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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학은 중국문화의 반창고
2013년 04월 15일 14시 32분  조회:6257  추천:2  작성자: 김정룡



음양학은 중국문화의 반창고

 

《홍루몽》제31회에 사상운(史湘雲)과 그의 시녀 취루(翠縷)가 음양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있다. 우선 취루가 사상운에게 음양이란 것은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으니 도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질문한다. 그러자 상운이 음양이란 사물의 성질이라고 하면서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하늘이 양이면 땅은 음이고, 불이 양이면 물은 음이며, 해가 양이면 달은 음이지.” 취루가 알았다고 머리를 끄덕이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터득을 덧붙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햇님을 보고 태양이라고 하고 점치는 사람들이 달님을 보고 태음성(太陰星)이라고 하는 거군요.” 상운이 취루를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짓자 취루가 재차 물었다.

“그러한 큰 사물에게 음양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모기나 벼룩, 꽃이나 풀, 기와나 벽돌 같은 것에도 음양이 있나요?”

“그렇고말고. 저 나무 잎사귀 하나만 보더라도 그래. 햇살을 받는 쪽은 양이고, 아래로 그늘진 쪽은 음이지.”

취루가 들고 있는 부채에도 음양이 있는 것이냐고 묻자 상운이 대답했다.

“그럼, 이쪽이 정면이니 양이고 저쪽이 반대쪽이니 음이지.”

상운은 취루의 이어지는 질문에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새나 짐승은 수컷이 양이고 암컷은 음이다.”

취루가 크게 깨달은 듯한 얼굴 표정으로 물었다.

“세상 만물에 음양이 없는 것이 없다면서 왜 우리 사람들에게는 음양이 없는 걸까요.”

상운은 나이 어린 계집애가 혹시라도 엉큼한 ‘19금 이야기’를 꺼낼까봐 눈을 흘기며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취루는 자신도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왜 제가 몰라요. 아가씨가 양이면 저는 음이지요.”

상운은 난데없는 그녀의 말에 잠시 당혹스러웠다. 아니 여자면 모두 음이지 어떻게 음양으로 나뉜다는 말인가? 그러자 취루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람에게 주인이 양이고 노복은 음인 것으로 정해진 거예요. 제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런 도리를 모를까 봐요.”

취루는 이렇게 세상 모든 사물에 음양이 존재하고 있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성격이 다르거나 성별이 다른 사물에 음양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에도 음양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없다. 예를 들어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라지만 남자 몸의 기는 양이고 혈은 음이 된다. 같은 도리로 여자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하다못해 손의 경우 손등은 양이고 손바닥은 음이다. 또 산이 양이라지만 햇빛을 잘 받는 쪽은 양이고 햇빛을 잘 받지 못하는 쪽은 음이 된다. 일반적으로 남쪽은 양이고 북쪽이 음이라지만 산의 북쪽은 음이고 강의 북쪽은 양이 된다. 그래서 한국의 ‘한양(漢陽)’은 한강 이북에 있고 중국 ‘심양(沈陽)’ 역시 심수 이북에 위치해 있다.

이렇듯 음양은 모든 사물에 다 적용되니 반창고 같은 존재이다. 중국인 선조들은 반창고 같은 존재인 음양으로 우주를 바라보았고 음양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방법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한 것이 바로 《주역》이다.

《주역》이 도대체 어떤 책인가?

《주역》은 단순히 사주팔자나 보는 하나의 ‘점서(占書)’가 아니다. 천문, 역법, 음악, 건축, 의학 등과 모두 연관시킬 수 있고 인간의 일생대사인 혼인과 제사, 먹고 사는 장사, 심지어 집을 사고 이사하는 일까지 모든 사회현상과 일상사에 가르침이 되는 지침서이다. 그래서 혹자는《주역》을 중국문화의 바이블이라고 말한다.

《주역》은 ‘역경(易經)’과 ‘역전(易傳)’ 두 가지가 있다. ‘역경’은 점복에 관한 것이고 ‘역전’은 철학에 관한 것이다. 은나라 때 점치는 방법은 거부기 껍데기를 태운다. ‘푸, 푸’ 타는 소리를 ‘복(卜)’이라 하고 타서 변하는 모양을 적은 것이 ‘갑골문’이다. 주나라 때부터 점치는 방법은 ‘괘(卦)’를 따지고 살피는 이른바 ‘계산(計算)’한다는 뜻으로 생겨난 ‘산괘(算卦 : 중국어 발음으로 쏸꽈라 함)’이다.

‘괘(卦)’는 양효(陽爻)와 음효(陰爻)가 있다. 쭉 뻗은 막대기 모양인 ‘양효’는 수컷인 남자를 뜻하는데서 유래되었고 가운데 구멍이 뚫린 ‘음효’는 암컷인 여자를 뜻하는데서 생겨났다고 한다.

음양은 중국인이 우주를 관찰하는 기본이자 근본이다. 모든 사물에 규율이 있듯이 음양에도 당연히 규율이 있다. 음양규율은 간단하다. 즉 일음일양(一陰一陽)이다. 한 번 음이 되었다가 한 번 양이 되고 또 한 번 양이 되었다가 한번 음이 되는 변화이다. 64괘는 음양의 조합과 일음일양 규율에 의해 만들어졌다. 음양학을 잘 파악하면 64괘를 쉽게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64괘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고 마지막 두 괘만 집고 넘어가자.

64괘 마지막 두 괘는 기제(旣濟)와 미제(未濟)이다. 제63괘가 기제라면 그것으로 끝나야 마땅한 것이 아니냐? 왜 기제 뒤에 또 미제가 따르는 것일까?

기제는 일의 성공과 완료를 뜻한다. 미제는 일의 미완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국철학의 심오함과 오묘함을 엿볼 수가 있다. 기제 뒤에 미제가 따르는 것은 ‘우환의식(憂患意識)’이다. 혁명이 성공을 거두했다 하여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혁명이 성공한 뒤에 할 일이 더 많다. 만약 혁명에 성공했다 하여 도취의식을 갖는다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나태해지면 혁명에서 흘린 피는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쉬운 말로 하면 애써 일궈놓은 것을 한 순간에 말아먹는 것이다.

음양학을 주축으로 이뤄진《주역》은 우주를 관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규율을 찾아내고 체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오래된 고전이자 중화민족문화의 금자탑이며 중국인의 정신지혜이다. 현재 중국 총재국학반(總裁國學班 : CEO 강습반)에서《주역》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여 중국고전에서 지혜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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