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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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가'비교론 (김관웅62)
2007년 08월 14일 00시 02분  조회:5351  추천:112  작성자: 김관웅

"야심가" 비교론

  김 관 웅


  중국 청나라시기 오경재(吳敬榟, 1701-1754)의 장편소설《유림외사(儒林外史)》를 번역하는 가운데서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광초인(匡超人)이란 인물형상이다. 그것은 이 인물이 많은 련상의 여지를 남겨주어 많은 것을 심사숙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학리론의 용어를 동원하여 표현한다면 대단한 전형성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물이라고나 할까. 이 인물은 시대적 락인이 깊이 찍혀있지만 동시에 그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에까지 우리들에게 많은 사색의 단서를 제공해 준다.    

  광초인은 원래는 부지런하고 총명하고 인사성이 밝고 또 효성이 지극한 시골 젊은이였다. 항주에 돈 벌러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음이 선량한 마이 선생이란 선비의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공부만이 출세의 길이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과거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충고를 받게 된다.   

  고향 집에 돌아온 그는 중풍으로 앓아누운 아버지를 극진히 병시중을 들면서도 과거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며 그 효행과 열심히 책을 읽는 근면성이 우연하게 그 현의 리 지현(지금의 현장 격)에게 알려져서 리지현의 환심을 사게  되고, 또한  리 지현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수재로 뽑힌다.   

  나젊은 광초인이 한창 잘 나가고 있는데 아버지가 숙환으로 죽고 리지현도 라이벌들의 암투로 무함을 받아 해직이 된다. 이 일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광초인은 다시 고향을 떠나 항주로 와서 고향의 촌장영감의 소개로 반삼(潘三)이라는 시정배와 사귀게 된다. 반삼은 비록 비법적인 사기, 협잡수단으로 남의 재부를 갈취하는 나쁜 놈이였지만 광초인만은 아주 의리 있게 대해준다.   

  반삼이와 가까워지면서부터 광초인은 인간적, 도덕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광초인은 조금도 주저 없이 반삼의 졸개로 되어 관가의 문서를 위조하고 남을 대신하여 과거시험을 쳐준다. 이렇게 해서 돈이 생기게 되자 번삼의 중매로 항주 부아문에서 관차로 일하는 정영감의 데릴사위로 들어간다.   

  반삼의 죄상이 드러나서 옥에 갇히게 되자 광초인은 연루가 될가바 전전긍긍하지만 결국에는 번삼이가 물어 먹지 않았기에 무사하게 경성에  올라가서 재차로 중앙관청의 급사중이라는 벼슬자리로 승진한 리지현의 도움을 받아 중앙관계에서 출세의 가도를 달리게 된다.   

  리 급사중의 소개로 광초인은 자기가 이미 결혼한 몸임을 속이고 리 급사중의 생질녀와 결혼한다. 몇 달 후 광초인은 시험을 보아서 경성에서 에서 교습이라는 벼슬자리를 얻게 되고, 고향에 보낸 새색시는 마침 죽게 되여 그의  중혼죄도 자연히 가려지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프랑스 스탕달의 『적(赤)과 흑(黑)』중의 주인공 쏘렐처럼 이전에 있었던 녀자편력 때문에 야심가의 길에서 좌절을 당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근심, 걱정도 없이 경성에서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경성에서 벼슬을 하면서부터 광초인은 점점 인간성과 도덕성을 잃어 가게 된다. 옥에 갇힌 은인인 반삼이 편지를 보내어 한번만 면회를 와달라고 해도 그는 자기의 벼슬길에서 장애물이 될가바 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순박한 시골청년으로부터 야심가로 변한 광초인의 형상을 보면서 프랑스 스탕달의 장편소설『적(赤)과 흑(黑)』중의 청년 야심가 쏘렐, 그리고 발자크의 장편소설『고리오령감』중의 청년 야심가 라스띠냐크, 영국 대커리의 장편소설 『허영의 시장』중의 청년 야심가 베케 솨프를 련상하게 되었다.   

  오경재의 장편소설《유림외사》중의 청년야심가 광초인, 

  프랑스 스탕달의 장편소설『적(赤)과 흑(黑)』중의 청년 야심가 쏘렐,

  프랑스 발자크의 장편소설『고리오령감』중의 청년 야심가 라스띠냐크,

  영국 대커리의 장편소설 『허영의 시장』중의 청년 야심가 베키 솨프 

  이상의 이 네 동서양의 청년 야심가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모두 비천한 가정의 출신들이다.

     광초인은 시골 농부의 아들이고, 쏘렐은 작은 시가지의 목수의 아들이고, 라스띠냐크는 외성의 몰락한 귀족가문의 아들이고, 베키 솨프는 런던의 가난한 시민의 딸이다. 바로 출신이나 신분이 미천하기에 이들에게는 상류사회로 기여 오르려는 강렬한 욕망이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궁자사변(窮者思變) - 궁한 사람은 변화를 갈망하게 되는 법이다.   

  중국에는 "물은 낮은 데로 흐르려 하고 사람은 높은 데로 올라 가려 한다"는 속담이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모두 성공을 갈망하고  현재의 지위보다 높은 데로 오르려는 욕망이 있는 이는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이런 까닭에 웅심과 야심 사이에는 종이 한장 차이밖에 없다. 웅심이 약간만 도를 넘으면 야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은 모두 야심가로 될 소지를 다 일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비천한 신분이나 지위에 있던 사람들의 신분이나 지위의 상향욕구는 더욱 강렬하다. 내려 보는 사람들보다도 올려보는 사람들이 더 상향욕구가 강한 법이다.  이런 까닭에 비천한 가정에서 출생한 사람들 중에서 야심가가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이 파리에서 포병학교를 다닐때 촌티가 난다고 늘 동학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던 프랑스의  오지 코르시카섬의  섬놈이 아니던가. 그래서 시골닭이 관청닭의 눈을 빼먹고, 개천에서 룡이 난다는 속담이 생겨나지 않았던가.

    둘째, 강렬한 신분 ․ 지위 상향 욕구가 있고, 근면하고 총명하고 잘 생기고 사교에 능해야 한다.  

  미천한 가정에서 태여난 사람들이 야심가로 될 확률이 더 높다고는 하지만  비천한 가문의 출신들이라고 해서 모두 야심가로 되거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야심가로 되려면 야심가로 될 수 있는 주체적인 조건, 즉 야심가로서의 소질을 갖추어야 한다.   

  야심가로 되려면 우선 강렬한 신분 ․ 지위 상향 욕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야심가로 되려면 근면해야 하며, 또 이렇게 되자면 남보다 몇 배나 더되는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갖추어야만 한다. 가만히 안자있는데 입에 큰 떡을 물려주지는 않는 법이다.   

  또 근면하기만 해도 안 된다. 반드시 총명한 재기와 추하지 않은 용모와 체격을 갖추어야 한다. 너무 못생긴 추남이나 추녀는 일반적으로 야심가로 되기 어렵다. 당금 먹을 떡도 꽃을 돋친다고 너무 못나면 남들에게 환심을 사기 어렵다. 라스띠냐크는 그 미모로서 수많은 유한마담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 않았던가. 모파쌍의 장편소설『미모의 벗』중의 야심가 뒤류아의 주요한 무기 역시 미모가 아니던가.   

  그러나 야심가로 되자면 겉모양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며 또 발랄한 재기와 총명성, 능란한 사교술을 겸비해야만 한다. 광초인은 그 이름처럼 초인(超人)적인 총명성을 갖고 있었고, 쏘렐 역시 성경을 얼음에 박 밀듯이 암송을 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환기시키지 않았던가.    

  강렬한 상향욕구, 근면성, 총명성과 재능, 근사한 용모와 체격, 능한 사교술-- 이는 야심가로 될 수 있는 주체적인 소질이다.

  광초인 ․ 쏘렐 ․ 라스띠냐크 ․ 베키 솨프는 이 몇개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셋째, 야심가로 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설사 아무리 이상에서 렬거한 야심가로 될 수 있는 주체적인 소질을 갖추었다고 해도 사회적인 환경에서만이 야심가로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수천년 동안 지속된 과제시험에 의한 관리선발제도와 권력본위의 사회가치관 그리고 이로 하여 생겨난 수많은 사회적 비리들은 광초인이 야심가로 변질하게 된 가장 중요한 사회적 대환경이다. 부르봉왕조복벽시기의 교회권력의 복귀, 귀족사회의 가치관 및 그로인하여  산생된 수많은 사회적불평등과 비리는 은 쏘렐이 야심가로 변질하게 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환경이다. 19세기 초반 자본주이적 생산관계와 생활방식의 확립으로 하여 금전만능의 사회가치관과 도덕적 타락은 라스띠냐크가 야심가로 변질하게 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환경이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시대 식의 야심가들이 있는가? 다른 고장의 상황은 불문에 부쳐 두고라도 우리 연변의 상황, 아니 우리문화계의 상황만 본다면 어떠한가? ...

"야심가비교론" - 이것도 비교문학연구에서의 하나의 재미나는 연구테마라고 생각한다.

 2007년 7월 24일 장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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