 밤에 어떤 놈이 그 뗏목을 감쪽같이 훔쳐가 버렸고, 다음날엔 외다리 검둥이가 은행이 파산했다고 딱 잡아떼는 바람에 누구 하나 돈을 타낸 사람은 없었지 뭐 야." "짐, 그 10센트 어떻게 했지" "옳지 그 얘기 난 그 10센트도 써버리려고 생각했는데, 아 글쎄 꿈 을 됐다니까. 그때 그랬더니 그 꿈은 나에게 그 10센트를 발럼이라는 검둥이에게 주라는 게 아냐 바보 발럼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짧게 그렇게들 부르는 게으름뱅이 바보 말야. 그런데 모든 사람 말이 놈은 바보지만 운을 타고난 놈이라나. 난 내가 운이 나쁘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 이 꿈은 발럼에게 10센트를 투자하게 하라, 그러면 그 녀석이 나에 게 돈을 벌어다 준다는 거야 그래서 이 발럼이라는 작잔 돈을 받아들고 교회로 갔는데, 목사가 가난한 사람에게 선심을 쓰는 자는 누구나 하느님에게 돈을 꿔주는 것이 되어 틀림없이 그 돈의 100배가 되돌아오 게 된다는 말을 들었단 말유. 그래서 이 작잔 10센트를 들고 가서 가난 한 사람에게 주고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나 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나." "그래서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거야" "일어나긴 뭐가 일어나. 나두 이젠 그 돈을 회수할 수 없고, 발럼도 어림도 없지. 난 저당물을 보지 않고선 절대로 돈을 꿔주지 않기로 했구먼, 이젠. 목사 말은 돈이 100배가되어서 도로 돌아온다는 거야. 그 10센트만이라도 그대로 돌아온다면 난 이거야말로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하고는 운이 참 좋았다고 기뻐할 텐데 말야." "하지만 어쨌든 잘 되었어. 언젠가 또다시 짐은 부자가 되기로 되었다니 ." "허긴 그래. 생각해 보면 지금도 난 부자야. 난 내 몸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잖아. 능히 100달러의 가치는 있으니까. 그 돈이 이제 당장 있으면 얼마나 좋아.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난."
제9장 떠내려온 죽음의 집
나는 탐험을 하고 있을 때 내가 발견한 섬의 바로 한복판에 있는 장소로 가서 거기를 잘 봐두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떠난 것인데, 이 섬은 길이가 3마일, 넓이가 4분지 1마일밖엔 되지 않았으므로 곧 거기 도착했다. 그 장소는 높이 40피트 가량의 왜 길고 가파른 언덕이라고 할까, 산마루를 이루고 있었다. 사면이 아주 가파른 데다가 덤불이 우거져 있었으므로 꼭대기까지 오르는데 퍽 애를 썼다. 우리들은 그 부근을 공연히 빙빙 돌기도 하고 또 오르기도 하여 얼마 후에는 일리노이 쪽에 면한 사면 꼭대기에 채 이르기 전의 바위에 훌륭한 큰 동굴이 하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을 두 개나 세 개쯤 합친 정도의 크기로 짐 은 그 안에서 몸을 꼿꼿이 펴고 설 수 있었다 동굴 안은 서늘했다. 짐 은 단번에 살림 도구를 이곳으로 옮기자고 했지만 나는 밤낮 오르내리게 될 테니 싫다고 반대했다 짐은 카누를 그럴싸한 장소에 감춰 두고, 살림 도구 전부를 이 동굴 속에다가 감춰 둔다면 누가 섬으로 왔을 경우 우리들은 동굴 속으로 피신할 수 있을 것이고, 개를 데리고 오지 않는 이상 들킬 염려는 없다고 했다. 게다가 또 그 새들은 비가 올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물건들 이 젖어도 괜찮단 말이야 하며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시 돌아가 카누를 타고 동굴과 병행되는 지점까지 왔을 때, 물건 전부를 그 동굴로 날랐다 다음 우리가 있는 장소에 아주 가까운 우거진 버드나무 숲 한복판에다 카누를 감출 장소를 발견했다. 낚싯줄에서 물고기 몇 마리를 떼고, 낚시 장치를 다시 먼저대로 해놓은 뒤에 점심 준비에 착수했다. 동굴 입구는 큰 통을 굴려서 넣을 수 있을 만큼 컸으며, 입구 한쪽으로 바닥이 좀 앞으로 나와 그것이 평행했으므로 불을 사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거기서 불을 일으켜 점심 준비를 했다
우리들은 안에다 담요 몇 장을 깔아 융단 대신으로 하고는 그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밖의 다른 물건들은 동굴 구석에다 쓰기 좋게 정리 해 두었다. 머지않아 어두워지며 천둥소리가 나더니 번갯불이 번쩍번쩍 하기 시작했다 역시 새는 틀림이 없었다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기세가 맹렬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몹시 부는 바람을 나는 아직껏 본 일이 없다. 영락없는 여름의 폭풍우였다. 밖은 모든 것이 청흑색으로 아름답게 보일 만큼 어두워지고, 내리치는 빗발은 저만큼 떨어 진 나무에 어렴풋이 거미줄처럼 보일 만큼 굵었다. 게다가 설상가상격으로 한 가닥의 회오리바람이 마구 불어와 나무를 쓰러뜨리고, 나뭇잎 의 색이 연한 하측을 위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그러자 다음 순간 그 뒤를 따라온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거센 찢어발길 듯한 질풍으로, 작은 가지는 완전히 미친 듯이 두 팔을 휘두르며, 다음 이 이상은 푸르게도 꺼멓게도 될 리는 만무할 테지 하고 생각했을 바로 그때 번쩍 하고 후 광이 비치어 그때까지 볼 수 있었던 장소로부터 몇백 야드 저쪽에서 나뭇가지가 저 멀리 먼 폭풍우 속에서 몸을 비틀고 있는 것을 언뜻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할 사이도 없이 금세 사방은 어두워지고, 천둥이 한번 크게 터진 후에 지구 저쪽 반대 방향으로 과당과당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인데, 그것은 마치 빈 통을 이층에서 아래로 굴리는 것만 같았다-계단이 길어서 통이 몇 번씩이나 튀어 오를 때 일어나 는 소리와 같았다고나 할까. "짐 이건 근사한테." 나는 반가웠다 "여기 외엔 아무 데도 있구 싶지 않아, 생선 가운데토막 하나 더하고, 뜨끈한 옥수수 빵을 이리 좀 줘." "그런데 이 짐이 없었더라면 여기 무슨 수로 있지 저 아래 숲속에 있어 가지고 점심은 없을 테고, 게다가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을 게 아냐, 병아린 비가 올 것을 알고 있고, 새도 마찬가지라우." 강은 열흘인가 열 이틀 동안이나 물이 붇고 또 불어 마침내는 둑을 넘고 말았다.
이 섬의 얕은 곳과 일리노이 쪽의 분지에서는 수심이 3,4피트에까지 이르렀다. 일리노이 쪽 강둑까지의 거리는 수 마일이 더 되었지만, 미주리까지의 강폭은 전과 다름이 없는 한 마일 반. 그것은 미주리 쪽의 강둑이 높은 절벽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낮에는 카누를 타고 섬 안을 이러 저리 돌아다녔다. 해가 이글이글 내리쪼여도 깊은 숲속은 여간 시원치 않고 그늘이 많았다. 우 리들은 나무 사이를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덩굴이 몹시 엉킨 채 흘러내리고 있었으므로 뒤로 물러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비키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었다 다 쓰러진 고목마다 토끼와 뱀과 그 밖의 짐승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섬이 하루나 이틀 동안 침수되어 있을 때에는 이놈들 배를 잔뜩 곯리고 있는 터이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어, 생각만 있으면 곧 근처에까지 카누를 접근시켜 만져볼 수도 있었지만 뱀과 거북만은 어림도 없었다. 물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고 말았다. 우리들이 들어 있는 동굴 지붕에는 이런 짐승들로 초만원이었다.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집짐승을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어느 날 밤 우리는 근사한 널빤지 몇 장을 건졌다. 넓이 12피트에 길 이 15피트 내지 16피트 정도로 상부가 수면 밖으로 6,7인치 가량 나와 있는 단단하고 평평한 마루용 재목이었다. 낮에도 가끔 켠 나무가 떠내려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낮에는 나타나지 않기로 작정했으니까. 어느 날 아침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우리들이 섬머리에 있으려니까 서쪽으로 목조 건물이 한 채 둥실둥실 떠내려오고 있었다. 이층집인데 한쪽으로 왜 기울어 있었다. 카누를 저어 나가 이층 창으로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까닭으로 카누를 잡아매 놓고 그 안에 앉아 밝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섬 끝으로 오기 전에 날이 환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창으로부터 안을 들여다보았다. 보이는 것은 침대 하나와 책상과 헌 의자 두 개와 마루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물건으로 벽에는 옷들이 걸려 있었다. 저쪽 구석에는 사람처럼 보이는 무엇이 드러누워 있었다. 그것을 보고 짐이 소리를 질렀다. "여보" 그러나 그것은 꿈쩍도 안 했다 이번엔 내가 소리를 질러보았다. 그러자 짐이, "저 사람은 자고 있는 게 아냐 죽었어. 가만히 있으라구. 내 가서 보고 올 테니" 하고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구부리고 보더니, 내 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건 죽은 사람이야. 그런데다 벌거숭이구먼 등에 관통상을 입었어 죽은 지 2,3일쯤 된 것 같군. 허클, 들어와 보라구. 하지만 얼굴을 봐선 안 돼. 아주 기분이 나빠 " 나는 이 사나이를 전혀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짐은 헌넝마를 그 사람 얼굴 위에다 던졌지만 그럴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나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루 위에는 여기저기 흩어진 채 수북이 쌓여 있는 기를 먹은 트럼프짝과, 위스키병 몇 개와, 또 까만 천으로 만든 마스크 두 개와 벽에는 숯으로 쓴 상스러운 종류의 말과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벽에 걸려 있는 것은 더러운 갱사옷 두 벌과 부인용 밀짚모자와 여자 내의 등이었고 남자 옷도 있었다. 우리들은 그것을 카누에다 실었다. 나중에 무엇에 쓸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루에 있는 소년용 밀짚모자는 헌 것이 때가 묻어 여기저기 반점을 이루고 있었지만 나는 이것도 가지기로 했다. 또 우유를 넣은 적이 있는 병도 있었는데, 어린이용 헝겊 젖꼭지가 달려 있었다. 우리는 이 병도 가지고 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깨져 있었으므로 그만두었다. 초라한 헌 궤짝과 돌쩌귀가 깨진 헌 트렁크도 하 나 있었다 뚜껑은 열린 채로였지만 값이 있어 보이는 물건이라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물건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우리들은 이 집 사람들이 아주 급하게 집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물품의 대다수를 끌어낼 수 있는 여유가 없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우리들은 헌 양철 램프와 손잡이가 없는 식칼과 어느 가게에서든지 25센트 하는 아주 신품인 발로 나이프(날이 한쪽만 붙어 있는 대형 칼. 발로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 와 양초, 양철로 만든 촛대와 바가지, 양철 컵, 침대에서 벗긴 쥐가 갉아먹은 헌 이불, 바늘과 핀과 밀랍과 단추와, 그밖에 여러 가지 물건이 들어 있는 손가방과, 도끼 한 자루와 못과 터무니없이 큰 낚시바늘이 몇 개 달려 있는 내 새끼 손가락만큼이나 굵은 낚싯줄과, 무두질을 한 사슴가죽 한 장과, 가죽으로 만든 개 목걸이와 말편자, 상표가 붙어 있지 않는 물약병 몇 개를 찾아내어 마침 나오려고 한 그 순간에 나는 왜 좋은 말빗을 발견하였고, 짐은 쥐가 갉아먹은 헌 바이올린 활과 목제 의족 한 쪽을 발견했다 가죽끈은 끊어져 있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이것은 왜 좋은 다리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좀 길고 짐에게는 좀 짧아 여기저기를 찾아보았지만 또 한쪽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합치면 대체로 우리는 큰 벌이를 한 셈이었다. 이 집을 떠나려고 할 때 우리는 섬에서 4분지 1마일이나 하류에 와 있어, 사방이 왜 훤해 졌으므로 나는 징을 카누 바닥에 눕게 하고는 그 위에 다 이불을 푹 덮었다. 꼿꼿이 앉아 있으면 왜 멀리서도 단번에 검둥이 라는 것을 알 수 있겠기 때문이다. 나는 일리노이 쪽 둑으로 반 마일쯤 떠내려갔다. 강둑 아래 고요히 고여 있는 물을 기어올라 아무 사고도 없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우리들은 안전히 집으로 돌아왔다
제10장 뱀껍질을 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아침 식사를 끝마친 후 나는 죽은 사람 얘기를 꺼내어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 그 결과를 캐내고 싶었지만 짐이 응해 주지 않는다. 그런 짓 을 하면 악운이 올지도 모르며, 더욱이 그 사나이가 나타나 그 귀신이 달라붙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직 매장이 되지 않은 사람은 매장되어 편히 쉬고 있는 사람보다는 어쨌든 그 근처를 배회하는 것이라고 한 다. 이 말은 왜 그럴싸하게 들렸으므로 나는 입을 꾹 다물고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건을 생각하고는 누가 그 사나이를 쏘아 죽였으며, 왜 그런 짓을 했을까를 알고 싶은 마음은 누를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가지고 온 옷들을 뒤져서 헌 담요로 만든 외투 안쪽에 은화로8달러를 꿰매 붙여 둔 것을 발견했다. 짐은 그 집사람들은 이 외투를 틀림없이 훔쳤을 것이라고 한다 돈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냥 그대로 둘 리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나는 외투를 훔쳤을 뿐만 아니라 그 주인마저 죽였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짐은 그것에 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는 말했다. "자, 짐은 그걸 악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저께 지붕 꼭대기에서 발견한 뱀껌질을 내가 가지고 왔을 때 짐은 뭐라고 했지 손으로 뱀껍질을 만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나쁜 짓이라고 그랬겠다. 어때, 이게 짐의 악운이라는 거야 우린 이 물건 전부와 게다가 8달러를 벌지 않았느냐 말이야. 이런 악운이 매일 있으면 참 좋겠구먼 어때 짐." "아예 그런 생각은 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냐. 너무 건방지게 굴지 않는 게 좋아. 이제 곧 올 테니 두고 보라니까. 내 말을 잊지마. 이제 온다니까." 그 말대로 오고야 말았다. 이 얘길 한 것은 화요일이었다 금요일 점심을 끝마친 후에 우리는 지붕 꼭대기 한끝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때 담배가 떨어지고 말았다. 담배를 가지러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동 굴 안에 방울뱀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그놈을 죽여 짐의 담요 한끝에 다 아주 살아 있는 거나 다름없이 둘둘 사린 채로 놔두었다. 짐이 그놈 을 발견하면 재미난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밤이 되기 전에 나는 뱀 생각을 까맣게 잊어 버렸다. 내가 불을 켜고 있는 동안 짐은 털썩 담요 위에 나자빠졌다. 그런데 마침 거기에 와 있던 죽은 뱀의 짝이 짐을 물었던 것이다. 짐은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올랐고, 불빛에 비친 최초의 광경은 독사 가 또 뛰어오를 준비로 몸을 둥글게 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당장에 그놈을 막대기로 내리쳐 죽였으며 짐은 아빠의 위스키 병을 움켜쥐더니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짐은 맨발이어서 독사는 발뒤꿈치를 문 것이 확실했다 어디다 죽은 뱀을 놔두면 그 쪽이 와서 시체 주위에 사리고 앉아 있다는 것을 어리석게도 깜빡 잊어버린 내 탓이었다. 짐은 뱀 대가리를 쌍둥 잘라서 멀 리 내던지고, 동체에서 껍질을 벗기고는 고기를 한 덩어리 구워 달라 고 했다. 그대로 했더니 짐은 그것을 먹으며, 이렇게 하면 물린 게 낫 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또 독사의 그 소리나는 꼬리를 잘라서 자 기 발목에 감아달라고 했다. 이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나는 가만히 밖으로 나와 두 마리의 뱀을 멀리 덤불 속으로 던져 버렸다. 될 수 있으면 짐에게 이것이 모두 내 탓이라고 하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짐은 계속해서 위스키를 마셨고, 가끔 제정신을 잃고는 갑자기 뛰어오르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마다 또 다시 계속해서 위스키를 마셨다. 물린 쪽 발이 왜 부풀어올랐으며, 다리도 그랬지만 얼마 후에 술의 효능이 돌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이제 상관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도 나는 아빠의 위스키로 혼이 나는 것보다 뱀에 물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짐은 4주야를 꼬박 잠만 잤다. 그후 부기가 아주 완전히 빠지고, 원기를 회복하여 또다시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똑똑히 안 이상 나는 두 번 다시는 뱀껍질을 손으로 만지지 않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짐은 이제부터는 자기를 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못 우쭐대었다. 그리고 뱀껍질을 만지는 것은 매우 운이 나쁜 일이니까 아직도 언짢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며, 자기라면 뱀껍질 을 손으로 만지기보다는 차라리 초승달을 왼쪽 어깨 너머로 천 번쯤 보는 쪽이 낫겠다고 말했다. 초승달을 왼쪽 어깨 너머로 본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싱겁고도 바보짓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도, 어찌된 셈인지 짐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핸크 번커 할아버지는 한때 이 짓을 하고는 그걸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채 2년도 못 되어 만취가 되어 높은 탑에서 떨어져, 말하자면 백지장처럼 납작하게 되어 버렸으므로, 사람들은 번커 할아버지를 관 대신 헛간문 사이에다 겨우 틀어넣어서 그대로 매장해 버렸다고 하는데, 나는 실제로 그걸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아빠가 그 이야기를 해주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것은 초승달을 바보처럼 왼쪽 어깨 너머로 본 데서 일어난 일에는 틀림이 없다 이야기가 바뀌어, 하루하루가 흘러 강은 양 둑 사이를 흐르게 되었으므로 우리들이 한 맨 처음 일 중의 하나는 껍질을 벗긴 토끼를 큰 낚싯줄에다 달아 흘렸더니 길이 6피트 2인치, 무게 200파운드 이상이나 되는 사람 크기 만한 메기를 잡은 일이었다. 물론 우리는 이놈을 다를 수 없었고, 잘못하다간 도리어 이놈이 우리들을 일리노이 쪽 둑에다가 내동댕이쳐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이놈이 제 마음대로 이 리 펄떡 저리 펄떡 하고 날뛰다가 드디어 죽고 마는 꼴을 그저 둑에 앉아서 보고만 있었다. 위 속에는 놋쇠 단추 하나와 둥근 공과 여러 가지잡동사니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도끼로 공을 갈라 보았더니 그 속에 서 실감개가 나왔다. 짐은 이 메기가 이것을 오랫동안 위 속에 가지고 있어 이런 모양으로 무엇을 자꾸만 싸고 또 싸서 이렇게 공이 되고 만 것이라고 했다. 미시시피 강에서 잡은 것 중에 가장 큰놈이라고 생각된다. 짐도 이보다 더 큰놈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마을로 가지고 가서 팔면 상당한 액수의 돈이 되었으리라. 마을 시장에서는 이런 물고기를 1파운드 얼마에 팔며, 누구나가 다 얼마큼씩은 고기를 산다. 그 살은 눈처럼 하얗고 기름으로 튀기면 맛이 그만이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사는 게 점점 지루하고 따분하니 신나는 일을 하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을 건너 그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걸 보러 가고 싶은데 어떻겠느냐고 물어 보았다. 짐은 그건 좋은 생각이지만 어두워진 후에 가서 단단히 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 다고 대답했다. 다음 그는 한참 궁리한 끝에 무슨 헌옷 같은 것을 입고 여자애 같은 꼴로 갈 수는 없을까 하고 말했다. 그것도 역시 좋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갱사 잠옷 하나를 줄여서 나는 바짓가랑이를 무릎까지 걷어올려 그것을 입었다. 짐이 등뒤를 낚싯바늘로 찍어매니 꽤 잘 어울렸다 나는 밀짚모자를 쓴 후에 턱 아래에다 모자끈을 매었다. 그랬더니 넓은 챙의 여자 모자를 깊숙이 쓰고 있는지라, 남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연통 이은 곳으로부터 아래를 내려다보는 격으로 모든 것이 기암절벽일 것이었다. 짐은 이거라면 대낮이라 할지 라도 나를 알아볼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며 칭찬을 했다. 나는 여자옷 을 입는 요령을 터득하기 위해서 하루종일 걷는 연습을 하여 얼마 후 에는 왜 선수가 되긴 했지만, 암만해도 걷는 폼이 여자답지 않다고 짐 이 걱정하며, 또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꽃을 때마다 옷자락을 치켜올리는 것만은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걱정이었다. 나는 그 주의를 받아들여 전보다는 훨씬 선수가 되었다.
해가 지자 나는 곧 카누를 타고 일리노이 쪽 둑으로 향했다. 나는 나룻터 조금 아래를 목표로 하여 강을 건넌 것인데 표류되어서 마을 끝에 도착하고 말았다. 카누를 매놓은 다음에 강둑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집에 불이 켜져 있으므로 누가 있는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되어 나는 몰래 접근하여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40살 정토 된 여인이 널빤지로 만든 테이블 위에 촛불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하여튼 이 마을에서 내가 모르는 얼굴은 하나도 없으니까, 이 여인은 다른 고장에서 온 여인이 분명했다. 나는 마음이 약해져서 오지 않을 걸 괜히 왔군 내 목소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잔뜩 겁이 나기 시작하던 판이었으니까 이것은 참 다행한 일이었다. 한편 이 여인이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 2주일이나 있었다고 하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얘기해 줄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노크를 하고는 내가 여자애라는 것을 잊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
제11장 우리는 몰리고 있다.
"들어와요" 하고 여인이 대답했으므로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앉아" 하고 의자를 가리켰다. . 나는 그 말대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여인은 반짝이는 조그마한 두 눈으로 유심히 나를 쳐다보았다. "이름이 뭐지 " "사라 월리암즈예요. " "어디에 살고 있어 이 근천가" "아뇨, 7마일 떨어진 하류에 있는 후커빌이에요. 여기까지 쭉 걸어와서 아주 녹초가 됐어요." ' "배도 고프겠구나. 뭘 좀 줄까" "아는, 아주머니, 배는 고프지 않아요. 전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2마일 아래에 있는 어떤 농가에 들렀더랬어요 그래서 이젠 배는 고프지 않아요. 농가에 들렀었기 때문에 이렇게 늦었어요. 우리 엄마가 병으로 누워 있어서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서 앱너 무어 큰아버지에게 알리러 가는 중이에요. 큰아버지는 이 동네 위쪽 동구밖에 살고 있대 요. 난 아직까지 여길 와 본 일이 없어요. 앱너 큰아버질 아세요" "모르겠는데, 허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직. 여기 온 지 2주일도 안 되니까. 위쪽 동구 밖까진 퍽 멀다. 우리집에서 묵고 가는 게 좋겠다. 모자나 좀 벗어 . " "아는, 좋아요. 좀 쉬었다 가야겠어요. 난 어두워도 무섭지 않아요." 여인은 날 혼자 보내고 싶지 않으며, 자기 남편이 한 시간 반만 있으면 돌아올 테니 남편에게 나를 바래다주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 서 자기 남편 얘기, 상류에 사는 자기 친척 얘기, 하류에 사는 친척 얘 기, 그 전엔 깨가 쏟아질 정도로 재미나게 살았노라는 얘기 어찌된 셈인지 자기들도 모르게 이 마을로 오게 되었는데, 이것은 이제 생각해 보니 큰 실수로 그런 짓을 안 할 것을 괜히 했다는 것과, 그밖에 여러 가지 얘기를 연방 지껄였고, 너무 지껄이는 까닭으로 동네 사정을 알러 이 집으로 들어온 것은 내 실수가 아니었을까 하고 후회하게 된 것인데, 그래도 좌우간 얘기가 아빠와 살인 얘기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나는 한결 안심이 되어 그대로 지껄이게 내버려두었다. 나와 톰 소여 가 1만 2천 달러를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2만 달러라고 했다.) 발견한 얘기와, 아빠의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아빠가 얼마나 운이 나쁘고 또 나 도 얼마나 운이 나빴는가를 지껄인 후에, 맨 나중에는 내가 어디서 죽었는가를 얘기했다. 내가 끼여들었다.
"누가 그랬죠, 그런 짓을 우리는 후커빌에서 그 얘길 왜 들었지만 누가 허클 핀을 죽였는지는 몰라요." "그야 여기서도 누가 허클을 죽였는지 그걸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왜 많지. 핀의 아빠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뭐요...... 정말이에요"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야 핀의 아빠는 자기는 모르지만 하마터면 린칠 당할 뻔했다던데. 그러나 모든 사람들 은 밤이 되기 전에 생각을 바꿔가지고, 짐이라는 도망친 검둥이가 한 수작이라고 판단했다는 거야 " "어째서 또 짐이...... 나는 그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잠자코 있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계속 지껄였고, 내가 한 마디 끼여든 것에 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검둥인 말이다. 허클 핀이 죽은 바로 그날 밤에 도망쳤다는 거 야. 그래서 지금 현상이 붙어 있지...... 300달러래. 그리고 핀의 아버지도 현상이 붙어 있다는 거구...... 200달러라던가 이봐, 이 작잔 살인사 건이 있은 다음날 아침 마을로 와서 사건 얘길 하고 또 나룻배의 시체 수색대와 함께 행동을 한 것인데, 그후 곧 자취를 감춰 버렸다는구나.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 되어 보니 그 검둥이도 없어졌더라는 거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 밤 10시 이후로는 아무도 그놈을 본 사람은 없다 는 사실도 드러났어.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가 그 사건을 그놈의 탓으로 돌린 것인데, 다음날 모두가 이 얘기로 꽃을 피우고 있으려니까 핀 의 아버지가 난데없이 나타나 엉엉 울면서 대처 판사에게 가서 일리노이 주 내의 모든 검둥이 놈을 찾을 테니 돈을 내라고 종주먹을 대더라 는 거야. 판사가 얼마간 돈을 주니까 그날 밤으로 이 작잔 만취가 되어 한밤중까지 아주 험상궂게 생긴 낯모르는 딴 고장 녀석 2명과 싸질러 다니더니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렸다는 거란다. 그 이후로는 이 작 잔 꼬리도 보이지 않았으며 마을 사람들도 이 소동이 좀 가라앉을 때 까진 돌아오지 않을 거로 보고 있지, 왜 그런가 하니, 이제 사람들은 모두 핀이 자기 아들을 죽여 놓고 마치 강도가 한 것처럼 보이려고 여러 가지로 꾸며 놓은 소송 사건에 오랜 시간이 걸릴 말썽도 없이 허클 의 돈을 그저 단숨에 먹어치우려고 한 수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소문에 의하면, 이 작잔 본래 악인이니까 능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음이 있는 놈이라고 하더라 참 간사한 놈이야. 1년 동안만 돌아오지 않으면 만사가 문제없이 될 거야 그놈에 대해서 아무 증거도 댈 수 없게 되고, 그때까진 모든 것이 가라앉아 있을 테니까, 놈은 아주 쉽게 허클의 돈을 자기 수중에 넣고 말 테니." "그렇겠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걸리적거리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그 검둥이가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하나도 없을까요" "천만에, 하나도 없다니. 그놈이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러나 이젠 곧 그 검둥인 체포될 것이고, 협박을 하면 자백할 지도 모르지 " "그렇다면 아직도 검둥일 찾고 있는 거군요" "어머나, 너 숙맥이로구나 300달러라는 돈이 매일같이 누가 주우라 고 그냥 길에 굴러다니고 있다더냐 그 검둥이가 이 근방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있어 2, 3일 전에 이웃집에 살고 있는 노인 부부와 얘기하던 끝에 우연히 이 부부가 강 저쪽에 작슨 섬이라고 부르는 그 섬에는 거의 아무도 가본 일이 없다고 하는 얘길 하게 됐어. 누가 그 섬에 살고 있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노부부는 '아니,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아요' 하고 대답하더군 난 그 이상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이리저리 궁리를 해봤어.
그날보다 하룬가 이틀 전에 섬머리 근방에서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본 것이 확실하니까 난 혼잣말을 해봤단 말이야 - 그 검둥인 거기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찾아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그후 연기가 안 보이니까 그게 놀이라고 하면 이젠 없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좌우간 우리 애아버진 조사하러 가기로 했단 - 또 한 사람과 함께. 우리 애아버진 저 상류에 가 있었지만 오늘 돌아왔어 두 시간 전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그 얘길 했지 뭐냐." 나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덜컥 걱정이 되었다. 두 손으로 무엇을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바늘 하나를 집어들어 그것에 실을 베기 시작했다. 사뭇 손이 떨려 잘 꿰지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얘기가 끝났을 때 난 얼굴을 쳐들었다. 그때 내 쪽을 왜 이상한 눈초리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바늘과 실을 아래에다 내려놓고는 재미있는 척해 보였다-사실 재미있기도 했다. "300달러라고 하면 큰돈이군요. 우리 엄마 돈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그럼 아저씬 오늘 밤 그 섬으로 떠나는 건가요" "아아 그럼. 애아버진 아까 얘기한 사람과 함께 배를 한 척 구하고, 총을 한 자루 덤으로 빌릴 수 있을까 없을까 그걸 알아보러 윗마을로 갔단다. 두 사람은 자정 조금 지나게 될 때 떠나게 될 거야 "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잘 보이지 않을까요" "그야 그렇지 검둥이도 이쪽을 잘 볼 수 있을 테구. 그렇지 한밤중이 지나면 놈은 어쩌면 자고 있을 테니까 우리 애 아버지들은 숲속을 살살 걸어다니며 컴컴하면 컴컴할수록 야영 모닥불을 발견해 내기가 쉬운게 아냐. 놈이 그대로 불을 피우고 있다면 말이야." "아 정말 그렇군요."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조금 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얼마 후에 아주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너 이름이 뭐랬지" "메 메리 월리암즈예요," 암만해도 전에 메리라고는 하지 않은 것만 같았으므로 나는 차마 얼굴을 쳐들 수가 없었다. 암만해도 '사라'라고 한 것만 같아서 나는 어쩐지 추궁을 당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니 느낌이 들었을 뿐만 아니 라 사실 그런 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이 아주머니가 좀더 무슨 얘길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점점 불안해지기만 했다. 그런데 그때 그 여 인이 입을 열었다 "저, 너 처음에 여기 왔을 땐 사라라고 그런 것 같았는데" "네, 그래요. 아주머니, 그랬어요. 사라 메리 월리암즈예요. 사라란 제일 첨 이름이에요. 날 사라라고 부르는 사람도, 메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 "오오, 그렇기도 한가" "그럼요, 아주머니 " 나는 아까보다는 마음이 좀 편해졌지만 어쨌든 이 집에 있고 싶진 않았다. 아직 머리를 쳐들 수가 없었다. 화제를 바꾸어, 아주머니는 살기가 말이 아니라는 것과 가난한 살림 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 쥐놈들이 마치 이 집주인인 것처럼 제마음대로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는 것과, 그밖에 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와 비슷한 얘기를 언제까지나 한 것인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또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쥐 얘긴 정말이었다.
저쪽 구석 구멍에서 쉴새없이 쥐코가 날름거리는 꼴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혼자 있을 때에 는 원이든 쥐에게 던질 물건을 옆에다 항시 놓고 있지 않으면 안되며, 그렇지 않으면 쥐가 야단을 하여 쥐 성화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뒤틀어서 그 끝을 마디로 만든 납몽둥이를 나에게 보이며. 대개는 이놈을 멋지게 던져서 맞히는 것인데, 하룬가 이틀 전에 그만 한쪽 팔을 삐고 말아, 이제는 그 전처럼 멋지게 맞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찬스를 보아 던진 것인데 그만 과녁을 빗나가 팔만 삐어 '아야' 하고 비명을 올렸다. 그래서 다음 놈은 나에게 해보라고 했다. 나는 이 집 바깥주인이 오기 전에 어서 이 집에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내색은 조금도 보이진 않았다. 나는 끝이 뒤틀린 납몽둥이를 주워다 구멍에서 남실 코를 내민 농을 향해서 잽싸게 던졌다. 만일 이놈이 코를 내민 장소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면 상당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여인은 아주 잘 던졌다고 칭찬을 하며 요다음 쥐 는 문제없이 맞힐 거라며 어서 다시 한번 해보라는 눈치였다 그녀는 납덩이를 다시 들고와 그것과 함께 털실 한 뭉치를 들고 오더니 나에 게 좀 도와 달라고 했다 내가 손을 내밀었더니 두 손에다 털실을 걸고 는 자기 얘기와 영감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더니 도중에서 말을 끊었다. "쥐에서 눈을 떼면 안 돼. 납덩일 손이 닿을 수 있는 네 무릎 위에다 놓아두는 게 좋다. "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납덩이를 내 무릎에다 떨어뜨렸으므로 나는 그걸 두 다리를 꼭 오므려 받았으며, 그녀는 그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안에 지나지 않았다. 털실을 집어들더니 곧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자못 즐거운 듯이 말했다. "자, 자, 네 진짜 이름은" "뭐, 뭐요, 아주머니" "네 진짜 이름은 뭐냐 말이야 빌 이냐, 톰이냐, 불이냐 - 그렇잖으면 뭐지 " 나는 나뭇잎처럼 떨었을 것이리라. 뭐라고 해야 좋을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어쨌든 대답만큼은 "아주머니, 나 같은 불쌍한 계집아일 놀려선 안 돼요. 여기 있는 게 귀찮으시다면 난...... "나가겠다는 거지. 안돼. 거기 가만히 있어. 난 네게 해를 끼치려고도 하지 않고 밀고도 안해. 네 비밀을 얘기하렴. 그리고 날 믿어. 비밀을 지킬 테고 게다가 널 도와 줄 테니. 우리 영감도 네가 소원이라면 역시 그렇게 해줄 게다. 넌 아무리 봐도 집을 도망친 떠꺼머리 고용놈이야. 그렇다니까 암만 봐도. 아무것도 아냐. 아무 해도 없어. 넌 학대에 못 이겨 도망치려고 결심한 거야. 불쌍도 해라, 얘야, 난 밀고는 안한다. 자, 무엇이든지 낱낱이 얘기해 봐, 좋은 앤 그래야만 되는 거야." 나는 이 이상 더 연극을 해봐도 소용이 없을 것만 같아서, 깨끗이 모든 걸 자백할 테니, 아까 한 약속만은 깨뜨려선 안 된다고 지레 다짐을 주었다. 이렇게 다짐을 받고 나서 난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아 법률이 명하는 대로 강으로부터 30마일 떨어진 오지에 사는 어느 구두쇠 농부 영감의 집에 일꾼으로 들어간 것인데, 대우가 말이 아니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영감이 이틀 동안 집을 비운 사이를 이용하여 딸의 헌옷을 훔쳐 입고 도망을 쳐 30마일을 사흘이나 걸려서 여기까지 왔으며 밤엔 걷고 낮엔 숨어서 쉬고 그 집에서 가지고 나온 빵과 고기가 든 주머니를 아직도 가지고 있으며, 식량도 며칠은 충분하고 앱너무어 큰아버지가 나를 받아 줄 거라고 믿고 있으므로 이 고센까지 왔노라고 긴 설명을 늘어놓았다. "고센이라고, 얘야 여긴 고센이 아니다. 센트 피터즈버그야. 고센은 아직도 9마일이나 상류야. 누가 이 마을이 고셴이라고 너에게 가르쳐 주었단 말이냐" "누군지 오늘 아침 먼동이 틀 무렵에 내가 낮잠을 자러 숲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만난 사람이에요. 길 갈림목이 나오거든 바른쪽으로 가거라 5마일만 더 가면 고센에 다다른다고 그 사람이 그러던데요." "취해 있었나 보구나. 정반대로 가르쳐 주다니 "
"아주머니 얘길 듣고 보니 어째 그 사람 꼴이 취한 것 같기도 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젠 떠나야겠어요. 밤이 새기 전에 고센 에 도착하겠지요." "잠깐만 기다려. 뭘 좀 간단한 걸 만들어 줄 테니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여기서 그녀는 먹을 것을 만들어 나에게 주고 나서 말했다 "저 말이다. 누워 있는 암소가 일어설 때 어느 쪽에서부터 일어나 지" "뒤쪽이지 뭐예요, 아주머니." "이끼가 끼는 건 나무 어느 쪽이냐" "북쪽이 에요." "언덕 비탈에서 소가 열 다섯 마리 풀을 뜯고 있다면 그 중 몇 마리가 같은 방향을 향해서 풀을 뜯고 있지" "열 다섯 마리 전부죠, 아주머니." "옮지, 정말 시골서 자란 것 같구나. 어쩌면 또 날 속일 셈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되어서 한데 네 진짜 이름은" "조지 피터즈예요, 아주머니 " "응, 그래, 조지, 잘 외고 있어, 나가기 전에 알렉산더라고 나에게 말하고 꼬리를 잡히자 조지 알렉산더라고 속이는 그런 수작은 안 하도록 조심해.
그리고 또 그 낡아빠진 갱사옷으로 여자 흉내를 내는 건 제발 그만둬. 남잘 속일 순 있을지 모르지만 여자 흉낸 전혀 돼 있지 않아. 얘야, 바늘에 실을 꿰려고 할 때에는 실을 움직이지 않고 바늘을 실 쪽으로 갖다대는 게 아냐. 바늘을 움직이지 않고 실을 바늘구멍에 갖다 꿰는 거야. 그리고 또 쥐나 뭐에게 가져다가 쥐 있는 데서 6,7피트 떨어진 곳에다 던져 버리는 거야. 팥을 뻣뻣이 내뻗고 어깨에 회전축이라도 있는 듯이 어깨에서부터 던지는 것은 여자들이 하는 식이고, 팔을 한쪽으로 뻗고 손목과 팔꿈치로 던지는 것은 남자들이 하는 식이란다 그리고 말이다. 뭘 무릎으로 받으려고 할 땐 여자는 두 무릎을 떼는 법이야, 이 도령아, 네가 납덩일 받았을 때처럼 무릎을 갖다 모으진 않아 난 네가 바늘에 실을 꿰려고 할 때 남자라고 하는 걸 단번에 알아했는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다른 걸 생각해 낸 거야 자, 이젠 아저씨 댁에 어서 뛰어가. 사라 메리 월리엄즈 조지 알렉산더 피터즈. 그리고 무슨 귀찮은 일이 생기면 주디스 롭터스 아주머니에게 연락하라구. 이게 내 이름이다. 될 수 있는 데까지는 널 돌보아줄 테니까. 쭉 둑길만을 따라가는 거다. 그리고 다음에 여행을 할 때에는 구두와 양말을 가지고 오도록 해. 둑길은 돌투성이로 고센에 도착할 때의 네 발은 말이 아닐 게다. " 나는 50야드쯤 길을 따라 올라간 후, 다시 뒤로 돌아서 그 집 한참 아래에다 매둔 카누 있는 데까지 다시 걸어갔다. 몸을 싣기가 무섭게 출발했다. 섬의 북단이 보이는 상류까지 멀리 스쳐 올라간 후에 강을 횡단했다. 이젠 사람 눈을 피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므로 밀짚모자를 벗었다. 강 한가운데 에 왔을 때 시계가 치기 시작했으므로 노젓는 것을 멈추고 듣자니까 소리는 물위를 멀리, 그러나 똑똑히 들려왔다. 11시. 섬 북단에 이른 나는 거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나 할 정도였지만.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캠프가 있던 숲속으로 달려가, 높고도 마른 그 곳에 굉장히 큰불을 질렀다. 그러고 나서 나는 다시 카누에 몸을 싣기 가 무섭게 1마일 반 하류의 우리들이 현재 있는 장소를 향해 힘껏 노를 저었다. 상륙하자 숲을 뚫고 언덕을 올라 동굴 속으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갔다. 동굴 속에서는 짐이 땅 위에 나자빠진 채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짐을 깨웠다. "짐, 어서 정신차려 1분도 어물거릴 수 없어. 우린 몰리고 있어" 짐은 아무 말도 묻지도 않고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후의 30분 동안에 일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얼마나 겁을 먹고 있었는가를 능히 알 수 있었다. 30분 후에는 우리는 전재산을 뗏목에 실었고, 뗏목을 감추어 둔 버드나무 물굽이에서 언제 밀어내도 좋을 만한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동굴의 야영 모닥불부터 끄고, 그후에는 촛불 광선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조심했다. 나는 카누를 둑에서 약간 저어 나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비록 근처에 배가 있었다 하더라도 눈에 띄지는 않았으리라. 별과 그늘 때문에 비쳐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우리는 뗏목을 둑에서 내어 둑의 그 늘 속을 미끄러지듯 흘러 죽은 듯이 고요한 섬의 말단을 지난 것인데, 둘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12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좋아'
우리들이 마침내 섬 아래까지 왔을 때는 1시 가까운 시간이었음에 틀림없고, 뗏목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만약 배가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는 카누에 바꿔 타고 일리노이 쪽으로 도망칠 작정이었다. 배가 오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으로, 우리는 카누에다 총과 낚싯줄과 먹을 것을 싣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도 서두르고 있어서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이나 전부 뗏목에 실은 것은 좋은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만일 예의 그 두 사나이가 섬에 온다면 내가 질러놓은 야영 모닥불을 발견하고는 짐이 모습을 나타내기를 기다려 밤새도록 감시를 계속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우리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고, 내가 불을 지른 일이 두 사람을 우롱하지 않았더라도 그건 내탓이 아니다. 나는 되도록이면 저급한 수법으로 두 사람을 곯려 준 것이다. 동쪽이 훤히 밝아오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일리노이 쪽 둑에서 크게 굽어든 물굽이에 있는 사주에다 뗏목을 매놓고, 도끼로 미루나무 가지를 쳐서 뗏목 위를 덮어놓았으므로 뗏목은 마치 둑의 그 부분에 함몰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사주라는 것은 미루나무가 써레 이빨 모양으로 우거진 모래톱을 말한다. 미주리 쪽 둑에는 산이, 일리노이 쪽 둑에는 깊은 삼림지대가 있고, 우리가 뗏목을 매둔 수로는 미주리 쪽이었으므로 누구하고 만나리라고 하는 걱정은 통없었다. 우리는 하루종일 숨어서 뗏목과 기선이 미주 리 쪽 둑을 흘러 내려가고, 또 상류를 향하는 기선이 이 강 한가운데서 이 강과 격투를 하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짐에게 그 여 인과의 얘기를 전부 털어놓았더니 짐은, 참 머리가 좋은 여자야. 만일 그 여자가 손수 우리들을 추격하기로 했다면 그 여잔 가만히 앉아서 야영 모닥불이나 지켜보고 있을 여자가 아니야. 아니 천만에, 필경 개를 데리고 올 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왜 그 여자가 주인더러 개를 데리고 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고 물었다.
짐이 하는 말이, 두 사람이 떠나려고 할 때 그 여자는 정말로 그 일을 생각해 내어 그래서 두 사람은 개를 구하러 윗마을로 가, 그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 마을로부터 16,7마일이나 하류인 이 사주에 와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아니, 정말로 우리 마을로 다시 끌려가 있을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두 사나이가 우리들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그 체포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든 그 것은 상관할 바 아니라고 해주었다 사방이 어둑어둑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미루나무 덤불사이로 얼굴을 내밀고는 강 상류와 하류 쪽을 내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짐은 뗏목 및쪽의 판자 몇 장을 뜯어서 아늑한 윅왬(아메리카 인디언의 텐트 오막집)을 만들어, 찌는듯이 내리쪼이는 볕과,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속으로 피신을 하기도 하고, 또 물건 을 적시지 않도록 넣어 두기로 했다. 짐은 이 윅왬에다 마루를 깔고, 그것을 뗏목 높이보다도 1피트 이상 높였으므로 살림 도구에 파도가 미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우리는 윅왬 한복판에다 높이 5,6인치 가량 의 진흙대를 만들어 그것이 움직이지 않도록 그 주위에다 나무틀을 둘렀다
축축한 날씨와 추울 때에는 이 위에서 불을 피우기도 한 것인데, 윅왬이 있는 까닭으로 밖으로 눈에 띌 염려는 전혀 없다 그리고 또 우리는 여분의 노도 몇 개 만들었다. 이것은 다른 노 하나가 물 속에 잠긴 나무나 그밖의 것에 부딪쳐 깨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우리는 헌 초롱을 걸어두는 짧은 두 갈래의 막대기도 준비했다. 기선이 내려오는 것이 보일 때에는 반드시 기선에 눌려 깨지고 마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류로 향하는 기선의 경우에는 우리가 횡단수로라고 불리는 특정 장소에 있지 않는 이상 초롱에 불을 켤 필요는 없었다. 강물의 높이는 아직도 상당히 높아, 반드시 수로를 통할 필요는 없었고, 흐름이 완만한 수역을 찾아서 올랐기 때문이다.
이 두번째날 밤 우리는 시속 4마일 이상의 흐름을 타고 7,8시간 강을 오르내렸다. 우리는 고기를 낚았고, 얘기도 교환했고, 또 때때로 졸음을 쫓기 위해서 헤엄도 쳤다. 벌렁 누워 별을 쳐다보면서 크고도 고요한 강을 떠내려가는 데에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엄숙함이 있었고, 커다란 목소리로 지껄일 생각은 통 나지 않았으며, 별로 웃음소리도 내는 일 없이 고작 낮은 소리로 킬킬대는 정도였다. 대체로 날씨는 화창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도, 다음날 밤도, 그 다음날 밤도. 밤마다 우리는 여러 마을 옆을 지났는데, 그 중 어떤 마을은 저 멀리 떨어진 시꺼먼 구릉 비탈에서 반짝이는 한 지점에 지나지 않았으며,집이라곤 한 채도 보이지 않았다. 닷새되는 날 밤에 우리는 센트 루이스를 통과했는데, 마치 온 세상에 불이 켜져 있는 것만 같았다. 센트 피터즈버그 사람들은 센트 루이스의 인구가 2,3만 명이라고 했지만, 이 고요한 밤 2시에 놀랄 만큼 넓게 퍼진 그 숱한 여러 불빛의 바다를 보고서야 비로소 나는 그 얘길 믿을 수 있었다 이 강 위에서 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았고, 모든 것이 잠만 자고 있었다. 밤마다 10시경이면 나는 그 어떤 조그만 마을에 몰래 상륙하여, 옥수수 가루와 베이컨과 다른 음식물을 10센트 내지 15센트어치 샀으며, 또 이따끔 닭장에서 자고 있지 않는 닭을 잡아가지고 돌아오는 수도 있었다. 아빠는 늘 입버릇처럼 기회 있는 대로 꼭 닭을 훔치라고 말했었다. 그것은 내 자신은 닭을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그걸 원하는 사람은 삘새가 없을 터이니 선행이라는 건 늘 잊혀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빠 자신이 닭을 싫어한 걸 한 번도 본 일은 없는데, 어쨌든 아빠는 늘 그런 소리를 했다.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에 나는 여러 번 옥수수밭으로 몰래 기어들어가 수박이나 참외 호박 싱싱한 옥수수 등을 차용하기로 했다 아빠는 언제나 돈을 갚을 작정으로 있다면 무엇이든 차용해도 상관할 것 없다고 했지만 과부댁은 차용한다고 해도 그것은 도둑질을 합리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으니 점잖은 사람이라면 할 짓이 못 된다고 했다. 짐은 과부댁의 말도 옳고 또 아빠의 말도 옳으니까 표를 만들어서 그중에서 둘인가 셋쯤 뽑아서 그건 다시는 차용하지 않기로 하는 게 제일 좋고, 다른 것은 차용해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캔털루프 (참외의 일종)를 그만둘 것인가, 참외를 그만둘 것인가, 이 중에서 무엇을 그만둘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벽 무렵에 이르러 우리는 의논이 만족스럽게 결말이 지어져 야생 능금과 감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진 어쩐지 마음이 꺼림칙했었는데, 결정을 짓고 보니 마음이 거뜬해졌다. 야생 능금은 언제나 맛이 좋지 못했고, 감은 익으려면 아직도 2,3개월은 더 걸려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는 가끔 아침에 지나치게 일찍 일어났거나 저녁 때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은 물새를 쏘았다. 통틀어 말해서 우리는 왜 호화로운 생활을 한 셈이었다.
센트 루이스 하류에서 닷새되는 날 밤 한밤중이 지났을 때 큰 폭풍우가 일고 무서운 천둥과 번갯불이 번쩍번쩍 야단을 치더니, 비가 마치 폭포수 모양으로 마구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는 윅왬 속으로 들어가 모든 걸 뗏목에 내맡겼다. 번갯불이 번쩍 비치자 눈앞에는 크고도 기둥 같은 똑바른 강이, 그리고 양쪽으로는 천야만야한 바위 절벽이 보였다. 얼마 후에 나는, "어이, 짐! 저걸 좀 봐!" 하고 짐을 불렀다. 바위에 부딪쳐 부서진 기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향해서 똑바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번갯불 덕택으로 여간 똑똑히 보이는 게 아니었다. 기선은 상갑판 일부가 수면 위로 삐죽 나와 있고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 연통의 받침 쇠줄은 가는 것까지도 낱낱이 보였으며, 큰 종 옆에 놓인 의자 등에 소프트 모자가 하나 걸려 있는 것까지도 번쩍 번개가 칠 때마다 보였다.
그런데 밤이 늦기도 하고, 폭풍우이기도 하고, 또 모든 것이 신비적이기도 하였으므로 강 한복판에 이처럼 슬프고도 외롭게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기선을 본 나는, 소년이라면 누구나 다 틀림없이 느꼈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진 것이었다 즉 그 기선 위로 올라가 이리저리 걸으면서 무엇이 있나 조사해 보았으면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짐에게 "짐, 저 배에 올라갈까." 하고 물었다. 짐은 처음에는 반대했다.
"난 난파선 같은 델 가서 맥없이 돌아다니긴 싫어 우리는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이 잘 살고 있으니까 성경에도 있듯이 족함을 족하다고 알지어다가 제일 좋아, 어쩌면 그 난파선엔 망꾼이 있을지도 모르지," "망꾼이라고, 바보 소리 마. 상갑판실과 조타실 외에는 망볼 거라곤 아무것도 없잖아. 언제 깨져 떠내려 갈지도 모르는 상갑판실과 조타실을 위해서 이런 밤중에 목숨을 내걸 사람이 있을 줄 알아." 짐은 이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고, 또 숫제 대답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말이야"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선장실에서 그 무슨 가치있는 물건을 빌려올 수 있을수도 모르잖아 시거쯤은 문제없어. 한개에 5센트 하는 놈은 말야, 기선 선장은 부자일 게 뻔하지 않아. 60달러나 되는 월급을 받고 있으니까 그렇잖아. 그러니까 갖고 싶은 물건은 무엇이든 얼마든지 상관할 것 없이 돈을 내고 사는 거야, 알았어. 어서 주머니에 초를 하나 넣어, 짐. 저 난파선을 한번 뒤져보지 않고선 내 성이 풀릴 것 같지 않아. 짐은 톰 소여가 이걸 그냥 내버려둘 줄 알아. 천만에, 흥, 내버려두긴. 톰은 이걸 모험이라고 부르고 - 그럼, 모험이라고 부르고 말고, 비록 목숨을 거는 일이 있더라도 이 배에 오르고 말 거야, 꼭. 그리고 신이 나게 해치울 거야. 막 뻐기며, 안하는 것이 없을 거야, 마치 천국을 발견해 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이랬었겠지 하고 생각될 만큼. 톰 소여가 여기 있으면 얼마나 좋아."
짐은 처음에는 툴툴 불평을 늘어놓았으나 찬성하고 말았다. 우리는 필요한 얘기 외에는 하지 말 것이며, 한다 해도 아주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하자고 했다. 때마침 이때 번갯불이 난파선을 비추었으므로 우현 데틱크로 달려들어 날쌔게 뗏목을 잡아매었다. 갑판의 이 부분은 수면 위로 높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어둠 속을 상갑판실로 향해 경사진 왼쪽 현을 발소리를 죽여 걸어갔으며, 발로 찬찬히 뒤지며 두 손을 뻗쳐 더듬으며 받침쇠줄을 피했다 아주 컴컴해서 받침쇠줄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선창 앞쪽 끝에 이르러 기어올라갔다 다음 한 걸음 내딛자 우리는 선장실 입구에 서게 되었는데, 이게 열려 있고, 놀랍게도 상갑판실 저쪽에 등불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것과 동시에 저쪽에서 낮은 얘기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짐은 웬일인지 아주 기분이 나빠졌다고 하며 돌 아가자고 속삭였다.
나는 그러자고 하고는 뗏목 있는 데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마침 그때 누가 통곡을 하며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제발 그것만은 그만둬 줘, 자네들. 절대로 누설하진 않을 테니까" 다른 왜 큰 목소리가 말을 받았다. "이새끼, 또 거짓말이야? 그런 네 수작이 이번 한 번만인 줄 알아. 넌 언제나 약탈품의 자기 몫 이상을 내라고 하고는 반드시 그걸 손안에 넣었거든 내지 않으면 다른 놈들에게 누설하겠다고 공갈을 치고는. 허나 이번만큼은 좀 지나친 소릴 했지, 네놈은. 네놈처럼 인간이 천하고 믿을 수 없는 놈은 이 나라엔 또다시 없을 거야." 그 동안에 짐은 뗏목 있는 데에 가 있었다. 나는 호기심으로 가슴이 들끓으며, 톰 소여라면 여기서 꽁무닐 빼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꽁무닐 뺄 순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걸 알아내 고야 말겠다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그래서 나는 좁은 통로에 네 발로 엎드려, 상갑판실의 횡단 낭하 사이에 객실이 하나밖에 없는 곳까지 어둠 속을 고물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러자 그곳 마루 위에 수족이 결박된 사나이 하나가 쓰러져 있고, 그 옆에 두 사나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 하나는 흐릿한 초롱을 들고 있고, 다른 하나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권총을 마루에 있는 사나이의 머리에서 떼지 않으며 이렇게 을러대고 있었다. "이놈을 그저 한방! 정말 그래줘야 해. 사람 같지 않은 놈 같으니라구!" 마루에 쓰러져 있는 사나이는 잔뜩 위축되어 이렇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아아, 빌,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죽어도 누설하지 않을 테니." 이 사나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초롱을 들고 있는 사나이는 비실비실 웃으며, "아, 그야 넌 누설하지 않을 테지! 이 이상으로 참말을 말해 본 적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뭐야, 그 애원하는 꼴은. 하지만 우리가 이놈을 이겨내어 결박하지 않았다면 우리 둘은 문제없이 저놈 총에 얻어맞고 죽었을 게 아냐. 뭣 때문이지. 뭣 때문이야. 우리가 권리를 주장했기 때문이지 - 다만 그뿐이야. 한데 이봐, 짐 터너, 넌 이젠 아무도 위협할 생각은 없겠지. 어이 빌 그 권총을 집어치워 ." 그러나 빌은, "천만에, 제이크 팩카드. 난 이놈을 죽여 버릴 작정이야. 그리고 이놈은 아주 똑같은 방법으로 햇필드 노인을 죽인 게 아니냐 말야. 보복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냐 말야" 하고 지지 않았다.
"하지만 말일세, 난 이놈을 죽이고 싶진 않아. 그만한 이유가 있지," "그런 말을 해주니 자낸 축복을 받을 거야, 제이크 팩카드! 자네 은혜는 일생을 두고 잊어 버리지 않을 테야." 얼른 윗쪽 객실로 기어들어갔다. 팩카드는 어둠 속을 손더듬으로 와서 내가 있는 객실까지 왔을 때, "여기야, 이리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팩카드가, 그리고 빌이 들어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나는 진퇴양난의 경지에 몰리게 되어, 온 것을 후회하고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거기 서서 손을 침대 선반에다 걸치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시고 있는 위스키 냄새로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위스키를 마실 줄 모르는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마음놓고 숨을 쉴 수 없었으므로 언제까지 거기 몰려 처박혀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몹시 겁이 났다 그리고 또 사람이라는 것은 숨을 쉬며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았다. 빌은 터너를 죽이고 싶어했다. 빌은 이런 말을 했다. "놈은 밀고하겠다고 했고, 사실 그 말대로 밀고할 거야. 이렇게 되고만 이제 우리 두 사람의 몫을 그놈에게 주겠다고 해본댔자 이렇게 싸움을 하고도 이렇게 우리들이 놈에게 혼을 내준 후니 아무 소용도 없을 거야, 놈이 우리들에게 불리한 증인이 될 것은 뻔해 어때, 내 말 좀 들어봐. 그놈을 깨끗이 없애 버려 귀찮은 문제를 제거해 버리자는 거야, 내 말은" "나도 동감이야." 팩카드는 아주 나직이 말했다. "아니 뭐야 싱겁게 임잔 그런 생각이 아니려니 하고 내가 생각한 참인데, 그럼 이걸로 됐어. 자, 치워 버리세 " "잠깐만 아직 내 말은 끝난 게 아냐. 잘 들어봐. 쏘는 것도 좋지만 꼭 해야만 하겠다면 좀더 조용한 방법이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거야. 만약 위험을 불러일으킬 것도 없이, 더군다나 같은 정도로 멋지게 목적을 달성할 방법만 있다면 목매달아 죽일 밧줄을 손수 찾아 다니는 건 그리 영리한 방법이 아니거든. 어때, 그렇잖아 이 사람" "그야 그렇지.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대관절 어떻게 하자는 거지, 임자 생각은?" "음, 내 생각은 결국 이래, 좀더 객실을 살펴보고 거기 남은 물건을 모아 둑으로 가지고 가서 그걸 감춘단 말이야. 그리고 기다리자는 거야. 채 두 시간도 못 가서 이 난파선은 산산조각이 나 하류로 떠내려 갈 게 뻔하지 않아. 알겠나? 놈은 쇠절구나 마찬가지지 뭐야. 그렇게 되는 것도 자승자박이지 뭐야. 내 생각은 말일세. 놈을 죽여 버리기보다는 차라리 이게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말이야. 되도록이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반대야. 분별이 없는 양심적이 아닌 얘기야. 어때 내 말이 옳지?" "응, 그럴 것 같애 한데 말이야, 배가 산산조각으로 떠내려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어쨌든 두 시간쯤 기다렸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면 되잖아. 그것도 못 기다려." "그럼 됐어 가세." 여기서 두 사람은 방을 나갔다 나는 온몸이 식은땀 투성이가 되어 얼른 그곳을 피해 이물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거긴 마치 먹물을 깔은 듯 기암절벽이었다. 그러나 나는 목쉰 소리로 속삭였다. "짐" 그러자 내 팔꿈치 바로 옆에서 짐이 신음소리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빨리, 짐 꾸물거리거나 신음하고 있을 새가 없어 사람 백정놈들이 저기 있어. 그놈들의 보트를 찾아내어 놈들이 이 난파선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떠내려보내지 않으면 그 중 한 놈이 야단나게 돼. 그러나 놈들의 보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린 놈들 전체를 혼나게 할 수 있단 말야 - 군 치안관이 체포할 테니까 말이야. 어서 - 빨리 해. 자, 난 왼쪽 현을 찾아볼 테니, 짐은 오른쪽 현을 찾아봐. 뗏목 있는 데서부터 시작해, 그리고...... "아아, 하느님 맙소사! 뗏목이라고! 뗏목 그림자도 없는데. 밧줄이 끊어져서 떠내려갔어! 우릴 여기 남겨놓고." 제13장
월터 스콧트 호로부터의 공정한 약탈품 나는 숨이 막히며 그만 기절할 것만 같았다 저런 갱놈들과 함께 난파선에 감금되는 신세가 되고 말다니! 그러나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그 보트를 찾아내어 우리가 당장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오른쪽 현을 따라 걸어갔는데, 고물까지 이르는 데 일주일이나 걸린 것만 같았다. 보트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짐은 이 이상 더는 걸을 것 같지도 않았다. 무서워서 그만 힘이 빠져 버렸다고 꼼짝도 안했다. 그러나 나는 정신을 차려야지, 만일 이 난파선에 그대로 남게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 날 거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엉금엉금기기 시작했다. 상갑판실 끝을 목표로 하여 기어가 그것이 눈에 띄었으므로, 그후로는 천창 위를 들창에서 들창을 따라 매달리면서 앞으로 나갔다. 천창끝이 침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횡단 낭하의 문 바로 옆에까지 왔을 때 과연 거기 스키프가 있었다! 희미하게 그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을 만큼 고마웠다. 다음 순간 내가 스키프에 몸을 실으려고 했을 때, 마침 문이 열리며 사나이 하나가 내가 있는 데서부터 불과 2피트 거리에서 불쑥 머리를 내밀었으므로 나는 이젠 모든 것이 그만이로구나 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또다시 머리를 움츠리고는, "그 빌어먹을 초롱을 보이지 않게 감춰 두지 못해" 하고 이쪽 사나이에게 쏘아붙였다. 이 사나이는 무엇이 든 주머니를 보트에 던지고는 다음에 자기도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팩 카드였다. 이번엔 빌이 나와 보트에 올라탔다. 팩카드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준비 완료 - 내밀어" 나는 녹초가 되어 들창문에 매달려 있기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이때 빌이 말했다. "잠깐만, 그놈 몸을 뒤져 보았던가" "아니 , 자넨" "아니, 저런, 그럼 그놈은 자기 몫의 현금을 아직 가지고 있겠구먼." "음, 그래. 그럼 따라와. 쓸데없는 물건만 가져가고 돈을 놔두고 가서야 되나." "한데 말일세, 그놈 우리가 뭘 하려는지 그걸 의심하지 않을까" "의심 안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린 어쨌든 돈을 손안에 넣어야만해. 자, 가세." 문은 기운 쪽에 달려 있었으므로 꽈당 하고 닫혔다. 다음 순간 나는 순식간에 보트에 올라탔고, 짐이 내 뒤를 따라 굴러들어왔다. 나는 칼을 꺼내 밧줄을 잘랐으며 우리는 순식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노에 손을 대지도 않았으며, 입을 떼지도 않았을 뿐더러 속삭이지도 않았고, 아니 거의 숨까지도 죽이고 있었다. 스키프는 죽은 듯이 고요히 미끄러져 떠내려가 외를 덮개 끝을 지나 다음에는 고물 옆을 빠져 그러고 나서 1,2초 후에는 난파선 하류 100야드 거리에까지 내려와 있어, 그때 암흑은 이 배 전체를 삼키고 있었으므로 이젠 살았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400여 야드쯤 하류에 왔을 때 상갑판실의 문에서 초롱이 잠시 조그마한 불꽃처럼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이것으로 우리는 악한들이 보트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 이젠 자기들도 짐 터너와 똑같은 운명에 빠진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 얼마 후에 짐은 노를 집어들고 우리는 뗏목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비로소 나는 그 세 사람의 일이 걱정되었다. 지금까진 그런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비록 사람을 죽인 범인이라 할지라도 그런 운명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난들 앞으로 언제 어느 때 살인을 할지도 모르고, 만일 저런 경우에 빠지게 되면 대관절 기분이 어떨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짐에게 말했다. "맨 처음 불빛이 보이거든 거기서부터 100야드 상류나 혹은 하류에다 너와 보트를 안심하고 감출 수 있는 장소에 오르기로 해. 그 다음 난 무슨 얘길 꾸며내 누가 그 악당놈들을 구해내게 해가지고는 적당한 시기에 놈들을 교수형에 처하도록 해야겠어." 그러나 이 생각은 실패였다. 왜냐하면 또다시 폭풍우가 일기 시작했고, 아까보다도 심했다. 불빛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잠을 자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불빛을 찾으며 또 우리의 뗏목을 찾으며 강을 맹렬한 기세로 내려갔다. 한참만에 비는 그쳤지만 구름은 걷히지 않았고, 번갯불은 계속 번쩍거렸다 얼마 후에 번갯불이 번쩍하는 바람에 저만큼 앞에서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떠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으므로 그것을 목표로 하여 그쪽으로 보트를 몰았다. 그것은 우리 뗏목이었다. 또다시 뗏목에 오를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때 훨씬 하류 오른쪽 둑에 불빛이 하나 보였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가보겠노라고 했다. 스키프는 그 악당놈들이 난파선에서 훔친 약탈품으로 절반이나 찼다. 우리는 그것을 뗏목으로 옮겨 싣고. 짐에게 그냥 그대로 내려가 2마일쯤 간 후 초롱에 불을 붙여 놓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끄지 말고 그대로 놔두라고 당부를 하고는 노를 집어들고 불빛을 목표로 젓기 시작했다. 그쪽으로 접근해 가자니까 언덕 중턱에 불빛이 서너 개 보였다. 마을이었다. 나는 강둑 불빛 위지점으로 배를 저어 놓고 노에서 손을 떼고는 흐르는 대로 내맡겼다. 그 옆을 지날 때 보니 그것은 대형 나룻배의 이물 깃대에 매달려 있는 초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시인은 어디서 자고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면서 주위를 빙 돌고 있자니까 금세 나는 머리를 무릎 사이에다 처박고 이물의 큰 밧줄 위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고 있는 감시인을 발견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서너 번 가볍게 두들기고 나서 울기 시작했다 감시인은 깜짝 놀란 모양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게 나라는 것을 깨닫자 큰 하품을 하고 기지개부터 켜고 나서 말했다 "어이 웬일이야? 울지마, 얘야, 무슨 일이 생겼니" "아빠와 엄마와 누나와 그리고...... 여기서 나는 울음보를 와 하고 터뜨렸다. "아니, 이건 어찌된 셈이냐. 그렇게 우는 게 아냐. 사람이란 건 누구나 다 어려운 일에 부딪치는 것인데, 네가 겪은 일도 이제 곧 잘 될 거 야. 아빠와 엄마가 어찌 됐다구" "우리 부모는...... 우리 부모는...... 아저씬 이 배의 감시인인가요" "그렇다." 그는 꽤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난 선장이기도 하고. 선주이기도 하고, 기관사이기도 하고, 수로 안내인이기도 하고, 감시인이기도 하고, 또 갑판 수부장이기도 하지. 때론 화물과 승객이 되는 때도 있고, 난 짐 혼백 노인처럼 부자는 아니니까, 그 영감처럼 그렇게 아무에게나 인심을 쓰거나 돈을 물처럼 뿌릴 순 없어 하지만 당신과 신분을 바꿀 생각은 영 없다고 그 늙은이에게 몇 번 그런 말을 했는지 몰라. 난 말하지만 뱃사공 생활이야말로 내 생활이지. 마을에서 2마일 떨어진 곳 - 짐 영감의 큰 재산과 그 두 배를 준다고 해도 -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내가 살 것 같은가 천만에, 난 말이야...... "모두가 이제 죽을 지경이에요" 하고 내가 그 말을 막아 버렸다. "누가 말이냐" "누구냐구, 아빠와 엄마와 누나와 미스 후커가 말이에요. 아저씨가 이 나룻배를 가지고 거기까지 가주신다면...... "어디루 말이냐? 모두 어디 있는데" "난파선 말이 에요." "어느 난파선인데" "아니, 난파선이 또 어디 있어요. 하나밖에" "뭐 설마 월터 스콧트 호는 아닐 테지" "그거예요" "이거 큰일났구나 아니 거기서 대관절 뭘 하고 있어" "무슨 목적이 있어 간 게 아니예요."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이거 큰일났구나. 어서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그 밴 영 못쓰게 되고 말겠구나. 한데 하필 또 왜 그런 운명에 빠졌다는 거냐" "아무것도 아녜요. 미스 후커가 상류에 있는 그 마을로 온 거예요 "옳지, 그럼 부스라는 나루터구나. 그래서" "미스 후커는 부스 나루터에 와 있었는데, 저녁녘에 친구 누구라더라 - 아이크, 이름을 그만 잊어 버렸지만 - 그 사람 집에서 그날 밤을 묵으려고 생각하고는 니그로 식모와 함께 말이 끄는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 시작한 거예요. 그랬는데 그만 조타용 노를 잃고 말아, 배는 빙빙 돌다가 고물을 앞으로 하고 2마일이나 표류한 끝에 난파선에 부딪쳐 그만 그 위로 솟구쳐 올라가고 말았는데, 사공이니 니그로 식모니 말이니 할것없이 모두 물에 빠져 죽고, 미스 후커 하나만은 무엇을 붙잡고 난파선 위로 기어올라간 거예요. 해가 진 후 한 시간쯤 해서 우리가 장사배로 내려왔는데, 너무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해서 순식간에 난파선에 부딪쳐 솟아오르고 말았어요. 우리는 모두 살았지만 빌 휩풀 하나만은 - 아아, 그렇게 좋은 놈은 없었는데! - 차라리 내가 물귀신이 되었으면 좋았을걸, 정말." "거, 큰일이군 듣던 중 큰일이구나.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했지, 너희들은" "그래서 우린 사람 살리라고 소릴 지르고 막 떠들어댔지만, 워낙 강폭이 넓어서 누구에게 알릴 수 있어야죠. 그래서 아빠가 누가 한 사람 육지로 가서 어떻게 해서든지 구원을 청해야겠다고 했어요, 헤엄을 칠줄 아는 사람이라곤 나 하나뿐이었으므로 난 단단히 결심하고 온 거예요. 미스 후커는 만일 곧 구해 줄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면 이리로 와서 자기 아저씰 찾아라, 그러면 아저씨가 어떻게든 해줄 거라는 거예요. 난 1마일쯤 하류에서 육지로 올라 그때부터 쭉 누구에게 어떻게 좀 부탁해 보려고 생각하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모두 다 '뭐라고, 이런 밤에, 이런 물살에 그런 지각 없는 소린 그만둬. 증기선 나룻배를 찾아봐' 하더군요. 그러니 이제 아저씨가 좀 가주셔서...... "그야 물론 가주고말구, 꼭 가주겠지만 대관절 그 돈은 누가 치른다 네 아버지는...... "아아, 걱정 말아요. 그건 미스 후커가 나에게 다짐까지 하며 말한 건데 혼백 아저씨가...... "뭐, 혼백이 바로 그애 아저씨란 말이야 이봐, 너 거기 불빛이 보이지 거기까지 뛰어간 다음 서쪽으로 구부러져 4분지 1마일만 가면 선술집이 있을 테니, 거기 있는 사람더러 짐 혼백네 집을 가르쳐 달라고 그래. 그리고 또 짐이 삯을 치른다고 그러고. 도중에서 놀면 안 돼. 어서 이 소식을 짐에게 알려야 할 테니까. 그리고 이런 말도 전해라. 그 사람이 마을에 이르기 전에 문제없이 조카따님을 무사히 건져 내겠다고, 내가 그러더라고. 자, 빨리 기운을 내고, 난 이 모퉁일 돌아 기관사를 깨워가지고 올 테니." 나는 불빛 있는 데를 향해 달렸지만 이 사나이가 모퉁이를 돌기가 무섭게 다시 돌아와 스키프에 올라타 바닥에 고인 물을 퍼낸 다음, 한 600야드쯤 물살이 빠르지 않는 강가의 흐름을 상류 쪽으로 저어 올라 재목배 사이에 숨어 버렸다. 나룻배가 떠나는 것을 볼 때까진 안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걸 통틀어 그 악당놈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수고를 한 것인가 하고 생각하니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과부댁이 이걸 알아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내가 이러한 악당들을 살려낸 것을 자랑거리로 생각할 테지. 과부댁과 그밖의 선인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은, 악당들과 게으름뱅이놈들이니까. 그런데 얼마 후에 난파선이 희미하고도 어두운 장막에 싸여 떠내려 오는 것이 아닌가 오싹하고 오한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는 난파선을 향해 저어갔다. 왜 깊은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까닭으로 이래가지고는 안에 사람이 살아 남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주위를 뎅빙 돌면서, '여보 여보' 하고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대답은 없고, 모든 것이 죽은 듯이 고요하기만 했다. 나는 그 악당들로 해서 기분이 무거웠지만 대단치는 않았다. 놈들이 그걸 참을 수 있다면 나도 참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룻배가 왔다. 그래서 나는 긴 사류를 타고서 강 한가운데로 나와, 이젠 보이지 않을 테지 하고 생각될 장소에까지 오자 노질을 그만두고는 뒤돌아보았다. 나룻배가 미스 후커의 시체를 찾아서 난파선 주위를 빙빙 돌면서 냄새를 맡고 있었다. 선장은 백부인 혼백이 시체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후 나룻배는 단념하고는 둑 쪽으로 향했으므로 나는 또다시 젓기 시작하여 곧장 강을 내려갔다. 짐이 켜놓은 불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지독히 오랜 시간이 걸린것만 같았다 보이긴 해도 1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겨우 도착했을 때에는 동쪽 하늘이 다소 회색으로 되어 가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어떤 섬으로 향하고, 뗏목을 감추고, 스키프에는 물을 넣어 가라앉게 하고는 잠자리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마치 죽은 사람처럼 푹 잠이 들었다.
제14장 솔로몬 왕은 지혜로운 사람인가?
얼마 후에 일어난 우리는 그 악당들이 난파선에서 훔쳐낸 물건을 일일이 조사해 보았다. 장화, 담요, 의류 그밖의 여러 가지 물건과 또 많은 책과 소형 망원경 한 개, 여송연이 세 상자가 나왔다.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이렇게 부자가 되어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송연은 최고품이었다. 우리는 오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숲속에서 얘기나 하고 쉬었으며, 나는 책을 읽기도 하면서 아주 즐겁게 보냈다. 나는 그 난파선에서 겪은 일과 나룻배 얘기를 들려주며, 이런 종류의 일이야말로 모험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짐은 모험은 딱 질색이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짐이 하는 말이 임자가 상갑판실로 들어가고, 나는 뗏목을 타려고 엉금엉금 기어서 뒤로 선 것인데, 와 보니 뗏목은 어디론가 가고 꼭 죽을 것만 같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젠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으며, 누가 건져주지 않으면 빠져죽고 말 게고, 건져주면 건져준 사람이 상금을 타려고 날 왓슨 아주머니 댁으로 보낼 게 아니냐 말이야. 그러면 왓슨 아주머니는 날 남부로 팔아 버릴 게 뻔하지 뭐야, 정말 그 말이 옳았다. 짐이 하는 말은 대체로 늘 옳았다. 짐은 검둥이치고는 머리가 뛰어났다
나는 짐에게 임금이니 공작이니 백작이니 또는 그밖의 것에 관해, 또는 이 무리들이 얼마나 화려하게 성장을 하고 있고, 거만을 떨며, 서로를 미스터라고 부르지 않고 폐하니 각하니 대감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왜 상세히 읽어 주었다. 그랬더니 짐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놀라며 재미있어 했다.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 난 몰랐군. 솔로몬 왕은 예외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람 얘길 들은 적이 별로 없어 난. 트럼프 짝에 나오는 임금님까지 그 안에 넣지 않는다면 말야. 임금님은 월급을 얼마나 타는 걸까?" "월급이라고? 원한다면 한 달에 1천 달러라도 타겠지 얼마든지 타고 싶은 대로 타겠지. 무엇이든지 다 자기 거니까." "근사하군 그럼 허클, 무슨 일을 하는데 그래,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별로 하는 게 없어. 그것도 몰라!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는 거야." "아니 , 정 말이야." "정말이구말구 그냥 앉아만 있을 뿐이라니까. 하기야 전쟁이 있을 때엔 그렇지 않지만 그땐 전쟁에 나가는 거야. 그 외에는 매사냥이나 하구 - 그저 매사냥이나 하거나 침이나 뱉구 - 쉿,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어" 우리는 벌떡 일어나 가보았지만 그것은 하류 저 멀리서 곶을 돌아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기선의 타륜 소리였기 때문에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임금
님은 국회에 가서 소동을 일으키며,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의 모가질 쌍둥 잘라 버리는 거야. 하지만 대개는 임금님은 늘 후궁 근방을 배회하는 거야." "어디라구" "후궁 말이야" "후궁이 란 뭔데" "마누라를 두는 데지 뭐야. 짐, 너는 아직 후궁이 뭔지 몰라. 솔로몬 왕도 하나 있었는데, 마누라가 백만 명이나 있었어." "아 정말 그랬었지...... 난 깜빡 잊었었군 후궁이란 기숙사렷다. 애들 방은 말이 아닐 테지, 그 시끄러운 것은 게다가 또 여자들끼리니까 말다툼을 하느라고 그 소란한 건 대단할 거구. 그러면서도 솔로몬 왕은 세상에서 가장 어진 임금이라는 말을 듣고 있으니 난 암만해도 믿어지지 않아 왜 그러냐고 어진 양반이 그런 소란통 속에서 어떻게 배길 수가 있었겠느냐 말이야? 어림도 없는 소리지. 어진 사람이라면 백만의 후궁을 두기보다는 차라리 보일러 공장을 세우는 편이 훨씬 나을거야. 그러면 쉬고 싶을 때엔 보일러 공장의 문을 닫으면 될 테니까" "하지만 어쨌든 솔로몬 왕은 틀림없이 가장 어진 사람이었을 거야. 과부댁이 자기 입으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으니까." "난 과부댁이 무슨 말을 했건 그런 건 문제가 아냐. 천만에, 어질긴 그 임금님이 어디가 어질어.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사람을 난 본 적이 없어 이봐, 그 임금님이 둘로 쌍등 잘라 버리려고 한 애 얘길 알고 있어" "알구말구, 과부댁한테서 모두 들었는데." "그렇다면 말이야,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가 세상에 또 어디 있어? 많이두 말고 조금만 생각해 보란 말이야. 저봐, 저기 나무 그루터기가 있잖아. 저게 그런 여자의 하나라고 치잔 말이야. 여기 임자가 있구, 임잘 여자라구 치구. 난 솔로몬이야. 이 1달러짜린 여자애구. 임자들 둘이 어린애를 자기 어린애라고 다툰단 말이야. 난 어떻게 하면 좋지. 난 말이야 그 근처를 뛰어다니면서 그 1달러짜리가 임자들 둘 중에서 누구의 것인가를 캐어물어 틀림없이 그 주인공을 찾아서 준단 말이야. 이거야말루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뻔한 짓이지 뭐야. 그렇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 난 달라 그 1달러짜리를 둘로 잘라가지고 그 절반을 임자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또 한 여자에게 준단 말이야 솔로몬도 어린애를 그렇게 하려고 했단 말이야. 한데 임자에게 잠깐 묻겠는데, 그 절반짜리가 무슨 소용에 닿지 아무것도 살 수 없을게 아냐 그렇다면 어린애 그 절반짜리가 무슨 소용에 닿겠느냐 말이야 그런 거 백만이 있어도 소용없어." "하지만 짐, 너의 말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소리야. 천 마일이나 어긋나 있어" "누가. 내가 말이야. 천만에. 얼토당토않다고 하는 건 이 날 보고 할 소리가 아냐, 이래뵈도 분별 정도는 알고 있는 나라구. 그 솔로몬이 하는 식은 분별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짓은 아냐. 요는 절반짜리 애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완전한 애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지. 완전한 애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를 절반짜리 어린애로 처리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진작 비가 와도 비 하나 비킬 만한 분별도 못하는 위인이지 뭐야 내겐 솔로몬 얘기 같은 건 아예 꺼내지도 말아줘, 허클. 난 그 사람에 대해서 뭐든지 아니까" "그러니까 짐은 요점을 모르고 있다는 거야." "요점이 다 배꼽을 쥐고 웃겠다. 내가 아는 건 아는 거야. 이봐, 정말 요점은 좀더 멀리, 좀더 깊게 있는 거라구. 그건 솔로몬이 자라난 품에 관계가 있어. 그저 자식이 하나 둘밖에 없는 사람을 생각해 보란 말이야. 이 사람은 자식을 함부로 하겠느냐 말이야? 물론 못하지. 할수 없구말구. 애 중한 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 한데 집안에 새끼가 500만이나 뛰어돌아다니는 사람의 경우는 전혀 얘기가 달라지거든. 이런 작잔 애들을 고양이처럼 문제없이 둘로 쌍둥쌍둥 잘라 버린다는 말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지 않아. 애새끼 하나 둘쯤은 솔로몬에게는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야." 이런 검둥이는 난생 처음이다. 한번 이렇다고 생각을 하면 다시는 그 생각을 바꿀 줄 모르는 것이다. 솔로몬을 이렇게 공격하는 검둥이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왕들 이야기를 시작하고 솔로몬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했다. 옛날에 프랑스에서 교수형을 당한 루이 16세의 이야기와, 그 조그만 아들 돌팡의 이야기를 꺼냈다 돌팡은 국왕이 될 태자였지만 체포된 후 투옥되어 옥사하고 말았다는 사람도 있다. "아이구 불쌍해라" "하지만 감옥에서 탈옥하여 미국으로 왔다는 사람도 있어" "그건 참 잘 됐군. 하지만 왜 심심할 테지. 여긴 임금님이 없으니까 말이야, 허클" "그렇지." "그럼 밥벌이 자리도 없을 게 아냐. 어떻게 할 셈일까" "나두 모를 일이지. 순경이 되는 자도 있고, 프랑스 말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구"
"뭐라고 허클 프랑스 사람은 말이 우리들과 다른가" "다르구말구 짐. 너 같은 건 프랑스 사람이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를 거야, 한 마디도." "이런 정말이야 어째서 그래" "나두 몰라. 그렇지만 좌우간 그런 거야. 난 그 프랑스 사람의 꼬부랑 말을 책에서 좀 배운 적이 있어. 만약 누가 짐에게 와서 폴서 '빠르부 프렌치' 라고 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 거야" "생각은 무슨 생각. 붙잡아 그놈 대가릴 깨뜨려 놓고 말지 뭐......물론 그게 백인이 아니라면 말이지만, 검둥이더러 그렇게 부르겐 절대로 못하게 할걸, 난." "아니, 이건 왜 이래, 누가 절 보고 욕을 했나. 프랑스 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을 뿐인데." "그러면 왜 그렇게 안하느냐 말이야, 놈은" "안하긴 왜 안해, 프랑스 사람은 본시부터 말투가 그러니까 그렇지." "그런가 아주 싱거운 놈의 말투로구먼. 난 이젠 이 이상 그런 소린 듣기 싫어. 전혀 의미가 없어." "이봐, 짐. 고양인 우리들처럼 똑같은 말을 할 줄 아나" "못하지. 고양인 못해." "그럼 소는" "소도 못해." "고양인 소처럼 얘길 하나, 소는 고양이처럼 얘길 하나" "아냐, 못해." "고양이와 소가 서로 다른 말투를 하는 건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 아니 겠느냐 말이 야. 안 그래" "그야 물론이지." "그럼 고양이와 소와 우리 사람들과 다른 말투를 하는 것도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 아니냐 말이야" "그야 그렇지."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이 우리와 다른 말투를 쓰는 것이 어째서 당연하지 않고 옳지 않느냐 말이야 자, 어서 대답 좀 해봐." "고양이가 뭐 사람인가, 허클." "아니지." "그렇다면 고양인 사람처럼 말할 까닭이 없잖아. 소는 사람인가 혹은 고양인가" "아니, 아무 쪽도 아니지" "그렇다면 고양인 사람이나 소처럼 얘기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말이야. 프랑스 사람은 사람인가" "그야 그렇지." "그럼 됐어. 자 그럼 왜 프랑스 사람은 사람처럼 얘길 안하는 거지. 이걸 내게 대답해 보란 말이야." 이 이상 더 얘길 해봐도 소용없다고 나는 깨달았다 검둥이에게 토론을 가르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단념했다.
제15장 짐을 골려주다
그후 사흘 밤 안으로 우리는 일리노이 주 남단의, 오하이오 강이 흘러들어가는 어귀에 있는 카이로라는 곳에 도착하리라고 생각했다 거기가 목적지였다. 뗏목을 팔아 증기선을 타고 오하이오 강을 올라, 자 유주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한시름 걱정을 덜게 된다. 그런데 이튿날 밤, 안개가 끼기 시작하여 안개 속을 달리는 것은 좋지 못했으므로 뗏목을 붙잡아 매놓기 위해서 우리는 사주 있는 데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카누를 타고 뗏목을 붙잡아 매놓을 밧줄을 가지고 먼저 저어 가보았더니, 조그마한 대목 외에는 매놓을 곳이 없었다 나는 깎아내린 듯한 절벽 바로 한끝에 자라 있는 나무 하나에다 밧줄을 감았지만, 흐름이 빨랐으므로 뗏목은 대단한 기세로 돌진해 와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가지고는 떠내려가고 말았다. 안개는 자꾸 짙어만 가 그걸 보고 나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지고 겁이 나기 시작했으므로 잠시 동안은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을때는 뗏목은 간 데가 없었다. 20야드 앞을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카누 속으로 뛰어들어가 고물 쪽으로 달려가서 노를 집어들고는 한 번 뒤로 저었다. 그러나 카누는 꿈쩍도 안했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매 놓은 것을 풀지 않았던 것이다. 일어나 밧줄을 풀려고 했지만 너무나 흥분해 있어 손이 떨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출발하자 나는 곧 뗏목 뒤를 따랐고, 맹렬한 기세로 사주를 따라 내려갔다. 사주가 있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사주의 길이는 60야드도 채 못 되었고 그 최하를 통과한 순간 사방이 온통 안개 속에 잠긴 속으로 들어가고 말아, 어딜 향해서 배가 나가고 있는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저어 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런 짓을 하다간 도리어 둑이나 사주나 무엇을 들이받고 말 것이니,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때에 수수방관으로 있자니 마음이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어이' 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저 훨씬 하류 어디서 희미하게 '어이' 하고 호응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한결 마음이 든든해졌다. 다시 한번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고 나는 귀를 기울이면서 그 뒤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해 갔다. 다음에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난 바른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소리가 난 왼쪽이라는 상태로 - 조금도 접근한 듯한 기색이 없다. 어이 하는 소리는 훨씬 아래로 곧장 떠내려가고 있는데 나는 이리저리 빙빙 돌기만 하고 있었으므로 거리는 조금도 단축되지 않았다. 나는 짐 녀석이 양철 냄비를 두드릴 것이 머리에 떠올라 계속해서 두들졌으면 하고 은근히 그걸 바랐지만, 놈은 전혀 그런 짓을 해주지는 않았으므로 어이 소리와 어이 소리의 그 죽은 듯이 고요한 간격에 그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어이' 하는 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렸다 나는 이 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 거나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방향을 바됐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나는 노를 던져 버렸다. 또다시 '어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도 역시 후방에서 들려왔지만 방향이 달랐다. 소리는 점점 접근해 오며 끊임없이 장소를 바꾸고 있었다 나는 그에 따라 계속해서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저쪽이 또다시 내 앞으로 왔으므로 그 바람에 흐름이 카누의 이물을 하류 쪽으로 돌려놓고 만 것을 알았다 만일 그 목소리가 짐의 목소리로, 딴 뗏목 사공이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면 참 고마운 일이었다. 안개 속에서는 모두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며 무엇이나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법이다. '어이, 어이' 하고 서로 부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동안 채 1분도 못 되어 나는 큰 나무들이 마치 유령처럼 희미하게 쭉 서 있는 절벽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흐름은 나를 왼쪽으로 던져 버리고는 화살처럼 재빠르게 절벽 앞을 지나 물 속에 잠긴 나무 사이로 흘러들어 갔으며, 흐름이 어찌나 빨랐던지 그 바람에 그 나무들은 사뭇 윙윙 울고 있었다. 잠시 후에는 또다시 그 일대가 뿌예지며 고요해졌다 나는 가만히 앉은 채 가슴의 고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것이 백 번 고동치는 사이에 한 번도 숨을 쉬지 않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만 단념하고 말았다. 사태를 깨달은 것이다. 그 깎아내린 듯한 절벽은 섬이고, 짐은 섬 저쪽으로 가버린 것이다. 10분 동안에 통과해 버릴 수 있는 사주는 아니다. 큰 숲이 있는 버젓한 섬이다 길이 5,6마일, 폭 반 마일 이상은 되리라.
15분 동안 나는 가만히 앉은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도 계속 시속 4,5마일의 속력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에겐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았다. 본인으로서는 가만히 물 위에 둥실 떠 있는 것만 같고, 물 속에 잠긴 나무가 자기 옆을 미끄러지듯 재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얼핏 보이면 얼마나 빨리 자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숨을 죽이고 '아니, 저 나무는 얼마나 무서운 기세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밤 안개 속에 잠긴 채 이런 꼴로 홀로 있는 것이 무섭지도 않고 쓸쓸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 해보란 말이다 -단번에 그 맛을 알게 될 테니까. 다음 약 30분 동안, 나는 가끔 '어이, 어이' 하고 불러보았다. 한참만에 멀리서 대답이 있어 그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사주 한가운데로 밀려들어갔다 양쪽에 사주의 모습이 희미하게 여기저기 보였다. 때로는 사주와 사주 사이의 좁은 수로인 경우도 있고, 또 내 눈엔 보이지 않는 수로인 경우도 있고 해서. 그럴 때에는 둑에 걸려 있는 낡은 썩은 나뭇가지와 쓰레기에 부딪치는 물소리로 해서 거기가 수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후에 또다시 사주의 하류 쪽에서 '어이, 어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나는 쫓아가 보려고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도깨비불을 쫓는 것보다 더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소리가 이리저리 이동하고, 또 빈번히 장소를 바꾼다는 것은 모를 일이었다. 나는 강에서 삐죽이 나와 있는 섬에 충돌하지 않도록 너댓 번 왜 힘을 들여 저어서 둑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얼마 후 또다시 강의 탁 트인 넓은 곳으로 나온 것 같았으나 아무 데서도 '어이'하고 부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짐은 물 속에 잠긴 나무에 걸려 그만 물귀신이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솜처럼 녹초가 되어 있었으므로 카누에 드러누워 이 이상 더 그 일로 마음을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자고 싶진 않았지만 견딜 수 없이 졸렸으므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깐 눈을 붙여 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을 잠간 붙여 보았을 정도의 것이 아니었던 모양으로. 눈을 뜨고 보았더니 별이 반짝이고 있었고, 안개는 깨끗이 걷혀 있었으며, 나는 이물을 앞으로 한 채 커다란 만곡부를 무서운 기세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자기가 어디 있는 줄도 몰랐고,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차례차례로 살펴보기 시작하였더니, 지난 주에 일어난 일처럼 희미하게 머리에 되살아났다
이 근처는 터무니없이 큰 강으로, 별빛으로 비쳐보니 양 둑에는 다시 없을 정도로 큰 우거진 나무들이 담벼락처럼 빽빽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저 멀리 하류 쪽 물 위에 까만 점이 하나 보였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거기 가보았지만 다른 게 아니라 꽉 묶은 제재용 통나무 두 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 다음 또다른 흑점이 보였으므로 그걸 따랐고, 또 다른 것을 따라가 보았다. 이번엔 내 판단이 옳았다. 역시 그 뗏목이었다. 뗏목에 이르러 보았더니, 짐은 무릎 사이에다 머리를 푹 박고 손을 조타노에다 걸치고는 잠을 자고 있었다. 또 한 개의 노는 산산 조각으로 깨어져 있었으며, 뗏목에는 나뭇잎과 나뭇가지와 진창이 온통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단단히 혼이 난 흔적이 역력했다. 나는 카누를 뗏목에다 매고는 뗏목으로 기어올라가 짐 바로 코 밑에 나자빠졌다 다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더니 주먹을 짐에게 들이박으며 말했다. "이봐, 짐 난 자버린 건가 왜 깨우지 않았던 거야" "아니 이건, 임자가 아누, 허클, 임잔 죽은 게 아니던가. 물귀신이 된 게 아니던가 돌아온 거야. 정말이라고 믿어지지가 않는군. 도련님 너무 좋아서 정말이라고 믿어지지가 않아. 어디 잘 좀 보자구, 좀 만져 보자구 옳지 죽은 게 아니로구나! 살아왔구나! 여전히 튼튼한 그전대로의 허클이로구나. 그전대로의 허클이야, 신의 조화야" "대관절 어떻게 된 셈이야, 짐 한잔 한 건가" "한잔 했다구 내가 한잔 했다구 내게 그럴 짬이 있었다구"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미친 소릴 하느냐 말이야" "내가 어째서 미친 소릴" "어째서냐고 그렇겠지, 마치 내가 어디 가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돌아왔느냐고 뭐냐고 허튼소릴 한 게 아냐, 짐" "허클, 허클 핀, 내 눈 좀 똑바로 보소. 내 눈 좀 보라구.데구 가버린 게 아니란 말야" "가버렸느냐구 대관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아무 데도 간 게 아냐 어디 갈 곳이 있느냐 말이야" "참 이상한 소린데, 분명히 잘못된 데가 있어 확실히 있어 난 나인가. 난 누군가. 난 여기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어디 있는 건가. 난 그게 알고 싶어 죽겠단 말이야" "뭘 그래, 여기 있잖아. 뻔한 걸 가지고.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늙은 바보로군" "내가 그런가, 이 내가. 그럼 이 말에 하나 대답해 보란 말이야 임잔 사주에다 뗏목을 매려고 카눌 타고 밧줄을 가지고 떠난 게 아니었던가." "천만에, 안했어. 사주가 다 뭐 말라죽은 사주야. 난 사주라곤 하나도 본 일이 없어." "사줄 보지 않았다구. 이봐 이봐, 밧줄이 풀어져서 뗏목은 무서운 기세로 강을 떠내려갔고, 임자와 카누를 안개 속에다 내버린 채가 아니었단 말이야." "무슨 안개." "무슨 안갠 무슨 안개야, 바로 저 안개지. 밤새도록 내린 저 안개지. 그래서 임자가 어이 하고 소릴 지르면 나두 어이 하고 소릴 지른 게 아냐. 그러는 새에 섬이 다닥다닥 붙은 사이로 끌려들어가, 하나는 그만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고, 또 하나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 분간을 못 했으므로 하마터면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뻔했지 않았느냐 말이야. 그래서 난 그 많은 섬에 몇 번 부딪쳤는지 모를 지경이었고, 몇 번씩이나 혼이 나 하마터면 물귀신이 되고 말 판이었어. 어때 허클, 그렇지. 틀려. 이 말에 대답 좀 해보라구." "어처구니가 없어 난 대답이 안 나와. 난 안개도 섬도 보지 못했으며, 혼도 난 일이 없고, 아무 일도 겪은 일이 없어. 밤중에 여기 앉아서 짐과 얘길 하고 있던 것인데 10분쯤 전에 짐은 잠이 들어 버렸고, 나도 아마 잠이 들었던 모양이야. 그 10분 동안에 짐이 술에 취할 리도 없고 하니 물론 짐은 꿈을 꾼 것이 분명해." "천만에, 아니 무슨 수로 내가 그까짓 10분 동안 그렇게 여러 가지 꿈을 꿀 수 있단 말야." "제기랄, 분명히 꿈을 됐다니까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걸로 보아." "그런데 허클 내겐 만사가 모두 분명히 마치...... "아무리 분명해도 그런 건 문제가 아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렇잖아. 난 모두 알고 있어. 여기 그대로 쭉 앉아 있었으니까." 짐은 한 5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짐짓 가만히 앉아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더니 입을 열어 "그럼 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꿈 치곤 참 대단한 꿈이군, 난생 처음이야. 그리고 또 이렇게 몸을 녹초로 만든 꿈도 난생 처음이고." "음, 그야 그렇지 때로는 꿈도 사람을 녹초로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꿈은 대단했던 모양이군. 낱낱이 얘기해 봐, 짐." 그래서 짐은 자초지종을 낱낱이 있는 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인데, 상당히 과장한 점이 많았다. 얘기가 끝나자 짐은 이 꿈은 하나의 경고로서 온 것이니까 해몽을 해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처음 사주는 우리를 위해서 도와 주려는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지만, 흐름은 우리를 그 사람으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사람을 대표한 것 이라는 것이었다. '어이' 하고 부르는 소리는 가끔 우리들에게 경고로서 온 것으로 열심히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를 재난에서 건져주는 대신 도리어 재난 속으로 몰아넣고 만다. 그 수가 많은 사주는 앞으로 싸움을 좋아하는 놈들과 여러 가지 종류의 천한 놈들 때문에 우리가 받게 될 성가신 일을 암시해 주는 것이지만, 우리가 다만 자기 분수를 지키고, 말대답을 하지 않고, 그자들의 화를 돋구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근사하게 그 안개 속을 지나 물이 잔잔한 큰 강으로 나와 이 이상 더 귀찮은 일은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뗏목에 이른 직후 하늘에는 구름이 덮여 사방이 컴컴했던 것인데 이제는 또다시 말끔히 벗겨지고 개려는 참이었다. "음 그런가, 거기까진 이해가 되지만, 짐, 이건 뭘 나타내는 거지." 그것은 뗏목 위에 있는 나뭇잎과 깨진 노와 쓰레기들로 지금 분명히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었다. 짐은 그 쓰레기를 보고. 다음 나를 보고, 또다시 쓰레기를 보았다. 짐은 꿈얘길 너무나도 머릿속에 단단히 넣고 있었던 까닭으로 곧 그걸 쏟아 버리고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머릿속이 정리되자 짐은 미소도 짓지 않고 나를 노려보았다. "저게 뭘 나타내느냐구. 이제부터 설명해 주지. 내가 일과 임잘 부르는 일로 그만 녹초가 되어 잠이 들고 말았을 때엔 임자가 보이지 않아서 슬퍼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앞으로 나와 뗏목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난 상관하지 않았어. 잠을 깨어 보니 임자가 원기왕성한 모습으로 와 있잖아. 그땐 눈물이 다 나왔어. 난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임자 발에다 키스까지 했단 말이야. 그만큼 난 고마웠어 한데 임자 쪽은, 어떻게 하면 거짓말을 해가지고 이 늙은 짐을 골려줄까 하고 그것만 생각하고 있단 말야. 저기 있는 쓰레긴 쓸데없는 물건이야, 친구 머리에다 진창을 발라 창피를 보게 하는 인간은 쓰레기란 말야." 여기서 짐은 천천히 일어나 윅왬 쪽으로 걸어갔지만 그 이상 아무 말도 않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나 자신을 한없이 천한 놈이라고 생각하고는, 그 말을 철회해 줄 수만 있다면 나야말로 짐의 발에다 키스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검둥이에게 사과를 하러 갈 결심이 붙기까지에는 15분이 걸렸지만 그러나 나는 이 일을 해냈다. 그리고 나중에도 내가 사과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는 천한 장난이라곤 전혀 하지 않았을뿐더러, 짐이 그렇게까지 생각하리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 장난도 하지 않았을 것을.
제16장 방울뱀 껍질의 조화
우리는 거의 하루종일 잠을 자고는 밤이 되자 어느 행렬처럼 천천히 떠내려가는 무섭게 긴 뗏목 뒤를 따라 출발했다. 이 뗏목의 네 귀퉁이에는 각기 네 개의 큰 노가 달려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능히 30명은 타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위에는 간격을 넓게 두고서 커다란 윅왬이 다섯이나 있었고, 한복판에는 노천으로 된 야영 모닥불이 있었고, 높다란 깃대가 뗏목 양쪽 끝에 서 있었다 위풍당당한 뗏목이었다. 이러한 뗏목의 승무원이 되면 참 근사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커다란 만곡부 쪽으로 떠내려갔다 밤은 아주 흐리고 무더워졌다. 강폭은 아주 넓고, 양쪽에는 빽빽이 우거진 숲이 담벼락처럼 죽 즐비해 섰고, 짬 하나 불빛 하나 그 사이로 보이지 않았다. 짐과 나는 카이로 얘기를 하고는 거기까지 왔을 때 과연 거기를 카이로라고 알아볼 수 있을까 하고 두려워했다. 아마 알기 어려울 거라고 내가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카이로에는 집이라곤 몇 채밖에는 없고, 만일 거기 사람들이 불을 켜놓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옆을 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짐은 두 개의 큰 강이 거기서 하나로 모이는 곳이니까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섬기슭을 지나고 있는 것이니까, 다시 아까 그 강으로 나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 아니냐고 내가 반대했다. 이 말을 듣고 짐은 불안해했으며, 나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는 점으로 귀착하고 말았다. 나는 최초의 불빛이 보이면 둑으로 카누를 저어 가서, 사람들에게 아빠가 나중에 장사배로 오지만 아직 카이로까지 얼마나 되는지 그걸 알고 싶어한다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내 의견을 말해 보았다 짐은 거 참 좋은 의견이라고 맞장구를 쳤고, 우리는 이렇게 작정하고는 담배를 한 대씩 피우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는 정신을 바싹 차려 카이로를 놓칠세라 지켜보는 외에는 아무일도 할 일이 없었다. 짐은 꼭 찾고야 만다. 왜냐하면 카이로를 발견한 순간부터 자기는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며, 만일 놓치고 말면 또다시 노예의 나라로 돌아가 다시는 자유의 몸이 될 기회는 아주 없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짐은 몇 번씩 벌떡 뛰어 일어나며 이런 말을 했다.
"저 게 아닐까." 그러나 그렇지가 않고, 도깨비불이 아니면 개똥벌레불이었다. 그래서 짐은 또다시 풀썩 주저앉아 아까와 마찬가지로 감시를 계속했다. 이처럼 자기가 자유세계 바로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떨리고 열이 난다고 했다 짐의 이 말을 듣고 보니 이심전심으로 나도 온몸이 떨리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짐은 이젠 거의 자유의 몸이나 마찬가지다 - 그건 누구 때문일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암만해도 이 생각을 양심에서 몰아내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때문에 번민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가 없었다. 한 곳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직까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염두에 없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가 않다 이번 생각만큼은 머리에서 떨어지지 가 않고 한층 더 나를 괴롭힐 뿐이었다 이것은 내 탓은 아니다. 내가 짐을 그의 소유주에게서 빼낸 것은 아니니 까라고 자신에게 타일러 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럴 때마다 양심이 머리를 쳐들고는 말했다. '그러나 너는 짐이 자유를 찾아서 도망을 친 것을 알고 있지 않았나 그러니까 너는 둑에 배를 갖다대고 누구에게든 그 일을 일러바칠 수가 있었을 게 아니냐 말이다.' 옳은 말이었다 피할래야 피할 길이 없었다. 내 마음이 괴로운 점은 바로 이 점이었다. 양심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쌍한 왓슨 아주머니가 너에게 뭘 했길래 그 사람의 검둥이가 바로 네 눈앞에서 도망치는 것을 보고도 넌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단 말이냐. 그 불쌍한 아주머니가 너에게 뭘 했길래 너는 이렇게까지 지독한 짓을 그 아주머니에게 하느냐 말이다 그 사람은 너에게 책을 가르쳐 주려고 했고, 예의범절을 가르쳐 주려고 했고, 힘 자라는 데까지 여러가지 점에서 너에게 친절을 다하려고 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바로 이러한 것이 그 사람이 한 일이 아니었던가.' 내 꼴이 너무나도 비열하고 비참하게 생각되어 나는 죽고만 싶었다. 나는 자신의 양심에 채찍질을 하면서 뗏목 위를 조바심 치며 왔다갔다 했다 짐도 역시 조바심을 치며 왔다갔다하면서 내 옆을 지나갔다. 두 사람은 둘 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짐이 뛰어일어나며, '카이로다.'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나는 마치 총알에 얻어맞은 것만 같았고, 그게 정말 카이로라면 나는 비참한 나머지 죽어 버리고 말 것이 라고 생각했다. 내가 혼자 나 자신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짐은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자유주에 이르면 우선 제일 먼저 하려고 생각하는 일은 돈을 모을 것이고, 일전 한푼도 쓰지 않고 충분히 저축이 되거든 왓슨 아주머니가 살고 있는 데서 그리 멀지 않은 농장의 소유물이 되어 있는 자기 마누라를 다시 사고, 그러고 나서 둘이서 열심히 일을 하여 아들 둘을 되사며, 만일 주인이 팔지 않는다고 하면 노예 폐지론자에게 부탁하여 애들을 훔치게 할 작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얘기를 듣고 나는 거의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이제까지 짐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자기가 조금만 있으면 자유의 몸이 된다고 생각하자 이렇게까지 변하는 것일까. 옛날 격언에도 있듯이 '하나를 얻으면 열을 바란다'는 식으로, 이것도 내 생각이 모자라는 데서 온 것이다. 내가 도망치는 것을 도운 거나 마찬가지의 이 검둥인 자기 아들을 훔쳐내겠다고까지 분명히 말하고 있다 - 내가 알지도 못하고, 나에게 아무 해도 끼친 적이 없는 사람의 소유물이 되어 있는 애들까지를.
나는 짐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슬펐다 이 말은 도리어 짐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드디어 나는 아까보다도 한층 더 몹시 나에게 채찍질을 하는 양심을 향해, '날 괴롭히는 건 그 만둬. 제발‥‥이제라도 늦진 않았으니까......불빛이 보이는 대로 곧 둑으로 달려가서 일러 줄 테니' 하고 외쳤다 이러고 나니 나는 대번에 마음이 놓이고, 행복감이 되살아나며 깃털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고민은 말끔히 가셔지고, 나는 불빛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날카롭게 감시하며 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얼마 후에 불빛이 하나 보였다. 짐은 그걸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젠 됐어, 허클. 이젠 살았어. 어서 뛰어 일어나 춤을 추잔 말이야. 이젠 그 고마운 카이로에 다 왔어, 난 다 알아." 내가 그 말을 받았다. "내가 카눌 타고 가서 보고 올게, 짐. 틀릴지도 모르니까." 짐은 뛰어 일어나 카누 준비를 하고는 나에게 방석을 만들어 주려고 바닥에다 자기 헌 저고리를 깔고 나서 나에게 노를 건넸다. 나는 노를 젓기 시작했다. "이제 곧 나는 기뻐서 큰 소릴 지르겠구나. 그리고 말할 테지, 이게 모두 허클의 덕택이라고. 난 자유의 몸이다. 하지만 허클이 없었다면 난 자유의 몸이 될 리가 없잖나. 허클이 해준 덕택이다. 짐은 일평생 임잘 잊지 않아, 허클. 임잔 짐의 제일 좋은 친구야. 그리고 이 늙은 짐이 이제 가지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야." 나는 짐을 밀고해 버리려고 빠른 속력으로 노를 젓기 시작했지만,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아주 꺾이고 말았다 이렇게 떠난 것이 기쁜 일인지, 기쁘지 않은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50야드쯤 떨어졌을 때 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임자가 거길 저어 가는구나, 정든 친구요, 인정이 많은 허클 도련님이. 이 늙은 짐과의 약속을 절대로 깨뜨린 일이 없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백인 신사가." 이 말에 나는 기분이 금세 나빠졌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 치워 버려야겠다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그만둘 수는 없다. 마침 그때 총을 든 두 사나이가 탄 스키프가 나에게로 가까이 와 섰으므로 나도 카누를 세웠다. 그 중 하나가 물었다. "저기 있는 건 뭐냐." "뗏목 부스러기 예요" "넌 그 뗏목 사람이냐." "네 , 그렇습니다." "누가 타고 있는가." "하나 타고 있습니다." "그래. 실은 오늘밤 검둥이 다섯이 상류의 둑이 굽은 그 한 끝에서 도망을 친 거야. 네 뗏목에 타고 있는 건 백인이냐 검둥이냐." 나는 얼른 대답을 못했다. 대답을 하려고는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1초인가 2초 동안 나는 용기를 내어 말해 버릴까 했지만, 차마 그만한 용기가 없었다. 토끼만한 용기조차도 없었다. 나는 기가 꺾여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렇게 말해 버렸다. "백인입니다." "이 눈으로 가서 확실히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제발 좀 그렇게 해주세요. 거기 있는 건 우리 아버지인데, 아저씨들은 내가 뗏목을 둑 저기 저 불빛이 보이는 데까지 끌고 가는 걸 도와 주시겠지요. 아버진 이제 병으로, 엄마도 메리 앤도 모두 병이에요." "에잇, 귀찮아. 우리는 지금 급해. 이봐 총각, 그렇지만 그냥 가버릴 순 없군. 자, 노를 저어라, 같이 가줄 테니." 나는 부지런히 젓기 시작했고, 그 사나이들도 노를 집어들었다. "아버진 아저씨들을 아주 고마워할 거예요. 뗏목을 둑으로 좀 끌어달라고 부탁하면 누구나 다 도망을 쳐버리니 나 혼자선 될 일도 아니고." "거 몰인정한 놈들도 다 있군. 하지만 이상한데. 어이, 총각 네 아버지는 어떻게 됐길래 그러는 거야." "그게저......저......뭘, 대단한 건 아녜요." 이 말에 두 사람은 노 젓는 것을 중지했다. 우리는 뗏목 아주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총각, 그건 거짓말이지. 네 아버지가 어떻게 됐다는 거냐. 자 솔직히 말해 봐. 그게 너를 위해서 좋은 일이니." "말할게요, 아저씨, 말하겠어요......하지만 우릴 내버리진 말아 주세요. 제발, 실은......실은......아저씨들 좀더 조금만 더 저어 주세요. 그리고 나에게 밧줄을 던지게 해주신다면 뗏목 근처까지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돌아서. 존. 돌아서." 그 중 하나가 외쳤다 그러자 두 사나이는 뒤로 물러섰다 "옆에 오지 말아 이놈아. 바람목으로 서. 제기랄, 바람이 우리들에게 병을 날려 보낼지도 모른다. 네놈 아버진 천연두에 걸려 있는 거야. 그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왜 솔직하게 그 얘길 안한 거야. 병을 퍼뜨릴 작정 이냐." "그런데 저" 하고 나는 울음보를 터뜨리면서 말했다. "이제까지 모두들 그 소리만 하면 우릴 남겨 둔 채 가버리는 거예요." "참 딱한 노룻이구나. 하지만 그것도 무린 아냐. 참 딱한 노릇이긴 하지만 우린 제기랄, 천연들 딱 질색이야. 이봐 알겠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주마. 혼자서 육지에 오르려고 해선 안 돼. 그런 짓을해서 천연두를 퍼뜨리는 날엔 모두 다 멸망이다. 20마일쯤 강을 내려가면 강 왼쪽에 마을이 있다. 그때쯤 되면 해가 뜬 지 오래일 테니까 거기서 도와 달라고 할 땐, 식구들이 감기에 들어서 열이 높아 모두들 자고 있다고 그러는 거다. 또 바보 소릴 해서 사람들에게 배 속을 들여다보게 해선 안 돼. 자, 우린 친절하게 해주었으니까 넌 우리들로부터 20마일 떨어지는 거다. 저 불빛이 보이는 델 가봐도 소용없어. 제재소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봐, 네 아버진 가난하고, 이제 큰 고생을 하고 있을 테지. 이 판자 위에다 20달러짜리 금화 하나를 놓을 테니까 판자가 네 옆에까지 떠내려갔을 때 집어라. 널 버리고 간다는 건 참 안된 일이지만 말이다. 천연두에 걸려들면 우린 그만 녹아, 알지." "가만 있어, 파커" 하고 또 한 사나이가 뒷말을 받아, "내 몫으로 20달러 한 장을 판자 위에다 더 놓을 테니, 잘 가라구 총각. 파커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다. 그럼 만사가 다 잘 될 테니까." "그렇구말구, 자 안녕, 안녕이다. 총각. 만약 도망친 검둥일 발견하면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붙잡는 거다. 그럼 얼마간 돈이 될 테니까." "안녕히들 가세요. 될 수 있는 대로 도망친 검둥일 놓치지 않겠습니다."
사나이들은 가버렸고, 나는 무겁고 비참한 마음으로 뗏목으로 바꿔 탔다. 자기가 한 일이 나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짓을 하자고 별러도 나에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전혀 기회는 없는 법이다. 위급한 경우에 부딪치면 뒤를 밀어서 좋은 일을 하게 등을 밀어 주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니까 결국 지고 만다 이때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만 있자,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 주었다고 하면 지금보다 내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천만에' 하고 나는 고쳐 생각해 본다. 기분이 좋지는 않으리라 - 지금과 마찬가지 기분이리라. 그렇다면 옳은 일을 하는 데 힘이 들고, 나쁜 짓을 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고. 그 보수가 같다면 옳은 일을 하려고 해본댔자 소용없는 일이 아닐까. 나는 그만 딱 막히고 말았다 이 문제에 해답을 내릴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젠 이 일 때문에 마음을 쓰는 일은 아예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그때 그때 제일 편리한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나는 윅왬 속으로 들어갔지만 짐은 거기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 데도 없었다. "짐." 하고 나는 불러보았다. "나 여기 있어, 허클 이젠 놈들 가버렸나. 큰 소릴 내지마" 짐은 고물에 달린 노 아래에 잠긴 채 코만 수면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뗏목으로 기어올라왔다. "난 얘기하고 있는 소릴 죄다 들었어. 그래서 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놈들이 뗏목 위로 올라오면 둑으로 헤엄쳐 가리라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놈들이 가버린 후에 뗏목으로 다시 헤엄쳐 돌아올 작정이었어. 한데 임잔 근사하던데, 놈들을 둘러치는 그 수완이 그렇게 근사하게 속여대는 솜씬 난 난생 처음이야. 정말 그 덕택으로 이 늙은 짐은 살아났구먼. 이 일은 죽어도 잊어 버리지 않을 거야, 허클." 그 다음 우리는 돈에 관해서 의논했다 한 사람 몫으로 20달러씩이니까 상당한 액수다. 짐은 이 돈만 가지면 기선의 3등표를 살 수 있을 뿐더러, 자유주에서도 우리가 가고 싶은 데까진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뗏목으로 가자면 20마일쯤은 문제도 되지 않는 거리지만 그래도 어서 빨리 도착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도 했다.
먼동이 틀 무렵에 우리는 뗏목을 둑에다 잡아매었지만, 짐은 뗏목을 감출 장소에 관해서 아주 까다롭게 굴었다. 다음 짐은 하루종일 짐을 챙기고는 언제든지 뗏목 여행을 그만둘 준비를 갖추었다. 그날 밤 열 시경, 우리는 훨씬 하류의 왼쪽 만곡부에 마을의 불빛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나는 카누를 타고 물어보러 갔다. 그러자 얼마 후에 낯선 사람 하나가 스키프를 타고 강 한가운데 서 흘림낚싯줄을 늦추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바싹 그 옆으로 저어가 물어보았다 "아저씨, 저 마을이 카이론가요." "카이로냐고. 천만에. 이놈 큰 바보놈이로구나. " "그럼 무슨 마을이에요, 아저씨." "알고 싶으면 가서 물어봐라. 이 이상 30초라도 내 옆에서 우물거리기만 해봐 단단히 혼을 내줄 테니." 나는 뗏목으로 돌아왔다. 짐은 아주 낙망했지만 나는 걱정할 것 없다고, 요다음 마을이 카이로일 거라고 위로해 주었다 먼동이 트기 전에 또다른 마을을 지났으므로 또 가보려고 했지만 이 마을은 고대위에 있었으므로 가지 않았다 카이로 근처에는 고대라곤 하나도 없다고 짐이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깜빡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왼쪽 둑에 꽤 가까운 사주에 숨어서 그 날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어쩐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짐도 마찬가지였다. "암만해도 그날 밤 그 안개 속에서 카이로는 지난 것만 같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얘긴 그만둬, 허클. 불쌍한 검둥이에게 행운이 올 리가 없어, 난 그 방울뱀 껍질의 조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난 그 뱀껍질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군, 그런 걸 보지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임자 탓은 아냐. 모르고 그런 걸 뭐. 임잘 책망하는 게 아냐." 날이 환히 밝아오자 과연 둑 근처에는 오하이오 강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그 저쪽은 언제나 다름없는 미시시피 강의 탁류였다. 이걸로 카이로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의논했다. 둑에 올라도 소용이 없다. 물론 뗏목으로 강을 거슬러오를 수는 없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카누로 상류로 올라가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딴 길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원기를 회복하여 일할 수 있도록 미루나무 숲에서 하루종일 자고는 어두워진 후에 뗏목 있는 데로 돌아와보니, 카누가 간 곳이 없는 게 아닌가. 한참 동안 우리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 또한 그 방울뱀 껍질의 조화라고 하는 것을 둘 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얘기해 본댔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말이다. 다만 그 얘길 하면 방울뱀 껍질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되고 말아. 결국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잠자코 있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깨달을 때까지 재난은 계속 자꾸만 일어날 것이리라.
얼마 후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의논하였고, 돌아가는 카누를 살 기회가 얻어걸릴 때까지 뗏목으로 강을 내려갈밖에 딴 길은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빠가 늘 하는 식으로 사람이 없을 때에 카누를 빌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짓을 하다간 추격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어두워진 후에 우리는 뗏목을 타고 출발했다. 이제까지의 뱀껍질의 조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뱀껍질을 주무르는 것이 어리석은 짓임들 믿지 않는 사람도 앞을 더 읽어 나가 껍질이 우리에게 이 이상 더 무엇을 했나를 알게 되면 믿게 되리라. 카누를 사는 장소는 대체로 둑에 쭉 늘어서 있는 뗏목 저쪽이다 그 러나 둑에 늘어서 있는 뗏목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세 시간 이상이나 떠내려갔다 그런데 밤은 뿌옇게 흐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안개 다음으로 귀찮은 일이었다. 강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거리도 분간할 수 없다. 밤도 깊어지고 사방이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그때 기선이 강을 올라왔다. 우리는 초롱을 켜고, 기선에서 그것이 보이리라고 생각했다. 상류로 올라가는 기선은 보통 우리 옆으로 오지 않는다. 사주를 따라 암초 아래의 물결이 약한 흐름을 찾아서 간다. 그러나 이러한 밤에는 강 전체를 한몸에 받아가며 수로를 마구 돌진해 올라가는 것이다.
그 기선이 올라오는 소리는 들렸지만 바로 옆에 올 때까지 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선은 곧장 우리를 향해서 올라왔다 이따금 기선은 이와 같이 해서 얼마나 가깝게 뗏목에 부딪치는 일 없이 빠져 나갈 수가 있나 그걸 해보는 수가 있다. 때로는 타륜이 큰 노를 빼앗아가는 일도 있고, 그럴 때는 기관사가 배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고는 웃으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기선은 다가왔다. 우리의 뗏목 바로 옆을 지나갈 작정인가 보다고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했는데, 기선은 조금도 피하려는 기색이 없다 큰 기선이었다. 게다가 아주 빠른 속도였다. 주위에 개똥벌레를 몇 줄씩 둘러멘 검은 구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기선은 큰 선체를 불쑥 나타냈다 커다란 입을 벌린 기관이 쭉 긴 대열을 짓고 있고, 새빨갛게 단 이빨처럼 활활 타고 있었다. 거대한 고물과 쇠사슬이 우리 머리 위에 걸려 있었다. 이쪽을 향해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기관을 끄라는 찌릉찌릉 울리는 신호 소리, 마구 떠들어대는 욕소리 기적 소리 등이 한꺼번에 들리고, 짐이 저쪽에서, 내가 이쪽에서 텀벙 물 속으로 뛰어드는 찰나에 기선은 뗏목 한복판을 둘로 갈라놓고 말았다. 나는 물 속에 잠겼다. 밑바닥까지 내려갈 작정으로 있었다. 30피트의 타륜을 그 밑으로 빠져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으로 타륜과 나와의 간격을 훨씬 넓게 해두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1분 동안은 물 속에 잠겨 있을 수가 있었는데 이때만은 1분 반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으므로 빠른 속도로 수면으로 떠올랐다. 겨드랑 아래까지 떠올라 코에서 물을 내뿜으며 '하하'하고 약간 숨을 쉬었다. 물론 흐름은 빨랐고, 기선은 기관을 끄고 나서 10초 후에 또다시 기관을 건 것은 물론이었고, 뗏목 사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엔진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짙은 안개 속에서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기선은 물방울을 날리면서 강을 올라가 버렸다 나는 10여 회나 짐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서서 헤엄을 치고 있는 동안 손에 부딪친 판자를 붙잡고 그것을 앞으로 밀면서 둑을 향해 헤엄쳐 갔다 그러나 흐름이 왼쪽 둑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내가 횡단수로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므로 방향을 바꿔 그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것은 그 길고도 모로 흐르는 2마일이나 되는 횡단수로의 하나로 건너는 데 왜 시간이 걸렸다. 무사하게 둑에 이르러 기어올랐다. 겨우 눈앞이 보일 정도였지만, 나는 손으로 더듬으면서 울퉁불퉁한 길을 4분지 1이상이나 걸어 올라갔다 그러자 그걸 깨닫기도 전에 커다란 두 채가 한 채로 된 구식 통나무집 앞에 와 있었다. 나는 그곳을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개가 여러 마리 뛰어나와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짖기도 하였으므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제17장 그랜저포드 가의 한 식구가 되다
약 1분 가량이 지나자 누군가가 창 밖으로 머리를 내놓지 않은 채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 그만 짖어. 거기 있는 건 누구지." 나는 대답했다. "나예요." "나라니 , 누구야." "조지 잭슨이 에요." "무슨 일이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앞을 지나고 싶은데 개들이 지나가게 하지 않아요." "이런 밤중에 뭣 점에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거냐, 응." "배회하고 있는 게 아니고 기선에서 떨어졌어요." "아. 그러냐. 누가 불 좀 켜라. 이름은 뭐랬지." "조지 잭슨이에요. 아직 애예요." "이봐, 정말이라면 무서워할 것 없다. 아무도 너에게 해를 끼치진 않아. 하지만 움직여선 안 돼. 가만히 거기 점잖게 서 있어. 누가 봅이나 톰을 좀 일으켜서 총을 가지고 오너라. 조지 잭슨. 너 누구 동행이 있느냐." "아뇨, 아무도 없어요." 이때쯤 해서 집 안에선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보였다. 사나이는 소리를 질렀다. "그 불을 저쪽으로 비켜, 이 벳시의 바보놈아. 그만한 머리도 없어, 그걸 현관문 마루에다 놓으란 말이다. 봅, 너와 톰이 준비가 다 되었거든 너희들 자리로 가라." "준비 완료." "자. 그럼 조지 잭슨, 넌 세퍼드슨 집을 알고 있느냐." "아뇨.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응,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고. 자. 준비는 다 됐다. 조지 잭슨, 앞으로 나와 봐라. 이봐라. 서두르는 게 아냐. 아주 슬슬 오란 말이다. 만일 동행이 있다면 그놈은 뒤에다 남겨 두고 와. 그 놈이 나오면 쏴 죽인다. 자, 나오너라. 슬슬 와. 문은 네가 열어. 몸을 모로 해서 몸 하나 들어을 정도로 여는 거다. 알겠는가." 나는 서둘지 않았다. 서둘자고 생각해도 서둘 수가 없었다. 한번에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 발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만 내 가슴의 고동소 리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개들도 사람들처럼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지만 내 조금 뒤에서 따라왔다. 통나무 세 개로 만든 계단 있는 데까지갔을 때에 자물쇠를 열고 빗장을 뽑고 열쇠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에다 손을 걸치고 조금씩 여는데 어디선가, "자 그걸로 됐어 머리를 안으로 넣어 봐." 나는 하라는 대로 했지만, 머리가 잘려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겁이 났다
마루 위에 촛불이 놓여 있고, 거기 전원이 모여 나를 흘낏흘낏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들을 흘낏흘낏 쳐다본 것은 약 15초 가량이었다. 키가 큰 세 사나이가 나에게 총부리를 대고 있어 나는 그만 질겁을 하고 말았다 제일 연상은 백발로 60세 가량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30세 남짓한 사나이 들인데, 세 사람 모두 호남이었다. 그밖에 더할 나위 없이 상냥해 보이는 백발의 노부인, 그 뒤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젊은 여자 둘이 있었다. 노신사는 입을 열었다. "자, 괜찮을 것 같다. 들어오너라 "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곧 노신사는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빗장을 찌르고 걸쇠를 걸고는 젊은 사나이들에게 총을 가지고 따라들어오라고 한다 그들은 전원이 마루에 융단을 깐 커다란 객실로 들어가, 집 정면 쪽에 붙어 있는 창 반대쪽 한구석에 서 있었다. 옆으론 창이 없었다. 그들은 촛불을 쳐들어 얼굴을 잘 들여다보더니, "아니, 이 앤 세퍼드슨 집 사람은 아냐 전혀 세퍼드슨을 닮은 점이 없어" 했다. 그 다음 노인은 무기를 가졌나 찾아볼 테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악의가 있어서 하는 짓이 아니라 그저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노인은 주머니 속에까지 손을 넣지는 않고 그저 겉에서 한번 슬쩍 훑어보는 정도로 하더니 노인은 나에게 마음을 턱 놓으라고 하고서, 사정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노부인이 끼여들었다. "아니, 여보, 저 애 꼴 좀 보오 참 불쌍도 해라 온통 젖어 있는 게 아뇨. 저걸 좀 봐요. 그리고 배도 고플 거라고 당신은 생각하지 않우." "당신 말이 옳아, 난 깜박 잊고 있었군." "벳시 (이것은 흑인 여자였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이 애에게 먹을것을 준비해 줘, 거 참 가엾구나. 그리고 너희들 중 하나가 가서 벅을 깨워서 이렇게 일러라. 옳지, 바로 벅이 저기 왔구나, 벅 너 말이다. 이 꼬마 손님을 데리고 가서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네 옷을 아무거나 하나 입히도록 해라."
덕이라는 애는 내 또래의 소년이었다. 열셋이나 열넷 정도였지만 나보다는 좀 몸집이 컸다. 입고 있는 것이라곤 셔츠 한 장으로 머리칼은 밤송이처럼 까실까실한 머리였다. 하품을 하고 눈을 주먹으로 비비면서, 또 한쪽 손으로는 총을 끌고 들어오면서."세퍼드슨 집 놈들이 온 게 아냐." 하고 물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응 그래. 만일 있기만 했다면, 난 한 놈쯤은 죽였을 텐데" 그 말에 전원은 깔깔 웃었다. 봅이 입을 열어, "이봐 벅, 하마터면 우리 모두의 머리껍질을 벗겨 갔을지도 모를 뻔했구나, 네가 이렇게 늦게 왔으니" 하고 놀려댄다. "하지만 아무도 날 불러 주는 사람이 없잖았어. 모두 나빠. 언제나 난 낙제야. 솜씨를 보여 줄 기회가 전혀 없어." "걱정할 거 없다." 노인이 끼여들었다."앞으로는 기회가 얼마든지 올 테니까 서둘 필요는 없다. 자아, 어서 가서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라."
이층 벅의 방으로 올라갔더니, 벅은 자기 셔츠와 짧은 저고리와 바지를 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들을 입었다. 입고 있는 동안 벅은 나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고는 내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저께 숲속에서 잡은 여치와 토끼새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촛불이 꺼졌을 때 모세가 어디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직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맞춰 봐."
벅 이 종주먹을 댔다. "한 번도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맞춰 본단 말이야." "그래도 맞춰 보면 되잖아. 아주 간단한 거야 " "어느 초인데." "어느 초냐고. 아무 초인면 어때 " "모세가 어디 있었는지 알게 뭐야. 어딨었어." "뭘 그래, 아주 컴컴한 속이지. 그 속에 모세가 있었어." "그럼 어딨었는지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뭣 땜에 나한테 물은 거냐." "이런 바보, 이게 수수께끼라는 거야, 몰라, 걸. 이봐 넌 언제까지 여기 있을 작정이냐. 언제까지 있잖으면 안 돼. 모두 다 재미있는 것 뿐이야 아직 학교는 없고. 너 개 있니. 난 한 마리 있어. 이놈은 말이야, 나무 부스러기를 강에다 던지면 막 가서 물고 온다. 넌 공휴일날에 빗으로 머리를 잘 가리는 등 그런 바보 수작을 이러쿵저러쿵 하는 게 좋으냐. 난 아주 싫어 죽겠어.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시켜 이 헌 바지 새끼 말이야, 꼭 죽겠어. 입는 게 좋으리 라곤 생각하지만 입기 싫어 참 죽겠어, 더워 준비 됐니. 그럼 됐어. 자, 가자, 이 친구야." 차가운 옥수수방과 차가운 콘비프와 버터와 탈지유 - 이러한 것들이 아랫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후 오늘날까지 이보다 더 맛있는 것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벅도, 벅의 어머니도, 다른 식구들도 모두 다 옥수수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곤 어디로 가버린 검둥이 하녀와 젊은 두 딸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했고, 나는 먹으면서 얘기를 했다. 젊은 여자들은 누비이불을 몸에 두르고, 머리카락을 등 아래로 흘려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여러 가지 것을 묻길래, 나는 아빠와 나와 모든 집안 식구들이 아칸소의 남단에 있는 조그마한 농장에서 살고 있었는데, 누나 메리 앤이 집을 도망쳐 나가 결혼한 이래로 소식이 없으므로 빌이 이 누나 부부를 찾아서 나간 것인데 이 빌도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톰과 모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므로 나와 아빠 둘만 남게 된 것인데, 아빠는 너무도 고생을 많이 해서 꼴이 말이 아니었으며, 결국 아빠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자, 본래 이 농장은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남은 것을 챙겨서 3등으로 강을 올라오게 된 것인데, 그만 강에 떨어지고 말아 결국 여기 이렇게 오게 된 운명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집안 식구들은 내가 있고 싶을 때까지 얼마든지 있어도 좋다고 했다 이럭저럭 하는 동안에 거의 새 벽이 되어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벅과 함께 잤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니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나는 자기 이름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1 그래서 한 시간쯤 드러누운 채 이리저리 생각해 내려고 하고 있는데, 그때 벅이 눈을 떴으므로 나는 이렇게 물었다. "벅, 너 철자법을 아니." "알구말구." "내 이름자는 쓰지 못할 거야." "할지 못할지 어디 내기 할래." "좋아, 어디 해봐." "G - e - o - r - g - e J - a - x - o - n 자, 어때." 자못 의기양양하다. "옳지, 참 용쿠나 못할 줄만 알았더니, 그저 아무렇게나 댈 수 있는 이름자는 아니니까 공부하지 않고서는" 나는 몰래 그것을 적어 두었다. 누가 다음에 대보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고, 그때에는 내가 이 이름에 익숙해 있는 듯이 술술 대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고 집도 또한 훌륭했다. 나는 아직까지 시골에서 이만큼 훌륭하고, 이만큼 품위가 있는 집을 본 적이 없었다. 현관문에는 쇠걸쇠도 사슴 가죽끈이 달린 나무로 만든 걸쇠도 없이, 도회지의 집에서 보는 것과 같이 놋쇠 손잡이를 돌리게 되어 있었다. 시골의 사랑방에는 침대라곤 하나도 없고, 침대를 놔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회지의 집 사랑방에는 침대를 파둔 방이 얼마든지 있다 커다란 난로는 그 바닥이 벽돌로 깔려 있고, 그 벽돌은 물을 부어 다른 벽돌로 문질러 늘 깨끗하고 새빨갛게 해놓고 있었다 때로는 도회지에서 하는 것처럼, 스페인 갈색이라고 불려지는 빨간 물감으로 씻어낼 때도 있었다. 커다란 놋쇠 장작통은 제재용 통나무까지도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난로 한복판에는 시계가 놓여 있었고, 유리로 된 정면 하부 절반에는 어느 도회지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한복판의 둥근 곳은 태양으로 되어 있고, 그 뒤에는 추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 시계의 똑딱똑딱하는 소리는 참 아름다웠다 가끔 행상인 하나가 와서 시계를 깨끗이 청소하고 조절해 놓으면 태엽이 모두 풀릴 때가지 뗑뗑 하고 150번이나 계속해서 치는 수가 있었다. 집안 식구들은 아무리 값을 많이 주어도 이 시계를 팔아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시계 양쪽에는 커다란 외국풍의 앵무새가 놓여 있었다. 백묵 같은 것으로 되어 있고, 화려한 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앵무새 한 마리 옆에는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가 있고, 또 한쪽 앵무새 옆에는 도자기 개가 놓여 있었다. 이 고양이와 개를 꾹 누르면 찍찍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었는데, 입을 여는 것도 아니고, 표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 찍찍하는 소리는 아래쪽에서 났다. 이러한 물건 뒤에는 야생 칠면조 깃털로 만든 커다란 부채가 한 쌍 펼쳐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 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능금과 글과 복숭아와 포도를 수북이 담은 멋진 도자기로 만든 바구니 같은 것이 놓여 있는데, 그것들은 진짜보다는 훨씬 빨갛고, 훨씬 노랗고, 훨씬 아름다웠지만 진짜는 아니었다. 그 증거는 색이 벗겨진 아래에서 석고니 그것 비슷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테이블에는 아름다운 커버가 덮여 있었다. 적색과 청색 날개를 편 독수리가 그려져 있고 가장자리에도 빙 둘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멀리 필라델피아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테이블 양 끝에는 책이 몇 권 아주 단정하게 포개 놓여 있었다. 한 권은 그림이 많이 들어 있는 대형 가정용 성서였다 다른 한 권은 '천로역정'이라는 책으로 집을 나간 사나이의 이야기지만, 무슨 이유로 집을 나갔는지는 쓰여 있지 않다. 이 책을 나는 가끔 읽은 일이 있다 이야기 줄거리는 재미있었지만 어려웠다. 또 한 권은 '우정의 선물' 이라는 책으로, 아름다운 문구와 시가 잔뜩 들어 있었지만 난 시는 읽지 않았다. 또 한 권은 헨리 클레이(미국의 웅변가)의 연설집이고, 또 한 권은 건 박사의 '가정의학사전'으로, 이 책에는 누가 병이 나거나 죽거나 했을 때 어떻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잔뜩 쓰여 있는 책이었다. 찬송가도 한 권 있었고, 그밖의 책도 많았다 튼튼한 고급•등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한가운데가 헌 광주리처럼 움푹 들어가 갈라진 물건은 아니었다. 벽에는 그림들이 몇 장 걸려 있었다. 주로 워싱톤과 라파이에트(독립 군에 몸을 던져 미국을 원조한 프랑스의 흔혈아. 1757i¡1834)의 그림, 전쟁 그림, 하이랜드 메리(스코틀랜드의 시인. 번즈의 정인. 매리 캠펠과 매리 모리슨에게 주어진 칭호)의 그림 등으로, 그 중에 하나 '독립선언서 서명'이라는 표제의 그림도 있었다. 크레용화도 몇 장 있었지만, 그것은 이 집의 죽은 딸이 열다섯 살 때 손수 그린 것이었다. 이 그림은 내가 아직까지 보아 온 어떤 그림과도 달랐다. 대체로 보통 그림보다는 색이 검었다. 한 장은 날씬한 검은 옷을 입은 여자의 그림으로. 겨드랑 아래를 혁대로 졸라매서 잘름 가늘게 한 매끈한 까만 드레스, 소매 한 가운데가 양배추 모양으로 부풀어올라 있고, 삼 비슷한 모양의 커다란 밀짚모자에 검은 베일, 까만 테이프를 옆으로 감은 희고도 날씬한 발목, 끌처럼 아주 작은 까만 구두를 신고 있는 몸차림으로 수양버들 아래에 서서 근심에 잠겨 바른쪽 팔꿈치를 묘석 위에다 괴고, 이만큼 옆으로 떨어져 있는 다른 쪽 손에는 횐 손수건과 손가방이 쥐여져 있었다 그 그림 밑에는 '슬프도다. 재회의 날은 또다시 없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또 한 장은 머리칼을 머리 꼭대기로 말끔히 치켜올려가지고는 의자등처럼 생긴 빗 앞에서 땋고 있는 젊은 귀부인의 그림으로, 그 여자는 손수건을 얼굴에다 대고 울고 있는 것인데, 한쪽 손에는 죽은 새가 발을 위로 치켜든 채 나자빠져 있었다 그 그림 아래에는 '슬프도다. 그대의 구슬 같은 노랫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창가에서 달을 쳐다보고 있는 젊은 여자의 그림도 있었다 눈물이 뺨을 흘러내리고 있었고, 손에는 한쪽 끝에 까만 봉랍이 붙은 밀봉을 뜯은 편지를 들고 있고, 그리고 쇠줄 한쪽이 달린 로켓을 입에다 누르고 있었다. 그 그림 밑에는 '슬프도다. 그대는 가버렸는가, 그렇다 그대는 가버렸도다' 라고 쓰여 있었다.
이 그림들은 모두 잘 된 그림이라곤 생각하지만 웬일인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좀 기분이 나쁠 때에 이러한 그림을 보면 마음이 어수선해지기 때문이다. 이 소녀는 이러한 그림을 아직도 얼마든지 그릴 작정으로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이 소녀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만 보더라도 얼마나 중요한 인물을 이 가족이 잃었는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질의 사람으로서는 차라리 무덤 속에 들어가 있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발병했을 때에는 집안 식구들이 이거야말로 이 소녀의 최대 걸작이라고 부른 그림에 착수한 것이어서, 소녀는 밤낮으로 이 그림을 끝마칠 때까지 자기 목숨을 살려 주었으면 하고 기원했지만, 끝내 그 소원은 성취되지 못했다.
그것은 횐 장의를 몸에 감은 젊은 여자가 이제라도 당장 물속에 뛰어들려는 자세로 다리 난간에 서 있는 그림으로, 머리칼은 온통 잔등으로 흘러떨어져 있고,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팔은 가슴 위에 십자로 팔짱을 끼고 있었고, 또 두 팔은 앞으로 쑥 뻗쳐 있고, 나머지 두 개는 달을 향해 뻗쳐 있었다 - 이렇게 팔이 많은 것은 어느 팔이 제일 근사하게 보이는가를 연구하여 그 나머지 불필요한 팔은 모두 지워 버릴 작정이었지만,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결심이 붙기 전에 죽어 버리고 말았으므로 이 그림은 이 소녀의 방 침 대머리에 걸려 있었고, 해마다 소녀의 생일이 오면 집안 식구들이 그 앞에다가 헌화한다. 그 이외에는 늘 조그마한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 그림의 젊은 여자는 귀엽고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팔이 많아서 나에게는 마치 거미처럼 보였다. 이 소녀는 생전에 스크랩 북을 만들고 있어 '장로교회신문'에서 사망 기사, 사고 기사,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사 등을 오려내어 붙여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맨 끝에다 손수 생각해 낸 시를 써넣어 두었다. 여간 잘된 시가 아니었다. 이것은 스티븐 다올링 봇스라고 하는, 우물에 빠져서 죽은 소년에 관해서 쓴 시였다. 스티븐 다올링 봇스에게 바치는 송시
└■└? 스티븐은 병에 걸려 ,
젊은 스티븐은 세상을 떠났는가.
슬픈 마음은 괴로워했던가
상중의 사람들은 울었던가.
그렇지는 않았도다.
젊은 스티븐 다올링 봇스의 운명은.
슬픈 마음은 괴로웠지만
그것은 병 때문은 아니었나니.
백일해가 그 몸을 괴롭힐 것도 아니고,
또 홍역의 종기가 그 몸을 망치고 만 것도 아니었나니,
이러한 것들이 스티븐 다올링 봇스의 슬기로운 이름을
더럽힐 것은 아니었나니,
곱슬진 머리를 친 것은
헛된 사랑 때문도 아니었고,
저 젊은 스티븐을 쓰러뜨린 것은
위병도 아니었나니
눈에다 눈물을 머금고 들을지어다.
그의 운명을.
우물에 빠져서 이 차디찬 세상을 떠났나니
그의 영혼은
우물에서 건져내어 물을 토하게 했지만
슬프도다 때는 이미 늦었나니.
그의 영혼은
전지전능한 천국으로 드높이
사라졌나니
채 열네 살도 못 된 소녀의 몸으로 이러한 시를 쓸 수 있었던 에메라인 그랜저포드가 만일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사람은 없으리라. 에메라인은 시 같은 건 문제없이 술술 지어낼 수 있었다고 벅이 말했다 도중에서 손을 쉬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단숨에 한 줄을 쓰고, 그것에 운이 맞는 시구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워 버리고 다른 또 한 줄을 단숨에 고쳐 쓴다 이렇게 시를 짓는다고 벅이 말했다. 에메라인은 소재에 관해서 별로 까다로울 것도 없이, 슬프기만 하면 아무거나 시로 지어낼 수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애건 할것없이, 죽기만 하면 반드시 에메라인은 시체가 식기도 전에 '공양사'를 지어가지고 그 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에메라인은 그러한 시를 '공양사'라고 불렀다.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는 제일 먼저 의사, 둘째가 에메라인, 셋째가 장의사의 순서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장의사는 에메라인보다 먼저 간 일이 절대로 없었는데, 꼭 한 번 먼저 가게 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죽은 사람의 위슬러라고 하는 이름에 맞는 운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그것을 찾아내느라고 쩔쩔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부터는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변해 버렸고, 결코 불평을 말하는 법은 없었지만 자꾸만 마르는 것이 그후 얼마 살지 못했다. 불쌍한 에메라인 그녀의 그림에 화가 나 그녀 일로 약간 기분이 나빠질 땐 나는 곧잘 에메라인의 방으로 올라가 그 스크랩북을 꺼내어 읽곤 했다 나는 죽은 사람까지 넣어서 집안 식구가 모두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언제까지나 정을 붙이며 살아가고 싶었다 불쌍한 에메라인은 생존시에는 죽은 사람들에게 시를 지어 주었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만 이제 아무도 에메라인에게 시를 지어 주지 않는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되어 나는 손수 한두 절을 지어 보려고 큰 노력을 해보았지만, 웬일인지 잘 해낼 것 같지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은 에메라인의 방을 깨끗하고도 단정히 치워 놓고는 무엇이나 다 에메라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대로 해놓고는 아무도 그 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검둥이 하인이 몇 사람 있는데도 노부인은 손수 이 방을 치웠으며, 여기서 바느질을 하기도 하고 또 성서를 읽기도 했다. 이제까지 얘기한 사랑방 창에는 아름다운 커튼이 걸려 있었다 흰 바탕에 벽이 온통 덩굴로 덮인 성과 물을 마시러 오는 가축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래된 조그마한 피아노도 있고, 그 안에 함석 냄비가 몇 있는 것같이 생각되었는데, 젊은 부인들이 '최후의 고리는 끊어지고 말았네'를 노래 부르거나, 피아노로 '프라그의 전투'를 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이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만 같았다. 어느 방의 벽도 석고로 하얗게 발라져 있고, 방마다 마루에는 융단이 깔려 있고, 집 전체의 외부가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이 집은 두 채로 되어 있는데, 두 채 사이의 넓은 공지에는 마루를 깔고, 지붕을 올리고 있어 때때로 여기다 식탁을 준비했는데,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장소였다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어디 있으랴1 음식도 좋고, 또 분량도 넉넉 했다.
제18장 왜 하니는 모자를 가지러 가는데 말을 몰았는가
그랜저포드 대령은 신사였다. 철두철미한 신사였다. 집안 식구들도 그러했다. 대령은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대로 양가 출신이었고, 그것은 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있어서도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더글라스 과부댁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부댁이 우리 마을에서 제일급 가는 귀족이라는 것을 누구 하나 부정한 사람은 없다. 하기야 우리 아빠 같은 건 신분으로 해서 말하자면 메기만도 못한 위인이었지만, 이 아빠까지도 늘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랜저포드 대령은 아주 키가 컸으며 체격이 날씬했다. 얼굴색은 혈기라곤 조금도 찾을 길이 없이 푸르죽죽했다 아침마다 그 마른 얼굴을 깨끗이 면도질을 했다 입술은 더할 나위 없이 얇고, 콧구멍은 가늘고 코는 높고, 눈썹은 진하고, 까만 눈은 너무나 깊이 움푹 들어가 있는 까닭으로 말하자면 동굴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격이었다. 이마는 높고, 머리칼은 백발이 희끗희끗 섞였으며, 똑바로 어깨까지 흘러떨어져 있었다 손은 길고도 가늘었고, 일생을 통해서 매일같이 깨끗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격식대로 단정히 의관을 갖춘 한 벌의 모시옷은 눈이 부실 정도로 순백색이었다. 일요일에는 놋쇠 단추가 달린 푸른색의 연미복을 입었다. 마호가니 스틱에는 은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어디를 보나 경박한 데라곤 눈곱만큼도 없었으며, 얘기를 할 때에도 절대로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친절한 것은 더할 나위 없었다. 분명히 그것이 보였다 그래서 신뢰감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때로 생글 웃는 수가 있었고. 그것은 옆에서 보기에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대령이 국기 게양목처럼 몸을 꼿꼿이 하고 눈썹 아래에서 번갯불을 번쩍번쩍 하기 시작하면, 그 이유를 아는 것은 나중 일로 미루고 우선 나무에라도 오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령은 절대로 남에게 행실을 잘하라고 주의할 필요가 없었다. 누구나 대령이 있는 데에서는 행실을 좋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모두가 대령 옆에 있고 싶어했다. 대개 대령은 일광과도 같은 존재였다 - 대령만 있으면 날씨가 좋은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령의 얼굴이 흐리기 시작하면 한 30초 동안은 무섭게 어두워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후부터 일주일 동안은 만사가 태평으로 돌아가니까. 아침에 대령과 노부인이 이층에서 내려오면 집안 식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다음 톰과 봅이 술병이 들어있는 찬장으로 가서 맛이 독한 맥주를 한 잔 섞어서 그걸 대령에게 주었다. 대령은 유리잔을 손에 든 채 톰과 봅의 몫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톰과 봅은 머리를 숙이고는, "아버님 어머님에게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하면 대령 부부는 약간 머리를 숙이고는 "고맙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셋이서 그것을 마셔 버렸다. 봅과 톰은 컵 속에
넣은 설탕에다 한 스푼 가득히 물을 붓고, 소량의 위스키가 아니면 애플 브랜디를 따라서 나와 벅에게 주었다. 그러면 우리들도 노부부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올렸다. 봅이 제일 맏이고 그 다음이 톰 - 키가 후리후리한 미남들로 아주 넓은 어깨와 검게 그을은 얼굴, 기다란 머리와 까만 눈의 소유자들이었다. 노대령과 마찬가지로 의관은 단정하게 횐 모시옷을 입고 있고, 차양이 넓은 파나마모를 쓰고 있었다. 미스 샬롯트는 스물다섯 살로 키가 크고 기품이 있어 보이고, 위엄이 있었다. 그러나 화를 내고 있지 않을 때는 더할 수 없이 호인이었다. 하지만 일단 화를 낼 때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소스라치게 하는 무서운 얼굴을 했다. 미인이었다. 그 동생 미스 소피아도 미인이었지만 조금은 종류가 다른 미인이었다. 비둘기처럼 상냥하고 귀여웠다 이제 나이 겨우 스무 살이었다. 집안 식구 하나 하나가 모두 자기 전용의 검둥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벅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검둥이는 자못 편했다. 나는 별로 남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벅의 검둥이는 쉴 새라곤 조금도 없었다.
현재로선 이게 가족 전원이지만 전에는 더 있었다. 아들 셋이 있었는데 피살되었고, 그리고 에메라인은 죽었다. 노대령은 많은 농장과 백 명 이상이나 되는 검둥이를 소유하고 있었다. 가끔 10마일인가 15마일 떨어진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을 타고 와서 5,6일씩 묶고 갔다. 그때 그들은 근처 강가에서 호탕하게 놀았으며, 낮에는 숲속에서 댄스와 피크닉, 밤에는 집에서 무도회를 열었다. 대부분이 친척들로, 남자들은 총을 가지고 왔다. 모두가 신분이 높은 사람들뿐이었다. 이 근처에 5,6세대로 되어 있는 또 하나의 특권 계급의 일문이 있었으며, 이름은 세퍼드슨이라고 했다. 이 집안도 그랜저포드 집안 못지않게 품위있고, 명문이며, 부자이고, 격식이 단정했다.
세퍼드슨 가와 그랜저포드 가는 우리집에서 두 마일쯤 상류에 있는 똑같은 나루터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때로 집안 식구들과 함께 거기를 가면 세퍼드슨 가의 사람들이 훌륭한 말을 타고 거기 와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벅과 내가 숲속 깊숙이 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말굽소리가 들려왔다. 때마침 우리는 길을 횡단하려던 참이었다. 벅이 허겁지겁 서둘러 댔다. "어서 빨리. 숲속으로 숨어." 우리는 숲속으로 도망쳐 들어가 나뭇잎 사이로 저쪽을 내다보았다. 얼마 후에 훌륭한 몸차림의 청년이 말을 몰고 길 이쪽으로 달려왔다. 유유히 말 잔등 위에 올라앉아 있는 폼이 군인 같았다. 총은 안장머리 에 걸고 있었다. 나는 전에 한번 이 청년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하니 세퍼드슨 청년이었다. 벅의 총이 내 귀 바로 옆에서 땅 하고 터졌고, 하니의 모자가 머리에서 굴러 떨어졌다. 하니는 총을 움켜쥐자 우리들이 숨어 있는 장소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우물거리지 않았다. 숲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숲은 우거져 있지 않았으므로 나는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며 총알을 피했다. 그리고 하니가 두 번 벅에게 총을 겨누는 것을 본 것인데, 얼마 후에 하니는 오던 길을 다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말을 몰고는 되돌아가 버렸다. 모자를 가지러 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볼 수는 없었다. 우리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쭉 뛰었다. 노대령의 눈은 잠시 번쩍거렸다. 기뻐서 그랬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다음 얼굴을 얼마간 평상시대로 하더니 부드러 운 목소리로 말했다. "덤불 뒤에서 쏘는 건 좋지 못해, 왜 한길로 나가지 않았지 벅." "세퍼드슨놈들은 그렇게 안해요 아버지 그놈들은 늘 짬을 노려요." 벅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미스 샬롯트는 여왕처럼 머리를 쳐들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청년들은 못마땅한 얼굴이었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미스 소피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하니가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자 제 혈색으로 돌아왔다. 나는 나무 아래의 옥수수 저장고 옆으로 벅을 끌고가 둘만이 있게 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넌 그 사람을 죽일 작정이었니, 벅." "그럼." "그 사람이 너에게 뭘 했길래." 그 사람. 아무것도 없지." "그럼 왜 죽이려고 했느냐 말이야." "이유는 그저 숙원이 있기 때문이야." "숙원이 란 뭐냐." "뭣이, 넌 어디서 자랐단 말이냐. 숙원이 원지도 몰라." "들은 적이 없으니까 그렇잖아. 얘기해 봐." "그래, 숙원이란 이런 거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싸우고 그 사람을 죽여 버린단 말이야. 그러면 그 피살된 사람의 형제가 처음 사람을 죽일 게 아냐. 그러자 그 양쪽 형제들이 서로 맞붙어서 죽인단 말이야. 이번엔 사촌들이 끼여들 게 아냐. 이렇게 해서 점점 모두 죽고 말게 되면 결국엔 숙원은 없어지고 마는 법이야. 하지만 빨리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이 걸려." "이 숙원도 오래 걸렸다구, 벅." "음, 그랬나봐. 30년인가 그 전에도 일어났나봐 무슨 일로 해서 귀찮은 일이 일어나 재판이 되고 만 거야. 그 재판에서 한쪽이 지고 말았으므로 진 쪽이 재판에 이긴 쪽을 총으로 쏴 죽인 거야. 물론 그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처사지. 누구나 그렇게 했을 거야" "그 귀찮은 일이란 원인이 뭔데, 벅. 토진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잘 몰라." "그럼 쏜 편은 누구야. 그랜저포드 집 사람인가, 세퍼드슨 집 사람인가."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아니. 아주 오래된 옛날 얘긴데." "누구 아는 사람은 없어." "그야 있지. 아빤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다른 노인들도 몇 사람은. 그렇지만 제일 먼저 뭣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많이들 죽었나, 벅." "음, 장례식이 얼마든지 있었어 그러나 늘 죽이는 건 아냐. 아빠도 사슴총알을 두서너 발 몸에 맞았지만 본래 몸이 가벼운 사람이니까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계셔. 봅은 칼로 몇 군데 찔렸고, 톰도 한 두 번은 다쳤어."
"금년 들어서 죽은 사람은 없나." "음, 우리가 하나 죽였고, 놈들이 또 하나 죽였어. 석 달쯤 전에 내 사촌으로 열네 살 되는 버드가 강 저쪽의 숲속을 말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아, 글쎄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단 말이야 바보지 뭐야 쓸쓸한 곳에 왔을 때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다보니 볼디 세퍼드슨 노인이 바람에 백발을 날리면서 손에 총을 들고 쫓아오는 게 아냐. 버드는 말에서 뛰어내려 덤불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지 않고서, 그 대신 노인을 떼어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냥 말을 몬 거야. 그래서 둘은 5마일 이상 떨어지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고 같은 간격을 둔 채 달렸지. 결국 노인 쪽이 따라붙어 버드는 이젠 틀렸다 하고 말을 세우자 홱 방향을 바꿨단 말이야. 총알을 앞에서 받기 위해서였지. 그래서 노인은 거기까지 와서 버드를 쏴 죽인 거야. 하지만 노인은 자기의 행운을 기뻐할 사이가 길지도 못했어. 왜냐하면 그후 채 일주일도 못 되어 우리집 사람들이 그 늙은일 죽이고 말았으니까." "그 늙은인 비겁한 사람이군." "천만에, 비겁자가 아냐. 세퍼드슨 집에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어. 한 사람도 없어. 그랜저포드 집에도 없구. 이봐, 그 늙은인 말이야, 어느 날 그랜저포드 집 식구 세 사람을 상대로 하여 30분 동안이나 버티어 나간 끝에 마침내는 이기고 말았으니까. 그 늙은인 말에서 뛰어내리자 조그만 장작더미 뒤로 들어가 말을 앞에다 놓고 총알을 피한 거야. 그런데 그랜저포드 집 사람들은 말은 탄 채 노인 주위를 뛰어다니며 쏘았단 말이야. 노인도 세 사람을 향해 쏘았지 노인과 말은 지쳐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갔지만 우리 쪽 사람은 업혀서 올 정도였어. 하나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고, 하나는 다음날 죽었어 그렇지 겁쟁일 찾고 싶어도 세퍼드슨 집을 찾아선 소용없어 그 집엔 겁쟁일 하나도 낳지 않았으니까." 다음날 일요일에 집안 식구 모두 말을 타고 3마일쯤 떨어진 교회에 갔다. 사나이들은 각자 총을 한 자루씩 가지고 갔고, 벅도 가지고 갔다. 그들은 총을 무릎 사이에다 꽂기도 하고 가까운 벽에다 기대놓기도 했다. 세퍼드슨 집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설교는 왜 지루했다. 동포애니 뭐니뭐니 하는 지루한 소리만 늘어놓는 것인데, 그러나 모두들 참 좋은 설교였다고 칭찬하며, 돌아오면서도 그것에 관해서 연방 찧고 까불었고, 신앙이니 선행이니 관대한 은총이니 전세의 인연이니 하고 떠드는 소리가 산처럼 많았으므로 나에겐 그때까지 이렇게 힘든 일요일이라곤 처음이라고 생각되었다. 점심이 끝난 후 약 한 시간이 지나서 집안 식구들은 모두 낮잠을 잤다 어떤 사람은 의자에 앉은 채,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까닭으로 왜 지루했다. 벅과 개는 해가 내리쪼이는 풀밭에서 네 활개를 펴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나는 벅과 같이 쓰고 있는 방으로 올라가 나도 한잠 자볼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들 방 바로 옆방이 소피아의 방이었는데, 그 방문 앞에 상냥한 미스 소피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가만히 닫고 나서, 너는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하자 그녀는 자기를 위해서 무슨 일을 좀 해줄 수가 없겠느냐고, 그 얘길 아무에게도 하지 않겠느냐고 따지길래, 그러마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는 성경책을 잊어 버리고 왔노라고, 교회의 자기 자리에다 다른 책 두 권 사이에 꽃아 놓고 왔으니 몰래 집을 나가 그걸 좀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다짐을 두었다. 나는 그대로 하겠노라고 대답을 하고 몰래 집을 빠져나가 교회에 갔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있는 건 돼지가 한두 마리 있을 뿐이었다.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고, 돼지는 여름에는 바닥이 찬 판자 마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대체로 사람들은 가야 할 때에만 교회에 가지만 돼지는 그렇지 않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필경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구나. 처녀가 성경책으로 해서 저렇게까지 안달을 하는 것은 심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성경책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두 시 반'이라고 연필로 쓴 조그만 종이조각 한 장이 떨어졌다. 나는 성경책을 구석구석 찾아 보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통 알 수 없었으므로 종이조각을 도로 성경책 속에다 꽂았다. 집으로 돌아와 이층으로 올라갔을 때 미스 소피아가 자기 방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방안으로 끌어 넣더니 문을 잠그고, 성경책을 한 장 한 장 뒤지는 동안에 그 종이조각을 찾아내고 말았다. 그녀는 그것을 읽고 곧 희색이 만면해지며 아니 이건 어찌된 셈이야 하고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나를 꼭 껴안고서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애니까 누구에게도 이 얘길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다짐했다. 다음 순간 미스 소피아는 얼굴색이 새빨개지고 눈은 활활 타고 여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적이 놀랐지만 호흡이 정상대로 되돌아오자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다시 미스 소피아가 이 종이를 읽었느냐고 묻길래 난 읽지 않았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다시 글을 읽을 줄 아느냐고 묻길래 쉽게 쓴 거라면 읽을 수 있다고 대답했더니 미스 소피아는 그 종이는 읽은 장소를 잊어 버리지 않도록 책 사이에다 꽃아 두는 서표에 지나지 않으니, 자, 이젠 나가서 놀라고 했다.
나는 이런 일을 생각하면서 강 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후에 내 검둥이가 뒤를 쫓아오는 것을 깨달았다 집이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오자 이 애는 잠시 뒤와 주위를 살피고 나더니 나에게로 바싹 뛰어와 이런 말을 한다. '조지 나으리, 늪으로 가면 물뱀이 득실거리는 걸 보여 드릴 테유." 이건 참 이상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애는 어저께도 이런 소릴 한 것이다 일부러 찾아서 갈 만큼 물뱀을 좋아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하는 것쯤은 알 일이 아닌가. 어쨌든 이 애는 어찌자는 셈일까. "좋아, 그럼 앞서라." 반 마일쯤 따라갔더니 늪지가 나왔다. 늪지로 들어가 또 반 마일쯤 발목까지 물에 적시며 건너갔다. 잠시 후에 조그만 평지가 나왔다 그 곳은 땅이 습하지가 않고 나무와 덤불과 덩굴이 우거져 있었다. "조지 나으리, 이제 두서너 걸음만 더 가보세요. 거기 있으니까. 난 전에도 봤으니까 이젠 또 보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하더니 그는 물 속을 철벅철벅 저쪽으로 걸어가서 금세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나는 좀더 걸어 온통 사방이 덩굴로 덮여 있는 침실만한 넓이의, 나무가 자라나 있지 않은 곳으로 나왔다.그러자 웬 사나이 하나가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건, 그건 다름 아닌 짐이 아닌가.
나는 짐을 깨웠다. 그리고 나와 또다시 만나게 되어 얼마나 짐이 깜짝 놀랄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웬일인지 짐은 놀라지 않았다. 기쁜 나머지 눈물이 글썽글썽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날 밤 짐은 내 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으므로 내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그 소리를 듣긴 들었지만 붙잡히게 되어 다시 노예가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난 좀 다쳐서 빨리 헤엄칠 수가 있었어야지. 그래서 나중엔 임자에게서 왜 떨어지고 말았지. 임자가 둑에 올라섰을 때에 난 임자에게 소릴 지르지 않아도 오른 뒤에 능히 따를 줄 알았어. 하지만 저 집을 보고 나서부터 난 슬슬 걸었지 뭐야. 너무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임자에게 무슨 소릴 하는지 통 들리지 않더군. 난 개가 무서워. 하지만 사방이 고요해 졌으므로 임자가 그 집으로 들어간 것을 알았어. 그래서 난 숲속으로 들어가서 밤이 새기를 기다리기로 했지. 아침 일찍 들일을 나가는 검둥이가 몇 지나다가 날 여기다 안내해 준 거야, 여기라면 물이 있으니까 개가 따라올 까닭도 없고 그래서 밤마다 그 친구들이 먹을 것을 날라다주고 는 임자 소식을 전해 준 거야." "왜 좀더 빨리 날 여기 데려오도록 내 잭크에서 말하지 않았지, 짐." "우리가 윌 할 수 있을 때까진 임잘 방해해도 소용없을 게 아냐, 허클. 하지만 이젠 우리들 걱정 없어 난 짬이 있을 때마다 솥과 먹을 것을 샀고, 밤에는 뗏목 수리를 하고...... "뗏목이 라니." "우리의 그 뗏목 말이야 " "그럼 우리의 뗏목이 산산조각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럼 안 깨지구말구. 다만 우리의 물건은 거의 다 없어졌지만. 우리가 그렇게까지 깊이 물 속에 잠기지 않고. 그리고 또 그렇게까지 그날 밤이 어둡지 않고, 그렇게까지 벌벌 떨고만 있지 않고, 그렇게까지 바보만 아니었더라면 틀림없이 뗏목을 보았을 거야. 허나 보였건 안보였건 마찬가지야 차라리 안 보인 편이 더 나았어. 이젠 새것이나 다름없는 새 뗏목이 되었고. 잃어 버린 물건 대신 새 물건이 얼마든지 손안에 들어왔으니까" "대관절 어떻게 해서 짐은 그 뗏목을 또다시 손안에 넣은 거야. 붙잡은 건가, 짐 이." "무슨 수로 숲속에 있는 내가 뗏목을 붙잡을 수 있단 말이야. 천만에, 검둥이 몇이 강의 그 만곡부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에 걸려 있는 뗏목을 발견해 가지고 버드나무 속의 개울에다 감춰 둔 거야 그래서 그 뗏목이 누구의 것이냐고 서로들 떠들썩하게 야단을 치는 바람에 그 소리가 나 있는 데까지 들려왔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 뗏목은 너희들 누구의 것도 아니고, 나와 임자의 거라고 말하고는 싸움을 가라앉혔지 뭐야. 그러고 나서 너희들은 백인 신사의 물건을 훔쳐가지고 능지처참을 당하고 싶으냐고 해주었지. 여기서 내가 놈들 각자에게 10센트씩 주었더니, 놈들 모두 반색을 하며 좀더 뗏목이 떠내려와서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좋아하더군. 그 검둥이들은 내겐 아주 잘 해 주어 무슨 일이구 한번 부탁하기만 하면 돼. 두번 다시 부탁할 것도 없어. 그 잭크라는 애는 참 좋은 검둥이야. 게다가 아주 영리한 것이." "정말 그래. 짐이 여기 있는 얘긴 절대로 하지 않고, 나더러 오라고, 그러면 물뱀을 얼마든지 보여 주마고 그러는 게 아냐. 만일 무슨 일이 생겨도 발뺌이 된단 말이야.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게 아냐. 또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 다음날 일은 그다지 쓰고 싶진 않다. 그저 간단히 적어볼 생각이다 . 새벽녘에 잠을 깬 나는 이쪽으로 돌아누워서 한참 다시 자보려고 생각한 것인데, 그때 사방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고요해진 것을 깨달았다. 아무도 일어나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늘 이런 일은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에 벅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이 생쥐처럼 잠잠하기만 하다. 집 바깥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장작더미 있는 곳에서 나는 잭크를 만났다. "대관절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내가 물었다.
"아직 모르시는 건가유, 조지 나으리." "응, 몰라." "실은 말야유, 소피아 아씨가 집을 나가 버렸어유. 정말이야유. 밤새 몇 신진 모르지만 도망쳤어유. 몇 신지 아무도 몰라유. 저, 그 하니 세퍼드슨 도련님과 같이 살려고 도망친 거래나유. 그렇지 않을까 하는것이 모두의 생각이 야유. 집안 식구들은 30분 전에야 겨우 - 좀더 전일지 모르죠 - 그걸 알았지 뭐야유. 모두 1초라도 우물거릴 순 없었죠. 총이니 말이니 하고 그렇게 서둔 적은 한 번도 없었어유. 여자들은 친척을 부르러 달려갔고, 소올 나으리와 도련님들은 총을 집어들기가 무섭게 말을 집어타고는 강둑길을 쏜살같이 올라갔어유 그 젊은이가 소피아 아씨를 데리고 강을 건너기 전에 붙잡아 해치워 버리려구 말이 야유. 필경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벅은 날 깨우지 않고 가버렸구나." "아, 그럼요. 도련님까지 성가신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그렇죠, 집안 식구들은. 벅 도련님은 총에다 장진을 하고는 꼭 세퍼드슨의 개새끼를 하나 잡아온다고 큰소릴 하던뎁쇼. 세퍼드슨 집 놈들 우루루 떼로 몰려올 테니 재수만 좋으면 필경 하나쯤은 붙잡아 올 거 야유."
나는 강둑길을 빠른 속력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런데 얼마 후에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기선이 닿는 장소의 재목 창고와 장작더미가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나는 나무와 덤불 아래를 기어 적당한 장소에 나와 총알이 미치지 못할 미루나무 가지 위로 기어올라가 앞을 내다보았다. 이 나무 바로 전방에 높이 4피트 가량의 재목더미가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그 뒤에 숨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안한 것이 천만다 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4,5명의 사나이가 말을 타고 재목더미 앞 공지에서 욕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선이 닿는 장소 그 앞에 있는 재목더미 뒤에 숨어 있는 소년 둘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 중 하나가 재목더미의 강 쪽으로 나가려고 하면 반드시 총에 얻어맞았다 두 소년은 재목더미 뒤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양쪽을 다 볼 수 있었다. 얼마 후에 청년들은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고함소리를 지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재목더미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소년 하나가 일어나 재목더미 위에서부터 잘 겨누어서 말에 탄 사람 하나를 쏘아 떨어뜨렸다. 사나이들은 그 바람에 모두 말에서 뛰어내려 총에 맞은 사나이를 부축하여 재목더미 쪽으로 운반해 가려고 했다. 그 순간 두 소년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 소년이 내가 숨어 있는 나무 쪽으로 절반쯤 달려왔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사나이들은 그것을 깨닫고는 말에 올라타 소년들을 뒤쫓았다. 사나이들은 두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긴 했지만 그러나 완전히 따라설수는 없었다 소년들의 출발이 너무도 빨랐었기 때문에, 결국 추격도 아무 소용에 닿지 않았다. 두 소년은 내가 올라가 있는 나무 앞의 재목더미에 이르자 그걸 순식간에 넘더니 그 뒤로 재빨리 미끄러져 숨어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소년들은 사나이들에 대해서 유리한 지점을 점령하게 되었다 소년의 하나는 벅이고, 또 하나는 열아흡 살 정도된 몸집 이 호리호리한 청년이었다. 사나이들은 잠시 동안 미친 듯이 뛰어돌아다니더니 얼마 후에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사나이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벅에게 큰 소리로 이젠 가버렸다고 알렸다. 처음에 먹은 나무에서 들려온 내 목소리에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지를 못해 몹시 놀랐다. 벅은 나에게 잘 감시를 해서 놈들이 또다시 오면 알려 달라고, 그놈들은 무슨 간교를 부리러 간 것이니까 곧 다시 돌아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나무에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러나 내려가지 않았다. 벅은 울며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자기와 사촌형 조(이게 또 하나의 청년이었다)는 이제부터 오늘의 앙갚음을 단단히 할 판이라고 대단한 기세였다. 아버지와 형 둘이 죽었고, 상대도 두서넛 죽었다는 것이다. 세퍼드슨의 개새끼들은 아버지들을 잠복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와 형들은 친척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 세퍼드슨의 개새끼들은 세 사람에겐 지나친 강적이었다고 했다 나는 하니 청년과 미스 소피아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는 말을 듣고 나는 기뻤다. 그러나 하니를 쏘던 그날 놈을 쏘아죽이지 못한 것이 큰 한이라고 벅이 원통해 하는 꼴은 내가 지금까지 듣고 보던 중 가장 심한 것이었다
이때 갑자기 땅. 땅. 땅. 하고 계속해서 서너너덧 번 총소리가 울려왔다. 사나이들은 말은 타지 않고 도보로 몰래 숲속을 돌아 배후에서 나타난 것이다. 소년들은 강속으로 뛰어들었다. 둘 다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흐름을 타고 하류 쪽으로 헤엄쳐 내려가는 것을 사나이들은 둑을 따라 쫓아가면서 "저놈 죽여라, 죽여." 하고 외치며 총을 쏘았다. 이 소리를 듣고 나는 기분이 나빠서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자초지종을 전부 여기다 적을 의사는 전혀 없다. 그런 짓을 하다간 또다시 기분이 나빠지니까. 이러한 광경을 볼 결과가 되고 말 것이었다면 차라리 그날 밤 둑에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했다. 이때의 경험은 일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꿈에 되살아나온다. 나는 내리는 것이 무서워 컴컴해질 때까지 그냥 그대로 나무 위에 있었다 가끔 숲 저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왔고, 총을 든 한 무리가 말을 타고 재목더미 옆을 쏜살같이 빠져 나가는 것이 두 번 보였다. 이것으로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자못 기분이 무거워져 두번 다시는 그 집 근처로 가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나에게도 얼마간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종이쪽지는 미스 소피아가 두 시 반에 어디서 하니 청년과 만나서 도망치자는 것을 의미한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그 종이쪽지와 미스 소피아가 안절부절 못하던 그 이상야릇한 태도를 그녀 부친에게 얘기해야만 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부친은 미스 소피아를 방에다 가둬 놓고 밖에서 자물쇠를 채워 버렸을 테니까, 이런 무서운 소동은 일어나지 는 않았으리라.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강둑을 잠시 발소리를 죽여가며 살금살금 하류 쪽으로 걸어가, 물가에 시체가 두 구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육지로 끌어올려서 얼굴에다 보자기를 덮어 준 후에 되도록 빨리 그곳을 떠났다. 벅의 얼굴에다 보자기를 덮을 때 나는 좀 울었다. 나에게 너무도 친절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해는 완전히 지고 말았다. 나는 집 근처에는 접근하지도 않고, 곧장 숲을 빠져 늪지로 나왔다 짐은 그의 섬에 없었으므로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크리크 쪽으로 달려가 어서 뗏목을 타고 이 무서운 땅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서 버드나무를 헤치며 걸어갔다. 뗏목은 간 곳이 없었다. 아아, 얼마나 가슴이 덜컹했던 것이냐. 거의 1분 동안은 숨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후에야 비로소 소리를 질러보았다. 그러자 25피트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임자였던가, 도련님. 소릴 지르는 게 아냐." 그것은 짐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반가운 목소리를 듣기란 난생 처음이었다 나는 둑을 약간 달려 뗏목으로 뛰어올랐다. 짐은 나를 만나서 반가운 나머지 나를 껴안았다 "아이구, 고마워라, 도련님 난 임자가 또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우. 잭크가 여기 와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총에 맞았음에 틀림없을 거라고 하길래 난 곧 뗏목을 크리크 어귀에다 밀어다 놓고, 잭크가 다시 와서 임자가 확실히 죽었다고 하면 곧 떠나려고 준빌 하고 있던 참이라우 임자가 돌아와서 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 , 정말." "옳지, 모든 게 잘 됐군. 집사람들은 날 찾아낼 순 없을 거야. 내가 총에 맞아 물에 떠내려 갔다고 생각할 테지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데 꼭 알맞은 물건이 거기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우물거리지 말고 어서 뗏목을 큰 강으로 내몰란 말야. 어서 되도록 빨리."
뗏목이 거기서부터 2마일 하류로 내려와 미시시피 강 한가운데로 나올 때까지 나는 계속 불안했다. 거기서 우리들이 신호등을 켜자 다시 한번 자유로운 안전한 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제 이래로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으므로 짐은 나에게 옥수수 비스킷과 탈지유와 돼지고기, 양배추, 야채 등을 꺼내주었다. 적당하게 요리만 되어있다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맛있는 요리도 없을 것이다.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짐과 얘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나는 그 숙원에서 빠져 나을 수 있어서 무한히 기뻤으며, 짐은 짐대로 또 늪지에서 도망쳐 나온 것을 무한히 기뻐했다 결국 뗏목 이상으로 살기 좋은 집은 세상에 없다고 우리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른 곳이라면 아주 갑갑한 것이 숨이 막힐 것만 같은데 뗏목만은 그렇지 않다. 뗏목 위라면 모든 게 자유롭고, 마음이 놓이며, 편하기 짝이 없다.
제 19 장 공작과 황태자의 출현
두서너 낱, 두서너 밤이 흘러갔다. 나로선 헤엄쳐 흘러가듯 지나갔다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조용히, 평온하게, 즐겁게 흘러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 근처는 강폭이 지독히 넓었으며 때로는 한 마일 반이나 되는 수도 있었다 우리는 밤에는 활동하고, 낮에는 누워서 쉬었다. 밤이 끝나고 먼동이 틀 무렵이 되면 우리는 강을 내리는 것을 그만두고 둑에다 뗏목을 매는 것인데, 대개 모래톱 아래의 물이 고여 있는 곳에다 세워놓고,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의 유목을 잘라서 그 위에다 덮어 뗏목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흘림낚싯줄을 흘린다. 다음에 우리는 원기를 돋우고 몸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 강 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치고 그것이 끝나면 이번에는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사주 바닥에 앉아서 먼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았다. 사방은 죽은 듯 고요하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고요함, 그것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잠을 자고 있는 것만 같다. 다만 가끔 먹 개구리가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 위를 저 끝까지 내다보고 있으면 우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희미한 선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저쪽 둑의 숲이다 그밖엔 아무것도 알길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하늘에 한 군데만 뿌우연 데가 나타나며, 그것이 점점 확대되어 갔다. 다음 강이 저 멀리서 뿌옇게 밝아왔다 그리고 이젠 검은 색은 찾을 길도 없이 회색으로 변해 갔다 저 멀리 꺼뭇꺼뭇 흑점이 떠있는 것은 장삿배나 그런 등속의 배였다 그리고 긴 검은 줄은 뗏목이다. 때로는 큰 노가 찍찍하는 소리와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오는 수도 있었다 그만큼 사방은 고요했다. 소리가 멀리서도 들렸다. 그러는 사이에 물 위에 무늬가 나타나 보였다 그 무늬의 모양으로 해서 그곳에는 빠른 흐름 밑에 물 속에 잠긴 나무들이 있고, 물이 그곳에 부딪쳐 갈라져서 저런 무늬가 생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후에 안개가 수면으로 떠오르며 동쪽 하늘이 훤해지고, 그것에 따라 강물도 훤해지며 여기서 훨씬 먼 저쪽 둑 위의 숲 가장자리에 통나무 오두막집 한 채가 있는 것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재목장 인 것만 같았다. 그 쌓아올린 폼이 엉터리의 손으로 해서 된 것인지 온통 엉성해서 얼마든지 개가 빠져 나갈 수 있는 틈이 있었다 그때 또 산들바람이 일어나 숲과 꽃을 스쳐 불어오는데, 시원하고 신선하며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버린 죽은 가오리 또는 그와 비슷한 죽은 생선 위를 불어오는 까닭으로 아주 코를 찌를 정도로 그 냄새가 고약할 때도 있었다. 그럭저럭 하는 사이에 밤은 완전히 새어 가고, 세상 만물이 아침 햇빛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시각이 되면 웬만한 연기쯤은 눈에 띄지 않는 까닭으로 우리는 낚싯줄에서 고기를 떼어 따뜻한 조반을 만들었다.
그후 우리는 쓸쓸한 강을 내다보고, 할 일도 없이 무료하게 있으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꾸벅꾸벅 잠이 온다. 얼마 후에 잠을 깨어 무엇 때문에 잠이 깼나 하고 사방을 둘러보면 그것은 빵 빵 빵 소리를 내며 강을 올라가는 기선이었다. 너무도 멀리 떨어진 저쪽 둑을 따라 올라가는 까닭으로 외륜차가 고물에 달려 있는지 현측에 달려 있는지를 겨우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이고, 그밖의 것은 아무것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후 한 시간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고독뿐이었다. 다음 먼 쪽에 뗏목 하나가 떠내려갔다. 그리고 얼빠진 놈 같은 사나이 하나가 그 위에서 장작을 패고 있었다. 뗏목 위에선 거의 언제든지 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것을 하는 것인데, 이제도 도끼가 번쩍 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이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 도끼가 다시 한번 위
로 올라가 사나이의 머리 위까지 왔을 때 그때서야 딱.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물 위를 전해 오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무료하게 고요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를 보냈다 일단 짙
은 안개가 내리게 되면 지나가는 뗏목 및 그밖의 것들은 기선과의 충돌을 피해서 양은냄비를 두들겼다 거룻배나 뗏목 같은 것은 우리들의 바로 옆을 지나가는 까닭으로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 욕소리, 웃음
소리 등이 들렸다 - 이러한 것들이 똑똑히 들리는 것이지만 사람 모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령이 공중에서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는것만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짐은 유령이라고 믿었지만, 그러나 나는 믿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 '이 빌어먹을 놈의 안개 같으니라구' 하는 유령이 어딨담."
밤이 되기가 무섭게 우리는 출발하여 강의 한가운데 근처에까지 오면 뗏목을 떠내려가는 대로 내맡기고는 파이프에 불을 붙여 물고, 발을 물 속에 담그고는 온갖 얘기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주야를 가릴 것
없이 모기가 심하지 않을 때엔 늘 나체로 있었다. 벅의 집안 식구들이 나에게 지어준 새옷은 너무도 좋아서 입기에 불편했고, 게다가 나는 본래 옷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질이었다. 때로는 광막한 강 위에 오랫동안 우리들만 있을 때도 있었다. 강 저쪽은 둑과 섬 어쩌다가 번쩍 하고 비치는 것이 있었지만, 이것은 오두막집 창가의 촛불 광선이고, 때로 물 위에 하나 둘 번쩍 하는 것은 뗏목이 아니면 거룻배였다. 그러한 뗏목의 하나에서 바이올린 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었다. 뗏목 생활이란 여간 멋진 것이 아니다. 머리 위에는 온통 별을 박은 하늘이 있다. 우리는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별은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저절로 생긴 것일까 토론한다 짐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고, 나는 저절로 된 것이라고, 저렇게 많이 만들자면 여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짐은 달이 낳은 것이라고 화제를 돌렸다. 그것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으므로 나는 이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구리가 그에 못지않게 많은 알을 낳는 것을 본 일이 있으므로 물론 달인들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유성도 가끔 보았으며, 그게 길게 꼬리를 끌고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짐은 저것이 썩어서 하늘에서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 번인가 두 번 밤중에 기선이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것을 본 것인데, 가끔 연통에서 불꽃을 무수히 내뱉어 놓아, 그것은 마치 비처럼 강 속으로 떨어져 절경을 이루었다. 얼마 후에 기선은 모퉁이를 돌아 그 바람에 불빛은 삽시에 꺼지고 말고, 소란한 소리도 뚝 그치고 말아 강은 또다시 침묵 속에 잠기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기선이 일으킨 파도는 그 배가 사라진 지 한참만에 우리의 뗏목에까지 미쳐 그 바람에 뗏목이 약간 흔들렸다. 그후로는 언제까지 정숙만이 계속될 뿐 들려오는 소리라곤 개구리나 그런 등속의 소리 정도의 것들이었다
자정이 지나면 둑에 있는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고, 그후 두서너 시간동안 양쪽 둑은 다같이 암흑 속에 잠기고 만다. 오두막집 창가에는 이젠 불빛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불빛이 우리들의 시계 구실을 한다. 또다시 보인 최초의 등불은 아침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면 우리는 뗏목을 감추고는 즉시 매어 둘 장소를 찾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 먼동이 틀 무렵에 나는 카누를 한 척 발견하고 급류 - 불과 200야드밖엔 되지 않았다 - 를 횡단하여 본류의 둑에 이르러 딸기를 딸 수 있을까 하고 한 마일쯤 사이프러스 숲 사이의 개울을 올라갔다. 마침 소들이 밟아서 생긴 길 같은 것이 개울을 건너지르는 곳에까지 왔을 때, 두 사나이가 그 길을 허둥지둥 다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추격하고 있을 때 언제나 몰리고 있는 편이 내가 아니면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이젠 모든 게 다 글렀구나 하고 단념했다. 나는 급히 도망쳐 버리려고 했는데, 그때에는 벌써 사나이들은 꽤 가까이까지 접근해 있었으며, 큰 소리로 사람 좀 살려 달라고 나에게 애원하고 - 자기들은 아무 나쁜 일도 한 것이 없는데 몰리고 있다고 - 이제 뒤에서 사람들과 개들이 쫓아오고 있다고 애원했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개울 속으로 뛰어들려고 할 때 내가 말했다.
"그런 짓을 해선 안 돼요. 개 소리도 말굽 소리도 아직 들리지 않는데 뭘 그래요. 덤불 속을 헤치고, 개울을 좀 올라갈 만한 시간은 있어요. 그 다음에 물 속으로 들어가 여기까지 걸어와서 타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면 개를 골릴 수 있어요, 냄새를 딴 데다 뿌리는 것이 되어." 두 사람은 나 하라는 대로 했고, 그들이 카누에 올라타자 나는 뗏목을 매어 놓은 사주를 향해 젖기 시작했다. 그후 5분인가 10분인가가 지나자 멀리서 개와 사람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개울 쪽으로 초는 것은 그 소리로 알 수 있었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머뭇머뭇하는 모양이었으나, 우리들이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어 목소리마저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숲을 한 마일쯤 떨어져 강으로 나왔을 때는 모든 것이 다 고요해졌다. 우리는 사주로 건너와 미루나무 밑으로 안전하고 무사하게 숨어 버릴 수 있었다. 두 사람 중 하나는 70인가 그 이상으로 대머리에다 순백색에 가까운 구레나룻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다 낡은 엉망진창인 소프트모에다 기름때가 찌든 푸른색의 털셔츠. 장화 속에 틀어넣은 다 해진 능직면포 바지 차림인데. 그 바지는 집에서 만든 멜빵이 한쪽만 매달려 있었다 팔에는 매끈매끈한 놋쇠 단추가 달린 다 낡은 능직면포의 연미복 비슷한 저고리를 걸치고 있고, 두 사람 다 커다란 배가 부른 쥐에게 뜯긴 듯한 융단으로 만든 여행가방을 들고 있었다. 또 한쪽 사나이는 30세 가량으로. 이것도 노인 못지않은 초라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모두 쉬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우선 안 것은 이 두 사람이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것이었다. "노형은 어쩌다 이런 일에 걸려들었단 말이오" 민대머 리가 젊은 사나이에게 물었다. "뭘요, 난 치석을 벗기는 약을 팔고 있었죠, 그 약은 사실 치석도 벗기지만 대체로 법랑질마저 함께 벗겨 버린단 말이에요. 한데 나는 하룻밤쯤 한 고장에서 너무 오래 있다가 이젠 삼십육계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그 마을 이쪽 길에서 임잘 만난 거죠. 그랬더니 임자 하는 말이, 놈들이 날 쫓아오고 있으니 좀 도와 달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바로 나도 마찬가지로 귀찮은 일에 걸릴 것만 같아, 임자와 같이 삼십육계를 부르자고 했을 뿐이오. 내 얘긴 이것뿐이외다. 자, 그럼 임자 얘긴" "글쎄, 내 얘기란 건 거기서 한 주일 남짓하게 대단치도 않은 금주부활운동을 해서 술꾼들을 단단히 먹여댄 탓으로 적은 것 큰 것 할 것 없이 여편네들에게 크게 인기가 있었어 보란 말이야, 하룻밤에 수입이 5달러 내지 6달러나 올랐단 말이야 - 입장료가 한 사람당 10센트, 애와 검둥이는 무료로 해서 - 그래서 일은 점점 번창해져 가는 판이었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어젯밤에 내가 사람 눈을 피해서 한 잔 들이킨다는 소문이 퍼졌단 말이야. 오늘 아침 검둥이가 하나 와서 날 깨워 일으켜 마을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말을 타고 이제 몰려오는 중이라고 하는 게 아냐, 머지않아 나에게로 와서 날 먼저 떠나게 하고 반 시간쯤 지난 후에 날 추격하여 붙잡을 수 있으면 붙잡아 가지고 필경 나에게 타르를 칠하고 깃털을 달아 철봉에 태워 이리저리 끌고 다니겠다고 하더라고 가르쳐 주었단 말이야. 난 조반을 기다릴 판이 아니었지. 배가 고픈 게 다 뭐야" "그럼, 영감" 하고 젊은이가 끼여들었다."우리 공동으로 장사를 해볼까요......어떨까요." "나쁠 건 없지 노형 장사는 뭐지, 주로." "직업은 장돌뱅이 인쇄공이죠. 매약에도 약간 손을 대고 있고, 배우 노릇도 하고. 물론 비극 쪽이지만 기회가 있으면 최면술과 골상학에도 손을 대고, 좀 장소가 달라지면 노래나 지리 따위도 가르치고, 때로는 연설도 해치우는 때도 있죠. 그야 못하는 것만 빼놓고는 죄다하죠. 닥치는 대로 힘드는 일만 아니라면 자, 그럼 노인 직업은 뭡니까."
"난 한참 젊었을 땐 의사 노릇을 왜 잘했단 말이야. 손바닥 요법이 내 특기로서, 암이니 중풍이니 그러한 등속을 고치는 거야. 그리고 누구든지 사실을 얘기해 주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운수점도 곧잘 치지,설교도 그렇지만 야외 설교니 전도 방면도 내 특기란 말이야. "잠시 동안은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으나 얼마 후에 젊은이가, "아아" 하고 한숨을 지었다. "아아라니. 거 무슨 소리요." 민대머리가 따지고들었다. "내가 이런 생활을 하게 되고 말았고, 이런 작자들과 짝패가 될 만큼 타락하고 말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리고 젊은이는 다 헤진 헝겊으로 눈 가장자리를 훔치기 시작했다. "에이, 이 천벌을 받을 놈 같으니라구. 네 짝이 못 될 게 어디 있단 말이냐, 이 내가" 민대머리는 꽤 거만하게 버티며 내뱉았다. "그야 그렇지, 내겐 지나칠 정도죠. 그 가치가 있구말구요 그만한 높은 지위에서 이러한 천한 몸으로 날 떨어뜨린 것은 누구죠. 이 나예요. 여러분, 난 여러분을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니올시다 천만에. 비난할 턱이 있나요. 당연한 응보죠. 차디찬 세상이 그 최악을 다하라죠. 난 하나만은 알고 있어요. 날 위한 무덤이 어디 있다는 말이에요 이 세상은 여전히 다를 것 없이 행동하며, 나에게서 뭐나 다 빼앗아가겠죠. 사랑하는 사람들 재산. 모든 것을 하지만 무덤만은 빼앗아갈 수 없어요. 언젠가 나는 그 무덤 속에 누워 모든 걸 잊어 버리고 내 불쌍한 깨진 가슴은 안식을 구할 것입니다" 이러면서 계속 울기만 했다. "불쌍한 깨진 내 가슴이라니 배꼽이 하품을 할 일이군." 민대머리도 지지 않았다 "뭣 땜에 네 놈의 불쌍한 깨진 가슴을 우리에게 갖다붙이는 거야. 아무 죄도 없는 우리에게." "그렇구말구요, 없구말구요 난 뭐 임자들을 책하는 건 아니올시다. 여러분. 난 나 스스로 타락했으니 까요. 그렇죠, 나 스스로 타락하구말구요 괴로워하는 건 당연하죠. 정말 당연합니다. 한탄하는 게 다 뭐예요." "어디서 타락했다는 거야. 어디서 타락한 거야." "아아, 임자들은 믿지 않을 테죠. 세상사람은 누구 하나 믿어 주지 않아요. 내버려두세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 신분의 비밀은 ...... "신분의 비밀이라구. 설마 ...... "여러분." 하고 젊은이는 엄숙한 어조로 돌아가, "여러분에게는 터놓기로 하겠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나는 공작이올시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짐의 두 눈은 튀어나왔다. 내 눈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민대머리가 다시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을라구" "정말입니다. 브릿지워터 공작의 장남인 내 증조부는 맑은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서 전세기 말경 이 나라로 도망쳐 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결혼하고, 자식을 하나 남겨 놓고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바로 이와 동시에 그의 부친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돌아간 공작의 차남이 작위며 재산을 횡령하고 말아 어린애인 정당한 공작은 무시되고 말았죠. 나는 그 어린애의 직계 자손입니다. 나는 정당한 브릿지워터 공작입니다. 그런 내가 이처럼 혼자 쓸쓸히 높은 지위에서 끌어내려져, 고독으로, 사람에게 몰리고, 차디찬 세상으로부터 는 멸시를 당하고, 다 헤진 옷을 입고, 피로할 대로 피로해졌고, 상심에 젖어 버렸고, 그리고는 뗏목의 악당들과 한 무리가 될 만큼 타락해 버렸습니다"
이 말에 짐은 여간 동정하지 않았고, 나도 동정했다. 우리는 그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런 짓을 해도 소용없다. 그다지 위로는 되지않는다 자기 신분을 인정해 줄 마음만 있다면 그게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그는 자기에게 얘기를 걸 때에는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각하'니 '경'이니 하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되며, 또는 다만 그저 '브릿지워터'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그것은 이렇든 저렇든 칭호이고 이름이 아니니까. 그리고 또 누군가 하나 식사시에는 자기 시중을 들며, 하라고 하는 일은 제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무엇이고 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일은 모두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했다
짐은 식사시에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거기 서서 시중을 들었고, "각하,이걸 좀 잡수시렵니까. 이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고, 공작에게는 이게 무척 기분이 좋은 일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인 쪽이 입을 봉하고는 말이 없었다 별로 입을 여는 일도 없이 공작이 시중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으로 무언지 가슴속에 생각이 있다는 눈치였다. 오후가
되어서 비로소 입을 열었다. "어이, 브릿지워터, 난 사실 임자를 불쌍하다고 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고생을 한 건 임자 하나만은 아니란 말이야." "나 혼잔 아니라구." "임자는 하나만은 아니지. 높은 신분에서 억울하게 떨어진 건 임자 하나만은 아니 란 말이야." "거 , 안됬군" "그렇구말구, 신분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임자 하나만은 아냐," 이러더니, 어럽쇼. 노인은 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왜 이러슈. 어떻게 됐다는 거예요." "브릿지워터 , 임자 신용해도 좋을까"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죽어도 입밖에 내놓지 않겠소이다." 공작은 노인의 손을 잡고 몹시 힘을 주었다 "임자의 비밀 말해 보라구요" "브릿지워터, 난 그전 프랑스의 황태자외다" 이 말에 짐과 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뜬 것은 물론이다. 그러자 공작이 "임자 뭐라구요" 하고 물었다. "그렇소이다. 친구여 이건 너무도 뻔한 사실이외다. 임자의 눈은 지금 이 순간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아들인 그 불쌍한 행방불명된 황태자 루이 17세를 보고 있는 거외다 " "당신이오 그 나이로 천만에 샤를마뉴 대제라면 어때요. 암만 젊 게 쳐도 6,7백 살은 돼 있을 테죠, 틀림없이 당신 나이는." "고생을 한 탓이죠 브릿지워터 고생을 한 탓이외다. 고생이 머리칼을 이렇게 백발로 만들어 버렸고, 이렇게 빨리 대머릴 만든 거죠. 그렇소이다. 신사 여러분, 능직면포의 의복을 입고, 초라한 꼴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나라에서 내쫓기고, 밟힐 대로 밟혀 한참 고생을 하고 있는 정당한 프랑스의 국왕은 이렇게 여러분의 눈앞에 서 있는 거외다"
그는 어찌나 몹시 울어댔던지 나와 짐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우리는 매우 측은하게 생각했다 또한 그와 같은 사람과 함께 있게된 것이 기쁘게도 그리고 자랑거리로도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노인도 위로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짓을 해도 소용없다. 죽어서 이 모든 고생으로부터 모면되는 것만이 상팔자다. 하기야 사람들이 자기에게 그 신분에 상당한 대우를 해주고 자기에게 얘기를 걸 때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반드시 '폐하'라고 부르며, 식사시에는 우선 남보다 먼저 자기에게 시중을 들고, 자기 앞에선 앉으라고 할 때까지 있어 주면, 그래도 얼마 동안만은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명랑해지는 수가 가끔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짐과 나는 그를 폐하 대우를 하기 시작했고, 이일 저일 그의 일을 보살펴 주었고, 그가 앉아도 좋다고 할 때까지 서 있었다. 그 효과가 대번에 나타나 그는 만면에 희색이 가득 차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공작은 왕에 대해서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는, 이 결과에 대해서 자못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러나 왕은 공작에 대해 아주 친하게 대했다 그리고 공작의 증조부도 브릿지워터 공작 일족 전부도 내 선제께 선 친하게 대해 주셨으며 궁중 출입을 허락했노라고 했다. 그러나 공작이 언제까지나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마침내 왕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젠 별수없이 우리는 싫증이 날 정도로 함께 이 뗏목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단 말이야. 그러니 그렇게 임자가 우거지상을 해도 소용없지 않나. 다만 마음만 서먹서먹할 뿐이란 말이야. 내가 공작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그건 내 탓이 아니고, 임자가 왕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도 그건 임자의 탓이 아냐, 그러나 마음을 썩질 건 없어. 만사를 운명에 맡기고 하는 데까지 해본다는 것이 내 목표야. 우리가 여기오게 된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단 말이야. 먹을 것에 부족은 없고, 퍽 맘이 놓여지고 말이야. 자, 공작이여, 악수하자구, 그리고 우리 모두 친하게 해나갑시다." 공작이 악수를 하는 것을 보고 짐도 나도 여간 기쁘지 않았다. 이것으로 꺼림칙하던 마음이 모두 가시게 되어 우리는 어쨌든 마음이 놓였다 어떠한 불화도 뗏목 위에 있고 보면 여간 비참한 일이 아닐 테니까. 뗏목을 타고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전원이 만족하고, 서로서로 올바르고도 친절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거짓말쟁이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고, 그저 천한 사기꾼이며 엉터리라고 하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한 마디도 입밖에 내놓지 않았으며 얼굴에도 내색을 하지 않고 그저 자기 혼자의 가슴속에만 넣어두고 있었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해두면 자연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말이다. 놈들이 자기들을 왕이니 공작이니 하고 우리들에게 그 호칭을 원한다면 그것이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한 나는 반대하지는 않았다. 또 짐에게 얘기해도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고 해서 짐에게도 잠자코 있었다. 나는 아빠에게서 무엇 하나 배운 것이 없다고는 하더라도 이런 종류 의 인간들과 함께 살아나가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놈들 마음대로 내버려둔다고 하는 이 일 하나만은 배운 것이었다.
제 20 장 두 놈의 악당
두 놈은 우리들에게 왜 여러 가지 일을 물으며, 왜 뗏목을 그렇게 나뭇가지로 덮어 두느냐고, 어찌해서 낮에 강을 내리지 않고 쉬고 있느냐고, 짐은 도망중인 검둥이냐고, 이러한 일들을 알고 싶어했다. 나는 대답했다. "천만에요. 도망중인 검둥이가 남쪽으로 가요." 그렇지, 남쪽으로 도망치는 법은 없지, 하고 놈들도 맞장구를 쳤다. 나는 사태를 뭐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집 식구들은 미주리 주 파이크 군에서 살고 있었어요. 난 거기서 태어났지요. 그리고 나와 아빠와 동생 아이크 외엔 모두 죽어 버렸어요. 아빠는 집을 정리하여 자기는 오린즈 하류 44마일 지점에서 조그만 농장을 가지고 있는 벤 숙부네 집으로 가서 살겠다고 했어요. 아빠는 아주 가난한데다가 빛도 얼마간 있었으므로 그걸 모두 청산해 보니까 남은 거라곤 돈 16달러와 검둥이 짐뿐이었어요. 이걸로선 3등이건 그밖의 어떤 식으로든 1400마일의 여행을 하기엔 부족했단 말이야요. 그런데 강의 물이 불었을 때 어느날 아빠는 하나의 행운에 걸려 이 뗏목을 붙잡은 거예요. 그래서 이걸로 오린즈까지 내려오게 된 거지 뭐예요. 한데 아빠의 행운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는 못하고, 어느날 밤, 기선이 뗏목의 앞쪽 한 귀퉁이를 그만 들이받고 말아, 그 바람에 우리는 모두 강에 빠지고 말아 타를 아래로 파고들어 갔어요 짐과 나는 무사히 물 위로 떠올랐지만 아빠는 취해 있었고 아이크는 네 살이었으므로 결국 이 둘은 떠오르지 못했어요. 그후 하루 이틀 동안 우린 아주 혼이 났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늘 스키프로 와서는 짐이 도망친 검둥이임에 틀림없다고 하면서 내게서 빼앗아가려 고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젠 이 이상 낮엔 강을 내리지 않기로 했어요. 밤이라면 아무도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공작이 이 말을 받았다. "원한다면 낮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낼 테니 내게 맡기면 어때. 잘 궁리해 볼 테니까 말이다. 잘 궁리를 해서 잘 될 수 있는 계획을 하나 세우지. 하지만 오늘은 그만두기로 하자. 저 건너 마을의 옆을 대낮에 지나는 것은 좋지 못해. 안전하지 않단 말이야." 저녁이 되면서 하늘이 컴컴해지고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멀리 지평선에 가까운 얕은 하늘에서는 번갯불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며, 나뭇잎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왜 험상궂은 날씨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그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공작과 왕은 잠자리를 보러 들어갔다. 내 침대는 짚으로 된 것으로 짐의 것보다는 나았다. 짐의 침대는 옥수수 껍질로 된 것이며, 옥수수 껍질 침대에는 반드시 옥수수 속이 여기저기 섞여 있어 몸에 찔려 아팠고, 또 구르면 마른 쩝질이 쌓아올린 가랑잎 위를 구르는 것 같은 소리가 나 잠이 깨고 만다 그래서 공작은 내 침대를 자기의 것으로 하겠다고 한 것인데, 왕이 그대로 내버려두려고 하지 않았다. "옥수수 껍질 침대는 내가 잘 곳이 못 된다고 하는 것을 신분의 차이가 당연히 그대에게 가르쳐 주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각하는 옥수수 껍질 침대를 택하도록 하라구" 다음 순간 짐과 나는 또다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귀찮은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고 몹시 마음을 조렸다 그런 만큼 공작이, "압제의 쇠 발뒤꿈치에 짓밟혀 늘 진창 속에 처박혀 있는 것이 내 운명이었다오, 불운은 한때는 고만하였던 내 영혼을 파멸시켜 놓았다구요. 복종하죠 굴복하죠. 그것이 내 운명이니까요. 이 세상에서 나는 외톨박이올시다. 괴롭혀 주십쇼, 그걸 난 참을 수 있습니다" 했을 때는 참으로 기뻤다.
우리는 완전히 사방이 어두워지자 곧 출발했다 왕은 강의 한가운데로 나가 그 마을의 훨씬 하류에까지 나을 때까진 불을 켜선 안 된다고 명령했다 얼마 후에 조그마한 불빛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 마을이었다. 반 마일쯤 떨어진 지점을 무사히 통과했다. 4분지 3마일쯤 내린 후에 신호등을 켜달았다. 열 시쯤 되었을 때 비가 몹시 퍼붓기 시작했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천둥소리가 요란하고, 번갯불이 번쩍번쩍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왕은 우리 둘에게 날씨가 가라앉을 때까지 망을 보고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와 공작은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열두 시까지는 나는 비번이었지만 비록 침대가 있었다하더라도 침대 속으로 들어 가지는 않았으리라. 이러한 폭풍우는 그저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아, 얼마나 지독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이냐. 1초인가 2초마다 번갯불이 번쩍 하고 반 마일 사방의 횐 파도를 비춘다. 섬들은 비 속에 잠겨 꾸벅꾸벅 졸고 있다 바람에 불려 몸부림치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는가 하면, 거기 또 우지끈 뚝딱. 하는 천등소리 - 땅 땅 땅땅땅땅. 땅땅땅 - 천둥소리는 우르릉하고 중얼거리면서 멀리 사라진다 그러자 번갯불이 하나 번갯불이 큰놈이 온다. 나는 몇 번씩이나 하마터면 파도 속에 횝쓸리고 말 뻔한 경우를 여러 번 겪었지만 옷을 입고 있지 않았으므로 조금도 무섭지가 않았다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도 걱정되지 않았다. 번갯불이 끊임없이 사방을 비춰주었고, 도처에서 번쩍 번쩍 하였으므로 뗏목 머리를 이러저리 돌리며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를 피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밤 0시부터 새벽까지 망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열두 시경이 되자 졸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짐이 두 시까지 대신 해주겠노라고 했다. 참으로 짐은 늘 이처럼 나에게 친절하게 해주었다 내가 자러 기어들어가자 왕과 공작이 다리를 뻗칠 대로 뻗치고 누워 있어 누울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잤다. 날씨가 따뜻했으므로 비 같은건 문제도 되지 않았고, 파도는 이제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그러던
것이 두 시경에 또다시 높아졌으므로 짐은 나를 깨우려고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깨우지는 않았다. 아직 파도는 위험할 정도까지 높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얼마 후에 굉장히 큰 파도가 밀려와 나를 물 속으로 휩쓸어 갔기 때문이다.
짐이 죽겠다고 깔깔 웃어대었다. 어쨌든 저렇게 쉽게 웃어대는 검둥이는 둘도 없었다. 이번엔 내가 망을 보고 짐이 누웠는데, 금세 잠이 들어 쿨쿨 코를 골았다. 얼마 후 폭풍우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나는 짐을 깨워 최초에 보 인 강둑 위 오두막집의 불빛으로 뗏목을 그날의 은닉장소로 몰아넣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왕은 더러운 트럼프를 한 틀 꺼내더니 공작과 둘이서 한 번에 5센트씩 걸고는 잠시 세븐 업을 했다 얼마 후 싫증이 나자 둘은 소위 '유세계획 수립'이라는 걸 하자는 데 합의를 보았다. 공작은 여행가방을 뒤져서 인쇄한 조그마한 광고지를 여러 장 꺼내어 큰 소리로 읽어 나갔다. 그 중 한 장에 '유명한 파리의 아르망 드몽딸방 박사'는 어떤 장소에서 아무 날에 입장료 10센트로 '골상학의 강연'을 한다. 그리고 '골상도는 한 장에 25센트로 공급한다'는 사연이 쓰여 있었다. 공작은 이게 바로 자기라고 했다. 또 한 장에서는 공작은 '세계적 명성을 떨친 세익스피어 극의 희극배우, 런던, 두루리좌 전속 2대째의 개릭으로 되어 있었다. 다른 광고지에서는 여러 가지 변명을 가지고 여러 가지 조화를 부렸다. '점치는 지팡이'로 땅 속의 물과 금을 찾는다거나, 마녀의 주문을 쫓는다거나, 안 하는 일이 없었다. 얼마 후에 공작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연극이 되고 보면 난 통 맥을 쓸 수 없단 말이야. 근데 폐하, 임자는 이제까지 무대에 서 본 일이 계슈." "없는데." 왕의 대답이다. "그럼 사흘이 되기 전에 무대를 밟게 해드리지, 몰락한 폐하. 제일 먼저 들어서게 될 큰 마을에서 공회당을 빌려가지고 (리처드 3세)의 검극 장면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을 하기로 합시다. 그래 어떻겠소, 임자 생각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가릴 것 없이 그야 전력을 다해서 하지. 헌데 말이오, 노형, 난 연극일은 아주 캄캄 소경이고, 또 그다지 본 일도 없구려. 선친께서 궁전에서 연극을 시키실 때엔 난 아주 꼬마였으니까. 나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건가, 임자 생각은." "드러누워 떡먹기지." "자, 그럼 됐어. 어쨌든 난 뭐든 좀 색다른 것이 하고 싶어 주먹이 근질근질하던 참인데......iN ┤τ└σ┐i ??▒Γ?? ???├┤┘. "그래서 공작은 로미오는 어떠한 인물이고 줄리엣은 어떠한 인물이라고 하는 것을 낱낱이 왕에게 설명하고는 자기는 늘 로미오의 역을 맡아 했었으니까 왕은 줄리엣 역을 맡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보 공작 줄리엣이라는 게 그렇게 젊은 처녀라면 이 내 대머리와 횐 구레나룻 수염은 여간 이상하게 보일 게 아니겠느냐 말이오." "뭘요 별 걱정 다하슈 이런 시골 촌놈들이 그런 걸 알아보면 제법이게요. 게다가 의상을 쓴다니까 그럼 아주 딴 사람으로 뵈죠. 줄리엣은 발코니에 나와 자기 전에 달빛을 즐긴단 말이야. 횐 잠옷에다 술이 달린 침모를 쓰고. 여러 가지 역에 쓰는 의상이 여기 있어요." 공작은 커튼용 갱 사천으로 만든 의상을 두서너 벌 꺼내어, 리처드 3세와 그 상대역의 중세풍 갑옷이라고 설명한다. 그 다음에 긴 무명천으로 만든 잠옷과 그에 알맞은 술이 달린 침모도 꺼내들었다. 이걸 보고 왕은 만족했다. 그래서 공작은 책을 내놓고 어떠한 식으로 하는지 그걸 보이기 위해서 손을 휘두르며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어다녔고, 동시에 실제 연기까지 하면서 아주 뻐겨대는 득의 만만한 태도로 대사를 읽어나갔다. 그 다음에 왕에게 그 책을 주며 자기 대사를 외우라고 했다.
강의 만곡부의 하류 3마일 지점에 초라한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있었다 공작은 점심을 끝마친 후 낮에 강을 내려가도 짐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날 염려가 없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하면서 마을로 가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결정해 보겠노라고 했다. 왕도 무슨 좋은 일이 얻어걸릴 게 있나 가보고 오겠다고 했다. 마침 커피가 떨어졌으므로 짐은 나에게 같이 가서 커피를 사가지고 오라고 했다. 마을에 당도하고 보니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고, 한길도 텅 비어 있는 것이 마치 공휴일처럼 고요하며 활기가 없었다 뒷마당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검둥이 환자 하나를 만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주 어린애들과 중병인과 노인들 외에는 모두 여기서 3마일쯤 떨어진 숲속의 야외 집회에 나가 있다고 했다. 왕은 그 방향을 물어, 그 집회에 가서 한바탕 돈벌일 해볼까 하며 너도 같이 가도 괜찮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공작은 자기가 찾고 있는 것은 인쇄소라고 했다. 하나를 찾아냈다. 조그마한 가게로 목공소 이층에 있었다. 목수도 인쇄공도 모두가 야외집회소에 나가 있었지만 어느 가게에도 자물쇠는 채워져 있지 않았다. 난잡하게 물건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곳으로, 잉크 자국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고, 벽 일면에 온통 말과 도망친 검둥이의 그림이 든 광고가 붙어 있었다. 공작은 저고리를 벗고는 이젠 됐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왕은 야외 집회 장소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반시간쯤 걸려서 우리는 땀을 흘리면서 그곳에 당도했다. 지독히 더운 날이었다. 그곳에는 20마일 사방에서 약 천명 가량의 사람이 모여 있었고, 숲은 짐마차와 그것을 끄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사방에 말이 매어 있었고, 짐마차에 단 여물통에서 여물을 먹기도 하고, 발을 구르며 파리를 쫓기도 하고 있었다. 가는 통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로 지붕을 간 오두막집이 몇 채 있었고, 거기서 라무네와 생강빵을 팔고 있었다. 또 수박과 푸른 옥수수와 그밖에 그런 등속의 것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설교는 이와 비슷한 오두막집에서 진행 중이었는데 다만 이쪽 집이 좀더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 벤치는 통나무의 바깥쪽 두꺼운 판자로 만들어져 있었고, 둥근 쪽에다 구멍을 뚫어 나무토막을 박아서 다리로 하고 있었다. 기대는 장소는 없었다. 그 집한쪽 구석에 높은 단이 있었고, 설교사들은 그 위에 서 있었다. 여자들은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면모 합직의 저고리를 입은 여자, 줄무의 옷을 입은 여자, 젊은 여자 중에는 갱사옷을 입고 있는 여자도 몇 있었다. 젊은 남자 중에는 맨발로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 중에는 아무것도 입은 것이 없이 다만 굵은 베 셔츠 한 장만을 걸치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늙은 여자 중에는 뜨개질을 하고 있는 노파도 있었고, 젊은 축 중에는 몰래 서로 재미를 보고 있는 남녀들도 있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들어선 집에선 설교사가 찬송가를 띄엄띄엄 읽고 있었다. 설교사가 두 줄을 읽으면 사람들이 뒤를 이어 합창을 했다. 사람들이 많은데다 모두들 힘을 들여 하는 까닭으로 어쨌든 여간 장엄하지 않았다. 그 다음 설교사가 또 두 줄을 읽고 사람들이 그 뒤를 이어 합창했다∼이렇게 해서 자꾸만 계속되었다. 사랑들은 점점 흥분하여 노랫소리가 점점 높아갔고 나중에는 신음하는 자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자까지 나타났다. 여기서 설교사는 설교를 시작했다. 우선 단 한쪽 구석으로 바싹 걸어가더니 다음에는 돌아서 저쪽 구석으로 바싹 걸어갔다. 이번에는 대에 엎드리듯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연방 팔과 몸을 움직이며 있는 대로 목소리를 짜냈다. 가끔 성경책을 쳐들어 한 군데를 편 채 그걸 이리저리 뒤흔드는 것처럼 하며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이것이 광야의 뱀이니라. 이것을 보고 살지어다." 그러면 사랑들이 이에 화답하여, "신에게 영광 있으리. 아멘." 하고 크게 외친다. 이와 같이 해서 설교사는 설교를 계속하고, 사람들은 신음하고, 외치고, 아멘을 부른다 "아아, 죄를 회개하는 자의 자리로 오라. 오라, 죄에 더럽혀진 자여.(아멘.) 오라, 병든 자, 다친 자. (아멘.) 오라 , 병신된 자, 다리를 저는 자, 눈이 먼 자. (아멘.) 오라, 가난하고 삶에 고달픈 자, 부끄러움속에 가라앉아 있는 자. (아멘.) 오라, 피폐하고 더럽혀지고 고뇌하는자 모두. 깨어진 혼을 가지고 오라. 회개의 마음을 가지고 오라. 누더기와 죄와 더러운 것을 입은 채 오라. 마음을 씻는 물은 값이 없나니, 천국의 문은 넓게 열려 있느니라. 아아, 안으로 들어와 쉴지어다. (아멘. 신에게 영광 있으라, 신에게 영광 있으라, 할렐루야.)" 이러한 상태였다. 벌써 이제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와 비명 때문에 설교사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군중이 모여 있는 도처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만면에 눈물을 흘리면서 온갖 힘을 다하여 사람들을 떠다밀고는 회개자들이 앉아 있는 벤치로 몰려나갔다 그리고는 회개자들이 전부 군중의 맨 앞자리에 모이자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그들은 마구 노래를 부르는 등, 짚단 위에 몸을 던지는 등 그야말로 야단들이었다. 이때 비로소 나는 왕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았다. 왕의 목소리는 다른 누구의 것보다도 컸다. 다음 왕은 단상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러자 설교사는 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왕에게 부탁하였고, 왕은 그대로 했다. 그는 자기는 해적이라고, 인도양에서 30년 동안이나 해적 노릇을 했노라고, 부하들은 이번 봄의 싸움에서 꽤 많은 살상을 입었으므로 이제 자기는 신병을 모집하러 왔노라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고맙게도 어젯밤 도둑을 만나 돈 한 푼 없이 강제 상륙을 당하고 말았다. 자기는 이 일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런 고마운 일은 난생 처음이다. 그 까닭은 자기는 이제 딴 사람이 되어 있고, 난생 처음 행복하게 되었으니까. 자기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이제 곧 출발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인도양으로 돌아가 여생을 해적들을 참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바칠 생각이다. 인도양의 해적들을 모두 알고 있는 까닭으로 그 일에는 자기가 최적임자다. 한 푼도 없이 인도양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꼭 자기는 돌아갈 작정이다. 그리고는 해적 하나를 설득할 때마다 그 사나이에게 이야기 할 작정이다. '나에게 감사할 게 아냐. 내 덕택이라고 생각해선 안 돼. 모두 그 포 크빌의 야외 집회의 그리운 분들의 덕택이야. 그분들은 나면서부터 형제이며, 인류의 은인들이야. 또 그 설교사님의 덕택이기도 해. 그분은 해적에겐 둘도 없는 친우란 말이야.'라고.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그는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따라 울었다 그러자 그 중 누가 버럭 소리를 높여, "이 사람을 위해서 모금합시다 모금합시다" 하여 이에 5,6인이 곧 그 일에 착수하려고 하였지만, 또 누가, "그 사람에게 자기가 모자를 가지고 돌라고 하면 어때." 하고 외쳤다. 그 바람에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했고, 설교사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왕은 모자를 들고 군중 사이를 낱낱이 돌아다녔다. 눈물을 닦으면서 사람들을 축복하고, 칭찬하고, 그렇게 먼 곳에 있는 불쌍한 해적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해주시다니 이럴 수 있겠느냐고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꾸벅거렸다. 그리고 차례차례로 아주 아름다운 처녀들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당신을 잘 기억해 두기 위해서 키스하고 싶은데 그렇게 해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그는 그것을 반드시 허락하고는 그 중 몇은 꼭 껴안기까지 하며 5,6회씩 키스를 했다. 그러는 중에 그는 한 일주일 동안 자기 집에서 쉬어 갈 수 없겠느냐고 하는 초대까지 받았다 모두들 자기 집에 묵게 하고 싶어했고, 그러면 참 명예로운 일일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이 야외 집회의 마지막날이고, 자기로선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으며, 더군다나 곧 인도양으로 어서 돌아가 해적들에게 전도를 해야 하니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고 딱 잡아떼었다. 뗏목으로 돌아와 계산해 보았더니 87달러 75센트나 되었다. 게다가 또 숲 사이를 빠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짐마차 아래에서 발견한 3갤런들이 위스키병까지도 그는 어느새 들고 와 있었다. 전체적으로 봐서 오늘의 벌이는 전도 사업에서 소비한 어느 날보다도 많았다고 왕은 자못 만족해했다. 야외 집회의 무리들을 속이는 데에 이교도를 쓰는 수법은 해적담에 비교하면 어림도 없는 수작이라고 왕은 기 염을 토했다 공작은 왕이 돌아올 때까진 그래도 자기는 왜 한몫 단단히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왕의 얘기를 들은 후엔 자기가 한 일을 그다지 성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인쇄소에서 활자를 짜서 농부들을 위해 조그마한 일을 둘 해주었다∼말 광고였다 - 그리고는 그 대금으로 4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신문에 낼 광고 주문도 받았다 그것은 10달러 드는 것을 선불하면 4달러로 실어 주겠다고 하고는 그것을 따먹었다는 것이다 그 신문 대금은 1년에 2달러인데 선불 조건으로 일부에 대해 반 달러의 예약을 세 건 받았다. 사람들은 언제나와 다름없이 장작과 양파로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공작은 이제 바로 이 가게를 산 참이어서 손을 보지 않을 정도로 싸게 하여 이제부터는 현금 지불로 해나갈 작정이라고 했다 그는 손수 지은 시 한 편을 인쇄에 붙였다. 3절로 된 약간 달콤하고도 슬픈 시였다. 제목은 '그렇다 냉혹한 세상이여, 이 상처입은 가슴을 깨뜨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이제라도 곧 인쇄에 붙일 수 있도록 조판해 놓고 그 대가는 한푼도 청구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러한 식으로 9달러 반을 벌게 되었는데, 하루의 일치고는 왜 좋은 성적이라고 좋아했다. 그 다음 공작은 인쇄는 했지만 요금을 청구하지 않은 또 하나의 조그마한 일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우리를 위해 인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에는 도망친 검둥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어깨에다 메고 있는 작대기에 보따리를 걸치고 그 아래에다 '상금 200달러'라고 쓰여 있다. 기록되어 있는 것은 모두가 짐에 관한 것으로 자세하게 짐의 인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에는 짐이 작년 겨울 뉴 올린즈로부터 40마일 하류의 센트 잭크슨 농원으로부터 도망을 쳐 북쪽으로 간 것 같다는 사연과, 누구든 짐을 체포하여 송환해 준 사람에게는 상금과 그 비용을 지불하겠노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하고 공작은 입을 열었다."오늘밤만 지나면 이제 우리는 생각만 있으면 대낮에라도 달릴 수 있단 말이야. 누가 오는 것이 보이면 얼른 짐의 수족을 결박하여 방 한구석에다 처넣고 이 광고를 보이며, 우리들이 상류에서 이놈을 붙잡았지 만 가난해서 기선으로 여행할 수가 없어, 친지에게서 이 조그마한 뗏목을 외상으로 사가지고 이제 상금을 타러 가는 도중이라고 하면 된단 말이야. 수갑과 쇠사슬을 채우면 한층 더 짐에게 어울리겠지만 그러면 우리들이 아주 가난하다는 얘기와는 어긋나게 될 게 아냐. 그런 물건은 너무 과해. 밧줄이면 그만이야 무대에서 말하는 조화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공작은 참 머리가 좋다고, 이젠 대낮에 달려도 문제없겠다고 좋아했다. 그 조그마한 마을의 인쇄소에서 저지른 공작의 장난은 큰 소동을 야기할 것이 뻔했으므로 그 소동으로부터 멀리 피하기 위해서 오늘밤 안으로 우리는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후로 우리는 생각만 있다면 정정당당히 뗏목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만히 숨어 있다가 밤 열 시경에 출발하여 마을에서 왜 떨어진 지점을 몰래 통과하여 마을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등불을 켜지 않았다. 짐이 새벽 네 시에 당직 교대로 나를 깨우러 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허클, 임잔 이 여행에서 좀더 왕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 그럼 됐어. 왕도 하나들이라면 괜찮지만 그 이상이라면 골치야 골치. 이 왕은 대단한 주정뱅이고 공작도 조금도 나을 것이 없어." 나는 짐이 왕에게 프랑스말이란 대관절 어떠한 건지 듣고 싶으니까 얘기해 보라고 졸라대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왕은 자기는 이 나라에 와서 너무도 오래 되었고, 너무도 고생을 많이 해서 모두 잊어 버렸다고 했다.
제21장 아칸소의 사건
벌써 해가 뜬 후였지만 우리는 뗏목을 매려고도 하지 않고 자꾸만 강을 내려갔다. 얼마 후에 왕과 공작은 꽤 시뻘건 얼굴로 나타나, 강으로 뛰어들어 한바탕 헤엄을 치고 나니 제 기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왕은 뗏목 한끝에 걸터앉아 장화를 벗고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고는 기분을 전환하려고 다리를 물 속에다 담그고는 대롱대롱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파이프에다 불을 붙여 물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암기를 시작했다. 꽤 암기한 후에 그와 공작은 둘이서 같이 연습을 시작했다 공작은 대사 하나하나를 어떻게 하는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것을 왕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왕에게 한숨을 쉬라는 등, 가슴에 손을 얹으라는 등 잔소리를 하더니, 잠시 후에는 꽤 잘한다고 칭찬을 했다 "그냥, 로미오. 하고 마치 황소가 우는 것처럼 해선 안 돼. 부드럽게 상심하는 듯 괴로워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로오미오. 이렇게 하란 말이야, 알았지, 줄리엣은 귀엽고 상냥한 아직 어린 처녀니까 수나귀 같은 소릴 내지 않아." 자, 이번에는 두 사람은 공작이 떡갈나무대로 만든 긴 두 개의 칼을 집어들고서 검극 연습을 시작했다. 공작은 자기를 리처드 3세라고 불렀다. 둘이 서로 겨누면서 뗏목 위를 뛰어다니는 꼴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왕이 발을 헛디뎌 그만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으므로 두 사람은 잠시 쉬어 그때까지 미시시피 강을 오르내리며 그들이 해온 가지가지 모험담의 꽃을 피웠다.
점심이 끝났을 때 공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봐, 카페(프랑스의 왕. 카페 왕조의 시조. 938. - 996) 이놈을 최상급의 신파로 만들고 싶단 말이야. 그러려면 뭐 좀더 덧붙여야 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앙콜에 대답할 것이 좀 필요하단 말이야." "앙콜이란 뭐야, 브릿지워터." 공작은 그것을 설명하고 나서 말했다 "앙꼴로 난 스코틀랜드의 탈춤이나 사공춤을 출 테니 임잔......가만 있자, 에......또......옳지 됐어 햄릿의 독백을 하면 돼 " "햄릿의 뭐라고." "햄릿의 독백 말야. 세익스피어 극 중 제일 유명한 거야. 아아, 숭고하고말고. 숭고하고말고. 늘 극장 안을 녹이고 말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대본에는 들어 있지 않아. 이거 한 권밖엔 가진 게 없어 지금은 하지만 기억에서 건져낼 순 있을 거야, 능히. 어디 잠간 여길 왔다갔다 하면서 기억의 동굴 속에서 불러낼 수 있을는지 한번 해볼까." 그는 잔뜩 생각에 젖은 얼굴로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가끔 무섭게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는가 하면 손을 이마에다 대고 뒤로 비틀거리며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 다음 한숨을 푹 내리쉬고,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했다. 아름다운 구경거리였다. 마침내 그는 햄릿의 독백을 기억해 냈다 우리들에게 이젠 모두 조심들을 하고 있으라고 했다. 다음 그는 한쪽 발을 앞으로 쓱 내밀고,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머리를 뒤로 젖혀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주 품위있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미쳐 날뛰며 이를 북북 갈더니 다음 대사를 외우는 동안 큰 소리를 지르고, 두 팔을 넓게 펼쳐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는 내가 아직까지 보아 온 어떤 연기도 능가할 정도로 멋지게 해냈다 이제 그 대사로, 그가 왕에게 가르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손쉽게 외울 수 있었다.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한 자루의 단도면 깨끗이 청산할 수 있을 것을, 글쎄 이 저주가 있기에 인생은 일평생 불행하게 마련이지. 그 누가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지루한 인생에 신음하며 진땀을 뺄쏘냐, 버남의 숲이 던시네인까지 다가올 때까지 사후의 공포가 대자연의 제2의 요리라고 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잠을 죽이고, 부지의 운명의 나라로 날아가기보다는 가혹한 시탄을 우리들로 하여금 던지게 하는 일만 없다면. 이를 생각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문을 두드려 던컨의 잠을 깨워라. 그대에게 그것이 할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리. 세상의 능욕과 조소를, 폭군의 비도를, 오만한 자의 무례를, 재판의 지루함을, 언제나와 다름없이 엄숙한 후의를 몸에 감은 무덤이 입을 벌리고서 기다리는 무서운 한밤중의 민사를 누가 참을 쏘냐. 한 번 가버린 나그네가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미지의 나라가 이 세상으로 악풍을 보내고, 생생한 혈색을 가진 우리의 결심은 격언에 있는 고양이 모양으로 우려로 창백해지고,
지붕 위 얕게 드리워진 구름도 이 때문에 길을 빗가고. 마침내 실행력을 잃게 되는 일이 없다면, 죽음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대소원의 극치. 그러나 기다리자 아리따운 오펠리아여, 그대의 무거운 대리석 턱을 열지 말고, 수녀원으로 가라 - 어서 어서 어서.
이 대사는 왕의 마음에 들었고, 단번에 그는 곧잘 그 대사를 해치우게 되었다. 마치 그는 이 대사 때문에 세상에 태어났다고 생각될 정도였으며, 익숙해져 날뛰어 떠들어대면서 우뚝 장승처럼 서 있는 꼴은 정말 볼 만했다. 운 좋게 얻어걸린 최초의 기회에 공작은 신파 광고를 인쇄했다. 그후 2,3일 동안 떠내려가는 우리들의 뗏목은 그야말로 대단한 활기를 띠었다. 왜냐하면 - 공작의 말을 빌리면 - 검극과 대사 연습만이 이루어졌었기 때문이다. 아칸소 주에 왜 접근했을 무렵의 어느 날 아침, 커다란 만곡부에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나타났으므로 거기서부터 약 4분지 3마일 정도의 상류 지점에 사이프러스나무가 터널처럼 우거져 있는 개울 입구에다 뗏목을 맸다. 그리고는 짐 이외의 세 사람은 모두 카누로 강을 내려, 그 마을에서 우리들의 신파를 할 수 있을는지 그것을 보러갔다.
우리는 참 운이 좋은 때 온 셈이었다. 마침 그날 오후 이 마을에서 서커스가 개최될 예정으로 있었으며, 벌써부터 시골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다 낡은 덜컹거리는 마차와 말을 타고서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커스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떠날 것이니,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신파는 아주 좋은 기회에 얻어걸린 셈이다. 공작은 큰 저택을 하나 빌렸고, 우리는 광고를 붙이며 돌아다녔다. 광고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기록되어 있었다 세익스퍼어극 재상연. 미증유의 인기거리. 당야한. 세계적으로 유명 한 비극배우, 런던 드루리 레언 극장 전속, 2대 데이비드 개릭크 및 런던 피카디리, 푸딩 레인 화이트 채플 왕립 헤이마 아케이드극장 및 왕립 대륙극장 전속. 초대 에드먼드 키인 이 양인이 출연할 숭고한 세익스피어 극중의 흥행물은 로미오와 줄리엣 중의 발코니의 장면...... 로미오......개릭크 씨 줄리엣......키인씨 극단원 총출연. 의상, 배경, 제도구 신조. 이 밖에 또 리처드 3세 중의 혈용육약의 아기자기한 산도싸움...... 리처드 3세 ...... 개릭크씨 리치몬드......키인 씨 이밖에 또(특청에 의하여) 햄릿 불멸의 독백...... 유명 한 키 인의 출연. 파리에서의 300회 연속 흥행. 구주 흥행의 기일 박두로 인해. 당야 한. 입장료 25센트, 소인, 하인 10센트 그것이 끝나자 우리는 거리를 싸질러 다녔다. 가게와 집은 거의가 다. 낡은 것이 삐걱거리는 바싹 마른 목조 건물로, 페인트라곤 바른 적이 없고 지면으로부터 3,4피트 다리를 달아서 높게 한 것은 홍수 때물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 주위에는 조그마한 정원이 있었으나 거의 아무 것도 심은 것이라곤 없었고, 나팔꽃과 해바라기뿐이었다. 그밖에 잿더미가 있었다. 다 낡은 쭈그러진 장화와 단화, 병 깨진 것, 넝마, 쓰지 못하게 된 양철 제품 등이 있었다. 울타리는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판자를 각기 다른 때에 닥치는 대로 박아서 만든 것으로, 이리저리 제멋대로 기울고 있었다. 문에는 대체로 돌쩌귀라곤 하나밖에 없었고, 그것도 가죽 돌쩌귀였다. 어떤 울타리는 어느 때 발랐는지 희게 바른 것도 있기는 했는데, 공작은 아마 그것은 콜럼버스 시대에 바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체로 마당에는 돼지들이 들어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걸 몰아내고 있었다. 가게들은 모두 하나밖에 없는 한길에 늘어서 있었다. 가게 앞에는 집에서 직접 짠 횐 광목 차일이 쳐져 있었고, 시골사람들은 말을 그 차일 기둥에다가 매놓고들 있었다. 차일 아래에는 빈 포목상자가 놓여 있었고 부랑자들이 하루종일 거기 붙어 앉아서 대형 나이프로 상자를 썰기도 하고, 담배를 씹기도 하고, 하품을 하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있었다 - 모두 지독히 천한 녀석들이었다. 놈들의 대부분은 거의 우산 만한 누런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러나 저고리도 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다. 서로들 빌이니 벅이니 조니 앤디니 하고 부르고 있었고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느릿느릿 말을 하고 있었고, 서로 욕들을 하고 있었다 차일 기둥 하나에 건달 하나씩 기둥에 기대앉아 거의 두손을 호주머니 속에 꽃고 있었고 남에게 씹는 담배를 한 대 꾸어 준다거나 어디를 긁는다거나 할 때 외엔, 절대로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놈들 사이에서 늘 오고가는 말이 있었다. "어이, 행크, 담배 한 대만 줘." "안돼 한 대밖에 없어. 빌에게 달래." 빌은 한 대 줄지도 모르고, 혹은 거짓말을 시키고는 하나도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런 건달들 중에는 돈이라곤 한 닢도 없고, 또 자기 담배라곤 한 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작자도 있다. 이런 작자들은 담배는 늘 빌려서 피우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친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임마, 한 대만 빌려줘, 잭크. 지금 막 벤 톰프슨에게 마지막 한 개를 줘버렸어 " 그런 수작은 대개 거짓말인 것이 뻔하다. 타지방 사람이 아니면 속진 않는다 그러나 잭크는 타지방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대답했다. "네놈이 그놈에게 한 대 주었다고. 거 대단한 일을 했군. 지금까지 내게서 꾼 걸 내놔. 레이프 벅너. 그러면 한 들이건 두 들이건 얼마든지 빌려 줄게, 그리고 이자 같은 건 내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 언제 좀 갚지 않았나." "그럼, 갚구말구. 여섯 대쯤 같았지. 네놈은 가게서 파는 담배를 꾸고서 니거 헤드(품질이 좋지 않은 까만 씹는 담배)로 갚았겠다." 가게에서 파는 담배란 납작하고 색이 까만 누런 담배지만 이러한 건달들은 거의 다 생 이파리를 비튼 것을 씹고 있었다. 한 대 꿀 때엔 대개 나이프로 자르지 않고 입에다 물고는 이빨로 물어뜯어 잘라질 때까지 손으로 잡아당겼다. 그러면 가끔 담배 주인은 자기 몫이 된 부분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비꼬아 말할 때가 있다. "어이, 그 문 쪽을 이리내, 이걸 줄 테니." 큰길이고 작은길이고 간에 모두가 진창 투성이였다. 진창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콜타르 모양으로 시꺼멓고, 곳에 따라선 깊이가 한 피트 되는 것도 있었고, 어디를 가도 2,3인치 정도의 깊이는 보통이었다. 어디를 가나 돼지 투성이로 꿀꿀대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한길을 진창 투성이의 암퇘지와 한 배의 새끼돼지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그리고 어미돼지는 길 한복판에 벌렁 나자빠져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피해서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암퇘지는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동안 몸을 쭉 뻗고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마치 월급이라도 타고 있는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있다.
얼마 후에 건달 하나가, "쉭 쉭. 저놈을 물어라, 티지." 하고 큰 소리를 지르자 암퇘지는 비명을 지르며, 귀를 물고 늘어진 개를 한두 마 리 질질 끌면서 도망을 쳤다 그 뒤를 4,50마리나 되는 개가 모여들었다. 건달들은 모두 일어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것을 바라보며 낄낄 웃으며 이 대소동을 고마워하는 눈치들이었다 다음 놈팡이들은 개싸움이 있을 때까지 다시 한번 제자리로 돌아가 서성거리고 있다. 개싸움만큼 이 놈팡이들의 정신을 바짝 내게 하고 즐거움을 주는 행사는 없다. 하기야 똥개에다 테레빈 기름을 끼얹어 불을 지르는 것과, 똥개 꼬리에다 양철 냄비를 매달아 죽을 때까지 뛰어 돌아다니다가 죽고 마는 것을 구경하는 경우는 예외였지만 강둑에 있는 몇 채의 집은 머리를 숙이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이제라도 당장 강으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데로 벌써 이사들을 하고 있었다. 몇 채의 집은 한쪽 구석의 토대 밑으로 강둑이 무너져서 없어져 버렸고, 그 구석이 강 위로 공중에 떠있었다. 그러한 집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어쩌다가 한꺼번에 집 폭의 긴 땅이 무너지기 시작해, 한여름 걸려서 무너지고 또 무너져 그 전부가 강으로 떨어지고 마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마을은 강이 자꾸만 둑을 침식하고 마는 까닭으로 결국 후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날, 정오가 가까워짐에 따라 거리의 짐마차와 말은 그 수가 자꾸만 뒤에서 밀려왔다. 시골서 온 가족들은 도시락을 가지고 와 그것을 짐마차 안에서 먹고 있었다. 위스키를 마시고 주정을 하는 사람도 몇 있었고, 나는 싸움하는 것을 세 번이나 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 복스 영감이 온다. 달에 한 번씩 취하러 오는 그대로 이번에도 또 시골서 왔구나. 저봐, 모두들." 놈팡이들은 모두 기쁜 얼굴이었다. 복스 영감으로 해서 늘 이 패들이 재미를 보는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중 하나가 그 말을 받았다. "저 영감, 이번엔 누굴 죽일 작정일까. 이날 이때까지 20년 동안이나 해치워 버린다고 벼르던 사람들을 전부 깨끗이 해치워 버렸다면 그 영감도 이젠 왜 유명해졌을 게 아냐." 다른 사나이가 그 다음 말을 이었다. "복스 영감이 날 죽인다고 하면 참 좋겠는데. 그러면 난 천년 동안은 죽지 않게 될 테니 말이야." 복스는 마치 인디언처럼 와아와아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어이, 비켜. 난 이제부터 전쟁에 나가는 길이야. 관 값이 오를 판이 야." 복스는 취해 있었고, 안장 위에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쉰을 좀 지난 나이로, 얼굴색이 여간 빨갛지 않다. 모두 다 복스를 향해서 와와 떠들고, 조소를 던지며 욕을 하고, 복스 영감도 조금도 지지 않고 말대답을 하면서 '네놈들도 차례차례로 꼬박꼬박 죽여 버려야 하겠지만 오늘은 셔번 대령 영감쟁이를 죽이러 온 것이니까 지금은 꾸물거리고 있을 순 없어, 내 모토는 '고기가 제일 과자는 다음'이니까 네놈들은 다음 차례로 밀밖에 없다'며 자못 의기양양해했다. 복스 영감은 나를 보자 내 앞으로 바싹 말을 몰고 와 "임마. 어디서 굴러온 놈이냐. 죽을 각온 다 됐나." 이 한 마디를 던지고는 획 저쪽으로 가버린다. 나는 겁이 났지만 옆의 사나이가 말했다. "괜찮다 저 작잔 술이 취하면 으레 저 모양이야. 아칸소에서도 제일 마음씨가 착한 바보 영감쟁이란다. 취해 있든 취해 있지 않든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어." 복스 영감은 마을에서 제일 큰 가게 앞에다 말을 바싹 갖다대고, 목 을 숙여 차일 안을 들여다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리 나와, 이놈. 셔번. 어서 나와 네놈이 속여 먹은 사람과 맞서지 못해. 네놈은 나에게 몰리고 있는 똥개야. 이놈 혼내줄 테니." 이러한 식으로 복스는 오만가지 욕설을 셔번에게 퍼부었고, 길거리는 그것을 듣고 웃어대고 떠들어대는 건달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얼마 후에 쉰다섯쯤 되어 보이는 거만하게 생긴 사람 하나가 - 그러나 마을에서도 훌륭한 옷을 입고 있었다 - 가게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내려고 좌우로 길을 비켰다 그 사람은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천천히 복스에게, "이젠 이런 장난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러나 한 시까지 참아주지. 한 시까지야. 알았어. 그 이상은 안돼. 한 시 이후에 한 번이라도 나에게 입을 열어 봐, 암만 멀리 도망가도 꼭 붙잡고야 말 테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하고 그 사람은 획 돌아서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
가 버렸다. 건달들은 모두 엄숙한 얼굴로 돌아갔고, 꼼짝도 안 할 뿐더러, 웃는 놈조차 하나도 없었다. 복스는 목소리를 끝까지 돋구어서 셔번에게 욕설을 퍼부우며 한길 저쪽으로 가버렸다. 얼마 후에 다시 돌아오더니 가게 앞에 서서 또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몇 사람이 복스 주위에 모여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사람들은 복스에게 앞으로 15분만 지나면 한 시가 된다고 일러주고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장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복스는 있는 힘을 다하여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 그리고 모자를 진창 속에다 던지고는 그 위를 말발굽으로 짓밟고 이내 백발을 바람에 흩날리며 미친 사람처럼 한길 저쪽으로 말을 몰았다 힘이 자라는 사람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전력을 다하여 복스를 말에서 내려 취기가 깰 때까지 감금해 두고 했지만 헛수고였고, 또다시 한길을 이쪽으로 달려와 셔번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때 누가 소리를 질렀다. "딸을 불러와. 빨리 딸을 불러와. 딸의 말이라면 혹간 들을 때가 있으니까 복스를 타이를 수 있는 사람은 딸밖엔 없어" 그래서 누가 부르러 뛰어갔다. 나는 거리를 좀더 걸어 내려가서 걸음을 멈췄다. 5분인가 10분인가 후에 또다시 복스가 왔지만 이번에는 말을 타고 있진 않았다. 내 쪽으로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친구 둘이 양쪽에서 팔 하나씩을 붙잡고 복스를 재촉하고 있었다. 본인도 말이 없이 불안한 눈치였다 조금도 위축되는 일이 없이 자기도 서둘고 있었다 그때 누가 버럭, "복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셔번 대령이었다 한길 한가운데 에 몸 하나 까딱도 하지 않고 서있었다. 바른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겨누진 않고, 총신을 하늘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젊은 처녀 하나가 총총걸음으로 두 사나이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복스와 양쪽 사나이는 누가 불렀나 하고 되돌아보았다 권총을 보자 두 사나이는 얼른 옆으로 비켰다. 권총의 총신은 천천히 흔들리지 않고 수평의 위치에까지 내려왔다. 격철이 양쪽 다 서 있었다 복스는 삽시에 두 손을 쳐들고 말했다.
"어이구. 제발 살려줘." 땅. 하고 처음 한방이 터지자 복스는 허공을 쥐면서 뒤로 비틀거렸다. 땅, 하고 두번째가 터지자 복스는 팔을 편 채 꽈당 하고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젊은 처녀는 비명과 함께 달려들어 부친에게 몸을 던지고는 왁. 하고 울어댔다. "아아, 저 사람이 아버질 죽였어, 저 사람이 아버질 죽였어." 사람들은 두 사람 주위로 몰려들어 이 광경을 보려고 목을 길게 뽑고는 서로 밀치락 달치락 야단이었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그것을 밀어내려고, "물러 서. 물러 서. 바람을 통하게 해 바람을 통하게 해."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셔번 대령은 권총을 땅바닥에다 내던지고는 획 돌아서 저쪽으로 가버렸다. 사람들은 복스를 조그마한 약방으로 끌어들였다. 건달들은 아까처럼 그 주위를 밀치락달치락하며 따라갔고, 그 뒤에서 마을 사람전체가 따라갔다. 나는 달려가 창가의 좋은 장소 하나를 점령하고는 복스 바로 옆에서 안을 잘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복스를 마루 위에다 뉘고는 머리 아래에다 한 권의 큰 성경책을 놓고, 또 한 귄의 성경책을 그의 가슴 위에다 펼쳐 놓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전에 복스의 셔츠를 찢어 벗겼으므로 나는 탄알의 하나가 어디로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다 복스는 열 몇 번이나 한참씩 헐떡거렸다 숨을 들이 마실 때에는 성경책이 들먹하고 들렸고, 숨을 내쉬면 또다시 성경책은 내려왔다. 그후 복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사람들은 통곡을 하고 있는 딸을 그에게서 떼어 어디론지 데리고 갔다 처녀는 나이가 열여섯 살쯤 된 귀엽고 상냥하게 생긴 모습이었지만. 얼굴색이 창백한 채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마을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어 창가로 가려고 밀치락달치락 야단들이었다. 먼저 있던 사람들은 비키려고 하지 않고 또 나중에 온 사람들은, "이봐. 당신들은 실컷 보지 않았소. 언제까지 비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보여 주지 않는 건 심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권리가 있잖나" 하고 불평이 대단했다.
말대답을 하는 측도 대단했으므로 나는 큰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는 그곳을 슬쩍 빠져나왔다 한길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들 흥분하고 있었다. 사살 현장을 본 사람은 어떻게 피살되었는가를 얘기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목을 길게 뽑고서 듣고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큰 횐 모피 실크햇을 삐딱하게 쓰고 손잡이가 굽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키가 큰 날씬한 사나이가 복스가 있던 장소와 셔번이 있던 장소에다 표를 했다. 사람들은 그의 꽁무니를 줄줄 따라다니며 그 사나이의 거동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면서 알았다는 증거로 연방 머리를 끄덕끄덕하였고, 지팡이로 땅에다 표를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약간 앞으로 몸을 숙이고는 두 손을 넓적다리에다 고이고, 그 사나이가 지팡이로 땅 위에 그 장소의 표를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다음 셔번이 서 있던 장소에 똑바로 뻣뻣이 일어서 얼굴을 찡그리고 모자 테두리를 깊숙이 내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복스." 그 다음 지팡이를 천천히 수평으로 내리며, '땅.'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뒤로 비틀거리며 또 '땅.'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덜컥 뒤로 나자빠졌다. 복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랬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치고는, 약 열 명 가량의 사람들이 위 스키병을 꺼내서 그 사나이에게 마시라고 했다. 이러는 사이에 누군가 셔번을 사형에 처해 버려야 한다고 외쳤다. 1분 후에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동감이라고 맞장구를 치고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교수용으로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빨랫줄을 잡아채어 가지고는 달려갔다.
제22장 사형의 실패
사람들은 마치 인디언처럼 떠들어대면서 셔번의 집을 향해 몰려갔다 무어나 다 길을 비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키지 않았다간 짓밟혀 터지고 말판이었다 참으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옆으로 비키려고 군중들 앞을 달려갔고 길가의 창이라고 하는 창은 여자들 얼굴로 가득 찼으며, 나무라고 하는 나무에는 검둥이 사 내들이 올라가 있었고, 울타리라고 하는 울타리로부터는 검둥이 남녀 하인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군중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피해 버리는 것이었다. 많은 수의 여인과 처녀들이 죽은 듯이 겁을 먹고는 큰 소리로 마구 울어댔다 사람들은 셔번의 집 말뚝 앞으로 빽빽이 몰려들어 어찌나 서로 떠들어대고 있는지 자기가 하는 소리가 자기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집 앞은 20피트 정도의 조그마한 정원이었다 그 중 누가, "담을 헐어 버려 담을 헐어 버려" 하고 외쳤다. 그러자 찢어발기는 등. 빼어 버리는 등 때려부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소동이 일어나 울타리는 와르르 무너지고, 군중의 최전선은 파도처럼 와 하고 안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침 그때 셔번이 조그만 현관 지붕 위로 나타났다. 손에는 그 연발 장총을 들고, 말 한 마디 없이 침착한 태도로 유유히 서 있었다. 소동은 갑자기 그치고, 인파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셔번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거기 선 채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고요함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이 나쁜 것이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셔번은 천천히 군중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 시선과 마주친 사람들은 되쏘아 붙이려고 했지만 눈을 내리깔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내 셔번의 입가에는 웃음이 날렸으나 그것은 유쾌한 웃음이 아니라 모래가 든 빵을 씹었을 때에 나오는 그러한 웃음이었다. 그 다음 셔번은 천천히 , 사람을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이 누구를 린치 한다고 재미난 생각이야 너희들에게 사나이를 린치 할 만한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마을로 온 불쌍한 의지할 곳 없는 버림을 받은 여자들에게 콜타르를 바른 후에 깃털을 붙일 만한 용기가 있다고 해서, 그래서 사나이에게도 손을 댈 만한 배짱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흥, 너희들 같은 인간 1만 명이 있어도 그 사나이는 꿈쩍도 안 할 거다 대낮이고, 배후에서 얻어걸릴 염려만 없다면. 내가 너희들을 알고 있느냐고 잘 알고 있구말구. 나는 남부에서 나서 자랐고, 북부에서 산 일도 있다. 그래서 모든 평범한 인간을 잘 알고 있단 말이야. 평범한 인간은 겁쟁이라는 거야.
북부에선 짓밟으려 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다 자기를 짓밟게 하고, 그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그것을 참아 낼만큼의 겸허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를 올린단 말이다 남부에선 한 사나이가 자기 혼자서 대낮에 사람들이 가득 탄 역마차를 세워 놓고는, 승객들로부터 돈을 빼앗는단 말이다. 너희들의 신문은 너희들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허풍을 떨며 부르고 있으니까 너희들은 자기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용감하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용감은 다른 사람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그러한 것으로, 월등히 뛰어나다고 할 것도 없어. 왜 너희들의 배심원은 사람을 죽인 그 하수인을 교살하지 않는 거지 그것은 그 하수인의 친구 놈들이 어둠을 타고 뒤에서 자기를 쏘아 죽이지나 않을까 그것이 무섭기 때문이지. 그 친구 놈들은 틀림없이 그 짓을 해내고야 말 테니까 그래서 배심원들은 늘 무죄 방면이라고 하는 방법을 쓴단 말이다 그러면 한몫 값의 사나이가 복면을 한 겁쟁이 100명을 거느리고 밤에 가서 그 악당을 린치 한단 말이다. 너희들의 잘못은 너희들이 그 한몫 값의 사나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그 첫째의 잘못이고, 또 하나는 어둠을 타고 오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복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희들이 데리고 온 것은 절반 짜리 사나이란 말이다. 저기 있는 저 벅크 하크네스가 바로 그거야. 그리고 벅크의 사주만 없었다면 너희들은 그저 와와 하고 공포만 쏘았을 거야 너희들은 오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평범한 인간은 귀찮은 일과 위험을 싫어하는 법이거든.
너희들도 그런 것을 싫어하지만 저기 있는 저 벅크 하크네스와 같은 절반 짜리 인간이 '놈을 린치 하라' '놈을 린치 하라' 하고 외치면 너희들은 뒤로 물러서기가 무서워지거든-너희들의 본성이 겁쟁이라고 하는 것이 세상에 드러날까 봐 그게 무서워 큰 소리를 지르고, 그 절반 짜리 사나이 저고리 꼬리에 잔뜩 매달려서 장한 일을 해낸다고 큰소릴 탕탕 하고는 대단한 기세로 몰려왔단 말이지. 세상에서도 제일 불쌍한 건 폭도야. 군대 역시 그렇단 말이다. 폭도야 자기 몸에서 배어 나온 용기로 싸우는 게 아냐. 그 집단에서. 그 상관에서 빌려 온 용기로 싸운단 말이다. 하지만 그 선두에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폭도는 불쌍이고 나발이고 없단 말이다. 자, 너희들이 할 일은 꽁무닐 돌려 어서 집으로 돌아가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는 일이다 진짜 린치를 할 작정이라면 남부 식으로 어둠을 타고 하는 거야. 그리고 올 때엔 복면을 가지고 올 것, 한몫 값의 사나이를 데리고 올 것, 이 두 가지다. 자, 모두 돌아가 너희들 그 반쪽 짜리 작자도 같이 데리고 가는 거다." 셔번은 총을 왼팔 위에다 겨누고는 격철을 찰싹하고 올렸다. 군중은 갑자기 뒤로 물러서기가 무섭게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벅크 하크네스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꼴로 슬금슬금 그 뒤를 따랐다. 나는 그대로 있을 생각만 있다면 그대로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영 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서커스로 가서 뒤꼍을 서성거리며 감시인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텐트 아래로 해서 슬쩍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20달러 짜리 금화 외에도 얼마간 돈이 있었지만 이렇게 집과 멀리 떨어진 타향에 나와 있으면 언제 어느 때 돈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냥 모아 두기로 했다 조심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밖에 딴 도리가 없을 때엔 언제나 돈을 내고 서커스 구경을 하는 것에 나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러나 서커스 같은 것에 헛되이 돈을 써 버릴 필요는 없다. 그것은 정말로 굉장한 서커스였다. 단원 전부가 나란히 서서 말을 타고 입장하는 광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남매가 둘씩 서서 들어왔다. 남자는 속바지와 셔츠만으로 신도신지 않고 등자도 없이 경쾌한 모습으로 손을 넓적다리 위에다 올려놓고 있다. 20명쯤은 되었으리라. 여자들은 아리따운 안색으로 정말 아름다웠으며, 진짜 여왕들의 한 떼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몇백만 달러씩이나 하는 금강석을 아낌없이 박은 번드레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단한 광경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다음에 그들은 하나씩 말 잔등 위에 일어서 아주 천천히 파도치는 물결인 양 넘실거리면서 우아 하게 링 주위를 빙빙 돌아다녔다. 남자들은 키가 크고, 경쾌한 몸가짐으로 똑바로 몸을 펴고는 높다란 텐트의 지붕 아래를 부딪칠 듯 말 듯 지나가며, 그때마다 머리를 남실남실 숙였다 여자들의 장미 꽃잎 같은 옷은 찰싹찰싹 허리 둘레에서 부드럽고도 가볍게 펄럭거리며 다시없이 아름다운 양산처럼 보인다 얼마 후 그들은 한층 더 속력을 놓아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춤을 추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높이 공중으로 쳐들더니 이내 또 한쪽 다리를 쳐들었다. 말은 한층 더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단장은 링의 한가운데 기둥 주위를 빙빙 돌면서 '하이 하이' 하고 장단을 맞췄다 단장 뒤에서는 광대가 농으로 양념을 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전원은 말고삐를 손에서 놓고, 여자들은 모두 주먹을 허리에다 짚었고, 남자들은 팔짱을 끼었다. 그때 말들은 앞으로 바짝 몸을 숙이고는 허리를 둥글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이와 같이 해서 전원은 차례 차례로 링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멋들어지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저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구경꾼들은 미친 것처럼 날뛰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커스는 처음서부터 끝까지 구경꾼들을 놀라 자빠지게 하는 것들뿐이었다.
게다가 광대가 시종 양념을 치고 있는 판이어서 구경꾼들은 깔깔대고만 있었다 단장이 무어라고 한 마디 하면 그 뒤를 받아 이내 광대가 사람들을 죽여 놓는다. 무슨 수로 그렇게 많은 것을 그렇게 빨리 척척 앞뒤가 들어맞게 생각이 튀어나오는지 나로서는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 같으면 1년이 걸려도 그런 생각은 나을 것 같진 않았다 . 그러는 중에 주정꾼 하나가 링 안으로 뛰어들려고 하였다-난 말을 타고 싶다. 말 타는 덴 둘째가라면 슬퍼할 자기라고 하며 펄펄 날뛰었다. 서커스 사람들은 주정꾼을 링 밖으로 내몰려고 했지만 주정꾼은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그 바람에 서커스 가 중단되고 말았다. 구경꾼들은 주정꾼을 향해 야유하기 시작했으므로 주정꾼은 더욱 미친놈처럼 펄펄 뛰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구경꾼들 사이에선 큰 소동이 일어났고,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서 링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저놈을 때려부숴 저놈을 내던져 버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단장은 간단한 연설을 하고는, "여러분, 제발 떠들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분이 더 이상 소동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또 능히 말을 타고 있을 생각한다면 태워 드려도 좋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손님들 생각은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구경꾼들은 모두 와아 하고 웃으면서 동의했다. 그래서 그 사나이는 말에 올라탔다 올라타기가 무섭게 말은 펄펄 뛰며 껑충껑충 링 안을 뛰어 돌아다녔다. 계원 둘이 말고삐에 매달려 말을 제지하려고 하였다. 주정꾼은 말 목을 잔뜩 끌어안고 앉아 있었고, 말이 뛰어오를 때마다 발꿈치가 높이 공중에 뛰어올랐다. 구경꾼 전체가 총기립 상태가 되어 깔깔대며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웃어대었다. 그러나 마침내는 계원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은 말고삐를 자르고는 달리기 시작했고, 주정꾼은 말 잔등에 엎드려 목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발이 말 잔등 한쪽으로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흘러내렸고, 또 다음 순간에는 다른 한쪽 발이 다른 쪽 땅에 닿을 정도로 흘러내렸다 구경꾼들은 완전히 미쳐 버렸다. 그러나 내게는 재미고 뭐고 조금도 없었다. 이 주정꾼의 위태로운 꼴에 몸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얼마 후에 이 주정꾼은 겨우 기어 일어나서 말 잔등에 올라타 이쪽으로 저쪽으로 건들건들하면서 말고삐를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말 잔등 위에 뛰어오르더니 고삐를 놓고는 우뚝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말은 불이 붙은 집 모양으로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그 사나이는 나서부터 한 번도 술에 취한 일이 없다는 듯이 그저 말 잔등 위에 꼿꼿이 서서 보기에도 기분 좋게 경쾌한 솜씨로 말을 몰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고 있는 옷을 벗어서는 한 가지씩 내던지기 시작하였다. 연거푸 내던지는 바람에 공중은 온통 옷사태가 난 것처럼 보였다. 전부 17장이나 벗었다. 옷을 모두 벗어버린 사나이의 체격은 미끈한 것이 미남이었고, 아무도 아직까지 본 일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채찍으로 말을 몰아대어 휙휙 달리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말에서 뛰어내려 손님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구경꾼들은 즐거움과 놀람으로 그저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서야 겨우 단장은 자기가 얼마나 속고 있었나를 알았다 단장의 그 어쩔 줄 몰라 하는 얼빠진 얼굴이란 왜 그런고 하니 주정꾼은 단원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는 이 익살을 몰래 자기 혼자서 생각해 내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그렇게 감쪽같이 속고 보니 무척 얼간이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비록 1천 달러를 준다고 하더라도 그 단장의 지위에 있고 싶지는 않다. 이 서커스보다도 몇 갑절 근사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러한 것에 얻어걸린 적이 없다. 어쨌든 이 서커스는 나에게는 둘도 없는 근사한 서커스였다. 그건 그렇구, 그날 밤 우리들의 흥행에는 입장객이라고는 겨우 12명밖엔 되지 않았다. 겨우 경비가 나왔을 정도였다. 더구나 그 구경꾼들이 껄껄 웃고만 있는 판이어서 공작이 화를 내는 폼은 대단했다 어쨌든 잠이 든 사내애 하나를 빼놓고 전원이 신파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 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공작은 이런 아칸소의 바보들은 격이 높은 셰익스피어를 알 까닭이 없다. 이놈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저급한 희극보다도 얼마간 격이 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펄쩍 뛰며 화를 내었다. 나에게는 이농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하고는 다음날 몇 장의 커다란 포장지와 검은 페인트를 구해 가지고 광고를 써 마을 도처에다 붙였다 광고의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저택에서 사흘 밤 동안에 한함 세계적으로 유명 한 희극배우 2대 데이비드 개릭크 및 초대 에드먼드 키인 런던 및 구주 대륙 제 극장 전속, 혈용육약의 비국왕의 기린 입장료 50센트 그리고 맨 아래에다가는 제일 큰 글씨로 이렇게 한 줄 써넣었다 부인과 애들의 입장을 금함 "자, 이거란 말이야, 이 한 줄을 써넣어도 오지 않는다면 난 아칸소를 잘못 본 셈이지 ‥‥‥ 공작은 자못 우쭐거렸다.
제23장 인품이 고약한 왕들
공작과 왕은 하루 종일 무대 장치, 커튼 준비, 각광용 초의 진열 등으로 몹시 바빴다 그날 밤 극장 안은 입추의 여지도 없을 만큼 구경꾼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게 되었을 때, 공작은 출입구의 문지기 노릇을 그만두고는 슬쩍 뒤로 돌아 무대 앞에 나타나 일장 연설을 하고는, 이 비극을 칭찬하며 이 비극이야말로 고금 미증유의 혈용육약의 걸작이라고 허포를 땅땅 쏘았고, 이 비극의 주인 공역을 맡은 초대 에드먼드 키인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와 같이 해서 구경꾼들의 기대가 고조에 달했을 때 커튼을 올렸다. 다음 순간 왕이 벌거벗은 채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무대로 뛰어나왔다 온몸에 가지각색으로 바퀴 모양의 줄무늬와 선 무늬가 마치 무지개 모 양으로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러나 그 외의 몸차림은 아무래도 좋았다 단정한 맛이라곤 전혀 없었지만 우스운 점만은 여간 우습지 않았다. 구경꾼들은 죽겠다고 깔깔 웃어대었다. 그리고 왕이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배경 뒤로 뛰어들어갔을 때에는 구경꾼들은 모두 울부짖고, 박수를 치고, 대소동을 하며 웃어댔다. 할 수 없이 왕은 다시 그 짓을 했고, 그후에 또 한번 다시 그 짓을 되풀이했다. 정말 그 바보가 뛰어 돌아다니는 꼴을 보면 소라도 웃었을 것이리라. 그 다음 공작은 막을 내리고는 구경꾼들에게 머리를 숙여 런던에서 의 계약 날이 절박해 있으므로 이 위대한 비극은 이후 이틀밖에는 상연 할 수 없으며, 이 극을 공연키로 한 드루리 레인 극장의 좌석은 벌써 매진되어 버렸다고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만일 이것이 여러분들 마음에 들고 도움이 되었다면 제발 이 비극을 친구 분들에게 널리 선전을 하여 보시러 오게 권고를 해주신다면 참 고맙게 생각하는 바이라고 덧붙였다.
20명쯤 되는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뭐라고, 벌써 끝난 거야 이것이 전부야" 공작이 그렇다고 하자 대소동이 일어났고, 다들 "속았다"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미친 사람들처럼 뛰어올라, 무대와 두 사람의 비극 배우를 향해 돌진해 오려는 기세였다 그러나 그때 체격이 큰 훌륭한 풍채의 사나이가 벤치 위에 뛰어올라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잠깐 기다리시오, 여러분 한 마디 할 말이 있소." 그 말에 사람들은 주춤 걸음을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과연 속았소.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을 내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진 않소.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이대로 그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단 말이오. 성이 가라앉지 않는단 말이오. 아니죠, 우리들이 하고 싶은 것 은, 여기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가서 연극을 칭찬하며 다른 마을 사람들도 이 지경에 빠뜨리는 거예요 그러면 모두 오월동주격이 될 테니까. 그것이 영리한 방법이 아닐까요" "그 말이 옳아 판사님 말대로다"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럼 좋소, 우리가 속았다는 걸 한 마디도 입밖에 내놓지 맙시다 자, 어서 들 집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다 이 비극을 보러 오라고 권고합시다 " 다음날은 마을 안에 이 연극이 굉장하다는 얘기 외에는 다른 얘기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날 밤도 극장은 초만원이었고 우리는 이 구경꾼들도 똑같은 식으로 속여 냈다 나와 왕과 공작은 뗏목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고, 얼마 후 한밤중에 왕과 공작은 짐과 나에게 뗏목을 저어 강 중류로 끌어내어 마을로부터 2마일쯤 하류 지점에다 뗏목을 대게 한 후 감추게 했다.
사흘째 되는 날 밤도 극장은 초만원이었고, 이번은 처음 오는 구경꾼들이 아니라 전날 밤에 온 사람들이었다 공작과 함께 출입구에 서 있던 나는 들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주머니에다 무엇을 불룩하게 넣고 있거나 저고리 아래에다 감추고 있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것은 결코 향료 등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통으로 셀 만큼 많은 양의 썩은 달걀과 썩은 양배추와 그런 등속의 냄새가 물씬 코를 찔렀다 또 죽은 고양이가 그 근처에 있을 때의 징후를 알고 있다고 하면 나로서는 확 실히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인데, 64마리 분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간 동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너무도 많은 냄새들이 코를 찌르는 통 에 뭐가 무슨 냄새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도저히 참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이상 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초만원이 되어 버렸을 때 공작은 한 사나이를 붙잡고 그에게 25센트 은화 하나를 주면서 잠시 문지기를 부탁한다고 하고는 자기는 뒤쪽 무대 문 있는 데로 돌아갔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공작이 입을 열었다. "집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어서 빨리 걸어. 그 다음에 악마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속력으로 뗏목 있는 데로 내달리는 거다" 나는 그대로 했다. 공작도 그대로 했다. 우리는 동시에 뗏목에 이르렀고, 채 2초도 되기 전에 컴컴한 어둠 속을 고요히, 아무도 말을 않고 비스듬히 강 중류를 향해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불쌍하게도 왕이 구경꾼들로부터 혼이 나고 있으려니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던 것인데, 천만에 얼마 후에 왕은 윅왬 아래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엔 어땠지 재미가 공작" 그는 애당초 마을에는 전혀 얼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마을로부터 10마일 가량 하류에 내려올 때까지 전혀 등불을 내놓지 않았다 거기까지 와서 비로소 등을 켜고 저녁을 먹었다. 왕과 공작은 고소하게 마을 사람들을 곯려 주었다고 허파가 터진 것이 아닌 가하고 생각될 만큼 몹시 웃어댔다. 공작은 말했다. "병신 놈들, 바보 놈들 첫날 구경꾼들이 가만히들 있어 가지고 마을의 나머지 놈들을 불러 넣으리라고 하는 걸 난 뻔히 알고 있었어. 그리고 사흘째 밤에는 잔뜩 대기를 하고 있다가 이번엔 네놈들 차례라고 벼르고 있던 것도 난 뻔히 알고 있었어. 그렇지, 이번은 우리들의 차례구먼 구 대관절 놈들이 얼마만한 효과를 올렸는지, 난 무슨 짓을 해서라고 그걸 알고 싶단 말이야. 놈들이 찬스를 어떻게 썼는지 그게 알고 싶단 말이야. 생각만 있으면 놈들은 피크닉을 할 수도 있었을 테지, 처먹을 걸 듬뿍 가지고 들어왔으니까 " 이 사흘 밤으로 악당들은 465달러를 벌었다.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산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본 적은 없었다. 얼마 후에 놈들이 잠이 들어 쿨쿨 코를 골기 시작하자마자 짐이 물었다 "이 왕들의 하는 일에 임잔 놀라지 않았어 허클" "아니, 놀라긴 왜." "웬일이야, 놀라지 않았다니" "왜는 왜야, 놀랄 게 어딨어. 신분이 신분이니까 말이지. 왕이란 모 두가 그런 거 야." "그렇지만 허클, 우리의 왕들은 정말 악당들이 군. 놈들은 정말 그래. 뼛속까지 밴 악당들이란 말이야." "그라, 내 얘기도 바로 그거야. 내가 알고 있는 한 왕이란 거의가 다 악당 놈들인데 뭐 . " "그래 " "한번 읽어보면 안단 말이야. 헨리 8세를 보란 말이야. 헨리 8세에 비하면 이따위 것은 주일학교 선생 감이야. 그리고 찰스 2세를 보란 말이야. 그리고 루이 14세를, 그리고 제임스 2세를, 그리고 에드워드 2세를, 그리고 리처드 3세를, 그밖에 이런 게 40명이나 돼. 그리고 또 그 옛날에 천지를 뒤흔들고 돌아다니던 그 색슨족의 7왕국 시대의 왕녀석 전부를 생각해 보란 말이야. 그러니까 지독이니 나발이니 다 없어, 참말이지 한창때의 헨리 8세 영감을 만나 보았더랬으면 참 좋았을 걸 그랬군. 정말 화려했지. 매일 새 아내와 결혼해 가지고는 다음날 아침에는 아내의 모가질 쌍등 잘라 버린단 말이야. 마치 달걀을 주문하듯 손쉽게 해치웠다니까. '넬 권을 데리고 오너라' 한단 말이야. 그러면 신하들이 데리고 올밖에. 다음날 아침 '이년 목을 잘라서' 이런다 말이 야. 그러면 이번에는 신하들이 쌍등 목을 자른단 말이야. '제인 쇼를 데려다 바쳐라' 하면 제인이 온단 말이야 다음날 아침 또 '목을 잘라 라' 그러면 신하들이 쌍등 잘라 버린단 말이야, '페아 로자먼을 불러 라' 그러면 페아 로자먼이 초인종에 불리워 나타날밖에. 다음날 아침 엔 역시 '목을 잘라라' 이러는 거지 그리고 이 왕은 아내들에게 매일 밤 얘기 하나씩을 시켜 가지고는 그걸 베껴 두었다가 그렇게 해서 1,001의 얘기가 모이면 그것을 한 권의 책에다 써 '최후 심판일의 대 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단 말이야.
이 이름은 참 잘된 이름으로, 일목요 연하게 그 사정을 설명하고 있지. 짐은 왕이라고 하는 걸 잘 모르지만 난 잘 알고 있어. 우리 뗏목에 있는 영감님들은 내가 역사책에서 만난 중에선 제일 얌전한 색시들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 헨리라는 작자는 이 나라와 한판 겨누려고 무슨 궁리를 한 거야. 그래서 어떠한 식으로 했는지 알아 미리 예고를 했나,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에게 충분한 기 횔 주었나 천만에, 그런 짓을 하긴 뭘 해 이봐, 갑자기 보스들 항구 에서 차를 모두 바닷속으로 던져 버렸단 말이야. 그리고 독립선언 설 선포하고는 덤빌 테면 덤벼 보라는 투지. 이게 놈이 하는 식이야. 절대로 남에게 기횔 주지 않아. 자기 아버지 웰링톤 공작에게 그전부터 의혹을 품고 있었지.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알아 출두하라고 명령한 줄 알아 천만에, 그럴 리가 있나. 고양이에게나 하듯이 포도주 통에 넣어서 물 속에 덤벙 던져 버렸단 말이야, 글쎄. 사람이 그 작자 옆에 다 돈을 놓고 잊어 버리고 가면 그 작잔 어떻게 한 줄 알아 자기 마음 대로 써버리는 거야. 가령 놈이 무슨 계약을 한다고 해서 임자가 놈에 게 선금을 지불하고, 거기 앉아서 그놈이 하는 짓을 감시하고 있지 않는다면 놈은 무슨 일을 한지 알아 늘 정반대 짓을 한단 말이야. 입을 열면 그땐 무슨 말을 하구 금세 그 입을 봉해 버리지 않으면 열 때마 다 거짓말이 툭툭 튀어나온단 말이야. 헨리란 이런 녀석이야. 그러니 까 이제 여기 있는 왕들 대신으로 헨리를 태우고 있다면 이 왕들보다 도 몇 갑절 지독하게 마을 사람들을 곯렸을 게 아냐 나도 이 왕들이 양처럼 온순한 사람들이라곤 안해, 냉정하게 사실을 바라본다면 사실 그렇진 않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이 작자들은 저 헨리 8세에게 비교해 보면 어림도 없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왕은 역시 왕이니까 사정 을 봐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전체로 봐서 왕이라는 건 지독하게 인품이 고약한 축들이야, 워낙 그렇게 자랐으니까 " "그래두, 이제 타고 있는 왕은 정말 지독한 놈이던데, 허클." "뭘 그놈이 다 그놈이지. 제아무리 지독한 놈이라 할지라도 우리로선 어쩔 수 없어. 역사책에도 어떻게 하면 좋다곤 써 있지 않아." "공작은 그래도 얼마간 좋은 데가 있는 작자던데 ." "그래, 공작은 달라. 하지만 그리 다를 것도 없지 이 공작은 공작 중에서도 꽤 지독한 축이야. 취했을 땐 근시에겐 왕과 영 구별이 안될걸"
"그럴까, 어쨌든 이런 놈들은 딱 질색이야, 허클이 두 놈만으로 난 그만 손들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짐. 하지만 우리들이 저놈들을 뗏목으로 데려 왔으니 저놈들이 어떠한 인간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고 사정을 봐주지 않으면 안 돼. 때론 왕이 없는 나라 얘길 좀 들었으면 할 때가 있어 , 나도." 이놈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라는 얘길 짐에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무 소용도 없을 뿐더러, 아까 내가 얘기한 대로 이놈들과 진짜 왕을 구별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이다. 나는 잠이 들어 버렸고, 내 당직 시간이 와도 짐은 나를 깨우지 않았다. 짐은 가끔 이런 일을 해주었다. 마침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짐은 거기 그대로 앉아서 머리를 무릎 사이에다 박고는 혼자서 신음을 하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나는 거기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또 그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나는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처자 생각을 하고 그것으로 상심하여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집을 떠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가 족을 생각하는 심정은 백인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그러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밤에 내가자고 있는 줄 생각하고 짐은 가끔 슬피 신음하면 서, "불쌍한 어린 엘리자베스 불쌍한 어린 조니 정말 쓰라린 일이고 나 너희들을 두 번 다시 만날 수는 없겠구나. 두 번 다시는" 하는 것이었다. 짐은 정말로 좋은 검둥이였다 그러나 이때만은 어떻게 된 셈인지 짐에게 그의 마누라와 아이들 이 야기를 시켜 주었다 잠시 후에 짐은 이런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슬픈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방금 바로 저쪽 둑에서 철썩하고 무엇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는데 그것으로 해서 그 어린 엘리자베스에게 몹시 굴던 때의 생각이 났기 때문이야. 아직 채 4살도 못 되어서 성홍열에 걸려 하마터면 세상을 하직할 판이었는데. 겨우 그것이 나아 어느 날 그 애가 내 옆에 서있길래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말했단 말이야. '야, 문을 닫아라.' 그런데 그 앤 문을 닫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뻣뻣이 선 채 싱글싱글하며 날 쳐다보고 있는 게 아냐. 어찌나 화가 나는지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 큰 소릴 버럭 질러. '내 말이 안 들리냐 문을 닫으란 말이야' 하고 쏘아붙였단 말이야. 그런 데 그 앤 역시 그대로 우뚝 선 채 그냥 싱글벙글 이라, 그만 오장육부가 틀리는 게 아냐 그래서, '어디 내 뭐랬는지 알려 주마' 하면서 엘리자베스의 뺨따귈 힘껏 한 대 후려갈겼더니, 아니 그 앤 그만 쓰러지는 게 아냐. 그래서 난 다른 방으로 가서 한 10분 동안 있다가 다시 돌아 와 보니까, 문은 아직 그때까지 열린 채로 있는데 그 앤 문 한 중간쯤 되는 지점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슬프게 눈물을 짜고 있는 게이냐. 난 화니 나발이니 없었어 난 그만 그 애에게로 달려들려고 한 것 인데, 바로 마침 그때 바람이 획 불어와 문을-그 문은 안쪽으로 열 리는 문이었는데 - 닫아 버렸단 말이야.
그 애 뒤에서 꽈당 하구 ......그런데 말이야, 그 앤 꿈쩍도 하지 않았어, 난 그만 숨이 막혀 버릴 것만 같았어. 도저히 ...도저히...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난 부들부들 떨면서 가만히 기다시 피하여 나와 문을 가만가만 열고는 그 애 뒤로 살짝 머리를 내밀고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왁 하고 소리를 질했단 말이야. 그러나 여전히 꼼짝 도안하는 게 아냐 그 앤 아아, 허클 나는 그만 와아 하고 울음보를 터뜨리고는 두팔로 그 앨 꽉 껴안고는 이렇게 울부짖었어. '아이고. 불쌍한 이 어린것아 전지전능하신 하늘에 계신 하느님, 이 불쌍한 늙은 짐을 용서해 주소서 저는 제 목숨이 계속되는 한 제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아, 허클, 그 앤 아주 아무것도 못 듣는 귀머거리였고, 벙어리였었어...... 아주 아주 아무것도 못 듣고 말도 못 하는. 그런데 그걸 그렇게 야단을 쳤으니."
제24장 목사로 바뀐 왕
다음날 날이 어슬어슬 저물 무렵 우리는 강 중류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라 있는 조그만 사주 아래에 뗏목을 매고는, 공작과 왕은 양쪽 둑에 있는 그 두 마을에서 한몫 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짐은 공작에게 되도록이면 두서너 시간 내에 끝나는 일로 해달라고, 하루종일 밧줄로 결박을 당한 채 윅왬 속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고, 진력이 나 죽을 지경이라고 애원했다. 우리는 짐을 혼자 남겨 두고 뗏목을 떠날 때는 그를 결박해 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짐이 결박 도 당하지 않은 채 혼자 있는 것을 남에게 들키면 도망친 검둥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작은 하루종일 결박을 당한 채 있는 것은 참 힘들게라고, 그렇다면 그렇게 안해도 좋을 무슨 방법을 하나 생각 해 주마고 했다. 공작은 비범한 두뇌의 소유자인지라 곧 그 방법을 생각해 냈다. 공작은 짐에게 리어왕의 복장을 시킨 것이었다 -커튼용의 갱 사천으로 만 든 긴 옷과 백마털의 가발과 구레나룻 수염이었다. 그러고 나서 공작 은 신파용 페인트로 짐의 뺨과 손과 귀와 목 전체를 온통 마치 9일간이나 익사체로 있던 사나이처럼 육중하고도 칙칙한 푸른색으로 칠했다 정말 짐의 이와 같은 무서운 꼴을 본 적은 없었다.
다음 공작은 판자 쪽에다 다음과 같은 문구를 썼다. 아라비아인 환자 -단 미쳐 있지 않을 때엔 해 없음 공작은 이 판자쪽을 가는 나무쪽에다 못으로 박고는 그것을 윅왬 앞에다 세웠다. 짐은 자못 만족한 투로 매일 몇 시간 동안이나 밧줄로 결박을 당한 채, 요만한 소리 하나가 버스럭 날 때마다 부들부들 떨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얼마나 나은지 모를 일이라고 좋아했다. 공작 은 짐에게 마음을 턱 놓고 편히 있으라고, 그리고 만일 누가 붙잡으러 오는 일이 있다면 윅왬에서 튀어나와 잠시 날뛰면서 야수 모양으로 한 두 번 짖어 대면 그 사람은 그냥 내버려두고 가 버릴 테니 그렇게 하라 고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자못 그럴 듯한 판단이긴 했지만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면 짐이 짖어 댈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으리라. 짐은 죽은 송장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꼴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이 악당들은 다시 한번 '걸작'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큰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쯤은 그 소식이 이 근처에까지 퍼져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히트가 될 만한 계획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으므로 궁여지책으로 공작은 잠시 쉬어 가지 고 한두 시간 궁리를 한 다음 아칸소 마을에서 상연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고 궁리해 보자고 주장했고, 왕은 아무 계획도 미리 세울 것 없이 그저 무턱대고 그 마을로 건너가서 히트될 만한 일은 신의 섭리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결국 그것은 악마의 꼬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그 전에 상륙했던 장소에서 기성복을 사들 것이 있었다. 그것 을 이제 왕은 입고는 나에게도 내 것을 입으라고 했다. 물론 나는 하라는 대로했다. 왕의 옷은 완전 흑의로, 그것을 입고 나니 정말로 의관 이 단정한 것이 여간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옷이 날개라 고,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인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여태까지는 둘도 없는 악질적인 늙은이로 보였는데 이제 횐 실크 모자를 벗고 생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훌흉하고 선량해 보이고, 경건하게 보이는 까닭으로. 이제 방금 노아의 편주 에서 걸어내려 온 것이 아닌가 하고, 그리고 어쩌면 노아 그 자신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짐은 카누를 깨끗이 청소했고, 나는 노를 저을 준비를 했다. 마을에서 3마일쯤 상류의 갑 아래쪽 둑에 커다란 기선 한 채가 서 있었다 짐을 싣기 위해서 2시간 전서부터 그 곳에 정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이 말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몸차림을 하고 있으니까 센트루이스나 신시내 티나 그렇잖으면 그밖의 대도회지에서 강을 내려온 것으로 하면 좋을 테지. 저 기선에다 갖다대라, 허즐베리야 그놈을 타고 저 마을로 들어 가기로 하자. " 나는 기선을 타러 가자고 두번 다시 그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마을로부터 반 마일 상류의 둑에다 갖다댄 후 깎아내린 듯한 절벽을 따 라 흐름이 느린 물을 저어갔다. 얼마 후에 우리는 악의가 없어 보이는 시골 청년을 만났다. 젊은이는 통나무에 걸터앉아 얼굴의 땀을 씻고 있었다. 그날은 날이 퍽 더웠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커다란 여행 가방 이 2개 놓여 있었다. "둑에다 대라." 왕의 명령이었다. 나는 하라는 대로 했다. "어딜 가시는 길이지, 젊은이" "기선을 타러요. 올린즈에 가는 길이에요." "그럼, 타시지" 하고 왕이 한 마디 "가만 있자, 잠간 내 머슴에게 그 가방을 도와 안으로 넣게 하지 둑에 올라가서 저 양반을 좀 도와 드려, 어돌푸스." 이건 내 이름일 테지 하고 생각했다. 그는 그대로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 셋은 또다시 강을 오르기 시작 했다 이 젊은이는 아주 고마워하며 이런 날에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 은 큰 두통거리라고 하고는 왕에게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왕은 오늘 아침 강을 내려와 저기 저 마을에 상륙한 것인데, 이제는 2,3마일 상류의 농장에서 살고 있는 옛 친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대 답했다 그러자 젊은이가 말했다 '처음 내가 노인을 보았을 때 난 나 혼자 이렇게 생각했습죠, '저건틀림없이 월크스님이야. 정말 그래. 한 걸음만 빨리 왔더라면 됐을걸, 에이' 했지요. 허나 이렇게도 생각했죠, '천만에 월크스님일 까닭이 없어 그 양반이라면 강을 저어 올라가진 않을 거야'라고. 노인은 월크 스님은 아니실 테죠" "아니, 내 이름은 블로젯트라고 하오. 알렉산더 블로젯트. 알렉산더 블로젯트 존사라는 것이 내 정말 이름이라고 할까, 주의 가난한 머슴의 하나니까. 허나 그건 그렇구, 월크스님이 시간에 대서 오시지 못한 것은 거 안됐구려.
그걸루 해서 무슨 손해라도 보는 일이 계시우.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 "뭘요, 재산의 손해는 없어요 그건 틀림없이 들어올 테니까요. 하지 만 그분 동생 피터님의 임종에 참석하지 못한 거죠. 그걸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건 아무도 알 길이 없죠만, 피터님으로서는 이 세상의 어떠한 것과 바꾸는 일이 있더라도 죽기 전에 한번 월크스님을 보기가 소원이었습죠. 요 3주일 동안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곤 통 없었으니까요, 두 분이 어릴 때 이후 쭉 오늘날까지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는군요, 글쎄. 게다가 동생 월리엄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월리엄이라는 건 벙어리 소경 동생이에요-나이는 아직 서른인 가 서른다섯도 채 못 됐죠. 미국으로 이주해 온 것은 피터님과 조지님 들뿐으로, 조지란 결혼한 동생 말이에요. 조지님과 마나님은 작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아 이제 남아 있는 건 하베이와 월리엄, 이렇게 둘뿐 이에요. 그런데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이 사람들은 임 종시에도 서로 만나질 못했습죠. " "누가 소식을 알렸던가" "아. 그럼요. 알리구말구요. 한두 달 전에 피터님이 병석에 눕게 될때 알렸죠, 그야. 이번엔 어째 나을 것 같지 않아 하고 본인이 그랬으 니까요. 나이가 나이였으니까요. 여간 연만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조 지님의 딸들은 그 빨강머리인 매리 제인 외에는 모두 아직 너무 어려 서 그다지 의논 상대도 되지 않고 해서 피터님은 조지님과 마나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웬일인지 아주 쓸쓸하게 보였어요 그리고 그리 살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구요. 하베이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 보고 싶다고 결사적으로 애걸애걸이었지만-이 일이라면 월리엄님도 만나고 싶어했죠, 그야-그분은 유언장을 쓸 생각이라곤 통 염두에 두는 분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하베이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장 써 그편지에다 어디다 돈을 감춰 두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제발 조지님의 딸들도 돈 걱정하지 않도록 재산을 나누어 주도록 하라는 분부를 단단히 했단 말이에요. 조지님은 돈이라곤 한 푼도 남겨놓지 않았으니까요. 이 편지도 거기 있는 사람들이 가까스로 사정사정해서 쓰게 한 거죠. " "왜 하베이님은 오시지 않은 거지 어디서 살고 계시길래" "아아, 영국에 살고 있죠, 세필드에. 거기서 목사 노릇을 하고 있습죠. 이 나라엔 한 번도 온 적이 없습니다. 틈이 있어야죠 뭐. 게다가 어쩌면 그 편질 전혀 받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 "거 참 안됐군, 거 참 딱하게 됐군, 형제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니 거 참 가엾군. 자낸 올린즈에 가는 길이라고 했겠다" "네. 그렇지만 그건 일부분밖엔 안돼요 난 배를 타고 내주 수요일에 는 백부가 계신 리오 자네이로까지 간답니다. " "왜 긴 여행이군 하지만 즐겁겠군 나두 그런 여행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매리 제인이 제일 손윈가 다른 딸애들은 몇 살이구" "매리 제인이 열아홉, 스잔이 열다섯, 조안나가 열넷쯤 됐을까요. 이조안나라는 애가 자선사업에 열중인데 언청이지요." "불쌍한 애들이군 이런 차디찬 세상에 그런 꼴로 남게 되었다니." "뭘요, 그래도 괜찮은 편이죠. 피터 노인에게 친구가 여럿 있어서 그분들이 딸애들에게 나쁘겐 굴지 않아서요. 침례교파의 목사 홉슨이니 교회 집사 노릇을 하고 있는 로트 하베이니, 그리고 벤 럭커니, 앱너 새클포드니, 변호사인 레비 벨이니, 의사인 로빈슨이니. 그리고 이상 여러분들의 아내되는 양반들과 과부댁인 바틀리, 그리고‥‥‥가만있자 그밖에도 많죠. 그러나 이 사람들이 피터님과 가장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로 영감님이 영국으로 편지낼 때엔 가끔 편지 속에 그 이름들이 나오던 양반들로 하베이님도 여기 오면 누가 친구인지 알게 될 것입니 다. " 왕은 연방 미주알고주알 이 젊은이에게서 캐어물어 그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거의 다 캐내고 말았다. 물론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 관한 일.
모든 일도 낱낱이 캐어물었다 월크스 집 얘기도 전부 들었고. 피터의 직업도 물었다. 그는 무두질장이였다. 그 다음은 조지 의 직업도 물었다. 목수였다. 그 다음 하베이의 직업도 물었다. 영국 국교 반대파의 목사였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것을 물었다. "왜 그럼 자낸 그 기선 있는 데까지 걸어서 가려고 한 거지" "왜라니요, 그 배는 올린즈행의 대형 선이어서 마을에선 서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죠. 짐이 많을 때엔 불러도 서지 않 거든요. 신시내티에서 오는 배는 서지만 이 배는 센트 루이스에서 오 는 배거든요. " "피터 월크스님은 살림이 넉넉했던가" "그럼요, 꽤 넉넉한 편이었죠. 집과 땅이 있었고, 게다가 현금으로 3,4천 달러를 어디다 감춰둔 모양이에요." "세상을 떠나신 건 언제라고 그랬지" "그런 말 한 기억은 없지만 어젯밤이죠." "그럼 장례식은 필경 내일이겠구먼" "네 , 정오경 이에요. " "정말 딱한 일이 되었군. 하지만 우리들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그 각오만큼은 해두지 않 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러면 걱정할 게 없지." "그럼요, 그게 제일이죠. 어머니도 늘 그런 말씀이었어요." 기선에 이르고 보니 짐 싣는 일도 거의 끝나 얼마 후에 출범했다. 왕은 같이 타자는 말을 한 마디도 안했으므로 나는 결국 기선에 탈 기회를 놓치고 만 셈이었다. 기선이 떠나고 말자 왕은 나에게 1마일쯤 상류의 쓸쓸한 지점까지 저어 가게 한 다음 둑에 오르며 말했다 "자 대지 급으로 가서 공작을 데리고 와. 그리고 새 여행가방을 가지고 오는 거다. 공작이 저쪽 둑에 가 있다면 거기까지 가서 데리고 와.그리고 돈 걱정은 말고 몸치장을 단단히 하고 오라고 해 자, 그럼 어 서 저어라 " 나는 왕의 배짱을 알 수 있었지만 물론 아무 말도 안했다. 공작과 함께 돌아오자 우리는 카누를 감추었다 그 다음 둘이서는 통나무에 걸 터앉아, 왕은 그 젊은이가 한 말을 그대로 공작에게 전부 옮겼다 한 마디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얘기를 하고 있는 도중 왕은 영국 사람 처럼 하려고 노력을 하며, 이러한 악당치고는 왜 능숙하게 해치웠다 나에게는 그러한 흉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그런 흉내를 아 예 내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왕은 그 흉내가 참으로 근사했 다. 얼마 후에 왕은, "임잔 벙어리와 귀머거리 흉내는 낼 수 있을까. 브 릿지워터" 하고 물었다. 공작은 그런 것은 자기에게 맡기라고, 귀머거리와 벙어리 역이라면 무대에서 한 일이 있다고 대답하고는 두 사람은 기선이 오기를 기다리 고 있었다. 오후도 절반이 지날 무렵에 조그마한 기선이 2척 내려왔지만 그것은 상류 쪽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드디어 큰 놈이 왔으므로 두 사 람은 어이 하고 소리를 질러 그 배를 세웠다. 기선이 보트를 보내 주었 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탔다 그 배는 신시내티에서 온 배로, 우리들이 불과 4,5마일밖엔 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알자 선원들은 지독히 화를 내어 우리들을 욕하며 상륙시켜 주지 않겠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왕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손님들이 각자 1마일당 한 사람 몫으로 1달러씩 지불하고 보트에 태워서 내려달라고 한다면 기선이라도 그분들을 실어 줄 수 있을 텐데, 어떻겠소" 이 말을 듣자 선원들은 노기가 풀어지며 좋다고들 했다 그리고 마을 에 이르자 보트로 우리를 둑에까지 실어다 주었다 보트가 가까이 오 는 것을 보고 2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왕이 "여러분들 중에 어느 분이 피터 월크스님이 살고 계시는 데를 좀 가르쳐 주지 않으시렵니까" 하고 묻자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며, "어때, 내 말이 옳지" 하는 듯이 서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그 중 하나가 친절하고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참 딱한 일이 옵니다만, 우리로서는 월크스 노인이 어젯밤까지 살고계시던 장소만을 가르쳐 드릴 수 있을 따름이올시다 " 그러자 정말 갑자기 그 야비한 왕녀석은 완전히 도를 잃고는 그 사나이에게 쓰러지며 턱을 그 사나이의 어깨에다 고이고 등에 대고 울면 서, "아이구, 아이구, 가엾어라 우리 동생.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 나. 한 번 서로 만나보지도 못하구‥‥‥아아, 너무도 너무도 심하구 나" 하고 흐느껴 울면서 공작 쪽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바보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물론 공작은 여행 가방을 떨어뜨리고는 울음보를 터뜨렸 다. 정말 이 두 놈처럼 지독한 사기꾼놈들은 난생 처음이었다. 사람들 은 주위에 모여들어 두 사람에게 동정하고, 여러 가지 친절한 말을 던 지면서 그 여행가방을 언덕 위에까지 날라다 주었다 그리고 자기들에 게 기대어 달라붙어 우는 대로 내맡기고는 왕에게 그 동생의 임종의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 주었다. 그러나 왕은 또 왕대로 그것을 다시 한 번 공작에게 손짓으로 이야기해 주며, 두 사람은 마치 12사도를 잃기라도 한 것처럼 다같이 세상을 떠난 그 무두질장이의 신세를 슬퍼 했다. 전에도 이러한 꼴을 구경한 적이 있다면 나는 백인이 아니라 검 둥이였다. 정말 인류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제25장 눈물에 젖은 가짜 백부들
이 뉴스는 2분내로 온통 마을 내로 퍼져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뛰면서 저고리 소매에 손을 끼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삽시에 우리는 군중에게 포위되고 말았고, 그 몰려오는 군중들의 발소 리의 소란함은 마치 군대 행진 같았다 모든 창과 뜰은 사람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울타리 쪽에서는 그칠 사이 없이 누가 이렇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저 양반들이야" 그러자 군중과 함께 타달타달 뛰어오던 누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 그 집에 이르고 보니 집 앞 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문간에는 딸셋이 서 있었다. 과연 매리 제인은 빨강머리였지만 그러나 그러한 것 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 미모는 놀랄 만한 정도였으며 얼굴이며 눈이 후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백부들이 온 것을 그만큼 반가워 했었다 왕 은 두 팔을 괼쳤다 매리 제인은 그 팔 속으로 뛰어들었고, 언청이는 공작에게 뛰어들어 서로 꼭 껴안았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서로 만나 고, 이처럼 반가워하는 꼴을 보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여자들 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얼마 후에 왕은, 나에게는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을정도로 공작을 팔꿈치로 꾹 찔렀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한 쪽 구석에 있는 의자 2개 위에 놓여져 있는 관을 보자, 왕과 공작은 서로의 어깨에다 한 팔을 걸치고, 다른 한쪽 손을 눈에다 갖다대고서 엄 숙하게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길을 내기 위해서 비켰고, 얘기소리며 떠드는 소리며가 뚝 그치고는 사람들은 '쉿' 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남자들은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였다. 그 고요 한 것은 마치 바늘 하나가 떨어져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두 사람 은 관 있는 데까지 걸어가서 몸을 굽혀 들여다보고는. 올린즈까지 들 릴 만한 큰 소리로 엉엉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두 손을 서로 목 에다 감고, 턱을 서로의 어깨에다 고이고는 3분인지 4분인지 모르겠지 만, 나는 사나이 둘이 이렇게도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게 다가, 내 말 좀 들어봐. 누구나가 다 이와 같은 짓을 해서 방안이 온통 내가 일찍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축축하게 되고 말았다. 다음 하나는 관 이쪽 구석에 또 하나는 저쪽 구석에 무릎을 꿇고는 이마를 관에다 얹고 기도를 올리는 시능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그것은 대단한 효과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울음 보를 터뜨리고 큰 소리로 흑흑 흐느껴 울었다. 불쌍한 딸들도 마찬가 지였다. 그리고 거의 전부의 여자들이 한 마디 말도 없이 소녀들 앞으 로 가서 엄숙하게 이마에다 키스를 하고, 다음 소녀들 머리에다 손을 얹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얼굴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통곡을 하고는 혹 흑 흐느껴 울면서 눈물을 닦으며 그 앞을 떠나 다음 여자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이렇게 가슴속이 메스꺼워지는 광경을 난 본 적이 없다 얼마 후 왕은 일어나 약간 앞으로 걸어나와 점점 감정이 고조된 듯한모습을 지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물과 엉터리 가 반반 섞인 연설이었다 나와 내 불쌍한 동생에게 있어, 고인을 잃은 것, 더군다나 4천 마일이라고 하는 먼 나그네 길을 온 것인데, 이처럼 살아 있는 고인을 만나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쓰라린 시련이지만, 그 쓰라린 시련도 여러분들의 고마우신 동정과 그 신성한 눈물로 해서 우 리들에게는 유쾌하고 신성한 것이 되었고, 그것에 대해서 우리 형제는 마음에서 감사를 드린다. 말로는 너무나도 약하고 냉정하므로 감사를 드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터무니없는 엉터리 수작을 늘어놓은 위에, 왕은 흐느껴 울면서 자못 신앙이 깊고 경건하게 아멘까지 부르고, 그러고 나서 열으로 물러서 가슴이 터지지나 않 을까 할 정도로 울어댔다. 왕의 입에서 이러한 연설이 끝나자 군중 속에서 누군가 영광의 송가 를 부르기 시작했고, 일동은 있는 목소리를 다 짜내어 합창하자 마음이 으쓱해지며 마치 예배가 끝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속이 후 련해졌다 정말 음악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다 저렇게 터무니없는 왕 의 연설과 엉터리 수작을 들은 후에 이만큼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상 쾌하게 하고, 성실한 아름다운 음률을 전해 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러는 중에 왕은 또다시 그 엉터리 수작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가족의 절친한 친지 몇 분이 오늘밤 여기서 우리들과 식사를 같 이 하고, 고인의 유해 옆에서 함께 철야를 해주시면 나와 조카들은 얼 마나 고맙게 생각할지 모를 일이며, 저기 누워 있는 불쌍한 동생이 이 야기를 할 수 있다면 누구누구를 불러댈지 나는 잘 압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에게는 대단히 그리운 이름들이며 동생으로부터의 편지 속 에 가끔 나온 이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분들의 이 름을 대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사 홉슨 씨, 집사 로트 하베이 씨 벤 럭커니 씨. 앱너 새클포드 씨, 레비 벨 씨, 의사 로빈슨 씨, 그 리고 그분들의 부인들 및 바틀리 과부댁들이올시다 " 라고 말했다. 홉슨 목사와 로빈슨 의사는 둘이서 마을 동구 밖으로 사냥을 나간 중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의사는 환자를 저세상으로 보내 버리기 위해 서, 목사는 그것에 올바른 방향을 알리기 위해서 나갔다고나 할까 변 호사인 벨 씨는 일이 있어 루이스빌에 출장중이었다 그러나 그밖의 사람들은 모두 거기 있었으므로 모두 왕에게로 몰려나와 왕과 악수를 나누고 사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공작과도 악수를 했지만, 말이라곤 한 마디도 없이 바보들처럼 그저 싱글벙글 할 뿐 연방 머리만 끄덕여 보이고 있었다. 한편 공작은 여러 가지로 손짓을 하면서 마치 입이 떨어지지 않는 젖먹이 모양으로 연방 "으 으 으......으 으 으" 할 뿐이었다. 이와 같이 왕은 엉터리 수작을 계속 지껄였고, 마을 안 모든 사람과 개까지 일일이 그 이름을 대며 이제 어떠냐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종류의 자질구레한 사건과 조지와 피터의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 등을 지껄였다. 왕은 그게 모두 피터로부터의 편지에 기록되어 있던 것처럼 지껄였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 다.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우리들이 카누로 기선까지 데려다 준 그 젊은 바보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얼마 후 매리 제인은 부친이 남겨놓은 편지를 가지고 왔다. 왕은 그 것을 큰 소리로 읽고 나서 또 울었다 편지에는 집과 금화 3천 달러를 딸들에게 주고, 한참 성업중인 제혁소와 그밖의 집 몇 채와 토 지(약 7천 달러의 가치가 있는)와 금화 3천 달러를 하베이와 월리엄에게전하라고 써 있고, 예의 그 6천 달러의 현금이 지하실 어느 곳에 감추 어져 있다고도 쓰여 있었다. 그래서 이 두 사기꾼은 지하실로 가서 그 6천 달러를 가지고 와 모든 것을 공명정대하게 하자고 하고는 나에게 초를 가지고 따라오라고 했다. 우리는 지하실로 들어가자 문을 꼭 닫 고 주머니를 찾아내서 안에 든 것을 마룻바닥에 쏟아놓았다. 모두 금 화였는데,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왕의 두 눈이 반짝이는 꼴이란 왕은 공작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이봐, 어때 근사하지 아니 천만에 근사니 나발이니 하고 있을 때 가 아냐 어때, 브릿지워터, '걸작' 같은 건 이것에 비하면 문제도 안 되지, 어때 " 공작도 그 말이 옳다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금화를 긁어모아 손가락 사이에서 마루 위로 짤랑짤랑 흘려 떨어뜨렸다. 왕은 말을 이 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 소용없어. 부자인 고인의 형제이며, 뒤에 남은 재외 재산상속인의 대표라는 것이 말이야, 브릿지워터, 임자와 내 가 맡은 역할이란 말이야. 이게 모두 신의 섭리를 믿은 데서 생긴 일이 야. 결국 뭐니뭐니 해도 이게 제일이야. 난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이게 역시 제일이더군." 보통사람이라면 이 금화더미를 보고서만도 만족하고는 계산 같은 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작자는 그렇지 않았다. 계산 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는 결국 415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 다 왕이 단번에 불평을 했다. "젠장 대관절 이 415달러를 어떻게 했을까" 잠시 두 사람은 조바심을 치며 그 근처를 찾아보았으나 한참만에 공작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왜 중병이었으니까 잘못 생각했는지도 몰라. 아마 그럴 거 야. 제일 좋은 방법은 이대로 내버려두고 가만히 입을 꾹 봉하고 있는 거야. 이만한 액수라면 없어도 되니까." "쩟, 그도 그래. 없어도 되긴 하지. 그까짓 거 난 아무렇게도 생각 안해. 여기서 우린 아주 무섭도록 정정당당하고 정직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이 돈을 위로 가지고 가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계산해 보고 싶다는 거야. 그렇게 하면 의혹도 모두 풀릴 게 아냐. 그 렇지만 고인이 6천 달러 있다고 했으니까 우리들로서는 ...... "가만 있자...... 공작의 말이었다. "우리들 돈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 어떨까" 이러면서 그는 자기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것 참 귀신이 놀라 자빠질 좋은 생각이군. 여보, 공작. 정말 노형 은 훌륭한 머리의 소유자구려 예의 그 '걸작'이 또 우릴 돕는다 그말 이지." 왕도 금화를 꺼내서 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6천 달러의 귀를 깎듯이 맞추었다 "이봐" 하고 공작이 다시 말을 이어, "또 하나 생각난 게 있어. 위로 올라가서 이 돈을 계산해서 그걸 딸들에게 준단 말이야, 어때 " "옳지, 좋은 생각이야, 임잘 껴안게 해달라구 어쩌면 그렇게도 좋은 생각이 척척 나올까, 난생 처음인데. 확실히 임잔 아직 내가 보지 못한 깜짝 놀랄 머릴 갖구 있구먼. 아아, 참 좋은 생각이군. 틀림없어. 우릴 의심하라면 얼마든지 하라지. 이걸로 의심은 깨끗이 풀릴 테니까." 우리들이 위로 을라갔을 때에는 모두 테이블 주위로 모여들었다. 왕 은 금화를 세워 테이블 위에다 300달러씩 한 덩어리로 하여 보기좋게 20개의 덩어리로 쌓아올렸다 모두들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군침 을 흘린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금화를 또다시 주머니 속에다 긁어넣 고는 왕은 또 한바탕 연설을 하려고 가슴을 넓게 폈다. "여러분, 저기 누워 계신 나의 불쌍한 동생은 슬픔의 골짜기에 남겨 진 자들에게 아낌없이 선심을 베푸셨습니다. 동생은 그가 귀여워하고 보호해 온 이 불쌍한 어린 양들에게, 그 아비와 어미를 잃은 이 고아들 에게 아낌없이 선심을 베푸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만 일 동생이 그가 사랑하는 월리엄과 내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면, 이 딸애들에게 좀더 아낌없이 선심을 베푸셨음에 틀림 없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에 대해서 내 마음속엔 아무것도 의심할 거라곤 없습니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차제 에 동생의 소원을 방해하는 형제란 도대체 어떠한 형제이겠습니까 또 차제에 동생이 그렇게까지 애지중지하던 이 불쌍한 귀여운 어린 양에 게서 돈을 빼앗는 - 그렇습니다. 돈을 빼앗는 것입니다 - 백부란 도 대체 어떠한 인간들이겠습니까 월리엄만 상관없다면 괜찮으리라고 생 각합니다만 - 월리 엄도 - 어디 잠간 물어보겠습니다. " 왕은 공작 쪽을 돌아다보고는 계속 손짓을 시작했다. 공작은 잠시 멍청한 얼굴로 왕을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 뜻을 알아챘는지 기쁜 나머지 왕에게로 달려들어, 15번이나 껴안고 나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왕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하던 바로 그대로입니다. 이걸로 월리엄이 이 일을 어떻게생각하고 있는지 이제 한 짓을 보시면 의심할 여지도 없겠지요. 자, 매 리 제인, 스잔, 조안나, 이 돈을 받으라구.
고스란히 받으라구 이것은 저기 누워 계신 차디차게 식어 있지만 기뻐하시고 계신 저분으로부터 의 선물이외다. " 매리 제인은 왕에게로 달려들고, 스잔과 언청이는 공작에게로 달려 들어 아직까지 내가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포옹도 하고 키스도 하였다.그리고 모두 눈에다 눈물을 싣고서 달려와 이 사기꾼들의 손이 부서져 라고 힘껏 악수를 하면서 쉴새없이 지껄였다. "아이구 얼마나 착한 분들일까 얼마나 기특한 분들일까 어쩌면 그렇게도" 그러고 나서 사람들은 모두 또다시 고인의 얘기를 시작했고, 참 착한분이었다는 등, 그분이 세상을 떠난 것은 얼마나 큰 손실인지 모르겠 다는 등, 그러한 얘기를 여러 가지로 늘어놓았다. 얼마 후에 쇠 같은 턱을 하고 있는 몸집이 큰 사나이가 밖으로부터 사람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와 말 한 마디도 없이 장승처럼 우뚝 서서 귀를 기울이며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 사나이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것은 왕의 얘기에 모든 사람이 넋을 잃고 귀를 기울이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왕은 무슨 얘기를 꺼내려 하다가 이런 말을 하고 있 었다. "이분들은 고인의 특별한 친지였으니까 그래서 오늘밤 여기다 초대 한 것이올시다. 그러나 내일은 여러분 전부가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왜냐하면 고인은 여러분 전부를 존경하였고, 좋아 하셨으니까요. 그러니까 고인의 장례 오오지스(잔치)에는 여러분이 와 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 이와 같이 왕은 자기 스스로 자기 이야기에 도취되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엉터리 소리를 늘어놓으며, 연방 장례 '오오지스' 이야기에 꽃 을 피우고 있었지만 마침내 공작은 참다못해 조그만 종이쪽지에다. '옵시퀴즈(장례식)야, 이 병신아' 하고 써서 그것을 접어. 중얼거리면 서 사람들 머리 위로 손을 뻗쳐 왕에게 주었다. 왕은 그것을 보더니 주 머리 속에다 처넣고는 이렇게 화제를 돌렸다. "불쌍하게도 월리엄은 저런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항시 올바른 마 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하나도 빼놓지 말고 장례식에 초 대해 달라고, 누구나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두 환영해 달라고 나에게 단단히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데......나는 이제 방금 그 얘길 하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왕은 여전히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해,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가끔 예의 오오지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세 번 이 문구를 쓴 후에 왕은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오오지스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보통 쓰는 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 그렇게 쓰이진 않지요. 옵시퀴즈라고 하는 것이 흔히 쓰는 말 이지요. 그러나 오오지스라고 하는 편이 올바른 말투이기 때문이올시 다. 현재 영국에선 옵시퀴즈란 말은 쓰지 않습니다. 폐어가 되어 버렸 지요. 이제 영국에선 오오지스라고 합니다 그것이 좋지요. 왜냐하면 그 편이 우리의 의사표시를 정확히 표현해 준단 말이에요, 이것은 그 리스어의 '오르고' 즉 외부. 공개 해외라고 하는 말과 헤브라이어의 '지이숨', 즉 심는다. 덮는다 배상한다라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아시겠지만 장례의 오오지스란 실외의 혹은 공개 장례식이라는 뜻이을시다. " 이것은 최악의 큰 실수였다 여기서 그 쇠턱 사나이는 정면으로 "하,하, 하" 하고 웃어댔다. 모두 아찔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이구동성 으로, "어찌된 일이오, 로빈슨 선생" 했다. 앱너 새클포드가 그 뒤를 받아 "아니, 로빈슨 아직 모르고 있구먼 이분이 바로 하베이 월크스 씨 라네"라고 했다. 왕은 열심히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한쪽 손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선생이 바로 우리 불쌍한 동생의 친한 친구인 의사선생이시던가요저 나‥‥‥ "손을 떼지 못해" 의사가 쏘아붙였다 "네놈은 바로 영국 사람처럼 지껄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런 서투른 흥내는 난생 처음이다 네놈이 피터 월크스의 형이라고 너는 사기꾼이야. 그게 네 놈의 진짜 모습이야" 모든 사람이 흥분한 꼴이란 모두들 의사 주위에 몰려들어 그를 달래려고 야단이었다 하베이가 얼마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기가 하베이 라고 하는 것을 보여 주었고, 동네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알고 있고,개 이름까지 알고 있더라는 것을 설명했고, 하베이와 이 불쌍한 소녀 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도록 주의해 달라고 거듭 애원했다. 그러 나 헛수고였다. 의사는 더욱 펄펄 뛰며 영국 사투리를 이렇게 서투르 게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원 이겠느냐고 호통했다. 불쌍한 처녀들은 왕에게 매어달려 울고불고 야 단이었고, 그러나 이번에는 의사가 갑자기 처녀들 쪽으로 홱 돌아섰 다 "난 너희들의 부친의 친구이며, 너희들의 친구이기도 하단 말이다.난 친구로서, 더구나 너희들을 해악으로부터 지키고 싶다고 원하는 성 실한 친구로서 경고하는데 이 악한과 손을 당장 떼도록 하란 말이다.그리고 그리스어니 헤브리어니 하고 터무니없는 소릴 떠들어대는 이 무식한 사기꾼과 제발 손을 떼란 말이다 이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 는 사기꾼놈은 다시는 없어 어디서 귀담아 들은 너희들의 이름과 사 실들을 주워 가지고 여기까지 온 것인데, 그걸 너희들은 증거라고 딱 믿고는, 게다가 좀더 좋은 분별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이 바보 친지들 의 조력으로 점점 바보짓만 하고 있단 말이다. 매리 제인 월크스, 너는 내가 네 친구이며, 더구나 사심이 없는 친구라고 하는 걸 알고 있을 테지. 자 내 말을 잘 듣고 이 불쌍한 악당을 쫓아내라구 이게 내 소원이다. 알겠나" 매리 제인은 자기 몸을 꼿꼿이 편 것인데, 아아, 그 아름다운 모습 "이게 내 대답이에요 " 매리 제인은 금화가 든 주머니를 쳐들어 왕의두 손에다 쥐어 주었다 "이 6천 달러를 받으시고 나와 동생들을 위해 서 아무쪼록 좋도록 투자해 주세요. 우린 영수증 같은 건 소용없으니 까요. " 매리 제인은 한쪽에서 왕을 껴안고, 스잔과 언청이는 또 한쪽에서 껴안았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이 마치 폭풍우가 부는 것처럼 박수 를 치며 마루를 발로 쿵쿵 굴렀다. 일면 왕은 머리를 곧추 쳐들고는 자 못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사는 말을 이었다 "좋아, 난 이 일에서 손을 뗄 테야. 그러나 너희들에게 미리 경고하 는 바이지만, 너희들은 오늘의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쓰라릴 때가 꼭 오고야 말 게다. " 이러고 나서 의사는 성큼성큼 방을 나가 버렸다. "알았습니다, 선생님." 얼마간 비웃는 듯한 어조였다. "쓰라려지거든선생님을 모시도록 하지요." 이 말을 듣고 모두 껄껄 웃어댔고, 참 말 한번 잘했다고 칭찬을 했다.
제26장 왕의 약탈품을 훔치다
사람들이 모두 가버리자 왕은 손님용 침실은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매리 제인에게 물었다. 매리 제인은 손님용 침실은 하나밖에 없지만 그것은 월리엄 아저씨에게,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자기 방은 하베이 백 부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동생들의 방에 가서 조그만 침대에서 잘 작 정이며, 그리고 다락에는 짚이불이 있는 조그만 방이 하나 있다고 했 다. 왕은 이 다락방을 자기 머슴의 방으로 하자고 했다. 이것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매리 제인은 우리를 이층으로 데리고 가 각자의 방으로 안내 해 주었다. 소박하고 기분이 좋은 아늑한 방들이었다 매리 제인은 하 베이 백부님의 방해가 된다면 옷가지와 여러 가지 잡품을 방에서 내오 겠다고 했지만, 왕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조금도 방해가 될 것이 없다 고 딱 잡아떼어 말했다. 옷가지는 벽에 쭉 걸려 있었고, 마루까지 끌리 는 갱사 커튼이 그 앞을 덮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헌 모피 트렁크가 놓여 있었고, 다른 쪽 구석에는 기타의 상자, 그리고 여자애가 방안을 장식하는 데 사용하는 가지가지의 조그만 장난감과 번드레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왕은 이러한 것이 있는 편이 도리어 가정적이고 기분이 좋으니 그대로 놔두도록 했다. 공작의 방은 아주 협소했지만 그러나 왜 훌릉했고, 나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성대한 만찬회가 베풀어졌고 낮에 왔던 남녀 전원이 참석했 으며, 나는 왕과 공작 의자 뒤에 서서 시중을 들었고, 검둥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중을 들었다. 매리 제인은 테이블 상좌에 스잔을 옆에다 앉히고 앉아서, 이 비스킷은 모양이 왜 이러냐는 등, 이 설탕절임은 맛 이 왜 이러냐는 등, 이 프라이치킨은 왜 이렇게 맛이 없고 단단하냐는 등, 이러쿵저러쿵 보통 여자가 칭찬을 듣고 싶을 때 입에다 담는 가지 가지의 터무니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손님들도 모든 음식이 뛰어나 게 맛있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렇게 받았다. "어떻게 해서 이 비스킷을 이렇게 고운 갈색으로 구을 수가 있었을 까" "아니 도대체 어디서 이런 슬슬 녹는 설탕졸임을 구했을까" 하고 여 러 종류의 손님들이 만찬회 석상에서 지껄이는 으레 나오는 그 아첨의 말을 늘어놓았다. 만찬회가 끝나자 나와 언청이는 부엌에서 먹다남은 것을 저넉밥으로 먹었고, 다른 사람들은 검둥이들이'설거지하는 것을 도왔다. 언청이가 가끔 영국 이야기를 묻는 바람에 살얼음을 밟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 임금님을 본 적이 있어" "누굴 월리엄 4세 말이야 그럼 있구말구. 우리의 교회에 오니까." 나는 월리엄 4세가 훨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시치미를 딱 떼고 있었다 그래서 월리엄 4세가 우리의 교회에 온다고 했더니 언청이 가 물었다. "뭐라고 늘 오나" "그럼. 늘 오지. 왕의 자리는 마침 우리 자리 바로 건너편에 있었는데 , 설교단 저쪽에 ." "난 임금님은 런던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렇구말구. 도대체 그밖에 어디서 살고 있을 줄 알아" "한데 넌 세필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말문이 딱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닭의 뼈가 목에 걸린 시늉을하고는 위기를 면할 시간의 여유를 얻어 이 고비를 넘길 계획을 세웠 다. 잠시 후 나는 대꾸했다. "내 말 뜻은 말이야, 왕이 세필드에 오실 때엔 늘 우리의 교회에 오신다는 말이야. 그것은 여름뿐으로, 왕은 해수욕을 하러 오시는 거야."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세필드는 해변가가 아냐." "그래 , 누가 해변가라고 그랬나" "어머나 자기가 그러구서 ." "내가 언제" "그랬어" "안 그랬어 " "그랬어"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어." "그럼 뭐라고 했지" "왕이 해수욕을 하러 오신다고 그랬지 그뿐이야," "그럼 해변가도 아닌데 어떻게 무슨 수로 해수욕을 해" "이봐, 넌 '컨그레스 광천'을 본 일이 있느냐 말이야" "그래 있어." "그렇다면 광천을 얻고 싶은 사람은 꼭 컨그레스(국회)에 가야만 하나" "그야 그렇지 않지 ." "그럼, 월리암 4세도 해수욕을 하러 바다까지 갈 필요는 없단 말이 야." "그럼 어떻게 해수욕을 해" "이 지방 사람이 컨그레스 광천을 얻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통에다실어온단 말이야. 계필드의 궁전에는 솥이 몇 개씩이나 있어서 왕은 바닷물을 끓이게 한단 말이야. 그만한 양의 물을 바닷속에선 도저히 끓일 수 없으니까, 그 설비가 없기 때문이지." "이제 겨우 알겠군, 애당초부터 그렇게 말하면 시간이 절약됐을 걸 가지고. " 언청이가 이렇게 말했으므로 나는 또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온 것만 같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후련해졌다. 다음 언청이는 이렇게 물었다. "너도 교회에 가니" "가구말구. 늘 가지 ." "어디 앉아" "물론, 우리 가족석에 앉지." "누구의 가족석" "물론 우리들 자리지. 네 하베이 백부님 자리지." "백부님 자리라고 왜 백부님에게 자리가 필요하담" "앉는데 자리가 필요하지 무엇 때문에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넌" "하지만 백부님은 설교단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 아이쿠, 나는 그가 목사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말문이 딱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한번 더 닭뼈가 목구멍에 박힌 시능 을 하고는 그 동안에 지혜를 짜냈다 "제기랄, 한 교회에 목사가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아" "어머나, 그럼 뭣하러 몇 씩이나 있어" "뭐라고 왕 앞에서 설교하는데 말이야 너 같은 사람을 본 일은 없 어. 열일곱 명이나 있어." "열일곱 명이나 어머나 나라면 비록 천국에 못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무슨 수로 듣는담. 한주일 동안이나 걸 릴 게 아냐." "천만에, 같은 날 모두 설교하는 게 아냐, 그 중 하나만이 하는 거 야."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어" "뭐 대단할 게 없지. 서성거리거나 헌금 접시를 돌리거나 그저 그럭 저럭 그런 거야. 대체로 하는 건 없어,"
"그럼 뭣 땜에 있어" "뭣 땜이냐구 격식을 갖추기 위해서지 넌 아무것도 몰라" "그래, 난 그런 엉터리 수작은 하나도 알고 싶진 않아. 영국선 머슴 대접이 어때 우리들이 검등일 대우하는 것보다는 나은가" "천만에 저쪽에선 머슴 같은 건 전혀 사람이 아니지. 개만도 못해,그 대접이" "우리들처럼 휴가를 안 주나 크리스마스, 정월의 한주일이니, 7월 4일의 독립제니" "아서, 아서, 그것만 들어도 네가 영국에 가본 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저, 말이야, 언청‥‥‥ 아니 저 조안나, 1년 중 휴가라는 건 없어, 있을 게 뭐야. 서커스에도 안 가고, 신파에도 안 가고, 검둥이 신파에도 아무 데도 안 가." "교회에도" "응, 교회에도." "하지만 넌 언제나 교회에 나가지 않아" 아이쿠, 또 큰일났다. 말문이 또 꽉 막히고 말았다. 내가 저 늙은이 의 머슴이라고 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러나 곧 피할 길 하나가 머리에 떠올라, 시종은 보통 머슴과는 달라 싫어도 할수없이 교회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법률이 있다고 하 는 설명을 했다. 그러나 그다지 근사하게 되지 않아, 얘기를 한 후에도 언청이가 만족해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자, 정말을 얘기해 줘, 넌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냐" "정 말이야." "하나도 거짓말이 아냐" "하나도 거짓말이 아니구말구 거짓말이라곤 하나도 없어." "이 책에다 손을 얹고서 그렇게 말해 봐." 보니 그것은 사전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는 손을 얹고서 그렇게 말 했다 그래서 언청이는 겨우 납득이 간 모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조금은 신용이 가 하지만 넌 모두가 믿어지진 않아." "뭣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거냐, 조" 하고 그때 마침 매리 제인이 스잔을 거느리고 부엌으로 들어와서 우리 두 사람 사이로 끼여들었다 "이 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좋은 일도 친절한 일도 아니다. 특히 타국민으로 집과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냐 네 가 저런 대우를 좀 받아 봐. 그 기분이 어떤지 " "또 시작이군 언니는 누가 아직 경치기도 전에 언제나 꼭 나타나서 그 사람을 돕는단 말야 난 얘에게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얘기 말이야,어째 나에게 거짓말을 시귀고 있는 것만 같애, 그걸 전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을 뿐이야. 내가 한 말은 그뿐이야. 그런 조그 만 것쯤 참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 "작건 크건 그건 아무래도 좋아. 이 앤 우리집에 온 손님이니까 그런말을 하는 건 좋지 못해 만일 네가 이 애의 입장에 있다면 넌 부끄러 운 생각이 안 들겠어 그러니까 남에게 부끄러운 생각을 불러일으킬 말을 해선 안 돼 . " "하지만 언니, 이 애가 그러는데 ‥‥‥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네가 이 앨 친절하게 해주고, 그 애가 고향과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는 것을 생각나게 하는 말을 해선 안 돼." 나는 혼자 가슴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 처녀의 돈을 저 늙은 뱀이훔치는 것을 잠자코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스잔이 끼여들어 놀 랍게도 이것 또한 언청이를 몹시 나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또 생각했다. '그놈이 돈을 훔치고 있는 것을 내가 잠자 코 보고 있는 피해자의 처녀가 또 하나 있구나' 하고
얼마 후에 매리 제인이 또 한번 공격을 시작하며 부드럽게 순순히 타 일렀다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말이 끝나자 불쌍한 언청 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는 와아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럼 됐어, 이 애에게 잘못했다고 해." 언니들의 말대로 언청이는 사과했다 그 사과하는 폼이 참 근사했다.어찌나 아름다운지 듣기에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이 애에게 사과시킬 수 있다면 거짓말을 천 번 시켜도 좋겠다고 생각했 다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여기 또 하나 있는 이 처녀의 돈을저놈들이 훔치는 것을 보고도 나는 모르는 체하고 있구나' 하고. 그래 서 언청이가 나에게 사과를 하자 이번에는 세 사람이 다같이 열심히 내 마음이 풀어져 친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 려고 노력을 했다 나는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천하고도 비열하게 생 각되었으므로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결심은 되었다. 이 처녀들을 위해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돈을 감춰 둬야겠다고. 그래서 나는 급히 부엌을 나왔다. 자겠다고 말은 했지만, 이 말은 언젠가는 자겠다는 뜻으로, 나는 혼자가 되자 깊이 이 일을 궁리해 보았다 그 의사에게로 몰래 가서 이 사기꾼놈들을 밀고할까 아니, 그래선 안 된다. 의사는 밀고한 사람의 얘기를 남에게 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면 왕과 공작으로부터 나는 경을 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몰래 매리 제인에게 가서 얘기할까 아니, 그것도 안 될 소리다. 매리 제인은 그것을 안색에 나타낼 것이 뻔하니까. 그러면 두 녀석이 대뜸 그것을 알아채고는 돈을 가지고 있으니까 곧 그것을 가지고 몰래 자취를 감출 것이 뻔하다. 만일 매리 제인이 응원을 구한다면 필경 나도 도중에 그 속에 횝쓸려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안될 노릇이니까 좋은 방 법이라곤 하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돈을 훔쳐내는 것이다.내가 했다고 그놈들에게서 의심을 받지 않을 방법으로 감쪽같이 훔쳐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놈들은 이 동네에서 좋은 봉을 잡았으니 필시 이 가족과 이 마을에서 긁어모을 수 있을 때까진 여기를 떠날리가 만 무하며, 나로서는 충분히 기회를 가질 여유가 있으리라 나는 돈을 훔 쳐내어 감춰 두었다가 얼마 후 강 훨씬 하류에 갔을 때 편지를 내어 매리 제인에게 어디다 돈을 감추써 두었는지를 알리기로 하자. 그러나 되도록이면 오늘밤 훔쳐내는 것이 좋다. 그 의사는 그렇게 말을 하기 는 했지만 정말 손을 멜 생각은 없고, 두 녀석을 여기서 위협해서 쫓아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놈들의 방으로 가서 찾아보리라 생각했다 이층 복도는 기암절벽이었지만 공작의 방을 찾아내어 손더듬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이 그 돈을 자기 이외의 사람에게 맡겨 둘 리는 만무하리라 고 생각하게 되었으므로 이번에는 왕의 방으로 가서 그곳을 찾아보았 다 그러나 촛불이 없이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물론 촛 불을 켤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또 하나의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매복해 있다가 두 녀석의 말을 엿듣자는 것이다.마침 그때 이층으로 올라오는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으므로 나는 침 대 밑으로 도망쳐 들어가려고 그쪽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으나 침대는 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곳에 없고, 손에 부딪친 것이라곤 매리 제인의 옷가지를 감추는 커튼이었다 나는 그 뒤로 얼른 몸을 피해 옷들 사 이로 바싹 몸을 감추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방안으로 들어오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공작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릎을 꿇고 침대 아래를 보는 것이었다. 나는 아까 찾았을 때 침대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 이 무슨 일을 몰래 하려고 할 때 으레 침대 밑에 숨는 것이 당연한 일 이 아닐까그 다음 두 사람은 앉아서 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데, 대관절 뭐야 어서 얘기를 꺼내봐. 여기서 놈들에게 우리들의 얘기를 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슬픈 소릴 지르고 있는 편이 차라리 나을 테니까 말이야." "이봐, 이렇단 말이야, 대장, 난 불안해 죽겠어. 암만해도 그 의사가 마음에 걸려 죽겠어. 그래서 임자의 계획을 듣고 싶었단 말이야. 나에 게 안 하나가 있는데, 그건 좋은 안이라고 생각해." "어떤 안인데, 공작" "다른 게 아냐, 새벽 3시에 여길 탈출하여 이미 우리 수중에 들어온 것만을 가지고 강을 빨리 내려가는 편이 좋겠다는 거야.
더욱이 이렇 게 손쉽게 그것을 손안에 넣은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 마땅히훔쳐서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한 돈을 돌려주어, 말하자면 우리들의 머 리에 내던져진 격이니 난 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어서 삼십육계를 부르는 게 좋겠단 말이야. 암만해도," 나는 이 말을 듣고 꽤 실망했다. 한두 시간 전이라면 그렇지도 않았 겠지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당황하고, 아주 낙망하고 말았다 왕은 열 심히 반대하여, "뭐라고 나머지 재산을 팔아 버리지 않는단 말인가바보탈을 쓰고서 8,9천 달러의 가치가 있는 재산을 내던지고 내뺄 작정 이란 말이지 전부 버젓한 날개가 돋아 있듯이 잘 팔릴 물건을" 공작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 금확 주머니만으로 충분하 다 자기는 이 이상 더 깊이 들어가기는 싫다. 고아들로부터 낱낱이 그 재산 전부를 빼앗아 버리기는 싫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듣자 왕은 이 렇게 말했다. "이봐, 거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우리가 그 계집애들로부터 빼앗는 건 이 돈뿐으로, 그밖엔 아무것도 없어 이 재산을 사는 놈이 손해를 볼 뿐이야. 왜냐하면 소유자가 우리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드러나기 가 무섭게, 그것도 우리들이 삼십육계를 부른 후 곧 그것이 탄로날 것 이지만, 매도는 무효가 되어 모두 원주인에게로 되돌아가게 된단 말이야. 이 집 고아들은 집이 되돌아온 것만으로 충분해 아직 젊고 건 강하니까 편히 살아갈 수 있지. 고생하리라는 염려는 조금도 없어 근 데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이 애만도 못한 살림을 하고 있는 작자들이몇 천명 몇만 명 있잖아. 정말 저 애들은 무슨 불평 하나 늘어놓을 자 격이 못 돼." 왕이 이리저리 공작을 설복하는 바람에 그만 공작이 지고 말았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다면 그 의사녀석이 줄줄 따라다니고 있 는데 언제까지 꾸물거리고 있는 것은 여간 어리석은 짓이 아니라고 했 다. 그러나 왕은 조금도 지지 않으며, "의사놈이 다 뭐야 그까짓 놈이 다 뭐 말라죽은 놈이야 마을 내의바보놈들이 우리 편을 들고 있잖아 그리고 어떠한 마을이든 바보놈들 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냐" 두 녀석은 또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때 공작이 말했다. "저 말이야, 그 돈 감춰 둔 데 있잖아 그게 암만해도 시원찮은 것만같애 내 생각엔." 이 말을 듣고 나는 기운이 났다. 단서가 될 만한 힌트가 전혀 없구나하고 실망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 "어째서냐고 하면, 매리 제인은 이제부터 상복을 입게 될 테니까 무엇보다도 우선 이 방 청소를 하는 검둥이가 이 옷가지들을 상자에다 넣어서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을 것이 뻔할 게 아냐. 그러면 검둥이의 일인지라 돈 낌새를 맡기가 무섭게 그 얼마를 훔쳐내지 않을 놈이 어 디 있을 거냐 말이야." "임자 머리가 다시 분별을 갖게 됐군 공작." 그러자 왕은 나에게서 2,3피트 떨어진 커튼 아래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벽에 딱 달라붙어 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그리고는 만일 놈들에게 들키게 되는 날엔 뭐라고 말대답을 해야 할 것이며, 실제로 붙잡혔을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절반도 생각해 내기 전에 왕은 주머니를 찾아내어,내가 거기 있다고는 꿈에도 의심치 않았다. 두 놈은 깃털 이불 아래의 짚이불 틈으로 해서 주머니를 짚 속으로 1,2피트 밀어넣고는, 자, 이 젠 안심이다. 검등인 깃털이불만을 정리하고 짚이불은 1년에 2번밖엔 뒤집지 않으니까 이렇게 해두면 도난당할 걱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편이 윗수였다 놈들이 계단을 절반도 내리기 전에 금화 주머니를 거기서 꺼내고 만 것이었다 나는 내 방 쪽으로 길을 더듬으면 서 올라가 좀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거기다 감춰 두기로 했다. 감춰두기엔 집 바깥 어디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놈들이 주머니가 없어진 것을 알아채면 집안을 샅샅이 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에 게는 그것이 분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다음 옷을 입은 채 침대 속 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어서 이 일의 결말을 내고 싶다고 조바심을 친 나머지 그리 쉽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왕과 공작이 다시 을 라오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나는 짚이불에서 굴러나와 턱을 사다리 꼭 대기에다 괴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밤늦게까지 일어나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전부 가라앉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아직 시작되기 전까지 그대로 꾹 참고 있었다. 그 다음에 몰래 사다리를 미 끄러져 내려갔다.
제27장 죽은 픽터가 돈주머니를 갖고
나는 두 사람이 들어 있는 방문 간으로 몰래 가서 귀를 기울였다. 두사람 모두 코를 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발끝으로 걸어 무사하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무 데고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식당문 깨진 데로 해서 안을 들여다보자 밤을 새우고 있는 사나이들이 전부 의자에 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문은 사랑방 쪽으로 열려져 있고. 사랑방에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양쪽 방에 촛불이 하나씩 켜져 있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사랑방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거기에는 고인의 시체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자꾸만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정면 문이 잠겨 있는데 열쇠가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침 그때 누가 내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사랑방으로 뛰어들어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금화 주머니를 감출 장소라곤 관 속 외엔 없었다. 뚜껑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젖은 보를 씌운, 수의를 몸에 감은 고인의 얼굴이 보이도록 1피트쯤 밀려 있었다. 나는 금화 주머니를 뚜껑 아래 시체의 두 손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있는 바로 그 아래에다 틀어넣었다. 그렇게 했을 때 어찌나 그 손이 차던지 난 오싹하고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고 나서 방을 다시 뛰어나와 문 뒤에 몸을 감추었다. 내려온 사람은 매리 제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관 있는 데로 가서 무릎을 꿇고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다음 손수건을 꺼내 울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하기야 잔등이 이쪽으로 향해 있었으므로 그 소리 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살며시 빠져 나왔다. 식당을 빠져 나을 때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모두가 잘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나는 살며시 이층으로 올라가 침대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렇게까지 수고를 했고 그렇게까지 모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되 고 말았으므로 자못 마음이 무거웠다 그 금화 주머니가 지금의 장소 에 그대로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들이 100마일이나 200마일쯤 강을 내려간 후에 매리 제인에게 그 사실을 편지로 알려, 그러면 그녀가 고인의 무덤을 다시 파헤쳐 금화 주머니를 손안에 넣을 수가 있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될 법한 일은 뚜껑을 나사못으로 박을 때 그 주머니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왕의 손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며,
왕은 다시는 남에게 그 돈을 훔칠 기회를 주지는 않으리라. 물론 나는 몰래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관 속에서 그 주머니를 꺼내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그런 용기가 없었 다. 이제는 벌써 시시각각으로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머지않아 밤을 새우는 사람 중의 누가 눈을 뜰지도 모를 일이니까 나는 붙잡히 게 될지도 모른다. 누구로부터 맡아 달라고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닌 6천달러를 손에 든 채. 그러한 판국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침이 되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밤을 새운 사람들은 다 가버렸고, 사랑방에는 집안 식구들과 바틀리 과부댁과 우리 일당 외엔 아무 도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놈들의 얼굴을 지켜보았지 만 잘 알 수 없었다. 그날 정오경에 장의사가 조수를 데리고 와 관을 방 한가운데에 있는두 개의 의자 위에다 얹고, 집안 내의 의자를 낱낱이 동원하여 한 줄로쭉 늘어놓은 후에, 그밖에 또 근처에서도 더 의자를 빌려 왔으므로 복 도도 사랑방도 식당도 의자로 꽉 차고 말았다. 판 뚜껑은 아까와 조금 도 다를 것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주위에 잔뜩 모여 있는 까닭으로 나 는 감히 뚜껑 아래를 들여다보러 갈 수가 없었다. 얼마 후에 사람들은 방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사기꾼들과 처녀 들은 관머리에 해당하는 맨 앞줄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반 시간 동안 이나 사람들은 천천히 한 줄로 빙 돌며 잠간씩 고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들 고요한 것이 엄숙했 다. 다만 처녀들과 사기꾼들만이 눈에다 손수건을 갖다대고는 머리를 숙이고 잠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발로 마루를 긁는 발소리와 코를 푸는 소리뿐이었다. 사람들은 교회를 제외한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장례식 때에 더 코를 풀었다. 방이 사람들로 가득 차자 검은 장갑을 긴 장의사는 찬찬하고도 사람을 달래는 듯한 태도로 가만가만 걸어다니면서 최후의 손짓을 하여 사 람들과 여러 물건을 정연하고도 아늑하게 했다. 게다가 고양이처럼 소 리 하나 내지 않았다 말이라고는 전혀 없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과 손 짓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늦게 온 사람들을 줄에다 밀어넣고 통로를 내었다. 그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저쪽 벽 앞에 자리를 잡고 앉 았다. 이 사나이처럼 조용히 미끄러지듯 무엇이나 남의 눈에 띄지 않 게 해치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햄덩어리 모양 그에게는 전 혀 웃음이라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소형 오르간을 빌려 왔다. 깨진 것이었다. 모든 것의 준비가 완료되자 젊은 여자가 앉아서 치기 시작했다 풍금은 몹시 끽끽 하 는 소리를 내어 마치 복통이라도 일으킨 듯한 소리를 내었다. 사람들 은 전원이 그것에 소리를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내 생각으로는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죽은 피터 하나뿐이었다 다음에 홉슨 목사가 천천히 엄숙하게 입을 열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것과 동시에 아직까지 아무도 들은 일이 없을 만한 무서운 소동이 지하실에서 돌발했다 그 것은 다만 한 마리의 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소동이란 대단하였고 언제까지 킹킹대며 야단이었다. 그래서 목사는 관 옆에 그대로 선 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는 자기 생각조차도 알아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참으로 난처한 느낌으로 누구나 모두 어떻게 해야 좋 을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그 다리가 긴 장의사 가 목사에게 마치, '걱정 마시오. 나에게 맡겨 두시오' 하는 듯이 신호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장의사는 몸을 굽혀 다만 어깨만을 사람들 머리 위로 내밀고는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걷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소동은 점점 더 커져만 갈 뿐이었다. 마침내 장의사는 방 양 쪽을 빙 돌아 지하실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그후 2초가 지나자 찰싹 하고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개는 펄펄 뛰는 비명을 한두 번 지르더니 그후로는 그만 뚝 그치고 모든 것이 죽음처럼 고요히 가라앉고 말았 다 이때 목사는 중지했던 곳으로부터 다시 엄숙한 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1,2분이 지나자 이 장의사의 잔등과 어깨가 또다시 벽을 따 라 미끄러지듯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처럼 방 삼면을 빙 돈 후 일어 나 입에다 손을 대고 사람들 어깨 너머로 목사 쪽으로 목을 길게 뽑고 는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쥐를 봤어요" 그는 또다시 몸을 숙여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의당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했으므로 이것으로 자못 만족했다. 이와 같은 사소한 일은 그다지 수고도 될 것이 없고, 사람이 존경을 받고 호감을 사게 되는 것은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마을에는 이 장의사만큼 인기가 있는 사나이는 없었다. 장례식의 설교는 매우 훌릉했지만, 지나치게 긴 것이 지루했다 그 다음에 왕이 뛰어나와 예의 종잡을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것 이 끝나자 장의사가 나사 돌리개를 들고 관 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 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장의사는 전혀 딴 짓은 하지 않고, 마치 옥수수죽처럼 가볍게 뚜껑을 미끄러뜨려 닫고는 나사돌리개로 조여 버렸다 이건 큰일났다돈이 그대로 거기 있는지 없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만일 누 가 몰래 그 주머니를 홈쳐갔다면 어떻게 하지 매리 제인에게 편지를 써야 좋을지, 쓰지 않는 편이 좋을지 어느 쪽으로 해야 좋을까 만약 매리 제인이 관을 파내서 그 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면 나를 어 떻게 생각할 것인가 제기랄 나는 수색을 당하여 결국 감옥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체하고 편지를 쓰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 까. 정말 이제야말로 사건은 복잡하게 되고 말았다. 잘한다고 한 짓이 나는 도리어 사태를 백 배나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대로 내버려두었으 면 좋았을 걸 하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런 제기랄 매장을 끝마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또다시 놈들의 낯빛 을 살피기 시작했다.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얼굴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날 저녁, 왕은 사람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아첨을 하고 자못 친절하게 대했다 그리고 영국의 신도들이 자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테니까 아주 급히 재산을 처분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서둘게 된 것 을 정말 미안해했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좀더 오래 있어 주 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무리한 일이라는 것은 자기들도 잘 안다고 했다. 왕이 자기와 월리엄은 물론 조카딸들을 함께 영국으로 데리고 갈 작정이라고 하자,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게 되면 처녀들이 친척 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잘됐다고 하며 좋아했다. 이 말을 듣고 처녀들도 반색을 했다. 너무도 반색을 한 나머 지 처녀들은 세상 고생이고 뭐고 모두 잊어 버리고는, 무슨 수를 써서 라도 어서 빨리 재산을 팔아 주세요, 자기들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할 테니까, 하고 무척 좋아했다. 이 불쌍한 처녀들이 기뻐하는 행복스 러운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까지 조롱을 당하고 기만을 당하고 있는 가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이로 끼여들어 가 모든 사태를 바꿔 버릴 만한 안전한 방법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왕은 집과 검둥이들과 그밖의 모든 재산을 경매에 붙인다고 광고를 내고 말았다. 장례식이 끝난 이틀 후가 경매날이었는 데, 그러나 누구든지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안에도 비밀리에 살 수 있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정오경 처녀들의 기쁨은 그 최초의 타격을 받았다. 두 명의 검둥이 상인이 와서, 왕은 소위 3일 후 지불 어음으로 검둥이들을 상당한 가격으로 팔아 버렸으므로 아들 둘은 상류 멤피스 로, 그 어미는 하류 올린즈로 팔려갔다. 나는 불쌍한 처녀들과 검둥이 들이 슬퍼하는 나머지 가슴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서 로를 꼭 껴안고 엉엉 울어대는 꼴을 보고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처녀들은 가족이 뿔뿔이 사방으로 헤어지거나, 마을 이외의 곳으로 팔려가 는 것을 보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비탄에 젖은 불쌍한 처녀들과 검둥이들이 서로의 목에 매달려 울고 있는 광경을 나는 언제까 지 잊어 버릴 수가 없다 만일 이 매매가 무효로, 검둥이들이 한두 주 일만 지나면 다시 돌아오리라고 하는 것을 몰랐다면 나는 그 이상 더 참을 수가 없어 이 악한들을 밀고했음에 틀림없으리라 이 사건은 마을에서도 큰 소동거리가 되고 말아, 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어미와 자식들을 그렇게 떼어 버리는 것은 괘씸한 일이라고 강 경히 따지고 들었다. 이 항의에는 사기꾼들도 다소 움찔했지만, 그 늙은이 바보놈은 공작이 이리저리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경히 버티고 나갔으므로 공작은 정말로 몹시 불안해했다. 다음날이 경매일이었다. 완전히 밝아졌을 무렵 왕과 공작이 다락방 으로 올라와서 나를 깨웠다 두 놈의 얼굴 표정으로 봐서 나는 무슨 일 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왕이 다짜고짜로, "이놈, 너 엊그제 밤 에 내 방에 들어왔었지" 하고 물었다. "아뇨, 폐하." 우리들 외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나는 늘 놈을 이렇게 불렀다. "어제나 어젯밤은 어때" "아뇨, 폐하 " "맹세하지 거짓말은 아니지" "맹세합니다. 폐하. 정말로 얘기하는 거예요, 매리 제인이 폐하와 공작을 안내하여 그 방을 구경시킨 후론 그 방 옆엔 얼씬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 공작이 끼여들었다 "누가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가" "아는, 각하, 기억이 없는데요," "잘 생각해 봐. " 나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이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검둥이들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요." 놈들은 잠시 띨어오르며 뜻밖의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다 음 순간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작이 물었다. "뭐라고, 검둥이들이 전부 말이냐" "아뇨, 적어도 한 번에 전분 아닙니다. 말하자면, 다만 한 번 외엔 놈들이 함께 몰려나오는 걸 본 것 같진 않은데요." "뭣이 그게 언제 일이야" "장례식날 아침이에요, 바로. 그다지 일찍은 아니었어요, 나는 늦잠 을 잤으니까요. 멍하니 사다리 아래를 보고 있자니까 검둥이들이 보이 던데요." "그래서. 어서 얘기해 봐 놈들이 무슨 짓을 했단 말이야 어떻게 하더란 말이야. " "아무 짓도 안 하던데요. 또 내가 보기에 놈들은 별로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진 않았어요. 발끝으로 살금살금 나가 버리더군요. 그래서 난 단번에 짐작이 간 것인데, 폐하가 잠을 깨고 있는 줄만 알고 방청소를 하거나 뭘 하려는 생각으로 들어온 것인데 들어와 보니 폐하는 아직 주무시고 있었으므로 일부러 깨워서까지 이쪽에서 사서 귀찮은 일을 당하기보다는 나가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어요." "이거 큰일났군" 왕이 소리쳤다. 둘 다 오만상으로 낯을 찌푸리고는 어안이벙벙한 듯 한 낯으로 잠간 동안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생각에 젖어 장승처럼 서 있더니, 잠시 후 공작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킬킬 웃으며 말했다. "이놈들 봐라, 검둥이놈들한테 단단히 얻어걸렸구나. 놈들이 이 지방을 떠나기를 슬퍼하는 듯한 연극을 단단히 한바탕 하더니만 나두 놈 들이 슬퍼하는구나 하고 믿었고, 이건 임자도 마찬가지였을 게구,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마찬가지였겠다. 검둥이들에게 무슨 연극의 재능이냐고, 아예 다음부턴 그런 소릴 제발 말아줘. 천만에. 그 수에 넘어 가지 않을 놈은 아무 데도 없겠는데. 내 생각 같아서는 놈들 그걸로 큰 돈을 번 셈이야 나에게 자본과 극장만 있다면 이 연극보다 더 수지맞 근 사업은 없겠군. 한데 보란 말이야, 우리는 놈들을 똥값으로 팔아 버렸으니. 게다가 그 똥값마저 손안에 넣을 성싶지 않으니 대관절 그 돈 뜬 어디 있는 거야, 그 어음은"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서 은행에 있지, 어디 있긴 어디 있어 그밖에 딴 데 있을 줄 아나" "그런가, 그럼 됐군,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군." 나는 겁먹은 소리로 물었다. "아니, 뭐 잘못된 일이라도 생겼나요" 이 말에 왕이 홱 내 쪽으로 돌아서며 호통을 쳤다. "네놈이 참견할 일이 아냐 네놈 같은 건 입을 꾹 다물고 남의 참견말고 네 일이나 해. 저 할 일이 있다면 말이지만. 이 마을에 있는 한 이걸 잊어선 안 돼, 알겠나" 그러고 나서 공작을 향했다. "이 일만은 우리들끼리 잠자코 참고서 아무 말도 해선 안 돼 잠자코 있는 게 제일 이야. " 두 사람이 사다리를 내려가려고 할 때 공작은 또다시 킬킬거렸다. "통째 삼키려다 걸린 셈인가 잘 됐군, 정말," 왕은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난 잘 되라고 하고서 얼른 팔아 버린 거야. 비록 이익이 허사가 되고, 큰 손을 보아 맨손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순전히 내 탓만은 아냐." "그런가, 만일 내 충고를 받아들여 주었더라면 검둥이들은 아직 이 집에 있고 우리는 이젠 없을 게 아냐." 왕은 자기에게 안전할 정도로 공작을 몰아대 고는 이번에는 내 쪽을향해 또다시 화살을 던졌다. 내가 검둥이들이 왕의 방에서 살금살금 걸어나가는 것을 보고도 왜 알리러 오지 않았느냐며 펄펄 뛰었다.
아 무리 바보라도 그걸 보고서는 무슨 일이 있었으리라고 하는 것쯤은 알 았을 게 아니냐고 야단이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자기 자신을 저주하 였고, 이게 모두 자기가 밤 늦게까지 일어나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아침 잠을 잤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하지 않은 데서 일어난 일이며, 이런 짓은 두번 다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사뭇 투덜거렸다. 이렇게 두 사람 은 서로 말다툼을 하면서 나가 버렸다 나는 모든 것을 검둥이들 탓으 로 돌려 버렸고, 더욱이 그렇게 함으로써 검둥이들에게는 아무 손해도 끼쳐 준 일이 없음을 자못 기쁘게 생각했다.
제28장 과욕은 실패의 원인
얼마 후에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나는 사다리를 내려 아래층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처녀들의 방 옆을 지날 때 방문이 열려 있고. 매리 제인이 혼자 헌 가죽 가방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가방 뚜껑은 열려 있고, 매리 제인이 짐을 싸고 있는 중이었다 영국으로 갈 준비였다 그러나 이제는 개켜 놓은 옷을 무릎 위에다 올려 놓은 채 손을 쉬 고 두 손 사이에다 얼굴을 파묻고는 울고 있었다. 그 꼴을 보고 나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엾게 생각되었다. 물론 누구나 그 꼴을 보았더라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미스 매리 제인, 당신은 남이 괴로워하는 걸 보면 견딜 수 없죠 나도 그래요, 대체로는‥‥‥내게 터놓고 얘기해 봐요." 매리 제인은 얘기해 주었다 그것은 검둥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예상하던 대로였다. 매리 제인은 영국으로의 즐거운 여행도 허사라고 했고. 어머니와 애들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을 알고 어떻게 영국에 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보다도 한층 더 몹시 울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아아,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하면 좋아, 그 사람들이 다시는 서로 못 만날 것을 생각하니 " "하지만 만날 수 있어요. 2주일 이내에‥‥‥난 잘 알고 있어요" 아니, 이건 어쩌다 이런 말이 나오고 말았을까 그러자 눈 깜빡할 사이에 매리 제인은 내 목을 껴안고는 "다시 한 번만 말해 봐, 다시 한 번만 말해 봐, 다시 한 번만 말해 봐" 하고 야단이었다1 나는 안할 소 릴 괜히 했구나 하고 후회의 마음이 앞섰다 나는 좀 생각할 사이를 달 라고 매리 제인에게 부탁했다.
이 말을 듣자 그녀는 아주 지루하다는 듯이 흥분을 하며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는 앉아 있었지만, 그 꼴은 마 치 이를 빼버린 사람처럼 시 원해하는 것같이도 보였고, 또 마음이 놓 였다는 모양으로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깊이 궁리를 해보았다. 막다 른 골목에 몰려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다. 하기 야 나에게는 경험이 없으니까 확실한 건 모르지만. 그러나 어쨌든 나 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는 편이 거짓말을 하 는 것보다 훨씬 좋을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나에게 는 생각되었다. 이 일을 마음속에다 새겨두고 언젠가 잘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너무도 이상야릇하고 파격적인 일이니까. 이러한 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옳지, 하고 나는 드디어 결심을 했다. 좌우간 어떻게 되든 해보자. 이번만큼은 정말을 말해 보자. 마치 화약통 위에 앉아 자기가 어디로 날려가 버릴지 그걸 알기 위해서 화약에다 불을 당기는 격이었지만. 잠시 후에 나는 입을 열었다. "미스 매리 제인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한 3,4일 동안 있을 만한곳이 없어요" "있구말구.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갈 수 있지. 한데 그건 왜" "왜고 뭐고 없어요. 만일 검둥이들이 서로-2주일 이내에 -이 집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내가 알고 있느냐는 것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서 그것을 알고 있는가를 증명한다면, 아씬 로 드로프 아저씨 댁에 가서 나흘 동안 묵을 수 있어요" "나흘 동안이라고 1년 동안이라도 좋지" "그럼 좋아요, 아씨의 일이니까 그 말만으로 충분해요. 다른 사람이성경책에다 입을 대고 맹세를 하기보다도 나에게는 아씨의 말이 더 좋아요. " 이 말에 매리 제인은 생글 미소를 짓고는 귀엽게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상관없다면 문을 닫고서 빗장을 지르겠어요." 그렇게 하고 나서 나는 다시 돌아와서 걸터앉았다 "큰 소릴 질러선 안 돼요. 가만히 앉아서 용기를 내어 들어줘요. 나 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고, 아씬 정말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돼요. 아씨, 이것은 지독한 얘기로 듣기 힘들 거죠. 그러나 딴 방법이 없습니다. 아씨의 백부들은 아무것도 아니죠. 한쌍의 사기꾼놈들이에 요. 진짜 사기꾼이에요. 자 이걸로 제일 언짢은 것을 얘기해 버렸으니 까 그 담 얘긴 비교적 쉽게 참을 수 있겠지요 " 물론 이 말을 듣고 매리 제인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이젠 급소를 통과하고 있었으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자꾸만 이야기를 진전 시켰다. 그동안 그녀의 눈은 자꾸만 충혈되어 갔다. 나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낱낱이 털어놓았다. 나는 맨 처음 우리들이 기선 있는 데로 가 던 도중에 그 바보 청년을 만난 이야기부터, 매리 제인이 현관문에서 왕의 가슴에다 몸을 던지고는 놈이 16번인가 17번 키스를 한 이야기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얘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석양의 하늘처럼 얼굴에 홍조를 띠고는 뛰어올랐다. "짐승놈들 자, 1분이라도 1초라도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그놈들에게콜타르를 칠해 깃털을 발라 강에다 던져 버려야 해" 내가 끼여들었다. "옳은 말이야, 하지만 그 전에 아씬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갈 작정이아니었던가요, 그렇잖으면‥‥‥‥ "아니, 난 뭘 생각하고 있었을까 글쎄" 하면서 매리 제인은 또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지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지 이봐, 그렇지" 이러고서는 그녀는 비단과 같이 매끈한 손을 내 손에다 놓았다 이렇 게까지 하는 것을 보니 나는 마음에 두느니보다는 차라리 죽어 버리는 편이 낫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흥분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 난 그만 울컥하고 올 라와서. 자, 어서 앞을 얘기해 봐. 다시 그런 소릴 안할 테니까.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가르쳐 줘, 네가 하라는 건 원이나 몽땅 할 테니까. " "그럼요, 저 두 사기꾼들은 지독한 놈들이에요. 하지만 나는 좋건 싫 건 간에 좀더 그놈들과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판국에 빠져 있어요.그 이유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만일 아씨가 저놈들을 밀고 하면 이 마을은 나를 저놈들 손톱으로부터 자유의 몸으로 해주어 나는 그걸로 팔자를 고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이 모르는 또 하나의 사나이가 있어 그 사나이가 경을 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린 그 사나이를 구해 내야만 하는 거예요, 물론. 그래서 놈들을 밀고할 수 가 없는 거 예요. "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묘안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어쩌면 나와 짐이 그 사기꾼들과 손을 떼게 되고 놈들을 이 마을의 감옥에 다 쓸어넣고 우리들만 이 마을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았다. 그러나 대낮에 나 이외 질문에 대답할 사람이라고는 타고 있지 않는 뗏목을 타고 간다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므로 밤이 왜 늦 을 때까진 계획에 착수하지 않기를 원했다 "제인 아씨,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얘기해 보죠. 그렇게 하면 아 씨도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그리 오래 있지 않아도 돼요. 거긴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죠" "채 4마일도 못 돼. 여기서부터 쑥 들어간 시골이야." "아아. 그럼 잘 됐군. 그리로 가요. 그리고 오늘밤 아홉 시나 아홉 시 반까지 숨어 있다가 그 집 사람더러 여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그래 요. 뭐 생각난 일이 있다고 그러고는. 만일 여기 열한시전에 도착하면 이 창에다 촛불을 내놔요. 만일 내가 나타나지 않거든 열한 시까지 기다려 줘요. 그래도 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도망을 쳐서 안전하다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을 동네 안에 소문을 퍼뜨려 이 사기 꾼놈들을 감옥에다 처 넣으세요, "
"좋아, 그렇게 하지." "또 만일 내가 도망을 칠 수가 없어 놈들과 함께 붙잡히게 되는 경 우, 아씬 내가 미리 모든 걸 당신에게 고백했다고 하고는 되도록 내 편 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 "네 편을 들어준다고 무슨 소릴 해. 머리칼 하나라도 다치게 할 줄 알고 " 이렇게 말할 때의 매리 제인의 콧구멍은 벌름거렸고, 두 눈은 반짝 거렸다. "만일 도망을 쳤다면 여기 있으면서 이 악한들이 아씨의 백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겠지요. 비록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거예요. 놈들이 사기꾼들로 밥버러지들이라고 하는 걸 단언할 수 있을 뿐으로, 말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조금 도움은 될테지만.그런데 나보다도 더 잘 그것을 증명해 낼 사람들이 있어요. 나처럼 곧 의심을 받을 염려가 없는 사람들이지요.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찾 아낼지 가르쳐 드리죠, 연필과 종일 좀 줘요. 자, '브릭스빌 왕실 의 걸작' , 이걸 잊어 버리지 않도록 잘 간직해 둬요. 재판소가 이 두 놈에 관해서 조사를 하고 싶을 때에는 브릭스빌로 사람을 보내 '왕 실의 걸작'을 연출한 놈을 붙잡았는데, 누가 증인이 돼 줄 사람이 없겠 느냐고 한 마디만 하면 돼요. 그렇게만 하면 눈 깜빡할 사이에 마을 전 체가 통틀어 이리 몰려옵니다. 게다가 잔뜩 화가 나서들 말이죠." 나는 이걸로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경매는 걱정 말고 맘대로 내버려두세요. 공시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산 물건의 대가는 경매 후 만 하루가 지나기까지는 지불하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놈들도 그 돈을 손안에 넣기 전에는 이 지방에서 떠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우리들의 계획에 의하면 경매는 무효가 될 테니 까 돈은 한 푼도 놈들 수중에 들어갈 리가 만무해요. 검둥이들의 경우 도 마찬가지예요.
매각행위가 없었으니까 곧 돌아옵니다 놈들은 아직 검둥이를 판 돈을 긁어모으지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놈들은 정 말로 난처한 함정에 빠져 있는 거예요, 아씨." "그럼 난 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는 곧장 로드로프 아저씨 댁으로 떠나기로 하겠어 " "천만에요, 그건 안 돼요, 아씨. 절대로 안 돼요. 조반 전에 어서 떠나요. " "왜 " "아씨, 내가 아씨에게 어서 가달라는 건 대관절 뭣 때문이라고 생각 하죠" "그건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생각해 봐도 난 몰라 그건 왜지" "왜냐구요 그건 아씨의 얼굴은 가죽 껍질 같은 무표정한 사람과는 다르니까요. 아씨의 얼굴만 보면 곧 알아요. 사람들은 그 앞에 앉아 커 다란 활자로 인쇄한 인쇄물처럼 똑똑히 그걸 읽어 낼 수 있을 테니까,그렇잖아요. 아씬 절루 가서 백부님들이 아씨에게 아침 키스를 하러 왔을 때 그걸 ‥‥‥ "자, 그만, 그만, 알았어 그래 아침 식사 전에 갈 테야. 날개돋힌 것처럼 가구말구. 그럼 동생 애들은 그놈들에게 남겨놓고" "그럼요. 동생들 일로 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분들은 이 제 잠깐 참고 있으면 돼요. 만일 아씨들이 전부 간다면 놈들은 이거 수상한데 하고 의심할 게 아냐요. 놈들도 동생들도 이 마을의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게 좋아요 동네 사람들이 백부님들 안녕하시냐 하고 물 을 때, 아씨 얼굴에는 반드시 뭣이 나타날 테니까요. 그래요, 어서 가 요, 아씨. 다른 사람들 걱정은 내게 맡기고 어서 곧 떠나세요. 스잔 아씨에게 부탁해서 아씨가 안부를 전하더라고 백부님들에게 전해 달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아씨가 잠깐 휴양을 취하여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라거나, 또는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서 잠시 집을 비우지만 오늘 밤이 나 내일 아침에는 돌아온다더라고 전해 두죠." "친지를 방문한다고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말은 난 싫어 . " "옳지. 그럼 그만두기로 하죠." 아무 해도 없는 일이니까 매리 제인에게 그렇게 해둬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무 성가신 일도 없이 해낼 수 있는 사소한 일이며, 또 이 지상에서 사람이 가는 길을 가장 평탄히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사소한 일 인 것이다. 그렇게 한 마디 해두면 매리 제인은 안심할 것이며, 게다가돈이 한 푼도 걸린 것이 없다. 다음에 나는 또 한 마디 했다 "또 하나 얘기할 게 있어요. 그 돈이 든 주머니 말예요." "아아, 그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그게 바로 그놈들 손안에 들어간 경로를 생각하니 참 난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아녜요, 그건 아씨 생각이 잘못이에요. 그놈들이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니, 그럼 누가 가지고 있어" "내가 그걸 알면 얼마나 좋아요, 그러나 난 모릅니다. 한번은 내가 가진 적도 있었어요. 놈들에게서 훔쳐 냈으니까요. 아씨에게 주려고 훔쳐냈어요. 그리고 내가 손수 그걸 감춘 장소도 알고 있지만 거긴 이젠 벌써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난 참 안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안됐다고 생각하긴 난생 처음이에요. 하지만 난 될 수 있는 데까진 했어요. 정말이에요. 하마터면 붙잡힐 뻔했으므로 어쨌든 제일 가까운 손 잡히는 곳에다 주머닐 밀어넣고는 도망을 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건 감추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어요." "어머나, 자길 책하는 건 그만둬. 그런 말을 들으면 견딜 수가 없어,나로서도 그런 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할 수밖에 딴 도리는 없었을 테고 그건 네 탓은 아닐 게 아냐. 어디다 감춰 뒀길래"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그 귀찮은 일을 회상케 하고 싶지는 않았으 며 그 시체가 배 위에 돈주머니를 올려놓은 채 관속에 누워 있을 것 을 그녀의 눈앞에 역력히 그려놓게 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내 입이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제인 아씨, 말 안해도 괜찮다는 걸 아씨가 허락해 준다면. 난 그걸 어디다 감췄다는 걸 얘기하긴 싫어요. 하지만 종이에다 써줄 테니 원 이라면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가는 길에 읽으면 좋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괜찮구말구 " 그래서 나는 종이 위에다 이렇게 썼다. 나는 그것을 관 속에다 넣었습니다. 밤 늦게 아씨가 거기서 울고 있었을 때 주머니는 거기 들어 있었어요. 나는 문 뒤에 서서, 아씨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제인 아씨, 매리 제인이 단신으로 그 방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그 악마와도 같은 놈들이 하고 많은 곳에서 하필 그녀 자신의 지붕 밑 에서 자고 있으며, 그녀를 모욕하고 그녀의 돈을 빼앗아 갔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니 내 눈에 눈물이 펑 돌았다. 그리고 종이를 접어서 매리 제인에게 주었을 때, 역시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핑 고여 있는 것을 보 았다. 그녀는 내 손을 꽉 잡고는. "잘 가 난 모든 걸 네가 하라는 대 로 꼭 그대로 할 테야. 그리고 비를 다시는 서로 만날 일이 없을지라도 네 일은 언제까지 잊어 버리지 않을 것이며, 네 생각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할 것이고, 또 널 위해서 기도를 올릴 테야" 이러고서 그녀는 나가 버렸다.
나를 위해서 기도를 올려 만일 그녀가 나라고 하는 인간을 알고 있 다면 그녀는 좀더 그녀의 인격에 알맞는 행동을 취했을 것이 틀림없 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나를 위해서 틀림없이 기도를 을 려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그녀에겐 후퇴라고 하는 것 이 없는 여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이 뭐라고 할지라도 내 의견으로 는 내가 아직까지 보아 온 어느 소녀보다도 매리 제인은 용기를 가지 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아첨 같지만 절대로 아첨이 아니다. 또 아름답다고 하는 점에 관해서는, 그리고 마음씨가 고운 점에 관해서도 그녀 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녀가 그 문에서 나가는 것을 본 이래로 나는 다시는 그녀를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몇 번 씩 그녀 생각을 했고, 그녀가 나를 위해서 기도를 올려주겠다고 한 것 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내가 그녀를 위해서 기도를 올리는 것 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기 도를 올렸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매리 제인은 뒷문으로 빠져 나갔는지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스잔과 언청이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이 가끔 만나러 가는 강 저쪽에 사는 사람들은 이름을 뭐라고하지 " 둘은 대답했다. "몇 집 있어. 그렇지만 주로 프록터즈 아저씨 댁이야." "옳지 그렇군. 하마터면 잊어 버릴 판이었군 실은 그 집 어느 분이 갑자기 중병이 나서 급하게 떠나는 길이니 너희들 둘에게 그렇게 좀 전해 달라는 부탁을 매리 제인한테서 받았어 " "누가" "난 몰라. 그만 잊어 버렸어. 그러나 확실히‥‥‥‥ "설마 핸너는 아닐 테지" "안됐지만 그게 바로 핸너였어." "아니 뭐, 그 앤 요전 주일까지만 해도 그렇게 튼튼했었는데1 몹시 아프대" "아픈 정도가 아냐. 집안 식구 전부가 밤새도록 한잠도 못 자고 그 옆에 붙어 앉아 간병을 했다고 매리 제인이 그러던데. 그리 오래 견디 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던데 식구들이. " "아니, 웬일이야1 대관절 어떻게 된 셈이야" 곧 그럴 듯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렇게 대답 했다 "유행성 이하선염이래 . " "유행성 이하선염이라구 그 병에 걸린 사람을 밤새도록 간병하는 사 람은 없어 . " "그야 그렇지 하지만 이 병은 그런 게 아니래, 이 병은 종류가 다르 대. 신종이라고 제인 아씨가 그러던데 " "어떤 신종이래" "다른 여러 가지가 섞여 있대." "다른 여러 가지라니" "저 ‥‥‥홍역, 백일해, 단독 폐렴 황달, 뇌막염, 그 나머진 잘 모르겠어 ." "어머나, 그걸 유행성 이하선염이라고 해" "제인 아씨가 그랬다니까. " "그럼, 대관절 뭣 점에 그걸 유행성 이하선염이라고 부를까" "뭘, 유행성 이하선염이니까 그렇지 시작이 그러니까 그래." "어머나, 그런 이론이 어딨어 발가락을 돌에 부딪혀 독을 마시고, 우물에 빠져 목이 부러져 머리가 깨진 사람이 있는데 누가 와서 이 사 람은 왜 죽었느냐고 물으니까 어느 바보가, '발가락을 돌에 부딪혔으니까요'라고 했다고 해봐 그런 이론이 어딨지 없어요, 절대로. 이제 네 얘기도 그것처럼 이론이 안 서, 그 병은 전염되나7" •전염 되냐고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써레는 걸리나-어둠 속에서 말이야 한 개의 이빨에 걸리진 않는다 하더라고 다른 이빨엔 걸릴 게 아냐 그렇지 않아 그래서 써레 전체를 끌고 오지 않는다면 그 이빨을 뺄 수가 없을 게 아니냐 말이야 그 유행성 이하선염도 말하자면 써레 와 같은 거야. 게다가 그냥 보통 써레는 아냐. 한번 걸리면 영원히 빠 지지 않는 그런 써레라니까 " "아이, 무서워라." 언청이가 끼여들었다. "난 하베이 아저씨한테 갈 테야, 그리고‥‥‥‥ "아아, 그게 좋구말구. 물론 나라면 그렇게 하구말구. 꾸물거리진 않 아" "아니, 그럼 왜 안해" "잠간 생각해 봐, 그럼 알 게 아냐.
너희네 백부님들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지 않아 그리고 백부님들이 너희들만을 남겨놓고 그 긴 여행을 너희들끼리만 시킬 그런 나쁜 사람 들이라고 생각하나 기다려 줄 건 뻔한 일이지 뭐야. 거기까진 그걸로 좋아. 너희 하베이 백부는 목사지 그렇다면 말이야. 목사라는 건기선 승무원을 속이진 않을 테지. 백부님은 기선 승무원을 속일까 매리 제 인 아씨를 배에 태우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자 그런 짓을 하시지 않을 것은 너희들도 잘 알 테지. 그러면 어떻게 한다』 이렇게 말할 테지. '참 안된 일이지만 우리 교회 일은 되는대로 내맡길 수밖에 없어 내 조카딸 애가 무서운 유행성 이하선염에 걸려 있으니까. 그 애가 감염 이 됐는지 안 됐는지 판명되기까지 석 달 동안은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내 의무야' 하고. 그러나 상관없어. 하베이 백부님에게 얘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면‥‥‥‥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우리들이 모두 영국에서 잔뜩 재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언니가 병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그걸 알려고 기다리며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어야 한다니 그런 바보 같은 소린 제발 그만해." "응 그래. 그렇더라도 어쨌든 동네 누구에게 얘기해 두는 것이 좋을 지 몰라 " "이봐, 좀 들어봐. 너같은 바보는 둘도 없을 거야, 글쎄. 그 얘길 해 봐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그 얘길 퍼뜨릴 게 아냐. 아무에 게도 아무 얘기도 안 하는 것 외에 방법은 없어." "그렇겠군,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군‥‥‥그렇군, 정말 그 말이 옳아." "하지만 하베이 백부님이 언니 일을 걱정하면 안될 테니까. 하여간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다는 얘길 아저씨에게 얘기해 두지 않으면 안 되 겠다고 생각하지만 " "그래, 매리 제인 아씨도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고 그걸 바란 거야. '동생들에게 하베이 백부와 월리엄 아저씨에게 안부를 잘 전하고 아침 키스를 드리도록 해줘, 난 강을 건너 저.. 가만있자, 저 피터 아저씨가 늘 아주 친하게 지내던 부잣집 이름이 뭐했지. 저 말이야, 내가 말하는 건 저.. "저 앱도프 댁이 아닐지 몰라" "옳지, 그래 앱도프 댁이야. 그런 이름은 아주 딱 질색이야. 웬일인 지 그런 이름은 절반밖엔 외워지지 않더라. 옳지, 옳지, 매리 제인 아 씨가 하는 말은, 앱도프 댁에 가서 우리집을 사줘요, 피터 아저씨는 다 른 누구보다도 아저씨가 와서 사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겠다고 전해 달 라고도 했어. 그리고 앱도프 아저씨들이 오겠다고 할 때까지 졸라보겠 다는 것이며, 그래서 너무 몸이 녹초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집으로 돌아 올 것이며, 녹초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내일 아침까진 돌아오겠으니 그렇게 전해 달라는 거였어. 프록터 아저씨 얘긴 아무 말도 말 고 앱도프 아저씨 얘기만 해달라고 그랬어 그건 정말이야, 매리 제인 아씨는 사실 이 집을 사달라고 그걸 부탁하러 가는 참이니까 왜 내가 그걸 알고 있느냐 하면 매리 제인 아씨가 제 입으로 그렇게 얘기했으 니까 그렇잖아. " "그럼 됐어" 하고 소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는 백부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안부를 전하고 키스를 하고 언니의 전갈을 전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이것으로 모든 게 잘 되었다. 처녀들은 영국으로 가고 싶은 나머지 아무 말도 지껄이지 않을 것이며, 왕과 공작도 매리 제인이 로빈슨 의 사의 손이 미치는 곳에 있기보다는 경매일로 분주히 어디로 나갔다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왜 근사하게 일을 꾸몄다는 생각이 들었다∼톰 소여라 할지라도 이 이상 더 근사하게 일을 꾸며낼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톰의 일이니까 여러 가지 양념을 쳤겠지만. 그러나 나는 자란 품이 톰과는 다르니까 그렇게 까지 멋지게 일을 꾸며낼 수는 없었다. 이야기가 바뀌어, 경매는 오후에도 늦게까지 마을의 광장에서 계속 되었고, 사는 사람들은 자꾸만 뒤에서 몰려왔다. 왕은 잔뜩 독살스러 운 얼굴로 경매인과 나란히 그곳에 서 있었고, 가끔 짧은 성경 구절을 한 마디씩 섞기도 하고, 또 간단히 무슨 선인다운 말을 한 마디씩 하기 도 했다 공작은 어떤가 하면 사람들의 동정을 사기 위해서 열심히 으 으를 되풀이하면서 사람들에게 자기 꼴을 보이며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럭저럭 경매도 끝이 났으며, 모든 것이 거의 팔리고 말았다. 남은 것이라곤 묘지에 있는 조그마한 쓸모 없는 땅뿐이다. 그래서 놈들은 그것마저 경매에 붙이기로 했다. 나는 이 왕녀 석처럼, 뭐든지 빨아 삼키려고 하는 이러한 기린과 같은 녀석을 본 일이 없다. 그런데 그것을 경매에 붙이고 있을 때기선 한 척이 와 닿았다. 그리고 2분이여 쯤 지나자 한 떼의 사람들이 떠들며, 웃으며, 소동을 일으키며 우르르 몰려와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자, 자, 경매 적수가 나타났소이다. 피터 월크스 노인의 상속인이 두 패로 나뉘어졌소이다. 여러분 돈을 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잡으시오"
제29장 폭풍우 속을 도망치다
그 사람들이 데리고 온 사람은 아주 점잖아 보이는 노신사와, 바른쪽 팔을 삼각 붕대에다 달아매고 있는 이 사람도 역시 품위 있어 보이는 좀더 젊어 보이는 신사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얼마나 언제까지 떠들어대고 웃어댔던 것이랴 그러나 나에게는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그 의미를 다소라도 알았다면 공작도 왕도 다시 뜨끔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새파랗게 질렸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만에, 새파랗게 질리기는커녕 도리어 공작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의심하는 듯한 기색도 없이, 버터 밀크를 뚝뚝 흘리는 주전자 모양으로 행복스럽고도 만족스러운 꼴로 여전히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런가 하면 왕은 세상에 이런 사기꾼과 악당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심장 한구석에서 복통이 날 지경이라는 듯한 시선으로 이 신래자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아아 그 꼴은 참으로 근사한 것이었다. 주된 인물들이 우우 하고 왕 주위를 둘러싸곤 자기들이 왕의 편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이제 방금 도착한 노신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얼 마 후에 노신사는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자못 영국 사람다운 발음이라 는 것을 나도 곧 알 수 있었다. 왕의 발음과는 달랐다. 하기야 왕의 것 도 흉내치고는 왜 잘하는 편이었지만, 나로서는 노신사의 말을 전할 수도 없으며 또 흉내를 낼 수도 없지만, 그러나 노신사는 군중 쪽을 향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것은 내가 예기치도 못한 놀랄 만한 사건이며, 나는 이 사태를 만나 그것에 대답할 준비가 아직 그다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을 솔직히 시인합니다. 그 까닭은 동생과 나는 재난을 만났기 때문이며, 동생은 팔을 분질렀고, 우리들의 짐은 어젯밤 사이에 여기보다 상류에 있는 마을에 잘못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피터 월크스의 형인 하 베이며 여기 있는 것은 동생 월리엄으로 귀도 안 들리고 얘기도 못합니다. 게다가 이제 쓸 수 있는 것은 한쪽 손뿐이어서 손흥내도 제대로 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방금 말씀드린 사람들로 하룬가 이틀이 지나 짐이 도착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은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여관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노신사와 새로 온 벙어리는 이곳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왕이 껄껄 웃으며 주책없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팔을 분질렀다구. 있을 법한 일이군. 손흥내를 내야만 할 텐데 그 짓을 모르는 사기꾼에겐 그럴 듯한 편리한 얘기란 말이야. 짐을 잊어 버렸다구 이것 또한 멋진 얘기야 게다가 또 지독하게 죄가 있는 수작 이 란 말이야 이러 한 경우면 " 그러고 나서 또 왕은 자지러지게 한바탕 껄껄 웃어댔다 다른 사람들 도 모두 따라 웃었다. 세 사람인가 네 사람, 혹은 여섯 사람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 하나는 예의 그 의사이며, 또 하나는 눈초리가 날카로 운 신사로 융단 천으로 만든 구식 여행 가방을 들고 있다 이 신사는 이 제 방금 기선에서 내린 의사와 뭐라고 낮은 목소리로 수군수군 대면서 가끔 왕쪽으로 시선을 주고는 둘이서 서로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은 루이스빌에 가 있던 변호사 헤비벨이었다 그 다음 또 하나는 사납게 생긴 몸이 튼튼한 거한으로, 어디선지 와서 노신사의 얘기를 전 부 듣고 나서 그 다음에는 왕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왕의 이 야기가 끝나자 이 거한이 물었다. "이봐 네놈이 하베이 월크스라면 이 마을엔 언제 왔다는 거야" "장례식 전날이죠, 노형 " 왕의 대답이었다 "그날 몇 시만 말이 야" "저녁때죠. 해가 지기 한두 시간 전일까요 " "오게 된 내력을 얘기해 봐 " "신시내티에서 스잔포웰호로 왔습죠." "흥. 그럼 그날 아침 뭣 땜에 상류 곶 있는 데 있었지. 카누를 타 고" "내가 그날 아침 갑 있는 데 있었다고요, 천만의 말씀." "거짓말쟁이 " 몇 명이 이 사나이에게로 달려들며, 노인이고 또 목사이기도 한 분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러지 말라고 부탁했다. "흥, 목사, 뭐 말라죽은 게 목사야. 저놈은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예요. 그날 아침 곶 있는 데 있었어. 내 집이 거기 있지 않느냐 말이야 그래서 내가 거기 있자니까 이놈도 거기 있었다는 거야. 거기 있는 걸 내 똑똑히 봤다니까 이놈은 팀 콜린즈와 어떤 아이 하나와 함께 카눌 타고 왔다니까. " 의사가 그 뒷말을 받았다. "하인즈, 자낸 그 앨 다시 한번 보면 생각이 나겠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쩔지 몰라. 아니, 저기 있구먼, 대번에 알겠네 ." 그 대장부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바로 나였다.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 나로서는 새로 온 그 두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만일 이 두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난 바보-그저 그뿐이 란 말이오. 이 사건을 자세히 조사할 때 까진 이 두 사람이 우리 마을에 서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란 말이에요. 하인즈, 따라와. 다른 분들도 따라오고. 이 자들을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아까 그 사람들과 대면시킵시다. 그러면 그게 끝나기 전에 원이든 알 수 있을 테니까. " 왕쪽에 편을 든 사람에게는 이것은 못마땅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크게 재미난 일이었으므로 전원이 따라나섰다. 해 가 저물 무렵이었다. 의사는 내 손을 붙잡고 끌고 가며, 매우 친절하게 해주긴 했지만 절대로 손을 놓으려 고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여관의 큰방으로 들어가, 양초 몇 개씩을 켜고는 그 새로 온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두 사람에게 그리 심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그러나 나에게 는 이놈들이 사기꾼 놈들이라고 생각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그 정체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공범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있다고 하면 공범자는 피터 월크스가 남겨 놓은 돈주머닐 가지고 도망 을 칠 법하지 않을까요 있을 법한 일이죠. 만일 이 자들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그 돈을 가지고 오게 하여 의심이 풀릴 때까지 우리들에게 보관시키는 일에 반댄 안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모두 그 말에 찬성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두 놈은 왜 괴로운 곤궁 에 몰리고 말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은 다만 슬픈 얼굴을 지었을 뿐,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 나는 돈이 거기 있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한심한 사건의 공평하고 솔직하고 철저한 조사를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을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돈은 거기 없습니다. 원한다면 사람 을 보내서 찾아보시오 " "그렇다면 어딨다는 거 야" "그건 말입니다 내 조카딸 애가 그 돈을 나더러 맡아 달라고 나에게 주었을 때 나는 그걸 내 침대 짚이불 속에다 감췄습니다. 여기 불과 2,3일밖에 체류하는 것이 아니니까 은행에다 맡길 생각이 나지 않았으며, 게다가 검둥이들에게 습관이 되어 있지 않는 까닭으로 영국의 머슴들처럼 정직하리라고만믿고 침대야말로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한 거죠. 검둥이들은 그 다음날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에 그 돈을 훔쳐 낸 것이올시다. 그것을 나는 검둥이들을 팔아 버렸을 때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놈들은 돈을 가지고 감쪽같이 도망친 거죠. 여 기 있는 내 머슴이 그걸 설명해 드릴 겁니다. 여러분." 의사와 몇 사람은 "시끄러워" 하고 이구동성으로 소리쳤고 아무도 왕의 말을 진짜라곤 믿지 않는 눈치를 나는 간파했다. 한 사나이가 나에게 검둥이들이 돈을 홈치는 것을 보았느냐고 묻길래, 나는 훔치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방에서 발소리를 죽이며 나와 허겁지겁 나가 버리는 것을 보고 나는 별로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검둥이들이 내 주인의 잠을 깨게 할 것이 무서워, 책망을 듣기 전에 나가 버리려고 저렇게 서둘고들 있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내게 물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사가 획 내 쪽으로 돌아서며 이렇게 물었다 "너도 영국 사람인가"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의사와 그 밖의 몇 사람이 껄껄 웃으며 "쓸데없는 소리 마" 하고 코방귀를 뀌었다. 이야기가 바뀌어, 그후 그들은 일반 조사에 착수하여 여러 가지 것을몇 시간씩이나 조사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얘길 꺼내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었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은 눈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해서 그들은 언제까지나 조사를 계속한 것인데, 이러한 혼란 을 보기란 처음일 것이다. 사람들은 왕에게 이야기를 시켰고 다음 노신사에게 이야기를 시켰다. 그것을 들으면 편견에 사로잡힌 대다수의 바보 외엔 누구나 노신사가 사실을 말하고, 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는 것쯤은 능히 짐작이 갔을 것이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에 이번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털어놓으라고 했다. 왕 이 눈 가장자리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으므로 나는 조 심을 해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선 셰필드의 얘기부터 시작하여, 우리들이 거기서 어떠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가, 또 영국에 있는 월크스 일족의 이야기와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의사는 껄껄 웃어댔고, 변호사 헤리벨이 이렇게 말했다. "야, 앉아라, 이놈. 내가 너라면 그런 무리한 소린 안해. 너는 거짓 말을 하는 졸업이 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구나, 술술 나오는 것 같지 않다. 연습이 필요해. 퍽 어색해." 이 칭찬은 조금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해방을 당하여 기뻤다. 의사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쪽으로 돌아섰다. "헤비벨, 자네가 처음부터 마을에 있었다면.... 왕이 끼여들어 손을 뻗치며 말했다. "아아, 이분이 고인이 된 동생으로부터의 편지에 자꾸만 안부를 하던 친구분이 셨던가요" 변호사와 왕은 악수를 교환했다. 변호사는 싱글싱글 웃으며 즐거운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얘기를 계속한 후에 한쪽 구석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 속삭이고 있었다. 이윽고 변호사가 음성을 높여 이렇게 말했다. "이걸로 결판이 납니다. 나는 명령서를 당신 동생 분과 함께 보내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만사가 문제없이 잘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 여기서 그들은 종이와 펜을 가져오고, 왕은 걸터앉아 머리를 한쪽으로 기우뚱거리고 혀를 깨물며 무엇인지 갈겨썼다. 그 다음 그들은 공작에게 펜을 주었다. 이때 비로소 공작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 만 그러나 역시 펜을 집어들고 뭐라고 썼다. 그러자 이번에 변호사는 새로 온 노신사 쪽을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 부탁이니, 동생 분과 함께 한두 줄 써서 서명해 주십쇼." 노신사는 썼지만 그것은 아무도 읽을 수가 없었다. 변호사가 자못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이쿠 이건 모르겠는데." 그리고 주머니에서 묵은 편지를 한 뭉치 꺼내어 가지고 조사해 보고 다음 왕의 글씨를 조사해 보고, 그 다음엔 또다시 편지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묵은 편지는 하베이 월크스가 쓴 편지올시다 여기 두 가지 필적이 있는데 이 자들이 이걸 쓰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뻔합니다 " (왕과 공작은 변호사가 얼마나 교묘하게 자기들을 곯려 댔는가를 알자, 걸려들었구나 하는 얼빠진 얼굴을 했다. ) "그리고 이게 이 노인의 필적인데 이분이 이 편질 쓰지 않았다고 하 는 것도 누구나 용이하게 알 수 있습니다. 실은 이분이 쓰신 흘림 글씨 는 전혀 글씨 모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몇 통의 편지는‥‥‥ 새로 온 신사가 말을 가로질렀다. "죄송합니다만 내게 설명하게 해주십시오 여기 있는 동생 외엔 내 필적을 알아볼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청서를 시키는 거죠. 당신이 거기 가지고 있는 편지는 동생의 필적으로 내 것은 아닙니다 " "이것 봐라" 변호사였다. "이건 사곤데. 월리엄씨로부터의 편지도 몇 통 가지고 있으니까 동생 분더러 한두 줄 써 달라면 그것과 비교해 )‥‥‥" "동생은 왼손으로 못씁니다. 바른손을 쓸 수 있다면 동생이 자기 편 지도 내 편지도 둘 다 썼다는 것을 알 수 있겠구먼요. 제발 양쪽을 비교해 보십쇼. 둘 다 마찬가지 필적이니까요." 변호사는 하라는 대로했다. "그런 것 같군요. 또 비록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쨌든 맨 처음에 눈에 띈 것보다는 훨씬 강한 근사점이 있습니다 자, 자, 자 나는 해 결의 대로를 곧장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일부분이 글렀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한 가지만은 증명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그 누구 도 월크스 집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올시다. " 변호사는 왕과 공작 쪽으로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까지 되어도 그 고집통 바보는 항복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정말 항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험 방법은 공평치 않다는 등, 동생 월리엄은 세상에서도 제일가는 장난꾼으로 정신을 차려 쓰려고 하지 않았다는 등, 월리엄이 펜을 종이에다 댄 순간 또 예의 그 장난 버릇이 나왔구나 하는 것을 자기는 알았다는 등,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신이 나서 연방 지껄이고 있는 동안에 자기가 지껄이고 있는 것을 자기 자신도 진짜라고 믿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금세 새로 온 신사가 그 말을 가로막았다.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여기 어느 분이든 내 동생 -고인이 된 피터 월크스를 매장하는 것을 도운 분은 안 계십니까" "있죠." 누가 대답했다. "나와 앱 터너가 했습니다. 우리 둘 다 여기 있습니다. " 다음 노신사는 왕쪽을 바라다보며 물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분은 피터 월크스의 가슴에 어떤 문신이 있었는지 그걸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시겠죠" 사실, 왕은 곧 용기를 가다듬지 않았다면 밑바닥을 도려낸 강둑 모양으로 털썩 쓰러졌으리라. 너무도 큰 돌발사였다. 확실히 누구나 아무 예고도 없이 이러한 난처한 질문을 하면 대개 녹아 떨어질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무슨 수로왕이 고인의 가슴 위에 문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 까닭이 있었단 말인가 이 말에 왕은 약간 움찔했다. 움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방은 물을 끼얹은 듯이 고요해졌고, 누구나 앞으로 약 간 몸을 내밀고는 왕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혼자 생각해 보았다 이젠 항복할 테지 이 이상 버티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데 왕은 항복했을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항복을 안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왕이 이렇게 질질 끌고 있는 동안에 사람들이 그만 녹초 가 되어 그 수가 줄어든 틈을 타서 공작과 둘이서 포위망을 뚫고 내빼려는 작정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왕은 거기 앉아 있었으며 금세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음 대단히 힘든 질문이시군 정말 옳지, 동생 가슴에 무슨 문신이 있었는지 설명해 드리지. 그것은 조그맣고 가느다란 푸른 화살에 지나 지 않습니다. 그게 그 문신이에요, 그러니까 잘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지요. 자, 뭐라고 하실는지‥‥‥네" 정말, 나는 이렇게 뻔뻔스럽게 지껄일 수 있는 놈을 본 적이 없다. 새로 온 노신사는 갑자기 앱 터너와 짝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 번에야말로 왕을 항복시켰다고 생각했던지 두 눈에 반짝 광채가 일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자 이제 한 말을 들으셨겠다 피터 월크스의 가슴에 그런 표가 있었습니까" 두 사람은 같이 대답했다. "우린 그런 표는 보지 못했는데요. "
"그럼 좋아요" 하고 노신사가 받아, "자, 당신들이 피터 월크스의 가슴 위에서 본 것은 희미한 P자와 B자(그것은 피터가 젊었을 때에 쓰기를 그만둔 머리 글자였지요), 그리고 W자로 P-B-W 이런 조그마한 글자지요." 그리고 노신사는 그렇게 종이 위에다 써 보였다. "자, 당신들이 본 것은 이러한 것이었겠죠"둘 다 또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우린 못 왔어요. 표니 뭐니 못 봤어요." 일이 이렇게 되자, 모두가 격분해서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은 모두 사기 놈들이다 강에다 처넣어 버려 빠뜨려 죽여 철봉에 태워서 조리를 돌려 " 그리고 일제히 우우 하고 떠들며 큰 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러나 변호사는 테이블 위에 뛰어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 제발 여러분 한 마디만 들어줘요. 꼭 한 마디만 들어줘 요, 소원이니1 아직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가서 시체를 파내어 조사해 봅시다. " 이 말은 사람들 마음에 들었다. "우와" 하고 곧 내려뛰려고 하는 것을 변호사와 의사가 제의했다 "잠깐, 잠깐 이 네 명과 애를 붙잡아 데리고 가기로 합시다. " "그럽시다" 하고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만일 그 표가 없다면 네 놈을 린치하기로 합시다" 나는 정말 겁이 났다. 그러나 도망칠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우리들 네 사람을 붙잡아 묘지 쪽으로 끌고 갔다. 묘지는 하류로 1마일 반쯤 내려간 지점에 있었다 마을 안 사람들이 모두 뒤에서 따라왔다 떠드는 소리가 요란했다. 시간은 아직 아홉 시밖에는 되지 않았으니까. 집 앞을 지날 때 나는 매리 제인을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게 했더라 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했다 이제 만일 슬쩍 눈짓으로 매리에게 신호 만 할 수 있다면 그녀는 뛰어나와 나를 구해 주고, 이놈들은 사기꾼들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폭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가의 길을 마치 살쾡이 모양으로 떠들썩하며 떼를 지어 걸어갔다. 그리고 한층 더 무섭게 하려는 듯이 하늘이 우중충 흐려지더니 번갯불이 번쩍번쩍 비치기 시작했고, 바람이 나뭇잎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무서운 광경과 위험한 고비는 난생 처음이었으므로 나 는 멍청하게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다. 마음만 내키면 떡 버티고 앉아서 이 재미 난 소동을 구경하며, 아주 급한 고비에 처하게 되면 미스 매리 제인이 내 뒤에 있어서 나를 구해 내어 자유의 몸으로 해주려니 하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나와 돌발적인 죽음 사이에는 그 문신 외 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만일 그 문신이 없다면. 그런 것은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웬일인지그밖의 것은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 판이어서 군중들 사이에서 몸을 피하기 엔 참 편리했지만, 그러나 그 거한이 ∼하인즈가∼내 손목을 꽉 붙잡고 있는 까닭으로 이 사나이 손에서 빠져 나오려는 것은 거인 골리앗에게서 빠져 나오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뛰면서 그 뒤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묘지에 이르자 사람들은 그 안으로 눈사태 모양으로 밀려들어갔고, 홍수처럼 횝쓸었다 묘 있는 데에 도달하자 사람들은 삽은 필요한 수보다도 백 배나 많이 가지고 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을 들고 올 것 을 생각해 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번갯불을 이용하여 파기 시작했고, 반 마일쯤 떨어져 있는 제일 가까운 집으로 가서 등 하나를 빌려 오라고 사람 하나를 보냈다. 사람들은 열심히 파고 또 팠다. 사방은 무서을 정도로 어두워졌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바람은 요란하게 휘몰아쳤다 번갯불은 자꾸 만 더 번쩍거렸고, 천둥소리도 요란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것에 는 아랑곳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순 이 대군중 의 하나 하나의 얼굴과, 삽에다 수북하게 담은 혼이 묘에서 던져지는 것이 보였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암흑이 모든 것을 삼켜 버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참만에 사람들은 관을 헤쳐 내어 뚜껑 하나를 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다시 우우 몰려와서 밀치락달치락 새치기를 해 가며 들여다보려고 했는데 그 소동은 다시없으리라고 생각될 정도였고, 암흑인데다 그 꼴이었으므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하인즈가 어찌나 내 손목을 잡아당기는지 나는 손목이 견딜 수가 얼었다. 하인즈는 너무도 흥분하여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므로 나 같은 건 깨끗이 잊어버리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때 갑자기 번갯불이 사방을 환히 비쳐 주었다. 그 바람에 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건 어찌된 셈이야, 가슴 위에 돈주머니가 놓여 있으니" 하인즈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왁 하는 고함 소리와 함께 내 손목을 놓고는 군중 속으로 돌진해 갔다. 나는 급히 빠져나와 어둠 속 을 뚫고 한길 쪽을 향해 내 달렸으며, 그 꼴은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가관이었으리 라. 한길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나는 날듯이 뛰어갔다. 적어도 한길에는 담과 같은 암흑, 가끔 한 번씩 번쩍 하는 번갯불, 확확 내 리는 비, 휘몰아치는 바람,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 외엔 나밖에 없었다 나는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마을에 이르러 보니 폭풍우 속에 나와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눈 에 띄지 않았으므로 뒷길을 찾을 것도 없이 큰길을 똑바로 달려갔다. 집 근처에 왔을 때 나는 집으로 시선을 주고는 그쪽을 응시했다. 불이 보이지 않고 집안은 캄캄했다. 웬일인지 나는 그것을 보자 슬퍼지며 맥이 빠져 버렸다. 그러나 드디어 마침 내가 그 옆을 뛰어 지나가고 있으려니까 마침 매리 제인의 창 에 불빛이 반짝하고 보이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가슴이 뿌듯해지며 터질 것만 같았다. 동시에 집이고 원이고 모두 내 등뒤의 어둠 속에 가라앉고 말았다.
이 세상에선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날 리는 만무하리라. 매리 제인 은 내가 알고 있는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처녀이며 가장 용기가 있는 처녀 였다. 여기라면 모래톱을 볼 수 있을 테지, 하고 생각될 만큼 마을의 상류 에 접근한 순간부터 나는 빌릴 만한 보트가 없을까 싶어 열심히 사방 을 찾았다. 그리고 번갯불이 번쩍 하는 그 불빛으로 매어 놓지 않은 한 척을 발견하자 나는 그놈 속으로 날쌔게 뛰어올라 젓기 시작했다. 그 것은 카누였는데 밧줄로 매어 있을 뿐이었다 사주는 강 한가운데에 있었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일순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지 않았다. 겨우 뗏목에 당도했을 때에는 너무나도 녹초가 되어 있었으므로 되도록이면 크게 네 활개를 뻗고 좀 숨을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뗏목 위로 뛰어오르기가 무섭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와, 짐, 뗏목을 내려 아이구 고마워라, 놈들을 쫓아 버렸다" 짐은 뛰어나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두 팔을 크게 벌리고는 내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번갯불에 비친 짐의 모습을 얼핏본 순간 나는 심장 이 입 속에까지 띄어 오를 만큼 놀라 뒤로 뗏목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짐이 리어왕 겸 물에 빠진 아라비아인 역을 혼자서 맡고 있다는 것을 나는 깜빡 잊어 버리고 있었으므로, 너무도 깜짝 놀란 나머지 간장도 폐장도 몸에서 빠져 나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짐은 나를 강에서 건져내어 껴안으며 축복하려고 했다. 내가 돌아온 것과 왕과 공작을 쫓아 버린 것이 한없이 기뻤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소리쳤다 "지금은 안돼. 아침 식사 때에 해 어서 밧줄을 잘라 뗏목을 내려" 그래서 2초 후에 우리는 강을 내려가고 있었다.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고, 이 큰 강에 우리들만이 있게 되었고, 누구 하나 우리를 괴롭힐 사람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었다. 나는 잠시 깡충깡충 뛰어다니기도 하고, 뛰어오르기도 하며 발꿈치를 몇 번씩 서로 맞부딪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 번 맞부딪쳤을 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 왔으므로 숨을 죽 이고 귀를 기울이고는 기다렸다 그러자 과연 다음 번갯불이 물위를 번쩍하고 비쳤을 때 놈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열심히 노를 저어 스귀프를 화살처럼 달리게 하고 있는 것은 왕과 공작이었다. 그것을 본 나는 풀이 죽어 판자 위에 그만 풀썩 주저앉아 단념하고는 소리를 내어 울지 말자고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제30장 금화, 도둑을 구하다
놈들이 뗏목에 올라타자 왕은 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우릴 버리고 내빼려고 이 개새끼야 우리와 같이 있는 것이 싫어졌단 말이지 , 응 " 나는 대답했다 "아뇨, 폐하, 그렇지 않습니다. 제발, 그렇게 떠밀지 말아 주세요, 폐하‥" •그럼, 어떡할 작정이었는지 어서 얘기해 봐. 그렇지 않으면 네놈 창자를 온통 파헤쳐 버릴 테니" "맹세코, 모든 걸 있는 대로 얘기하겠습니다. 폐하. 나를 붙잡고 있던 사나이는 여간 친절하지 않아서, 나와 똑같은 나이의 아들이 자기에게도 있었는데 작년에 죽고 말았다고 계속 그 얘길 되풀이하면서, 애가 이런 위험한 함정에 빠진 것을 보면 참 딱해 견딜 수 없는 노릇이 라고 했어요. 그리고 모두 금화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관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을 때 나를 놔주며, '자, 어서 도망쳐라,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네 목을 매어 죽일 테니까 라고 조그만 목소리로 그라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나는 도망친 거예요. 거기 있어도 아무 소용에 닿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내가 무엇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성싶지도 않았고, 또 내뺄 수 있는데 가만히 있다가 목을 매어 달리고 싶지 않았어 요. 그래서 조금도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카누를 발견한 거예요. 여기 이르자 짐에게, 어서 서둘러, 그렇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붙잡아서 목을 매달아서 죽일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폐하와 공작 은 지금쯤은 살아 있지 않을 거라고 하며 몹시 슬퍼하던 참이었어요. 짐도 슬퍼했지요. 그러니까 두 분이 오시는 걸 보았을 땐 아주 정말 기뻤어요. 정말인지 아닌지 짐에게 물어 보세요." 짐이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자 왕은 입을 닥치라고 호통을 치고는,"암, 그럴 테지, 정말 그럴 법도 한 일이지" 하면서 다시 나를 치받으며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공작이 이쪽을 보고, "이 아이를 놔 이 늙은 바보 영감아1 임자와 이 애가 뭐 다를 게 있어 자 유의 몸이 되었을 때 임잔 언제 이 앨 찾은 적이 있어 나에겐 기억이 없는데" 하고 말하자, 왕은 나를 놓고는 그 마을과 마을 사람 전부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작은 이렇게 말했다 "임잔 차라리 입자 자신을 욕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자격이 제일 있는 건 임자니까 말이야. 애당초부터 분별이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한 것이 없잖아. 저 엉터리 푸른색 화살 문신으로 뻔뻔스럽게도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을 빼놓고는. 그것만은 근사하던데. 정말 대성공이었 어. 그 덕택으로 우리들 모두 살아났으니 까, 안 그래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우린 그 영국 사람들의 짐이 도착할 때까지 유치장 신세를 지 게 췄을 것이고, 그 다음엔 감옥 신셀 졌을 것이 뻔하지 뭐야 허나 그 계략이 놈들을 묘지로 인도하였고, 금화는 우리들에게 좀더 큰 친절을 베풀어주었단 말이야. 그 흥분한 바보들이 우리들을 놓고서 한번 보려고 그렇게 밀려가지 않았던들 우리 셋은 다같이 오늘밤 넥타이(목을 매는 밧줄)를 하고서 자고 있을 테지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이상으로 오래 써도 낡지도 닳지도 않을 것이 뻔한 넥타이를 하고서 말이야."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슨 생각에 젖어. 얼마 후에 왕이 정신이 멍해진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흥 우리는 그걸 검둥이들이 훔쳤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먼1" 이 말을 듣고 나는 몸둘 곳이 없었다 "그렇지." 공작이 받았다. 자못 비꼬는 느릿한 조의 말투였다. "우리들이 말이지 ." 한 30초 가량이 지난 후에 왕이 느릿느릿 받았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지 ." 공작도 똑같은 말투였다 "천만에, 그렇게 생각한 건 나야," 이 말에 왕은 불끈 화를 냈다 "어이, 브릿지워터, 임잔 무슨 소릴 하는 거지" 공작도 지지 않으며 왜 팔팔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거라면 임자야말로 무슨 소릴 하는지 도리어 이쪽에서 묻고 싶구먼" "병신 같으니" 왕이 쏘아붙였다. 완전히 비꼬는 투였다. "하지만 난 몰라. 아마 임잔 자고 있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몰랐을 테지," 이 말에 이번엔 공작이 불끈 화를 냈다. "이봐, 그런 바보 소린 좀 작작 하란 말이야. 날 천치 바보로 알고 있단 말인가, 임잔 그 돈을 관속에다 감춘 사람이 누군지 내가 그걸 모를 줄 안구" "그럴 테지 임자가 알고 있다는 것을 내 어찌 몰라 임자 자신이 했을 테니까" "가 새끼가1" 공작은 왕에게로 달려들었다. "아야, 손을 놔줘 목을 조르지 마 이제 얘기한 건 전부 취소야" 왕은 이 명을 올렸다. "좋아, 그럼, 이놈 너 언젠가 나중에 내 선수를 써 가지고 그 마을로 다시 몰래 들어가서 파내어 가지고 자기 독차지로 할 작정이었다는, 우 선 그 말만 자백해 봐 " "잠깐만 기다려, 공작. 나에게 하나만 정직하게 대답해 줘, 만일 임 자가 돈을 거기다 감추지 않았다면 그렇다고 말해 달란 말이야 그러면 난 그걸 믿고 내가 아까 한 얘긴 전부 취소할 테니 " "이 늙은 악당 농아, 내가 했다고, 천만에. 그걸 네놈은 뻔히 안구 있으면서도. 자, 그래도 그래" "그럼, 좋아, 임잘 믿어. 하지만 나에게 하나만 더 가르쳐 줘, 화를 내지 말고 임잔 속으로 그 돈을 훔쳐 가지고 감출 생각이 아니었느냐 말이 야" 공작은 이 말에 잠시 덤덤히 말이 없더니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비록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그런 짓은 하지•않았으니까, 안 그래. 하지만 네놈은 맘속으로 그렇게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실제로 실행했겠다. " "내가 했다면 내 생전 창피를 못 면할 거요, 공작, 정말이야 이건.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곤 아내 그럴 생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임자가 아니 누가 선수를 친 거야." "가 새끼가 저놈이 하고서 제 발이 저리니까, 이놈이 했으면 했다고 고백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 왕은 목구멍을 올골거리고 사뭇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만둬 ‥‥‥그럼 자백할 테니 " 왕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그때서야 마음이 놓였다. 아까 보다도 훨씬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공작은 손을 놓았다. "그런 짓을 안 했다고 다시 한번만 지껄여 봐, 당장에 물 속에 던져 버리고 말 테니 거기 앉아서 젖먹이처럼 훌쩍훌쩍 울어대는 게 네놈에겐 제일 어울려, 모든 걸 한꺼번에 꿀꺽 삼켜 버리려고 하는 너같은 늙은 타조와 같은 욕심쟁이 놈은 난생 처음이야. 그런 놈을 난 이제까지 마치 아버지처럼 모든 걸신용하고 있었다니 불쌍한 검둥이 놈들 이 자기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값을 쓰고 있는 것을 한 마디 변명도 없이 서서 가만히 듣고 있다니, 이 늙은 놈아, 수치를 좀 알란 말이야, 수치를 좀. 그런 터무니없는 바보 수작을 감쪽같이 신용할 만큼 바보 였다니 나라는 녀석도 참 어처구니없는 녀석이었지, 정말. 제기랄, 이 제 겨우 네놈이 왜 그렇게 열심으로 그 부족액을 메꾸자고 했는지 알겠어. 내가 '걸작'이니 뭐니로 번 돈을 몽땅 착복하려고 했단 말이지, 이 죽일 놈아1" 왕은 사뭇 머뭇거리며 아직도 코맹맹이 목소리였다. "하지만 공작, 부족액을 메우자고 한 건 어디 그게 나였던가 임자였지 . " "닥쳐 네놈 소린 이제 듣기 싫어 그래, 그 결과가 어찌됐는지 이젠 알겠구나 그놈들은 놈들의 돈을 고스란히 되찾았을 뿐 아니라, 우리 돈까지도 은화 하나 둘을 남겨 놓고 몽땅 훌어간 게 아니냐 말이야. 어 서 잠이나 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다시 부족액이니 뭐니 나에게 그런 소릴 해봐라" 이 말에 왕은 살금살금 윅왱 속으로 기어들어가 울분을 풀기 위해서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공작도 자기 술병을 들고 나선 것인데, 반시간 후에는 두 사람은 언제 그랬더냐 는 듯이 친해졌고, 취기가 돌아감에 따라 점 점 사이가 좋아져 갔고, 나중에는 서로 팔을 베개로 하여 코를 골며 잠 이 들어 버렸다. 두 사람은 자못 마음이 풀어진 것이지만 제아무리 마음이 풀어졌다 하더라도 왕은 돈주머니를 감춘 것은 자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다시 꺼내서는 안 되겠다고 명심하고 있는 것을 나는 감지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안심하고 또 만족했다 물론 두 녀석이 코를 골기 시작하자 우리는 이야기 주머니를 끌러 놓기 시작했고, 나는 짐에 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제31장 거짓을 기도 드릴 수는 없다
우리는 며칠씩 다시는 어느 마을에도 기착하는 일없이 곧장 강을 내려갔다. 이젠 기온도 따뜻한 남부로, 집으로부터도 봬 떨어진 셈이다. 큰 나뭇가지에서부터 스페인 이끼가 횐 턱수염처럼 축 늘어져 있는 나무도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인 이끼가 자라 있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때문에 숲은 장엄하고도 음산하게 보였다. 그래서 사기꾼들도 이젠 안전하리라고 생각하고는 또다시 마을을 터는 일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우선 금주 강연을 했는데 손안에 들어온 돈이라곤 술값도 되지 못했다. 또 하나의 마을에선 무도 학교를 열었지만 둘 다
댄스에 관해서는 캥거루만큼도 춤을 출 줄 몰랐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쫓아 버리고 말았다 또 한번은 웅변술을 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채 웅변을 하기도 전에 청중이 일어서서 욕을 마구 퍼붓는 바람에 그만 두 사람은 삼십육계를 부르고 말았다. 그들은 전 도니, 최면술이니, 의사니, 점쟁이니 하는 식으로 닥치는 대로 모든 것 에 손을 댔지만 그다지 신통한 재미를 보지 못한 눈치였다. 그래서 드디어는 두 사람은 주머니 속이 텅 비고 말아, 떠내려가는 뗏목 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때로는 반나절씩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주 우울해 하며 자포자기에 빠져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의 태도가 일변되어, 그들은 윅왬 속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는 목소리를 죽여 가며 두서너 시간씩 뭐라고 수군거렸다. 짐과 나는 불안해졌다. 어쩐지 우리는 그 꼴이 싫었다. 지금까지보다도 더 질이 나쁜 계획을 짜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우리는 이리저리 궁리를 한 끝에 놈들이 어느 집이나 가게를 털려는 심사가 아니면 사전 을 만들려는 심사거나 좌우간 그런 것을 계획하고 있는가 보다고 판정을 내렸다. 이렇게 판정을 내리자 우리는 덜컥 겁이 났고 그런 일 에는 절대로 관여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는 대로 우리는 이 두 놈을 내버리고는 그대로 뗏목을 내버리자고 쩟 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찍 우리는 파이크스빌이라고 하는 조그마한 촌의 하류 약 2마일 지점에 있는 적당하고도 안전한 곳에다 뗏목을 감추고는, 왕은 상륙하여 이제부터 마을로 가서 벌써 누가 '왕실의 걸작'소문을 들은 자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을 탐지하고 올 테니 그 동안 모 두들 숨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도둑질하러 들어갈 집 얘길 하 고 있는거구먼' 하고 나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도둑질을 끝내고 이리 돌아와 짐과 나와 뗏목이 없어진 것에 깜짝 놀랄 테지, 어쨌든 놀라고는 그만 체념하고 말 테지.' 왕은 또 만일 자기가 한낮이 되 어도 돌아오지 않거든 성공했다고 생각해도 좋으니 곧 공작과 나도 마 을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공작은 안절부절못하며 사뭇 조 바심을 치기 시작했다. 뚱해 가지고 자못 못마땅한 얼굴이다. 무슨 일 만 있다면 그것으로 해서 우리들을 몰아대었고 우리들이 하는 일거일동이 모두 못마땅하다는 눈치였다. 공작은 눈곱만한 일 하나 하나를 일 일이 꼬집어 뜯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정오가 되어도 왕은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나는 기뻤다. 어쨌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도망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와 공작은 마을로 들어가서 왕을 찾아 돌아다닌 것인데, 얼마 후에 어느 조그마한 하류 선술집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있는 왕을 찾아내었다. 그리 고 많은 건달들이 그를 둘러싸고는 재미로 그를 놀려대고 있었다. 왕 은 온갖 힘을 다하여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하는 등 야단이었지만, 너 무도 만취가 되어 있었으므로 걸을 수도 없었고 해서 건달들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이 꼴을 본 공작은, 이 바보 늙은 놈아 하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이에 왕도 지지 않으며 응수했다 두 놈이 정신없이 서로 다투고 있는 틈을 타서 나는 급히 그 장소를 피해 다리야 날 살려라고 사슴처럼 강둑 길을 내달렸다.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당분간 놈들은 나와 짐을 만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숨이 차서 못 견딜 지경이었지만 기쁨으로 가슴이 뿌듯해져 뗏목에 이르기가 무섭게 큰 소리로, "뗏목을 풀어, 짐. 이젠 문제없어" 하고 외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고, 윅왬으로부터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짐이 간 곳이 없다 나는 불러 보았다 다시 한번 불러 보았다. 그 다음 또 한번 불러 보았다. 그리고는 습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불러 보기도 하고, 또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 보기도 했지만 역시 헛수고였다 그리운 짐은 간 곳이 없었다. 다음 나는 풀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앉아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얼마 후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 한길로 나갔다. 그러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내아이를 만났다. 이러이러한 복장을 한 낯선 검둥이를 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 대답이,"만났어" 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쯤 서 " "여기서부터 2마일 하류의 사이러스 펠프스 아저씨 집에서. 그놈은 도망친 검둥이로 사람들이 붙잡은 거야 넌 그 검둥일 찾는 중이야" "찾고 있는 게 다 뭐야 난 한 시간인가 두 시간 전에 그놈과 숲에서 만났는데 그놈은 만일 내가 소릴 지르면 배창자를 잘라 놓겠다고 공갈 을 치는 게 아냐. 그리고 또 가만히 누워서 꼼짝 말라고 했기 때문에 그대로 했는데 뭐. 나오는 게 다 뭐야 무서워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뭐 꼼짝도 못하고." "응 그래. 이젠 무서워할 건 없어. 붙잡혔으니까 남부 어디서 도망 쳐 왔대 . " "붙잡아서 큰 돈벌일 했군 " "그럼 네 말이 옳아 200달러의 상금이 붙어 있으니까 말이지. 길에 떨어져 있는 돈을 줍는 것과 마찬가지야, " "그렇구말구 나도 어른이었더라면 그 돈을 탈 수 있었을걸 그랬군. 제일 먼저 그놈을 본 건 나니까. 누가 붙잡았지" "어떤 낯선 노인이었어. 그런데 자기 권리를 40달러에 팔아 버렸대. 강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고 해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하면 서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나라면 기다릴 테야, 비록 7년 동안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괜찮아 " "나도 한데 그렇게 싸게 파는 걸 보니 그 이상의 가치가 없었으니까 그랬을지도 몰라. 어쩌면 엉터리가 있는 게 아냐"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아. 팽팽한 실처럼 엉터리가 없어. 난 이 눈으로 삐라를 본 거야. 그 검둥이에 관한 것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더군. 그림을 보듯이 인상이 쓰여 있던데 그래. 그리고 거기서 도망쳐 온 뉴 올린즈의 농장에 관한 얘기도 써 있고. 정말 이봐, 이 투기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정말 그래. 이봐 너 씹는담배 있으면 한입만 줘." 나에게는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그 애는 가 버렸다. 나는 뗏목으로 돌아와 윅왬 속에 들어가 앉아 생각해 보았지만 암만해도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머리가 아파질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이 난국을 해결할 방법이라곤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까지 긴 여행을 해 왔고, 그 악한들을 그렇게까지 섬겨 왔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고,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으니. 그 것은 놈들이 불과 더러운 그 40달러 때문에 짐을 이렇게까지 속였고. 일생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노예로 할 수 있을 만큼 무정한 놈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짐이 어차피 노예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 짐의 가족들이 있는 고향에서 노예 노릇을 하는 편이 짐에게도 천 배나 좋을 것이니까, 톰 소여 에게 편지를 내어 왓슨 아주머니에게 짐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라 고 써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생각은 곧 단념했다. 즉 왓슨 아주머니는 자기 곁을 떠난 짐의 괘씸한 심사와 배은망덕에 골을 내고 싫증을 느끼고는 짐을 같은 하류 지방으로 또다시 팔아 버릴지도 모를 일이고, 비록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검둥이를 의당 경멸하여 늘 짐에게 그 점을 느끼게 할 테니까, 짐은 사시사철 자기가 천하고 수치스런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허클 핀이 검둥일 자유의 몸으로 하는 데 조력을 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질 테니, 만일 그 마을에서 누구라도 만나게 되는 날엔 난 부끄러워서 얼굴도 쳐들지 못하게 될 게 아닌가. 그 까닭은 이렇기 때문이다 사람은 천한 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 보복을 받기를 싫어한다. 숨어 있을 수가 있는 한은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괴로운 입장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점점 내 양심은 나를 괴롭히고, 점점 자기가 나쁜 천한, 지긋지긋한 놈으로 생각되었다 마침내 갑자기 그때 다음과 같은 생각이 언 뜻 내 머리에 떠올랐다. 이것은 분명히 내 얼굴을 때린 신의 섭리의 손길이며, 나에게 아무 해도 끼친 일이 없는 불쌍한 노파로부터 검둥이를 내가 훔쳐내고 있을 동안, 신이 하늘에서 나의 악행을 보고 있었다 는 것을 깨우쳐 주고, 그리고 또 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이와 같은 철없는 행동에 대해서,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 앞으론 안 된다 하고 금하고 있는 신이 있다고 하는 것을 나에게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 자리에 그만 풀썩 주저앉을 판이었다. 그래 서 나는 원래 자라나길 그렇게 못되게 자라났으니 그럴밖에 없지 않느냐고, 거기까지 탓할 건 없지 않느냐고 타일러 얼마간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 무언지 모를 존재가 이렇게 계속 책하는 것이었다 "주일학교라는 게 있잖았어 너는 갈 생각만 있었다면 능히 갈 수 있었을 거다. 갔었다면 그 검둥이에게 해준 것 같은 짓을 하면 영원한 불 속에 던져지게 될 거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 이렇게 생각을 하자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기도를 올려, 이제까지와 같은 애가 아니라 좀더 좋은 애가 될 수 있을는지 그것을 시험해 보리라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말 이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또 내 자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왜 말이 안 나오는지 나에게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마음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두 마음이 있기 때문이 다 나는 죄를 그만두는 척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가장 큰 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검 등이 주인에게 검둥이의 거처를 편지로 알리겠습니다.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신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거짓 기도를 올릴 수는 없다 - 나는 그것 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나는 가슴속이 고뇌로 가득 찼으며, 이 이상은 더 괴로워할 수 없을 만큼 가득 차게 되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 이 되고 말았다 마침내 나는 한 가지 것에 생각이 이르렀다. 편지를 쓰자 - 그러고 나서 기도가 나올는지 시험해 보자. 그러자 놀랍게도 나는 깃털 모양으로 기분이 가벼워지며 고뇌는 전부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기쁨으로 가슴속이 두근거렸고,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썼다 왓슨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의 도망친 노예 짐은 파이크스빌 하류 2마일 지점에 있습니다.
펠프 아저씨가 붙잡았습니다. 상금을 보내면 석방할 것입니다. 허클 핀으로부터 나는 난생 처음 죄가 깨끗이 씻겨진 것처림 상쾌한 기분이 되어 이제 는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곧 기도를 드리지는 않고 종이를 아래에다 내려놓고서 앉은 채 생각했다 참 이렇게 되어 서 천만다행이다. 하마터면 지옥에 떨어질 판이었다고. 그리고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는 중에 강을 내려오던 우리의 여행 생각이 얼핏 머 리에 떠올랐다. 짐의 영상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달밤인 때도 있었고, 또 폭풍우가 일던 때도 있었다. 우리는 얘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웃으면서 강을 내려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짐에게 악감정을 품었던 경우라곤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고 그 반대의 장면만이 머리 에 떠올랐다. 짐이 자기 몫의 당직을 한 위에, 내가 그대로 잘 수 있도 록 나를 깨우지 않고 내 몫까지 해주고 있는 짐의 모습이 자꾸만 머리 에 떠올랐다. 또 안개 속으로부터 내가 돌아왔을 때에도, 그리고 그 '숙원'이 있던 땅에서 늪지에 있는 짐에게로 돌아왔을 때에도, 또 그와 같은 다른 경우에도 짐이 그 얼마나 기뻐해 주었는지 그 모습이 머리 에 떠올랐다. 그리고 늘 나를 도련님, 도련님, 하고 부르며 귀여워해 줬고,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간에 나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 주었다. 짐은 그 얼마나 나를 친절하게 생각해 주었던 것이랴. 맨 나중 에 나는 이 뗏목에 천연두 환자가 타고 있다고 하여 짐을 구해 냈을 때 짐이 아주 고마워하며 임잔 이 늙은 짐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좋은 친구이며, 그때로선 유일한 친구라고 하던 것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주위를 둘러보는데 예의 그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나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영원히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 시 이렇게 생각했다. '옳지 그럼 난 지옥으로 가기로 하자.' 이러고는 종이를 부욱 찢어 버렸다.
그것은 무서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그러나 벌써 입밖으로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내뱉은 대로 내버린 채 그 이상 개심 을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에서 모든 것을 짜내어 버려, 그러한 식으로 자라났으니 내 성품에 맞는 악행을 또다시 계속해 나가자, 그 반대의 행동은 나에게는 성품에 맞지 않으니까라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처음 일로서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내자, 그보다 더 나쁜 일이 머리에 떠을랐다면 그것도 해내자. 악행을 하기로 작정 한 이상, 더욱이 끝까지 하기로 작정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 다음 나는 어떻게 착수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는 마음속으로 왜 여러 가지 방법을 이리저리 궁리한 후에 나에게 가장 알맞는 계획 하나 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 다음 나는 강 조금 하류에 있는 나무들이 우거진 섬의 위치를 잘 봐둔 후에 해가 완전히 저물자 살며시 뗏목을 내어 그 섬으로 가 뗏목을 거기다 감춰 놓고 잠자리로 들어가 밤새도록 잤다. 그리고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가게에서 산 양복을 입고, 다른 옷과 그 밖의 것을 한 보따리로 싹수머리고 카누를 타고서 둑을 향해 젓기 시작했다 이 부근이 펠프의 땅이려니 하고 생각 된 곳의 하류에 상륙하자. 보따리를 숲속에다가 감춰 놓고, 또 필요한 때에는 찾아낼 수 있도록 카누를 돌로 채워 둑에 있는 조그마한 증기 제재소로부터 4분지 1마일쯤 하류에다 가라앉혔다. 그 다음 나는 한길로 나섰다. 제재소 옆을 지날 무렵 '펠프스 제재 소'라는 간판이 나와 있었다 거기서부터 농가들이 쭉 즐비해 있는 곳 에 왔을 때 나는 끊임없이 눈을 흡뜨고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날이 환히 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그러나 나 는 상관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이 근처의 지세를 알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내 계획에 의 하면 나는 하류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이 동네로 온 것으로 하 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슬쩍 한번보고 나서 나는 곧장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공작이었다. 공작은 '왕실의 걸작' 광고를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번과 똑같이 삼야한 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정말 뻔뻔스러운 녀석들이다. 이 사기꾼놈 들은 나는 피할 사이도 없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 되고 말았다 공작은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어이, 어디서 온 거냐" 그 다음 기쁜 듯이 힘을 주어, "뗏목은 어디 있지 안전한 장소에다 매 두었나" "아니, 그건 내가 각하에게 물어 보려고 하던 건데요." 내 말에 공작은 아까보다는 덜 기쁜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에게 묻다니 어찌된 셈이야" "실은 어제 그 선술집에서 왕을 보았을 때 더 술이 깰 때 까진 몇 시간 동안은 데려올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므로,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내 안을 이리저리 싸질러 다녔죠, 그러는데 어떤 사람이 하나 와서 10센트를 줄 테니 스키프를 타고 강 저쪽으로 가서 양을 데리고 오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하기에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간 것인데, 양을 배 있는 데까지 끌고 와서 그 사람은 나에게 밧줄을 붙잡고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양 뒤로 가서 처밀어 배 안으로 넣으려고 하는 참에 양이 나보다도 힘이 세었으므로 밧줄을 뿌리쳐 끊고 는 그만 내뺐어요.
그래서 둘이서 그 뒤를 쫓은 거죠, 개를 데리고 있지 않았으므로 양이 녹초가 될 때까지 따라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지 뭐예요. 어두워진 후에 겨우 붙잡아 가지고 강을 건넌 후에 나는 뗏목 있는 데로 돌아왔죠. 한데 뗏목이 없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 사람들은 사고를 일으켜 그만 내빼고 말았구나. 그래서 내 검둥일 데리고 내뺐구나. 나에겐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검둥일 데리고. 그래서 난 이제 낯설고 눈설 은 고장에서 돈이라곤 한 푼도 없이 어떻게 살아 나가야 좋을지 막연하구나'하고요. 그래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울다가 밤새도록 습속에서 잤어요. 하지만 대판절 뗏목은 어떻게 된 셈이죠 그리고 짐은, 그 불쌍한 짐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 뗏목이 어떻게 췄다는 것을 그 병신 영감쟁인 장사랍시고 해 가지고 40달러를 벌어, 우리들이 선술집에서 그 병신을 찾았을 땐 거기 있던 건달들이 반 달러씩 거는 노름을 하며 마 신 위스키 대금 외엔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빨아 버린 거야. 밤 늦게 서야 겨우 그 병신을 데리고 와 보니 뗏목은 간 데가 없고 해서 '고놈의 새끼 봐라, 우리 뗏목을 훔쳐 가지고 저만 강을 내려갔구나' 하고 한참 펄펄 뛰던 참이었어," "내가 자기 검둥일 내쫓을 까닭이 없잖아요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다만 하나밖에 없는 검둥이고, 또 하나밖에 없는 재산인데요." "우리는 거기 까진 생각 못했는데, 실인즉 저건 우리들의 검둥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하였고, 정말 그놈 때문에 단단히 수고를 한 셈이지. 그러한 까닭으로 뗏목은 없어졌고, 우리는 동전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지라, 다시 한번 '왕실의 걸 작'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되었더란 말이야. 그래서 말이다. 그때부터 쭉 오늘날까지 술이라곤 한 모금도 마신 적이 없고, 화약통처럼 바 싹 말라 가지고 이렇게 분주히 싸질러 돌아다니는 판이란다. 그 10센트 는 어딨지 이리 내놔." 나는 돈을 왜 가지고 있었으므로 10센트를 공작에게 주었지만, 그러나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전액으로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으니 뭐나 좀 먹을 것을 사가지고 나에게도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공작은 나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다음 순간 내 쪽으로 홱 돌 아서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너 그 검둥이놈이 우리들의 일을 폭로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짓을 해봐라. 그놈의 새끼 껍데길 벗겨놓고 말 테니" "무슨 수로 폭로할 수 있겠습니까 짐은 내뺀 게 아닌가요"
"아냐. 그렇지 않아 그 병신 영감쟁이가 팔아 버리고는 돈을 나에게분배하지도 않고 그만 공중으로 뜨고 만 거야. " "팔아 버렸다구요" 이러고 나서 나는 그만 울음보를 터뜨렸다. "하 지만 저건 내 검둥이로 그 돈은 내 것이란 말이에요. 짐은 어딨어요,지금 난 그 검둥이가 없으면 큰일이 에요." "흠, 너 검둥일 찾아낼 수 없을걸, 그저 그뿐이란 말이야 그러니 그 훌쩍대는 건 그만두란 말이다. 임마, 설마 네놈은 우리들의 일을 폭로 할 셈은 아닐 테지 내가 네놈을 신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간 큰 잘못 이다 알겠나, 폭로라도 해봐라 " 여기서 공작은 말을 끊었지만 공작이 이러한 험상궂은 낯을 짓는 것 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는 여전히 홀쩍훌쩍 울어댔다. "난 누구의 일이든지 폭로하겠다는 생각은 없고 또 그럴 틈도 없습니다 내 검둥일 찾으러 어서 가지 않으면 안 돼요, 난." 공작은 삐라를 팔뚝에다 걸치고 펄럭거리면서 이마에다 주름살을 일 고는 난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생각에 젖어 있더니 한참만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좋은 걸 하나 가르쳐 주마. 우리는 이 마을에 사흘 동안 있어야 해.만일 네가 우리들의 일을 폭로하지 않고 그 검둥이에게도 폭로하지 않 게 한다고 약속을 하면 그 검둥이가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겠다. " 그래서 내가 약속을 하자 공작은, "농사꾼인데 그 이름은 사이러스 페...... 말끝을 내지 못하고 공작은 여기서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나 에게 정말 얘기를 할 작정이었던 모양인데, 그렇게 말끝을 흐리고는 또다시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구나 하고 나는 생 각했다. 정말 그대로였다. 공작은 나를 신용하지는 않고 확실히 사흘 동안 나를 멀리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참 있다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 검둥일 산 사람은 에이브러햄 포스터 에이브러햄 G. 포스터라 고 하는 사람이야. 여기서 40마일 떨어진 벽지로, 라파에트로 가는 노 상에 살고 있어." "그럼 됐어요, 40마일이라면 사흘이면 충분해요, 오늘 오후에 곧 떠 나기로 하겠어요. " "아냐, 안돼. 이제 곧 떠나라. 1초라도 지체해선 안 돼. 도중에서 지껄여도 안 된다. 그저 입을 곽 다물고 그저 자꾸만 가는 거야. 그러면 우리들로부터 혼날 것 없이 괜찮을 거란 말이다 알았나" 이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것으로, 이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서 내 가 잔 것이다. 자기 계획에 착수하기 위해서 나는 자유의 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서 떠나. 포스터 아저씨에겐 네 마음대로 아무 얘길 해 도 좋아. 짐이 네 검둥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구. 바보에겐 증서라 곤 필요없으니까. 적어도 이 남부에선 그런 작자들이 있다고 하는 얘 길 들었어 그 삐라와 현상금이 엉터리라고 말하고 왜 그런 짓을 했는 가를 설명하면, 모르긴 몰라도 네 얘길 아마 진짜로 들을 거다. 자 어 서 떠나, 포스터 아저씨에게 무슨 얘길 해도 좋지만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 도중은 말이다. 입을 꾹 다물고 절대로 얘길 해선 안 돼. 정신차 려." 그래서 나는 길을 떠나 그 시골 마을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뒤 돌아보진 않았지만 웬일인지 공작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언제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는 그 동안에 그만 녹아떨어지 고 말 것이 틀림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1마일쯤 곧장 시골 쪽으로 걸어간 다음 거기서 걸음을 멈추고는 숲을 빠져 펠프스 집을 항해 다시 돌아왔다. 나는 우물쭈물하는 일 없 이 내 계획에 곧 착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놈들 이 도망칠 때까지 짐의 입을 봉해 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놈 들과 성가신 일을 일으키긴 싫었다. 나로서는 싫증이 날 정도로 놈들 을 알고 있는 까닭으로 완전히 손을 끊어 버리고 싶었다.
제32장 새 이름
그곳에 이르고 보니 사방은 일요일처럼 고요한 것이 무덥고 해는 쨍 쨍 내리쪼이고 있었다. 머슴들은 모두 들일을 나가 있었다. 공중에서 는 딱정벌레와 파리가 웅웅거리는 희미한 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까닭 모르게 외로운 기분을 자아내 주며, 모든 사람이 죽어서 어디론지 가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고 있었다 또 산들 바람이 획 불어와 나뭇잎이 흔들리니 구슬픈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혼이 먼 옛날에 죽 은 사람의 혼이 - 서로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으므로 마치 자 기 일을 속삭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자기까지 죽어 버려 끝장을 내야겠다고 생각되는 것뿐이 었다 펠프스의 농장은 조그마한 초라한 목화농장으로, 그러한 농장은 대 개 비슷비슷하다. 2에이커 정도의 마당에는 횡목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그 울타리를 넘기 위해서 키가 각각 다른 통을 쭉 늘어놓은 것처럼 계단식으로 통나무를 톱으로 켜서 만든 발판이 있었고, 여자들이 말을 탈 때에도 그 위에서 뛰어올라 타게 되어 있었다. 털은 마당 쪽에는 초라한 풀밭도 있기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털이 다 빠진 헌 모자처 럼 아무것도 자라 있는 것이 없이 평평했다. 백인이 살고 있는 집은 커다란 두 채의 통나무집으로 잘 다듬지 않은 재목으로 되어 있었고, 틈새를 진흙과 몰타르로 틀어막아 놓았다. 그리고 이 진흙 줄무의에는 횐 회가 칠해져 있었다. 등근 그대로의 통나무로 만든 부엌은 커다랗고 폭이 넓으며 지붕만 달려 있는 낭하로 안채에 달려 있다. 부엌 뒤는통나무로 지은 훈제장이 있었고, 그 건너편에는 조그마한 통나무로 지은 검둥이 오두막집이 세 채 한 줄로 쭉 늘어서 있었다. 따로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한 채 저만큼 떨어진 뒤껼 울타리 옆에 있었고,그 건너편에 몇 채의 딴 채가 또 있었다. 그 조그마한 오두막집 옆에는잿물통파 비누를 고는 큰 솥이 놓여 있었고, 부엌 입구 옆에는 물이 든양동이와 바가지를 올려놓은 벤치가 있었다 몇 마리의 개가 그 근처에서 햇볕을 쪼이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서쪽 구석에는 해를 가려주 는 나무가 세 그루쯤 서 있었고, 까치밥나무 덤불과 구즈베리 덤불이 울타리 옆에 한 덩어리로 수북하게 자라 있었다. 울타리 밖에는 채소밭과 수박밭이 있었고, 그 다음부터 목화밭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목 화밭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숲이 시작되었다. 나는 빙 뒤껼으로 돌아 잿물통 옆 발판을 넘어 부엌 쪽으로 향했다.조금 가자 물레바퀴 소리가 붕하고 높아졌다가 다시 붕하고 낮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나는 정말 죽어 버리고 싶었다. 이보다도 쓸쓸한 소리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별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자꾸만 앞으로 나아갔 다. 유사시에는 신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되는 대로 내맡겨두면 반드시 신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반쯤 왔을 때 우선 한 마리의 개가, 그 다음엔 다음 개들이 일어서서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물론 나는 걸음을 멈추고는 놈들과 얼굴을 맞대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짖어대는 시끄러운 소리란 이루 말할 수 없다1 채 15초도 못 되는 사이에 나는 바퀴통 꼴이 되고 말았다. 15마 리나 되는 개가 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짖으며 으르렁거렸다. 수는 점 점 늘어만 갔다. 울타리를 뛰어럼고 모퉁이를 돌아 사방에서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부엌에서 검둥이 여자 하나가 손에 국수방망이를 들고 뛰어나와 고
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티지, 절루 가 점박이, 절루 가, 이놈아" 여자는 우선 티지를, 다음에는 점박이를 그 방망이로 후려갈겼으므 로 두 마리는 짖으면서 저쪽으로 내뺐다. 그러자 다른 개들도 그 뒤를 따라 도망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곧 그 절반이 다시 돌아와 내 주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친구가 되려고 했다. 정말 개라는 것은 악의가 없는 짐승이다. 그 검둥이 여인 뒤에서 조그마한 검둥이 계집애 하나와 사내 애 둘이올이 거친 베 셔츠 하나만을 걸친 꼴로 어머니 옷에 매달려 그 뒤에서 부끄러운 듯이 내 쪽을 내다보고 있었다. 검둥이 애들은 늘 이렇게 했 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인 여자가 집에서 뛰어나왔다. 마흔다섯 내지 쉰 살 정도로, 모자도 쓰고 있지 않고 손에는 물레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 뒤를 그 여자의 애들이 마치 검둥이 애들이 하던 것과 똑같은 짓을 하면서 따라나왔다. 이 여자는 얼굴에 온통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것이 어렵다는 정도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너였구나 드디어 왔구나 그렇지" 나는 무심코 "예, 아주머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이 여자는 나를 확 껴안더니 내 두 손을 잡고 부서질 정도로 힘껏 쥐었다 눈에는 눈물이 넘쳐 떨어졌다. 그녀는 힘껏 껴안고 악수를 해도 부족하다는 듯이 계속 지껄였다. "넌 생각하던 것보다는 어머닐 안 닳았구나. 하지만 그까짓 아무려면어때, 널 만나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정말, 정말 깨물어 먹고 싶 을 정도야 얘들아, 이건 너희들 사촌 톰이란다. 인사해." 그러나 애들은 눈을 내리깔고는 입에다 손을 문 채 어머니 뒤에 숨어있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리즈, 어서 급히 뜨거운 조반을 준비해. 혹 배에서 아침을 먹었을 까" 내가 배에서 먹었다고 하자 그녀는 내 손을 끌고 집 쪽으로 걸어갔 고, 애들은 뒤에서 따라왔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나를 등의자에 앉히고 자기는 내 앞에 놓인 얕은 걸상에 걸터앉아 내 두 손을 잡으면서 또 말문을 열었다 "자, 이젠 네 얼굴이 잘 보이는구나. 정말 몇 해 동안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구나 이제 겨우 그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구나 집에선 2,3일 전부터 이젠가 저젠가 하고 고대하고 있었단다. 어째 늦 었니 배가 좌초라도 되었었니" "그렇습니다. 마님. 배가‥‥‥ "그렇습니다. 마님이 다 뭐냐. 살리 아주머니라고 그래, 그럼 어디서좌초를 당했지"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배가 강을 올라왔는지 내려갔는지 몰랐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대개 직감으로 처리해 버렸다.그리고 내 직감은 그 배가 훨씬 하류인 올린즈 쪽에서 올라왔다고 가 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쪽 사 주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주의 이름을 뭐 라고 하나 만들어 내거나, 또는 좌초당한 사주의 이름을 잊어 버린 척 하거나 둘 중 어느 쪽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때 좋은 생각이 하나 머리에 떠올라 이렇게 말했다. "좌초 때문에 늦은 건 잠시였어요. 실린더 대가리가 터졌어요." "어머나 누구 다친 사람은 없었니" "없었어요, 마님. 검둥이가 하나 죽었을 뿐‥‥‥‥ "그건 참 다행이구나. 때때로 사람이라는 것은 다칠 수도 있으니까.2년 전에 네 사이러스 숙부가 뉴올린즈에서 '랠리 룩'호로 강을 올라왔 는데, 그때 배 실린더 대가리가 터지는 바람에 사람이 하나 병신이 되고 말았단다. 아마 그 사람은 결국 죽었을 거야. 그 사람은 침례파 신 자로, 베이튼 루즈에 사는 그의 가족을 사이러스 숙부는 잘 알고 있었 단다. 옳지, 이제 생각나는군. 그 사람은 정말 죽고 말았단다. 괴저가 일어나 절단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던가 수술을 했지만 헛수 고였어. 그래 괴저였어 정말 그랬어. 온몸이 새파래지고는 영광에 빛 나는 부확을 바라면서 죽고 말았지. 볼 만한 광경이었다더라, 사람들 말이. 네 숙부는 너를 맞으러 매일같이 마을로 나갔단다. 오늘도 한 시 간 전에 나갔으니까 이제 곧 돌아을 거야. 도중에서 만났을 텐데, 너 못 만났니 왜 나이가 든, 저 ...... "아뇨, 살리 아주머니. 아무도 못 만났는데요, 배가 마침 새벽녘에 도착했으므로 짐을 선장 배에다 두고 시간을 보내서 여기 너무 빨리 도착하지 않도록 마을 구경을 하고. 또 겸해서 시골 쪽으로 가보았어 요. 그래서 뒷길로 해서 왔지요." "짐은 누구에게 부탁하구" "아뇨, 아무에게도 부탁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런 짓을 하다간 도둑을 맞게." "내가 감춰 둔 곳이라면 도둑질을 당할 것 같진 않던데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에서 조반을 먹었느냐" 그것은 오싹 소름이 끼치는 살얼음이었지만, 그러나 나는 이렇게 대 답했다 "내가 거기 서 있는 걸보고 선장이 상륙하기 전에 뭐 좀 먹는 게 좋겠다고 하며 상갑판에 있는 사관 식당으로 데리고 가내가 원하는 걸 뭐든지 먹게 해줬어요." 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불안해졌다. 아까부터 애 들 쪽으로 주의를 집중하여 한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질문을 좀 하여 내가 대체 누군지 알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를 주 지 않고 펠프스 부인은 쉴새없이 지껄이고 있었다 얼마 후에 펠프스 부인은 내 등골이 오싹해질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넌 이렇게 지껄이고 있으면서도 형님 안부며, 누구 얘기도 한 마디 없으니 어떻게 된 젬이냐 자, 이걸로 난 얘길 그만 할 테니까 이젠 네가 좀 해보렴. 하나도 빼놓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잘들 지내고 있는지 어떤지, 나에게 어떤 안부를 전했는지, 생각나는 대로 전부 얘기해 봐." 자,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정말 난처했다 이제까지는 신은 그래도 틀림없이 내 편을 들어주었지만, 그러나 이제야말로 나는 좌초에 걸리고 말아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이대로 앞으로 나가려고 해도 전혀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두 손을 들고 항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사실을 실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을 때, 펠프스 부인은 나를 붙잡고 급히 침대 뒤로 데리고 갔다. "자, 돌아오셨다 머릴 좀더 숙여. 옳지, 옳지 됐어. 그러면 네 모습 이 보이지 않아. 여기 있는 걸 알려선 안 돼. 잠깐 내가 장난을 해보일 테니까. 너희들 아무 소리도 하는 게 아니다. " 이건 정말 큰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을 해본댔자 소용 이 없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벼락이 떨어지면 획 뛰어나갈 수 있도록 대기를 하고 있을밖에 딴 길이 없다. 나는 들어온 노신사를 한번 흘낏 보았을 뿐으로, 침대가 그 사람을 감춰 버렸다 펠프스 부인은 신사에 게로 뛰어들며, "그 애 왔수" 하자, "아니" 하고 남편이 대답했다. "아니 저런, 대체 어떻게 된 셈일까" "나도 모르겠는걸. 정말 걱정되어 죽겠는데." "걱정된다구 난 이제라도 당장 이칠 것만 같은데 그 앤 꼭 왔을 텐 데 당신은 길에서 그 앨 놓친 거예요. 꼭 그래요 웬일인지 그렇게만생각되 는군요. " "원, 당신두, 내가 길에서 그 앨 놓쳤을 것 같수, 천만에......그건 당신도 알 텐데 . " "하지만 저런 ......형님이 뭐랄지 몰라 그 앤 틀림없이 왔을 거예요당신이 놓쳤어요, 그 아일." "아, 그렇잖아도 맘을 조리고 있는데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마우. 대 관절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모 르겠구려 게다가 맘이 불안해서 꼭 죽을 지경이야. 하지만 필경 그 애 가 왔을 리가 없어. 왔다면 내가 놓칠 리 만무하니까 여보, 큰일났구 려. 정말 큰일났구려. 필경 배에 무슨 일이 생겼을 거요" "아니 사이러스 저쪽을 좀 봐요 누가 오지 않아요" 신사는 침대머리에 가까운 창가로 달려갔다. 이것이 펠프스 부인이 노리고 있던 기회를 주었다. 부인은 급히 침대다리 쪽으로 몸을 굽혀 나를 잡아끌었으므로 나는 나왔다. 신사가 창에서 돌아와 보니 부인은 활활 타고 있는 집처럼 생글생글 웃으면서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내가 매우 점잖게 식은땀이 나을 지경으로 서 있었다. 노신사는 눈을 흡떴 다. "아니, 그아인 누구요" "누구라고 생각해요" "정말 모를 노릇인데, 누구요" "톰 소여 예요" 놀라고 말고가 없었다. 정말 나는 허리가 빠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노인은 남의 속도 모르고 다짜고짜 내 손을 확 붙잡고 흔들며 언제까 지 흔들고 있었다. 그동안 부인은 춤을 추며 뛰어돌아다니는 등. 웃는 등, 우는 등 정말 야단이었다. 그러고 나서 둘 다 시드와 메리. 그밖의집안 식구들에 관한 질문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제아무리 기뻐했다 하더라도 내가 기뻐한 것에비교하면 그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만 같았 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아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두 시간 동안이나 나에게 얼어붙은 것처럼 바싹 달 라붙어 앉아 마침내 나중에는 내 턱이 그만 뻣뻣하게 되어 이 이상 더 움직이지 않게 되기까지 나는 우리 집안 식구에 관해 - 결국 그건 소 여의 집안 식구들이지만 - 여섯 개의 소여 집안에서 일어난 것보다도 더 많은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또 화이트강 화 구에서 실린더 대가리가 터져 그것을 고치는 데 사흘이 걸렸다는 것도 자세히 설명했다. 모든 게 정말 근사하게 된 셈이었다. 두 사람 다 그 것을 수선하는 데 왜 사흘이나 걸렸는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으로 실 린더 대신 나사못 대가리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모든 게 멋지게 통했으 리 라. 이제야말로 나는 한편으론 마음이 후련해지며 턱 놓였지만 또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톰 소여인 척하고 있는 것은 쉽기도 하고 마음편한 일이었다. 그 마음편한 생각은 얼마 후 기선이 콩콩 기침을 하면서 강을 내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계 속되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만일 톰 소여가 저 배로 온다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이제라도 이리곧장 들어와서 내가 가만히 있으라는 눈짓을 할 사이도 없이 내 이름 을 큰 소리로 부르면 어떻게 하지 옳지, 그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이다. 절대로 안 된다. 한길로 나가서숨어서 통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래서 나는 마을로 짐 을 찾으러 갔다오려고 생각한다고 두 사람에게 말했더니 노신사가 함 께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뇨, 나는 혼자서 말을 몰 수 있으니까 더 폐를 끼치긴 싫습니다" 했다.
제33장 왕과 공작의 가련한 최후
그래서 나는 짐마차를 몰고 마을로 향했다 절반쯤 갔을 때 저쪽에서짐마차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틀림없이 톰 소여였다. 나는말을 세우고 톰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서라" 하자 그 마차와 내 마차는 나란히 섰다 톰은 입을 가방 만하게 크게 벌리고는 언제까지 벌린 채로 있었다.그러고 나서 목이 타는 듯이 두서너 번 침을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너에게 아무 나쁜 짓을 한 기억이 없어. 그건 너도 알 테지.그렇다면 뭣 때문에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나에게 달라붙어 날 괴롭히려고 하는 거냐" "난 다시 돌아온 게 아냐. 언제 내가 죽었었어 야 말이지." 내 말소리를 듣자 통은 얼마간 제정신으로 돌아왔는데, 그렇다고 해 서 완전히 납득이 간 것도 아니었다. "날 속여선 안 돼. 나는 널 속이진 않을 테니까. 진짜 넌 유령이 아 니지 " "진짜 난 유령이 아냐 " "응, 그래......난......난 말이야......이걸로 물론 얘기는 다 된 셈이지. 하지만 웬일인지 나에겐 석연치 않아 암만해도. 이봐, 그럼 넌 전 혀 죽었던 게 아니었단 말이냐" "그렇구말구, 내가 죽긴 왜 죽어. 난 모두를 속인 거야. 내 말이 믿 어지지 않는다면 이리 와서 날 좀 만져 보란 말이야." 그래서 톰은 하라는 대로 했고, 그걸로 해서 납득이 갔다. 그리고 또 다시 나를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꼴이었다 그는 곧 모든 얘길 듣고 싶어했다. 위대한 모험이며, 신비적이어서 톰 의 급소를 찌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분간 내버려두기로 하자고 하고, 톰의 마부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하고는 우리는 조금 앞까지 마차를 몰고서 내가 이제 어떠한 곤경에 빠져 있는가를 톰에게 알리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톰은 잠시 자기를 내버려두고 방해를 하지 말라고 하고는 열심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더니,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됐어. 내 가방을 네 마차에다 싣고 네 가방인 척하고 있으란 말이 야 그리고 알맞게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슬슬 말을 몰고 돌아가란 말이야 나는 마을로 잠시 들어갔다가 다시 출발하여 너보다 15분이나 한 30분쯤 늦게 도착할 테니. 너는 처음에는 날 알고 있는 척은 안해도 좋아." "그럼 됐어. 그러나 잠깐만 기다려. 또 하나 할 얘기가 있어 나밖엔 아무도 모르는 얘기야 그건 말이야, 저,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려는 검 둥이가 하나 있어 짐이라고 하는...그 왓슨 아주머니네 짐 말이야," 이 말에 톰은 음성을 높여, "뭣이 그런데 짐은... 톰은 뒷말을끊고는 생각에 젖어 있다. 나는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너는 그런 짓은 더럽고 치사한 일이라고 할 테지. 하지만 어떻다는 거야 난 야비한 인간이야. 그러니까 짐을 훔쳐낼 작정이야. 그걸 네가 가만히 눈감아 주었으면 하는 거야 그렇게 해주려나" 이 말에 톰은 눈에 광채를 띠며 말했다 "난 네가 짐을 훔쳐내는 걸 도와 주겠어" 이 말을 듣고 나는 총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다.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을 듣기란 난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톰 소여 도 그 사나이값이 떨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 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검둥이 도둑 톰 소여라니 "바보 소리 마 농담이지." "농담이라니, 천만에 . " "그럼 됐어, 농담이건 아니건 도망친 검둥이 얘기가 어디서 나오거 든 넌 그런 놈의 얘긴 전혀 모르고, 나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여기서 톰은 가방을 내 짐마차에다 넣고서 자기는 마을 쪽으로 다시 돌아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물론 나는 너무도 기쁜 나머 지, 그리고 생각할 일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천천히 말을 모는 것을 감쪽같이 그만 잊어 버리고는 거리로 봐서 너무도 빨리 도착하고 말았 다. 노신사는 문간으로 나와서, "야, 이건 근사하구나 그 암말이 이렇 게 빨리 뛰리라곤 신의 조환데 시간을 재뒀더면 좋았을걸 그랬군. 게 다가 털에는 땀도 붙어 있지 않구나. 한 방울도 붙어 있지 않아, 이상 한데. 이러고 보니 100달러를 주겠다고 해도 팔고픈 생각이 없는데, 정 말. 그걸 전엔 15달러에 팔아 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만한 가치밖에 없 는 줄 생각하고. " 노신사의 말은 이것뿐이었다. 이렇게 순박하고도 선량한 노인은 난생 처음이다. 하지만 그것은 별 로 놀랄 것이 못 되었다. 그는 그저 농부에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목사이기도 했기 때문으로, 목화 경작지 뒤꼍 저쪽에다 조그마한 통나 무로 지은 교회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그는 교회와 학교를 겸해서 자기 비용으로 지은 것으로, 설교는 돈을 받아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 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한 푼도 받지를 않았다. 남부에는 이러한 농 부 겸 목사가 그 외에도 많았다. 반 시간쯤 지난 후에 톰의 마차가 정말 층계 바로 옆에 와 닿았다.샬리 아주머니는 창 너머로 그것을 보았다. 불과 50야드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까. "저봐, 누가 왔나봐 누굴까 타관 사람 같은데, 지미."(그것은 아이중의 하나였다.) "리즈한데 뛰어가서 점심 접시를 하나 더 내놓으라고 그래라." 집안 식구들은 모두 현관 쪽으로 급히 몰려갔다. 왜 그런고 하니 물론 타관 사람은 별로 오는 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따라서 오기만 하면 신기해서 황열병 정도의 소동이 일어났다. 톰은 계단을 넘어서 집 쪽으로 걸어오고, 마차는 마을 쪽 길을 달려가 버렸다. 우리는 모두 현관에 모였다. 톰은 가게에서 산 양복을 입은 위에 청중을 가지고 있어 - 그것은 언제나 톰 소여가 좋아하는 바였다. 이러한 처지에 있으 면서도 톰은 그것에 알맞는 풍을 몇 개 덧붙인다는 것은 그에겐 너무 나도 용이한 일이었다. 톰은 양처럼 온순하게 마당으로 들어설 그러한 소년은 아니었다. 숫양처럼 유유히 빼면서 들어왔다 우리들 앞으로 오자.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나비들의 방해를 하지 않도록 상자 뚜 정을 연다는 그러한 식으로, 자못 품위 있고도 우아하게 모자를 벗고 는 "아치볼드 니콜라스 댁인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노신사가 받았다. "쯧, 저런 가엾어라, 마부에게 속았구나.니콜라스 댁은 아직도 3마일이나 더 가야 해. 어쨌든 자 들어와, 들어 와" 톰은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이젠 너무 늦었군. 마부도 보이지 않네." "그럼, 가버렸다니까 그러니 우리집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점심이나 좀 먹어. 그러고 나서 마차 준빌 해서 니콜라스 댁까지 데려다 줄 테니 " "원, 그런 폐를 끼쳐서 되겠습니까 별 말씀을 다. 난 걸어가죠. 멀 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걸려서 보내다니, 그런 짓을 하면 남부의 손님 대접법에 어긋나네. 자, 어서 들어와." "자, 어서 들어오지." 샬리 아주머니도 등을 밀었다 "폐가 되긴 무 슨 폐가 된다고 그래. 조금도 그럴 게 없는데. 푹 쉬었다 가요. 3마일 이나 되는 먼지투성이의 길을 걸어서 보내다니 될 말인가. 더군다나 총각이 오는 걸 보고 난 접시를 하나 더 놓으라고까지 했는데. 그러니 까 우릴 섭섭하게 해선 안 돼. 자, 어서 안으로 들어와 푹 좀 쉬어." 그래서 톰은 마음으로부터 그들에게 치하하고는 결국 주인 청을 받아들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는 오하이오주 힉스빌에서 온 자 로 월리엄 톰프슨이라고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톰의 입에서는 수다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는데, 힉스빌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해서 발명해 낼 수 있는 데까지 마구 꾸며 대는 바람에 나는 그만 걱정이 되어, 이것이 나를 이 난처한 입장에서 건져주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고 도리어 불안해졌다. 오랫 동안 혼자 지껄이면서 톰은 목을 길게 뽑고는 샬리 아주머니의 입에다곧장 똑바로 키스를 하고, 다시 편히 의자에 물러앉더니 또 계속 지껄였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뛰어 일어나 손등으로 입을 훔치며, "이 뻔뻔 스러운 녀석" 하고, 톰은 다소 감정을 상한 듯한 얼굴로 이렇게 받아 넘겼다. "이런, 놀라셨군요, 마님." "놀라, 대관절 날 뭘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놈 혼을 단단히 내줘 야지, 내게 키스를 하다니 어떡할 작정이지" 톰은 겸손한 태도를 지었다. "어떡할 작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마님. 악의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구요. 난......난......키스를 하면 마님이 좋아하리라고 생각해서." "뭐라고 이 천치놈아" 그녀는 물레방망이를 쳐들어 그걸로 찰싹 때 리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는 시능을 했다. "뭣 점에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야" "저, 그건 모르겠는데요. 그저 사람들이...... 사람들이 그러더군요,마님이 그렇게 하고 싶어할 거라고." "사람들이 그랬다구 그따위 소릴 하는 놈 모두가 미친놈이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글쎄 세상에사람들이라니, 누구 말이냐" "뭘요, 모두 그러던데요. 모두들 그랬어요, 마님." 부인은 때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눈은 활활 타고, 손가 락은 쥐어뜯고 싶어 죽겠다는 듯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란 누구냐 말이야 어서 그 이름을 대봐 대지 않으면 너 같 은 바보가 하나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되는 거야." 톰은 슬픈 듯이 일어나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더러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모두들 다같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마님에게 키스를 하라고 했어요. 마님이 좋아할 거라고 말예요. 모두 그랬어요 ......하나도 빠지지 않고. 하지만 마님, 죄송했습니다. 이젠 안해요 ......정말 다신 안하겠습니다 " "다신 안한다구 흥, 필경 다신 안할 테지 그야" "그렇습니다. 정말 안하겠습니다. 다신 안하겠습니다. 마님이 해달라고 하실 때까진. " "해달라고 아니, 세상에 이런 꼴을 보기는 처음이야1 너 같은 놈들 은 내가 부탁하기 전에 천지창조 이래의 메두셀라(969세까지 살았다는 성경 속의 인물 창세기 제5장에 나옴) 같은 천치가 되어 자빠져 있을 게 다. " "그럼, 큰일났군요.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모두가 그러길래 나도 그러 리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 여기서 톰은 말을 끊고는 어디서 동정해 줄 눈초리라도 찾으려는 듯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노신사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렇게 물었다. "마님은 내가 마님에게 키스를 해주었으면 하고 그걸 바라고 있었다 고 아저씬 생각지 않으셨어요" "뭘, 아냐 아냐, 저 난...... 응,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어." 여기서 톰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와 시선이 마 주치자 이 렇게 말했다. "톰, 넌 샬리 아주머니가 두 팔을 펴고 이렇게 말하리라곤 생각지 않 았니, '시드 소여 하고...... "아니 뭐" 갑자기 부인이 끼여들어 다짜고짜 그에게로 달려들며,"이 뻔뻔스런 고약한 녀석아 아니 이 녀석아,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글쎄...... 이러면서 그를 확 껴안으려고 했지만 톰은 그것을 막 으며, "안돼요. 우선 나에게 부탁하기까진, 아주머니가." 그래서 부인은 즉시로 부탁하고는 몇 번씩 톰을 껴안고는 키스를 했 다. 그러고 나서 노인 쪽으로 톰을 떠밀었으므로 노인은 그 찌꺼기를 받았다 그리고 소동이 좀 가라앉자 부인이 이야기했다 "정말 이렇게 놀라긴 난생 처음이구나. 우리는 톰만 올 줄 알았지 너까지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구나. 형님 편지에도 톰 외엔 누가 온다 고 써 있지 않았고." "그건 톰만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졸라댔더니 겨우 톰이 떠날 직전에야 나도 가도 좋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 서 강을 내려오면서 나와 톰은 우선 톰이 먼저 이리 오고 나는 나중에 늦게 모르는 사람처럼 슬쩍 나타나면 집안 식구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 고 생각했던 것이에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샬리 아주 머니, 여긴 타관 사람이 오기엔 안전한 장소는 아니군요." "그렇구말구, 뻔뻔스러운 건방진 장난꾸러기들이 오기엔 말이지, 시 드. 그저 네 녀석 턱을 한번 먹여댔으면 좋겠다만. 이렇게 화가 나긴 생전 처음이야. 하지만 이젠 괜찮아 무슨 일을 당해도 괜찮아. 너희들 이 여기 와주기만 한다면 이런 장난은 천번 당해도 기꺼이 참겠다 그 러기로서니 아까 그 장난은 정말 네가 그렇게 쭉 소리를 내며 나에게 키스를 했을 때엔 사실이지 난 깜짝 놀라 어떻게 될 뻔했단다. " 우리는 집과 부엌 사이에 있는 그 넓은 복도에서 점심을 먹었다. 테 이블 위에는 일곱 사람분의 음식이 듬뿍 놓여 있었다. 게다가 그 음식 이 모두 따뜻하고 이제 방금 만들어진 음식으로, 밤새도록 축축한 지 하실 찬장 속에 넣어 두어서 아침이 되면 다 식은 오래된 식인종의 두 꺼운 살덩어리 같은 맛이 도는 그러한 굳은 고기는 아니었다. 사이러스 아저씨는 왜 긴 식전 기도를 올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 고, 기도라고 하는 방해물이 곧잘 음식을 식히고 마는 것을 보아 왔지 만 아저씨의 기도는 음식을 식히는 일도 없었다. 오후 내내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나와 톰은 늘 조심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도망친 검둥이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 지 않았었고, 그렇다고 해서 또 우리들이 이야기를 그쪽으로 끌고 가 기에도 겁이 났다. 그러나 그날 밤 식사 때 사내애 하나가, "아버지.톰과 시드와 나, 이렇게 셋이서 구경가도 될까요7" 하고 물었다. "안돼, 신파 같은 건 없을 거다 있다 하더라도 가선 안 돼 그 도망 친 검둥이가 버튼과 나에제 엉터리 신파 얘길 전부 들려주어 버튼은 그 얘길 모든 사람에게 한다고 했으니까 지금쯤 사람들은 벌써 그 뻔 뻔스러운 건달놈들을 마을에서 쫓아 버렸을 거다. " 이것 봐라, 큰일이구나 하지만 나로선 어떻게 할 길이 없었다. 톰과나는 같은 방에서 한 침대에 자기로 되어 있었다. 피곤했으므로 우리 는 저녁 식사가 끝나자 곧 인사를 하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 으로부터 기어나온 다음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마을 쪽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왕과 공작에게 신변의 위험을 말해 줄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을 터이니까, 급히 가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반드시 붙잡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는 도중에 톰은 내가 학살을 당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아빠가얼마 후에 자취를 감추고 만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짐이 도 망을 쳤을 때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것 등을 얘기해 주었다 나는 '왕 실의 걸작' 악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간이 허용하는 한 뗏목을 타고 강을 내리던 때의 이야기를 낱낱이 톰에게 들려주었다 마을로 들어와 보니 - 여덟 시 반이었다 - 저쪽에서 횃불을 든 사람들이 노 도처럼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와아 와아 떠들어대기도 하고, 또 양철냄비를 마구 때리기도 하고. 호각을 불기도 하면서 돌진해 왔다 우리는 그 행렬을 보내기 위해서 길 한쪽으로 얼른 비켰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 보니 그들이 왕과 공작을 철봉 위에다 올려 앉히고는 지고 가는 것이 보였다. 둘 다 전신이 콜타르와 깃털로 덮여 있고, 도저히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한쌍의 머간 크지 않은 군모의 깃털 장식 같았으나 나는 린치를 당하고 있는 두 사람이 왕과 공작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오싹 몸서리가 쳐졌다 그 리고 이 가엾은 악당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고, 아무리 해도 이 두 놈 을 미워할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인간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해 매우 참혹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젠 어떻게 할 길이 없다. 뒤떨어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들 얘기가 모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신파 구경을 가서 쥐 죽은 듯이 가만 히들 있었는데, 불쌍한 왕이 무대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판 에 누가 손짓을 하자 구경꾼 전원이 와아 하고 일어서서 두 놈에게로 몰려갔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후 우리는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까지의 건방진 생각은 없어지고, 웬일인지 자기가 천박하고 비열한 인간 처럼 느껴지고, 웬일인지 또 자기가 나쁜 짓을 한 것처럼 마음속이 편 치 않은 것을 느꼈다 하기야 아무것도 한 일은 없었지만. 이것은 언제 나 마찬가지로,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 이다.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은 사물의 도리를 깨닫지 못해도 어쨌든 인간을 책할 뿐이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도 사물의 도리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죽여 버릴 테다. 양심은 인간의 내장 전부가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도 좀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 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것이다. 톰 소여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했다.
제34장 짐을 격려하다
우리는 이야기를 그만두고 생각했다. 얼마 후에 톰이 말했다 "이봐, 허클, 아직까지 이게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니 우린 참 바보 였구나 난 짐이 어딨는지 알 것만 같애." "정말, 어디야" "잿물통 옆의 오두막집이야. 생각해 봐, 우리가 밥을 먹고 있을 때 검둥이 하나가 먹을 걸 그리로 날라가는 걸 못봤냔 말이야" "봤지 . " "누구에게 줄 거 라고 생각했느냐 말이야" "개지 뭐 야. " "나두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나 실은 개에게 주는 게 아냐." "왜 " "왜라니, 수박이 있었으니까 그렇지." "옳지 그랬어 나도 봤어. 개가 수박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니 큰 실수였군. 인간은 뭔가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다니까. "' "한데 말이야, 그 검둥인 오두막집에 들어갈 때 자물쇠를 열고, 나와 서는 또 잠그더라. 우리가 테이블에서 물러설 때 아저씨에게 열쇠를 갖다 주었어. 그 열쇠가 틀림없어. 수박은 사람이라는 걸 가리키고, 열 쇤 죄수라는 걸 가리키는 거지 뭐야. 요까짓 손바닥만한 농장에서, 게 다가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만이 있는 곳에 죄수가 둘이나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아. 죄수는 짐이야. 옳지, 난 탐정과 같은 방법으로 그걸 찾아낸 것이 여간 기쁘지 않아, 다른 방법은 딱 질색이야. 자. 너 잘 좀 생각해서 짐을 구해 낼 방법을 궁리해 보란 말이야. 나도 생각할 테 니 그리고 가장 좋다고 생각한 것을 택하기로 하자."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년이지만 얼마나 훌릉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 일까 만일 내가 톰 소여와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공작으로 해준 다 하더라도, 서커스의 익살꾼으로 해준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것과 바 꾸지 않겠다. 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것은 결국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훌륭한 계획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은 애당초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톰이 물었다. "됐니" "응." "옳지, 그럼 얘기해 봐 " "내 계획은 이래. 저기 있는 게 짐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돼. 알게 되면 내일 밤 카누를 물에서 건져내어 섬에서 뗏목을 가져온단 말이 야. 맨 처음 달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에, 자러 간 아저씨의 주머니에 서 열쇠를 훔쳐내어 짐을 데리고 강을 뗏목으로 내리는데 나와 짐이 그전에 하던 것처럼 낮에는 숨고 밤에는 행동한단 말이야 이 계획이 잘 될까" "잘 되겠냐고 물론이지. 쥐 싸움처럼 당장에 끝이 나구말구. 하지만그건 너무 간단해서 재미가 전혀 없잖아 그런 너무 쉬운 계획이란 재 미가 없어. 거위젖처럼 싱거워. 이봐 허클, 그런 짓을 하는 건 비누 공 장에 뚫고 들어간 만큼의 평판밖엔 되지 못할 거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으레 톰이 그러한 말을 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은 자기의 계획이 일단 결정되고 마는 날에는, 이와 같은 반대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계획도 그랬었다. 톰은 자기의 계획을 들려주었는데, 그 양식부터가 벌써 내 계획의 15배나 가치가 있었고,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한다는 것은 내 계획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그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만족했고, 그 놈을 하 자고 동의했다 그것이 어떠한 계획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것이 그대로 이행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고, 톰이 그 계획을 실행하면서 여기저기서 바꾸어 가며, 기회 있는 대로 새로운 생각을 첨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대로 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한 가지만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톰 소여가 진지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 검둥이를 훔쳐내는 데 조력하려는 태도였다. 이것은 나에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톰은 가정교육이 훌륭한 아이며, 집에는 점잖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는 그 가문에 똥칠 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영리하며 바보는 아니다. 아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무식하지 않았다. 악의가 없고 친절하다. 그런데 이 애는 자존 심도 정의도 감정도 다 버리고는 이와 같은 일에 손을 대어, 모든 사람 들 앞에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얼굴에다 똥칠을 하려는 것이 다. 나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것은 천만 뜻밖의 일로,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었어도 말해 주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야 비로소 톰의 참된 벗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당장에 단 념케 하여 그의 몸을 지키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래서 실제로 그 렇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지만 톰은 나의 입을 막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도 대체 내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그걸 알고 있지 않단 말야" "모르긴 왜 몰라, 알고 있지." "나는 그 검둥일 훔쳐내는 것을 돕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했지 ." "그럼 그걸로 됐지 뭐야." 이것이 톰이 얘기한 전부이며, 또 내가 말한 전부이기도 하다 그 이 상 말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톰은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해 내고야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톰이 왜 이렇게까지 자진해서 이 일에 관여하려고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고는 이 이상 마음을 쓰지 말자고 결심했다. 톰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한다고 한 이상 나로서는 그것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우리들이 집에 이르고 보니 집안은 컴컴하고 죽은 듯이 고요했다. 우리는 잿물통 옆 오두막집을 조사해 보러 갔다. 개들 상태를 알기 위해 서 마당 안을 지나간 것인데, 개들은 우리임을 알자 시골 개가 밤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지르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오두막집까지 오자 정면과 양쪽을 조사하고, 내가 아직 모르고 있던 쪽, 즉 북쪽 왜 높은 곳에 네모진 창이 하나 있고, 거기에 튼튼한 한 장의 판자를 못으로 박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좋은 게 있구나. 우리가 저 판자를 빼버리면 그 구멍으로 짐이 기어나을 수 있을 게 아냐. " 톰이 이내 말을 받았다. "그런 건 오목과 학교를 까먹는 것처럼 거저먹기로 할 수 있지. 난 그것보다는 좀더 복잡한 방법을 썼으면 좋겠단 말이야. 허클 핀." "그럼 요전에, 내가 죽기 전에 한 것처럼, 톱으로 통나무를 잘라서 짐을 구출해 내면 어떨까" "그쪽이 낫긴 해. 정말로 수수께끼 같고, 귀찮고, 좋긴 좋아. 허나 그 배나 오래 걸릴 것이 틀림없이 있을 거야 서두를 건 없으니까 좀더 그 근처를 찾아보기로 하자." 뒤껼 오두막집과 울타리 사이에 울타리에 기대어 지은 판자 헛간 비 슷한 게 하나 있었는데, 오두막집과는 처마로 연결되어 있었다. 길이 는 오두막집과 같았으나 폭은 좁았고, 6피트 정도였다 문은 남쪽에 붙 어 있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통은 비누를 고는 가마 쪽으로 가서그 근처를 뒤져, 뚜껑을 여는 데 쓰는 쇠도구를 들고 와 그것으로 자물쇠 하나를 비틀어 열었다. 쇠사슬은 떨어지고,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성냥을 그어 보니 헛간은 오두막집에 기대어 지었을 뿐 붙어 일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또 헛간에는 마루도 없고. 있는 것은 몇 자루 녹슨 괭이니 삽이니 곡괭이니 이가 부러진 가레 따 위가 있을 뿐이었다. 성냥은 꺼져 버렸고, 우리도 헛간에서 밖으로 나 와 또 고리못을 박고는 아까처럼 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톰은 자못 유쾌한 모양이었다. "자, 이걸로 됐다. 짐을 파내기로 하자. 일주일은 걸릴걸" 그 다음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나는 됫문으로 해서 안으로 들어갔 다 녹비 걸쇠의 끈을 약간 잡아당기면 되는 것이다. 이 집사람 들은 자물쇠를 채우는 법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톰 소여는 이것은 너 무나도 싱거운 일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피뢰침 장대를 기어올라가 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절반쯤 세 번이나 기어오르고는 그때마 다 굴러떨어져, 더군다나 맨 마지막에는 하마터면 골을 깨고 말 판이 었으므로 본인도 단념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한 참 쉬고 난 다음에 다시 한번 재수를 보기 위해서 해보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성공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먼동이 틀 무렵에 일어나서 개들을 삶아놓기도 하고, 또 짐에게 음식을 나르는 검둥이와 접근하기 위하여 검둥이 전 용 오두막으로 갔다 - 먹을 것을 받아 먹고 있는 것이 짐이라고 한다 면 검둥이들은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는 밭일을 나가는 길이었다 짐 의 검둥이는 양철 냄비에다 빵과 고기와 그밖의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산처럼 쌓아가지고 다른 검둥이들이 막 오두막을 나가려고 할 때에 집 에서 열쇠가 왔다. 이 검둥이는 사람이 좋을 것 같은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고수머리 전체를 실로 몇 개의 조그마한 단으로 땋고 있었다. 그것은 마 녀를 몰아내는 부적이었다. 그는 요즈음 마녀가 밤마다 어찌나 자기를 괴롭히는지, 온갖 이상한 물건을 보여 주기도 하고 또 이상한 말과 소 리를 들려 주기도 하여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마법에 걸리기란 처 음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도 흥분한 나머지 자기 괴로움만 지껄이고 있는 동안 자기가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그것을 깜빡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틈을 타서 톰이 한 마디 물어보았다. "이 먹을 건 뭘 하는 거야 개에게 주는 건가" 검둥이 얼굴에 마치 벽돌 조각을 진창 웅덩이 속에다 던져 넣었을 때처럼 점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럼, 개구말구유, 시드 도련님. 게다가 이상한 개지. 가보고 싶어 유" "응, 가보고 싶어 ." 나는 팔꿈치로 톰을 쿡 찌르고는 속삭였다. "이런 새벽녘에 벌써 가는 거야 그런 계획이 아니었잖아" "그래. 하지만 이젠 그럴 계획이야." 어깰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간 것이지만, 나는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자 너무 컴컴해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과연 짐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알아보았던지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건 허클 도련님이 아닌가 그리고 저건 톰 도련님이고" 나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애당초부터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리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로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으며,비록 알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는 없었으리라 예의 그 검둥이가 대번에 이렇게 큰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아니 뭐야, 어럽쇼 이잔 도련님들을 알고 있는가유" 이젠 꽤 사방이 잘 보이게 되었다 톰은 그 검둥이를 물끄러미, 그리 고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누가 우리들을 알고 있다고" "누구냐구유, 여기 있는 이 도망친 검둥이지 누군 누구야유" "난 이놈이 우릴 알고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데. 한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구유 이 작자가 이제 방금 도련님을 알고 있는 듯이 막 큰 소릴 지르지 않았느냐 말이야유" 톰은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당황한 태도로, "그렇다면 참 이상한 노릇인데. 누가 큰 소릴 질렀다구 언제 큰 소릴 질렀다는 거야 뭐라 구 큰 소릴 질렀다는 거야" 이러고 나서 톰은 시치미를 딱 떼면서 내 쪽으로 돌아서며 물었다. "넌 누가 큰 소릴 지르는 걸 들었나" 물론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그러자 이번에는 톰은 짐 쪽으로 돌아서며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일이 없다는 듯이 흘낏홀낏 그쪽을 훌
어보았다. "그래 임잔 큰 소릴 질렀나" "아뇨, 아무 말도 안했어유." "한 마디도" "네, 한 마디도." "임잔 우리들을 전에 만난 일이 있었나" "아뇨, 기억이 없는뎁쇼." 그래서 이번에는 미친 듯한 얼굴로 혼란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검둥이 쪽으로 돌아서며 톰은 날카로운 어조로 쏘아붙였다. "대관절 임잔 어떻게 됐다는 거야 어떻게 돼서 누가 큰 소릴 질렀다 고 생각한 거지" "아아, 그 지긋지긋한 마녀 탓이군요, 나으리. 정말 난 죽고 싶어유. 놈들은 늘 이 짓을 해서는 날 그만 죽일 만큼 놀라게 한단 말예유. 하 지만 이 얘길 아무에게도 말아줘유, 제발. 그렇잖으면 사이러스의 큰 나으리한테 혼이 나니까유. 큰 나으린 마녀 같은 게 어디 있느냐고 야 단 야단이시 거든유 이제 여기 계시면 얼마나 좋아, 그러면 큰 나으린 뭐라고 하실 테지 이번 만큼은 뺄 구멍이 없을 거야, 마녀를 시인할밖에 하지만 세상은 늘 이래. 바보는 죽어야 신세를 면한다구 세상 일 을 조사하여 손수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단 말이에유. 그리고 이쪽에서 찾아내어 알려줘도 그걸 신용하지 않거든유." 톰은 그에게 10센트 은화를 한 닢 주며, 우리는 아무에게도 그 얘길안하겠다고 하고는 그 돈으로 실을 사서 머리를 묶으라고 했다 그러 고 나서 이번에는 짐을 쳐다보며, "사이러스 아저씬 이 검둥이 놈의 목 을 매달아 죽일지도 몰라. 만일 내가 도망칠 만큼 은혜를 모르는 검둥일 붙잡는 날엔 그놈을 그대로 내버려두진 않을 테야. 꼭 목을 매달아 죽이고야 말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검둥이가 문간 쪽으로 가서 자꾸만 그 은화를 들여다보면서 진짠가 아닌가 시험해 보느라 깨물어 보 고 있는 동안에 톰은 짐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우릴 아는 척해선 안 돼. 그리고 밤에 땅을 파는 소리가 나면 그건우리야. 우린 짐을 자유의 몸이 되게 하려는 거야." 짐에게는 겨우 우리들의 손을 붙잡고 꼭 누를 시간밖에 없었다 그때 검둥이가 돌아왔으므로 소원이라면 언젠가 또 함께 와줘도 좋다고 했 다. 그러자 검둥이는 제발 좀 그렇게 해달라고, 특히 컴컴할 때에는 제발 좀 그렇게 해달라고, 마녀는 대개 컴컴할 때 나오니까 그때 누가 함께 와주면 참 고맙겠다고 하며 반색을 했다
제35장 음모
아침 식사 시간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은 남았다 우리는 오두막을 떠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 까닭은 톰에 의하면, 작업 상태를 보기 위해서는 아무거라도 좋으니 그 무슨 불빛이 있어야만 하고, 등불은 너무 도 밝아서 귀찮은 일을 일으킬지도 모르며, 우리들이 구해야 할 것은 여우불이라고 부르는 어두운 장소에 많이 놔두면 희미한 광선을 발산 하는 썩은 나무덩어리를 많이 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한 아름씩 들고 와 풀 속에 감춰 놓고는 앉아서 쉬었다. 톰은 못마땅한 얼굴을 지었다 "정말 이 일 전체가 참으로 쉬워서 다루기 거북하기 짝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어려운 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힘들단 말이야. 마취제를 써 야 할 감시인도 없구. 그렇지, 감시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 텐데, 수 면제를 줘야 할 개 한 마리 없으니. 짐은 10피트의 쇠사슬로 침대 다리에 한쪽 발이 결박되어 있을 뿐이니까 침대를 쳐들어 쇠사슬을 벗겨내면 그걸로 그만일 테고, 그리고 사이러스 아저씨는 모든 사람을 다 신용하고는 열쇠는 그 호박대가리 검둥이에게 주어 버리고는 그 녀석을 감시할 감시인 하나 없단 말이야. 짐은 벌써 먼 옛날에 그 구멍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단 말야. 다만 10피트의 쇠사슬을 발에다 달고 도망을 쳐본댔자 소용없는 일이긴 하지만. 제기랄, 이런 싱거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이야, 세상에 정말, 허클, 생전 처음이군. 이쪽에서 모든 어려운 일을 발명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다니 그래 정말 할 수가 없어 여기 있는 재료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돼. 어쨌든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결국 어려움이나 위험을 제공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그걸 하나도 제공해 주지 않을 때 이쪽 머리에서 그런 것들을 전부 짜내야 할 경우,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그 사나이를 구출해 내면 그 만큼 명예로운 일이 된다는 거야. 저 말이야, 저 등불 하나만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란 말이야 차디찬 현실 문제가 되고 보면, 우리는 등불 은 위험하다는 척이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아니냐 말이야 뭘 그야 마음만 내키면 횃불 행렬로 일을 할 수도 있긴 하지, 난 그렇게 믿어. 한데 이런 걸 생각해 보니 기회 있는 대로 어서 톱을 만들어 낼 물건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겠단 말이야, 우린." "톱은 뭣에 쓰게" "뭣에 쓰냐구 쇠사슬을 푸는데 짐의 침대 다릴 자르지 않아도 된단 말이냐" "아니, 이제 방금 넌 침대를 쳐들어 가지고 쇠사슬을 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어디까지 역시 넌 너구나, 허클 핀. 그저 넌 한다는 게 유치 원식의 일밖엔 생각이 나지 않는단 말이지. 대관절 넌 책이라는 걸 읽었느냐 말이야 - 트렌트 남작(오스트리아의 군인으로 1740년 마리아 테레사를 위해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로 돌아가 투옥되다. 그의 저서 '자서 전'은 널리 알려져 있음)이니, 카사노바(1725∼1803, 1776년 베니스 감옥 탈출의 고심담은 그 '회고록'에 기록되어 있음)니, 벤베누토첼리니(이탈리아 의 애국자. 1538년 세인트 안젤로 성에 감금되었다가 익년 그 성을 탈출한 당시의 사정은 '자서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음)니, 앙리 4세(프랑스 국왕)니 하는 그러한 영웅들의 얘길 하나도 읽은 일이 없느냐 말이야 그런 할망구 같은 식으로 죄수를 구출했다는 얘긴 들은 적이 없어. 하기야 최상의 권위자들이 하는 식에 의하면 침대 다리를 둘로 썰어서 감쪽같 이 그대로 해놓고는 톱밥은 눈에 띄지 않도록 깨끗이 삼켜 버리고 제 아무리 고양이 같은 눈을 가진 집시의 눈에도 다리가 잘려 있다는 것 을 전혀 알 수 없고, 다리가 완전하다고 생각되게끔 그 자른 장소 주위 에다 진흙과 기름을 발라 두는 거야. 그러고 나서 준비가 모두 끝난 날 그 다리를 걷어차면 침대는 좌당 쓰러지고 쇠사슬은 풀리고 말아 자유 의 몸이 되는 거야 다음은 다만 밧줄 사다리를 흉벽에다 걸치고 그걸 타고서 기어내려가 못 속에서 다리를 분지르기만 하면 돼. 왜냐하면 밧줄 사다린 19피트나 길이가 모자라니까 그렇지. 그러면 그곳에는 말 과 심복 부하가 기다리고 있어 널 쳐들어 안장 위에다 던져 줄 테니,그럼 넌 말을 몰아 고향인 랑구독크니 니봐르니 그밖의 아무 데라도 가기만 하면 된단 말이야 어때, 신나지, 허클 핀 이 오두막에도 못이 하나 있으면 근사할 텐데 그랬군. 짐을 내놀 때 시간이 있다면 어디 못 을 하나 파볼까 " "오두막 아래로 짐을 몰래 내놓겠다고 하는데 못은 무슨 못이야" 그러나 톰은 이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가 있는 것도 그밖의 모든 것도 잊어 버리고 턱을 괴고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얼마 후 에 톰은 한숨을 쉬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냐, 그건 안돼. 그렇게 할 만한 필요조건이 부족해." "뭣 땜 에 " "뭘, 짐의 다릴 잘라 버리는 거지." "아니 얘가" 내 입에서는 큰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그럴 필요까지뭐가 있어. 대관절 뭣 땜에 짐의 다릴 자르겠다는 거지" "그건 말이야, 가장 훌륭한 권위자 중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쇠사슬이 풀어지지 않아서 손 을 자르고는 도망친 거야. 다리라면 더 좋지. 하지만 그것만큼은 그만 둬야 해. 게다가 짐은 검둥이니까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테 구, 또 유럽에선 그게 습관으로 돼 있다는 걸 알 까닭도 없을 테구하니. 그러니까 그만두기로 하자 하지만 요것 하나만큼은 할 수 있지. 짐도 밧줄 사다리라면 가질 수 있단 말이야. 우리들이 욧잇을 찢으면 밧줄 사다리를 만들 수 있을 게 아니냐 말야. 그걸 파이 속에 넣어서 들여보내면 되지 않아, 대개 그렇게들 하는 거야. 난 그보다도 더 지독한 파이를 먹어 본 적도 있는데 뭐." "어이, 톰 소여, 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짐에게 밧줄 사다리가 뭣 땜에 필요하다는 거야" "밧줄 사다린 꼭 필요해. 너야말로 무슨 소릴 하느냐고 해주고 싶구 나.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 있잖구 짐은 꼭 밧줄 사다리가 필요하다니 까. 다들 그래 ." "대관절 뭣에 쓰게" "뭣에 쓰냐구 침대 속에 감출 수 있겠지, 안그래 그러니까 짐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허클, 너는 하나도 정식대로 하고 싶지 않은 모 양이구나. 늘 신기한 것만 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애. 만약 짐이 그 밧 줄 사다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한다 밧줄 사다린 도망친 후에도 침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단서가 될 게 아니야 그리고 사람들은 단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지 않아, 넌 물론 필요로 할 것이 뻔하지. 그런데 단서를 남겨놓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변칙이 어딨어난 그런 소릴 듣진 못했어." "응 그래. 그게 규칙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밧줄 사다릴 갖게 해야만한다면 괜찮아, 그럼 짐에게 갖게 하도록 하지 뭐. 난들 규칙에 어긋나 는 일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하지만 여기 문제가 하나 있어, 톰 소여 우리가 만일 짐의 밧줄 사다리를 만드는데 욧잇을 찢는다면 그 때문에 한사코 샬리 아주머니와 으르렁거리게 될 게 아니야.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떨까, 힉코리 나무 껍질 사다리는 돈이 들지 않고, 헛 버리는 게 없고, 네가 만들려고 하는 어떠한 헝겊 사다리 못지않게 파 이 속에 틀어넣을 수도 있고, 또 짚이불 속에 감출 수도 있을 게 아니 냐 말이야 게다가 또 짐으로 치고 보면 경험이 없으니까 아무거라도 상관없을 게.. "쩟, 너두 참, 내가 너만큼 무식하다면 난 가만히 있을 테다. 입을 꾹 다물고, 정말 가만히 있을 테다. 국사범이 힉코리 사다리로 도망쳤다는 얘길 난 들은 적이 없어, 아직까지. 그런 싱거운 소리가 세 상에 어딨어 " "그럼 됐어 톰, 너 좋을 대로 해. 한데 말이다. 내 충고를 받아들여 준다면 빨랫줄에서 나에게 욧잇 하나만 빌려 줄 수 없겠느냐 말이야." 그건 좋겠다고 톰도 동의했다. 그것이 톰에게 또다른 생각이 떠오르 게 했다. "셔츠도 한 장 빌리도록 해 . " "셔츠는 뭘 하게. 톰" "짐더러 거기다 일기를 쓰게 하기 위해서지 " "일기, 무슨 얼어죽을 일기야. 짐이 무슨 글씨를 쓸 줄 안다구" "쓸 줄 모른다고 하더라도 헌 백람 스푼이나 헌 철통테 부스러기로 짐에게 펜을 만들어 주면 셔츠에다 그걸로 표를 찍을 순 있잖아" "뭘 그래, 톰, 거위의 깃털 하나만 뽑으면 그보다 몇 배 좋은 펜이 되잖아, 게다가 빠르기도 하고." "펜을 만들기 위한 깃털을 빼라고 어떤 놈의 거위가 죄수가 들어 있 는 지하실 주위를 뛰어돌아다닐 거냔 말이야, 이 바보야. 죄수라는 건 손이 닿는 곳에 있는 헌 놋쇠 촛대니 그런 등속의 아주 단단한 절대로 부러질 염려가 없는 가장 귀찮은 걸로 펜을 만드는 거야. 그걸 뽀족하 게 하는데 몇 주일씩 몇 달씩 걸리거든. 벽에다 갈아서 뽀족하게 해야 하니까. 비록 손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죄수라는 건 거위 깃털을 쓰 려고 하진 않아. 본식이 아니니까 " "그럼 잉크는 뭘로 만들어 주지" "대부분의 죄수는 쇠녹과 눈물로 잉크를 만들지만, 이건 흔해빠진 잉크로 여자들이나 하는 장난이야. 최고의 권위자는 자기 피를 사용하는 거야. 짐은 그걸 할 수 있어 그리고 어디 자기가 은폐되어 있는가를 전세계에 알리려는 극히 짧고도 흔해빠진 것을 몰래 알리고 싶다면 양 철 접시 아래에다 포크로 써서 창 밖으로 내던져 버리는 거야. 철가면 은 언제나 그렇게 한 거야. 그건 멋진 방법이지." "짐에게 어디 양철 접시가 있어야 말이지 먹을 건 냄비에다 넣어서 갖다 주니까. " "그런 건 아무려면 어때. 우리가 양철 접시를 넣어 주면 되잖아." "접시에다 쓴 짐의 글씨를 읽어 낼 사람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 "그런 건 아무문제도 안돼. 짐이 해야 할 것은 접시에다 써서 내던지는 그것뿐이 야. 뭘, 죄수가 양철 접시니 뭐에다 쓴 그 절반은 아무도 읽어내지 못하는데 뭐." "그럼, 왜 접시를 못 쓰게 하는 거야" "그러면 어때, 그 죄수의 접시는 아닐 테니까." "하지만 접시 주인이 있을 게 아냐" "그렇지, 그게 어떻다는 거야 비록 누구의 접시라고 할망정 죄수가 뭐 그런 거에다 마음을 쓸 줄 알아." 여기서 톰은 말을 끊었다. 아침 식사를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숲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오전중에 나는 빨랫줄에서 욧잇과 횐 셔츠를 한 장 씩 빌려, 헌주머 니를 하나 찾아 거기다 이것들을 넣었다. 숲으로 들어가 여우불을 낱 낱이 주워서, 이것도 주머니 속에다 넣었다. 나는 아빠가 늘 그랬으므로 빌린다는 말을 쓴 것인데, 톰은 그것은 빌리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고 했다. 톰은 우리는 죄수의 대표자라고, 그리고 죄수라고 하 는 것은 무엇을 손안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 수단 방법은 문제가 아니며, 또 아무도 죄수를 탓할 권리는 없는것이라고 했다. 죄수가 도망치는데 필요한 물건을 훔치는 건 죄가 안 된다 그렇게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죄수를 대표하고 있는 한 여 기 있는 물건 중에서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탈옥에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이나 훔칠 권리가 있다. 만일 우리들이 죄수가 아니라고 하면 이 야기는 전혀 다르다. 죄수도 아닌데 훔치는 것은 천한 인간이 하는 짓 이라고 톰은 말했다. 그래서 그 근처에 있는 물건은 원이고 간에 훔치기로 했다. 그러나 그후 어느 날 내가 검둥이 밭에서 수박을 훔쳐가지 고 와서 먹었을 때엔, 톰은 마구 화를 내며 나에게 까닭도 이야기하지 않고 검둥이에게 10센트 은화를 갖다주고 오라고 펄펄 뛰며 야단이었 다 톰은 자기가 말한 의미는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을 훔쳐도 좋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수박이 필요해서 훔쳤노라고 그랬더니 통 은 탈옥하는 데 수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그게 잘못이라고,만일 네가 그 속에다 칼을 감추어. 그것으로 집사를 죽이기 위해서 몰래 짐에게 그것을 주는데 수박을 필요로 한다면 자기는 다른 잔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는 말을 끊었다. 그러나 나는 수박을 훔칠 때마다 그렇게도 많은 자질구레한 구별을 일일이 앉아서 생각해 야 한다면 죄수를 대표해서 무슨 이익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야기를 바꾸어, 우리는 그날 아침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일에 착수하 여 누구 하나 마당에서 얼씬도 안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후에 야 톰은 예의 그 주머니를 헛간으로 운반하여 갔고, 한편 나는 좀 떨어 진 곳에 서서 감시를 했다. 얼마 후 톰이 밖으로 나왔으므로 우리는 장 작더미 있는 데로 가서 그 위에 올라앉아 이야기를 했다 톰이 먼저 입 을 열었다. "도구 외엔 만사가 잘 되었어. 도구도 문제없이 구할 수 있을 거야 " "도구라니" "그래 . " "뭐하는 도군데" "뭐하냐고 물론 파는 도구지. 설마 이빨로 긁어서 짐을 끌어낼 순 없겠지 , 어때" "저기 있는 못쓰게 된 곡괭이로도 검둥이 하나쯤은 능히 파낼 수 있 을 게 아냐" 톰은 이쪽이 울고 싶을 만큼 불쌍하게 보이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 았다. "허클 핀, 넌 말이야, 죄수가 땅을 파서 탈옥하는데 곡괭이니 삽이니 그밖의 여러 가지 편리한 도구를 옷장 속에다 가지고 있더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가 한데 말이야, 너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런 걸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기회가 그 죄수를 영웅으로 만들어 놓는 다는 거지 그렇다면 차라리 열쇠를 빌려 주어 당장에 해버리는 게 낫 지 않아. 곡괭이와 삽이라구, 그런 건 왕두 손안에 넣기 어려울걸." "그렇다면 곡괭이와 삽이 필요없다면 뭣이 필요하다는 거야" "두 자루의 칼집에 든 칼이지 뭐야." "그걸루 저 오두막집 아래 토댈 파내는 거야" "그럼 . " "쩟 쓸데없는 소리 마, 톰." "아무리 쓸데없어도 상관없어. 그게 올바른 방식이라는 거야 '그밖에내가 들은 방식이라곤 하나도 없고, 난 이런 얘길 조금이라도 쓴 책이 라면 안 읽어 본 책이 없는데, 반드시 칼집에 든 칼로 파는 거야 게다 가 또 전부 흙만은 아냐. 대부분이 굳은 바위를 파내는 거야. 몇 주일 씩이나 걸리는 거야. 이봐 마르세이유 항구에 있는 디프 성 지하 감옥 에 갇혀 있던 죄수 하나를 생각해 보란 말이야.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구멍을 파고 탈옥한 거야. 얼마나 오래 팠으리라고 생각하지" "모르겠는데 ." "자, 그럼 맞춰 봐." "모른대두. 한 달 반" "37년이야. 그리고 나와 보니 중국이더란 말이야. 그런 거야. 이 요 새 아래도 굳은 바위라면 좋을 텐데." "중국엔 짐이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어 "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야 여기도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 어. 한데 넌 왜 밤낮 뚱딴지 같은 소리만 하느냐 말이야. 왜 요점을 잡지 못하느냔 말이야. 넌" "좋아, 나오기만 하면 어디로 나오든 난 상관없어. 짐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짐은 나이를 먹었으니까 칼집 에 든 칼로 짐을 파낼 순 없을 거야 그때까지 살아 있진 못할 테니 까." "천만에, 살구말구 흙 토댈 파내는데 37년이나 걸리리라곤 넌 생각 하지 않을 테지. 어때" "얼마나 걸릴까, 톰" "글쎄, 사이러스 아저씨한테 소식이 오는 것도 그다지 먼 일은 아닐테니까 우리도 마음대로 시간을 바치단 위험해. 아저씬 짐이 뉴 올린 즈에서 도망쳐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지. 그러면 다음에 할 일은 짐을 광고에 내거나 그것 이슷한 짓을 할 테지. 그러니까 우린 짐 을 파내는 데 마음대로 시간을 바칠 순 없단 말이야. 사실은 한 2년쯤 은 시간을 바쳐야만 하지만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어야 말이지 앞일이 너무도 불안하니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난 생각하는데, 즉 말이 야, 우린 되도록 빨리 여길 파고 또 파서 그것이 끝나면, 우리 자신에 게 37년 걸린 걸로 치면 되잖아. 그렇게 해놓고서 정보가 있자마자 짐 을 납치해 가지고 그만 도망쳐 버리는 거야. 을지, 이게 제일 좋은 방 법 이 아닐까 하고 난 생각하는데 ." "을지, 그건 분별이 있는 소리군. 37년 걸린 걸로 해놔도 돈이 한 푼드는 것도 아닐 테고 또 조금도 귀찮지도 않구. 그럴 필요만 있다면 우 린 150년이 걸린 것으로 해놔도 상관없을 테지. 그렇게 해놓으면 착수 한 뒤에도 힘들지 않을 테구. 자 그럼 이제부터 당장 가서 칼집에 든 칼을 두 자루 훔쳐 내도록 하자." "세 자루 훔쳐내 와 톱을 만드는 데 한 자루 더 필요해." "톰, 이런 말을 해도 정식이 아니라는 등, 신앙심이 없다는 등 하고그런 낀잔을 듣지 않는다면 말하겠지만, 훈제실 뒤 비 막는 벽판자 아 래에 낡은 녹슨 톱 하나가 꽂혀 있던데 그래." 이 말에 톰은 다 귀찮다는 듯한 맥이 빠진 모양을 지으며 이렇게 말 했다 "참, 이런 젠장. 넌 소귀에 경 읽기로구나. 어떤 걸 가르쳐 줘도 소용없으니 어서 칼이나 훔쳐 와 세 자루다. " 그래서 나는 하라는 대로 했다
제36장 탈옥 준비
그날 밤 모든 집안 식구들이 잠들어 버렸다고 깨닫자, 우리는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붙여서 지은 오두막집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는 여우불을 한 덩어리 수북이 꺼내놓고 일에 착수했다 토대가 되는 통나무 한복판을 따라 한 4,5피트 가량 걸려대는 것을 전부 깨끗이 치워버렸다. 톰은 이제 우리는 짐의 침대 바로 뒤에 있으니까 그 아래를 파내려가자, 그러면 다 뚫어낸 후에도 짐이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으로, 거기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짐의 이불이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기 때문에 그 구멍을 보려면 이불 을 쳐들고 아래를 내려다봐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칼집에 든 칼로 거의 한밤중이 될 때까지 열심히 팠다. 그랬더니 그만 녹초가 되어 버려 손에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거의 판 것 같지도 않았다.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다. "이건 37년간의 일이 아니라 38년간의 일이지, 톰 소여." 톰은 한 마디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한숨을 쉬고 나서 파는 것을 그 만두고는, 꽤 오랫동안 생각에 젖어 있더니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이건 안 되겠군, 허클, 일한 것 같지가 않아, 도무지. 우리가 죄수라면 이걸루두 좋아.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고 서둘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파는 건 감시원이 교대하는 동안의 몇 분 동안이니까 손에 물집이 생길 리가 없어. 그리고는 몇 해 동안이라도 자꾸만 파내려갈 수도 있고, 올바르게 도리어 맞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나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 말이지, 어물어물하고 있을 틈이 없어, 단 번에 해버려야지. 한시가 바뻐. 허나 만일 또 하룻밤을 이런 꼴로 보내 야 한다면, 물집이 없어지려면 일주일이나 쉬지 않으면 안 되겠구먼 그래 적어도 그만큼 되지 않고선 칼에 손도 대지 못할걸." "그럼 어떻게 하면 좋지, 톰" "이렇게 하면 돼. 그렇게 하면 정당하지도 못하고 또 도의에도 맞지 않는 일이고 해서 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그러나 방법 이라곤 그거 하나밖에 없어. 우린 곡괭이로 짐을 파내고선 칼집에 든 칼로 한 것으로 치잔 말이야." "옳은 말이야. 됐어" 나도 맞장구를 쳤다. "네 머린 점점 좋아져 가는구나, 톰 소여. 도의에 맞건 안 맞건 파는 데 곡괭이가 제일이야. 나 에 관한 한 그 도의니 나발이니 하는 소린 쥐방귀 같은 소리야.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의 책이니 훔치려고 한 때에는 훔치기만 한다면 무슨 수단으로 훔치든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내 검둥이거나 수박 이거나 주일학교의 책이란 말이야. 그래서 곡괭이가 제일 편리한 물건 이라면, 난 그 곡괭이로 그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의 책이니를 파내기만 하면 됐지, 권위자가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그 따 위 건 내 알 바가 아냐 " "한데 말이야" 톰은 말을 이었다 "이런 경우에 있어선 곡괭이로 칼 집에 든 칼 대용을 하는 척하는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구선 난 찬성도 안하고 또 멍하니 서서 규칙이 깨지고 마는걸 보고만 있지도 않지 왜 그런고 하니, 옳은 건 어디까지 옳고 그른 건 어디까지나 그른 거니까, 무식해서 그 이상은 모르는 사람은 예외지만 좌우간 그른 일을 해도 좋다는 건 절대로 아냐. 네가 짐을 곡괭이로 파 내가지고 칼집에 든 칼을 쓴 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도 상관없을 거야. 너에겐 그 이상의 지혜가 없으니까 말이야. 허나 더 세상일을 알 고 있는 나에게는 그건 안 되는 소리야.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톰은 자기 것을 옆에다 놓고 있었지만 나는 내것을 집어서 주었다.그러자 톰은 그걸 내동댕이치며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했다.
나는 대관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그러나 이럭저럭하는 동안에 생각이 났다. 나는 헌 도구 속을 뒤져서 곡괭이를 찾아 그것을 톰에게 주었다. 톰은 그것을 받아들고 파기 시작했는데 말이라곤 한 마디도 없었다. 톰은 늘 이렇게 까다로웠고, 또 주의에 철저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삽을 들고 둘이서 서로 도구를 바꿔 가면서 곡괭이로 파는 등 삽으로 파는 등, 그야말로 열심이었다 우리는 반 시간이나 이런 상태로 계속했지만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결과 상당 히 큰 구멍이 되고 말았다. 이층으로 돌아가 창에서 밖을 내다보았더니 톰이 열심히 피뢰침을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톰은 두 손이 너무도 아팠으므로 창까지 기어오를 수는 없었다. 애를 쓰다 말고 톰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돼 못 올라가겠어. 무슨 "있어. 허나 정식 방법이라곤 생각지 않아 계단을 오르는 거야. 그 리고 그걸 피뢰침이라고 해두면 되잖아" 톰은 그대로 했다. 다음날 톰은 짐에게 펜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백랍 스푼과 놋쇠 촛대 하나씩과 수지 양초 여섯 개를 훔쳤다 나는 검둥이 오두막집 근 처를 배회하며 기회를 노려 양철 접시 세 개를 훔쳐냈다. 톰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짐이 내던진 접시는 창구 아래에 피어 있는 카밀레꽃과 나팔꽃 속으로 떨어질 테니, 아무 눈에도 띄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걸 다시 가져다. 또다시 짐에게 쓰도록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때서야 톰은 만족한 모양이었다. "한데 생각해야 할 것은, 여러 가지 물건을 무슨 수로 짐에게 주느냐하는 거지 . " "구멍을 다 파내거든 그 구멍으로 가지고 들어가면 되잖아" 톰은 사람을 경멸하는 듯한 얼굴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아무도 아직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에 톰은 두서너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지만, 아직 어느 것으로 할지 결정할 필요는 없다. 이 일을 우선 짐에게 의논해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10시 조금 지나서 우리는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초를 하나 들고 가서 창구 아래에서 귀를 기울였다. 짐은 코를 골고 있었으므로 초를 안으로 던졌지만 짐은 잠을 깨지 않았다 그런 다음 우 리는 곡괭이와 삽을 들고 일에 착수했고, 2시간 반 정도로 일을 끝마쳤 다. 우리는 짐의 침대 아래로 해서 방안으로 기어들어가 손더듬으로 초를 찾아 불을 붙였다 우리는 잠시 짐의 앞에 서서 짐의 몸에 아무 이상도 없는 것을 보고는 가만히 짐을 깨웠다. 우리를 보고 짐은 너무 도 기쁜 나머지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 우리를 도련님이니, 그밖에 또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애칭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쇠사슬을 다리에 좋은 생각이 없나"서 잘라 버릴 정을 찾아다 달라, 한시라도 지체할 것이 없이 내빼겠다 고 애원했다. 그러나 톰은 그것이 정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는, 다 음 앉아서 우리들의 계획을 낱낱이 짐에게 털어놓았다. 또 정보가 있는 즉시로 일순간에 그 계획이 변동되고 말 거라는 것을 말하고, 반드시 도망칠 수 있게 해줄 테니 조금도 걱정 말고 있으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래서 짐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그후 우리는 잠시 옛날 얘기에 꽃을 피웠다 톰은 여러 가지 일을 물 었는데, 짐이 사이러스 아저씨는 기도를 올리러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번씩은 꼭꼭 와주고, 사이러스 아주머니는 짐이 잘 지내며 먹을 것 도 충분한가를 보러 와 주며, 두 사람 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다고 하자 톰이 말했다. "이걸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겠구먼 그 사람들을 시켜서 물건을 전하도록 해야겠군." 내가 끼여들었다. "그런 짓은 제발 그만둬. 그런 바보 소리는 들은 적이 없어" 하고 말렸지만, 톰은 내 말 같은 건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그저 자기 얘기만 계속 지껄였다. 일단 계획을 세우면 늘 그는 이러했다 그래서 우리는 짐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는 검둥이인 낫트로 해서 밧 줄 사다리가 든 파이와 그밖의 큰 물건들을 차입시켜야만 하겠다는 것 과 짐이 정신을 바짝 차려가지고 놀라서는 안 된다는 것과, 낫트에게 그런 물건들을 여는 것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과, 우리들이 조그마한 물건을 아저씨의 윗웃 주머니 속에다 넣어 둘 테니 그것을 훔쳐내 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 기회 있는 대로 아주머니의 앞치마 끝에다 매거나 앞치마 주머니에다 넣어 두거나 할 테니, 그것도 훔쳐내지 않 으면 안 된다고 하는 얘기를 했고, 또 그것이 어떠어떠한 물건이며 그 용도가 무엇이라는 것도 설명해 주었다.
그 다음 어떻게 해서 피로 셔 츠에다 일기를 써야 하는지와, 그밖의 여러 가지 일을 가르쳐 주었다.톰은 짐에게 낱낱이 일러주었다. 짐은 그 얘기의 대부분이 도리에 어 긋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백인이었으므로 자기보다는 지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그것으로 만족하여 톰이 얘기한 그 전부를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짐은 옥수숫대로 만든 파이프와 담배를 많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우 리는 마음을 터놓고 유쾌하게 지냈다. 그러고 나서 구멍으로 기어나와 집으로 자러 돌아왔지만, 우리의 손은 마치 무엇에 물린 것처럼 되어 있었다. 톰은 자못 기분이 좋은 것만 같았다. 난생 처음 재미난 일을 해보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지능적이기도 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는 일평생 이 일을 계속하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이 일을 맡겨 짐을 구출하게 하자, 짐은 이 일에 익숙하게 되면 될수록 점점 이 일이 좋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하면 80년 동안이나 연장되게 되어 장기 탈옥의 신기록을수립하게 될 테니 관계자 전부가 유명하게 될 것이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장작더미 있는 데로 가서 놋쇠 촛대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 그것을 톰의 백랍 스푼과 함께 주머니 속에다 넣었다 그 다음 검둥이 오두막집으로 가서 내가 낫트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고 있는 동안에 톰은 짐의 냄비 속의 옥수수빵 한복판에다 알맞게 자른 촛대 부스러기를 보기좋게 틀어넣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러 낫트를 따라 함께 간 것인데, 그것은 정말로 멋진 결과가 되고 말았다. 짐이 덥썩 물어뜯는 순간 이가 전부 부러지는 것이 아닌가고 생각될 만큼 세게 깨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지게 되기란 자기로서도 정말 처음이라고 톰은 말하고 있었다. 짐은 흔히 빵 속에 섞여 있는 돌부스러기나 무엇인 척하고 있던 것인데, 그 후로는 우선 포크로 서너너덧 군데 찔러 보고서가 아니면 절대로 무엇 이든지 깨물지를 않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어두컴컴한 한가운데 에 서 있는데 그때 개 2마리가 짐의 침대 밑에서 불쑥 솟아나왔다. 그리고는 차례차례로 삽시에 11마 리나 되어 버렸으므로 방안은 거의 질식될 만큼 비좁아지고 말았다.아니 이런 우리는 붙여서 지은 헛간의 문을 닫는 것을 그만 깜빡 잊어버렸던 것이다 낫트는 외마디로 "마녀다"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그만개들로 들끓고 있는 그 한복판에 나자빠져 죽고 말 듯이 신음소리를 질렀다. 톰이 날쌔게 문을 열고는 짐의 아침 식사용 고기를 한 덩어리 밖으로 내던졌으므로 개들은 우르르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2초 동 안에 톰 자신도 밖으로 나갔다가 또다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나는 톰 이 또 하나의 문도 닫아 버린 것을 알았다 그 다음 톰은 검둥이 간호 에 착수하여 달래는 등 부드럽게 위로의 말을 하는 등하며 또 무엇을 본 것 같았느냐고 물었다. 낫트는 일어 나서 눈을 껌벅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 렸다. "시드 나으리, 임잔 날 바보라고 하시겠지만 그러나 난 확실히 백만마리의 개니 악마니 뭐니를 봤다고 하지 않는다면 난 여기서 당장 죽 어도 좋아유, 정말. 시드 나으리, 난 확실히 봤어유. 봤을 뿐만 아니라만져봤어유, 나으리, 놈들은 막 내 위를 뛰어넘어갔어유. 그 마녀를 단한 번이라도 좋으니 꼭 하나 붙잡아봤으면 좋겠어유 꼭 한 번이라도 좋아유. 그것만이 내 소원이에유 허나 무엇보다도 난 놈들이 날 내버 려두었으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어유 정말." 톰이 그 말을 받았다. "그럼, 내 생각을 얘기해 볼까. 마녀들은 왜 하필 이 도망친 검둥이의 조반시에만 꼭 오느냐 말이야 그건 배가 고파서이지 그 때문이야.임잔 그놈들에게 마녀의 빵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돼 " "하지만 시드 나으리, 내가 무슨 수로 놈들에게 마녀의 빵을 만들어줄 수 있단 말예유내가 만들 줄을 알아야쥬. 그런 얘긴 들은 적도 없 어유." "응, 그렇다면 내가 손수 만들어야겠군." "만들어 주시겠어유, 도련님 만들어 주시겠어유 난 임자 발바닥이 라도 핥겠어유, 핥구말구유" "옳지, 그럼 만들어 주지, 임자 일이니까. 임잔 우리들에게 잘 해주 었고, 또 도망친 검둥이도 보여 주었으니까. 하지만 임잔 조심하고 있 지 않으면 안 돼. 우리가 오거든 저쪽을 보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냄 비 속에다 뭘 넣어도 아는 척해선 안 돼. 그리고 짐이 냄비에서 꺼낼 때에도 봐서는 안 돼. 뭔진 모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녀의 물건에 손을 대선 안 돼." "손을 댄다고, 시드 나으리 그게 무슨 말씀이슈 난 억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그런 것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줄 알구, 정말이에유 "
제37장 마녀의 파이
이것으로 이야기가 모두 결정되고 말았으므로, 우리는 그곳을 떠나 헌 구두와 넝마와 병 깨진 것과 구멍 뚫린 양철 제품과 그밖의 여러 가 지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 뒷마당 쓰레기더미로 가서 거기를 뒤져서 헌 양철 빨래 대야를 찾아냈다. 그것으로 파이를 굽기 위해서 될 수 있는 데까지 구멍을 잘 틀어막고는 지하실로 가지고 가서 거기다 가득히 밀 가루를 훔쳐 담은 다음 아침밥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지붕 판 자에 박는 못을 2개 발견했는데, 톰은 이거야말로 죄수가 감옥 담에다 자기 이름과 슬픔을 낙서하기에는 안성맞춤이 라고 하고는 그 중 한 개를 의자에 걸어 둔 사이러스 아주머니의 앞치마 주머니에다 넣고,또 한 개는 화장대 위에 있던 사이러스 아저씨의 모자테에다 꽃아 놓 았다. 애들이 아빠도 엄마도 오늘 아침은 도망친 검둥이의 오두막집으 로 가기로 되어 있어, 그것이 끝난 후에야 아침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에 톰은 백랍 스푼을 사이러스 아저씨의 저고리 주머니 에다 넣은 것인데, 샬리 아주머니가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잠 시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주머니는 드디어 오고야 만 것인데, 얼굴이 홍당무처럼 노해 가지 고 기분이 나빴으며, 식전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기도가 끝나자 아주머니는 한손으로 커피를 따르고, 골무를 긴 다른 한손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애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집안을 찾아 보았지만 당신의 다른 셔츠가 어디 갔는지 영 눈에 띄지 않는구려 . " 이 말에 내 심장은 폐와 간장과 그밖의 것 사이로 떨어지고 말고. 옥수수빵의 굳은 껍질 한 조각이 그 뒤를 따라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그 놈은 도중에 아래서 올라오는 기침과 충돌하여 테이블 저쪽까지 날아 가 애들 하나의 눈에 맞았으므로 그 애는 낚시용 지렁이치럼 몸을 움 츠리더니 함성과 같은 큰 소리를 질렀다. 톰은 턱밑 살 근처가 약간 파 래지고 이 바람에 온 좌석은 한 15초 가량 큰 난장판으로 변하고 말았 다 나는 나를 사가는 사람만 있다면 반값으로라도 좋으니 팔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후로는 모든 게 또다시 평온으로 돌아 갔다 우리들을 그렇게까지 서늘하게 한 것은 일이 너무나도 돌발적이 었기 때문이었다 사이러스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참 이상하구려, 모르겠는데. 벗은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데,왜냐하면......" "왜냐라니요, 당신은 한 장밖에 안 입고 있으니까 그렇지 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당신이 벗은 건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의 그 흐린 기억보다는 더 잘 알고 있어요. 그 셔츠는 어저께 빨랫줄에 걸려 있었으니까 그렇잖아요. 난 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요 뭐. 한데 그게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뿐이에요. 또 당신은 내가 새걸 만들 때까지 빨간 프란넬 셔츠로 바꿔 입을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는 것뿐이에요. 이건 2년 동안에 세번째 만든 셔츠예요. 당신에게 셔츠를 입혀 놓느라고 난 정말 눈알이 돌 지경이구려 대관절 당신이 셔츠를 다 어떻게 하는지 난 전혀 모르겠구려. 당신 나이가 되면 좀더 셔츠를 소중히 여길 법도 한데 그렇구려, 내 생각엔." "그만둬, 여보, 난 될 수 있는 데까진 소중히 여기는 거라우 한데 내 탓이 아닌 게 뻔하지 않냐 말이야. 내가 입고 있을 때 외엔 셔츠 구 경도 못할 뿐더러, 셔츠와 관계도 없으니까 그렇잖아. 게다가 또 내가 입고 있는 셔츠를 잃어 버린 일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난 " "옳지, 입고 있는 셔츠를 잃어 버린 일이 없다면 그건 당신 탓은 아 니겠지만, 당신이 잃어 버릴 수 있다면 꼭 잃어 버렸으리라고 난 생각 한단 말이에요. 게다가 잃어 버린 건 셔츠뿐이 아니구려. 스푼도 한 개 가 모자라요. 전부가 다 있지 않아요. 열 개 있던 것이 아홉 개밖에 없 구려. 셔츠는 송아지가 가지고 갔다고도 생각되지만, 글쎄 송아지가 스푼은 갖다 뭘 하우" "그밖에 또 잃어 버린 건 없수" "글쎄, 초가 여섯 개 없구려......사실은 쥐가 훔쳐갔을지 몰라요. 틀 림없이 그럴 거예요. 당신은 늘 쥐구멍을 막는다는 말뿐이지 막지 않으니까 쥐가 집안 물건을 전부 훔쳐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예요. 또 쥐가 바보가 아니라면 당신 머리칼 속에서 자겠구려, 여보. 그래도 당신은 그걸 모르고 있을 양반이에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스푼은 쥐 탓으로 돌릴 순 없으니까요." "아, 그렇군, 여보 마누라, 내가 나빴소, 나도 자인해, 그건. 늘 게 으름뱅이였지만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쥐구멍을 틀어막으리다 " "뭘 그러우, 서둘 게 없는 걸 가지고. 내년이라도 괜찮을 게 아냐요. 아니, 얘가, 마틸다 앤젤리나 아라민타 펠프스야" 이러면서 골무로 때리는 바람에 이 계집애는 얼른 설탕 단지에서 손을 움츠렸다. 마침 그때 검둥이 여자가 복도로 들어와서, "마님, 글쎄 욧잇이 한 장 보이지 않는군요" 하고 말했다. "욧잇이 없어졌다구 아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내 오늘 꼭 쥐구멍을 막으리다. " 이러며 사이러스 아저씨는 슬픈 얼굴을 지었다. "어머나, 가만 있어요 쥐가 욧잇을 끌고 갔다고 생각하셔요 어디 갔을까, 글쎄, 리즈" "영 모르겠어요, 마님. 어저껜 빨랫줄에 걸려 있었는데 그게 없어져 오늘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요." "이 세상도 끝인가보구나. 이런 변은 난생 처음이야. 셔츠에다. 욧잇에다 스푼에다, 초가 여섯 개...... "마님" 하며 젊은 혼혈여자가 들어왔다. "놋쇠 촛대가 없어졌어요." "귀찮아 절루 못 가 안 가면 이 냄빌 던질 테야" 정말 아주머니가 펄펄 뛰는 꼴이란 못 볼 지경이었다. 그래서 노기가풀릴 때까지 몰래 빠져나가 숲속에가 있자고 생각했다. 아주머니의 노기는 언제 풀릴지 몰랐으며, 흔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얌전히 있었다. 맨 나중에 사이러스 아저씨는 멋적은 듯이 주머니에서 예의 그 스푼을 끄집어냈다. 아주머니는 입을 딱 벌리고 손을 쳐든 채 그만 떠들던 것도 뚝 그치고 있었다. 한편 나 는 예루살렘이나 어디로 그만 도망을 가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상태는 그리 오래 계속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이런 말을 꺼냈기 때문 이다 "생각했던 바로 그대로군 그럼 당신은 애당초부터 그걸 주머니에다 넣고 계셨군요. 다른 것들도 필경 거기 들어가 있을 거예요. 어떡해서 스푼이 그런 델 들어가 있었을까" "난 정말 모를 일이오, 여보." 사과하는 투였다. "알고 있었다면 꼭 말했을 게 아냐. 난 조반 전에 사도행전 제17장의 설교 제목을 연구하던 중이었어 그래서 난 성경책을 넣는다는 것이 무심코 스푼을 거기 다 잘못 넣은 모양이지 아마. 아마 그럴 거요. 성경책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지 않아 그렇지만 어디 가보고 오리다. 그래 만일 성경책이 내 파둔 장소에 그대로 있다면 내가 성경책을 넣지 않은 것이 확실해. 그 리고 내가 성경책을 아래다 놓고 스푼을 집어들고, 그리고.... "아이구머니나, 제발 날 좀 쉬게 해줘요 너희들은 전부 절루 가 그리고 내 가슴이 가라앉을 때까지 내 가까이 오면 안 돼." 아주머니가 비록 큰 소리를 지르지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똑똑히 들렸을 것이며, 내가 죽어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일어서서 아주머니 분부에 복종했을 것이리라. 우리들이 거처하는 방을 빠져 나오려고 할 때 노인이 집어든 모자에서 지붕 판자용 못 이 하나 탁 마루에 떨어졌다. 그것을 노인은 그저 주워서 난로 선반에 다 놓고는 아무 말도 없이 나가 버렸다. 톰은 그것을 보고는 스푼 일을 생각했다. "안되겠는데, 아저씰 통해서 물건을 전달한다는 건 안 되겠어. 신용 이 안 가." 다시 말을 이어, "하지만 아저씬 아무것도 모르고 그 스푼 으로 우리들을 위한 일을 해주었으니까, 우리들도 아저씨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아저씨를 위한 일을 해주기로 하자 쥐구멍을 막아주면 어 떻겠느냐 말이야. "
지하실에는 굉장히 많은 쥐구멍들이 있었고, 그걸 막는 데 꼬박 한 시간은 걸렸지만 우리는 확고하고도 근사하게 그 일을 해낸 것이었다.그때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으므로 불을 끄고는 숨어 버렸다 아니나다를까 온 것은 아저씨로, 멍한 표정으로 한손에는 초를 들고,또 한손에는 구멍을 틀어막을 물건을 들고 있었다. 아저씨는 쥐구멍 하나 하나를 멍하니 들여다보며 전부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한 5분 동안 흘러내리는 촛농을 초에서 떼어 버리면서 생각에 젖은 모양으 로 장승처럼 서 있다가 얼마 후에 천천히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이 계 단 쪽으로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가만있자 대관절 언제 틀어 막았는지 나두 모르겠는걸. 이걸루 난 쥐 일로 해서 책잡힐 일은 없다고 하는 것을 마누라에게 증명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쩟,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버려두자. 그런 짓을 해본 댔자 별로 신통한 일도 없을 테니까." 이처럼 혼자 중얼거리면서 아저씨는 위로 올라가 버렸으므로 우리도 거기를 나왔다. 아저씬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이제도 그렇다. 톰은 어떻게 하면 스푼을 손안에 넣을 수 있을까 퍽 애를 썼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푼만큼은 수중에 넣어야 한다고 톰은 그 궁 리에 몰두했다 계획 하나가 머리에 떠오르자 톰은 그 계획을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샬리 아주머니가 오기를 스푼통 옆에 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오자 톰은 스푼을 세어서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슬쩍 소맷자락에다 밀어넣었다. 톰이 말을 걸었다 "이봐요, 아주머니, 스푼은 암만해도 아홉 개밖엔 안 되는군요." "어서 저리 놀러들이나 가라, 내 방해는 말구 내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손수 세어 보았으니까 " "그래도 아주머니, 나는 두 번 세어 보았는데요. 내가 세어 보니 암 만해도 아흡 개밖엔 안 돼요." 아주머니는 이제라도 터지고 말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물론 와 서 세어 보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했으리라. "어머나, 정말 아흡 개로구나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셈이냐...... 빌어먹을, 어디 또 한 번 세어 볼까." 여기서 나는 감춰 두었던 것을 슬쩍 돌려놓았다 아주머니는 모두 세 고 나서, "이게 어찌된 셈이냐, 에이 귀찮아, 이번엔 열 개구나" 하고 노한 듯한, 난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톰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주머니, 설마 열 개 있을라구요" "바보녀석. 내가 세고 있는 걸 넌 보고 있지 않았단 말이냐" "보고 있었어요, 하지...... "그럼 다시 한번 세어 보자." 여기서 나는 한 개를 슬쩍 훔쳐내었고, 스푼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 홉 개가 되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정말 노발대발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끝까지 세고 또 세어 나중에는 그만 머리가 아찔하고 말아 때로는 바구니까지 스푼으로 세고 말 정 도였다 그래서 세 번은 수가 맞았고, 세 번은 맞지 않았다. 그러자 아 주머니는 바구니를 움켜쥐고는 담쪽으로 던졌다. 그 바람에 고양이의 눈에 맞았다. 우리들에게는 너희들 어서 좀 나가, 날 좀 가만 내버려 둬. 점심 전에 또 와서 귀찮게 굴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야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머니가 철거 명령을 내리고 있는 동안에 남은 스푼을 아주머니의 앞치마 주머니 속에다 슬쩍 넣었다. 짐은 정오가 되기 전 에 그걸 지붕 판자용 못과 함께 무사히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이 일에 대만족이었다 톰은 그 2배의 수고를 해도 보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또 스푼을 세어 보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며 세었다 하더라도 정확하게 셀 수 있었다고는 생각 하지 않을 것이며, 금후 사홀 동안은 미치고 말 듯이 세어 본 결과 그 만 진절머리를 내고는, 다시 한번 세어 보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이 누구든 죽여 버리겠다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 밤 욧잇을 도로 빨랫줄에다 돌려 놓고서는 아주 머니의 골방에서 한 장을 훔쳐내었다 그후 이틀 동안은 돌려놓고 또 훔치기를 계속했으므로 나중에는 아주머니는 욧잇이 몇 장 있는지도 그만 잊어 버리고 말아 그것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되었고, 그 일로 해서골치를 앓지 않게 되었다. 다시는 계산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계산을 하려면 차라리 죽고 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셔츠와 욧잇과 스푼과 촛대에 관해서는 송아지와 쥐와 뒤죽 박죽이 된 계산 덕택으로 만사가 잘 되고 말았으며, 촛대에 관해서는 대단할 것이 없이 곧 가라앉고 말 것이리라. 그러나 그 파이에 관해서는 큰 골칫덩어리였다. 정말 끝없는 걱정거리였다. 우리는 숲속 깊숙이 들어가서 준비를 하여 그것을 만들었다 한참만에 겨우 만든 것인데 아주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다만 하루 사이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까지에는 대야로 세 번 떠낸 밀가루가 필요했다. 그리고 또 여기저기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눈은 연기로 새빨개졌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파이의 외피뿐이었 는데, 그것을 멋지게 부풀게 할 수가 없었고 언제나 납작하게 가라앉 고 말았다. 그러나 물론 나중에는 근사한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것은 사다리도 파이 속에 함께 넣어서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 밤에 짐의 오두막집에 틀어박혀 욧잇을 갈갈이 가늘게 찢어서 꼬아 합쳐 날이 새기 훨씬 전에 벌써 목을 매기에 충분한 훌륭한 밧줄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것을 만드는 데 아홉 달이 걸린 것으로 했다. 그리고 오전중에 밧줄을 숲속으로 가지고 갔지만 영 그놈이 파이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욧잇 한 장 전부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었기 때 문에 파이 40개분의 밧줄이 되고 말았고, 그 위에 수프와 소시지와 또 그밖의 무엇이든 소원대로 음식 속에 넣고도 남을 만한 분량의 밧줄이 되고 말았다. 그것으로 성찬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러한 것은 필요가 없었고, 필요한 것은 파이 하나만 충분했기 때문에, 그 나머지 것은 전부 버리고 말았다. 점질납이 녹으면 안 될 터이므로 우리는 파이를 대야에 굽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이러스 아저씨는 근사한 놋쇠 난상기를 하나 가지 고 있었다. 그것은 선조 전래의 아저씨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었다. 선조 중의 한 사람이 영국에서 정복왕 월리엄과 함께 메이플라워인가 뭔가 그런 초기의 배에 싣고 온 긴 나무 자루가 달려 있는 물건으로, 다른 헌 도구와 함께 지붕 밑 방에다 처넣고 있었다. 이러한 물건은 가치가 있어서 고귀한 것이 아니라, 가치는 없지만 유물인 까닭으로 고귀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몰래 숲속으로 가지고 갔다. 그러나 처음에는 굽는 방법을 몰랐으므로 실패였지만 나중에는 대성공이었다. 우리는 난상기 안쪽에다 반죽을 한 켜 발라 불에다 놓고, 헝겊 밧줄을 그 뒤에다 놓고, 그 위에다 또 반죽을 씌운 다음 뚜껑을 덮고, 그 위에다 뜨거운 타 다 남은 것을 덮고는 긴 자루를 들고서 서늘하고도 편하게 5피트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파이는 15분 동안에 보기에도 근사한 파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먹은 사람은 이쑤시개 두 통은 필요로 할 것이다. 그 밧줄 사다리를 먹기에는 무척 힘이 들것이고, 게다가 또 복통을 일으키고는 잠이 들고 말아, 다음 식사시까지 그대로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낫트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마녀의 파이를 슬쩍 짐의 냄비 속에다 틀어넣었다. 그리고 또 냄비 바닥 음식 밑에다가도 그 접시 석 장을 슬쩍 틀어넣었다. 이것으로 짐은 모든 것을 무사하게 손에 넣은 셈이었다 그래서 짐은 혼자가 되자 파이를 활짝 갈라 밧줄 사다리를 이불 속에다 감추었고, 양철 접시에다가는 뭐라고 휘적휘적 그려서 창 구멍 밖으로 내던졌다.
제38장 '포로의 가슴은 여기서 터졌도다'
펜을 만든다는 것은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톱을 만드는 것 도 마찬가지였다. 짐은 가장 힘이 드는 일은 글씨를 새겨넣는 일일 거 라고 했다. 그 글씨라는 것은 죄수가 담에다 낙서를 해야 할 글씨로,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톰이 하는 말이, 무슨 일이 있어도 쓰라고, 국사범이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고, 자기 문장을 써놓지 않는 예는 자고로 없는 법이라는 것이었다 "제인 그레이 부인을 보란 말이다. 길포드 더드레이를 보란 말이야, 노덤버랜드를 보란 말이다1 이봐 허클, 이게 퍽 귀찮은 일이라면 어떻게 한다 너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처리해 버리겠느냐 말이야』 짐은무슨 일이 있어도 글씨와 문장만큼은 써야 하는 거야. 죄수들의 하는 식 이 모두 그래 ." 짐 이 끼여들었다 "한데 톰 나으리, 난 문장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진 않아유 여기 있는 이 헌 셔츠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유. 게다가 난 이 셔츠에 일기를 써야 하잖아유, 임자도 알다시피 " "아,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군 문장이라는 건 입는 게 아냐, 짐 " "옳지." 내가 끼여들었다. "짐이 문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은 옳 은 말이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잖아." "그걸 누가 모르나" 하고 톰이 응수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기까지 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 가지는 것이 필요해. 왜냐하면 짐은 정식으로 탈옥하는 거니까 기록에 하나라도 흠이 없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나와 짐이, 짐은 놋쇠 촛대로, 나는 스푼으로 펜을, 각자 벽 돌 부스러기로 갈고 있는 동안에 통은 문장을 생각해 내느라고 그야말로 열심이었다 얼마 후에 톰은 어느 것으로도 결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근사한 것이 머리에 수없이 떠올랐지만, 그 중에 결정짓고 싶은 것이 하나 떠올랐 다고 했다 "방패꼴 위 오른쪽 하부에 금색 사선 하나를 긋고, 한복판에 짚은 적 갈색 성 앤드류 십자가를 놓고, 일반 의장은 머리를 쳐들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개로 하기로 하자. 그 발 밑에는 노예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쇠사슬을 요철형으로 늘어놓기로 하고, 제일 상부에는 녹색 산형을 톱니꼴로 늘어놓는단 말이야. 하늘색 바탕에는 3개 의 나선형 선을 넣고, 깊이 파낸 톱니 띠에는 몇 개의 태점이 앞 발을 쳐들고 선단 말이야. 식장은 도망친 검둥이를 흑색으로 나
타내고, 어깨에는 보따리를 왼쪽으로 걸친 막대기에다 달아서 진단 말 이야. 그리고 2개의 적선이 지지하고 있는 건너와 나야. 표어는 •Maggiore fretta minore atto of.' 어느 책에서 딴 거야-그 뜻 은 '바쁘면 천천히 하라'는 거야." •.이런, 그런데 그밖의 여러 가지 것은 대관절 뭣을 의미하는 거지" •.그런 걸 이렇다 저렇다 할 시간의 여유가 없어. 우린 조금도 한눈을 팔지 말고 어서 해야 하는 거야." •.그건 그렇지만, 그러나 조금은 가르쳐 줘야 하잖아. 한복판이란 어딜 말하는 거지" "한복판이라는 것은 너 같은 건 한복판이 어딘지 알 필요가 없어. 짐이 이걸 만들 때 그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야." "쳇, 톰, 가르쳐 줘도 상관없지 않아 왼쪽으로 걸친 막대기란 또 뭐 지 " "나두 모르지만 어쨌든 짐에겐 필요한 거야. 귀족은 다 가지고 있어 . " 톰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설명하기 싫은 무엇이 있다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비록 일주일 동안을 졸라도 마찬가지였다. 톰은 문장에 관한 일을 완전히 결정짓고 말았으므로, 다음은 그 일의 나머지 부분, 즉 슬픈 문구를 지어낸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렇 게 했으므로 짐도 그런 게 하나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통은 여러 개를 지어 그것을 종이 위에다가 쭉 써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읽 어나갔다.
  1. 포로의 가슴은 여기서 터졌도다.
  2. 세상과 벗에게 버림을 받은 불쌍한 죄수, 그 스스로의 슬픈 생얘를 고뇌하였나니 .
  3. 37년간의 고독한 유폐 후 여기서 외로운 마음은 터지고, 피로한 영혼은 안식처로 달렸나니 .
  4. 37년간의 애처로운 유폐 후 고귀한 타국인, 루이 14세의 사생아는 집도 없고, 벗도 없이 세상을 떠났 도다.
이것을 읽는 톰의 목소리는 떨리고, 거의 울음이 터질 지경이었다.다 읽었을 때 어느 것을 짐에게 벽에다 써놓게 해야 좋을지 통에게는 전혀 결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그럴 듯했다. 그러나 결국 그 전 부를 쓰게 하자고 했다. 짐은 이렇게 많은 것을 못으로 통나무에다 쓰 려면 1년이나 걸릴 것이며, 더군다나 자기는 어떻게 해서 글씨를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톰은 내가 틀을 잡아줄 테니 너는 그 위를 그대로 그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얼마 후에 톰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통나무론 안 되겠군. 토굴엔 통나무 벽이라곤 없을 게 아냐. 바위에다 새기지 않으면 안 되겠어. 바위를 가져오기로 하자." 짐은 바위 쪽이 통나무보다도 더 고약하고, 이만한 문구를 바위에다 새기려면 지독히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영원히 탈출할 수는 없을 게 아니겠느냐고 불평이었다.
그러나 톰은 허클에게 도와주게 할 테니 무슨 걱정이냐고 도리어 핀잔 비슷한말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 통은 나와 짐의 펜이 얼마나 준비되었느냐고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정말로 지독히 시간이 걸리는 귀찮은 힘든 일로, 그 때문에 내 손에는 상처가 나을 새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진척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문장과 슬픈 문구를 새기려면 바위가 필요한데, 이 바위로 일석이조 구실을 하게 할 수 있단 말이야. 저 기 제재소에 있는 굉장히 큰 숫돌이 있으니까 그놈을 훔쳐내는 거야.그래서 거기다가 여러 가지 것을 새긴단 말이야. 동시에 겸해서 그걸 사용하여 펜과 톱을 갈면 될 게 아냐"
그것은 좋은 생각이었고, 그리고 또 만만한 숫돌도 아니었지만 우리 는 그놈과 한번 겨루어 보려고 했다. 아직 한밤중이 되진 않았다. 짐에 게 흔자 남아서 그대로 일을 계속하게 하고, 톰과 나는 제재소로 가서 숫돌을 훔쳐내어 그것을 집까지 굴려 가지고 오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 지만 그것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었고, 때로는 이놈이 쓰러지는 것 을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막아낼 수가 없었고, 쓰러질 때마다 하마터면 그 밑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러다가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꼭 둘 중의 하나는 골로 가고야 말 거라고 톰이 말했다. 우리는 도중까지 날라왔지만 그만 녹초가 되어 버려 온몸이 땀으로 멱을 감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태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짐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짐은 침대를 쳐들고 침대 다리에서 쇠사슬을 끌러 그것을 목 주위에다 둘둘 감고 는, 우리들이 파낸 구멍으로 해서 기어나와 숫돌 있는 데로 와서 톰의 감독 하에 짐과 나는 열심히 분투에 분투를 다한 끝에 그 숫돌을 손쉽 게 날라들였다. 톰은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소년보다도 감독에 능숙했다. 톰은 무슨 일에도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구멍은 왜 큰 것이었지만 숫돌을 들여넣기에는 부족했 다. 그러나 짐이 곡괭이를 집어들고 곧 넓혔다. 그러고 나서 톰은 그 돌 위에다 못으로 문장과 문구를 썼고, 짐에게 못을 끌 대용으로 하고,붙여 지은 오두막 안의 쓰레기더미에서 찾아낸 쇠꼬치를 망치 대용으 로 하여 그 문장과 문구를 돌 위에다 새기게 했다. 그리고 남은 초가 모두 타버리고 말 때까지 계속해서 파고, 꺼지면 침대 속으로 들어가고, 숫돌은 짚이불 밑에다 감추고 그 위에서 자라 고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짐이 쇠사슬을 또다시 침대 다리에 다 끼는 것을 도와 주었고, 그 다음에야 우리도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러나 톰은 무슨 생각이 났던지 이렇게 물었다. "짐 여기 거미는 없나" "없어유 다행히 거미는 없어유, 톰 나으리." "옳지, 그럼 좀 몇 마리 잡아다 주지." "아니, 무슨 말씀이슈 그게. 도련님. 난 그런 거 소용없어유 딱 질 색이야유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방울뱀이 더 나유." 톰은 잠깐 생각에 젖어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좋은 생각이야. 그런 건 전에도 있었을 거야. 필경 있었을 거 야. 이유가 있어. 음, 그건 참 좋은 생각이야. 어디다 기를 수 있지 " "뭘 기른다구, 톰 나으리" "뭐긴 뭐야, 방울뱀이지." "아니, 그게 또 무슨 말씀이슈, 톰 나으리. 만일 여기 방울뱀이 들어온다면 난 대가리로 저 통나무 담을 때려부수고 도망칠 테유 무슨 일 이 있어 두 " "짐, 윌 그리 무서워해, 잠간만 지나면 무서워하지 않을 걸 가지구. 길들일 수 있을 테니까." "길들인다구유" "그래, 문제없어. 짐승이라고 하는 건 어느 거나 다 친절하게 귀여워해 주기만 하면 고맙게 생각하는 법이야. 귀여워해 주는 사람에겐 해 를 끼치지 않는 법이야, 절대로, 어느 책에든지 다 그렇게 써 있어. 한 번 해봐, 내가 부탁하는 건 그것뿐이 야 며칠만 해봐. 윌 그래, 곧 길 들일 수 있을 테고, 뱀과 단짝이 되어 그만 떨어지지 않게 될 텐데 뭘 그래. 그렇게 되는 날엔 너와 같이 자게 되어 1분 동안도 떨어지진 않 을걸. 그땐 네 목에 감기거나 대가릴 네 입속에다 처넣게 될 거야." "제발 제발, 톰 나으리 그런 소린 제발 좀 그만둬유 난 죽어1 방을 뱀이 내 입속에다 대가릴 처넣는다구. 틀림없이 호의로 그렇게 하는 거라구유 언제까지 기다려도 내쪽에서 부탁할 생각은 영 안날 거예유. 더군다나 난 방울뱀과 같이 자는 건 딱 질색이야." "짐, 그런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게 아냐. 죄수란 건 원이건 하나 말 못하는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어야만 하는 거야. 게다가 만일 방울뱀이 아직 한 번도 사용된 일이 없다면 생명을 건지기 위한 다른 어떠한 수 단보다도 맨 먼저 해본 자로서 너는 한층 더 큰 명예를 얻게 될 게 아 냐. " "이봐요, 톰 나으리, 난 그런 명예는 소용없어유. 뱀에게 이 짐녀석 의 목을 물리게 된다면 어디 명예구 나발이구 있다는 거예유 난 싫어,그런 건 딱 질색이야." "할수없군, 한번 시험삼아 해볼 수도 없다는 거야 난 그저 시험삼아 한번 해봤으면 하고 바랄 뿐인데, 잘 안 되면 그만둬도 괜찮아." "한데 그 방울뱀이 시험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날 물면 난 그만 아니냐 말예유. 톰 나으리, 난 무리한 일만 아니면 대개는 자진해서 하지만 임 자와 허클이 날더러 길들이라고 방울뱀을 가지고 온다면 난 단연코 손 을 떼고 말 테유." "자, 그럼 그만둬. 짐이 정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띠뱀이나 몇 마리 잡아가지고 올 테니, 그러면 임잔 그 꼬리에다 방울을 달아서 그걸 방울뱀 대용으로 하면 되잖아. 그렇다면 불평은 없을 테지 " "그거라면 할 수 있지, 톰 나으리 하지만 정말 말이지, 난 물론 그 런 거 없어도 잘 해나갈 수 있어유. 난 죄수라는 게 이렇듯 까다롭고,귀찮다는 건 생전 처음인데유." "그렇지, 정식대로 하자면 그런 거야. 여기 쥐는 없냐" "없어유, 한 마리도 본 적이 없는데유 " "그럼 쥐도 몇 마리 갖다 주지." "톰 나으리 난 쥐 같은 건 소용없어유. 내가 알고 있는 가운데서 쥐처럼 지긋지긋한 놈도 없어 사람이 자려고 하면 안면 방해를 하고, 몸 위로 뛰어돌아다니질 않나, 다릴 깨물지 않나 안돼 안돼, 꼭 길러야만 한다면 띠뱀은 괜찮아 하지만 쥐는 소용없어 딱 질색이야, 아무 소용 두 없어 ," "한데 짐, 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길러야만 하는 거야. 모두가 기르니까. 그러니까 쥐 얘기를 이렇다 저렇다 하진 마. 쥐와 같이 있지 않는 죄수란 없어. 그런 예는 하나도 없어. 죄수들은 쥐를 길들여 기르고, 귀여워하고, 요술을 가르치고, 그렇게 하면 파리처럼 바싹 사람들 에게 정이 붙게 되는 거야. 한데 넌 쥐에게 음악을 들려줄 필요가 있 어. 뭐든 좋으니 악기를 하나 가지고 있나" "엉성한 빗과 종이 한 장과 주스 하프(쇠로 만든 장난감으로, 입에 물고숨을 쉬며 두드리면 소리가 난다) 외엔 가진 게 없어유, 난. 그렇지만 쥐 는 주스 하프 같은 건 재미있어 하진 않을 걸유." "실은 그렇진 않아.
아무 음악이라도 상관없어. 주스 하프라면 쥐에 겐 그만이야. 짐승치고 음악 싫어하는 놈이 없거든. 감옥에선 음악이 면 그만이지. 더군다나 비통한 음악을 좋아하는 거야. 그런 것에 쥐는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거야. 이런 일엔 원보다도 주스 하프가 제일이 야 쥔 임자가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 그걸 보러 올 거야. 옳지, 그걸로 됐어, 준비는 이걸로 충분해 임잔 밤마다 자기 전과 아침 일찍이 침대 위에 앉아서 주스 하프를 불기만 하면 돼. '마지막 고리는 끊어졌나니'를 하란 말이야. 그걸 하면 다른 원보다도 빨리 쥐를 모을 수 있고 그 걸 2분 동안만 해보란 말이야, 그럼 쥐니 뱀이니 거미니 전부 짐 걱정 을 하여 모여들 테니. 그리고 쭉 너의 주월 둘러싸고, 참 근사해." "톰 나으리, 쥐나 뱀들은 재미있어 하겠지만 그러나 이 짐은 어떻게 되는 거쥬 제일 중요한 점이 통 나에겐 알 수 없군. 하지만 꼭 해야만 한다면 난 그렇게 하리다 난 짐승놈들만 즐겁게 해놓고, 집안은 떠들 썩하게 하지 않는 게 좋으리라고 생각해유."
톰은 그밖에 또 무엇이 없을까 하고 잠시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 나 잠시 후에, "아, 하나 잊어 버린 게 있구나. 여기서 꽃을 기를 수 있을까, 어때 짐" 하고 물었다 "자, 어떨지 모르지만 하자면 할 수 있을 테죠, 톰 나으리. 하지만 여긴 지독히 어둡고, 게다가 또 난 꽃 같은 건 소용없어유. 지독히 귀 찮을 테구유." "그림 어쨌든 한번 해보는 거야. 죄수로서 꽃을 기른 한 사람도 있으니까." "저 커다란 고양이 꼬리같이 생긴 현삼화라면, 톰 나으리,여기서도 자랄 걸루 생각하는 데유. 하지만 그 수고한 절반의 가치도 없을 거예유. " "그런 소린 마 조그만 걸 하나 갖다 줄 테니 저 구석에다 기르는 거 야. 그리고 그걸 현삼화라고 해선 안 돼. 피치올라라고 하는 거야. 감 옥에선 그렇게 부르는 게 옳은 이름이니까. 눈물로 물을 주는 거야." "하지만 샘물이 얼마든지 있는데유, 톰 나으리." "샘물은 소용없어. 너의 눈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죄 수란 건 언제나 그렇게 하는 거야." "저 말예유 톰 나으리 난 다른 사람이 현삼화 한 다발을 눈물로 기 르고 있는 동안에 샘물로 그 배나 빠르게 기를 수가 있어유." "그런 게 아냐. 짐은 꼭 눈물로만 길러야 하는 거야." "내 손에 걸리면 말라죽을 거예유, 톰 나으리, 꼭 말라죽어유. 난 우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여기서 톰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지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짐은 양파로 고생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하고는, 아침에 검둥이 오두막으로 가서 몰래 짐의 커피 주전자 속에다 양파 하나를 넣어 두 겠다고 약속했다. 짐은 '그것보다는 차라리 담배를 그 속에다 넣어주면 좋겠다'고 하고는 몹시 그것을 비난했다. 그리고 또 현삼화를 기르고. 주스 하프를 쥐 에게 들려주고, 뱀이니 거미니 뭐니를 귀여워하며 기른다고 하는 귀찮 은 일을 비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펜으로 글씨를 써야만 하는 일을 즉 문구니 일기 니 뭐니를 써야만 하는 일을 가장 비난했다. 그 덕택으로 짐은 지금까 지 해온 어떠한 일보다도 죄수가 된 것을 귀찮고 괴롭고 책임이 무겁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톰도 그 이상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경지 에 몰리게 되어, 너는 이 세상의 어느 죄수도 가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기에 좋은 기회가 얻어걸린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모처럼 의 기회를 헛되이 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므로, 짐도 후회를 하 고는 이 이상 그러한 불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집으로 자러 갔다
제39장 익명의 편지
다음날 아침, 우리는 마을로 가서 철사 쥐덫을 사가지고 와 지하실로들고 가서 쥐가 제일 많이 나오는 구멍을 터놓았다 그러자 1시간 사이 에 아주 기운이 센 쥐가 15마리나 잡혔다 그것을 우리는 샬리 아주머 니 침대 밑의 안전한 장소에다 갖다 두었다 그런데 우리가 거미를 찾 으러 가 있는 동안에 토머스 프랭클린 벤자민 제퍼슨 알렉산더가 그것 을 보고, 쥐가 나올지 어떨지 궁금한 나머지 쥐덫 뚜껑을 열었으므로 쥐는 그만 나와 버렸다. 마침 거기에 샬리 아주머니가 들어왔으므로 우리가 돌아왔을 때에는 침대 위에 서서 대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 었다. 쥐들은 아주머니의 권태증을 꺼주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그래서 아주머니는 우리를 붙잡아 힉코리 나무로 먼지가 날 정도로 때 렸으며, 그 주제넘은 아귀녀석 덕택으로 다시 15마리를 잡느라고 2시간이나 걸렸지만, 이번에 잡은 놈들은 먼저 것에 비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 잡은 놈이 집안에서 가장 좋은 놈들이었고, 나는 쥐치고 그런 놈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거미와 빈대와 개구리와 모충과 그밖에도 여러 가지 구 색을 갖춘 훌룡한 일단을 구할 수 있었고, 호박벌집도 구하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호박벌떼가 벌집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우리는 얼른 체념이 되지 않아 언제까지나 꾸준히 참고 있었다.우리가 벌들을 녹아떨어뜨리거나 놈들이 우리를 녹아떨어지게 하거나,둘 중 어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벌들에게 우리 가 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토목향을 따다가 쏘인 곳에다 발랐다. 그랬더니 거의 낫기는 나았지만 앉기엔 아직 불편했다 그 다 음 우리는 뱀을 잡으러 갔는데, 띠뱀과 구렁이를 한 2다스쯤 잡아가지 고 그것을 주머니에다 넣어서 내 방에다 두었다 그땐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있었다. 하루 일치고는 매우 훌릉한 편이었다 배가 고파 졌느냐고 천만에, 조금도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1 그리고 우리들이 돌 아와 보니까 뱀이라곤 한 마리도 없는 게 아닌가 주머니를 꼭 잡아매 놓지 않았으므로 뱀은 이리저리 빠져 나와 한 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집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그런 것은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중 몇 마리는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사실 이 집에는 얼마 동안은 뱀이 그대로 있었다. 서까래나 그밖의 곳에 늘어져 있어, 대개 접시 속이나 목둘레나 특히 떨어지면 안 될 장소에 마구 떨어졌다. 이농들은 몸매가 고운 것이 띠무늬가 쪽 서 있어 몇백만 마리가 있어도 아무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샬리 아주머니 는 그런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이 뱀이라면 어떤 종류든 무턱대고 경 멸하고, 그리고 아무리 설복을 해도 뱀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뱀이 아주머니 위로 떨어지면 무슨 일을 하고 있더라 도 그 일을 내던지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런 여자를 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천장이 무너져라고 큰 소리를 지르는 꼴이란 화젓갈로 뱀 한 마리쯤 집어내려고는 하지 않고, 또 돌아누웠을 때 침대 속에 한 마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 허겁지겁 침대 밖으로 기어나와 집에 불이 라도 붙은 것처럼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못살게 굴었고, 아저씨는 누구를 죽이려고 이놈의 뱀들이 생겨난 것이 냐고 마구 혀를 찼다 뱀을 집 밖으로 내쫓고 한 마리도 없게 된 지 일 주일이 지난 후에도 샬리 아주머니는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목덜미에 깃털이라도 대면 뛰어 일어서며 깜짝 놀랐다. 참 보기에 재미났다 그러나 톰은 여자라고 하는 것은 모두 다 이런 것으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좌우간 여자라는 건 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뱀이 한 마리 아주머니 앞에 나타날 때마다 얻어맞았고, 아주머니는 다시 한번 뱀 같은 걸 집안에 들고 들어와서 퍼뜨리는 날엔 가 만두지 않겠다고 하며 펄펄 뛰었다. 나는 얻어맞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른 뱀을 구해 올 것을 생각하니 그렇지도 않았다. 몹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구해 오고야 말았다. 그 리고 그밖의 여러 가지 것도 구해 오고야 말았다. 그러한 것들이 모두 음악 소리를 듣고 슬슬 기어 짐 쪽으로 다가갈 때 짐의 방안의 그 쾌활한 꼴이란. 짐은 거미를 싫어했다. 그리고 거미도 짐을 싫어해서 잠복 하고 있다가 짐을 혼내 주었다. 짐은 쥐와 뱀과 숫돌 때문에, 침대위에서 잘 자리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놈들은 모 두 일시에 같이 자지 않고 교대로 자는 까닭으로 자리가 있을 때에는 쥐와 뱀 때문에 잘 수 없었고, 뱀이 자고 있을 때엔 쥐가 간판 위에 나 타나고, 또 쥐가 잠자리에 들었을 땐 뱀이 망을 보러 오는 식이었다.그러니까 언제나 한 떼는 짐 아래에 있어 짐이 성화를 대고, 다른 한떼 는 짐의 위에 있어서 서커스를 했다 일어서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 면 짐이 저쪽으로 갔을 때엔 이번에는 거미가 슬슬 기 어나온다며 짐은 혀를 찼다. 짐은 이번만 끝나면 다시는 죄수는 되지 않겠다고, 비록 급 료를 타는 일이 있더라도 딱 질색이라고 했다. 이러는 동안에 3주일이 지나자 준비는 모두 끝났다. 셔츠는 진작부터파이 속에 넣어서 짐의 손안에 넣게 했고, 쥐에게 물릴 때마다 짐은 일 어나 잉크가 아직 굳어지기 전에 일기를 한 줄 써넣었다 펜 준비도 끝 났다. 문구도 모두 숫돌에 새겨졌다. 침대 다리는 둘로 톱으로 잘렸고,우리는 그 톱밥을 먹어 버렸는데, 그 때문에 지독한 위통을 일으키고 는 모두 죽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나는 이렇게 소화가 안 되는 톱밥을 본 일은 없고, 톰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우리 셋은 모두 몹시 녹아떨어진 것이지만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녹아떨어진 것은 짐이었다. 아저씨는 2번씩이나 농장으로 편지를 내어 도망친 검둥이를 찾으러 와달라고 하였지만, 그러한 농장이 있을 리 만무했으므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저씨는 센트루이스와 뉴 올린즈 신문에다 짐의 광고를 내겠다고 했다 센트루이스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성퐝 가라앉았다. 더 이상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톰은 드디어 익명의 편지를 쓸 때가 왔다고 했다. 그 말에 내가, "무슨 말이야" 하고 물었더니 톰이 대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고야. 그 방법 은 때에 따라 틀려. 그러나 반드시 정세를 살펴서 성주에게 밀고 할 스파이가 필요해. 루이 16세가 톨레지에서 탈출하려고 할 때에는 몸종 계집애가 이 일을 했지. 이건 참으로 좋은 방법이야. 그리고 익명의 편지도 좋은 방법이고. 우린 두 가질 다 해보자. 그리고 또 죄수 어머니가 죄수복을 갈아입고, 어머니 쪽이 남고, 죄수가 어머니 옷을 입고 빠져 나가는 방법도 곧잘 있는 방법이야. 우린 그것도 어디 해보자." "한데 말이야. 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걸 누구에게 경고하는 것이 어째서 필요하냐 말이야 자기들에게 찾으라면 되잖아. 자기 들이 해야 할 게 아냐."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맡길 순 없어. 우리에게 뭐든 다 맡겨 둔다는 게 그놈들의 애당초부터의 수법이야. 그놈들은 그야 우릴 신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보니까 통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가 일러주지 않으면 아무도 우릴 방해하려는 놈은 없을 거란 말이야 그렇게 하면 모처럼 우리가 이렇게까지 애써서 한 이 탈주가 그만 아무 보람도 없게 될 게 아니냐 말이야. 보잘것없는 것이 되고 말의 옷을 내게서 벗겨가지고 자기가 입는 거야, 그러고 나서 우린 모두 다같이 탈출하는 거야. 신분이 있는 죄수가 도망칠 땐 탈출이라고 하 는 거야. 예를 들면 왕이 도망칠 땐 언제나 그렇게 말하는 거야. 왕의 아들도 마찬가지야 그 아들이 적자든 서자든 상관없어." 그래서 통은 익명의 편지를 썼다. 나는 그날 밤 그 혼혈여자의 프록 코트를 훔쳤고, 톰의 분부대로 그 편지를 정문 밑에다 틀어넣었다. 편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요주의 사건이 발생중에 있음 엄중한 경계를 계속할 것. 무명의 우인
다음날 밤 우리는 톰이 퍼로 그린 두개골과 X자로 그린 2개의 대퇴 골 그림을 정면 도어 위에다 붙이고, 그 다음날 밤에는 또 하나 관 그림을 됫문 위에다 붙였다. 나는 펠프스 일가만큼 불안해하는 가족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비록 이 집안이 온통 유령으로 들끓고 있고, 모 든 것의 배후와 침대 아래에 숨어 있고, 공중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하 더라도 이집사람들은 이 이상은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리라. 문이 봐 당 하고 닫히자 샬리 아주머니는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아야"무엇이 떨어지면 그때에도 아주머니는 뛰어오르며,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가 무심코 있을 때 무엇이 닿아도 마찬가지였다. 아주머니는 어느 쪽을 향해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자기 뒤에 무엇이 있는 것만 같아 불안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주머니는 갑자 기 뒤돌아다보고는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고, 채 3분지 2도 돌리기 전에 또 머리를 되돌리며 "아야" 하고 소릴 지른다. 아주머니는 자러 가기도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 있을 수도 없었다. 이걸 보 고 톰은 참 잘 되어 간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효과를 올린 적은 한 번 도 없었다. 이건 모든 게 잘 된 증거라고 혼자 좋아했다. 그래서 톰은 자, 이제부터 드디어 큰일에 착수한다며 장담을 하고는 다음날 아침 미명에 우리는 또 한 장의 편지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 편 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왜냐하면 저녁 식사 때 집 안 식구들이 검둥이를 밤새도록 앞문과 원문에 보초를 세워 놓도록 하 자고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톰은 피뢰침을 타고 정찰을 나갔다 뒷문에서 보초를 서던 검둥이가 자고 있었으므로 편지를 그놈 목덜미에다 꽃아놓고는 돌아왔다 편지 사연은 다음과 같았 다. 나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귀하의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인디언 부락에서 온 무지막지한 살인자의 한패가 오늘밤 도망온 귀하의 검둥이를 훔쳐내려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 갱의 일원이다. 그 러나 신앙생활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일단을 떠나, 또다시 본래의 을바른 생활을 하려고 생각하고는 이 횡포한 계획을 폭로하는 바이다 놈들은 울타리를 따라 한밤중 자정 정각에 위조 열쇠를 가지고 북쪽으로부터 침입하여 검둥이 방으로 들어가서, 그 검둥이를 훔쳐내려고 한다 나는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양철호각을 불기로 되어 있는데 그러나 놈들이 집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즉시 양처럼 메-하고 울고, 호각은 불지 않겠음. 그리고 놈들이 그 검둥이의 쇠사슬을 풀고 있는 동안에 귀하는 몰래 침입하여 쇠를 채워 놈들을 안에서 잠가 버리고는 천천히 놈들을 죽일 수가 있음. 내 가 귀하에게 알린 방법 이외의 것은 무엇 하나 해도 안됨 그렇지 않을진댄 놈들은 의심을 품고 대소동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외에는 아무 보수도 바라는 것이없음. 무명의 친구
우리는 아침 식사 후 아주 기분이 좋았으므로 도시락을 들고 내 카누를 타고 강으로 낚시질을 나가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뗏목을 보러 갔 더니 여전히 잘 있었다 늦게서야 저녁을 먹으러 왔을 때 식구들이 걱 정과 초조의 극한점에 서 있어, 머리로 서 있는지 발로 서 있는지 전혀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끝마치자 우리들을 침실로 쫓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일언반구도 없었고, 또 나중 편지에 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하 지만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계단을 절반쯤 올라 오다가 아주머니의 등이 돌아서는 것을 보자 몰래 지하실 찬장으로 가 서 근사한 도시락 하나를 만들어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로 들어 갔다. 그리고 11시 반에 일어나 톰은 훔쳐다 둔 샬리 아주머니의 옷을 입고 도시락을 들고 나가려고 하다가, "버터는 어딨지" 하고 물었다. "큰 덩어릴 옥수수빵 위에다 놔뒀는데." "그럼 넌 파둔 채 온 모양이로구나 여기 없어." "없어도 먹을 수 있잖아." "있어도 나쁠 건 없지. 너 지하실로 가서 갖다주지 않겠니 그리고 빨리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난 짐의 옷에다 짚을 틀어넣어 변장한 짐의 어머닐 만들고 있다가 네가 오는 대로 곧 양처럼 메-하고 울어 도 망칠 만반의 준빌 갖출 테니까." 그리고 톰은 밖으로 나갔다 내가 지하실로 내려가 보았더니 사람 주 먹만한 버터덩어리가 파둔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게 들어 있는 옥수수 빵까지 한꺼번에 집어들고 불을 끄고는 가만가만 발 소리를 죽여가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층까지는 무사하게 올라을 수 있었지만 거기서 촛불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샬리 아주머니와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버터를 얼른 모자 속에다 넣고는 모자를 썼지 만 아주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너 지하실에 갔다 왔구나" "예 아주머니 . " "지하실에서 윌 하고 있었지" "아무것도 안했어요. " "아무것도 안했다구" "예, 아주머니 " "그럼, 이런 밤중에 무엇에 홀려서 지하실엘 갔단 말이지" "몰라요." "모르다니 그런 대답이 세상에 어딨어. 톰, 네가 지하실에서 뭘 하 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샬리 아주머니." 나는 이걸로 이젠 보내 주려니 생각했다. 여느때라면 늘 보내 주었기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만 발생하므로 아주머니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몹시 마음에 걸렸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머니는 아주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저 방으로 들어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라. 넌 뭘 하지 않아도 좋을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난 그게 뭔지 알아 낼 때까진 널 내놓지 않을 테다. " 이 한 마디를 남겨놓고 아주머니는 가버렸다. 내가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더니 아니 이건 숱한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15명의 농 부, 그것도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불 쾌한 기분에 쌓여 살그머니 의자 쪽으로 가서 걸터앉았다. 농부들도 모두 앉아 있었다. 어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잠시 속삭이고 있었고,모두 침착성이 없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감추려고 무척 애를 쓰 고 있었다. 그러나 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꾸만 모자를 벗었다가는 쓰고, 머리를 긁기도 하고,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단추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도 불안했다.그러나 줄곧 모자를 벗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나는 정말로 샬리 아주머니가 어서 돌아와서 나를 처분하고, 때리고싶으면 때려서, 어서 내보내 주면 당장에 가서 톰에게 우리들의 연극 이 너무 과해서 천등소리처럼 웅웅거리는 호박벌집 속에 들어가 버린 격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말하고, 당장에 이런 어리석은 수작을 곧 단 념하고는 이 무뢰한들이 참다못해 우리에게 달려오기 전에 짐을 데리 고 도망을 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아주머니가 돌아왔다 어찌나 꼬치꼬치 따지는지 나는 발로 서 있는지 머리로 서 있는지 모를 정도로 올바른 대답을 할 수가 없었 다. 모인 사람들은 더 이상 안절부절못하고는 그 중 몇 사람은 이제 당장 가서 악한들을 매복하자, 자정까진 몇 분밖에 안 남았다고 당장 떠 날 기세를 보였고, 또 다른 몇 사람은 그 사람들을 만류하며 양의 메 ∼하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자고 주장했다. 한편 아주머니가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나는 나대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이제라도 당장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방안은 자꾸 더워만 가는 판이었으므로 버터는 녹아서, '목덜미와 귀 뒤로 마
구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 중 하나가, "내가 선수를 쳐서 이제 당장 가서 그놈들이 오면 붙잡아야지" 했을 때에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리고 버터 가 한 줄기 얼굴에 흘러내렸다 그것을 본 샬리 아주머니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 저런 저런, 저 앤 어떻게 된 셈이야 필경 뇌막염이야. 뇌가 터져나왔어 " 그러자 전원이 내쪽으로 달려왔다. 아주머니는 내 모자를 잡아젖혔 다. 그러자 빵과 버터의 남은 것들이 나왔다. 아주머니는 나를 꼭 껴안았다. "아니, 이 앤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걸까 그래도 이걸로 끝나 난 정말 마음이 놓이는구나. 고마워, 요샌 운이 나빠서 비가 오면 으레 소낙비여서, 그걸 봤을 땐 난 너를 잃고 마는 걸로 생각했구나. 색깔이 영락없이 네 뇌라고 생각했구나 글쎄 하마터면....아이구 녀석아. 왜 버터를 가지러 갔었다구 그 말을 못했단 말이냐 그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걸 가지고. 자, 이젠 어서 가자 아침까지 나오는 게 아니긴" 나는 순식간에 2층으로 올라갔고, 다음 순간에는 피뢰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어둠 속을 타고 오두막집을 향해 내달렸다.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통에게 되도록 빨리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1분의 여유도 없다 그 집엔 총 을 가진 사람들로 초만원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톰의 눈에 광채가 일었다. "음 그래 거 근사하구나 이봐, 허클, 다시 한번 고쳐 해보면 200명 모으기는 문제없겠구나 우리가 도망치는 걸 연기할 수만 있다 면.... "어서 어서 짐은 어딨어" "네 바로 팔꿈치에 있잖아. 손을 뻗치면 닿아. 옷을 입고 준비 완료야. 자, 그럼 가만히 나가서 메-하고 신호를 할까." 그러나 그때 몇 사람의 발소리가 문간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자물쇠 소리와 그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내가 빠르다고 안 그랬어. 아직 안 왔구먼.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자 자네들 중 몇이 안으로 들어가 봐 내가 자물쇠를 열어 줄 터이니. 그리고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어둠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오면 죽이는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좀 떨어진 곳에 뿔뿔이 흩어 져 있어, 그리고는 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고들 있어 " 그들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어두워서 우리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들이 얼른 침대 아래로 기어들어갔을 때에 하마터면 밟힐 뻔했지만, 그러나 무사하게 기어들어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살짝 구멍을 빠져 나왔다. 맨 먼저 짐, 그 다음이 나, 나중이 톰 순 서였다 이것은 톰의 명령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붙여 지은 오두막집 에 숨어서 밖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톰은 우리들을 거기 있게 해 놓고는 틈바구니로 밖을 내다본 것인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듣고 있어, 너희들은 쿡 찌르면 제일 먼저 짐이 빠져나가, 난 제일 나중 나갈 테니" 하고 속삭였다 그래서 톰은 틈에다 귀를 대고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내뺄 사 이도 없이 발소리가 그 근처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때 톰이 팔꿈치로 우리들을 꾹 찔렀다. 우리는 살짝 밖으로 빠져 나와 몸을 숙이고 숨을 죽여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일렬 종대로 울타리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울타리에 다다랐다. 나와 짐은 무사히 울타리를 넘을 수 있었지만 톰의 바짓가랑이가 제일 꼭대기 횡목의 갈라진 조각에 걸려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발소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문에 톰은 억지로 잡아
뽑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 바람에 갈라진 조각이 부러지면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톰이 이쪽으로 내달렸을 때에 누가 이렇게 외쳤다 "누구야』대답해 그렇지 않으면 쏜다. " 그러나 우리는 대답을 하지 않고 다리야 날 살려라고 내달렸다. 그들 은 우우 돌진해 왔다. 그리고 땅 땅 땅 하고 총을 쏘았고. 총알은 우 리 주위를 순슛 하며 날아갔다 그들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있어 강 쪽으로 갔어 자, 따라가 개를 내놔" 그들은 전속력으로 우리 뒤를 따라왔다. 우리는 그들이 따라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장화를 신고 떠들며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화를 신지도 않았고, 떠들고 외치지 도 않았었다 길은 제재소를 향해 뻗어 있었다. 그들이 우리들 바로 배후에 육박했을 때 우리는 몸을 홱 비켜 덤불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보내고 나서 그 뒤를 따라갔다. 사람들은 모두 개를 가둬 둔 채였다. 강도들을 위협해서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되기 때 문이었으나 이때에 비로소 누가 개를 놓았다. 그래서 개들은 백만 마리나 되는 듯한 큰 소리로 왕왕 짖어대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개였으므로 개가 따라을 때까지 그곳에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개들도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들이었고, 조금도 자기들의 마음을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그저 '안녕' 했을 뿐으로 뭐라고 떠드는 소리와 외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곧장 달려가 버렸다. 그 다음 우리는 또다시 달리기 시작하였고, 제재소 바로 앞에 당도 할때까지 사람들 뒤를 따랐으며 슛슛 바람을 끊으며 내달렸다 그 다음 부터는 덤불 속을 기어 내 카누가 있는 데까지 오자, 카누에 뛰어올라 강 한가운데를 향해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 다음 천천히 기분좋게 내 뗏목을 감춰 둔 섬을 향해 젓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개들이 강둑 도처에서 떠들어대고 짖어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점점 더 우리 들이 훨씬 멀어졌기 때문에 소리는 희미해지고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전원이 뗏목에 바꿔 탔을 때 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자, 짐. 임잔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됐구먼. 이젠 다시는 일생 동안 노예가 될 일은 없어." "게다가 그건 참 재미난 일이기도 했지, 허클. 계획도 훌릉하고 실행도 근사했지. 그 이상 복잡하고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야." 우리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기뻤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제일 기쁜 것은 톰으로, 그것은 장딴지에 총알을 맞았기 때문이다 나와 짐은 그 얘기를 듣자 아까 좋아하던 것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상처는 왜 심한 모양으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톰을 윅왱 속에다 눕히고는 붕대를 만드느라고 공작의 셔츠 한 장을 찢었다. "그 헝겊을 이리 줘. 내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서지 마 여기 서 우물쭈물하면 안 돼. 탈출은 그처럼 성대하지 않았다. 큰 노를 달 아, 뗏목을 띄워라 친구들, 우리들이 해낸 일은 근사하지 않았던가 정말 근사했지. 루이 16세의 사건을 우리들이 취급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그의 전기에 '성 루이의 후예여, 승천하라'라는 문구는 없었을 게 아냐. 천만에, 없구말구. 우린 왕의 등을 떠밀다시피하여 무 사하게 국경 밖으로 왕을 탈출시켰을 게 아냐. 필경 그렇게 했음에 틀 림없어. 게다가 그것도 아주 전례가 없을 만큼 근사하게 해치웠을 거 야. 큰 노에 사람을 배치하여라 큰 노에 사람을 배치하여라" 그러나 나와 짐은 서로 의논을 하고는 궁리를 하고 있었다. 잠시 궁리를 한 끝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말해 봐, 짐." 짐 이 대꾸했다. "그럼 내 말할 텐데. 이렇게 생각해, 허클 도련님. 만일 자유의 몸이되는 것이 톰 나으리구, 그리고 임자들 둘 중 하나가 총에 맞았다고 하 면 톰 나으린 '어서 자꾸만 도망을 쳐서 나만 살려 줘 이 앨 살려 줄 의사 같은 건 필요없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 말야 그 말이 톰 소 여 나으리다운 말이겠느냐 말야 톰 나으리가 그렇게 말할까 천만에,그럴 리가 없지 그럼 이 짐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난 의사 없이 여길 한 걸음도 떠나진 않아. 40년이 걸려도 안 떠나구말 구" 나는 짐의 마음이 결백한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반드시 이러한 말이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림 그렇게 하자고 하는 데 의견의 일 치를 보았고, 나는 톰에게 의사를 부르러 갔다 오겠다고 했다. 톰이 반 대했지만 나와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고 하고는 조금도 양보 하지 않았다. 그러자 톰은 이번에도 기어나와 자기 손으로 뗏목을 푼 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톰이 우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화를 내도 우리는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내가 카누를 타고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자 톰이 말했 다. "그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만 한다면 마을로 가서 해야 할 방 법을 가르쳐 주마. 문을 꼭 닫고, 꽉 풀어지지 않도록 의사에게 눈가리개를 하고, 무덤처럼 침묵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받고, 금화가 잔뜩 든 돈주머니를 그의 손에다 쥐어주고는 뒷길을 돌아 컴컴한 곳만을 골 라 데리고 와서 카누에다 태우는 거야. 그리고 섬 사이를 돌아 여기로 데리고 와 몸을 뒤져서 백묵을 빼앗고, 네가 의사를 마을로 다시 데려 다줄 때까지 돌려주지 않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또 이 뗏목을 알아낼 수 있도록 그 백묵으로 이 뗏목에다 표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는 떠났다. 그리고 짐은 의사가 오는 것이 보이거든 숲속에 숨어 있다가 의사가 떠나 버릴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기로 했다
제41장 '유령이었음에 틀림없다'
의사는 노인이었다 꽤 마음씨가 착하고 친절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나는 어제 오후 동생과 함께 스페인 섬으로 가서 사냥을 하다가 거기 서 발견한 뗏목 위에서 캠프를 한 것인데, 한밤중에 동생은 꿈을 꾸다 가 자기 총을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총알이 동생 발에 맞았으니 제발 좀 와서 치료를 해주고, 그 일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입밖에 내놓지 말고 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 까닭은, 우리 는 오늘밤 집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생각에 서 그러는 거 라고 했다. "뉘 댁이지" 하고 의사가 물었다. "저 아래 마을 펠프스 집사람이에요." "음" 하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어떡하다 총알에 맞았다구" "꿈을 꾸었어요. 꿈이 동생을 쏘았지요." "이상한 꿈도 다 있군. " 그는 초롱에 불을 켜고, 안장 주머니를 들고, 우리는 출발했다. 그러나 내 카누를 보았을 때 카누의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혼자라면 안전하지만 둘이서 타면 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윌요, 무서워할 건 없어요. 우리 세 사람도 편히 탈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 세 사람" "뭘요, 나와 시드와 그리고....그리고....그리고 총이죠 내 말은 이렇게 세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음, 그래 ." 그러나 그는 뱃전에 발을 걸치고는 카누를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가로젓더니, 좀더 큰 것을 찾아올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 든 카누가 다 쇠사슬로 매어져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으므로 의사는 내 카누를 타고 자기가 돌아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좀더 찾아보거나, 혹은 또 돌아가고 싶다면 집으로 가서 사람 들을 곧 깜짝 놀랠 준비를 해놓고 있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짓은 아예 하고 싶지 않다고 하고는 의사에게 뗏목으로 가는 길 을 가르쳐 주었다. 의사는 혼자서 떠났다. 얼마 후에 내 머리에 묘안 하나가 떠올랐다 격언에도 있듯이, 만일 양이 꼬리를 세 번 흔드는 그 잠간 사이에 그 의사가 다리 치료를 할 수 없다고 가정하면 3,4일 걸린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지의사의 입에서 비밀이 누설될 때까지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단 말인가그것은 결단코 안 될 소리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 기다리고 있기는 하자. 그리고 의사가 돌아와서 또다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 나 도 뗏목 있는 데로 가자. 헤엄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의사를 꼭 결박해 놓고 강을 내려가기로 하자 그리고 톰에게 의사가 필요없게 되면 의사에게 치료비를 주기로 하자 그렇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돈을 고스란히 주기로 하든지, 그 다음에 상륙시킨단 말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 나는 한잠 자기 위해서 재목더미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눈을 떴을 때 해는 머리 위에 높이 떠있었다 나는 재빨리 의사 의 집으로 내달린 것인데, 집사람들이 하는 말이, 의사는 어제 밤중에 떠난 채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크, 그럼 톰의 상처가 심 한 모양이구나 그러면 어서 섬으로 가기로 하자 이렇게 생각하자 나 는 그 집을 뛰어나와 급하게 모퉁이를 돈 것인데. 하마터면 사이러스 아저씨의 배를 들이받을 뻔했다 "어이, 톰 지금까지 어딜 가 있었느냐, 이 장난꾸러기 녀석아" "가긴 어딜 가요. 다만 도망친 검둥일 찾고 있었을 뿐이에요. 나도, 시드도." "대체 어디 갔었느냐 말이다 네 숙모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몰라" "걱정할 거 없어요. 우린 모두 무사하니까요.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개 뒤를 따라간 것인데, 뒤떨어지고 말아 그만 사람들을 놓치고 말았어요. 그러나 상류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카누를 타고 뒤를 쫓으면서 강을 건넌 것인데, 그만 놓치고 말았지 뭐예요. 그래서 우리는 강을 올라온 것인데 그 동안에 그만 녹초가 되고 말아 카누를 둑에다 매놓고 자고 있었어요. 푹 자고 겨우 한 시간 전에 눈을 떴는데, 소식을 들으러 이쪽 둑으로 왔어요. 그리고 시드는 무슨 소식을 들을 게 없나 하고 우체국으로 가고, 나는 뭐 먹을 것을 좀 살까 하고 서로 헤어져, 그것이 끝나면 우린 집으로 갈 작정이었어요." 그 다음 우리는 시드를 찾으러 우체국으로 가보았지만, 내가 예측한 대로 물론 시드는 거기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우체국에서 편지를 한 통 받고, 좀더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저씨는 자 가자꾸나, 시드는 싸질러 다니기에 싫증이 나면 걸어서 오거나, 카누를 타고 오거나 하면 될 테니, 우린 마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나는 우체국에 남아서 시드가 오기를 기다리고 싶었지만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그런 짓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너는 어서 나 와 함께 가서 아주머니에게 너희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막무가내였다. 우리들이 집에 이르자 샬리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우는 등 웃는 등 그야말로 기뻐서 야단이었고, 나를 꼭 껴안고는 아프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때리는 홍내를 내면서 시드가 돌아와도 이렇게 때려 주겠다고 협박했다. 마침 점심을 먹으러 온 농부들과 그 마누라들로 초만원이었고, 떠들어대는 꼴이란 대단했다. 그 중에서도 호치키스 할머니가 가장 심했고, 그 혀는 쉴 사이가 없었다. "한데 말유, 펠프스 성님 난 그 오두막집 안을 낱낱이 뒤졌다우. 그래 그 검둥이 녀석 미친 게 확실해. 담렐 성님에게도 내 그랬지만∼ 담렐 성님, 안 그했수-그랬구말구요, 그놈 미쳤다고 그랬다우 -난 정말 그렇지 뭐야. 다들 얘길 들으셨겠지. 미쳤다고 그랬지 뭐 야윌 봐도 그렇게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고 그랬다우. 거기 있는 그 숫 돌을 좀 보라고 내 안 그럽디까. 제 정신이 있는 녀석이라면 그런 미친 수작을 숫돌에다 쓰진 않을 것이 뻔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내 안그럽디까. 여기서 이러저러한 사람의 가슴은 터졌느니, 여기서 이러저러한 사람은 37년 동안을 보냈다느니 뭐니, 루이 뭐래는 사생아니 뭐니 터무 니없는 수작을 써넣고 있는 게 아녜요. 그 검둥이 녀석은 완전히 돈 녀석이라고 내 안 그럽디까. 제일 먼저 그 얘길 한 사람도 나구 중간에 가서 한 사람도 나구 맨 나중에 가서 한 사람도 나였지 뭐유, 그 검둥 이 녀석은 돌았다구. 네복쿠드니저 모양으로 돌았다구." "그리고 또, 아 글쎄 호치키스 성님, 그 헝겊으로 만든 사다릴 좀 봐요." 담렐 할머니가 끼여들었다. "대관절 그건 뭣에 쓰자고 그게 필요 했담" "바로 그 얘길 이제도 방금 어터백 아우님에게 하던 참이었지 뭐유 물어봐요, 얘기할 테니까. 아우님은 그랬다우. 거기 있는 헝겊 사다릴 보라고 그랬다우. 그리고 나도 그랬지, 그걸 보라구. 뭣 펌에 그런 게 필요했을까 하고 그랬지 뭐유. 아우님도 그랬다우, 호치키스 성님, 어 터 백 아우님도 그랬다우." "헌데 대관절 어쩌자구 그 숫돌을 거기 넣은 것이었을까 게다가 누 가 거기다 그 구멍을 팠을까 게다가 누가.... "그래요 정말, 펜로드 성님 나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겠수 이제 ∼거기 있는 꿀 접실 좀 이리 주-난 던랩프 성님에게 이제 방금 그 얘기를 하던 참이었다우. 어떻게 해서 그 숫돌을 거기 넣었을까 하 구 게다가 그것도 혼자서 ....혼자서 말이에요 자 문젠 거기죠. 혼자 서라는 말은 제발 그만두라구, 누가 도운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내가 그랬죠. 게다가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라 좨 많은 사람이 도왔을 거라구 그 검둥일 도운 사람은 열들은 돼요. 그리고 누가 했는지 모르겠 으면 이 집 검둥이들을 낱낱이 두들겨서 라도 반드시 도운 놈을 찾아내 고야 말겠다고 내 그랬죠. 게다가 또 난.... "열둘이라구 ....마흔 명이 있어도 그만한 일을 모두 해내진 못해요. 그 칼집에 든 칼톱이니 뭐니를 좀 보구려 그걸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겠수 그걸로 잘라낸 침대 다릴 좀 봐요. 여섯 명이 한 주일은 걸릴 일이에요 그리고 그 침대 위에 있는 짚으로 만든 검둥일 좀 봐요. 그리고 또.... "어쩌면 그렇게도 성님 말이 옳소, 하이타워 형님. 그 말은 내가 다 른 사람도 아닌 펠프스 형님에게 이제 방금 하던 그대로구려. 그 양반 말이, 어떻게 생각하오 호치키스 아주머니 하고, 그 양반이 그러는 게 아냐. 어떻게 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펠프스 형님 하고 내가 끼여들지 않았겠어. 그랬더니 그 양반 하는 소리가, 뭔 뭐야, 그렇게 잘라진 침 대 다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는 소리지 뭐냐구, 그 양반이 그러는 게 아냐.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느니 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따 지지 않았겠어. 다리가 자기 손으로 자길 잘랐을 리도 만무하고, 어느 누가 꼭 잘랐을 거라고 내가 해주었단 말이야. 노형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내 의견이라고, 쓸데없는 의견일지 모르지 만이라고.하지만 아무리 쓸데없는 거라도 내 의견이라고. 누가 좀더 나은 의견 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말해 보라고 내 그했단 말이야. 내 얘긴 그뿐이 야 난 던랩프 아주머니에게 그했단 말이야, 그했단 말이야.... "이봐요, 그만한 일을 하려면 적어도 4주간을 매일밤 거진 방안이 검둥이들로 틀림없이 들끓었을 거예요, 펠프스 아주머니. 그 셔츠 좀 봐 요. 구석구석 잔뜩 피로 쓴 비밀 아프리카 글씨가 써 있지 않습디까 쉴새없이 여러 놈이 열심히 낑낑대며 그걸 썼을 거요, 필경. 물론 누가 그걸 인어 주면 내 2달러 내놓지, 그리고 그걸 쓴 검둥이놈은 어떻게 하겠느냐 하면, 그놈을 붙잡아서 그저 당장에 능지처참을 하고. 그리 고는.... "그 검둥이놈을 도운 놈들이라고, 사플스 형님 여보. 당신이 이 집 에 조금 전서부터 있었다고 해보오. 필경 그렇게 생각했을 거니. 아 글쎄, 그놈들은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막 훔치는 게 아니냐 말이에요. 아 우린 그걸 줄곧 감시하고 있었다니까요. 그놈들은 그 셔츠를 빨랫줄에 서 훔쳐갔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 헝겊 사다릴 만든 그 욧잇 말이에요. 아, 글쎄 그걸 몇번 훔쳐냈는지 몰라요. 그리고 밀가루를 훔쳐내지 않나, 초를 훔쳐내지 않나 촛댈 훔쳐내지 않나, 스푼을 훔쳐내지 않나, 헌난상기를 훔쳐내지 않나 그밖에도 그만 다 잊어 버리고 말았을 정 도로 내 새 캘리코 옷까지 훔쳐내지 않았느냐 말이에요. 게다가 아까 도 얘기한 것처럼, 나와 마누라와 시드와 톰은 주야를 가릴 것 없이 줄 곧 감시를 하고 있었죠. 한데 감쪽같이 그림자 하나가 보였겠어요. 달 각하는 소리 하나가 들렸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판에 가서 참 기가 막 혀서, 그놈들은 내 코 바로 아래로 몰래 침입하여 우리를 실컷 조롱한 게 아니만 말이에요. 그리고 우릴 조롱했을 뿐만 아니라 그놈들은 인디언 부락의 강도놈들이었다니까요. 그리고 감쪽같이 그 검둥일 데리 고 실제로 도망쳐 버렸죠. 10명의 사나이와 22마리의 개가 곧장 그 뒤를 쫓았지만 헛수고였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 나 정말 이런 얘기 가 세상에 어딨어요 글쎄. 도깨비 찜쪄먹을 재주였다니까요, 왜냐하면 여러분들 우리집 갤 잘들 알고 있죠 그놈들보다 좋은 개가 어디 있습디까 한데 그놈들이 놈들 냄새를 한 번도 맡지 못했다니까요, 아 글 쎄 누가 그걸 설명할 사람이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정 말 금시초문인데.... "정말 말이 야, 한 번도.... "맹세코, 난 아직 .... "도둑질만이 아니지 .... "어머나, 이런 집에서 살라면 난 무서워서 그만.... "살기가 무섭다니 무섭다 안 무섭다가 다 뭐유, 자자니 잘 수도 없고, 일어나 있자니 일어나 있을 수도 없고, 누워 있자니 누워 있을 수 도 없고, 앉아 있자니 앉아 있을 수도 없지 않겠수 글쎄, 릿지웨이 성 님. 글쎄 놈들은 집안 식구까지 훔쳐가지 않을까 이봐요, 정말 어젯밤 한밤중 12시가 됐을 때, 내 얼마나 놀랐는지 성님도 아시겠구려. 정말 난 놈들이 집안 식구의 누굴 훔쳐가지나 않을까 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해서, 어떡허면 좋을지 몰라 제정신이 아니었다니까요, 글쎄. 이젠 낮 이니까 우습게 생각되지만, 내 맘속으로 어떻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저기 저 높은 곳에 있는 쓸쓸한 방에서 내 불쌍한 어린것이 자고 있을 테지 하고 생각하니 내 맘 같지 않아, 그래서 몰래 올라가서 밖에서 열쇠를 채워 안에다 가둬 두지 않았겠수 정말 그렇게 했다우. 안할 부모가 어딨겠수, 세상에 왜라니, 글쎄, 성님 좀 생각해 보구려, 성님이 그렇게까지 무서워서 벌벌 떨고 그 무서운 마음이 언제까지 자꾸만 계 속되고, 맘이 뒤죽박죽이 되어 그만 여러 가지 미친 지랄을 시작하게 되고, 또 맨 나중에 내가 애라면 그 맘속이 어땠겠수. 그리고 저 위층 자물쇠도 채워 있지 않는 방에 있었더면 어땠을 거냐 말이야. 그리고 성님은.... 여기서 아주머니는 말을 끊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빠진 표정으로천천히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이 나에게 쏠렸을 때, 나는 일어서서 산책을 나갔다. 오늘 아침 어떻게 해서 우리가 그 방에 있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잠 간 산책을 하며 생각해 보면 근사하게 설명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혼 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 머니가 나를 부를지도 몰랐으므로 나는 멀리는 가지 않았다. 저녁때 늦게 사람들이 모두 가버린 틈을 타서 나는 집으로 들어가 아주머니에 게 낱낱이 일러바쳤다. 밖에서 왁자지껄하고 땅 하는 총소리에 그만 나와 시드는 잠이 깨어 그 재미난 소동이 구경하고 싶어서 문에는 쇠 가 채워져 있어 피뢰침을 타고 내려왔다. 그래서 둘 다 약간 부상을 입' 었다. 다시는 이런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그러고 나서 아까 사이 러스 아저씨에게 한 얘기도 전부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너 희들을 용서해 주마, 어쩌면 이젠 이걸로 만사가 다 잘 되었을 테니까라고 했다. 또 사내애들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고 까지 하며,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사내애들이 라고 하는 것은 모두 분별없이 저런 짓을 하는 것이니까, 그 장난에서 아무런 해도 일어나지 않은 이상 나는 이젠 다 끝난 일로, 마음을 조리 기보다는 너희들이 살아 있어 몸이 성 하고 아직 이 아주머니하고 같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있는 날까지 있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 에 아주머니는 나에게 키스를 하고,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멍 하니 무슨 생각에 젖어 있었지만, 그때 부리나케 일어서며 이렇게 말 했다. "아니, 이거 큰일이구나, 이제 곧 밤이 될 텐데 시드는 아직 돌아오지않으니 그 앤 어떻게 된 셈일까" 나는 이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머니 앞으로 뛰어가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당장 뛰어가서 데려올게요. " "아냐, 넌 안 돼. 넌 지금 있는 데서 한 걸음도 나가선 안 돼. 한꺼 번에 다 잃어 버리면 안 돼. 저녁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아저씰 보내지 ." 그러나 저녁 때가 되어도 시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는 아저씨가 곧 떠났다.
아저씨는 밤 10시경에 다소 걱정스러운 낯으로 돌아왔다 톰과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샬리 아주머니는 여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 이러스 아저씨는 걱정할 것 없다고 하며 사내애는 역시 사내 애니까 이 애도 아침이 되면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올 테지 하고 말했다. 그래서 아주머니도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난 어쨌든 좀더 앉아 있다가 그 애 눈에 띄도록 불을 켜놓고 있겠노라고 했다 그 다음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아주머니는 초를들고 따라와, 나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며, 웬일인지 나 자신이 천하게 느껴지고. 도저히 정면으로 아주머니 얼굴을 쳐다볼 수 없으리만큼 애 정 깊이 자기 애처럼 나를 대해 주었다. 그리고는 침대 한곁에 걸터앉 아 한참 동안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시드가 여간 좋은 애 가 아니라는 것과, 언제까지 시드의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으로, 가 끔 나에게 시드가 죽은 것같이 생각되지 않느냐는 등, 또는 어쩌면 물 에 빠진 게 아니겠느냐는 등 뚱딴지 같은 소리를 묻기도 했고, 또 혹은 지금쯤 어디서 고생을 하고 있거나 죽거나 내가 옆에 있어서 간호도 해줄 수도 없고, 그 때문에 이렇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도 하며 사뭇 한숨을 짓는다 나는, 시드는 문제없어요, 아침이 되면꼭 돌아올 거예요 했더니, 아주머니는 내 손을 꼭 쥐고는 나에게 키스 를 하고 다시 한번 그런 말을 해보라고, 어서 자꾸만 그런 말을 하라 고,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풀린다고, 나는 이제 걱정이 되어서 죽을 지경이니까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방을 떠나려고 할 때 아주머니는 내 눈을 아주 부드럽게 뚫어져라 응시하며 말했다. "문에는 열쇠를 채우지 않는다. 톰. 그리고 피뢰침도 창도 그대로 있다. 하지만 넌 착한 애지 그래서 아무 데도 가진 않겠지 날 생각해 .'.』 " 사실 나는 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게 알고 싶어서 의젓하게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꾸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주머니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차마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주머니 일도 마음에 걸리고, 톰의 일도 마음에 걸렸다. 그 래서 잠자리가 편치 못했다. 밤중에 두 번이나 피뢰침을 타고 내려갔 다. 그리고는 몰래 집 정면으로 돌았다. 아주머니는 창가에다 촛불을 켜놓고 그 옆에 앉아서 한길 쪽을 내다보고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 었다 나는 아주머니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나 아 주머니를 슬프게 해줄 일은 다신 하지 않겠다고 맹세할밖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세번째 눈을 뜬 새벽녘에 몰래 또다시 기어내려가 보니, 아주머니는 그때까지도 거기 있었다. 촛불은 거의 꺼져 가고 있었고, 아주 머니는 늙은 백발을 손을 베개삼아 자고 있었다.
제42장 왜 짐은 교수형을 당하지 않았나
아침 전에 사이러스 아저씨는 또다시 마을로 들어가 보았지만 톰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생각에 젖어 식탁에 앉기는 했지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비장한 얼굴을 하고는, 커피는 식는 대로 내버려둔 채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앉아 있었다. 얼마 후에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그 편지를 당신에게 주었던가" "무슨 편지 말유" "어제 우체국에서 가지고 온 편지 말이야." "아뇨, 무슨 편지를 줬다고 그러우." "그럼, 내가 잊어 버린 모양이군." 아저씨는 주머니를 뒤져 본 후 그것을 파둔 곳으로 가서 찾아가지고 와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어머나. 센트 피터즈버그-형님에게서 온 편지가 아니유" 나는 다시 한번 산책을 나갔다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봉투를 뜯어 보기 전에 그것을 떨어 뜨리고는 내달렸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보았다. 그것은 이 불 위에 누운 톰 소여와 예의 그 노인 의사와 여자용 캘리코 옷을 입고 두 손을 뒤로 묶인 짐,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편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물건 뒤에다 감춘 뒤에 재빨리 달려갔다. 아주머니 는 울면서 톰에게 몸을 내던졌다. "아이고, 죽었구나, 죽었어. 필경 죽었을 거야" 그러자 톰은 몸을 움직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자 아주머니는 두 손을 쳐들며 소리를 질렀다. "살아 있구나, 아이구 고마워라 살아 있기만 하면 그만이야 " 아주머니는 톰에게 키스를 하고 나서, 침대 준비를 하러 집으로 달려가면서 한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혀를 부지런히 놀려가며 좌우에 있는 검둥이들이나 누구에게든 닥치는 대로 할 일을 분부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을 보려고 뒤에서 쫓아갔다. 노인 의사와 사이러스 아저씨는 톰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노발대발하며, 그 중 몇 사람은 동네 검둥이들의 견본으로 짐을 목매달아 죽이라고 야단이었다. 그렇게 하면 다른 검둥이들은 짐이 한 것처럼 도망할 생각을 안할 것이고, 이러한 대소동도 일으키진 않을 터이고, 집안 전체가 밤이나 낮이나 죽을 만큼 벌벌 떨고 있을 리도 만무할 게 아니냐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짓 을 해도 아무 소용 없다고 반대했다 이 검둥이는 우리들의 검둥이가 아니니까 필경 그 주인이 와서 우리들에게 그 대가를 물어내라고 종주 먹을 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자 잔뜩 흥분하고 있던 사람들도 다소 냉정해졌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한 검둥이 의 목을 매달아 버리라고 항상 가장 열심인 사람들은 목을 매달아 만 족을 얻은 후에 그 검둥이의 대가를 물어낼 단계가 되면 늘 벌벌 떠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짐에게 몹시 욕설을 퍼부었고, 가끔 짐의 따귀를 을려붙였지만 그러나 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또 나를 아는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짐을 그 붙여 지은 오두막으로 끌고들어가 짐이 입고 있던 옷을 다시 입히고. 또다시 쇠사슬로 결박 을 지은 것이지만 이번에는 침대 다리가 아니라 토대 통나무에 박은 커다란 고리쇠에다 붙잡아 매었다. 게다가 두 손과 두 다리를 쇠사슬 로 결박지어 놓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음식물로는 빵과 물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파낸 구멍을 메꾸고, 경매에 걸어 팔 아 버릴 때까지 농부 두 사람씩 밤마다 총을 들고 이 오두막집 주위를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낮에는 불독을 문간에다 매어 두지 않으 면 안 되겠다고 했다 이력저력 이 일도 대강 끝이 나고 말았으므로 사 람들은 서로 욕지거리를 절반씩 섞어 작별인사를 하면서 뿔뿔이 흩어 지기 시작했다. 그때 노인 의사가 그곳으로 나타나 이 꼴을 얼핏 보고 는 이런 말을 했다.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굴어선 안 돼. 이 검둥인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내가 그 애 있는 데로 가보니까 누구 조력을 받지 않고서는 총알을 빼낼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 앨 혼자 남겨놓고 내가 사람들은 불러을 수 있을 만한 용태가 아니었단 말이야. 게다가 그 앤 점점 용태가 나빠 지기만 하여 마침내는 머리 상태마저 돌고 말아 날 절대로 접근시키려 고 하지 않으며, 내 뗏목에다 표시를 하면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는 등 쓸데없는 소리만 언제까지 끝없이 지껄이는 까닭으로 난 도저히 손댈 길이 없었단 말이야. 그래서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람을 데리고 오 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했더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검둥이 녀석이 어디서 기어나와 도와 주겠다고 하고는, 정말 그 말대로 훌릉하게 도와 주었어. 물론 나는 대번에 이 검둥이 녀석이 도망친 그녀석이로 구나 하는 걸 알아챘지 뭐야. 한데 아, 나 좀 보란 말이야 거기 그냥 그대로 꼼짝도 못하고 한낮 한밤을 있지 않을 수가 없었단 말이야. 정 말 기가 막혀서 그때 나에겐 감기가 든 환자가 둘이나 있어 물론 그 사람들 진찰을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디 차마 갈 수 있었어야지. 검둥이가 도망칠지도 모르고, 만일 그렇게 되는 날엔 내 탓 이 되고 말 테니까. 한데 어이 하고 불러서 들릴만한 거리 내에 스키프한 척 오는 놈도 없고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래서 난 그대로 오늘 새벽까지 거길 떠나지 못하고 처박혀 있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인데, 정말 이렇게 충실한 간호를 하는 검둥이 녀석을 보기란 난생 처음인걸. 게 다가 이 녀석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몸에 해가 올 것을 알았을 게 아니냐 말이야. 거기에다 몸이 기진맥진되어 있더란 말이야. 최근 몹시 혹사를 당하고 있었다는 표적이 대번에 드러나더라구. 그래서 난 이 검둥이 녀석이 좋아지지 않았겠소. 여러분, 이와 같은 검둥인 천 달러 의 가치가 있는 것이오. 게다가 또 친절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단 말이야.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모두 갖다 주었고, 그래서 그 앤 집에 있는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집에 있는 것 이상으로 돈독한 간호를 받았을 거로 생각한단 말이야, 난. 거긴 퍽 조용한 곳이었으니까 그렇 지 않았겠소 거기서 난 그 애와 검둥일 데리고 오는 새벽녀까지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단 말이야. 그 동안에 몇 사람이 스키프를 타고 옆을 지나가지 않았겠소 천만다행으로 검둥인 짚이불 옆에 앉아 머릴 무릎 위에다 박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지 않겠어. 그래 난 그 사람들에게 눈 짓을 했더니 그 사람들은 살며시 접근해 와 검둥일 붙잡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등절하고 있는 놈을 그만 결박해 버려 아무 문제도 안 일어나고 말지 않았겠소. 그리고 애가 열에 뜬 얼굴을 하고서 자고 있 었으므로 우리는 소릴 내지 않게 노를 살살 저어 뗏목을 아주 감쪽같이 조용히 끌고 왔단 말이야. 아 그런데 이것 좀 보오. 이 검둥인 처음 부터 전혀 떠들지도 않고, 말이라곤 한 마디도 하지 않았소. 이녀석은 절대로 나쁜 녀석이 아냐 여러분, 내 생각은 그렇소." 누가 그 말을 받아, "그렇습니까, 선생님, 그것 정말 신통한 얘긴데' 하고 맞장구를 쳤다. 다른 사람들도 얼마간 손이 누그러지고 말았으므로 난 그처럼 짐에 게 선심을 써준 그 노인 의사에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했다. 그리고 또 너의 사람을 보는 눈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어 기뻤다 나는 한눈에 벌써 이 사람은 좋은, 인정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다. 그래서 사람들은 짐이 매우 좋은 행위를 했기 때문에 얼마간 그걸 인정해 주고, 보답해 줄 가치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한 까닭으로 이젠 절대로 짐에 대한 욕설을 퍼붓지 않겠다고 모두 마음속으로 약속한 것이 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은 그 방에서 나와 쇠를 채우고는 짐을 안에다 가둬 버렸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도 무거우니까 쇠사슬을 하나나 둘 풀어주자는 등, 빵과 물 외에도 고기와 야채도 갖다 주자는 등, 그런 말 을 해주지 않나 하고 은근히 바했지만, 사람들은 채 생각이 거기까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입으로 그 얘길 꺼낸다는 건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 눈앞에 가로놓여 있는 난관만 돌파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샬리 아주머니에게 그 얘길 꺼내리라고 생 각하였다. 난관이란 건 톰과 내가 도망친 검둥이를 찾아서 그 지긋지 긋한 밤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얘기했을 때, 시드가 총에 맞은 것을 어 떻게 해서 내가 얘기하는 것을 깜빡 잊어 버리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 명 인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얼마든지 시간이 있었다 샬리 아주머니는 주야를 가릴 것 없이 줄곧 병실에 붙어 있었고, 나는 사이러스 아저씨가 병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아저씨를 피해 몸을 감추었다. 다음날 아침, 톰의 용태가 훨씬 좋아지고 해서 샬리 아주머니는 한 잠 자러 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병실로 들어가 톰이 일어 나 있으면 집안 식구들에게 해도 의심을 살 염려가 없을 그러한 이야기를 꾸며낼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톰은 잠을 자고 있었 다. 아주 편안히 잠을 자고 있었고, 이리로 운반되던 때와 같이 달아오른 얼굴이 아니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거기 앉아 톰이 눈을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이 지나자 샬리 아주머니가 살며시 들어왔다. 나는 또 '이크 이런' 하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고는 내 옆에 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젠 모두 기뻐해도 좋다는 등, 징후는 매우 양호하며, 저애는 자꾸만 저렇게 잠만 자고 있고, 점점 회복 일로에 있으며, 평온을 회복하고 있으니 십중팔구 이번에 눈을 뜨면 제정신으로 돌아오리라는 것 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후 톰은 몸을 꿈틀 거리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 다. "아니 이건 난 집에 돌아와 있는 게 아냐 어찌된 셈일까 뗏목은 어디 있는 거야" "그건 아무 문제도 없어 ." 내가 대꾸했다. "그리고 짐은" "아무 일 없어 ."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그다지 힘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톰은 그런 걸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옳지, 잘 됐어 이제 우린 안전하구나 아주머니에게 얘기했나" 내가 그렇다고 하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나보다 먼저 "윌 말이냐,시드" 하고 물었다 "뭔 뭐예요, 자초지종 전부 말이에요." "자초지종 전부라니" "전부가 전부지 뭐예요. 하나밖에 없어요. 어떻게 해서 우리들이 -나와 톰이 -도망꾼 검둥이를 자유의 몸으로 했는가 하는 거예요." "뭐라고 도망꾼 검둥일, 어머나, 이 앤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걸까,대관절 저런 저런, 너 또 머리가 이상해졌구나" "아뇨. 난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니고 모든 걸 제정신으로 하고 있는거예요. 나와 톰이 그 검둥일 자유의 몸으로 해준 거예요. 게다가 그걸 근사하게 해치웠어요." 톰이 지껄이는 것을 아주머니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내 가 끼여들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봐요 아주머니, 여간 힘이 들지 않았어요. 몇 주일이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밤마다 몇 시간씩, 집안 식구들이 모두 자고 있는 동안에 말이에요. 그 다음 우리는 초니, 욧잇이니, 난상기니, 숫돌이니, 밀가루니,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물건을 훔치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그리 고 톱을 만드는 등, 펜을 만드는 등, 문구를 파는 등, 그밖에 또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얼마나 수고가 들었는지 아주머닌 모를 거예요. 그 리고 또 얼마나 재미 있었는지 그 맛의 절반도 아주머닌 모를 거예요.그러고 나서 우리는 관이니 뭐니 하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되었 고, 강도로부터 온 익명의 편질 쓰지 않으면 아니 되었고, 피뢰침을 기 어내려갔다 올라갔다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붙여 지은 오두막으로 통하는 구멍을 뚫지 않으면 안 되었고, 밧줄 사다릴 만들어 파이 속에 다 넣어서 들여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고, 도구로 쓸 스푼과 그밖의 것 들을 아주머니 에이프런 포켓 속에다 넣어서 들여보내지 않으면 안 되 었던 거 예요. " "아니 , 얘들이" ....그리고 그 오두막 안으로 짐과 벗이 될 쥐니 뱀이니 뭐니를 잔뜩 틀어넣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걸 아주머니가 톰이 모자 속 에다 버터를 넣은 채 그렇게 오랫동안 붙잡아 놓고 있었으므로 이 일 은 하마터면 실패하고 말 뻔했어요. 왜냐하면 그건 우리들이 오두막을 나서기 전에 사람들이 우우 몰려왔기 때문으로, 우린 뛰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은 인기척을 알아듣고 우리들에 게 총을 쐈던 것인데, 그 바람에 내가 맞은 거예요. 우리는 길에서 몸 을 비켜 그 사람들을 먼저 보내지 않았겠어요. 개는 왔어도 우리들에 겐 아무 볼 일도 없었으므로 앞으로 가버렸지 뭐예요. 그후 우리는 카 누를 타고 뗏목 있는 데로 향했고, 아주 완전한 몸이 되었고, 짐은 자 유의 몸이 된 거예요. 들어봐요, 이걸 전부 우리 손으로 해낸 거예요.
굉장하죠, 아주머니" "어머나, 이런 얘긴 난생 처음 듣는구나 정말 그럼 그게 모두 너희 들이었단 말이냐, 이 꼬마 악당 녀석들아. 요새 이러니 저러니 하고 장 난을 한 것도 감쪽같이 우릴 속여 우릴 죽도록 무섭게 한 것이 그게 모두 네놈들 장난이었단 말이냐. 이제라도 당장 네놈들을 혼내주고 싶 어 이 몸이 막 스멀거리는구나. 그것도 모르고 매일 밤 그렇게 궁상맞 게 걱정을 하며 있었다고 생각하니....너 남기만 해봐라, 이 장난꾸러 기 악당 녀석들아, 꼭 네 두 놈의 나쁜 버르장머릴 고쳐놓고 말 테니" 그러나 톰은 득의만만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얘기를 그만두기는커녕 혀는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주머니도 맞장구 를 치며 까닭없이 화를 내며 마치 고양이 싸움처럼 두 사람이 동시에 지껄였다. "그래 좋아, 어서 지금 실컷 네 계획이 잘 됐다고 좋아해라. 왜냐하면 이봐라, 다시 한번 그놈에게 손을 대는 걸 나에게 들켜만 봐라." "누구에게 손을 대요" 통은 웃던 얼굴을 뚝 감추고는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물었다. "누구에 게냐고 누군 누구야, 물론 저 도망꾼 검둥이놈 말이지. 그 밖에 또 얘기할 놈이 있다더냐" 이번에 톰은 아주 정색으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톰, 놈은 문제없다고 너 지금 그러지 않았던가 도망친 게 아니야" "놈이라니" 샬리 아주머니가 끼여들었다. "도망등이 검둥이 말이냐도망치다니 천만에. 무사히 데려왔단다 그래서 도로 그 방에다 처넣 고 빵과 물을 주고, 쇠사슬로 단단히 결박시켜 놓았어, 지금. 인수인이 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팔아 버리거나 둘 중 하나야." 이 말에 톰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두 눈은 이글이글 노기를 띠고 있 었고, 콧구멍은 물고기 아가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다. 그리 고는 나에게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놈은 아무도 없어 어서 가, 빨리 분이라 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 주는 거야 짐은 노예가 아냐. 이 지상을 걸어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않게 자유의 몸이야" "아니 이 앤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난 한 마디 한 마디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샬리 아주머 니. 아무도 안 간다면 내가 가요. 난 처음부터 그 검둥이 일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기 있는 톰도 알고 있어요. 왓슨 아주머닌 두 달 전 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리고 전에 짐을 하류에다 팔려고 하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유언으로 짐을 자유 의 몸으로 한 거 예요." "그럼, 대관절 넌 뭣 펌에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하려고 했단 말이냐, 벌써 자유의 몸이 되었다면서" "글쎄요, 실은 그게 문제예요, 역시 아주머니도 여잔 여자군요 뭘 요, 난 그 모험의 재미를 맛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목까지 담그고 피바다를 건너는 한이 있어도....아니, 폴리 아주머니" 폴리 아주머니가 파이를 실컷 먹은 천사 모양으로 기분 좋은 얼굴로 만족스럽게 문 안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샬리 아주머니는 폴리 아주머니에게로 뛰어들어 목이라도 떼어 버릴 듯이 꼭 껴안고는 매달려 울었다. 암만해도 우리들에게 사태가 불리하 게 벌어질 것만 같아 나는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거기서 내다보고 있으려니까, 얼마 후에 톰네 폴리 아주머니는 샬리 아주머니를 풀어 젖히고는 안경 너머로 톰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 꼴은 마치 톰을 땅 속에다 쑤셔박아 버리려는 듯한 꼴이었다. 얼마 후에 폴 리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옳지, 넌 저쪽을 보고 있는 게 좋을 거다 나라면 그렇게 해, 톰 "
"어머나" 샬리 아주머니가 끼여들었다. "이 애가 그렇게 변했어요아니, 이 아인 톰이 아냐요, 시드지, 통은....톰은 아니, 톰은 어디 갔을까 조금 아까까지 여기 있었더랬는데 " "아우님 얘긴 허클 핀 얘기야. 허클 핀 얘기래두 이 긴 세월 동안 톰과 같은 장난꾸러기를 길러낸 내 눈에 톰을 못 알아볼 리가 어딨어.잘못 본다는 건 참 이상한 얘기지. 그 침대 밑에서 어서 나와, 허클 핀." 그래서 나는 나왔지만 가슴속이 조마조마했다. 달리 아주머니는 마치 여우에게 흘린 듯한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는 그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한 사람 그러한 사람이 있었다. 그 것은 방안으로 들어와서 아주머니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사이 러스 아저씨였다. 마치 아저씨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그날 하루를 멍 하니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다. 그날 밤 기도회의 설교를 한 것인데, 그 것은 아저씨를 굉장히 유명하게 했다. 왜냐하면 세계의 최연장자라도 그 설교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그래 톰네 폴리 아주머니는 내가 누구이며.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을 낱낱이 얘기했다. 그래서 나 도 톰 소여로 오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입장이 곤란했었는가를 얘기하 지 않을 수 없었다. 펠프스 부인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아니다. 앞으로도 샬리 아주머니라고 날 불러줘. 난 그렇게 불리는 데 익숙해졌고, 그러니 고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 샬리 아주머니가 나를 톰 소여로 오인했을 때 나는 그대로 참고있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는 것을 부득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할밖에 딴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톰이 그런 것에 마음을 쓰고 있지 않으리라고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비한 것이라면 톰은 혹하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톰은 거기서 모험을 만들어 내고는 완전히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톰은 자기가 시드인 척하여 되도록 나의 입장을 곤란하게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톰네 폴리 아주머니는 왓슨 아주머니가 유언으로 짐을 자유의 몸으로 해준 것은 톰이 말한 그대로라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톰은 자유의 몸인 검둥이를 자유의 몸으로 하기 위해서 그런 귀찮은 연극을 했고 성가신 일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까지, 또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 그런 좋은 집안에서 자라는 톰이 어찌하여 검둥이를 자 유의 몸으로 하려는 사람을 도을 생각이 났는지 아무리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샬리 아주머니가 톰도 시드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편지를 보냈을 때,자기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노라고 폴리 아주머니는 말했다. "옳지, 저것 좀 봐 내 생각하던 그대로야, 그 앨 감독할 사람 하나 붙이지 않고 흔자 떠나보냈으니 저 꼴이 되고 말았지 그러니까 내가 당장 강을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고, 이번엔 그 애가 무슨 일을 저지 를지 그걸 가봐야겠다고 말이야. 아우님한테서 그것에 관한 답장이 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아니, 형님이 무슨 편질 했단 말이오 한 장도 못 받았는데 우린." "아니 저런 그래도 난 시드가 와 있다고 하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 냐고 두 번씩이나 안부 편질 냈는데 " "하지만 한 번도 안 받았수, 형님." 폴리 아주머니는 천천히 엄숙한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너지 , 톰" "예 뭔데요" 통은 시치미를 떼고는 뚱해서 대답했다. "뭔데요라니, 이 뻔뻔스러운 녀석아. 그 편지를 이리 내놔." "무슨 편지 인데요" "그 편지 말이야. 네 녀석을 거꾸로 매달아서라도 그 편지를 내놓게 하고 말 테니 어디 봐라." "가방 속에 있어요. 그럼 됐지요. 우체국에서 찾아온 대로 그대로 뒀어요. 난 안은 보지도 않았어요. 만져 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이 편 지가 귀찮은 문제를 일으키리라는 건 알았어요. 그래서 급한 편지가 아니 라면 감춰도 좋으리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 암만해도 네 녀석을 때려야만 해, 꼭. 그건 틀림없어. 그후 난 또 한 통, 그리 간다는 편질 했는데 그것도 저 녀석이.... "아는, 그건 어제 왔어요. 아직 읽진 않았지만 그건 확실히 받았습니다. " 나는 샬리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에 2달러를 걸어도좋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러한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 리라고 생각하고는 잠자코 있었다.
최종장 이 이상 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톰과 들이만 있게 되자 탈출에 성공했을 때에는 어떻게 할 작정 이었느냐고 물었다. 탈출에 성공하고, 이미 자유의 몸이 되어 있는 검 등이를 다시 또 자유의 몸이 되게 했을 때에는 어떻게 할 계획이었느 냐고 물었다. 그러자 톰은 짐을 무사히 도망치게 한 경우 처음부터 머 릿속에서 계획하고 있던 것은, 짐을 뗏목에다 태워서 강 하구까지 모 험을 하면서 데리고 내려간 후, 그 다음에는 짐에게 자유의 몸이 되었 다는 사실을 알려서 정정당당히 기선에 태워 고향으로 데리고 가, 짐 에게 이제까지 수고를 끼친 수고비를 주고, 미리 편지를 내어 고향 일 대의 검둥이들에게 출영을 나오게 하여, 횃불 행렬과 악대로 마을을 오게 한다. 그렇게 하면 짐은 영웅이 되고 우리들도 영웅이 될 게 아니 겠느냐고, 톰이 우쭐대었다. 그러나 나는 일이 이렇게 된 것만도 참 잘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는 곧 짐의 쇠사슬을 풀었다. 그리고 짐이 그야말로 의사를 잘 도와서 톰을 간호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폴리 아주머니도, 샬리 아주 머니도, 사이러스 아저씨도 그야말로 떠들어대며 짐에게 훌릉한 옷을 입혔고, 먹고 싶은 것은 아무거나 마구 먹였고, 편히 그날 그날을 보내 게 하며,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병실로 짐을 데려다 놓고는 얘기꽃을 피웠다. 톰은 그렇게 참을성있게 우리들을 위해서 죄수 노릇을 해주었고, 그 역을 그렇게까지 잘 해준 대가라고 하면서 짐에게 40달러를 주었다. 짐이 기뻐하는 꼴은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저, 허클 도련님, 내 뭐라고 했었지. 그 작슨 섬에서 말이야, 난 가슴팍에 털이 나 있다고 하지 않더냐 말이야 그리고 다시 한번 부자가 된다고 하지 않더냐 말이야 그게 그대로 됐지 뭐야. 정말 그대로 성사 되고 말았지 뭐야 글쎄, 암만 나에게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 예고는 역시 예고란 말이야. 깔볼 수는 없어. 그리고 내가 이제 이렇게 서 있는 게 확실한 것처럼 이제 다시 한번 부자가 되리라고 하는 걸 알고 있 었단 말이 야 진작부터 " 그러고 나서 톰은 언제 그칠지 모를 이야기를 계속 자꾸만 지껄이던 끝에, 가까운 장래에 밤에 셋이서 이곳을 탈출하여, 여행 도구를 준비 하여 반 달이나 한 달쯤 거기 토인 부락에 있는 인디언 사이에서 대모 험을 한바탕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말을 꺼냈다. 나는 좋겠다고,내 마음에 들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나에겐 도구를 살 돈이 없 고, 집에서 보내 달라고 할 수도 없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먼 옛날에 벌써 아빠가 돌아와서 대처 판사에게서 그 돈 전부를 틀림 없이 찾아갔을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톰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 아직 마셔 버리진 않았어. 고스란히 그대로 있어, 거기 6천 몇백 달러의 돈이 그리고 네 아버진 그때 이후론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었어. 어쨌든 내가 떠날 때까진 돌아오지 않았어 " "그 양반은 이젠 돌아오지 않아, 허클 도련님 " 짐 이 끼여들었다 "왜, 짐" "왜구 뭐구 없어, 허클 도련님 하지만 그 양반은 돌아오지 않는대 - 그러나 내가 어찌나 몹시 따지고 드는지 짐이 털어놓았다. "이봐, 임자는 강을 떠내려온 집을 기억하고 있어 그 안에 사람이 있었지. 그 위에 무엇이 덮여 있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안으로 들어가서 덮여 있는 걸 들춰 보았는데, 아 왜 내가 임자더러 오지 못하게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임자는 필요할 때 임자 돈을 타 낼 수 있어. 왜라니 그게 그 양반이었으니까 그렇지 뭐야." 톰은 거의 완쾌되었고, 빼낸 총알을 시계 대용으로 줄에다 달아 목에다 걸고 있었다. 그리고는 늘 지금 몇 시냐고 하고는 그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래서 이것으로 이 이상 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기쁘다 그 까닭은 만일 책을 만든다고 하는 것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를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이러한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테 다. 그러나 나는 톰이나 짐보다도 먼저 토인 부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샬리 아주머니가 나를 양자로 삼아 사람 구실을 하게 해주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그런 경험이라면 한 번 맛본 적 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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