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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지식인의 무덤 (김문학)
2010년 09월 07일 05시 27분  조회:6088  추천:41  작성자: 김문학

《신조선족》월경론

28. 지식인의 무덤

김문학

 

구조선족의 종말과 함께 또 하나의 ”종말”을 선고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지식인의 종말”이란 테제이다. 아니 지식인 전체가 아니라 우리 조선족 지식인, 좀 더 구체화시켜 直言하면 연변조선족의 일부 “수구파+좌파(?)지식인”의 종언. 

사실 10년전 「조선족 개조론」에서 필자는 이미 그 시점에서 그들이 종언을 예언했다. 최종회 「장백산」(2001년 6기) 「조선족 지식인 비판」「지식인의 精神病理學과 우리 자신의 제한성」「우상, 이제 없다」등 문장에서 그들의 죽음을 정신병리학 원리로 分析하면서 경종을  울리었다. 

그런데 비극적인것은 당시 그들은 이 글을 쓴 필자에 대한 외곡적인 해독과 몰이해의 까닭으로 정서적인 열광적 반발의 광란극을 벌이는데 열중하여 필자의 지적을 간과 했거나 역시 해독할 수준도 능력도 결핍했던것이다. 

오늘도 불가사의 한것은 그때 왜 그들이 냉철하게 읽는 해독(解讀)도 자기 省察도 없이 무조건 반발, 반박, 부정의 광란극을 펼쳤는가 하는것이다. 그 점이 오늘까지도 궁금하고 한편의 전인미답의 희극을 보는듯 재미있었다. 

그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내가 비판했던 “연변좌파병원”의 그 극중의 배우들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연(自演)의 배역을 맡았던것이다. 세상에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고 유순호씨도 미국에서 킬킬킬 조소한다. 

그들 자체가 자신들을 위한 종언의 “무덤”을 만들었다는것이 결론일것이다.

필자는 그때 조선족의 일부 수구파의 단점과 그 형성원인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우리 지식인자체가 농경민족의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살면서 그것이 무의식중에 체질화된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끼리만 집중된 지역에서는 지식인의 농경성격이 여타 이민족과의 실질적인 접촉이 없어도 전혀 생활에 부자유가 없으며 또한 그것을 특별히 필수하지 않은 전제하에서 그것들이 더욱 비대화로 발전하여 클로즈업되기 십상이다. 여기에는 고대 그리스, 중세의 베네치아, 근대의 영국 등 재해양민족에게 보여지는 《바다야말로 내가 일하고 사는 고향이며 영원히 잠들수 있는 무덤》이라는 사고가 없다. 즉 내가 나가서 내가 사는 곳이 어떤 이경(異境)이라 할지라도 내 고향이라는 개방적인 사고와는 무연하다. 이미 한세기여동안 중국에서 정착해오면서 고정불변의 내 《고향》을 만들고 고수하기에 여념이 없어진것이다. 따라서 고질로 된 고향을 떠나면 죽을것만 같은 사고로 점철돼있으며 고향리별의식은 없으며 끝까지 《성역화》시킨다. 

이런 지식인의 의식은 일원적(一元的)이며 절대적 이데올로기로 충만돼있으며 원패턴(한가지 류형)의 사고에 포로돼 내부로부터든 외부로부터든 조금이라도 이질적인 언론이나 행동은 모두 이단시(異端視)되고 타도의 타깃으로 되기마련이다. 

거기에다 《정치적투쟁》의 유전자까지 투기적인 정열이 가미되다나니 우리 지식인이 《성역》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무슨 일인들 못해내랴.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나라나 민족을 막론하고 지식인중에는 어디에나 보수적인것과 개방적인것으로 이분되는 일은 흔하다. 일본에도 보수적인 우익지식인의 목소리가 크며 한국에도 보수적인 지식인의 세력은 상당하다. 그러나 비교를 통해 보면 우리 조선족지식인의 보수성은 더욱 렬악하고 앞에서 지적했듯이 《촌놈》의 레벨을 벗으려면 아직 멀었다. 이 표현 말고 딴 표현을 아무리 찾아도 더 적중한것을 나는 끝내 찾지 못했다. 

그리고 더욱 비극적이고 아이러니컬한것은 우리 지식인의 보수성은 이미 고향을 이탈하고 땅을 떠나 모험의 길로 나아가는 많은 농민의 당찬 모습에 비하면 너무 왜소하고 영양실조처럼 보인다. 그러고도 《우리야말로 우리 시대의 인솔자》인양 행세를 하려 드니 진짜 촌놈으로 추락된것을 실감한다. 

21세기의 첫시작부터 우리 지식계, 문단에서 새로운 《의식혁명(意識革命)》의 물고를 터쳤다. 우리 민족의 전례없는 《의식혁명》의 홍류다. 내가 소리높이 웨치고싶은 말은 누구보다도 먼저 반성하고 개방해야 할 사람은 많은 대중이나 농민인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지식인 자신들이라는것이다. 

열린 개방의 길만이 우리 지식인,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인용이 길어졌지만 일부 조선족의 결점을 필자는 구조선족의 “농경성”에서 규명했으며 “고향을 이탈하고 땅을 떠나 모험의 길로 나아가는 농민” 즉 “신조선족”에 비교해도 후진적인것, “우리 시대의 인솔자”로서는 失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미 그 시점에서 그들의 失格은 그들의 역사적 무대에서의 退埸을 의미했다. 마치 포스터모던이라 불린 1980년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가 『지식인의 무덤』에서 밝혔듯이 지식인의 기능의 실조를 선언했던것과 유사하다.
 

20세기 후반 세계적 권위적 인물로서 앙가주망(사회참여)사상의 기치를 든 장 폴 사르트르가 1968년 5월 학생운동때 연설하던 그에게 “사르트르, 이제 말을 그만둬라!”는 쪽지를 청년들에게 부터 전달받는다. 사르트르는 그 메모지를 보고 목연해진다. 이미 자신이 청년학생을 리드하는 지도자의 헤게모니적 시대는 지났다고 실감했다. 

이 운동에 에설 푸코의 모습이 보였다. 『언어와 물질』이란 저서로써 사르트르를 “인간의 종말”을 선언했다고 비판하면서 사르트르의 시대가 푸코적인 지식인의 리드시대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마치 조선족의 지식인의 “최후의 보루요”, “흑마백마요” 자찬하던 “수구파 지식인”의 “종말”은 작년 니카의 젊은이들에 의해 선고당한다. “신조선족”의 발랄한 등장이었다.  

그 “보루”는 멋있게 붕괴되어 마침내 자신들의 “무덤”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필자는 노신의 “물에 빠진 개를 매질하는 식”의 극단적 수단은 찬동하지 않는다. 스스로 냉철하게 자성하고 반추하는 여지를 주는것 역시 우리 선대 역사의 지혜가 아닌가. 그러면 그 삭막한 무덤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필것이요 풀이 무성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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