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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마시는 녀인
(소주)김혁
할빈의 유명한 중앙대가(中央大街)에 ≪BAMILO≫라는 내가 자주 찾는 커피점이 있다.2층창가에 앉아서BAMILO베스트커피 한잔을 한껏 느끼면서 보얀 눈보라속 에 뒤덮힌 Baroque양식의 건축물사이로 분망히 오고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는것이 정말 말못할 아름다움이였다.그리고 나는 깊은 자기 생각에 빠져버리군 한다.
그녀는,항상 멀리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곤 했다.조심스레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잔잔히 휘저으며 립스틱 짙게 바른 입술로 커피를 작게 한모금 마시고는 길고 먼 눈길을 창밖의 눈보라가 희미한 풍경속으로 던지군 했다.모든게 이렇게 간단히 커피 한잔 식는 시간,그 순간 그녀의 초점잃은 눈길에는 더 많은 우울함이 괴여오르고 있음을 문득 발견할수 있었다.
이렇게 이쁜 그녀는 왜 우울해할가?
미끄러져가듯 부드러운 음악이 카페를 젖혀가고 있다.
겨울이 오니까 사랑이 가는것 같은 느낌이다.
할빈의 겨울은 사랑도 얼음처럼 얼어버리는 독하게 추운 계절이라고 한다.이 추운 겨울날 사랑도 한잎 가을 잃은 낙엽처럼 북풍에 하염없이 날리다가 어느 한 아름다운 녀인의 작은 손바닥우에서 잠시나마 가냘픈 떨림이라도 떨고 있을까?그녀의 으늑한 눈빛처럼?!
우리는 그 누구나 마음의 한자리에 사랑이라는 나무를 키우고 있다.어느날인가 그 나무가 부러진대도 사랑에 대한 추억은 나무의 뿌리처럼 깊게 남아 우리의 마음을 칭칭 감아버리고 만다.그속에서 미친듯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에 먼저 지쳐버리는 우리들이다.
아픔일가?행복일가?
우리는 사랑앞에서 얼마나 작고 가냘픈 존재인것같다.사랑앞에서 타올랐던 열정과 허물없던 속삭임.이 모든것이 아픔의 결과로 깨끗이 잊혀질때 우리는 어느새 투명한 유리 한장 사이두고 자신의 옷을 벗어버리기 시작한다.그리고 뜨거운 키스와 아찔한 섹스로 서로의 고독을 지워가군 한다.이렇게 언제부턴지 우리에겐 사랑이란 그 의미가 더는 중요한 삶의 테마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슬픈건 여자란 사랑과 섹스를 구분하지 못한다는것이다.그래서 여자란 태여나는 그 순간부터 그 무엇보다도 귀여운 존재로 이 세상에 뜻을 더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그녀에게 아픔을 줬는지 행복을 줬는지 나도 모른다.오늘처럼 그녀의 터질듯한 우울한 마음이 사랑앞에 무너진 그녀의 자존심을 산산히 찢어버렸을때 사랑이란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그녀도 이 추운 그 어느 겨울밤 한 순간의 뜨거운 섹스를 사랑이라고 착각했을지 모른다.우뚝 선 한 남자의 페니스를 감칠맛나게 핥으면서 그녀는 그것으로 하염없는 행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아파도 행복했던 사랑,그속에서 받았던 느낌으로 그녀는 오늘도 커피 한잔으로 아름답게 무언가 기다릴수도 있을것이다.
사랑이 힘들어서 마음이 우는걸가?그건 아닌것 같다.
사쿠라꽃처럼 힘들게 꽃잎 피운 그 순간부터 바람에 흩날려야 하는 기억을 시작해야 하는것이 사랑이다.사랑했던 사람으로 하여금 꽃잎 피기전의 그 고독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것이 또한 사랑이다.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슬프던 행복하던 이 세상에서 사랑 그 하나의 기억으로도 행복해하는 그녀.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이 바로 사랑에 대한 제일 간단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나는 그녀와 눈길이 마주칠적마다 이렇게 생각을 굴리군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이 고독한 녀인을 사랑한것 같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나에 대한 혼자로서의 고독한 짝사랑이였을지도 모른다.
<송화강>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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