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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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은 천국의 이야기
2010년 05월 31일 15시 40분  조회:4830  추천:53  작성자: 김정룡



남북통일은 천국의 이야기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은 현대사에서 동서이념과 사상의 대립구도였던 지구상의 판도를 바꿔놓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뒤를 이어 구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이 종교문명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중국은 1990년 북경아세아게임을 계기로 구미에서 의구심(1989년 천안문 사태)을 갖고 대중투자에 주춤할 때 화상자본이 대거 대륙에 흘러들었다. 1992년 등소평의 ‘南巡講話’가 시장경제정착, 대외개방 확대, 외자유치에 크게 기여하였고 중국을 중심으로 중화권이 뭉치는 발판을 마련했다.

냉전시기 굳게 닫혀 있던 ‘중한 문’이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빠금히 열렸고 1990년 북경아세아게임 때 한국인관광객 수만 명이 중국을 찾았고 만여 명에 이르는 수가 백두산구경을 다녀왔다. 중한관계가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당시 한국인은 중한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남북관계변화와 직결시켜 인식하고 있었다.

“참 세월이 많이 좋아졌어요. 이렇게 빨리 백두산구경하리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십년 안에 납북통일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네요.”

한국 00교수 분이 백두산정상에서 필자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1980년대 말기부터 1990년대 초반에 있은 지구촌의 획기적인 변화를 지켜보던 하버드대 샤무엘·헌팅턴 교수는 미래사회변화를 예측하는《문명의 충돌》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세상은 냉전시기 사상과 이념의 대결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람마다 ‘나는 누구냐?’는 질문을 갖게 되고 따라서 지구촌은 문명에 따라 이합집산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슬람권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고 동아세아는 유교를 공통분모로 하나로 뭉쳐 거대한 세력으로 역사무대에 새롭게 등장할 것이고 분열되었던 동족은 통일을 이룰 것이다.”고 지적하였다.

그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명에 따라 뭉칠 것이요, 다른 하나는 성장세를 보이는 이슬람권, 거대한 중화권을 중심으로 주변국이 뭉치는 유교문명이 주춤세를 보이는 기독교권과 갈등을 빚게 되고 급기야 전쟁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필자는 헌팅턴 교수의 두 가지 관점에서 같은 문명끼리 뭉치고 동족끼리 통일한다는 것엔 동의하나 문명의 충돌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허나 이는 본문의 주제와 상관없기에 더 논의를 전개하지 않겠다.

헌팅턴 교수의 첫째 관점을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면 초록은 동색이요, 오리가 오리무리를 따르기 마련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1990년대 말까지 싱가폴,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형성에 성공하였다. 다만 대만문제가 골칫거리였는데 2000년대 들어 현재까지 대륙이 바라던 ‘삼통(우편·통신, 무역, 상호왕래)’이 해결되어가고 있어 이미 절반 통일이 이뤄진 셈이다. 헌팅턴의 예측과 맞아떨어지는 좋은 사례이다.

또 일본의 점차 친중 노선과 한국의 지난 십년 정권의 친중 노선을 통해 유교문화권이 새롭게 하나의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것도 그의 예측과 맞물렸다.

한반도의 상황을 보면 위에서 말했던 그 교수 분의 ‘예언’대로 십년 안에 통일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남북 간의 화해무드가 감돌았다. 적대관계를 ‘동반자관계’로 변화시킬 만큼 특기할만한 사건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한국 언론매체들에서 앞으로 짧으면 10년, 길어서 20년이면 남북통일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보도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쪽’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정부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가수반으로 분단사상 처음으로 삼팔선 땅을 밟았다. 남북 간의 역사에 크게 한 폐이지를 장식하였고 남북화해무드가 한층 높은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되였다. 참여정부의 노력에 의해 남북통일이 눈앞에 다가오는 분위기였다.

이렇듯 남북통일이 눈앞에 보일듯하던 분위기가 정권교체 초기부터 깨지고 멀어져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냉전시기를 연상케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적대관계 사태에 이르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도 20년이 지났다. 옛날 사람들은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법한 동안 유독 한반도만 냉전시기 사상과 이념대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추세를 거스르는 행태이다. 세상은 모두 가재는 게 편으로 가고 있는데 유독 한반도만 초록끼리 동색이 되지 못하고 흑백으로 되어 적대관계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참 안타깝다. 작금의 남북관계가 언제나 풀릴 것인가? 지금으로선 답이 보이지 않는다. 통일은 아예 천국의 이야기로 되어버렸다.

현재 일본과 중국은 외교상 이북을 ‘조선’, 이남을 ‘한국’이라 부른다. 앞으로 50년 더 이대로 나아간다면 ‘조선’은 조선, ‘한국’은 한국으로 되고 말 가능성이 충분하다. 왜냐? 이별의 시간이 백년이 되면 서로의 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차이가 좁힐 수 없이 격차가 커지고 진짜 남남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산가족 생존자들이 있어 동족유대성이 강하지만 앞으로 반세기 더 지나면 동족유대성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앞으로 20년 내지 길어서 30년 안에 통일이 되지 못하면 영원히 두 동강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실 남북이 적대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정치적인 통일을 이루기는 너무 멀리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격차일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정치적인 통일이 아니더라도 대륙과 대만처럼 '삼통'만이라도 이뤄진다면 여러모로 갈등이 해소되고 점차 하나로 되어가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허나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삼통'마저도 앞으로 10년? 20년? 신만 알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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