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중국축구 갑급리그가 막을 내린지도 이젠 한달 남짓한 시일이 지나갔다.
올시즌초반 슈퍼리그진출 슬로건(口号)을 내걸었던 우리 연변장백호랑이팀(이하 연변팀)은 리그 13에 그치며 겨우 강급만은 모면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허글픈 웃음밖에 나오는것이 없다. 단 성적이 크게 뒤쳐져서만이 아니다. 실력이 약해서 패하는건 서운하긴 하지만 리해가 간다. 하지만 째임새가 없고 격정이 없으며 거기에 정신력 또한 제로(령)에 가까왔다.
어떤 경기를 보노라면 이 팀이 그래 그제날 그토록 자랑하는 연변팀이 맞긴 맞는가고 의심이 갈 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제날의 연변축구는 이렇지 않았다. 축구팬이라면 다 알고있다싶이 지난 세기 90년대 후반기 낡고 허름한 연길경기장은 전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입장권 한장에 30원씩 하였지만 매껨의 경기마다 평균 3만명 이상의 관중들이 모여들었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 모두가 축구를 잘 알아서가 아니였고 축구가 그냥 좋아서도 아니였다. 축구장의 무드(분위기)가 좋아서 가는 사람, 소수민족지구의 축구팀이니 마땅히 밀어줘야 한다며 가는 사람, 지어는 어떤 녀성팬들은 축구단 어느 한 선수의 모습을 일부러 보려고 찾아간다고도 했다. 웬간하면 경기장밖의 나무에조차 사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 이는 중국축구무대는 물론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색장면으로서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고 할수 있었다.
한편 당시 연변팀(삼성, 현대자동차, 오동 등으로 관명)은 특색이 있는 팀이였다. 1994년부터 련속 3년간 늘 강급후보로 점찍히는 팀이긴 했지만 대련만달, 북경국안, 상해신화 등 강팀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패할 때는 패하더라도 전면공격, 전면수비의 축구로 경기내용에서만은 늘 상대방을 몰아부쳤으며 늘 이채로운 장면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선수 개개인도 개성이 있었다. 경기장에 고종훈이 나타나면 마음 깊속까지 든든하였고 방근섭의 “상대방수비 따돌리기”와 천학봉의 변선돌파는 축구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왔고 외적용병 졸라의 표현 또한 서커스(교예)단원을 방불케 했다. 또한 해마다 안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고종훈과 더불어 1997년엔 황동춘, 그 이듬해는 천학봉, 1999년에는 정동칠을 발굴하여 그 “산맥”을 이어왔다. 개괄해서 말한다면 그러한 분위기때문에 당시 관중들은 연변팀의 승패에도 관심이 컸지만 경기장무드에 관심이 더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현재 연변팀에서는 그제날의 그런 무드를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 우선 선수진영에서 개성이 강한 선수를 크게 찾아볼수 없다. 몇년전까지는 그래도 조명(변선던지기능수), 박성(공방조직자), 한청송(중앙수비수) 등이 있어 연변팀은 풍격이 강한 팀으로 불리워왔으나 그들이 이적해갔고 올시즌엔 강홍권, 최인 등 중견선수들도 그닥 자아개성을 보이는데는 크게 한물이 간 모습이였다. 경기 또한 승패를 떠나서 늘 상대방한테 끌려다니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10월 28일 홈구장에서 0 : 2로 패한 대 심양심북전이 그랬다.
우리는 완벽한 경기만을 원하는것이 아니다. 완벽성을 따지려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혹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최고이다. 우리 연변축구가 그런 팀과 비길수가 없다. 다만 무드가 관건이다. 승패를 떠나서 말이다. 례하면 무용을 말할라치면 로씨야의 발레 “백조의 호수”는 세계의 일류로서 이는 모두가 공인하는바이다. 그렇다면 이 “백조의 호수”에 비해 싸이의 “일명 강남스타일ㅡ 일명 말춤”은 예술이라기보다는 “지랄”에 가깝게 망가진 모습이다. 하지만 “강남스타일” 역시 나름대로 관중을 사로잡는 무드가 있다.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기때문이다.
일전 한국의 축구스타 리영표가 한국축구의 성적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보았다. 동감이다. 명년 시즌 우리 연변팀은 갑급보존의 기초상 신진 발굴과 단련에 그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번 관중들의 마음을 매료시킬만한 카드도 한번 시도해보는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더러 경기장을 찾아달라고 선동만 하지 말고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경기장을 찾게 하는 카드 말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경기승패에 크게 관계없이 재미있는 경기를 관람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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