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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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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춘문예 시에 대한 소감/심상운
2022년 07월 27일 21시 25분  조회:544  추천:0  작성자: 강려
2015년 신춘문예 시에 대한 소감
 
신인들의 젊은 의식과 상상이 펼치는 새로운 구조와 미적 감각의 언어
 
 

                                                                   심 상 운 (시인, 문학평론가)
 
1.
1925년 <동아일보>에서 처음 실시한 신춘문예新春文藝 제도는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신인등용新人登龍의 권위 있는 제도로 자리를 잡고 2015년까지 9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신춘문예가 신인 배출의 중요한 제도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 중 가장 중요하게 인정되는 것은 심사의 공정성公正性이다. 신문사에서 문단의 권위 있는 문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공모된 작품을 예심과 본심의 절차를 거쳐 심사하는 이 제도는 오랜 세월 동안 공정한 심사로 운영되어 수많은 문인들을 문단에 내보낸 전통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당선된 작품은 일반 문학잡지들의 신인작품보다 질적인 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공정성은 2000년 이후 문학잡지의 범람과 등단 신인들 작품의 질적 저하低下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문단의 상황에서 신춘문예 제도의 전통으로 매우 소중하게 인식되고 있다.
공정성에 못지않게 중요시 되는 것이 시대를 앞서가는 신인들의 젊은 의식과 상상想像이 산출하는 새로운 의미와 미적 감각의 세계를 수용하는 심사위원들의 안목眼目이다. 신춘문예의 이런 특성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자기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여 한국현대문학을 빛낸 작가와 시인들의 면면이 증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문인이 소설가 김동리(1935년 동아일보)와 시인 서정주(1936년 동아일보)이다.
그러나 이 신인 발굴의 신춘문예 제도가 심사위원들의 편향偏向된 경향으로 인해 과거처럼 시대의 흐름에 앞장서지 못하고, 미래지향未來指向의 새로운 의미와 미학에 역행한다는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는 일부 문인들의 부정적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신춘문예 제도의 존속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깊이 숙고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25개 신문(중앙일간지 9개 , 지방일간지 14개 특수일간지 2개)의 2015년 신춘문예 시 작품과 심사위원의 심사기를 대상으로 2015년 신춘시(신춘문예당선시)의 경향에 대하여 나름대로 진단診斷하고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2.
중앙 9개 일간지의 심사평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체적으로 시의 난해성難解性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의 완성도完成度도 중요하지만 신인들의 시가 개척하고자하는 새로운 시의 공간과 미개지未開地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암시暗示의 매력도 소중하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시의 서정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난해성을 인정하고 젊은 시인들의 상상력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심사위원들의 경향은 한국현대시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하였다고 판단된다. 이는 삶에 대한 실존적實存的 인식이나 어두운 사회 현상에 대한 도전이나 메시지를 통한 출구의 제시보다는 어두운 사회현상에서 받은 정신적 상처를 상상의 언어로 암시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미보다는 자유로운 상상 쪽으로 시를 유인誘引하는 언어감각의 시편들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의 시편들은 언어의 유희성遊戱性을 발판으로 언어의 연상聯想이 펼쳐내는 신선하고 새로운 감각과 의미를 담은 이미지의 창출創出이라는 데 가치를 지닌다. 이런 관점에서 “시에서 발견과 발명은 구분된다. 발견이 낯익은 대상에서 낯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면, 발명은 대상과 무관하게 낯선 의미를 빚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발견은 소통 가능성(서정시), 발명은 소통 불가능성(비서정시)과 직결되고, 다시 발견은 언어의 투명성(우리), 발명은 언어의 불투명성(나)과 연관된다. 우리 현대시는 발견과 발명 사이에 서식한다.”는 황지우, 이문재, 남진우의 한국일보 심사평과 “시라는 이름의 관행적 작문방식에 갇혀 오히려 생과 세계의 피 흐르는 실상으로부터 시 자체가 유리되는 자가당착을 돌파하는 패기의 글쓰기, 한국어의 갱신과 재구성이 그로부터 시발될 글쓰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것은 무조건 정당한가. 바로 이 오래된 물음을 또한 고통스럽게 치르는 가운데 일종의 시적 윤리성을 확보한 글쓰기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진정한 희망의 새로움이지 ‘새것 흉내’가 아니기 때문이다.”라는 문정희, 김사인의 세계일보 심사평은 한국현대시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평문評文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진보적進步的 경향은 현대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경험적 현실에서 유리遊離된 추상적 개념의 수준에서 영위되는 사고형식인 ‘과학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서 그 반대의 ‘야생野生의 사고’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고이동思考移動의 현상’으로 이해된다. 20세기 프랑스의 사회인류학자이며 구조주의 철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가 말한 야생의 사고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감성적 표현으로 세계를 조직화하는 ‘구체성의 과학’이다. 따라서 과학적 사고가 추상적抽象的인 논리적 틀 속에서 ‘길들여진’ 사고라고 한다면, 야생의 사고는 ‘길들여지지 않은’ 사고다. 그래서 야생의 사고는 미리 정해진 목표가 없으며, 구체적인 재료를 사용해 매번 새로운 의미나 관계를 만들며 어떤 질서를 창조해내는 예술적인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춘시의 일부가 야생의 사고에 연관 지어지는 것은 심사위원들이 “낯익은 대상에서 낯선 의미를 찾아내는” 발견의 시로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면서도 “대상과 무관하게 낯선 의미를 빚어내는 시” 발명의 시를 새로운 시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의 시 쓰기는 21세기 한국현대시의 현장에서 이미지의 집합적 구성, 동적 이미지, 무한 상상의 다선구조多線構造 등을 시론의 기본골격으로 해서 창작되고 있는 ‘하이퍼 시(hyper poetry)'와 연결된다.
 
3.
더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서 당선된 작품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동아일보>의 당선작 조창규의「쌈」에는 ‘쌈’ ⟶ ‘동굴 속의 어둠’⟶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구멍난 방충망’⟶‘달의 뒷장’,⟶‘긴 혀’⟶‘보쌈’으로 이어지면서 쌈장 속에 사물과 자연 현상을 포괄하는 다양한 상상의 다선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도 구속되지 않는 시적 화자의 유머가 일상적인 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서울신문>의 당선작 최은묵의 「키워드」는 우물을 상상의 키워드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죽은 우물을 건져냈다//우물을 뒤집어 살을 바르는 동안 부식되지 않은 갈까마귀떼가 땅으로 내려왔다” 는 1,2연만 읽어보아도 이 시의 우물은 실제의 우물과는 전혀 다른 감성과 상상의 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을 단순한 비유譬喩라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재료를 사용해 매번 새로운 의미나 관계를 만들며 어떤 질서를 창조해내는 브리콜라주(Bricolage)의 예술적인 사고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 ‘죽은 우물’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의 음화(陰畵)를 그려내고 있다. 이미지가 지나치게 모호해서 소통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고도의 암시성은 시에 있어서 결함보다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나희덕, 정호승의 심사평이 긍정적으로 이해된다. <한국일보> 당선작 김복희의「백지의 척후병」도 소통불가능의 언어가 시적 상상의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연속사방무늬 물이 부서져 날리고/구름은 재난을 다시 배운다/가스검침원이 밸브에 비누거품을 묻힌다/바닥을 밟는 게 너무 싫습니다/구름이 토한 것 같습니다”라는 이 시의 첫 연에서 ‘가스검침원이 밸브에 비누거품을 묻힌다’는 구체적 행위가 시의 키워드가 되어 ‘구름’⟶‘흰색 슬리퍼’⟶‘뱀’⟶‘전쟁’⟶‘방설림’⟶‘겨울을 측량’⟶‘폭발음’⟶‘인질’ 등의 언어로 연결되는 데, 이 시에도 의미의 생산보다 상상의 확대에 따른 새로운 시적 공간의 형성을 감지하게 된다. <경향신문> 당선작 김관용의「선수들」도 언어의 연상으로 펼쳐내는 이미지의 전개가 의미의 구속에 갇혀 있는 시와 구별된다. ‘전성기’⟶‘인저리타임’⟶‘옆집’⟶‘옛 애인’⟶‘폭설’⟶‘만약이라는 말’⟶‘수비수 두 명’⟶‘성적증명서’⟶‘아름다운 지진’⟶‘지구의 맨 끝’ ⟶‘땅을 잃은 문장들’⟶‘원을 그리며 날던 새들’⟶‘원점⟶전광판⟶유니폼 등 부분 부분 단절된 서사敍事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상상의 다양성이 한 편의 시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언어와 언어가 충돌하며 파열하는 섬광 같은 것을 뿜어내면서 자기 시를 ’전력을 다해 서 있는‘ 삶의 트랙으로 밀어붙인다. 그리하여 이 시는 시적인 것으로부터의 일탈을 통해 ‘다른 시’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지 않는 이 주밀한 자본의 세계에서 시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균열과 의외성이다. 트랙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결말을 짐작할 수 없는 것으로의 이 과감한 투신의 성과를 당선작으로 미는 데 우리는 주저하지 않았다.“는 이시영 황인숙의 심사평에 공감하게 된다. 이는 현대시가 독자들에게 의미의 영역에서 벗어나 초현실적인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언어의 유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4.
2015년에도 대부분의 신춘시들은 의미를 배반하지 않는 시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서정성의 원리에서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몇몇 심사평들을 제외한 심사평들이 그런 보수적인 시들을 선호하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을 성형한 아이돌처럼 잘 빚어진 시들이 선택되고 있다. 그러나 생기生氣를 잃은 관념으로 치장된 시편들은 의식이 있는 독자들에게 ‘생동하는 반역叛逆의 시’를 더욱 갈구하게 한다. 그래서 2015년의 신춘시를 조감鳥瞰하는 이 글은 의미 불통의 시, 다양한 상상의 이미지에 관점을 두고 긍정적肯定的으로 현재의 신춘시를 진단하면서 미래의 한국현대시를 나름대로 전망展望하는데 초점을 맞춰보았다.
 
월간 2015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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