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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칠거지악(七去之惡)”
김 관 웅
여자들의 명절인 3.8절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여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외람되기는 하지만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컴퓨터에 마주 앉았다.
남권주의 시대의 이혼의 조건이나 이유를 동양에서는 이른바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규정했었고 이혼하지 못하는 조건과 이유로 “삼불출(三不出)”로 규정했다.
“칠거지악(七去之惡)”과 “삼불출(三不出)”을 소개해 보기로 하자.
이른바 “칠거지악(七去之惡)”은 “무릇 아들을 못 낳거나, 음탕하거나, 시부모를 잘 모시지 않거나, 말이 다사하거나, 손버릇이 나쁘거나, 질투를 하거나, 나쁜 병이 있으면 이혼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른바 “삼불출(三不出)”은 “어디 갈 데가 없거나, 시부모님의 삼년상을 다 마쳤거나, 빈천한 남자가 부귀해진 후에는 마누라를 내치지 못한다” 고 규정했다.
물론 이것은 남편의 일방적인 결단에 따른 것이었으므로 안해로 된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공자의 제자인 증삼(曾參)은 안해가 어쩌다가 밥을 설게 지었다고 내쫓았다고 한다. 지금 말로 하면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서 나는 진짜로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남권주의 시대가 이미 사양기(斜陽期)를 맞았고 그 대신 여권주의시대가 도래하여 문자 그대로 여성파워가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내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소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자 소박데기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오늘 우리 남편들의 가련한 처지의 현조소다.
작년 10월 3일, 한국 여성축제에서는 이른바 "신 칠거지악(七去之惡)"이 공개됐다고 한다. 그 일곱 조목을 그대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1. 명절 때 시부모는 30만원, 친정부모는 10만원 줄 때,
2. 딸을 낳았는데 남편이 아들타령을 할 때,
3. 섹시한 안해의 눈빛을 외면할 때,
4. 안해가 직장동료와 회식하는 걸 알면서도 자꾸 전화할 때,
5. 밥상에 마주 앉아 반찬 투정을 할 때,
6. 의처증, 안해구타, 알콜중독 걸렸을 때,
7. 안해 비상금 집어가지고 시치미 뗄 때.
이상의 7항조목중 어느 조목에 든지 해당될 경우에 안해는 남편을 가차없이 "엄벌" 하거나 집에서 내쫓을 수있다는 것이다.
"신 칠거지악"은 우리 연변에도 있다. 물론 무슨 여성축제에서 공식적으로 피로된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연변에서 불문률로 된지가 오래다.
연변의 "신 칠거지악"은 한국과는 대체적으로 비슷하나 좀 다르기도 하니 아래에 소개한다.
1. 돈을 못 벌어들이는 남편(혹은 다른 남편들처럼 잘 못 벌어들이는 남편),
2. 술을 잘 먹는 남편,
3. 손이 가벼워서 안해를 구타하는 남편,
4. 장인 ‧ 장모한테 등한한 남편,
5. 안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는가 살피는 남편,
6. 말투가 거칠고 매너가 없는 남편,
7. 가무를 잘 돕지 않는 남편.
무릇 이 7항 조목의 어느 조목에 해당돼도 안해는 남편을 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혼부가 위장결혼을 하는데 남편이 거치장스러울 때도 이혼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안해들이 남편들을 내치는 이유는 많고도 많다고 한다.
우리 연변의 남편들이 소박데기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이 조항들에 저촉되지 않도록 말조심, 손조심, 눈조심, 술조심하면서 그냥 숨만 쉬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조심해도 남편들의 신세는 별로 호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게 요즘 실태다.
안해들의 맹렬한 공세에 의해 남편들이 수세에 밀린 오늘 이 세상에서 이래저래 소박데기는 대부분 안해가 아닌 남편들이다. 수천 년 동안 남편들에게 억눌림을 당했던 그 앙갚음을 요즘에 와서 한꺼번에 해치워 버리자는 잡도리인지 이 암범들의 기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사회적 지위나 지식이나 재부나 모든 면에서 남편보다 더 나은 점이 꼬물만치도 없는 주부들마저도 오늘날 날로 신장해가는 여성파워에 편승해서 신수 멀쩡한 남편들을 법원에 끌고 다니고 망신을 주고 야단법석 소란을 피워대는 것이다. 다달이 월급을 봉투채로 마누라에게 바치고, 퇴근해서는 집으로 직행하는 남편이라도 어쩌다가 자기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게만 되면 법원놀음까지 불사한다. 이런 암범들의 사전에서는 “양해”라거나 “양보”라는 낱말은 찾아볼 수 없다. 남편을 궁지에 빠지게 하고, 온갖 망신을 다 시키고야 직성이 풀려 한다.
이런 싸가지 없는 암범 같은 독부(毒婦)들이 속출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편들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책략이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첫째 부류의 남편들은 이런 싸가지 없는 여자들에게 고분고분 길들려서 아침마다 장바구니를 들고 장거리에서 기웃거리거나 허리에 행주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지지고 볶는 가정주부(家庭主婦)가 아닌 가정주남(家庭主男)으로 약삭빠르게 변신을 한다. 심지어는 마누라는 놀음판에서 밤을 패우는데도 남편은 집에서 앞치마 두르고 밥하고 빨래하면서 "내조"를 정성껏 한다. 또 적잖은 남편들은 숫제 안해를 돈 버는 경제 제1선에 내세우고 자기는 암탉처럼 집을 지키면서 자식들을 챙기고 있다. 외국서 목돈을 손에 쥐고 들어어 왔겠다 또 바깥 세상에서 이런저런 남자 맛도 많이 봤겠다 ........ 안해들은 집에 돌아와서 시골오지에서 사는 남편을 보니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데라고는 없단다. 남편들은 똥진 오소리처럼 몇년 동안 집을 지키고 아이들을 챙기느라 별별 수고를 다했지만 여전히 안해들 앞에서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기가 죽어서 숨소리마저도 조심스럽게 지낸다. 마누라가 이혼을 하겠다는 말을 밥먹듯이 해도 눈 한번 흘기지 못하고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는 없는 가련한 남편들이 적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가정주남(家庭主男)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주변에서 마누라가 공개적으로 이혼으로 협박을 해도 불깐 황소같이 큰 눈만 슴벅거리는 남편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주변에 마누라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잡아 잡수" 하고 무비의 인내성을 발휘하는 남편들이 얼마나 많은가?
둘째 부류의 남편들을 이 급변한 시대의 발걸음을 맞추지 못해 많은 불협화음을 빚어내고 있다. 마누라와 우연하게 싸움을 벌였다가는 코피가 터져 녹다운(knock down)돼서 남자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기고 안해의 판정승으로 끝나기가 십중팔구다. 코피가 터지고도 그런 암범 같은 마누라의 "슬하(膝下)"에 다시 기신기신 기어들어가야만 하는 비극은 아마도 인생 비극중의 최대의 비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국문예부흥 시대의 토마스 모어가 영국의 원시축적시대의 “울치기운동”을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비유했듯이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양처럼 유순했던 우리의 적지 않은 여성들이 표독스러운 암범으로 변해가고 , 반대로 우리의 적지 않은 남편들은 기세당당한 호랑이로부터 점점 순하디순한 양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호랑이가 양한테 잡혀 먹히는 비극이 심심찮게 우리 눈에 띠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호 애재라, 암범으로 변해가는 마누라들에게 날로 억눌리고 수모를 당하면서 살아가는 불쌍한 우리 남편들이여!!!!
오호 애재라, 신 “칠거지악(七去之惡)”의 등쌀에 하루하루를 전전긍긍 살아가는 가련한 우리 남편들이여!!!!!
오호 애재라, 여자들이 여자들의 본성을 잃어가게 하는 이 수상한 세상이여!!!!!
오호 애재라, 음(陰)이 날로 성해가고 양(陽)이 날로 쇠퇴해가는 이 이상한 세태여!!!!!
2007년 3월 5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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