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5
어찌 턱없는 루명을 쓰랴! 탈세를 했다니, 송편으로 목딸 일이였다. 종구는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무리 골통을 잡고 훑고 뒤집어봐야 자기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
종구가 구류소에 갇혀 3일만에야 공식적인 심문이 있었다. 하진개라는 그 반탐국장에다 젊은 검찰관 그리고 새로 부임해 온 장은생검찰장까지 개입해서 모두 셋이였다. 그들은 걸상에 의젓이 자리를 틀고 앉아 판을 차리고 합세하여 단번에 기를 꺾어놓아 종구를 무릎꿇게 하자고 드는것 같았다.
<<탈세를 안했다는건가? 송곳 거꾸로 꽂고 발끝으로 차려드네.>>
<<미련스레 항거말고 승인하는게 좋을게야.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보고 이러는게니까.>>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봤다니?!...
커다란 충격이였다. 눈갓이 푸들푸들 떨리면서 심장에 마비가 오는것 같았다. 종구는 마음을 진정하고나서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제 탈세를 했단말인가, 장부를 검사해서 과연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형벌을 받겠노라했다. 그랬더니 검찰측에서는 네가 이러면 성실한 태도가 못되거니와 완고하다는 리유만으로도 얼마든 오래 가둬둘수 있다면서 네가 수감생활이 싫거든 어서 30만원을 내라고 했다. 종구는 이 순간 귀신의 호곡성을 듣기라도한것 처럼 몸을 흠칠 떨면서 그들을 치떠봤다. 나보고 30만원 내고 나가라구? 총들고 빼앗지 못해 하는 수작이구나!
<<내가 죄를 범했다면 판결할게지 돈은 왜 내라합니까? 내지 않겠습니다! 절대 내지 않겠습니다!>>
종구는 맘을 단단히 옹쳐먹고 배짱을 내밀었다.
이리하여 종구는 다시금 어느때야 나갈지 모를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지지리 고달픈 수감생활이였다. 기껏해야 8평방미터나 될가말가하는 방에다 사람 다섯이나 처넣었다. 침대가 아니였다. 한쪽벽에 붙여서 판자를 무어만든 길다란 장판이 통째로 하나있고 철판으로 만든 낮다란 출입문과 마주하고있는 창가곁에 악취를 풍기는 검스레한 양철통이 놓여있었다. 다른 감방들도 이모양일 것이다. 똥통과 함께있는 수인(囚人)들!
창문과 가까운 한쪽 벽구석에 어느땐가 천장을 뚫고 흘러내린 빗물이 패이고 얼룩져 마치도 도료가 게발린 조색판 같은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거기는 그늘까지 져 어둡다. 저기에 뭣이 숨어있을가?...
종구는 고개를 꺾고 앉아 오래도록 침묵했다. 내가 무슨 죄를 졌다구 이런 졸경을 치러야하나?...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터진다.
그의 옆에는 연초회사(煙草會社)의 30살 먹은 젊은 경리가 이 감방에 들어와 있었다. 원인인즉은 10년전에 한번 저질담배를 되넘겨 팔아 리득을 본적이 있는데 그걸 꼬리잡고 벌금을 안기니 그에 불복했다가 이같이 된거다.
<<내가 그때 번걸 모두 합쳐봤자 2만원밖에 안됩니다. 건데두 그걸 게우라면서 벌금까지 2만원을 더 안기니... 현행의 사실이면 또 몰라도... 접수 안되거든요.>>
젊은 경리는 억울하다면서 검찰원에서 백성과 너무한다고 하였다.
종구옆의 다른 한 사람은 거의 환갑줄에 든 상고머리를 한 사나이였다. 그는 제혁공장 공장장이다. 그 역시 벌금을 안기니 태도가 나빠서 들어온건데 벌금을 안기는 리유라는 것이 보통사람으로는 리해가 안될지경 해괴한 것이였다.
<<난 신발공장의 랭장고를 빌려썻수다. 그랬다구 넌 권력갖고 제 안속 채웠구나, 벌금 1,000원! 친구보고 헝겊신을 세컬레 달래서 신엇지유. 그랫으니 넌 남을 협잡했으니 벌금 1,000원!... 장부를 검사하겠다더군 그래서 줫지. 손님초대비가 6,000여원 든걸 문제삼더군, 공금갖고 먹고 마셨으니 벌금 6,000원! 이것도 네가 안아야한다!...>>
<<1년간에 초대비가 그렇게 듭디까?>>
종구가 물었다.
<<아니요, 3년간에 든게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한해에 2,000원이라, 많지두 않았구만요.>>
<<우리는 애써 통제하구 절약하느라 했습니다. 안그러면야... 헌데두 뭐라는지 압니까? <돈 좀 번다구 배불리 먹고서 흥흥 콧노래도 잘 했겠네. 공금 갖고 제 배를 살찌웠으니 부패아닌가.> 하더란말이요. 거기서 어디 말해보우. 공가일로 온 손님접대를 그래 개인이 하겠소. 말을 해도 더럽스레 하더란 말이요.>>
그한테 무례한 언사를 던진것은 아들나이나 되는 나젊은 검찰관이란다. 상고머리는 지금도 자기가 받은 모욕과 수치에 가슴떨려 말을 더하지 않고 삼키면서 구슬피 눈을 내리깔았다.
여름계절이 짙어가는지라 사람을 죽여주는 무더위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약보름가량 지나서 제혁공장의 상고머리 공장장이 끝내 벌금을 하고 놓여나갔다. 그새 치질이 도져 심해지는통에 아픔을 이겨낼수없었던 것이다. 그는 검찰원에서 하라는대로 자기가 잘못했다는 반성서까지 써바쳐야 했던것이다.
열흘이 가고 스므날이 가고 한달이 가도 종구를 다시 불러내가지 않았다. 아무렴 자루 쥔 놈 이기지 날 쥔 놈 이기랴, 두고보자 하는게 분명했다. 무죄한 사람을 무작정 가둬놓고 이렇게 시달려죽이는 법도 있느냐, 이 빌어먹을 것들아! 아아, 정도는 어디로 갔느냐? 갇힌 몸이라 이것은 하늘도 들어주지 않는 공소요 피타는 절규였다!
열려진 창문으로 파리 한 놈 날아들어와 앵ㅡ 앵ㅡ 고놈은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가 좋아 빙빙 돈다. 널판장에 앉아 앞발을 싹싹 비비기도 한다. 그러다가는 나가버리고 나갔다가는 또다시 날아들어오고... 지금 내 신세가 저 파리보다 나은게 뭐냐? 억탈당한 자유! 종구는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연초회사의 젊은 경리가 갑갑함을 못이겨 하픔을 크게 하고나서 입을 열어 침묵속에 깊이 빠져있는 종구를 건드렸다.
<<난 오늘까지 만 두달입니다. 거기는요?>>
<<내가 아마 이틀 먼저 들어왔지.>>
<<그러문야 63일간 강냉이떡을 자셨구만요!>>
젊은이는 무색한 웃음을 웃고나서 다시 덤덤해진다. 피기를 잃어가고있어서 지금은 처음 들어왔을 때의 혈기방장한 젊은이 같잖았다. 안해가 4만원이 아니라 40만원을 벌금하더라도 남편을 빼내오겠다는것을 왜 벌금을 한단 말이야 하면서 이러고있는데 대체 어느때까지 뻗쳐낼지?... 젊은것이 너무 고생하는것 같아 보기가 안되였다. 그래서 그러지 말고 거기서는 나가도록 궁리를 돌려보라고 충고를 하려다가 종구는 그만뒀다.
또 한달이 지나갔다.
구류소감방은 그사이 역전의 싸구려 려관마냥 자리가 빌새라 여러 사람을 받고 내보냈다. 집체기업책임자도 있고 개인기업주도있고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는 엉터리경리도 있고 허가없이 침통 들고 다니다가 걸려든 돌팔이의사도 있었다. 그들 모두가 검찰들 손에 잡혀들어온건데 원인인즉 다가 그놈의 벌금때문이였다.
개중에 탈세를 엄청 하고서도 교활하게 여우를 떠는 사람이 없는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나라법과 체면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였다. 어떤 건으로 벌금을 안길 때 너무 과중하다 그래서 불만스러움을 나타내면 벌금액은 대바람 배로 올라가고만다. 그래서 안내면 가둔다. 까딱하면 끄떡하는판이니 아닌게 아니라 신경이 곤두서게 하는 무서운 벌금대전이 아니고 뭔가고 억울함을 토해놓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공신과(控申科) 검찰손에 잡혔다는 사람, 정공과(政工科) 검찰손에 잡혓다는 사람, 감소과(監所科) 검찰손에 잡혔다는 사람... 그들의 눈에 현검찰원은 땀구멍을 다 열어놓고 피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흡혈귀로 돼보일뿐 다른 무엇으로는 돼보이지 않았다.
6
종구가 여기에 감금죈지 어언 다섯달! 무더위가 숙지더니 그뒤를 쫓아서 언제 더워봤더냐싶게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꼬박 사흘째다. 연초회사의 나젊은 경리가 기침을 자주하며 가쁜숨을 들까불더니 간밤에는 열이 오르면서 허드레잡소리를 쳐댔다. 된 감기에 걸린것 같은데 어쩌면 좋다? 저러다가 페염으로나 번지면 큰일인데. 종구는 거의 장밤을 거의 뜬눈으로 보내다싶히 했다. 그러다가 날이 밝자마자 수용소책임자를 불러 당신들은 사람의 생명을 중히 여기는가 안여기는가 질문을 들이대고는 병이 난 젊은이를 책임지라 했다. 했더니 저쪽의 응대란 고작 감기약을 몇알 던져주는것이였다.
<<네가 알아 일깨워주라. 벌금이나 얼른 내라구. 그러면야 의례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리.>>
그를 취급해온 검찰관이 종구보고 하는 말이였다. 자식이, 날보고 투항을 설교하라는거냐. 종구는 주먹으로 한 대 후려주고싶은걸 겨우참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가? 그는 돌아와서 다시 생각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젊은이보고 고깟 돈이야 얼마든 벌게 아니냐. 바치고 나가라. 벌금하고 여기를 나간다 해서 그게 백기를 드는 것일가. 달리는 그자들과 맛설 방법이 없겠는가. 신외무물(身外無物)이라 사람은 몸이 중천금(重千金)이니 살고봐야 한다 권고하기도 하고 나도 이제는 대항방법을 고쳐보련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연초회사의 젊은 경리는 마침내 달통되였는지 말을 들었다. 그는 이틑날 벌금액 4만원을 현금으로 내고 풀려 집으로 돌아갔다.
운명의 작간인지 희롱질인지 연초회사의 젊은 경리가 나가기 바쁘게 들어와서 그 빈자리를 메운 사람은 공교롭게도 종구앞에서 불쾌한 회억으로나 남을 광대극을 놀아댄적이 있는 새우장사군이였다. 령감쟁이는 이쪽이 누군지를 모르고있지만 종구는 첫눈에 추접스레 생겨먹은 그를 알아보았다.
<<이거 재수없네! 코깨자니 걸려들었어!... 장살 좀 하자니까 빌어먹을... 납작 잡히고말았지 뭐야! 나보구 500원을 내라네, 500원을! 5원두 극난인데 50원두 아닌 500원이 어디유 글쎄. 나보구 벌금을 하라는구만, 제길할! 늙은것 장살 좀 해보는데 <영업증>은 무슨놈의 <영업증>이여, 엽때것... 제길할... 그거 없어두 꽈배기만들어 잘만 팔아먹었지. 그래. 그렇구말구... 원 더러워서, 재수없이 붙잡히우는통에... 빌어먹을거.>>
령감쟁이는 들어오자마자. 삼거풀이 돼가지고 횡설수설 늘어놓았다.
<<령감은 무슨 장사를 했게?>>
누군가 묻자
<<난 죄꼬마한 장사를 햇지유... 새우장사말이요. 그것두 장산가 뭐... 잡아가두겠으문 큰 고기장사나 잡아가둘게지... 나 원 참... 건데 모두들 무슨 죄루 이런데를 들어왔어?>>
<<아니 령감! 무슨 새빠진 소린 그렇게 줴치는거요. 큰고기 장사꾼이면 죄있건 없건 잡아가두라는 법 어디있소?>>
종구가 몰박아 입을 다물게했다.
현소재지인 이 자그마한 도시는 갑작스레 길가 난전마저 정돈되면서 질서가 잡혀가는것만 같았다. 허가없이 장사해먹고 사는 사람이 새우장사꾼 하나뿐 아니였다. 요즘 더러는 벌금을 피하느라 장사고 뭐고 집어던지고 소리없이 몸을 빼는 사람도 있었다. 붙잡히우면 자기한테 과한 벌금이 안겨질가봐 겁을 집어먹고, 한편 또 어벌쩡하게 능청떠는 것으로 경찰의 마음을 사려는 꾀얕은 인간도 없지 않았다. 허나 일단 잡히는 날이면 짜드락나는 판이라 그 어떠한 수단이든 무색해서 거의 맥을 잃고있었다.]
바로 이것이였다! 현검찰원의 새로부임한 검찰장 장은생은 수하 검찰관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수탉만난 오공 도망칠수 있을가,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아나는거야, 좀이라도 걸려드는 놈은 고개를 숙이게 만들라! 사정보지 말고 꼭대기를 쳐, 꼭대기를!
황소를 잡고나서 돼지를 잡고, 돼지를 잡고나서 개를 잡고, 개를 잡고나서 닭을 잡고, 닭을 잡고나서 더 잡을것이 없으면 쥐라도 잡자고 드는 걸신들린 도까비가 청천백일하에 작경을 놀고있었다. 제 나라의 법정기관이니 의례 옳으려니만 믿어주는 순진한 백성들, 훌륭한 제도의 나라에서 살면서 지금의 이 좋은 개혁개방의 황금세월에 욕을 보고 우롱당할줄이야 그네들이 어찌 알았으랴!
수인이 되어 하루가 여삼추같이 지리한 부자유의 나날, 구류소의 음침한 랭기는 종구의 신체를 점점 심하게 해쳐가고있었다. 입맛이 떨어지면서 오른쪽 윗배가 아파나더니 소화장애증상이 반복적으로 생겼다. 간경변증에 걸린것이다. 종구는 차돌같이 굳고 단단하던 몸이 그만 병채로 변해가고있었다.
종구는 말이 적어졌다. 해도 날이 서지 않는 말을 어떻게 한단말인가? 말해도 소용없었다. 도리가 무시되고 인권이 짓밟히고있는 여기서는, 그러니 화산같이 터져오르는 분노도 그저 침묵으로 지그시 누르는수밖에.
<<임자는 대체 무슨 죄를 졌소?>>
<<개같은 자식, 그따위 나발 한번만 더 불어봐라!>>
여기로 갓 들어온 날 벌써 그토록 경고를 했건만 워낙 말이 수다스런 새비장사군은 입이 가려운지 쑤셔나는지 멋모르고 다시 놀렷다가 하마터면 종구의 주먹에 맞아 뼈도 추리지 못할번했다.
구류소감방에서 다른 사람들은 진종일 입에 자물쇠를 놓고있는 종구가 걸핏하면 사납게 성깔을 부리는지라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퍼그나 조심들을 했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지리한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바깥 주민구역 어디선가 폭죽텃치는 소리 들려왔다. 20세기를 마감하는 새해의 설명절이건만 종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감방에서 보내야했다.
<<죄있으면 판결할것이지 돈은 왜 내라는거냐? 한푼도 안준다, 안줘!>>
종구는 처음과 꼭같은 말로 내내 뻗치는 판이다.
벽난로에다 석탄도 제대로 넣어주지 않아 썰렁한 감방, 종구의 시선이 다시금 창가 구석진데로 옮겨져 고착되였다. 예민해진 시력의 도가 점점 높아져서인지 어둡던 구석이 그의 눈에 차츰 밝아졌다. 그러자 여지껏 흘러내린 빗물에 패이고 갈라진 벽의 그 틈서리에다 몸을 감추고있었던 한 마리의 거미가 마침내 발견되였다. 종구는 그놈을 중시했다. 오래도록 관찰했다. 그러노라니 마침내 고놈의 발고리같은 발이 움직이는걸 발견하게되였다. 아니 저 놈이 이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단말이냐?!... 음험한 놈! 숨이 질겨도 이만저만이 아닌걸! 의문이 짙어가면서 기적이라는 경탄이 아니라 그 놈의 완악한 생명이 한없이 미워났다.
그놈은 끝내 몸 전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지껏 숨어있은 틈서리에서 나오느라고. 저 놈이 왜서 나올가?... 거미는 천장을 기여서 거의 중간쯤에 이르러 정형을 파악하느라 그러는지 멈춘다. 바로 종구의 머리꼭대기쪽이다. 그 놈은 한창 꼼짝 않고있더니만 마침내 육안으로는 거의 보아내기 어려운 가느다란 실을 밑구녕으로 뽑으면서 아래로 곧추 떨어졌다. 그래서 바로 종구의 발끝 장판에 내려앉는다. 종구는 발가락으로 고 놈을 꼭 눌렀다. 톡 하고 가벼운 소리난다. 분명 배터지는 소리다. 어 속이 시원하구나! 이렇게 후련할 변이라구야!
난 살아서 여기를 나가고봐야한다. 만 6개월만이다. 이틑날 종구는 검찰측의 요구대로 싼타나를 거기다 저당잡히고 병보석으로 풀려나왔다.
7
종구가 집으로 돌아오니 안해의 얼굴을 덮고있던 구름장이 걷히고 아이들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여났다.
헌데 생각밖에 일수가 검찰원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니 그 사람 뭣 때문에?>>
<<경제문제가 있다누만요.>>
안해의 말이였다.
종구는 인츰 일수네 집쪽을 향해 걸음을 놓았다. 수정같이 맑은 사람으로 믿어왔는데 경제문제가 있다니 웬 말인가?...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넌 탈세를 했다>면서 데리구 갔어요.>>
일수의 각시가 억이 막혀 피력하는데 들어보니 과연 한심했다.
일수는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차를 놀리고있었다. 개체운수업이란건 본래 그런게 아닌가. 새 일거리를 찾아야했다. 어제저녁켠이였다. 찜찜한 일거리라도 쥐여보려고 진종일 거리에 나가 시간을 보낸 일수가 일감도 없고 시장기도 들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디서 지키고있었는지 생면부지의 검찰관 둘이 귀신같이 나타나 따라들어오는 것이였다.
<<난 현검찰원 법기과에 있소. 이게 내 사업증이요.>>
나이가 일수와 비슷한 중년사나이가 <<집기검사증>>을 내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일수는 속으로 나는 이 사람한테 굽잡힐 일을 하잖았는데 하면서 물었다.
<<듣자니 몇해째 차갖고 운수해 돈을 벌었다는데... >>
일수의 귀에 그 말이 어쩐지 별쭝나게 들렸다. 중년의 검찰관은 말을 더하지 않고 일수의 안색을 살핀다.
<<당신은 공금을 점유했더구만. 게다가 탈세까지 했구.>>
일수는 악연히 놀랐다. 란장을 맞을 무슨 개소리를 이렇게 치는거냐. 내가 공금을 점했다니, 탈세를 했다구?... 기(氣)구멍이 꽉 막히는 소리였다. 일순간 이름못할 아픔이 일수의 온몸을 줄달음쳤다.
검찰관은 낯색을 엄연히 굳힌채 대방의 내심변화를 진단하는지 눈 한번 가딱하지 않는다. 허나 그따위 서슬에 주눅들고 오가리 들 일수가 아니였다.
<<내앞에서 그따위 소릴 마시오. 난 좋아안합니다.>>
<<왜, 왜 이 모양이냐? 뭘하는 사람인지 증명을 봤겠지. 난 검찰관이야, 검찰관! 넌 내가 지금 공무를 집행한다는걸 알겠지.>>
검찰관은 눈알을 굴려가면서 딱장을 받자고들었다.
<<그런 증명있으면 답니까? 물어봅시다. 내가 공금을 점했다는데 대체 언제 어디걸 얼마나 점했단 말입니까? 증거를 보여주시오. 나는 도급맡은 사람도 아닌데 어덯게 공금을 점한단말입니까? 그리고 나보구 탈세를 했다는데 그건 또 무슨소립니까? 근거가 뭡니까? 내가 건축용재를 실어다준 그 급유소는 지금 자금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고있는 상황입니다. 나하고 삯값도 아직 결산하지 않았는데 탈세는 무슨 놈의 탈세란 말입니까? 당치도 않는 소리!>>
검찰관은 갑자기 벙어리로 됐는지 말을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고 한참 노려보기만한다. 그러다가 <<흥!>>하고 코방구를 뀌는데 그놈의 <<흥!>>소리가 일수의 귀에 미련한 송아지 백정모르는구나 하는 위협같이 들렸다.
<<물귀신 같은 자식이 생사람 잡자구 드는구나!>>
일수는 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뇌까렸다.
<<인자 뭐라구 했어?>>
저쪽은 도끼눈을 해가지고 이쪽을 찍어본다.
<<생사람잡이를 한다구 했습니다.>>
<<뭐라, 내가 생사람잡이를 한다구? 어디다대구 하는 소리야. 네가 감히 반항을 해? 가자!>>
이렇게 되어 일수는 잡혀간 것이다. 체포쯩도 없이.
일수가 집을 나간것이 어제라니 나하고 자리바꿈을 한게로구나. 그 사람 고생을 할텐데 어떻게 한다?... 종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안되여 일수의 처가 달려왔다.
<<아즈반님이 방금 돌아가시자 어제왔던 검찰관이 또 오지 않았겠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너의 남편은 공금을 점유한 벌금으로 5만7천원, 탈세를 한 벌금으로 6만6천원, 도합 12만 3천원이다. 남편을 내오게 하겠거든 돈을 가지고 검찰원에 와!>하잖겠어요. 잘못한게 뭐길래 그 사람들이 이리두 못살게 구나요. 난 정말 리해 안돼요.>>
<<일수가 언제 무슨 공금을 잘라썼소? 그리구 탈세범이라는건 또 뭐구?>>
<<글세 말이요. 귀신이나 알겠는지 난 몰라요. 서동무도 모르구요. 그건 순전히 그 사람들이... 이 일을 어떡하면 좋아요. 집에 얼마간있던건 전날 곽공장장을 뀌여줫지... 그 사람도 글쎄 벌금벼락을 맞은게 아닌가요, 글쎄!>>
<<허, 허허!>>
종구는 자기가 당할 때 처럼 그저 허구푼 웃음만 나갔다. 전갈의 배속에 독만 들어있는거야. 본인도 모르는것이면야 이것 역시 분명 검찰원에서 조작해낸 죄명 아닌가? 그자들이 이 종구한테서 돈을 우려내자고 들듯 일수한테서도 우려내자고 드는거야. 인간성을 잃어버린 그자들의 손에 또 하나의 무고한 백성ㅡ내 친구가 억울하게 당해 고생하게 되는구나 생각하니 절대 강건너 불보듯할수 없었다.
<<여보, 우리 저금통장에 얼마있더라?>>
<<당신이 한족향에서 받아온 15만원 그대로있어요.>>
<<12만원만 내놓소. 3천원은 본집에서 보태기루하구, 사람부터 우선 빼내오고 봐야지, 안그렇소?>>
이틑날 종구는 일수의 처와 함께 현검찰원 법기과를 찾아가 미친개한테 물리지 않으려고 떡 줘 얼리는 격으로 거기서 내라는 액수의 돈을 군말없이 내놓고 일수를 꺼내왔다.
한편 일수는 이틀밤을 감방에서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고보니 마치도 천길심연에 떨어졌다가 부활한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그간 남편 때문에 간에 불아 달려 진정 못한 안해도 안해려니와 발벗고 나서서 자기를 구해준 종구내외의 처사가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그러면서 아무런 죄도없이, 본인도 전혀 깜깜인 12만 3천원이라는 거액을 눈깜짝새에 허망 떼웠구나 생각하니 머리가 아찔해났다.
<<그자들을 어찌 국가의 정법일군이라 할수 있는가? 그자들은 바로 권리갖고 백성의 고혈을 빨아내는 독거머리다. 적발하자! 속 검은 이 놈 현검찰원의 죄악을 세상이 다 알게 하자!>>
<<나역시 그 생각입니다만은 형님, 우리는 백성이구 그자들은 권력 쥔 관리들인데 이길수 있을가요?>>
종구는 그네들이 아무렴 당중앙까지 끼고 그따위 험악한 막짓을 할가, 먼저 성규률검사위원회에다 적발신을 써 올리자, 그래서도 안되면 중앙에까지 써올리자, 아무 때건 이자들을 심판대에 끌어올려 법적제재를 받게 하자,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기 위해서는 나뿐아니라 무고한 다른 사람들이 억울함을 더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여 결판이 날 때 까지 끝까지 해보자 했다. 참아내는것도 정도가 있는거야. 사람들이 그저 그냥 권력이 무서워 벌벌 떨기만 하지 않을것이다. 우리가 나서는걸 보면 금속창문공장의 곽공장장이 나설거고 제혁공장의 공장장도 나설거며 연초회사의 젊은 경리도 나설것이다.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면 아마 모두가 호응해 나서려 할것이다. 반부패의 력량은 묶어지게 될 것이다. 도랑물이 모여 대하를 이루듯이!
일수가 곰곰이 듣고나서 맹세했다.
<<종구형님 말씀이 과연 옳은것 같습니다. 힘을 모아 해봅시다. 신소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저것들이 백성을 다 머저리로 보고 막짓을 그냥 할것입니다. 형님과 함께 싸워보겠습니다. 내 혼자남더라도 해볼텝니다, 소금이 쉴 때까지!>>
8
눈앞에 까마반드르르하던 싼타나가 만신창이 되어가지고 나타났다가 안개속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어느날 종구는 한밤중에 이런 꿈을 꾸다 깨고보니 잠을 도무지 다시이를수 없었다... 왜서 이런 꿈이 올가? 내 차가 어떻게 되었길래? 십중팔구는 잘못된것 같았다.
이틑날 종구는 아침숟가락을 놓자마자 집을 나와 현검찰원을 향해 걸음을 놓았다.
검찰원에 이르러 보니 과연 있어야 할 싼타나가 보이지 않았다. 간밤에 숙직을 섯다는 사람과 물어보니 머리를 가로젖는다. 자기는 모른다는거다. 이것들이 내 차를 대체 어디다 어쨌을가?... 반탐국에 갔다. 판공실문이 꼭 닫겨있지 않았다. 문에 노크를 해놓고는 들어오라는 말이 있건없건 발을 들여놓았다. 안면있는 젊은 검찰관이 테불서랍을 열고 뭔가를 찾고있다가 고개들어 이켠을 본다.
<<어째서 문도 안두드리고... >>
<<내 싼타나를 어쨌습니까?>>
젊은 검찰관은 나무방망이에 뒤통수를 한 대 맞았을 때처럼 얼떨떨해서 눈을 꺼무럭거릴뿐이다. 이때 하진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
방안의 평화롭지 못한 분위기를 느꼈던지 그는 목청을 돋궈 물었다.
<<국장동지, 이분이... >>
<<내 싼타나를 어쨌소?>>
젊은 검찰관이 하려는 말을 종구의 거칠어진 음성이 깔아버렸다.
<<.........>>
하진개는 멍하니 쳐다볼뿐 이쪽에서 물어보는 말에 얼른 대꾸 못한다. 낯이 어두워지고있다. 대답거리없어 난처해하는게 분명하다. 복잡해지는 기색이다.
<<왜서 대답이 없소? 당신들이 내 싼타나를 어쨌는가말이요?>>
재삼 따져물었다.
하진개는 그제야 마지못해 입을 여는데, 종구의 그 차는 검찰장의 지시에 의해서 이미 처리해버렸다는거다. 차를 값을 쳐 검찰원의 빚을 갚았다나.
세상에! 이럴수가?... 주인의 동의도 없이 남의 물건으로 제 빚을 갚다니! 법을 알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청산인가, 략탈인가? 고금동서에서 이런 뻔뻔스런짓을 하는 검찰관도 그래 있단 말인가? 보다보다 별꼴을 다 본다! 종구는 너무도 격분하여 전신이 벌벌 떨리였다.
<<내 싼타나를 내놔라, 내 싼타나를! 너희들이 무슨 권리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거냐?>>
복장이 터지는 일이라 종구는 주먹으로 탁상을 탕탕 치면서 목갈린 소리를 내질렀다.
<<넌 아무튼 문제있는 사람이야.>>
<<무슨문제냐, 대라!>>
<<조사중이다.>>
저켠의 대답은 떳떳치 못했다.
<<조사중이면 아직 똑똑한 증거는 없다는거겠지?>>
<<그렇지만 이건... >>
하진개는 변명하기 적합한 말이 없는지라 얼떨떨하게 얼버무려 넘기려했다.
<<비렬한 놈들!>>
종구는 대방을 향해 적의 찬 눈총을 놓았다.
<<아니 네가?... >>
하진개는 눈을 부라렸다.
<<내가 어쨌단말이냐, 내가? 너희들은 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느냐? 무고한 사람을 붙잡아 죄인으로 만들고있지, 그래서 돈을 빼앗아내고 재물을 빼앗내고있지! 안그러냐? 말해봐, 안그러는가구?>>
<<뭐, 뭐라구? 야 이거 네가 지금 누구앞에서 맘대루 탕탕 큰소리냐.>>
하진개가 발칵 성을 냈다. 하급이 지켜보는 앞에서 제 위신이 여지없이 추락되는것 같았던 모양이다.
<<네가 뭔데 할 말도 못한단말이냐? 기껏해야 검찰관이겠지.>>
종구도 좀처럼 굽어들려하지 않았다.
<<난 검찰관이야, 너같은 놈을 조사하고 다스리는 반탐국장이란 말이야!>>
하진개가 위엄을 뺐다. 허지만 그건 속이 비여진 허통이였다.
<<걷어치워라, 네가 다 검찰관이냐? 중앙에 고발할테다! 토비같은 놈!>>
종구는 참지 못하고 감정을 토해놓았다.
사회주의국가의 검찰관을 토비라하다니! 나라의 당당한 집법인원을 모독하다니! 종구는 이런 욕을 함부로 뱉어낸것이 화가 되어 구류소에 다시갇혔다.
그러나 종구는 인젠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회심의 미소까지 떠오르고있었다. 그건 그자들의 휭포와 불의가 조만간에 끝장나리라는 확신이 깊은 내부로부터 꿈틀거리고있었기때문이였다.
<<연변문학>> 2001. 11
망매(魍魅)=도깨비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