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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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무, 허해룡의 장편소설《다시 찾은 고향》연구
2009년 07월 13일 08시 17분  조회:3229  추천:43  작성자: 김관웅

목록:

一. 들어가는 말

二. 《다시 찾은 고향》의 류원무, 허해룡의 공저(共著) 문제

三. 《혈연》의 내용 및 그 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

1.《혈연》의 스토리와 플롯

2.《혈연》의 인물관계설정

3.《혈연》의 주제사상

4.《혈연》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

四. 《다시 찾은 고향》의 내용에 대한 분석

1.《다시 찾은 고향》의 스토리

2.《다시 찾은 고향》의 인물관계와 갈등 설정

3.《다시 찾은 고향》의 인물형상의 류형적 특징

4.《다시 찾은 고향》의 주제사상

5.《다시 찾은 고향》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

五. 《다시 찾은 고향》의 형식에 대한 분석

1.《다시 찾은 고향》의 서사구조와 플롯의 특징

2.《다시 찾은 고향》의 문체의 특징

六. 나오는 말
............................................................

一. 들어가는 말


류원무(1935-2008)선생은 개혁개방 전기(1979-1989)의 중국조선족소설계에서 맹활약을 한 소설가중의 한 분이다. 류원무의 장편소설창작은 아동 장편소설과 탐정장편소설로부터 시작되여 나중에는 성인장편소설에로 전향하였는데, 그 장편소설창작의 계보를 다음과 같이 라렬할 수 있다.


1. 아동장편소설

《장백의 소년》(1980년)

2. 탐정장편소설

《숲속의 우등불》(1980년)

3. 성인장편소설

《다시 찾은 고향》(1985년)

《봄물》(1987년)

《아리랑 열두 고개》(2001년)


이 글에서는 본격적인 장편소설에 속하는 성인장편소설중의 처녀장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다시 찾은 고향》(아래에서는 《고향》이라고 략함)만을 연구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일육지정(一肉知鼎),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성구처럼 이 한부의 장편으로 미루어 보아서 다른 장편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二. 《고향》의 류원무, 허해룡의 공저(共著) 문제


1985년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에 의해 출판된《고향》에는 류원무(柳元武, 1935-2009), 허해룡(許海龍. 1927-1998)의 공저(共著)로 밝혀져 있지만 일부 문학사들에서는 이 작품의 제2작자 허해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을 평론하거나 연구함에 있어서 제1작자 류원무만 연구해서 안 되는 리유는 단순한 작가의 저작권이라든지 명예 같은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반 작품의 사상과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리해하려면 반드시 제1작가 류원무와 함께 제2작자 허해룡에 대해서도 반드시 심층적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 작품에는 작자의 “서언”이라든가 “후기” 같은 것이 없고, 아직까지는 이 두 작자의 유관 회상기 같은 것도 발견되지 못했다. 또한 지금 이 작품의 작자인 류원무, 허해룡 두 분이 이미 모두 타계한 상황하에서 이 두 분들이 어떻게 함께 창작을 기획했고, 어떻게 함께 구상했고, 어떻게 함께 집필제강을 짰고, 집필과정에서는 어떻게 구체 분공을 했고, 어떻게 함께 수정, 윤색하여 탈고를 했는가? 등 상세한 내막을 확실하게 알 수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허해룡과 류원무는 문단의 선후배로서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오래 동안 같이 근무하고 있었기에 장편소설《고향》은 이 두 선후배 소설가의 긴밀하고 유쾌한 합작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공저로 밝히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아래에서《고향》의 소재래원이라고 추정되는 허해룡의 단편소설《혈연》의 스토리, 인물설정, 주제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이 량자의 긴밀한 관계를 추적해보고자 한다.


三. 《혈연》의 내용 및 그 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


필자는 류원무와 허해룡의 전반 작품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읽는 과정에서 허해룡의 단편소설《혈연(血緣)》과《고향》사이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을 돌리게 되였다.

이 두 작품을 자세하게 비교, 분석하면서 필자는 왜 《고향》은 류원무와 허해룡의 공저로 되었는가 하는 이 미스터리의 대체적인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1.《혈연》의 스토리과 플롯

허해룡의 단편소설의 “혈연”은 《연변》잡지 1962년 제9호에 실렸었는데 그 스토리를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북경에서 림업대학을 졸업한 제1인칭 주인공 “나”(王靑山, 실은 김청산임)는 고향 연변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장백산에서 가까운 오림공사 위생소의 의사인 슈메이(秀梅, 실은 김순희임)와 우연히 만나서 따뜻한 관심과 치료를 받게 된다.

집에 도착한 “나”는 뜻밖에 할아버지가 슈메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며 이 슈메이가 바로 할아버지가 병환으로 입원했을 때 수혈까지 해주면서 지성껏 치료해준 고마운 처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사진속의 슈메이를 가차에 만났고 한족 처녀의사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순이라는 조선족 처녀라고 우긴다. “나”는 슈메이와 순이가 어쩌면 생김새, 직업, 주소가 이다지 똑 같을 수 있을까 하고, 혹시 쌍둥이는 아닐까? 하고 생각하면서 오리무중에 빠진다.

할아버지는 평소에 “나”에게 “나”의 아버지는 혁명렬사라고만 알려주면서 그 상세한 내막은 비밀에 부치고 “내”가 대학을 졸업하면 알려 주겠다고 하였었다. 이번에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오니 할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의 산소는 장백산 부근의 목림이라는 곳에 있으니 추석날 아버지 산소에 가서 알려주겠다고 대답한다.

며칠 후 현 림업과에 배치를 받은 “나”는 바로 아버지 산소가 있다는 목림지구 산구개발에 참가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목림은 슈메이가 살고 있는 오림이라는 고장과 불과 20리도 안 되였다. 목림인민공사 공소사(供銷社)에서 경영하는 려관에서 “나”는 공사의 공소사 당지부서기로 려관 일을 맡아보고 있는 한 조선족 어머니(슈메이의 어머니이자 칭산의 생모임)를 만나 되여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서로 각자의 신상에 대해서도 다소 알게 된다. “나”는 이 조선족 어머니는 렬사가족으로서 외동딸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조선족 어머니는 또 칭산의 팔에 난 붉은 기미를 보고는 호기심이 동하여 “나”의 신상에 대해서 물어 본다. 그리하여 슈메이의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 없이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났음을 알게 된다.

추석을 사흘 앞둔 어느 날 “나”는 이 조선족 어머니의 방에 들렸다가 왕진을 갔다고 돌아온 슈메이(순이)를 만나며, 할아버지가 고마워하던 그 순이가 바로 자기가 기차에서 만났던 그 슈메이임을 알게 된다. 이날은 마침 순이의 생일날이라 “나”는 이들 모녀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순이가 왜 슈메이로 부르게도 된 사연도 알게 된다.

순이의 아버지 김성팔은 항일투사였는데 일제에 의헤 살해되였고 어머니는 순이를 데리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 동안에 성이 류씨인 한족 할머니가 순이를 대신 양육해 주었는데 슈메이라는 이름은 바로 류할머니가 지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해방 후에도 의지가지없는 류할머니는 순이네 모녀와 함께 오래 동안 한 집식구로 살아왔다고 한다. 칭싼이는 이 사연을 듣고는 “공동한 원쑤를 물리치는 투쟁은 정말 한족과 조선족 사이를 민족으로서가 아니라 계급으로서, 피로 뭉치게 하였다”고 깊이 느끼게 된다.

추석날, “나”의 할아버지는 목림으로 오셨다. “내”가 묵고 있는 려관에서 친녀동생인 순희, 그리고 친어머니와 수십 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하게 되며 아버지 김성팔의 비장한 최후와 그 뒤 “내”가 할아버지에게 구출되여 한족집에서 자라나게 된 경위를 낱낱이 알게 된다.

항일유격대원이였던 김성팔이 일제 토벌대에 의해 살해되고 김성팔의 안해는 왜놈들에게 끌려가게 되자 왜놈들은 세 살배기 청산이가 갇혀 있는 초가집에 불을 지르고 가버린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한족농민 왕씨는 불속에 뛰여들어가 김청산이를 구해 내여 친손자처럼 키워냈던 것이다.

의지가지없는 왕할버지는 청산이의 어머니를 딸로 삼게 되여 조, 한 두 민족의 두 가정은 한 가정식구로 합쳐지게 된다.

조성일, 권철 주편으로 된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는 허해룡의 단편소설 “혈연(血緣)”스토리와 주제 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단편소설 ‘혈연’은 민족단결의 주제에 바쳐진 좋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항일전쟁시기에 한족인 왕할아버지가 왜놈들에게 체포된 조선족항일투사의 아들을 구원해준 감력적인 사실, 해방 후 20년이 지나서 그들이 서로 만나고 그 아들이 자기의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상봉하는 곡절 많은 이야기를 통하여 조, 한 두 민족 사이에 ‘계급으로, 피로 뭉친’ 혈연적관계를 눈물겹게 다루었다. 이 소설은 그 소재다 참신하고 사건의 얽음새가 복잡다단하고 작품의 밑바닥에서 혁명적인도주의정신이 빛발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상순 주필로 된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는 허해룡의 “혈연(血緣)”의 스토리와 주제 등에 대해서는 상기 조성일, 권철 주편으로 된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의 평가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였다.

이 작품의 스토리의 얽어 짜기에 있어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점은 “우연의 일치(Coincidence)”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왕칭산(실은 김청산)과 슈메이(실은 김순이)가 기차 우에서의 우연하게 만나게 된 것이라든지, 또 왕칭산이 배치되여 간 고장이 면바로 슈메이가 있는 고장이라든지, 더 깊이 알고보니 슈메이는 왕청산의 누이동생이고 그녀의 조선족 어머니는 왕칭산의 생모였다든지 하는 것은 필연성이 별로 없는 “우연의 일치(Coincidence)”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연의 일치(Coincidence)”를 발단으로 하여 스토리가 전개되고 또 이에 의해 플롯을 얽어 짰다는 자체는 사건들 사이의 필연적 인과성을 중시하지 않는 작가의 자의성이 지나치게 플롯을 지배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이러한 “우연한 일치”의 람용은 흔히 이야기의 “그럴듯함(Plausibility)”, 즉 심미적진실성의 효과를 저락시키는 요소로 되는 것이다.

2. 《혈연》의 인물관계설정

이 작품의 제목이 시사하다시피 이 작품의 인물관계설정은 “혈연(血緣)”, 즉 피로 맺어진 인연 -인간관계이다. 이는 주로 조선족 항일투사 김성팔네 일가와 한족농민 왕할아버지 일가와의 피로 맺어진 인연, 즉 조(朝), 한(漢 ) 두 민족 가정 사이의 인물관계로 설정되였다. 항일투쟁 중에서 장렬하게 목숨을 바친 조선족 항일투사 김성팔의 어린 아들 김청산이를 왕할아버지는 불속에서 구출하여 어엿한 대학졸업생으로까지 키워준다. 그리고 김성팔의 딸 순이도 역시 그의 안해가 옥살이를 하는 동안에 한족 류씨할머니에 의해 양육되였다. 그리고 김성팔의 딸 순이는 한족 왕할아버지를 자기의 부모처럼 극진하게 보살펴주고 선뜻이 자기의 피를 수혈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린 왕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해 준다. 헤여진지 수십 년이 지난 해방 후 오랍누이 김청산과 슈메이(김순이)의 기차에서 우연한 상봉 그리고 김청산이 배치 받아간 고장에서의 순이엄마(김청산의 생모)와 슈메이(김청산의 누이동생)와의 상봉, 또 이 두 차례의 상봉을 계기로 하여 생겨난 이들과 한족 왕할아버지의 상봉은 끝내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를 갖고 있는 두 가정의 극적인 상봉으로 클라이맥스에 이르며 조, 한 두 가정이 한 가정으로 합쳐지는 것으로 이 작품은 대단원을 이룬다.

3. 《혈연》의 주제사상

상술한 인물관계의 설정은 직접적으로 이 작품의 민족단결의 주제를 표현하는데 이바지했다.

이 작품의 민족단결의 주제는 “혈연(血緣)” 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명시되여 있다. 작품은 이상의 스토리와 인물관계설정은 통해서 뿐만 아니라 제1인칭 주인공의 입을 통해 “공동한 원쑤를 물리치는 투쟁은 정말 한족과 조선족 사이를 민족으로서가 아니라 계급으로, 피로 뭉치게 하였다”고 표현했듯이 이 작품은 한족과 조선족 사이의 민족단결이라는 이 주제사상을 직설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냈다. 주제는 워낙 자연스럽게 또 은밀하게 흘러나오게 해야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어딘가 좀 생경하게 주제가 로출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정말 작품에서 표현한 주제사상처럼 “공동한 원쑤를 물리치는 투쟁은 정말 한족과 조선족 사이를 민족으로서가 아니라 계급으로, 피로 뭉치게 하였다”고 할 수 있는가? 그 주류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상에 있어서 항일투쟁의 력사에는 한족과 조선족 인민사이의 혈연적관계만이 있은 것이 아니라 일제의 리간, 도발과 중공 당내의 좌경로선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조선족 항일투사와 항일대중들이 억울하게 “혁명의 적”, “일제의 간세(奸細)”로 몰려 수천 명이 타격을 받거나 목숨을 잃은 “반민생단투쟁” 같은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조선족의 력사에 있어서 조, 한 두 민족의 조화, 단결에 의한 공동한 투쟁은 주류였으나 동시에 비조화, 갈등으로 인한 쟁투와 불신도 있었다. 물론 한 편의 단편소설에서 이 모든 면을 모두 망라시켜 반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중국에서의 한족과 기타 소수민족의 모순에서 한족은 모순의 주요한 방면을 대표하며 민족단결에서의 주체적 혹은 주도적 역할을 놀아야 할 측도 소수민족이 아닌 한족이였으며 지금이나 그 당시나 지방민족주의보다 대한족주의가 중화민족의 대단결에서 보다 큰 위해성을 갖고 있었다.

4.《혈연》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

그런데도 조선족작가 허해룡은 왜 이런 “민족단결”의 주제를 주동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는가? 이에 대해 오상순 주필로 된 《중국조선족문학》에서는 그 당시나 그 후의 중국조선족문학에서의 “민족단결”의 주제의 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이 시기에 민족단결을 주제로 한 소설들이 많이 창작되였다. 민족단결의 주제는 1959년 ‘반우경투쟁’과 더불어 일어난 ‘지방민족주의’를 청산하는 ‘민족정풍운동’을 겪으면서 이 시기 조선족문학에 나타난 시대적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단결에 대한 내용은 줄곧 1960년대 초까지 이어져 항일전쟁을 반영한 력사제재나 현실제재에서 모두 다루어지고있다.”

연변에서는 1957년도의 살벌했던 “반우파투쟁”이 지난지 얼마 안 되어 1959년부터 1960년 초까지 2년 동안이나 또 다시 한차례의 엄혹한 정치투쟁인 “민족정풍운동”이 벌어졌다. 그 주요한 내용은 “지역구역확장론”, “민족우월론”, “민족동화론”, “다조국론”, “민족문화와 언어순결론” 등에 대한 비판투쟁이였다. 이 기간에 많은 조선족간부들과 지식인들은 혹은 자각적으로 혹은 정치압력에 의해 자기의 이른바 ‘오유적립장“과 “오유적언행”을 검사했으며, 적잖은 사람들은 “지방민족주의분자”란 감투를 쓰고 우파분자와 또 같은 역경에 처하게 되었다. “당중앙에서는 협애한 민족주이 사상을 반대하되 주로는 대민족주의와 한족들에게 존재하는 대한족주의를 치중하여 비판하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연변에서는 조선족의 지방민족주의만 비판하고 한족의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대한족주의를 건드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족형님들을 따라 배우고 한어를 배우는 열조를 일으켰다. 바로 이런 까닭에 영광스러운 항일혁명전통을 갖고 있고 그 누구보다 공산당을 사랑하고 사회주의를 사랑하는 연변조선족은 위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그 시대의 사회정치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까닭에 문학작품은 반드시 력사적안광으로 보아야 한다. 바로 이런 “민족정풍운동” 이후의 사회정치환경에 적응하려고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이 작품에서 보이며 따라서 작품에는 너무나도 많은 우연적인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작위(作爲)적인 흔적을 로정(露呈)하여 소설의 사실주의적묘사의 진실성을 떨어뜨린 일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허해룡의 단편소설 “혈연”은 비록 상술한 1960년대 연변의 특정한 사회정치문화환경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작자의 주체성과 민족의식을 엿볼 수 있다. 즉 이 작품에서는 조선족 항일투사 김성팔네 부부를 비롯한 조선족인민대중의 피어린 항일투쟁을 정면에 등장시키고 이를 감정적으로 행동적으로 동정하고 후원하는 왕할아버지 같은 한족 인민대중들을 대조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연변지역에서의 항일투쟁의 주력군은 조선족이였다는 력사적진실을 완곡적으로 반영하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중국조선족은 이전에도 그러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수자인 한족과 조화로운 공존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이 단편소설은 력사와 시간의 고험을 겪어 지금에도 당당하게 우리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 한 페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四. 《고향》의 내용에 대한 분석


1. 《고향》의 스토리

허해룡의 단편소설 “혈연”이 3만자 좌우의 편폭을 가졌다면 류원무, 허해룡 공저《고향》은 24만자의 편폭을 가진 장편소설로서 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문화대혁명” 중에서 “현행반혁명”이라는 억울한 루명을 쓰고 8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한 주인공 박송림(왕송림)은 4인방이 타도된 후 무죄로 석방되였지만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자기의 고향인 오림 림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되며 이야기는 거슬러서 12년 전으로 올라간다.

1965년 가을, 림학원을 졸업한 왕송림(박송림)은 고향의 헐벗은 민둥산을 사시장철 푸른 소나무, 잣나무 숲이 설레는 림해(林海)로 변모시켜 보려는 웅심을 품고 송하림업국으로 배치 받아 오며 송하림업국에서도 제일 조건이 열악한 오림 림장으로 자진해 내려간다.

며칠 후, 왕송림은 송하공사소재지에 갔다가 공사운동대회를 구경하다가 소싸움을 말리려고 달려들었다가 옆구리를 상해서 송하림업국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병원의 나젊은 처녀의사인 리춘메이와 그녀의 조선족 어머니와 상봉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에 왕송림은 한족이름을 가지고 조선어를 류창하게 구사하는 이 “한족이기도 하고 조선족이기도 하다”고 자칭하는 리춘메이와 그녀의 조선족 어머니 김금녀로부터 극진한 간호와 보살핌을 받게 된다. 그러는 중에서 왕송림은 리춘메이가 연길시립병원에서 실습을 할 때 자기의 할아버지 왕유덕을 극진하게 간호해주고 수혈까지 해준,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와 자기의 녀동생 왕계향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사진을 찍은 그 고마운 처녀라는 것, 그들 둘의 고향은 모두 오림이라는 것, 둘은 모두 렬사의 아들과 딸이라는 것 등을 서로 알게 된다. 이리하여 왕송림과 리춘메이의 사이의 관계는 발 빠르게 진척된다.

병원에서 열흘 동안 누워있던 왕송림은 묘포(苗圃)를 만들 일을 근심하여 림장으로 돌아오며 림업국에서도 완쾌하지 않은 왕송림을 근심하여 리춘메이를 림장으로 딸려 보낸다. 오림림장에서 조석으로 같이 일하면서 송림이와 춘메이는 서로간의 래력이나 속사정을 더욱 깊게 알게 된다.

춘메이의 부모는 모두 한족으로서 항일련군의 전사들이였다. 전투에서 춘매이의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는 체포되여 감옥에 끌려왔는데 그 뒤로 한 달이 지난 뒤에 지금의 조선족 어머니 김금녀도 같은 감방에 갇히게 되었다. 춘메이의 어머니가 춘메이를 낳은 석달 후 춘메이의 어머니가 사형 당하게 되자 김금녀가 맡아서 춘메이를 키웠던 것이다. 역시 항일렬사의 후예인 왕송림 역시 어려서 부모를 잃고 왕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났다. 이러한 공동한 운명과 공동한 불행은 춘메이를 더욱 동류의식으로 대하게 되였으며 산속에서 무리승냥이와 박투하는 생사의 고험을 겪으면서 서로 사랑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이럴 즈음에 춘메이의 어머니 김금녀도 왕송림이라는 이 한족대학졸업생 총각을 두고 20여년 전에 생리별한 자기의 아들이 송림이가 아닐까 자꾸 의심을 갖게 된다. 이런 야릇한 심정이 지꿎게 금녀의 발목을 잡아끌어 오림 림장으로 찾아오게 한다. 오림 림장은 바로 김금녀의 아픈 기억을 남긴 고장이기도 했다.

1930년대 중기로부터 오림은 항일유격근거지의 후방기지였다. 일제의 토벌에서 금녀는 항일유격대 대원인 남편과 시아버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세 살 난 아들 박송림마저 철거하는 왜놈들이 불을 지른 집안에 두고 자기만이 체포되여 오림을 떠났던 것이다.

아들 박송림을 한시각도 잊어 본적 없는 금녀였기에 왕송림의 래력을 알아보려고 애쓰게 되며 그럴수록 점점 자신의 직감을 믿게 된다. 특히 “아버지가 세 살 때 왜놈에게 희생되였다고 하는데 그때 기억이 나는가?”하고 묻는 금녀의 물음에 “그저 집이 활활 타던 생각밖에 없어요”하는 왕송림의 대답에 금녀는 깜짝 놀라지만 불속에 있었던 세 살 난 애가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겠는가 자기의 생각을 부인하기도 한다.

1966년 겨울, 송림과 춘메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무렵에 연변에서도 문화대혁명의 폭풍이 거세차게 일기 시작했다. 왕송림은 연길에 출장을 갔다가 할아버지는 송림이 들려준 금녀와 춘매이네 모녀의 내력을 듣고는 금녀가 바로 송림의 생모가 아닐까 의심을 해보기도 하지만 내색을 내지 않고 넌지시 “장차 춘메이와 결혼을 하면 어쩔 셈이냐?”고 물었더니 송림이는 “두 집이 한집에서 살기로 했다”고 대답한다.

왕송림은 사실은 김금녀의 아들 박송림이였다. 송림의 아버지가 왜놈들에게 참살당하고 송림의 생모인 김금녀가 체포되여 끌려가게 될 때 불속에 뛰여들어 송림을 구해냈던 것이다. 이리하여 왕유덕은 자기의 며느리인 만족 항일녀전사 조봉연이 낳은 딸애와 송림이를 모두 자기의 친손자손녀로 키워냈던 것이다. 왕유덕은 비록 내색은 내지 않았지만 김금녀가 바로 송림의 생모임을 직감하게 되며 자기가 불속에서 구해내 기른 송림이에게 친어머니를 찾아주려고 작심한다.

연길에서 오림림장으로 돌아온 후 이곳에서도 잔혹한 “계급투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반란파들은 렬사의 아들인 왕송림을 리용하려는 목적에서 그를 림장으로부터 림업국 혁명위원회로 끌어들이며 그더러 간부와 혁명선배들을 박해하는 이른바 “계급투쟁”에 가담하라고 강요하며 왕송림은 혁명위원회의 위원으로 된다. 한다. 이때로부터 왕송림과 리춘메이 사이에는 의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송하림업국에서 제일먼저 잡혀나온 것은 림업국 국장 곽림이였고, 송하공사에서 제일 먼저 잡혀 나온 것은 김금녀였다. 일제감옥에서 아이까지 길렀고 살아나서 나오기까지 한 김금녀를 무조건 변절자라고 의심하면서 잡아가두었던 것이다.

그 특수한 환경 속에서 송림은 “당을 배반하느냐? 장래의 장모를 배반하느냐?” 하는 치열한 내심적인 갈등에 겪게 된다. 강력한 외부적 압력에 못 견뎌 송림은 끝내 김금녀를 “학습반”에 데려오고야 말았다. 바로 아들 송림이 앞에서 어머니 김금녀는 처참한 고문을 당하면서 당당하게 감옥에서의 자기의 소행을 “탄백”한다. 즉 자기가 감옥에서 춘메이를 받아 기르게 된 그 비장한 사연을 이실직고하게 되는 것이다. 김금녀의 “탄백”을 들으며 송림은 더욱 자기의 잘못을 느끼게 되며 “문화대혁명”이란 이 광란의 반동성과 비인간성을 절감하게 된다. 반란파들의 물매질과 발길질에 중태에 빠진 김금녀를 구원하고자 드디여 결심을 내렸을 때 왕할아버지와 동생 계향이가 찾아왔고 바로 사람잡이를 하는 현장에서 죽어가는 왕할아버지는 김금녀에게 송림이가 친아들임을 알려주어 모자간은 극적으로 상봉한다. 송림은 황소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간 “문화대혁명”과 “반란파”를 저주한다. 바로 이 죄로 송림은 “현행반혁명”으로 몰려 감옥행을 하게 된 것이다.

소설의 제15장부터 소설을 마무리하는 제22장까지는 주로 송림의 참회 및 송림과 춘메이 사이의 사랑의 갈등과 사랑의 재생을 그렸다.

문화혁명 10년 동란중의 참혹한 “계급투쟁”, “로선투쟁”은 박해를 받은 사람에게나 박해를 한 사람에게나 모두 아물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다. 겨우 어머니를 찾아놓고 어머니를 잃은 송림의 상처는 그 누구보다 컸다. 더구나 어머니를 박해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건에 자기도 동참한 것으로 하여 송림은 영원히 지워버릴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한때 그토록 자기를 사랑했던 춘메이는 감옥으로부터 고향에 돌아온 송림으로 얼음처럼 랭담하게 대한다. 그것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리고 의식적이건 핍박에서였건 송림이는 어머니를 박해하여 세상 뜨게 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8년 동안 어느 남자에게도 시집을 가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춘메이는 송림이에게 량가감정을 갖고 있고 사랑의 갈등으로 고뇌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송림이로 말하면 또 자기의 죄과로 하여 춘메이 앞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뭐라고 변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보아내고 다시 복권을 하여 림업국 당위서기로 임직하고 있는 곽림이와 송림의 녀동생 왕계향은 리춘메이를 여러모로 설복한다.

그러나 두 사람사이에 두껍게 얼어붙은 감정의 두꺼운 얼음은 쉽사리 녹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송림이도 춘메이도 모두 대방을 피하여 오림림장으로 피해가려고 하지만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또 오림림장에서 만나게 되며, 당조직과 림장의 마음씨 착한 사람들의 조화를 통해 차츰 사그라졌던 사랑의 불티가 되살아나게 된다. 새 시대의 새봄을 맞아 송림이와 춘메이의 마음속에서는 산에서 붉게 타는 진달래처럼 사랑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바《고향》은 “혈연"의 스토리와 플롯에서의 “우연의 일치”를 답습하였다. 비록 편폭 상에서는 많이 확장되여 세부묘사가 강화되고 “문화대혁명” 이후의 묘사에서 적잖은 사건들이 첨가되고 그 미학적구성도 많이 달라진 점은 마땅히 인정해야 하나 스토리와 플롯 면에서는 《고향》이 “혈연”의 기본골격은 그대로 보존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으로부터 우리는 “혈연”은《고향》의 원형으로서 량자 사이에는 밀접한 계승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고향》의 인물관계와 갈등 설정

류원무, 허해룡의 장편소설 《고향》의 인물관계설정을 본다면 주로 조선족 항일투사 박지연, 김금녀 부부와 한족농민 왕할아버지 일가와의 혈연적인 관계로 설정되였다. 항일투쟁 중에서 장렬하게 목숨을 바친 조선족 항일투사 박지연(김금녀)의 어린 아들 박송림을 왕할아버지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하여 자기의 손녀 왕계향이와 함께 애지중지 보살피며 송림이를 어엿한 대학졸업생으로 키워준다. 그리고 김금녀는 옥중에서 희생된 한족 항일 녀투사의 딸 춘메이를 자기 친딸처럼 아끼고 어엿한 녀의사로까지 키워주고 서로 의지하면서 친 모녀보다 더 다정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김금녀의 딸 춘메이는 왕할아버지를 자기의 부모처럼 극진하게 보살펴주고 선뜻이 자기의 피를 수혈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린 왕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해 준다. 조선족 어머니가 키운 항일렬사의 딸 춘메이와 한족인 왕유덕할아버지가 키운 항일렬사의 아들의 송림이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살벌한 문화혁명 중에서 박송림은 자신의 미숙한 정치적립장과 태도 그리고 당시 엄혹한 정치형세의 핍박으로 인해 자기의 생모 김금녀를 박해하는 “단지고움”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바로 어머니가 혹독한 고문으로 목숨이 경각에 처했을 때 이 모자간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되며 어머니를 죽음에로 몰고 간 반란파와 문화대혁명에 대해 마구 욕설을 퍼붓는다. 바로 이 일로 인해 송림은 옥살이를 하게 되고, 출옥한 뒤에도 심각한 내심적 갈등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사랑했던 춘메이로부터 랭대를 당하게 되지만 나중에 당조직과 친척, 친우들의 도움으로 갈등은 해소된다.

이 작품에서의 갈등은 주로 제12장부터 나타난다. 처음에는 문화대혁명중의 잔인한 계급투쟁이라는 이 외부적환경과 주인공 왕송림, 부수 인물 김금자, 리춘메이 등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외적갈등은 점차 내부갈등으로 확산되여 주인공 왕송림과 부수 인물 김금자, 리춘메이 등 여러 사람들의 내심 속에서도 일어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대혁명은 “당과 수령의 명의”로, “혁명의 명의”로 일어난 전례 없는 사회정치운동이였기에 주인공 왕송림은 “혁명이냐? 사랑이냐?” 하는 어려운 량자택일의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왕송림은 당시의 그 불가항력적인 “문화대혁명”의 광풍에 휘말려 “사랑”보다는 “혁명”을 택했으며 그 결과는 핍박에 못이겨 자기어머니를 박해하여 치사케 하는 비렬한 사건에 가담하게 되고 또 그로 하여 방금 찾은 어머니를 영영 잃게 되는 인생비극에 빠지게 된다. 이리하여 박송림은 한 평생 내적갈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송림을 사랑했던 리춘메이도 “사랑이냐? 어머니냐?”하는 내적갈등으로 오래 동안 내심적인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이러한 갈등설정은 자아와 세계의 대립, 작중 인물들 사이의 대립, 인물내부의 량가감정이나 가치관의 충돌을 통하여 플롯에서의 긴장감을 유발하였다. 제12장부터 나타난 갈등설정은 이 작품에서의 그 이후의 플롯을 지탱하는 요소이자 원리가 되면서 인물구성(성격구성) 및 세계관과 가치관의 대립을 형상화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으며 작품의 주제사상의 표현령역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갈등설정은 그 소재의 중요한 래원으로 되었던 허해룡의 단편소설 “혈연”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서의《고향》의 새로운 창조인 것이다.


3.《고향》의 인물형상의 류형적 특징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박송림으로서 이 작품에서 가장 필묵을 들여 부각한 인물형상이다.《고향》의 주인공 박송림의 원형은 비록 “혈연”중의 김청산이기는 하지만 김청산과는 류형적으로 많이 다른 인물형상이다. 즉 김청산이 영국의 소설리론가 포스트가 언급한바 있는 “평면적 인물(flat character)”라고 한다면 박송림은 포스트가 언급한 바 있는 “립체적인물(round character)”이라고 할 수 있다.

평면적인물로서의 “혈연”중의 김청산은 성격구조가 단일하기에 독자의 상상력이나 리해의 범위밖으로 달아나지 않으며 더욱이 성격의 발전이란 거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립체적인물로서의 박송림은 혁명렬사의 후대로서 원대한 리상과 포부가 있는 긍정적인 일면이 주도적이기는 하지만 “문화대혁명”의 정치적 압력앞에서 굴복하며 개인의 정치적전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기의 사랑하는 녀자의 어머니인 김금녀를 박해하는데 동참한다. 왕송림(김송림)은 바로 이러한 이중적성격조합에 의해 이루어진 립체적인물이였기에 비극적역할을 잘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 동시에 왕송림(김송림)은 바로 립체적인물이였기에 평면적인물인 김청산에 비해 성격의 발전과 기복이 있고 내심속의 모순갈등이 있기에 보다 깊이 삶과 인간성의 깊이를 제시해주었다. 바로 박송림(김송임)이 이처럼 다양하고 심오한 성격의 소유자인 립체적인물로 그려졌기에 독자들에게 신뢰감과 진실감을 주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 인물에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이 인물의 형상창조에서 그의 내부의 심리적갈등에 대한 묘사를 보다 강화하여 그의 복잡한 심리활동을 더욱 상세하게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왕송림(박송림) 외에도 리슈메이 역시 립체적인물에 가까운 인물형상으로서 그는 한 남성에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많이 갈등하는 형상이다. 만일 리슈메이의 내면의 갈등에 대한 묘사를 좀 더 강화했더라면 역시 보다 풍만한 립체적인물로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송림과 리춘메 사이의 갈등은 우리들로 하여금 프랑스 고전주의 극작가 코르네이유(Pierre Corneille, 1606-1684)의 비극《르 시드》(1637년)의 남주인공 로드리그와 녀주인공 쉬멘느 사이의 갈등을 련상시킨다. 이 극의 갈등이 “개인의 사랑의 감정과 가족의 영예간의 갈등”인데 반하여《고향》에서의 왕송림의 내심갈등은 “개인의 사랑과 이른바 ‘혁명’ 사이의 갈등”이였으며 춘메이의 내심갈등은 “남성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갈등”이였다. 그리고 왕송림과 춘메이의 갈등과 결말에서의 갈등의 해소 역시 로드리그와 쉬멘느 사이의 갈등과 그 해소를 련상시킨다.

김금녀는 형상은 대표성을 띠고 있는 형상으로서 어쩌면 그녀는 영광스러운 혁명전통을 갖고 있는 연변조선족의 혁명전통을 대표하고 있는 인물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영광스러운 항일투쟁의 경력을 지니고 있고 선량한 인간성을 갖고 있는 김금녀가 “문화대혁명” 동란속에서의 억울한 정치적박해로 인해 고문치사를 당한 그 비참한 운명은 연변조선족이 문화대혁명 중에서 당한 억울한 정치적박해를 개괄했다고도 할 수 있으며 민족성, 계급성 이외에도 부모자식간의 사랑을 포함한 인간성도 있음을 표현하였다.

왕유덕은 조선족의 항일렬사의 자식인 박송림을 불속에서 구출해서 친손자처럼 키워준 인간성이 넘치는 인물형상으로서 그의 손녀 왕계향은 항일투사인 자기 아들 왕희춘과 만족 며느리 조봉녀 사이에서 태여난 처녀인데 이 왕유덕(王有德)은 그 이름이 시사하다시피 인간으로서의 덕성을 상징하고 있는 인도주의정신과 인도주의실천의 화신이다.

김금녀와 왕유덕은 모두 평면적인물이기는 바로 이 김금녀 일가와 왕유덕 일가 사이에 피로 맺어진 인연은 이 소설의 가장 주요한 골격을 이루며 민족단결의 주제를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캐리어이다.

기타 부차적 인물형상들에 대한 분석은 략한다.


4. 《고향》의 주제사상

이상의 복잡한 스토리, 인물관계 및 갈등설정 통해서 단순했던 “혈연”의 주제사상을 내포시키면서도 또한 그것을 초월하여《고향》으로 하여금 복합적인 주제를 가지게 했는바, 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혈연”의 이른바 “민족단결”과 혁명적인도주의 주제의 중복적인 표현이다. 즉 “공동한 원쑤를 물리치는 항일투쟁은 한족과 조선족 인민사이를 민족으로서가 아니라 계급으로, 피로 뭉치게 하였다”는 민족단결의 주제이며 계급적사랑에 바탕을 둔 혁명적인도주의 주제이다.《고향》이 주제는 비록 “혈연”의 주제사상의 답습이기는 하지만 “혈연”에 비해 보다 충분한 편폭을 통하여 상세하게 표현되였다.

둘째, 문화대혁명이 조선족인민대중들에게 준 깊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나아가서는 비인도주의적인 “계급투쟁절대화”의 론리를 단죄하는 주제이다. “당과 수령의 명의”로, “혁명의 명의”로 자행된 문화대혁명중의 만인 대 만인의 잔인한 계급투쟁은 시비와 흑백을 전도하여 수많은 충성스러운 조선족 당원간부들과 인민대중들을 박해하고 심지어 죽음에로 내몰아 감으로써 조선족인민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내심의 상처를 주었다는 주제사상을 표현하였다. 이 소설은 망둥이 제 새끼 잡아먹는 것 같은 “문화대혁명”이란 이 전대미문의 내란의 본질을 모자간의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비극으로 집약시킴으로써 아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왕송림과 김금녀 그리고 리춘메이의 형상과 세 세 사람간의 갈등은 이 두 번째 주제를 표현하는 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문화대혁명중에서의 항일투사인 김금녀의 비운(悲運)은 전반 중국조선족의 비운이기도 하다. 이 두 번째 부분의 주제사상은 1962년에 발표된 “혈연”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서《고향》에서의 창조적인 확장이였다.

이상의 두 가지 주제사상은 하나로 유기적으로 융합되여 마치 나무의 줄기처럼 이 장편소설의 다양한 부분들을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아줌으로써 전반 작품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였다.


5.《고향》의 출현의 사회정치 콘텍스트

“문화대혁명”의 10년 동란 중에서 연변은 자기가 갖고 있는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그 피해가 혹심했다.

문화대혁명 10년동안에 빚어진 연변의 억울한 시건으로 해서 연변에만 해도 피해자가 무려 3만 1,532명에 달했는데 그중에서 2.205명이 죽고 3,077명이 불구로 되고, 1,052명이 로동능력을 상실했다. 4인무리가 타도된 후 당의 ‘발란반정(撥亂反正)”의 거세찬 동풍을 타고 “문혁의 오유와 혼란을 시정하는 사업이 시작되였는데, 1978년 6월 20일 주덕해동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1978년 7월 4일에는 이른바 “1967년 8.2, 8.4 판국폭란”, “조선간첩”, “지하국민당” 등 억울한 사건, 가짜사건, 그릇된 사건에 대해 시정했다.

10년 동란으로 혹심한 피해를 입은 연변도 전국과 마찬가지로 개혁개방을 맞아 “문화대혁명”중에 생겨난 수많은 억울한 사건들을 시정하는 거세찬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문학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중국 주류문단에 일기 시작한 “상처문학”, “반성문학”의 흐름에 편승하여 연변식의 “상처문학”, “반성문학”이 나타난 것이다.《고향》은 바로 이러한 사회의 정치콘텍스트 속에서 나탄 것이다.

이 시기 류원무는 시대의 발걸음에 맞추어 “상처문학”, “반성문학”에 속하는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단편소설 “비단이불”(《연변문예》, 1982년 제7호)이다. 이 작품은 “비단이불에 깃든 이야기를 통해 인민공사화와 ‘문화대혁명’이 나라와 백성들에게 끼친 재난을 비판하면서 백성이 없으면 간부도 없고 나라도 없다는 철리를 제시하였다.” 이런 문학적사색의 연장선속에서 우리는 “문화대혁명”이 우리에게 남긴 깊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그 비극산생의 원인을 추적하고 반추하는《고향》같은 장편소설을 창작하게 된 창작배경이나 창작동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류원무의 이러한 새로운 문학사유는 어찌하여 생겨나게 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 원인은 사상해방의 거대한 조류를 타고 중국 그리고 연변 문단에 나타난 사실주의와 인도주의 문학정신의 복귀에 있었다. 특히 투철한 작가의 주체성과 사회비판정신을 갖춘 김학철의 문학정신에서 사숙(私塾)한바가 컸음을 류원무 자신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허리를 굽힐 줄 모르는 강직하고 담대한 사나이! 김학철선생은 게가 아니였다. 게를 먹는 용사였다!

《20세기의 신화》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발표도 되지 않은 작품을 수색해내가지고 “죄”를 다스리는 그 자체가 “신화”다. 다른 한편 수십만 자에 달하는 그 소설에 혹 과분한 언사가 있고 일부 폐단도 있기는 하겠지만 나는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반우파투쟁의 확대화를 질책하고 좌경로선을 비판한 첫 장편소설이라고 본다.(물론 뒤늦은 견해이지만) 지금 전국 문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장현량의 중편소설 《록화수》도 좋고 종유희의 중편소설 《황하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도 좋고 모두가 60년대 초기가 아닌 80년대 중기에 와서야 비로소 좌경로선을 비판하지 않았던가! 맑스 -레닌주의에 대한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은 만세소리 속에서 검증되는 것이 아니며 맹목적인 순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학철에 대한 나의 견해에는 일대 전변이 생겼다. 애숭이 때와 같이 다시금 선생을 우러러 보게 되었고 작가라면 저런 주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선생앞에 마주앉아 작가적인 맑스주의 신앙에 대하여, 작가의 수양에 대하여, 인간에 대하여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이상의 인용문은 류원무선생이 1987년에 발표한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류원무선생은 비록 김학철옹의 정치소설 《20세기의 신화》의 진가(眞價)를 뒤늦게 깨달았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지금까지도 이 작품을 물고 늘어지는 우리 문단의 적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면 사상관념이 아주 일찍이 해방되였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열린 문학사유를 갖고 있었기에 류원무선생은 새 시기 중국조선족문학에서의 굴지의 중견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五. 《고향》의 형식에 대한 분석


1.《고향》의 서사구조와 플롯의 특징

첫째,《고향》시점과 화자

《고향》의 원형인 “혈연”은 짧은 단편소설이였기에 주인공을 제1인칭화자로 내세워 전반 이야기를 서술하였지만 시공간적으로 보다 전개된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편소설인 까닭에《고향》에서는 제3인칭 전지적화자로 바꾸었다.

둘째, 《고향》의 서술시간-순차의 특징

순차(Order)는 구조주의시학에서 다루는 시간의 개념을 형성하는 범주의 하나이다. 순차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순서를 가리키는데, 이야기(story)와 담론(discourse)이 동일한 순서(1-2-3-4)를 가지고 있는 “표준적 계기성”과 그렇지 않은 “시간변조적 계기성”이 있으며 시간변조는 “소급제시(analepsis)”와 “사전제시(prolepsis)”로 다시 나뉘여진다.

《고향》은 순차(Order) 면에서 본다면 전형적인 “소급제시(analepsis)”의 서술형태를 가진 작품이다. 이를테면 이 작품은 개혁개방초기 주인공이 박송림이 감옥에서 석방되여 고향으로 돌아오는 시점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이 작품에서의 주요한 사건은 대부분 “문화대혁명”시기나 항일전쟁시기까지 소급된다. 이를테면 제8장 “피맺힌 사연”, 제11장 “왕유덕일가”, 제13장 “감방에 핀 매화” 등 부분은 가장 전형적인 “소급제시(analepsis)”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전도적서술로서의 이런 “소급제시”는 현념(懸念)을 조성시킴으로써 독자들을 마지막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심미적효과를 갖게 하였다.

셋째,《고향》의 플롯 류형의 특징

소설학에서 일반적으로 소설을 “플롯중심소설”과 “인물중심소설”로 량분한다. 이 두 개의 플롯 류형은 사건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두 가지 자질- 행동적자질과 심리적자질에 대응한다. 당연히 행동자질이 중추가 되는 비심리적인 소설이 “플롯중심소설”이다. 따라서 “플롯중심소설”은 인물의 심리변화와 발전 과정에 서술의 초점이 두어지기보다는 사건으로서의 행동의 전개가 서술의 대상이 되는 소설일반을 가리킨다. 이와는 달리 “인물중심소설”은 인물의 심리와 성격에 초점을 맞춘다.때문에의 사건이나 행위들은 인물의 심리나 성격적 특징에 대한 표현이거나 징후이며 당연히 사건이나 행동은 인물의 성격에 종속되는 것이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나 로신의 《아Q정전》 같은 작품이 이런 소설의 보기이다. 이런 작품들에서의 사건이나 행동들은 례외 없이 작중인물의 심리와 성격의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면 《고향》은 구경 어느 플롯 류형에 속하는가?

《고향》은 기본상에서 “플롯중심소설”에 속하지만 일부 “인물중심소설”의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이를테면 우에서 언급했던 대부분의 “소급제시(analepsis)”는 주인공들의 심리나 성격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제12장부터 서술된 문화대혁명중에서의 주인공 박송림이 직면한 외부적환경과 의 그중에서 벌어지는 사건속에서의 그의 행위들은 그의 내심갈등과 성격을 묘사하는데 바쳐졌기에 다분히 “인물중심소설”의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하다. 총적으로 이 소설은 “플롯중심소설”적인 요소가 기본을 이루면서도 “인물중심소설”의 요소도 갖고 있는 과도기적인 플롯 류형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비극적플롯 (Tragic plot)”과 “희극적플롯(comic plot)”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 류형으로 나누었다. “비극적플롯”이란 주인공의 운명이 플롯의 최종단계에서 앞서의 단계의 비해 하강하는 구조를 지칭하며 “희극적플롯”이란 그 반대로 최종단계에서 상승하는 구조를 지칭한다. 허해룡의 “혈연”중의 주인공 김청송이 전형적인 “희극적플롯”의 인물이라면 《고향》의 주인공 박송림의 운명선은 우와 아래를 교차하다가 종당에는 상승하기에 희극→비극→희극의 기복을 이루는데 이중에서 “비극적플롯”의 요소가 아주 많고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면 왜 이처럼 복합적인 요소가 나타났을까? 그것은 첫째로 원형으로서의 “혈연”의 “희극적플롯”의 잔재가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그러면서도 문화혁명중의 주인공의 비극을 반드시 묘사해야 하였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그 시대(개혁개방초기)가 모든 사람들이 문화대혁명 중의 모든 원한과 갈등을 해소하고 앞을 내다보면서 단합하여 살아갈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냥 “사랑이냐? 어머니냐?”하는 내심 갈등속에 빠져서 박송림의 지난날의 과오를 용서해 주지 못하는 춘메이를 다독여주고 설복하는 송화림업국 당위서기 곽림의 말은 개혁개방 초기의 시대정신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심정은 나두 알만하네. 얼마나 처참한 상처인가. 겨우 어머니를 찾아놓구 그렇게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러한 상처가 어찌 송림이 한사람에 국한되겠어. 전당전민이 다 상처를 입었는데. 이런 상처를 빨리 아물구자면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말구 앞을 내다봐야지.”

총적으로 《고향》에서 보이는 희극 → 비극 → 희극이라는 이 플롯구성은 결코 《춘향전》 같은 전통소설속의 “고진감래(苦盡甘來)”식의 해피엔딩(happy ending)이나 대단원(大團圓)이 아니라 특정한 당시 그 시대의 시대적요구에 부응한 결말처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2.《고향》의 문체의 특징

여러 작가들이 아무리 동일한 플롯, 작중인물, 배경을 설정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야기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나오는 것인 만큼 문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그것은 매개 작가들마다 말하는 리듬, 문장 길이, 명료도, 유머감각이나 이미지, 은유를 구사하는 능력 같은 것들이 각이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견지에서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이며 문학가인 뷔퐁(Buffon, 1707-1788)은 “문체는 곧 사람”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즉 문체는 작가의 개성의 표현으로서 매개 작가들은 모두 자신만의 특유의 문체로 글을 쓰며 어떤 작가도 다른 작가의 문체를 흉내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향》은 작자가 둘이기 때문에, 또한 그 집필분공을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어느 것이 류원무의 문체이고 어느 것이 허해룡의 문체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통괄적으로 이 작품에 표현된 문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사실주의소설문학에서 중요시하는 “일어일물설(一語一物說)”같은 “정확한 언어적표현”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이 작품은 두 고참 문학편집원들에 의해 창작한 것이기 기본상에서 정확한 언어표현을 구사하고는 있지만 정확하지 않고, 비규범적인 언어적표현들이 간혹 눈에 띠기도 한다. 그 사례들을 몇 가지만 들어보기로 하자.


① 송림이 곽림의 손에서 들가방을 다시 빼앗으려 하였으나 곽림은 손을 홰홰 물리쳤다.

② 서보흥이 곽림의 손을 으득으득 잡아끌었다.

③ 늙스그레한 사나이와 검실검실한 젊은이가 허망지망 달려왔다.

④ 슈메이이는 입귀로 흐르려는 고기점을 고비손으로 밀어넣고 해죽했다.


①은 의성어 “홰홰”와 동사 술어 “물리쳤다”가 잘 조응이 되지 않은 경우이고, ②는 “으득으득”이란 의성어를 잘 못써서 “잡아끌었다”는 동사 술어와 조응이 되지 않은 경우이고, ③은 “허망지망”이란 비규범적인 의태어를 사용한 경우이고, ④는 “고비손”란 비유를 잘못 시용한 경우이다. 진정한 작가이면서 진정한 스타일리스트는 “오직 한 개밖에 없는” 명사, 동사. 형용사나 부사나 끝까지 고심해서 찾아내는 끈기와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이점에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둘째, 다양한 수사학적인 언어표현을 하려고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이 작품만의 개성적인 문체를 이룩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 원인은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이 이중적인 민족문화의 신분을 가진 인물이였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조선족이면서 한족 할아버지에 의해 양육된 박송림(왕송림), 한족이면서 조선족 어머니에 의해 양육된 리춘메이(리춘이), 그리고 등장인물 속에는 왕유덕, 곽림, 류진, 서보흥, 왕계향, 슈란 등 한족들이 오히려 다수를 차지한다. 바로 이런 까닭에 이런 한족인물들의 대화를 아주 개성 있게 표현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문체는 김학철옹의《격정시대》, 《20세기의 신화》같은 작품이 갖고 있는 개성적인 문체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문체의 각도에서만 볼 때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생동미(生動美)와 개성미(個性美)를 크게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을까?

주지하다시피 작가의 문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작가의 출생하고 성장한 지역의 언어적 특징과 후천적인 “교육”과 “독서”를 들 수 있다. 김학철옹이 원산에 태여나서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면서 교육을 받았고 상해, 북경 등지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하거나 문학공부를 하면서 많은 독서를 하게 된 것과는 달리 류원무와 허해룡은 모두 조선 함경북도에서 태여나서 중국 간도(연변)에서 성장하면서 교육을 받았기에 이 두 분의 언어적 토대는 함경북도 방언에 있었다. 바로 이런 까닭에 언어의 규범미, 세련미, 풍부미가 김학철 같은 분에 미치지 못하게 되였다고 사료된다. 사실 언어적각도에서 볼 때 리원길이나 고신일 같은 비함경북도 소설가들의 언어구사력이 함경북도출신의 소설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것도 같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또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의 저명한 소설가 안수길 같은 함경도 출신의 소설가들은 의식적인 노력 거쳐서 걸어 다니는 토속어 사전이라고 할 만큼 자기의 장편소설 《북간도》의 대화부분에서 풍부한 간도 사투리(실은 주요하게 함경북도 사투리)와 토속어를 구사하여 자신의 문체적특징을 살려간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 중국조선족소설계의 연변출신의 소설가들은 안수길(1911-1977)의 장편소설 《북간도》의 연변의 냄새가 물씬 나는 토속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六. 나오는 말


류원무, 허해룡의 장편소설《고향》은 개혁개방 전기의 초기에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 가장 일찍 나온 장편소설 중의 하나로서 비록 사상예술상에 미흡한 점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 이 작품보다 선행했던 리근전의 장편소설《고난의 년대》나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김학철의 혁명성장소설《격정시대》가 모두 조선족의 흘러간 과거의 력사에서 소재를 취한 반해《고향》은 조선족의 흘러간 력사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지만 현실의 사회문제와도 긴밀한 련관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선행시기 기존의 민족단결의 주제를 이어감에 있어서나 새시기 문학에서의 상처문학, 반성문학의 주제를 심화시킨 면에서나 모두 중국조선족의 새시기 소설분야에서 자기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고향》은 기존의 조선족문학사나 연구나 문학비평에서 별로 중시를 받아오지 못했다. 필자의 이 론문은 말 그대로 포전인옥(抛塼引玉)의 글이다. 필자는 이 졸문을 계기로 하여 이 작품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나아가서는 류원무의 전반 소설세계에 대한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09년 4월 6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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